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의사 선생님 (Dear Doctor, 2009)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에 대하여


'유레루'를 연출했던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2009년 작 '우리 의사 선생님 (Dear Doctor)'을 뒤늦게야 DVD로 감상하였다. 전작을 통해 제법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렸음에도 이 작품은 개봉 당시 많은 관객들과 만날 기회를 갖질 못했었는데, 보고나니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로 채워져 있기는 했지만 역시나 그 잔잔함과 소소함 속에 깊은 여운을 주는, 그냥 놓치기에는 아쉬운 작품이었다. DVD를 선물 받은 것도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 이번 주말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고이 모셔져 있던 DVD를 꺼내 감상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 의사 선생님'이라는 제목을 처음보았을 때 느꼈던 선입관은 너무 착하기만 한 영화는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착하기만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제목과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만으로 영화의 대부분을 예상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닐까 하는 오해 때문이었다. 이 글에 사용된 포스터말고 대표적으로 사용된 포스터에는 의사선생님 역할을 맡은 쇼후쿠테이 츠루베가 사람 좋은 웃음을 얼굴 한 가득 머금고 있는 장면이 사용되어서 더욱 그랬는지르겠는데, 그런 반면 푸른 들판을 배경으로 무언가 외로워 보이면서도 의문을 담고 있는 듯한 표정과 분위기를 풍기는 위의 포스터가 오히려 좀 더 작품의 성격과 잘 맞아 떨어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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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두 가지의 이야기가 서로 정반대에서 시작해 접점에 이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사실 다른 이야기라기 보다는 하나의 이야기인데 시간의 흐름과 풀어가는 방식에 따라 갈린다고 말할 수 있겠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마치 신처럼 추앙받은 의사 선생님을 소개하는 동시에 다른 한 편에서는 그 의사 선생님이 의문스럽게 자취를 감춰버렸다는 미래의 이야기를 동시에 꺼내 놓는다. 이와 같은 방식은 사건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그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는 없었던 더 깊은 가치와 정서에 주목한다고 할 수 있을텐데, 특히 이 작품 같은 경우는 이렇듯 존경 받는 의사 선생님이 왜 그렇게 된 걸까 라는 의문을 처음부터 갖고 보게 되기 때문에, 반대로 처음부터 디테일한 감정 표현과 캐릭터 묘사에도 주목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게 보게 된 '우리 의사 선생님'은 우리가 흔히 진정성이라고 표현하곤 하는 진정(眞情)에 관한,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에 관한 이야기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그리고 가짜보다 더 가짜 같은 진짜들의 이야기. 쉽게 (조금은 경박하게) 풀어내자면 이런데, 사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진짜 가짜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마음가짐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면허증이나 자격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접근하고 받아들이냐에 관한 이야기. 영화는 이 측면에서 비록 자격은 갖지 못했지만 마음가짐만은 그 어떤 진짜보다도 진정을 갖고 있던 한 남자와 이 남자를 마음으로 받아들인 듯 했지만 사실은 그저 자격과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끌어 안고 있었던 작은 사회에 관한 양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후자의 이야기 때문에 이 작품을 마냥 착하고 따스한 영화로 보긴 어렵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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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나온 대사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대사 중 하나는 극중 의약품 판매상으로 나왔던 카가와 테루유키의 말이었는데, 약을 팔면서 한 번도 환자의 병을 낫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며 스스로를 뒤돌아보는 대사였다. 즉 무엇이든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초심을 잃어버렸거나 아니면 너무 직업이 되어버려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일들에관해 생각해 보게 되는 대사이자, 이 작품이 전체적으로 담아내려한 진정에 대한 묘사이기도 했다. 인간이란 기계와는 달라서 처음과 끝이 똑같기 어렵고 무슨 일이든 내성이 생기면서 안좋은 쪽으로 익숙해지기도 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점은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인간들이 초심을 잃는 속도, 내성이 생기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그런 면에서 오로지 그 마음 가짐만으로 이미 내성이 생겨버린 사람들 사이에서 한참을 우뚝 솟았던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는, 그가 진짜였냐 가짜였냐를 떠나서 수 많은 이미 갖은 자들에게 큰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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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마치 '골든 슬럼버'나 '디스트릭트 9'의 정서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딱딱하고 정형화된 수사의 방식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판타지와도 같은 순간으로 따듯한 미소를 짓게 하는 감독의 연출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아, 엔딩 크래딧에 흐르던 More Rhythm의 '웃음꽃'의 가사가 주던 여운 역시...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영화사 진진 에 있습니다.


글 | 신현이 (a_shitaka@nate.com)

바람만이 아는 대답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일단 이 요상한 제목 때문에 눈길이 가는 영화다. 일본 영화에서는 특히나 이런 종류의 분위기를 종잡을 수 없는 제목을 자주 만나볼 수 있는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뤄보아, 이런 제목들의 영화들은 단순히 제목만으로 선입견을 갖고 영화를 미리 판단해 버리기에는 너무도 보석 같은 작품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그랬었고,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그러했었다). 이 작품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올해 열린 부천 영화제에서 초청되어, 주연 배우인 에이타가 내한 하는 등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었고, 일반 상영관에서도 오는 8월 말에 개봉을 하여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이기도 한 작품이다(거의 국내 개봉 한 달 만에 DVD가 출시된 겪이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이 원작 소설은 일본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베스트셀러임에도 미스테리한 이야기 구조 때문에 선뜻 영화화가 되지 않았었는데, 이 영화의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역시, 처음에는 거의 영화화가 무리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화에 큰 매력을 느꼈던 요시히로 감독은 직접 각본 집필 작업에 몰두한 결과, 원작자인 이사카 코타로가 영화를 보고나서 책의 일부분을 고치기까지 했을 만큼, 원작자의 입장에서 봐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영화가 완성되었다. 원작에 깊은 애정이 있었던 감독은 소설 속 배경이 되고 있는 센다이 지방을 실제 촬영지로 선택해 모든 장면을 센다이 지방에서 촬영하기도 했다(극 중 등장하는 대형 서점의 경우 실제 센다이 지방에 존재하는 곳인데, 서점주인 역시 원작 소설의 열렬한 팬이라 장소 협찬에 있어서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일종의 반전이나 함정이 있는 구조를 갖은 영화의 경우, 더군다나 원작 소설이 존재하는 경우라면 영화화 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가장 큰 장점이자 포인트로 작용해야 할 영화적 함정이 이미 알려진 상태에서는 (장기로 말하자면 차,포 때고 하는 경우 정도가 되겠다), 반전 자체보다는 이 과정을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에 더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는데,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원작 소설을 접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물론, 이미 소설을 통해 인물 설정과 결말을 다 알고 있는 이들도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을 만큼, 그 과정에 섬세한 묘사가 뛰어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아무래도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이와 모르고 영화를 보게 되는 경우를 똑같이 비교할 수는 없을 터, 이 리뷰에서는 이 영화의 영화적 함정이나 반전에 관한 정보는 전혀 노출하지 않을 예정이다. 반전이 있다는 것 자체도 모르는 것이 가장 좋은 관람 환경이겠지만 이건 어쩔 수 없이 노출하오니 양해를 부탁 드린다 ^^;)


이 영화는 적어도 2번은 전혀 지루함 없이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왜냐하면 이 영화만의 특징적인 요소 때문인데, 반전 요소를 갖고 있는 영화들은 전혀 모르고 보았을 첫 번째 감상 시와 다 알고 보는 두 번째 감상 시의 포인트가 아무래도 전혀 다를 수밖에는 없다. 첫 번째야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고, 두 번째 감상 시에는 아무래도 반전 요소를 인지한 상태이기 때문에 영화를 처음 볼 때는 감지할 수 없었던, 초반에 그냥 스치듯 지나간 대사들이나 작은 동작, 설정 등의 의미를 찾아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설정의 영화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이 점을 왜 특별히 이 영화만의 장점이라고 들어가며 두 번 보기를 권하느냐 하면, 이 영화는 특별히 이런 두 번 볼 때를 염두에 둔 디테일한 설정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가 미스테리한 구조를 드러내기 전까지의 분위기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약간 이상한 캐릭터들과 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일본 영화 특유의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처럼 그저 이상한 캐릭터, 이상한 대사, 약간 의미 없다고 느껴졌던 카메라 앵글들이, 모두 후반부의 반전을 염두에 둔 디테일한 설정임을 알 수 있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히 장면 하나하나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배우의 작은 동작 하나도 이후에 습관으로 설명될 수 있는 의도된 연기였고, 오버스럽게 느껴졌던 몇몇 대사들도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것이란 걸 두 번 감상하며 확인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처음 감상할 때는 이야기의 구조를 따라가며 반전과 함정에 요소를 만끽하는 것으로 재미있는 감상이 되지만, 두 번째 감상할 때는 작은 장면 하나하나에서도 ‘아,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그랬던 것이었던 것 이었구나’ 하며 어쩌면 첫 감상시보다 더한 감동을 받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극장에서 볼 때는 몰랐으나 DVD로 다시 보니, 일반적으로만느껴졌던 영화의 앞부분이 그저 일반적이지만은 않은 매우 중요한 장면들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이 장면만 봐도 처음에 볼 때는 2층에 있는 주인공과 길모퉁이로 돌아가는 인물을 위주로 촬영된 장면인 줄로만 알았으나, 다시 보니 인물들 보다는 저 놀이터에 더 포인트를 두고 있는 장면임을 알 수 있었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다 보고 나면 누구라도 아마 영화 속에 삽입되었던 밥 딜런의 곡 'Blowin in the wind'를 흥얼거리게 될 것이다. 이 영화가 좋았던 또 다른 점은 삽입곡이 단순히 배경 음악으로 쓰이는 것을 넘어서, 곡 자체가 영화의 또 다른 모티브가 되고, 영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사실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 같은 경우는 꼭 밥 딜런의 팬이 아닐지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어디선가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곡인데, 이런 유명한 곡을 사용했음에도 곡이 본래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압도당하지 않고, 이 영화만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영리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기존에 이 곡을 좋아하던 사람들조차도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이 곡을 언젠가 다시 듣게 된다면,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얼핏 떠올리게 될 정도로 말이다.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를 만나볼 수 있는 건, 이 영화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DVD Quality


일단 극히 적은 수의 극장에서만 개봉했었던(대부분의 일본 영화들이 그렇지만) 영화의 DVD타이틀 치고는 본편과 서플먼트를 각각 담은 2장으로 출시된 것만으로도 반갑기 그지없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과 예고편 4종이 수록되었는데, 메뉴 디자인에 독특한 점이라면, 지원되는 자막이 한국어 밖에는 없기 때문에 자막을 선택하는 메뉴가 따로 있지 않고, 기본 메뉴 화면에서 ‘한글자막 ON / OFF'를 변경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1.78:1 와이드스크린 영상의 경우, 일본 영화 타이틀 특유(?)의 익숙한 화질 수준이라고 보면 되겠다.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는 초반 등장하는 자취집 건물 장면 등 일부 장면에서는 쨍한 느낌의 선명한 화질의 느낌마저 받을 수 있었는데, DVD에 수록된 화질은 노이즈가 많고 지글거림 현상도 조금 있는 수준이라 아주 좋은 화질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업스케일링 기능이 있는 플레이어로 재생 했을 시에는 이런 부분이 조금 개선되어 기능 미 지원 플레이어에서 재생했을 때보다는 화질 면에서는 크게 부담이 없는 정도였다. 사운드 역시 돌비디지털 2.0만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런 소소하고 잔잔한 영화의 특성상 그다지 5.1채널의 멀티  채널이 요구되지는 않기 때문에, 수록된 돌비디지털 2.0 사운드만으로도 감상에 전혀 무리는 없었다. 다만 본편의 기본 볼륨이 조금 작게 설정되어 있는 점은 발견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으로 서플먼트를 수록하고 있는데, ‘메이킹 다큐멘터리 -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의 뒷모습’이 가장 대표적인 제작과정 영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감독인 나카무라 요시히로를 비롯해 주연 배우인 에이타와 하마다 가쿠, 세키 메구미, 오츠카 네네의 인터뷰를 통해 이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하였으며, 연기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는지 들려준다. 국내 개봉 시에도 느꼈었던 점이었지만, 사실상영화의 화자이며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시나’ 역을 맡은 하마다 가쿠에 대해 너무 대접이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심지어 영화 팜플렛에는 캐릭터 소개란에도 빠져있으며, 이름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런 아쉬움은 DVD에 수록된 서플먼트를 통해, 특히 이 메이킹 다큐를 통해 확실히 해소될 수 있었다.


다른 배우들도 다들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영화 속 ‘시나’처럼 실제 하마다 가쿠도 너무나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배우임을 엿볼 수 있었는데, 촬영이 끝나고도 캐릭터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해 인터뷰 내내 눈물, 콧물을 훌쩍 거리며 이야기하는 모습은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극 중 ‘시나’처럼 원작을 미리 읽지 않아 이야기를 전부 이해하지 못한 채 촬영에 임하게 된 하마다 가쿠는, 원작을 읽었던 감독은 생각해 내지 못했던 장면의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결국 감독의 애초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클라이막스 부분이 촬영되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이런 방향이 더욱 자연스럽고 깊은 인상을 미치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외에도 하마다 가쿠 만의 천진난만하고 장난 끼 가득한 재미있는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나카무라 감독 롱 인터뷰’에서는 메이킹 다큐에서는 미처 다 들려주지 못했던 원작 소설의 영화화 과정이라던가,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들, 배우들에 관한 감독의 견해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미공개 장면’에서는 단순히 미공개 장면만이 수록된 것이 아니라, 미공개 장면들이 포함된 앞 뒤 연결 장면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이 장면이 있었다면 어떻게 영화에 표현되었을까를 좀 더 쉽게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로케지 지도’는 처음에는 지도라는 제목답게 단순히 지도에서 위치를 표기하는 것 정도인 줄 알았는데, 각각의 로케이션 장소를 클릭해보면 그 곳의 대략적인 풍경 영상과 함께 메이킹 다큐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새로운 메이킹 영상이 각각 담겨 있어, 이것 또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부가영상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무대인사’에서는 영화가 상영되기 전 무대 인사를 가진 영상과, 영화 상영 뒤에 갖은 무대 인사 영상이 각각 담겨 있어 각각의 다른 분위기를 만나볼 수 있다.


2008. 10. 8 | 신현이 (a_shitak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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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アヒルと鴨のコインロッカㅡ)
바람만이 아는 대답


참 일본영화스러운 괴상한 제목.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그 괴상한 제목에 일단 끌리고, 그리고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와 영화 <좋아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에이타가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영화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는 이 정도가
전부였고, 포스터나 전단지를 통해 영화 속에 밥 딜런의 'Blowin’in the wind'가 수록되었다는 것도 미리
알 수 있었다.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평범하고 잔잔한 가운데 '이야기'를 잘 끌어낸다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잔잔한 것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스테리한 부분이 주를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더 큰 범위에서 이 영화를 감싸고 있는 정서는 소소함과 따뜻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라고 하는데, 소설을 미리
접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미스테리한 줄거리가 이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해서인지,
영화가 전개되면서 살짝 놀라게 된 부분도 있었다. 미스테리한 부분이 전개되기 전까지는 보통의 일본 영화들이
그렇듯, 일본 영화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듯한 약간 괴짜 캐릭터와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것으로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영화겠구나 했는데, 즉 가볍게 슬쩍 즐기고 나오려고 했는데, 제법 짠한 감동마저
받고 극장을 나오게 되는 영화였다. 확실히 일본 영화는 포스터나 제목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아래부터 영화의 내용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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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의 멜로디가 흐르면, 2년 전 그날의 기억이 찾아온다.

대학 입학을 위해 센다이 시(市)로 이사 온 시이나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를 흥얼거리면서 짐 정리를 하는데, 노래를 따라부르는 이웃집 청년 가와사키를 만나게 된다. 괴짜 같은 가와사키는 이웃에 사는 부탄 출신 유학생 도르지가 일본에서 처음 사귀게 된 친구 둘을 동시에 잃은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일본어대사전을 훔쳐 선물하자는 황당한 제안을 한다. 얼떨결에 사건에 가담하게 된 시이나는 가와사키가 훔쳐 온 책이 일본어대사전이 아님을 알고 황당해하고, 우연히 알게 된 펫 숍 주인 레이코는 가와사키의 말을 믿지 말라고 시이나에게 경고를 한다. 그리고 시이나는 가와사키의 비밀 이야기를 알게 되는데…(보도자료)

사실 처음 '밥 딜런의 멜로디가 흐르면, 2년 전 그날의 기억이 찾아온다'라는 홍보문구를 보았을 때는,
너무 뻔하고 오버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영화를 보지 않고 저 문구만 본다면 너무 뻔한 홍보문구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 뻔하지만 노골적인 문구가 나름대로 영화의 분위기를 잘 함축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영화의 초중반이 지나기 전까지는 그저 대학진학을 계기로 센다이로 이사온 주인공 '시나'의
하루하루를 조심스레 스케치 해 나가는 평범한 분위기로 전개된다. 하지만 바로 옆방에 살고 있는 '가와사키'와
알게 되면서 그를 통해 듣게 된 이야기를 통해 약간은 이상한 주변 사람들과 동네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 와중에 알게 된 사람들을 통해 가와사키 역시 미스테리함이 많다는 것을 본격적으로 알게 되고, 시나는
가와사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자 그의 뒤를 밟고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 그에 관해 묻게 된다.

이렇게 되면서 영화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전개된다. 그저 단순히 괴짜로만 보였던 가와사키가 보여지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미스테리한 인물임을 알게 되고, 시나가 그를 점차 알아가면서 이 영화는,
미스테리한 퍼즐을 한 조각 한 조각 풀어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한 편, 퍼즐이 하나씩 풀려갈 수록
감동의 조각도 하나하나 완성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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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사키가 원래는 가와사키가 아니었고, 옆방에 사는 부탄에서 온 학생 도르지는 그저 지방에서 온 일본 학생
이었으며, 부탄에서 왔다는 도르지는 다름아닌 가와사키 였다는 비밀이 밝혀지면서, 이 영화는 왜 부탄에서 온
도르지가 가와사키라는 이름을 쓰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왔는지에 대해 플래시백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저 괴짜스럽게만 보였던 가와사키의 행동과 대사들은 이후 진짜 가와사키가 등장하는 후반부를 위해
중요한 복선으로 작용한다. 이 과정속에서 그 동안 에이타가 가와사키로 연기했을 때의 장면들을, 에이타가
도르지로 등장하는 것으로 다시 한번 보게 되는데, 이 장면들을 통해 모든 비밀이 풀리고 도르지가 가와사키로
살아야만 했던 이유에 대한 정확한 답을 들을 수 있게 되지만, 거의 모든 장면을 다시 보여주는 것은 일부
관객들에게 약간의 지루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하긴 이 영화의 전반부, 그러니까 에이타가 가와사키를
연기하는 부분은, 모두 이 후반부를 위한 도구이니 전부 다시 보여주는 것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에이타는 기존에 출연한 작품들에서도 제법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었지만, 그것은 연기 외에 인상적인
외모가 한 몫을 했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는 없을텐데, 이 영화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에이타를 좀 더
배우로 인식하기에 충분한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가 초반 가와사키로 등장할 때의 연기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오다기리 죠가 계속 떠올랐는데, 무언가 괴짜스럽고 이상하면서도 남모를 포스를 풍기는 그의
연기는 오다기리 죠가 많은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비슷한 캐릭터를 쉽게 떠올리게 했다. 후반부에 도르지를
연기하는 그의 모습에서도 나이에 걸맞는 순수한 미소를 볼 수 있어 좋았고. 특히나 후반부에 시나가 모든
비밀을 알게 된 이후의 그의 연기는 그 웃음, 표정 하나하나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 영화가 너무 에이타에 의해 과대포장 된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뭐 맞는말도, 틀린말도 될 수 있겠다. 영화는 에이타의 출연 하나만으로 설명되기에는 너무도 할 말이 많은
훌륭한 영화이지만, 이 영화에서 에이타가 차지하는 비중이라던가 그가 보여준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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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는 에이타 외에 마츠다 류헤이, 세키 메구미, 하마다 가쿠 등이 출연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하마다 가쿠의 홍보가 너무 부족한 것이 아쉽다. 물론 기존의 국내 지명도에서는 조금 뒤쳐지는 배우일지는
몰라도, 엄연히 이 영화에서는 에이타에 버금가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국내 전단지에는 이름 한 번
언급되지 않는 등 너무 홀대를 당하고 있는 듯해 동정심 마저 느껴졌다. 사실 국내의 전단지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똑같은 옷을 입은 에이타와 마츠다 류헤이가 떡 하니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일부러 리뷰 글에 메인 포스터로 일본 포스터를 가져왔다. 저 포스터 속 캐릭터의 비중이
영화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밥 딜런의 'Blowin’in the wind'의 경우 뭐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유명한 곡이었지만, 앞으로는 이 곡을
듣게 될 때마다 이 영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유명한 팝송을 영화 속에
자연스레 녹이는 방법으론 이 영화같은 방식이 가장 영리한 방식이라 생각된다. 적절하게 스토리에 녹아들도록
만들어내서, 나처럼 이미 이전에도 수없이 들었던 노래가 새롭게 들리도록 만드는 방식말이다.




1. 일본어를 잘모르다보니 '코인로커'라는 한국어 제목을 보고는 도대체 뭔가 했다 --;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나서야 '아, 코인 락커구나'했다는. 락커룸이라고 주로 하지 로커룸이라고는
   안하니까 --;

2. 제목을 보며 왠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스러움을 느꼈다.

3. 센다이는 마치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주더라. 특히나 대형 서점의 경우 미국 서부의
   인적 뜸한 주유소를 연상시키는 포스를.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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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백수 생활을 하던 쇼(에이타)는 고향의 아버지(카가와 테루유키)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행방불명되었던 고모 마츠코(나카타니 미키)가 사체로 발견되었으니 유품을 정리하라는 것.
다 허물어져가는 아파트에서 이웃들에게 '혐오스런 마츠코' 라고 불리며 살던 그녀의 물건을 정리하며 쇼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마츠코의 일생을 접하게 된다. 중학교 교사로 일하며 모든 이에게 사랑받던 마츠코에게
지난 25년간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제자가 일으킨 절도사건으로 해고당한 마츠코는 가출을 감행한다. 하지만 동거하던 작가 지망생은 자살해 버리고,
그의 친구와 불륜을 시작한 마츠코는 곧 버림받고 절망에 빠져 몸을 팔게 된다. 기둥서방에게마저 배신당한 마츠코는 그를 살해, 8년형을 언도 받는다.
출소 후, 미용사로 일하던 마츠코는 자신을 해고당하게 만들었던 절도사건의 범인인 제자 류 요이치와 재회하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벤허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오프닝 텍스트)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하 ‘혐오스런 마츠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전작 <불량공주 모모코>에 대해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묘하게 유사한 형식을 띠고 있는 제목답게 <불량공주 모모코>는 <혐오스런 마츠코>와 마찬가지로 감감적인 영상과 더불어 기발한 웃음과 유쾌한 감동을 한꺼번에 선사하며 두터운 마니아 층을 형성하였으며, 2004년 칸느에서의 호평과 키네마 준보 선정 2004 일본 영화 베스트 10에 뽑히는 등 평단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작품이었다. 특히 <불량공주 모모코>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살아 숨 쉬는 캐릭터와 CF감독 출신답게 기존 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이 판을 치는 일본 영화계에서도 단숨에 주목을 받았던 영화였다. 그와 동시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바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CF출신 감독으로 첫 번째 영화를 발표한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에게 쏠렸다. 그가 다른 감독들보다 더욱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대부분의 CF출신 감독들의 태생적인 장점인 감각적인 영상 표현 외에도 영상에만 집중되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섬세한 심리 묘사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내는 실력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불량공주 모모코>촬영 말미부터 계획했다는 후속 작은 과연 어떤 영화일지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쩌면 영화 팬으로서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 제목도 요상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앞서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것처럼 <불량공주 모모코>를 진작에 보았다면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에 다음 작품에 대해 당연히 저처럼 부푼 기대를 갖고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했던 나로서는 어느 날 인디영화관에 걸린 요상한 제목과 총천연색의 화려한 포스터로 치장한 영화에 단순히 흥미 이상의 것은 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집에 돌아와 찾아본 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컬 장르라는 것이 추가되었을 뿐,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몇 해를 손꼽아 기다리거나 하는 기대가 들지는 않았던 것도 사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스 리틀 선샤인>을 보고 난 뒤 느꼈던 것처럼, ‘올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놓쳤더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다소 오버스런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그야말로 ‘완소’ 영화가 되어 버린 것이 바로 이 작품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다. 뮤지컬이라는 좋아하는 요소와 코미디라는 사전 정보를 가지고, 쉽게 말해 그저 웃고 즐기러 극장을 찾았던 것이었는데, 극장을 나올 때는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재미와 감동과 여러 가지 들을 느끼고 경험하게 된, 영화로서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을 느꼈던 영화였다.



(영화 내내 꾸준히 등장하는 서스펜스 극장 시리즈 ㅋ)

본래 원작이 된 소설은 내용 그대로 특별히 이상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던 마츠코라는 한 여자가 우연과 사건들로 인해 폭력, 불륜, 매춘, 살인 등 어쩌면 인간의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들을 겪게 되며 그로 인해 한 여자의 인생이 어떻게 저물고 변해 가는 지를 그려낸, 즉 매우 무거운 내용이 전반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도 이와 거의 다르지 않다. 영화 속 마츠코 역시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덮으려다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그 것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며, 나중에는 본인에 대한 사랑마저 완전히 잃게 되어 삶의 의미를 더 이상 찾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느끼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그저 암울하다, 처절하다 라고만 느낀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영화 <마츠코의 일생>의 가장 중요한 점인데, 감독인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영화화를 결정한 순간, 이 무겁고도 무거운 암울한 이야기를 반대로 유쾌한 리듬으로 풀어나가기로 작정을 하게 된다. 극 중 마츠코는 최악의 일들을 차례로 겪게 되지만, 그 때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스스로 찾아내 자신의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한 걸음씩 옮기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은 슬픔보다 긍정적인 면들을 부각시켜 시종일관 유쾌한 리듬과 분위기를 유지시키는 한 편, 반대로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말처럼 슬픈 상황을 유쾌하게 그리면서, 나중에 가서는 유쾌하게 그리는 데에도 보는 이가 슬퍼지도록 만드는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무엇 보다 이 영화가 신선하고 유쾌하고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뮤지컬’ 이기 때문일 것이다. 암울한 이야기를 밝은 리듬으로 풀어내는데 뮤지컬만한 완벽한 장치는 없었을 것이고, 감독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완전히 흡수하면서 영화를 평작 이상에 것으로 완성해내는데 성공했다. 만약 뮤지컬이 아닌 일반 드라마 형식을 취했다면, 이 영화는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매우 무거운 분위기의 단순 신파가 되었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노래가 갖는 의미는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극중 마츠코에게 유일한 해피 타임과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은 노래가 흐르는 순간뿐이며, 노래의 가사는 극 중 어느 대사보다도 마츠코의 심정과 희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즉 마츠코의 감정 변화가 대사 보다는 노래로서 더욱 직접적으로 표현되며, 빠르게 설명되어지는 마츠코의 일생을 각 사건마다 함축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바로 노래와 그 가사 말인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많이 놀랐던 것은, 영화에 수록된 노래들의 장르가 매우 다양한 동시에 ‘제대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팝, 동요, 힙합, 엔카, 재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수박 겉핥기식이 아니라, 그 장르 정통의 느낌을 제대로 수록한 곡들로서, 영화 삽입곡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곡 자체로 높은 완성도를 수록한 곡들이라는 점에서 사뭇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전 오리지널 뮤지컬의 기본을 충실히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는 'Happy Wednesday'를 비롯하여, 유명 뮤지션 보니 핑크 (Bonnie Pink)가 직접 쓰고 출연까지 한 빅 밴드 풍의 'Love is Bubble'(이 곡은 서플에 추가된 보니 핑크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지만, 보니 핑크의 팬이라면 깜짝 놀랄 정도로, 기존의 보니 핑크의 스타일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곡으로 오히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곡일 것 같다), 역시 AI가 출연하고 작업한 힙합 풍의 곡 'What is a Life',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곡인 'USO' 등 한 곡 한 곡이 그 장르를 대표하는 특성을 아주 잘 수록하고 있다. 특히 감옥에서 펼쳐지는 힙합 스타일의 곡 'What is a Life'는 인트로 부분에서 죄수 복을 입은 여죄수들을 훑어내려가는 카메라 워크부터, 고전 뮤지컬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도미노식 안무와 멜로디가 강조된 반전되는 후렴구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또 힙합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좋아하는 이라면 알 수 있었겠지만, 이 곡의 카메라 워크나 연출 방식은 힙합 뮤직비디오에서 봐왔던 그대로의 방식이라 놀랍기 까지 했다(마치 레이서인 슈마허가 자선 축구 경기에서 전문 축구 선수들이나 선보일 법한 발리 슛을 선보였을 때의 느낌이랄까).



(마츠코의 행복한 한 때, Happy Wednesday~)

음악이 삽입된 부분의 놀랄 정도의 높은 완성도가 단순히 CF감독 출신인 감독이 연출한 것 때문만이라고는 설명이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역시나 그 내면에는 철저한 분업화가 있었다. 위에 언급했던 주요 곡들은 모두 감독인 나카시마 테츠야가 연출을 맡기는 했지만, 기본이 되는 콘티는 모두 다른 감독들이 작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노래가 전혀 다른 것처럼, 영상의 분위기도 주인공만 마츠코로 같을 뿐 완전히 각각 다른 느낌이 들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자주 언급하지만 뮤지컬 팬으로서 놀라웠던 점은 감독이 뮤지컬을 처음 연출하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고전 뮤지컬의 틀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아가씨와 건달들> <사랑은 비를 타고>,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등 클래식 뮤지컬 영화들을 보면 노래를 주고 받거나, 삽입되는 부분에서 일정한 형식의 패턴이 존재하는데, <혐오스런 마츠코>에서도 이런 부분들을 정확히 찝어 내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절로 웃음이 나올 수 밖에는 없었다(웃겨서가 아니라 너무 흥분이 되어서였다). 그리고 엔딩 장면에서는 <매그놀리아>의 후반 부 노래 장면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수록되었는데, <매그놀리아>에서 지루하고 우울한 각 인물들의 삶과 인과관계를 'Wise Up'이라는 에이미 만(Aimee Mann)의 노래를 통해 완벽하게 정리해 낸 것처럼, 영화 내내 삽입되어 주 모티브가 되었던 ‘구부렸다 몸을 펴서(まげてのばして)’이라는 동요에 맞춰, 마츠코의 인생을 함께 했던 인물들이 한 소절씩 나눠 부르는 장면은, 영화를 보며 느꼈던 오만가지 감정을 한꺼번에 정리해 내는 효과를 가져왔다.



음악과 더불어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시작부터 지나치게 붉은 색감으로 시작된 영화는 시종일관 외곡 된 색감과 뿌연 영상 등으로 진행되는데, 각 장면 마다 스타일에 맞게 영상을 사용한 것도 있지만, 내용적인 면에 따라서도 영상을 달리하여, 제 3자가 마츠코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꿈 꾸는 듯한 뿌연 영상은 끔찍한 인생을 살아온 마츠코 자신이 항상 꿈을 꾸고 있음으로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 주기도 한다. 영화의 내용은 지워져도 이미지는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혐오스런 마츠코>는, ‘디즈니 영화의 히로인이 실수로 다른 문을 열어버린다면 마츠코처럼 살게 되지 않을까’라는 시점에서 영화를 시작했다는 말처럼, 디즈니 만화에서나 볼 법한 형형색색의 이미지들과, 또 ‘백설공주’가 숲속을 산책할 때나 봤던 것 같은 꽃들과 나비 때도 그렇고, 동화적인 상상력이 극대화된 영상을 담고 있다. 외곡 된 색감은 감독의 전작 <불량공주 모모코>에서도 만날 수 있었던 기법이었는데,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영화를 좀 더 영화스럽고, 판타지적으로 그리려는 데에 있어 강렬한 색감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데 공헌을 했다고 하겠다(한 얘로, 영화의 자료 사진들 가운데 색감이 적용되지 않은 일반 사진들을 보게 되면, 이 영화가 만약 이대로 일반적인 색감으로 제작이 되었다면 얼마나 심심한 영화가 되었을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적인 영화를 만들려고 한 감독의 생각답게, 영화에서는 의도적으로 웃음을 유발하도록 설정한 장면들이 있는데, 일단 영화의 인트로 크래딧부터 이 같은 의도를 대놓고 강조하고 있다. 'Memories of Matsuko'라는 영화의 제목과 나카타니 미키의 이름 등 주연 배우들의 이름들을 마치 고전영화 ‘벤허’에서나 볼 법한 강조된 폰트로 나열한 이 시작 장면은, 이 영화는 고전 영화의 특성들을 재미와 더불어 새롭게 승화시켜보겠다는 거침없는 포부를 담고 있는 하나의 선전 포고로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의 초반 마츠코가 교사이던 시절, 강에서 배를 타고 학생들과 노래하는 장면은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가 아이들과 집 앞 강가에서 커튼으로 만든 옷을 입고 노래하는 장면을 떠올릴 수 밖에는 없었으며, 영화 속에 은근히 계속 등장하는 ‘서스펜스 극장’ 시리즈는 정말로 웃길 려고 작정하고 만든 설정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마츠코를 연기하기 위해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고 인터뷰에 밝힌 것처럼, 이 영화는 마츠코를 위한 영화이자, 나카타니 미키의 의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나카타니 미키에 대해서는 이전에 <전차남>이나 우리 영화 <역도산>에 출연했던 여배우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혐오스런 마츠코>를 보고난 뒤에는 앞으로 가장 주목하는 여배우가 되어 버렸다(마츠코를 보고 난 뒤, 우연히 TV에서 방영하는 <역도산>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마츠코 에서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 적응이 잘 되지 않을 정도였다). 처음 나카타니 미키를 캐스팅 했을 때 그녀는 이미 원작을 잘 알고 있고, 마츠코에 대해서도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유쾌한 방식으로 새롭게 각색하려는 감독과 많은 언쟁이 있었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영화가 완성된 뒤 촬영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던 감독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나 언론에서도 많이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감독에게 ‘죽여버린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혹독한 대우를 당한 나카타니 미키는, 영화를 찍는 내내 고통스러웠고 자신 역시 감독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고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그러한 생각을 모두 접었다고 한다. 사실 ‘마츠코’라는 캐릭터가 워낙에 배우의 연기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녀가 보여준 연기와 노래와 춤은 나카타니 미키가 아니면 마츠코를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머금게 하는 열연을 펼쳤다. 특히나 서플에 담긴 인터뷰 장면이나 다른 영화에서 그녀가 출연한 모습을 보면, 그녀가 만들어낸 ‘마츠코’연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게 된다.



<혐오스런 마츠코>에는 주연인 나카타니 미키 외에도 여러 유명배우들이 출연하는데, 마츠코를 제외하면 가장 비중 있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쇼’ 역할은 신세대 배우 에이타가 맡고 있다. 사실 에이타의 경우 개인적으로도 TV시리즈 <노다메 칸타빌레>와 영화 <좋아해>에서 인상적으로 봤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우스운 건 영화를 보는 내내 그냥 어디서 많이 본 배우인데 하는 생각밖에는 못했다는 것이다(그만큼 영화에 완전히 빠져버렸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듯). 에이타 외에도 <허니와 클로버>에 출연했었던 이세야 유스케가 ‘류’ 역할로 등장하고 있고, <워너보이즈> <일본침몰>에 출연했던 에모토 아키라, 그리고 유명 뮤지션 보니 핑크가 직접 출연하는 등 화려한 캐스팅이 눈에 띤다. 그리고 <메종 드 히미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시바사키 코우도 거의 우정출연에 가까운 분량에 출연하고 있는데, 나카타니 미키보다 시바사키 코우에 더욱 관심이 있던 나로서는, 영화 포스터를 처음 보았을 때 시바사키 코우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인 줄 알았을 정도로, 두 배우의 얼굴이 너무도 닮은 듯하다.


DVD매니아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극장을 나오는 순간(아니 보는 내내), DVD가 언제나 출시될까, 어떻게 출시될까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국내에는 지난 6월 말 일반판이 출시되었고, 이번에 필름컷과 고급 양장본으로 한정판이 추가로 출시되었다. 사실 <혐오스런 마츠코>의 경우 너무 좋아하는 영화가 되어 버려서, 일본에서 출시한 코드2의 애장판을 구매할까도 생각했었는데, 자막 없음과 가격의 압박에 비한다면 국내에 출시된 한정판도 이 아쉬움을 덮을 만한 소장가치 높은 패키지로 출시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장으로 제작된 겉 패키지도 물론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70페이지 가량에 달하는 올 컬러 화보집은 이번 한정판만의 최대 장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영화가 개봉 당시 그리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지 못한 경우, 매우 단순한 패키지의 DVD로 출시되었던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번 <혐오스런 마츠코>의 경우는 DVD로서도 만족할 만한 패키지로 출시가 되어 우선 반가운 마음이다.



16:9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전체적으로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일본 영화의 경우 대체적으로 화질 면에서는 아쉬운 타이틀이 많았었는데, 그에 비한다면 화려한 영상이 주가 되는 마츠코의 경우, 다채로운 색감과 다양한 컴퓨터 그래픽이 그대로 살아있는 만족할만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과도하게 붉거나 뿌연 화면은 의도된 것임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사운드의 경우 DTS와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수록하고 있는데, 음악과 노래들이 많이 수록된 작품임으로 사운드의 중요성은 다른 타이틀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래의 경우 음악 타이틀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높은 서라운드의 활용을 들려주고 있는데, 노래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볼륨을 살짝 줄여야 할 정도로 이 부분의 사운드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하지만 기본 대사의 경우 나레이션을 맡고 있는 ‘쇼’의 음성이 다른 음성들에 비해 음량이 큰 편이라 조금 조절이 필요할 듯 하다.



총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DVD는 첫 번째 디스크에는 음성해설과 멀티 챕터가 수록되어 있는데, 멀티 챕터의 경우 ‘마츠코의 역사’챕터와 ‘뮤직’챕터로 나뉘어 있어서, 각 분류에 따라 영화를 즐길 수 있고, 음성해설의 경우 주연배우인 나카타니 미키가 빠진 것이 무엇보다 아쉽지만, 나카시마 테크야 감독과 이시다 프로듀서의 주도 속에 펼쳐지는 이 음성해설 트랙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재미와 더불어 장면에 대한 설명도 엿들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서플먼트가 수록되어 있는데, 전체적으로 각종 인터뷰와 메이킹 영상, 비디오, 그림 콘티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일단 메이킹 영상의 경우 2가지로 나뉘어 있는데, 둘 다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이고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메이킹 영상이라기 보다는 조금은 메리트가 떨어지는 제작과정 영상으로 조금은 아쉬움을 남긴다. 일단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은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감독인 나카시마 테츠야와 주연 배우인 나카타니 미키, 에이타, 이세야 유스케, 보니핑크가 참여한 인터뷰는 각각 주어진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감독의 인터뷰에서는 원작을 어떻게 뮤지컬 영화로 각색하여 영화화 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와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나카타니 미키의 인터뷰에서는 이미 여러번 화제가 되었던 감독과의 언쟁의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나카타니 미키의 인터뷰를 듣게 되면 바로 알 수 있지만, 그녀는 감독을 언급할 때 마다 꼭 앞에 ‘천재’라는 수식어를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붙일 정도로, 촬영 기간 내에는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는 감독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인터뷰 영상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각 배우들마다 따로 챕터를 두어서 선택하여 감상할 수 있게 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챕터의 나눔 없이 통째로 수록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혐오스런 마츠코를 즐기는 방법’에서는 극중 사와무라 메구미의 성인 비디오 촬영 현장과 음란한 형사 트릴로지 등 그중 소품으로 잠시 등장하는 이 부분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가 담겨있고, 역시 극중 TV시리즈인 ‘서스펜스 극장’의 촬영 에피소드도 담겨있다(서플을 보고 놀란 것이 의외로 이 서스펜스 극장 촬영의 경우 실제 낭떨어지 같은 곳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리고 극중 화려한 문신이 새겨진 오쿠라 슈지의 몸에 과연 어떤 문구들이 새겨져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는데, 얼핏 보기엔 무섭기만한 이 문신들에 얼마나 황당하고 단순하며 재미있는 문구들이 써있는지는 꼭 서플을 확인해야만 할 것이다. 이 밖에 비디오/그림 콘티에서는 앞서 음악을 설명할 때 이야기 했던 것처럼, 각 노래들마다 다른 사람이 콘티를 짠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콘티가 얼마나 상세하게 미리 작업되었으며, 그에 따라 마치 뮤지컬을 연습하듯, 댄서들이 안무를 짜고 연습하는 과정도 담겨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근래의 보았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새롭고 가장 다양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으며,
가장 깊은 여운이 남았던 작품이었다. 사실 일본 영화의 경우 팬들이 아니라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약간의 선입관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한데, 그렇기 때문이 이러한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이, 이 영화를 본 사람으로서 아쉽기만 하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영화를 보는 내내 보는 사람을 웃겼다 울렸다 하고, 주인공에게 완전히 동화되도록 만든 연출력과 그 어느 뮤지컬 영화도 부럽지 않은 노래와 춤,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은 ‘혐오스런’ 제목과는 달리 너무나도 ‘사랑스런’ 영화로 내 기억 속에 영원히 자리 잡을 수 밖에는 없는 멋진 영화였다.

글 / ashitaka


Matsuko Medley



좋아해, (好きだ,)

절제와 여백, 그리고 빛의 영화.

17세의 유(미야자키 아오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반년 전에 떠나 보낸 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방과 후 강변에서 언제나 같은 소절만 연주하는 친구 요스케(에이타)에게 마음을 기울이고 있던 유는
언젠가부터 그 소절을 흥얼거리며 다닌다. 한 발짝만 다가서면 잡힐 것 같지만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서로를 향해 다가서지 못하던 두 사람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멀어지게 된다. 17년 후,
음반회사의 영업을 하고 있던 요스케(니시지마 히데토시)와 역시 음악제작회사에서
일하던 유(나가사쿠 히로미)는 우연히 재회하게 되는데..



<좋아해>는 결론적으로 매우 절제된 표현과 영상으로 만들어진 차분한 작품이다.
 ‘17년간 하지 못했던 말….좋아해’라는 영화의 홍보 문구처럼, 오랜 시간 동안 고백하지 못했던
애틋한 마음을 극 절제된 대사와 여백을 살린 영상으로, 이야기보다는 이미지가
강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가 가져다 주는 재미나 감동보다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고 솔직한 감정, ‘사랑해’라는 말보다 더 와 닿는 ‘좋아해’라는 말처럼,
 요즘 들어 우리가 너무 잊고 살고 있는 가장 순수한 감정 혹은 모두가 소년, 소녀 시절에 겪었던
그 순수한 떨림에 관해 숨김없이 그려내고 있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지 못하는 이야기임에도
슬프다기보다는, 그저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해지는 그런 추억과도 같은 영화이다.



앞서 여러 번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모든 것들이 절제 되어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는데,
17년간 좋아한단 말도 못 건넨 것처럼 대사는 극도로 절제되어 있는 대신, 자연 그대로를 담은 영상으로
이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특히나 날씨에 따라 파랗고 어둡고, 흐리곤 하는 하늘의 모습이 다양하게 담겼는데,
하늘의 빛깔에 따라 주인공들의 심리변화를 엿볼 수 있게 하기도 한다. <좋아해>를 보게 되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꼈던 것은 바로 조명과 빛에 관한 영화의 표현 방법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의도적으로 역광을 이용한 촬영방식을 택하고 있다. 과반수 이상의 컷들이 인물들의 뒤에서
빛을 비춰 인물의 얼굴이나 모습이 어둡게 그려지고 있다.



또한 역광 이외에도 대부분의 장면이 자연광을 그대로 살린 실제와 거의 흡사한 조명을 택하고 있는데,
어두운 밤 장면에서 라던지, 다른 특별한 조명이 없는 실내에서 등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영화적인 조명에 의한 빛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래서 완전히 어두운 밤에
자판기의 불빛만으로 비춰지는 장면이나, 해가 거의 질 무렵의 어슴프레한 빛 등은
살짝 적응이 되지 않기도 한다. 특히 이런 자연광과 인위적인 조명을 거의 쓰지 않아
 돋보인 대표적인 장면들로는, 두 소년, 소녀 주인공이 풀 밭에 앉아 있을 때 머리 위로
큰 구름이 지나가며 그늘이 졌다가 개는 장면과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두 주인공이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
새벽이 되어 동이 틀 때의 그 빛은 우리가 실 생활에서는 흔히 겪는 조명들이지만,
영화 속에서 이렇게 효과적으로 표현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여백을 표현하는 방법. CF감독 출신답게 이시카와 히로시 감독은 영화 속에 영상들을
상당히 여백을 많이 주는 방법으로 연출했는데, 포커스를 두고 있는 인물들보다 여백이 비중을
더 높이 담아 내면서 좀 더 감성적이고 스타일리쉬한 영상들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클로즈업 시에는
매우 타이트한 카메라 워크로 인물을 잡아내기도 하며 극과 극의 연출 방식을 택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촬영 방식은 영화의 절제된 감정과 어울려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여기에 칸노 요코가 담당한
애틋한 음악 또한 이 여백을 채우려고 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여백이 그대로 느껴지도록 돕는
매개체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여백의 파란 하늘과 빛처럼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빠져들 수 있었던 영화 <좋아해>였다.

2007.01.23
글 / ashitaka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嫌われ松子の一生: Memories Of Matsuko, 2006)
 
영화들 가운데는 개봉이전은 물론, 그저 누가 캐스팅되었다 혹은 이 얘기가 드디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 부터 무한한 기대를 갖고 보게 되는 영화들도 있고, 정반대로
아무런 기대도 없이 보게 되었다가 '과연, 이 영화를 놓쳤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오버스런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은 영화들도 있다.
 
이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아무런 기대가 없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장르라고 하니까,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저질 코미디는 아니라고들
하니까, 워낙에 새로운 일본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터니까 어느 정도의 기대를 가지고
보게 된 것을 사실이지만, 간단히 말해 그저 웃고 즐기러 극장을 찾았던 것이었는데,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재미와 감동과 여러가지 들을 느끼고 경험하게 된
정말, '이 영화를 놓쳤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생각이 전혀 오버스럽지
않을 정도의 멋진 영화였다!



본래는 무거운 분위기의 소설이었던 원작에 비해 이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한 리듬과 분위기를
잃지 않고 있다. 물론 갈 수록 처절해지다못해 보기조차 힘든 마츠코의 일생의 불행은
그대로지만, 감독이 그리는 방식은 무거움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말처럼 슬픈 일을 슬프게 보이도록 강조해서
슬퍼지는 기법도 있지만, 슬픈 상황을 유쾌하게 그리면서 나중에 가서는 유쾌하게 그리는데로
보는 이가 슬퍼지도록 많드는 더 임팩트한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영화 속 마츠코의 일생은 그야말로 불행의 연속, 최악 그 자체다.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덮으려다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그 것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며, 나중에는 본인에 대한 사랑마저
완전히 잃게 되어 삶의 의미를 더 이상 찾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마츠코는 TV연속극 주인공에게, 무대위에서 노래하는 가수에게 등
다른 인물과 다른 인생에 감정 이입을 하는 것으로 대리 만족을 느끼게 되고,
남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이 되고마는(자신의 행복은 결여된채),
그러기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게 된다.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서 그 무거운 분위기를 100% 느낄 순 없지만,
이 이야기를 영화가 아니라 단순히 시나리오로서만 읽어보았어도
애인에게 매번 폭력을 당하고, 또 그 애인은 결국 보는 앞에서 자살을 선택하고,
나중엔 여기저기 이상한 곳에 엮이게 되어 인생의 최악의 경험들도 하게 되고,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고, 감옥에서 복역도 하고, 나중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되고 만다는 이야기는, 사실 유쾌할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야말로 초 암울의 무거운 이야기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유쾌한 분위기와 다채로운 영화로 탄생시킨 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아마도 영화의 곳곳에 깊숙히 스며들어 있는 음악(노래)들과 상영시간 내내 꿈꾸는 듯한 착각을
들게 했던 독특한 영상미라 하겠다.
 
장르 특성상 뮤지컬로 분류될 만큼 이 영화에서 노래가 갖는 의미는 절대적이다.
마츠코의 감정 변화가 대사 보다는 노래로서 더욱 직접적으로 표현되며,
빠르게 설명되어 지는 마츠코의 '일생'을 각 사건마다 함축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은
노래와 그 가사말듯이었다.
 
그리고 매우 놀랐던 것은 수록된 노래들의 장르가 비슷한 듯 하지만
팝, 동요, 엔카, 힙합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장르로 그려지고 있으며, 겉핥기 식이 아니라
제대로 그 장르의 맛을 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사뭇 놀랐다.
특히 감옥에서 펼쳐지는 힙합 곡 'What is a Life'는 인트로 부분에서 죄수 복을 입은
여죄수들을 훑어내려가는 카메라 웍부터 고전 뮤지컬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도미노식 안무와
힙합 뮤직 비디오에서 자주보아왔던 형식의 영상들이 정말 놀라웠다.
아무래도 이런 영상이 가능했던 것은 수년간 CF감독으로 활동했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경력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노래들과 노래가 흐르는 부분의 영상이 더 돋보였던 것은
감독이 이 장면들에서 전형적인 고전 뮤지컬 영화의 틀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아가씨와 건달들> <사랑은 비를 타고>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같은 클래식 뮤지컬 영화들을
보면 노래를 주고 받거나 노래가 삽입된 부분에서 일정한 형식의 패턴이 존재하는데,
이런 부분들을 정확히 찝어내고 있기 때문에, 절로 웃음이 (웃겨서라기보다는 흥분되어서)
나올 수 밖에는 없었다(그나마 최근 본 뮤지컬 영화 가운데 '프로듀서스'가 재미있었던 이유도
바로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영화의 주 모티브가 되었던 동요를 마츠코의 인생에
한 부분씩 함께 했던 인물들이 한 소절씩 나눠 부르는 장면에서는
<매그놀리아>에서 느꼈었던 전율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꿈꾸는 듯한 영상.
시작부터 지나치게 붉은 색감으로 시작된 영화는 시종일관 외곡된 색감과 뿌연 영상으로
진행되는데, 어쩌면 혐오스러울 정도로 처절한 마츠코의 인생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주기 위한 배려였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끔찍한 인생을 살아온 마츠코 자신이
항상 꿈을 꾸고 있음으로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종종 프랭크 밀러의 <씬시티>가 떠오르기도 했었는데,
나레이션도 그렇고, 만화같은 배경과 색감이 한 몫을 했다.
그리고 더 만화같은 하늘과 강 옆에 주욱 늘어선 그 길.
 
영화는 지워도 이미지는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디즈니영화의 히로인이 실수로 다른 문을 열어버린다면 마츠코처럼 살게 되지 않을까'라는
시점에서 영화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 말에서 알 수 있듯 디즈니 만화에서나
볼법한 형형색색의 이미지, 또 '백설공주'가 숲속을 산책할 때나 봤던 것 같은
나비때도 그렇고, 동화적인 상상력이 극대화된 영상은 정말 지워지지가 않을 듯.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재미를 주려고 작정한 설정들이 몇가지 있는데,
사실 타이틀 제목이 나올 때 부터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흡사 <벤허>를 연상시키는 강조된 폰트로 뿌려지는 영화의 타이틀과 주연 배우들을
한 화면에 주루룩 나열하는 고전 스타일의 크레딧부터, 이 영화는 고전 영화의 특성들을
재미와 더불어 새롭게 승화시키겠다는 거침없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츠코가 교사이던 시절 강에서 배를 타고 학생들과 노래하는 장면은
누가봐도 <사운드 오브 뮤직>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TV에서 등장하는 '화요 미스테리 극장' '수요 미스테리 극장' '심야 미스테리 극장'등
제목만 바꿔가며 똑같은 낭떨어지 추격 설정을 보여준 것도 작정한 장면이었다 ㅋ



주연을 맡은 나카타니 미키에 대해서는 누구도 왈가와부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마츠코'라는 캐릭터 자체가 배우의 연기력을 극대화시킬 여지가 많은
캐릭터이긴 했지만, 그녀가 보여준 연기는 러닝 타임 동안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전해줄 수 있는
수준급의 연기였다. <역도산>에서의 나카타니 미키가 전혀 생각나지 않았을만큼
완전 '마츠코'가 되어버린 그녀에게 더할나위 없는 찬사를!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일본의 유명 배우들이 여럿 등장하고 있다.
뭐 마츠코를 제외하고는 가장 비중있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쇼'역할에는 에이타가
출연하고 있는데, <좋아해>나 <노다메 칸타빌레>를 통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임에도
영화에 너무 심취해버린지라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그냥 '어디서 본 배우인데'하는 생각만 했었다니 --;
 
<허니와 클로버>에서 만났었던 이세야 유스케가 '류'역할로 등장하고 있고,
<워터보이즈> <일본침몰>에 등장했던 에모토 아키라 등 이외에도 몇몇 영화에서
얼핏얼핏 얼굴을 익혀왔던 배우들이 여럿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시바사키 코우도 거의 단역에 가까운 분량에 출연하고 있다.
(사실 이 영화의 포스터를 멀리서 첨 보았을 때는 주인공이 시바사키 코우인것으로 착각했었다.
그만큼 나카타니 미키와 시바사키 코우가 닮은 듯 하다 ㅎ)
 
 
앞서 얘기한것처럼 단순히 웃고 즐기려는 편한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다가
매우 웃고, 매우 울고,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얻고 말았다.
일본 영화에 계속 관심이 가는 이유는 이 같이 새로운 스타일과 이야기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를 더 많은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이 영화를 놓치지 않은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새겨본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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