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레스트 : 블루레이 리뷰 (Everest : Blu-ray Review)

사실적 재난 영화


재난 영화 그리고 산악 재난 영화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하나는 '클리프 행어 (Cliffhangger, 1993)'나 '버티칼 리미트 (Vertical Limit, 2000)' 같이 액션과 어드벤쳐가 결합 된 장르 영화가 있고, 다른 하나는 산악 영화는 아니지만 '더 임파서블 (The Impossible, 2012)'같이 재난을 액션과 흥미 위주로 다루기 보다는 흡사 다큐멘터리 적인 측면으로 접근하여 공포와 인간애를 중심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아이슬란드 출신의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감독의 산악 영화 '에베레스트 (Everest, 2015)'를 이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하자면 후자에 더 가까운 작품일 것이다. 즉, 이 영화는 에베레스트라는 누구나 흥미를 갖고 산악 영화로서 가장 매력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하는 과정에 모험과 목적이 있기 보다는 오히려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산을 왜 오르냐고 묻는다면 그곳에 산이 있으니까'라는 질문과 대답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만약 '에베레스트'라는 영화를 제목과 조쉬 브롤린, 제이크 질렌할, 제이슨 클락, 키이라 나이틀리 등 익숙한 배우들이 무언가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밋밋한 영화가 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산악 재난 영화에서 (특히 이런 유명 배우들이 여럿 등장하는 경우라면 더욱) 클라이맥스로 구성되는 정상 정복의 순간 혹은 그 직전의 과정이 이 영화 '에베레스트'에서는 서두로 등장한다. 이 영화는 정상 정복 이후 몇 년 후로 점프하는 영화가 아니라 어쩌면 상대적으로 쉽다고 까지 느껴질 정도로 묘사되는 정상 정복 이후 산을 내려오는 과정 중에 벌어지는 일들을 재미 보다는 다큐멘터리처럼 묘사한다.






앞서 언급했던 '더 임파서블'에서도 느꼈던 점인데 '에베레스트' 역시 이 산과 등산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 것보다도, 1996년 5월에 에베레스트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어드벤쳐 컨설턴트 등반팀의 사고를 조심스레 다루는 것에 목적이 더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를 위해 실존 인물들에 대한 조사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들에 귀 기울여 배우들의 연기로 돋보이기 보다는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더 목적을 두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여러 유명한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배우들이 돋보이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Blu-ray : Video

 

최대한 실제의 에베레스트가 주는 위압감과 공포 그리고 1996년 사고 당시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영화의 촬영/접근 방식답게 블루레이의 화질과 사운드는 레퍼런스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밝은 날씨의 환경에서 진행되는 등반 훈련 장면과 캠프의 모습에서는 다양한 컬러의 등산복들의 색감이 잘 표현되고 있고, 복잡한 캠프의 모습들도 아주 선명하게 표현된다. 또한 조금은 그늘지고 어두운 조명이 뒤섞여 있는 텐트 내의 장면에서도 빛이 들고 들지 않는 곳 모두의 표현력이 우수하여 화질의 우수함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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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에베레스트를 먼 거리에서 비추는 구도에서는 오히려 클로즈업 된 장면에서보다 더 디테일 한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이 작품은 캠프 장면 같은 경우는 실제 에베레스트에서 촬영하기도 했지만 일부 위험한 장면의 경우 세트 촬영이 병행되었는데, 이런 탓에 아주 약간은 세트 촬영 분의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후반부 에베레스트에서 폭풍을 만나게 되는 시퀀스의 경우 어두운 조명 가운데 눈보라가 휘몰아 치며 인물들도 폭풍과 눈에 휩싸이게 되는데, 어두운 조명과 환경 탓에 평범한 수준으로 화질이 표현될 수 있는 장면에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있어 집중력을 높인다. 영화의 내용 자체는 산악 재난을 오락적으로 묘사하고 있지 않지만 화질이나 사운드 측면에서는 이런 장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들을 거의 모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만족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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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Audio

 

돌비 애트모스와 True-HD 7.1 채널의 사운드는 관람 환경의 체감 온도마저 변화시킬 정도로 실감나는 사운드를 전달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후반부 에베레스트에서 폭풍이 휘몰아 칠 때 그 강력한 바람이 스피커를 통해 휘감기는 느낌은, 단순히 귀로 끝나지 않고 팔과 다리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입체감 넘치는 바람을 표현해 낸다. 단순히 우퍼 스피커를 중심으로 규모 있게 울리는 것이 아니라 바람의 이동과 세기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사운드 디자인은 에베레스트 블루레이 사운드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압도적인 눈 폭풍의 사운드 구성 외에도 맑은 날씨에서 불어오는 미풍이나 이 미풍이 발생시키는 작은 눈가루가 이동하는 소리, 그리고 눈이 등산복과 장비들에 부딪혀 나는 작은 소리들의 디테일도 훌륭하다. 그리고 후반부 헬기 등장 씬의 경우도 일반적인 헬기 씬에서 들을 수 없었던 다양한 사운드 (직접적으로는 공기의 움직임)를 만나볼 수 있는데, 여기서도 그 공간감의 표현이 매우 만족스러운 편이다. 사운드 측면에서는 특별히 흠잡을 점이 없는 타이틀이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블루레이 부가영상 첫 번째로는 감독인 발타자르 코루마쿠르가 참여한 음성해설을 들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질 않아 사실상 즐길 수가 없다. 제작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에베레스트를 만나는 과정이었던 영화인 만큼 감독이 직접 들려주는 제작과 촬영 뒷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것은 몹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Race to the summit : The making of Everest'는 약 10분 분량의 메이킹 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실제로 네팔 히말라야 인근의 고지대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보니, 스텝들은 물론 배우들까지 연기가 아닌 실제 에베레스트를 경험할 수 있었던 현장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열악한 고지대 현장에 촬영을 위한 여러 장비를 설치하고 옮기는 일 자체도 엄청난 도전이었으며, 배우들에게는 영화를 촬영한다는 느낌 보다는 진짜 탐험대의 일원이 되어 고난을 극복해 내는 과정을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고 그 결과가 고스란히 연기 아닌 연기에 녹아 들었음을 알 수 있다.






'Learning to Clim'에서는 약 5분이 채 안되는 분량으로 오락적인 측면에서의 등반이 아닌 실제 등반가들의 입장에서 다룬 영화답게, 산을 오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지를 이 영화를 통해 배우게 된 배우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들려준다.




'A Mountain of Work'에서는 실제로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현실적인 장면들을 얻어내기는 했지만 로케이션 촬영이 불가능했던 에베레스트 정상 및 위험한 장면들의 세트 촬영 과정을 소개하며, 'Aspiring to Authenticity : The Real Story'에서는 최대한 있는 그대로 그리고자 했던 영화였던 만큼 실존 인물들의 가족과 주변인들 그리고 실제 그 사건 당사자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실제 이야기를 들려준다.





[총평] '에베레스트'는 액션과 어드벤쳐가 중심이 된 산악 재난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조금은 심심하고 밋밋한 영화일 수 있겠지만, 반면 이런 장르적 클리셰 중심이 아닌 실제 사건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고자 한 방식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이와는 또 다른 영화의 매력에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특히 레퍼런스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화질과 사운드를 담고 있는 블루레이는 아이맥스 상영을 관람하지 못했던 관객들이나 관람한 이들에게 모두, 이 재난을 아주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으로 적극 추천할 만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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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임파서블 : 블루레이 리뷰 (The Impossible : blu-ray review)

남겨진 이름들을 위한 진짜 재난영화

 


2004 년. 크리스마스가 하루 지난 12월 26일. 사상자만 무려 30만명 이상을 기록했던 동남아 쓰나미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충격과 고통으로 남아있는 안타까운 재난이었다. 바로 이 실화를 바탕으로 나오미 왓츠와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 '더 임파서블 (The Impossible, 2012)'이다. 일반적으로 재난 영화라고 하면 엄청난 볼거리와 스케일이 동반 된 '재난 블록버스터'를 떠올리기 쉬운데, 스페인 출신 감독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더 임파서블'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만큼 극적인 요소와 볼거리 위주의 블록버스터가 아닌 거대한 재난의 한 가운데 놓여있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담아낸 진짜 재난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더 임파서블'은 선입견과 싸워 이겨내야만 얻어낼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재난영화 = 재난 블록버스터를 연상하기 쉽고, 실제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거대한 재난 그 가운데 한 가족이 있었다'라는 홍보 문구로 인해 이미 익숙한 흔한 영화를 떠올리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홍보 문구는 잘못되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같은 문구를 사용했던 다른 작품들로 인한 선입견이 문제다). '더 임파서블'은 그 동안 오락적인 요소로만 활용되던 재난, 자연 재해 등의 소재가 본래 담고 있는 아픔과 고통 그리고 현실을 담아내는 데에 무엇보다 집중하고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그것은 아마 실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접근 방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그 엄청난 재난을 겪었던 이들을 앞에 두고 어찌 볼거리 중심의 오락 영화를 만들 수 있었겠는가.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껴진 감정은 감동 이전에 고통이었다. 공포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닌데 몇 번이나 그 참혹함에 눈을 감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 정도로 영화는 이 재난이 실제 하는 것이었고, 그 재난을 겪은 이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도록 고통의 묘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바꿔 이야기하면 보통의 오락 영화가 재난을 다룰 때, 그 엄청난 파도나 쓰나미가 몰려오는 순간의 스케일과 공포를 주목하는 방식이라면, '더 임파서블'은 그 쓰나미가 실제 인물들에게 고통을 주는 과정에 더 큰 비중을 할애한다. 쓰나미에 휩쓸리기 전 거대한 파도를 바라보는 시각적 공포가 아니라, 그 파도에 휩쓸려 이리 저리 부유물들과 함께 떠다니는 가운데 각종 부유물과 구조물들에 부딪혀 찔리고 둔탁하게 부딪히고 상처 입는 묘사는 경험하지 않았지만 경험적 공포를 제공한다. 아마도 감독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는 관객들이 이 재난의 공포를 '와...'하며 느끼기 보다는 '으...'하고 떨며 몸으로 체감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을런지 모른다. 적어도 이 1차 목표는 성공적이다. '더 임파서블'은 근래 본 재난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재난의 공포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연출이었다. 3D나 4D의 기술적 지원 없이도 말이다.






가족이 중심이 된 이야기라는 점은 가장 강력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영화 속 부부와 세 명의 어린 아들들이 재난을 겪게 되면서 서로를 그리워하고 또 찾고, 성장하는 과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 속 가족의 이야기에 감동 받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가족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담고 있다. 이것이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엄청난 재난을 함께 겪고 나면 (함께 겪도록 한다는 것이 포인트다)누구나 극 중 가족이 아니라 내 가족의 소중함을 적어도 한 번쯤은 간절하게 떠올리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용이한 조건을 갖고 있는 재난 영화들이 도달하지 못했던 경지라는 점에서, '더 임파서블'이 더 의미 있는 재난 영화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더 임파서블'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실제 당시 쓰나미를 겪었던 이들인 알바레즈 벨론 가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런 재난에 관한 실화가 있는 그대로 영화화 되기 어려운 것은 당사자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를 비롯해 당시의 기억이 재현되고 반복되는 것에 더 큰 고통을 느끼기 때문인데, '더 임파서블'은 감독이 알바레즈 벨론 가족을 끊임없이 설득한 끝에야 가능했다고 한다. 아마도 벨론 가족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화 하는 것에 동의했던 이유는 첫 째는 이 재난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더 많은 이들에게 더 큰 힘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었을 것이고, 둘 째는 자신들이 재난을 겪으며 느꼈던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신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바로 그 신뢰는 영화 내내 짙게 깔려 있는 미안함. 재난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가족을 잃게 된 수 많은 이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니 었을까.






재난을 배경으로 한 가족 혹은 인물이 중심이 될 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경우에도 그 주인공의 이야기에만 집중되는 것이 보통인데, 그 이유는 주인공이 겪은 고통 만으로도 충분히 누군가를 신경 쓰거나 홀로 생존하기에도 벅찬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임파서블'은 재난을 겪게 되는 순간부터, 자기 가족을 다 찾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자기 몸 조차 성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주변에 함께 재난을 겪게 된 이들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시선이 짙게 깔려있다. 어쩌면, 아니 반드시 짐이 될 수 밖에는 없는 어린 아이를 그럼에도 꼭 함께 돌보는 것이나, 아직 자기 가족도 다 찾지 못한 정신 없는 상황 속에서도 또 누군 가의 가족을 찾는 것에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이 재난도 결코 빼앗아 갈 수 없었던,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가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더 임파서블'은 끔찍한 재난을 겪은 한 가족의 이야기인 동시에 그 가족들과는 다르게 구하지 못한 수 많은 이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더 깊은 감동과 가족, 재난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영화.


 

오픈 케이스






Blu-ray : Menu








Blu-ray : Video & Audio

 

2.35:1 화면 비 MPEG4 AVC 코덱의 블루레이 화질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구현으로 우수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뒤의 장면에서는 어지럽게 늘어져 있는 부유물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노출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복잡한 부유물들의 디테일도 나쁘지 않고 색 온도 역시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담아내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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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크게 단점이 발견되지 않은 우수한 퀄리티로 수록되었다. 앞서 영화 소개 시 이야기했던 것처럼 작품의 특성상 재난 영화이지만 재난 블록버스터는 아니기에 후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케일의 사운드는 접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퀄리티 측면으로 보면 아쉬울 것 없는 음질이다. 과장되기 보다는 좀 더 사실적인 사운드를 구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 중 가장 눈 여겨 볼 만한 것은 음성해설 트랙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감독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를 비롯해 작가와 제작자의 참여는 물론 나오미 왓츠가 연기한 실화의 주인공인 마리아 벨론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음성 해설하면 감독이나 배우들이 참여한 버전을 기대하곤 하는데, 작품의 특성상 실제 주인공이 참여하고 있는 음성해설은 꼭 한 번 들어볼 만한 트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외에 부가 영상은 전체적으로 영상의 길이가 길지 않고 내용도 단촐 한 편인데, 북미 버전 역시 동일한 부가 영상을 수록하고 있기도 하다. 메이킹 영상은 약 6분 분량으로 짧게 나마 촬영장에서의 모습과 감독, 배우들의 인터뷰, 실제 주인공인 마리아 벨론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으며, 특히 비교적 저 예산 스페인 영화인 이 작품이 거대한 쓰나미를 실제처럼 구현하기 위해 어떠한 뒷 이야기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캐스팅에서는 나오미 왓츠와 이완 맥그리거 그리고 아역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데, 새삼스럽지만 나오미 왓츠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 재차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이었으며, 더 현실감을 주기 위해 실제 당시 쓰나미를 겪었던 이들을 최대한 단역 및 엑스트라로 출연시키고자 했던 점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삭제 장면과 극장용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 평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더 임파서블'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난 영화 가운데서도 손꼽힐 만한 진정성과 감동을 담은 흔치 않은 작품이었다. 재난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공포와 교훈,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서 온몸으로 재난을 겪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현실감 있게 전달하는 가운데 실제 주인공이 재난을 겪고 난 뒤 다른 이들에게 (아마도) 전하고 싶었을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작품이기도 했다. 

 

자녀가 있는 이들이라면 아마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바로 자신의 자녀들과 동반자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작품으로, 부족함 없이 추천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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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워 Z (World War Z, 2013)

진정성 있는 재난 영화



그냥 브래드 피트 주연의 좀비 영화 정도로만 알고 보게 된 '월드 워 Z'는 일단 좀비 영화는 아니었다. 그리고 '007 퀀텀 오브 솔러스'와 '네버랜드를 찾아서' 등을 연출한 마크 포스터의 작품이기도 했다. 정말 큰 기대 없이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월드 워 Z'는 흔한 재난 영화들 사이에서도 제법 괜찮은 진정성을 담은 영화였다. 그리고 거기에 브래드 피트라는 배우는, 자신이 배우로서 갖고 있는 아우라를 최대한 발휘하고 있었다.



ⓒ  Plan B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좀비 영화라기 보단 재난 영화에 속할 것이다. 영화의 내러티브는 한 가족이 대 재난을 만나 겪게 되는 이야기이고, 그 재난의 종류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한 좀비화 이기 때문이다. 물론 좀비라는 특성이 아주 활용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몇몇 장면은 그 특성으로 인해 가능한 장면들도 있었을 만큼), 좀비가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한 내러티브였기에 오히려 이 영화는 좀 더 집중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최근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를 다시 보며 재난 영화로서의 성격을 생각해볼 시간이 있었는데, '월드 워 Z' 역시 일반적인 헐리웃 블록버스터가 재난을 다루는 방식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누군가 얘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롤렌드 애머리히의 영화들 보다는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좀비, 액션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웠을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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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장 좋았던 건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제리 레인의 한계였다. 보통 이런 재난 블록버스터의 경우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최고의 액션 영웅이던 주인공이 재난으로 인해 다시 호출되어 어쩔 수 없이(?) 재난을 모두 돌파하는 내용인데, 결과로만 보자면 이 영화 속 제리 레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일단 액션의 측면에서 한정적인 능력으로 그려진 것이 더 현실적이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렇다 보니 액션의 비중은 자연스럽게 좀 줄었고, 가족의 이야기가 더 전면에 나서게 되었는데 그것이 이 영화가 다른 재난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지점에 서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만약 제리 레인이 람보나 제이슨 본처럼 엄청난 액션 영웅이라 좀비들을 격퇴하는 모습과 여기에 앞장서는 것으로 그려졌다면 아마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특수부대와 제리 레인이 함께 등장할 때를 보면 제리의 역할은 한정적으로 그려지고 있고, 이후 혼자 좀비들과 상대하게 되었을 때도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 전개 방식이라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들에서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는' 것과는 분명 다르게 느껴졌다.



ⓒ  Plan B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개인적으로는 이런 방식의 엔딩을 좋아하기도 한데 (많은 분들이 엔딩 때문에 싫어하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비전은 정확히 거기까지가 아니었나 싶다. 즉 과한 욕심을 부려서 그 이후의 해결에 관한 이야기를 그릴 수도 있었겠으나, 영화는 딱 제리 레인 가족의 이야기 해결에서 멈춘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전 지구적 재앙의 시작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제리의 가족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가 더 큰 진정성을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주연을 맡은 브래드 피트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 즉, 대 재앙과 맞서는 더 큰 이야기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단 한 가족의 작은 이야기를 더 와 닿게 묘사해야 하는 기능을, 브래드 피트라는 배우의 진정성과 연기력으로 커버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드 워 Z'는 브래드 피트의 필모 가운데 특별히 돋보이는 영화는 아니지만, 반대로 브래드 피트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의 작품이 가능했을까 싶은 작품이기도 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Plan B Entertainment 있습니다.


 




2012
롤랜드 에머리히의 대놓고 펼치는 재난 영화


어떤 영화든 영화마다 기대치가 틀린 것이 사실이듯이, 영화마다 미덕을 달리 찾아야 함도 사실 일 듯 합니다. 타란티노의 작품을 볼 때는 또 어떤 재기발랄한 영화적 장난들을 풀어내는지를 보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작품을 볼 때면 이 이야기가 우리내 인생과 또 어떤 우연적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따져보아야 하듯이, 재난 영화의 대표주자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작품을 볼 땐, 과연 이번에는 얼마나 더 상상한 것 이상의 스케일을 보여줄까, 얼마나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감을 선사할까 하는 기대와 미덕을 찾게 되곤 합니다. 모르겠네요. 영화라는 예술은 다른 예술이 그렇듯 옳고 그른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좋고 덜좋고의 예술이기 때문에 감독마다 자신 만의 스타일과 기대하는 바가 다를 수 밖에는 없는데, 롤랜드 에머리히에게 누가 데이빗 크로넨버그 같은 먹먹함을 주는 메시지와 이냐리투 같은 무력감, 더 나아가 히치콕, 타르코프스키 같은 작품성을 기대하고 바라는지 말이에요. 개인적으로 롤랜드 에머리히에게 바라는 점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습니다. 그의 장기인 '스케일'을 또 얼마나 업그레이드 했을까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번 에머리히의 신작 <2012>는 만족할 만한 오락영화였습니다. 그는 기대한 만큼의 스케일을 스크린에 선사했고, 보는 중간 몇 번이나 입을 떡 벌리고서 '와'하고 탄성을 지를 만한 압도하는 스케일의 장면이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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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는 재난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지키다 못해, 갖은 공식을 모두 풀어놓고 '작정하고 다 지켜보겠다'고 몇 번이나 강조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재난 영화라고 하면 등장하는 필수 요소들을 <2012>에서는 모두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단절된 가족이 위기를 통해 다시 봉합되는 설정은 모든 재난 영화의 베이스라 할 수 있으며, 여기에 이혼 가정만큼 진부하며 어울리는 설정은 없겠죠. 그리고 재난을 미리 예측한 주인공과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부 관리, 그리고 지구종말의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가지고 벌이는 논쟁, 꼭 등장하는 애완견, 그리고 말 안듣는 아이들, 마지막엔 목숨 바쳐 희생하는 조연들. 롤랜드 에머리히는 작정한 듯 모든 재난 영화의 요소들을 <2012>에 집중시킵니다(그런데 따지고보면 이렇게 작정하지 않은 재난 영화를 찾기는 별로 어려운 편이죠. 오락적 재난 영화에서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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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재앙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마치 '자, 이제부터 대놓고 농담 같은 재앙 스토리를 펼칠테니까, 단단히 준비해'라고 말하는 듯, 쉽게 말해 대놓고 뻥을 치기 시작합니다. 온통 무너져내리는 캘리포니아를 주인공이 탄 리무진 차량과 경비행기가 미끄러지듯 빠져나오는 장면은, 사실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말이 안되는 장면이긴 합니다. 뭐랄까 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그 재난 속에 모든 파편과 지진을 피해서 온전히 빠져나오는 순간을 보고 있노라면 '좀 너무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 영화는 대놓고 '말도 안되지만 주인공이 벌써 죽지 않는다는 건 다들 잘 알잖아'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걸 서로 잘 아는 마당에 거리낌 없이 스케일을 키우고 과장 됨을 더해서 표현해 보겠다는 '작정'이 엿보이는 것이죠. 그래서 차라리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차피 이런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는, 어떤 과학적 디테일이나 현실적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은 아니거든요. 그랬다면 주인공은 주인공이라 불리기 이전에 죽을 확률이 높고, 영화는 주인공 없이 수 많은 엑스트라 만으로 진행되는 리얼 다큐 재난 영화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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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냥 오락적인 요소에만 집중할 것 같았던 이 영화에서 롤랜드 에머리히는, 마치 자신을 그저그런 감독으로 생각하는 관객들에게 '나도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대사 가운데 보면 존 쿠삭이 연기한 '잭슨'이 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비평가들은 너무 순진한 긍정이라고 얘기한다'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는 마치 로랜드 에머리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사실 이런 재난 영화만큼 순진한 긍정의 메시지는 없죠. 재난 이라는 벽 앞에서 모든 갈등이 봉합되고 주인공은 어떤 시련과 어려움에도 죽지 않으며,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희망을 엿보게된다는 전개 말이죠. 롤랜드 에머리히가 굳이 이런 대사까지 삽입한 것을 보면, 자신은 이런 비판들을 잘 알고 있으며, 본인이 말하려는 것이 비록 순진한 긍정일지라도 그것이 반드시 허황된 것 만은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듯해 오히려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재난 영화에 온갖 어렵고 복잡한 메시지를 풀어내려고 시도했다기 보다는 순진할지언정 누구나 공감 가능한 뻔한 이야기를 스케일로 업그레이드 해보겠다는 그의 야심이 솔직하게 드러나 보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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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에 대한 아주 미세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12>의 이야기 자체는 너무 전형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이건 누가봐도 '노아의 방주'의 21세기 버전이죠. 영화 초반 에드리언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과학자의 아들이 배를 가지고 놀던 장면은 복선으로 보기에도 너무 뻔한 요소였고, 잭슨의 아들 이름이 '노아'인 것도 결코 우연적인 것은 아니겠지요. 이 스토리 가운데 조금 비전형적인 요소들을 꼽아본다면, 대부분 나쁜 이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끝까지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다가 목숨을 잃게 되는 것과는 달리, 이런 캐릭터들 마저 마지막 순간에 가서는 스스로를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과, 대부분 이런 재난 영화에서 국제적으로 마지막을 담당했던 국가가(특히 재정적인 면에서 독보적인 역할로 자주 등장했던) 일본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 작품에서는 중국이 마지막 가장 중요한 순간을 담당하는 국가로 설정되었다는 점이었지요. 물론 여기에 큰 정치적 메시지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어쨋든 무언가 생각해 볼만한 거리이기는 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마지막 인류가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되는 대륙이 아프리카라는 점 역시 생각해 볼만한 점이었구요. 아, 그리고 덧붙여 새 아빠 고든 캐릭터를 그냥 버리지 않고 끝까지 챙겨준 영화의 포용력도 인상 깊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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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쿠삭이야 그렇다치고 거의 주인공에 버금가는 역할을 맡은 애드리언 역할의 치웨텔 에지오포의 경우, 이전 많은 영화들에서 주조연급의 캐릭터를 많이 연기하기는 했지만 그 중 가장 큰 비중이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로, 주인공이라 부를 만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음이 흥미로웠습니다. 탠디 뉴튼은 출연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출연 자체가 반가웠으며, 대니 글로버의 경우 대통령 역할을 맡은 것에 일단 '와, 대니 글로버가 이제는 미합중국 대통령 역할까지 맡게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더 먼저 들더군요 ㅎ 그 외에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인상깊은 역할을 연기한 우디 헤럴슨과 너무 귀여운 딸 역할을 맡은 아역 연기자 모갠 릴리의 모습도 기억에 남을 듯 하다(모겐 릴리는 마치 레이첼 와이즈가 얼핏 떠오르기도 했다).


1. 아마도 정말 지구가 종말을 맞게 되더라도, 우리 같은 민간인들은 아무 것도 모른채 그날이 되어서야 알게 되지 않을까요;;
2. 아놀드 주지사에 대한 묘사도 재밌더군요. '연기자잖아, 연기하는거야!'라는 식의 대사요 ㅎ
3. 엘리자베스 여왕 역할을 맡은 배우의 실제 이름도 '엘리자베스'더군요 ㅎ
4. 몇 가지 말도 안되는 설정들 가운데서도 최고는, 그 재난 중에도 어디서든 잘 터지는 핸드폰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ㅎ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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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더도 덜도 아니었던 딱 윤제균표 영화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한국형' 재난영화가 탄생한다 라는 식의 홍보 방식으로 더욱 화제가 되었던 윤제균 감독의 신작 <해운대>를 어쩌다보니 개봉일에 챙겨보게 되었다. 영화에 대해서는 거의 편견이 없는 편이지만('전혀'라고 쓰려다가 바로 해당되는 경우의 예를 들 참이라 '거의'로 수정하였다), 딱 하나 케이블에서 가끔 할 때도 재빠른 리모컨 조정으로 피해다니는 영화가 있다면, 바로 '조폭 코미디' 물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저질 섹시 코미디를 시종일관 보여주다가 막판에는 갑자기 눈물 짓게 만드는 이상한 영화들도 들 수 있을텐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에서 드디어 선보이는 제대로 된 재난 영화임에도 '윤제균' 감독의 이 영화는 분명 기대작은 아니었다. 그런데 워낙에 뚜껑이 열리기 전부터 악평이 쏟아져 나와서인지(보지도 않고 악평 하는 것은 분명 문제다. 여기서 악평이란 '별로일 것 같애'라는 예상과는 다른 의미다) 시사회와 개봉일 본 이들의 '의외로 괜찮다'라는 평들은 말그대로 '의외'였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아주 낮은 기대감을 갖은 채 개봉일 극장을 찾게 되었다.

이렇게 낮은 기대감을 갖게 되면 대부분은 크게 실망하지는 않는 편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윤제균 감독의 신작 <해운대>는 여전히 윤제균 영화라서 내 취향과는 맞지가 않았다. 재난 영화의 익숙한 구성과 제법 볼만한 볼거리는 나쁘지 않았지만, 손발이 오그라드는 구성과 운명적이라기 보단 인위적으로 느껴지는 전개 때문에 여전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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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재난 영화이니, 재난 영화에 포커스를 둔 CG나 구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구성은 매우 전형적이었지만 재난 영화로서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헐리웃의 경우도 그렇고 대부분의 재난 영화는 재난이 실제로 발생하는 것은 중반 부가 지나서부터다. <해운대> 역시 '메가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은 거의 러닝 타임의 반 정도가 지난 다음부터인데, 후반부 인물들의 감동 포인트와 전개를 위한 서두의 드라마가 구성상 전형적인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늘어지게 느껴졌다. 감독이 어떤 것을 처음에 의도했는지는 대략 엿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후반부에 엄청난 높이로 몰려오는 쓰나미를 바라보면서 생존을 혹은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여러 캐릭터들의 장면을 의도했을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 쓰나미에 한 복판에 놓일 여러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서두에 풀어놓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압축하고 재난이 좀 더 일찍 찾아와 재난을 겪는 과정이 더 비중있게 그려졌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극중 설경구와 하지원의 관계 설정은 첫 장면(하지원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장면)과 그 이후의 하나 정도 에피소드면 충분할 듯 했고, 상가 번영회와 쇼핑센터 입점 같은 이야기는 없어도 무방할 듯 했고 무엇보다 김인권이 연기한 캐릭터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도 놀라웠다. 그의 이야기만 해도 비중이 상당한데 그의 어머니의 에피소드까지 끼어 넣는 바람에 서두가 너무 길어졌고, 서울에서 온 부자집 아들녀석의 시퀀스도 더 짧게 압축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 캐릭터들과 에피소드들은 각각 후반부에 한 장면씩 부여받아 기능을 발휘하고 있기는 하지만, 좀 더 짧은 비중으로도 충분히 후반부의 임팩트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전반부의 드라마를 장악하고 있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유머인데, 개인적으로는 야구선수 이대호가 출연하는 시퀀스를 제외하면 사실 별로 재미있게 느껴지질 않았다. 특히 이민기와 강예원의 에피소드 같은 경우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표적 케이스 중 하나였는데, 이런 장면들이 재미있게 느껴졌다면 전반부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수 있겠지만, 이처럼 지루하게 느껴졌다면 영화 자체도 '별로'라고 느껴질 확률이 높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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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미스라고 생각된 부분은 바로 드라마 부분에서 흐르던 쌩뚱맞은 음악이었는데(뭐랄까 너무 포장된 듯한 시트콤 스타일의 음악), 마지막에 엔딩 크래딧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음악을 맡은 이가 바로 이병우 음악감독이었기 때문이다. 스펙터클과 감동적인 스코어도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무엇보다 저 손발이 오그라드는 음악은 과연 이병우가 만든 음악인가 의심이 될 정도였는데, 여튼..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음악보다 더 손발이 오그라드는 점이 있었다면 바로 박중훈 씨의 연기와 마지막에 등장한 에필로그였다. 박중훈이 베테랑 배우라는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겠지만 캐릭터에 따라 기복이 크다는 것은 앞으로 인정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그가 연기한 '김휘'라는 캐릭터는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진지한 캐릭터였는데, 그의 대사처리 부분은 솔직히 베테랑으로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것이었다. 후반 부 감정이 격해졌을 때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대사의 대부분이었던 평서문을 연기할 때는 너무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라 역시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후반 에필로그에 대해 말하자면, 일단 내용적으로는 이들이 너무 상처를 금방 잊고 갑작스레 '자, 이제 다시 시작이다! 다 잘 될거야'라고 순진하게 마무리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현장에서 농담과 장난을 치며 마무리되는 영화는 무엇보다 '갑작스러'워서 이상했고, 동의하기도 어려운 부분이었다. 쓰나미가 휩쓸고간 해운대의 모습에서 '잔혹함'이 느껴지기 보다는 '거대함'만이 느껴졌던 것 역시 이런 공감대 부분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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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차이 덕택에 안좋은 말들만 줄줄 늘어놓았지만 모든 것이 실망스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쓰나미가 해운대에 닥치는 장면에서의 CG는 일부는 너무 티가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특히 도심으로 물길이 새어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실제 물을 동원한 촬영분과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촬영분이 잘 융합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런 재난 영화의 전형적 구조를 잘 따르고 있음도 이 영화에 분명 장점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반 부에 감동을 이끌어 내는 부분에서도 많은 관객의 눈시울을 울릴 만큼 성공적이었으며, 재난 영화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극한 상황에서 나보다는 지켜주고 싶은 사람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희생해야만 했던 이들의 순간을 잘 포착해 낸 것 또한 재난영화라는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역시나 '윤제균'감독의 영화와는 코드가 전혀 맞지 않는구나 라는 점을 새삼 확인하게 된 영화였지만, 대중적으로는 재난 영화라는 블록버스터 측면의 요소와 감동의 드라마라는 정서가 맞물려 흥행에도 쏠쏠한 성공을 거두게 되지 않을까 싶다.


1. 많은 분들이 언급하셨던 컨테이너 박스 씬은 '재난'이라기 보다는 '코믹'하게 느껴졌습니다.

2. <제국의 역습>의 그 명대사를 <해운대>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ㄷㄷㄷ

3. 동물들이 떼지어 이동하는 장면이 더 있었다면 좀 더 장르영화스러웠을텐데 말이죠 ^^;

4. 디지털 상영으로 보았는데 화질은 좋은 편이었습니다.

5. 후시녹음인지, 인물들의 목소리와 연기의 싱크가 유독 어색하게 느껴지더군요.

6. 역시 제 취향은 대중적이진 못한듯 윽..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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