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Jurassic World, 2015)

쥬라기 공원으로부터의 시작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1993)'을 처음 보았을 때의 그 흥분과 떨림은 아직까지도 기억이 나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만한 공룡이라는 소재를 스크린에서 진짜 살아있는 것처럼 구현하면서 그 공포와 떨림을 담아낸 '쥬라기 공원'은 꿈과 가족을 이야기하는 스필버그의 영화들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쥬라기 공원'의 새로운 시리즈인 '쥬라기 월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싶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시리즈의 첫 편이자 사실상의 제대로 된 유일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 '쥬라기 공원' 1편에 적자임을 강하게 어필하고, 또 기대고 있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같은 방식, 그러니까 애초부터 '쥬라기 공원'은 넘사벽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만든 방식은 '쥬라기 월드'를 좀 더 심플하면서 흥미롭게 만든 선택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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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는 태생부터 '쥬라기 공원'과 비교될 수 밖에는 없는 운명을 지녔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대상이 같은 방식으로는 쉽게 넘어서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점에서, 애초부터 '우린 1편의 아들이야. 아버지는 결코 이길 수가 없지'라고 말하는 듯한 영화의 방식은 여름 블록버스터라는 볼거리 측면에만 좀 더 집중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데에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보니 장르적 클리셰로만 이루어진 영화라는 혹평도 듣게 되었는데, 나는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에 기대하는 바가, 더 큰 스크린과 사운드로 2시간 남짓의 시간을 최대한 즐겁게 보내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라 여기기 때문에, 그것이 설령 클리셰로만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충분한 볼거리와 재미를 준다면 상관이 없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쥬라기 월드'는 관객들이 처음 '쥬라기 월드'를 보았을 때의 두근거림과 호기심을 한 번 더 자극하려 애쓴다. 이 부분이 재밌는데, 보통 이미 전편을 본 관객들에게 더 큰 재미나 더 강력한 볼거리를 선사하려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인데, '쥬라기 월드'는 '우리가 더 나아졌어!'라기 보다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1편을 볼 때 느꼈던 그 감정, 그 순간을 떠올릴 수 있게 만드는 데에 좀 더 집중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자면 처음 공원 문을 들어설 때의 긴장감이라던가, 처음 공룡이라는 존재를 만나게 되었을 때의 설레임, 그리고 그 설레임이 공포로 변했을 때의 모험과 서스펜스를 느끼게 해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느끼게 해준다기 보단 오히려 기억하게 만든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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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철학 뿐 아니라 직접적인 스토리에 있어서도 1편에 상당히 기대고 있는 구성이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라고 정리할 수 있을 텐데, 거의 트라우마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이전 쥬라기 공원이 왜 폐쇄되기에 이르렀는지, 그럼에도 왜 반복적으로 이러한 일들이 또 일어 나는 지에 대한 묘사와 우려를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그 방식 조차 클리셰에 가깝기는 하지만, 영화가 끊임 없이 쥬라기 공원의 사례에 대한 트라우마를 다양한 루트로 말하고 있는 점은, 깊지는 않지만 볼거리 위주의 영화에서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소였다.


볼거리 측면에서는 정말 새로운 것은 없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긴장감은 오히려 티렉스로 집중 되었던 전작보다 못하나 것이 사실이지만, 변종 공룡과 랩터 그리고 다시 티렉스까지 연결되는 구조는 러닝타임을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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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그런 것처럼 연출을 맡은 콜린 트레보로우 역시 '내가 스필버그의 적자야'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은 연출과 내용들이 가득했다. 특히 이혼 얘기가 나오고 있는 부모와 이로 인해 불안을 겪고 있는 주인공과 형 (형제). 이들이 새롭게 만나게 되는 이모와 이모의 급남친 (크리스 프랫)의 구도는 스필버그가 자주 이야기하는 가족의 구도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콜린 트레보로우의 결말은 스필버그와 정확히 같지는 않다).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과 비교하자면 여러 면에서 부족한 작품이지만, 시리즈의 4편 혹은 새로운 1편으로 보자면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1. 극 중 크리스 프랫이 랩터들 길들이는 걸 보니, 속속편 정도엔 드디어 '쥬라기 월드컵'이 가능할지도?! ㅋ

2. 아, 속편이 예정되었다고 합니다.

3. 기존 스필버그 영화 속 캐릭터들과 또 다른 점이라면, 형제 중 형이 생각보다 아주 금방 정신 차린다는 것. 관객이 짜증 날 정도로 더 막 나가야 하는데 말이죠 ㅋ (동생은 이미 E.T에 엘리엇처럼 반 어른)

4. 몇 년 전인가 실제 우리가 알고 있는 티라노 사우르스의 모습은 잘 못 된 것이었다는 뉴스를 본 것 같은데, (실제론 털이 난 모습) 기대도 안했지만 역시 새롭게 발견 된 과학적 이론이 적용되진 않았더군요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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