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예스 맨>을 리뷰하면서 댓글로 '주이 데이샤넬의 팬페이지를 하나 만들 작정이니 나중에 들러주세요~'하고 짧게 남겼었는데, 그 때까지만해도 진짜로 만들게 될 줄은 몰랐었죠. 그런데 진짜로 만들었습니다!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며, 팬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은 또 다른 재미인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워드프레스 같은 설치형 블로그 툴도 배우고 경험할겸 그녀의 팬블로그를 이쪽으로 만들 예정이었는데, 준비가 늦어지다보니 그냥 현재 가입하고 바로 설치가 가능한 텍스트큐브 블로그를 활용하게 되었네요.

아직 별다른 내용은 없지만 앞으로 차곡차곡 주이 데이샤넬에 대한 컨텐츠으를 알차게 쌓아갈 예정입니다. 장대한 꿈이 있다면 그녀가 출연하는 영화가 대박나거나 그녀가 멤버로 있는 She & Him이 내한 공연이라도 하게 될 때까지 이 팬블로그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어 제가 운영자의 자격으로 단독 인터뷰 기회 쯤 얻는 것이랄까요 ㅎㅎ

자세한 동기나 운영 방안은 해당 블로그에 남겨두었으니 그쪽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별 관심없으시더라도 거의 처음 팬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게 된 저에게 응원에 한 마디씩 부탁드려요~ ^^;

그럼, 앞으로 Zooey.textcube.com 에서도 자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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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맨 (Yes Man, 2008)
짐 캐리여서, 주이 디샤넬이어서.

12월 보고 싶은 영화들을 정리하면서 이 영화 <예스 맨>을 소개할 때 '짐 캐리가 출연하는 것 만으로도 보고 싶은 영화다'
'거기에 주이 디샤넬까지 나온다니 더할나위 없겠다'라는 식으로 얘기한적이 있는데,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예스 맨>은
애초부터 그 이야기나 완성도에 기대를 했던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코미디 연기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연기 스타일을
갖고 있는 짐 캐리의 출연만으로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것은 있으리라는 믿음, 그리고 <해프닝>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등을 통해 완소 배우로 거듭나고 있던 주이 디샤넬의 출연작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는데,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이런 기대가 크게 배반당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이 행복하기도 했지만,
이야기 자체는 제목과 시놉시스 몇 줄로 알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은 아니었다 라는 얘기도 되겠네요.
좀 더 보태자면 짐 캐리보다도 주이 디샤넬에 더 완벽하게 빠지게 된 영화가 되었다고 할까요.




(다음 사진이 나올 때까지 한 단락에만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스 맨>은 내용에 대해 그리 깊게 나눌 만한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내용에 관한 이야기는 이 한 단락으로 정리해볼까
합니다. 매사에 부정적이고 혼자있기를 즐기게 되어버렸으며, 주변의 약속이나 연락에도 그냥 무반응으로 줄곧 대응해 오던
주인공 칼 (짐 캐리)은 어느 날 친구의 권유로 가게 된 한 강연회(?)에서 무엇에 홀린 듯 '예스 (Yes)'의 힘, 긍정의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처음부터 이 강의에 완전히 빠지게 된 것은 아니었지만(마치 모든 점쟁이가 '요즘 힘들지'하면
'맞아요, 힘들어요'하면서 잠시나마 혹하게 되는것 처럼), 단순하지만 뻔한 얘기를 잠시나마 곱씹어 보게 된 그는,
반 강요에 못이겨 '예스'를 외치게 된 일이 발전하여 좋은 인연과 결과를 낳게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그러면 정말 '서약'한대로
무조건 '예스'를 외쳐보자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후부터 정말 거짓말 처럼 이 '예스'로 인해 모든 일들이 술술 풀리고, 그의 생활은 더욱 활동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했으며,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아니 누리지 않았던 삶들을 적극적으로 영유하게 됩니다. 이에 반해 무조건 '예스'로 답한다는 것을
안 주변 사람들이나 은행의 고객들은 그를 곤욕스럽게 하는 모습도 등장합니다(물론 은행 고객들의 경우 곤욕보다는
긍정적으로 풀리긴 했죠). 이런 예스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그는 이상한 행동들로 오해를 받게 되고, 이 과정 속에서
점차 좋은 관계를 맺어오던 앨리슨 (주이 디샤넬)과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너무 '예스'를 외치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예스'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이죠. 이 사건을 통해 그는 '노 (No)'를 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그간 간과해 왔다는(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되고, 다시금 진심으로 자기 주변과 앨리슨을 받아들이게 된다는...뭐 특별할 것은 없는 이야기 되겠습니다.




이 영화는 짐 캐리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 <에이스 벤츄라>와 <이터널 선샤인>의 중간쯤에 위치한 영화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즉 코미디와 드라마 사이에서 약간 어정쩡한 영화가 되버린게 아닌가 싶은거죠. <에이스 벤츄라>같이 포복절도 할 수준의
웃음은 이 영화에 없습니다. 짐 캐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표정이나 손짓 발짓, 대사들로 인해 웃음 짓게 되는 장면들은
종종 등장하지만, 폭발력 부분에서는 그의 본격적인 코미디 영화들만 못하며, 부정적인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왔던 캐릭터가
긍정의 힘을 받아들이게 되며 깨닫게 되는 삶의 의미에 대한 드라마는 <이터널 선샤인>에 비하면 많이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는 거죠. 물론 두 작품들과 비교해서 모두 혹은 한 쪽만이라도 완전히 만족시킬 만한 영화가 어디 쉽게 나오겠느냐
생각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가 취하고 있는 지점이 조금 모호한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관객들이 짐 캐리하면 기대하게 되는 웃음의 포인트도 조금 부족했고, 이런 이야기 속에서 들려주는 그 메시지의
전달력이나 메시지 자체의 내용도 그리 새롭거나 임팩트가 있지 못했던 것 같구요.
오해가 있을까봐 말씀드리자면 이것은 어디까지나 '짐 캐리'라는 전제조건을 적용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아쉬움들입니다.
짐 캐리여서 말이죠.




엄청난 폭발력이 있는 장면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잘 따져보면 디테일한 부분에서 짐 캐리만의 매력과 코미디 연기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짐 캐리는 참 팔 다리가 긴 배우 중 한 명인데, 그의 팔과 다리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만들어내는
몸 개그 또한 이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가 보여주는 몸 개그 장면들 가운데는 그처럼 긴 팔 다리가 아니라면
별로 우습지 않을 장면들도 많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점이 우리가 짐 캐리 영화를 볼 때 너무 익숙해져서
그만의 장점으로 잘 느끼지 못하는 점 중 하나이기도 하죠.

이 영화 속에서 짐 캐리는 해리포터 코스프레를 하기도 하고, 포크 가수를 흉내내기도 하고, 한국어를 배워서 한국말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겉으로 보기엔 대충 하는거 같지만 짐 캐리가 하면 다르다는 걸 확실히 보여줍니다.
특히 포크 가수를 흉내내는 부분은, 엄밀히 말하자면 포크 가수라기 보다는 Dashboard Confessional 같은 이모코어 밴드를
흉내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굉장히 특징을 잘 잡아서 성대모사 수준의 패러디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어를 배워서 하는 부분 같은 경우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특히 더 웃음을 유발할 만한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되는데
(북미에서 보신 분들 계시다면 외국인들은 이 한국어 시퀀스를 얼마나 재미있어 했는지도 궁금하네요), 유창하다기보다는
잘 외운 듯한 티가 나긴 했지만, 한 두 마디가 아니고 제법 많은 우리말 대사가 스크린에서 나오다보니 색다른 재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짐 캐리가 <예스 맨>에서 보여준 연기는 여전했지만 영화 자체가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약간 어정쩡한 면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절제하는 듯한 분위기마저 느껴지더군요. 그래도 달리면서 사진찍는 장면 등에서는 절로 뿜게 되더라구요 ㅎ




제가 이 영화에 최소한 별 반개를 더 주게 된 이유는 바로 짐 캐리가 아니라 앨리슨 역할을 맡은 주이 디샤넬 때문이었습니다.
주이 디샤넬은 제가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헐리웃의 여배우 이기도 한데, 이렇게 주목하게 된데에는 배우로서
그녀가 만들어내는 캐릭터들의 모습도 물론 좋았지만 뮤지션으로서의 모습도 한 몫을 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영화에서 그녀가 더 돋보였던 것은 이런 그녀의 뮤지션스러운 재능이 영화 속에서도 직간접적으로 표현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제 블로그를 통해서 그녀가 속한 밴드인 She & Him의 음악을 살짝 소개한 적이 있는데, <예스 맨>에서는 그녀의 이런
뮤지션으로서의 매력을 한껏 엿볼 수 있습니다. 극중 배역이 밴드의 보컬이라 직접적으로 여기서 그녀의 노래 실력을
맛볼 수도 있지만, 엔딩 크래딧에 흐르는 'Yes Man'이라는 곡의 보컬을 비롯해 그녀가 직접 노래하고 있는 곡들이
사운드트랙에 담겨있습니다. 이 영화는 특히 음악이 와닿았던 영화이기도 했는데, 역시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인
'Eels'가 전체적인 음악을 맡고 있어 중간 중간 그의 아련하고 매력적인 보컬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코미디 영화치고는 드물게 사운드트랙을 구매하게 될 것같은 영화였어요. eels와 주이 디샤넬이라면 구입하고도 남죠.
암요(찾아보니 아직 국내에는 라이센스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요즘 해외주문은 꿈도 못꾸는 터라 제발 라이센스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뿐 입니다).

주이 디샤넬에 대해서 조금 더 보태자면, <해프닝>에서 그녀가 맡았던 캐릭터가 그녀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인물이었다면, 이 영화에서 맡은 '앨리슨'은 실제 그녀와 많이 닮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밴드 멤버인 것도 그렇고, 자유분방한 듯 하면서도 여림이 느껴지는 '앨리슨'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주이 디샤넬이라는 배우를 좀 더 선보일 수 있는 여지가 많았던 것 같구요. 개인적으로는 그녀가 나온 영화들 중에서
그녀가 가장 아름답게 나오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은하수를...>의 캐릭터와 살짝 겹쳐지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저는 '앨리슨'의 경우가 더 좋았네요.




이 영화에는 짐 캐리와 주이 디샤넬 외에 조연으로 테렌스 스템프가 등장하는데, 그가 누구인가 하면 왕년에 <슈퍼맨>에서
'조드 장군'역할로 출연했었던 배우이며 재미있게도 슈퍼맨의 청소년기를 다룬(하지만 영화 속 슈퍼맨 보다 더 늙어버릴
때까지 진행되고 있는) 미드 <스몰빌>에서는 슈퍼맨의 아버지인 '조엘'의 목소리 연기를 맡기도 했던 배우입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바로 '예스 맨'이 되라는 강연을 하는 교주스러운 강사로 출연하고 있는데, 그의 진지한 포스가 있어서인지
이 캐릭터가 아주 가볍게 그려지지 만은 않더군요. 테렌스 스템프는 특히 목소리가 너무 멋진 걸로 유명한데, 이 영화 속에서도
그의 멋진 목소리를 충분히 만끽하실 수 있습니다. 최근 안젤리나 졸리와 제임스 맥어보이가 출연했던 <원티드>에도
출연했었는데, 어쨋든 자주 뵙는거 같아 반갑습니다 ^^;

그 외에 미드 <앨리어스>시리즈의 '윌 티핀'역할로 눈에 익히고, <미드나잇 미트트레인>을 통해 스크린에서도 어느 정도
각인을 새긴 브래들리 쿠퍼도 출연하고 있습니다. 분량이나 역할이 그리 크지가 않아서 이렇다 저렇다 말할 거리가
많지는 않네요.




<예스 맨>은 큰 기대없이 본다면 그럭저럭 볼만한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다른 코미디 배우들에 비해 짐 캐리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코미디는 '미국적'인 색깔이 그리 강하지 않기 때문에
보는데 크게 불편함이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지 않을 듯 하구요.

그리고 저처럼 주이 디샤넬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보셔야 할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 그리고 eels와 주이 디샤넬이 참여한 영화 음악도 빼놓을 수 없겠구요~



1. <해리포터>를 비롯해 <300>까지 코스츔 파티를 벌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주인공들 외에 조연들 캐릭터를
코스츔 하고 온 주변 인물들의 모습 때문에 무척이나 웃었습니다.

2. 주이 디샤넬이 극중 참여하고 있는 밴드의 음악도 그닥 나쁘지 않았어요. 특히 가사가 좋았죠 ㅋ

3.

이건 그냥 팬으로서 사진 한 장 추가.
너무 예쁘게 포장되지도 너무 과하지도 않게 가장 평범하게 나온 그녀의 사진을 한 장 골라봤습니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워너브라더스에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라 존스와 함께 작업하기도 했던 M.Ward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해프닝>등에
출연했던 주이 디샤넬 (Zooey Deschanel)로 이루어진 듀오 SHE & HIM 의 곡을 우연한 기회에
들을 수 있게 되었다. 'Volume One'이라는 타이틀의 앨범을 발표하고 뮤지션으로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을 이리저리 검색해본 결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는데,
영화를 볼 때에도 주이 디샤넬의 보이스는 조금 독특하다라는 생각은 했었는데,
막상 보컬로서 듣게 되니 더욱 매력적인 보이스로 들려왔다.

고전 팝을 연상시키는 말랑말랑함과 풋풋함과 따듯함이 연상되는 행복한 팝으로
자주 듣게 될 것 같다~




Why Do You Let Me Stay Here?
MV




Change Is Hard
Live


개인적으론 노래할 때가 조금 더 매력적인듯 ^^


 


해프닝 (The Happening, 2008)
중요한 건 서스펜스


M.나이트 샤말란은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의 한 명이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식스 센스>를 만들지 않았다면,
좀 더 대중들에게 널리 인정받는, 적어도 욕은 덜 먹는 감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언제부턴가 샤말란 = 반전 이라는 공식아닌 공식이 형성되어, 관객들이 샤말란의 영화를 보러 갈 때는,
항상 <식스 센스> 이상의 반전을 기대하다보니 대부분의 작품들을 시시하게 혹은 '이게 뭐야' 식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서스펜스 장르 영화의 많은 작품이 반전으로 결말을 맺기도 하지만,
자고로 서스펜스란 결말보다는 그 조여오는 과정에 더 맛이 있는 장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샤말란 감독의 작품은 반전 스릴러라기 보다는 항상 서스펜스 장르 영화였었다.
개인적으로 샤말란 감독의 영화 가운데 <싸인>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서스펜스와 더불어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해프닝>은 사실 개봉일에서 약간(사실 며칠 밖에 안되었지만, 이미 볼 사람은 거의 다 본 상황인지라)지난 뒤 보게 된 터라, 여러 혹평들을(물론 제목만) 미리 접할 수 있었는데, 단순히 아쉽다, 재미없다가
아니라 그야말로 '혹평'들이 많았던 관계로 샤말란 팬인 나로서도 살짝 걱정이 되긴 했었다.
하지만 역시 나도 그의 '과'인건 여전한 사실인듯.
<해프닝>은 연일 쏟아진 혹평들의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서스펜스에 조여옴을 더욱 부각시킨 멋진 장르
영화였다.



(스포일러 있음)

포스터에 나와 있고, 예고편에 등장했던 것처럼, 사람들이 이유없이 멈춰서고, 자살하는 등의 '해프닝'이
계속 일어나면서, 주인공 무리는 일단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에서 벗어나려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더 먼 곳으로
도망치게 된다. 처음에는 테러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나중에 차차 바이러스 등의 것이 아닐까 하는 것으로
원인을 분석하기에 이르는데, 이동 중 만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의 말처럼, 점차 이것이 다른 원인이 아니라,
나무들과 식물들, 더 나아가 자연이 바람을 통해 인간들에게 일종의 경고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과학교사인 엘리엇은 위기에 닥치자 자신이 학생들에게 수업시간 말미마다 반복적으로 알려주었던 원칙을
되새기며 이 사건의 원인을 유추하기에 이르는데, 인간이 자연에게 해를 끼친다고 생각해,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만 '해프닝'이 벌어진다는 결론에 이르러, 이른바 '흩어지면 산다'라는 공식을 내고, 이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는 듯 보인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혼자 있던 존스 부인마저 사고를 당하는 것을 보고는,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된다.
보통 영화 같으면 여기서, 혹은 마지막에 가서라도 분명한 원인을 알려주지만, <해프닝>의 경우는
이 원인을 영화 초반 수업중에 학생과 나누었던 대사처럼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자세한 묘사를
하지 않고 끝을 맺는다. 이것이 치밀한 스릴러 영화라던가, 반전을 내세운(알기로 샤말란 스스로가 반전영화
전문가라고 자신을 칭한 적은 없는 듯 하다)영화였다면 분명 '이게 뭐야'가 될 수도 있겠지만,
서스펜스에 집중한 샤말란의 영화에서는 이 원인이 무엇이든 그리 중요하지 않다. 원인 보다는 그 원인으로
인해 인간이 어떤 변화를 겪으며, 그 과정에서 어떻게 이를 극복해내고 이겨내는지의 과정을 메시지로 하고,
그 과정에서 공포스러운 조여오기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샤말란의 영화이다.
즉 귀신, 괴물, 외계인 등 공포스러운 외부 요인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가 아니라, 본래 부터 있던
내부 요인이 자극적인 외부 요인에 의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되고, 외부 요인을 겪는 과정에서 내부 요인을
치유해 나가는 영화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쉬웠던 점도 있었는데, 특히나 전작 <싸인>에 비교한다면 주인공들이 상황에 처한 뒤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공감하기가 어려웠는데, 단지 평소에 사이가 별로 좋지 않고, 그래서 바람도
살짝 피기도 했던 부부관계의 위기가 '해프닝'을 겪으면서 자연스레 해소되었다는 식의 이야기는, <싸인>의
가족의 위기와 회복에 관한 이야기와 비교해보았을 때는 분명히 조금 메시지면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도,
그 깊이의 경중을 따지기에도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초반 하늘에 구름이 지나가는 인트로 영상도 그렇고, 특히나 제임스 뉴튼 하워드의 음악은 상당히
고전 영화틱하다. 마치 히치콕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의 음악은, 자극적이고 휘몰아치는 음악보다도 오히려
더 서스펜스를 잘 살려주고 있는 듯 하다.
또한 샤말란 최초로 R등급을 받았을 정도로 기존 그의 영화에서 보여줄 듯 하고 정작 보여주지는 않았던 것에
반해, 제법 끔찍한 결과물을 보여주는데 개인적으로는 보여줄듯 하고 안보여주는 공포가 샤말란에게는
더욱 어울리는 듯 하다. 하지만 이것 외에도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들판에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이동하는
장면은 영화적인 그림으로도 아주 멋졌다.

마크 월버그의 연기는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연기가 나빴다기 보다는 앞서 언급했던것
처럼 캐릭터의 설정 자체가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인상깊게 보았었던 주이 디샤넬은 <해프닝>에서 아주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는데, <은하수를...>에서는
귀엽거나 매력있다 정도였는데, 머리만 풀었을 뿐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몹시도 아름다운 모습을 자주 보여준듯
하다. 존 레귀자모의 연기는 물론 좋았지만, 역시나 분량이 적은 점이 조금 아쉬웠다.

결과적으로 반전을 기대하고 샤말란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이 영화로 어쩌면 마지막이 되었으면 좋겠다.
샤말란의 팬이라면 점차 서스펜스 장르 영화의 장인으로 한 편 한 편 필모그래피를 추가해 나가고 있는,
그의 행보가 만족스러울 것이나, 반전과 '짠'하는 결말을 잔뜩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역시나 '이게 뭐야'가
될 수 밖에는 없을 영화가 될 듯 하다.


1. 영화 속에 '해프닝'이라는 대사가 참 많이도 나온다.
2. 시각적으로 가장 무서운건 역시나 존스 부인이었다.
3. 파리로 건너간 바람은 어찌되었을까.
4. 샤말란이 왜 안나오나 했더니 '조이'로 등장하더라. (존스 부인 집에서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ㅋ)
5. 모델하우스씬은 정말 재미있었다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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