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의 저서 '김태훈의 랜덤 워크'를 읽던 중 한 문장이 하나의 글감을 제공했다. 그는 1960년대를 두고 '지미 헨드릭스와 제니스 조플린이 신보를 발표하고, 고다르와 트뤼포의 신작을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시대'라
고 이야기했는데, 개인적으로도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한적이 많았던 터라 공감이 많이 되는 구절이었다. 나도 가끔,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 홍콩 느와르의 전성기를 이끌던 그 당시 개봉관에서 이 주윤발을 보았더라면 어땠을까, 비틀즈라는 밴드의 시작부터 마지막을 지켜볼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무하마드 알리의 경기를 TV라이브로 즐겼다면 어땠을까, '스타워즈 - 에피소드 5'의 그 유명한 대사를 개봉 당시 실제로 들었더라면 과연 그 충격이 어땠을까 등 비디오나 후일담으로 전해들은 전설의 이야기들을 리얼타임으로 즐길 수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생각해보곤 했었다.

매번 이런 생각은 이렇듯 부러움에서 그치곤 했는데 오늘은 무슨일인지, 그간 내가 살아온 시대를 돌아보게 했다. 그러고보니 내가 살아온 길지 않은 이 시대도 충분히 아름다운, 아니 후세에 누군가는 지금의 나처럼 반드시 부러워할 만한 시대를 살아왔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되돌아본다면,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3부작과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 3부작을 모두 극장에서 즐길 수 있었으며, 앞서 부러워했던 '스타워즈' 시리즈의 프리퀄 3부작 역시 전야제라는 행사를 통해 팬들이 모여 그 유명한 오프닝롤이 등장할 때 극장에서 환호를 보내며 즐길 수 있었다 (이 얼마나 축복인가!). 그 뿐인가 '메멘토'부터 시작해 '인썸니아' '프레스티지' 그리고 '다크나이트'로 이어지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시작과 성장을 아직도 지켜보는 중이며, 코엔 형제라는 세기의 천재 감독의 영화를 개봉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동시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소년에서 남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목격할 수 있었다. 또한 이소룡의 영화를 비록 극장에서 즐기지 못했지만, 우리에겐 성룡이라는 형님을 모실 수 있었으며, 박찬욱, 봉준호, 홍상수 같은 우리 감독들의 세계적인 작품도 안방에서 즐길 수 있었다. 아, 그리고 장국영이라는 별을 갖을 수 있었고 미야자키 하야오와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 픽사라는 영민한 스튜디오, 에반게리온이라는 걸작을 무려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 이걸 하나하나 말하자면 절대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현재에 많은 행복을 누리고 있다. 영화 팬들이라면 누구나 예전 영화들을 극장에서 볼 수 있었으면, 지금은 지긋한 나이의 배우들의 한창 때를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 마련인데, 아마 이 다음 세대는 분명 '스타워즈의 그 유명한 테마 음악을 극장에서 들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히스 레저의 연기를 매번 극장에서 즐길 수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요'라는 부러움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재는 분명 다음 세대가 충분히 부러워할만한 시대다.




음악은 또 어떤가. 개인적으로 존 레논과 동시대에 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매우 자주 하곤 하지만, 아마도 이 다음 세대는 마이클 잭슨의 문워커를 TV를 통해 볼 수 있었다면, 그의 신보를 몇년마다 들어볼 수 있었다면, 내한 공연을 볼 수 있었더라면 하는 부러움, 아니 마치 꿈과도 같은 상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내겐 그리고 우리에겐 마이클 잭슨이라는 세기의 아티스트가 있었다. 아마도 이건 우리 세대에 가장 큰 축복일런지 모른다. 또한 U2, 라디오헤드, 뮤즈, 레드 핫 칠리 페퍼스, R.A.T.M 등 수 많은 밴드들은 물론 bjork, beck, sigur ros, 프린스 등 개성있고 자신만의 세계가 확고한 뮤지션들의 신보를 흔치 않게 음반샾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멀리 해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다음 세대가 부러워할 만한 자산들이 많은 세대였다. 한 앨범이 100만장 넘게 팔리던 상황을 목격한 마지막 세대였으며,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을 사기 위해 동네 음반샾에 미리 가서 예약표를 발권받거나 발매일 음반샾 앞에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서본 마지막 세대였다. 또한 우리는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레전드 아티스트의 결성부터 해체까지를 모두 확인했으며,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발하지 않는 댄스 음악을 만들었던 듀스를 TV음악 프로에서 만나볼 수 있었음은 물론, 윤종신이라는 사람을 '예능 늦둥이'가 아니라 애절한 발라드를 부르던 '가수'로서 갖을 수 있었다.  




그냥 우연히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내가 누린 얼마 되지 않은 과거의 시대와 현재 누리고 있는 시대 역시 누군가는 반드시 부러워할 만한 시대라는 것. 내가 과거의 시간들을 부러워 하는 것처럼,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시절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이 시절을 더 치열하게 즐겨야 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Drake - Thank Me Later
깔끔하게 잘 빠진 Drake의 정식 데뷰앨범



지난해 몇번의 Mixtape에 수록된 싱글들을 통해 큰 히트와 관심을 일으켰던 캐나다 출신의 드레이크 (Drake)의 정식 데뷰 앨범이 최근 발매되었다. 사실 드레이크가 한창 싱글 컷 곡들을 내놓고 히트를 기록할 당시 그의 음악에 대해서는 제대로 들어보질 못했었는데 최근, 뭐 들을 만한 블랙뮤직 없나 기웃 거리던 중 심플하지만 흑인음악 냄새 물신 나는 자켓에 끌려 들어보게 된 앨범이 그의 데뷰앨범 'Thank Me Later'였다. 막상 이렇게 뒤늦게 알고 보니 왜 이제 알았나 싶을 정도로 드레이크 본인은 물론 그의 주변과 그의 음악 친구들은 다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더라.

모타운에서 발매된 'Thank Me Later'를 처음 완청한 첫 느낌은 '깔끔하다'라는 것이었다. 익숙한 것과 트랜드를 모두 반영하고 있고, 참여하고 있는 화려한 프로듀서 진들이 말하듯 한 장의 앨범으로서 손색이 없는 구성을 갖추고 있다. 드레이크의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좋다!'라고 할 수 있는데, 굳이 단점을 꼽자면 아주 새로운 것은 없는, 그러니까 기존 익숙하고 블랙뮤직 팬들의 구미가 당길 만한 요소들을 적절히 받아들여 자신의 색깔을 낸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Thank Me Later'를 듣다보면 곡의 구성이나 사용된 소스 혹은 전개 측면에서 상당히 유사한 다른 곡들을 많이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것과 표절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러니까 칸예가 처음 등장했을 때 혹은 팈버랜드가 팀버레이크와 퓨처 사운드를 집대성하여 발표했을 때와 같은 설레임과 신선함은 없지만, 최근 블랙뮤직 신에서 유행하는 알짜 요소들을 그저 모아놓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색으로 버무렸다는 점에서, 어찌되었든 충분히 만족할 만한 앨범이다.

첫 곡 'Fireworks'부터 알리시아 키스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심플한 듯 하지만 비트와 코러스, 랩핑과 멜로디가 은근히 복잡하게 배치되어 있는 곡인데, 나쁘지 않은 곡이지만 앨범의 첫 곡으로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Karaoke'는 잘 만든 비트 하나가 열 멜로디 부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심플한 구성의 곡인데, 이곡의 80% 이상은 기본 비트의 반복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곡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효과가 깊게 깔려 있는 구성이 연달아 등장하는데, 이후 등장하는 곡들에 비하면 드레이크 특유의 장점을 부각시키기엔 조금 부족한 선택으로 보인다.

본격적으로 이번 앨범에 정감을 갖게 되는 건 역시 'Over'서 부터다. 칸예 웨스트의 앨범에 수록되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분위기의 곡은, 현이 가미된 후렴구와 절로 그루브를 타게 하는 래핑이 인상적인 곡이다. T.I와 Swizz Beatz가 피처링한 'Fancy' 같은 곡도 곡이 참 깔끔하게 잘 빠진 경우다. 이 앨범에는 밝은 분위기의 곡들과 어두운 분위기의 곡들이 50:50 정도로 수록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드레이크의 랩핑은 밝은 분위기에서 더 빛이 나는것 같다. 'Light Up' 역시 조금 어두운 분위기에 속하는 곡인데, 이 곡엔 무려 Jay-Z가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면 전체적으로 좀 쳐진다 싶을 때 Jay-Z의 목소리를 듣고 잠이 좀 깨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Jay-Z가 피처링한 'Light Up'보단 Lil Wayne이 피처링한 'Miss Me'의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든다 (역시 힙합 비트엔 브라스가 눈꼽 만큼이라도 포함되어야 분위기가 좀 더 극적으로 산다 ;;). 칸예가 쓴 R&B 넘버 'Find Your Love'는 차트를 노린 듯 멜로디 라인과 보컬이 상당히 대중적으로 전개된다. 실제로도 빌보드 싱글차트 5위까지 올랐다니 어느 정도 목적을 이룬 곡이 아닐까 싶다. 블랙뮤직 앨범은 가끔 앨범의 맨 마지막에 보석 같은 곡을 수록하곤 하는데, 보석까지는 아니지만 'Best I Ever'는 엔딩 곡으로 아주 적절한 분위기의 곡이다(블랙뮤직 많이 들어보신 분들은 이 느낌이 어떤 느낌이신지 아실듯. 더 쉽게 설명하면 Common 앨범의 마지막 곡을 상상하면 된다).

Drake의 정식 데뷰앨범
'Thank Me Later'는 서두에 밝힌 것처럼 참 잘 빠진 R&B/Rap 앨범이다. 물론 버릴 것 하나 없을 정도의 완벽한 앨범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지루하지 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즐길 수 있을 만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Drake - Thank Me Later

01. Fireworks (featuring Alicia Keys)
02. Karaoke
03. The Resistance
04. Over
05. Show Me A Good Time
06. Up All Night (featuring Nicki Minaj)
07. Fancy (featuring T.I. and Swizz Beatz)
08. Shut It Down (featuring The-Dream)
09. Unforgettable
10. Light Up (featuring Jay-Z)
11. Miss Me (featuring Lil Wayne)
12. Cece's Interlude
13. Find Your Love
14. Thank Me Now

15. Best I Ever




Drake - Over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김윤아 콘서트
공작부인의 비밀화원

지난 4월 자신의 세 번째 솔로 앨범 '315360'을 발표했던 자우림의 리드 보컬 김윤아가,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하며 오는 7월 솔로 콘서트를 갖을 예정이다. 김윤아의 새 앨범과 콘서트 소식을 듣고 보니 문득 예전 한참 록 페스티벌을 다니던 시절 보았던 자우림의 그녀가 떠올랐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 안나는데 살짝 비오던 쌈지의 거의 마지막 무대 (그 날 마지막은 아마 이승환이었다)에 오른 자우림, 아니 자우림의 김윤아는 엄청난 포스를 갖은 록 밴드의 보컬이었다. 김윤아의 라이브를 실제로 본 사람들은 느낄 수 있었겠지만, 그녀의 카리스마는 강한 것 보다는 오히려 부드러움에서 나온다. 무대 위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웃으며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절로 '와~' 소리가 나곤 했었는데, 이렇게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장면이 기억나는 걸 보니 그녀의 기가 대단하긴 대단했던 것 같다.

팬들 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자우림의 김윤아 만큼이나 솔로 김윤아를 기대하고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사실 그녀가 처음 내놓았던 솔로 앨범은 평소 그녀가 동경하던 해외 여자 뮤지션들의 스타일이 (bjork 등) 깊이 묻어나 아주 조금 실망하기도 했었다. 물론 그녀의 솔로 1집이 아주 별로 였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쨋든 2집을 발표하며 그녀의 홀로서기는 더욱 견고해졌고 최근 발표한 3집 앨범 '315360'을 듣고 나니, 이제는 정말 김윤아 아니면 하기 어려운 그녀 만의 음악 세계를 거의 완성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김윤아 만의 것이라면 '강한 것'보다는 역시 '묘한 것'을 들 수 있을텐데, 이런 면이 이번 앨범에는 아주 잘 담겨 있다. 곡 자체 역시 단순히 서정적이고 시적인 것을 넘어서서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 깊고 따듯한 분위기로 듣는 이를 젖어들게 하는 보컬과 동시에 마치 고양이처럼 앙칼지지만 애교스러운 그녀 특유의 보컬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앨범이 더 깊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이유라면 이전 솔로 앨범들과는 다르게 누군가의 아내임은 물론, 누군가의 엄마인 김윤아가 노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간 그녀의 솔로 앨범에서는 물론 성찰이라는 테마를 찾아볼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번 앨범이 가장 깊은 성찰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하겠다. 따지고보면 그녀가 속한 자우림도 자주 그랬고, 솔로 앨범들은 더더욱 일종의 컨셉 앨범이었던 적이 많았다. 이런 면에서 그녀가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과 전체적인 컨셉에 까지 모두 장악하고 있는 이 앨범은 그녀의 깊이가 가장 잘 묻어난, 31만 5160시간을 살아온 김윤아가 고스란히 담긴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솔로 앨범을 발표하면서부터 김윤아에게는 왠지 모를 '공작부인'의 포스가 느껴졌었는데, 이번 단독 콘서트의 컨셉은 이를 그대로 반영한 '공작부인의 비밀화원'이다. 콘서트의 제목을 처음 듣는 순간, '아! 이건 너무 김윤아스럽다!' (요즘 표현으로 '너무 김윤아 돋는다!')싶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항상 컨셉 성격이 강하고, 스토리텔링이 강한 그녀의 음악으로 미뤄봤을 때 어쩌면 앨범 만큼이나 효과적인 것이 콘서트가 아닐까 싶었다. '비밀화원'이라는 제목답게 무대 가득 꽃과 풀이 만발한 가운데,(이거슨 상상;) 그 한 가운데 앉아서 나즈막히 또는 고양이처럼 노래하는 김윤아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이승환 10집 : Dreamizer
High Quality Pop Album



이승환의 10집 앨범 'Dreamizer'가 발매되었다. 개인적으로 국내 뮤지션 가운데 지금까지 꼬박꼬박 앨범을 모아온 몇 안되는 뮤지션 중 한 명인 이승환의 새 앨범이라 발매 전부터 기대되었던 신보였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후반기 이승환 앨범들 중 가장 만족스러운 앨범, 그러니까 팬들과 대중 모두가 만족할 만한 POP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팬들은 잘 알겠지만 그 동안 이승환은 앨범을 구성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들을 위한 음악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간 그가 발표했던 대표 발라드 곡이 그가 하고 싶지 않은 음악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좀 덜 대중적인 록 음악을 계속 하고 싶어했단 얘기다) 사이에서 많은 고민과 실험을 해왔었는데, 적어도 이번 10집 앨범 'Dreamizer'는 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Human'과 'Cycle' 앨범을 2010년 현재에 걸맞는, 아니 현재 최고 수준의 퀄리티로 업그레이한 익사이팅한 POP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승환 하면 '환장'할 만한 라이브 무대 만큼이나 물량과 정성, 사운드의 집착이 돋보이는 앨범 사운드 퀄리티로도 유명한데, 이번 앨범은 그런 그의 욕심이 (요즘 같이 국내 뮤지션들의 사운드 욕심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수년간 외롭게 사운드에 대한 연구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이승환의 행보는 박수 그 이상의 찬사가 필요하다!) 또 한번 아주 잘 나타난 작품이라 하겠다. 국내외 스튜디오를 오가며 최고의 사운드를 담기 위해 노력한 모습은 예전 앨범부터 계속되고 있는 그 만의 장인 정신인데, 이번 앨범 역시 그래미를 16번이나 수상한 험 베르토 가티카(Humberto Gatica)를 비롯해 그들의 이름 혹은 그들과 함께 작업한 이들의 이름이나 경력만 들어도 화려함이 느껴지는 아티스트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무엇보다 사운드 퀄리티에 치중하고 있다. 대부분 해외의 누가누가 참여했다 라는 문구는 언제부턴가 '뭐 그럭저럭' 정도의 감흥 밖에는 못주는 문구가 되어 버렸는데, 그 질을 따져본다면 이승환의 이번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면면은 '그럭저럭'으로 간주하기엔 더 많은 장점들을 갖고 있다 하겠다.

일반 대중들은 피처링에 내가 아는 어떤 유명 뮤지션이 참여했나가 더 궁금하고 끌리는 점일 수 밖에는 없겠지만, 이승환의 사운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던 팬들이라면, 이번 앨범의 사운드에 이승환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믹싱 엔지니어 외에 브라스 편곡자, 드러머 등 전반적이고 디테일한 측면까지 더 깊은 사운드를 내기 위한 그의 비용 투자와 정성은 앨범에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아쉬운 일이지만 이 앨범을 100% 즐기려면 좀 더 사운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곳을 방문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것까지는 어려운 일이니 최소한 반드시 CD로는 즐겨야 이 엄청난 공을 들인 앨범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mp3나 스트리밍으로는 반의 반의 반의 반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첫 번째 곡 '이별기술자'는 이승환 특유의 그루브가 잘 살아있으면서도 백코러스나 전체적인 구성에서 훨씬 세련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곡이다. 보컬도 보컬이지만 이런 가벼운(?) 팝 넘버치고는 굉장히 고퀄리티의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귀를 기울이면 기울일 수록 다양한 악기들과 효과들이 들려올 것이다. '반의 반'은 이승환표 대표 발라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이미 '그대가 그대를'을 통해 발라드의 정점을 찍었던 이승환은 그 이후 타이틀이 되는 발라드 곡에서 강약조절과 감성적인 면에 더욱 치중하고 있는데, 이 곡 역시 첨에 들을 때 좋고 듣다보면 금새 익숙해져 버리지만 어느 순간 다시 들으면 '역시' 다시 좋아지는 그 만의 깊은 발라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정지찬이 곡을 썼다. 

'A/S' 는 곡 제목처럼 재기발랄함이 엿보이는 곡인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벼운 가사 내용에 걸맞지 않게(?), 수준급의 브라스 편곡과 백그라운드 기타 백킹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승환, 황성제 콤비의 작품인데, 확실히 브라스 사운드가 곡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Dear Son'은 제목처럼 아버지가 화자가 되어 아들에게 보내는 곡인데, 앨범마다 가족에 관한 곡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었던 이승환의 새로운 '가족'에 관한 곡이다. 흑인 가스펠을 연상시키는 후렴구 코러스 라인과 정말 편지 한 줄 한 줄을 읽어내려가는 듯하 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귀와 가슴에 와닿는다. 맨 마지막의 '사랑하는 아들아 네 안에 항상 힘세고 뭐든 잘 하는 아빠가 있게 해 주렴'하는 부분은, 아마도 이승환의 앨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감성이 아닐까 싶다.




'롹스타되기'는 제목처럼 록밴드 보컬들의 피처링으로 더욱 돋보이는 곡이다. YB의 윤도현, PIA의 요한, 노브레인의 이성우가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힙합 곡의 피처링 처럼 한 소절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이들의 목소리를 쉽게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워낙에 개성 강한 목소리들이라 잘 들어보면 코러스 가운데 이들의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단독전쟁'은 어쩌면 앞선 곡보다 더 강한 록넘버 일지도 모르겠다. 간결한 기타 백킹을 베이스로 후렴구에는 이승환이 좋아하는 특유의 록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곡인데, '단독전쟁'이라는 제목 답게 전쟁을 연상시키는 효과들도 귀에 들어온다. 

'reason' 은 말랑말랑한 보컬과 진행이 돋보이는 '세가지 소원' 등을 작곡했던 이규호의 곡이다. 절로 몸을 좌우로 흔들게 되는 멜로디와 더불어 남성의 가성과 여성의 진성이 교묘히 결합된 코러스가 달콤함을 더한다. '완벽한 추억'은 노리플라이의 권순관의 곡인데, 기존 이승환의 곡들과 살짝 차별점이 보여 오히려 더 신선한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타이틀인 '반의 반' 다음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할 만한 곡이 아닐까 싶다. 'my fair lady' 는 이승환의 지난 앨범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었던 풍의 곡인데, 최근 드라마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서우가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구식사랑'은 제목처럼 '하오체'의 가사로 진행되는데, 브라스와 더불어 퍼커션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이 곡이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거의 곡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쯤 린(LYn)의 보컬과 함께 새로운 진행으로 다시 시작된다는 점인데, 여기서도 역시 트럼팻과 트럼본의 사운드가 곡의 전체적인 퀄리티를 격상시켜주는 느낌이다. 'wonderful day'는 한 편의 뮤지컬 같은 구성이 인상적이다. 뭐랄까 뮤지컬의 한 시퀀스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인데, 후반부 아이들이 함께하는 코러스가 더해지면 더더욱 '짜잔!'하고 한 시퀀스가 끝난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이 곡은 이런 느낌이 너무 명확해서 언젠가 공연에서 뮤지컬 구성으로 공연하지 않을까도 싶다.

'내 생애 최고의 여자'는 강약조절이 생명인 발라드 곡인데, 후반부 진행에서는 대곡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사실 처음 제목만 들었을 때는 유머가 담긴 곡인줄로만 알았었는데, 진짜 제목 그대로 밀고 나가려는 곡이라 오히려 놀랍고 인상깊기도 했다. 13번째 마지막 트랙 '개미혁명'은 이승환 특유의 화려한 록 사운드에 좀 더 비트를 담아낸 곡이다. '개미혁명'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화려하고 록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렇다해도 이전 앨범에 수록되었던 '나의 영웅'같은 곡처럼 극한까지 가지는 않는다. 이런 면이 이번 앨범의 POP적인 요소, 그러니까 좀 더 대중적인 친화력있는 앨범이라는 점을 설명할 수 있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아, 이렇게 끝난 줄 알았지만 13번째 트랙이 끝난 뒤 한참의 기다림을 보내면 조금 다른 '이별기술자'를 히든 트랙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앞서 이 곡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굉장히 사운드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곡이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미묘한 듯 하지만 또 다른 느낌의 '이별기술자'를 히든 트랙으로 수록했다. 그리고 히든 트랙 답게 이승환의 오랜 절친인 뮤지션의 유치발랄한 피처링도 만나볼 수 있다.




이승환의 오랜 팬으로서 이번 앨범 역시 매우 만족스러운 '앨범'이었다. 그의 팬들은 물론이고 대중들에게도 쉽게 어필할 만한 (그렇지만 높은 수준의 사운드를 수록한) 곡들마저 수록한 인상적인 POP앨범이었다. 마지막으로 새삼스럽지만 이렇게 앨범의 사운드에 정성을 들이는 뮤지션의 앨범을 계속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요즘 같은 현실에선 참 고맙기까지한 일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스튜디오를 방문할 날이 있다면 꼭 이 앨범 'Dreamizer'를 다시 들어보리라!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서태지 밴드 라이브 투어 - The Mobius : 극장관람기
(2009 Seotaiji Band Live Tour - The Mobius)


태지매니아라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공연 실황을 또 한 번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이번 '서태지 밴드 라이브 투어 - The Mobius'를 지난 금요일 관람하였다. 그 어떤 해외 뮤지션의 내한 공연 인터넷 예매에도 실패해 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도, 이번에는 제법 위험하게(?) 겨우겨우 예매에 성공! 나쁘지 않은 좌석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지난 1월, 역시 같은 상영관인 메가박스 서태지 M관에서 볼 수 있었던 '서태지 심포니 실황' 이후 태지의 공연을 극장에서 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인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 뫼비우스 실황이 훨씬 좋았다 ㅠ 그도 그럴 것이 심포니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심포니는 공연 자체가 컨셉이 강한 작품이었고 이번 뫼비우스는 그와는 다르게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느낌과 더불어 서태지 밴드의 새로운 투어 브랜드로서 훨씬 더 보여주고 들려줄 것들이 많은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아, 갔어야 했어. 무리를 해서라도 갔어야 했어' 라는 생각 뿐이었다. 그 만큼 뫼비우스 투어는 (특히 용산에서 갖은 공연은) 다양한 무대 장치와 효과들로 스케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었기 때문에 이런 아쉬움은 더할 수 밖에 없었다. 자유롭게 열고 닫히는 병풍 스크린(ㅋ)을 통한 영상들과 마치 마이클 잭슨의 'Beat It' 공연을 연상시키듯 리프트를 타고 객석 가까이로 다가가는 무대 연출이나, 이제는 두말하면 입 아픈 'Take 5'의 노란 종이비행기 퍼포먼스까지. 기존 태지 공연의 레퍼토리들은 적절히 살리면서도 대형 무대만의 효과들에도 상당히 신경 쓴 공연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극장에서본 '뫼비우스 투어'가 더 좋았던 건 곡 중간중간에 바로 이어질 곡의 리허설 장면을 짧게 만나볼 수 있는 것이었는데, 서태지를 비롯해 밴드 멤버들의 평소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만나볼 수 있는 그야말로 '팬서비스'였다.




곡들에 대한 짧은 평을 해보자면, 지난 번 직접 보았던 'WORMHOLE' 콘서트를 통해 명곡으로 재 발견된 '내 맘이야'를 비롯해, 45RPM과 함께한 새로운 '하여가' 그리고 태지의 연기마저 돋보이는 '제킬박사와 하이드', 오랜만에 함께한 락과 탑의 트윈 기타를 만나볼 수 있었던 '대경성'과 '슬픈 아픔'. 특히 '슬픈 아픔'은 개인적으로도 추억이 깊은 곡이라 더더욱 반가웠다!! (여기서 개인적 추억이란 고등학교 축제 때 이 곡과 '널 지우려해'를 엮어서 불렀던 추억). 그리고 이스터섬으로 떠나는 'Moai'. Moai는 장담하건데 세월이 가면 갈 수록 나중에 가서 명곡으로 더평가(재평가 아님) 될 것이다. 들으면 들을 수록 참 대단한 곡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한 10년쯤 뒤에 다시 집중해서 듣고 글을 써보리라.

이번 공연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곡들은 역시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곡들이었다. '서태지 심포니' 상영은 극장에서 본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 '뫼비우스 투어'는 진짜 공연장에 가서 보고 난 느낌이 들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후반부를 장식한 아이들 시절의 곡들 때문이었다. 팬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했겠지만 어찌나 찡하게 만드는 선곡들인지.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는 (그저 쓰려고 생각만 했는데 소름이 돋았다 ㅠ) 팬들이라면 아마 누구나 글썽이지 않았을까 싶다. 뭐랄까 점점 서태지의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그 공연을 공연 자체로 즐기는 것 외에, 추억을 함께 공유했던 뮤지션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는 측면이 더욱 강해져 가는 것 같다. 아이들 시절의 영상과 노래들을 듣고 있노라면, 그 자체로도 찡하지만 그 당시의 학생이었던 내가 떠올라 더 찡해진달까. 그렇게 태지와 나는 깊이 연관되어 있다.





팬으로서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공연장에서 그리고 또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정말 행운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행운아고, 서태지의 영원한 팬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Verandah Project - Day Off
바람이 느껴지는 두 남자의 여행


처음 김동률과 롤러코스터 출신인 이상순이 프로젝트 앨범을 낸다고 했을 때, 그 기대는 분명 이상순 때문이었다. 뭐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당연히 둘 모두 때문이라는 것이 맞겠지만, 이미 '전람회'와 '카니발'을 경험한 적이 있는 김동률과 롤러코스터의 이상순이 만나면 어떤 음악을 들려줄까 하는 궁금증 (보다는 기대) 때문이었는데, 역시 이 둘의 프로젝트 verandah project의 음악은 예상한 것처럼 편안하고 여유로운 음악이었지만, 또한 기대한 것처럼 (기대 이상이 기대한 것이라니 말이 안된다 ㅋ) 그 이상을 담아낸 음악은 역시나 만족스러웠다.

사실 '휴식같은 여유로움'이라는 표현을 두고 많이 고민했는데, 이게 너무 평범한 표현 그러니까 이들의 음악을 제대로 100% 어필하기 적당하지 않은 문장 같아서였다.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이것만큼 제대로 이들의 음악을 표현하는 문장도 없다는 생각에 그냥 밀어붙이기로 했다. 이렇게 써놓으면 그냥 듣기 편하기만한 이지 리스닝 계열로 생각하기 쉬운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지 리스닝은 맞으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좀 더 본연의 뜻의 충실한 경우라고 보면 되겠다. 일단 앨범을 플레이어에 걸어 놓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10곡의 수록곡이 모두 다 마칠 때까지 정말 '여유로움'을 만끽하게 된다. 이상순의 기타는 그 어떤 보컬보다 따듯하고, 김동률의 보컬은 여전히 따듯하다(이번 리뷰의 부제는 아이러니라고 해야될 것 같다 ㅎ)

첫 곡 'Bike Riding'은 제목 그대로 자전거를 끌고 바람 솔솔 부는 동네를 여유롭게 거니는 모습이 연상된다. 보사노바 리듬 못지 않게 스토리 텔링에 신경 쓴 가사도 재미있다. 이상순의 담담한 보컬로 시작되는 '벌써 해가 지네'는, 제목과는 다르게(?) 벌써 부터 잠자리에 들라 하는 듯 하다 (좋은 의미다). 이 두 남자의 은은한 하모니는 포근한 이불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어쩐지'의 황홀한 순간은 이상순의 기타 선율에만 몸을 맡겼던 김동률의 보컬에 다른 악기들이 더해지며 더한 리듬감을 갖게 되는 지점이다. 굉장히 은은하게 변화를 주고 있는데 아무 생각없이 듯다가 이 순간에서 움찔했던 기억이다. 아, 그리고 조원선의 감미로운 보컬 역시 빼놓을 수 없겠다.

자전거를 타고 난 뒤, 이번에는 밤 기차에 몸을 싣는다. 베란다 프로젝트의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한 곡 한 곡 가사 속의 상황을 그대로 그려보게 된다. 그만큼 몰입도가 깊고 이미지화되는 음악을 수록하고 있다. '기필코'는 지금까지 들려주지 않았던 피아노 선율로 시작되는 빠른 템포의 곡이다. 이 곡은 김동률의 이전 앨범들에서 만난 듯한 느낌이 드는 곡으로, 한편으로 생각해보자면 이번 프로젝트의 다른 곡들과는 약간 괴리감이 들기도 한다. '꽃 파는 처녀'의 스토리 텔링은 루시드폴이 맡았다고 하는데, 이야기 뿐 아니라 음악마저 루시드폴을 닮아있다. 애잔한 분위기가 가슴을 심하게 적신다. 루시드폴이 직접 부르는 모습도 상상이 되는데 언젠가 콘서트에서라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Good Bye'는 페퍼톤스의 신재평이 가사를 돕고 있다고 하는데, 앞선 루시드폴의 경우처럼 분명 이야기만 전달했을 뿐인데 그들이 느껴지는 멜로디와 곡의 분위기가 흥미롭다. '괜찮아' 같은 곡은 국내 가요 씬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었던 분위기의 편안한 곡인데, 신선함은 덜하지만 익숙함과 따스함이 이를 받쳐준다. 자전거를 타고, 기차를 타고 떠났던 이들의 여행은 산행으로 마무리 된다. 다시 산을 오르는 두 남자의 음악에서는 바람과 여유가 느껴진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DEEZ - Get Real
Soul을 아는 싱어송 라이터


선입견이라는 것은 항상 무섭다. 무언가의 실체를 제대로 보지 않은채 마음대로 결론지어 버리기 때문이다. 처음 Deez의 앨범을 건네 받았을 때도 그랬다. 여기에는, 일반적으로 R&B를 (특히 정통이라는 문구) 담아냈다고 하는 국내 뮤지션들의 앨범을 들어보면, 진짜 Soul이 살아있는 R&B 라기 보다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가요 풍의 노래에 살짝 분위기만 낸 정도의 앨범이 많았다는 선입견이 작용했었다. 그렇게 들어보게 된 Deez의 앨범 'Get Real'은 'Intro' 트랙부터 '어라? 이거 분위기가 좀 나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결국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Soul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매우 세련된 R&B 뮤지션이자 싱어송 라이터인 Deez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은 2가지에 놀랐는데, 첫 번째는 앨범의 퀄리티 - 본토의 블랙뮤직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질감 - 가 상당한 수준으로 느껴졌다는 것과 보컬 만이 아니라 혼자 작사와 작곡은 물론 앨범의 프로듀서까지 맡고 있다는 점이었다. Deez를 수식하는 홍보 문구 가운데 단연 맨 앞에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비의 작곡가'라는 점이었는데, 뭐 대중들에게 어필하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은 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싱어송 라이터라는 점을 좀 더 부각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Soul Tree'를 듣는 순간 '와, 이 앨범 꼭 끝까지 정독, 아니 제대로 들어봐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보컬의 느낌도 물론 좋지만 그것 보다도 전체적인 어레인지나 흑인음악 특유의 그루브와 익숙한 올드한 악기들의 사용이 전체적으로 곡의 퀄리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코러스 라인도 아주 맛깔나고 그 안에서 보컬도 화려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삽입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깔끔한 곡 진행이 돋보인다. 




타이틀 곡이라 할 수 있는 4번째 수록곡 'Sugar'는 제목 처럼 아주 달콤한 미디엄 템포의 곡이다. 사실 국내 정서에 비교적 잘 어울리는, 발라드에 가까운 슬로우 템포의 곡들보다 이 곡처럼 미디엄 템포의 곡들이, 실제 흑인음악의 정서를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곡들이긴 하지만, 그만큼 국내에서는 제대로 표현해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 'Sugar'는 Maxwell이나 Musiq Soulchild를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끈적하면서도 깔끔한 곡이다. 이 곡에서는 보컬과 코러스라인을 주목해서 들을 필요가 있는데, 라인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설계되어 있어 신경 써서 들을 수면 들을 수록 퀄리티가 느껴진다. 'Skit'같은 경우도 어설프게 해외 뮤지션의 그것을 따라하려는 것이 아니라 Skit의 성격을 잘 이해한 Deez만의 'Skit'을 제대로 표현한 흥미로운 곡이다 (2:48초나 됨으로 곡이라고 해도 되겠다).

'Devil's Candy', '나의 빛', '너 하나면 돼'는 지난 해 발표했던 본인의 앨범 'Envy Me'에 수록되었던 곡들을 2010 리마스터 버전으로 다시 수록했는데, 3곡 모두 지난 앨범에 수록된 버전과 곡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지는 않고 리마스터링에만 차이가 있는 경우로 보면 되겠다. 뭐 겨우 1년 전이니까 오버하기는 뭐하지만, 어쨋든 그 만큼 지난해 발표한 그의 곡들의 퀄리티가 괜찮았다는 것도 되겠다.




'너 하나면 돼' 같은 곡을 듣고 있노라면 한 편으론 참 평범하고 대중적인 곡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앞서 자주 얘기했던 코러스 라인과 보컬의 퀄리티가 좋다보니 평범한 진행 속에서도 퀄리티가 느껴지는 듯 했다. 그리고 보컬 만이 아닌 프로듀서 답게 앨범 곳곳에 인스트루멘탈 트랙을 삽입하였는데, 'Interlude - 8 Bit'같은 곡은 얼마전 세상을 떠난 Nujabes를 살짝 연상시키는 동시에 Deez가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 세계를 좀 더 깊이 엿볼 수 있다. 'Intro'나 중간 삽입곡들에 비해 'Outro - Free'는 조금 'Outro'스럽지 않았다는 것이 살짝 아쉬운 점. 오히려 인스트루멘탈 곡으로 채웠다면 좀 더 깔끔한 '앨범'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앨범을 듣고 하나 아쉬운 점은 이제 겨우 괜찮은 Soul 뮤지션을 알게 되었는데, Deez가 이 앨범을 내고 바로 군입대를 했다는 소식이었다. 앨범이 만족스러워 앞으로의 활동 등을 찾아보려고 했던 참이었는데, 어쨋든 한동안은 활동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것 같아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는 없었다. 국내에는 수 많은 뮤지션들이 '정통 R&B' '정통 흑인음악' 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홍보를 한다. 그 중에서 진짜 제대로 된 뮤지션을 찾기란 쉽지 않은데, Deez는 그 가운데 추천할 만한 진짜 R&B/Soul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부비부비 The Complete OST
이승환의 신곡이 수록된 부비부비 OST


사실 준혁 학생 윤시윤과 티아라의 지연이 함께한 '부비부비'는 CF속의 모습이 전부 인줄 알았었는데, 케이블에서 방영한 뮤직드라마라는 것도 이번 앨범을 듣게 되면서야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사운드트랙을 듣게 된 이유는 준혁 학생 때문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티아라 때문도 아닐터, 바로 이승환의 신곡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승환은 오는 5월 말이나 6월 초 중에 신보 10집 발매를 앞두고 있는데, 그 전에 미리 신곡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오랜만의 신곡이라는 점에서) 한 번 꺼내어 보게 되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 지 이승환의 곡 '이별 기술자'가 첫 트랙으로 준비되어 있다. '이별 기술자'라는 독특한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승환 특유의 그루브를 맛볼 수 있는 빠른 템포의 곡이다. 이승환의 지난 음악들에는 대중들이 좋아하는 이승환표 발라드와 강렬하고 거친 록 넘버들, 그리고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미용실에서' 등과 같이 사소한 가사와 빠른 비트, 그리고 랩핑과 멜로디의 묘한 지점에 있는(2 Step) 이승환의 보컬을 만나볼 수 있는 곡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별 기술자'는 후자와 같은 성격의 곡이다. 이승환의 팬들이라면 익숙할 특유의 전개 (보컬은 강약에 가장 포인트를 두고 보컬을 감싸주는 코러스 라인이 돋보이는)가 우선 반갑다. 그리고 이승환의 곡 답게 사운드 퀄리티에도 많은 공을 들였음을 스트리밍 따위의 음질로 들어봐도 대충 확인할 수 있다(앨범에 수록된 다른 곡들과 비교해서 들으면 더 확연히 느껴진다).

이번 앨범에서 이승환의 곡 외에 관심을 가졌던 곡은 바로 페퍼톤스의 'Ping-Pong'이었는데, 이 곡 역시 딱 듣는 순간 '아, 페퍼톤스구나!'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그들 다운 곡이다. 평소 페퍼톤스의 사운드와 비교했을 때 기타 리듬 대신 건반 베이스로 다양한 효과음들로 채워져 있으며, 곡의 제목을 연상시키는 탁구 경기 소리를 삽입한 것도 귀엽다. 전체적으로 '부비부비 OST'라는 앨범 성격에 맞춰진 컨셉곡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외에 제이의 곡과 준혁 학생이 직접 부른 곡들 및 몇몇 곡이 수록되었는데, 제이의 곡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음악적으로는 아쉬운 느낌이 많은 컨셉 곡들로 채워져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본래 뮤직드라마의 성격과 더 맞는 곡들은 이들이 아닐까도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이효리 _ H-Logic
자유로워진 효리의 새 앨범


이효리의 새 앨범이 최근 발매되었다. 핑클 1집 '블루레인' 시절부터 단 한번도 한 눈 팔지 않고 좋아했던 그녀의 신보라 이번에도 역시 일단 소장하고 보자는 작정이었다. 이렇게 음악에 관계 없이 음반을 구매하는 국내 뮤지션은 몇 있는데, 서태지의 경우가 음악과 소장욕구를 모두 만족시켜 주는 경우라면 이효리의 경우는 전자의 경우의 기복이 좀 있는 경우였다. 사실 이번 앨범은 지난 앨범에 대한 평범한 평가 때문에 기대치를 많이 낮춘 편이었는데, 일다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만족' 스러운 앨범이다. 영화나 음반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종종 하는 말이지만, 평가라는 것은 어차피 주관적일 수 밖에 없고 그 대상에 따라 기대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상대 평가가 될 수 없다.




렇다면 내가 가수 이효리에게 바라는 바는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의 대중들이 그럴 텐데 이효리에게 엄청난 수준의 음악적 결과물을 바란다던가 전 지구적으로 압도할 만한 퍼포먼스를 기대하는 이도 별로 없을 것이다. 종종 이효리의 지향점을 얘기할 때 해외로는 마돈나를 국내로는 엄정화를 거론하곤 하는데, 이 부분은 적절한 부분도 있고 살짝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사실 '마돈나'라는 존재는 댄스 여자가수라면 누구나 최종 목표 정도로 거론하는 뮤지션일텐데, 마돈나의 음악을 얘기할 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그녀도 분명 앨범마다 기복이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레전드 겪인 '마돈나'라는 이름만 보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지만 마돈나, 레이디 가가, 아무로 나미에 등등을 거론하며 따라했네, 더 못하네 얘기하는 사람들 중에 이들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이가 몇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그 최고 수준의 결과와 우리의 스타 이효리를 비교하곤 하는데, 사실 최고 수준의 그녀가 아니더라도 현재의 이효리가 당해내기에는 벅찬 수준이다. 이것은 비단 이효리 뿐 아니라 역시 비교대상이었던 레이디 가가에게도 마찬가지다.

이효리는 종종 스스로도 엄정화에 대해 자신의 롤모델이라는 점을 밝힌 적이 있는데, 확실히 엄정화가 이뤄놓은 것들에게서는 이효리가 가야할 길이 보이는 편이다. 일단 가장 닮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연기자로서의 성공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이 부분은 개인적으론 과감히 포기하고 뮤지션으로서의 모습에 더욱 힘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연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효리는 뮤지션으로서는 충분히 엄정화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엄정화의 전성기를 이루던 곡들은 모두 흥겨웠지만 '가요'라는 트랜드에 묶여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엄정화가 대단한 것은 나중에 현재에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적 색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뽕필 댄스곡과(국내 댄스 가요의 대부분은 트롯트 풍의 멜로디 라인을 갖고 있고 그것이 대중들에게 어필한다) 발라드를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지만, 8집 'Self Control' 에서 보여준 일렉트로니카는 자신 만의 색을 잘 보여준 예였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그렇다면 뮤지션 이효리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그녀의 솔로 데뷔곡 '10 Minutes'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이 곡이 타이틀이 아니었더라도) 그녀에게 음악적인 기대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냥 단순한 핑클 시절부터 팬의 입장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와 적당한 곡들로 인기를 얻는 정도였어도 만족했을 것이다. 그런데 '10 Minutes'도 그렇고 종종 드러나는 그녀의 음악적 욕심과 국내 가요계에서 '이효리'라는 브랜드가 갖는 기회와 영향력을 살펴보았을 때, 그녀에게 단순히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만을 기대하는 것은 무언가 성에 차지 않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효리의 앨범들을 살펴보았을 때 그녀는 분명 개인적인 욕심과 대중적인 요구 사이에서 매우 갈팡질팡 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본인이 좋아하는 힙합이나 흑인음악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는 싶지만,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요소가 가미된 '가요'였고 특히나 발라드라는 장르에 대한 선호도 때문에 어떤 앨범이든 전체적인 앨범 컨셉과는 무관하더라도 발라드 곡을 넣을 수 밖에는 없었다. 물론 이렇게 넣은 발라드 곡이 대 히트를 쳐서 아예 이효리라는 뮤지션의 컨셉 자체가 바뀌어버리는 결과가 생겨버릴 수도 있지만, 어쨋든 효리의 발라드 곡들은 전부 성공적인 결과는 보여주지 못했었다. 그렇다하더라도 앞선 다른 외부적 요인들 때문에 이런 것들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이번 새 앨범 'H-Logic'에서 이효리는 과감히 하나의 컨셉으로 된 앨범을 만들어냈다. 따지고보면 이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영향력 있는 팝가수는 국내에서 이효리 만한 이가 없다고 생각된다(너무 당연한 거지만 인기에 집착하지 않고 음악성을 중요시하는 대부분의 국내 뮤지션들은 이런 것들에서 이미 자유로운 상태다).




일단 앨범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프로듀서진에 김도현의 이름이 빠진 것이 이채롭다(오로지 Special Thank's에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효리의 솔로 대표곡인 '10 Minutes'을 비롯해, 솔로 이효리와 대부분을 함께 했던 프로듀서 김도현의 곡이 하나도 없음은 물론 프로듀싱을 한 곡도 하나도 없다는 것부터가 무언가 작정한 듯 보인다. 물론 지금까지 김도현의 곡 외에도 여러 프로듀서의 곡들을 타이틀로 내세우기도 하는 등 여러 변화를 주긴 했었지만, 어쨋든 매번 핵심에 있던 그와의 작업을 제외한 것은 분명 '과감함'이 엿보인다(무언가 결심한 듯한 부분은 영어 이름 표기 - HY0RI - 에서도 눈치 챌 수 있다). 그렇다면 여러 프로듀서들의 곡을 골고루 받은 것일까 라고 생각했는데, 대부분의 곡을 'BAHNUS'라는 프로듀서의 곡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번 앨범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컨셉으로 이뤄져 있는 또 다른 이유다.

그리고 가사 역시 이효리가 욕심을 버림으로서 더 나아진 결과를 나았다. 사실 국내 가수들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오르면 새 앨범에 자작곡을 수록하곤 하는데, 그저 '저, 이제 제가 직접 만든 곡과 가사도 담았습니다'라는 한 마디 이상은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은 편임을 미뤄봤을 때, 오히려 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이효리의 이러한 선택은 짚고 넘어가야겠다(재밌는건 가장 효리가 썼을 법한 'Scandal'의 가사도 다른 이가 썼다. 물론 많은 이야기를 나눴겠지만, 어쨋든 작사가의 이름은 다른 이가 올렸다).





일단 말들 많은 스타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확실히 이효리는 아이콘이다보니 음악보다는 패션/컨셉 스타일에 더 큰 주목을 받는가 보다. 이미 티저에서부터 레이디 가가다 에이미 와인하우스다 말들 많았던 스타일은, 결국 레이디 가가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물론 얼핏봐도 레이디 가가를 연상시키는 스타일이긴 하다. 일단 금발 머리만 봐도 그런데, 사실 정확히 레이디 가가라고 할 만한 부분은 없다. 그냥 레이디 가가스럽다 볼 수는 있어도 말이다(오히려 나는 보고서는 G-Dragon이 더 떠오르더라 ㅎ). 이효리의 스타일링이라는 것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기 보다는 국내에 막 도입되려는 시기에 놓인, 전 세계적으로 막 붐을 일으키려는 스타일을 좀 더 먼저 캐치하고 다양한 스타일의 장점들을 결합하여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그 안에는 여러가지 스타일이 녹아 있을 수 밖에는 없다. 다시 말해 누구를 따라했네 라고 작정하고 보면 보일 수 밖에는 없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똑같은 잣대는 누구에게나 불리함으로 작용할 수 밖에는 없다. 여기서 또 예를 들면 그 각각과 싸워야 할지도 몰라 다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그 어떤 뮤지션도 직간접적으로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는 없는데, 그것을 어떻게 자신만의 것으로 표현해 내는가가 각각의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이런 점들은 사실 '이효리'라서 당할 수 밖에는 없는 집중 포화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몇몇 제법 유명한 가수들은 앨범이 거의 표절이 확실시 되는 경우도 많았으나 전혀 이슈가 되지 못하고 사라져갔다. 대중이 표절이던 아니던 별로 관심이 없고, 표절이라 하더라도 이슈가 될 확률이 적기 때문에 언론도 여기에 별로 달려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효리의 경우는 다르다. 작은 건수라도 터트리면 이슈가 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악세서리 하나까지 다 누구 거네를 비교하려 들고, 더 문제는 정작 레이디 가가가 누구인지도 몰랐던 사람들 마저, '레이디 가가 따라했다며'라고 확인 절차 없이 그냥 '또 그랬구만'하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진짜 노래 가사처럼 '기가 막힌 스캔들'이 아닐 수 없다.




팬으로서는 이런 아쉬움도 있지만 한편으론 '이효리'니까 이를 압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기도 한다. 이효리 본인도 이효리의 스타일리스트 팀 역시, 자신들이 만들어낸 스타일이 레이디 가가를 연상시킬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밀어 붙인 것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것은 '레이디 가가'가 아니라 여러 트랜드를 종합한 효리 스타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효리라면 한번 그 다음 단계를 더 고민해보고 실험해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그런데 사실 그 지점은 굉장히 어렵다. 그냥 세상에 없는 스타일을 만드는 건 어쩌면 크게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트랜드를 앞서면서도 대중들이 따라올 수 있어야하고 새로운 것도 추구해야 한다. 그렇게 중간지점에 놓이다보니 표절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고 완전한 새로운 것에도 못미치는 게 되는 것 같다(이게 못하다는 것이 아니다. 이 정도를 해내는 아이콘은 국내에 효리 밖에 없다).

사실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스타일링에서는 조금 부족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앨범은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그 만족에 대부분은 노래의 취향을 떠나서 하나의 스타일로 끝까지 밀고간 끈기 때문이었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솔로 이효리 최악의 곡은 누가 뭐래도 '잔소리'다. 언젠가 가요의 사이클이 되어버린, 그러니까 댄스 다음 발라드 혹은 발라드 뒤 강한 댄스 아니면 요정 다음 여전사로 이어지는 컨셉 말이다. '잔소리'는 그런 풍토에서 나온 최악의 작품이었다. 이효리에게 그런 어설픈 소몰이 발라드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고, 그 가사는 국내 가요사를 통틀어 최악의 가사 후보로 꼽힐 정도다 (그 싱글 앨범을 사고 얼마나 눈물 흘렸던가 ㅠ). 그런데 이번 H-Logic에는 이런 짜맞추기 발라드가 없다. 전체적으로 컨셉에서 어긋나는 곡이 하나도 없다. 이건 사실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 가요는 '앨범'이 아닌 '곡'에 모든 촛점이 맞춰지다보니 매번 안지켜지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텐데, 효리의 새 앨범은 이런 풍토에서 자유로워지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첫 곡 'I'm Back'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내가 돌아왔다, 다 꿇어'라는 식의 곡이다 (이번 앨범은 이런 뉘앙스의 곡들이 제법 많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런 허세찬 가사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효리나 비 정도라면 해도 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우리말 가사와 외국어 가사의 라임 결합이 자연스럽게 리듬 위에 놓여지는 구성이 인상적인 곳이다. 마이티 마우스의 '상추'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Love Sign' 같은 곡은 사실 이효리의 이전 앨범에서도 항상 있어왔던 분위기의 곡이긴 한데, 그 컨셉이나 퀄리티가 훨씬 좋아진 경우다. 이런 곡은 누구나 들어도 타이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냥 '색이 좀 틀리다' 정도가 아니라 그 안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정도의 퀄리티는 들려준다. 상추의 피처링 부분은 마이티 마우스의 곡보다도 좋았던것 같다. 그리고 타이틀곡이라 할 수 있는 'Chitty Chitty Bang Bang'은 역시 타이틀 곡 치고는 상당히 색깔이 깊은 곡이다. 색이 깊다는 얘기는 국내 가요 앨범에서 타이틀 곡으로 쓰이기에는 조금 어렵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효리가 가야 할 길을 이런 스타일이 아니었나 싶다. 레이디 가가 논하며 스타일의 표절을 논하는 이들 조차, '어랏, 이거 좀 괜찮은데' 혹은 '이건 좀 의왼데' 할 정도로 기존 가요들 보다는 훨씬 더 컨셉에 충실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 곡 'Feel The Same' 같은 경우가 슬로우 템포의 곡, 즉 발라드가 오는 구성에 포함된 곡이라 할 수 있는데, 들어본 이들은 알겠지만 이건 발라드라기 보다는 그냥 '슬로우 템포'다. 이건 아무래도 프로듀서의 역량이라 해야할텐데, 말도 안되는 발라드 대신 이런 슬로우 템포의 퀄리티 있는 곡을 삽입한 것은 이번 앨범의 쾌거다. 곡이 좋고 덜 좋고를 떠나서 말이다.




다음 곡 'Bring It Back'도 그렇고, 이번 앨범을 쭈욱 듣다보면 이제서야 이효리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모습이다. 즉 모든 대중을 다 끌어 안으려는 노력보다는 (이런 노력은 예능을 통해 필요 이상으로 하고 있지 않은가), 뮤지션 이효리로서는 좀 까칠하고 성격있는 캐릭터를 내세우려는 것이다. 사실 국내 정서상 친근한 이미지, 곡도 요정이 아니면 여전사(여기서 여전사는 요정이었기에 수긍이 된다)만 가능한 실정인데, 이 정상에 서 있는 이효리가 이른바 '껄렁한 언니' 컨셉으로 나서려는 것은 아마도 망설여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효리가 추구하는 장르는 힙합, 블랙뮤직이다. 요정으로서는 하기 힘든 장르라는 것이다. 이번 앨범은 여러번 이야기하지만 철저히 컨셉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앨범이기 때문에 좀 더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것이 더 많은 대중이 원하는 모습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뮤지션 이효리로서 가고 싶은 길이라면 여기에 만족하는 사람만 함께 가면 되는 것 아니겠나.

리쌍의 '게리'와 함께한 '그네'는 사실 살짝 위험한 곡이다. 뭐랄까 컨셉에서도 살짝 벗어나고 무언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을 대비해 준비한 느낌도 있는데 (더군다나 연막으로 먼저 공개하기도 했고), 여튼 살짝 위험하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는 'Scandal'이다. 곡도 괜찮지만 좋아하는 건 역시 그 가사 때문이다. 이효리가 자신을 둘러 싼 스캔들에 대해 시원스럽게 이야기하는 걸 들을 수 있는데, 곡 후반부에 스킷으로 들어간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 부분은 내가 다 후련하더라. 듣는 동안 나도 모르게 '씨익'하고 웃을 수 있었던 통쾌한 곡이었다. 그래, 이효리는 이래도 된다. 더 자유롭게 할말 하는 편이 좋다! 이번 앨범의 의외의 곡 중 하나는 대성과 함께한 'How Did We Get'이었다. 음악을 듣기전 대성이 피처링했다는 것만 보았을 때는, '야, 이거 패밀리 스타일로 웃고 즐기는 곡 아니야?' 했었는데 웬걸. 괜찮은 듀엣곡이 나왔다. 사실 많은 가수들이 앞선 분위기로 이런 관계를 이용하여 피처링 곡을 수록하곤 하는데, 이번에도 잘했다. 오히려 대성이 보컬이 빛나는 순간이다.





'Get 2 Know' 역시 효리의 앨범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컨셉의 곡인데,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지만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역시 앨범으로서 만족스러우려면 타이틀 곡 만큼이나 다른 곡들의 퀄리티가 받쳐 줘야하는데, H-Logic은 이런 점에서 충실한 앨범이다. 앨범의 마지막 곡인 'MEMORY' 역시 가장 위험할 수 있는 슬로우 템포의 곡이고 오버할 수 있는 곡이었는데, 깔끔하게 마무리 한 느낌이다. 확실히 이번에 참여한 프로듀서들은 블랙뮤직 앨범을 많이 들어본 티가 난다. 어떤 곡들을 어떻게 배치시키는 가를 봐도 말이다.

써놓고 보니 칭찬만 한 것 같지만 (워낙에 악플에 시달리는 그녀라 나라도 칭찬만 해야겠다는 일종의 '쉴드' 글이기도 하다), 칭찬 받을 만한 점이 분명한 앨범이었다. 이효리는 자신의 위치 때문에 그 동안 자유스럽지 못한 부분이 분명 있었는데, 이번 앨범 역시 100% 완벽한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자신에게 지워진 짐에서 해방되어 스스로 가고 싶은 길을 가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대중가수는 (특히 이효리 같은 위치에 있다면) 대중들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반대로 너무 의식하게 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 'H-Logic'은 그녀의 자유로움과 당당함을 엿볼 수 있어서, 팬으로서 만족스런 앨범이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R.I.P Nujabes
너무 일찍 가버린 천재 프로듀서


누자베스 (Nujabes)를 처음 알게 된 것도 따져보니 벌써 수년이 흘렀다. 한창 언더그라운드 힙합, 인스트루멘탈 음악에 빠져있을 때 Madlib과 그의 여러 프로젝트 앨범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 바로 누자베스의 음악이었다. 누자베스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편이다. 그 당시 처음 접했던 그 장르의 음악들이 대부분 그런 경향을 띄고 있기도 했지만, 누자베스의 음악은 단연 그 중 최고의 선율이었으며 범접하기 어려운 선구적인 완성도를 지니고 있었다. 힙합 음악이라는 것이 이렇게 감성적일 수도 있고, 다양한 음악들과 어울려 크로스오버를 넘어서, 완전히 새로운 장르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그를 통해 알게 되었다. 단순히 그의 음악을 적절한 샘플링과 다양한 장르의 이해 정도로 설명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하겠다.

물론 누자베스가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에도 가장 타 뮤지션들보다 잘했던 것은 이런 샘플링과 타 장르(특히 재즈)와의 결합을 들 수 있겠다. 그의 예전 앨범들은 지금와 들어도 굉장히 선구적인 것인 물론, 최근 나오는 비슷한 장르의 프로듀서들에게서도 좀 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결과물들이다. 그의 음악은 흑인 음악(힙합)이 꺼려지는 재즈 팬들에게 '아, 힙합이라는 음악이 단순히 과격한 랩만 있는 것은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으며, 재즈를 단순히 어렵게만 생각했던 힙합 팬들에게 '아, 재즈라는 것과 힙합이라는 것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음악이었구나'라는 것을 알려준 가교 역할을 한 음악이었다(하긴 따지고보면 힙합계에서 재즈라는 장르가 가까운 하나의 울타리로 여겨진 것은 오래 되었다 할 수 있겠다).

재즈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나 스스로가 범한 우를 지적하고 넘어가자면, 사실 흑인 음악은 들으면 들을 수록 힙합, 재즈, 블루스 등으로 구분하기가 매우 애매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 근원을 따지자면 이들 모두가 하나의 뿌리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각 장르마다 음악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동반된 뮤지션들의 앨범을 듣다보면, 결국 다 '흑인 음악'이라는 하나의 대장르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깊은 이해를 동반한 음반 가운데 최근 몇 년간 가장 뛰어난 앨범 중 하나가 바로 누자베스의 앨범들이었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흑인음악은 물론 다양한 뮤지션들과 장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해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누자베스의 음악은 그냥 어렵기만한 음악은 결코 아니었다. 자신이 아는 음악적 지식의 최고 수준을 가르치듯 펼쳐놓은 음악이 아니라, 마술 같은 비트 위에 리스너들이 쉽게 물들 수 있도록 비교적 친절하게 풀어놓은 선구자의 음악이었다.

개인적으로 힙합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찔끔거린 것은 그의 음악이 아마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뭐랄까, 누자베스의 음악은 따스함으로 감동 받게 하는 그런 음악이었다. 여러 음악적 기교 역시 훌륭했지만 그런 음악적 퀄리티를 담아낸 그릇은 참으로 따스한 감수성이었다. 빠른 비트와 랩 플로우로 진행되는 곡들도 베이스에는 따스함이 존재한다. 그래서 누자베스의 음악을 떠올리면 항상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볕 좋은 오후' 같은 평화로운 그림이었던 것 같다.

그런 누자베스의 사고 소식이 오늘 들려왔다. 교통사고라길래 처음에는 그냥 사고 소식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사망이란다. 며칠 전 에픽하이의 새 앨범을 이야기하면서 누자베스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또 그에 대한 글을 쓰게 될지는 몰랐다. 그의 사고 소식에 혼란스러워하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CD장의 그의 앨범을 찾아보았는데, 제법 많이 있다고 생각했던 그의 앨범을 딱 두 장밖에는 소장하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왠지 떠난 그에게 미안함이 들었다. 그의 음악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제 내 손에 남은 건 저 두 장의 앨범 뿐이라는 사실이 왠지 쓸쓸하다.

정말 보석같은 많은 곡들이 있지만, 슬픈 곡 보다는 무한한 희망을 느낄 수 있었던 'Modal Soul' 앨범의 마지막 수록록 'Horizon'을 남겨본다. 이제 이곳이 아니라 지평선 저 너머에서 편히 쉴 그를 추억하며.


Rest In Peace.
Nujabes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LAMP(ランプ) 내한 콘서트 ‘봄의 환상(幻想)’ 후기
부제 : 이런 수줍은 봄의 전령들 같으니라고;;


생일이자 일요일이었던 지난 14일, 최근 앨범을 즐겨 듣고 있던 일본 밴드 LAMP(ランプ)의 내한공연에 초대 받아 생일선물 겸, 오랜만에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LAMP의 음악을 이전에도 몇번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사실 제대로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들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은 이번 뿐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최근 앨범이어서인지 지난 앨범들과 비교해도 이번에 파스텔뮤직을 통해 라이센스된 앨범 'ランプ幻想(램프환상)'은 가장 와닿는 앨범이었다. 공연과 앨범 리뷰를 겸한 글이지만 공연장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공연 컷이 추가되지 못한 점이 살짝 아쉽기도 하다(그런데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공연은 정말 정신이 없고 통제 불가능 상태이긴 하다;).





먼저 공연 얘기를 해보자면, '루싸이드 토끼'의 오프닝 공연으로 시작된 LAMP의 라이브는 시종일관 활기차면서도 따스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아, 그전에 오프닝을 장식한 루싸이드 토끼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라이브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첫 곡으로 커버한 Jamiroquai의 'Love Foolosophy'는 평소에도 좋아하는 곡이라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편곡된 무대가 인상적이었고, 이후 들려준 그녀들의 곡도 어쿠스틱 기타 한 대와 보컬만의 소박한 구성과 분위기가 인상적인 음악들이었다.





지난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 LAMP의 무대는 비교적 멘트 없이 빠르게 연결되었다. 특히 곡과 곡 사이의 텀은 박수를 충분히 칠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급하게 연결되는 부분도 많았는데, 이것도 다 이들의 수줍음 때문이리라. 의외로 드럼과 퍼커션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곡들도 많았고 빠른 리듬의 곡들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빠른 리듬의 곡들은 정말 이제야 봄을 제대로 느껴볼 만한 따스함을 가득 담고 있었다(이 날도 비가 왔고, 오늘은 갑자기 겨울 날씨로 눈이 올지도 모르는 이 요상한 3월 날씨에, 음악으로 나마 봄을 느껴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역시 LAMP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박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의 곡들이었다. 어쿠스틱 기타 혹은 건반과 아코디언, 플룻 등으로 이뤄진 곡들은 사카키바라 카오리의 속삭이듯 보컬과 나가이 유스케의 보컬과 만나, 다시 한번 객석을 또 다른 봄으로 빠져들게 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음반으로 들을 때는 단순하게 카오리의 보컬이 더욱 기억에 남았었는데, 공연에서는 나가이 유스케의 보컬이 더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많은 곡들이 다 좋았지만 특히 나가이 유스케가 어쿠스틱 기타 하나 매고 들려준 '密やかに'의 무대가 참 인상적이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이기도 하거니와 이 곡을 들을 때 만큼은, 다른 장치들 없이도 완전하게 기타와 보컬에게만 빠져들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이번 공연은 초중반까지는 이전 앨범들의 수록곡을 주로 들려준 반면, 중반 이후 부터는 이번 앨범의 곡들을 주로 들려주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앨범을 인상 깊게 들어서인지 중후반부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재 LAMP는 새 앨범 작업 중이라고 했는데, 작업 중인 신곡들도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첫 라이브 무대라며 서투른 영어로 이야기하던 그들의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




공연 내내 느껴진 LAMP의 인상은, 매우 수줍다는 것이었다. 자신들끼리 일본어로 이야기할 때 조차 몹시도 수줍어 하며 말을 아끼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그들의 소박한 음악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LAMP는 공연장을 한껏 봄의 활기찬 기운으로 들뜨게 했다가도 다시 낮잠을 부르는(좋은 의미로) 안락함을 주었다가, 새벽의 어슴푸레함을 전하는 등(하지만 따스한), 여러가지 모습의 봄의 환상을 들려주었다. 아, 그리고 환상과 더불어 여러가지 다른 꿈의 환상도 들려주었다. 앞서 언급한 낮잠과 같이 달콤한 꿈과 백일몽 같이 환상에 빠져드는 꿈, 그리고 현실을 꿈처럼 만드는 꿈까지.

그러고 보니 LAMP가 말하는 '봄의 환상'이란 결국 '꿈'이 아닐까도 싶다.




LAMP의 네 번째 앨범 '봄의 환상'은 듣는 순간 쉽게 빠져들만한 음악을 수록하고 있다. 그것이 봄이 되었건, 꿈이 되었건 LAMP가 전하는 환상은 은근한 매력이 있다. 현재 일본에서 녹음 중인 그들의 새로운 음반에는 또 어떤 환상이 담겨있을지, 이번 앨범과 공연으로 더욱 기대가 되는 바이다.

급작스럽게 겨울로 돌아간 듯한 우리의 3월. 봄의 전령사 LAMP로 한층 따듯해졌음에 감사한다.
에잇, 이런 수줍은 봄의 전령들 같으니라고;;;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버벌진트 - The Good Die Young
대중을 포용하려는 버벌진트의 음악


사실 '버벌진트'라는 이름을 들은지는 매우 오래된 편인데, 그의 대한 첫 느낌이라면 '솔로 앨범은 과연 언제나올까?' 싶을 정도로 오버그라운드 힙합 뮤지션들의 앨범에서 종종 피처링으로 만나볼 수 있는 MC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의 첫 솔로앨범이 발매된게 2007년이니 어쨋든 '버벌진트'라는 이름을 알아온 것은 제법 오래된 듯 하다. 하지만 정말 '알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버벌진트의 음악을 들어본 건 솔직히 이번이 거의 처음이었다. 음악을 듣는 취향은 어떤 사이클이 있기 마련인데, 버벌진트를 처음 알았을 때는 한참 해외에 다양한 음악분을 섭취하느라 미처 들어보질 못했었고, 몇년 전 부터 시작된 Soul Company를 비롯한 국내 인디 힙합씬의 음악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면서, 결국 그 관심은 버벌진트에게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그렇게 큰 기대없이 듣기 시작한 그의 앨범 'The Good Die Young'은 언더 힙합 리스너들에게도 '큰' 디스 없이 즐길 만한 월메이드 힙합 음반이었다.





사실 단순히 포지셔닝에 따라 뮤지션을 언더와 오버로 구분하는 것은 우습지만(인디의 개념은 이것과는 다르다), 어쨋든 요 몇년 사이에 국내 힙합씬은 언더와 오버의 거리가 상당히 많이 좁혀졌다. 랩을 하는 댄스는 모두 힙합으로 오인 받던 시절을 떠올려본다면 천지가 개벽할 정도다. 어쨋든 무브먼트 같은 크루는 이런 거리를 좁히는데 어찌되었든 큰 역할을 했고, 언더 씬에서 활동하는 수 많은 창조적인 MC들이 오버 뮤지션의 앨범에 피처링으로 그리고 프로듀서로 참여하게 되면서 점점 그 입지를 넓혔다. 이번 버벌진트의 앨범은 이런 선상에서 양쪽을 다 그럭저럭 만족시켜 줄만한 괜찮은 앨범이 아닐까 싶다.





휘성이 피처링한 '무간도(無間道)'는 그런 좋은 예 중 하나이다. 피처링을 맡은 휘성도 휘성이지만 곡의 분위기 자체가 가요 앨범에 이른바 '타이틀 곡' 느낌이 단 번에 느껴지는 곡으로서 (이것은 단순히 나쁘다는 표현은 아니다) 일렉트로닉한 사운드 역시 대중적인 느낌이 강하다. 현재 힙합씬에서 유행하는 요소들은 적절히 배치하고 있는 동시에 너무 오버하지 않는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드는 곡이다.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지만 휘성 이라는 뮤지션의 네임벨류와 더불어 좀 더 많은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만한 곡이 아닐까 싶다.

'Inspiration'은 가사도 소박하고 분위기도 상콤한 곡이다(물론 가사가 꼭 상콤하지 만은 않다;;). 어찌보면 힙합 에서는 매우 익숙한 소스들과 전개인데 나름의 분위기로 잘 소화한 느낌이다. The Quiett이 피처링한 'Searchin''은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는 좀 심심한 편이다. 콰이엇의 라임은 나쁘지 않지만 약간 계속 중첩되는 느낌이 강하다. 콰이엇의 곡에 아쉬움이 느껴지는 건, 다 콰이엇에 대한 기대 탓일터.





'을지로5가 (양고기 찬가)'는 별다른 꾸밈 없이 무거운 비트에 랩이 실린 곡인데, 힙합 음반을 많이 들어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여느 힙합 음반에 꼭 한 곡씩은 포함되곤 하는 분위기의 곡이다. ' Yessir'은 제목을 보는 순간 페럴이 자연적으로 떠올랐는데, 뭐 꼭 그런 분위기만은 아니더라(그런데 들으면 들을 수록 그런 끼가 보이기도 한다;). 피처링을 맡은 조현아의 경우 얼핏 한 귀로 흘려들으면 '정인'으로 오해하겠더라. 그리고 이 곡 가사에는 또 한번 '양고기'가 등장하는데 정말 버벌진트는 양고기를 찬양하나보다 싶기도 했다 ㅋ

'Ordinary'는 리스너들이 좋아한다기보다는 곡을 만든 그들의 취향이 더 반영된 곡이 아닐까 싶은데, 앞서 대중적인 곡들이 많았으니 이 쯤에서 이런 곡의 수록에 놀랄 것은 없겠다. 좀 더 매드한 힙합을 즐기는 이들에게 권하고픈 곡이다.




'Check the Rhime'은 자전적인 가사 내용을 담고 있는데, 버벌진트의 먼 역사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가까운 역사까지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곡이었다.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는 개인적으로 예전에 같은 반 친구들과 많이 했던 게임과 비슷해서(그렇지 않지 않진 않어;;;) 나름 인상적이었는데, 이걸 끝까지 한 곡의 호흡으로 가져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R.E.S.P.E.C.T.'는 제목 그대로 자신이 존경하는 뮤지션들에게 리스펙트를 바치는 곡인데, 디스로 유명해진 버벌진트라는 점에서 새롭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가사를 잘 들어보면 기존에 '디스 = 버벌진트'라는 이미지를 억울해하는 동시에 여전히 리스펙트할 가치가 없는 x들이 있다는 식이라 완전히 다른 버벌진트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ㅎ




타이거 JK가 피처링한 '나쁜 교육'은 가사 자체의 주제 의식도 강하고 분위기도 무거운 편이지만, 비트는 오히려 조금 심심하고 곡의 전체적인 느낌도 조금 장황한 느낌이다.

마지막 곡 까지 들어본 느낌은, 인디 힙합 앨범들이 후반부로 갈 수록 힘을 쉽사리 잃지 않는 것과는 달리 초중반까지는 신선함을 갖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후반부로 갈 수록 약간 힘이 부치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맨 처음 이야기한 것처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앨범의 색깔은 '2009년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으로 대변되듯이, 일반 가요 팬들과 일부 힙합 리스너들에게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 괜찮은 앨범이 아닐까 싶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Nine _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뮤지컬 특유의 리듬이 살아있는 앨범


롭 마샬 감독의 뮤지컬 영화 <나인>은 영화를 보는 순간 사운드트랙의 구매를 떠올렸던 작품이었다. 영화의 호불호를 떠나서 (지난 번에 리뷰를 통해 밝혔던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본 매우 극소수 중의 한 명이다;;;) 무대 뮤지컬의 호흡과 더불어 정상급 배우들의 연기만큼 만족스런 노래를 만나볼 수 있는 <나인>의 사운드트랙은 단일 앨범으로도 제법 완성도가 있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사운드트랙 가운데는 작품과 연관시키지 않으면 별로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 앨범이 있는 한편, 앨범 자체로도 독자적인 성격을 내는 앨범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개인적으로는 전자를 선호!), <나인>의 사운드트랙은 뮤지컬 영화임에도 후자의 성격이 좀 더 강한 편이라고 하겠다.




<나인>은 오프닝부터 임팩트 있는 선율을 들려준다. 'Overture Delle Donne'는 오프닝 치고는 상당히 극적인 편인데, 특히 여성 합창단이 부르는 코러스 라인이 인상적이다. 사실 이 코러스 라인에 매혹되어 이 앨범을 구매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별 것 아닌것 같지만 이탈리아라는 나라 특유의 분위기와 더불어 극의 초반 설정을 무리없이 전하는 곡으로, 영상 없이 듣기에도 괜찮은 곡으로서 후반부의 케이트 허드슨의 곡과 함께 가장 많이 듣는 트랙이라 하겠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부르는 'Guido’s Song' 은 그 치고는 상당히 얌전한 곡이다. 그리고 상당히 장난스런 곡이기도 하다. 평소 영화 속 그를 떠올린다면 목에 핏대 세우며 힘주어 열창 할 것 같지만, 이 곡은 상당히 장난스럽고 편하게 부른 편에 속한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많은 관객들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던 페넬로페 크루즈의 'A Call From The Vatican'은 그녀의 귀여운 영어 발음과 더불어 섹시함이 묻어나는 매력적인 트랙이다. 물론 곡도 매력적이지만 역시 이곡의 매력을 100% 느끼려면 영화 속 장면과 함께 해야 함은 두말 하면 잔소리일듯.




블랙 아이드 피스의 퍼기가 부른 'Be Italian'은 가장 뮤지컬스러운 시퀀스이자 곡이다. 영화 리뷰를 하면서 퍼기에게 무리하게 연기를 강요하지 않고, 뮤지컬의 영역에서만 활약하도록 둔 것이 참 잘한 결정이란 얘기를 했었는데, 뭐 가수답게 강약을 자유롭게 조절하며 파워풀한 보이스를 들려준다. 마리온 꼬띨라르의 'My Husband Makes Movies'는 잔잔하면서도 멜로디 라인이 상당히 대중적인 곡인데, 마리온 꼬띨라르의 가창력을 엿볼 수 있다. 참고로 차우진씨는 음반 속지를 통해, '<라비앙 로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답게...가창력을 선보인다'라는 식의 표현을 자주 쓰셨는데, 잘 아시다시피 <라비앙 로즈>에서 마리온 꼬띨라르는 직접 노래하지 않고 '립싱크'로만 연기를 했었다. 워낙에 리얼한 연기라 많은 이들이 속아넘어간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어쨋든 그녀의 노래 실력을 <라비앙 로즈>와 연결 시킨다는 것은 조금 무리인듯;; (참고로 립싱크 연기를 했음에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더욱 이색적이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런 트랙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오프닝 곡과 함께 케이트 허드슨이 부른 바로 이 곡 'Cinama Italiano'를 들 수 있겠다. 이 곡은 상당히 흥겨운 리듬 속에서도 이탈리아어 특유의 억양을 잘 살린 가사와 운율이 돋보이는 곡인데, 케이트 허드슨의 노래 실력도 인상적이다. 특히 '귀도, 귀도귀도'하는 후렴구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니콜 키드먼의 'Unusual Way'는 차분한 곡임에도 오히려 너무 뮤지컬스러운 곡이라 할 수 있는데, 키드먼의 무게 있는 나즈막한 보이스가 인상적이다. 'Take It All'에서 마리온 꼬띨라르는 앞선 곡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들려주는데, 브라스 파트의 반주가 '끈적함(?!)'을 더한다. 어느 곡이 안그렇겠지만서도 이 곡은 꼭 밴드와 함께 라이브로 들어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드는 곡이었다.




참고로 'Guarda la Luna', 'Cinema Italiaon' , 'Take It All' 이 3곡은 영화만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곡으로서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과 곡이었다(하지만 그 반대로 오리지널에는 있었지만 영화화 과정에서 빠지게 된 곡도 있다). <나인>의 사운드트랙은 영화를 인상깊게 본 이들이라면 추후 발매될 DVD/BD와 함께 필 구매 타이틀임은 물론, 평소 뮤지컬 사운드트랙에 관심이 많은 음악팬들에게도 한 번쯤 권해볼 만한 음반이 아닐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Al Green
Lay It Down


이 앨범이 발매된지는 사실 오래되었지만 한동안 수입반 재고가 없어서 구매를 못하고 있다가 두 달 전쯤인가 입고되자마자 바로 질렀던 그 앨범. 알 그린의 이번 앨범은 두 말 할 것 없는 최고의 앨범이다. 이 앨범을 늦었지만 소장하게 된 것은 올해에 가장 잘 한 일중 하나이며, 내 아이폰에 담긴 수 많은 앨범 중에 유독 자주 듣게 되는 앨범이기도 하다. 몇 일 전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알 그린이 있어 따듯하기만 했다.






Belle and Sebastian
The BBC Sessions


분명 이들이 데뷔했을 때부터는 아니었는데, 언제부턴가 벨 앤 세바스찬의 앨범은 꼬박꼬박 챙겨 듣게 되었던 것 같다. 이번 앨범 역시 별 고민없이 집어 들었는데, 고민할 필요 없었다는 건 사실로 드러났다.






Alicia Keys
The Element of Freedom


알리샤 키스는 내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하는 뮤지션 중 하나이다. 알리샤 키스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매번 여성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지난 앨범에 비해 임팩트가 조금 부족한 것도 사실인데, 다음 앨범이 벌써 부터 기다려지는 것은 이런 양면적인 이유 때문이리라.





John Mayer
Battle Studies


존 메이어는 물론 데뷔 당시부터 '천재'소리 듣던 뮤지션이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 차원 높은 뮤지션으로 거듭난 것 같다. 곡을 만드는 능력 외에 기타리스트로서의 면모도 지속적으로 들려주고 있는 그의 이번 앨범도, 역시나 베스트다.





김책 정재일
The Methodologies

사실 지인에게 이 앨범을 소개 받기 전에는 발매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하던 앨범이었는데, 만약 소개 받지 않았더라면 참으로 후회스러웠겠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든 귀한 앨범이었다. 아이돌이 지배하는 국내 음반 시장에서 이런 프리 재즈 앨범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과 박수를 보내는 동시에, 단순히 어려워서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더 설득력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 말재주가 아쉬울 뿐이다. 정재일의 음악활동은 언제나 응원하고 있다.






Evangelion : 2.0 - You Can (Not) Advance

아마 <에반게리온 : 파>를 본 이라면, 자연스레 이 앨범에 손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비록 Beautiful World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말해 무엇하랴. <에반게리온 : 파>인데.






잔혹한 천사의 테제 (2009 ver)
(残酷な天使のテーゼ)

이 앨범은 '파' 사운드트랙을 사려고 들어갔다가 우연히 검색에서 걸린 에바 음반이라 할 수 있는데, 제목처럼 에반게리온 TV시리즈의 오프닝 곡인 '잔혹한 천사의 테제'의 2009년 버전이 수록되어 있다. 원곡만한 편곡은 없다는 진리를 확인시켜준 버전이긴 하지만, 말해 무엇하랴. <에반게리온>인데.






바람의 검심
(るろうに剣心 -明治剣客浪漫譚)

며칠 전 신촌에 새로 생긴 북오프에 갔다가 덥썩 집어온 앨범. <바람의 검심>사운드트랙은 언젠가 하나쯤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이 앨범이 되었다. 켄신 관련 다른 음반들도 있었지만, 가능하면 리믹스 버전이 수록된 앨범보다는 오리지널이 수록된 앨범을 고르다보니, 이 앨범을 선택.





모노노케 히메 
(もののけ姬)

<모노노케 히메 (원령공주)>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이미 소장하고 있지만, 예전부터 아시타카가 음반 표지 모델인 이 음반을 구매하고 싶었었는데, 역시 북오프에 들렀다가 충동구매 하고 말았다. 원곡과는 조금씩 악기 사용이나 편곡이 다른 곡들과 새로운 곡들이 담긴 음악들도 좋고, 무엇보다 저 자켓 이미지 만으로도 200% 만족스럽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아마도 마이클 잭슨의 팬들에게는 그가 남긴 가장 큰 선물이 되었을 영화 <디스 이즈 잇>의 사운드 트랙 역시 팬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일찌감치 구매를 했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소니뮤직에서 발매된 이번 디스 이즈 잇 앨범은 얼핏봐선 (물론 잭슨의 최근 음반을 구매하셨던 분들께서는 '얼핏'봐도 100% 파악이 가능하실테지만;;) 2CD로 발매된 일종의 '디럭스 에디션' 쯤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역시 기존 소니뮤직에서 발매된 마이클 잭슨의 음반들처럼 음반의 퀄리티 보다는 상술에 기댄 음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구매할 수 밖에는 없었죠(이걸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소니뮤직은 역시 -_-;;). 일단 안좋은 얘기를 한 김에 마무리 짓고 가보자면, 기존 소니뮤직에서 출시된 마이클 잭슨의 음반들은 그야말로 '사골'기 넘치는 음반들로 우려먹기에 레퍼런스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였는데, 이번 '디스 이즈 잇' 앨범은 그 중에서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들 정도의 퀄리티입니다. 일단 첫 번째 CD에 수록된 16곡 가운데 14곡은 기존 잭슨의 곡들인데 혹시나 영화 속 처럼 리허설 때 부른 버전이 수록된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도 해보았지만 ('I Just Can't Stop Loving You'같은 곡이 리허설 버전으로 실렸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말이죠 ㅠ), 역시나 기존 앨범에 수록된 버전 그대로 담겼고 신곡인 This is it의 경우 오케스트라 버전을 추가하여 두 곡이 수록되었는데, 일단 이 오케스트라 버전이라는 것이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기존 마이클이 생존에 들려주었던 다양한 리믹스와 비교하자면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This Is It'은 곡 자체로도 완전한 신곡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미공개 곡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폴 앵카와 관련하여 저작권 문제도 완전하지 않으며 (저도 첨에 이 소식이 알려졌을 때는 '아...폴 앵카, 저 다 누리신 할아버지가 보기 안좋네'하며 혀를 찼었는데 좀 알고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어느 정도 문제가 있긴 한 것 같더라구요), 마이클 잭슨 본인이 별로 공개되길 원하지 않았던 곡이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곡에는 백보컬로 잭슨즈가 참여하고 있는데, 마이클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확실히 아주 예전에 녹음된 듯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소니 측에서는 정확한 녹음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여튼 완벽주의자인 마이클 잭슨의 생전이었다면 아마도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2번째 디스크에는 몇몇 데모 버전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데모(demo) 버전이라는 것 역시 어쩌면 상술에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기존 소니에서 발표된 각종 디럭스 버전에 수록된 데모 버전들도 그러한데, 마이클 본인이 수록을 원했다기 보다는 소니 측에 음원의 권리가 (음반으로 발표할 수 있는 권리)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항상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려 했던 마이클이 이렇게 대충 가이드 하듯 부른 데모 버전을 자의로 수록했다고는 보기 어렵거든요. 팬들에게 이런 숨겨진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기도 하지만,  어느 것이 더 마이클을 위한 것이냐를 따져보았을 때 좀 더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곧 블루레이로도 출시될 예정이라는 광고 문구! 뭐 블루레이야 무조건 필구죠!







사실 수록곡들에 대한 (신곡이나 미공개 곡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퀄리티 면에서 많이 떨어지는 이번 앨범 수록곡에 크게 실망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이젠 너무 상술에 익숙해졌나봐요 ㅠ). 이번 앨범은 분명 컬렉팅 하는 입장에서 구매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의미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래도 부클릿의 종이 질이나 잭슨이 마지막 모습 덕분에 여러 불매할 만한 이유가 있음에도 그럭저럭 만족한 앨범이었던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음반의 이미지는 직접 촬영하였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다이나믹 듀오 (Dynamic Duo) - 5집 - Band Of Dynamic Brothers

01. 그림에 떡(dynamic sinsa rangers)
02. 돈이다가 아니야(get money) feat. 강산애
03. 두꺼비집(one more drink) feat. 0cd
04. 잔돈은 됐어요(keep the change) feat. Garie of leessang, bumky of komplex
05. 죽일 놈(guilty)
06. 왜 벌써가(be my brownie) feat. Bumky of komplex
07. biggestmagicalvision
08. 불꽃놀이(fireworks)
09. 사우나(sauna) feat. e-sens of supreme team
10. 월광증(moonstruck) feat. Simon D
11. 퉁 되는 brothers(the toong bros) feat. Topbob of komplex
12. ugly
13. 끝(apoptosis)
14. 청춘(spring time) feat. 김C


1. 리쌍의 신보에 이어서 또 한 번 반가운 국내 힙합 신보를 만날 수 있었으니 그들은 다름 아닌 개코와 최자. '다이나믹 듀오'. 뭐 힙합 팬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들의 음악을  CB MASS 때부터 좋아하시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CB MASS보다는 다듀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여기에는 물론 이 둘 말고 다른 멤버가 저의 여신 효리양과 사귀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니 맞아요).

2. 이번 다듀의 신보는 잘 알려졌다시피 군대가기 전에 마지막 정규 앨범으로서 팬들과 다듀 스스로에게는 좀 더 의미가 큰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죠. 평소에 센스 만점인 이들이 입대라는 사건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었지만, 역시나 센스 만점인 자켓 이미지나 마지막 무대였던 M.NET무대의 피날레를 군인들에게 끌려가는 퍼포먼스로 마무리 한 것은 정말 기가 막혔던 것 같습니다. 무대에 와있던 십대 소녀들은 '뭥미?'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그들의 팬이자 전후사정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역시 다듀!' 했던 퍼포먼스 였습니다. 아, 그리고 이 자켓은 얼핏보면 그냥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군입대를 다큐 스타일로 패러디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잘 보면 이 것 외에도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프라모델의 대표회사인 '아카데미'의 프라모델을 패러디한 디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실제로 저런 밀리터리 프라모델 들을 참 많이 가지고 놀았던 저로서는 딱 보는 순간 '엇, 아카데미!' 했지요 ㅎㅎ

3. 다듀의 음반을 들을 때 마다 매우 새삼스럽게 느끼는 거지만, 개코의 목소리는 정말 보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리쌍의 게리의 목소리도 그렇지만, 개코의 목소리는 아마도 지금보다 플로우가 좋지 못했더라 하더라도 충분히 인상적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 독특한 보이스 컬러 만으로도 절반 이상의 퀄리티를 들려준다 해야겠죠. 비슷한 비교대상이 없다는 것 만으로도 개코의 랩은, 다듀의 음악은 강점을 갖는다 생각되네요.

4. 다듀는 플로우도 정말 좋지만 가사 역시 정말 좋은 힙합 뮤지션이죠. 리쌍의 가사가 굉장히 구구절절 현실적이라면 다듀의 가사는 현실적이면서도 센스가 넘친 달까요. 비슷한 나이의 리스너라면 너무도 쉽게 공감할 만한 내용들을 맛깔나게 풀어내는 동시에, 마치 인터넷에서 센스 넘치는 카툰을 보았을 때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것처럼, '아, 맞아, 그랬었어'라고 공감하게 되는 공감대와 세련됨을 동시에 갖춘 가사인 것 같아요.

5. 자꾸 리쌍과 비교해서 좀 그렇지만, 적어도 피처링 요소만큼은 다듀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싶네요. 강산에가 참여한 ''돈이다가 아니야' 같은 경우 완벽히 강산에의 독특한 보컬이 다듀의 음악에 스며든 느낌이고, 마지막 트랙인 '청춘'의 경우 원곡이 뜨거운 감자의 곡이긴 하지만 다듀 만의 느낌으로 완벽히 편곡된 경우죠.

6. 다듀가 카니예 웨스트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들어왔었는데, 이번 앨범에도 칸예의 색깔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네요. '두꺼비 집' 같은 경우는 시작부터 완전 칸예 스타일이죠. 칸예 앨범에 수록되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말이죠 ㅎ

7. 이번 앨범에서 딱 듣는 순간 '이게 바로 다듀 스타일이다'라고 느꼈던 곡은 바로 '잔돈은 됐어요'죠. 한 때 국내 힙합은 너무 라임(각운) 맞추기에 열을 들여서 촌스러움을 그대로 드러냈는데, 이 곡에서도 잘 드러나지만 그냥 이야기를 술술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라임은 다 포함하고 있는 매우 세련된 곡 구조를 보여주죠. 이 곡은 또한 완벽한 컨셉 곡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상황에 맞는 가사와 한 명 씩 치고 빠지는 구조가 완벽한 곡으로서, 개인적으론 이번 앨범에 베스트 트랙으로 꼽고 싶습니다.

8. '왜 벌써가' 같은 곡도 상당히 세련된 느낌인데, 세련되었다는 것은 잘못하면 해외의 어떤 어떤 곡과 비슷하다는 느낌과 직결되어 있기도 한 듯 합니다. 사실 이런 분위기의 힙합 곡은 상당히 많거든요. 힙합을 조금이나마 들으셨던 분들이라면 '오~ 다듀가 세련되게 만들었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너무 익숙하다'라고 느끼기도 할 듯 싶네요. 그 정도를 다듀는 비교적 잘 지키는 편이라고 생각되는데, 매번 아슬아슬 한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이런 아슬아슬함을 잘 보완해주는게 바로 유니크한 가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구요.

9. 매번 그랬던 것처럼 이번 앨범에서도 역시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려는 다듀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그저 말랑한 힙합과 강한 힙합만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와의 결합으로 (또한 그에 어울리는 가사로)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하고 있는데, 몇몇 곡은 장르에 취한 나머지 좀 심심한 느낌이 있기도 하지만, 모든 트랙을 킬링 트랙으로 만들 필욘 없잖아요 ㅎ

10. 어쨋든 매 앨범 빼놓지 않고 들었던 다이나믹 듀오의 음악을 몇 년간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좀 허전한 마음이 벌써부터 몰려오네요. 그런데 한 편으론 벌써부터 군대 제대하면서 센스 넘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그들이 떠오르네요! (아니 휴가 나와서 휴가 퍼포먼스를 웹상에서라도 보여줄라나요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리쌍 _ 6집 - Hexagonal


01. Intro[HEXAGONAL] (Feat. Enzo.B)
02. 우리 지금 만나 (Feat. 장기하와 얼굴들)
03.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Feat. 정인)
04. Carousel (Feat. 이적)
05. 변해가네 (Feat. 정인)
06. 부서진 동네 (Feat. Lucid Fall)
07. 일터 (Feat. Bizzy)
08. Journey (Feat. Casker)
09. Dying Freedom (Feat. 김바다)
10. skit-벌칙
11. 운명 (Feat. Malo)
12. Canvas (Feat. Tiger JK, Dynamic Duo, Bizzy)
13. Run (Feat. YB)
14. To. LeeSSang
15. skit-내 몸은 너를 지웠다
16. 내 몸은 너를 지웠다 (Feat. Enzo.B)



1. 리쌍은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국내 오버그라운드 힙합씬에서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고 꾸준히 좋은 앨범을 들려주고 있어, 매 앨범마다 출시일에 꼭꼭 음반을 챙겨 들었던 팀 중 하나입니다. 사실 그들의 음악을 나름 좋아했었기에 최근 예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길의 모습을 볼 때면 재밌는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뮤지션으로서의 포스를 잃은 것 같아(아니 다른 사람들이 잘 못알아볼까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죠.

2. 실제로 최근 리쌍의 새앨범과 관련된 글들을 보다보면 글이나 리플들을 통해 '무한도전에 길이 리쌍이었어?'하는 반응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더군요. '윤종신이 가수였어?'하는 반응들과 같이, 이런 반응들을 보면 사실 예능인보다 뮤지션으로 먼저 알았던 이로서는 당황스럽고 안타까운 것이 사실인데, 온전한 '리쌍'이 아닌 '무한도전으 길이 멤버로 있는 리쌍'으로만 받아들여질까봐 걱정되기도 하네요.

3. 힙합 앨범의 특성상 피처링이 많기는 하다지만(사실 리쌍의 경우는 다른 힙합팀들과는 다르게 피처링 없이도 보컬이 포함된 곡을 완성시킬 수 있는 팀이죠. 길은 래퍼라기 보다는 거의 보컬에 가까우니까요), 이번 리쌍의 신보는 이것이 과연 리쌍의 앨범인지 V.A(Various Aritsts)의 앨범인지 모를 정도로 피처링이 많습니다, 아니 스킷과 14번 트랙 'To. LeeSSang'을 제외하면 전부 피처링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4. 개인적으로 피처링이라는 것은 잘 쓰면 약이 되지만 과하게 쓰면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리쌍의 앨범은 이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몇몇 곡은 피처링 아티스트와 리쌍의 음악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도 하지만, 일부 곡들은 리쌍의 곡에 다른 아티스트가 피처링 했다기 보다는 다른 아티스트의 온전한 곡에 오히려 리쌍이 피처링한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특히 장기하와 얼굴들과 함께한 '
우리 지금 만나'의 경우가 가장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거야말로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에 리쌍이 피처링한 곡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리쌍의 음악에 장기하의 색깔이 더해지면 어떨까를 기대했었기 때문에 그 반대의 경우라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5. 거의 반은 리쌍의 멤버라고도 볼 수 있는 정인과 함께한 '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의 경우, 여전히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어딘가 너무 익숙한 느낌인 것도 사실입니다. 베이스가 되는 리듬은 자신들의 곡인 'Rush'와 크게 다르지 않고, 전체적인 곡 구성과 스타일은 JAY-Z의 'Song Cry'라고 할 수 있거든요. 물론 이런 스타일의 곡들 가운데 과연 어떤 곡이 'Song Cry'의 구성과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도 있겠지만, 무언가 더 새로운 정인과의 호흡을 원했던 팬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네요.

6. 이적과 함께한 '
Carousel'은 레드제플린의 유명한 곡인 'Stairway to Heaven'의 코드구성을 따라가고 있는데, 깔리는 빗소리와 이적의 보컬이 잘어울리는 편입니다.

7. 리쌍의 앨범을 비롯한 힙합앨범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플로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진솔하고 솔직한 가사 때문이기도 한데, 특히 게리가 쓴 가사들은 참 '날 것'의 느낌이 나서 좋아하는 편이죠. 이번 앨범에서도 게리의 현실적이고 날 것 느낌나는 가사는 여전하네요. 몇몇은 수위를 넘나들기도 하는데, 특별히 못할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사실 10대 걸그룹들이 쏟아내는 성적인 은유의 가사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8. 루시드 폴과 함께한
'부서진 동네' 역시 루시드 폴의 인상이 너무 강한편이긴 합니다. 루시드 폴의 음악을 워낙에 좋아하는터라 개인적으론 좋았지만, 앨범이라는 측면에서는 장기하의 곡처럼 너무 독립적인 컨셉이 아니었나하는 생각도 드네요.

9. 그 외에, 공개된 이후 가장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마지막 곡 '내 몸은 너를 지웠다' 같은 경우 리얼한 19금 가사와 찐득한 곡의 분위기가 조화를 이뤄 색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는데, 이 곡에서 게리의 랩은 거의 내레이션에 가깝더군요.

10. 개인적으로 이번 리쌍의 앨범은 새 앨범을 기다렸던 팬으로서는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리쌍의 느낌보다는 피처링한 뮤지션들의 분위기가 더 인상깊게 와닿은 탓에 리쌍의 앨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유니크한 맛이 조금 덜했고, 각자의 색깔들이 다들 너무 다른 탓에 앨범에 타이틀로서 확 오는 1,2곡이 없었다는 것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구요.

11. 어쨋든 오랜만에 TV에서 라이브하는 리쌍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얼마전 놀러와를 보니 게리도 예능을 탐내고 있던데 무대에서의 포스는 남겨두었으면 좋겠어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John Frusciante _ The Empyrean

01. Before the Beginning
02. Song to the Siren
03. Unreachable
04. God
05. Dark/Light
06. Heaven
07. Enough of Me
08. Central
09. One More of Me
10. After the Ending


많이 늦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Red Hot Chili Peppers)의 기타리스트이자 솔로 뮤지션으로서도, 그리고 무엇보다 한 명의 기타리스트로서 많은 록 음악 팬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존 프루시안테(John Frusciante)의 새 앨범 'The Empyrean'에 관한 글 말이다. 사실 앨범 발매 당시에는 국내에 수입된 물량도 적었거니와 1차 수입 시기를 놓쳐 한 동안 기다려야만 했기에 실제로 음반을 손에 넣을 수 있던 것은 발매된지 몇 달 뒤었으며, 그로 부터 또 몇 달이 흐른 뒤에야 짧게 나마 글로 정리해보게 되었다.




일단 인상적인 자켓 이미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실제로 존 프루시안테의 이전 솔로 앨범 자켓들은 하나 같이 심플하면서도 무언가 심미함이 가미된 이미지들로 꾸며지기도 했었는데, 이번 앨범 '
The Empyrean'의 자켓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작품'스럽다.



(왼쪽 위에서 부터 시계방향으로, Curtains (2005) / Shadows Collide with People (2004) / The Will to Death (2004) / A Sphere in the Heart of Silence (2004) )


이번 앨범 타이틀인 'The Empyrean'을 우리 말로 해석해보자면 '가장 높은 하늘', 고대 우주론에 등장하는 '불과 빛의 세계로서 후에는 신과 천사들이 사는 곳으로 믿어진 곳' 으로 해석할 수 있을텐데, 일단 자켓이 표현하고 있는 이미지와 앨범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얼핏 수록곡들의 제목을 보아도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efore the Beginning' 'God' 'Heaven' 'After the Ending' 등 이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하나 같이 일맥상통하는 곡 제목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첫 곡
'Before the Beginning'은 9분이 넘는 연주곡이다. 이 곡에서는 프루시안테의 와우 기타의 절정을 맛볼 수 있는데, 정말 미친듯이 울어대는 기타 소리에 내 눈물이 절로 동할 정도다. 존 프루시안테는 상당히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기타리스트로도 정평이 나있는데, 이 곡에서도 그런 존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앨범에 실리긴 했지만 아마도 똑같은 버전으로는 다시는 연주하지 않을 듯한 이 곡. 존의 나른한 보컬을 만나볼 수 있는 'Song to the Siren'을 지나면 이번 앨범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Unreachable'을 만나볼 수 있다.




6분 10초짜리 이 곡은, 초반에는 참 평범하게 시작한다. 평범한 리듬과 편안하게 노래하는 존. 중간 몇 번 리듬의 변화를 주고 난 뒤, 후반 부쯤 가서 본격적인 솔로가 시작되면서 곡은 급변하게 되는데 그 순간이 정말 짜릿하다. 존 프루시안테의 많은 곡을 들으며 비슷한 경험을 하긴 했었지만, 정말 그 가운데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이 곡 후반부의 솔로와 전개부분은 정말 최고. 최고다. 기타 솔로가 전자 오르간 사운드와 합쳐지면서 계단식으로 발전하는 이 부분은 마치 King Crimson의 곡에서나 들었을 법한 전개로서,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정말 이 앨범을 통틀어 최고의 순간을 선사한다.




'God'에서는 존 특유의 가성을 잔뜩 만나볼 수 있으며, 'Dark/Light'의 중반 부 코러스는 개인적으로는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실험적인 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당히 드라이한 보컬과 기타 사운드와 선굵은 베이스 라인이 돋보이는 'Heaven', 시작부터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이 의외스럽기까지 했던 'Central', 후반 부 현악기로 이뤄진 연주마저 만나볼 수 있었던  'One More of Me', 그리고 일렉트로니카적인 사운드로 앨범을 마무리하는 'After the Ending'까지. 전체적으로 앨범으로서 짜임새 있는 구성이었으며, 단순한 기타 연주를 넘어서서 다양한 실험으로 접목시키려는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음반 활동이 잠정 중단 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존 프루시안테의 새 앨범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물론 R.H.C.P 보다도 (어쩌면) 더 존을 좋아하게 되어버리긴 했지만, 존과 함께 R.H.C.P가 다시 한번 무대 위로 날아오를 그 날도 기다려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그가 떠나고 난 뒤, 한 동안 잠잠했던 그의 LP 컬렉팅에 대한 욕구가 다시금 일어나 여기저기 알아보길 여러날.
우연히 들렀던 온라인 쇼핑몰에서 스릴러 25주년 기념 앨범의 2LP의 재고를 확인하고는 바로 질렀네요.





물론 CD로도 25주년 기념앨범을 가지고 있지만, LP의 맛은 분명 틀립니다. 특히 소장하는 입장에서 LP의 소장가치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겠죠(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물론(?) LP플레이어가 없습니다 -_-;;)






스릴러 당시의 마이클의 얼굴은 정말 가장 건강한 얼굴이었죠. 쌩쌩하고, 생기있다고나 할까요.





제가 특히 좋아하는 곡 'Human Nature'가 보이네요.





국내에는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들을 뒤져봐도 현재로서는 마이클 잭슨의 LP를 구하기가 정말 쉬운일이 아니더라구요. 마이클이 떠난 뒤에 리이슈가 되어 다시 수입이 되지 않을까도 기대해 보았지만, 이것이 CD도 아닌 LP이다보니 그런 관심에서도 멀어져있던 것 같네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옆구리에 턱 하니 끼고는 지하철을 타고 왔는데, 왠지 모르게 뿌듯하더라구요 ^^;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사진은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Sony Music에 있습니다.









지난 해였나, 일본 TV를 통해 방송되었던 히사이시 조와 그가 만든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의 수록곡들로 이뤄진 음악회 실황 클립을 본 적이 있었는데, 스튜디오 지브리의 골수팬인 나로서는 이 음악회의 감동은 실로 이루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이후 이 음악회가 일본내에서 블루레이로 출시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미칠듯한 환율에 꾹꾹 참고 있던 중 발매와 동시에 '저도 받았어요~'하는 글들을 보고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차, 친한 형님께서 미개봉 타이틀을 파신다는 글에 재빨리 연락을 취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득템할 수 있었다!

나중에 차근차근 리뷰를 해보게 되겠지만, 이 영상물은 일본에서 발매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음악회라는 특수성 때문에 자막 없이도 본 공연을 즐기기에 크게 부족함이 없으며, 부족함이 있다 하더라도 충분히 극복하고도 남을 만한 공연을 들려주는 것이 사실이다.

히사이시 조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작품과 함께 해온 25년을 정리하는 공연으로서, 일본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무도관에서 진행이 되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근래 질렀던 블루레이들. 엇그제 밤에 자미로콰이 보다가 졸았음 -_-;;
나머지 작품들도 당췌 만만치 않은 작품들이라 얼른 큰 맘먹고 감상하고 리뷰도 써봐야 할듯.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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