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가 결합된 정통 무협 영화 <무협 武俠>(2011)


'첨밀밀' 과 '명장'을 연출했던 진가신 감독이 견자단, 금성무, 탕웨이와 함께 만든 영화 '무협'은, 일단 제목 자체가 무협이었기 때문에 주로 드라마타이즈에서 장점을 보여주었던 진가신 감독이 어떻게 연출할지 기대를 갖게 했던 작품이었다. 물론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등과 함께한 2007년 작 '명장'은 괜찮은 작품이었고 인상적으로 보았지만 리메이크 작품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리고 다시 얘기하지만 '무협'이라는 본격적인 제목 탓에 '과연~' 이라는 궁금증을 더욱 갖게 했던 것이다. 거기에 견자단, 금성무, 탕웨이는 물론이요 무엇보다 왕년에 쇼브라더스 영화를 이끌었던 왕우가 출연한다는 점도 예전 쇼브라더스 영화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큰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진가신 감독은 '무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있어 정통 무협 영화의 구조와 설정들을 고스란히 가져오는 동시에 일명 'CSI'식 과학수사가 가미된 수사/추리물을 접목하였다. 이는 노골적인 인트로 영상에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는데, 영화 초중반까지는 극중 수사관인 '바이쥬 (금성무)'를 중심으로 한 과학수사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 같이 수사가 중심이 된 중화권 영화로는 유덕화가 출연했었던 '적인걸 : 측전무후의 비밀'을 들 수 있을 텐데, '무협'의 수사과정은 좀 더 CSI스러운 과학수사의 장점과 과정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린 다는 점이 특이할 만한 점이었다. 초 중반까지 영화는 바이쥬를 중심으로 한 과학수사물의 흐름을 유지하다가 포커스가 좀 더 견자단이 연기한 '진시 (견자단)'로 옮겨가면서 정통적인 무협물에 가까워진다.




진시가 본격적으로 중심에 서게 되는 이야기는 정통적인 무협 영화의 틀 안에서 진행되는데, 요 몇 년간 중화권 무협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자주 하는 이야기이지만, '무협 영화의 틀 안에' 있다는 것은 결코 부정적 의미의 한계로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무협 영화가 지녀야 할 정통적인 가치관들을 훼손하지 않고 그려내고 있다는 긍정적 의미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진가신의 '무협'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과학수사라는 최신의 트랜드(영상미를 최대한 활용한)를 반영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무협 영화가 가져야 할 정통성은 고수하려는 노력이 엿보인 작품이다. 진시가 중심이 된 시퀀스야 말할 것도 없지만, 바이쥬가 중심이 된 시퀀스의 경우도 따지고 보면 '협'과 '의' 같은 정통적 가치관들 때문에 고뇌하는 메시지가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자세를 갖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후반 부 정통적인 방식의 이야기가 진행되더라도 지루하기 보다는 전개와 결말에 있어 좀 더 힘을 얻게 된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무협'이 무엇보다, 특히 무협 영화 팬들에게 큰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아마도 전설의 스타, '외팔이 (독비도)' 시리즈의 주인공 '왕우'가 출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오랜 세월 영화계를 떠났던 그이기도 한데, 자신이 예전 출연했던 영화의 깊은 오마주를 담고 있기도 한 이 작품에 캐스팅 제의를 받고서는, 감독이 진가신이라는 얘기를 듣고 주저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보았던 쇼브라더스 영화 속 그 날카롭고 생기 넘치는 왕우는 없지만, 많지 않은 장면의 출연 임에도 그야말로 화면에서조차 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는 현재의 왕우를 확인할 수 있다. 왕우가 연기한 캐릭터의 경우, 정말 그가 아니면 누가 과연 이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주고 있는데, 역시 명불허전. 강호의 고수가 돌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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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의 마니아적 마인드가 돋보이는 DP컬렉션에 특화된 기획력


DP시리즈 008번으로 선보이는 진가신 감독의 ‘무협’ 블루레이는 KD미디어, 블루키노, 컨텐츠게이트 등 국내 주요 출시사의 블루레이 제작을 담당해왔던 오소링 전문업체 LIFE LABS MEDIA의 자체 레이블 출시 001호 타이틀이기도 한데, 기존 출시되었던 7편의 DP컬렉션 타이틀 가운데 퀄리티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었을 뿐 아니라, 오탈자 등 인쇄 오류 같은 실수가 전혀 없었던 보기 드문(?) DP컬렉션이었던 002호 이창동 감독의 ‘시’ 블루레이 오소링을 맡았던 제작사이기도 하다.




이번 ‘무협’ 블루레이의 전체 제작과정을 지인을 통해 처음부터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최초 기획부터 티저와 예고편의 활용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마케팅, W님과의 콜라보레이션 기획, 진가신 감독의 친필 메시지, 디스크 디자인, 블루레이 메뉴 구성, 이스터 에그 등 여러 측면에서 DP컬렉션이라는 브랜드에 걸맞은 마니아적인 마인드를 기반으로 일관성 있고 집요할 정도의 사전 기획과 노력이 더해진 과정이었다. 특히 상업성이 전면에 드러나는 것을 최대한 배제하면서도 티저에서 예고편, 발표 등으로 이어지는 점층적인 정보 공개 방식을 취한 일련의 마케팅 과정은 그 세련됨과 효과 면에서 디피 컬렉션은 물론이고 기존 블루레이 시장에서도 전례가 없는 수준이 아니었다 싶다.



특히 기존 DP시리즈에도 프리오더에 참여한 DP회원들의 이름과 닉네임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크레딧은 제공이 되었었지만, 이번 DP008 ‘무협’ 블루레이에는 유명한 일렉트로닉 밴드 W&Whale의 멤버이자 DP회원이기도 한 한재원 님 (DP닉네임 W님)의 참여로 특별하고 소장가치 높은 디자인의 DP독점 아웃케이스를 포함하고 있으며, 메이킹 크레딧 수록은 물론이고 여기에 W님이 백그라운드 뮤직을 직접 작곡하여 수록함으로써, 정말로 특별한 콜라보레이션이자 DP컬렉션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서비스는 물론 회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블루레이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동안 DP컬렉션의 진행과정에 있어서 제작사의 역할이란 것이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면, 이번에 LIFE LABS MEDIA가 보여준 -심지어는 디피 구성원이 실제 제작진의 일부가 되기도 하는- 일련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마케팅은 '디피人들의 축제'와도 같은 DP컬렉션의 정체성과 브랜드 가치를 한층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옴으로써, 향후 디피 컬렉션에 참여하는 업체들로 하여금 두고두고 참고할만한 인상적인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이는 LIFE LABS MEDIA가 제작사이면서 출시사이기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지라, 앞선 다른 DP컬렉션 참여 회사들과는 경우가 좀 다를 수 있음을 언급해둔다.


찾아라, 이스터 에그!


본편 퀄리티를 살펴보기 이전에 본 타이틀을 보는 재미를 높여주는 두 개의 이스터 에그를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자막 설정 메뉴의 한국어 자막이 선택된 상태에서 특정 리모컨 방향키를 누르게 되면 DP008이라는 아이콘과 함께 숨겨져 있는 히든 메뉴가 나타나는데, 이 것의 정체는 본편의 한글자막을 보편적인 굴림체가 아닌 영화의 고전적 컨셉과 잘 어울리는 추가 제공 한글 폰트를 선택할 수 있는 메뉴다.




하나는 마치 극장에서 필름으로 상영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필기체의 자막이고, 다른 하나는 무협 영화에 어울리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폰트이다. 십여년 전만 해도 극장에서의 필름 상영에는 필기체 스타일의 한글자막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기에, 과거 무협 영화를 극장에서 많이 본 사람이라면 보너스 폰트 중 필기체를 선택하고 감상하는 느낌이 남다를 것이다.





제작사인 LIFE LABS MEDIA에 따르면, 새로운 폰트를 수록하기 위해 별도의 폰트 사용 라이센스도 정식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했다고 한다. 사실 폰트의 경우 타이틀의 소장 가치나 본편 감상에 아주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부분은 아니기에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인데, 이렇듯 꼼꼼하게 작품에 어울리는 폰트를 두 개씩이나 추가로 수록했다는 점과 분명 칭찬하고 넘어갈 만한 점이라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이스터 에그는 DP컬렉션 타이틀에서 익숙한 것으로 프리오더 참여자들의 이름과 닉네임을 수록한 'BD 메이킹 크레딧'이다. 역시 DP008이라는 아이콘을 찾으면 볼 수 있는데, '부가영상' 메뉴의 '예고편' 항목이 선택된 상태에서 한 번의 리모컨 조작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리뷰용 QC 디스크를 받은 시점에서 W님이 백그라운드 뮤직을 작업하고 계셨기 때문에 메이킹 크레딧 영상에는 '무협'의 오리지널 테마가 BGM으로 입혀져 있었지만, 출시 후에 타이틀을 받아보게 된다면 과연 어떤 스타일의 음악이 새로 입혀져 있을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기존 메이킹 크레딧 영상이 왼쪽의 영화 화면을 스틸로 처리한 것과 달리, 이번 '무협'의 경우 동영상으로 삽입하여 보는 재미를 높였다. (위 스크린샷의 닉네임 리스트는 아직 '무협' 프리오더가 종료되지 않은 시점이라, 임시로 DP002 '시' 당시의 프리오더 리스트를 사용했음을 알려둔다.)


Video


DP008 ‘무협’이 기존 DP시리즈에 비해 갖는 차이점이라면, 기존 타이틀들이 비교적 작품성 위주의 선정이라 AV적으로는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무협’ 블루레이는 좀 더 대중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인 동시에 화질과 사운드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질의 경우 촬영 분의 따라 조금씩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확실히 블루레이만의 날카로움을 확인할 수 있으며, 장면 장면의 날씨와 톤에 따라 최적의 결과를 구현해 내고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 진가신 감독이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팬텀 카메라로(1초에 500프레임을 촬영할 수 있는) 촬영한 장면들은 블루레이의 화질로 더욱 디테일하게 표현된다.



‘무협’은 전반적으로 브라운 계열의 톤을 갖고 있는 장면들이 많은데 브라운 특유의 따듯함은 물론, 그 가운데서도 명암의 표현력을 놓치지 않고 있다. 견자단의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그의 변발이 자라면서 솜털처럼 조금씩 올라온 머리 결(?)도 확인할 수 있다.




Audio


화질도 만족스러운 편이었지만 그보다 만족스러운 건 DTS-HD MA 7.1채널의 사운드였는데, 일부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스펙터클한 장면들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 장면이나 자연의 미세한 소리들이 세심하게 믹싱된 장면 역시 전반적으로 우수한 퀄리티의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운드 적으로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장면에서도 ‘엇, 무협 사운드가 이 정도로 좋았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후반부 왕우가 등장하여 호통치는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사자후’를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비좁은 가옥에서의 공간, 그리고 장대비와 번개가 내리치는 실내외를 오가는 왕우와의 마지막 결투 장면은 DTS-HD MA 7.1채널이라는 사운드 포맷의 온갖 화려한 서라운드 효과를 종합적으로 만끽할 수 있는 챕터다.



그 외에도 다이내믹한 대전 액션에서 검과 주먹의 궤적음과 주변의 사물들이 부서지는 등 세밀한 이펙트를 표현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며, 금성무의 내레이션을 표현하는 공간감도 이질적이기 보다는 효과적이었다.


Special Features


최신작인만큼 홍콩 영화로는 드물게 모든 부가영상이 HD 영상으로 제공될 뿐만 아니라 메이킹 영상의 촬영 퀄리티나 편집 효과 등도 상당히 세련된 모습이다. 물론 모두 한글자막을 지원한다.




‘제작영상’은 각 배우의 이름 별로 나뉘어서 수록되었는데, ‘견자단’에서는 배우로서는 물론 무술 감독으로서의 견자단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한 스턴트 장면들에 대한 위험성과 더불어 아찔했던 사고 에피소드와 팬텀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을 위해 더 세심하게 신경 써서 촬영해야 했던 액션 장면들의 연출에 대한 진가신 감독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다.





‘금성무’에서는 진가신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금성무라는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끊임 없이 질문하는 금성무로 인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또한 사투리 연기에 익숙해지기 위해 연습을 거듭하는 금성무의 소탈한 촬영장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탕웨이’에서는 두 아이의 부모를 연기하게 된 탕웨이의 소감과 이 작품에서 자신이 연기한 ‘아유’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전해주고 있는데, 인터뷰 내내 귀여운 웃는 얼굴로 임하는 그녀의 모습 탓에, 짧은 부가영상임에도 그녀의 묘한 매력에 또 한 번 흠뻑 빠지게 된다. (아래 영상은 제작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맛뵈기로 올라왔던 '탕웨이' 스페셜 메이킹 영상)


마지막으로 ‘왕우’와 ‘혜영홍’에서는 ‘무협’을 통해 근 10년 만에 영화 계에 복귀한 전설의 배우 왕우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는데, 워낙 극중 맡은 배역의 인상이 강했던 터인지, 인터뷰도 왕우가 아니라 72파의 두목으로서 임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직도 매일 1시간 넘게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왕우 형님, 아니 선생님의 인터뷰를 들으니 ‘무협’ 이후 다른 작품들에서도 또 만나볼 수 있기를 더 간절히 기대해 본다.



'혜영홍' 편에서는 특별출연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단 한 번의 견자단과의 액션 장면에서만으로 대단한 존재감과 내공의 고난도 무술 연기를 보여준 배우 혜영홍의 촬영 장면과 인터뷰를 볼 수 있다. 그녀 스스로 자신이 촬영한 액션 장면 중 '무협'의 액션이 최고였음을 스스로 뿌듯해하며 이에 도움을 준 무술감독 견자단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총평] 작품, AV퀄리티, DP컬렉션으로서의 가치 모두 뛰어난 타이틀


견자단과 금성무 그리고 탕웨이가 호흡을 맞춘 진가신의 ‘무협’은 CSI식 과학수사를 감각적으로 가미하고 있으면서도, 정통 무협 영화로서의 가치를 지키는 데에도 소홀히 하지 않은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여기에 쇼브라더스 시대를 이끌었던 왕우의 출연은 그 것만으로도 팬들을 끌어 당기는 엄청난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DP008 타이틀로 출시되게 된 블루레이는, 국내의 열악한 BD시장 속에서도 DP컬렉션라는 브랜드의 수준을 만들어가기 위한 제작사 LIFE LABS MEDIA의 많은 노력과 마니아적인 감각이 더해져, 화질, 사운드와 패키지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만족할 만한 타이틀을 선보이게 되었다.



그간의 DP컬렉션이 아무래도 대중성보다는 작은 영화로서의 희소적 가치와 작품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선뜻 선택이 어려웠던 이들에게는 대중성과 타이틀의 완성도를 함께 수록한 ‘무협’ 블루레이를 추천하고 싶다. 물론작품에 한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역대 DP컬렉션 중 가장 'DP컬렉션'다운 타이틀임이 틀림없기에 계속 기존의 컬렉션을 유지해왔다면 이번 DP008의 소장가치는 두번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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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武俠 Swordsmen, 2011)

두 가지 토끼를 잡으려 든 진가신의 모험



'첨밀밀'과 '명장'을 연출했던 진가신 감독이 견자단, 금성무, 탕웨이와 함께 만든 영화 '무협'은, 일단 제목 자체가 무협이었기 때문에 주로 드라마타이즈에서 장점을 보여주었던 진가신 감독이 어떻게 연출할지 기대를 갖게 했던 작품이었다. 물론 '명장'은 괜찮은 작품이었고 인상적으로 보았지만 리메이크 작품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리고 다시 얘기하지만 '무협'이라는 본격적인 제목 탓에 '과연~' 이라는 궁금증을 더욱 갖게 했던 것이다. 거기에 견자단, 금성무, 탕웨이라는 배우들의 면면도 한층 기대를 돋구게 했으며, 무엇보다 왕년에 쇼브라더스 영화를 이끌었던 왕우가 출연한다는 점도 예전 쇼브라더스 영화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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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신 감독은 정통 무협 영화를 그리는 대신에 일명 'CSI'식 과학수사가 곁들인 수사/추리물을 접목하였다. 이는 노골적인 인트로 영상에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는데, 영화 초중반까지는 극중 형사로 나오는 금성무의 주도하에 이런 과학수사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 같이 수사가 중심이 된 홍콩 영화로는 유덕화가 출연했었던 '적인걸 : 측전무후의 비밀, 2010'을 들 수 있을 텐데, '무협'의 수사과정은 좀 더 CSI스러운 과학수사 측면에 이 과정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린 다는 점이 특이할 만한 점이었다. 초중반까지 영화는 이런 흐름을 유지하다가 포커스가 좀 더 견자단이 연기한 '진시'로 옮겨가면서 정통적인 무협물에 가까워진다. 정통적인 무협물이라는 얘기를 반대로 하자면, 매우 익숙한 패턴으로 이어진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런 흐름에 있어서 초반 부의 과학수사 장르가 신선한 장점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큰 매력보다는 흐름에 집중할 수 없는 곁가지가 될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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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포일러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영화도 이 자체를 크게 중요한 반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 하다), 영화 제목이 '무협'이고 견자단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그가 맡은 역할이 정말로 아무런 힘도 무공도 없는 평범한 남자라고 생각하는 관객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진시'가 실제 고수인가 아닌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되는데, 반대로 고수가 아닌 평범한 '진시'의 삶을 묘사하는 데에도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졌으며, 나중에 커밍아웃 하는 장면에서도 카타르시스보다는 밋밋함이 느껴졌다. 차라리 좀 더 '진시'의 입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갈등과 심리를 중점적으로 다뤘다면 (숨기지 않고) 좀 더 풍부한 텍스트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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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무협'에는 전설의 스타 '왕우'가 출연하고 있는데, 일단 왕우와 견자단의 결투 시퀀스라니 이것만으로도 무협 팬들에게는 기대하기 충분한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사실 이것도 왕우가 주연한 쇼브라더스 영화를 즐겨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바이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그 장면과 설정이 있어서 좀 더 이 영화가 왕우 팬들에게는 인상적인 영화가 될 듯 하다.



1. 아래 스틸컷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확실히 예전의 그 눈매와 얼굴이 남아있더군요. 전설의 스타로서 앞으로도 계속 작품들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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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화와는 별개로 '류씨'들이 사는 이 마을의 설정이 흥미로웠어요. 특히 마을 사람들이 주로 노래로 감정이나 이야기를 전달하는 풍습(방법?)은 영화의 색다른 리듬을 주더군요.

3. 탕웨이는 아름다운데 생각보다는 비중이 많지 않더군요. 그녀의 매력을 발산하기에는 좀 한정된 캐릭터였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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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The Warlords, 投名狀, 2007)

중화권 영화, 특히 블록버스터로 포장되어 나오는 액션 영화들은 기대도 되지만 걱정이 많이 되는
영화들이 최근 많았었고, 결과적으로 실망을 많이 한 작품들이 많았었다.
그래서 이 영화 <명장 (본제: 투명장(投名狀))>가 제작 발표되었을 때,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를 한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걱정되는 마음이 분명 더 컸었다.
더군다나 주로 멜로 영화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었던 진가신 감독이었기에 조금 더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걱정을 하도 해서인지 꽤 괜찮은 작품이었으며, 오랜만에 무협지에나 등장하는
뜨거운 형제애와 이를 둘러싼 대의와 권력의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무거운 영화였다.



이 영화는 잘 알려졌다시피 장철 감독의 <자마>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느냐의 가장 첫 번째 판단 잣대는 바로 원작인 <자마>를 보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나뉠 듯 한데, 개인적으로는 <자마>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다른 조건들에 대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를 본 내 소감이 그랬듯이,
<자마>를 보았다면 <명장>의 대한 감상 시각이 완전히 틀려졌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스란히 평가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이 영화는 19세기 중엽, 청나라와 태평천국의 난이 발생한 사건을 배경으로 그 역사의 한 가운데에서
치열하게 피부로 역사를 받아들인 세 명의 남자의 관한, 의형제의 결의를 맺은 세 남자의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도적 때 혹은 전투의 패한 패장이었던 인물들이 가족들과 형제들을 지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점점 전투에서 성공을 거두며 권력을 얻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이상과 현실, 대의와 개인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되고, 결국에는 의형제를 맺은 서로가 서로를 죽음에 이르기까지 만들게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사이에는 조이호의 아내인 연생과 방청운 사이의 삼각관계 또한 형성되어 있다.
이 영화는 중국내에서 사상에 관련된 장면들로 인해 대량 삭제가 되었을 정도로 상당히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나 대의와 개인이라는 대칭점의 갈등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매우 민감한 주제가
아닐 수 없는데, '대의'를 우선시한 장예모의 <영웅>이 국가적 지원을 받은 것에 반해, 초심을 잊고 '대의'를
위해 형제마저 버리는 방청운을 '영웅'으로 그리지 않고 시대가 만들어낸 권력의 노예로서의 상징적인
인물로 그려내면서 상당히 정치적인 색을 띠고 있다. 물론 이 영화가 결국에 말하는 것은, 혼란스런 시대가
방청운을 그렇게 만들었고, 결국은 스스로도 권력을 쟁취하지 못하고 조정에게 배신 당해 죽음에 이르게 되면서
전쟁과 권력이 중심이된 시대에 사로잡혀 버린 불쌍한 인물임을 그리고 있다.



극중 방청운 만큼이나 무섭게 변하는 인물을 보여준 것은 '강오양' 이었는데,
적장의 목을 배고 자신도 모르게 기쁨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는 오양의 모습과 광기어린 눈빛, 그리고 끝까지
큰 형님이 옳다며 되네이는 대사를 통해 감독은 상당히 의도적으로 변해가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성적이고 유연하지는 못하지만, 한 번 결의한 것은 무조건 지켜야 하고, 옳다고 여기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식할 정도로 밀어부치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영웅문이나 삼국지를 평소에 너무 좋아했던 탓인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우직함이었다. 방청운이 조이호를 죽이는 것을 막기 위해 형수를 과감히 죽이기도 하고
결국 이호가 죽임을 당한 것을 안 뒤에는 결의한 그대로 형제을 죽인 자는 죽음으로 갚는다는 맹세를 지키기
위해 방청운에게 계속 달려드는 오양의 모습은, 그럴 수 밖에는 없는 슬픈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세 명의 캐릭터의 감정과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매우 과감한 클로즈업을 매우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
마치 HD방송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과감한 클로즈업이 아주 많이 쓰이고 있다.
블록버스터답게 초반에는 상당히 대량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전투 장면을 볼 수 있으며, 이 후에는
무술이 위주가 된 결투 씬들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연걸의 출연으로 인해 아스트랄한 쿵푸 장면들을
잔뜩 기대하고 왔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이 영화는 액션이 많기는 하지만 액션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고 정치적인 드라마로 보는게 더 맞을 듯 싶다.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를 표현하듯 영상은 거의 내내 색을 지운듯한 어두운 색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어두운 장면들과 먼지 가득한 장면, 그리고 비오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며 좀 더 스타일리쉬한 미장센에
주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의 연기는 편차는 있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고 생각된다.
확실히 한 두해 연기한 배우들이 아니라서 그런지 장면장면에서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대단했으나
원작의 배우인 적룡, 강대위, 진관태와 비교한다면 또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여성들이 이 영화에 적극 공감하기는 아무래도 조금은 힘들듯 하다.
멜로적인 요소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양념격이고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설득력이 부족한 수준이며,
무협지에 열광하는 남성들에게나 먹힐 정서가 가득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우려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던 '뜨거운' 영화였다.


1. 극 중 보여준 행동들로 봤을 때 가장 멋진 캐릭터는 소주성주인듯.
2. 영화를 처음보곤 극중에서 분명 유덕화가 제일 형인줄 알았었는데 아니더라 -_-;;
3. <자마> DVD를 어서 구해 봐야겠다.
4. 극중 대인들로 등장하는 조정의 인물 3명의 모습을 보며 <카우보이 비밥>의 레드드래곤 수장들의
   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5. <자마>를 어서봐야겠다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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