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팬더 2 (Kung Fu Panda 2)

포의 근원을 찾는 두 번째 이야기



헐리웃에서 만든 작품답지 않게 동양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패러디 수준이 아닌 오마주로 이끌어 낸 것은 물론 전연령이 즐길 수 있는 재미까지 담고 있던 작품이 바로 '쿵푸팬더'였다. 전편에 대한 만족감이야 개봉 당시 리뷰와 블루레이 리뷰 등을 통해 이미 얘기했으니, 이 글에서는 바로 최근 개봉한 속편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려고 한다. 영화 '쿵푸팬더 2' 역시 이런 생략이 가능한 작품이었는데, 이미 캐릭터와 세계관에 대한 설정을 전편에서 끝마쳤기 때문에 속편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에 휩쓸린 포의 이야기를 좀 더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속편들이 전편만 못한 이유는, 전편에서 비중있게 그리는 캐릭터 설정과 히어로물의 경우 (쿵푸팬더는 어쨋든 운명론에 근거한 히어로물의 범주로 볼 수 있겠다) 평범한 주인공이 히어로가 되는 과정에서 얻는 재미와 감동을 속편에서는 다시 만나볼 수 없는 태생적 이유 때문일텐데, '쿵푸팬더 2'는 이러한 단점을 1편에서 암시했던 포의 출생의 비밀, 팬더인 포의 근원을 찾는 이야기로 보완하려 하고 있다. 사실 이 출생의 비밀이라는 것이 '비밀'이라고 하기 부끄러울만큼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영화는 그 자체보다는 그 배경을 둘러싼 이야기와 사건들을 통해 포가 한 걸음 또 성장하는 계기를 그려내고 있다.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전편이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통해 교훈을 주려 했다면, 속편은 아버지와 아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통해 또 다른 교훈을 주려고 하고 있다. 전편에는 '타이렁'이 있었다면 속편에는 공작새인 '셴'이 등장하는데, 이 '셴'이라는 캐릭터 역시 '타이렁'과 마찬가지로 본디부터 악당이었다기 보다는 부모에게 상처를 받고 내몰려 반대에 서게 된 캐릭터라 할 수 있을텐데, 그러한 점이 이 '쿵푸팬더' 시리즈가 갖는 특별한 (어쩌면 가장 특별한) 점이 아닌가 싶다.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차원이 아니라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운명론과 결부하여 깊은 의미가 있지 않나 싶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글이 아닌 별도의 글을 통해 다시 한번 다뤄볼 예정이다.


그 결과가 허무하던 그렇지 않던 간에, '쿵푸팬더 2'는 포의 근원을 찾아가는 또 다른 여정이다. 전편이 '용의 전사'로서 각성하게 되는 과정이었다면, 속편은 이미 용의 전사로 활약하게 된 포가 자신의 부모와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인 동시에 '마음의 평화'를 통해 쿵푸의 고수로서 한 발 더 나아가게 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이 두 가지의 이야기 모두 포의 근원과 관련된 것으로서 결국 하나의 여정으로 볼 수 있을텐데, 영화가 선택한 이 여정의 방법론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만약 단순히 포의 출생의 비밀에 관한 것으로 국한시켰더라면 굉장히 심심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며, 이 영화가 상당히 힘을 주어 얘기하고자 했던 '쿵푸'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하기 어려웠을 테지만, 두 가지 이야기의 적절한 접점을 찾은 것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쿵푸팬더 2'의 이야기가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이 시리즈가 애초에 몇부작으로 기획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시리즈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2편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지루하지 않게 오락적 요소와 맞물려 풀어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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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기술적인 면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전편에서도 느꼈던 점이지만 '쿵푸팬더'는 그 어떤 애니메이션보다 조명(Lighting)에 굉장한 퀄리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애니메이션에서 조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실사영화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을텐데, 그 가운데서도 '쿵푸팬더'는 매우 세심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조명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자연광을 논하는 것이 우습지만, '쿵푸팬더 2'에서는 이 작품 속 자연광의 사용이 실사 영화의 그것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대단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조명에 있어서 기술적인 우월함을 자랑하기라도 하는 듯, 다양한 밝기의 배경을 등장시키고 있으며, 실내와 실외, 자연광과 인공 조명, 불빛과 반사광 등 다양한 조명의 활용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작품의 장점은 추후 블루레이를 통해 좀 더 확연히 표현되지 않을까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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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맥스 3D의 볼거리도 충분한 편이다. 최근 들어 3D포맷으로 개봉하는 작품들이 많아지면서 반대로 3D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하락하고 있기도 한데, 이는 4D 상영이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작품과 3D가 별로 연관이 없지만, 억지로 포맷에 끼워맞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쿵푸팬더 2' 아이맥스 3D는 포맷과 작품이 잘 맞아떨어진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이미 입체 영화의 신기함에는 제법 익숙해진터라 더 이상 입체만을 강조하는 3D영화는 의미가 없지만, 아직까지 입체 효과에 신기함을 갖고 있는 관객들이라 하더라도 '쿵푸팬더 2'는 나쁘지 않은 3D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굳이 입체임을 억지로 뽐내지 않으려는 작품들의 단점이라하면 3D영화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 입장에서는 조금 심심한 작품이 될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포의 회상장면의 경우 일부러 2D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좀 더 대비되는 느낌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이 회상 장면의 경우 일반적인 본편이 실사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이라고 보았을 때 별도의 애니메이션 시퀀스를 두어, 관객들로 하여금 더 이상 본편을 애니메이션에 국한되어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대비는 '쿵푸팬더 2'의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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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 영화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멀리하는 터라, 이 영화의 감독이 한국계 여성인 여인영 감독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역시나 싶었다. 왜냐하면 작품을 보는 내내 오히려 전편보다 더 중국에 대한 이해가 높은 장면과 설정들이 나오는 걸 보고는 '어떤 서양 감독인지 중국 문화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었을 만큼, 어설픈 설정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계 감독이 아닐까? 라는 예상마저 했을 정도였는데, 중국이 만든 화약이라는 점을 스토리에 깊게 녹여낸 점이나 예전 '황비홍'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사자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시퀀스, 그리고 중국의 곳곳을 표현해 낸 디테일은 단순히 설화나 전설에 기대어 만든 것이 아니라 철저한 현장 조사를 통해 만들어 진 것임을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아,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 대해서도 이런 세계적 블록버스터를 통해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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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앞서 여러가지 이유들을 다 재쳐두더라도 '쿵푸팬더 2'는 가족오락 영화로서 러닝타임을 신나게 즐기기에 개인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다. 각각이 기대하는 바에 따라 만족도는 다를 수 밖에 없는 일이겠지만, 포에게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이다. 울고, 웃고 즐겼으니 이 정도면 대만족!



1. '쿵푸팬더 2'는 엔딩 크래딧을 끝까지 모두 디자인하였는데, 그 때문인지 다른 영화들보다 끝까지 크래딧을 즐기는 관객들이 더 많더군요. 굳이 쿠키 장면이 없더라도 관객을 끝까지 붙들어 놓을 수 있는 장치가 아니었나 싶네요.


2. 평소에도 엔딩 크래딧에 관심이 많아 주의깊게 보는 편이지만, 이번 크래딧에서는 놀라운 이름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더군요. 일단은 몽키의 목소리 역할을 맡은 성룡을 다른 캐스팅과는 다르게 'and'로 표기한 것이 이채로웠고, 캐스팅 가운데서는 장 끌로드 반담과 빅터 가버의 이름까지 만나볼 수 있어 놀라웠습니다. 그래도 가장 놀라웠던 이름이라면 길예르모 델 토로가 아니었나 싶네요. 참고로 델 토로는 'executive producer'와 'creative consultant'를 맡고 있는데,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야 말로 그의 주종목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가족영화라 그의 컨설팅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살아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네요 ㅎ


3. 본문에 있는 것처럼 '쿵푸팬더' 시리즈가 담고 있는 운명론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별도로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이것이 이 시리즈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흥미로운 부분이거든요!


4. 3편도 기대가 되네요. 대충 예상도 되구요. 과연 용의 전사 포의 운명은 어찌될지!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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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현이 (a_shitaka@nate.com)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쿨한 액션 영화

<원티드>는 마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원작 자체의 인지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안젤리나 졸리'와 몇몇 작품에서 주연과 조연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제임스 맥어보이' 주연의 액션 영화로 포장되어 소개되었던 영화다.

아무래도 <원티드>하면 예고편에서 보여주었던 기발한 총격 액션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몇 해 전에 총과 권법을 크로스 오버한 액션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퀼리브리엄>과는 다른 총기 액션, 즉 총을 직선이 아니라 휘어져 나가도록 비껴 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 영화의 기본 설정은 <원티드>를 가장 잘 정의할 수 있는 기본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처음 <원티드>라는 작품을 인지했을 때만 해도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앞선 액션 장면들이 주가 되는 단순 ‘총질’ 액션 정도로만 알았었는데, 역시 탄탄한 세계를 기초로 하는 그래픽 노블 원작의 작품답게 히어로물과 쿵푸 영화에 기인한 설정들은 물론, 액션이나 전개에 있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쿨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 영화의 감독인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 배우들이 감독 이름 외우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고백하는 인터뷰를 서플먼트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 는 러시아 출신으로서 <나이트 워치>를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원티드>에서는 원작의 독특한 분위기에 자신 만의 촬영과 연출 기법을 적극 가미하여 색다른 액션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 영화는 그 어떤 액션 영화들 보다도 특수효과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 총을 휘어져 나가도록 쏘는 것에서 야기되는 액션 장면들과 일반인들보다 심장 박동수가 빨라 시간을 느리게 쪼개어 컨트롤 할 수 있는 주인공의 능력이 발휘되는 장면 묘사에서도 그 만의 독특한 특수효과와 연출 기법이 잘 드러나고 있다.





감독인 티무르는 단순히 와이어를 이용한 점프와 액션에 그치지 않고, 치밀한 동선 연구와 슬로우 비디오를 카메라의 줌인 기법과 적절하게 섞어가며 와이어 액션에도 생기를 불어 넣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총을 휘어지게 쏘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고 대대적으로 홍보된 이 영화 액션의 장점이긴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간을 세밀한 단위로 나누어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전제로 했기에 더 멋진 장면들을 만들 수 있었다.

<원티드>가 액션 영화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나름 반전 요소와 갈등 구조를 다루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극의 흐름을 깔끔하게 전개하는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구구절절 하지 않고 스피디한 전개와 깔끔한 마무리는 킬링 타임용으로는 물론이고, 좀 더 복잡하고 본격적인 속편을 기대하게끔 만든다.

Blu-ray Menu







유니버설 블루레이의 전형적인 메뉴 화면을 볼 수 있다. 유니버설 타이틀을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분들은 '장면 선택' 메뉴에 보이는 3가지 버튼의 실체가 궁금할텐데 이 부분은 글 후반부에서 그 궁금함을 해소해 드릴 예정이다.

Blu-ray Picture

1080p 풀HD의 해상도를 지원하고 있는 '원티드' 영상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평가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겠다. 오리지널 영상 자체에 그레인 노이즈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 이는 분명 극장 상영 시에도 그랬듯이 의도된 거친 화면이긴 하지만, 깔끔한 블루레이 화질을 선호하는 유저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게 느껴질 듯 하다. 칼 같이 선명하고 분명한 화질보다는 거친 느낌을 선호하는 감독의 성향은 작품의 성격과 전작들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원티드>의 경우엔 선명한 화질로 제작되었어도 그리 나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아래 2장의 스크린 샷을 클릭하면 720P 해상도의 확대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레인 노이즈가 화끈하게 드러나는 거친 화면의 장점이라면 좀 더 질감이 살아있는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조명이 어두운 장면에서도 극선명 화질과는 또 다른 질감을 얻을 수 있는데, 노이즈에 민감한 유저만 아니라면 작품의 분위기가 맞물려 관람하는데 있어 지장은 없을 듯 하다. 다만, 최근 출시되는 신작 블루레이들이 전체적으로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어 <원티드>의 영상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감독에 의해 의도된 거친 화면이며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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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질이 약간의 선호도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면 사운드의 경우는 대부분이 만족할 만한 우수한 수준이다. DTS-HD 5.1 채널의 오디오는 레퍼런스에 가까운 수준급 사운드를 들려준다. 무엇보다 <원티드>는 사운드 측면에서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장면들로 넘쳐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우리들의 귀에 실제보다 더 좋게 들리는 것은 아닌지 작은 혼동을 주기까지 한다. 주인공이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여 시간을 컨트롤 할 때 발생하는 SF적인 효과음의 공간감 전달도 훌륭하며, 무엇보다 총알이 휘어져 나갈 때의 사운드는 스피커 주변에서 바람이 이는 듯한 감칠맛이 난다. 보통 총기 액션의 경우 총알이 직선으로만 나가기 때문에 멀티 채널의 활용도나 공간감을 100%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는데, <원티드>의 경우는 ‘휘어져’나가기 때문에 모든 스피커를 둘러가는 채널별 활용도가 높고, 스피커와 스피커를 이동할 때 느껴지는 사운드의 공간감도 매우 훌륭하다.






총기 액션에서 발생하는 효과음 외에도 스포츠카가 등장하는 체이스씬 이나 대형 기차가 철로에서 탈선하는 장면에서는 장면의 스케일을 고스란히 사운드로 돌려준다. 이런 대형 공간에서 벌어지는 액션 씬을 비롯해 마지막 폭파와 함께 하는 액션 씬에서는 다양한 소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데, 주위를 기울여 보면 그 와중에 주인공의 발소리까지 생생하게 담겨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배경 음악과 총기 발사음, 격투로 인한 소리들, 그리고 폭발로 인한 소리들 까지 뭉개지지 않고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얼핏 단순히 높은 볼륨 감에 의한 쾌감만으로 사운드를 평가할 수 있는데, <원티드>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이 같은 표면적인 측면은 물론, 디테일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있는 사운드라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이 영화의 영화음악은 팀 버튼의 콤비로 더 익숙한 데니 엘프먼이 맡고 있다).

Blu-ray Special Features




스페셜 피쳐는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면면이나 이야기 자체 보다는 기술적인 면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또한 구성 면에서는 블루레이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기능적인 메뉴들이 여럿 수록된 것도 인상 깊다. 메뉴 화면이 정형화되어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BD-Live!를 포함한 여러 부분에서 현재 유니버셜의 BD 타이틀들은 다른 스튜디오에 비해 기술적으로 다소 앞서나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가장 첫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My Scenes’인데, 제목처럼 영화 속 영상들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녹화하듯이 오려내어 클립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다. 자신 만의 영상 클립을 만드는 방법은 리모콘의 빨강, 초록, 파랑 버튼으로 조작이 가능한데, 초록 버튼을 누르면 영상을 녹화하기 시작하고, 파랑 버튼을 누르면 정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장면에 상관없이 원하는 부분의 클립을 개수에 상관없이 만들 수 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클립은 인터넷 연결을 통해 친구에게 전송할 수도 있다.







<원티드>블루레이에는 ‘U-Control’이라는 기능이 수록되었는데 일반적인 PIP기능을 조금 더 확장시킨 편리한 기능이다. <원티드> BD에는 원작인 코믹스의 장면이 수록된 ‘Motion Comics’와 촬영장에서 따로 촬영된 카메라 영상과 스토리보드 영상 등이 담긴 ‘Scene Explorer’, 그리고 여러 제작과정이 담겨있는 ‘Picture in Picture’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세 가지 영상들을 ‘U-Control’기능을 통해 편리하게 감상할 수 있다. ‘U-Control’을 선택하고 원하는 영상에 체크한 뒤 본 편을 재생하면 해당 장면에 연관되는 각각의 추가 영상이 있을 때마다 자동으로 재생이 되며 하나 이상의 영상이 담겨 있을 경우에는 리모컨 조작을 통해 원하는 부가영상을 팝업 창으로 감상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이 부분에서는 한글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상들이 많게는 동시에 세 가지 이상 표시되기 때문에 한글 자막을 수록하는 일이 쉽지는 않은 일이라 여겨진다.





Alternate Opening’은 본 편에는 수록되지 않은 또 다른 오프닝 시퀀스를 수록하고 있는데, 영화 속 등장하는 결사단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영상으로서, 총이 아닌 화살을 비껴 쏘는 장면을 포함하고 있어 흥미롭다. 실제 영화와 동일한 풀HD 화질로 제작되었다. ‘Extended Scene’은 역시 본 편에는 수록되지 않은 확장 격의 영상을 담고 있는데, 그리 분량이 많지 않고 문맥상 크게 중요한 장면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 영상은 SD 영상으로 수록되었다.




Cast and Characters’는 일반적인 메이킹 영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임스 맥어보이와 안젤리나 졸리, 모건 프리먼, 힙합 뮤지션이기도 한 커먼 등 출연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후반 부에는 감독과 그래픽 노블의 원작자인 마크 밀러의 인터뷰를 통해 캐스팅 과정과 배우들에 대한 생각을 전해 들을 수 있다. 이 과정 속에서 그간 액션 연기에 익숙하지 않았던 제임스 맥어보이가 주인공 역할에 익숙해 지기까지 겪었던 트레이닝과 노력들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들을 수 있고, 배우들이 직접 말하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Stunt On the L Train’은 안젤리나 졸리가 미끄러지듯 기차 위에서 다리 밑을 통과하던 장면이 어떤 스턴트와 특수효과로 촬영되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기차를 움직이는 것과는 달리 다리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한 특수세트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Special Effects : The Art of the Impossible’에서는 전체적인 특수효과가 어떻게 디자인되고 구성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액션과 스턴트가 등장하는 장면들을 CG에 의지하지 않고 가능한 한 기술적인 특수효과를 통해 표현해 내려고 한 점을 알 수 있고, 기차 칸을 360도 회전 가능한 구조물에 부착하거나 역시 360도 회전 가능한 구조물에 스포츠카를 장착한 특수효과 장치/세트들의 활용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다. ‘Groundbreaking Visual Effects : From Imagination to Execution’ 에서는 본격적인 CG 효과부분에 대한 제작과정이 담겨있다. 감독과 동일한 러시아 스텝들로 주로 이루어진 CG팀의 활약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장면을 만들기 이전에 CG를 이용해 세밀한 부분을 미리 시각화 하는 사전작업으로 좀 더 효과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기차가 탈선하는 장면 같은 경우는 촬영 8개월 전에 이미 사전 시각화 작업이 마무리 되어 CG를 통해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해본 뒤에 세트와 구도 연출 등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The Origins of Wanted : Bringing the Graphic Novel to Life’에서는 이 영화의 원작인 마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 ‘원티드’에 대한 기원과 세계관을 만나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슈퍼맨을 동경했던 소년 마크 밀러가 이런 점을 어떻게 ‘원티드’라는 작품을 통해 풀어낼 수 있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들과 마치 영화의 상세한 스토리보드로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영화적 디테일을 보여준 원작에 대한 찬사와 독특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Through the Eyes of Visionary Director Timur Bekmambetov'는 감독인 티무르 베크맘베토브에 대한 배우들과 스텝들의 생각을 전해들을 수 있다. 6년간 미술을 공부하여 미적인 감각이 뛰어나다는 스텝들의 인터뷰와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독특한 시각 언어로 표현해 내는 눈을 가져, ‘미친 천재’라고 부른다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인터뷰도 담겨있다.



‘Wanted : Motion Comics’에서는 영화의 원작인 그래픽 노블 속 장면을 재구성하여 수록하였으며, ‘The Making of Wanted : The Gams’에서는 게임 ‘원티드’의 제작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참고로 이 게임은 영화 속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주인공들의 뒷이야기라던가 이해를 도울 만한 내용도 담고 있어 영화의 팬이라면 한 번쯤 플레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될 듯 하다.





마지막으로 ‘BD-Live’기능을 지원하고 있으며, 서플먼트를 감상하다 보면 일종의 코드가 화면에 나오면서 ‘Unlock’되었다는 메시지가 나오는데 이는 게임 ‘원티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코드이며, 이 화면을 통해 ‘BD-Live’메뉴 아래 이스터 에그 메뉴를 확인할 수도 있다.

2009. 1. 11 | 신현이 (a_shitak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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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질링 (Changeling, 2008)
원치 않는 변화를 겪어야만 하는 현실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2008년작 <체인질링>은 개봉전 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처음 만나는 자유>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래 안젤리나 졸리가 다시 한번 아카데미를 두드려볼 수 있을 정도의 연기를 펼쳤다는 평들도
기대를 갖게 하는 요소였지만, 무엇보다 <미스틱 리버> <밀리언 달러 베이비> 등으로 노년에 더욱 완성도 높은 드라마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우리말로 '동림'선생 ㅎ)의 최신작이기 때문이었다. 배우와 감독을 겸하고 있는 이들
가운데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두 분야 모두에서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지속적으로) 드물다고 할 수 있을텐데,
언제부턴가 동림선생의(감독으로서) 작품이라면 두말하지 않고 극장으로 달려갔었던 것 같다. 이 작품 <체인질링>역시
마찬가지 경우였다.


(아래부터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이 영화의 제목인 '체인질링 (Changeling)'의 뜻을 찾아보면 대략 이렇다.
'남몰래 바꿔치기한 어린애 《요정이 앗아간 예쁜 아이 대신에 두고 가는 못 생긴 아이》'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 단어의 뜻도 제대로 몰랐었기에 생각해볼 수가 없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제목의 뜻을
새겨보니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직접적인 뜻 외에도 은유적인 여러 다른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좋은 제목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영화는 1928년 미국 L.A에서 있었던 실화를 그리고 있다(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화다 '라는 것이
인상적이다). '실화 (A True Story)'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극중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전부 실명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나중에 여러 자료들을 확인해본 결과 실제 사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를 영화도 담고 있다. 비슷한 시기를 그린
다른 영화들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처럼 이 당시 미국은 금주법으로 인해 밀주를 일삼는 대형 범죄조직이 등장했으며,
경찰 역시 타락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던 시기였다. <체인질링>은 이 시기에 아들을 잃어버렸던(혹은 다른 아이와
바꿔치기 당했던)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한 크리스틴 콜린스는 전화 교환원 일을 하며 홀로 아들 월터를 키우고 있는 어머니이다(영화 속에서는
묘사되고 있지 않지만, 실제 월터의 아버지는 당시 절도 혐의로 징역을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인 월터가
없어지고 우여곡절 끝에 경찰에서는 실종신고를 받아들이게 되는데, 얼마만에 경찰에서 월터를 찾았다고 해서 기차역으로
달려가보지만, 자신이 월터라고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는 아이는 분명 월터가 아니었다. 하지만 경찰의 존스 반장은 '시험 삼아
아이를 한번 데려가 키워보라며' 일단 사건을 종결시키려고만 한다. 크리스틴은 혼란스러움에 어쩔 수 없이 이 '가짜 월터'를
집으로 데려오지만 정신을 차린 뒤 이 아이가 월터가 아니라는 확신에, 경찰에게 다시금 이를 호소하지만 경찰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아 점점 골치거리가 되어가는 크리스틴을 정신병원에 감금하게 이른다.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권력과 힘으로 대표되는 외부 작용으로 인해, 이와는 아무런 상관도 이렇게 될
필요도 없었던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고, 변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무거운 현실이다. 그저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만을 바랬던
크리스틴은 어느덧 원하지도 않았던 부패한 경찰 권력과의 정의로운 싸움에 주인공(이자 희생양)으로 자리잡게 된다.
하지만 크리스틴이 처음 부터 '남이 걸어온 싸움을 내가 마무리하겠다'고 나선 것은 물론 아니었다. 초반 기차역에서
가짜 월터를 확인하고서도 경찰 반장의 말도 안되는 말에 일단 수긍하고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었고, 더이상
못참겠다고 경찰서를 찾아가 반장에게 따져도 보았지만, 정의를 외치기 보다는 아들을 되찾는 것이 최대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경찰에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사과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강제로 정신병원에 감금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은 미치지 않았다고 따져보려고도 하지만, 결국 앞선 것과 같은 이유로
이들이 하라는대로 잘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아들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그때 부터 이 원치 않는 정의의 사도 역할을 수행하기로 마음 먹는다.

극중 존 말코비치가 연기한 구스타브 브리그랩 목사는 크리스틴의 억울한 상황을 돕기 위해 진심으로 돕는데, 물론 여기에는
진심도 다수가 포함되어 있겠지만 그가 개인적으로 계속 해왔던 부패 경찰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는,
이 케이스를 놓치고 싶지 않았음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종의 쇼크나 사건(혹은 스타)이 필요했던 구스타브 목사에게
크리스틴의 억울한 케이스는 좋은 원동력이 될 기회였으며, 결국 그녀가 직접 경찰과의 싸움에 나서게 되면서 대규모 군중들이
참여하는 시위로 까지 발전하게 된다(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마치 구스타브 목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크리스틴을 이용했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목사가 원하는 것이 개인적인 것도 아닐 뿐더러, 반드시 나쁜 의미로 하는 말은 아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자신의 아들을 되찾는 일에만 관심이 있던 그녀에게는, 정신병동에서 만난 억울한 사연의 여성들을 자유롭게
하는 데에도 나서게 되고, 반대로 같은 유괴/살인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에게 구심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극중 크리스틴이 여러번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녀는 단순히 자신의 아들인 월터를 찾고 싶었을 뿐이지,
부패한 경찰을 몰락시키는 정의의 사도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인지 영화 속 안젤리나 졸리의 모습에서는
단 한번도 강인함이라던가 생기있음을 찾아보기가 어렵다(한 때 터프한 여전사의 상징이었던 '라라 크로프트' 안젤리나 졸리가
이렇게 러닝 타임 내내 아파보이고 힘없어 보이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도 인상적이다).
이 영화에는 크리스틴 만큼 중요한 캐릭터가 또 하나 등장하는데, 바로 20건에 달하는 아동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사형선고를 받게 되는 고든 스튜어트 노스콧이다. 영화가 실화인 것처럼 이 사건과 그 역시 실존인물이자 실제 사건인데,
일단 <체인즐링>에서는 노스콧에 대해 더 나아갈 것 처럼 하다가 어느 선에서 그친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아예 단순한
사이코 패스 정도로만 묘사했으면 모르겠지만(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지만), 재판장에서 자신은 무죄이며, 크리스틴에게
너만이 착한 여자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나, 이후 사형을 앞두고 크리스틴과 만나 복잡한 심리상태를 살짝 엿보이는 장면을
보면, 한편으론 크리스틴과 맞닿아있는 캐릭터로서 그리려는 시도가 얼핏 보였기 때문에 더 아쉬움이 들었던 것 같다.

실제 고든 스튜어트 노스콧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영화에서 묘사된 것보다는 좀 더 복잡한 가정사와 사건 정황이 있었다고
하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연쇄 살인범에게 일말에 자비도 배풀지 않고 있다(실제로 노스콧의 어머니는 이 살인사건에
함께 가담한 공범이기도 했으며, 어머니가 아니라 사실은 할머니였는데, 그러니까 고든 스튜어트 노스콧은 아버지와 딸 사이에
태어난 아이였던 것이다).

뭐랄까 권력의 힘에 의해 평범한 아이 엄마에서 부패와 맞서싸우는 존재로 변화하게 되는 크리스틴과 맞물려, 불우한
가정환경과 역시 잘못된 권력의 부패로 인해(고든이 잡혀갈 때보면 '예전에 몇년 동안 휴가를 보냈던 곳'이라고 감옥을
칭하기도 하는 걸로 봐서 이미 전과가 있었고, 그럼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여행하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는 얘기로 봐서
역시 경찰에 대한 무능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데, 마지막 이 둘의 정면 대면 장면이 폭발적인 에너지를 끌어냈던 것처럼
크리스틴과 노스콧의 캐릭터를 정반대에 서있지만 동일한 피해자라는 개념으로 그려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연쇄살인범에게 연민의 감정을 선물하지는 않았다(이것이 반드시
나쁘거나 좋거나 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앞선 이유들도 그렇고 사형장에 끔찍하게 끌려가는 모습이나 마치 <어둠 속의 댄서>
의 셀마 처럼 사형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세어가며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노래하다 사형당하는 장면을 넣은 것에서는,
분명히 이 노스콧의 캐릭터를 단순하게만 느껴지도록 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조금 애매하다고
느껴졌던 것 같다).  




영화 초반 부에 관객을 분노케 하는 것은 바로 부패한 경찰 권력이 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하는 것에 있다 하겠다.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아이의 엄마에게 가짜 아이를 안겨주고는 시험삼아 키워보라고 말을 하고는,
언론을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에만 급급하는 모습이나, 점점 말을 듣지 않고 감히 권력에 대항하려 들자 정신병자로 몰아
감금하기까지 이른다. 권력이란 항상 그렇지만 자신들이 그리는 큰 크림에서 한 사람의 인격은 별로 신경쓰려 하지 않는다.
차라리 애초에 깨끗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이렇게 커질 일도 아니었지만, 커다란 힘을 가졌음에도 조금의 흠집조차
내길 원하지 않는 것이다. <체인즐링>에서는 짧지만 이 권력 구조에 대해서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존스 반장이 혼자 나쁜 놈
처럼 그려지기도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권력의 하수인으로서 스스로가 권력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자라 믿었던
불쌍한 이일 뿐이다. 결과적으로는 그 위의 청장 또한 옷을 벗게 되었지만, 애초에는 일이 커지자 그냥 이선에서 마무리하기
위해 존스를 희생양(희생양까지는 아니겠다. 잘못을 안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으로 만들고 끝내버리려고 했던 권력의 모습도
잘 드러난다.

그리고 권력에 어떻게 언론과 진실을 외곡하고 조작하는지에 대한 것도 엿볼 수 있다. 가짜 아들을 안겨주며 지금은 혼란스러워
착각을 하는 것이라며 말도 안되게 아이를 넘겨주고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름다운 장면만을 제공하고,
문제점을 알아내고 조사를 하려는 부하 경찰에게 신문도 안보냐며 자신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2차 권력을 그대로 이용하려는
부패의 전형적인 모습도 보여주었다(신문도 안보냐고 물은 다음에, '아마 다른 신문을 보나보지'하고 얘기하는 장면에서는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너무도 우리 현재의 현실과 닮아있는 이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정신병원이 정신병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정신병을 만들어내는 곳이며, 전기고문 등 비인간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장면에서는 밀로스 포먼 감독의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가 연상되기도 했다.




<체인질링>을 보는 내내 2009년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으로서 국내의 현실이 겹쳐지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이 똑같은
이야기를 국내 감독이 만들어 한국에서 개봉하려 했다면 아마 국가에서 큰 제제라도 받았을 정도로, 영화 속 이야기는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다른 것이라면 영화 속 이야기는 실화이긴 하지만 1930년대 라는 과거의
것이고, 우리의 이야기는 2009년의 현실이라는 점이다. 영화 속 부패 경찰은 자신들의 권력에 도전하려는 자들은
그대로 두지 않는다. 자신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이들에게는 정신병자라는 죄목을 부가하여 사회에서 고립시키고 만다.
인터넷에 정부 정책의 잘못됨을 이야기하면 허위사실 유포죄로 구속하는 것과 별반 다를바가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언론 마저 통제하여 진실을 점점 알기 어려워지는 모습도 닮아있고, 문제가 있을 때 하위 담당자를 경질하는 것으로
불을 끄고 보려는 모습도 너무나 닮아있다.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영화 속에서는 이런 부패한 경찰을 처벌할 수 있는
공정한 사법부가 있었지만, 국내에 현실을 떠올리며 이 마지막 재판 장면을 보니, 그야말로 딴 세상 얘기로만 보여서
더욱 씁쓸했다.




안젤리나 졸리는 <원티드>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확실히 너무 예전에 비해 살이 많이 빠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크리스틴을 연기하려면 예전 라라 크로포트 같은 건강한 몸매는 불편했겠지만, 깊은 아이 라인을 지우더라도 퀭해 보이는
눈가와 그녀 답지 않게 너무 마른 팔과 다리는 캐릭터가 측은하다 보니 더욱 더 측은하게 느껴졌다.
확실히 크리스틴이라는 캐릭터는 기존 안젤리나 졸리의 캐릭터를 떠올려봤을 때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녀의 연기 변신을 높이 사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선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도 <체인즐링>이 안젤리나 졸리의 필모그래피에서 베스트는 아니라고 생각된다(아직까지 그녀의 베스트는
<처음 만나는 자유>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안젤리나 졸리는 디테일하게 묘사된 당시의 미장센 만큼이나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관객들이 크리스틴이라는 캐릭터에 적극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 외에 인상적인 배우를 꼽으라면 존스 반장 역을 연기한 제프리 도노반을 꼽을 수 있겠다. 그의 마스크에서는
캐릭터가 캐릭터이니 만큼 <L.A 컨피덴셜>의 가이 피어스가 연상되기도 했는데, 정말 옆에 있다면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캐릭터를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존 말코비치는 분량이 적은 관계로 깊은 인상까지는 주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물론 음악까지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정말 대단한 할아버지라 아니할 수 없겠다. 그가 만들어낸
영화음악은 생각보다는 극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데,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일부 장면에서 음악이 감정을 주도 할 때도 있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 만큼이나 재즈에도 조예가 깊다는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사실인데, 영화를 보고나오면서 바로
스코어를 흥얼거렸을 정도로 멜로디 메이커로서의 재능도 상당히 뛰어나다고 생각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 장인이라는 사실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텐데, 그가 장면장면에서 보여주는 에너지는
정말 움찔움찔 할 정도로 놀라운 장면이 많았었다. 안젤리나 졸리라는 배우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크리스틴'의
모습을 발견해낸 점이나 관객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컨트롤 해내는 그의 능력은, 사실 이제 더이상 언급하는 것조차
실례가 아닐까 싶다. 아직도 개인적으로 결정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다면 감독으로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더 좋은가,
아니면 배우로서의 그가 더 좋은가 하는 점일텐데, <체인즐링>을 보고나니 감독인 그에 조금 더 기울기도 하지만,
곧 개봉할 <그랜 토리노>를 보고나면 또 바뀔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에 대해 평론가들의 평가가 조금 나뉘는 것을 보고 든 아쉬운 생각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본인이 스스로 자신의
평가 평균을 너무 높여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뭐랄까 항상 90점 이상을 기본적으로 받아오는 우등생이다보니
100점을 받지 않고서는 다들 반응이 미지근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체인질링>은 안젤리나 졸리를 배우로서 다시 보게된 작품이었으며, 영화 장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솜씨를 다시 한번
접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영화 속 과거의 미국 현실이 현재의 우리 현실과 너무나 닮아있어 씁쓸했던
영화이기도 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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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 (Wanted, 2008)
또 하나의 시리즈물의 탄생인가?


처음 이 영화의 대한 정보가 알려지고, 안젤리나 졸리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를 떠올리는 액션이
강조된 예고편 등을 보고나서, 이 영화에 대해 든 선입관은 그저 '총질' 액션이겠구나 하는 점이었다.
특히나 예고편에서도 강조했듯이 비껴쏘는 창조적인 총질을 봤을 때, 예전 총과 권법을 크로스오버한 액션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퀼리브리엄>과 같은 조금 색다른 액션 영화가 될 것 같다는 정도(?)의 예상이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단순한 '총질'영화 만은 아니었다. 물론 그 총질은 그 창조적인 아이디어 만으로도 훌륭한
액션 장면들을 만들어냈지만 그것 외에도 히어로물이나 쿵푸 영화에서 기인한 설정들이나, 구구절절하지
않고 깔끔하게 뽑아낸 얘기로서, 쿨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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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영화는 엔딩 크래딧의 스텝 명단에서 엿볼 수 있듯이, 상당히 특수효과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총을 직선으로 쏘지 않고 휘어져 나가게 비껴쏘는 것에서 야기되는 액션 장면들도 색다른 재미를 주지만,
일반인들보다 심작박동수가 빨라 시간을 느리게 쪼개어 컨트롤 할 수 있는 주인공들의 능력으로 야기되는
장면들은 필연적으로 특수효과를 요구하는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점프나 액션 들의 묘사도 인상적이고,
슬로우 비디오를 카메라의 줌인 기법과 적절하게 동시에 사용하면서 액션에 더욱 힘을 보태고 있다.
사실 따지고보면 총을 비껴 쏘는 것이 일반적으로 쏘는 것에 비해 얼마나 더 잇점을 갖고 있나 의아스럽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어쩌면 미션을 위한 일종의 기술적 옵션에 해당하는
정도이고, 앞서 언급한 시간을 더 느리게 컨트롤 할 수 있는(시간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더 순간을
세밀한 단위로 관찰할 수 있는 능력)능력이 더 핵심 포인트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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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를 보면서 최근에 인상깊게 보았던 <쿵푸팬더>가 여러모로 떠올랐는데, 일단 안젤리나 졸리가
두 작품 모두 출연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타이그리스와 폭스의 연관성을 어찌어찌 연결해볼 수도 있겠으나
살짝 억지가 필요할 것 같아 이정도에서 ^^), 이 영화 역시 일반인 주인공이 고수로 거듭나는 '수련'의 과정이
영화 초중반을 이끌고 있다는 점도 그러하다. 대개의 쿵푸 영화도 그렇지만 이런 종류의 수련이란 것이
매일 매일 새로운 과정을 겪는다기 보다는, 반복적인 과정을 매일 매일 거듭하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고
서서히 적응하면서 나중에는 모든 과제를 컨트롤 하게 되는데, 이런 수련의 과정을 <원티드>는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계속 맞기만 하던 주인공이 마지막에 가서는 모두를 때려줄 때에는 통쾌함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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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락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 영화가 결국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되게 되는 이유는 바로 깔끔한 이야기 처리 때문이었다.
결정적으로 웨슬리가 성을 공격하여 마지막 슬로언과 결사단 무리에게 포위 당했을 때, 진실을 알게 된
결사단 단원들이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장면에서, 보통 액션 영화들 같았다면,

a. 일단 결사단원들이 원칙을 고수하며 살아남기보다는 슬로언에 말에 따라 웨슬리에게 공격을 퍼붓고
    웨슬리가 여차저차해서 그 위기를 벗어나 슬로언과 맞짱을 뜨는 분위기로 연결되거나.

a-b. 이 과정에서 다른 결사단원들은 다 슬로언의 뜻을 따르기로 하나 진실을 알고 결심을 한 폭스는
       슬로언을 배신하고 웨슬리와 결합하여 결사단을 일방타진하고, 키스하며 해변을 스포츠카로 달리며
       엔딩크래딧이 나오거나.

b. 다 죽기로 결사단이 마음을 먹고 결국 총알이 폭스의 머리를 관통하려는 찰나, 폭스에게서 총을 받아든
   웨슬리가 총을 쏴서 총알을 막아내 a-b의 후반부와 같은 결과로 이어지거나.

했을텐데 <원티드>는 이 중 어느 것도 따르지 않고 그냥 깔끔하게 원칙대로 목숨을 버리고 마는 진정한
결사단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b안을 가장 유력하게 보았었는데, 마지막까지도 웨슬리의
총알이 날아오지 않아 '어라, 이것봐라'하며 흥미로워 했었다.
결국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여지를 주지 않고, 무언가 속편이나 더 안정된 결말을 과감히 포기하면서,
깔끔하게 엔딩을 맺은 것은(슬로언이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센스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어쩌면
감독의 자신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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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액션 영화로서 어떤 영화가 될까 걱정되었던 하나의 요소는 바로 주인공인 제임스 맥어보이였다.
그가 출연한 작품을 적지 않게 보았었지만, 이런 액션 히어로(일종의 히어로) 영화에 남자 주인공으로는
어딘가 연약하고 어울리지 않는(그렇다고 피터 파커 식도 아니고 말이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는데, 영화를
보니 회사원으로서 주변의 압박에도 별 저항없이 참아내며 그저 꿈없이 하루하루 살고 있는 회사원에서,
180도 변신한 암살단의 단원으로서의 변모를 모두 표현해내는데, 불안한 눈빛과 강렬한 눈빛을 모두 갖고 있는
맥어보이의 캐스팅은 결국 성공적이었지 않았나 싶다. 특히 사무실에서 와이셔츠 차림으로 보여주는 소인배의
모습에서 친구의 말만따라 '멋진 남자'의 모습까지 모두 소화하는데에는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아마도 속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속편에서는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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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이 갖고 있는 여전사의 느낌과 신비스러운 느낌을 폭스 라는 캐릭터에 잘 투영시킨
모습이다. 사실 '폭스'라는 캐릭터가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일단 주인공과 이렇다할 로맨스도 없고,
그렇다고 완벽한 스승과 제자의 분위기로 보기도 애매하며, 친구나 적으로 구분짓기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는 제임스 맥어보이와의 실제 나이차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듯 하지만, 어쨋든 웨슬리가
액션을 보여주기 전에(보여줄 능력이 되기 전에), 액션을 몸소 보여주는 캐릭터로서 예고편과 화려한 액션에서
안젤리나 졸리만의 아우라를 잘 보여주고 있다(개인적으로는 최근 너무 마른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모건 프리먼은 예전 <럭키 넘버 슬레븐>에서 비슷한 지위와 분위기의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있었는데,
<원티드>에서도 그 만의 진중하고 믿음직한 이미지를 잘 살리고 있다. 그리고 <스모킹 에이스>와
<아메리칸 갱스터>에 이어서 괜찮은 작품에 계속 모습을 보이고 있는 랩퍼 커먼 (Common)의 모습이
무엇보다 반가웠다. 'U-571' 과 <피아니스트>등에 출연했었던 토마스 크레슈만의 모습도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반갑고 인상적인 배우는 바로 펙워스키 역의 테렌스 스템프 였는데, 최근까지 재미있게
보고 있는(몇 안남은 시청자 중의 하나가 바로 나다!)스몰빌에서 조엘의 목소리 연기로 등장하고 있는,
그를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모습을 보게 되어 반가웠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들어도 참 멋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잘 알다시피 테렌스 스템프는 영화 <슈퍼맨>에서 조드 장군 역할을 맡았는데, 재미있게도 슈퍼맨의
청년시절을 다룬 TV시리즈 <스몰빌>에서는 '칼엘'의 아버지인 '조엘'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연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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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제임스 맥어보이 주연의 <원티드>는 특수 능력을 갖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또 하나의
액션 혹은 히어로 시리즈 물로 이어져갈 확률이 높은 영화라고 생각된다(나중에 알고 보니 원작은 DC코믹스
작품이더라). 마치 <매트릭스>처럼 이제는 자신이 누군인가를 정확하게 알게 된 웨슬리가 본격적으로 펼치는
적들과의 우여곡절이 속편에서는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속편이 나오긴 하는거겠지?? --;;).



*. 음악이 데니 엘프만이더라.
**. <쿵푸팬더>와 겹쳐지다보니 기차가 다리위에 걸리는 장면에서도 무적의 5인방과 타이렁이 다리위에서
   싸우는 장면이 바로 떠오르더라.
***. 본문에 있는 것처럼 원작은 DC코믹스 작품이다.
****. 많은 멋진 액션 장면들이 있었지만, 날아오는 총알을 근거리에서 칼로 막아내는 액션 연출은 정말 멋지더라
*****. 'Time to Say Goodbye'음악은 그야말로 센스작렬.
******. <놈/놈/놈>예고편을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보니 역시 더욱 기대!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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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 팬더 (Kung Fu Panda, 2008)
이런것이 진정한 오마주!

사실 <쿵푸 팬더>는 진작부터 봐야지 했던 영화는 아니었다. 포스터의 때깔만 봤을 때는
<마다가스카>정도의 영화로 생각되어 그랬던 것이었는데, 개봉이 되고 나서 흘러나오는 영화 평들은
모두 다 호평들 일색이었다. 더군다나 이것이 이름만 '쿵푸'영화가 아닌, 진정한 '쿵푸'영화라는
평들은 얼마전 실망했던 <포비든 킹덤>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늦었지만 이제야 보게 되었다.



(여기서부터 끝날때까지 스포일러 입니다)

<쿵푸 팬더>를 보면서 여러가지 다른 영화들이 떠올랐는데, 그 중 가장 많이 떠올랐던 것은 <매트릭스>였다.
이 영화는 드림웍스의 전작인 <슈렉>과 비슷한 루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그리고 있지만, 여기에 쿵푸라는
중국적인 요소를 배경으로 하면서 <매트릭스>와 상당히 밀접한 분위기로 이 루저가 그려지게 된 것이다.
주인공 '포'는 혈관에 육수가 흐르는 국수집 아들이지만, 쿵푸와 무적의 5인방, 그리고 그들에 대한 전설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팬이기도 하다. 외모로보나 실력으로 보나 포가 용문서의 전수자라고는 보기가 힘들지만,
대사부는 포를 지목하고, 여기서 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포 스스로도 자신이 용의 전사(?)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무적의 5인방은 물론, 그들의 스승인 시푸 역시 포를
운명의 정해준 전사라고는 믿지 않는다. 이 설정은 <매트릭스>의 the One의 개념과 거의 흡사하다.
네오도 처음에는 스스로도 믿지 못하고, 주변에서도 아무도 믿지 못하지만, 차차 주변에서도 믿게 되고,
최종적으로 스스로도 믿게 되면서 진정한 the One이 되는 이야기 구조는 <쿵푸 팬더>에서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 영화에서 '포'의 존재보다 개인적으로 더 인상깊게 보았던 것은 바로 '스승과 제자'의 개념이었다.
이는 쿵푸 영화에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으로, 어리석은 제자를 현명한 스승이 가르쳐 깨우침을 주는 과정을
주로 그리는데, 이런 과정을 미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세심하고
정확하게 묘사해 내고 있다(앞서도 언급했지만, 성룡과 이연걸을 데리고도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던
<포비든 킹덤>과 비교해본다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통 쿵푸 영화들에서 보면 처음에는 완전 몸치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다가, 차차 조금씩 눈을 떠가면서
나중에는 어느덧 고수가 되는 과정을 대사 없이 훈련장면과 배경음악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이후에 꼭 함께 하는 식사 시퀀스가 나오는 것도(예전 성룡 주연의 영화들을
보면, 훈련 장면 이후에는 식사장면이 나오는 영화가 아주 많다)그대로다.
또한 젓가락을 이용한 쿵푸 장면 역시 여러 홍콩 영화들을 떠올리게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성룡의 작품들도
많이 떠올랐었지만 특히 <호소자>에서 삼형제가 젓가락으로 파리를 잡는 내기를 하는 장면이 더 떠올랐다 ㅋ

결과적으로 이 스승과 제자의 개념, 즉 '마스터'의 개념의 도입으로 이 작품은 좀 더 쿵푸 영화에
가까워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매트릭스>만큼 떠올랐던 영화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스타워즈 에피소드 3>였다.
바로 악당인 타이렁에 관한 시퀀스에서 등장하는 시푸와 타이렁의 뒷 이야기는 흡사 오비완과 아나킨의
관계가 떠올랐다. 엄청난 재능과 실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오만함을 갖게 되는 것은 아나킨의 모습과도
흡사했고, 자신의 아들과도 같은 아나킨과 대적할 수 밖에는 없었던 오비완의 슬픔은, 시푸에게서 엿볼 수 있었다.

모습적으로는 시푸가 요다에 가까워보이지만, 설정 상은 대사부 우그웨이가 요다에 더 가깝다고 해야할 것 같다
(사실상 <스타워즈>를 염두에 둔 작품도 아닐테니 큰 의미는 없겠다만;;;). 장면적으로 타이렁이 오래전
용의 문서를 빼았기 위해 공격을 해왔을 때에 우그웨이가 갑자기 뛰어올라 타이렁을 제압하는 것을 보면,
흡사 <스타워즈 에피소드 2>에서 약간은 촐싹거리게 까지 보였던 요다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었다.



그래서 어쩌면 악당 역할인 타이렁의 캐릭터가 좀 더 인상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표면적으로는 '포'가 루저를 대변하는 캐릭터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악당이 된 타이렁이 더 루저가 아니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열심히 수련한 덕에 용의 문서를 전수받을 만한 고수가 되었지만,
실력이 아닌 운명에 의해 거절 당했던 타이렁이 삐뚫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전수자로 유력한 타이그리스 역시 이런 점에서 안쓰러운 캐릭터가 아닐 수 없겠다.



영화를 보면서 또 하나 놀랐던 것은 전제 관람가의 애니메이션 작품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훌륭한
액션 구성 때문이었다. 놀라운 수준의 CG로 표현된 화면을 배경으로(시작 장면에 국수집과 2층 포의 방의
그래픽은 거의 실사를 방불케 했다), 각종 무기와 권법에 따라 달라지는 액션 시퀀스는 단순히 볼거리에만
치중했다기 보다는 오마주와 더불어 치밀한 계산에 의해 연출된 액션 장면들이었다.
주성치가 이미 이소룡 영화와 더불어 선배들의 쿵푸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훌륭하게 보여주었듯이,
<쿵푸 팬더>는 주성치 영화의 재미와 오마주를 애니메이션으로 또 한번 업그레이드한 느낌이었다.



<쿵푸 팬더>를 이야기하면서 더빙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텐데, 확실히 잭 블랙이 연기한 포의 목소리
연기는 환상적이었다. 사실 목소리 연기보다도 더 놀라웠던 것은 포의 표정연기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표정 연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변화무쌍하고 환상적인 표정연기였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단순히 목소리 연기만을 염두해두고 잭 블랙을 캐스팅 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캐릭터를 만들고
이미지화 할때 잭 블랙의 연기와 이미지를 염두해 둔 것이라고 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단지 잭 블랙
뿐 아니라, 더스틴 호프만이나 안젤리나 졸리 같은 경우도 이와 비슷한 경우라 해야겠다.

사실 이들 외에도 크레인 역의 데이비드 크로스나 바이퍼 역할의 루시 리우, 몽키의 성룡, 맨티스의 세스 로건 등
화려한 배우들이 성우로 연기하고 있지만, 특히나 성룡이 경우 대사가 별로 없어서 성룡만의 느낌을 전달
받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교도 소장 같은 경우는 분량은 적었지만 그 특유의 목소리 때문에
마이클 클락 던컨 인줄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


최근 심심치 않게 헐리웃에서 홍콩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제대로된 영화가 하나 나온 듯 하다. 사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줄거리와 대사들이 힘을 얻게 된 것은
바로 쿵푸 영화의 팬들이라면 쉽게 지나치지 못할 여지를 남겨둔 연출력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1. <매트릭스>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장면적으로도 마지막에 포가 타이렁에게 맞아 둥그렇게 패인 땅 위에
   누워있고 그 옆에 타이렁이 서서 내려다보는 장면은, <레볼루션>의 마지막 장면에서 스미스가 역시
   둥그렇게 파인 구덩이 안에서 누워있는 네오를 바라보는 장면이 떠올랐다.

2. 다들 아시는 것처럼 엔딩 크래딧이 끝나고 추가 장면이 나온다(그런데 극장에서는 아무도 몰랐는지
   나 혼자봤다 --V)

3. 사실 추가장면 보다도 엔딩 크래딧과 함께 나오는 에필로그 장면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냥 나가는것 같아 내가 다 아쉽더라. 생각나는 몇가지만 언급해보자면,
   포는 무적의 5인방 피규어 외에 자신의 피규어도 추가하게 되었고, 타이렁 사건 이후 웃음을 잃었던
   시푸는 웃음을 되찾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것 외에도 영화 속 장면들이 아니라 말그대로 에필로그 장면이어서
   이것도 절대 놓치면 안될듯.

4. 아이맥스로 토요일날 또 보러 간다 --V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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