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 봐야지는 했었지만 어쩌다보니 트위터와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 문자 중계까지 하며 보게 될 줄은 몰랐었네요. 끝까지 다 보고 잔 턱에 1시간만 자고 바로 출근했지만, 잠이야 나중에도 또 언제든지 잘 수 있으니까요.

2. 머라이어 캐리가 I'll be there를 불렀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곡을 머라이어의 곡으로 알고 있으나 이 곡은 본래 잭슨 5의 곡이죠. 그녀가 리메이크 한 것이구요. 이 곡을 비롯해 이날 불려졌던 모든 곡들은 그 가사 하나하나가 다 의미깊을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3. 라이오넬 리치의 등장도 짠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는 마이클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뮤지션이었죠. 그를 이런 무대에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는 없더군요.

4. 이 날 중간중간 비친 형제들의 모습은 울컥울컥하게 만들더라구요. 모두 선글라스에 노란 넥타이 그리고 잭슨의 트레이드 마크인 빛나는 장갑을 잭슨처럼 모두들 끼고 나온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5. 스티비 원더는 잭슨 5 이전에 모타운에서 더 성공했던 아이돌 스타였죠. 그 역시도 자신이 이런 무대에서 노래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거에요. 스티비 원더의 연주와 노래는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하면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6. 장소가 스테이플 센터여서인지 코비 브라이언트와 매직 존슨도 추모사를 하기 위해 무대에 섰습니다. 'Jam' 뮤직비디오를 함께 촬영하기도 했던 또 다른 MJ인 조단이 함께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긴 매직 존슨 역시 'Remember the Time' 뮤비에서 까메오로 출연했던 인연이 있습니다.

7. 드림걸즈의 그녀, 제니퍼 허드슨이 나와 'Will You Be There'를 불렀습니다. 이 곡 마지막의 나레이션은 잭슨의 목소리로 전해졌는데, 정말 듣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슬프더군요 ㅠ

8. 존 메이어는 'Human Nature'를 기타로 연주하였습니다.

9. 브룩 쉴즈도 추모사를 통해 마음을 전했는데, 그녀와 잭슨의 우정은 한 때 매우 유명했었죠. '빌리 진'이 그녀를 위한 곡이다라는 루머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10. 이 날 가장 슬펐던 장면 중 하나는 마이클 잭슨이 가장 좋아했던 곡 'Smile'을 형인 저메인 잭슨이 부르던 장면이었습니다. 울먹이며 노래를 잇는 저메인의 모습을 보니 눈물이 절로 흘렀습니다. 저메인은 형제들 가운데서도 잭슨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으며 부당하게 재판을 받을 때도 항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잭슨을 지켰던 가족이었죠.

11. 마틴 루터 킹 3세와 미 하원의원을 대표해 나온 흑인 여성의원의 연설도 감동적이었습니다. 한 때 마이클 잭슨을 두고 백인이 되고 싶어하는 흑인이다. 흑인의 수치다 라는 루머가 있었는데, 이 날 이런 말들은 100% 루머임이 새삼 밝혀졌습니다. 전 흑인 사회가 그의 빈자리를 그리워하고 있었으며, 전세계에서 흑인의 인권을 드높인 인물로 마이클을 추모했습니다.

12. 어셔는 'Gone Too Soon'을 불렀습니다. 아마도 어셔에게 잭슨은 우상 그 이상이었을 거에요.

13. 잭슨의 스승겪이기도 한 뮤지션 스모키 로빈슨도 나와 마이클과의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14. 마지막은 We are the world 와 Heal the world가 장식했는데, 첫 마디를 장식하신 분은 잭슨의 콘서트에서 코러스를 담당하시던 그 분이었습니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그 분의 얼굴에 또 한번 울컥하게 되더군요. 아시다시피 We are the world는 마이클이 라이오넬 리치와 함께 작곡한 곡입니다.

15. 마지막으로 가족들이 무대 위에 올라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는데, 이 형제의 이야기들을 잘 알기에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맨마지막엔 잭슨이 딸이 울먹이며 아버지인 마이클을 추억하는데, 우리가 몰랐던 아버지로서의 마이클을 떠올리게해 뭉클한 장면이었습니다.

16. 마지막 관이 무대 위를 떠나는데 Man in the mirror이 흐르더군요 ㅠㅠ

17. 그렇게 마이클 잭슨과 팬들, 가족, 친구들이 함께한 영결식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18. TVN은 생중계 해준 것은 참으로 감사했지만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서는 너무 많은 미숙함을 노출했습니다. 사회자인 김진표야 그럴 의무가 없다지만 전문가로 참가한 임진모씨는 적어도 누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얘기해주었어야 했는데, 어떻게 마이클의 영결식 해설을 맡은 사람이 저메인 잭슨의 얼굴도 모른단 말입니까. 그 외에 동시통역은 영어를 잘 못하는 저로서도 그냥 원어로 듣고 싶은 욕망이 들만큼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더라구요. 노래 제목을 직역하는 경우도 많았구요. 진행은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19. 참고로 오늘(8일) 저녁 MBC에서는 드라마 '트리플'대신 마이클 잭슨에 대한 추모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한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마이클을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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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를 내던 반차를 내던 어찌되었든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고맙게도 회사차원에서 참석을 할 수 있어서
회사동료 여러 명과 함께 오늘 영결식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시청광장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러 노란 풍선을 불고 계신 자원봉사자 분들을 돕기도 했습니다.
제가 오는 해드린 일이라고는 이것 밖에는 없었네요.





주변 길가는 온통 노란색 풍선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풍선 속 웃고 계신 노무현 대통령님이 얼굴이
아직도 아른거리네요.





시청광장에 모인 많은 국민들이 모두들 손에는 노란 풍선을 들고, 머리에는 노란 모자를 쓰고 있는데,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행복하고 반갑기만한 노란색일줄 알았는데 오늘은 정말로
슬프게만 느껴졌습니다.




저 멀리 대한문에도 노무현 대통령님이 모습이 보입니다. 여전히 웃고 계시네요.






영결식이 시작될 때쯤 뒤 편에서 하나 둘 풍선이 날라오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뒤에서 앞으로, 옆에서 또 옆으로, 풍선의 물결이 계속되었습니다. 그 물결 속엔 노무현 대통령님을 기리는
이들의 마음이 담겨있었구요.




정말 많은 이들이 영결식이 열리는 경복궁 주변. 시청광장 주변에 모였습니다.
네, 다 노무현 때문입니다.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오늘 정말 많이도 울었습니다. 그렇게 자신감 넘치고 강하던 남자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는지가
너무도 안타깝고 안타까워서 눈물이 났고, 왜 이런일을 겪어야만 하는지 분노가 치밀어 또 눈물이 났고,
책임져야 할 이들이 반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분노와 눈물이 났고, 민주주의를 지켜나가기 위해
그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내 자신 때문에 후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말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오늘 흘린 눈물의 의미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눈물 흘리지 않기 위해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너무 늦어서 미안합니다.


2009년 5월 29일. 저는 이렇게 제 가슴 속 깊이 노무현이라는 이름의 비석을 세웠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부족하나마 제가 참여하기도 했던 한겨례와 메트로에 실린 자발적인 광고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마음 가짐을 잊지 않기 위해 이 광고가 실린 신문들도 소중히 보관하렵니다.


계속 눈물을 훔치느라, 몇 장 안되는 사진과 짧은 글 뿐이지만, 현장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셨던 분들을 위해 부족한 기록을 남겨봅니다.


글/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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