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

'드림걸즈'는 국내에서는 개봉이 현지보다 늦은 탓에 영화를 실제로 보기도 전에,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등 각종 시상식에서의 수상 장면이나 공연 장면을 먼저 접하게 되었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전미지역에선 엄청난 인기와 더불어 수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해도,
그저 팝스타 비욘세와 한물 간 에디 머피가 주연한 코믹 뮤지컬 정도로 생각했었다. 사실 뮤지컬 영화의
광팬 임에도 불구하고 비욘세와 에디 머피가 주연이라는 점만 보고 그저 그런 영화일 것이라는
심각한 판단의 오류를 범해버렸고, '시카고'의 시나리오를 썼던 빌 콘돈을 비롯하여,
브로드웨이의 유명한 뮤지컬 스텝들이 참여하고 있는 그야말로 '정통' 뮤지컬 영화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도 못했던 것이다. 여기서 살짝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결국 이 영화 '드림걸즈'가
놀라운 뮤지컬 영화로 기억되는데 있어, 이전에 시시한 영화로 미리 짐작하게 했던 장본인인
이 두 사람의 놀라운 변신이 가장 큰 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영화 '드림걸즈'는 다들 알다시피 브로드웨이 뮤지컬 '드림걸즈'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그리고 영화와 뮤지컬 모두 흑인음악 전문 레이블인 모타운 레코드의 전설적인 그룹이었던
 '슈프림즈(The Supremes)'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슈프림즈'는 그 자체로서도
워낙에 유명한 그룹이었지만, 리드 싱어 '다이애나 로스'가 속했던 그룹으로 더 유명하기도 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드림걸즈'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는데, 여타 유명 뮤지컬 작품들이 그러하듯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 'Dreamgirs', 'Steppin' To The Bad Side' 등 주요 수록곡들은
팝 넘버 못지않은 히트를 기록했고, 여주인공이었던 제니퍼 홀리데이(에피 역)는 스타로
발돋움 하게 되었다. 사실 국내에서 뮤지컬 '드림걸즈'는 '오페라의 유령' 이나 '캣츠',
'아가씨와 건달들' 등처럼 다른 유명 브로드웨이 뮤지컬 보다 덜 알려졌던 것이 사실인데,
어쩌면 그래서 더욱 영화가 새롭게만 다가왔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자연스레
오리지널 뮤지컬 사운드트랙을 찾아 들어보게 되었는데, 공연을 본 것도 아니고 단순히 사운드트랙을
들은 것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원작이 뛰어난 작품인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사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임에도, 갑자기 초 기대작으로 급선회하게
된 것은 이례적으로 먼저 들어본 사운드 트랙 때문이었다. 사실 영화 사운드 트랙이나
뮤지컬 사운드 트랙 같은 경우, 작품 속에서 듣게 되었을 때, 혹은 작품을 다 감상한 뒤 작품을 떠올리며
들을 때만이 진정한 감흥이 온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사운드 트랙을 영화 감상 전에 듣게 되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였는데(이상하게 끌렸다 ^^;), '드림걸즈'의 수록곡들은 영화를
보지 않았음에도 그 자체로도 매우 뛰어나고 충분히 훌륭한 팝 음악이었다. 더군다나 모타운 사운드를
너무도 좋아하는 본인으로서는 아련한 모타운 사운드의 향수가 느껴지는 곡들이 가득했다.
사운드 트랙을 듣고 생각하게 된 것은 ‘영화를 보기 이 전임에도 이렇게 곡들이 좋은데,
그렇다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이 곡들이 더 얼마나 좋아질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사운드 트랙을 듣고 이런 감정을 느꼈었다면, 뮤지컬 사운드 트랙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놀라움이었다.
물론 템포나 세련된 면에서 조금 현재의 음악과는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거의 영화에 수록된 곡들이 별다른 큰 편곡을 거치지 않았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원곡이었다. 특히나 몇몇 곡에서는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나 노래 중간에 등장하는
대사들까지 그래도 100% 일치하는 것을 들었을 때, 원곡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가 하는 감탄과 동시에,
반대로 영화 '드림걸즈'가 얼마나 원작에 충실하고 원작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는지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 같이 뮤지컬의 오리지널 곡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세련되게
만들 수 있었던 데에는 아무래도, 뮤지컬의 음악을 맡았던 Henry Krieger와 Tom Eyen이 영화 음악을
그대로 맡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일이라 생각된다.



한 때 전성기를 누렸던 뮤지컬 영화들을 생각하면 최근의 경향은 아무래도 양적에서나 질적에서나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 일 텐데, '드림걸즈'가 재미와 동시에 반가웠던 이유는 바로 전형적인
뮤지컬 영화의 방식을 상당부분 따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뮤지컬 영화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그저 노래나 몇 곡 삽입된 형식들도 일부에서 뮤지컬 영화라고 불릴 정도로
이른바 ‘제대로 된’ 뮤지컬 영화가 없었는데 (최근 개인적으로 본 작품 중에 진정한 뮤지컬 영화가
 불릴 만한 작품은 '프로듀서스' 뿐이었다), '드림걸즈'는 그래서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본 DVD의 서플먼트에 수록된 빌 콘돈 감독의 말에서도 알 수 있지만, ‘노래를 위해서 이야기나
액션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뮤지컬 영화의 일종의 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한 뮤지컬이라던가 대중에게 깊게 각인되지 못한 뮤지컬들이 범하는
가장 대부분의 실수가 인물들이 갑자기 생뚱맞게 노래한다는 것일 텐데, '드림걸즈'의 경우
30곡이나 되는 노래가 삽입되었음에도 이야기의 흐름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같이 자연스러움을 이어갈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에는, 아마도 주인공들의
직업이 가수라는데 있을 것이다. 감독의 말과 같이 주인공들이 가수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노래하고 하는 모습에 있어 관객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인데, 무대 위와 무대 뒤 쇼비지니스의 어두운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드림걸즈'는 이 같은 점에서
장점을 타고 난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직접적으로 '슈프림즈'나 '모타운 레코드', '다이애나 존스' 등
실명을 거론하고 있지는 않지만,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슈프림즈' 이야기는 많이 했으니 다른 캐릭터들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이 영화의 가장 핵심 캐릭터 중 하나인 '커티스 테일러 주니어'는 'Jr'라는 호칭해서 짐작할 수 있듯이
모타운의 창립자인 '베리 고디 주니어'를 모델로 삼고 있는 캐릭터이다. 베리 고디 주니어의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먼저 당시 백인 음악 (디스코)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에 흑인음악을 주류로
대두 시키며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 영화 속 '드림걸즈'의 경우처럼 에피가
메인 보컬로 있던 그룹을 디나를 메인 보컬로 변화시키면서 비즈니스에서 탁월한 재능과 선관을
가진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정반대로 위와 같은 상업적인 이유로 인해 팀 불화나 갈등을
만들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으며, 정통 흑인음악이라고 하기 보다는 백인 취향에 맞는
멜로디 위주의 말랑말랑한 사운드로 일부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여담이지만 모타운의 또 하나의 최고의 밴드였던 '잭슨 5 (Jackson 5)' 역시 어느 시점에서
메인 보컬이었던 마이클 잭슨을 부각시키면서 ‘마이클 잭슨과 잭슨 5’로 변모시키며 솔로로서
마이클 잭슨을 부각시키기도 하였지만, 한 편으론 동생만이 크게 주목 받는 탓에 형제간에
불화가 생기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했었다). 잭슨 5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극중 공연에서
등장하는 남성 5인조 밴드는 누가 봐도 잭슨 5를 모델로 한 그룹이다. 여기서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설정 장면이 지나가는데, 무대 뒤에서 마이클 잭슨에 비유되는
어린 메인 보컬이 디나 존스의 대기실 앞에서 몰래 기다리며 옅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마이클 잭슨은 어린 시절 다이애나 로스를 가장 좋아했었고,
더 나아가 다이애나 로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는데,
아주 짧은 순간 지나간 장면이지만, 이러한 관계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



에디 머피가 맡은 '제임스 ‘썬더’ 얼리'는 제임스 브라운 (James Brown)을 직접적으로 모델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극중에서 직접적으로 지미가 '제임스 브라운'을 언급한 것으로
보았을 때, 정확히 그렇다기 보다는 제임스 브라운과 재키 윌슨 (Jackie Wilson)을 적절히
결합한 인물로 그려진다. 'Steppin' To The Bad Side'를 부를 때 무대 위에서의 지미의 모습은
제임스 브라운을 그대로 연상시키는 한 편 후반 부에 'Patience'를 부를 때에는 이 곡이
마빈 게이 (Marvin Gaye)의 'What's Going On'을 염두에 두고 쓴 곡이라 그런지
마빈 게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드림걸즈'가 완벽한 뮤지컬 영화로 불리는데 큰 공헌을 한 다른 요소들을 꼽자면, 누가 뭐래도
배우들의 열연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말이 나온 김에 지미 역을 맡은 에디 머피의
이야기부터 해보자. 제작진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에디 머피에게
하나의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는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헐리우드에서 탑 코미디 배우로 연기하면서
한 번도 영화 속에서 본격적으로 노래와 춤을 선보인 적이 없었고, 코미디가 아닌 정극 연기를
펼친 적은 더 없었으며,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출연한 적은 아마 더 없었을 것이다.

에디 머피 자신도 캐스팅을 제의 받고 2달 간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했을 정도로,
에디 머피에게 이 영화는 도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에디 머피라는
배우는 새롭게 재조명 되게 되었으며, 그 동안 코미디 배우로만 알았던 그에게 이 같은 재주가 있는 줄
새롭게 알게 된 관객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특히 극 중의 노래들을 직접 소화해냈다는 것이
가장 놀라운 점인데, 그간 그가 영화 속에서 노래를 제대로 선보인 적이 없기 때문에
그의 노래 실력을 알 턱이 없어서 그랬던 것도 있겠지만, 소화해내기가 결코 쉽지 않은 고난도의
곡들을 맛깔스럽게 불러재끼는 에디 머피의 모습을 보면, ‘와, 이 배우가 내가 그 동안 알고 있던
에디 머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열연을 펼쳤다(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에디 머피는
아주 예전에 솔로 음반을 2장정도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예전에 출연했던 '에디 머피의 구혼작전 (Coming to America)'에서 그가 불렀던 노래가
바로 재키 윌슨의 'To Be Loved' 였다는 것). 진지한 연기와 더불어 그 놀라운 노래 실력만으로도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이 결코 그냥 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드림걸즈'로 인해 가장 주목 받게 되었고, 이 영화에 주인공 한 명을 꼽으라면 그건 누가 뭐래도
에피 화이트 역할의 제니퍼 허드슨 일 것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아쉽게
탈락했던 그녀는 영화 속 에피처럼 이 영화를 통해 명실공이 스타로 우뚝 서게 되었다
(제니퍼 허드슨과 더불어 에디 머피나 비욘세 역시 극 중 캐릭터들과 너무나도 흡사한 점이
많다는 것도 놀라운 점이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노래 실력은 그야말로 가공할만하다.
그녀가 보여주는 열창의 순간들은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봐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곡들이 다 인상적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 장면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곡이 등장하는 장면은
그녀의 보컬과 연기가 최고조에 이른 멋진 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장면은
가장 마지막에 촬영되어 북받치는 감정을 연기하는데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비욘세나 제이미 폭스, 에디 머피 등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을 테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올 때에는 모두 제니퍼 허드슨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게 되는,
'드림걸즈'는 바로 제니퍼 허드슨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드림걸즈'를 보고 있노라면 포커스가 에피 역할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거의 처음 조연을 맡은 에디 머피의 경우처럼 비욘세가 어쩌면 자신이 포커스가 아닌
디나 역할을 멋지게 연기한 것은 보여 지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적인 요소의 중심이나 좀 더 보컬을 뽐낼 수 있는 곡들이 많은 역할도 에피 화이트 역할인데,
(제니퍼 허드슨이 비욘세와 함께 녹음하고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던 것처럼)슈퍼스타인 비욘세가 처음부터 에피 역할이 아닌 디나 존스 역할을 원했다는 것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고 욕심을 내지 않은 그녀의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사실 비욘세는 그간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하기는 하였지만,
연기를 했다기보다는 그저 팝스타로서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소모하는 것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오히려 팝스타로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는 기존의 비욘세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았을 때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더군다나 '데스티니스 차일드 (Destiny's Child)' 시절이나 솔로 앨범을 들어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그룹에서나 솔로에서나 비욘세 보컬의 역할은 파워풀한 것에 있는데, 영화 속 캐릭터를 위해
자신의 본래 보컬을 자제하면서 캐릭터에 녹아들어간 그녀의 모습을 보며,
제니퍼 허드슨처럼 이렇다 할 상복은 없었지만, 어쩌면 몇 편 못하고 영화의 꿈을 접어야 했을지도
모를 그녀가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시나리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비욘세 스스로가 말한 것처럼 '드림걸즈'는 그녀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한
단 한 번의 기회였다고 생각된다.



최근 출시된 DVD는 많은 팬들의 기대에 부흥하듯 본편과 서플먼트를 담은 2장의 DVD와 1장의
사운드 트랙 CD를 수록한 패키지로 출시되었는데, 스펙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모두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담고 있다. 2.35:1의 본편 화질은 최근 출시작답게 수준급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는데,
6,70년대의 화려한 색상들이 살아있는 색감과 거의 단점을 찾아보기 힘든 화질은 DVD로서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화질이다. '드림걸즈'는 블루레이로도 출시가 되었는데 차세대 미디어의 화질을
생각하지 않는 다면, 전혀 흠잡을 데가 없는 화질이라 하겠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수준급이다. 음악이 위주가 된 타이틀이라 사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데,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노래들은 공연장에 있는 듯 한 공간감과 화려함이 느껴지며,
노래의 보컬 사운드 역시 센터 스피커를 통해 깔끔하고 깊게 전달되고 있다.
DTS가 수록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선명한 노래의 전달과 그 와중에도
적극적인 채널 분리도로 인해 실감나는 소리를 전달하고 있는 사운드는 별다른 아쉬운 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이번 타이틀이 반가운 점은 사운드트랙 CD가 보너스로 수록된 점 보다, 다양하고 알찬 서플먼트가
담긴 이유 때문일 것이다. 본편 디스크에는 30분이 넘는 미공개 확장씬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영상은 극중에서 잠시 스쳐갔던 노래라던가 장면들은 풀 버전으로 수록하고 있다.
쉽게 말해 노래가 나오는 장면만 따로 감상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딱 맞는 서플먼트라 하겠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메이킹 필름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1장의 디스크에 수록되긴
하였지만 양적으로도 여느 확장판이 부럽지 않은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질적으로도
음성해설 누락의 아쉬움이 잊혀질 만큼 매우 유익한 영상과 인터뷰들이 수록되었다.
'Building The Dream'에서는 전체적으로 원작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영화화가 되기까지의 과정, 주요 배우들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 안무와 음악,
촬영 과정에 관한 이야기가 요목조목 잘 정리되어 담겨있다. 감독인 빌 콘돈과 주연 배우들, 제작자와
스텝들의 인터뷰를 통해 음성해설 못지않은 많은 정보들을 전해준다.

의상과 조명에 대해서는 따로 'Dressing The Dreams' 와 'Central Stage : Theatrical Lighting'라는
제목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의상과 조명이 얼마나 영화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새삼 알 수 있는 서플먼트다. 특히 마치 고증하듯 당시의 무대를 제현하는 동시에 뮤지컬 무대 위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을 카메라에 그럴듯하게 담기 위해 조명에 얼마나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는지도 알 수 있다. 'Auditions And Screen Tests'에서는 비욘세와 아니카 노니 로즈,
그리고 안무를 맡은 파티마 로빈슨 안무단의 오디션과 테스트 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극 중에는 등장하지도 않는 노래를 부르며 열창하는 모습과 연기를 동시에 보여준
아니카 노니 로즈의 모습도 인상적이고, 'Steppin' To The Bad Side'의 안무를 펼친 테스트 영상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제작진이 춤은 추지 않아도 된다고 했음에도
미리 한참을 연습해온 춤과 노래, 직접 준비한 헤어와 의상까지, 완벽한 상태로 오디션에 임한 비욘세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다. 반대로 얼마나 비욘세가 이 역할을 원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드림걸즈'는 근래에 보기 드문 완벽한 뮤지컬 영화였다. 훌륭한 브로드웨이의 원작을 스크린으로
가져옴에 있어서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장점들을 그대로 옮겨오는데 성공했고,
뛰어난 원곡들을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편곡하는 데에도 성공했으며,
뮤지컬의 장점은 모두 흡수하는 한 편, 영화만의 매력 또한 맘껏 뽐낸 작품이었다.
또한 뮤지컬 영화의 팬으로서 왠지 모를 향수와 함께
왠지 모를 미소를 짓게 만드는 흐뭇한 작품이었다.


글  / ashitaka


드림걸즈 (Dreamgirls, 2006)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뒤에야 보게 된 <드림걸즈>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모타운 레코드의 전설의 그룹이였던 '슈프림즈(The Supremes)'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쇼비지니스의 어두운 그늘과 더불어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박진감있고 활기찬 라이브 음악이 넘쳐나는 뮤지컬 영화이다.
그룹 슈프림즈는 다이애나 로스가 소속되었던 그룹으로도 유명한데,
영화 속에서는 '슈프림즈'같이 실존하는 명사들은 그대로 사용되지 않지만,
누가 봐도 알만한 비유적인 상대가 그대로 등장하며, 현실과 허구를 적절히 섞어낸 구조를 띠고있다.
 
영화 속 '드림스'는 물론 '슈프림즈'를 모델로 한 것이고,
제이미 폭스가 맡은 '커티스 테일러 주니어'역시 모타운의 설립자로 유명한 '베리 고디 주니어'를
모델로 삼은 캐릭터이다.
베리 고디 주니어에 대한 평가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영화 속에 나온 것처럼
에피 화이트의 메인 보컬로 구성되었던 팀을 디나 존스 위주의 팀으로 변화시키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 것처럼, 뮤직 비지니스에서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인물로
누구나 평가하곤 한다. 실제 슈프림스의 경우도 다이애나 로스의 비중을 점점 높여가며
나중에는 '다이애나 로스와 슈프림스'가 되어버려, 영화처럼 불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모타운 최고의 밴드 중 하나였던 잭슨 파이브 역시,
의도적으로 마이클 잭슨의 비중을 높이고, 마이클 잭슨과 잭슨5로 불리게 되면서
불화아닌 불화를 겪었던 사실도 있다).
 
잭슨 5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극중 모타운 기념 공연에서 등장하는 남성 5인조 밴드는 누가봐도 잭슨 5이다.
여기서 잠깐이지만 지나간 굉장히 재미있고 중요한 설정하나가 있었는데,
무대뒤에서 마이클 잭슨에 비유되는 어린 싱어가 디나 존스의 대기실 앞에서
기다리며 옅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마이클 잭슨은 어린 시절 다이애나 로스를
가장 좋아했었고, 더나아가 다이애나 로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는데,
아주 짧지만 한 컷을 통해 이 같은 에피소드를 담아내고 있다.
 
에디 머피가 맡은 제임스 썬더 얼리는 아마도 제임스 브라운과 마빈 게이를
적절히 섞어놓은 인물 정도로 생각되는데, 무대위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완벽하게 제임스 브라운을 떠올리게 하지만, 극중 얼리의 대사 중에 제임스 브라운을
언급했던 부분이나, 나중에 'Patience'를 부른 것에 비춰볼 때 마빈 게이의 영향도
묻어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놀란 점은 바로 에디 머피의 노래 실력이었다.
비욘세나 제니퍼 허드슨, 제이미 폭스 등의 노래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는 관계로
당연히 실제로 본인이 노래했다는 것에 의심하지 않았지만,
에디 머피의 경우 그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고난도의 보컬이 요구되는
극중 캐릭터 상 당연히 다른 사람의 목소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것은 너무나 큰 오산.
그 엄청난 무대위에서의 노래들을 에디 머피가 직접 불렀다니
이건 정말 최고의 충격이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극중 제임스 썬더 얼리가 부르는 곡들은
결코 쉽지 않은 곡들로 최고의 보컬을 요구하는 노래들인데,
에디 머피는 전문 가수들 못지 않는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이 노래 실력만으로도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이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겠다.
여튼 그동안 저질 코미디 전문 배우정도로 생각해왔던 에디 머피라는
배우를 '배우'로서 다시 보게 한 순간이었다.



제이미 폭스는 이 영화서 튀지 않지만 가장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역할이라 하겠다.
비욘세나 제니퍼 허드슨 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에디 머피처럼 돋보이지도 않지만,
어쩌면 가장 진지한 드라마 연기를 펼치고 있는 것은 제이미 폭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던 가수답지 않게 이 영화에서는 다른 배역들에 비해
노래하는 장면이 많지 않은데, 하지만 단연 연기면에서는
가장 깊은 연기를 펼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드림걸즈>를 보고 나면 누구라도 가장 손꼽을 배우는 바로 에피 화이트역의 제니퍼 허드슨이다.
리얼리티 쇼인 '아메리칸 아이돌'의 출연하여 최종 결선까지 올랐던 그녀는,
실제로 최종 우승을 거두지 못했으나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와 캐릭터가
더욱 돋보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했다.
그녀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열창은 이 영화를 봐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장면들을 다수 만들어내고 있다.
 
여러곡들이 다 인상적이지만 그래도 역시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은
최고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녀의 보컬과 연기가 최고조에 이른 멋진 순간이라 하겠다.
<드림걸즈>는 표면적으로는 비욘세가 돋보이는 영화같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나 에피 화이트 역의 제니퍼 허드슨을 위한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이 영화 한 편으로 인해 자신의 커리어를 화려하게 장식했으며,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 따위는 이제 경력을 읊을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가십이 되어버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비욘세가 보이지 않았던 것은
순전히 제니퍼 허드슨 때문이었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 영화는 누가봐도 에피 화이트 역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드라마 적인 요소에서 봐도 그렇고 좀 더 강렬한 열창을 뽐낼 수 있는 역할도 에피 화이트 역할이다.
아마도 여배우라면, 특히 비욘세 같은 슈퍼스타였다면 이 시나리오를 접했을때
분명히 디나 존스 역할 보다는 에피 화이트 역할이 하고 싶었을 텐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디나 존스 역할을 충실히 연기한 것이 그녀에게는 더 좋은 결과를 낳았다.
사실 이전에 비욘세가 출연한 영화들은 그녀가 연기를 했다기 보다는
그녀의 이미지를 소모하는 정도의 케이스라고 봐야 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당당히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제니퍼 허드슨이 주요상들을 휩쓰는 동안, 비욘세에겐 이렇다할 상복이 없었지만,
어쩌면 몇 편 못하고 영화의 대한 꿈을 접어야 했을 지도 모를 그녀가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시나리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드림걸즈>는 얼마전에 봤던 <프로듀서스>와는 또 다른 감흥을 얻을 수 있는 뮤지컬 작품이었다.
뮤지컬 영화의 왕 팬으로서, 또 한 모타운 레코드의 왕 팬으로서
<드림걸즈>만한 영화를 최근 없었다고 할 수 있겠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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