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조류 (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

양념으로만 가득찬 영화



조니 뎁을 디즈니 가족영화의 캐릭터로 승화시킨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그 네 번째 이야기 '낯선조류'를 보았다. 사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작품에 대한 기대보다는 거의 조니 뎁에 대한 팬심으로 보기 시작한, 그리고 보고 있는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이번 '낯선조류'에서는 페넬로페 크루즈까지 출연한다고 하니 작품의 완성도는 재쳐두고서라도 한 번 봐야겠다 싶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대치가 별로 높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낯선조류'는 그다지 매력적인 작품은 아니었다. 제작비와는 상관없이 이미 블록버스터 시리즈로 알려져 있는 시리즈의 작품답지 않게 스케일이 느껴지는 볼 거리는 거의 없었고, 소소한 즐거움도 밋밋한 수준이라 아쉬움이 남았다. 원작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해 '캐리비안의 해적'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는 없지만, 만약 '해리포터'의 경우처럼 전체 하나의 이야기를 조금씩이라도 전개해 가는 과정이었다면 모를까, 아니 그렇다하더라도 큰 줄기의 진전이라기 보다는 단순한 에피소드 정도의 작품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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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따지고보면 '캐리비안의 해적'은 이야기를 배경에 깔고는 있지만, 그 배경의 이야기가 매력적이기 보다는 잭 스페로우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인 작품이었고, 그 이야기 역시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캐릭터 뒤에서 근근히 지원하는 정도의 역할을 하던 시리즈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런 작품의 특성은 3편에서 조금씩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를 본 이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3편도 별로이지 않았느냐'라고 얘기하는 것은 그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그래도 3편이 나름 재미있었던 것은 조니 뎁이 연기한 잭 스페로우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원맨쇼를 비롯해, 1편부터 시리즈에 참여해 온 '윌 터너 (올랜도 블룸)'와 '엘리자베스 스완 (키이라 나이틀리)'은 물론, 좋은 결과는 아니었지만 주윤발이라는 새로운 배우의 참여를 통해 흥미요소와 연속성을 남겨두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낯선조류'에서는 제프리 러쉬가 연기한 '바르보사'와 '깁스 (케빈 맥널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연속성 보다는 에피소드의 느낌이 더 강해 단순히 캐릭터를 소비하는 느낌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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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가장 큰 이유라면, 그 동안 시리즈를 이끌었던 고어 버번스키 대신 롭 마샬이 연출을 맡은 사실을 들 수 있겠다. 롭 마샬은 '시카고' '나인' 등 뮤지컬 영화에서 더 두각을 나타내었던 감독인데, 어차피 결과물이 아쉽다보니 제작사도 디즈니겠다, 혁신적으로 '캐리비안의 해적'에 뮤지컬 적인 요소를 가미시켰다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위험한 상상도 해본다. 출연진들이야 뭐 가무에도 능한 배우들이니 괴작이 될 지언정 무언가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마도 이랬다면 이 시리즈의 팬들은 더 떠났을지도 모르니 개인적인 상상으로만 그쳐야겠다. 어쨋든 결과적으로 차라리 뮤지컬 시퀀스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좀 심심한 작품이었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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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등장한 캐릭터와 젋음의 샘에 관련된 이야기와 캐릭터, 그리고 시리즈의 주인공인 잭 스페로우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하다보니, 모두가 조금씩 여운 만을 남기는 작품이 된 듯 하다. 특히 인어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이번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는데, 비중이 모호하다보니 감정을 더 싣기도 애매하고 그냥 곁가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른 가지들에 비해 흥미로운 그런 경우였다. 이야기 자체가 많은 캐릭터들이 젊음의 샘이라는 하나로 모여드는 구조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2시간 정도의 오락영화에서는 좀 더 캐릭터와 이야기의 줄기를 심플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보니 검은 수염, 안젤리카, 인어, 젋음의 샘, 스페인 군대, 바르보사 등 각각은 나쁘지 않은 양념들이었지만, 메인 요리는 없는 양념으로만 가득찬 영화가 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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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마도 감독인 롭 마샬과의 인연으로 주디 덴치가 카메오 출연을 한 것 같더군요.

2. 이번 작품에서 가장 반가웠던 것은 잭 스페로우보다도 그의 아버지를 연기한 롤링 스톤스의 키스 리차드랄까. 뭐 이제는 두말하면 잔소리인 얘기지만, 조니 뎁이 잭 스페로우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많은 부분을 참고한 캐릭터가 키스 리차드였죠. 그래서 전편에 아버지 역할로 등장도 하게 되었던 것이구요. 짧지만 반가운 출연이었습니다!

3. 엔딩 크래딧이 모두 끝나고 쿠키 장면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암시하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정도의 장면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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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Wonderland, 2010)
그리려고 그린 그림


너무나 유명한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하긴 하지만, 어쩃든 그와 상관없이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제작초기부터 스냅 샷이 하나하나 공개 될 때마다 기대를 갖게 했던 작품이었다. 팀 버튼의 작품 성격으로 미뤄보았을 때 기괴하면서도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었고, 이야기도 어두움을 배경으로 기괴한 웃음을 전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그의 페르소나인 조니 뎁은 물론 헬레나 본햄 카터가 비중있는 역할로 출연한다는 소식은, 이 삼총사가 다시 한번 일을 내보려고 하는구나 싶었었는데,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런 기대에는 많이 못미치는 아쉬운 작품이었다. 원작과 감독, 캐스팅으로 미뤄봤을 때 참 괜찮은 조합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팀 버튼의 판단미스인지 아니면 본래부터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는지, 이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너무 '그리려고 그린 그림'의 티가 나는 작품이었다. 즉, 이야기를 풀어내려는 의도보다는 너무 그려보고 싶은 그림이 있어서, 그림 그리는 것에만 집중해버린 나머지 그림의 메시지는 억지로 가져다 놓은, 아니면 메시지를 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의미없는 화려한 그림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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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이상한 나라'의 비주얼은 만족스럽다. 이런 것들은 팀 버튼이 본래 매우 잘하는 것들로서 그 만의 색채가 쉽게 묻어난다. 비대칭적이고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이면서 매우 화려한 색감의 세계와 캐릭터는 일단 관객들의 눈을 쉽게 빠져들게 만든다. 그런데 일단  근본적으로 주인공 앨리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너무 어렵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원작이 너무 유명해서인지 아니면, 이미 한번 다녀온 세계를 앨리스가 나이 먹고 다시 방문하게 된 점을 감안해, '두번째'라 관객에게 역시 설명하는 부분을 대폭 축소한 것인지는 몰라도, 앨리스가 이 곳에서 사건들을 겪게 되는 과정 속에 아무런 공감대를 얻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이건 내 꿈이야'라고 반복적으로 이야기 할 때도, 마지막에 이곳을 떠나려고 할 때도 아무런 감정적 동요가 일지 않는 것이다. 물론 작품의 특성상 이 같은 공감대가 최우선 과제는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어쩃든 '너무' 부족한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 하다.

주인공인 앨리스에게서 어떠한 매력이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다보니, 이런 새로운 캐릭터들에게 역시 쉽게 빠져들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그 중 가장 피혜를 본 캐릭터라면 조니 뎁이 연기한 '모자 장수'를 들 수 있을텐데, 애초의 이 작품이 마치 조니 뎁 주연의 영화로 알려진 것에 더더욱 작품이 혼란스러워진 느낌이 분명 있다. 즉,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찌되었든 '앨리스'가 주인공인데, 팀 버튼의 작품에서는 앨리스가 별다른 주인공스러운 매력을 뿜지 못하다보니 더더군다나 조니 뎁의 모자 장수에게 관심을 흘렸으나, 모자 장수라는 캐릭터는 태생부터 자신 만의 한계가 있는 캐릭터이다보니 관객들이 주연급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도 애매한 정도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차라리 앨리스 역할에 조니 뎁의 이름 값에도 눌리지 않는 스타급 여배우를 캐스팅 했더라면 어느 정도 이런 아쉬움이 상쇄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물론 이것으로 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만;;). 일반적인 영화의 주인공에게 100%는 안되도 80%이상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보통이라면, 이 영화는 주인공 앨리스를 비롯해, 모자 장수와 붉은 여왕 등에게 각각 2,30% 씩 정도밖에 공감을 나눌 수 밖에는 없는, 겉만 맴도는 작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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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팀 버튼이었다면 차라리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에 집중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원작의 설정을 더 뒤집는 한이 있더라도, 심지어 앨리스가 없어도 좋으니 모자 장수가 완전한 주인공인 이야기라던가 아니면 붉은 여왕이 주인공인 이야기였다면, 좀 더 비대중적일지언정 훨씬 더 팀 버튼스러운 만족스런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든 생각은 (이때 쯤 이미 앨리스는 아웃 오브 안중;) 헬레나 본햄 카터가 연기한 붉은 여왕이 주인공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점이었다. 팀 버튼은 앨리스를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이 캐릭터에게 애정을 숨기지 못한 기색이 역력한데(차라리 더 여기에 애정을 쏟아 부었어야 했다!), 팀 버튼이 악당을 그리는 대부분의 방식처럼, 붉은 여왕은 완전히 나쁜 사람이라기 보다는 결핍과 부족함으로 인해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연민이 느껴지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래서 붉은 여왕의 이야기였다. 명령과 강제 보다는 사랑으로 통치하려 하고(그래서 그녀의 세계는 온통 하트가 아니던가!), 자신의 컴플렉스를 자랑처럼 여기는 모습은 그 주변에 있는 비컴플렉스 인들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연민으로 다가온다. 잘 생각해보면 붉은 여왕의 가장 큰 고민은 '왜 내 말을 안들을까?'가 아니라 '왜 나보다 내 동생(백색 여왕)을 더 좋아할까? 내가 이렇게 잘 해주는데' 였다는 점을 떠올렸을 때, 그리고 그녀의 주변에 있는 이들 모두가 그녀를 사랑한다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곁에 있는 이들이었다는 점을 봤을 때, 그녀의 이런 외로움과 컴플렉스를 연민으로 더더욱 감싸며 주연의 롤을 주었더라면 좋았을 듯 싶다. 아니면 모자 장수를 주연으로 해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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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참 좋을 것 같았던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다른 감독이 했으면 분명 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작품이 되어버렸다. 너무 보여지는 이미지에 급급한 나머지 (물론 이 작품은 보여지는 이미지가 참 중요한 작품이긴 하지만서도) 본래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메시지마저 조니 뎁의 CG가득한 댄스 스텝과 함께 날려버린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1. 앨리스 역할을 맡은 미아 바쉬이코브스카 양의 매력이 부족했던 것도 한 몫 한듯 싶습니다. 요즘 같아선 시얼샤 로넌 양이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2. 몇몇 익숙한 목소리 연기자들의 연기는 좋았습니다. 앨런 릭만이나 크리스토퍼 리 같은 경우는 워낙에 유명한 목소리라 이번에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더군요. 목소리로는 알아차리지 못했었는데 크래딧에서 티모시 스펠을 보고서는, '엇 또 쥐 역할로 나왔나?' 싶었는데 이번엔 다행히(?) '개' 역할이더군요 ㅎ

3. '네이브 오브 하트' 역할로 나온 크리스핀 글로버의 모습도 반가웠습니다. 이 분만 보면 아직까지도 <백 투더 퓨처>의 조지 플라이가 제일 먼저 떠올라요. 참고로 이 캐릭터는 팀 버튼의 의도적으로 CG스러운 움직임을 준 것 같더군요.

4. 앤 해서웨이 얘기를 한 마디도 못했는데, 그녀가 이 작품에 나오는 사람 중 제일 웃깁니다. 말 다했죠.

5. 엔딩 크래딧에 흐르던 주제곡 'Alice'는 에이브릴 라빈이 불렀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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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 2009)

난 그래도 테리 길리엄을 응원한다


테리 길리엄 감독의 신작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은 아무래도 히스 레저의 유작이라는 이유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된 작품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로 최고의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진정한 그의 유작은 이 작품이라는 점에서, 스크린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에서 다른 여러 이유들을 재쳐두더라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 작품 임은 부인할 수 없겠다. 히스 레저의 유작이기는 하지만 끝까지 본인의 촬영 분을 모두 마치지 못하고 요절하였기 때문에, 그의 동료인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이 히스 레저가 맡았던 캐릭터를 나누어 연기했다는 것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이제 막 배우로서 빛을 보려던 히스 레저의 죽음을 누구 보다 아쉬워 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어쨋든 이 작품은 테리 길리엄 감독의 신작이라서 더욱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브라질 (Brazil, 1985)>과 <바론의 대모험 (The Adventures Of Baron Munchausen, 1989)> <12 몽키스 (Twelve Monkeys, 1995)> 등으로 자신 만의 독특한 작품세계와 미장센을 선사했던 테리 길리엄의 신작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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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길리엄의 작품은 확실히 일반 대중적인 코드로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한 경우가 잦은 편이다. <브라질>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수 많은 영화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고 있긴 하지만 반대로 수많은 영화팬들 사이에서 잘 이해 안되는 작품으로 꼽히기도 하는 것처럼,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주기 보다는 자신의 세계 안에서 자신이 잘 하는 이야기만을 그 만의 화법으로 표현해내곤 했다. 그런데 그의 작품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장센(Mise-en-Scène)으로 흔히 얘기할 수 있는 독특한 영상과 미술적인 측면이다. <브라질>을 본 이들은 적어도 나중에 이 영화를 돌이켜 봤을 때, 도대체 무슨 얘기를 했었지? 하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지언정, 그 독특한 영상과 미술은 어렴풋이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영화나 뮤직비디오 등에서 비슷한 류의 영상을 보게 되었을 때, 저거 어딘선가 본 듯 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이 좀 더 확실하게 '테리 길리엄 영화였지!'라고 떠오르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 그가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지 모르지만, 어쨋든 개인적으로 테리 길리엄의 작품을 기다리고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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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신작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이런 그의 특징이 좀 더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반대로 그의 독특함과 대중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경우라면 <12 몽키스> 정도가 될 것 같다). 다시 말해 내러티브나 이야기가 주는 재미나 감동은 부족한 편이지만, 다른 감독의 작품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황홀한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쉬운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런 그의 특성을 분명 인지하고 감수하고 보기 시작한 영화임에도 이야기의 허술함(아니 허무함이라고 해야겠다)과 지루함은 눈에 띄게 발견되었다. 이 작품은 얼핏 들여다봐도 테리 길리엄스러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악마와 거래를 하고, 상상 속의 세계가 등장하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이 세상 이야기가 아닌 듯 싶다. 그런데 한 꺼풀 더 벗겨보고 나니, 이 이야기만큼 신파와 통속적인 이야기가 없다. 결국 바탕에 깔린 이야기는 악마와 거래를 한 한 남자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 약속의 하나인 딸을 두고 벌어지는 일에 가깝다.

여기서 조금 아쉬운 부분은 영화의 제목인 '상상극장'처럼 상상극장 속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을 더 주된 메인 스토리로 이끌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었다. 다른 감독이었다면 모르겠지만 테리 길리엄이 남들 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이 상상극장 속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상상극장 밖 현실의 이야기는 사실 테리 길리엄이 짊어지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상상극장 속 초현실적인 꿈의 이야기는 만화같은 영상과 황홀한 이미지로 이야기 자체를 사로잡고 만다. 이 상상 극장을 소재가 아니라 더 큰 주제로 삼았더라면 오히려 더 테리 길리엄 작품 답지 않았을까(물론 그로 인해 대중과 더 멀어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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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길리엄의 작품을 보면서 예전부터 종종 들었던 생각이었지만, 이번 작품을 보면서 더욱 확실해 진 한 가지 사실은, 그가 참 순수한 존재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유치함과 순수함은 구분하기 어려운 것 같지만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차이점인데, 이번 작품을 보면서 테리 길리엄은 참 순수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마치 자신의 아기자기한 세상에 빠져있는 미셸 공드리가 떠올랐달까(물론 반대로 테리 길리엄을 보며 공드리가 떠올라야 정상이겠지만 ;;).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의 이야기는 유치하기 보다는 순수한 것에 가깝다. 사실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영화가 중요한 순간에 반전이라고 내놓은 이야기에 '피식'하고 유치함을 참을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유치함이 느껴지는 한 편으론 '이 사람 정말 참 순수하구나'하는 애틋한 정마저 느껴졌다.

마치 감독 자신이 상상극장 속에 있는 것처럼, 관객들에게 너무도 순수하게 '여기서 감동적이지 않아요?' '놀랐죠?'라고 얘기하는 듯 했다. 만약 다른 잘 모르는 감독이 이런 똑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나 역시 '피식'하며 '설마 이게 다는 아니겠지?'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테리 길리엄의 이 허술한 이야기에는 뭔지 모를 순수함이 느껴졌다. 물론 이런 부족한 이야기에서 순수함이 느껴진 것은 이야기 외적인 영상과 미술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에서는 제대로 부숴주고 극장 예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펙터클을 안겨주는 것으로 만족스럽고, 제임스 카메론에게는 현대의 최고수준의 영화기술을 통해 역시 영화라는 매체만이 갖는 매력을 안겨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면, 테리 길리엄의 영화에서는 상상극장 속 꿈꾸는 듯한 세계와 미장센이 펼쳐지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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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팬이라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테리 길리엄은 단순히 연출 뿐만 아니라 미술에도 직접 감독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음악에도 재능이 있어 직접 자신이 음악 작업까지 참여하는 감독이다(사실 나도 음악까지 이렇게 많은 곡을 참여하고 있는 줄은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봤다). 그의 영상이 만족스러운 이유는 CG가 화려해서도 아니고, 압도하는 스케일 때문도 아니다. 그저 독특함과 신비로움 때문이랄까. 다른 판타지 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그 만의 감성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감성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여러 조형물들과 영상, 캐릭터들은 어딘가 모를 매력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사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을 특히 좋아하는 것도 그만의 크리쳐들 때문이고, 앞서 언급한 미셸 공드리의 경우도 상상과 현실을 아날로그한 감성으로 표현해 내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아이디어 때문인데, 테리 길리엄 역시 이런 측면이 강한 편이다.

이런 점만으로 그의 작품을 바라볼 수 있다면 이번 작품도 제법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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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히스 레저가 워낙에 화제가 되긴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처럼 '파르나서스' 박사 역할을 맡은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아니었나 싶다. 분량을 봐도 그렇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된 스토리의 주인공이라는 점도 그렇고 따져보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가 아니었나 싶다. 워낙에 <사운드 오브 뮤직>의 인상이 강한 터라 아직까지도 본 트랩 대령으로 더 익숙한 배우인데, 오랫만에 주인공에 가까운 비중으로 출연한 작품을 극장에서 보게 되어 일단 반가운 마음이 더 컸다. 몇몇 장면에서는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가 연상되기도 했지만(그러고보면 이안 맥켈런이 만든 '간달프'라는 이미지가 얼마나 강한 것인지 새삼 실감한다), 복잡/순수한 캐릭터를 연기내공으로 무리없이 소화하고 있다.

히스 레저는 본인을 <다크 나이트>와 <브로크백 마운틴> 이전에 캐스팅 해 주었던 테리 길리엄의 신작에 스타가 된 이후에도 일종의 보은 차원에서 출연을 결심한 듯 한데, 결국 끝까지 마치지는 못했지만 그로 인해 테리 길리엄의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일부 관객들 마저 히스 레저 때문에 보게 된 경우가 제법 있었으니, 결과적으로는 큰 도움을 준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인지 이 작품은 굉장히 노골적으로 히스 레저의 유작임을 작품에 심어놓고 있는데, 엔딩 크래딧에 간단한 한 줄 추모를 하는 것을 넘어서서, '히스 레저 유작'이라고 강하게 힘 주어 말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이것도 테리 길리엄이 너무 순수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ㅎ). 여튼 히스 레저는 그리 강력한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볼 수 없겠지만(만약 다른 새 배우가 맡은 역할을 본래대로 모두 그가 연기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다크 나이트>이후 전혀 다른 캐릭터에 다시 빠져든 모습을 볼 수 있어 다시 한번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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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의 역할을 대신하여 출연한 삼총사인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은 짧은 분량 탓인지 자신들 만의 매력을 연기로서 펼쳐보이기 보다는 그저 '등장'과 '분위기'로서 전하는데에 만족해야 했다(확실히 이런 면에 있어서 조니 뎁의 강한 마스크와 분위기는 타 배우를 압도한다). 이들 외에 새롭게 눈길을 주게 된 배우라면 발렌티나 역할을 맡은 릴리 콜을 들 수 있겠는데, 그 묘한 눈빛과 표정(그리고 볼살)은 테리 길리엄의 세계에 정말 잘 어울리는 마스크였으며 앞으로도 다른 작품에서 어떤 연기로 만나게 될지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였다.

그리고 배우로서도 커리어를 갖고 있는 뮤지션 톰 웨이츠는 미스터 닉 역할을 맡고 있는데, 한 편으론 참 톰 웨이츠 스러운 캐릭터와 연기가 아니었나 싶다. 마치 노래 한 자락 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거기까지 발전되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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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분명 지루하고 이야기는 허술하고, 어쩌면 판타지와 영상마저 커다란 임팩트를 주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난 그래도 테리 길리엄을 응원한다.


1. 아디오스, 히스 레저.
2. 히스 레저만 믿고 극장을 찾으셨다면 후회하실 확률이 높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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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에너미 (Public Enemies, 2009)
마이클 만의 실험적인 갱스터영화


<히트> <콜레트럴> <마이애미 바이스>등을 연출했던 마이클 만이 조니 뎁, 크리스찬 베일 등과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이 '등'에는 상당히 많은 거론할 만한 배우들이 포함되어 있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이 작품 <퍼블릭 에너미> (원제목은 'Enemies'임으로 우리말 제목으로 하자면 '공공의 적'이 아니라 '공공의 적들'이 맞겠다)는 기대작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필몰그래피 가운데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협연한 1995년작 <히트 (Heat)>를 최고의 작품을 꼽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999년작 <인사이더 (The Insider)>부터, 아니면 톰 크루즈와 제이미 폭스가 출연했던 2004년작 <콜레트럴 (Collateral)>에서야 본격적으로 좋아하는 감독으로 꼽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 그가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활동했던 대표적인 갱스터 '존 딜린저'를 영화한다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점들은 분명 몇 가지가 있었는데 (최신형 총기들의 격발음의 디테일을 선보였던 마이클 만이, 시카고로 대표되는 기관총의 사운드는 어떻게 차별화하여 들려줄 것인가 등등), <퍼블릭 에너미>는 그런 점들도 물론이거니와 기존에 <콜레트럴>과 <마이애미 바이스>를 통해 사용 빈도를 높여왔던 HD카메라의 사용을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한 상당히 실험적인 영상물이었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가 시작되고나서 솔직한 심정은 조금은 의외였다. 마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도그빌>에서나 볼 법한, 아니면 역시 그의 작품인 <어둠 속의 댄서>의 HD버전을 보는 듯한 영상은, '정말 이대로 끝까지 다 담으려는건가?'하는 생각을 하게 했는데, 마이클 만은 작정을 한 듯 이렇게 조금은 관객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이질감이 느껴지는 화면으로 영화를 완성시키고 있었다. 특히 초반 장면들 같은 경우 실외 장면에서는 그 미치도록 파란 하늘에 혼이 팔려 감각을 잃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외 장면보다 실내 장면에서 더욱 크게 그 이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뭐랄까, HD다큐멘터리르 보는 듯한 화면의 질감과 전혀 필름 라이크하지 않은 이 영상은 확실히 몰입도 측면에서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만은 <퍼블릭 에너미>를 소개하는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1930년대를 구경하기 보다는, 그 안에 진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라는 소견을 밝히기도 하였는데, 그런 그의 의도를 단 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카메라 워킹과 영상이었다. 이 작품의 카메라 워킹을 보다보면 화면 속 배우들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저리 비켜요'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완전히 VJ가 된마냥 인물들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특히 법정 장면에서의 앵글은 완벽하게 방청석에 앉아 있는 시점에서 이를 빠져나가는 주인공들을 뒤 쫓고 있다(그렇다고 <클로버필드>마냥 완벽한 촬영자적 입장에서 본다고만은 볼 수 없는 영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핸드헬드 기법이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거나 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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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카메라 워킹은 '그 속에 진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HD카메라만을 통한 그 필름 라이크하지 않은 화면의 질감은 확실히 실험적인 것이었다. <마이애미 바이스>에서도 이런 식의 장면들이 몇몇 있긴 했었지만 전체적으로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을 커버하리고는 생각지 못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런 HD카메라로 담은 영상은 한 편으론 정말 그 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일반적인 영화적 화면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무언가 떨어져 보이는 영상으로 오해되기 쉬운 것도 사실일 것이다. 특히나 만약 이 영화를 조니 뎁과 크리스찬 베일이 운명의 적수로 만나는 대결구도(.vs)의 액션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온 관객들에게는 적잖이 당황스런 경험이었을 것이다.

<퍼블릭 에너미>는 실존 인물인 존 딜린저와 그와 관련된 실제 있었던 일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비슷한 종류의 다른 영화들처럼 '이것은 실화입니다'라고 강조하는 편은 아니다. 왜냐하면 아마도 따로 자막을 통해 관객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실제 있었던'이 아닌 '실제하는' 이야기로 전달하려는 욕심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확실히 영화의 영상은 다큐멘터리라고 봐도 좋을 정도인데, 마치 유명한 뮤지션들의 투어를 따라다니면서 그들의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투어필름 감독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영화 속에는 실제로 당시 경찰들이 영화 상영 전 홍보를 위해 촬영한 영상을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만약 존 딜린저가 이런 작업을 진행했었다면 이런 비슷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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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시에는 굉장히 카메라를 인물에게 타이트하게 들이대는데, 이런 방식은 정말 라스 폰 트리에가 자주 썼던 방식으로, 관객들이 극중 인물에 심리상태를 더욱 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며 마치 극중 인물의 숨이 내 얼굴에 와 닿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또한 정경을 멀리서 촬영하거나 카메라가 먼 곳으로 빠지는 장면 같은 경우는, 인물들 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실제하는 공간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영화 감상기를 쓰면서 스포일러 걱정없이 술술 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영화에는 별로 스포일러가 될만한 요소들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존 딜린저가 매우 유명한 실존 인물임을 감안했을 때 이 영화의 결말은, 히틀러의 암살작전을 다룬 <발키리>와 다를 바 없으며 (그렇다고 해놓고선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센스 ^^;), 그 과정의 이야기들도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 뿐이다. 존 딜린저는 시대를 풍미했던 갱스터로서 은행털고, 세력 다툼도 있었고 그를 잡으려는 경찰들은 더욱 조직화 되었으며, 운명 같은 사랑도 나누었다는 이야기 가운데 적어도 마이클 만은 내용 안에 특별한 메시지나 논란거리를 던지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만은 이 처럼 얼마든지 영화적으로 상상력을 더해(더하지 않더라도) 극적인 스토리로 만들 수 있었던 소재를 그저 다큐처럼 조명하는데에 더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실제로 이 영화 속 총격씬에는 기술적인 구현 외에 극적인 요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있다면 윈스테드 경관의 앞구르기 정도!), 총격전 사이에도 긴장감은 별로 찾아볼 수 없고 각각의 인물들에게도 정말 진심으로 우러나서 공감하기는 그리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단 하나 이 영화에서 극적인 부분을 조장하려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음악일텐데, 마치 <다크 나이트>의 스코어와 살짝 흡사한 음울한 스코어는 장면 장면 분위기를 만들려고 끼어드는데, 무언가 담백하게 가려는 영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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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이 이런 무거운 갱스터 영화에 어울리까도 싶었었지만, 터프하기보다는 섬세하고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존 딜린저 역에 그의 캐스팅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던 것 같다. 살짝 살이오른 그의 얼굴은 은근히 네모내 보이기도 하는데, 확실히 '넌 이제 내 여자야' 라는 대사를 그나마 덜 어색하게, 그래도 어느 정도 수긍 가능하게 만든 것은 '조니 뎁'의 역량이지 않았나 싶다. 크리스찬 베일은 역시나 크리스찬 베일이었다. 씨네21 리뷰에서는 그의 연기를 평하면서 <다크 나이트>보다도 오히려 이 영화의 등장한 멜빈 퍼비스
를 연기하기 위한 배우같았다고 짧게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정말 더 꽉 다문 입에서 브루스 웨인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그래도 첫 대사를 할 때 그 목소리는 마치 변조된 배트맨 목소리가 살짝 연상되긴 했다).

마리온 꼬띨라르는 <라비 앙 로즈>에 이어 또 한 번의 시대극이라서 그런지 에디뜨 피아프의 잔상을 다 지우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조니 뎁과 은근히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후버를 연기한 빌리 크루덥은 짧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연기 자체가 인상적이었다기 보다는 자꾸 <왓치맨>의 닥터 맨하탄이 생각나서 집중되지 않기도;; (닥터 맨하튼이 갱스터 하나 못잡아서 곤란해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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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급 연기자들 외에도 이 작품엔 참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어서 배우들 얼굴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했다. '파라미르' 데이빗 윈햄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고, 며칠 전 <디스 이즈 잉글랜드>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스테판 그레이엄 역시 '참~ 맘에 안드는' 캐릭터를 맡아 열연하고 있고,
<블레이드>에 출연했던 스티븐 도프, 따져보니 본 영화는 그리 많지 않은데 얼굴만은 참 익은 지오바니 리비시, 마지막에 잠깐 등장했지만 얼굴을 보고는 반가웠었던 <딥 임팩트>의 그녀 릴리 소비에스키까지. 예상치 못했던 조연급 연기자들이 다수 출연해 그것만으로도 반가운 작품이기도 했다. 물론 그 중 가장 놀라웠던 출연자는 UFC와 프라이드에서 활동했었던 격투선수 돈 프라이였다. 대사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존재감은 어느 정도 있는 캐릭터였는데, 돈 프라이를 마이클 만 감독 작품에서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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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마이클 만의 <퍼블릭 에너미>는 예상하던 장르 영화로서의 갱스터영화는 아니었지만, 다시 한번 영화 장인으로서의 마이클 만의 야욕과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었던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1. 디지털 상영으로 보았는데 그렇기에 더더욱 HD카메라의 의도적 영상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2. 초반 클럽에서 노래하는 여가수는 다름 아닌 다이애나 크롤이더군요. 깜놀.
3. 누가 조니 뎁 아니랄까봐, 이름이 뭐냐는 물음에 '잭'이라고 하더군요 ㅎ
4. 극장 장면은 하나는 참 재미있었고, 다른 하나는 참 영화적으로 인상적이더군요. 셜리 템플 지못미.
5. 무언가 더 할말이 있었는데 -_-;;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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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2007)

조니 뎁과 팀 버튼이 다시 한 영화에서 만나게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제작 초기부터 큰 기대를 갖게 했던 작품.
더군다나 '뮤지컬'이라니! 지난해를 거쳐 올해로 넘어오면서 근래 작품 중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던
<스위니 토드>!! 큰 기대를 하게 되면 실망도 자주 하게 되는 편이지만, 결과적으로 <스위니 토드>는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 재미있는 영화였다.

일단 이 영화는 스티븐 손다임이 연출한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뮤지컬 영화이다.
국내에는 다른 뮤지컬작품들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손다임의 이 뮤지컬은 토니상을 9개나 수상했을
정도로 상당히 유명한 작품이다. 팀 버튼은 이 원작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겨오면서 자신의 오랜 파트너인
음악감독 데니 앨프먼 대신 뮤지컬을 만든 스티븐 손다임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이 조합은 어떤 면에서는
호불호가 가릴 수도 있는 부분인데, 데니 앨프먼이 참여하지 않아 팀 버튼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신비스럽고 장난스런 특유의 음악은 들을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원작 뮤지컬의 곡들을 실제 만든 창작자가
영화화에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된다(최근 브로드웨이 작품을
영화화한 <드림걸즈>의 경우에도 실제 뮤지컬 작품의 곡을 작업한 헨리 크리거가 영화에서도 음악을 맡은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이 영화가 뮤지컬과 호러가 결합된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예상하기로는 뮤지컬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왠걸, 대사의 비중보다 노래의 비중이 더 클 정도로, 즉 배우들이 대사 하는것 보다 노래하는
장면이 더 많을 정도로 완전한 뮤지컬 영화라고 봐도 전혀 손색이 없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뮤지컬 영화에는
극중인물이 '노래'하는 뮤지컬과 대사를 '노래'화해서 표현하는 뮤지컬이 있는데, 이 영화는 후자의 경우이다.
사실 후자의 경우 뮤지컬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은 어색함이나 쉽게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하는데, <스위니 토드>는 이런 면에서는 적어도 흡입력있는 연기와 연출로 이런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굳이 걱정해야 한다면, 언제 부턴가 코믹 배우로 알려져버린 조니 뎁을 상상하고 극장을 찾은
이들에게는 선혈이 낭자한 제법 잔인한 장면들에 깜짝 놀라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잔인한 장면에 대한 코멘트는 후반에 더 추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와서인지, 이 영화는 매우 고전적인 뮤지컬 기법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각각의 배우들이 서로 다른 자신의 입장을 노래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노래로
결합되는 구성이나 초반부에 인상을 주었던 테마가 후반부에 변주하여 다시 등장하는 설정등은
뮤지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구성 방식으로 영화화함에 있어서도 매우 효과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특히 아마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곡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고 아름다운 선율이 매력적인 곡
'조안나(Johanna)'는 사실 곡 스타일이 매우 뮤지컬스러운(무대에서 더욱 어울리는) 곡인데, 팀 버튼의
고풍스런 화폭 속에서도 매우 멋지게 표현이 된 것 같다(특히 후반부에 한 번 더 등장하는 '조안나'에서는
흡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Tonight'을 연상시키는 다중적인 구성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뮤지컬 적인 면에서 더욱 효과를 내는 장점은 바로 캐릭터의 구성을 들 수 있는데,
약간은 나이가 있는 주인공, 그리고 젊은 청년과 소녀를 막 벗어난 듯한 여인,
그리고 세월의 무게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여인과 변성기를 지나지 않은 보컬을 소유한
소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연령대의 캐릭터들을 주요 인물로 배치하면서 매우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을
수록할 수 있게 되어, 곡 마다 다양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자연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소년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자칫 잔혹한 분위기로만 진행될 수 있는 영화에 신선함을 부여하고 있다.



사실 조니 뎁의 팬으로서 이 영화에서 그가 또 보여줄, 조니 뎁 만의 캐릭터가 가장 기대되었던 것이 사실이고,
결과적으로도 조니 뎁은 그 만이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캐릭터를 또 한번 만들어냈지만, <스위니 토드>에서
새삼스럽게 발견한 배우는 바로 헬레나 본햄 카터였다. 팀 버튼 감독의 배우자로서 그의 작품에서 특히
자주 만나볼 수 있었던 그녀는, 팀 버튼 감독 작품이 아니더라도 몇몇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긴
했었지만, 무언가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은 조연에 머무르는 일이 많았었다. <스위니 토드>는 제목과도 같이
'스위니 도트'의 영화이기도 하지만, 또한 러빗 부인(헬레나 본헴 카터)의 영화이기도 하다.
거의 조니 뎁과 동등할 정도의 비중을 갖고 있는 헬레나 본헴 카터는, 조니 뎁과 마찬가지로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고, 오랜 만에 아름답게 앵글에 비춰질 기회를(물론 퀭한 다크서클은 계속되지만 -_-;;)
잡은 듯 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내용적인 것과 별개로 팀 버튼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자신의 아내가
노래하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흐뭇해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나도 절로 흐뭇해지기도 했다^^
여튼 오랜만에 헬레나 본헴 카터의 연기를 긴 시간 관람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조니 뎁이라는 배우는 작품이 더 해지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확실히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계속
생산해 내면서 동년배 남자 배우들과는 다른 아우라를 형성해 나가는 것 같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페로우'가 너무 흥행을 하면서 코믹한 이미지가 최근 관객들에게 깊게 인식이 되어버린 탓에 팬으로서는
아주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스위니 토드>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는 복수를 꿈꾸는 잔혹한 캐릭터로서
오랜만에 그의 광기어린 눈빛을 볼 수 있었던 캐릭터였다.  조니 뎁의 노래 실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상태라
그의 이번 작품에서의 노래 장면을 보고 크게 놀라지는 않았으나, 작품의 특성한 기존 곡들처럼 노래하기 보다는
대사치듯 노래하는 장면에서 오히려 조니 뎁 만의 매력이 더 살지 않았나 싶다.



이 영화에는 앞서 설명한 두 배우 말고도 최근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네이프 교수로 더 익숙한 알란 릭맨과
웜 테일 역할의 티모시 스펠 또한 출연하고 있는데, 알란 릭맨은 확실히 이 고풍스럽고 어두운 분위기에
잘 어우리는 마스크와 보이스라는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티모시 스펠은 당시의 의상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지만, 자칫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도 그렇고 일종의 '시종'역할로 계속 출연하면서 이런 이미지가 너무
굳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이젠 영화에서 그가 출연하면 '이번엔 또 누구의 시종일까'하는 생각이
절로 드니 말이다;;).

이 영화는 뮤지컬 적인 요소만 빼면 매우 잔혹하고 잔인한 영화이다.
영화의 색체도 거의 흑백 영화에 가까울 정도로 색이 한참 빠진 색감을 영화내내 보여주고 있으며,
낮 장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내내 어두운 배경과 분위기로 구성되어 있다. 극장에서 보는 중에도 생각보다
더 잔인한 장면들에 사뭇 놀라기도 했는데, 물론 팀 버튼 감독은 몇몇 장면에서 그 만의 색깔로 잔혹한 장면들도
인상적인 영상으로 그리기도 하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심장이 약한 분들은 눈을 질끈 감을 정도로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잔인한 장면과 분위기를 상당 부분 희석시켜주는 것이 바로 뮤지컬이며,
반대로 이 영화가 뮤지컬 영화가 아니라 일반 극 영화였다면 상당히 더 잔인한 영화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마지막에 가서는 제법 충격적인 반전적인 요소도 갖추고 있고,
뮤지컬 장르에 큰 거부감만 없다면,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잔인한 장면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면
이들이 만든 이 평범하지 않은 작품을 100%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팀 버튼 만의 상상력이 풍분한 유머러스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유머를 섞어서 극의 리듬감을 주기보다는
노래로서 풀어내고 있으며, 거의 무대 뮤지컬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곡들로 이루워진 작품이었다.
뮤지컬 영화의 팬으로서, 이 장르에서 조니 뎁을 만날 수 있었다는 반가움과 팀 버튼의 능력을 새삼 깨닫게 한
작품이었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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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 (Pirates Of The Caribbean: At World's End, 2007)
 
 
사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이렇게 엄청난 흥행을 불러 일으킬 줄은 몰랐었다.
조니 뎁 본인도 처음에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자신의 영화를 하나 출연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연을 결심했던 시리즈였는데, 이제는 조니 뎁 하면
잭 스패로우가 절로 떠오를 정도가 되어버렸으니, 실로 엄청난 성공인듯.
 
그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3편 세상의 끝에서.
러닝타임이 무려 168분, 3시간에 가까운 이 블록버스터는
반지의 제왕 같은 대서사물도 아니요,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영화도 아니며
더군다나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영화이지만, 이렇게 엄청난 러닝타임을 담고 있다.
 
뭐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영화라고는 했지만,
나름대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굉장히 복잡한 스토리 구조를 띠고 있다.
나름 잔잔한 반전들이 요소요소해 배치되어 있으며,
인물관계들도 매우 복잡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건 '나름' 중요하다는 것.
많이 신경을 쓴 건 알겠지만, 캐리비안의 해적을 보는 사람들이
이들의 인물관계가 어찌될까, 스토리가 어떻게 될까 하며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터.
어차피 블록버스터는, 그리고 제리 브룩하이머의 대규모 블록버스터가 기대되는 이유는
첫 째도 스펙터클이요, 둘 째도 스펙터클 일 것이다.
 
그러면에서 대형 빨판이 인상적이었던 크라켄이 등장한 2편 망자의 함 보다
퍼붓는 비와 소용돌이 속에서 블랙펄과 더치맨이 결투를 펼치는 3편은, 확실히 더 스펙터클했다.
 
 
보통 다른 영화 같으면 여기 까지가 끝이었겠지만,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타 영화와 다른 하나는 바로
조니 뎁, 주인공 잭 스패로우에 있겠다.
 
누가 뭐래도 이 시리즈는 잭 스패로우를 위한 영화이다.
3편에 와서 키이라 나이틀리가 연기한 엘리자베스 스완이나 올랜도 블룸이 연기한 윌 터너,
그리고 빌 나이히가 연기한 데비 존스 등 다른 캐릭터들의 비중이 동반 상승하기는 하였지만,
그들이 아무리 활약하고 엔딩 크레딧이 모두 끝난 뒤 추가로 등장한다 하더라도
주인공은 잭 스패로우다.

더군다나 이번 3편은 잭 스패로우의 원맨쇼 시퀀스가 상당히 집중되어 있다.
아예 대놓고 여러명의 잭이 한 꺼번에 등장하여 만담판을 벌인 다던가,
황량한 배경에서 잭 혼자 상당부분의 러닝 타임을 책임지는 등 이전 시리즈들 보다도
잭 스패로우, 조니 뎁의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주윤발은, 그저 카메오 정도로 깜짝 출연하는 것 정도일 거라는
우려와는 달리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캐릭터로 출연하였으며, 이런 오락물에서도 가능성이라면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킴'역할로 출연했던 배우도 끝까지 살아남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눈에 띠었다.
 
 
오락용 블럭버스터 치고는 매우 긴 러닝 타임이라는 점이
부담이 되긴 했지만,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그리고 내가 좋아해마지않는 조니 뎁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글 / ashitaka


캐리비안의 해적_망자의 함 (Pirates Of The Caribbean: Dead Man's Chest, 2006)
 
사실 이런류의 코믹 어드벤처물을 그닥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캐리비안의 해적 1편 '블랙펄의 저주'는 조니 뎁이라는 배우 때문에 보게 된 영화였다.
1편에 엄청난 성공(전체관람가의 압박)에 더불어 2편을 관람한 결과 최소 3편까지는
제작이 정해진듯한데, 월트에서 애니메이션외에 영화 시리즈로 이 정도의 수익을 올리겐 된건
참으로 오랜만이지 싶다.
 
2편은 말그대로 1편에 줄거리에 그대로 이어진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으로
1편을 본 사람이라해도 1편과 2편사이에 텀이 느껴지긴 할 것이다.
하지만 1편에서 캐릭터 소개에 시간을 제법 할애했다면 2편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캐릭터에 관한 설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1편에 비해 2편은 좀 더 코믹스럽고 유쾌한 영화가 된 듯 하다.
해골로 변하던 제프리 러쉬의 얼굴보다 낙지인지 오징어인지가 연상되는 데비 존스의
모습은 더 흉악스럽기는 하나, 이 이외에 설정들은 훨씬 유쾌할 따름이다.
특히 액션 장면마다 등장했던 소품과 장소를 이용한 액션이나, 액션을 주고 받는
인물들간에 몸동작에 재미를 더한 장면들에서는 흡사 성룡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 CG를 이용한 엄청난 제작비와 스케일을 자랑하는 장면들만 뺀다면,
성룡에 아기자기한 액션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다.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펄의 저주 개봉시에 조니 뎁의 인터뷰에서 '그 동안 찍었던 영화중에는 자신의 아이들이 볼만한 영화가 없었다며,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보여줄만한 영화를 한 편 찍고
싶었다'는 몹시도 자상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2편에서는 더욱 코믹한 설정과 분장등으로
(눈알 분장? 은 자토이치에서 보았던 분장이후 가장 코믹한 설정이였다 ㅋ)또 한번
잭 스페로우의 오묘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팬들이라면 좀 더 진지한 영화와
캐릭터로 만나보길 기대하는 팬들도 많을 듯 싶다. (최근 그가 찍은 영화들에서 맡았던 캐릭터가
잭 스페로우 아니면 윌리 웡카 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럴듯;;)
 
사실 올랜도 블룸과 키이라 나이틀리는 상당한 비중을 맡고 있지만,
크게 돋보이지는 않는다. 두 배우가 다른 작품에서 보여줬던 것을 감안한다면
조금 아쉽기도 하다(사실상 그만큼 캐리비안의...시리즈는 잭 스페로우 3부작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조니 뎁이 같는 비중이 크다 하겠다).

분명 여름을 노린 블럭버스터이나 1편을 보지 못했다면 조금 스토리상에
지루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액션과 코믹 등은 올 여름 보았던 영화들 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할만한 코드를 지닌 영화인듯 하다.
또한 한스 짐머의 스코어는 역시나 멋졌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다리우스 윌스키가
촬영한 구도와 장면들 가운데, 몇몇 장면은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되었다.
 
3편을 대놓고 암시한터라 엔딩에 아쉬움은 없었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3편을 기다리지는 않겠지만, 개봉한다면 반드시 볼 영화인듯.
 
p.s /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엔딩 크래딧후 추가 장면이 이 영화에서도 등장하는데,
해적들에게 쫓겨 섬으로 도망간 강아지가 결국 추장이 된다는 얘기 ㅋ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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