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Le passé, The Past, 2013)

끝나지 않은 과거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를 연출했던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근작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를 뒤 늦게 보았다. 참고로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그 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놀라운 영화 중 하나였으며,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여러 가지를 겹쳐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걸작이었다. 그의 신작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는 전작과 유사하게 많지 않은 인물들 간의 관계와 그 관계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인한 갈등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란을 둘러 싼 정치/사회적인 이슈들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었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영화는 좀 더 극 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자체에만 의미를 둔 작품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것이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작의 영향 때문인지 이 이야기 속에서도 무언가 다른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를 저절로 하게 되어, 여러가지로 복잡해지기도 했던 작품이었다.

 

 

 

  ⓒ Memento Films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이 작품의 영어 제목은 'The Past', 즉 지난 일이다. 관객이 보게 되는 영화 속 이야기 속에서 새롭게 전개되는 일들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세 남녀 주인공은 이미 지난 일 혹은 수 년 전에 벌어진 일들 때문에 다시 만나게 되었고 또 갈등을 겪게 된다. 영화는 초중반까지는 아마드가 부인과 이혼 서류를 마무리 짓기 위해 돌아와 만나게 되는 생경한 분위기와 가족들과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듯 하다가, 중반 부터는 마리와 사미르의 관계, 더 나아가 사미르와 그의 아내가 겪게 된 사건으로 조금씩 파고 든다. 전작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도 그러했지만, 이 작품 역시 무엇이 진실인가라는 그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이 작품 더더욱 진실로의 행보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이고, 이러한 영화의 시선은 엔딩에 가서 더 확실해 진다.

 

 

 ⓒ Memento Films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과거에 일어난 일로 말미암은 것들이 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인물들에게 어떤 고통과 상처 그리고 갈등을 남기는지를 안쓰럽지만 철저히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어 보이는 현실과 인물들의 모습에서는 황량한 상처만이 느껴지는데, 영화가 끝나게 되면 그 매마르고 남겨진 감정이 깊은 여운을 준다. 하나의 과거를 두고 진실을 통해 봉합하려는 시도가 교차하지만, 결국 국내 개봉 제목처럼 결론적으로는 아무도 머물지 않은, 끝내 누구도 머물지 못한 채 남겨진 각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역으로 그래서인가,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하지 않았나 싶다.

 

 

1. 전작에 비해서는 확실히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었어요.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와 스토리텔링의 재미는 만족.

 

2. 본문에도 있지만 감독의 전작 때문인지 어쩔 수 없이 여러가지 은유를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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