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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 크리드 (Assassin's Creed, 2016)

게임 원작의 한계와 기대


XBOX360과 PS4 유저로서 최근 몇 년간 시리즈로만 따지자면 가장 꾸준히 재미있게 했던 게임 중 하나가 바로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였다. 엑스박스360 시절부터 친절한 한글화와 지속적인 새로운 시리즈의 발매 덕에 한 편도 안 빼놓고 즐긴 적지 않은 게임 타이틀이 되었는데, 꼭 그래서 만이 아니지만 '어쌔신 크리드'는 가장 영화화와 기대 또는 예상되었던 작품이었다. 일단 애니머스라는 설정과 이를 통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이야기 그리고 이를 둘러싼 거대한 (진짜 거대한) 배경의 음모와 미스터리는 특별히 고민하지 않아도 '나중에 영화화가 꼭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기대와 예상을 갖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딱 절반은 불안함이었다. '어쌔신 크리드'의 영화화를 기대하게 만든 점과 걱정하게 만들었던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이유다. 앞서 언급한 설정과 이야기 전개가 그것인데, 게임 '어쌔신 크리드'가 보여준 세계관과 이야기는 영화화 하기에 아주 매력적인 소재임이 분명했지만, 그와 동시에 복잡하고 광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특히 영화라는 한정된 시간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시리즈를 즐겨온 유저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어쌔신 크리드'의 스토리는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 즉, 단순히 애니머스라는 기계를 통해 선조의 기억을 공유하며 당시로 돌아가 활약을 펼치게 된다는 것 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점이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차라리 한정된 러닝 타임의 영화가 아니라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TV시리즈로 제작되었으면 어떨까 하는 기대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보게 된 저스틴 커젤 감독의 '어쌔신 크리드'는 역시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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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쉬운 점부터 말해보자면 역시나 우려했던 것처럼 이 광대한 세계관과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에서 제대로 설명하는 것에는 실패한 것 같다. 특히 게임을 접하지 않은 일반 관객들 입장에서는 이 세계관이 이해는 할 수 있어도 미처 흥미를 느끼기 전에 영화가 먼저 달려가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다. 특히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영화 '어쌔신 크리드'가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는 점이다. 만약 그런 기획 없이 1편으로 완성해야 하는 영화였다면 지금 같은 결과물이 조금 더 이해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애초부터 3부작을 기획하고 있었다면 지금의 결과물의 정도는 분명 아쉬운 점이다. 


즉,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면 1편에서는 좀 더 여유를 갖고 이 세계관과 배경의 이야기를 충분히 설명하는 데에 더 시간을 할애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이 설령 너무 흔한 히어로물의 플롯이라 할지라도 '어쌔신 크리드'와 같은 작품이라면 시리즈의 첫 편에서는 화끈한 볼거리는 좀 덜했더라도 소개와 기대감을 갖도록 만드는 역할에 충실하는 편이 더 나을 뻔했다. 아쉽지만 영화 '어쌔신 크리드'는 그 비중의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한 듯했다. 어쩌면 작품 스스로도 혹시 한 편으로 끝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신경 쓰기라도 한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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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팬들이라면 더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내 입장에서는 기대치가 낮아서인지는 몰라도, 앞선 아쉬움 들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였다. 특히 애니머스를 시각화 한 방식이나 파쿠르를 기반으로 한 액션 장면들은 한창 게임을 재미있게 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해 반가웠다 (실제로 영화를 보고 오니 오랜만에 가장 최근작이었던 게임이라도 다시 해보고 싶은 욕구가 용솟음쳤다). 여기저기 건물을 기어오르고 뛰고 구르고 하는 액션 들은 최대한 원작 게임을 느낌을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였으며, 특유의 암살 장면들은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후반 암살단과 템플기사단의 이미지가 더 분명해지는 지점에서는 원작 팬으로서 살짝 흥분(?)되기도 했었는데, 반대로 말하자면 역시 살짝 겉도는 느낌도 있었던 것이 사실. 


'어쌔신 크리드'가 정녕 3부작으로 기획된 영화라고 한다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 해야 할 역할을 다 해내지 못한 이번 영화가 분명 아쉽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는 점이 이 아쉬움을 속편에서 만회할 여지가 남아있기에, 좀 더 두고 볼 만한 작품으로 남겨두고 싶다. 아, 그런데 과연 속편이 가능할까?


1. '맥베스'를 함께 했던 감독과 배우 콤비가 이 작품으로 다시 뭉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쁘지 않은 라인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단 이 영화에서는 특별히 시너지를 발휘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패스벤더와 꼬띠아르 역시 다른 작품에서 연기했던 캐릭터들의 잔상이 남아있기도 했고.


2. 개인적으로는 '어쌔신 크리드'가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당연히(?) 에지오와 데스몬드의 이야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그랬지?)아니어서 조금 당황하기도;; 


3. 어쨌든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오랜만에 게임이 다시 해보고 싶더군요. 신작은 언제 나오려나.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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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타 (Lolita, 1997)

지난 주말 어김없이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상영회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팻걸>이나 <돌이킬 수 없는>등 다른 후보작들은 이미 극장이나 DVD를 통해 보았었기 때문에, 말로만 들어왔던 <로리타>에 소중한 한표를 던졌었는데, 치열한 순위 다툼 끝에 결국 <로리타>가 최종 상영작으로 결정되어 애드리안 라인의 작품을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로리타' 혹은 '로리타 컴플렉스' 등 말만 많이 들었지, 정작 그 말이 유래된 작품인 영화는 보질 못했었기 때문에 이번 감상은 더욱 기대가 되었던 기회였다. 결말부터 이야기하자면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로리타>는 우리가 흔히 모르고 상상하는 그 '로리타'와는 사뭇 다른 진지하고 잘 만들어진 영화였으며, 야하기만 하고 성적인 측면에만 포커스를 맞춘 작품은 아니었다. 그래서 신선했고,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을 원작으로 스탠리 큐브릭도 영화화 했었던 이 작품은 애드리안 라인 연출과 제레미 아이언스가 주연한 이 버전이 가장 널리 알려졌고, 인상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막연히 '로리타'라고 하면 그 언어가 갖게한 일종의 잘못된 선입견 때문에 그저 '성적인' 이미지 만을 떠올리게 되는데, 영화 속에도 분명 그런 시선도 담겨있긴 하지만, 거의 이것은 소스 정도로 사용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로리타'보다는 남자 주인공인 '험버트(제레미 아이언스)'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험버트라는 남자의 심리상태를 드라마로 풀어낸 수작이랄까. 왜 험버트가 로리타라는 캐릭터를 스스로 만들어내(어쩌면 만들어낸 것에 가깝다고 해도 맞겠다), 그 운명과 시간들에 힘들어하고 고뇌하고 결국 파멸로 향해가는 이 이야기를 애드리안 라인 감독은 알기 쉽고 편안한 방식으로(하지만 실험적인 장치들도 곁들여서) 풀어내고 있다. 사실 어쩌면 중년의 지성으로 대표되는 한 남성이 소녀에게 빠지게 되어 일어나게 되는 줄거리는 굉장히 전형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것이 단순히 성적인 코드만을 다루는 것으로, 탐욕하고 해소하고 파멸하고 만으로 이루어졌다면 그럴 수 있었겠지만,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로리타>는 이 감정선을 유치하지 않게 그려내고 있으며, 영상미학의 측면에서도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일단 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한 험버트라는 캐릭터가 어쩌면 '로리타'보다도 더욱 돋보이는 영화였다.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돌출형 소녀 캐릭터가 '로'라면 '험버트'는 왜 그가 어린 소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졌기 때문인지 몰라도, 후반부 까지 그의 심리상태에 어렵지 않게 빠져들 수 있었던 캐릭터였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이번 기회를 통해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아마도 영영 일반적인 선입관으로 이 영화를 기억하게 될 뻔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다행이었던 관람이었다. 물론 일부 장면이 삭제된 버전이라 야한 장면이 삭제된 점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국내에 개봉한 이 버전이라면 사실 15세도 가능할 정도다), 이 삭제된 장면이 대부분이 단순히 노출 문제 뿐만 아니라 길어서 자른 부분도 있다는 점에서, 그 장면들이 전부 포함된다고 해도 이 같은 선입견을 깨어버린 경험이 변하게 될 것 같진 않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다가 정말 속으로 '와!'하고 외쳤던 장면은 영화 후반부에 험버트가 '퀼티'를 죽이려고 방문한 시퀀스였다. 총을 쏘며 달려드는 험버트와 몸싸움을 벌이며 저항하던 퀼티(프랭크 란젤라)는 갑자기 나이트 가운을 연주자처럼 휙 하니 재치더니 피아노에 앉아 갑자기 연주를 시작한다. 이 장면의 포스도 엄청났는데, 그 이후에 퀼티가 떠난 다음에도 피아노가 혼자 연주되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이건 마치 린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ㄷㄷㄷ ). 퀼티가 죽음을 맞게 되는 장면의 묘사도 정말 인상적이었고(총맞고 죽어가는 사람이 굳이 이불을 덮으려고 애쓰는 장면;;;). 이 장면은 정말 평생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인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위의 장면도 그렇지만 <로리타>에는 예상을 깨는 기이한 설정의 장면들이 제법 등장하고 있는데, 벌레 잡는 전기불을 클로즈업하며 갑작스레 영화를 공포분위기로 몰고가는 시퀀스도 그렇고, 욕실에 들어갔던 험버트가 1초만에 옷을 갈아입고 나온것으로 편집한 장면도 그렇고, 발의 위치에서 핸드 헬드 기법을 사용해 촬영한 장면들도 그렇고. 이런 드라마 장르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기법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롭기도 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도 인상적이었는데, 험버트가 자동차를 좌우로 운전해가며 쓸쓸한 표정을 짓는 장면에서 흐르던 테마 음악은 마치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서 누들스(로버트 드니로)의 테마와 음율이 비슷해 자꾸 연상되기도 했다(나중에 애드리안 라인은 음악을 따라가 마치 레오네가 누들스를 비추듯, 험버트를 카메라로 비추기도 한다).

영화가 끝나고 진행되었던 씨네토크는 평소보다는 조금 적은 분들이 자리에 남아 계셨지만, 언제나 처럼 흥미로운 시간들로 채워졌다. 특히 이 영화에 오랜 팬이신 관객 분이 남아계셔서 원작과 큐브릭 버전의 <로리타> 등 다양한 기본 지식들을 공유해 주셔서 더욱 도움이 많이 되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벌써부터 제7회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상영회가 기다려진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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