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 : 더 세븐 (Fast & Furious 7. 2015)

형제들이 폴을 추모하는 방법



사실 이제와 고백하자면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내게 있어 처음부터 그렇게 특별했던 시리즈는 아니었다. 자동차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꼭 봐야 할 만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고, 1,2편에서 주로 보여주었던 액션 역시 다음 편을 꼭 봐야지 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시리즈가 꼭 봐야 할 영화가 되었던 이유는 지금 와 생각해 보면 폴 워커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대중들에게는 이 시리즈를 통해 각인이 된 배우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폴 워커라는 배우를 좋아하게 된 건 '러닝 스케어드'를 비롯해 대중적으로는 그리 성공하지 못한 작품들 때문이었다. 폴 워커라는 배우에 매력에 빠지게 된 뒤, 자연스럽게 더 관심을 갖게 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아이러니하게도 폴 워커 때문에 전혀 다른 영화, 아니 시리즈가 되어버렸다. 너무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나 버린 폴을 추억하려 하지 않고, 그저 신나게 러닝 타임을 즐기고자 극장을 찾았던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은,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쏟게 만들어 버린,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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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화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시리즈를 거듭하며 더 강력한 적들과 자동차 액션 외에 몸으로 하는 육탄전의 비중이 커지게 된 일곱 번째 작품 답게, 전편의 루크 에반스를 훨씬 능가하는 진짜 형님 제이슨 스테덤의 등장으로 기선 제압에 성공한다. 제이슨 스테덤의 캐릭터는 사실 어느 영화에 나오든지 비슷한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긴 하고 이번 영화에서 역시 그렇지만, 싱크로율이 나쁘지 않다고 해야할까? 빈 디젤, 드웨인 존슨과 1:1로 맞붙어도 중압감을 줄 수 있는 흔치 않은 배우로서 극의 대결 구도를 긴장감 있게 전달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제이슨 스테덤이 등장하면서 시리즈에 더해지게 된 것은 앞서 언급한 격투 액션 측면일 텐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를 비롯해 무려 '옹박'의 토니 쟈까지 출연하면서 (여기에 UFC 챔피언 론다 로우지의 특별 출연까지) 오랜만에 육중한 볼거리의 액션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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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향은 전편 드웨인 존슨이 등장하면서 부터 좀 더 가속화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본 시리즈의 영향력 하에 있는 전문 격투 액션이 너무 보편화 되면서 오히려 이렇게 큰 근육과 몸을 더 쓰는, 무게 있는 액션을 보기가 귀해짐에 따라 '분노의 질주' 시리즈 역시 자동차 액션 외에 또 다른 볼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아날로그 액션에 대해 좀 더 이어가자면, 드웨인 존슨이나 빈 디젤 정도의 근육 (혹은 덩치)이 발달해야만 성립이 가능한 도구나 액션 시퀀스는 보는 것 만으로도 쾌감을 선사했는데, 약간은 억지스럽고 '저게 가능해?' 싶은 설정이 분명 있지만 그냥 '가능해'라는 식으로 밀어 붙이는 뚝심도 무식해 보이기보단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소소한 재미이기는 하지만 론다 로우지와 미셸 로드리게즈의 격투 장면은 론다 로우지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챔피언이라는 걸 잘 알기에 오랜만에 로드리게즈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으며, '더 락' 드웨인 존슨이 락 바텀을 시전 할 땐 남모를 쾌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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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액션 영화로서 '분노의 질주' 만큼 창의력 돋보이는 영화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번 편의 자동차 액션은 그 '창의력' 면에서 아주 새롭지는 않았다. 일례로 비행기에서 자동차를 자유 낙하 시키는 것은 영화가 아니라 '탑기어 코리아'에서도 시도했던 장면이어서인지, 영화가 주려고 하는 만큼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 낭떨어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시퀀스도 새롭다기 보다는 조금은 진부한 감이 없지 않았다 (이 시퀀스는 '미션 임파서블 2'의 첫 시퀀스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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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리고 폴 워커. 개인적으론 서두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처음부터 그의 얼굴을 어찌볼까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본 것이 아니라, 완전히 러닝 타임을 즐기고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하는 것에 성공했던 터라, 다른 개인적 감정 없이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영화가 계속 폴 워커에 대해 특별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쭉 봐온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이 작품은 액션 영화를 표방하는 가운데 우정과 가족에 대한 메시지를 아주 강하게 지속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영화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7편의 내러티브도 평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일 수 있겠으나, 폴 워커라는 특별한 한 사람 때문에 이 평범할 수 있는 (혹은 신파처럼 느껴질 수 있는) 뻔한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그대로 꽂힐 수 밖에는 없었다. '더 이상 장례식을 치루고 싶다 않다'라던지, 그를 바라보는 진짜 친구 빈 디젤의 표정 하나 하나에서 영화와 현실이 혼동되는 경험을 여러 차례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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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영화는 결국 마지막에가서 스스로 현실과의 경계선을 넘어버리는 것을 택한다. 바로 폴 워커를 위해서. 이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인 해변 장면은 아마 올해 가장 슬프고 인상적인 장면이 될 것이다.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뛰어오는 폴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표정은 이미 스크린을 벗어난 감정이었다. 특히 여기서 울음을 억지로 참아내는 미셸 로드리게즈의 표정은 연기가 아니었음을 장담할 수 있다. 작별 인사를 하지 않으려는 친구들. 영원히 함께 있다는 것을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 친구, 아니 형제들의 이야기는 정말.


15년 가까운 시간을 한 영화에서 함께한 동료이자 친구이자 형제를 보내는 그들의 방식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고, 옳았다. 아... 폴 워커가 오늘도 그립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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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Universal Pictures 있습니다.


 




트랜스포머 3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2011)

마이클 베이의 너무 과했던 욕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화제작 '트랜스포머 3'를 보았다. 개인적으로 관람 전 이미 수많은 악평들을 접하고 나서 보게 되는 경우는 그 의견에 물들어 같이 다운되기 보다는, 오히려 반대심리가 작용해서 '난 재미있을 것 같은데?'라는 식으로 보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데, 그래서 실망도 덜 하게 되고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보게 되는 편이다. '트랜스포터 3'의 기대치는 다른 이들의 평을 듣기 전에도 그리 높은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극장에서 볼거리를 가득 2시간 넘게 체험하면 그걸로 족하다' 라는 기대 정도, '트랜스포머에게 뭘 더 바래'라는 식의 태도였는데,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정도에 머물렀으면 그럭저럭 괜찮았을 작품이었지만, 마이클 베이는 이 작품에 과한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뭘 더 바래' 수준에서 딱 만족할 만한 볼거리와 이야기를 담아냈다면, 좀 더 심플하고 딱 좋은 수준의 영화가 되었을텐데, 마이클 베이는 본인이 잘하던 장점마저 퇴색시켜버렸을 정도로 이 세 번재 시리즈 작품에 많은 것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 시도 혹은 끼워넣기가 차라리 보여주기 측면이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스토리에 관련된 것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함정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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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트랜스포머' 시리즈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역시 황홀경에 가까웠던 변신의 순간과 블록버스터에만 느낄 수 있는 스케일, 그리고 영화라는 장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실감 있는 로봇 액션 정도를 들 수 있을텐데, 1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관객에게 이런 경험이 일종의 비주얼 쇼크로 다가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충격은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약해지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트랜스포머'같은 시리즈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건 액션의 규모와 세기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정교함 정도를 더할 수 있을 텐데, 기본적으로 이 보완책이 피부로 느껴질 만큼 업그레이드를 보여주지 못하기도 했지만 더 큰 문제는 마이클 베이가 선택한 보완책이 이것 뿐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트랜스포머 3'를 보며 느꼈던 점 중에 가장 큰 부분 중 하나는 마이클 베이가 샤이아 라포프를 데리고 '스파이더 맨'을 찍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단순히 로봇으로 표현되는 외계 생명체들이 지구에서 벌이는 SF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닌, 소년과 청년으로서 주인공 샘이 겪는 성장통, 사회의 일원으로서 겪게 되는 어려움, 여자친구 및 부모님과의 관계 등에 대한 현실적인 갈등마저 품고 있는 이야기를 그리려고 했던 것만 같은데, 앞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트랜스포머'라는 시리즈에 (결과적으로) 이런 부분들은 너무 과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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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간 폭스가 떠나고 로지 헌팅턴-휘틀리가 합류한 여자 친구 역할은 결과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그냥 둘 사이를 가볍게 그렸다면 (정확히 말하자면 '그리려고 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마이클 베이가 연출한 것을 보면 다른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주인공들이 초반에 겪었던 갈등 요소가 외적인 사건 (이 작품에서는 센티널 프라임을 둘러싼 사건들)을 함께 겪으며 눈녹듯이 녹아 다시 화해하게 된다는 것으로 그리려고 했던 것 같지만, 결과는 보시다시피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엇, 쟤들 왜 저러지?' 싶은 괴리감만 준다. 또한 패트릭 댐시가 연기한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언가 오토봇 VS 디셉티콘의 대립구도 외에 다른 가지의 이야기를 노렸던 것 같은데, 이 부분 역시 제대로 살지 못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이 글 초반에 있는 것처럼 또 다시 '트랜스포머에 뭘 더 바래'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런 새로운 인물과 관계 그리고 이야기를 추가시켰다면 위에서 언급한 부분들은 어느 정도 반드시 소화되어야만 의미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라, 더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필수여야할 부분이었기에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참고로 예전 마이클 베이의 영화들 가운데 '아마겟돈'만 봐도, 어떻게 아버지를 잃은 딸이 바로 무사히 돌아온 남자친구에게 그렇게 반갑게 안길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브루스 윌리스가 자신의 딸과 딸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자 할 때 감정적으로 울컥하는 부분은 분명 존재했었던 것과 비교하자면, '트랜스포머 3'의 내러티브는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해도 너무 배제한 느낌이다. 더 문제인 건 관객은 대부분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느끼는데, 영화 속 캐릭터와 (그 웅장하고 과도한) 음악은 그 어떤 감정적인 영화들 못지 않게 그야말로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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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마이클 베이가 잘 못 건드린 부분 중 하나는 정치적인 이슈였는데, '트랜스포머 3'가 정치적인 것에 관심이 없다는 거야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렇다면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발을 뺏어야 했는데 이 작품에는 충분히 오해를 사고도 남을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오토봇과 미군이 아랍국가에서 태연하게 작전을 진행하는 장면이 그것인데, 사실 보는 중간에도 '엇, 이거 뭐지?' 싶을 정도로 쉽게 말해 '개념이 없는' 장면이 아닐 수 없겠다. 영화에서 사건 전후로 어떤 설명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이 장면에 대해서는 정말 순수할 정도로 그냥 넘어갔구나 싶은데, 지금이 냉전시대도 아니고 아무런 이유없이 (버젓이 아랍국가 차량임을 클로즈업 하는 방식까지 취하면서) 이들을 습격하는 오토봇과 미군들의 모습에서는 마이클 베이가 도대체 어떤 정치관을 갖고 있는지, 아니 정치관은 없는 것 같은데 (이것은 비난이 아님) 너무 무지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시 정리하자면 한 사회의 청년으로서 샘이 겪는 일들을, 여자친구, 부모님 과의 갈등 등에 대한 내용은 냉정하게 말해 전혀 없어도 '트랜스포머'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부분이었으며 넣고자 했더라도 최대한 비중을 줄였어야 했는데, 마이클 베이는 이 부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점과 무지에 가까운 정치관은 '트랜스포머 3'에게는 필요없는 과한 욕심이자 가장 큰 패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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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편부터 계속 말이 안되는 장면이나 스토리상 너무 간과하는 부분들이 많지만 그런 것들은 다 '트랜스포머에게 뭘 더 바래'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옵티머스 프라임이 줄에 걸려서 한동안 활약 못하는 거나 갑자기 오토봇들이 전후사정없이 포로로 잡혀있는 거나, 주요 캐릭터가 사라질 때 관객에게 슬퍼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것이나, 도대체 왜 넣었는지 모르겠는 존 말코비치의 분량 등은 이 선에서 이해한다 (해본다)). '트랜스포머 3'는 과욕이 부른 아쉬운 작품이었다. 차라리 '이거 너무 단순하지 않나?' 싶을 정도의 의문점이 있었더라도 아마 그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갖을 필요없는 갈등 요소를 스스로 너무 많이 가져다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무리 해버린 좋지 않은 전개였다.


써놓고 보니 극장을 나올 때보다 훨씬 더 격해진 느낌이 있는데, 사실 훨씬 더 너그러운 자세로 관람한다면 제법 볼만했다 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아, 2시간 반은 너무 길었다. 쳐내야만 했던 부분들을 다 쳐내고 2시간 안으로 정리했다면 훨씬 좋은 오락영화가 되었을텐데 아쉽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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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토퍼블 (unstoppable, 2010)
속도와 긴장감, 그것만 있으면 돼


'맨 온 파이어 (2004)' '데자뷰 (2006)' '펠헴 123 (2009)'까지 여러작품을 함께 한 토니 스콧과 덴젤 워싱턴 콤비에 '스타트렉'으로 주목을 받게 된 크리스 파인이 함께한 '언스토퍼블'은 마치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을 맡았던 1994년 작 '스피드'를 떠올리게 한다. 멈추지 않는 기관차와 이를 인명피해 없이 멈춰야만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스피드'를 통해 이미 재미를 즐겼던 바이지만, 토니 스콧의 '언스토퍼블'은 오히려 이것보다도 더 심플하고 잔가지의 이야기들은 거의 다 쳐낸 깔끔한 작품이다. 만약 형인 리들리 스콧이 이 작품을 연출하려고 했었다면, 토니 스콧의 버전에는 배경으로만 등장하는 회사와 노조의 이야기와 구조조정 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크리스 파인이 연기한 '윌 콜슨'의 배경 이야기에 더 비중을 두어 두 가지 줄기의 큰 이야기가 동시에 충돌하는 작품으로 탄생했을런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토니 스콧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좀 더 심플한 쪽을 택했고 그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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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스콧과 덴젤 워싱턴, 그리고 열차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작품은 그의 전작인 '펠헴 123'이었다.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지점이 겹치는 '펠헴 123'과 이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언스토퍼블'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한 심플함을 들 수 있겠다. 확실히 '펠헴 123'은 심플함을 기본으로는 하고 있지만 그 외에 잔가지에도 의욕을 가지고 표현하려 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결과 두 가지 모두 힘을 잃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었는데, 아마도 이런 전작의 교훈이 반영된 영화가 바로 '언스토퍼블'이 아닐까 싶다.

영화는 시작하고나서 5분만에 대강의 줄거리를 예상할 수 있고, 예상대로 끝이 난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장점은 전혀 이야기에서 오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뻔한 이야기가 (어떻게 끝이 날 줄도 뻔히 알면서도) 제법 긴장감 있게 다가오는 것이야말로 바로 토니 스콧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심지어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영화 속에서 겪게 되는 주인공들의 몇 번의 위기에도, 주인공들이 여기서 실패하겠구나 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묘한 경험인데, 100% 성공을 확신하면서도 그 과정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연출의 재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가 이런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사용한 가장 큰 장치는 바로 미디어다. 우리가 TV를 통해 자주 접했던 사건 사고의 뉴스 속보 형식을 영화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관객들이 이 이야기에 좀 더 현실감을 느낄 수 있도록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여기서 오는 재미는 영화에서 느끼는 재미보다는 마치 불구경과도 같은, 그러니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뉴스에서 더 큰 충격과 흥미를 갖게 되는 부분을 자극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아, 이 영화가 실제 사건에 근거하여 만들어졌다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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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토니 스콧의 '언스토퍼블'은 군더더기 전혀 없는 액션 영화로서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요새는 현실도 영화도 단순해 보이는 사건에 워낙에 큰 배후나 음모가 엮여있는 일들이 대부분이다보니, 가끔은 이렇게 단순한 사건 만으로 깔끔하게 종료되는 레일 위의 열차와도 같은 이야기를 더 반기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1. 로자리오 도슨이 나옵니다. 뭐 비중은 그리 크지 않고 그녀만의 매력은 거의 발산되지 않았지만요. '이글 아이'에서도 그렇고. 점점 이런 적은 비중의 작품으로 만나게 되는군요. 어서 '데스 프루프'같은 작품으로 돌아와주세요.

2. 덴젤 워싱턴이야 그렇다치고, 크리스 파인은 딱 본인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그 만의 것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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