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앨리스 (Still Alice, 2014)

내가 되어 돌아보다



줄리앤 무어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 앨리스를 연기하고, 워시 웨스트모어랜드와 리처드 글랫저 부부가 연출한 '스틸 앨리스 (Still Alice, 2014)'는, 이전에 알츠하이머병이나 혹은 시한부 인생을 다룬 영화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들과 전혀 다를 바 없이, 아니 오히려 남들 부럽지 않은 괜찮은 삶을 살던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병에 걸리게 되면서 겪는 본인과 그 주변(가족)의 이야기는, '스틸 앨리스'도 이전에 보아왔던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과정은 결코 유쾌하지 않고,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에 대한 질문 만이 남게 된다. 줄리앤 무어의 엄청난 팬이기는 하지만, 이 같은 이유에서 '스틸 앨리스'는 딱 예상되고 기대되는 포인트가 분명한 영화였다. 분명 눈물을 흘릴 것이고, 줄리앤 무어는 역시나 완벽한 연기를 펼칠 것이라는 건 예상이라기 보단 확실한 기대였다. 결론은 같았으나 '스틸 앨리스'가 그 결론에 이르게 하는 방식은 기존 유사한 주제를 다룬 영화들과는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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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려 고통스러워 하는 주인공을 다룬 영화들은 대부분, 그 당사자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고자 하는 방식이거나 혹은 그 주변 사람들의 안쓰럽고 미안한 심정이 짙게 깔린 경우가 많은데, '스틸 앨리스'는 그것 모두와 조금은 달랐다. 뭐랄까. 얼핏보면 당사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쓰려고 한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좀 더 들어가 보면 당사자의 입장에 서되, 마치 앨리스 본인이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한 느낌은 이 이야기를 그리는 과정에서의 미묘한 순간들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앨리스를 묘사함에 있어서 영화는 앨리스가 견디기 힘든 절정의 순간에 도달 했음에도 그 감정을 극적으로만 묘사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마치 '그 땐 내가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가족들은 얼마나 더 힘들었겠어.. 이렇게 행동했으면 더 좋았을걸..'하는 심정에서 나온 표현들이 여럿 있었다는 얘기다. 이걸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는 참으로 어려운데, 줄리앤 무어가 연기한 앨리스의 눈빛과 표정들을 보고 있노라면, 끊임없이 절제하고 인내하려는 것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단순히 자신으로 인해 힘들어 할 가족들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무언가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이랬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후회와 생각하는 마음이 드는, 정말 미묘한 순간과 연출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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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연기와 연출이 정말로 놀라운 건, 당사자가 되어 보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는 지점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꼭 알츠하이머가 아니여도 남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아픔이 있거나 혹은 사실상 치료 불가 한 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주변에게 느끼게 되는 서운함은, 그 당사자가 되어 보지 않고 서는 결코 가늠하기 어려운 감정인데, 놀랍게도 '스틸 앨리스'는 바로 그 지점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어 그 장면에서 특히 감정을 추스리기가 어려웠다. 앨리스의 이야기가 주는 위로는 어쩌면 현재 병과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있어 더 큰 위로일 것이다. 그저 영화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병을 이겨내는 이야기 보다는 오히려 나와 같은 외로운 싸움을 하는 이들이 또 있구나 하는 것이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작은 위로다. '스틸 앨리스'가 대단한 건 영화 스스로도 이것이 작은 위로가 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강요하거나 극적으로 묘사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되어 나의 이야기를 한 번 돌아볼 뿐이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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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를 보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영화를 공동 연출한 리차드 글렛저가 올해 초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났더군요. 투병 중에 이 작품을 연출한 것으로 나오는데, 제가 본문에 썼던 그 놀라운 연출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2. 줄리앤 무어는 물론, 알렉 볼드윈과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비롯한 가족들의 연기가 참 좋았습니다.


3. 플레인 (http://plainarchive.com/)에서 블루레이도 국내 출시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도 잘 담아 주시길 기대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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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위드 러브 (To Rome With Love, 2012)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하는 곳, 로마



'미드나잇 인 파리'에 이은 우디 앨런의 또 다른 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로마 위드 러브 (To Rome With Love, 2012)'를 보았다. 사실 2010년에 발표한 '환상의 그대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2010)'부터 이 작품에 이르기까지 세 작품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여러 명의 인물들이 한 곳을 배경으로 다른 듯 같은 이야기를 하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 작품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런 형식의 영화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것은 역시 '미드나잇 인 파리'인 것 같다. '로마 위드 러브'는 각기 다른 인물 (혹은 커플)들의 이야기를 로마라는 매력적인 도시를 배경으로 들려주는데, 조금은 완전히 동화 되지 못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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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로마 위드 러브'를 보러 갈 땐 편한 마음으로 우디 앨런이 들려주는 농담과 삶에 대한 경험 들을 듣고자 했었는데,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마냥 편안하게 즐기기만 하는 영화는 아니었다. 일단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역시 우디 앨런이 오랜 만에 자신의 영화에 직접 출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의 수준급 메소드 연기를 보는 것도 충분히 즐겁지만, 그가 직접 출연한다는 사실은 그 이상의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있어 더 흥미로웠다. 극 중 우디 앨런은 보수적이고 고집 센 할아버지로 등장하는데, 그가 이 캐릭터를 통해 내 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그가 이 작품의 감독이다 보니 흥미로울 수 밖에는 없었다. 마치 홍상수 영화 속 감독 캐릭터를 그냥 영화 속 캐릭터라고 보기 힘든 것과 같은 경우였는데, 워낙 이런 면에 솔직하고 거침없는 우디 앨런이다보니 한 마디 한 마디가 관객에게 콕콕 꽂히는 느낌이었다. 홍상수의 경우도 그렇지만, 우디 앨런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세간의 평가나 이야기들에 대해 억울함보다는 초연 한 자세로 '난 상관없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꺼야'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래서 그의 팬들은 아마도 그와 그의 작품을 더 좋아하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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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도 그랬고 좀 더 앞선 작품을 들자면 '스쿠프 (Scoop, 2006)'에서도 그랬었는데, 우디 앨런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배경과 이야기 속에서 자신 만의 판타지를 표현하곤 했었다. 장르 적인 판타지를 말하는 것인데, 사후 세계가 등장 한다 거나 유령과도 같은 인물이 섞여 있거나 하는 등이 그것이다. '로마 위드 러브'에서도 알렉 볼드윈이 맡은 역할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을텐데, 그가 유령인지 아닌지 가 하나도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라는 점이 우디 앨런 영화 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렇게 나 불쑥 끼어들고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그 나름의 재미를 주며, 자신의 이야기가 없이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들의 표현도 거추장스럽지 않다. 뭐랄까, 우디 앨런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영화 속에 또 다른 화자 혹은 장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지점이 최근 우디 앨런 영화에서 묘한 매력을 주는 지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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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이 끊임 없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테마 중 하나가 바로 남녀 간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 노장은 아직도 신선한 감각으로 젊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또 다른 남녀 간의 미묘함을 이야기한다. 또한 이번 작품은 좀 더 풍자적인 성격이 짙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도시로 온 두 남녀가 겪게 되는 의외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들이 평소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욕망에 대해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으며, 제시 아이젠버그와 엘렌 페이지가 연기한 커플의 이야기도 자신의 자존심 혹은 자존감에 근거한 이들의 미묘한 감정 교류를 보여준다. 그리고 로베르토 베니니가 연기한 캐릭터의 에피소드는 어쩌면 이 쇼 비지니스의 세계를 살고 있는 모든 배우들을 향한 우디 앨런의 메시지 같아 보이기도 한다. '로마 위드 러브'의 아쉬운 점이라면 이렇듯 여러가지 이야기가 좀 뒤섞여 있다는 점이었는데, 하나의 이야기와 흐름에 완벽히 녹아든 '미드나잇 파리'나 '환상의 그대'에 비하자면 조금은 에피소드 별 주제가 달라 하나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차라리 완전히 에피소드 화 화여 나누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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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은 러닝 타임 내내 각각의 이야기를 쏟아내고는 마지막에 가서, 이건 그냥 수 많은 이야기 중 하나 일 뿐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 드릴 께요 라고 마무리한다. 사실 '로마 위드 러브'는 정작 로마에 가고 싶어지는 생각은 덜 드는 작품이었는데, 이 마지막을 보니 한 번 쯤 가보고 싶어졌다. 로마의 무엇이 그리도 우디 앨런에게 수많은 이야기 거리를 샘솟게 했는지 궁금해져서 말이다.



1. 이 영화를 통해 다시 보게 된 배우는 알렉 볼드윈이었어요. 최근 좀 우스운 역할로 자주 출연 해서인지 예전 꽃미남 시절의 알렉 볼드윈을 떠올리게 할 만한 매력은 엿볼 수 없었는데, 이 작품에서 그는 진짜 배우의 매력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더군요. 이 다음에는 코엔 형제의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었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웨스 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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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좋아하는 배우들이 잔뜩 나오는 것 만으로도 황홀한 작품이죠. 엘렌 페이지, 페넬로페 크루즈, 앨리슨 필, 로베르토 베니니, 제시 아이젠버그 등. 특히 페넬로페의 출연은 그냥 관객에 대한 일종의 선물 같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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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오브 에이지 (Rock of Ages, 2012)

아쉬움이 넘치는 80년대 락넘버들의 향연



내 영화 글을 계속 보신 분들은 간혹 아실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유달리 더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가 바로 '뮤지컬'이다. 일반적으로 관객들이 오글거려 못 보겠다는 부분들을 완전 빠져서 즐길 만큼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특별히 좋아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80년대 록큰롤을 배경으로 무엇보다 톰 크루즈까지 출연하는 이 영화 '락 오브 에이지 (Rock of Ages, 2012)'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올해 가장 기대한 작품들 중 하나일 수 밖에는 없었다. 여기에 연기파 폴 지아마티와 이미 '시카고'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 검증따위를 우습게 넘겨버린 캐서린 제타 존스와 최근에는 미드에서 더 자주 만나고 있는 알렉 볼드윈까지 출연한다니 단순히 노래하고 춤추는 재미 말고도 영화적 완성도를 자연스레 기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뮤지컬이라 하기엔 어려울 정도로 여러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보는 내내 '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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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을 쓰고도 싶지만) '락 오브 에이지'는 이야기랄 것 자체가 사실 심오하거나 복잡한 것은 아닌데, 이 이야기를 뮤지컬 형태로 풀어내는 데에 있어 매끄럽지 못한 결과물이었다. 다시 말해 이야기가 단순한게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 영화를 오해할 때 흔히 하는 얘기가 '갑자기, 뻘쭘하게 혹은 어색하게 노래를 한다'라는 점인데, 적어도 뮤지컬 영화 팬의 입장에서 잘 만든 뮤지컬 영화들에서는 이런 점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즉, 노래와 노래 사이에 드라마가 제대로 깔려 있기 때문에 노래하는 것 자체가 극의 전개와 인물들의 감정선의 자연스러운 연결이라 전혀 어색하지 않고 단지 노래의 형태를 빌린 효과적인 표현이 되기 때문인데, '락 오브 에이지'는 바로 이 부분을 가장 간과하고 있다 하겠다. 사실상 노래를 제외한 나머지 드라마를 거의 신경쓰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너무 무신경하게 넘겨버리고 있는데, 여기에다가 기존 뮤지컬 영화에 비해 더 많은 노래의 비중 때문에 정말 극을 끊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극의 전개가 사실상 미비했기 때문에) 유명한 록넘버를 듣는 다는 느낌 밖에는 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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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너무 80년대 유명했던 록큰롤 곡들만 믿고 영화 자체를 쉽게 생각해 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매력적인 소재를 가지고 제대로 된 뮤지컬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면, 이 재료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요리할까에 가장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락 오브 에이지'는 그냥 익스트림의 곡을 이쯤에 넣을까? 본 조비 노래도 넣고, 'I Love Rock'n'Roll '이 이 쯤에서는 나와줘야겠다! 라는 생각만 앞선 듯 했다. 창작곡이 아닌 이미 잘 알려진 곡들을 뮤지컬로 만들어내는 작품의 경우는 오히려 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곡들을 영화적으로 스토리에 어떻게 녹일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데, 이 영화는 여기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나머지 그냥 당시 밴드의 실황 공연을 보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영화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영화가 오로지 노래에만 집중되어 있다보니 캐릭터가 살아날 여지가 없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젊은 두 남녀 주인공은 이 작품과 전혀 녹아들지 못한 듯 보였다. 일단 여기서 감정이입이 안된 것이 첫 번째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두 번째 만남만에 별다른 계기도 없이 흠뻑 사랑에 빠져버리는 두 남녀의 만남과 이별의 이야기에 공감할 여지가 어디있겠나. 두 남녀 주인공이 노래를 함께 부르는 장면은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 주연의 '그리스'를 상당부분 연상케 했는데 정말 '그리스'를 다시 보고 싶은 것 말고는 별로 느껴지는 점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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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야기를 잘 만들었다면 후반부에 등장한 메리 제이 블라이드가 연기한 캐릭터도 이렇게 병풍처럼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담 쉥크만 감독은 여기 등장한 각각의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모두 충분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마지막에 그들에게 한 소절씩 나눠주는 감동적인 마무리를 준비했다. 이 장면이 정말 감동적이려면 각각의 캐릭터가 본인의 소절을 부를 때 절로 흐뭇한 미소와 함께 그 캐릭터의 활약상이 자동적으로 떠올라야 정산인데, 이 영화의 경우는 '어? 메리 제이에게 왜 저 정도 비중을 줬지? 가창력이 출중한 가수이니 사운드트랙 측면을 고려한 건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아쉬운 점만 주욱 늘어놓았는데 기본적으로 '아쉽다'라고 생각한 이유는 서두에 얘기한 것처럼 매력적인 설정과 장르 그리고 배우들 때문이었는데, 어쨋든 80년대를 주름잡던 록큰롤의 향수를 느낄 만한 (개인적으로 정확히 그 세대는 아니지만) 곡들을 극장에서 쉬지 않고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었다. 무엇보다 스테이시 잭스를 연기한 톰 크루즈는 이 영화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영화가 전반적으로 아쉽다보니 이런 독립성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차라리 매력이 부족한 두 남녀주인공의 이야기보다는 스테이시 잭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져갔다면 훨씬 더 록큰롤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다이내믹한 뮤지컬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도 싶다. 어쨋든 유머와 진지함을 오가며 스테이스 잭스를 연기한 톰 크루즈를 본 것만으로도 팬으로서는 만족스러웠다. 아, 그리고 톰 크루즈 외에는 사실상 홀로 고군분투 하다시피한 캐서린 제타 존스도 인상적이었다. '락 오브 에이지'에서 유일하게 뮤지컬 영화다운 부분은 오로지 그녀가 등장한 장면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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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톰 크루즈가 연기한 스테이시 잭스의 코스츔이나 톰의 몸을 보니 자연스럽게 HBK 숀 마이클스가 떠오르더군요. 특히 바지가 거의 비슷해서 ㅋ


2. 남자 주인공이 록 밴드의 보컬로 설 때보다 차라리 보이 댄스 그룹으로 섰을 때 더 어울리더군요. 이 그룹은 완전히 뉴 키즈 온 더 블록을 염두한 것 같아요. 멤버들의 이름까지도요 ㅎ


3. 사실 이 영화에 제작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난 이름은 카메론 크로우였는데, 최소한 그가 연출했다면 더 록큰롤스럽고 디테일한 깊이는 만나볼 수 있었을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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