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ur ros - Valtari Film Experiment (blu-ray review)

짧은 필름으로 담아낸 시규어 로스


처음 이 타이틀이 정식 수입 발매된다고 했을 때 오랜 음악 팬이자 수집가로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라이브나 뮤직비디오 컬렉션 블루레이의 소개도 흔치 않은 시기에, 다른 뮤지션도 아닌 시규어 로스 (Sigur Rós)의 블루레이가, 그것도 라이브 타이틀도 아닌 단편 필름 형식의 영상이 국내에 소개되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반가움이었다.


개인적으로는 2000년대 초기부터 비욕 (Björk)에 흠뻑 빠져 그녀의 다양한 뮤직비디오 DVD 타이틀들을 수집하기 위해 쉽지 않은 해외 주문에 많은 시행착오도 겪는 등 어렵게 좋아하는 뮤지션의 영상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 시규어 로스의 블루레이 정식 수입이 더 남다르게 느껴질 수 밖에는 없었다.






비욕의 이야기를 서두에 꺼낸 것은 단순히 개인적 경험 때문 만은 아니다. 시규어 로스와 비욕은 같은 아이슬랜드 출신의 뮤지션이자 음악적으로도 유사한 점이 많고, 더 나아가 뮤직비디오 측면에서도 일찍이 뮤비를 예술의 단계로 승화시킨 유니크하고 희소성 높은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매번 신비스러운 음악만큼이나 감각적인 뮤직비디오와 아트웍을 선보였던 시규어 로스답게, 2012년 발매한 앨범 'Valtari'의 음악들을 또 다른 새로운 비쥬얼 프로젝트인 'Valtari Film Experiment'로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는 각기 다른 스타일의 인디 영상 감독, 사진작가, 행위예술가, 설치 예술가, 비쥬얼 아티스트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동일한 제작비를 가지고 자신 만의 색깔을 시규어 로스의 음악에 녹여냈는데, 각 아티스트들과 출연자들 가운데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도 있어 먼저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Valtari Film Experiment'는 그 이름 값에만 기대고 있는 프로젝트는 아니다.






아무래도 이 타이틀을 처음 받아보고 나면 대부분은 '헤드윅'의 감독이자 배우로 유명한 존 카메론 미첼의 이름을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의 이름들은 잘 모르겠는데.. 하고 시작해도 이 타이틀은 충분하다. 적어도 그렇게 하나씩 보기 시작한 단편들은 시규어 로스의 몽환적인 음악과 더불어 완전히 보고 듣는 이를 빠져들게 만든다.


이 짧은 필름들이 인상적인 데에는 시규어 로스의 음악과 이를 영상으로 표현해 낸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궁합을 들 수 있겠다. 시규어 로스의 음악은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 이전에 관련한 영상이나 이미지를 보지 않았더라도 - 머리 속으로 이미지나 영상을 떠올려 보게 되는 힘을 갖고 있는데, 바로 이러한 내제된 힘을 더 표면적으로 끌어낸 것이 바로 이 단편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만큼 'Valtari Film Experiment'에 수록된 시규어 로스의 음악과 아티스트들의 영상은, 음악이 먼저였는지 영상이 먼저였는지 분간하기 힘들 만큼 완벽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엘르 페닝, 샤이아 라보프, 존 호크스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기는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어디까지나 그들 주연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그들이 출연하는 시규어 로스의 단편 필름으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번에 16편의 단편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느낀 바이지만, 시규어 로스의 음악은 정말 심연을 경험하게 하는 훌륭한 매개체인 듯 하다. 시규어 로스의 음악을 이미 접해본 이들은 아마 그들의 앨범을 통해 이런 심연을 경험해 보았을 텐데, 이를 극대화 시켜주는 영상이 곁들여진 이 프로젝트를 접하게 되면 아마 더 깊은 심연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Blu-ray : Menu






Blu-ray : Video & Audio

사실 이 타이틀의 출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아무리 블루레이라 하더라도 화질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었는데, 기존 DVD로 출시되었던 유사한 성격의 타이틀들만 해도 화질이나 음질 측면에서는 아쉬운 적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블루레이로 출시된 'Valtari Film Experiment'는 작품 마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저절로 '아, 이런 영상미를 제대로 즐기려면 HD 고화질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연출을 맡은 각 아티스트의 특성에 맞게 영상의 성격도 정해져 있는데, 디테일과 클로즈 업에 상당한 중점을 둔 작품의 경우 화질 측면에서도 블루레이의 장점을 100% 활용하고 있으며, 엘르 페닝과 존 호크스가 출연한 단편 필름 역시 뿌연 듯 하지만 블루레이의 고화질이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질감을 표현해 낸다.






LPCM 스테레오 사운드 역시 멀티 채널의 필요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공간감을 들려준다. 이 단편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시규어 로스의 음악을 전달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단편 영상이기는 하지만 스테레오 채널의 사운드가 더 적절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시규어 로스의 음악 자체가 워낙 기존에 설계되어 있는 공간 자체를 무시하고 음악 속의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 내는 성격을 갖고 있기에 멀티 채널로 표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조금 남는다.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으로는 짧은 메이킹 영상 세 가지가 수록되었으며 자막은 지원되지 않는다.


[총평] 시규어 로스의 음악과 다양한 분야의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이 각각 만들어 낸 단편 필름을 담은 'Valtari Film Experiment'는 단순한 뮤직비디오가 아닌 보는 이로 하여금 예술적 감각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들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시규어 로스의 팬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그렇지 않고 호기심에 접해 본 이들도 그냥 잠시 시간 내어 한 편 정도만 보려고 했다가, 어느 새 5~6편을 훌쩍 넘겨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래빗 홀 (Rabbit Hole, 2010)

주체할 수 없는 상처를 절제로 담아낸 영화



'헤드윅'과 '숏버스'를 연출한 존 카메론 미첼이 니콜 키드먼과 아론 애크하트와 함께 공연한다고 했을 때 과연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막상 작품을 보고나니 이 작품 '래빗 홀'은 '와! 존 카메론 미첼이 이런 영화도 만들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존의 작품들과는 사뭇 공기의 다른 작품이었다. 결국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앞선 전작들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지만, 굉장히 적극적이고 도발적이기까지 했던 전작들과는 달리 '래빗 홀'에서 존 카메론 미첼이 선택한 방식은 매우 관조적이고 제3자적인 시점이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이 상실의 슬픔을 온몸으로 겪는 듯 했지만, 이를 담는 그릇인 영화는 상당히 절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온몸으로 아픔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주인공들, 그리고 이와는 정반대로 미동조차 하지 않는 절제로 담아낸 영화. '래빗 홀'은 이 상반된 이미지가 주는 조화가 특별히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Olympu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어린 아들을 잃은 베카(니콜 키드먼)와 하위(아론 애크하트)가 이 상상할 수 없는 상실감의 상처를 겪고, 또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베카는 자신의 삶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아들의 부제를 지우기 위해, 아들의 흔적이 하루 빨리 지워내고 잊어가는 것으로 극복하려 하고, 반대로 하위는 아들의 존재로 매일매일 되내이며 항상 곁에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극복하려 한다. 앞서 영화가 취한 방식이 관조적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베카와 하위의 방식 가운데 어느 것이 옳고 그른다는 평가를 전혀 내리지 않는다. 즉, 관객들로 하여금 베카의 행동을 보고 매몰차다고 생각하게 만든다거나 또 하위의 행동을 보고 집착한다고 느껴지도록 만들지 않는다. 영화는 그냥 부부가 각자 아들을 잃은 상처를 견뎌내는 과정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말없이 응시한다. 그리고 오히려 그것이 더 이 슬픔의 깊이를 실감하게 만들어 이들의 행동과 감정 하나하나에 주목하도록 만든다.



Olympu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1.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땐 무언가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냥 먹먹함 만이 남는 작품이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Olympus Pictures 에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숏버스 (Shortbus, 2006)
위로의 커뮤니케이션


예전에 영화제에서 볼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그 때도 여차저차하다가 보질 못했었는데,
이번에 홍대 상상마당에서 마침 존 카메론 미첼의 특별전을 하고 있어서, 졸린 눈을 비비고 마지막 날인 오늘에야 겨우 관람할 수 있었다. 일단 놀랐던 것은 평일 낮 1시 영화인데, 사실상 거의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극장을 찾은 것만 봐도, 존 카메론 미첼의 최근 내한과 맞물려 국내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많은 수요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등급외로 분류된 이 영화는 볼거리(?) 때문에 커다란 논란을 불러 일으켰었는데, 이런 논란도 그저 논란이겠지 하고 별 생각없이 영화를 보게 된 나로서는, 사실상 커다란 문화적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나는 이런 면에 있어서 어떠한 편견도 없는 편이지만, 여기서 문화적 충격이란 이런 수위의 영화가 어찌됐든간에 국내 극장에서 상영이 가능한 현재의 현실에 사뭇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히 성기 노출 정도가 아니라 실제 성교 장면이라던가 동성애, 집단 성교 등 파격적인 장면들이 영화의 시작부터 등장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헤드윅>을 인상깊게 본 이들이라면 이러한 문화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가 되어 있는 상태라 극장을 뛰쳐나갈 정도로 놀라지는 않겠지만, 정말 정보 없이 보게 된다면 큰 충격을 받을 만한 장면과 설정들이 가득했다.

근데 중요한건 예술이나 외설이냐를 논하기 이전에, 이 영화에서 위에 언급한 선정적인 요소들은 주제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그저 '안경 쓴 사람'과 '안 쓴 사람'처럼 약간의 옵션과 취향 정도로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를 비롯해 성적으로 선정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들을 이야기 할때, 단지 '그들'의 영화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많지만, 사실 이런 영화들을 자세히 보면 논란이 되는 그것을 말하기 위한 영화는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일종의 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감에 있어서 하나의 영화적 조건으로 작용할 뿐이며, 소수자의 입장으로 보여지지만 결국은 모든 조건을 초월한 인간 본연의 대한 이야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숏버스>역시 마찬가지다. 초반에는 사실상 충격적인 장면들 때문에 살짝 어지러웠던 것도 있었지만, 점점 영화가 진행되면서 보이는 것보다는 하려고하는 메시지에 자연스레 몸을 맡길 수 있었다. 이 영화에는 자극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초반에는 어쩔 수 없이 '야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가 계속될 수록, 머리로는 '야하다'는 생각이 조금 남아있을 지언정, 가슴으로는 눈으로 보이는 장면에서 전혀 야하다거나 선정적인 느낌을 차차 잊게 되었다.

점점 인물들이 처한 상처받고 고단하고 힘겨운 삶에 본질에 집중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선정적인 장면들은 방식의 차이일 뿐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여겨질 수 밖에는 없었다. <헤드윅>도 그러하였지만, 이 영화 <숏버스>는 좀 더 인간 본연의 상처를 위로하는 메시지가 담긴 영화였다. 아마도 전작보다 훨씬 이른바 도를 넘어간 선정성으로 치장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고 생각된다. 일부러 표면적으로는 선정적인 컨셉을 보여주면서 결과적으로 본인이 이야기하려는 메시지를 더욱 강조하는 효과를 얻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영화를 보면서 겉만 보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보지 못한다면, 이 영화는 이른바 '포르노'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흐르던 'In the End' 시퀀스는 마치 <매그놀리아>이 'Wise Up'이 연상될 정도로, 영화 속 인물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아름다운 엔딩이었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Thinkfilm에 있습니다.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RSS등록하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