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The Ides of March, 2011)

최선의 선택이란 무엇인가?



조지 클루니가 출연에 연출까지 맡고, 라이언 고슬링, 폴 지아마티,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마리사 토메이, 에반 레이첼 우드 등 화려한 캐스팅이 눈길을 끄는 영화 '킹메이커 (The Ides of March, 2011)'를 뒤늦게 보았다. 평소 정치에 관심은 물론 적극적으로 활동을 펼치기도 하는 조지 클루니의 작품이라 정치적인 소재를 다뤄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었지만, 영화는 적극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펼치기 보다는 오히려 이를 소재로 활용하는 영리한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오히려 정치에 관심도 생각도 많은 조지 클루니이기에 가능한 여유가 아닐까도 싶은데, 조지 클루니는 민주당내 선거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주인공 스티븐 (라이언 고슬링)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살면서 여러번 맞닥들이게 되는 '최선의 선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또 한 번 던지고 있다.



ⓒ Cross Creek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스티븐은 민주당내 차기 대선 후보를 뽑는 것이나 다름 없는 선거에서 모리스 (조지 클루니)를 당선시키기 위해 일하는 선거 캠프의 팀장이다. 젊은 나이에 뛰어난 재능으로 정치계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던 스티븐은, 선거 운동 중 상대 후보 캠프의 모략에 걸려들어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이 믿고 지지하던 모리스의 치명적인 스캔들을 알게 되고 만다.


사실 조지 클루니의 그간 정치적 활동이라던가 '킹메이커'라는 국내 개봉 제목으로 미뤄봤을 때, 예전 비슷한 영화들처럼 선거 캠프의 인물들을 통해 선거와 그 뒷 이야기 그리고 미국내 여러가지 정치적 이야기들을 다룬 영화가 아닐까 했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킹메이커'의 포커스는 분명 그 곳에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앞서 이야기한 현실적 소재들이 모두 등장하고 실제 사례 (클린턴의 스캔들)들을 인용한 부분들도 등장할 만큼 실제 정치판의 뒷이야기가 살아 있지만, 이것들을 통해 미국내 정치판을 비판하거나 다큐멘터리처럼 재조명하려는 것이라기 보다는 이 사건에 놓인 주인공 스티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 Cross Creek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 속 스티븐의 선택이 그러한 점을 더 돋보이게 하는데, 스티븐은 말그대로 영화 속 주인공처럼 정의의 편에 서기 보다는 선택에 선택을 거듭하기는 했지만 씁쓸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결론도 물론 중요하지만 스티븐이 자신이 믿고 따르던 모리스의 스캔들을 알게 된 후 벌이는 갈등과 그로 인한 몇 번의 선택들을 통해 영화는 끊임없이 '최선의 선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킹메이커'의 이러한 질문은 개인적으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아주 깊게 다가왔는데, 최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과정의 정의는 포기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과정의 정의가 없는 최고의 결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인지를 또 한 번 생각해보게 했다. 실제로 영화가 말하는 것처럼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최고의 결과를 위해 과정의 정의는 무시해도 된다가 아니라, 부득이한 경우 결과를 위해 포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며, 과정의 정의 없는 최고의 결과는 무조건 잘못 되었다 가 아니라, 과정의 정의를 위해 최고의 결과를 포기하여 결국 상대의 승리 혹은 최악의 결과를 낳도록 하는 것을 잘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에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는 삶의 여러 과정 속에서 겪게 되는 쉽지 않은 선택의 기로인데, 그것이 신념과 맞물렸을 때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또 한 번 깊게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였다 (아, 이 영화에서 역시 답은 없다. 이 문제에 공통된 답이란 것이 과연 있을까).



ⓒ Cross Creek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의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는 별개로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른 영화가 바로 '킹메이커'이다. 최근 보았던 '디센던트'를 통해 더더욱 사랑하게 된 조지 클루니의 경우 정말 못하는게 무엇인지 묻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연출력을 보여주었으며, 등장만으로 무게감을 주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과 폴 지아마티의 캐스팅은 양 캠프의 무게감을 동등하게 부여하는 가장 쉽고 확실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큰 역할이 아닌 듯 하지만 마리사 토메이가 연기한 타임지 기자 역할도 가볍지 않았고, 에반 레이첼 우드 역시 자신의 순수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소비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주인공을 연기한 라이언 고슬링의 경우, '드라이브' 이후 최고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는 남자 배우답게 연기와 이미지가 완전히 결합된 또 한 번의 결과물을 보여주었으며, 점점 동년배의 헐리웃 다른 남자 배우들과는 차별되는 특별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듯 했다. 이런 이유로 곧 개봉예정인 '블루 발렌타인'이 기대되는 바이다 (미셸 윌리엄스까지 출연하니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수 밖에는 없다).



ⓒ Cross Creek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1. 예전에 극장 상영버전이 화면비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보고 패스했다가 이번에 IPTV로 보았는데, 대충 비교해보니 이 버전은 잘린 것 같지는 않더군요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2. 저는 라이언 고슬링과 동갑입니다 -_-;;;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Cross Creek Pictures 에 있습니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Across The Universe, 2007)

이 영화는 보시다시피 2007년에 미국에서 개봉한 이른바 '철 지난' 영화이다.
이미 현지에서는 개봉한지가 꽤 된 영화라 국내에서는 블루레이 출시가 예정된 상태이고,
미국에서도 여러 토크쇼나 쇼를 통해 미리 조금씩 만나볼 수가 있었다. 비록 개봉이 늦어지긴 했지만,
극장에서 감상한 결과 이제라도 블루레이로 직행하기 전에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이 무척이나
다행스러웠던 영화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틀즈의 곡들을 '소재'로, 아니 '주제'로 만든 일종의 뮤지컬 영화이다. 무려 33곡의 비틀즈의 주옥 같은 곡들이
새롭게 편곡되어 영화 속에 녹아들어 있으며, <프리다>의 감독이었던 줄리 테이머가 선사하는 환상적인
영상미와 상상력 넘치는 영상들은 하나의 거대한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처음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들었을 때만 해도, 단지 비틀즈의 음악이 '소재' 정도로만 쓰인, 남녀의 로맨스를 다룬
뮤지컬 영화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뭐랄까 역시 비틀즈의 음악을 소재로 했던 숀 펜 주연의 <아이 엠 샘>처럼,
비틀즈의 음악만으로 완성한 영화라는 것이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이 영화는
단지 비틀즈의 음악 뿐 아니라, 그 가사 속에 담긴 의도와 의미까지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히 보이는
제법 진지한 영화였다. 비틀즈의 음악은 물론 곡적인 측면이나 멜로디, 코드 진행에 있어서 시대를 앞서가고,
지금까지의 팝음악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미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가사적인 측면에서도
(특히 존 레논이 쓴 가사들)당시의 시대상황이나 정치적인 면을 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 후반의 미국이다. 이 당시 미국의 시대 상황은 베트남전 파병으로 인해
반전 시위가 들 끓던 시절이었으며, 반전과 히피들의 정서가 넘쳐나던 혼란스러운 시대였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비틀즈의 음악을 배경으로 이 자유와 반전,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랑과 평화에
관한 이야기를 뮤지컬로 풀어내고 있다. 단순한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로 이끌어 갈 것처럼 보였던 영화는,
남자 주인공 중 하나인 '맥스'의 입대와 여자 주인공 '루시'의 반전 단체 합류로 인해 정치적인 문제로
급물살을 타게 된다.



반전이라는 정치적인 주제로 영화가 넘어오면서 반대로 영상적인 측면에서는 더 상상력 넘치고, 미적인
요소가 가미된 효과를 적극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이야기의 무거움을 화려하고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으로 잘 소화해내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역시나 했던 것은 바로 이 영화의 감독인 줄리 테이머의 전작이
<프리다>였다는 것이다. <프리다>는 영화적인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미술적인 측면에서 특히 좋은 평을
받았던 것처럼, 미술적인 면에서 상당히 수준급의 작품이었다. 그림 속의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고, 그림과
현실이 환상처럼 섞이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던 <프리다>처럼,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서는 히피라는
자유로움의 상징을 등장시키면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영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필름을 내거티브하는
형식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나 화려한 색감과 이질적인 가면들과 조형물, 그리고 이러한 이질적인 것들을
실제 존재하는 자연속에 녹여내면서 더욱 환상적인 그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음악과 만나면서 마치
하나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언급한 것처럼 이 영화는 중반 즈음에 로맨스에서
정치적인 색으로 급물살을 타면서 영상의 화려함과 동시에 약간은 이질적인 세계로 급속히 빠져드는데,
이 부분은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듯 하다. 이 부분이 영화에 다양함과 색을 더해주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집중력을 잠시 흐리게 하는 부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이 영화는 단순히 비틀즈의 음악과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장면과 설정에서도 여러 면에서
비틀즈 트리뷰트의 형식을 엿볼 수 있다. 일단 가장 대표적으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 각각
'주드 (Jude)'와 '루시 (Lucy)'로 명명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나 비틀즈의 고향이 리버풀인 것을
감안하여 주인공 주드도 리버풀 출신으로 설정되었다. 이미 남, 여 주인공의 이름을 알게 된 뒤 부터
과연 'Hey, Jude'와 'Lucy in the Sky'는 어떤 장면에 언제 등장할까 하는 기대를 갖게 했는데, '헤이, 주드'의
경우 친구인 맥스가 주드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역시 너무나도 감감적인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루시 인 더 스카이'의 경우 영화가 다 끝날 때까지도 등장하지 않아, 당췌 언제 나오려나 했는데,
영화가 끝나자마자 엔딩 크레딧 시작에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옥상에서의 'All You Need Is Love' 장면. 이 옥상 공연 장면은 실제로
1969년 애플 스튜디오 옥상에서 있었던 너무나도 유명한 비틀즈의 옥상 공연에 대한 헌정장면일 것이다.
이 공연은 실제로 최초의 게릴라 콘서트로도 유명하다.

이 영화는 비틀즈의 팬들에게 먼저 반가운 영화라 할 수 있겠는데, 비틀즈의 곡을 무려 33곡이나 만나볼 수
있다는 첫 번째 장점과 함께(33곡이나 수록되다 보니, 일반 대중들 입장에서는 모르는 곡이 많이 수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장면을 보고 미리 어떤 노래가 나오겠구나 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을 두 번째 장점으로
들 수 있겠다. 앞서 언급한 옥상 공연 같은 것도 미리 짐작할 수 있었고,
딸기가 나오면 'Strawberry Fields Forever'가 나오겠구나 하는 등 가사와 제목에 충실한 설정으로 시작되는
영상은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의 수록된 비틀즈의 곡들은 모두 새롭게 편곡되었으며, 주인공들이 모두 실제로 다시 불른 것으로도
화제가 되었는데, 젊은 배우들이 노래하는 장면은 역시 뮤지컬 영화인 <렌트>가 얼핏 떠오르지만,
<렌트>가 굉장히 브로드웨이 식이었던 것과는 달리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좀 더 영화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일단 여 주인공 '루시' 역할을 맡은 에반 레이첼 우드가 눈에 띄는데,
아역 출신으로 <프랙티컬 매직> <시몬>등에 출연했던 레이첼 우드는 이 영화를 통해 좀 더 성인 연기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남자 주인공인 짐 스터게스는 2004년에 영화를 한 편 찍은 적이있지만
사실상 이 영화가 데뷔작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싶은데, 노래와 더불어 평범한 영국 청년의 이미지를 잘 보여준
듯 하다. 이 외에도 맥스 역을 맡은 조 앤더슨, 세디 역을 맡은 데너 퍼치스, 프루던스 역을 맡은 T.V.카피오 등
모두들 노래와 연기에 재능이 있는 배우들로 앞으로 다른 영화에 출연했을 때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게
될 것 같다. 이 영화에는 세 명의 까메오(개인적으로 확인한 것만)가 등장하는데, 먼저 까메오라고 하기엔
분량이 조금 있는 닥터 로버트 역의 보노이다. U2의 리드 싱어로 너무도 유명한 보노는 이 영화에서 제법
비중이 있는 닥터 로버트 역할로 출연하고 있는데, 노래도 노래지만, 그 이미지와 연기가 제법 잘 어울렸다.
특히 역시 까메오로 출연했었던 <밀리언달러 호텔>에 비하면 놀라운 연기력이라 할 수 있겠다 ^^
그리고 간호사로 등장한 셀마 헤이엑은 사실 긴가민가 했을 정도로 쉽게 알아보긴 힘든데(정말 셀마 헤이엑인가
아니면 굉장히 닮은 배우인가 조금 해깔렸었다), 아마도 감독과의 인연으로 특별 출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Come Together'를 멋지게 부른 조 카커까지!

로맨스 영화이기도 하지만, 거의 반전 영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메시지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
영화였다. 새로운 감각으로 편곡된 비틀즈의 주옥같은 곡들을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즐거웠던 경험이었으며, 나쁜 의미에서가 아니라 좋은 의미에서 여러 편의 감각적인 영상의 뮤직비디오를
만나본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이런 식의 비틀즈의 변주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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