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만든 클래식, 대작 중의 대작 벤허


'신이시여, 진정 제가 이 작품을 만들었단 말입니까?'라는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한 마디로도 유명한 찰턴 헤스턴 주연의 영화 '벤허 (Ben-Hur, 1959)'를 드디어 차세대 화질과 사운드의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윌리엄 와일러의 저 말처럼 1959년 작인 '벤허'는 당시 할리우드가 그야말로 작정하고 만든 엄청난 스케일의 대작 중의 대작으로서, 지금까지도 많은 올드 영화 팬들에게 회자 됨은 물론 그 유명한 전차 경주 장면은 '설마'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이라도 한 번쯤은 보았을 정도로 유명한 장면이기도 하다. 또한 현재의 시점에서 보았을 때 찰턴 헤스턴의 배우 외적인 부분과 이 영화 만의 짙은 종교적 색채가 부담으로 느껴진다 하더라도, 이 영화가 대작이고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라는 사실 만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추후 각본에 참여했던 고어 비달을 통해 극중 벤허와 멧살라 사이에 동성애 코드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는데, 이 사실을 알고 이 장면을 다시 보게 되면 유난히 뜨겁고 애절한 멧살라의 눈빛과 스킨십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당시 찰턴 헤스턴은 이런 설정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멧살라 역의 스테판 보이드만이 이런 지시를 받고 그렇게 뜨거운(?) 연기를 펼쳤던 것이다)

이미 영화사에 남을 만한 클래식으로 자리 잡은 작품을 다시 평가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새삼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2011년 블루레이를 통해 다시 보게 된 '벤허'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그 전에, 사실 영화 팬으로서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몇 가지 경험 가운데 적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일이 바로 '벤허'의 70mm 필름 상영을 관람하지 못한 (봤다고 하더라도 기억할 만큼의 나이는 아니었던 탓에) 일인데,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더불어 특히 이 작품은 지금도 구현하기 힘든 (아니 오히려 CG가 있어서 불가능한) 스케일을 담고 있는 작품이기에, 이전 대한극장에서 이 작품을 70mm 관람한 이들의 이야기가 그저 부러울 수 밖에는 없었다.






'벤허'가 담고 있는 스케일이라는 존재는 21세기의 최고 수준 CG와 아이맥스의 대 화면으로는 미처 다 채울 수 없을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최근 이른바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작품들의 경우, 그 스케일의 대부분이 CG를 통해 놀랍도록 진짜처럼 구현되고 있는데, '벤허'가 만든 스케일은 '진짜처럼'이 아니라 그냥 '진짜'라고 보면 간단히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진짜'에는 당시의 다양한 기술과 수동적인 노력들이 엄청나게 투여되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전차 경주 장면을 비롯해 이 작품이 보여주는 대규모스케일의 장면들은 21세기의 시선에서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것임은 물론, CG로 구현한다 한들 과연 저런 그림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은 실로 압도적인 영상을 보여준다. 아니, 이건 CG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압도적인 스펙터클이며 설령 앞으로 CG가 더욱 발전하여 그 질감마저 똑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1959년 작 '벤허'가 갖는 의의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벤허'는 원작 소설의 제목인 'A Tale of Christ' 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당히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작품이다. 하지만 종교적인 이야기를 다룬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직접적이기 보다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예수의 탄생과 고난의 신약 이야기를 배경으로, 전혀 상관없는 듯한 주인공 벤허의 이야기를 조금씩 연관시키며 결국은 '신앙'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이야 더 자극적이고 직접적인 방식들로 종교와 예수의 이야기를 비유와 은유로 표현하는 영화들이 많지만, 당시로서는 예수의 얼굴을 직접적으로 등장시키는 것 조차 금기에 가까웠을 정도로 조심스러움이 있었는데, 이런 점이 오히려 현재의 시점에서 보았을 땐 더 영화적으로 매력적이고 특별한 인상을 주는 장치로 승화되지 않았나 싶다. 예수의 삶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그리지 않았음에도 영화의 마지막, 그리스도의 삶이 주는 기적이 갑작스럽기보다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 이유야 말로 '벤허'가 종교 영화로서 그리고 종교 영화를 뛰어넘는 영화로서 모두 위치할 수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Blu-ray 메뉴






메뉴 선택을 텍스트 없이 심플한 아이콘으로 형상화 한 것이 인상적이다. '벤허'라는 작품이 갖고 있는 금빛 이미지를 녹여낸 색감도 잘 어울리는 편이다.


Blu-ray : Picture Quality


MPEG 4-AVC 포맷의 1080P 화질은 '벤허'라는 클래식에 걸 맞는 완벽히 복원된 최상급의 화질을 선보인다. 특히나 이 작품을 70mm로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VHS와 DVD로만 감상했던 바로서는 HD로 디테일 하게 표현된 블루레이의 화질이 더욱 놀랍기만 하다. 블루레이로 살아난 디테일이 70mm 극장 상영 미 관람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준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이 1959년 작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말 놀라운 화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워너브라더스 블루레이의 고전 복원 능력은 이번에도 높은 점수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평원에서의 대규모 줄을 이은 군중 씬에서 군중 한 명 한 명의 디테일 한 표현은 물론 먼 배경의 묘사까지, 날카로움마저 살아있는 표현력이었으며 별이 마구간을 비추는 베들레헴의 밤 하늘과 정경은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클로즈업에서의 디테일 역시 매우 우수한 수준이어서 배우들 피부의 질감은 물론 갑옷과 투구의 섬세한 표현력은 무게 감 마저 느껴질 정도.







예전 영화의 특성상 배경을 그림으로 대체한 장면을 몇몇 만나볼 수 있는데 여기서도 별다른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으며, 밝은 장면에서의 외곽선도 잘 살아있는 것은 물론 어두운 장면에서 역시 1959년 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암부의 표현력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어서인지 그 우수함에 더 놀랄 수 밖에는 없었는데, 색감과 명암 모두 만족스러운 화질이었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 채널의 차세대 사운드 역시 세월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족스러운 음질을 들려준다. 특히 예전 작품들의 경우 대사와 영상, 전체 사운드와 영상의 감이 정확히 같은 레벨로 표현되지 못하고 약간의 공간과 이질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벤허'의 경우 아주 청명한 음질 까지는 아니었지만 사운드가 들락날락 하는 일은 없었으며, 전체적으로도 고른 레벨을 수록하고 있어 자연스러운 감상이 가능했다. 스펙터클 하면서도 웅장하고 무게 감이 있는 미클로시 로자(Miklos Rozsa)의 스코어 역시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벤허'하면 가장 명 장면이라 할 수 있는 전차 경주 장면을 빼놓을 수가 없을 텐데, 이 시퀀스에서의 사운드 역시 세월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운드이지만 한편으로는, 완벽에 가까운 화질에 비해서는 아주 조금은 박진감이 아쉽게 느껴지는 사운드였다. 쉴 세 없이 여러 마리의 말들이 달리는 것에 비해 조금은 얌전한 사운드였는데, 이 부분에서는 극적인 요소와 더불어 조금 더 사운드 측면에서 오버되었더라도 나쁘지 않았을 듯 한 느낌이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총 3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벤허' 블루레이 타이틀은 1,2번 디스크에 본편이 나뉘어 담겨 있으며 3번째 디스크에는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는데, 일단 본편과 함께 수록된 T.진 해처와 찰턴 헤스턴의 음성해설은 물론 3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부가영상 모두에 한국어 자막이 수록되지 않았다. 이로서 사실상 음성해설과 부가영상 전부는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무용지물의 자료가 되었으며, 기존 벤허 SE DVD에 수록되지 않고 블루레이에 처음으로 수록된 HD급 부가영상인 'Charlton Heston: A Personal Journey(78분)' 역시 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즐길 수 없어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놀라운 화질과 음질로 복원된 본편은 너무나도 만족스럽지만, 한국어 자막이 전혀 지원되지 않는 부가영상에는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듯 하다.





[총평] 클래식 중에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벤허'를 다시 보니 과연 CG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진짜 스케일과 대작의 풍모가 느껴지는 명불허전의 작품이었다. 또한 완벽에 가깝게 복원된 놀라운 화질과 사운드는 세월의 흐름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만족스러워, 예전 '벤허'를 극장에서 만났던 이들에게는 생생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고전을 처음 만나는 젊은 세대에게도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어 자막이 전무한 부가영상은 국내 소비자라면 누구나 아쉬워할 만한 이 타이틀의 옥의 티라 하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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