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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Captain America: Civil War, 2016)

어벤져스 식으로 풀어낸 슈퍼히어로의 딜레마



어벤져스와 관련된 사고로 부수적인 피해가 일어나자 정부는 어벤져스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인 일명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내놓는다. 어벤져스 내부는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찬성파(팀 아이언맨)와 이전처럼 정부의 개입 없이 자유롭게 인류를 보호해야 한다는 반대파(팀 캡틴)로 나뉘어 대립하기 시작하는데... (출처 : 다음영화)


루소 형제가 연출한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저 (Captain America : The Winter Soldier, 2014)'는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작품성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그리고 독립적인 작품이었다.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들 가운데 몇몇은 이 세계관을 구성하는 역할로서 더 의미를 갖는 작품이라 조금씩 아쉬움을 남기는 편이었는데, '윈터솔저'는 단순한 볼거리 위주의 오락 영화의 한계와 MCU를 구성하는 하나의 조각 이상의 독립적 완성도와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성공, 결국 마블의 세계관을 더 견고하게 쌓아 올리는데 큰 역할을 한 작품이었다. 이런 기대를 한 껏 등에 업은 것은 물론, 원작 코믹스의 팬들이 가장 기대하던 이야기중 하나인 '시빌 워'를 담은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어벤져스' 이상의 기대를 갖게 한 작품이었다. 결론적으로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는 '어벤져스'가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볼거리와 오락성 그리고 '윈터솔저'가 보여주었던 내적인 깊이와 성장의 작품성 가운데서 적당한 균형을 이룬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이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미 공개 된 내용들도 있지만 아직 안보셨다면 가급적 모르시는 편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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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전작 '윈터솔저'의 이야기와 그간 다른 마블 작품들에서 벌어졌던 일들 (특히 '어벤져스 2'의 소코비아 전투)의 영향력 하에서 시작된다. 원작 코믹스에서 주 된 갈등 요소가 초인등록법을 두고 벌어진다면 영화 '시빌 워'에서는 소코비아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결정타가 되어 어벤져스 활동에 대한 전 세계 국가들이 이른바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이를 두고 찬성파 (아이언맨)와 반대파 (캡틴)로 의견이 나뉘게 되며 갈등이 깊어지게 된다. 일단 이 갈등의 당위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 이미 전작 '윈터솔저'에서 속해 있던 쉴드라는 조직의 문제를 깨닫게 된 캡틴과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더 직접적으로 자신과 어벤져스의 역할과 관계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한 아이언맨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시빌 워'의 갈등은 그리 급작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즉, 코믹스를 봐야 만 이해 가능한 전개가 아니라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들만으로도 충분한 당위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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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어벤져스' 같은 영화에서 갸우뚱 하게 되거나 공감을 얻지 못하게 되는 부분은 바로 캐릭터가 겪는 갈등과 그 해결의 순간인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전작들이 없었더라면 '시빌 워'에서 캡틴과 아이언맨 등이 협정문의 사인을 두고 겪는 갈등이 그리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 영화는 심각한데 관객은 '뭐지?'싶은 경우가 아니라, 관객들 역시 양쪽 입장이 모두 공감은 되지 않을 지언정 (한쪽의 손을 완벽히 들어줄 지언정) 양쪽의 입장 모두가 이해는 되는 상황을 이뤄냈다는 것 만으로도 이번 '시빌 워'는 목표를 달성했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균형이 무너져 버리면 본래 같은 편이었던 주인공들이 다른 편에서서 대립하게 되는 구도 자체가 성립되지 못했을 텐데, 다행히도 '시빌 워'는 끝까지 그 균형점을 아슬아슬하게 지켜 냈다. 그렇다보니 '시빌 워'의 몇몇 장면은 대부분의 히어로물이 갖고 있는 익숙한 딜레마를 반복하고 있음에도 또 한 번 집중하도록 만들었는데, 토니 스타크가 피터 파커, 그러니까 스파이더 맨을 처음 만나 대화하는 장면 역시 그렇다. 이 대화 시퀀스는 MCU에서 스파이더 맨이 처음 등장하는 중요한 장면이라는 이유를 제외하더라도 상당히 긴 시간 중요하게 묘사되는데, 영웅의 능력과 사용 그리고 그 능력을 사용하는 영웅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본질적이면서도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낸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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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적으로 넓게는 슈퍼 히어로물, 좁게는 '어벤져스'의 딜레마를 풀어내야 했다면, 외적으로는 종합선물세트인 '어벤져스' 시리즈 만큼이나 많은 캐릭터들이 동시에 등장하는 복잡한 영화로서 균형의 딜레마를 풀어내는 것이 숙제였다고 볼 수 있었다. 특히 갈등의 중심인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균형은 물론, 이 영화에서 처음 등장한 블랙 팬서 그리고 모든 관객이 기다려 왔던 스파이더 맨까지 이야기의 비중이나 균형을 이뤄내야 했는데, '시빌 워'는 그 균형을 적절하게 이뤄 냈다. 사실 '어벤져스' 시리즈의 경우 하나의 페이즈를 마무리 하는 일종의 보여주기 식 정리 성격이 강해 어느 정도 아쉬운 점들이 있어도 그 자체로 넘어갈 수 있지만, '시빌 워'의 경우는 내적인 이야기의 전개와 해결이 더 중요한 독립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역할과는 다르게 '어벤져스'급으로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구조는 가장 큰 딜레마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블랙 팬서는 윈터 솔저의 이야기와 맞물려 영화의 뼈대가 되는 스토리에 잘 녹여냈고, 익숙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스파이더 맨의 경우 MCU의 스파이더 맨은 이런 모습이다 라는 점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관객들이 스파이더 맨에게 기대하는 액션은 부족하지 않게 보여주는 것도 적절한 균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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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워낙 아쉬운 점이 많아 더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시빌 워'가 '에이지 오브 울트론' 보다도 (긍정적인 의미에서) 더 '어벤져스 2'에 어울려 보였다. 즉, 다양한 히어로들이 동시에 등장할 때 기대되는 액션과 볼거리 측면에서도 '시빌 워'가 더 만족스러웠다는 얘긴데, 하이라이트인 공항 결투씬은 물론, 그 외에도 오히려 '어벤져스'에서는 별로 찾아볼 수 없었던, 각자의 능력을 협업을 통해 팀을 이뤄 공격하는 장면들은 마치 합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무술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런 액션을 담아내는 카메라도 너무 화려하지 않고 적당한 수준에서 움직였던 것 같고. 액션과 볼거리 측면에서도 확실히 '에이지 오브 울트론' 보다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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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어벤져스'가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볼거리와 오락성 그리고 '윈터솔저'가 보여주었던 내적인 깊이와 성장의 작품성 가운데서 적당한 균형을 이룬 작품이 이 작품이라고 했는데, 이건 호불호의 포인트로 작용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양쪽을 다 적당히 만족시키기는 했지만 한 편으로 더 쏠렸으면 했던 관객들에게는 그 만큼 아쉬운 포인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를 다 떠나서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는 마블의 영화를 극장에 보러 갈 때 기대하는 바는 끝내주게 충족시켜주는 작품임에는 틀림 없다. 최소한 극장에서 두 번은 볼 만한 가치가 있다.



1. 청년 보다는 소년 스파이더 맨의 풋풋한 매력이 재미있었어요. 내년에 나올 '스파이더 맨 : 홈 커밍'이 몹시 기다려지네요.

2. 영화를 보기 전에는 블랙 팬서의 비중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고 다른 캐릭터들과는 달리 개별적인 소개가 없었음에도 무게있게 잘 녹아든 편이었어요. 2018년에 단독 영화가 개봉 예정인데, 그 사이에 간간히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ㅎ

3. 앤트맨은 분량은 적지만 크게(!) 한 껀 합니다. 정말 크게.

4. 팔콘의 액션을 맘껏 본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아이언맨 보다도 더 멋진 장면들을 많이 연출해 낸듯.

5. 마틴 프리먼도 등장하는데 그도 능력이 있는데 쓰지는 않더군요 (반지를 끼면 사라지는 능력)

6. 왕십리에서 아이맥스3D로 보았는데 만족스러웠어요. 한 번 더 보고, 그 다음엔 기회가 되면 돌비애트모스 2D로 한 번 보려구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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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Avengers : Age of Ultron _ Bluray review)

블루레이 리뷰


마블의 히어로들을 하나의 영화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일종의 올스타전 격인 '어벤져스' 는 처음 '트랜스포머'가 그랬던 것처럼 원초적인 쾌감을 선사하는 훌륭한 오락 영화였다. 조스 웨던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각 캐릭더들의 장점들을 하나의 영화에 잘 녹여 냈고, 단순히 볼거리 만을 늘어 놓은 것이 아닌 (그래도 괜찮은데) 각자의 영화에서 진행되었던 이야기들의 흐름을 이어가는 줄거리까지 완성시키면서, 기존 코믹스의 팬들과 일반 대중들 모두에게 환영 받는 작품을 만들어 냈었다. 

 

하지만 이 작품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그것 만으로는 양쪽 모두를 만족 시킬 수 없는 태생적 조건을 갖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과연 확장되어 가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하나로 중간 정리해 줘야 할 의무가 있는 이 작품이 어떤 완성도와 방향성을 갖고 있을 지는, 영화 자체의 재미만큼이나 궁금한 포인트였다.






영화 화 된 '어벤져스'는 특히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저' 를 기점으로 확연히 진화했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단순히 코믹스를 영화 화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립적인 영화로서도 충분한 완성도와 이야기를 갖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대부분의 캐릭터들의 각자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어벤져스는, 각자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어벤져스의 이야기를 떡밥으로, 혹은 주요 테마로 등장 시키면서 팬들로 하여금 다음, 더 나아가 그 다음까지 기대하도록 만드는데 성공했는데, 이러한 성공이 계속 될 수록 오히려 부푼 기대감에 더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조스 웨던의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비교적 재미와 이 작품이 반드시 수행해야만 하는 기능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조금 아쉬운 점은 바로 편집과 특유의 유머에 있었다. ‘어벤져스’라는 또 하나의 프랜차이즈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수 많은 캐릭터들이 단순히 등장하는 정도가 아니라, 누구는 새롭게 등장해 소개부터 해야 하고, 누구는 이미 본인의 독립된 영화에서 진전된 이야기나 갈등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이어가거나 혹은 풀어내야 하며, 누구는 출연 시키되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그리는 가에 따라 작품 자체의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편집 포인트는 어쩔 수 없이 그리 매끄러운 편은 아니었다. 단서를 던지거나 전개를 위해 반드시 삽입은 해야 하는데 풀어내는 연출에 있어서는 기복이 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부 장면에서는 애매하게 다음으로 점프하는 장면들도 있었고, 단순히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 외에 전개의 기능은 하지 못하는 장면들도 여럿 있었다.





또 하나, '어벤져스'의 히어로들이 다른 히어로 영화들과 다른 점이라면 상당히 유쾌하다는 점인데, 이번 작품은 앞선 이유와 마찬가지로 유머 역시 여러 캐릭터들의 이해 관계에 맞게 해결하고 전개해야 했기 때문에,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으나 실제로 공감할 만큼 유머러스 하지는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아쉬움을 꼽자면, 바로 캐릭터들 각자가 겪게 되는 갈등에 관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번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깊게 고민하고, 더 나아가 '시빌 워'의 초석이 되는 고민과 갈등이 바로 여기서 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아이언맨 2, 3'편을 거치면서 점점 부각되고 있는 토니 스타크의 고민과 갈등은 이번 작품에서 주요 포인트가 되며, 캡틴과 헐크, 블랙 위도우, 토르 모두 마찬가지의 갈등을 겪게 된다. 

 

이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시간 상의 한계라고 생각되는데, 굉장히 중요한 고민 포인트 임에도 더 깊이 있게 비중을 둘 수는 없었던 시간적 한계가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 짧은 한 편의 영화 속에서도 각각의 고민을 효과적으로 묘사해서 만족스러웠다는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호불호 포인트).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같은 작품은 사실 엄청난 기대 속에 관람하기 때문이지, 객관적으로 보자면 사실 액션 블록버스터로서 큰 손색 없이 재미있는 편이다.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의 영화들은 그 광대한 세계관을 더 많이 알면 알 수록 보이는 것도, 흥미로운 것도 많은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장면 하나 하나 대사 하나 하나도 놓칠 수 없게 다양한 떡밥들을 주기적으로 노출하고 있는 구성은, 그 자체로 팬들을 위한 장치이자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리고 다시 얘기하지만 '어벤져스'는 어쩔 수 없이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반응하는 흥분 포인트가 존재하는 영화다. 영화 말미에 울트론과 결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모든 히어로들이 한 곳에 모여 (마치 게임처럼) 자신의 필살 공격을 퍼붓는 장면에서는 우리가 히어로 영화를 볼 때 기대하게 되는 바로 그 원초적인 쾌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특별히 궁금했던 국내 촬영 분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 생각보다 훨씬 분량이 많아서 사뭇 놀랐다. 그저 수 많은 로케이션 중 한 곳으로 한 두 장면 스쳐가는 것이 아닐까 했으나, 주요 로케이션 장소로 다양한 액션 시퀀스가 벌어졌는데 우리나라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옥의 티라던가 (블랙 위도우의 공간 점프), 아무래도 눈과 귀에 들어올 수 밖에는 없는 한글 간판과 우리 말 대사들로 인해 소소한 영화 외 적 재미도 없지 않았다. 기존에 한국을 다뤘던 영화들과 간단히 비교해 보자면, 서울이라는 장소를 아주 미화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오해하지도 않은, 딱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 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반대로 무언가 서울이라는 도시가 특별한 포인트가 없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비춰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에 등장한 캐릭터 만을 두고 보았을 때 울트론이라는 캐릭터는 이것 보다는 훨씬 더 강력한 파워와 더 깊이 있고 무게감 있는 주제를 담고 있는 캐릭터라 할 수 있을텐데, 조금은 쉽게 (혹은 갑작스럽게) 무너져버린 경향이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처음 어벤져스 멤버들과 만났을 때 대화 시퀀스의 무게감을 영화가 끝날 때까지 팽팽하게 가져갔더라면, '윈터솔져'가 그랬던 것처럼 더 깊이 있는 작품이 되었을 수 있었을 텐데, 한 편으론 그러기엔 이 작품이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다시 말해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완성해야 하는 기능적인 의무가 있는 동시에 액션 블록버스터로서 독립적으로도 충분한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또 다른 의무가 있는 영화라는, 일종의 확장성과 한계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수 많은 캐릭터들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앞으로도 마블의 영화들이, 특히 어벤져스 시리즈가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균형이 아닐까 싶다.






Blu-ray : Video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블루레이의 화질은 역시 기대했던 것답게 충분한 볼거리와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는 만족스러운 화질이다. 많은 CG와 다수의 렌더링 작업을 거친 영상은 블루레이 영상에서도 특별한 이질감을 주지 않고 비교적 자연스러운 영상을 보여주며, 로케이션 촬영 분에서는 특히 디테일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이 작품은 작품의 성격 답게 어두운 장면이 상당히 많은 편인데, 블랙의 표현력도 준수한 편이라 어두운 장면에서의 감상도 불편이 없는 편이다. 헐크와 헐크버스터의 대결 장면의 경우 전혀 다른 질감과 성질의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는데, 격한 결투로 인해 더럽혀진 헐크의 피부 표현력은 더 디테일 해 졌으며 헐크버스터의 금속성 표면의 경우도 그 질감의 디테일이 확인 가능한 수준의 화질을 제공하고 있다.







Blu-ray : Audio

 

DTS-HD MA 7.1 채널의 사운드는 전반적으로는 준수한 편이나 기본적인 볼륨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모든 히어로가 총출동하는 첫 시퀀스에서는 사운드 측면에서 기대할 만한 다양한 조건들을 갖춘 장면이라 하겠는데, 기본적으로 세팅 된 볼륨의 레벨이 낮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날카롭거나 화려하기 보다는 상당히 절제된 느낌의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액션 블록버스터의 화끈한 사운드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조금은 감흥이 덜한 사운드가 될지도 모르겠다.







우퍼 역시 상당히 절제 된 울림을 들려주며, 채널 분리도 역시 귀가 바로 바로 반응할 만한 화려함까지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대사의 전달력은 상당히 선명하며, 밸런스 측면에서는 좀 더 나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사운드라고 할 수 있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루레이의 부가 영상으로는 조스 웨던 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과 몇 가지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이 수록되었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인기에 비했을 때 그리 풍부한 부가 영상은 아니라 할 수 있는데, 조스 웨던 감독의 음성 해설이 이러한 아쉬움을 조금 이나마 달래준다.






제작과정 부가영상 중 첫 번째 챕터인 ‘어벤져스 : 에이즈 오브 울트론 메이킹 영상’은 약 20분 분량으로 전편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완성된 팀웍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배우들의 반가운 촬영 소감으로 시작된다. 울트론 역할을 맡은 제임스 스페이더의 연기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단순히 목소리 연기 정도가 아니라 모션 캡쳐 방식으로 촬영되어 특수 수트를 입고 모든 장면을 직접 연기하는 모습은 스크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인 것은 물론, 제임스 스페이더라는 배우와는 쉽게 매치 시키기 어려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남아공에서 촬영된 헐크와 헐크버스터의 촬영 뒷이야기와 실제 이 시퀀스가 완성되기까지 사용된 다양한 효과들에 대한 소개도 수록되었다. 그리고 국내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할 수 밖에는 없을 한국 촬영에 대한 내용도 제법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 메이킹 영상 형태로 보니 서울에서 촬영한 것이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The Infinite Six’에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하나로 연결하는 중요한 테마라고 할 수 있는 인피니티 스톤에 대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타노스 그리고 인피니티 스톤 중 영화에 등장한 4개의 스톤에 대한 각각의 짧은 소개와 함께 어떤 마블 영화 속에서 등장 했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이해하는 데에 유익한 영상이라 할 수 있겠다.






‘Global Adventure’에서는 우리나라 서울을 비롯해 이탈리아와 영국, 남아공 등의 다양한 로케이션 촬영지에 대한 내용이 짧게 수록되었다.






‘삭제 및 확장 장면’에서는 총 4개의 시퀀스가 수록되었는데 조스 웨던 감독의 음성 해설이 옵션으로 추가되어 장면에 대한 설명과 수록되지 못한 이유 등에 대해 들을 수 있다. 4가지의 삭제 장면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건 토르가 노른을 만기 위해 동굴에 가는 시퀀스인데 전체적으로 어벤져스에 수록되기에는 내용이 어렵고 토르에 수록될 법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삭제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NG모음’과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평]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또 한 번 정리하고, 앞으로 있을 ‘시빌워’를 예상할 수 있는 전개와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 들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블루레이의 경우 좀 더 다양한 부가 영상 수록이 조금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어 또 한 번 ‘어벤져스’의 흥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선택에 주저할 필욘 없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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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 (Ant-Man, 2015)

평범해서 기대되는 마블의 새로운 영웅



아마도 원작 그래픽 노블의 홍보 문구였던 것 같은데, '나도 드디어 앤트맨의 팬이라는 걸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라는 식의 멘트였다. 그 만큼 '앤트맨 (Ant-Man, 2015)'의 영화화 에는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의 여러 작품들의 성공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다른 슈퍼 히어로들에 비해 앤트맨은 비교적 평범하고 현실적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영화화 된 마블 히어로들 가운데 비슷한 캐릭터를 꼽자면 스파이더맨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듯 하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 처해 있는 주인공과 전혀 다른 세계에서 진행되던 최첨단 과학기술과의 우연한 만남과 사고로 인해 발생하고 전개되는 '앤트맨'은, 확실히 '아이언맨'이나 '토르' '캡틴 아메리카'와는 다른 종류의 재미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또 다른 마블 히어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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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처음엔 그랬지만 그보다도 폴 러드가 마블의 새로운 영웅을 연기한다고 했을 땐 적지 않게 놀랐었다. 국내에도 소개되었던 '아워 이디엇 브라더 (Our Idiot Brother, 2011)'를 비롯해 그가 다른 영화에서 주로 보여주었던 캐릭터는 코미디, 드라마 장르를 기반으로 한 캐릭터였기에 그가 일반 액션 영화의 주인공을 맡는 다고 해도 제법 놀랐을 텐데, 그냥 액션 영화도 아닌 마블 히어로를 연기한다고 했을 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앤트맨'을 보고나서는 어느 정도 그의 캐스팅에 대해 수긍이 되는 점이 있었다. '앤트맨'은 확실히 다른 슈퍼 히어로들에 비해 개인적으로나 그가 처한 현실을 봐서도 매우 평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드라마 적 요소가 강조된 캐릭터라는 점에서 폴 러드의 캐스팅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아이언맨'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액션 시퀀스는 헬멧을 착용한 채로 이뤄지는 점도 두 가지 면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요소였다고 할 수 있겠다. 새롭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한 캐릭터답게 재미 만큼이나 캐릭터의 성격에 대한 설득력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이번 '앤트맨'은 나쁘지 않은 소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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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영화화 된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새롭게 등장하는 히어로들의 경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가 그 독립적인 영화에 대한 관심보다 더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앤트맨' 역시 '앤트맨'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 만큼이나 그가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에 등장한다는 소식이 더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시빌워'의 갈등 전개로 보았을 때 그가 캡틴 아메리카의 편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가 가장 기대되는 부분인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번 '앤트맨'은 그가 어떠한 능력치를 갖고 있고, 그 능력치로 인해 어떠한 미션 수행이나 다른 히어로들과의 상성 측면에서 어떠한 구도를 만들어 낼지 예상하고 기대할 수 있기에 충분한 근거를 담고 있다. 사실 다른 마블의 속편들을 이야기할 때도 몇 번 이야기했었지만 (특히 '토르 2'의 경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만들어지면서 일부 속편들과 새로운 캐릭터들의 작품은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보다는 이 세계관의 구성을 위해 재료로서 존재하는 성격이 더 짙어지고 있는데, '앤트맨'도 그 편에 더 가깝다. 이것은 '앤트맨'의 장점이자 단점인 부분으로 관객들이 어떠한 기대를 갖고 이 작품을 접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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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인 작품의 성격으로 보자면 '앤트맨'은 단순히 작아지는 것이 능력 이상의 어떤 영향력이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 대해 답하고 있는 흥미로운 액션 영화였다. 처음 '앤트맨'을 알게 되고 나서도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곤충 크기로 작아지는 것이 능력이라기보다는 핸디캡에 가깝지 않나 싶었던 생각 때문이었는데, 물론 작아지는 것이 포인트이기는 하지만 작아지는 만큼 본래 크기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능력 발휘가 가능한 지점이 있었고, 곤충 크기로만 할 수 있는 미션에 대한 설득력도 흥미롭게 묘사되고 있다. 사실 '앤트맨'에 가장 우려했던 점은 혹시 이 영화의 몇몇 장면들에서 '애들이 줄었어요'가 연상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는데, 실제 비슷한 장면들이 많았음에도 그 일상이 거대해지는 장면들이 코믹하게 그려지는 것을 최대한 지양한 연출로 인해 여기서 오는 코믹함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설정 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최대화 한 장면들 (이를테면 크기가 작아지는 앤트맨은 물론, 모든 사물을 작게 혹은 크게 만들 수 있는 무기가 활용되는 장면)은 특별한 긴장감과 재미를 주고 있어, 후반부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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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앤트맨'은 세계를 구한다는 정의감이나 대의가 아닌 그저 딸을 아끼는 아버지의 소소한, 하지만 위대한 마음을 묘사하는 소시민 영웅인 동시에, 신체를 마음대로 작게 만들었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릴 수 있다는 설정을 통해 평범한 현실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묘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영화이자 캐릭터였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독립적 작품으로서 조금은 아쉬운 점들도 곧 다가올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의 전초전이라는 성격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새삼 느끼지만 세계관을 형성한다는 것은 이래서 매력적인 것 같다. 서로 보완하고, 서로 영향 받는.



1. 쿠키 장면이 2개 있습니다. 특히 두 번째 장면은 '시빌 워'에 대한 직접적 내용을 담고 있죠.

2. 미드에서 만났던 여러 배우들이 등장하더군요.

3. 돌비애트모스로 관람하였습니다. 이와 관련된 글을 짧게 한 번 더 쓸 예정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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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The Avengers: Age of Ultron, 2015)

마블 세계관의 확장 혹은 한계



마블의 히어로들을 하나의 영화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일종의 올스타전 격인 '어벤져스'는 처음 '트랜스포머'가 그랬던 것처럼 원초적인 쾌감을 선사하는 훌륭한 오락 영화였다. 조스 웨던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각 캐릭더들의 장점들을 하나의 영화에 잘 녹여 냈고, 단순히 볼거리 만을 늘어 놓은 것이 아닌 (그래도 괜찮은데) 각자의 영화에서 진행되었던 이야기들의 흐름을 이어가는 줄거리까지 완성시키면서, 기존 코믹스의 팬들과 일반 대중들 모두에게 환영 받는 작품을 만들어 냈었다. 하지만 이 작품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그것 만으로는 양쪽 모두를 만족 시킬 수 없는 태생적 조건을 갖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과연 확장되어 가는 마블의 세계관을 하나로 중간 정리해 줘야 할 의무가 있는 이 작품이 어떤 완성도와 방향성을 갖고 있을 지는, 영화 자체의 재미 만큼이나 궁금한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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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 된 '어벤져스'는 특히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저'를 기점으로 확연히 진화했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단순히 코믹스를 영화 화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래도 괜찮은데!) 독립적인 영화로서도 충분한 완성도와 이야기를 갖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대부분의 캐릭터들의 각자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어벤져스는, 각자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어벤져스의 이야기를 떡밥으로, 혹은 주요 테마로 등장 시키면서 팬들로 하여금 다음, 더 나아가 그 다음까지 기대하도록 만드는데 성공했는데, 이러한 성공이 계속 될 수록 오히려 부푼 기대감에 더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조스 웨던의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비교적 재미와 (이 작품이 반드시 수행해야만 하는) 기능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아쉬운 점 먼저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편집과 유머였다. 아마 내가 감독이었다면 가장 많이 고민했을 것이 편집이었을 것 같은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수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정도가 아니라, 누구는 새롭게 등장해 소개부터 해야 하고, 누군는 이미 본인의 영화에서 진전된 이야기나 갈등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이어가거나 혹은 풀어내야 하며, 누구는 출연 시키되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그리는 가에 따라 작품 자체의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편집 포인트는 매끄럽지는 않았다. 단서를 던지거나 전개를 위해 반드시 삽입은 해야 하는데 풀어내는 연출에 있어서는 기복이 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부 장면에서는 애매하게 다음으로 점프하는 장면들도 많았고, 단순히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 외에 전개의 기능은 하지 못하는 장면들도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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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어벤져스'의 히어로들이 다른 히어로 영화들과 다른 점이라면 상당히 유쾌하다는 점인데, 이번 작품은 앞선 이유와 마찬가지로 유머 역시 여러 캐릭터들의 이해 관계에 맞게 해결하고 전개해야 했기 때문에,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으나 실제로 재밌지는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아쉬움을 꼽자면, 바로 캐릭터들 각자가 겪게 되는 갈등에 관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번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깊게 고민하고, 더 나아가 '시빌 워'의 초석이 되는 고민과 갈등이 바로 여기서 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아이언맨 2, 3'편을 거치면서 점점 부각되고 있는 토니 스타크의 고민과 갈등은 이번 작품에서 주요 포인트가 되며, 캡틴과 헐크, 블랙 위도우, 토르 모두 마찬가지의 갈등을 겪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시간 상의 한계라고 생각되는데, 굉장히 중요한 고민 포인트 임에도 더 깊이 있게 비중을 둘 수는 없었던 시간적 한계가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 짧은 한 편의 영화 속에서도 각각의 고민을 효과적으로 묘사해서 만족스러웠다는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호불호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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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들만 먼저 잔뜩 늘어놓고 나니 굉장히 실망한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 제법 재미있게 본 편이다 (어벤져스 2에 거는 기대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는 뻔한 이유를 안들 수가 없다).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의 영화들은 그 광대한 세계관을 더 많이 알면 알 수록 보이는 것도, 흥미로운 것도 많은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장면 하나 하나 대사 하나 하나도 놓칠 수 없게 다양한 떡밥들을 주기적으로 노출하고 있는 구성은, 그 자체로 팬들을 위한 장치이자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얘기하지만 '어벤져스'는 어쩔 수 없이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반응하는 흥분 포인트가 있는 영화다. 영화 말미에 울트론과 결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모든 히어로들이 한 곳에 모여 (마치 게임처럼) 자신의 필살 공격을 퍼붓는 장면에서는 탄성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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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했던 국내 촬영 분도 생각보다 훨씬 많아서 상당히 놀랐다. 그저 수 많은 로케이션 중 한 곳으로 한 두 장면 스쳐가는 것이 아닐까 했으나, 주요 로케이션 장소로 다양한 액션 시퀀스가 벌어졌는데 우리나라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옥의 티라던가 (블랙 위도우의 공간 점프), 아무래도 눈과 귀에 들어올 수 밖에는 없는 한글 간판과 우리 말 대사들로 인해 소소한 영화 외적 재미도 없지 않았다. 기존에 한국을 다뤘던 영화들과 간단히 비교해 보자면, 서울이라는 장소를 아주 미화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오해하지도 않은, 딱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 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반대로 무언가 서울이라는 도시가 특별한 포인트가 없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비춰 졌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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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직 코믹스인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다 읽지는 못해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긴 어렵지만, 영화 속에 등장한 것만으로 비춰봐도 울트론이라는 캐릭터는 이것 보다는 훨씬 더 강력한 파워와 더 깊이 있고 무게감 있는 주제를 담고 있는 캐릭터인 듯 한데, 조금은 쉽게 (혹은 갑작스럽게) 무너져버린 경향이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처음 어벤져스 멤버들과 만났을 때 대화 시퀀스의 무게감을 영화가 끝날 때까지 팽팽하게 가져갔더라면, '윈터솔져'가 그랬던 것처럼 더 깊이 있는 작품이 되었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기엔 이 작품이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울트론과 비전의 이야기는 다른 히어로들처럼 독립적으로 한 두 편을 할애해도 충분한 주제와 캐릭터로 느껴지는데...


이것은 단순히 이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 만은 아닐 듯 하다. 전반적으로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보며 들었던 생각은 코믹스의 영화 화라는 단순함을 넘어서 이미 그 방대한 세계 관의 깊이를 영화라는 매체에서도 확장해 나가고 있는 마블 작품의, 매력이자 한계가 동시에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수 많은 캐릭터들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앞으로도 마블의 영화들이 (특히 어벤져스 류의 작품들이)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균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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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롭게 등장한 스칼렛 위치는 완전 마음에 들었어요. 역시 염력이 제일 멋있음. 집에 와서 동작을 여러 번 따라해 보게 됨 ㅋ

2. 폴 베타니는 자비스 목소리 연기만 해오더니 이번엔 아예 출연을 ㅎ 물론 이번에도 100% 모습은 아니었지만;

3.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캐스팅은 역시 줄리 델피. 거의 까메오 수준의 역할이었는데 그녀가 출연하다니! 마블의 세계관은 워낙 방대하니 혹 다른 작품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4. 제가 '어벤져스'를 얘기할 때 자주 했던 말 중 하나가, '호크아이'가 저들과 동등한 멤버라는 게 말이 돼? (물론 이렇게 따지면 블랙 위도우도;;)'라는 질문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어쨋든 호크아이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 인정!

5. 아무리 생각해도 스칼렛 위치와 비전이 가장 매력적이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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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 IMAX 3D, 2014)

폼 잡지 않는 영웅들이 왔다



처음 마블의 새로운 시리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대한 소식과 포스터를 보았을 땐, '어벤져스'와 그 세계관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바쁠 텐데 그 사이에 마블이 왜 이런 부수적으로 보이는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나 싶었다. 물론 목소리 연기로 브래들리 쿠퍼와 빈 디젤 등이 출연하고 있기는 했지만 크리스 프랫은 마블의 새로운 시리즈를 이끌기에는 부족해 보였고, WWE 프로레슬러인 바티스타와 아바타의 그녀 조 샐다나의 출연진 역시, '어벤져스'에 맛을 들인 관객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마블의 새로운 시리즈니까 직접 보고 판단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보게 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통일처럼 대박이었다. 무엇보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가볍고 폼 잡지 않는 우주 활극이라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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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피터가 어른이 되어 처음 등장하는 타이틀 시퀀스에서부터 이 작품의 성향을 한 눈에, 그리고 한 귀에 알아차릴 수 있었을 정도로 '딱' 어울리는 시퀀스였는데, 올드팝과 함께 이름 모를 행성을 거닐며 춤을 추는 피터의 모습은 '우린 폼 잡지 않고 유쾌한 영화야'라고 이야기하는 듯 했다. 사실 내가 감독이라면 이 영화에서 가장 포기하기 쉽지 않았을 부분은 새롭게 관객에게 선 보이는 이 캐릭터들에 대한 소개였을 텐데, 제임스 건 감독은 주요 캐릭터가 최소 5명이상 등장함에도 (악당들과 주변 캐릭터들까지 하면 더 많고) 그들의 과거 사와 히스토리를 과감히 축소하거나 제한하면서 빠르게 본격적인 사건으로 이야기를 끌고 들어왔다. 물론 영화 속 모습으로 비춰볼 때 이들 각각의 이야기는 몇 편의 영화 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못할 정도로 (별도의 TV시리즈 분량이 필요할 정도로) 많은 사연과 뒷 이야기가 존재할 듯 한데, 그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충분히 소개하지 못한 것이 분명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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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블의 최근 작품들의 경향을 보면 홀로 완벽하게 독립된 작품을 보이는 반면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저와 같이), 너무 세계관과 엮을려는 시도가 앞섰거나 '어벤져스'의 일원으로서의 비중이 더 큰 나머지 독립적으로는 조금 심심한 작품이 된 경우도 있었는데 (토르 2),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어벤져스'의 떡밥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으로서도 충분히 홀로 서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만족스러운 첫 작품이었다. 이미 '어벤져스'의 다른 영화들에서 쿠키 장면으로 등장했었던 타노스나 콜렉터 캐릭터의 활용도 적절했고, 적과의 대립 관계도 기승전결의 흐름 안에서 딱 알맞게 풀어내고 있었다. 음.. 뭐랄까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이 작품은 마치 '카우보이 비밥'이 조금 연상되기도 했는데, 특히 지금은 캐릭터들 각자가 별로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지만 속편이나 (잘 된다면) 3편 정도에서는 꺼낼 수 밖에는 없는 구조로 되어 있어, 무언가 비장한 마지막을 예상하게도 되고 '어벤져스'와의 콜라보도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 기대(우려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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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이언맨'처럼 보는 순간 '와 짱 멋지다!'라고 생각했던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무언가 좀 약하다고 생각했던 캐릭터들이 결국 영화가 끝날 땐 또 보고 싶은 캐릭터들이 되어 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포스터만 봐도 이들의 컨셉이 약간 외인구단 같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각각이 묘하게 팀을 이루는 형태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리 와 닿지는 않았었는데, 영화의 후반부 이들이 진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되는 그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완전히 이들의 조합에 동화되어 버리는 경험을 했다. 뭐랄까 다른 영화들은 팀으로 등장하는 경우 처음부터 팀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영화 내내 흐른다거나 아니면 캐릭터들 스스로도 우린 팀이 될거야 라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완벽한 팀이 되는 과정을 시종일관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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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영화 음악일 것이다. 이미 첫 장면에서부터 귀에 익숙한 올드 팝이 우주를 배경으로 흐를 때 알아차렸다. '아! 이 영화는 바로 이 묘한 균형의 지점을 아는 영화구나!'라고. 'Awesome Mix Vol.1'이라는 극 중 테입 제목처럼, 정말 끝내주는 음악들을 선곡한 이 작품은, 영화 음악이 장면과 정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몸소 보여준다. 단순히 기존 유명한 곡들에 묻어가는 장면들도 아니고, 그 곡의 감성과 위대함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그 곡이 왜 이 장면에 쓰였어야 했는지를 아무 설명 없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매치 시킨다. 정말 시대를 앞서가도 한 참 앞서간 곡이라고 생각했던 David Bowie - Moonage Daydream은 역시나 우주에 걸맞는 곡이었으며, 정말 유명해서 더 설명할 필요도 없는 Marvin Gaye & Tammi Terrell - Ain't No Mountain High Enough는 이미 수 많은 영화에 삽입되었지만 아마도 이 영화로 더 오래 기억될 듯 하다. 그리고 잭슨 5의 곡을 이 영화에서 듣게 되다니. 그 자체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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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어벤져스 2'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의 쉬어가는 코너라고 생각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어벤져스' 못지 않게 기다려지는 작품이 되어 버렸다. 이 폼 잡지 않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또 어떻게 될까.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팀의 새로운 이야기가 정말 기다려진다!



1. 전 첨에 바티스타가 출연하는 지도 몰랐는데 등장하길래 까메오 정도인가 했었는데 비중이 완전 많군요. 별도로 연기 수업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어요.


2.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치 게임 '매스 이펙트'가 연상되더군요.


3. 바로 사운드 트랙과 원작 그래픽 노블을 질렀어요. 사운드 트랙은 도저히 안살 수가 없을 정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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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 (Captain America : The Winter Soldier, 2014)

리더의 조건



어벤져스의 일원이자 리더인 캡틴 아메리카가 그의 두 번째 이야기 '윈터솔져'로 돌아왔다. '아이언맨' 시리즈와 토르 1,2편을 통해 어벤져스의 세계관을 점점 확장 및 연결시켜가고 있는 마블은, 또 다른 같은 세계관의 작품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 2014)'를 선보이기 전에 먼저 캡틴 아메리카의 속편을 꺼내 들었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토르 : 다크월드'는 독립적인 작품으로서는 아쉬운 작품이 많았던 것에 비해,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는 단순한 세계관의 연장선을 넘어서 독립적으로도 제법 훌륭한 구성과 이야기를 갖춘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결국 그로 인해 리더이지만 가장 심심하게 느껴졌던 캡틴, 스티브 로저스 라는 캐릭터에게도 매력을 느끼게 되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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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와 '어벤져스'를 통해 캡틴은 말 그대로 이 엄청난 히어로들의 조합 가운데 서도 리더라는 점을 알게 되었는데, 사실 이들은 각각의 개성이 워낙 강하고 또한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영화라면 빠지지 않는 유치한 질문처럼 슈퍼 솔져인 캡틴 아메리카가 아이언맨, 토르, 헐크 등을 리드 하기엔 능력 측면에서는 부족하기에 다른 장점과 리더 쉽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전작 '캡틴 아메리카'는 스티브 브루스의 도덕성에 대해 그 배경을 설명하는 데에 주목했고, '어벤져스'에서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슈퍼 영웅들의 리더가 누구인지 조금의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선보인 이 작품 '윈터솔져'는 바로 이런 점에서 왜 캡틴 아메리카가 어벤져스의 진정한 리더인 지를 관객들에게 각인 시키려는 시도가 담긴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영화엔 의외로(?) 다른 슈퍼 영웅들이 까메로오도 전혀 등장하지 않지만 (블랙 위도우만 빼고), 쉴드라는 조직에 관한 광범위한 이야기를 통해 이 조직이 나아가려는 방향과 리더 쉽에 대해 캡틴 아메리카라는 캐릭터로 풀어낸다. 그리고 캡틴은 또 한 번 우직하지만 자신 만의 일관된 방식으로 이 사건을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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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캐릭터이자 이번 작품의 가장 강력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윈터솔져의 경우 사실 비밀이랄 것도 없지만, 그 비밀이라는 것도 1차적으로는 전작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발전되었다는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즉, '어벤져스'의 세계관에 포함되어 있는 작품들의 경우 그 세계관 내에서 자유롭게 다른 캐릭터들 혹은 시공간을 활용하는 편인데, 이런 점이 가끔은 너무 공부가 필요한 영역이라 그 작품 만으로는 100% 즐기기 힘든 경우도 종종 있었다는 점에서, 전작에 기인한 미스터리의 발전은 '어벤져스'와는 또 구분되는 '캡틴 아메리카'만의 프랜차이즈를 확고히 하는 매력 포인트였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은 참 영리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세계관의 떡밥은 적절히 활용하고 쿠키 장면들도 최대한 활용하고 있지만 이번 작품을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과하지 않아 이해하기 힘든 수준은 아니고, 독립적으로 보아도 캡틴 아메리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충분히 펼쳐내면서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볼거리와 긴장감도 충분히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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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측면에서도 다른 영웅들에 비해 인간적(?)이기 때문에 몸을 활용한 격투가 기본이라 더 박진감 넘치고 마치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한 액션의 합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으며, 이 시리즈가 자랑하는 스케일의 측면에서도 클라이맥스에서 충족 시켜 주고 있어 볼거리도 부족함이 없는 편이었다. 확실히 '어벤져스'의 각 캐릭터들은 너무 세계관의 연결에만 기대는 것 보다는 홀로 서도 매력을 갖게 될 때 비로서 추후 '어벤져스 2'가 등장했을 때 더 큰 기대와 매력을 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이번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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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액션 시퀀스에서 등장하는 프랑스 해적은 반가운 얼굴이더군요. 심지어 극 중 이름도 비슷한 GSP. 슈퍼맨 펀치도 등장하고. 추후 한 번 더 등장하기도 하고. 까메오 수준으론 비중이 제법 크더군요.


2. 아, 그리고 스탠 리 옹은 갈 수록 연기도 비중도 늘어나는 듯. 이 얘기를 새 마블 작품이 나올 때 마다 하게 되는 것 같아요.


3. 이 시리즈의 단점이라면 누가 극 중에 죽어도 별로 슬프거나 걱정을 하게 되지 않는 다는 점인듯. 그래도 진짜 인 줄로만 알았던 콜슨 사건 이후엔 더더욱.


4. 초반 캡틴이 놓치지 말아야 할 근래의 것들을 리스팅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노트에 'OLDBOY'도 적혀 있더군요. 그 올드보이 일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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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 다크 월드 (Thor : The Dark World, 2013)

어벤져스의 그늘 아래 놓인 속편



서두에 밝히자면 난 어벤져스의 멤버들 가운데는 물론, 마블 세계관의 히어로들 중에서도 토르를 특별히 좀 더 좋아하는 편이다. 오래된 마블 코믹스의 팬들에 비하면 그 정보나 이해력은 미비한 수준이지만, 영화로 시작한 토르의 대한 호기심은 조금씩 코믹스로 이어졌고, 크리스 햄스워스라는 배우의 시원 시원한 매력과 맞물려 '토르'의 속편을 더더욱 기다리게 했었다. 그렇게 서울에선 보기 힘들었던 '토르 : 다크 월드'를 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줄거리는 의외로 진전됨이 거의 없이 반복되는 양상이었다. 솔직히 전편에 비해 아주 조금 더 나아간 형태인데, '아이언 맨' 시리즈처럼 작품이 계속될 때마다 확장시켜 나아가는 것과 비교하자면, 조금은 아쉬운 전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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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포스터와 스틸컷에서 공개된 제인 포스터 (나탈리 포트만)의 아스가르드 의상을 보았을 땐 기대보다는 우려가 되는 부분이 많았다. 여기에 포인트가 있다면 너무 뻔한 전개이면서 너무 쉽게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부분은 비중이 그리 많지 않아 전개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미 전편에서 세계관과 캐릭터 소개를 마친 토르의 속편으로 보기에는, 조금은 소극적인 전개와 캐릭터의 확장이 아쉬웠다.


단순한 에피소드 형식으로 보자면 아쉬울 것이 없는 구조이지만, 이미 소개를 마친 것은 물론 '어벤져스'를 통해서 또 한 번의 활약을 펼쳤던 토르의 이야기가 이번에는 단순히 새로운 에피소드에 놓여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이야기가 좀 더 발전적으로 나아가는 것을 기대했었는데, '토르 : 다크 월드'는 또 한 번의 에피소드를 선택하는 것에 그쳤다. 새로운 적과의 새로운 이야기는 물론 재미있고, 그 중심에 있는 토르와 로키와의 미묘한 관계는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을 텐데, 오히려 전편처럼 이 둘의 관계에 대해 더 발전시켜 나아갔더라면 더 흥미로운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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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케네스 브래너의 '토르'는 토르라는 캐릭터와 세계관을 처음 소개하는 기능도 물론 수행하고 있었지만, 로키의 이야기가 사실상 메인 스토리에 놓이면서 더 고전적인 느낌과 풍모를 갖추며, 다른 어벤져스의 영화들과는 다른 풍모를 갖추게 되었는데, 알랜 테일러의 '토르 : 다크월드'는 액션이나 볼거리는 좀 더 화려해졌지만 (사실 이 부분도 더 화끈했어도 좋았다고 생각된다) 갈등 구조나 이야기의 짜임새 측면에서는 조금은 심심한 구성을 보여주며, 그냥 어벤져스 멤버의 또 다른 에피소드 정도에 머무르게 되었다.


아, 하지만 물론 '어벤져스 멤버의 또 다른 에피소드'만으로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 화 된 '어벤져스'라는 자체가 캐릭터 각자의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각자의 작품으로 소개하고, 또 다시 뭉쳤을 때의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순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고 해서 의미가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즉, 나중에 '어벤져스 2' 겪인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개봉했을 때, '토르 : 다크월드'의 이야기는 한 줄 정도의 대사로 스쳐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바로 그 한 줄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 있고, 바로 그 재미가 전체적인 세계관을 다루고 있는 '어벤져스' 만의 독특한 포인트 이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이 작품이 결코 아쉽다고 만은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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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보면서 느끼게 된 생각은, 이미 '어벤져스' 이전에 자리를 잡은 '아이언맨'과는 다르게 다른 멤버들의 작품들은 어쩔 수 없이 '어벤져스'라는 작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는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각각의 캐릭터가 독립적으로 기능하기 보다는, 어벤져스의 일원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기 때문에 각자의 이야기를 하게 될 때에는 분명한 한계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각각이 자신의 영화를 만났을 때 뭔가 화끈한 전개를 이어가려고 해도, 추후 다시 뭉치게 될 '어벤져스'의 세계관과 시간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조금은 제한을 받을 수 밖에는 없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팬들은 영화로서 '토르'를 만나고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영화로서 토르가 성장하고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수 밖에는 없다.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토르라는 캐릭터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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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편에서 케네스 브래너가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로키 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한껏 담아냈다면, 이 작품 '토르 : 다크월드'에서는 '어벤져스' 이후 몰라보게 인기가 높아진 톰 히들스톤을 보란 듯이 활용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런 측면에서 로키를 둘러 싼 이 작품의 묘한 긴장감은 만족스러웠다. 팬들이 기대하는 로키의 매력을 보여준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힘이 약했던 토르와 적과의 대결 구도를 보완하는 요소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거의 영화 제목을 '토르'라기 보다는 '토르와 로키'라고 해도 될 정도인데 (탱고와 캐쉬처럼), 로키라는 캐릭터가 그 만큼 매력적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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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더 좋아했기에 더 아쉬움도 많았던 '토르 : 다크월드'였다.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그래도 토르의 시원시원한 매력과 로키라는 양면의 캐릭터를 가졌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그럼에도 또 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물론 아이맥스 3D로만 보다가 작은 관에서 보니 답답함이 느껴져 그런 것도 있는 듯.



1. 이제 토르를 또 만나려면 다음 '어벤져스'를 기다려야 하는군요. 2015년 개봉 예정인데, 곧 오겠죠? ㅠ

2. 팬들의 성원만으로 보면 '토르 3' 이전에 '로키 1'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인데, 이건 불가능하겠죠? ㅠ

3. 이번엔 묘묘를 묘묘로 번역하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

4. 두 번의 쿠키가 나오는데 첫 번째 장면은 코믹스 팬이 아니면 제대로 이해하긴 역시 어려웠고, 두 번째 장면은 그냥 소소한 장면으로 스토리가 연결되는 부분은 아니에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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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 3 (Iron Man 3, 2013)

테마는 분해와 조립



존 파브로의 '아이언 맨 2'는 정말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로 실망스러운 속편이었다. 만약 '아이언 맨'이 어벤져스의 소속이 아니었다면 이 시리즈를 더 이상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1편에서 보여준 매력을 그냥 낭비하고 만 안타까운 작품이었다. 그 이후 '어벤져스'를 거쳐 세 번째 작품인 '아이언 맨 3'가 개봉했는데, 일단 존 파브로가 연출을 맡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점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감독을 교체한 이 선택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연출에서 손을 떼고도 작품에 여전히 출연하고 있는 존 파브로가 멋져 보일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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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 3'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예전에 보았던 '슈퍼맨' 등 슈퍼 히어로 물의 속편들이었다. 슈퍼 히어로 물의 속편 들에는 자주 등장하는 설정들이 있는데, 자신의 능력(힘)에 대한 과신, 자신의 역할에 대한 지루함과 나태함, 그로 인해 겪는 갈등과 이를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해결. 그리고는 다시 업그레이드 혹은 새로운 시작, 정도 일텐데 '아이언 맨 3'의 내용이 대략 이런 식이다. '아이언 맨 3'에서 토니 스타크가 겪는 고통의 원인은 '어벤져스'의 사건에서 온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어벤져스'를 안 본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영화 내내 얘기하는 '웜홀' 사건이 뭔지 아마 궁금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정신적으로도 트라우마를 겪던 토니 스타크는 욱하는 성질을 부렸다가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만 할 위기에 놓이는데, 토니 스타크 특유의 쿨 한 성격 답게 이 위기를 조금씩 기회로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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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의 또 다른 재미는 이미 만들어진 아이언 맨이 등장하는 장면들도 물론이지만, 자비스와 함께 토니 스타크가 그의 작업실에서 이렇게 저렇게 도면과 영상을 띄워가며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아이언 맨 3'는 바로 그 '만드는 사람'인 토니 스타크에 주목한다. 자신의 작업실을 떠나 열악한 상황 속에서 마트에 가서 재료를 사고 공구와 아이디어로 작은 개발을 해나가는 토니 스타크의 모습은, 관객에게나 토니 스타크 자신에게나 초심을 생각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전개였다. 그리고는 마지막 시퀀스에서 블록버스터 영화 답게 돌아온 아이언 맨으로서 스케일 있는 액션을 펼치는 데, 이 정도면 오락 영화로서 손색이 없는 전개라 하겠다. 이번 작품에서는 프로토 타입의 슈트의 기능에 근거한 (분리된 수트가 리모트 컨트롤에 의해 합체 되는 기능) 장면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이 작품 전체의 메시지이기도 한 '분해와 조립'의 테마와 잘 어울리는 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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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생각할 것 많지 않고 (즉, 설정의 현실감이 떨어지는 장면이 없지 않은데 그걸 다 따지고 들면 이 영화는 별로일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러닝 타임을 즐기는 데에 충분한 속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연출에서 물러났음에도 연기자로서 계속 출연하고 있는 존 파브로에게 이 공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1. 가이 피어스는 최근 이런 류의 캐릭터들을 자주 연기하는 느낌이에요. 그도 초기에는 단독 주연인 영화들이 많았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싶기도 하고;;


2. 이 영화를 본 평들은 다 갈리지만 모두 한 마디로 정리할 때 꼭 빠지지 않는 평은 바로 '기네스 펠트로의 복근'


3. 가이 피어스 저리가라로 기네스 펠트로야 말로 어쩌다가 토니 스타크 여친으로 남게 되었는지 예전 그녀의 작품들을 좋아했던 팬으로서는 아쉬움이 많네요. 예전처럼 기네스 펠트로의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는 드라마 장르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4. 스탠 리 옹의 연기는 갈 수록 느네요. 이번 연기는 강렬한 메소드 연기였어요 ㅋㅋㅋ


5. 아이맥스 3D로 보았는데 꼭 이걸로 볼 필요는 없는 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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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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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2012년 상반기 영화 베스트 10



매해 템플릿처럼 이 맘 때면 반복하는 말이지만 2012년이라는 숫자가 아직 다 익숙해지기도 전에 7월이 훌쩍 다가와버렸다. 올해 상반기에도 참 좋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들을 극장을 통해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는 처음부터 아주 큰 기대를 했었던 영화도 있었고, 전혀 예상치 못했으나 큰 감동을 준 작품도 있었으며, 볼 계획이 없던 영화였으나 보고나서는 안봤으면 어쩔 뻔 했을까를 되내였던 작품들도 있었다. 이 많은 작품들 가운데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10작품을 꼽아보았다. 10작품 가운데 순위는 없으며, 순서는 개봉일 순이다.



1.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ilor Soldier Spy, 2011)

쓸쓸한 공기를 머금은 스파이라는 존재에 대해

 

 

올 상반기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근사하고 우아한 작품을 고르라면 단연 TTSS였다.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배우들의 향연들 만으로도 황홀한데, 스파이라는 존재를 그리는 이 방식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지. 이제 내게 스파이하면 이던 헌트 만큼이나 조지 스마일리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아, 엔딩에 흐르던 훌리오 이글레아시스의 'La mer'는 올해의 엔딩곡 후보.

 

 

 

 

2.

 

 

워 호스 (War Horse, 2011)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고전의 감동

 

 

스필버그의 오랜 팬으로서 물론 재미나 감동에 대해서 의심을 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워 호스'의 감동은 그 크기가 달랐다. 복잡한 얘기도 없고, 신파적이고 우직한 이야기 뿐이지만 그 이야기가 나를 이토록 많이도 울렸다. 올해 상반기 극장에서 흘린 눈물 가운데 양으로만 따지면 '워 호스'가 아마도 가장 많을 것이다 (극장에서 잘 우는 내 특성상 올 연말에는 꼭 눈물양으로만 순위를 한번 따져봐야 겠다;;). 스필버그가 왜 거장인지 설명하는 것에는 이제 지쳤다.

 

 

 

 

3.

 

 

디센던트 (The Descendants, 2011)

아버지라는 존재의 이유

 

 

스필버그가 왜 거장인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것처럼, 조지 클루니가 왜 멋진 배우인가에 대해서도 이제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알렉산더 페인과 만난 조지 클루니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매력적인 연기를 펼쳤다. '디센던트'는 시간을 두고 가끔씩 꺼내보고 싶은 영화다. 30대 초반에 본 '디센던트'와 40대가 되어서 보게 될 그리고 50대가 되어서 보게 될 '디센던트'는 또 다른 영화가 되어 있을 것이다.

 

 

리뷰 보기 - http://realfolkblues.co.kr/1611

블루레이 리뷰 보기 - http://realfolkblues.co.kr/1641

 

 

4.

 

 

크로니클 (Chronicle, 2012)

소년이여, 진짜 영웅이 되어라

 

 

27살 신예 감독 조슈아 트랭크의 '크로니클'은 지난해 '드라이브' 처럼 올해의 복병이었다. 그냥 재치있고 신선한 시도 정도로 머물러도 괜찮았을 텐데,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담론의 세기는 그것에 그치지 않았다. 주인공 앤드류 (데인 드한)는 올해 상반기 극장에서 만난 캐릭터들 가운데 가장 나를 뜨겁게 만든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아직도 후반부 앤드류의 절규가 귓가에 생생할 정도로 에너지가 대단했던 영화.

 

 

 

 

5.

 

 

건축학개론 (2012)

나의 첫사랑과 90년대에게 바침

 

 

'건축학개론'은 하마터면 극장에서 놓칠 뻔한 영화였다. 개봉 첫 주에 봤으니 시기적으로 놓칠 뻔했단 얘기가 아니라 볼 생각이 그리 많지 않았던 영화였단 얘기다. 하지만 막상 보고 난 뒤 '건축학개론'은 올해 상반기 본 영화 가운데 가장 개인적인 영화가 되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극중 주인공들과 같은 세대는 아니지만,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있었고, 정말 놀랍도록 닮아있는 나의 첫 사랑과 90년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안에서 수지가 연기한 '서연'을 보게 되어 벅찼던 영화가 아니라, 승민(이재훈)과도 같았던 나를 발견할 수 있어 더 움찔하게 되었던 영화.

 

 

 

 

 

6.

 

 

어벤져스 (The Avengers, IMAX 3D, 2012)
올스타전이 주는 쾌감

 

 

'어벤져스'는 일단 기다려온 시간 만으로도 10작품 안에 들 만한 이유가 있는 작품이었을 것이다. 각각의 캐릭터를 하나씩 즐겨왔던 지난 몇 년. 드디어 시작된 올스타전은 올스타전에 걸맞는 매력들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 비슷한 프로젝트가 많이 무산되었던 것에 미뤄봤을 때, 이 정도의 프로젝트가 실제로 실현된 것만으로도 하나의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7.

 

 

멜랑콜리아 (Melancholia, 2011)

우울함은 영혼을 잠식한다

 

 

국내 극장에서 볼 수나 있을까 살짝 걱정도 했었던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는 과연 압도하는 작품이었다. 얼마나 압도 당했는지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 동안 좌석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을 정도였다 (오랜만에 겪는;;). 혹자는 라스 폰 트리에를 일컬어 너무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고도 하지만, 자신이 집중하는 것에 대해 이런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예술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 보기는 정말 힘든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또 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했다.

 

 

 

 

8.

 

 

다른나라에서 (In Another Country, 2012)

가지 않았던 길 앞에 서다

 

 

'다른나라에서'는 홍상수의 전작들과 미묘하게 닮아있으면서도 '다른' 작품이었다. 유쾌함과 아이러니, 가능성과 희망을 모두 우연인듯 조율해낸 홍상수의 장기는 이자벨 위뻬르라는 배우를 통해 또 한 번 표현되었다.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 멋진 작품을 이렇게나 꾸준히 만들어주는 홍상수 감독에게 감사할 뿐이다. 아, '판타스틱'한 유준상의 영어 대사 역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9.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근원에 대한 선문답

 

 

논란 아닌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지만 나는 리들리 스콧의 방식을 굳게 지지한다. '프로메테우스'의 진정한 메시지는 '답'이 아닌 '질문'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작품이 관객에게 질문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가장 효과적이었다 (실제로도 그랬고). 블루레이를 어서 보고 싶은 이유도 다시 한번 이 작품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서이지 답을 듣고자 함은 아니다.

 

 

 

 

10.

 

 

두 개의 문 (Two Doors, 2011)

두 눈 똑바로 뜨고 직접 확인하라

 

 

아마도 '두 개의 문'을 보지 않은 이들은 올해 상반기 베스트 10에서 이 제목을 보고서는, 작품이 갖은 사회적 메시지 때문에 상징적으로 넣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다. 용산참사를 기록한 '두 개의 문'은 당당히 영화적 완성도 만으로도 올해 상반기 10작품에 꼽히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오히려 더 많은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다큐멘터리라면 '두 개의 문'처럼 영화적 완성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 경우이기도 했다. 아직도 못 본 이들이 있다면 지금 바로 상영관을 찾아 관람하길!

 

 

 

 

 그 외에 10작품에는 꼽지 못했지만 이 안에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로 좋았던 영화들로는, 데이빗 핀처의 '밀레니엄', 카메론 크로우의 '우린 동물원을 샀다', 미셸 아자나비슈스의 '아티스트', 마틴 스콜세지의 '휴고', 데릭 시안프랑스의 '블루 발렌타인' 등이 있었다.


올 하반기에도 이번 달 개봉할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비롯해, 더 많은 좋은 영화들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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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The Avengers, IMAX 3D, 2012)
올스타전이 주는 쾌감



마블의 '어벤져스 (The Avengers, 2012)'는 여러가지 의미로 꿈의 영화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슈퍼 히어로들의 활약상을 정말 '살아있는'것만 같은 현실감으로 구현한 작품인 동시에, 그 영웅들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 등장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어벤져스'를 다른 어떤 마블의 작품들보다 기다렸고 기대하게 했던 가장 큰 이유라면 바로 이 '여럿'이라는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오션스 일레븐'처럼 한 두 명의 주인공이 아닌 주조연급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는 영화들은 제법 있어왔지만, '어벤져스'가 그들과도 다른 지점에 놓이는 이유는 '여럿'에 포함된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캐릭터이자 작품이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어벤져스'를 꿈의 영화로 칭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흔히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 쯤은 생각해 봤던 기대들을 충족시켜주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슈퍼맨이랑 배트맨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처럼 '아이언 맨과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가 하나의 영화에서 한 팀이 되어 싸운다면 어떨까?'하는, 실현될 것 같지 않았던 기대를 (제작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도 과연 이 프로젝트가 끝내 완성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을 정도로) 결국 이뤄낸 작품이기에 영화적 완성도는 일단 재쳐두더라도 몹시 흥분될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쉽게 말해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의 예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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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는 일종의 올스타전 이벤트와 같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올스타전이 주는 쾌감은 정규시즌의 그것과는 다르다. 올스타전이란 말그대로 각 팀의 에이스들이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 하나의 팀으로 뭉쳐 활약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절대 볼 수 없는 조합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감동(!)을 준다. 축구를 예로 들자면 노이어가 찬 공을 메시가 받아서 드리블 하다가 호나우도에게 패스해, 힐 킥으로 호나우도가 반 페르시에게 넘겨주면 골로 연결시키는 장면. 농구를 예로 들자면 크리스 폴에게 볼을 넘겨 받은 케빈 듀란트가 수비수를 몰아놓고 돌파해 무인지경으로 있는 블레이크 그리핀에게 연결해 덩크로 마무리하는 그런 장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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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벤져스'는 이렇게 축구나 농구를 예로 들어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 (오히려 반대의 경우라면 모를까) 그 자체가 바로 최고의 올스타전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지상의 적들은 캡틴 아메리카와 호크아이, 블랙 위도우가 맡고, 거대한 몸집의 적은 토르와 아이언 맨이 공동으로 대응하며, 헐크가 여기저기 출몰하여 적을 박살내 버리는 이 시퀀스는, 정말 '어벤져스'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블의 여러 히어로들이 한 화면에서 말을 섞는 것도 두근대는데, 함께 공동작전을 펼치다니 이거야 말로 아드레날린을 들끓게 하는 설정이 아닐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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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스타전이어서 감안해야 할 점도 있다. 스포츠의 경우가 그렇듯이 올스타전이란 확실히 이벤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규경기와는 차이가 있는데, 관객들이 기대하는 화려한 볼거리나 대표 모습들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승패가 달린 정규 시즌 경기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함과 긴박함은 후순위로 중요도가 구분될 수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올스타전을 보러 온 관객들은 잔뜩 볼거리를 기대하고 왔는데, 마치 정규 시즌 경기와 같은 정색한(?) 경기를 보여주면 그것도 문제라는 얘기인데, '어벤져스'는 과연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었을까가 사실 가장 궁금한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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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 대해서는 각자가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올스타전으로서 보여주어야 했던 볼거리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고, 전반적인 스토리 측면에서도 살짝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다 (여기에는 엄청난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일단 보여주기 측면에서는 조금은 덜 본격적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로키가 끌고 온 대규모의 군대도 솔직히 대규모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조금은 물량 측면에서 심심한 느낌이 없지 않았고, 그 스케일 측면에서도 무지막지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즉, 어벤져스 정도가 모였으면 이들이 모여도 이길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적을 기대했다는 얘기). 보여주기를 제외한 이야기 측면에서도 각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을 거의 없다시피 최소화 한 것은 좋았으나 (그렇기 때문에 각 캐릭터의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은 조금 답답했을지도), 짧은 시간 내에 어벤져스 간의 갈등과 쉴드를 중심으로 한 어벤져스 프로젝트, 그리고 지구를 공격하려는 로키의 이야기를 모두 진정성있게 담아내기에는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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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조금의 아쉬움은 속편이 있다고 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즉, '어벤져스 2'가 나온다면 이 같은 평가는 충분히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시 한 번 스포츠로 예를 들자면, 올스타전 전반전만 보고 올스타전을 평가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하프타임에는 덩크 컨테스트도 있을 것이고, 후반 말미에 가서는 마치 정규 시즌 경기처럼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짜릿함도 전해줄지 모르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덜 본격적인 볼거리는 속편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되는 수준이었다.


즉, '어벤져스'에서는 이 히어로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만으로도 사실 90% 이상의 쾌감을 주기 때문에, 일반적인 영화처럼 주인공이 겪는 사건이나 갈등의 비중을 크게 가져가지 않더라도 영화를 끝까지 이끌어갈 수 있는 충분한 동기가 마련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자면 '어벤져스'는 이미 '아이언맨 1,2' '인크레더블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소개했던 캐릭터들을 하나의 스크린으로 불러 모으는 것에 첫 번째 목적이 있으며, 이들이 진정한 '어벤져스'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리는 데에 두 번째 목적이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더 무지막지한 적과 싸우는 본격적인 모습은 '어벤져스 2'를 위해 남겨두어야 했을 것이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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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를 이루는 각 캐릭터들의 독립 작품은 각기 다른 감독처럼 그 분위기도 조금 다 달랐었는데, '어벤져스'는 평균적으로 상당히 유머러스해졌으며 무거움 보다는 간결함 쪽을 선택했다. 실제로 다양한 유머들이 포진하고 있었는데, 토니 스타크의 언변은 더 화려해졌으며 캡틴과 토르 역시 각자의 특성(구세대와 외계인)을 그대로 유머에 녹여내고 있고, 헐크 역시 이안의 '헐크'와는 물론 '인크레더블 헐크'보다도 훨씬 더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었으나 본격적으로는 '어벤져스'에 와서야 모습을 드러 낸 블랙 위도우와 호크 아이의 경우 다른 캐릭터에 비해 조금은 부가설명 분량이 추가되기는 했으나 과한 정도는 아니라서 빠른 전개에 불편함이 없었으며, 워낙에 매력적인 두 배우 제레미 레너와 스칼렛 요한슨으로 인해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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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 기다렸고, 앞으로도 이런 대형 프로젝트가 또 언제 실현될 수 있을지 모를 정도의 규모인 '어벤져스'는 올스타전이 주는 쾌감을 한껏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주는 장점들을 모두 끌어 모아 하나로 액기스만 뽑아내는 동시에,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또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움직임은 더 큰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한 편으론 몇 년간 한 작품이 끝날 때 마다 엔딩 크래딧 이후 등장하는 짧은 쿠키 영상을 통해 맛만 보여준 쫄깃함을 또 겪을 생각을 하니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행복한(?) 두려움에 심장이 떨려온다.


1. 왕십리 IMAX 3D로 봤는데 확실히 사운드에 조금 답답함이 있었어요. 저 말고도 여러 분들이 느낀 걸로 봐서는 문제가 있긴 한듯.

2. 당연히(?) 쿠키 장면이 이번에도 있는데, 제가 기대했던 무지막지한 적에 대한 떡밥이 나옵니다.

3. 드디어 헐크의 비밀을 알려주더군요;; 전 그 대사가 왜 이렇게 심각하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네요. 이 대사만 가지고도 글을 하나 쓸 수 있을듯;;;

4. 전 참고로 이들 히어로들 가운데 '토르'를 가장 좋아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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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공개된 '어벤져스' 공식 예고편

1. 장문의 글을 썼으나 실수로 다 지워지는 바람에 그냥 예고편만 ㅠㅠ
2. 결론적으로 이런저런 이유들로 기대되고, 이런저런 걱정거리도 있다는 얘기였음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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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 천둥의 신 (Thor, 2011)
대서사와 셰익스피어를 입은 마블 히어로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이 총집합하는 '어벤져스 (The Avengers)'의 또 다른 멤버 '토르 (Thor)'를 보았다. 토르가 영화로 만나볼 수 있었던 다른 마블의 히어로들과 다른 점이라면, '스파이더 맨' '헐크' '아이언 맨' 등의 경우 후천적으로 사고나 우연한 계기를 통해 슈퍼 파워를 얻고 히어로가 되는 것에 (혹은 안티 히어로가 되는 것에) 반해, 신화에 근본을 두고 있는 토르의 경우 이미 파워를 갖고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그 시작점을 달리 한다. 이 시작 점이 다른 것은 특히 영화화에서 큰 차이점을 갖게 되었는데, 일반적인 히어로물이 쉽게 말해 영화 중반이 지나기 전까지는 '아직 멀쩡한' 주인공을 보여주는 것에 반해, '토르'는 오히려 그 반대로 초중반 토르가 힘을 잃게 되는 것으로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전혀 다른 세계 (아스가르드와 인간 세상)가 교차된다는 점에서도 이전의 마블 히어로들과는 조금 다른 측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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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점은 '토르'는 이미 대중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고대 그리스 희곡 및 셰익스피어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확실히 '토르'는 히어로물이라기 보다는 셰익스피어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제인과 쉴드 (S.H.I.E.L.D)로 대변되는 현재의 이야기를 제외한다면, 상당히 고전적인 서사와 갈등 구조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아마도 현재의 이야기와 교차하지 않았다면 '타이탄' 같은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토르'는 왕과 왕자, 아버지와 아들의 관한 이야기에 히어로 물의 세계관을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런 셰익스피어 적인 측면 때문에 연출을 캐네스 브래너에게 맡긴 것이 아닌가 싶다.

배우인 동시에 감독이자 극작가인, 그리고 무엇보다 셰익스피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캐네스 브래너 만큼 '토르'가 다른 히어로들과 차별되는 점을 잘 표현해낼 이는 드물다고 생각된다. 캐네스 브래너가 '토르'를 연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셰익스피어 적인 측면이야 걱정할 바 아니었지만, 그 반대로 히어로물이자 블록버스터 연출로서의 캐네스 브래너는 의문 부호가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갖는 한계 내에서 이 정도 결과물이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스럽게 표현해 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여러 작품들을 통해 액션 전문가가 시나리오까지 맡았을 때 혹은 그 반대의 경우, 완성도 측면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많이 접하지 않았는가. 캐네스 브래너의 '토르'는 그들과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괜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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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가 갖는 한계라면 앞서 이야기했듯이 마블의 다른 히어로들처럼 소개가 필요한 첫 작품이었다는 공통의 한계와 다른 히어로와는 다르게 탄생 과정이 필요없기 때문에 극적인 공감대를 얻기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그 만의 한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토르가 지구로 추방 당한 뒤 겪는 일들을 통해 변화하는 과정은 그가 진정한 히어로로서 거듭나는 탄생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사실 빠른 전개 탓에 적극적인 공감대를 얻기에는 부족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발생한 제인 (나탈리 포트만)과의 로맨스도 브루스 배너나 피터 파커의 그것과 비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토르'는 그 자체로도 소개가 주목적인 작품인 동시에 앞으로 나올 '어벤져스'의 큰 그림으로 보자면 더더욱 '토르'라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의미가 컸기에, 이 한 편만으로 평가 받기에는 조금 억울한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앞으로 '토르'의 속편이 나온다거나 '어벤져스'에서는 좀 더 이런 면에서 자유로운 상태라(이미 캐릭터와 세계관에 대한 소개를 마쳤으니 말이다)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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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쩔 수 없는 한계들 때문이었는지, 극 중에서 가장 비중있게 느껴진 캐릭터는 주인공 '토르 (크리스 햄스워스)'가 아니라 동생 '로키 (톰 히들스톤)'였다. 사실 따지고보면 극중 토르는 쿨하고 우직한 매력은 있지만 (마치 사조영웅전의 곽정과도 같은) 관객이 공감할 만한 내적인 갈등이라던가 감정의 동요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에 비해 로키라는 캐릭터는 그 탄생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사실상 영화에 주요 갈등 및 전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로서, 캐네스 브래너가 그린 셰익스피어적 작품에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였다. 

(스포일러 시작)
로키가 극의 주된 갈등을 쥐고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가 악한이라기 보다는 동정에서 이해될 수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이었다. 왕국을 지배하려는 야욕보다도 그저 아버지에게 용기있고 자랑스러운 아들로서 인정받고 싶었던 것에서 시작된 그의 삶은, 별다른 갈등구조가 없던 토르에 비해 훨씬 더 강하게 다가왔고, 더 나아가 엔딩 쿠키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앞으로도 그의 활약이 만약 계속된다면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와 그의 행동으로 인한 스토리에 좀 더 깊이를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듯 하다. 아주 조금의 과장을 보태자면, 이번 영화 '토르'는 토르에 대한 영화라기 보다는 로키로 인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스포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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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다른 마블 히어로들과는 차별되는 또 다른 색깔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캐네스 브래너의 '토르'는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년에 우리에게 마침내 선보일 '어벤져스'에 대한 기대감을 또 한 번 업그레이드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1. '아이언맨 2'의 쿠키 장면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묠니르 장면은 '토르'에서 그대로 이어지는데, 이것 외에도 '토르'에는 '어벤져스' 떡밥이 제법 많이 등장하고 있는 편이에요. 동료 과학자 '브루스 배너'의 이야기라던가, 토니 스타크에 대한 직접적 언급도 그렇고.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이더군요. 이래서 마블 코믹스에 더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아요. 연계되는 부분이 깊다보니 말이죠.


2. 오딘의 아들을 '오딘손'으로 잘못 번역했다고 생각했는데, 확인해보니 토르의 풀네임이 Thor Odinson 이네요 ^^;


3. 토르가 지구에 와서 겪는 코믹한 장면들에서는 의외로(?) '엑셀런트 어드벤쳐'가 떠오르더군요. 소크라테스나 나폴레옹이 쇼핑몰 가던 장면이 겹쳐져서 ㅎㅎ


4. 짧은 분량이었지만 역시 '어벤져스'를 위한 포석이었던 '호크아이'의 출연도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호크아이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하는 터라 보는 순간 100%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제레미 레너의 얼굴은 단번에 알아봤기에 비중있는 캐릭터라는건 알 수 있었죠 ㅎ


5. 그의 반해 아사노 타다노부의 활용은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아사노 타다노부가 이런 작품(비중)으로 헐리웃을 노크할 배우는 아닌데, 그냥 들러리 정도로 묘사되는 부분이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더군요.


6. 요툰하임의 분위기나 이곳 캐릭터들의 모습 그리고 쿠키장면에서 등장한 큐브까지, 얼핏 '트랜스포머'가 연상되기도 하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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