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리어 (Warrior, 2011)

오랜 문제 해결의 과정, 격투기는 거들 뿐



'인셉션'의 흥분이 아직 남아있을 때 들려온 톰 하디 주연의 '워리어'는 분명 기대작이었다. 톰 하디 라는 배우에게 이제 막 빠져들고 있을 때이기 때문이었고, 해외의 반응도 그리 나쁘지 않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극장을 찾으려고 했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국내에서는 무려 20분여가 잘려나간 버전이 상영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래도 볼까? 했었으나 결국 극장에서 볼 기회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놓치고 이제서야 IPTV를 통해 보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imdb에 나와있는 런닝타임은 140분이고, 올레TV에는 133분으로 나와 있는데 막상 보니 엔딩 크래딧이 시작부분에서 바로 잘려 있었다. 엔딩 크래딧의 길이를 감안하면 거의 비슷할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 140분 버전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어쨋든 이런 작은 곡절 끝에 보게 된 '워리어'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에너지 넘치고 강렬한 전율의 영화였다. 그리고 격투기 영화라기 보단 결국 가족에 대한 영화였다.



ⓒ Mimran Schur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첨에 이 작품을 알게 되었을 때는 UFC와 같은 격투기를 중심으로, 그 선수인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만 예상했었다. 아니면 미키 루크 주연의 '더 레슬러'와 같은 영화가 아닐까 했었다. 물론 '더 레슬러' 역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그것 보다는 사라져가고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헌사가 더 중심이었던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워리어'는 철저히 격투기를 배경으로 사용하면서 그 안에 가족과 얽힌 문제에 대해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일단 한 남자가 아니라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동생 토미 (톰 하디)와 형 브렌든 콘론 (조엘 에거튼)은 형제이지만 어린 시절 부모의 잘못 탓에 큰 상처를 받고 서로 떨어져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영화는 이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는데 그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잘못으로 인해 기인하였다는 것이며 그로 인해 부모와 자식 간은 물론, 두 형제 간에도 좁혀지기 어려운 깊은 상처가 생겼다는 점이다. 영화는 이 아물 것 같지 않은 깊은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 Mimran Schur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워리어'는 바로 이 문제 해결 과정의 주된 방법으로 '격투기'를 활용하고 있다. 즉, 인물들이 갈등을 겪고 대화를 하고 논쟁을 하는 드라마적 방법 대신에 두 남자가 각자의 이유 때문에 초대형 격투기 대회 '스파르타'에 뛰어든 것과 그 대회를 통해 이 깊은 상처를 치유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격투기 영화의 측면으로 보았을 때는 조금 허무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격투기계의 초대형 이벤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너무 쉽게 결정되는 승부나 너무 빠르게 전개되는 탓에 스포츠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승부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또 여기에 있다. 말이나 논리로 설명할 수 없거나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처를, 이 영화는 이 짧다면 짧은 격투기 대회의 과정을 통해 마법 같이 치유해 낸다. 보통 주인공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을 갖고 있는 영화에서, 더 나아가 '워리어'처럼 1:1로 결승전에서 겨루게 되는 스포츠 영화라면 더더욱 둘 중 누가 이기게 될까에 대한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이 영화는 이미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 승패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만든다. 굉장한 전율이 느껴졌지만 그것이 승부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함 때문이 아니라, 상처 치유의 과정이었다는 점이 이 영화에 핵심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그 전율에, 그 에너지에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 Mimran Schur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1. 톰 하디는 정말 몸을 제대로 만들었더군요. 그 어깨란 ㄷㄷㄷ

2. 격투기 관련 영화라 관련 인물들이 여럿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은 듯 하더군요. 제가 알아본 선수는 라샤드 에반스가 ESPN해설가로 잠깐 등장한 것 정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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