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1961)
드디어 극장에서 본 뮤지컬 영화의 마스터피스!


영화팬으로서 갖게 되는 소원 중 하나라면, 동시대가 아닌 이전의 명작들을 비디오나 DVD등 홈비디오 매체가 아닌 극장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만나게 되는 경험일텐데,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보지 못한 영화들 가운데 반드시 보고 싶었던 작품들 가운데는 데이빗 린의 <아라비아의 로렌스>처럼 압도적인 시네마스코프 영상과 스크린에서만 그 감흥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을 스케일 때문인 경우도 있었고, 오우삼의 <영웅본색>처럼 단순히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라 '과연 극장에서 보았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하는 호기심과 기대 때문인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극장에서 '꼭 한번' 보고 싶은 작품으로 계속 꼽아왔던 것은 바로 이 작품, 로버트 와이즈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였다. 영화라는 것은 어차피 극장 상영을 위해 만들어진 '극장 예술'이기도 하고 (특히 이전 영화들이라면), 이 작품 같은 경우는 특히 극장에서 반드시 봐야만 제대로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한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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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점들을 다 재쳐둔다 하더라도 나에게 있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그냥' 꼭 한번 극장에서 보고 픈 개인적인 영화였다. <사운드 오브 뮤직>과 <올리버>, <그리스> 등과 함께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영화인 동시에, 무엇보다 음악과 안무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압도하는 수준을 보여주는 엄청난 걸작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이번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리는 '아카데미 영화제'에 이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얼마나 놀랐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영화사 백두대간에 이 필름 수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1년 반쯤 전에 알고는 주구장창 이 작품을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노려왔었는데, 매번 긴 상영시간과 적절한 기획을 찾지 못하고 점차 잊혀질 때쯤, 어쩌면 기대하지 않았던 이번 상영 기회는 왠지 개인적인 선물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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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오프닝 시퀀스는 언제봐도 경이스럽다. 뉴욕의 풍경을 항공촬영으로 훑어가는 샷은 별다른 미사여구 없이도 뉴욕이라는 공간의 특성과 영화의 주요 갈등요소가 되는 사회문제를 어렵지 않게 드러낸다. 이후에 이어지는 'Jet Song'의 임팩트는 21세기에 봐도 실로 압도적이다)

사실 우려했지만 실제 극장에서 본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는 DVD에 수록된 버전과는 달리 오프닝 타이틀 부분이 일부 삭제되었으며 (DVD버전을 보면 한곡이 온전히 끝날 때 까지 타이틀이 컬러만 변경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번 상영 필름에서는 이 부분이 금방 지나간다), 화면비 역시 상하 좌우가 모두 온전치 못한 것 같았으나(예전 극장에서 보았던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자면, 좌우의 화면비가 엄청나게 길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한다. 참고로 아주 예전에 국내 개봉되었을 때 역시 여러가지 문제로 인터미션 등 삭제가 된 버전이 상영되었다고 한다. 이번 상영분 역시 인터미션은 추가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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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가지 장면만으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설명해야 한다면, 도입부의 'Jet Song'을 주저 없이 꼽을 것이다. 안무라는 것이 스크린에 어떻게 녹아드는지에 대한 교과서이자 진부하지 않은 감각이 돋보이며, 음악이라는 것이 이야기와 어떻게 결합되는 지에 관한 '좋은 예' 이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특별한 작품이었기에 드디어 상영이 시작될 때의 감흥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황홀한 'Prologue'와 'Jet Song' 을 볼 땐 소름이 멈추지 않았으며, 'Maria'와 'Tonight'이 흐를 땐 감동을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Jet Song'의 경우 특히 도드라지기도 하지만, 이 작품의 음악은 완전히 장면과 결합되어 있다. 최근 뮤지컬 영화들을 보면 장면과 음악이 겹치는 것을 촌스럽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그런 것이야 말로 진정한 뮤지컬 영화라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다.

얼마전 EBS에서 방영한 레너드 번스타인의 '청소년 음악회'를 보고 난 뒤라 이 작품의 음악과 장면에 대한 이해가 훨씬 더 빨랐는데, 음악이 어떻게 이야기를 꾸미는지, 반대로 같은 음악에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는 번스타인의 설명을 떠올리니, 장면과 음악이 완전히 결합되어 있는 이 작품의 구성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확실히 번스타인의 음악에서는 장면이 그대로 느껴진다. 뭐랄까 번스타인의 음악은 장면을 뒷받침 하는 것이 아니라 장면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음악으로 장면을 쓰고 있다고 해야겠다. 그래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사운드트랙을 듣고 있노라면 그 어느 뮤지컬 영화보다 영화 속 장면이 속속들이 전부 떠오르곤 한다. 이것이야 말로 뮤지컬 영화의 가장 좋은 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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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가 다른 영화들에 비해 더 훌륭한 점이 있다면 단연코 '단체 연기'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장르의 영화들도 그렇지만, 뮤지컬 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주연 배우들은 물론 조연 연기자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에 황홀함 마저 느끼게 된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몇번이고 봐도 매번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살아있는 연기에 있다. 이들의 연기는 너무 영화적이고 연극적이라 '과연 저런 연기를 최근에도 본적이 있었나' 싶기까지 할 정도인데, 완벽하게 카메라 안에서만 존재하는 캐릭터들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면서도 마치 그림같은 장면 장면은, 만약 내가 감독이어서 내 앞에서 저 연기를 실제로 보았더라면 얼마나 뿌듯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 작품은 특히 주연 한 두명이 만드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제트단과 샤크단, 그리고 그들 각각의 무리가 '그룹'지어서 연기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들 구성원 하나하나의 모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토니가 노래할 때 뒤에서 제트 단원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베르나르도와 아니타가 화면 맨 앞에 춤을 출 때 샤크단원들은 각자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숨겨져 있지만 반드시 챙겨야할 이 작품의 보석같은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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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와 'Tonight'을 비롯해 이 작품의 주요곡들의 장면들은 너무 많이 보고 또 보아서, 노래는 물론 안무 하나하나까지 모조리 외우고 있는데, 극장에서도 동작을 따라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느라 혼났다)

예전엔 그냥 노래가 좋고 춤이 멋져서 보았던 영화였다면, 이제와 다시 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새로운(?) 발견이라면 안무의 난이도가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안무를 맡은 제롬 로빈스의 경우 발레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안무가로서 영화의 안무들은 발레 동작들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갱들의 이야기와 발레 안무가 엇나간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막상보고 나면 클래식한 음악과 발레 안무가 얼마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당시 한참 유행하던 고전적인 MGM뮤지컬과도 거리가 있고, 그렇다고해서 완전히 현대적인 신세대 뮤지컬로 보기에도 어려운(당시에도) 모습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음악을 맡은 레너드 번스타인, 안무가이자 연출을 맡은 제롬 로빈스, 그리고 뮤지컬계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 이렇게 각각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어 시너지를 이룬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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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야기의 기본 뼈대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가져오긴 했지만, 단순히 '로미오와 줄리엣'을 뉴욕의 소년 갱집단의 이야기로 옮겨왔다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들이 각자를 적대하는 이유 가운데는 단순한 세력 다툼이 아닌, 당시 미국내의 사회적인 문제와 이민자 문제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손드하임이 대단한 이유는 이런 무거운 주제들을 유쾌하고 흥겨운 리듬 속에 자연스레 녹여내었다는 점이다. 사실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그저 저런 가사들이 장난으로 느꼈을 정도로 인식하지 못했었는데, 이제와 다시 보니 가사 하나하나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사 역시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상당히 라임을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 극장에서 보면서 새삼 발견한 영화의 장점이라면 손드하임의 가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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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ight' 시퀀스는 여러가지 다른 이야기와 캐릭터의 이야기가 하나의 노래에 녹아드는 가장 전형적인 시퀀스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런 구성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자주 쓰는 구성이기도 하고, 폴 토마스 앤더스인이 <매그놀리아>의 'Wise Up' 시퀀스를 통해 보여주기도 했었는데, 아마도 이 작품이 그 시초격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곡에 등장하고 있는 각각의 그룹들의 비중이 동등하게 느껴지는 것이 이 영화만의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영화를 단순히 로미오와 줄리엣에 근거한 남녀 로맨스 뮤지컬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다. 이 곡의 후반부를 보면 역시나 동작과 음악이 기가 막힌 싱크로율을 보여주는데, 특히 중간에 형사와 경찰차가 나오는 장면을 껴넣은 부분의 리듬감과 긴장감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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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어려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오늘밤 결투'가 끝나고 난 뒤의 영화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잘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공감도 재미도 못느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결투 이후 영화는 급격히 어두워지고 다운되기 때문이다. 그 중 이런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 있다면 결투 이후 혼란스러운 제트단의 분위기를 잘 그린 'Cool'을 들 수 있겠는데, 예전 기억에 이 시퀀스는 그저 '지루한 부분' 정도 였는데 이제와 보니, 극중 시퀀스 가운데 가장 난이도 높은 안무는 물론 구성 면에서도 매우 완성도 높은 시퀀스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극장 관람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라면 분명 'Cool'의 재발견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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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과 마찬가지로 그 이후 등장하는 마리아와 아니타의 'A Boy Like That & I Have a Love' 시퀀스 역시 이번 관람의 재발견 포인트였다. 어렸을 때는 단순한 것만 보였었다면, 이번에는 마리아보다 오히려 아니타 입장에서 보게 되어, 아니타에게는 너무 가혹한 시퀀스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어쩌면 토니를 너무 쉽고 급작스럽게 용서해버린(용서의 과정 조차 없었던 것 같다) 마리아가 아니타에게 너무 그 용서를 강요하는 듯 느껴졌는데, 이를 눈물 흘리며 수용할 수 밖에는 없는 아니타의 모습에 더욱 동화되었다. 이 시퀀스도 예전에 보았을 때는 그저 '지루한 후반부' 였었다면, 이제는 오히려 영화의 메시지를 더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새삼 알 수 있었다. 사실 뮤지컬 영화 가운데(특히나 고전 가운데) 이렇게 어두운 엔딩으로 마무리 되는 작품이 있었나 싶다. 뮤지컬 세상은 항상 유쾌하고 밝을 것만 같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그 유쾌함으로도 지울 수 없었던 현실의 무게감을 잘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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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가 입고나온 옷 색깔을 유심히 보라. 마리아는 드디어 자신이 입고 싶던 빨간 드레스를 입었지만...)

너무 오랫동안 고대해왔던 감상이라 2시간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고 빠져들었지만, 영화가 끝나고 한숨을 돌리고 나니 더 완벽하고 온전한 화면비로 즐겼더라면 감흥이 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내 인생의 뮤지컬 영화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또 한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앞으로도 허락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너무나 행복한 경험이었고, 너무나 고마운 생일 선물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DVD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wentieth Century Fox Home Entertainment, Inc. 에 있습니다.











내 인생의 사운드트랙 vol.5 _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01. Prolog
02. Jet song
03. Something's coming
04. Dance at the gym: Blues - Promenade - Jump
05. Maria
06. America
07. Tonight
08. Gee, officer Krupke!
09. I feel pretty
10. One hand, one heart
11. Quintett
12. The rumble
13. Cool
14. A boy like that & I have a love
15. Somewhere (Finale)


 나는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를 확실히 다른 장르에 비해 좀 더 무조건 적으로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성향이 형성되기 까지는 여러 뮤지컬 걸작 영화들이 영향을 끼쳤는데, 그 중에서는 시기적으로 보았을 때,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으나, <사운드 오브 뮤직>, <올리버>,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가장 일찍이 접한 작품들이었다.
이때는 초등학교 혹은 그 이전에 미취학 아동이던 시절, 영어의 뜻도 모르고 노래를 외워 부를 정도로
뮤지컬 영화들에 그 어느 때보다 흠뻑 빠져있었던 시절이었으며, 지금까지도 뮤지컬 영화를 사랑하게 된
결정적인 작품들이었다. 이 중에도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작품은 아슬아슬하게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이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는 해외의 명성에 비해 그리 큰 인지도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영화사적으로나 뮤지컬
영화로서나 아주 큰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작품에 대한 리뷰는 2003년에 DVD가 국내에 출시되었을 때의 리뷰로 대신해본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DVD 리뷰 보기)

뮤지컬 영화답게 이 영화에 수록된 음악들은 정말 주옥과도 같다 @@
레너드 번스타인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들은, 그 당시 뮤지컬 영화들의 주요 수록곡들이
그러하였듯이, 단순히 영화 수록곡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뛰어넘어 광범위하게 히트했는데,
'Maria'나 'Tonight'같은 곡들은 많은 가수들에 의해 다시 불리거나 연주되기도 했었다.
또한 뮤지컬 작곡가로 더 유명한 스티븐 손드하임이 가사를 썼는데, 사실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는
레너드 번스타인에 대해서만 알고 있던 터였는데, 손드하임이 가사를 쓰게 된 사실은 이번에 글을 쓰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번스타인에 손드하임이라니! 대단하잖아!)

아마도 예전에 이 영화를 접하지 못한 이들은, 지금에 와서 이 영화를 처음 보고 있노라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들이 많다고 여길듯 한데, 그게 바로 모두 이 영화에서 원래 유래한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특히 'Tonight'의 유명한 합창 시퀀스는 이 영화와 사운드트랙의 백미라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은 확실히 단언하건데, 뮤지컬 영화의 마스터피스라 할 만 하다.
수 많은 뮤지컬 고전 영화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단 한 작품, 하나의 사운드 트랙만 꼽으라면
주저없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꼽고야 말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West Side Story-Maria

(한 때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걸으며, 마리아를 혼자 얼마나 불러 댔는지 모른다 ^^;)




West Side Story-Tonight

(지금 봐도 완전 최고의 감동인 투나잇!)





걸작. 명작. 대작. 역작 등...이러한 수식어들은 가히 아무 것에나 붙일 수 있는 말들이 아니다. 하지만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이러한 찬사의 수식어들조차 별 볼일 없게 만들어 버린다.



1940년대 푸에르토리코를 보호령으로 한 미국에 자유로 들어오는 푸에르토리코의 빈민들이 뉴욕에 제2의 할렘을 만든다. 백인지구와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의 지구가 인접한 뉴욕의 웨스트사이드에서 젊은이들의 텃세 싸움이 되 풀이되고 있었다. 그들은 이탈리아계의 제트단과 푸에르토리코계의 샤크단으로, 서로 앙숙관계이다. 제트단의 리더 리프는 샤크단에 도전하기 위해 댄스 파티 장으로 가고, 토니에게 함께 가자고 제의한다. 패싸움에는 관심 없는 토니는 리프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파티 장을 찾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마리아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러나 그녀는 샤크단의 리더 베르나르도의 여동생.

그날 밤 토니와 마리아는 마리아의 집 발코니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토니는 두 그룹의 화해에 힘쓰는 한편, 마리아와의 관계를 인정받으려 하지만, 리프와 베르나르도의 대립은 더욱 격화된다. 다음날, 고속도로 아래에서 샤크단과 제트단의 대결이 벌어진다. 마리아의 부탁으로 그들의 싸움을 말리러 간 토니. 그러나 베르나르도와의 결투에서 친구 리프가 죽자 토니는 베르나르도를 죽이고 만다. 오빠를 죽인 사람이 토니라는 것을 알게 된 마리아.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한편 샤크단에서는 토니를 죽이려하는데…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는 수많은 결정적 장면들과 인상적 장면들이 존재하지만, 그 서두를 여는 장면은 바로 영화의 맨 처음 선보이는 프롤로그 장면이다. 프롤로그 장면은 이례적으로 감독이자 안무를 맡은 제롬 로빈스에게 전권이 주어졌다. 제롬 로빈스는 큰 부담감을 느꼈지만, 결과적으로는 영화사에 남을 만한 훌류한 프롤로그 장면을 완성해냈다. 뉴욕의 풍경을 하늘에서 내려다 본 시각으로 그려낸 시작부분에서는 부유한 빌딩 숲에서부터 공장들이 밀집한 장소로의 카메라의 이동만으로 영화의 주된 주제가 되는 이민자와 토착자 간의 갈등의 요소와 원인을 잘 나타내고 있다.

웨스트사이드의 어느 외곽 공터에서 시작되는 본격적인 프롤로그 장면은, 제롬 로빈스의 역량이 돋보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트 단과 샤크 단의 세력다툼과 숫적 우세함과 불리함으로 인해 계속 바뀌는 주도권, 이를 감싸고 있는 극적인 음악과, 대사 없이도 프롤로그를 완벽하게 장식한 뛰어난 안무는, 이 장면만으로도 의미있는 장면으로 불리기에 충분한 완성도를 선보이고 있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너무나도 유명한 뮤지컬 영화의 고전, 아니 비단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계의 고전이다. 일단 영화를 자랑하는 김에 화려한 수상 경력을 나열해 보자면, 196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남우조연, 여우조연, 미술, 촬영, 음향 등 무려 10개의 오스카를 수상하였고, 그해의 골든 글러브 작품, 남녀 조연상, 뉴욕영화 비평가협회 작품상, 미국 감독협회 감독 상, 그래미 어워드 사운드 트랙 앨범 상까지 정말 화려하다. 하지만 영화의 중요성은 상으로 대변될 수만은 없듯이, 이런 수상경력은 그저 얘기 거리일 뿐 중요한 것은 영화이다.

세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뉴욕의 슬럼가로 옮겨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공연한 뮤지컬을 영화화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제작 스텝들의 면면도 실로 만만치가 않다. 국내 팬들에게는 이보다 더욱 잘 알려진 뮤지컬 영화인 [사운드 오브 뮤직]의 감독으로 더 유명한 로버트 와이즈와 [왕과 나]의 안무를 맡았던 제롬 로빈스가 공동 감독을 맡았다. 또한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인 음악은 레너드 번스타인이 맡아 ‘Maria', 'Tonight', ’America'등의 유명한 곡들을 들려주었다.



또한 나탈리 우드, 리차드 베이머, 루스 탬블린, 조지 차키리스 등의 젊고 유능한 배우들이 출연하여 역동적이고 리드미컬한 노래와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발레를 전공한 제롬 로빈스의 안무는 영화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않은 채, 때로는 전투적이고 공격적으로, 또 부드러우면서도 역동적인 동작들을 그려내며, 연기 이상의 안무를 보여주었다. 2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서플먼트를 감상하다보면 놀라운 사실 한 가지를 접하게 되는데, 바로 감독과 안무를 맡은 제롬 로빈스의 완벽한 능력에 관한 것이다. 그냥 보기엔 연기자들이 대본에 맞추어 연기하는 일반적인 장면들인줄로만 알았던 장면들이 사실은, '원, 투, 쓰리...'하는 정확한 박자에 맞추어, 말 그대로 '연기'하듯 그려지고 있다. 이러한 완벽함은 혹 부자연스러움으로 다가올 수 도 있지만, 이러한 사실을 모른다면 전혀 알 수 없을 정도의 완벽한 합으로 인해 자연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제롬 로빈스에 방식에 대해 배우들이 혹독하고 정말 고생스러웠다고 말하면서도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사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서 이러한 안무의 아름다움을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마치 대사를 읊는 것과도, 또한 노래하는 것과도 같은 안무는 정말 놀라움마저 들게 한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 역시, 제롬 로빈스의 뛰어난 안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훌륭한 작곡가이자 지휘자이기도 한 레너드 번스타인은 대사보다 노래로 극을 전달하는 뮤지컬의 장르에 걸맞게 전체적인 분위기를 쥐었다 놓았다 하는 스코어와, 곡 자체만으로도 유명해진 여러 멜로디들을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속에 쏟아 놓았다. 중요한 몇 몇 곡들을 위주로 살펴보자.



영화의 프롤로그의 이어지는 곡으로서, 웨스트사이드 지역의 토박이(?)집단인 '제트 단'의 성격을 잘 말해주고 있는 곡이다. 노래와 대사가 계속 반복되면서, 제트 단의 우두머리 격인 리프(루스 탭블린 분)의 선창과 단원(?)들의 합창으로 이루어지는 곡은 짧지만, 영화의 초반 극의 분위기와 배경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중립지역인 댄스 파티장에서의 긴장되고도 화려한 댄스의 향연이 끝난 후, 서로 한 눈에 반해버린 토니와 마리아. 얼핏 '마리아'라는 이름을 전해들은 토니의 감정을 잘 표현한 곡이다. 그저 마리아라는 이름만으로도 행복해져버린 마음을 그대로 담은, 토니의 감미로운 세레나데.



JET Song을 통해 영화의 한 축을 차지하는 제트 단의 성격을 얘기했다면, America는 푸에르토리코 이민족인 '샤크 단'의 성격과 애환을 유쾌하고 흥겹게 다루고 있는 곡이라 하겠다. 미국에서 이민자들의 실상과 아메리칸 드림 사이에서의 갈등과 현실을, 그들만의 리듬과 역동적인 춤으로 풀어내고 있다. 옥상에서의 남여가 어울린 큰 스케일의 댄스 씬은 지금까지도 명장면으로 손 꼽힌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서 가장 유명한 곡인 'Tonight'은 가장 유명한 만큼 가장 중요한 의미와 장면에 흐르는 곡이다. 창가에 기댄 마리아와 이내 계단을 올라 그녀 곁에서 노래하는 토니의 모습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듯한 느낌을 준다. 다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아름다운 시로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였고, 토니와 마리아는 감미로운 멜로디로 서로에 사랑을 확인했다는 것이 차이점일 것이다.



극적으로 조여오는 스트링과 역시 극적으로 대비되는 가사와 장면으로 가장 완성도 높은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서로 결투를 준비하고 있는 제트 단과 샤크 단, 사랑하는 베르나도를 설레이며 기다리는 리타, 그리고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토니와 마리아. 모두 같은 '오늘밤'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아래 각기에 다른 상황들을 한 곡안에서 절묘하게 대비시키면서, 또한 절묘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는 곡이다.

이외에도 마리아의 깜찍함이 돋보이는 'I Feel Pretty'와 엇갈려만 가는 운명에 슬퍼하는 토니와 마리아의 'Somewhere', 역동적이고 고난도의 안무와 음습한 분위기가 어울린 'Cool' 등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



코드 1은 이전에 발매가 되었으나 이 역시도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드디어 발매되는 코드 3의 타이틀은 정말 반갑게 느껴진다. 스페셜 에디션의 2장의 디스크로 발매된 타이틀은 첫 번째 장에는 본 편을 수록하고 있고, 두 번째 디스크에는 서플먼트를 수록하고 있다. 본 편은, 물론 최근 출시되는 영화들과 그 화질과 음질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반대로 이를 감안한다면 비교적 훌륭한 화질과 돌비디지털 5.1채널의 만족할만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어찌 보면 이번 타이틀의 발매가 반가운 것은 두 번째 디스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기에는 그 동안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자료들이 가득 담겨있다.

제작과정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West Side Memories'에는 스텝들의 이야기와 세월이 흘러 주름과 백발이 성성한 배우들의 인터뷰 자료를 수록하고 있다. 스토리 보드와 영화 장면을 비교한 몽타주, 다양한 갤러리들과 여러 가지 버전의 예고편을 수록하고 있다. 갤러리도 이전 영화들보다는 좀 더 다양한 분류의 갤러리들을 수록하고 있는데, 스크린의 뒷 편에서의 배우들과 스텝들의 모습을 다룬 갤러리는 특히 돋보인다. 예고편 역시 단순한 극장용, TV Spot의 종류에서 벗어나 예전의 고전적인 분위기까지 한껏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버전을 수록하고 있다.



2003.04.14
글 / 아쉬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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