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신현이 (a_shitaka@nate.com)

바람만이 아는 대답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일단 이 요상한 제목 때문에 눈길이 가는 영화다. 일본 영화에서는 특히나 이런 종류의 분위기를 종잡을 수 없는 제목을 자주 만나볼 수 있는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뤄보아, 이런 제목들의 영화들은 단순히 제목만으로 선입견을 갖고 영화를 미리 판단해 버리기에는 너무도 보석 같은 작품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그랬었고,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그러했었다). 이 작품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올해 열린 부천 영화제에서 초청되어, 주연 배우인 에이타가 내한 하는 등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었고, 일반 상영관에서도 오는 8월 말에 개봉을 하여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이기도 한 작품이다(거의 국내 개봉 한 달 만에 DVD가 출시된 겪이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이 원작 소설은 일본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베스트셀러임에도 미스테리한 이야기 구조 때문에 선뜻 영화화가 되지 않았었는데, 이 영화의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역시, 처음에는 거의 영화화가 무리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화에 큰 매력을 느꼈던 요시히로 감독은 직접 각본 집필 작업에 몰두한 결과, 원작자인 이사카 코타로가 영화를 보고나서 책의 일부분을 고치기까지 했을 만큼, 원작자의 입장에서 봐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영화가 완성되었다. 원작에 깊은 애정이 있었던 감독은 소설 속 배경이 되고 있는 센다이 지방을 실제 촬영지로 선택해 모든 장면을 센다이 지방에서 촬영하기도 했다(극 중 등장하는 대형 서점의 경우 실제 센다이 지방에 존재하는 곳인데, 서점주인 역시 원작 소설의 열렬한 팬이라 장소 협찬에 있어서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일종의 반전이나 함정이 있는 구조를 갖은 영화의 경우, 더군다나 원작 소설이 존재하는 경우라면 영화화 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가장 큰 장점이자 포인트로 작용해야 할 영화적 함정이 이미 알려진 상태에서는 (장기로 말하자면 차,포 때고 하는 경우 정도가 되겠다), 반전 자체보다는 이 과정을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에 더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는데,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원작 소설을 접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물론, 이미 소설을 통해 인물 설정과 결말을 다 알고 있는 이들도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을 만큼, 그 과정에 섬세한 묘사가 뛰어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아무래도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이와 모르고 영화를 보게 되는 경우를 똑같이 비교할 수는 없을 터, 이 리뷰에서는 이 영화의 영화적 함정이나 반전에 관한 정보는 전혀 노출하지 않을 예정이다. 반전이 있다는 것 자체도 모르는 것이 가장 좋은 관람 환경이겠지만 이건 어쩔 수 없이 노출하오니 양해를 부탁 드린다 ^^;)


이 영화는 적어도 2번은 전혀 지루함 없이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왜냐하면 이 영화만의 특징적인 요소 때문인데, 반전 요소를 갖고 있는 영화들은 전혀 모르고 보았을 첫 번째 감상 시와 다 알고 보는 두 번째 감상 시의 포인트가 아무래도 전혀 다를 수밖에는 없다. 첫 번째야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고, 두 번째 감상 시에는 아무래도 반전 요소를 인지한 상태이기 때문에 영화를 처음 볼 때는 감지할 수 없었던, 초반에 그냥 스치듯 지나간 대사들이나 작은 동작, 설정 등의 의미를 찾아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설정의 영화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이 점을 왜 특별히 이 영화만의 장점이라고 들어가며 두 번 보기를 권하느냐 하면, 이 영화는 특별히 이런 두 번 볼 때를 염두에 둔 디테일한 설정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가 미스테리한 구조를 드러내기 전까지의 분위기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약간 이상한 캐릭터들과 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일본 영화 특유의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처럼 그저 이상한 캐릭터, 이상한 대사, 약간 의미 없다고 느껴졌던 카메라 앵글들이, 모두 후반부의 반전을 염두에 둔 디테일한 설정임을 알 수 있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히 장면 하나하나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배우의 작은 동작 하나도 이후에 습관으로 설명될 수 있는 의도된 연기였고, 오버스럽게 느껴졌던 몇몇 대사들도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것이란 걸 두 번 감상하며 확인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처음 감상할 때는 이야기의 구조를 따라가며 반전과 함정에 요소를 만끽하는 것으로 재미있는 감상이 되지만, 두 번째 감상할 때는 작은 장면 하나하나에서도 ‘아,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그랬던 것이었던 것 이었구나’ 하며 어쩌면 첫 감상시보다 더한 감동을 받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극장에서 볼 때는 몰랐으나 DVD로 다시 보니, 일반적으로만느껴졌던 영화의 앞부분이 그저 일반적이지만은 않은 매우 중요한 장면들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이 장면만 봐도 처음에 볼 때는 2층에 있는 주인공과 길모퉁이로 돌아가는 인물을 위주로 촬영된 장면인 줄로만 알았으나, 다시 보니 인물들 보다는 저 놀이터에 더 포인트를 두고 있는 장면임을 알 수 있었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다 보고 나면 누구라도 아마 영화 속에 삽입되었던 밥 딜런의 곡 'Blowin in the wind'를 흥얼거리게 될 것이다. 이 영화가 좋았던 또 다른 점은 삽입곡이 단순히 배경 음악으로 쓰이는 것을 넘어서, 곡 자체가 영화의 또 다른 모티브가 되고, 영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사실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 같은 경우는 꼭 밥 딜런의 팬이 아닐지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어디선가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곡인데, 이런 유명한 곡을 사용했음에도 곡이 본래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압도당하지 않고, 이 영화만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영리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기존에 이 곡을 좋아하던 사람들조차도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이 곡을 언젠가 다시 듣게 된다면,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얼핏 떠올리게 될 정도로 말이다.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를 만나볼 수 있는 건, 이 영화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DVD Quality


일단 극히 적은 수의 극장에서만 개봉했었던(대부분의 일본 영화들이 그렇지만) 영화의 DVD타이틀 치고는 본편과 서플먼트를 각각 담은 2장으로 출시된 것만으로도 반갑기 그지없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과 예고편 4종이 수록되었는데, 메뉴 디자인에 독특한 점이라면, 지원되는 자막이 한국어 밖에는 없기 때문에 자막을 선택하는 메뉴가 따로 있지 않고, 기본 메뉴 화면에서 ‘한글자막 ON / OFF'를 변경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1.78:1 와이드스크린 영상의 경우, 일본 영화 타이틀 특유(?)의 익숙한 화질 수준이라고 보면 되겠다.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는 초반 등장하는 자취집 건물 장면 등 일부 장면에서는 쨍한 느낌의 선명한 화질의 느낌마저 받을 수 있었는데, DVD에 수록된 화질은 노이즈가 많고 지글거림 현상도 조금 있는 수준이라 아주 좋은 화질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업스케일링 기능이 있는 플레이어로 재생 했을 시에는 이런 부분이 조금 개선되어 기능 미 지원 플레이어에서 재생했을 때보다는 화질 면에서는 크게 부담이 없는 정도였다. 사운드 역시 돌비디지털 2.0만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런 소소하고 잔잔한 영화의 특성상 그다지 5.1채널의 멀티  채널이 요구되지는 않기 때문에, 수록된 돌비디지털 2.0 사운드만으로도 감상에 전혀 무리는 없었다. 다만 본편의 기본 볼륨이 조금 작게 설정되어 있는 점은 발견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으로 서플먼트를 수록하고 있는데, ‘메이킹 다큐멘터리 -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의 뒷모습’이 가장 대표적인 제작과정 영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감독인 나카무라 요시히로를 비롯해 주연 배우인 에이타와 하마다 가쿠, 세키 메구미, 오츠카 네네의 인터뷰를 통해 이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하였으며, 연기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는지 들려준다. 국내 개봉 시에도 느꼈었던 점이었지만, 사실상영화의 화자이며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시나’ 역을 맡은 하마다 가쿠에 대해 너무 대접이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심지어 영화 팜플렛에는 캐릭터 소개란에도 빠져있으며, 이름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런 아쉬움은 DVD에 수록된 서플먼트를 통해, 특히 이 메이킹 다큐를 통해 확실히 해소될 수 있었다.


다른 배우들도 다들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영화 속 ‘시나’처럼 실제 하마다 가쿠도 너무나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배우임을 엿볼 수 있었는데, 촬영이 끝나고도 캐릭터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해 인터뷰 내내 눈물, 콧물을 훌쩍 거리며 이야기하는 모습은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극 중 ‘시나’처럼 원작을 미리 읽지 않아 이야기를 전부 이해하지 못한 채 촬영에 임하게 된 하마다 가쿠는, 원작을 읽었던 감독은 생각해 내지 못했던 장면의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결국 감독의 애초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클라이막스 부분이 촬영되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이런 방향이 더욱 자연스럽고 깊은 인상을 미치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외에도 하마다 가쿠 만의 천진난만하고 장난 끼 가득한 재미있는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나카무라 감독 롱 인터뷰’에서는 메이킹 다큐에서는 미처 다 들려주지 못했던 원작 소설의 영화화 과정이라던가,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들, 배우들에 관한 감독의 견해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미공개 장면’에서는 단순히 미공개 장면만이 수록된 것이 아니라, 미공개 장면들이 포함된 앞 뒤 연결 장면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이 장면이 있었다면 어떻게 영화에 표현되었을까를 좀 더 쉽게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로케지 지도’는 처음에는 지도라는 제목답게 단순히 지도에서 위치를 표기하는 것 정도인 줄 알았는데, 각각의 로케이션 장소를 클릭해보면 그 곳의 대략적인 풍경 영상과 함께 메이킹 다큐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새로운 메이킹 영상이 각각 담겨 있어, 이것 또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부가영상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무대인사’에서는 영화가 상영되기 전 무대 인사를 가진 영상과, 영화 상영 뒤에 갖은 무대 인사 영상이 각각 담겨 있어 각각의 다른 분위기를 만나볼 수 있다.


2008. 10. 8 | 신현이 (a_shitak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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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アヒルと鴨のコインロッカㅡ)
바람만이 아는 대답


참 일본영화스러운 괴상한 제목.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그 괴상한 제목에 일단 끌리고, 그리고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와 영화 <좋아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에이타가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영화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는 이 정도가
전부였고, 포스터나 전단지를 통해 영화 속에 밥 딜런의 'Blowin’in the wind'가 수록되었다는 것도 미리
알 수 있었다.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평범하고 잔잔한 가운데 '이야기'를 잘 끌어낸다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잔잔한 것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스테리한 부분이 주를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더 큰 범위에서 이 영화를 감싸고 있는 정서는 소소함과 따뜻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라고 하는데, 소설을 미리
접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미스테리한 줄거리가 이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해서인지,
영화가 전개되면서 살짝 놀라게 된 부분도 있었다. 미스테리한 부분이 전개되기 전까지는 보통의 일본 영화들이
그렇듯, 일본 영화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듯한 약간 괴짜 캐릭터와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것으로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영화겠구나 했는데, 즉 가볍게 슬쩍 즐기고 나오려고 했는데, 제법 짠한 감동마저
받고 극장을 나오게 되는 영화였다. 확실히 일본 영화는 포스터나 제목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아래부터 영화의 내용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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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의 멜로디가 흐르면, 2년 전 그날의 기억이 찾아온다.

대학 입학을 위해 센다이 시(市)로 이사 온 시이나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를 흥얼거리면서 짐 정리를 하는데, 노래를 따라부르는 이웃집 청년 가와사키를 만나게 된다. 괴짜 같은 가와사키는 이웃에 사는 부탄 출신 유학생 도르지가 일본에서 처음 사귀게 된 친구 둘을 동시에 잃은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일본어대사전을 훔쳐 선물하자는 황당한 제안을 한다. 얼떨결에 사건에 가담하게 된 시이나는 가와사키가 훔쳐 온 책이 일본어대사전이 아님을 알고 황당해하고, 우연히 알게 된 펫 숍 주인 레이코는 가와사키의 말을 믿지 말라고 시이나에게 경고를 한다. 그리고 시이나는 가와사키의 비밀 이야기를 알게 되는데…(보도자료)

사실 처음 '밥 딜런의 멜로디가 흐르면, 2년 전 그날의 기억이 찾아온다'라는 홍보문구를 보았을 때는,
너무 뻔하고 오버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영화를 보지 않고 저 문구만 본다면 너무 뻔한 홍보문구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 뻔하지만 노골적인 문구가 나름대로 영화의 분위기를 잘 함축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영화의 초중반이 지나기 전까지는 그저 대학진학을 계기로 센다이로 이사온 주인공 '시나'의
하루하루를 조심스레 스케치 해 나가는 평범한 분위기로 전개된다. 하지만 바로 옆방에 살고 있는 '가와사키'와
알게 되면서 그를 통해 듣게 된 이야기를 통해 약간은 이상한 주변 사람들과 동네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 와중에 알게 된 사람들을 통해 가와사키 역시 미스테리함이 많다는 것을 본격적으로 알게 되고, 시나는
가와사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자 그의 뒤를 밟고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 그에 관해 묻게 된다.

이렇게 되면서 영화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전개된다. 그저 단순히 괴짜로만 보였던 가와사키가 보여지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미스테리한 인물임을 알게 되고, 시나가 그를 점차 알아가면서 이 영화는,
미스테리한 퍼즐을 한 조각 한 조각 풀어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한 편, 퍼즐이 하나씩 풀려갈 수록
감동의 조각도 하나하나 완성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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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사키가 원래는 가와사키가 아니었고, 옆방에 사는 부탄에서 온 학생 도르지는 그저 지방에서 온 일본 학생
이었으며, 부탄에서 왔다는 도르지는 다름아닌 가와사키 였다는 비밀이 밝혀지면서, 이 영화는 왜 부탄에서 온
도르지가 가와사키라는 이름을 쓰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왔는지에 대해 플래시백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저 괴짜스럽게만 보였던 가와사키의 행동과 대사들은 이후 진짜 가와사키가 등장하는 후반부를 위해
중요한 복선으로 작용한다. 이 과정속에서 그 동안 에이타가 가와사키로 연기했을 때의 장면들을, 에이타가
도르지로 등장하는 것으로 다시 한번 보게 되는데, 이 장면들을 통해 모든 비밀이 풀리고 도르지가 가와사키로
살아야만 했던 이유에 대한 정확한 답을 들을 수 있게 되지만, 거의 모든 장면을 다시 보여주는 것은 일부
관객들에게 약간의 지루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하긴 이 영화의 전반부, 그러니까 에이타가 가와사키를
연기하는 부분은, 모두 이 후반부를 위한 도구이니 전부 다시 보여주는 것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에이타는 기존에 출연한 작품들에서도 제법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었지만, 그것은 연기 외에 인상적인
외모가 한 몫을 했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는 없을텐데, 이 영화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에이타를 좀 더
배우로 인식하기에 충분한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가 초반 가와사키로 등장할 때의 연기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오다기리 죠가 계속 떠올랐는데, 무언가 괴짜스럽고 이상하면서도 남모를 포스를 풍기는 그의
연기는 오다기리 죠가 많은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비슷한 캐릭터를 쉽게 떠올리게 했다. 후반부에 도르지를
연기하는 그의 모습에서도 나이에 걸맞는 순수한 미소를 볼 수 있어 좋았고. 특히나 후반부에 시나가 모든
비밀을 알게 된 이후의 그의 연기는 그 웃음, 표정 하나하나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 영화가 너무 에이타에 의해 과대포장 된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뭐 맞는말도, 틀린말도 될 수 있겠다. 영화는 에이타의 출연 하나만으로 설명되기에는 너무도 할 말이 많은
훌륭한 영화이지만, 이 영화에서 에이타가 차지하는 비중이라던가 그가 보여준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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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는 에이타 외에 마츠다 류헤이, 세키 메구미, 하마다 가쿠 등이 출연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하마다 가쿠의 홍보가 너무 부족한 것이 아쉽다. 물론 기존의 국내 지명도에서는 조금 뒤쳐지는 배우일지는
몰라도, 엄연히 이 영화에서는 에이타에 버금가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국내 전단지에는 이름 한 번
언급되지 않는 등 너무 홀대를 당하고 있는 듯해 동정심 마저 느껴졌다. 사실 국내의 전단지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똑같은 옷을 입은 에이타와 마츠다 류헤이가 떡 하니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일부러 리뷰 글에 메인 포스터로 일본 포스터를 가져왔다. 저 포스터 속 캐릭터의 비중이
영화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밥 딜런의 'Blowin’in the wind'의 경우 뭐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유명한 곡이었지만, 앞으로는 이 곡을
듣게 될 때마다 이 영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유명한 팝송을 영화 속에
자연스레 녹이는 방법으론 이 영화같은 방식이 가장 영리한 방식이라 생각된다. 적절하게 스토리에 녹아들도록
만들어내서, 나처럼 이미 이전에도 수없이 들었던 노래가 새롭게 들리도록 만드는 방식말이다.




1. 일본어를 잘모르다보니 '코인로커'라는 한국어 제목을 보고는 도대체 뭔가 했다 --;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나서야 '아, 코인 락커구나'했다는. 락커룸이라고 주로 하지 로커룸이라고는
   안하니까 --;

2. 제목을 보며 왠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스러움을 느꼈다.

3. 센다이는 마치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주더라. 특히나 대형 서점의 경우 미국 서부의
   인적 뜸한 주유소를 연상시키는 포스를.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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