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Life, 2015)

아티스트가 되려 한 남자와 그렇지 않았던 한 남자



'컨트롤 (Control, 2007)'과 '모스트 원티드 맨 (A Most Wanted Man, 2014)' 등을 연출했던 안톤 코르빈이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제임스 딘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라이프 (Life, 2015)'. 제임스 딘이라는 배우의 아우라가 워낙 강한 이상을 주고 지금까지도 깊은 여운을 남긴 탓에 그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것 만으로도 '라이프'는 호기심을 갖게 하는 작품인데, 안톤 코르빈은 제임스 딘이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임스 딘을 아이콘을 만든 화보를 찍은 주인공이기도 한 사진 작가 데니스 스톡에 이야기에 주목했다. '라이프'는 플롯 상으로는 아티스트가 되고자 했던 사진 작가 데니스 스톡이 주인공에 가깝고, 오히려 제임스 딘은 데니스가 아티스트로 발돋움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구성되어 있다.



ⓒ (주)프레인글로벌. All rights reserved


'남들이 아티스트라고 불러줘야 진짜 아티스트지' 라는 극 중 대사처럼, 단순한 사진 기자 혹은 사진사가 아니라 작가로서 새로운 작품을 이루고자 하는 데니스 스톡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데니스는 우연한 기회에 제임스 딘이라는, 당시에는 아직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배우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서 남들이 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발견하고 포토 에세이를 촬영해 라이프지에 싣고자 한다. 이 과정 속에서 데니스가 지미(제임스 딘)에게 느끼게 되는 것은 아티스트로서 존재감 혹은 질투다. 그의 시선에 포착된 지미는 스스로 아티스트가 되고자 하기는 커녕 오히려 이 헐리우드 비지니스에 염증을 느껴 일탈과 자유를 꿈꾸지만, 그가 동경하는 진정한 아티스트의 면모를 이미 갖추고 있기에 스스로를 자극하는 존재가 된다. 그렇다고 '라이프' 속 지미와 데니스의 관계를 보편적인 모짜르트와 살리에르의 관계로 묘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안톤 코르빈은 이 둘의 관계를 서로 자극 받는 적극적인 관계라기 보다는, 잠시 인연을 맺고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 건조한 분위기로 그린다. 지미와 데니스는 제법 많은 대화와 시간들을 함께 하지만 건조하다는 표현처럼, 서로 평행으로 달려가는 서로를 반대편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 (주)프레인글로벌. All rights reserved


'라이프'는 제임스 딘을 전면에 내세우고 사실은 사진 작가 데니스 스톡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아마 안톤 코르빈이 더 매력을 느낀 인물은 역시 제임스 딘이었을 것이다. 제임스 딘이라는 배우가 기존에 갖고 있는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태생적으로 우울함을 다루는 것에 민감한 촉각을 갖고 있는 안톤 코르빈은 데니스를 중심에 두면서도 제임스 딘이라는 캐릭터를 효과적이고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를 보면 마치 감독이 '사실 내가 더 끌리는 인물은 지미야. 그가 갖고 있던 우울한 정서는 결국 해결되지 않았잖아?'라고 말하는 듯 했다. 영화가 끝나고 지문을 통해 제임스 딘이 어떻게 죽음을 맞게 되었고, 데니스도 그 이후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간단히 소개가 되지만, 안톤 코르빈이 그려 낸 제임스 딘은 교통 사고로 불운한 죽음을 맞지 않았더라도 과연 그가 이 비지니스를 오래 견딜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 (주)프레인글로벌. All rights reserved


완전한 제임스 딘의 영화인 줄로만 알았던 영화가 비중을 데니스와 반으로 나눠 갖거나 어쩌면 오히려 플롯의 중심에 있지 않았음에도 이 영화를 제임스 딘의 영화로 기억하게 될 것만 같은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데니스 스톡의 사진 속에 담긴 제임스 딘의 진짜 모습을 담고자 했던 영화는, 아마도 안톤 코르빈의 바람처럼 영화가 끝나고 나면 제임스 딘이라는 배우를 더 안타깝게 그리워하도록 만든다.



1. 이미 너무 유명해진 제임스 딘의 그 사진들이 만들어 지는 순간들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데, 그 순간을 묘사하는 방식이 더 흥미로웠어요. 영화는 이 유명한 장면들을 아주 자연스러운 순간 속에 스쳐지나가도록 하는데, 특히 타임스퀘어 앞에서의 그 유명한 사진의 경우 배경이 되는 타임스퀘어를 한참이나 보여주지 않고 그 곳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시선으로만 묘사하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2. '라이프'를 보고 나면 바로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가 몇 편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컨트롤'이 몹시 보고 싶어졌고, 그 다음으로는 역시 '이유없는 반항'이 되겠네요.


3. 데인 드한은 자신 만의 제임스 딘을 연기하는 쪽 보다는 실제 제임스 딘을 재현하는 것에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요. 모습은 물론 말투에서도. 데인 드한에게도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주)프레인글로벌 에 있습니다.




아메리칸 (The American, 2010)
너무 정적이기만한 킬러의 일상


조지 클루니 주연의 신작 '아메리칸 (The American)'은 조지 클루니의 매력보다도 연출을 맡은 안톤 코르빈 때문에 더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데뷔작 '컨트롤 (Control, 2007)'의 인상이 너무나도 깊었기 때문이었는데, U2, 너바나 등의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유명했던 그의 영화 데뷔작은 솔직히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가 오래전 부터 '조이 디비전 (Joy Division)'의 팬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컨트롤'은 완벽한 이언 커티스의 관한 영화인 동시에 완전히 객관적인 다른 이야기이기도 한 멋진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시작 '아메리칸'은 개인적으로 더 큰 기대를 갖을 수 밖에는 없었다 (절대 조지 클루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Focus Features. All rights reserved

킬러의 이야기를 다루었다하여 스펙터클한 액션 영화를 기대했던 것은 애초에 아니었음에도, '아메리칸'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주인공 '잭' (조지 클루니)은 킬러다. 잭은 스웨덴에서 임무를 마치고나서 신분이 밝혀져 잠시 이탈리아에서 위장신분으로 숨어지내게 된다. 영화는 바로 이 이탈리아에서 벌어지는 과정을 담담히 다룬다. '아메리칸'은 분명히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한 작품이다. 그 과정을 그리는 것에 있어서 킬러라는 직업을 갖은 한 남자의 일상을 아주 천천히 다룬다. 그러니까 표적이 되는 인물을 제거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다이나믹하게 그리지도, 속도감이나 치밀함이 느껴지도록 그리기 보다는 '일상'으로 느껴지도록 묘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런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킬러가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함을 직간접적으로 묘사한다. '친구를 절대 만들면 안돼'라는 얘기를 듣지만, 누군가가 필요한 잭. 영화는 이런 잭을 더 고독하도록 묘사하기 위해 영화의 제목인 '아메리칸'임을 여러번 강조한다. 이탈리아라는 곳에서는 이방인인 '아메리칸'. 하지만 영화가 말하려는 정서와 제목의 연관성은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Focus Features. All rights reserved

'아메리칸'은 고독에 관한 텍스트인 동시에 '불안'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다. 주인공 잭을 연기한 조지 클루니의 동작 하나하나에는 불안이 서려있다. 이건 분명 긴장보다는 불안에 가깝다. 조지 클루니의 연기와 맞물려 이탈리아의 아름답지만 외롭고 정적인 풍경은 안톤 코르빈과 '컨트롤'을 함께 했던 마틴 루이 촬영 감독에 의해 스크린에 고독함을 가득 담아낸다. '아메리칸'은 굉장히 클래식한 방식으로 심리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그 안에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부분은 확실히 조금 부족한 편이다. 뭐랄까 감독이 말하려는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너무 많은 감정적인 흐름을 제거한 느낌이다. 전작 '컨트롤'의 경우도 상당히 건조하고 우울하지만 (참고로 '컨트롤'은 내게 있어 그해 베스트 작품인 동시에 그해 가장 우울했던 작품이었다), 여기에는 감정의 울림이 있었다. 하지만 '아메리칸'에는 이미지만 남을 뿐 감정적 공감대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진다. 


 Focus Features. All rights reserved


1. 의외로 19금 장면이 나와 깜짝 놀랐습니다. 

2. 올해로 50인 조지 클루니는 아직도 한창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Focus Features 에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