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팬더 2 (Kung Fu Panda 2)

포의 근원을 찾는 두 번째 이야기



헐리웃에서 만든 작품답지 않게 동양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패러디 수준이 아닌 오마주로 이끌어 낸 것은 물론 전연령이 즐길 수 있는 재미까지 담고 있던 작품이 바로 '쿵푸팬더'였다. 전편에 대한 만족감이야 개봉 당시 리뷰와 블루레이 리뷰 등을 통해 이미 얘기했으니, 이 글에서는 바로 최근 개봉한 속편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려고 한다. 영화 '쿵푸팬더 2' 역시 이런 생략이 가능한 작품이었는데, 이미 캐릭터와 세계관에 대한 설정을 전편에서 끝마쳤기 때문에 속편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에 휩쓸린 포의 이야기를 좀 더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속편들이 전편만 못한 이유는, 전편에서 비중있게 그리는 캐릭터 설정과 히어로물의 경우 (쿵푸팬더는 어쨋든 운명론에 근거한 히어로물의 범주로 볼 수 있겠다) 평범한 주인공이 히어로가 되는 과정에서 얻는 재미와 감동을 속편에서는 다시 만나볼 수 없는 태생적 이유 때문일텐데, '쿵푸팬더 2'는 이러한 단점을 1편에서 암시했던 포의 출생의 비밀, 팬더인 포의 근원을 찾는 이야기로 보완하려 하고 있다. 사실 이 출생의 비밀이라는 것이 '비밀'이라고 하기 부끄러울만큼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영화는 그 자체보다는 그 배경을 둘러싼 이야기와 사건들을 통해 포가 한 걸음 또 성장하는 계기를 그려내고 있다.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전편이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통해 교훈을 주려 했다면, 속편은 아버지와 아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통해 또 다른 교훈을 주려고 하고 있다. 전편에는 '타이렁'이 있었다면 속편에는 공작새인 '셴'이 등장하는데, 이 '셴'이라는 캐릭터 역시 '타이렁'과 마찬가지로 본디부터 악당이었다기 보다는 부모에게 상처를 받고 내몰려 반대에 서게 된 캐릭터라 할 수 있을텐데, 그러한 점이 이 '쿵푸팬더' 시리즈가 갖는 특별한 (어쩌면 가장 특별한) 점이 아닌가 싶다.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차원이 아니라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운명론과 결부하여 깊은 의미가 있지 않나 싶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글이 아닌 별도의 글을 통해 다시 한번 다뤄볼 예정이다.


그 결과가 허무하던 그렇지 않던 간에, '쿵푸팬더 2'는 포의 근원을 찾아가는 또 다른 여정이다. 전편이 '용의 전사'로서 각성하게 되는 과정이었다면, 속편은 이미 용의 전사로 활약하게 된 포가 자신의 부모와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인 동시에 '마음의 평화'를 통해 쿵푸의 고수로서 한 발 더 나아가게 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이 두 가지의 이야기 모두 포의 근원과 관련된 것으로서 결국 하나의 여정으로 볼 수 있을텐데, 영화가 선택한 이 여정의 방법론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만약 단순히 포의 출생의 비밀에 관한 것으로 국한시켰더라면 굉장히 심심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며, 이 영화가 상당히 힘을 주어 얘기하고자 했던 '쿵푸'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하기 어려웠을 테지만, 두 가지 이야기의 적절한 접점을 찾은 것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쿵푸팬더 2'의 이야기가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이 시리즈가 애초에 몇부작으로 기획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시리즈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2편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지루하지 않게 오락적 요소와 맞물려 풀어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3D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기술적인 면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전편에서도 느꼈던 점이지만 '쿵푸팬더'는 그 어떤 애니메이션보다 조명(Lighting)에 굉장한 퀄리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애니메이션에서 조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실사영화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을텐데, 그 가운데서도 '쿵푸팬더'는 매우 세심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조명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자연광을 논하는 것이 우습지만, '쿵푸팬더 2'에서는 이 작품 속 자연광의 사용이 실사 영화의 그것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대단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조명에 있어서 기술적인 우월함을 자랑하기라도 하는 듯, 다양한 밝기의 배경을 등장시키고 있으며, 실내와 실외, 자연광과 인공 조명, 불빛과 반사광 등 다양한 조명의 활용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작품의 장점은 추후 블루레이를 통해 좀 더 확연히 표현되지 않을까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아이맥스 3D의 볼거리도 충분한 편이다. 최근 들어 3D포맷으로 개봉하는 작품들이 많아지면서 반대로 3D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하락하고 있기도 한데, 이는 4D 상영이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작품과 3D가 별로 연관이 없지만, 억지로 포맷에 끼워맞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쿵푸팬더 2' 아이맥스 3D는 포맷과 작품이 잘 맞아떨어진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이미 입체 영화의 신기함에는 제법 익숙해진터라 더 이상 입체만을 강조하는 3D영화는 의미가 없지만, 아직까지 입체 효과에 신기함을 갖고 있는 관객들이라 하더라도 '쿵푸팬더 2'는 나쁘지 않은 3D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굳이 입체임을 억지로 뽐내지 않으려는 작품들의 단점이라하면 3D영화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 입장에서는 조금 심심한 작품이 될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포의 회상장면의 경우 일부러 2D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좀 더 대비되는 느낌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이 회상 장면의 경우 일반적인 본편이 실사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이라고 보았을 때 별도의 애니메이션 시퀀스를 두어, 관객들로 하여금 더 이상 본편을 애니메이션에 국한되어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대비는 '쿵푸팬더 2'의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이다.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영화를 보기 전 영화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멀리하는 터라, 이 영화의 감독이 한국계 여성인 여인영 감독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역시나 싶었다. 왜냐하면 작품을 보는 내내 오히려 전편보다 더 중국에 대한 이해가 높은 장면과 설정들이 나오는 걸 보고는 '어떤 서양 감독인지 중국 문화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었을 만큼, 어설픈 설정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계 감독이 아닐까? 라는 예상마저 했을 정도였는데, 중국이 만든 화약이라는 점을 스토리에 깊게 녹여낸 점이나 예전 '황비홍'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사자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시퀀스, 그리고 중국의 곳곳을 표현해 낸 디테일은 단순히 설화나 전설에 기대어 만든 것이 아니라 철저한 현장 조사를 통해 만들어 진 것임을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아,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 대해서도 이런 세계적 블록버스터를 통해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사실 앞서 여러가지 이유들을 다 재쳐두더라도 '쿵푸팬더 2'는 가족오락 영화로서 러닝타임을 신나게 즐기기에 개인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다. 각각이 기대하는 바에 따라 만족도는 다를 수 밖에 없는 일이겠지만, 포에게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이다. 울고, 웃고 즐겼으니 이 정도면 대만족!



1. '쿵푸팬더 2'는 엔딩 크래딧을 끝까지 모두 디자인하였는데, 그 때문인지 다른 영화들보다 끝까지 크래딧을 즐기는 관객들이 더 많더군요. 굳이 쿠키 장면이 없더라도 관객을 끝까지 붙들어 놓을 수 있는 장치가 아니었나 싶네요.


2. 평소에도 엔딩 크래딧에 관심이 많아 주의깊게 보는 편이지만, 이번 크래딧에서는 놀라운 이름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더군요. 일단은 몽키의 목소리 역할을 맡은 성룡을 다른 캐스팅과는 다르게 'and'로 표기한 것이 이채로웠고, 캐스팅 가운데서는 장 끌로드 반담과 빅터 가버의 이름까지 만나볼 수 있어 놀라웠습니다. 그래도 가장 놀라웠던 이름이라면 길예르모 델 토로가 아니었나 싶네요. 참고로 델 토로는 'executive producer'와 'creative consultant'를 맡고 있는데,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야 말로 그의 주종목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가족영화라 그의 컨설팅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살아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네요 ㅎ


3. 본문에 있는 것처럼 '쿵푸팬더' 시리즈가 담고 있는 운명론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별도로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이것이 이 시리즈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흥미로운 부분이거든요!


4. 3편도 기대가 되네요. 대충 예상도 되구요. 과연 용의 전사 포의 운명은 어찌될지!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DreamWorks Animation 에 있습니다.




비카인드 리와인드 (Be Kind Rewind, 2007)
미셸 공드리가 꿈꾸는 시네마 천국

미셸 공드리는 내게 있어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인생 최고의 멜로 영화를 안긴 영화 감독이자, bjork, beck 등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더 먼저 알게 되었던 뮤직비디오 감독이기도 하다. 영화 감독 이전에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더 익숙했던 그의 작품들에는, 동시대의 다른 뮤직비디오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세계가 있었다. 그는 디지털 보다는
아날로그한 방식을 선호하는 감성의 소유자이고, 일반적인 것들 속에서 독특한 것을 찾아내는 탐험가이기도 하며,
어른이지만 아이의 순수함을 갖고 있는 피터팬이자,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하여 '공드리'스러운 것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창조자다. 뮤직비디오 감독으로서 명성을 얻던 그가 영화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게 된 것은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2001년 작 <휴먼 네이처>와 2004년 작 <이터널 선샤인>이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독특한 코미디를 연출해낸 <휴먼 네이처>와
21세기 감성 멜로드라마의 한 획을 그은 <이터널 선샤인>은 미셸 공드리의 작품인 동시에 각본가 찰리 카우프만의
작품이기도 했다. 사실 2005년 작인 <수면의 과학>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놀라운 결과물이
오롯이 공드리의 것인지 아니면 찰리 카우프만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수면의 과학>을 보고 난 이후에는
이 것이 카우프만의 역량이 가미되었을 때만 발휘되는 효과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영화 감독으로서 미셸 공드리에게는
언제 부턴가 큰 트라우마가 생겼다. 바로 카우프만 없는 공드리도 괜찮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 첫 번째 시도라 할 수 있었던 <수면의 과학>은 <이터널 선샤인>으로 높아질 때까지 높아진 기대도 더해진 탓에,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었다.

(미셸 공드리의 뮤직비디오를 잔뜩 만나볼 수 있는 'Director's Label Series Boxed DVD 자랑 ^^;
http://www.realfolkblues.co.kr/2 )




그런데 최근 개봉한 <비카인드 리와인드>를 보고 나니, 이 <수면의 과학>이 그리 홀대 받을 만한 작품은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크게 보면 미셸 공드리가 꿈꾸는 시네마 천국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이에 관한 굉장히 직접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와 비교하자면 <수면의 과학>은 조금 은유적이고,
방식면에서는 조금 달리했던 영화였다고 생각된다. <수면의 과학>에 주인공인 '스테판'은 누가 뭐래도 미셸 공드리 자신의
모습이 적극 투영된 캐릭터였다. 현실과 꿈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꿈의 세계에 빠져있는 스테판을 괴롭히는 것은
자신의 꿈과는 너무 거리가 있는 현실 뿐인데, <수면의 과학>은 이 상황에서 '현실'이 아닌 '스테판'의 세계에 훨씬 더 많은
비중을 두면서 이 꿈의 세계이 정당성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수면의 과학>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면에서 세련되지 못한
부분은 있었지만(여기서 세련되지 못했다는 표현은 대중들에게 쉽게 인식될 수 있는 화법을 사용하지 않았다가 될 수 있겠네요)
공드리의 진심이 100% 담긴 영화였다. 어찌 보면 찰리 카우프만의 역할은 미셸 공드리가 꿈꾸는 세계를 대중들에게 좀 더
쉽게 인식되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이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카우프만 없이 처음 홀로 서기를 했던 <수면의 과학>에서
미셸 공드리는 자신의 생각하는 바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할지 그 방법을 잘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레오 까락스, 봉준호와 함께한 프로젝트 <도쿄!>에서는 단편이라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훨씬 성숙해진 공드리의
연출을 만나볼 수 있었다. <도쿄!>에서 그가 연출한 'Interior Design'은 공드리가 특히 관심을 갖기도 했던 일본 문화를
배경으로 공드리만이 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것에만 급급해 하지 않고, '이야기' 속에 잘 녹여내는데에
성공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수면의 과학>과 <도쿄!>사이에는 보지 못한 하나의 영화가 더 있는데, 그것이 바로
최근 개봉한 <비카인드 리와인드>였다. 국내는 개봉이 늦어지면서 2008년 작인 <도쿄!>가 먼저 개봉을 하게 되었는데,
<도쿄!> 비교적 만족스러웠던 점을 미뤄보자면, 이렇듯 점차 찰리 카우프만 없이 홀로 서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그의 신작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유난히 좋아하는 잭 블랙과 모스 뎁을 재쳐두고서라도 충분히 기대할 수 밖에는 없었던 영화였다.


(이후 부터는 영화 <비카인드 리와인드>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비카인드 리와인드>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도시 계획을 위해 철거위기에 놓인 건물에 속해있는 한 오래된 비디오 가게가
있는데, 주인인 플레쳐 (대니 글로버)가 다른 행사 참석을 핑계로(사실은 VHS에서 DVD로 넘어가기 위한 시장 조사였지만)
자리를 비우고 마이크 (모스 뎁)에게 가게를 맡기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마이크의 친구인 제리 (잭 블랙)는 우연한 사고를
통해 일종의 전기인간이 되고 이 때문에 그가 지나간 곳에 있던 가게 내의 비디오 테입들은 전부 내용이 지워지게 되면서,
이 사고를 주인아저씨가 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와 제리는 직접 영화를 찍어서 이를 담아 손님들에게
대여를 해주자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들이 영화를 직접 찍기는 찍는데, 그냥 오타쿠에 가까운 매니아들이라 예전 영화들을
직접 찍는 것으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비디오가게에 테입이 전부 지워져서 이를 막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직접 찍기로 한다는
설정 자체가 무척이나 공드리스러운 것 같다. 이렇게 해서 마이크와 제리는 직접 'Sweded'한 영화를 만들게 되는데,
이 과정들은 재미도 있고 나름 의미도 엿볼 수 있었다(영화 속에서 이들은 손님들에게 자신들의 영화를 설명하기를
스웨덴에서 수입된 영화들이라 특이하다 라는 식으로 얘기한다).




<비카인드 리와인드>를 보면서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이 'Sweded'한 영화를 찍는 장면이었는데,
이 과정이 단순히 재미 만을 주지는 않았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마이크와 제리, 그리고 후에 합류한 엘마 (멜로니 디아즈)가
영화를 촬영하는 방식이 바로 실제 미셸 공드리가 예전부터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방식, 더 나아가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비카인드 리와인드>를 보면 예전 클래식한 자동차들을 섭외하지 못해 사진을 대형으로 프린트해 마치
어린이 인형극처럼 대형 사진을 활용하는 장면이나, 결국은 카메라로 촬영된다는 점을 100% 적용하여 서 있는 대형 구조물을
눕힌 상태로 마치 서있는냥 촬영하는 것이나, 어두운 장면을 촬영할 때 네거티브 방식으로 촬여하면서 얼굴 부분은
복사기로 스캔한 것을 반대로 사용하는 것 등(마지막 같은 아이디어는 정말 빛이 났다!)은 이미 미셸 공드리가 이름을
날리게 된 여러 뮤직비디오들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기법들이었다. 사실 'Sweded Movie'라는 신조어가 이 영화를 통해
생겨나기도 했지만, 따지고보자면 '공드리 무비'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의 예전 작품들은 대부분 이런 방식을 통해
작업된 결과물들이었다.

그래서 영화 속 <고스트 바스터즈>나 <러시아워 2> <킹콩> <캐리> <알리> <로보캅>등 다양한 영화들을 'Sweded'하게
촬영하는 장면들이, 단순히 패러디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미셸 공드리의 역사를 읊는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국내 개봉시에는 마치 잭 블랙 주연의 완전 코미디 영화처럼 포장이 되어 '잭 블랙이 너희를 웃게 하리라!'라는 우스꽝스런
카피 문구로 홍보가 되었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당연히 마이크이며, 코미디는 어디까지나 소재일 뿐 영화에 대한
미셸 공드리의 고백과 사랑이 담긴 영화라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관객들은 단순히 영화 패러디
장면에서 잠깐 잠깐 보여지는 잭 블랙의 개인기에만 환호하거나 혹은 실망하게 된 것 같아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사실 제리 역할을 잭 블랙 만큼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도 없을 것 같지만, 반대로 잭 블랙이라는 배우에게서는
일종의 선입관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100% 장면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최근 <더 폴>이 그러했듯이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미셸 공드리가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고백이자, 자신이
그 동인 영화(뮤직비디오)를 만들어온 역사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Sweded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고스란히 그가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맞아 떨어지고, 후반부 저작권 문제로 인해 더이상 영화를 직접 찍을 수 없게 된 다음,
스스로 Sweded한 영화가 아닌 자신들 만의 영화를 여럿이 함께 모여 만드는 과정은, 어쩌면 순수하기만한 미셸 공드리의
영화에 대한 사랑을 그대로 고백한 장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면의 과학>이 아쉬웠던 것은 <비카인드 리와인드>에
빗대어 보자면 Sweded한 영화를 만드는 과정만 있고, 나중에 직접 자신들만의 영화를 만들고 이를 다 함께 모여 관람하는
과정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예전에 공드리 같았으면 Sweded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주제이자 목표인 영화를
만들었을 테지만, 점점 홀로서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공드리는 <비카인드 리와인드>에 와서는 점점 자신의 장기와 이야기를
결합시키는 방법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비카인드 리와인드>가 인상적인 영화로 남느냐, 아니면 그냥 그런 영화로 기억되느냐 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바로 이 후반부에 시사회를 하는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은 이 장면에서
'푸훗'하며 유치하고 아동스럽다며 웃었을지 모르지만, 만약 이 장면에서 찡한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면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이터널 선샤인>과 비할 바는 못되겠지만 미셸 공드리의 필모그래피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수작으로 기억될 중요한
영화가 될 것이다. 극중 잭 블랙이 연기한 '제리'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한창 날리던 시절 미셸 공드리의 모습이라면,
대니 글로버가 연기한 '플래처'는 영화 감독으로서 최근의 미셸 공드리를 엿볼 수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미셸 공드리는 아직까지 동심을 갖고 있는 피터팬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을텐데, 이런 순수함을
통해 남들을 볼 수 없고 미처 생각해내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표현해 내던 시절이 뮤직비디오 감독으로서의 그였다면,
영화 감독으로서 요즘의 미셸 공드리는, 영화 속 '플래처'처럼 선의의 거짓말을 해서라도 많은 사람들의 꿈을 꺽거나,
희망을 잃게 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편리함과 새로운 것만을 찾는 도시계획처럼, VHS만의 정겨움과 불편함을 어서 DVD로 대채하려고만 하는 문화처럼(그런데
실상에선 이 DVD도 이제 퇴물 취급을 받는터라 씁쓸한 미소가 지어질 수 밖에는 없었다), 무엇보다 영화 자체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으로 종결시켜 버리는 문화에 대해, 미셸 공드리는 유치하리만큼 순수한 이야기로라도 현실에 호소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가 이런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음은 극 중 시고니 위버가 연기한 정부 직원 캐릭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시고니 위버가 연기한 캐릭터는 극의 전개상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캐릭터는 영화 속 어느 캐릭터보다
현명하게 묘사되며, 무엇보다 이렇게 해야함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음'을 동반하고 있다. 이들이 정성스레 만든 비디오 테입들을
불도저로 부숴버려야 하는 이 캐릭터에게, 확연한 악당의 이미지 보다는 그럴 수 밖에는 없는 현실성을 부여함으로서,
미셸 공드리는 관객들에게 강요보다는 부탁조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초반 가게 주인인 플래처는 '제리를 가게에 들이지 말라'는 글을 기차 유리창에 남기는데, 마이크가 보는 방향을
생각해서 일부어 반대로 쓴 이 글은 마이크에게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져 한동안 이 뜻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종이를 반대로 보게 되고 나서야 참 뜻을 알게 된다. 작은 웃음 소재로만 사용되는 줄 알았던 이 설정은 영화 후반부
모두가 함께 모여 영화를 보는 장면에 복선으로 사용되고 있다. 창문에 천을 달아 프로젝터를 이용해 영화를 보게 되는데,
창 밖에서는 이를 찍어온 방향과 정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보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 영화적으로 줄 수 있는
감동은 이들이 스스로 만든 영화를 다같이 모여서 보는 이 장면(이때 스크린을 비추지 않고 프로젝터 빛에 비친 관객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어쩔 수 없는 감동의 장면이다)에서 이미 다 주었다고 할 수 있는데, 부러 모든 사람들이
이들의 영화를 그것도 외곡된 방향으로 즐기고 감동하는 장면을 삽입한 것은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한 편으론 제대로, 혹은 원래 있던 그대로의 방식으로는 외면 받을 수 밖에 없고, 뒤집거나 외곡하고 나서야 이들의 진심이
이해되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이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미셸 공드리 입장에서 보았을 땐,
자신이 꿈꾸는 세계를 대중들이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담겨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마이크 역할을 맡은 모스 뎁이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물론 그가
블랙뮤직의 슈퍼스타였을 때였는데, 알리시아 키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을 때 '제법 영화배우 분위기가 난다'고 생각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이 영화를 통해 완전히 뮤지션으로서의
허물을 벗었달까. 완벽히 영화 배우 '모스 뎁'다운 모습이었다. 잭 블랙과 대니 글로버 사이에서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캐릭터로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으며, 연기 외적으로는 아마도 본인이 직접 코디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멋진 의상들의 향연도
인상적이었다. 힙합 뮤지션으로서 활동하다가 배우로 전업한 경우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는 아이스 큐브라고 봐야 할텐데,
내 취향에는 모스 뎁의 앞날이 훨씬 기대된다. 그는 확실히 영화 배우로서도 대단한 재능이 엿보인다.

잭 블랙은 국내에서는 마치 단독주연처럼 홍보되긴 했지만,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분명히 조연에 만족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만의 오타쿠 캐릭터를 크게 오버하지 않는 수준에서 연기하고 있으며, 역시 잭 블랙 답게 디테일한
조크들을 사이사이 껴 넣는 재주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종종 이렇게 영화광으로 영화 속에 출연했던 것 같은데
<비카인드 리와인드>에 와서 비로서 본격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혹자들은 잭 블랙도 별로 안웃기더라 하며
실망했지만, 이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일부러 웃기는 캐릭터는 아니었기에 이런 평가는 조금 억울한 면이 있을 것 같다.

대니 글로버와 미아 패로우는 잭 블랙과 모스 뎁 만으로는 조금 부족했던 따듯함을 이 영화에 불어넣고 있다.
특히 두 배우가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를 패러디할 땐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눈에 띄는 조연으로는 <아임 낫 데어>에
출연했던 아역 연기자인 마커스 칼 프랭클린을 들 수 있겠는데, 그의 비중은 사실 까메오에 가까운 수준이었으나 크래딧에서는
매우 상위에 위치해 사뭇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시고니 위버는 연기 자체보다도 <고스트 바스터즈>와 연관이 되어
슬쩍 웃음이 나기도 했다.




이렇듯 미셸 공드리의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공드리가 꿈꾸는 시네마 천국을 대중들에게 좀 더 쉽게 설득시키기 위해,
좀 더 일반적인 화법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영화인 동시에, 영화 감독 미셸 공드리의 자전 적인 이야기이기도 한 작품이다.
잭 블랙이 마구 웃겨주는 코미디를 생각했다면 Sweded한 영화 장면 외에는 별로 재미있는 장면을 찾아볼 수 없겠지만,
감독이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인다면, <이터널 선샤인> 못지 않은 흥미로운 감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뉴라인 시네마에 있습니다.






쿵푸 팬더 (Kung Fu Panda, 2008)
이런것이 진정한 오마주!

사실 <쿵푸 팬더>는 진작부터 봐야지 했던 영화는 아니었다. 포스터의 때깔만 봤을 때는
<마다가스카>정도의 영화로 생각되어 그랬던 것이었는데, 개봉이 되고 나서 흘러나오는 영화 평들은
모두 다 호평들 일색이었다. 더군다나 이것이 이름만 '쿵푸'영화가 아닌, 진정한 '쿵푸'영화라는
평들은 얼마전 실망했던 <포비든 킹덤>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늦었지만 이제야 보게 되었다.



(여기서부터 끝날때까지 스포일러 입니다)

<쿵푸 팬더>를 보면서 여러가지 다른 영화들이 떠올랐는데, 그 중 가장 많이 떠올랐던 것은 <매트릭스>였다.
이 영화는 드림웍스의 전작인 <슈렉>과 비슷한 루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그리고 있지만, 여기에 쿵푸라는
중국적인 요소를 배경으로 하면서 <매트릭스>와 상당히 밀접한 분위기로 이 루저가 그려지게 된 것이다.
주인공 '포'는 혈관에 육수가 흐르는 국수집 아들이지만, 쿵푸와 무적의 5인방, 그리고 그들에 대한 전설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팬이기도 하다. 외모로보나 실력으로 보나 포가 용문서의 전수자라고는 보기가 힘들지만,
대사부는 포를 지목하고, 여기서 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포 스스로도 자신이 용의 전사(?)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무적의 5인방은 물론, 그들의 스승인 시푸 역시 포를
운명의 정해준 전사라고는 믿지 않는다. 이 설정은 <매트릭스>의 the One의 개념과 거의 흡사하다.
네오도 처음에는 스스로도 믿지 못하고, 주변에서도 아무도 믿지 못하지만, 차차 주변에서도 믿게 되고,
최종적으로 스스로도 믿게 되면서 진정한 the One이 되는 이야기 구조는 <쿵푸 팬더>에서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 영화에서 '포'의 존재보다 개인적으로 더 인상깊게 보았던 것은 바로 '스승과 제자'의 개념이었다.
이는 쿵푸 영화에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으로, 어리석은 제자를 현명한 스승이 가르쳐 깨우침을 주는 과정을
주로 그리는데, 이런 과정을 미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세심하고
정확하게 묘사해 내고 있다(앞서도 언급했지만, 성룡과 이연걸을 데리고도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던
<포비든 킹덤>과 비교해본다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통 쿵푸 영화들에서 보면 처음에는 완전 몸치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다가, 차차 조금씩 눈을 떠가면서
나중에는 어느덧 고수가 되는 과정을 대사 없이 훈련장면과 배경음악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이후에 꼭 함께 하는 식사 시퀀스가 나오는 것도(예전 성룡 주연의 영화들을
보면, 훈련 장면 이후에는 식사장면이 나오는 영화가 아주 많다)그대로다.
또한 젓가락을 이용한 쿵푸 장면 역시 여러 홍콩 영화들을 떠올리게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성룡의 작품들도
많이 떠올랐었지만 특히 <호소자>에서 삼형제가 젓가락으로 파리를 잡는 내기를 하는 장면이 더 떠올랐다 ㅋ

결과적으로 이 스승과 제자의 개념, 즉 '마스터'의 개념의 도입으로 이 작품은 좀 더 쿵푸 영화에
가까워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매트릭스>만큼 떠올랐던 영화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스타워즈 에피소드 3>였다.
바로 악당인 타이렁에 관한 시퀀스에서 등장하는 시푸와 타이렁의 뒷 이야기는 흡사 오비완과 아나킨의
관계가 떠올랐다. 엄청난 재능과 실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오만함을 갖게 되는 것은 아나킨의 모습과도
흡사했고, 자신의 아들과도 같은 아나킨과 대적할 수 밖에는 없었던 오비완의 슬픔은, 시푸에게서 엿볼 수 있었다.

모습적으로는 시푸가 요다에 가까워보이지만, 설정 상은 대사부 우그웨이가 요다에 더 가깝다고 해야할 것 같다
(사실상 <스타워즈>를 염두에 둔 작품도 아닐테니 큰 의미는 없겠다만;;;). 장면적으로 타이렁이 오래전
용의 문서를 빼았기 위해 공격을 해왔을 때에 우그웨이가 갑자기 뛰어올라 타이렁을 제압하는 것을 보면,
흡사 <스타워즈 에피소드 2>에서 약간은 촐싹거리게 까지 보였던 요다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었다.



그래서 어쩌면 악당 역할인 타이렁의 캐릭터가 좀 더 인상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표면적으로는 '포'가 루저를 대변하는 캐릭터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악당이 된 타이렁이 더 루저가 아니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열심히 수련한 덕에 용의 문서를 전수받을 만한 고수가 되었지만,
실력이 아닌 운명에 의해 거절 당했던 타이렁이 삐뚫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전수자로 유력한 타이그리스 역시 이런 점에서 안쓰러운 캐릭터가 아닐 수 없겠다.



영화를 보면서 또 하나 놀랐던 것은 전제 관람가의 애니메이션 작품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훌륭한
액션 구성 때문이었다. 놀라운 수준의 CG로 표현된 화면을 배경으로(시작 장면에 국수집과 2층 포의 방의
그래픽은 거의 실사를 방불케 했다), 각종 무기와 권법에 따라 달라지는 액션 시퀀스는 단순히 볼거리에만
치중했다기 보다는 오마주와 더불어 치밀한 계산에 의해 연출된 액션 장면들이었다.
주성치가 이미 이소룡 영화와 더불어 선배들의 쿵푸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훌륭하게 보여주었듯이,
<쿵푸 팬더>는 주성치 영화의 재미와 오마주를 애니메이션으로 또 한번 업그레이드한 느낌이었다.



<쿵푸 팬더>를 이야기하면서 더빙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텐데, 확실히 잭 블랙이 연기한 포의 목소리
연기는 환상적이었다. 사실 목소리 연기보다도 더 놀라웠던 것은 포의 표정연기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표정 연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변화무쌍하고 환상적인 표정연기였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단순히 목소리 연기만을 염두해두고 잭 블랙을 캐스팅 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캐릭터를 만들고
이미지화 할때 잭 블랙의 연기와 이미지를 염두해 둔 것이라고 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단지 잭 블랙
뿐 아니라, 더스틴 호프만이나 안젤리나 졸리 같은 경우도 이와 비슷한 경우라 해야겠다.

사실 이들 외에도 크레인 역의 데이비드 크로스나 바이퍼 역할의 루시 리우, 몽키의 성룡, 맨티스의 세스 로건 등
화려한 배우들이 성우로 연기하고 있지만, 특히나 성룡이 경우 대사가 별로 없어서 성룡만의 느낌을 전달
받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교도 소장 같은 경우는 분량은 적었지만 그 특유의 목소리 때문에
마이클 클락 던컨 인줄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


최근 심심치 않게 헐리웃에서 홍콩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제대로된 영화가 하나 나온 듯 하다. 사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줄거리와 대사들이 힘을 얻게 된 것은
바로 쿵푸 영화의 팬들이라면 쉽게 지나치지 못할 여지를 남겨둔 연출력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1. <매트릭스>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장면적으로도 마지막에 포가 타이렁에게 맞아 둥그렇게 패인 땅 위에
   누워있고 그 옆에 타이렁이 서서 내려다보는 장면은, <레볼루션>의 마지막 장면에서 스미스가 역시
   둥그렇게 파인 구덩이 안에서 누워있는 네오를 바라보는 장면이 떠올랐다.

2. 다들 아시는 것처럼 엔딩 크래딧이 끝나고 추가 장면이 나온다(그런데 극장에서는 아무도 몰랐는지
   나 혼자봤다 --V)

3. 사실 추가장면 보다도 엔딩 크래딧과 함께 나오는 에필로그 장면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냥 나가는것 같아 내가 다 아쉽더라. 생각나는 몇가지만 언급해보자면,
   포는 무적의 5인방 피규어 외에 자신의 피규어도 추가하게 되었고, 타이렁 사건 이후 웃음을 잃었던
   시푸는 웃음을 되찾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것 외에도 영화 속 장면들이 아니라 말그대로 에필로그 장면이어서
   이것도 절대 놓치면 안될듯.

4. 아이맥스로 토요일날 또 보러 간다 --V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드림웍스에 있습니다.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RSS등록하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