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해독 (完本エヴァンゲリオン 解讀)

에바 팬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



몇 달 전 아주 우연한 기회에 스치듯 이 뻘건 표지의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뭐 어차피 덕후라 알게 되었을런지는 몰라도 '에반게리온 해독'이라는 대문짝 만한 타이틀을 발견한 것은 다행이었다. 에반게리온이라면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실사/애니/음악 포함) 중 하나인 동시에, 극장판인 '에반게리온 : 파'를 보고 나서는 '그래, 이 정도라면 누가 나를 오덕이라 불러도 좋아!'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AT필드를 송두리채 흔들어 버린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에반게리온'에 빠지고 나서부터는 다른 작품들이 그렇듯이 자연스럽게 그 관련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해설집 혹은 또 다른 설 등을 담은 책들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런데 특히 애니메이션과 관련하여 감독론이나 작품론 등을 다룬 책들이 그렇지만 지독하게 취향을 타기 때문에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호불호가 갈리곤 했는데, 에바의 경우 그리 만족스러운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에바를 다뤘다는 이유 만으로 이 책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간 읽어보았던 에바 관련 책들 가운데서는 가장 내 취향과 맞는 흥미롭고 감정적인 책이었다.




(책 리뷰인가 피규어 사진 소개 글인가;;;;)


개인적으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 특히 에반게리온처럼 이야기를 끌어낼 만한 요소가 무궁무진한 작품일 경우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이유는 이른바 '떡밥'이라 불리우는 설들을 설명하고 자신 만의 논리를 펼치는 것만으로도 1박2 일은 얘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정작 작품 본연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사도는 도대체 왜 오는건지?' '세컨드 임팩트가 갖는 의의는 뭔지' '인류보완계획이 뿌린 떡밥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에바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무엇인지' 등등에 대한 이야기들도 흥미롭고 궁금해지는 점들이지만, 에바에 대한 책들이 대부분 이렇다보니 내가 처음 아니 지금도 에바를 볼 때마다 두근거리며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다잡게 되는 부분들에 대한 내용들을 다룬 내용들이 간절하기도 했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 '에반게리온 해독'은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에바 팬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고 혹할 만한 저자 만의 설득력있는 설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중 몇 가지는 '그래 내 생각과 맞아!'라고 120% 동의하게 되는 주장들도 있었고, 반면 살짝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하는 것들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키타무라 마사히로도 책 속에서 이야기하듯, 이런 주변 것들에만 집중하면 정작 에바가 갖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놓쳐버리게 된다. 에반게리온이 지금과 같은 엄청난 세계관을 이루게 된데에는 물론 다양한 이유들이 있지만 분명 그 근본에는 소년들을 흔들어 놓았던 (누구에게도 쉽게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인간 본연의 고민과 아픔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바로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카오루 등장. '이번엔 꼭 널 행복하게 해주겠어';;;)


즉, 이 책은 떡밥을 다루더라도 바로 이 측면에 근거하여 다가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행동을 한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라던지, 레이의 이 대사는 어떤 심리적인 변화를 표현하는 것인지, 여기서 신지의 변화 된 행동은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이 던지는 주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 등의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에반게리온이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남게 된 이유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상처,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 용기, 두려움 등의 감정을 어쩌면 매우 직접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핏보면 에바는 상당히 어려운 말들로 도배하듯 둘러싸 회피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잘 살펴보면 그 어떤 작품보다도 과감하게 진심을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심하게 흔들렸던 것이고. 그 흔들림의 이유를 좀 더 풀어 설명해주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터라 멈추지 않고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이번엔 컵까지;;;)


여튼 이 책 '에반게리온 해독'을 평소 영화 리뷰 하듯 리뷰하자면 거의 똑같은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의미가 없어질 것 같으므로 여기서 마치려고 한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이 책은 읽는 내내 빨리 다시 '에반게리온'을 보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게 만드는 책이었으며, 궁금함의 해결보다는 '그래 맞아!'라는 공감대가 더 짙게 깔려 있는 작품이었다. 에반게리온 팬들이라면 개인차는 있겠지만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IT업계에 있으면서 지난 해 가장 큰 이슈가 된 책 중 하나인 '똑바로 일하라 (Rework)'를 뒤늦게 읽게 되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처세술 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편인데,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라고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모두 맞는 말일 수도 있는 동시에 모두 틀린 말일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잘못하면 '맹목'으로 빠져버리거나 하나의 기준이 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세술이나 경영 등에 대한 책을 읽기 보다는 그 시간에 현실에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데에 좀 더 시간을 쏟자 라는 주의인데,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있어서는 이런 책들에게 도움을 받기 보단 휘둘릴 위험이 있어 (물론 휘둘리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잘 선택하지 않았었지만, 회사의 일과 관련된 것이라면 어쨋든 10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일했으니 책에서 도움 될 만한 것들만 선택하여 취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 다른 외부 요인이 있기도 했지만 어쨋든 이 책 '똑바로 일하라'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이 화제를 끈 가장 큰 이유라면 역시 그 '단호함'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무언가 주장을 전달 할 때 매우 단호하고 확실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갈피를 못잡고 흔들리고 있는 독자들에게 '그래!' 하는 기운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어조가 위험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도 옳은 방향으로 어정쩡하게 가는 것보다는, 틀린 방향을 선택했을지언정 집중하여 단호하게 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또 이렇게 해야만 결국 틀린 방향도 옳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이렇게 하면 이런게 좋고 그 대신 이런 점들이 우려된다'라기 보다는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라고 확실히 말하는 이 책의 방식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쓰여진 환경과 이 책에서 주장하는 의견들의 기회비용들이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를 아는 것이 우리의 현실에서는, '똑바로 일하라'라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만하지만 10년 넘게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비슷한 IT업계에 몸담으며 느꼈던 현실과 기회비용에 대해 정리하는 것이 내가 이 책을 읽고 글로 풀어내야할 주제라고 생각했다.


모든 정보라는 것이 그렇고 특히 이런 류의 책들이 그렇지만, 독자는 저자보다 더 영리한 자세로 자신이 원하는 것, 내게 맞는 음식들만 체하지 않게 잘 골라 먹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도 이 책에서 내 입맛에 맞게 골라 먹을 것들이 많았다.

'꼭 성장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는 우리 현실에 맞게 바꿔보자면 '꼭 1등을 해야하는가' 혹은 '꼭 대박을 내야하는가'로 말할 수 있을텐데, 내 생각도 '그렇지 않다' 다. 직원이 늘고 사무실 평수가 늘어야만 하는 일들도 있겠지만 꼭 그럴 필요가 없는 일들도 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꼭 그러지 않아도 효율을 충분히 낼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즉, 일의 종류에 따라 전 세계 몇 억명이 사용하는 것이 골인 사업도 있지만, 국내에서 매달 몇 만 명의 사용자가 꾸준히 사용하는 사업도 있다는 것이다. 대박을 내는 것은 좋지만 '꼭 대박'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대박이 아니면 실패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결국 둘 중에 하나의 결과를 안게 될 것이다. 즉, 훨씬 적은 확률에 도전하게 되는 것이다. 도전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 도전이 어떤 바늘구멍인지는 충분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외부 자금은 마지막에 고려하라' 역시 100% 공감하는 부분이다. 꼭 회사 뿐만 아니라 개인도 그렇지만 현재 수중에는 없지만 빌릴 수 있는 한도의 돈에 대해 너무 쉽게 '내 돈'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정말 내 주머니에 돈 한 푼 없는 상황만을 고려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경우는 적어도 마이너스를 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내 돈이 아닌 돈을 항상 고려하게 되면 결국 그것은 또 모험이 되고, 나중에 커다란 짐으로 돌아오게 된다. 대출 받을 수 있는 한도, 투자가 예상되는 비용은 내 자산이 아니라 보너스의 개념으로 보는게 더 맞을 것이다. 이걸 그대로 내 주머니 속의 돈으로 여기는 순간부터는 아마도 이 끝나지 않는 터널이 끝날 때까지는 계속 이 간극 만큼의 짐을 등 뒤에 얹고 가야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결정을 내려야 일이 진행된다' 도 맞다. 이 책에서는 '생각해보자'보다 '결정하는 것'이 옳다라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최소한의 생각해 볼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생각을 하는 것은 문제다. 최소한의 생각해 볼 시간이 전제된 결정이라면 최대한 빨라야 한다. 결정이 느려지게 되면 결국 모든 결정을 종용하던 팀원들 역시 하나 둘 '그러려니'하게 되고, 결국 전체적인 결정의 속도가 '당연히' 늦어지게 되, 업무나 서비스 자체가 천천히 돌아가게 된다. 결정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때도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정의 책임이 두렵다면 그건 결정권자로서의 자격이 부족한 것일터. 결정에 대한 결과에 따라 보상도 책임도 지면 된다. 그리고 이를 자연스럽게 용인하는 분위기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나씩 다 공감 여부를 따지게 되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슬슬 정리하자면)
 '별로라고 말할 수 있는가'는 사실 가장 필요한 것인데 가장 안되는, 하기 힘든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적 친분을 갖고 있는 직장 동료에게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이건 별로다'라고 얘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그 상대가 나이나 직책으로 봐서 더 높은 이라면 더 어려울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 가운데는 단순히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는 얘기를 하려고 하나보다 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텐데,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이대로 하는 것은 무리다 인 것들도 있지만, 반대로 현실은 그럴지 않지만 그래도 해야한다 라는 점들도 있는데 이 문제가 바로 후자에 해당한다.




아마도 별로인데 그냥 말 안하고 넘어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단, 현실적 문제 때문에 그런 말을 하기 어려우니 넘어가는 것이 더 낫지 않나 하는 것 뿐이지. 사실 나도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이 점이었다. 내가 봤을 땐 당췌 마음에 들지 않는데 '별로'라는 말을 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냥 단순하게 모두가 쿨하게 일하자 라고 해서 100% 되면 좋겠지만, 사람일이라는게 그렇지 않다. 그래서 내가 택한 조금 어려운 길은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나중에 '별로'라는 말을 해야할 때 할 수 있기 위해 그 동안 인간적으로 오해하지 않을 수 있도록 관계를 형성하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즉, 나중에 어떤 결과물을 보고 '이건 좀 별로다'라고 했을 때 상대가 '지가 뭘 알아'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 별로일 수도 있겠군'하며 '별로'와 '별로'라는 얘기를 한 사람을 구분지어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려워도 해야하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이런 관계없이 그냥 '별로야'라고 했을 때 쿨하게 '어, 그래?'하고 받아들일 사람들로만 구성된 회사라면 상관없겠다. 쿨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미안한 것으로 끝나면 그건 정말 서로에게 미안한 것 밖에는 안될 것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이 글의 맨 처음에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이 전방위 적으로 통용되기에는 위험성이 조금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벤처, IT, 스타트업 등에서는 배울 점이 많고 그대로 실행해도 좋을 점들이 많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이를 통해 나아지는 것보다는 감수해야할 일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들 가운데는 '영웅이 되지 마라' '우주에 영향을 미쳐라' '회의는 독이다' '남에 일에 신경쓸 필요 있나' 등과는 달리 영웅이 되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있고, 우주에까지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아도 될 일도 많고, 꼭 회의를 해야만 하는 일도 있을 것이며, 남의 일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빠르게 움직여야만 할 일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편으론 현실적인 제약들 때문에 어렵지만 그래도 옳은 말들도 있을 것이다. 결국 선택에 문제다. 하나씩 다 이유를 들기엔 시간이 부족해 그리하지 못했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모든 주장에는 기회비용이 없는 것은 없을 것이다. 즉, 우주에 영향을 미치려 노력할 때 그로 인해 관심을 덜 주거나 끊어야 하는 부분이 생길 것이고, 남에 일에 신경쓰지 않고 나만의 제품을 만들고자 한 대신 무언가 상대에 따라 변화해야할 때 빠르게 변화할 수 없음이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 내가 다니는 회사 혹은 앞으로 다니고 싶고 경영하고 싶은 회사에 따라 이 책에서 취해야할 것들이 다를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일중독으로 살고 있다고 절망할 필요도 없고, 회의를 매일 한다고 해서 독을 먹고 있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으며, 영웅이 되려 한 자신을 자책할 필요도 없다. 냉정하게 자신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돌아보고 '이건 맞아' '이건 어렵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해야겠어' '이건 내 현실과는 좀 먼 얘기네'라는 걸 어렵지만 구별해 낼 수만 있다면, 양면적인 의미로 도움이 많이 될 책일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픽사 이야기 (Pixar touch, 데이비드 A.프라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꿈과 현실 사이에 놓인 창조적 기업의 역사


평소에도 이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기업이나 조직 가운데 픽사(Pixar)를 가장 동경해 오고 있다. 그냥 좋아하는 걸로만 따지자면 당연히 지브리 스튜디오가 되었겠지만, 일하고 싶은 기업이라던가 동경해온 조직이라면 단연 픽사를 가장 먼저 꼽을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일하고 싶은 직장이나 동경하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회사는 구글(Google)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구글보다 픽사에게서 더 많은 장점과 비전을 발견해 왔었다 (픽사와 구글은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서울 어딘가에서 나 혼자 무의미한 고민 중 -_-;). 애니메이션을 몹시 사랑하는 이로서 픽사의 작품들은 가장 애니메이션다우면서도 동시에 이전에 애니메이션 작품이 넘지 못했던 경계와 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동시에,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자체를 극영화와 동일한 선상에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든 주옥같은 작품들이었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쨋든 개인적으로 이렇게 동경해마지 않는 픽사 스튜디오에 대한 책 한 권을 몇 달 전 접하게 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픽사 이야기 (Pixar touch)'이다. 픽사를 단순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서 뿐만 아니라 조직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이 컸다는 점에서, 그동안 픽사가 걸어온 길을 조금이나마 들어볼 수 있는 이 책은 몹시 흥미로울 수 밖에는 없었다.

이 책에서는 픽사라는 회사자체가 존재하기 이전에 핵심 인물들이 어떻게 모이게 되었는지서부터 '라따뚜이' '업'에 이르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픽사의 결코 쉽지 만은 않았던 여정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이 가운데는 픽사라는 이름을 얻게 된 계기나 초기 루카스 필름에 세들어 살던 시절, 그리고 스티브 잡스와의 수많은 이야기들, 그리고 거대 스튜디오인 디즈니와의 관계 속에서 '토이 스토리'라는 작품이 나오기까지, 그리고 디즈니에서 독립해 자신들만의 성공을 맛보기까지의 일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평소에도 픽사에 많은 관심이 있던 터라 대부분의 사실 관계는 대충은 파악하고 있긴 했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픽사가 겪었던 시련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큰 것들이었으며, 하마터면 지금쯤 우리가 픽사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없었을 위기들도 참 많았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세세하게 픽사가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선택을 매번 해왔는지는 역사에 가까운 일이라 따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들은 이 이야기가 단순히 픽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벤처 기업 혹은 창조적인 것을 비전으로 하는 기업들의 보편적인 이야기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꿈을 위해 모인 조직이 현실이라는 거대한 벽을 맞닥들였을 때 그때마다 어떠한 선택을 해왔고, 그 선택이 결국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으며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음 행동을 결정했는지를 보고 있으면, 이것이 단순히 픽사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동시에 픽사 역시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그로 인한 인간적인 문제, 부의 재분배, 조직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겪어왔다는 점을 알 수 있었으며, 그들이 걸어온 길을 풀어놓은 이 책의 내용은 수많은 벤처기업과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밖에는 없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도 회사생활을 오래하며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들을 비롯해 정말 많은 일들을 겪어 왔는데, 그 때마다 해왔던 나의 선택과 픽사의 선택을 비교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물론 양 선택을 비교해볼 수는 있었지만, 이 책이 들려주고자 하는 바가 무슨 벤처기업 성공의 정답해설지가 아닌 것처럼, 결국 무슨 선택을 해왔는가 보다는 벽을 만났을 때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떻게 꿈을 잃지 않아왔는지가 더욱 흥미롭고 핵심적인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픽사가 걸어온 길은 단순히 꿈을 쫓는 순진한 이상가들의 길도 아니었고, 반대로 돈과 성공을 쫓아 앞만 보고 달려온 길도 아니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의 결과가 말해주듯 이 모든 역경을 겪어내고 성공이라는 것을 얻었기에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일반적인 경제적 성공과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후일담도 분명 가능했을 것이다. 요새 동료들과 우스게 소리로 하는 얘기가, 우리 회사도 책 한권 쓰면 좋을 것 같다라는 얘기를 가끔 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성공해야 의미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도 비슷한 의미)라는 얘기를 하곤 한다. 어느 회사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굴곡을 겪게 마련이고, 그 시련을 어떻게 잘 견뎌내고 그 가운데서도 구성원과 비전을 지켜내는가에 따라 회사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 '픽사 이야기'를 통해 바로 이점을 가장 많이 배우게 되었다. 픽사라는, 내가 가장 동경하는 회사가 고난을 이겨내는 방법은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 방법이 설사 잘못된 것이었다고 해도 지금의 성공이 말해주듯 그들이 택해온 길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더 나아가 꿈과 현실 사이에 놓인 나와 내 회사의 미래와 꿈에 대해 작은 위로와 용기를 준 책이기도 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에식스 카운티 (Essex County, 제프 르미어 저)
여운과 여백의 놀라운 그래픽 노블


사실 내게 있어 '그래픽 노블'이란 장르는 단순히 프랭크 밀러나 앨런 무어 등의 작가로 대변되는, 주로 히어로 물을 다룬 것들에 한정되어 있었다. 아니, 한정되어 있었다기 보다는 그것이 전부인 줄로만 알았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이 작품 '에식스 카운티'와 '아스테리오스 폴립'이란 두 권의 그래픽 노블을 알게 되었는데, 서점에서 책을 사서 돌아와 집에서 첫 장을 넘기기 전까지만 해도 '에식스 카운티' 역시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바로 그 '그래픽 노블'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접하게 된 제프 르미어의 거칠고 유난히 음영이 강조된 그림체는, 분명 프랭크 밀러의 그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말로 설명해 놓은 것만 보면 거칠고 음영이 강조된 그림체라는 것이 유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보게 되면 프랭크 밀러와 제프 르미어의 그림체의 성격은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렇게 시작한 '에식스 카운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술 읽혀나갔다. 조금은 묘한 것이, 대놓고 기승전결 방식으로 이야기를 강조한 구성도 아닌데, 이야기에 흐름에 쉽게 몸이 이끌려 다음을 궁금하게 만들고 다음 그리고 다음,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표면적으로 이야기를 완전히 마무리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사실 결말 그 이상의 포용력으로 전체 이야기를 끌어 안고 있는 놀라운 구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에식스 카운티'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바로 여운과 여백의 미학이었다. 여기서 여백이란 직접적인 그림의 여백과 이야기의 여백 모두를 가리키는데, 고요에 가까울 정도로 조용한 컷과 그것 만큼이나 느리고 반복에 가까운 컷의 진행은 직접적인 여백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야기적인 측면에서는 가끔 서사의 구체적 묘사는 있지만 캐릭터의 감정선에 있어서는 많은 여백을 두고 있는 편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감정들을 대부분 절제하고 있는데, 그것이 상대에게 하는 말일 때는 물론이고 혼자 속으로 하는 독백의 경우에도 절제의 여백을 남겨둔 점이 느껴진다. 이런 이 작품의 경향은 분명 답답함 보다는 미덕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한편으론 바로 이것이 '에식스 카운티'의 성격을 말해주는 포인트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여운. '에식스 카운티'는 제 1부 농장이야기, 제 2부 유령이야기 그리고 제 3부 시골 간호사로 이뤄져 있는데, 이 3부작의 짜임새와 연결 고리는 흔히 말하는 반전처럼 충격적이거나 반전을 위한 구성이라기 보다는, 각각의 캐릭터가 연결되어 있는 구성을 통해 결국 '인생'이라는 것과 존재에 대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에식스 카운티'가 놀라운 그래픽 노블 작품인 이유는 바로 이처럼, 인생이라는 깊이의 여운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만화와 소설, 그러니까 이미지와 이야기와 완벽하게 결합된 지점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사실 이 두 가지가 이 정도로 각각의 높은 수준에서 접점을 이루기가 쉽지 않은데, 제프 르미어는 두 가지 모두를 활용할 수 있는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에서 다운 그레이드 없이 최고 수준의 작품을 만들어 냈다.

결코 적지 않은 분량 (510p)이었음에도 단숨에 읽어내려간 이후의 느낌은, 사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감흥은 아니었다. 그런데 생각을 글로 정리해보려 다시 한번 책을 슬쩍 펼쳐 보았는데, 책의 어디를 펼쳐보아도 찡하고 짠한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제서야 앞서 이야기했던 이 작품의 장점을 비로소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제프 르미어의 '에식스 카운티'는 내게 있어서도 참 특별한 그래픽 노블로 기억될 것 같다. 분명 이야기가 핵심인 작품이고 볼거리로 승부하는 작품도 아닌데, 책을 한 번 정독한 이후 '에식스 카운티'의 한 장 한 장은 다 특별한 의미를 갖는 소중한 한 장이 되어버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배트맨 킬링조크 (Batman The Killing Joke)
거울 속 조커의 초상화



그래픽 노블에 조금씩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영화화 된 이야기보다 더 관심을 갖게 된 스토리가 있다면 '배트맨'과 관련된 시리즈 들을 들 수 있을텐데, 이번에 보게 된 '배트맨 킬링조크'는 그간 배트맨 시리즈가 배트맨의 심리에 포커스를 두었던 것과 달리, 조커에 대한 이야기를 짧지만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굳이 히스 레저 주연의 '다크 나이트'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배트맨 이야기에서 조커 라는 캐릭터가 갖는 인상이란, 다른 수많은 상대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을텐데 그것은 조커라는 캐릭터의 존재가 배트맨의 또 다른 모습, 거울, 또 다른 자아로 비유될 만큼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커의 의미는 대부분이 잘 알고 있지만 사실 이 핵심을 파고 든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는 비교적 이 부분을 잘 파고든 작품이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조커라는 캐릭터의 상대성에 대해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된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영화의 영향력이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그래픽 노블을비롯한 수많은 작품에서 조커에게 이런 캐릭터를 부여하기는 했지만, 바로 이 작품 '킬링 조크'만큼 조커의 입장에서 쓰여진 작품은 드물 듯 하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조커라는 캐릭터의 탄생 비화를 담고 있는 동시에, 배트맨과의 접합점, 연결점 그리고 경계선에 대한 묘사를 그래픽 노블 특유의 필체로 담아내고 있다.




사실 많은 기대를 했던 터라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큰 점이라면 역시 책의 분량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짧은 분량을 선택한 것은 분명 앨런 무어의 선택이었겠지만, 조커를 중심으로 한 배트맨과의 이야기라면 정말 그 존재와 경계 그리고 닮아있는 점에 관한 철학적 토론만으로도 깊이 있는 이야기가 충분히 가능한 주제였기에, 책을 읽으며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속으로 '조금 더, 더'를 외칠 수 밖에는 없었다. 이미 수많은 배트맨 관련 작품들을 통해 배트맨과 조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해왔기 때문에, 이 에피소드에 가까운 짧은 분량에서도 작품이 주려는 메시지를 느낄 수는 있었지만, 좀 더 여유있는 분량으로 어쩌면 배트맨 시리즈에서 가장 흥미로울 수 있는 조커와의 텍스트를 깊이 있게 써내려갔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킬링 조크' 만큼이나 마지막에 보너스로 수록된 '선량한 사람'의 임팩트도 적지 않았다. 오히려 이 작품은 짧아서 더 강한 인상을 주는 느낌도 있는데, 배트맨과 조커가 아닌 제 3자인 선량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 배트맨 시리즈가 끊임없이 얘기하고 있는 선과 악의 경계 그 판단의 모호함에 대해, 한번 더 쉽게 떠올려 볼 수 있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오아시스를 만날 시간 (전리오 저)
록페스티벌에 녹여낸 실현가능 판타지


고백부터 하고 시작해야겠다. '오아시스를 만날 시간'이라는 책의 제목과 글래스턴베리 록 페스티벌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는 정보를 알게 된 나는, 이 책이 당연히(?) 글래스턴베리에 다녀온 저자의 여행기 혹은 체험을 통한 소개기 정도로 생각했었다. 사실 더 놀라운 것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당연히 여행기 인 줄 알았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을 안하고 있다가 불현듯, '잠깐, 책 속의 주인공의 이름은 김철민인데, 저자의 이름은 전리오 이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고나서 처음 든 생각은 판타지에 가까운 러브로망 뮤직소설 정도로 쓰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런데 다시금 생각해보니 기존 정보가 없던 탓에 오히려 가장 좋은 책 읽기를 경험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애초부터 소설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보는 내내 '와, 이런 소설같은 이야기가 다 있나' 하면서 혀를 내둘렀고, 책 속 김철민과 헐크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조금 다른 상세한 이야기적 묘사가 이 책에는 있다. 전혀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가 소설 임을 인지하고 보아도 어색하지 않은 공감대를 전달하고 그 속에 '글래스턴베리'라는 록 페스티벌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사실 이 책을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록 밴드 '오아시스' 때문이 아니라 그저 '글래스턴베리'라는 너무도 유명한 록페스티벌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여행기 인줄 알았기 때문에 생생한 글래스턴베리에 대한 이야기가 몹시 궁금했던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선 '오아시스를 만날 시간'의 구조는 오히려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더 흥미진진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그 속에 담겨 있는 음악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마음으로 전하고 있다.




최근 책 읽는 연습이 통 부족했음에도 '오아시스를 만날 시간'은 정말 술술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 다음,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도록 하는 구조와 더불어 글래스턴베리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그곳의 이야기는 매우 가깝게 전하고 있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록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곡들의 제목과 가사의 의미로 정리한 목록도 흥미로웠다. 우리는 (특히 최근에는) 팝송을 노래로만 즐기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우리가 좋아하고 좋아했던 곡들의 진정으로 위대한 경우는 그 가사가 주는 의미에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시금 그 가사와 의미의 중요성을 잠시나마 환기해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책 속에서 이런 이점을 가장 크게 보고 있는 곡은 역시 Oasis의 'Live Forever'인 듯 싶고. 

누구나 록 음악에 빠져본 이들이라면 글래스턴베리를 한 번쯤은 꿈꿔 보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 역시도 한참 빠져있었던 2000년대 초반에는, 글래스턴베리를 비롯해 어떻게든 영국으로 건너가 록의 홍수 속에 바져보리라 계획 했던 적도 있었고, 실제로 근접할 뻔도 했으나 결국 여러가지 사정(핑계)을 이유로 한국 땅을 못 떠난 적도 있었다. 이 책을 보니 오랜만에 그 때로 돌아간 듯 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점점 모든 것을 재쳐두고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만 간다. 그렇기 때문에 극 중 김철민의 이야기가 판타지로 느껴지는 씁쓸함도 있었지만, 다른 한 켠에서는 '아직 늦지 않았다!'라는 뜨거움이 뭉클거렸다. 그래서였나. 나는 처음 썼던 이 글의 제목 '록페스티벌에 녹여낸 판타지'를 지우고, '록페스티벌에 녹여낸 실현가능 판타지'라고 고쳐썼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마이클 잭슨이 그렇게 떠나고나서 그의 예전 앨범들의 LP들을 구하던 중에 마이클 잭슨의 자서전이라는 책이 최근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책에 대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약간 반신반의할 수 밖에는 없었죠. 아마도 그의 죽음에 발맞춰 상업적인 목적이 짙은 급작스런 프로젝트가 아닐까 하는 것과, 자서전이라는 의미와는 다르게 상당부분 마이클의 의도와는 다르게 '만들어진' 책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그것이었죠. 하지만 '그래도 잭슨!' 이라는 생각으로 일단 한 번 보자는 양으로 책을 집어 들었는데, 일단 전체적으로 책을 읽어본 느낌은 상당히 마이클 잭슨의 입장에서 그를 대변하는 방식으로 쓰여져있으며(물론 1인칭으로), 솔로 데뷔 이후 'Thriller' 앨범이나 'Bad' 앨범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던 소소한 이야기들도 담겨져 있어, 그의 팬으로서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책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마이클 잭슨의 인생을 시간 순으로 살펴보고 있는 이 책 'MOONWALK'는 마이클이 잭슨 5로 데뷔하기 이전의 일들부터, 데뷔하고나서 '모타운 레코드'와 계약하기까지 각종 경연대회를 전전하던 이야기, 모타운에 입성하게 되면서 베리 고디 주니어와의 만남과 다이애나 로스와의 인연에 대한 일들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으며, 잭슨 5 활동 말미와 콜럼비아 레코드와 계약하고 솔로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그리고 퀸시 존스를 만나 팝 역사에 전설로 남을 'Thriller' 앨범, 그리고 'Bad'앨범의 제작에 관한 이야기들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예전 미국에서 방영했었던 특선TV시리즈 '
잭슨 가의 사람들 (The Jacksons : An American Dream, 1992)' 이 참 자세하고 섬세하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구나 하는 것이었죠. 이 책에서 마이클 잭슨이 모타운 25주년 기념쇼에서 'Billie Jean'을 부르기까지의 일들은 거의 '잭슨 가의 사람들'을 그대로 책으로 옮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이 TV시리즈를 본 이들에게는 익숙한 당시의 일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 기타에 손도 못대게 했던 아버지 몰래 형제들이 처음 기타 연주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나중에 아버지가 형제들의 재능을 알아차리고는 본격적으로 팀을 구성하게 되는 에피소드들은, 거의 TV프로그램 대본에 가까울 정도에요.




이 책은 어디까지나 마이클의 입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책이기 때문에, 그가 언론이나 메스컴에 느껴왔던 불신들이나 각종 루머들에 대한 견해들이 연대기적인 것과 무관하게 등장하곤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성형 의혹에 대해서도 코 수술을 2번 한 것과 턱에 홈을 만든 것 이외에는 절대 한 적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밝히고 있고, 더불어 다른 헐리웃 스타들 역시 모두 성형수술을 하는데, 왜 나에게만 이렇게 집중 공격을 퍼붓는지 알 수 없다고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죠. 실제로 마이클 잭슨 스스로가 사춘기를 겪으면서 자신의 외모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백인이 되려했다'라는 건 분명 틀린 얘기죠. 실제로 펩시 광고 촬영 당시 머리에 화상을 입으면서 나중까지 고통을 받아왔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 것이 백반증에 원인이 될 수도 있었다는 의견들도 나왔었죠(참고로 마이클은 이 사고로 인해 받게 된 보험금과 펩시로 부터 받게 된 돈을 모두 기부하여 화상환자들을 위한 기금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들은 잘 알려지지 않았죠).

메스컴에 대한 불평만큼이나 불쑥 불쑥 등장하는 한 가지는 바로 다이애나 로스나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애정의 표현들이죠. 다이애나 로스와 마이클 잭슨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알려진 바처럼 너무나도 유명한데, 그녀는 마이클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애인이자 어머니였죠. 참고로 유서 내용에 어머니의 부제시에 아이들의 양육권을 맡아줄 차선책으로 다이애나 로스의 이름이 기제되어 있어 또 한번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그런데 잭슨의 오랜 팬들이라면 너무나도 당연스런 일이었어요. 마이클이 그녀를 후견인으로 점찍었다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었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이 책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 가난하고 병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연민, 자신들을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이들은 아이들 밖에 없었다고 밝히는 그를 아동성추행자로 몰고간 언론에 다시 한번 분노가 들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솔로 앨범 작업 에피소드들 가운데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가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마이클의 작곡 실력에 관한 언급이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수의 팬들 조차 마이클의 히트곡 대부분이 프로듀서인 퀸시 존스의 공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가 곡을 작업하는 방식은 마이클이 일단 곡을 써오면 퀸시 존스가 더할 것, 뺄 것만 정해주는 식이었죠. 말그대로 프로듀서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죠. 그리고 믹싱하고 녹음하는 프로듀싱 기술에 대해서도 많은 팬들이 간과하고 있는데, 마이클은 뮤직 비지니스에 40년 가깝게 활동했던 만큼 이런 기술에 있어 누구보다 숙련자였고, 이는 최근 신보 작업을 함께 했던 현 최고의 프로듀서들 중 하나인 윌 아이 엠이나 카니예 웨스트 등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기도 했었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마이클이 어떻게 곡을 만들고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도 어떻게 제작되게 되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마이클의 오랜 팬이라면 절반 이상은 이미 알고 있는 얘기일 수 있겠지만, 일반 팬들에게는 그 동안 잘못된 언론의 루머들로 인해 오해하고 있었던 진정한 '마이클 잭슨'에 대해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동시에, 팬들 역시 흥미를 끌만한 내용들도 적지 않게 담겨있어 그를 추억하며 읽어내려가기에 만족스러웠던 책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Rest In Peace, MJ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출판사 미르북스에 있습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F. 스콧 피츠제럴드

잘 알다시피 F.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집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데이빗 핀처의 동명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더 주목을 받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영화를 참으로 인상깊게 본 나로서는 원작이 된 소설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고, 위드블로그와 함께 하는 도서 캠페인을 통해 좋은 기회에 피츠제럴드의 원작 도서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잠깐 착각하고 있었는데, 이 도서는 단편들을 여러편 모아둔 일종의 단편집이라는 점과, 영화와는 달리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역시 짧은 단편이라는 점이었다. 영화를 볼 당시에도 이 정보는 알고 있었는데, 오히려 책을 읽을 때는 잠시 잊어버려서 생각보다 짧은 분량에 놀라기도 ;;;

책의 구성은 아래와 같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젤리빈
낙타 엉덩이
도자기와 분홍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메이데이
치프사이드의 타르퀴니우스
오, 적갈색 머리카락 마녀!
행복의 잔해
Mr. 이키
산골 소녀, 제미나




위와 같이 영화화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포함하여 총 11개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11개나 되는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가장 기대가 되고 눈길을 끄는건 '벤자민 버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피츠제럴드의 원작 단편은 긴 러닝타임을 제공했던 영화와는 달리 상당히 짧은 내용만을 수록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다른 설정들은 제외하더라도 상당히 빠른 시간전개에 적잖이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피츠제럴드의 원작에는 로맨스가 주가 된다기 보다는 '늙은 사람이 아기로 태어나 시간을 거꾸로 간다'라는 설정 자체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이 설정을 통해 생겨날 수 있는 흥미요소들은 간략하게 배치하고 있다. 단편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정말 영화처럼 아예 장편으로 기획되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이 같이 매력적인 설정을 그냥 단편으로만 놔두기엔 아쉬웠기 때문일까. 다양한 에피소드와 인물들을 그려낼 수 있는 소스였기에 그저 설정자체만 기억으로 남게 되는 단편은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영화 제목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정해지는 바람에 이와 관련된 모든 도서들의 제목도 이와 동일하게 되어버렸는데, 원제에 의미인 '흥미로운 사건(시간)' 혹은 '기이한 사건' 등으로 풀이했어도 좋지 않았을까도 싶다.




이 외에 수록된 단편들도 다들 짧은 분량으로 읽기에 크게 부담가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역시 단편들이기 때문에 인물들이나 줄거리가 크게 인상적으로 기억이 남는다기 보다는 이름처럼 '단편적'인 기억들만 남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역시나 '위대한 게츠비'를 발표했던 F.피츠 제럴드답게 굉장한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을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쉽게쉽게 읽혀지고 물흐르듯이 전개되는 줄거리는 단편이라는 포맷과 어울려 깔끔함을 더한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 힘입어 이 도서를 접하게 된 이들보다는 피츠제럴드에 끌려 책을 읽게 된 이들이 좀 더 깊은 인상과 재미를 얻어갈 듯 하다. '벤자민...'외에 단편들은 이야기 자체로 흥미로운 점도 물론 있지만 그 보다는 피츠제럴드의 문장력을 만끽하는 재미가 더욱 쏠쏠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단편이라는 특성 때문에 가끔 꺼내어 한편 씩 천천히 읽어보기에도 괜찮은 책 한권이 될 듯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표지에 이끌려서 구매하게 된 책 '듀이'
발렌타인 데이 선물로 구입. 화이트 데이가 내 생일임으로 미리 그냥 발렌타인 데이에 챙겨주기로 했음 -_-;




그리고 대폭 할인행사라는 말에 급 지르게 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합본'




엄청난 두께! 하지만 생각보단 의외로 가벼운 편.




읽을 책이 점점 쌓이니 부담과 행복함이 동시에 몰려오는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엇그제 새삼스레 그 동안 책을 읽지 못했던 것을 자책하며 그 새벽에 바로 질렀던 책들이
그날로 바로 도착했다(온라인 쇼핑몰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일했음에도, 이런걸보면 세상좋아졌다는 걸 느낀다;)

아주 짧게 소개를 하자면.



1. 씨네 21

- 무려 40p에 달하는 슈퍼히어로 특집 기사만으로도 이번 호는 상당히 매력적인 잡지였다.
  DC와 마블을 비롯해, 각 히어로들을 이런면, 저러면으로 분석해놓은 기사는 오랜만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던 기사였던 것 같다.

2.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1 : 극우 파시스트 연구 - 진중권 저

- 진중권 교수의 말과 최근 활발한 촛불집회 현장에서의 목소리는 자주 접해왔지만 정작 그의 책은
  읽어본적이 없다는 걸 눈치 챌 찰나, 예전부터 관심 대상이었던 이 책을 이번에야 구입하게 되었다.
  '극우 파시스트 연구'라는 부제답게, 과연 그들은 '왜 그런지' 그들의 논리는 무엇이지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재미있는 경험이 될 듯 하다.

3. How to Real 라캉 - 슬라보예 지젝 저

- 난 사실 철학 관련 도서라던가, 사회학 혹은 이념, 사상가에 대한 책들도 상당히 좋아하는데,
  뭘 읽어볼까 둘러보던 중 슬라보예 지젝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고, 그의 책들 가운데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4.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것 처럼 - 류시화 저

- 몇년 전부터 책을 읽어야 겠다, 읽어야 겠다 하면서 가장 읽으려고 했던 것은 바로 시집이었다.
  그 대부분이 외국작가의 유명한 대표적인 시집들이었는데, 의외로 국내에는 번역된 책이 별로 없었으며,
  서점에도 잘 보유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좀 더 시간을 투자하지 못해, 겸사겸사 류시화 님의
  가장 유명한 시집을 사고 말았지만, 다음 번에는 내가 본래 사고 싶었던 시집들을 찾아봐야겠다.

5.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저

- 요 근래에도 서점엔 자주 갔었는데, 주로 씨네21, 필름2.0 같은 영화 주간지를 사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눈에 띤 소설이 있었는데, 바로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와 '눈뜬 자들의 도시'였다.
  일단 요것부터 읽고 '눈뜬 자들의 도시'도 읽어보아야 겠다.

6. 내 인생의 영화 - 박찬욱 외

- 사실 이 책은 조금 속아서 산 경향이 있다. 새벽에 나름 급하게 주문하느라 저자에 '박찬욱 외'로 되어있는것을
  그냥 '박찬욱'이라고 본 것도 있고, 설사 흘깃 '박찬욱 외'를 봤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외'가 많은 책인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50여명의 인사들의 내 인생의 영화를 정리해 둔 책인데, 다행히도 박찬욱 감독 외에도
  평소에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쉬엄쉬엄 편하게 읽기에 괜찮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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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잘 생각해보면 블로그를 운영하고 또 영화 커뮤니티를 들락 거리면서,
언제부턴가 다른 사람의 글을 잘 읽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나의 글에 달린 덧글들만 주로 본다던가, 트랙백으로 걸린 글들 가운데서도 대부분을 잘 읽지 않거나,
읽어도 그냥 그림책 보는냥 휙휙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뒤 늦게야 알아챌 수 있었다.

즉 세상은 넓고 좋은 글은 넘쳐나는데, 나는 이른바 내 작은 눈에 의해 인증된 몇몇 글들만
읽어왔었고, 그들과 나를 저울질 하며, 나는 여기가 좋군, 너는 이점이 좋은데 하며 나혼자 만족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조금에 필요에 의해 어떤 블로거에 영화 관련글을 읽게 되었는데,
뭐랄까, 한 순간에 내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러워 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그 동안 내가 써왔던 글들이 다 혼자 잘난 척 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내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대충 써내려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나는 핸디켑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핸디켑을 극복해내는 자기 암시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이것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핸디켑을 인정하고 불리함을 인지한 상황에서 겨루어야 극복도 수긍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말이다.

그 분의 글을 읽다보니 내가 가장 부족한 것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나에겐 한동안 너무도 독서의 에너지가 채워지지 못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이후에는 새로운 책들을 미친듯이 정독한 일도 거의 없는 듯 하고, 기껏해야 무협지와
이미 여러번 읽었던 소설들을 다시 읽는 것 뿐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갑자기 부랴부랴 커뮤니티를 뒤져 도서들 가운데 내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와 관련된 책들의
정보를 캐내,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 새벽 시간에 급하게도 결제하고야 말았다.

영화 언어로 세상을 읽는 것도 좋은 경험이지만, 확실히 글을 쓰고 표현하는데에는 책 만큼
훌륭한 스승이 없다는 것을, 책을 읽기도 전에 깨달을 수 있었다.

어차피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만족이다. 누구보다 잘 쓰기 위함도 아니고, 누구를 이기려고 쓰는 것도 아닐터.
난 순간 내가 초라해지는 것을 느낀 나머지 어쩔 수 없이 발동했을 뿐이다.


독서는 나의 힘.
리모컨은 한동안 던져버리고 책이 주는 즐거움에 몸을 맡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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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책 읽기 시리즈의 일환으로 선택된 첫 번째 책 '호빗'
이 책도 사실은 작년에 구입했던 것인데, 포장만 뜯고 읽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야 읽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뭐 너무도 유명한 <반지의 제왕>시리즈의 J.R.R. 톨킨이 쓴 책으로,
내용상으로 보자면 <반지의 제왕>의 앞부분의 해당되는 즉, 빌보 배긴스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이 <호빗>역시 영화화가 결정이 되었는데,
여러 감독과 제작자가 거론되었지만, 결국엔 피터 잭슨 제작에 길예르도 델 토로 감독으로 결정이 되었다.
이 정도 라인업이라면 반지의 팬들도 만족할만한 제작진과 감독인듯.

<반지의 제왕>의 경우도 그랬지만 워낙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이야기 이기 때문에 3부작에 감독판까지해도
소설에서는 빠진 내용이 있었는데(물론 영화화 과정에서 흐름상 뺀 것이 맞지만), 호빗의 경우는
반지의 제왕과 같은 엄청난 분량은 아니지만, 그래도 소설을 미리 접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부터는 호비튼의 풍경과 빌보 배긴스의 모험담에 흠뻑 빠져들어 봐야겠다.



Taschen에서 발매한 바벨의 하드커버 포토북이다.
사실 어디선가 이 포토북의 정보를 알고 난 뒤에는 참으로 사고 싶었으나
가격의 압박과 해외주문(물론 국내에도 수입판매하는 곳이 있긴 하나)등의
문제로 참아내고 있던 중, 바벨 DVD의 발매와 함께 기특한 이벤트가 있어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CD와의 사이즈 비교에서 알 수 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한 크기의 화보집이며,
그 두께도 대단하고 그로 인해 그 무게는 더 대단하다.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는 물론이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그저 포토북으로서도
상당히 완성도 높은 사진들이 담겨있다.



영화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사진들도 담겨있고,



영화의 스틸 컷들도 담겨있다.



그리고 이냐리투 감독의 모습 등
촬영 현장의 모습들도 만나볼 수 있다.



모로코와 멕시코, 일본 등 영화 속 배경이 되는 로케이션 장소에 따라
사진도 담겨있다.



정말 아이템 다운 아이템인듯!
 
 
 
*** / 포토북과 함께 출시된 DVD도 다시 보았는데...
 
이거 참...
 
할 말이 무지 많으면서도
 
아무 말 할 수 없게 만드는 영화라 리뷰를 당최 쓸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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