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My Week with Marilyn, 2011)

이해에 닿기 위한 온도의 차이



마릴린 먼로라는 배우에게 '세기의 섹스 심볼'이라는 수식어 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무엇인가가 더 있을 것이라고, 재평가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과 기대는 갖고 있었지만 이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My Week with Marilyn, 2011)'을 선택한 이유는 오로지 미셸 윌리엄스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목 자체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마릴린 먼로의 숨겨진 실제 로맨스를 다른 시각에서 소소하게 그린 작품이 아닐까 했던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리, 최대한 마릴린 먼로라는 한 여자이자 배우를 부각하면서도 보편화가 가능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만약 마릴린 먼로만을 위한 내용이었다면 그녀의 팬들이라던가 당시 그녀의 작품들에 추억을 갖고 있는 영화팬들만을 위한 영화가 되었을 테지만,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은 마릴린 먼로라는 누구나 다 아는 배우의 이야기를 빗대어 역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해'의 대한 짧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 Weinstein Company, The.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마릴린 먼로가 로렌스 올리비에의 영화 '왕자와 무희'의 출연하기 위해 낯선 영국 땅에 도착하여 우여곡절을 겪으며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최근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고전 '클레오파트라'의 뒷 이야기를 블루레이를 통해 자세히 알게 된 것처럼, 예전 영화를 촬영하던 과정에는 무언가 시스템이 정착하기 이전이어서인지 스타 배우의 컨디션에 따라 영화 전체가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상당했었고, 이런 스타 배우들과 감독들의 기싸움들도 직간접적으로 있어서 이런 촬영장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영화에도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이 영화를 '왕자와 무희'의 촬영장 뒷 이야기 정도로 보기엔 어울리지 않는 점들이 많다.


마릴린 먼로 역할을 맡은 미셸 윌리엄스는 누구보다 그녀를 고증하는데에 상당한 노력을 한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억양이며 말투에서 벌써 달랐다), 다른 배우들 역시 당시의 실존 인물들을 연기하는 데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방향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마릴린 먼로의 에피소드를 들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화두인 '이해'의 이야기를 꺼내들고 있었다. 이 영화가 이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건 영화가 마릴린을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그리는 전개 방식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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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중반에 이르기까지 극중 마릴린 먼로의 행동은 사실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오히려 자신도 스타 배우이자 감독이면서도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마릴린 먼로에게 최대한 맞춰주려는 로렌스 올리비에 (캐네스 브레너)의 고민이 더 공감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 이해될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황 속에서 영화는 작은 배려의 틈을 열어둔다. 일단 중요한 건 처음부터 영화가 마릴린의 편에 서 있는 상태로 시작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해될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황에서 시작된다는 점 역시 그렇다. 하지만 영화는 아주 작은 이해의 가능성으로 시작해 조금씩 이 이해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마릴린 먼로의 행동과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노력한다는 것이 중요한데, 극중 콜린 (에디 레드메인)과 마릴린의 러브 스토리는 물론 '노팅 힐'처럼 스타와 일반인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지만, 끝까지 마릴린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콜린의 이야기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해의 노력이 반드시 인간 대 인간의 것이라기 보다는 스타를 향한 사랑에 감정이기도 하지만, 콜린 역시 이 짧고 강렬한 사랑을 겪고 서는 그녀에게 필요한 건 이해라는 것을 어느 정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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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이 사랑의 감정이 섞인 이해라고 한다면 극 중 주디 덴치가 연기한 '시빌'의 경우는 거의 무한 이해의 존재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렇게 영화는 마릴린 먼로를 둘러싼 이해의 온도가 다른 여러 캐릭터를 통해, 처해진 상황과 사람에 따라 이해가 닿기 위한 필요 거리가 다름을 그려낸다. 그리고 그렇게 닿게 된 이해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도 그녀의 경우를 들어 보여준다. 그리고 그제서야 영화는 우리가 기억하는 전설의 무비 스타 마릴린 먼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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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셸 윌리엄스만 믿고 보게 된 영화였는데 캐스팅이 정말 대단하더군요. 주디 덴치, 캐네스 브레너, 엠마 왓슨(!!!), 줄리아 오몬드(!!!!), 도미닉 쿠퍼, 데렉 자코비까지. 한 명 한 명 등장할 때마다 '어? 어?하며 보는 재미가 ^^


2. 미셸 윌리엄스의 마릴린 먼로 재현 역시 대단했어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먼로의 모습을 재현하는 동시에 우리가 잘 모르는 그녀의 내면까지 표현해야 했는데, 둘 다 성공한 것 같네요.


3. 이 영화를 다 보고나니 자연스럽게 '왕자와 무희 (the prince and the showgirl, 1957)가 보고 싶더군요. 올레TV에 있던데 이 작품도 바로 연결해서 봐야겠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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