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Hot Chili Peppers - I'm With You (2011)
존 프루시안테 없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새앨범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 (Red Hot Chili Peppers)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다. 수 많은 밴드가 내 훼이보릿 리스트를 거쳐갔지만 그 가운데 RHCP와 몇몇 밴드 만이 10년 넘게 잊혀질 줄 모르고 가장 뜨거운 곳에서 항상 나를 기다리는데, RHCP는 그 가운데서도 단연 손꼽히는 밴드다. 그 가운데서도 밴드의 기타를 맡고 있는 존 프루시안테 (John Frusciante)는 레닷을 떠나서도 완전 사랑할 정도로 (그의 솔로 앨범들을 국내, 아마존, 일본 등을 통해 어렵사리 수집하는 과정 속에 사랑은 더욱 싹 텃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Stadium Arcadium' 앨범 이후 오래 기다렸던 새 앨범이 드디어 나온다는 소식에도 뛸 듯 기뻐하기 보다는 충격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바로 프루시안테 때문이었다. 아니 얼마나 기다렸던 레닷의 신보였는데 프루시안테가 없다니! 존 프루시안테 없는 레닷이라니! 솔직히 선뜻 인정이 되지 않는 소식이었다.




그런 충격을 잠시 잊게 되었을 때 쯤 내 손에는 어느새 'I'm with you'가 들려있었다. 일단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커다란 진화의 움직임은 없으나 여전히 나아가고 있는 음악이며 프루시안테의 공백이 생각보다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 음악이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각보다는' 이다). 릭 루빈이 프로듀싱한 앨범은 전체적으로 레닷 만의 사운드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색깔이 여전하며, 리듬과 속도, 멜로디컬함과 어쿠스틱부터 펑키함까지. 그들의 이전 앨범들이 담고 있던 그들의 다양한 색깔을 이번 앨범에서 역시 한 발 나아간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들의 오랜 팬으로서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전체적으로 모두 한 발 더 나아간 성숙한 느낌은 있지만, 강력한 한 방이나 발랄함은 조금 약해진 듯 하다. 30년 가까이 활동한 밴드만이 갖을 수 있는 사운드의 퀄리티는 대단하지만 그들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BSSM'나 'Califonication' 때 처럼 빛을 발하는 순간은 조금씩 빛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완전히 레닷 만의 재기 발랄함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아니다. 비중에 있어서 그 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던 상당 부분을 성숙함과 노련함이 차지하고 있다고나 할까. 이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이런 경향은 'By the way' 앨범부터 조금씩 시작되기도 했고.




플리의 베이스라인은 더욱 멜로디컬해졌고, 채드의 드럼은 여전히 얇게 채로 썬 듯 치밀한 섬세함을 담고 있으며, 앤서니의 보컬에서는 아직 그의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아직도 더 빠른 곡의 소화도 가능해보인다.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조시 클링호퍼 (Josh Klinghoffer)의 기타는 확실히 레닷의 세션 기타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서인지 우려보다는 훨씬 잘 밴드에 녹아들고 있다. 특별히 존 프루시안테의 사운드를 기억하는 이가 아니라면 기타리스트가 바뀐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좋던 나쁘던 조시 클링호퍼는 자연스럽게 칠리 페퍼스의 일원이 되었다 (얼핏보면 생긴 것도 프루시안테와 비슷하기도 하고;;). 하지만 나처럼 존 프루시안테를 레닷보다도 더 좋아하는 이에게는 확연한 그의 빈자리가 느껴지기도 한다. 일단 기타 외적인 면에서 보자면 앤서니를 물심양면(?)으로 돕던 프루시안테만의 매력적인 가성 코러스의 빈자리가 전체적인 사운드측면에서 간절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음악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들을 보자면 프루시안테의 코러스가 하나 같이 매력을 발하는 곡들이었다는 것을 그가 없는 이번 앨범을 들으며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앨범에서도 코러스는 간간히 들을 수 있지만 프루시안테의 그것과는 비교가 불가하다.





앨범 속지를 쓴 배순탁 씨는 프루시안테를 밴드 기타에 도사급인 기타리스트라고 했는데, 물론 그가 도사급인 것 맞지만 그렇다고 그가 완전히 밴드에 기타 사운드를 녹이는 것에만 목적을 둔 기타리스트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건 말이 좀 어패가 있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프루시안테의 독창적인 기타가 밴드에 최적화 된 결과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반드시 전제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밴드가 다름 아닌 레드 핫 칠리 페퍼스라는 점이다. 플리와 채드 그리고 존 프루시안테라는 조합은 연주와 앙상블 측면에서 정말 도가 튼 뮤지션들의 조합이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면서도 밴드 사운드에 최적화 하는, 즉 전체적으로 밴드 사운드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능력이 출중한 이들이라는 점이다. 프루시안테의 기타는 플리의 화려하지만 독선적이지 않은 베이스와 채드의 완벽에 가까운 드럼 라인 위에서 (채드의 드럼을 차근차근 들어보다 보면 소름이 돋는다. 순전히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수록 말이다) 밴드 기타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활용해 왔다. 클링호퍼에게도 이런 자질이 보이지만 아직 그가 프루시안테를 대신할 순 없을 듯 하다. 여기서 존이었으면 이렇게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는다.



Red Hot Chili Peppers - The Adventures of Rain Dance Maggie

존 프루시안테의 열혈 팬 입장에서 그가 떠난 레닷의 새 앨범이라 아쉬운 부분이 남을 수 밖에는 없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더 좋을 수 있었는데'하는 식의 평가이다. 여전히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밴드이며, 이번 앨범 역시 그런 사랑을 확인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음악이었다. 프루시안테와 레닷이 서로 원수지고 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그들의 재결합에 대해서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제 막 밴드에 합류한 조시 클링호퍼에게는 미안하지만, 존 프루시안테가 다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에서 기타 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Björk의 새 싱글 Crystalline


지난 번 새 싱글 Crystalline의 티저 비디오를 접한 뒤 또 잠시 잊고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공개된 새 싱글 Crystalline 과 자켓을 만나보게 되었다. 일단 자켓 이미지에 대해 말하자면, 최근 발매된 앨범들에서 일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구도와 이미지에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굴은 가렸어도 그녀의 팬이라면 누가봐도 아 뷔욕이구나 할 정도의 이미지라 할 수 있겠다.

음악 역시 전혀 새로운 것보다는 그녀의 계속되는 '시도의 연장선'에 있다. 다른 뮤지션에 비해 실험성이 매우 강한 그녀의 음악을 두고 새로움 자체를 논한다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이기도 한데, 분명 연장선에 있지만 실험적 측면을 여전히 엿볼 수 있다. 물론 익숙한 면들도 있다. 예전 'Vespertine' 시절에 들을 수 있었던 노이즈 가득한 효과음과 금속성 짙은 사운드는
 Crystalline을 좀 더 bjork스럽게 한다. 확실히 이 싱글만으로 새 앨범 'Biophilia' 에 대한 방향을 가늠하기는 좀 어렵다. Crystalline는 오히려 지난 앨범들과 더 맞닿아 있기 때문인데, 이 곡 외에 다른 곡들이 오히려 'Biophilia' 에 대한 정의를 내려주지 않을까 싶다. 얼핏 짧은 영어실력으로 확인해 보니 이 앨범은 iPad로 만들고 활용한 앨범인듯 싶은데, 그렇게 안(못)사던 iPad를 bjork 때문에 사야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새 앨범 'Biophilia'는 올해 9월 26일 발매 예정이며 수록곡은 아래와 같다.

 
1. "Virus"    
2. "Cosmogony"    
3. "Dark Matter"    
4. "Thunderbolt"    
5. "Moon"    
6. "Crystalline"    
7. "Hollow"    
8. "Sacrifice"    
9. "Mutual Core"    
10. "Solstice"  

 

Björk | Crystalline from Icetrip Estevez on Vimeo.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Dok2 - Hustle Real Hard

힙합씬의 10년 내공이 어디가랴



도끼(Dok2)의 드디어 발매된 데뷔앨범 소식을 듣고 나서야 벌써 이 아이가, 아니 그가 힙합씬에 등장한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구나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좀 뻔한 수식어를 들자면 도끼는 '힙합신동'이었다. 12살 어린 나이에 아이답지 않은 플로우와 캐릭터는, 적어도 겉 멋만 들어서 잠시 힙합바지 좀 끌다가 사라질 아이는 아니겠구나 하는 기대를 갖게 했었는데, 솔로 데뷔앨범은 이제야 선보이게 되었지만, 그의 10년은 결코 그냥 보낸 것은 아니었다. 사실 10년이라는 시간이 '엇? 벌써?'라고 느꼈던 이유도 그 동안 도끼의 활약이 왕성하지는 않았더라도 꾸준히 다른 앨범의 참여를 통해 있어왔기 때문이었는데, 그 간의 활동을 일일이 거론하지 않고 이번 앨범 'Hustle Real Hard'를 들어보면 '힙합씬 10년 내공이 어디가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여러 MC와 프로듀서들과 작업을 해오던 도끼는 올해 초 소울컴퍼니를 나온 더 콰이엇 (The Quiett)과 일리네어레코즈 (Illionaire Records)를 설립, 'Hustle Real Hard'를 발표했다. 드디어 나온 첫 데뷔 앨범답게 'Hustle Real Hard'에는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이야기를 넘치는 자부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뭐 힙합에서 이 정도의 프라이드는 거슬린다기보다는 당연한 것에 가까울 정도인데, 내가 도끼라고해도 10년 만에 내는 데뷔앨범이라면 이런 비슷한 내용들의 가사들로 채우지 않았을까 싶다. 내용이야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터라 새롭지는 않았지만, 비트와 사운드의 경우는 '역시'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번 앨범은 도끼가 전곡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곡의 비트와 가사까지 맡고 있는데, 사실 힙합 팬들 사이에서는 어린 아이가 랩을 잘한다로 인상적이었다기 보단, 어린 아이가 만든 비트치고는 수준급이다 라는 이유로 인상 깊었던 그였기에 어쩌면 이번 앨범의 사운드 퀄리티와 비트의 만족스러움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더 어둡고 무거운 사운드가 주를 이룬 음악이 아닐까 했지만, 그 가운데에 달콤하고 가벼운 비트의 곡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재범 (JayPark)이 피처링한 'My Love'도 좋았고, '음악을 멈추지마' 같은 곡은 훅도 제법 인상적이었다. 하나 좀 아쉬운 부분이라면 Soulja Boy가 피처링한 'Hustle Real Hard'였는데 (동명 타이틀 곡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솔자보이의 피처링의 퀄리티도 그렇고 전반적인 도끼와의 시너지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는 전체적으로 Jay-Z의 음악에서 느꼈던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곡들이 많았는데, 비트나 플로우도 조금 그렇지만 브라스를 적절하게 사용한 음악 때문인 것 같다. 브라스의 적절한 사용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백킹을 담당하는 비트의 세기가 임팩트있게 담겨있어서 전반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즐길 수 있었던 앨범이기도 했다. 역시 이런 분위기를 담은 곡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라면 더 콰이엇과 Beezino가 피처링한 'Mr.Independent 2'를 들 수 있겠다. 훅도 좋고 세 명의 MC의 색이 각각 잘 표현된 곡이었다. GD를 비롯해 현 아이돌 힙합그룹들에 대한 디스가 포함되어 있어 아마도 이 것이 더 화제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이 곡이 표현하려는 것은 디스라기 보다는 독립적인 그들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점을 더 봐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새삼 생각해보게 된 것은 역시 MC나 프로듀서는 피처링만으로는 자신의 역량을 100% 표현하기 어렵고, 자신의 앨범이 되어서야 마음껏 재능을 펼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그것이 오히려 단점을 더 부각하는 것이 될지언정, 드디어 제대로 된 도끼(Dok2 Gonzo)의 음악을 만났다는 점에서 
'Hustle Real Hard'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Hee Young - So Sudden (EP)
 
깊은 멜랑꼴리의 늪


파스텔에서 발매하는 여성 뮤지션 앨범에는 어느 정도의 기대치와 만족감이 항상 함께 하는데, 희영 (Hee Young)'의 EP 'So Sudden'은  지난번 박준혁의 앨범이 예상 외였던 것 경우와는 또 다른, 기대보다 더 깊은 음악을 담고 있었다. 사실 희영이라는 뮤지션을 알게 된 것은 이번 EP를 통해서가 처음이었는데, '브루클린에서한국으로 날아든'이라는 수식어가 예상케 하듯 기존의 국내 뮤지션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공기와 성격의 음악을 만날 수 있었다. 앨범 리뷰의 부제를 '깊은 멜랑꼴리의 늪'이라고 했을 만큼, 내게 있어 'So Sudden'은 한참 동안이나 헤어나올 수 없는 늪과 같은 깊이 있는 음악이었다. 그 늪은 우울함, 멜랑꼴리, 서정성, 아련함의 정서를 모두 갖고 있는 것이었는데, 짧은 EP임에도 거의 정규 앨범에 맘먹는 깊이라고나 할까. 사운드는 세련됬고 정서는 가슴을 파고든다.





이번 EP는 총 다섯 곡과 한국어로 다시 부른 두 곡 이렇게 총 7곡이 수록되었다. 도약하는 기운의 첫 곡 'Are You Still Waiting'은 박자 맞춰 깔리는 박수 소리와 중간중간 등장하는 휘파람 소리처럼, 부담 없이 바람흐르듯 솔솔 즐길 수 있는 곡이다. 심플하지만 사운드의 세련됨을 느낄 수 있는 구성이 인상적인 곡이기도 하다. 이번 EP의 동명 타이틀 곡이기도 한 'So Sudden'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들으면 들을 수록 한 없이 빠져드는 매력적인 곡이다. 숨소리가 더해진 희영의 보컬의 매력이 한껏 도드라진 동시에 피아노와 기타 그리고 스트링까지 곁들여진 이 곡은 마치 데미안 라이스의 곡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정서를 얻을 수 있는 감정의 굴곡과 극적 요소를 모두 갖고 있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클래식한 코러스라인은 이 곡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이며, 후반부로 갈 수록 극적으로 흐르며 그 간절함이 닿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구성은, 담담하고 매마른 듯한 희영의 보이스와 대조를 이루며 더 큰 감정의 흔들림을 이끌어 낸다.





'Solid On The Ground' 역시 담백하고 경쾌한 리듬과 동시에 코러스 라인이 매력적인 곡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희영의 목소리가 조금 더 강점을 드러내는 곡은 'So Sudden'과 같은 곡이라고 생각하지만, Are You Still Waiting'이나 'Solid On The Ground' 같은 빠르고 경쾌한 템포의 곡에서는 또 색다른 정서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런 곡들 역시 희영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On The Wall'은 짧지만 멜랑꼴리한 희영의 목소리와 빠른 템포가 만난 중간 지점의 곡 쯤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우리말로 부른 'So Sudden'을 듣고 있노라면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실 영어와 우리말로 각각 불려진 곡들을 듣게 되면 어느 한 가지 버전은 조금은 덜 좋은 느낌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So Sudden'은 각각의 싱크로율이 너무 좋아서랄까. 두 언어로 불려진 이 곡이 정말 완벽한 하나라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조금의 이질감이나 흔들림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겹쳐진 경우였다. 그래서 보통의 다른 곡 같았으면 둘 중 하나만 자주 듣게 되었을 테지만, 'So Sudden'은 두 버전을 모두 똑같이 좋아하게 된 흔치 않은 곡이 되었다. 

한 동안 수 많은 다른 앨범들을 재치고 내 귀를 장악하다시피 했던 희영의 'So Sudden'. 이런 멜랑꼴리의 늪이라면 언제든지 흠뻑 빠져도 좋다.


 
Hee Young (희영) - So Sudden (Korean Ver.) Music Video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박준혁 - Human Life
아름다운 노이즈



박준혁의 두 번째 앨범 'Human Life'를 막상 듣기 전까지는 일종의 편견이 있었다. 다름 아니라 이 앨범이 파스텔에서 나왔다는 사실 때문이었는데, 최근에는 조금 덜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 머릿 속에 파스텔이라 함은, 항상 샤방샤방하고 뽀샤뽀샤한 아름다운 멜로디와 감성을 들려주는 레이블이었기에 박준혁의 앨범도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음악이 아닐까 했던 것이다 (말랑말랑한 것이 결코 별로라는 것이 아님;; 예전부터 파스텔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 말랑함이었으니!).

그런데 CD를 넣고 첫 곡이 흘러나왔을 때 속으로 '어랏'하고 조금은 놀랐다. 예상했던 말랑함과는 달리 살짝 거칠게까지 느껴지는 노이즈 가득한 음악이 들렸기 때문이다. 조금은 의외다 싶은 마음으로 천천히 듣기 시작한 'Human Life'는 별다른 막힘없이 술술 넘어갔다. 박준혁의 음악을 들으면서 연상된 다른 뮤지션이라면 이승열을 들 수 있을텐데, 노이즈를 다루는 방식이나 그 나른하면서도 힘 있는 보컬에서 좋아하는 이승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최근 국내 앨범의 경우 수록곡 전체를 몇 번씩 들어본 경우가 몇몇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었는데, 그 반대로 박준혁의 'Human Life'는 어떤 곡을 콕 찝어서 들었던 적은 거의 없고 듣게 되면 항상 1번부터 10번까지 거르지 않고 주욱 들었던 것 같다. 뭐 요새같이 후크송과 후렴구가 전부인 가요계에서 이런 스타일은 깊은 인상을 주기 어려울지는 모르겠지만, 곡보다는 앨범으로 음악을 듣는 내 입장에서는 제법 괜찮은 앨범이었다.

엠비언트 스타일의 공간감있는 사운드서부터 슬로우 템포와 빠른 템포를 넘나드는 곡들에서 모두 박준혁만의 보컬 맛이 잘 살아있는 느낌이다. 빠른 템포의 곡들은 마치 예전 015b가 간혹 들려주던 스타일을 떠올리게 하는 하는데, 전체적으로 보컬과 코러스 그리고 이펙터의 절묘한 사용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도나웨일의 유진영이 피처링한 '웃음'은 마치 감성적인 일본영화의 엔딩 크래딧에 흐를 법한 감성을 담고 있는데, 아주 극적으로 흐르지 않아도 충분히 감성을 표현해내고 있다. '향' 같은 곡도 흥미로운 곡인데 피아노와 스트링을 배경으로 상당히 극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다. 이 곡을 비롯해 이번 앨범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흥미로운 점은 보컬이 아주 인상적인 앨범인 동시에 보컬을 제외하더라도 괜찮은 인스트루멘탈 앨범이 될 것만 같은 음악이라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앨범 'Human Life'가 아주 마음에 들어서 그의 첫 번째 앨범인 'Private Echo'까지 찾아듣고 있다. 이제 막 2집이 나왔을 뿐이지만 벌써 3집이 기다려지는 뮤지션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노다메의 피아노 데뷔 앨범 (nodame DEBUT)
NODAME, piano

비록 그 엽기적인 표정과 행동, 그리고 클래식과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 취미와 성향 덕에 가려져 있기는 했지만, 치아키 센빠이 보다(어쩌면 그 보다 더!) 더 천재 뮤지션인 노다 메구미(노다메)의 피아노 데뷔 앨범이 정식 발매되었다. 이번 노다메의 데뷔 앨범은 극장판 유럽편 Vol.2를 통해 (일본 개봉) 노다메 칸타빌레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을 기념하여 Epic 레이블을 통해 전격 발매가 이루어졌으며, 그 동안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와는 달리 웃음끼를 싹 제거한 노다메의 깊은 피아노 연주를 만나볼 수 있다...(중략)

이렇게 속지와 함께 출시되었더라도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넘어갈 법도 한 컨셉 앨범이 발매되었다. 마치 노다메가 실제로 피아노 데뷔 앨범을 발매한 듯한 것을 가장하여, 자켓 이미지와 앨범 구성을 가져간 앨범인데, 아마도 평소에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거나 음반을 종종 구매하는 이들이라면 이들의 재치에 미소지을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클래식 수입반(특히 일본반)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겉종이가 추가되었으며, 여기에 설명이 기입된 방식 역시 클래식 음반을 그대로 모사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우에노 주리, 아니 노다메가 열심히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앨범 커버이미지는 완전한 컨셉 이미지라고 볼 수 있을텐데, 실제로 내 주위에서도 몇몇이 '엇, 우에노 주리가 피아노도 잘 쳤었어?'라고 물어보았을 정도니 이 페이크 앨범은 일단 성공적이다.




뒷면 역시 컨셉에 충실하고 있는데, 3곡의 수록곡을 클래식 앨범의 기입 방식과 동일하게 적어내려간 부분이나, 마치 실제로 노다메가 연주회를 가졌던 것처럼, 신문에 기사가 난 방식을 차용한 이미지는 '역시 노다메!'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속지 내에서 역시 끝까지 진지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이 앨범에 수록된 피아노 곡들은 모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Lang Lang)이 연주한 것이다. 극장에서 극장판 Vol.1을 볼 때도 엔딩 크래딧에서 랑랑의 이름을 발견하고서는, '와! 노다메 이 정도면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었는데, 아예 이런 랑랑의 연주를 따로 만나볼 수 있는 컨셉 앨범이 발매된 셈이다. 물론 역시 우에노 주리가 출연했던 '스윙 걸즈' 처럼 그녀가 직접 연습하고 연주한 곡이 수록되거나 라이브된 앨범도 의미가 있지만, 이렇듯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노다메라는 컨셉을 통해 만나게 되는 앨범도 색다른 의미가 있는 듯 하다.






노다메의 데뷔 앨범과 함께 구매한 앨범은 그간 노다메 칸타빌레에 등장했던 클래식 곡들을 모두 집대성한 '노다메 칸타빌레 : 최종악장 (Nodame Cantabile: Final Movement)' 이다. 이 앨범은 최종악장 이라는 부제답게 총 3장의 CD에 '치아키 편 오케스트라'와 '노다메 편 피아노' 그리고 극장판에 등장하는 '마루레 오케와 동료들 편 실내악, 오케스트라 BGM곡'이 각각 수록되었다.






특히 이번 앨범에는 영화 '노다메 칸타빌레'를 위해 새롭게 녹음 된 버전이 수록되었으며, 노다메의 데뷔 앨범과 마찬가지로 랑랑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즐길 수 있다. 각 CD마다 70분 이상의 클래식 곡이 꽉꽉 채워져 있는터라, 노다메 시리즈의 팬은 물론이고,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어려워하는 일반적인 리스너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음반이 아닐까 싶다.






원작의 다양한 스틸컷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 국내에도 어서 노다메 칸타빌레 Vol.2가 개봉하길 기다리며, 그 때까지는 영화 속 풍성한 클래식 음악들로 귀를 달래주어야 겠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김윤아 콘서트
공작부인의 비밀화원

지난 4월 자신의 세 번째 솔로 앨범 '315360'을 발표했던 자우림의 리드 보컬 김윤아가,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하며 오는 7월 솔로 콘서트를 갖을 예정이다. 김윤아의 새 앨범과 콘서트 소식을 듣고 보니 문득 예전 한참 록 페스티벌을 다니던 시절 보았던 자우림의 그녀가 떠올랐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 안나는데 살짝 비오던 쌈지의 거의 마지막 무대 (그 날 마지막은 아마 이승환이었다)에 오른 자우림, 아니 자우림의 김윤아는 엄청난 포스를 갖은 록 밴드의 보컬이었다. 김윤아의 라이브를 실제로 본 사람들은 느낄 수 있었겠지만, 그녀의 카리스마는 강한 것 보다는 오히려 부드러움에서 나온다. 무대 위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웃으며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절로 '와~' 소리가 나곤 했었는데, 이렇게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장면이 기억나는 걸 보니 그녀의 기가 대단하긴 대단했던 것 같다.

팬들 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자우림의 김윤아 만큼이나 솔로 김윤아를 기대하고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사실 그녀가 처음 내놓았던 솔로 앨범은 평소 그녀가 동경하던 해외 여자 뮤지션들의 스타일이 (bjork 등) 깊이 묻어나 아주 조금 실망하기도 했었다. 물론 그녀의 솔로 1집이 아주 별로 였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쨋든 2집을 발표하며 그녀의 홀로서기는 더욱 견고해졌고 최근 발표한 3집 앨범 '315360'을 듣고 나니, 이제는 정말 김윤아 아니면 하기 어려운 그녀 만의 음악 세계를 거의 완성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김윤아 만의 것이라면 '강한 것'보다는 역시 '묘한 것'을 들 수 있을텐데, 이런 면이 이번 앨범에는 아주 잘 담겨 있다. 곡 자체 역시 단순히 서정적이고 시적인 것을 넘어서서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 깊고 따듯한 분위기로 듣는 이를 젖어들게 하는 보컬과 동시에 마치 고양이처럼 앙칼지지만 애교스러운 그녀 특유의 보컬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앨범이 더 깊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이유라면 이전 솔로 앨범들과는 다르게 누군가의 아내임은 물론, 누군가의 엄마인 김윤아가 노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간 그녀의 솔로 앨범에서는 물론 성찰이라는 테마를 찾아볼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번 앨범이 가장 깊은 성찰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하겠다. 따지고보면 그녀가 속한 자우림도 자주 그랬고, 솔로 앨범들은 더더욱 일종의 컨셉 앨범이었던 적이 많았다. 이런 면에서 그녀가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과 전체적인 컨셉에 까지 모두 장악하고 있는 이 앨범은 그녀의 깊이가 가장 잘 묻어난, 31만 5160시간을 살아온 김윤아가 고스란히 담긴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솔로 앨범을 발표하면서부터 김윤아에게는 왠지 모를 '공작부인'의 포스가 느껴졌었는데, 이번 단독 콘서트의 컨셉은 이를 그대로 반영한 '공작부인의 비밀화원'이다. 콘서트의 제목을 처음 듣는 순간, '아! 이건 너무 김윤아스럽다!' (요즘 표현으로 '너무 김윤아 돋는다!')싶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항상 컨셉 성격이 강하고, 스토리텔링이 강한 그녀의 음악으로 미뤄봤을 때 어쩌면 앨범 만큼이나 효과적인 것이 콘서트가 아닐까 싶었다. '비밀화원'이라는 제목답게 무대 가득 꽃과 풀이 만발한 가운데,(이거슨 상상;) 그 한 가운데 앉아서 나즈막히 또는 고양이처럼 노래하는 김윤아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Verandah Project - Day Off
바람이 느껴지는 두 남자의 여행


처음 김동률과 롤러코스터 출신인 이상순이 프로젝트 앨범을 낸다고 했을 때, 그 기대는 분명 이상순 때문이었다. 뭐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당연히 둘 모두 때문이라는 것이 맞겠지만, 이미 '전람회'와 '카니발'을 경험한 적이 있는 김동률과 롤러코스터의 이상순이 만나면 어떤 음악을 들려줄까 하는 궁금증 (보다는 기대) 때문이었는데, 역시 이 둘의 프로젝트 verandah project의 음악은 예상한 것처럼 편안하고 여유로운 음악이었지만, 또한 기대한 것처럼 (기대 이상이 기대한 것이라니 말이 안된다 ㅋ) 그 이상을 담아낸 음악은 역시나 만족스러웠다.

사실 '휴식같은 여유로움'이라는 표현을 두고 많이 고민했는데, 이게 너무 평범한 표현 그러니까 이들의 음악을 제대로 100% 어필하기 적당하지 않은 문장 같아서였다.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이것만큼 제대로 이들의 음악을 표현하는 문장도 없다는 생각에 그냥 밀어붙이기로 했다. 이렇게 써놓으면 그냥 듣기 편하기만한 이지 리스닝 계열로 생각하기 쉬운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지 리스닝은 맞으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좀 더 본연의 뜻의 충실한 경우라고 보면 되겠다. 일단 앨범을 플레이어에 걸어 놓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10곡의 수록곡이 모두 다 마칠 때까지 정말 '여유로움'을 만끽하게 된다. 이상순의 기타는 그 어떤 보컬보다 따듯하고, 김동률의 보컬은 여전히 따듯하다(이번 리뷰의 부제는 아이러니라고 해야될 것 같다 ㅎ)

첫 곡 'Bike Riding'은 제목 그대로 자전거를 끌고 바람 솔솔 부는 동네를 여유롭게 거니는 모습이 연상된다. 보사노바 리듬 못지 않게 스토리 텔링에 신경 쓴 가사도 재미있다. 이상순의 담담한 보컬로 시작되는 '벌써 해가 지네'는, 제목과는 다르게(?) 벌써 부터 잠자리에 들라 하는 듯 하다 (좋은 의미다). 이 두 남자의 은은한 하모니는 포근한 이불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어쩐지'의 황홀한 순간은 이상순의 기타 선율에만 몸을 맡겼던 김동률의 보컬에 다른 악기들이 더해지며 더한 리듬감을 갖게 되는 지점이다. 굉장히 은은하게 변화를 주고 있는데 아무 생각없이 듯다가 이 순간에서 움찔했던 기억이다. 아, 그리고 조원선의 감미로운 보컬 역시 빼놓을 수 없겠다.

자전거를 타고 난 뒤, 이번에는 밤 기차에 몸을 싣는다. 베란다 프로젝트의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한 곡 한 곡 가사 속의 상황을 그대로 그려보게 된다. 그만큼 몰입도가 깊고 이미지화되는 음악을 수록하고 있다. '기필코'는 지금까지 들려주지 않았던 피아노 선율로 시작되는 빠른 템포의 곡이다. 이 곡은 김동률의 이전 앨범들에서 만난 듯한 느낌이 드는 곡으로, 한편으로 생각해보자면 이번 프로젝트의 다른 곡들과는 약간 괴리감이 들기도 한다. '꽃 파는 처녀'의 스토리 텔링은 루시드폴이 맡았다고 하는데, 이야기 뿐 아니라 음악마저 루시드폴을 닮아있다. 애잔한 분위기가 가슴을 심하게 적신다. 루시드폴이 직접 부르는 모습도 상상이 되는데 언젠가 콘서트에서라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Good Bye'는 페퍼톤스의 신재평이 가사를 돕고 있다고 하는데, 앞선 루시드폴의 경우처럼 분명 이야기만 전달했을 뿐인데 그들이 느껴지는 멜로디와 곡의 분위기가 흥미롭다. '괜찮아' 같은 곡은 국내 가요 씬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었던 분위기의 편안한 곡인데, 신선함은 덜하지만 익숙함과 따스함이 이를 받쳐준다. 자전거를 타고, 기차를 타고 떠났던 이들의 여행은 산행으로 마무리 된다. 다시 산을 오르는 두 남자의 음악에서는 바람과 여유가 느껴진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LAMP(ランプ) 내한 콘서트 ‘봄의 환상(幻想)’ 후기
부제 : 이런 수줍은 봄의 전령들 같으니라고;;


생일이자 일요일이었던 지난 14일, 최근 앨범을 즐겨 듣고 있던 일본 밴드 LAMP(ランプ)의 내한공연에 초대 받아 생일선물 겸, 오랜만에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LAMP의 음악을 이전에도 몇번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사실 제대로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들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은 이번 뿐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최근 앨범이어서인지 지난 앨범들과 비교해도 이번에 파스텔뮤직을 통해 라이센스된 앨범 'ランプ幻想(램프환상)'은 가장 와닿는 앨범이었다. 공연과 앨범 리뷰를 겸한 글이지만 공연장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공연 컷이 추가되지 못한 점이 살짝 아쉽기도 하다(그런데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공연은 정말 정신이 없고 통제 불가능 상태이긴 하다;).





먼저 공연 얘기를 해보자면, '루싸이드 토끼'의 오프닝 공연으로 시작된 LAMP의 라이브는 시종일관 활기차면서도 따스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아, 그전에 오프닝을 장식한 루싸이드 토끼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라이브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첫 곡으로 커버한 Jamiroquai의 'Love Foolosophy'는 평소에도 좋아하는 곡이라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편곡된 무대가 인상적이었고, 이후 들려준 그녀들의 곡도 어쿠스틱 기타 한 대와 보컬만의 소박한 구성과 분위기가 인상적인 음악들이었다.





지난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 LAMP의 무대는 비교적 멘트 없이 빠르게 연결되었다. 특히 곡과 곡 사이의 텀은 박수를 충분히 칠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급하게 연결되는 부분도 많았는데, 이것도 다 이들의 수줍음 때문이리라. 의외로 드럼과 퍼커션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곡들도 많았고 빠른 리듬의 곡들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빠른 리듬의 곡들은 정말 이제야 봄을 제대로 느껴볼 만한 따스함을 가득 담고 있었다(이 날도 비가 왔고, 오늘은 갑자기 겨울 날씨로 눈이 올지도 모르는 이 요상한 3월 날씨에, 음악으로 나마 봄을 느껴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역시 LAMP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박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의 곡들이었다. 어쿠스틱 기타 혹은 건반과 아코디언, 플룻 등으로 이뤄진 곡들은 사카키바라 카오리의 속삭이듯 보컬과 나가이 유스케의 보컬과 만나, 다시 한번 객석을 또 다른 봄으로 빠져들게 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음반으로 들을 때는 단순하게 카오리의 보컬이 더욱 기억에 남았었는데, 공연에서는 나가이 유스케의 보컬이 더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많은 곡들이 다 좋았지만 특히 나가이 유스케가 어쿠스틱 기타 하나 매고 들려준 '密やかに'의 무대가 참 인상적이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이기도 하거니와 이 곡을 들을 때 만큼은, 다른 장치들 없이도 완전하게 기타와 보컬에게만 빠져들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이번 공연은 초중반까지는 이전 앨범들의 수록곡을 주로 들려준 반면, 중반 이후 부터는 이번 앨범의 곡들을 주로 들려주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앨범을 인상 깊게 들어서인지 중후반부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재 LAMP는 새 앨범 작업 중이라고 했는데, 작업 중인 신곡들도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첫 라이브 무대라며 서투른 영어로 이야기하던 그들의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




공연 내내 느껴진 LAMP의 인상은, 매우 수줍다는 것이었다. 자신들끼리 일본어로 이야기할 때 조차 몹시도 수줍어 하며 말을 아끼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그들의 소박한 음악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LAMP는 공연장을 한껏 봄의 활기찬 기운으로 들뜨게 했다가도 다시 낮잠을 부르는(좋은 의미로) 안락함을 주었다가, 새벽의 어슴푸레함을 전하는 등(하지만 따스한), 여러가지 모습의 봄의 환상을 들려주었다. 아, 그리고 환상과 더불어 여러가지 다른 꿈의 환상도 들려주었다. 앞서 언급한 낮잠과 같이 달콤한 꿈과 백일몽 같이 환상에 빠져드는 꿈, 그리고 현실을 꿈처럼 만드는 꿈까지.

그러고 보니 LAMP가 말하는 '봄의 환상'이란 결국 '꿈'이 아닐까도 싶다.




LAMP의 네 번째 앨범 '봄의 환상'은 듣는 순간 쉽게 빠져들만한 음악을 수록하고 있다. 그것이 봄이 되었건, 꿈이 되었건 LAMP가 전하는 환상은 은근한 매력이 있다. 현재 일본에서 녹음 중인 그들의 새로운 음반에는 또 어떤 환상이 담겨있을지, 이번 앨범과 공연으로 더욱 기대가 되는 바이다.

급작스럽게 겨울로 돌아간 듯한 우리의 3월. 봄의 전령사 LAMP로 한층 따듯해졌음에 감사한다.
에잇, 이런 수줍은 봄의 전령들 같으니라고;;;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pik High - Epilogue
아날로그의 따스함

1. 서랍
2. Run
3. 바보 featuring Bumkey
4. Wordkill
5. Blossom
6. 비늘 featuring Yankie
7. 잡음
8. Coffee featuring 성아
9. Over
10. 숲



에픽하이가 지금과 같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전, 그들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곡은 '평화의 날'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에픽하이가 지금과도 같은 범대중적인 힙합 그룹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어쨋든 '평화의 날' 이후 계속 주의 깊게 들어보았던 에픽하이의 음악은 언더스러움과 대중적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자신들만의 브랜드 입지를 점차 넓혀나갔다. 한참 그들이 음악프로에 나오던 시절의 대중적인 음악들은 사실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었다. 음악이 대중적이어서 실망스러웠던 것이 아니라, 에픽하이에게 기대하던 바는 그 이상이었기 때문에 '힙합'이라기 보다는 '가요'에 가까운 대중적인 곡들을 들고 나왔을 때는 아쉬움이 컸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 'Epilogue'는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에픽하이의 지난 앨범들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드는 앨범이라 부를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힙합 음악을 듣는 취향이 그리 대중적인 편은 아니라서 이번 앨범이 얼마나 대중적으로 성공할런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적 완성도나 퀄리티 역시 '앨범'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느껴진다.

이번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Nujabes'를 떠올리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프로듀서 중 한명인 'Nujabes'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 하겠다. 'Nujabes'의 비트를 연상시키는 에픽하이의 비트는 심플하지만 감성적이고 아날로그하면서 무척이나 감성적이다. 타블로와 미쓰라의 플로우도 비트위에 과하지 않게 드리워져 있다.

앨범의 인트로라고 할 수 있는 '서랍'으로 앨범의 전체 분위기를 엿보기는 사실 쉽지 않다.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반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다음에 어떻게 전개될지 정확한 방향성은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인 'Run'은 전형적인 에픽하이 스타일의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에픽하이의 곡들 가운데는 유난히 이렇게 '달리는 리듬'의 곡들이 많은데, 적어도 이런 '달리는 리듬'의 곡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다. 특히 후렴구 바로 직전에 삽입된 마디의 느낌이 매우 신선했다. 일반적인 전개에서 살짝 벗어나면서 곡에 전체적인 긴장감을 주고 있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Bumkey의 보컬이 간드러지는 곡 '바보' 같은 곡은, 전체적인 앨범 구성에서 그저 구색에 머물러 버릴 수도 있는 곡이었음에도 적절한 피처링의 멜로디 부분이 곡을 살리고 있다(그렇다고 다른 부분이 미흡하다는건 아니다).

앨범을 딱 한 번 들었을 때 가장 뇌리에 남는 곡은 '
Wordkill'이었다. 마치 기타 연주에서 커팅효과를 주듯, 끊어지는 리듬과 그 사이에 위치한 묘한 효과음 만으로도 이 곡의 세련됨이 전해진다. 후렴구에서 다른 verse로 넘어갈 때의 샘플링도 참 좋다. 'Blossom'은 'Nujabes'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아마도 다 그렇게 느끼겠지만 가장 'Nujabes' 스러운 인스트루멘탈 곡이다. 이 정도면 'Nujabes'의 앨범 중 한 트랙이라고 해도 믿겠다(표절이라는 것이 아니다). 타블로가 'Nujabes' 팬임이 분명하다;

수록곡들 가운데 가장 임팩트 있는 랩플로우를 만나볼 수 있는 '
비늘'과 Kanye를 연상시키는 백그라운드 사운드와 곡 구성이 엿보이는 '잡음'을 지나, 피처링 보컬의 우리말 가사가 왠지 모르게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Coffee'가 이어진다. 'Coffee' 같은 곡이 국내 대중음악에 힙합음악을 좀 더 깊이 뿌리내리도록 만드는 매개체가 되는 곡이 아닐까 싶다. 대중적인 요소를 여럿 갖췄지만 너무 뻔하지만은 않고, 블랙뮤직 본연의 느낌을 대중적인 코드 속에서 잘 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적절한 정도의 곡이 아닐까 싶다. '성아'가 피처링한 멜로디의 가사는 왠일인지 정말 쏙쏙 들어온다. 다시 들어도 참 쏙쏙 들어온다.

'Over'는 앨범이 마지막으로 달리며 다시
'Nujabes' 풍의 감성을 전한다. 이런 감성은 흉내내기는 쉬워도 (사실 쉽지는 않다) 제대로 우려내기는 쉽지 않은데, 에픽하이의 이번 앨범은 이런 감성을 담담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이것이 이번 앨범이 마음에 드는 가장 큰 이유다. 인스트루멘탈 곡 '숲'을 끝으로 앨범 'Epilogue'는 마무리 된다. 사실 요즘 앨범들은 '앨범'의 구성 면에서 보자면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에픽하이의 'Epilogue'는 마치 한 권은 작은 책을 읽고 덮어두게 되는 듯한 구성을 느낄 수 있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500)Days of Summer (music from the motion picture)

영화를 보기 전에도 느껴지는 기운


영화를 보기도 전에 사운드트랙을 구매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경우인데 (하지만 일반인이 음반을 사는 수보다는 나의 이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_-;), 이런 경우 구매의 이유는 약 2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는 영화 자체가 워낙에 기대작이라 좋아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경우, 두번째는 영화에 대해서는 반신반의 하지만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이 역시 좋아질 것이 믿어 의심치 않는 경우, 이렇게 일텐데, 조셉 고든-레빗과 조이 데샤넬이 주연을 맡은 영화 <500일의 썸머 ((500)Days of Summer)>의 사운드트랙은 이 두 가지가 다 포함된 경우였던 것 같아요. 조이 데샤넬 팬블로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영화에 대한 기대야 말할 것도 없겠고(개봉 못하는 줄 알았었어요 ㅠ),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은 조이 양이 멤버로 있는 'She & Him'을 비롯해, Doves, The Smith, Feist, Wolfmother 등이 포진되어 있음은 물론 이 밖에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충분히 기대해 볼만한 밴드들이 참여하고 있음을 알수 있었기에, 영화를 미처 보기도 전에 사운드트랙을 집어 들게 되었네요.





지난 번 뮤지컬 영화 <나인>의 사운드트랙을 리뷰하면서, 사운드트랙의 장점은 역시 노래를 들을 때 장면이 저절로 연상되는 것이 최고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저에게 있어 <500일의 썸머> 사운드트랙과의 첫 만남은, 분명 100점짜리는 아니라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접한 사운드트랙은 이런 감점을 충분히 감안했음에도 음악만으로 만족스러운, 더 나아가 영화를 한껏 상상하게 하는 매력을 지닌 앨범이었어요.

독특하게 영화 속 남녀를 소개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앨범은 두 번째 트랙인 Regina Spektor의 'Us'부터 본격적으로 리듬을 타기 시작합니다.
Regina Spektor라는 뮤지션에 대해 평소 잘 알지 못했었는데 이 곡만으로도 그녀에 대해 깊은 호기심을 갖게 되었을 정도로 매력적인 보컬이자 곡이었어요. 특히 이 곡에서 Regina Spektor의 보컬은 마치 한창 때 bjork의 창법을 연상케 하는데, bjork의 광팬인 저로서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보컬이더군요. 예전 'Human Behaviour' 시절의 뷰욕을 떠올리게 해서 더욱 좋았어요. 앨범을 통틀어 가장 만족스러운 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The Smith의 곡은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과 'Please, Please, Please, Let Me Get What I Want' 이렇게 두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후자는 She & Him의 리메이크 버전으로도 만나볼 수 있어요. Black Lips의 'Bad Kids'는 복고풍의 리듬과 멜로디 라인의 가벼운 록큰롤 곡이고, Doves의 'There Goes The Fear' 역시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의 곡으로 전체적으로 듣기 편한 곡 구성을 담고 있습니다.

<500일의 썸머> 사운드트랙에서는 브릿 팝, 인디 록 곡들과 더불어
Hall & Oates의 'You Make Me Dreams'나 Simon & Garfunkel의 'Bookends'같은 올드팝들도 수록이 되었는데, 영화에 삽입된 올드 팝들이 여럿 그렇듯이 이 곡들에게서 세월의 흔적을 찾아보긴 어려운 편입니다. 이 곡들이 무척이나 세련되어서 그렇다기 보다는 앨범 전체적인 구성면에서 물흐르듯 자연스런 진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불어 발음 만으로도 색다른 분위기를 전하는 Carla Bruni의 'Quelqu’un M’a Dit'은 사랑스럽지만 어딘가 모르게 쓸쓸한 분위기를 전하고, Feist의 'Mushaboom' 같은 곡은 마치 조이 데샤넬이 부르는 듯한 착각 마저 느껴질 정도로(Feist의 음악을 이전에 여럿 들어보았음에도) 이 앨범과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곡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앞서 bjork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했던 Regina Spektor는 'Hero'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곡을 또 한번 수록하였는데, 이 곡을 듣고나니 더욱 명확해 지더군요. Regina Spektor의 솔로 앨범을 어여 구입해 봐야겠다고 말이죠. 참 심플하고 담백한 악기구성과 보컬이지만 무언가 애절함과 진심이 전해지는 보컬이었어요. 그녀의 앨범은 언제고 구매하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Simon & Garfunkel의 'Bookends'는 이렇게 들으니 마치 Eels처럼 느껴지기 까지 하네요. 하긴 Eels 비롯한 수 많은 뮤지션들이 사이먼 앤 가펑클에게서 이런 감성을 배워온 것이겠지요.

Wolfmother의 Vagabond는 살짝 우울해졌던 앨범에 다시금 활기를 불러옵니다. Andrew Stockdale의 보컬은 역시나 매력적이구요. 앨범을 통틀어 가장 강한(?) 곡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크게 튀는 듯한 인상을 줄 정도는 아니에요. 이런 곡들이 어떤 장면에 사용되었을지 새삼 궁금해지는 순간이군요. Meaghan Smith의 'Here Comes Your Man'은 마치 미란다 줄라이의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전주가 먼저 반기는 곡이에요. 후반부의 진행은 컨트리에 가까운데 묘하게 장르를 다루는 재미있는 곡이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The Smith의 곡인 'Please, Please, Please, Let Me Get What I Want'를 She & Him의 조이 데샤넬의 보컬로 만나볼 수 있어요. 기존 She & Him의 곡들보다 훨씬 고전적인 방식으로 노래하고 있는 조이 양의 곡을 듣는 것도 인상적이네요. 'Please, Please, Please'하는 후렴구의 애절함은 (팬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 쪽이 더 애절하네요 ^^;





사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사운드트랙에 대한 감상은 전혀 다른 이야기로 재탄생 될지도 모를 일이에요. 어찌 되었든 사운드트랙이란 영화와 별개로는 생각해볼 수 없는 부분이 다분하고, 어떤 장면에 어떻게 쓰였는지에 따라 곡이 본래 지닌 매력을 더 배가 시킬 수도 감소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영화를 더더욱 (아직도 '더'가 남았다면!) 보고 싶어졌다는것! 기회가 되면 영화를 보고나서 사운드트랙에 대한 짧은 감상을 다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Al Green
Lay It Down


이 앨범이 발매된지는 사실 오래되었지만 한동안 수입반 재고가 없어서 구매를 못하고 있다가 두 달 전쯤인가 입고되자마자 바로 질렀던 그 앨범. 알 그린의 이번 앨범은 두 말 할 것 없는 최고의 앨범이다. 이 앨범을 늦었지만 소장하게 된 것은 올해에 가장 잘 한 일중 하나이며, 내 아이폰에 담긴 수 많은 앨범 중에 유독 자주 듣게 되는 앨범이기도 하다. 몇 일 전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알 그린이 있어 따듯하기만 했다.






Belle and Sebastian
The BBC Sessions


분명 이들이 데뷔했을 때부터는 아니었는데, 언제부턴가 벨 앤 세바스찬의 앨범은 꼬박꼬박 챙겨 듣게 되었던 것 같다. 이번 앨범 역시 별 고민없이 집어 들었는데, 고민할 필요 없었다는 건 사실로 드러났다.






Alicia Keys
The Element of Freedom


알리샤 키스는 내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하는 뮤지션 중 하나이다. 알리샤 키스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매번 여성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지난 앨범에 비해 임팩트가 조금 부족한 것도 사실인데, 다음 앨범이 벌써 부터 기다려지는 것은 이런 양면적인 이유 때문이리라.





John Mayer
Battle Studies


존 메이어는 물론 데뷔 당시부터 '천재'소리 듣던 뮤지션이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 차원 높은 뮤지션으로 거듭난 것 같다. 곡을 만드는 능력 외에 기타리스트로서의 면모도 지속적으로 들려주고 있는 그의 이번 앨범도, 역시나 베스트다.





김책 정재일
The Methodologies

사실 지인에게 이 앨범을 소개 받기 전에는 발매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하던 앨범이었는데, 만약 소개 받지 않았더라면 참으로 후회스러웠겠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든 귀한 앨범이었다. 아이돌이 지배하는 국내 음반 시장에서 이런 프리 재즈 앨범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과 박수를 보내는 동시에, 단순히 어려워서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더 설득력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 말재주가 아쉬울 뿐이다. 정재일의 음악활동은 언제나 응원하고 있다.






Evangelion : 2.0 - You Can (Not) Advance

아마 <에반게리온 : 파>를 본 이라면, 자연스레 이 앨범에 손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비록 Beautiful World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말해 무엇하랴. <에반게리온 : 파>인데.






잔혹한 천사의 테제 (2009 ver)
(残酷な天使のテーゼ)

이 앨범은 '파' 사운드트랙을 사려고 들어갔다가 우연히 검색에서 걸린 에바 음반이라 할 수 있는데, 제목처럼 에반게리온 TV시리즈의 오프닝 곡인 '잔혹한 천사의 테제'의 2009년 버전이 수록되어 있다. 원곡만한 편곡은 없다는 진리를 확인시켜준 버전이긴 하지만, 말해 무엇하랴. <에반게리온>인데.






바람의 검심
(るろうに剣心 -明治剣客浪漫譚)

며칠 전 신촌에 새로 생긴 북오프에 갔다가 덥썩 집어온 앨범. <바람의 검심>사운드트랙은 언젠가 하나쯤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이 앨범이 되었다. 켄신 관련 다른 음반들도 있었지만, 가능하면 리믹스 버전이 수록된 앨범보다는 오리지널이 수록된 앨범을 고르다보니, 이 앨범을 선택.





모노노케 히메 
(もののけ姬)

<모노노케 히메 (원령공주)>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이미 소장하고 있지만, 예전부터 아시타카가 음반 표지 모델인 이 음반을 구매하고 싶었었는데, 역시 북오프에 들렀다가 충동구매 하고 말았다. 원곡과는 조금씩 악기 사용이나 편곡이 다른 곡들과 새로운 곡들이 담긴 음악들도 좋고, 무엇보다 저 자켓 이미지 만으로도 200% 만족스럽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한 때는 신보란 신보는 모조리 다 들어보고, 혹은 들어보지도 않고 구매하고, 혹은 구매하고도 들어보지 못할 정도로 음반 속에 파 묻혀 살 때가 있었는데, 그에 비하면 요 근래는 죽고 못살던 밴드의 신보마저 발매 당일이나 언저리에나 알아차릴 정도로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즐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여도 기존에 좋아하던 뮤지션들의 앨범은 어찌 되었든 찾아 듣고 구매하곤 하지만, 이렇게 되다보니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것은 역시나 신인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전처럼 직접 옥석을 가려낼 시간이 없는 관계로 아무래도 누군가의 추천이나, 음반사에서 내놓는 유혹적인 홍보 문구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는데, 'BBC가 선정한 올해의 앨범'이라는 홍보 문구는 '어랏'하는 궁금증과 함께 한 번쯤 속는 셈 치고 들어보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개인적인 음악 취향 덕에 'BBC가 선정한 올해의 앨범'이란 문구보다는 'Pitchfork 선정 베스트 앨범'이 더 혹하기는 하지만, 아직 한 해가 반도 지나기 전에 (이 앨범의 발매시기는 올해 5월이다) '올해의 앨범'이라는 찬사를 보냈다는 것은 '어찌되었든' 이유는 있겠다 싶은 생각에 음반을 찬찬히 들어보게 되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음반 역시 듣기 전에 많은 정보를 미리 습득하는 편은 아닌데, 패션 핏(Passion Pit)의 앨범을 듣기 전에는 이들이 완전한 록 밴드인줄로만 알았다. 물론 라디오헤드(Radiohead)로 인해 록 밴드라는 정체성 자체가 아주 폭넓게 확장되기는 했지만, 추측하기로는 '악틱 몽키스 (Arctic Monkeys)'나 '필링 (Feeling)' 같은 밴드가 아닐까 무심코 생각했었으나 왠걸, '비치 보이스가 MGMT를 만났을 때'라는 앨범 속지의 설명처럼 신스팝과 일렉트로니카, 화려한 코러스라인 등으로 이뤄진 상당히 재기 발랄한 밴드였다. 간단하게 이들의 음악을 설명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장르적 매력을 담고 있는데, 꼭 하나로 뭉뚱그려야 한다면 '신스팝'이 가장 어울릴 듯 싶다. 사실 이런 요소들을 모두 수용한 음반들을 보면 비트 하나는 기똥 차더라도 멜로디 라인은 건질 것이 없다거나, 멜로디는 뽕짝 가요마냥 단 번에 기억되지만 비트는 심심하기 그지 없는 경우가 많은데, 패션 핏의 음악은 기똥 찬 비트는 물론 자신들의 말처럼 '멜로디 위주의 팝밴드'로도 손색 없는 멜로디 라인을 갖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미카 (MIKA)가 얼핏 연상되기도 하지만(아무래도 가성 때문에) 미카의 음악과는 또 다르다. 미카가 'Killer Queen'을 부르는 프레디 머큐리라면 패션 핏은 'Mr. Blue Sky'의 E.L.O에 가깝다.




첫 번째 트랙 'Make Light'부터 패션 핏은 확실히 '달려'준다. 반복적인 베이스 라인을 깊게 깔고 성별을 알기 어려운 가성과 점진적으로 울려대는 비트는, 패션 핏의 음악을 처음 시작하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중반부 부터 베이스 라인과 함께 이어지는 여성 코러스라인도 복고스러움 가득함이 인상적이다. 'Little Secrets' 도입부에 들려주는 완연한 신스팝 사운드와 그루브 넘치는 스내어는 또 다른 느낌이다. 복고적인 사운드들이 많이 사용되긴 했지만 단순히 복고적이라고 보긴 어려운데 아마도 그루브 넘치는 리듬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 목소리처럼 들리는 후반 부의 코러스는 마치 'Go! Team'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The Reeling'에서 들려주는 사운드는 또 완전 일렉트로니카다. 다른 곡들도 모두 마찬가지지만, 패션 핏의 음악은 틀언 놓고 마냥 춤추기에도 더 없이 적절한 앨범이지만 소리 하나하나를 귀기울여 들으면 참 '재미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The Reeling'은 뭐랄까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절로 뮤직비디오 한 편이 머리 속에 그려지기도 한다. 'Eyes in Your Hands'의 도입부는 평범한 록음악 같은데 중반부 부터는 마치 이들이 심하게 장난을 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하이라이트의 '나나나나나나~' 하는 코러스를 듣고 있노라면 그 어느 러브 송 못지 않은 감정도 느낄 수 있다.

'Swimming in the Flood'는 약간은 어두운 분위기의 비트와 극적인 요소를 잘 담아내고 있으며, 박수 만으로도 바로 비트를 타게 되는 'Folds in Yours Hands'는 앨범 내내 보여준 패션 핏의 밀고 당기기를 다시 한번 유감없이 들려주는 곡이다. 이 곡의 후반부는 한창 일렉트로니카가 유행할 때 클럽에서 가장 성행하던 그런 비트와 흥분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앨범 후반부에 가면 아무래도 전반부 보다는 조금 더 실험적인 비트와 악기 사용을 살펴볼 수 있는 곡들이 많다. 앞선 곡들도 충분히 좋지만 후반부를 채우고 있는 이런 곡들은 좀 더 패션 핏이라는 밴드를 오래 기억하게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음악은 화려한 듯 하지만 그 내면에는 소박함이 엿보이는 패션 핏의 'Manners' 앨범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John Frusciante _ The Empyrean

01. Before the Beginning
02. Song to the Siren
03. Unreachable
04. God
05. Dark/Light
06. Heaven
07. Enough of Me
08. Central
09. One More of Me
10. After the Ending


많이 늦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Red Hot Chili Peppers)의 기타리스트이자 솔로 뮤지션으로서도, 그리고 무엇보다 한 명의 기타리스트로서 많은 록 음악 팬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존 프루시안테(John Frusciante)의 새 앨범 'The Empyrean'에 관한 글 말이다. 사실 앨범 발매 당시에는 국내에 수입된 물량도 적었거니와 1차 수입 시기를 놓쳐 한 동안 기다려야만 했기에 실제로 음반을 손에 넣을 수 있던 것은 발매된지 몇 달 뒤었으며, 그로 부터 또 몇 달이 흐른 뒤에야 짧게 나마 글로 정리해보게 되었다.




일단 인상적인 자켓 이미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실제로 존 프루시안테의 이전 솔로 앨범 자켓들은 하나 같이 심플하면서도 무언가 심미함이 가미된 이미지들로 꾸며지기도 했었는데, 이번 앨범 '
The Empyrean'의 자켓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작품'스럽다.



(왼쪽 위에서 부터 시계방향으로, Curtains (2005) / Shadows Collide with People (2004) / The Will to Death (2004) / A Sphere in the Heart of Silence (2004) )


이번 앨범 타이틀인 'The Empyrean'을 우리 말로 해석해보자면 '가장 높은 하늘', 고대 우주론에 등장하는 '불과 빛의 세계로서 후에는 신과 천사들이 사는 곳으로 믿어진 곳' 으로 해석할 수 있을텐데, 일단 자켓이 표현하고 있는 이미지와 앨범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얼핏 수록곡들의 제목을 보아도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efore the Beginning' 'God' 'Heaven' 'After the Ending' 등 이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하나 같이 일맥상통하는 곡 제목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첫 곡
'Before the Beginning'은 9분이 넘는 연주곡이다. 이 곡에서는 프루시안테의 와우 기타의 절정을 맛볼 수 있는데, 정말 미친듯이 울어대는 기타 소리에 내 눈물이 절로 동할 정도다. 존 프루시안테는 상당히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기타리스트로도 정평이 나있는데, 이 곡에서도 그런 존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앨범에 실리긴 했지만 아마도 똑같은 버전으로는 다시는 연주하지 않을 듯한 이 곡. 존의 나른한 보컬을 만나볼 수 있는 'Song to the Siren'을 지나면 이번 앨범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Unreachable'을 만나볼 수 있다.




6분 10초짜리 이 곡은, 초반에는 참 평범하게 시작한다. 평범한 리듬과 편안하게 노래하는 존. 중간 몇 번 리듬의 변화를 주고 난 뒤, 후반 부쯤 가서 본격적인 솔로가 시작되면서 곡은 급변하게 되는데 그 순간이 정말 짜릿하다. 존 프루시안테의 많은 곡을 들으며 비슷한 경험을 하긴 했었지만, 정말 그 가운데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이 곡 후반부의 솔로와 전개부분은 정말 최고. 최고다. 기타 솔로가 전자 오르간 사운드와 합쳐지면서 계단식으로 발전하는 이 부분은 마치 King Crimson의 곡에서나 들었을 법한 전개로서,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정말 이 앨범을 통틀어 최고의 순간을 선사한다.




'God'에서는 존 특유의 가성을 잔뜩 만나볼 수 있으며, 'Dark/Light'의 중반 부 코러스는 개인적으로는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실험적인 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당히 드라이한 보컬과 기타 사운드와 선굵은 베이스 라인이 돋보이는 'Heaven', 시작부터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이 의외스럽기까지 했던 'Central', 후반 부 현악기로 이뤄진 연주마저 만나볼 수 있었던  'One More of Me', 그리고 일렉트로니카적인 사운드로 앨범을 마무리하는 'After the Ending'까지. 전체적으로 앨범으로서 짜임새 있는 구성이었으며, 단순한 기타 연주를 넘어서서 다양한 실험으로 접목시키려는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음반 활동이 잠정 중단 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존 프루시안테의 새 앨범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물론 R.H.C.P 보다도 (어쩌면) 더 존을 좋아하게 되어버리긴 했지만, 존과 함께 R.H.C.P가 다시 한번 무대 위로 날아오를 그 날도 기다려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일본 음악을 즐겨 들은지도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번 앨범을 받아들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왜 그 동안 히라이 켄의 앨범을 단 한번도 제대로 들어보려고 시도하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었다. 차라리 그 이름을 몰랐다면 얘기가 될 텐데, 히라이 켄이라는 이름은 매우 자주 들어왔었고 지인 가운데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이도 있었을 정도로 가깝다면 가까운 아티스트였는데, 왜 그랬는지 별로 제대로 들어보려고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굳이 그 이유를 떠올려보자면 아마도 그가 흔히 말하는 '발라드' 가수라는 선입견 때문이었을텐데, 아무래도 일본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주된 이유가 록 음악이었다보니, 그리고 그 이후에 좋아하게 된 뮤지션들은 거의 다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아니면 블랙뮤직을 주로 하는 팀들이다보니 점점 히라이 켄과는 멀어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서야 들어보게 된 히라이 켄의 음악은 내가 선입견을 가지고 짐작해오던 그런 '발라드'는 아니었으며 (절대 발라드를 폄하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남자가 들어도 달콤한 (각트처럼 느끼하지 않고 달콤한) 보이스는 특히나 커버 곡으로 이뤄진 앨범 'Ken's Bar'와 너무도 잘 어울렸다.




앨범 속지의 해설서에 따르자면 이 'Ken's Bar'란 프로젝트는 실제 히라이 켄이 지점장 겸 보컬을 맡고 있는 라이브 까페에서 벌어지는 라이브이자 'Bar'이며, 입소문이 커져 극장 라이브로 발전되기도 했고, 2003년에는 'Ken's Bar'의 컨셉을 하나로 엮은 음반을 이미 발매하기도 했으며, 이번에 발매된 앨범은 그 2탄 겪으로서 Ken's Bar의 개점 1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많은 뮤지션들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게 되면 커버 곡으로 (리메이크 곡으로) 이루어진 컨셉 앨범을 종종 내곤 하는데, 대부분이 상업적인 성격이 짙거나 앨범의 완성도보다는 그저 자신의 팬들만을 위한 성격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사실 이 앨범의 성격을 알게 되었을 때 큰 기대를 갖지는 않았었는데, 막상 들어본 'Ken's Bar'는 왜 이 프로젝트가 많은 일본인들과 음악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는지 절로 알 수 있는 매력적인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커버 곡으로 이뤄진 앨범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 두 가지를 고르라면 하나는 보컬의 역량이 될 수 있겠고, 다른 하나는 곡의 해석을 어떻게 달리하는가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성공한 리메이크 앨범의 경우 완전히 장르를 파괴하여 자신들만의 것으로 곡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가 좀 더 많다고 할 수 있을텐데, Ken's Bar는 이런 케이스가 아니라 보컬의 역량에 좀 더 촛점을 맞춘 프로젝트라 하겠다. CD플레이어에 CD를 넣고 처음 히라이 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기존에 잘 알고 있던 곡이라 하더라도 그의 보컬이 곡을 압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감미로운 그의 목소리는 어떨 때는 송가처럼, 어떨 때는 러브 송처럼 가슴 깊은 곳을 이른바 '후벼 파는' 감성적인 파급력을 지니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 잘 알고 있는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특별한 곡해석 작업이 없었음에도 보컬 만으로 곡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인트로와 경음악 트랙을 지나 그의 보컬을 만나볼 수 있는 첫 번째 곡 'New York State of Mind'는 이미 수 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이미 익숙해질 만큼 불려진 곡이지만, 독특한 미성의 히라이 켄의 목소리로 들으니 또 다른 느낌이다. 4번째 곡 '僕がどんなに君を好きか、君は知らない (내가 얼마나 너를 좋아하는지 너는 알지 못해)'를 듣고 있노라면 장소가 어디든 그 차분함과 따듯한 분위기에 금새 빠져든다. 다른 곡들을 듣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지만 이 앨범은 듣고 있는 그 장소를 한껏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힘을 갖고 있다. 5번째 곡은 하마사키 아유미의 곡으로 더 유명한 'Love ~Destiny~'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히라이 켄 보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는 듯 악기의 사용이나 추가 장치들은 가능한한 배제하고 있는데, 이 곡 역시 피아노 반주 만이 그의 목소리를 받쳐줄 뿐이다. 6번째 곡은 두 말하면 잔소리일 Eagles의 명곡 'Desperado'이다. 개인적으로 데스페라도는 너무 많은 뮤지션의 너무 많은 버전을 겪은터라 신선함이 확실히 덜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




역시 너무나도 유명한 'Moon River'를 지나면 Neyo의 곡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모았었던 'Because of You'가 히라이 켄의 목소리로 전해진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로 편곡된 'Because of You'는 네요의 느낌과는 또 다른 담백하면서도 히라이 켄의 보컬을 더 섬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워낙에 원곡이 좋은 탓도 있겠지만, 히라이 켄의 애절한 보컬과도 잘 어울리는 듯 했다. 일본 공연시 게스트로 출연한 적도 있었던 스티비 원더의 곡 'Lately' 역시 히라이 켄 같은 보컬이라면 한 번쯤 불러볼 만한(도전해 볼만한) 곡이라고 생각된다. 원곡보다는 훨씬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로 편곡된 것이 이채로웠다. 이 이후로도 정말 'Ken's Bar'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몸을 좌우로 가볍게 흔들게 될 만큼 편안한고 아늑한 그의 곡들이 더 수록되어 있다.




히라이 켄의 Ken's Bar를 듣고 난 가장 첫 느낌은 '참 따듯하다'와 '참 편안한다'라는 것이었다. 정말 부담없이 한 낮 햇살 가득 내려 쬐는 방안에 홀로 앉아 듣고 싶은 앨범. 바람이 살랑살랑 머릿 결을 스치는 공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듣고 싶은 앨범.

아, 그리고 언제 한번 그의 바에 놀러가서 히라이 켄과 함께 차 한잔, 맥주 한잔 하며 듣고픈 앨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노무현 대통령을 조용히 추모하는 좋은 프로젝트 앨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매품으로 기획된 앨범으로서 500매 한정으로만 주문을 받고, 이후에는 온/오프라인 음반매장에서도 판매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하네요. 참고로 음반 가격은 1,000원 이상이면 얼마가 되었든 상관없이 자유롭게 입금할 수 있으며, 이 음반 구매를 위해 모인 금액 전부는 '노무현 대통령 기록관' 건립을 위해 전액 기부될 예정입니다. 다시 말해 음반을 구매한다기 보다는 기록관을 위해 기부를 하고 추모 앨범을 덤으로 받는 다고 생각하셔도 무리가 없을 것 같네요. 하지만 '덤'이라고 보기에은 수록된 뮤지션들의 곡들이 괜찮은 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웃는 얼굴이 프린트 된 음반 자켓을 보았을 때도 인상이 깊었는데, 케이스를 열고 나니 거리를 가득 메운 노란 풍선이 하늘로 하늘로 떠다니는 디스크 프린트가 또 한 번 찡하게 하네요.





'그대 없는, 그대 곁에'라는 타이틀로 발매된 이번 추모 앨범에는 총 8곡의 곡이 수록되었습니다. 인디 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익숙한 뮤지션들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어른아이' '타루' '캐스커' '미스티 블루'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앨범을 듣기 전에는 저도 단순히 '기부'의 의미를 두고 앨범 자체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노래를 들으니 추모 앨범이라는 의미 답게 그 분을 떠올리게 하는 아련한 감성이 그대로 잘 담겨있었습니다.




In Memoriam 1946-2009
그대 없는, 그대 곁에

01. Sarabande - Sentimental Scenery
02. 내 눈물에 고인 하늘 - 어른아이
03. 등산 - 박준혁
04. 겨울새 - 타루
05. 하늘나비 - 캐스커
06. 한 밤의 꿈 - 미스티 블루
07. 편지 (feat. 방지연) - 안정준
08. Spiritual - 이진우



해당음반은 아래의 링크 주소에서 예약주문 하실 수 있습니다. 500장 한정에 현재 300명이 조금 넘었으니 그리 여유가 많지는 않네요.

http://themodel2.cafe24.com/bbs/zboard.php?id=toystore&page=1&page_num=20&category=&sn=off&ss=on&sc=on&keyword=&prev_no=2&sn1=&divpage=1&select_arrange=headnum&desc=asc&PHPSESSID=4cbcd2d3b39257ee715617f6a5c2a622


오늘 같이 비오는 날, 그 분을 다시 한번 떠올려봅니다. 시간은 참 빨리도 흐르는군요.



글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사진은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oystore Music에 있습니다.






진짜 오랜 만에 John Frusciante 앨범을 사러 갔던 음반몰에서 우연히 발견을 하고는 정말 급작스럽게 bjork의 앨범을 덥썩 구매하게 되었다. 진정한 bjorker라면, 그리고 그녀의 음반 컬렉터라면 도저히 안사고는 못배길 이번 패키지.




한국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던 volta 투어 라이브 실황과 volta비디오가 담긴 2장의 DVD와 라이브 버전과 리믹스 버전의 CD 2장이 수록된 스페셜 한정판 앨범. 그렇기에 가격도 후덜덜.




비닐은 언제나 처럼 칼로 잘 잘라서,  내용물만 넣다 뺄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정도 가격의 음반이라면 이 정도 수고는 자연스레 거들뿐.




푸짐한 내용물들. volta 앨범의 연장선에 있는 앨범임을 단 번에 알 수 있듯이 메인 자켓 디자인과 겹겹의 슬리브로 채워져 있는 컨셉도 이전 volta 앨범과 동일하다.




접혀 있는 종이를 쫘악 펼치면 한 면에는 포스터가 다른 한 면에는 수록곡에 대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7개의 슬리브로 되어 있는 구성물. 각각의 슬리브마다 인상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CD/DVD를 수록하고 있지 않은 슬리브들에 안 쪽에는 색색깔로 치장되어 있다.




volta 리믹스 곡들이 수록되어 있는 첫 번째 CD.

CD 1 - THE VOLTA REMIX
01. Earth Intruders
02. Innocence
03. Declare Independence
04. Wanderlust
05. The Dull Flame Of Desire
06. Earth Intruders
07. Innocence
08. Declare Independence
09. The Dull Flame Of Desire
10. Innocence
11. Declare Independence
12. Innocence




라이브 실황이 담겨 있는 두 번째 CD

CD 2 - Songs From The Volta Tour Performed Live At Olympic Studios
01. Wanderlust
02. Hunter
03. Pleasure Is All Mine
04. Innocence
05. Army Of Me
06. I Miss You
07. Earth Intruders
08. All Is Full Of Love
09. Pagan Poetry
10. Vertebrae By Vertebrae
11. Declare Independence




라이브 실황이 담겨있는 첫 번째 DVD

DVD 1 - The Volta Tour
01. Brennio Pio Vitar
02. Earth Intruders
03. Hunter
04. Immature
05. Joga
06. Pleasure Is All Mine
07. Vertebrae By Vertebrae
08. Where Is The Line
09. Who Is It
10. Desired Constellation
11. Army Of Me
12. Triumph Of A Heart
13. Bachelorette
14. Wanderlust
15. Hyperballad
16. Pluto
17. Declare Independence
18. Pneumonia
19. Cover Me
20. My Juvenile
21. Immature
22. The Dull Flame Of Desire
23. Vokuro
24. Sonnets / Unrealities XI
25. Mouths Cradle




volta의 다양한 뮤직비디오 들이 담겨있는 두 번째 DVD

DVD 2
The Volta Videos
01. Earth Intruders
02. Declare Independence
03. Innocence
04. Wanderlust
05. The Dull Flame Of Desire
06. Making of 'Declare Independence'
07. Making of 'Wanderlust'
Innocence - The Competition Top Ten Runners Up In Alphabetical Order
08. Davood Saghiri
09. Dimitri Stankowicz
10. Etienne Strubbe
11. Julie Himmer
12. Laurent Labouille
13. Mario Caporali
14. Mik o_o Armellino
15. Renato Klieger
16. Roland Matusek


오랜만에 흠뻑 bjork의 음악에 빠져들게 될 것 같다. 더군다나 라이브 DVD 포함이라니 지난해 내한공연의 감동을 다시 한번 추억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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