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Days of Summer (music from the motion picture)

영화를 보기 전에도 느껴지는 기운


영화를 보기도 전에 사운드트랙을 구매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경우인데 (하지만 일반인이 음반을 사는 수보다는 나의 이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_-;), 이런 경우 구매의 이유는 약 2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는 영화 자체가 워낙에 기대작이라 좋아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경우, 두번째는 영화에 대해서는 반신반의 하지만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이 역시 좋아질 것이 믿어 의심치 않는 경우, 이렇게 일텐데, 조셉 고든-레빗과 조이 데샤넬이 주연을 맡은 영화 <500일의 썸머 ((500)Days of Summer)>의 사운드트랙은 이 두 가지가 다 포함된 경우였던 것 같아요. 조이 데샤넬 팬블로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영화에 대한 기대야 말할 것도 없겠고(개봉 못하는 줄 알았었어요 ㅠ),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은 조이 양이 멤버로 있는 'She & Him'을 비롯해, Doves, The Smith, Feist, Wolfmother 등이 포진되어 있음은 물론 이 밖에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충분히 기대해 볼만한 밴드들이 참여하고 있음을 알수 있었기에, 영화를 미처 보기도 전에 사운드트랙을 집어 들게 되었네요.





지난 번 뮤지컬 영화 <나인>의 사운드트랙을 리뷰하면서, 사운드트랙의 장점은 역시 노래를 들을 때 장면이 저절로 연상되는 것이 최고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저에게 있어 <500일의 썸머> 사운드트랙과의 첫 만남은, 분명 100점짜리는 아니라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접한 사운드트랙은 이런 감점을 충분히 감안했음에도 음악만으로 만족스러운, 더 나아가 영화를 한껏 상상하게 하는 매력을 지닌 앨범이었어요.

독특하게 영화 속 남녀를 소개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앨범은 두 번째 트랙인 Regina Spektor의 'Us'부터 본격적으로 리듬을 타기 시작합니다.
Regina Spektor라는 뮤지션에 대해 평소 잘 알지 못했었는데 이 곡만으로도 그녀에 대해 깊은 호기심을 갖게 되었을 정도로 매력적인 보컬이자 곡이었어요. 특히 이 곡에서 Regina Spektor의 보컬은 마치 한창 때 bjork의 창법을 연상케 하는데, bjork의 광팬인 저로서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보컬이더군요. 예전 'Human Behaviour' 시절의 뷰욕을 떠올리게 해서 더욱 좋았어요. 앨범을 통틀어 가장 만족스러운 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The Smith의 곡은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과 'Please, Please, Please, Let Me Get What I Want' 이렇게 두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후자는 She & Him의 리메이크 버전으로도 만나볼 수 있어요. Black Lips의 'Bad Kids'는 복고풍의 리듬과 멜로디 라인의 가벼운 록큰롤 곡이고, Doves의 'There Goes The Fear' 역시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의 곡으로 전체적으로 듣기 편한 곡 구성을 담고 있습니다.

<500일의 썸머> 사운드트랙에서는 브릿 팝, 인디 록 곡들과 더불어
Hall & Oates의 'You Make Me Dreams'나 Simon & Garfunkel의 'Bookends'같은 올드팝들도 수록이 되었는데, 영화에 삽입된 올드 팝들이 여럿 그렇듯이 이 곡들에게서 세월의 흔적을 찾아보긴 어려운 편입니다. 이 곡들이 무척이나 세련되어서 그렇다기 보다는 앨범 전체적인 구성면에서 물흐르듯 자연스런 진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불어 발음 만으로도 색다른 분위기를 전하는 Carla Bruni의 'Quelqu’un M’a Dit'은 사랑스럽지만 어딘가 모르게 쓸쓸한 분위기를 전하고, Feist의 'Mushaboom' 같은 곡은 마치 조이 데샤넬이 부르는 듯한 착각 마저 느껴질 정도로(Feist의 음악을 이전에 여럿 들어보았음에도) 이 앨범과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곡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앞서 bjork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했던 Regina Spektor는 'Hero'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곡을 또 한번 수록하였는데, 이 곡을 듣고나니 더욱 명확해 지더군요. Regina Spektor의 솔로 앨범을 어여 구입해 봐야겠다고 말이죠. 참 심플하고 담백한 악기구성과 보컬이지만 무언가 애절함과 진심이 전해지는 보컬이었어요. 그녀의 앨범은 언제고 구매하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Simon & Garfunkel의 'Bookends'는 이렇게 들으니 마치 Eels처럼 느껴지기 까지 하네요. 하긴 Eels 비롯한 수 많은 뮤지션들이 사이먼 앤 가펑클에게서 이런 감성을 배워온 것이겠지요.

Wolfmother의 Vagabond는 살짝 우울해졌던 앨범에 다시금 활기를 불러옵니다. Andrew Stockdale의 보컬은 역시나 매력적이구요. 앨범을 통틀어 가장 강한(?) 곡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크게 튀는 듯한 인상을 줄 정도는 아니에요. 이런 곡들이 어떤 장면에 사용되었을지 새삼 궁금해지는 순간이군요. Meaghan Smith의 'Here Comes Your Man'은 마치 미란다 줄라이의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전주가 먼저 반기는 곡이에요. 후반부의 진행은 컨트리에 가까운데 묘하게 장르를 다루는 재미있는 곡이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The Smith의 곡인 'Please, Please, Please, Let Me Get What I Want'를 She & Him의 조이 데샤넬의 보컬로 만나볼 수 있어요. 기존 She & Him의 곡들보다 훨씬 고전적인 방식으로 노래하고 있는 조이 양의 곡을 듣는 것도 인상적이네요. 'Please, Please, Please'하는 후렴구의 애절함은 (팬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 쪽이 더 애절하네요 ^^;





사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사운드트랙에 대한 감상은 전혀 다른 이야기로 재탄생 될지도 모를 일이에요. 어찌 되었든 사운드트랙이란 영화와 별개로는 생각해볼 수 없는 부분이 다분하고, 어떤 장면에 어떻게 쓰였는지에 따라 곡이 본래 지닌 매력을 더 배가 시킬 수도 감소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영화를 더더욱 (아직도 '더'가 남았다면!) 보고 싶어졌다는것! 기회가 되면 영화를 보고나서 사운드트랙에 대한 짧은 감상을 다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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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운영하진 그래도 제법 되었음에도 (물론 조이 데샤넬 팬블로그야 풋풋한 풋내기이지만요;;) 블로고스피어 상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릴레이 글들의 바통을 넘겨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사실 한 번 있었어요 ;;; 그런데 너무 친한 분이라 오히려 못했다는;;), 얼마전 블로그를 통해 자주 뵙고 인터뷰를 위해 실제로 뵙기도 했었던 '진사야의 비주얼 다이어리'의 운영자 진사야님께서 '저에게도!' 바통을 넘겨주셨던군요! 주제는 '내가 생각하는 @@ 이야기'에 관한 것인데, 진사야님께서는 저에게 '조이 데샤넬'이라는 주제를 선정해 주셨습니다. 주제가 그녀라는 글을 본 순간, 이 릴레이를 빌어 다시 한번 조이 데샤넬에 대한 제 생각들을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부담없이 '제가 생각하는 조이 데샤넬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저에게 오기까지 이 바통의 유구한 역사...


이 이전 글들도 볼 수 있었으면 좀 참고해서 써볼려고 했는데(처음 써보는 릴레이다 보니 ^^;), 예전 글까지는 찾기가 어려워 그냥 형식을 파괴하셨다는 진사야님의 관련 글만 참고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뭐 막써보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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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릴레이와 비슷한 성격의 글을 이미 그녀의 팬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며 작성한 글에 어느 정도 담겨있습니다 (내가 주이 데이샤넬의 팬블로그를 만든 이유 - http://zooey.textcube.com/2). 누군가의 팬블로그라는 것을 처음 만들게 되면서 왜 '조이 데샤넬'인가에 대한 것과 팬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가볍게 써본 글이었죠. 이 글도 어느 정도 이런 것과 연관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조이 데샤넬'이라.. 그녀의 출현과 관심도의 표출 모두 다 좀 갑작스러웠던 것 같아요. 사실 이 정도로 좋아했던 배우나 뮤지션들은 이전에도 제법 있었고, 팬블로그를 만들어볼까 생각했던 이들도 많았으며, 무엇보다 오랫동안 사모해온 존재들을 재치고 그녀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언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시대의 부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구요 ㅎ

그녀를 처음 보게 된 것은 (그전에도 출연작들을 통해 얼핏 봤을런지 모르지만, 정확히 이름과 얼굴을 매치시키면서 보게 된 것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였을 거에요.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 영화를 더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던 그녀의 캐릭터는, 저 같은 팬들을 양산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묘한 매력이었고, 그 이후 한 동안 뜸하다가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 <예스 맨>으로 결정타를 날린 셈이죠. 진짜 그녀의 팬이라서가 아니라 <예스 맨>을 보고나면 누구나 짐 캐리보다도 '정준하씨는 어때요?' 보다도 조이 데샤넬을 떠올리게 될 정도로, <예스 맨>에서 조이 데샤넬이 연기한 캐릭터는 가장 현실의 그녀와 닮은 듯한 분위기였으며, 다른 여배우들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캐릭터였죠.

제가 짐 캐리를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해요. 짐 캐리 영화는 몇몇 작품은 좀 시시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고, 몇몇은 감동도 전해주고 또 큰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을 이런 것들에 상관없이 거의 다 챙겨보는 이유는 짐 캐리에게는 '짐 캐리'만이 할 수 있는 연기 영역이 아주 확고하게 존재하거든요. 조이 데샤넬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저 예쁘고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너무도 많지만, 조이 데샤넬이 그간 연기해온 캐릭터들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감흥에 다른 여배우의 모습은 얼핏 잘 매치가 되지 않거든요. 더군다나 그녀는 She and Him이라는 멋진 밴드로 활동중이기까지 하니 좋아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죠.


ⓒ2009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All Rights Reserved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가 생각하는 조이 데샤넬'이란 바로 이런 것 같아요. 대체 불가능한 존재. 사실 그녀보다 더 좋아하는 배우들도 많고 더 오랫동안 애정을 두고 응원해온 뮤지션들도 많지만, 특별히 그녀를 선택하게 된 것은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갖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더 아름다운 배우들도 많고, 더 멋진 노래로 감동을 주는 뮤지션들도 많지만, 적어도 그녀 같은 범우주적인 표정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여배우는 흔치 않은 것이 사실이니까요. 뭐랄까, 그냥 보고만 있어도 씨익 미소가 지어지는 경우랄까요.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그녀가 범우주적인 매력포인트를 지녔음에도 대중들에게는 그리 메이저틱하지 않다는 것에 더욱 끌리는 것 같아요. 무언가 마이너틱한 느낌도 들면서 슈퍼스타라기 보다는 그냥 자신의 일을 100% 즐기고 있는 듯한 그녀의 존재가 매력적인 거죠. 그리고 이른바 팬심이라는 건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누군가를 조건 없이 응원하고 좋아한다는 것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지언정, 누군가를 항상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일이자,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는 일이니까요.


* 사실 더 할 얘기가 많긴 했는데, 요즘 글로 정리못한 영화이야기가 잔뜩 머릿 속에 있는터라 이 정도만 정리 가능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 진사야님이 바통을 넘겨 받으시면서 형식을 파괴하셨다고 했는데, 저는 그런 형식조차 없으니 이건 뭐 ;;;;

* 저도 바통을 이어 받으실 다음 분을 조심스레 선택해 보았는데요, 두 분 모두 부담 갖지 마시고 쿨하게 거절하셔도, 쿨하게 아무 말 없이 안쓰셔도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괜찮을까;;;


1. 몬스터님 (http://culturemon.tistory.com) - 극장
- 지난 번 트위터를 통해서 잠시 비슷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몬스터님이 생각하시는 '극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2. 이동진님 (http://blog.naver.com/lifeisntcool) - 고레에다 히로카즈
- 이건 사실 무모한 도전에 가까운데, 한 번 시도해보고 싶은 모험적 욕구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블루레이 영화제 때 스쳐가듯 뵈었었는데, 따로 말씀듣고 싶은 시간이 없어서 아쉽기도 했거든요;; '아마 안될거야' 시리즈의 신작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한번!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이 글은 조이 데샤넬 팬블로그인 http://zooey.textcube.com 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

*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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