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랍스터 (The Lobster. 2015)

우리는 감정 매트릭스에 산다



커플이 되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야 하는 호텔이 있다. 이 호텔에서는 약 45일의 유예기간 동안 호텔에서 머물며 자신의 짝을 찾아야 하고, 혼자보다 짝이 있는 것이 얼마나 더 좋은 것인지 (이를테면 혼자 식사하다가는 목에 무언가 걸려 바로 사망할 수 있지만, 커플이라면 등을 두드려줘 살아날 수 있다든지)를 열심히 교육하고, 기간 중 사냥을 나가 외톨이 사냥에 성공하면 1명 당 1일 씩 유예기간을 늘려주기도 한다. 또한 기간 내에 짝을 찾게 되면 역시 약 4주간의 시간을 주고 진짜 커플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갖는다.


콜린 파렐, 레이첼 와이즈, 레아 세이두, 벤 위쇼, 존 C.라일리 등을 만나볼 수 있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랍스터'는 현대 사회에 대한 거대한 풍자이자 단순한 블랙 코미디 이상의 절제됨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커플이 되지 못하면 동물이 된다는 설정 등 일종의 판타지 성격을 갖고 있는 이 영화는, 철저하게 이 시스템과 영화적 설정에 충실함을 통해 더 큰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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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랍스터'의 캐릭터들에게서는 거의 감정이 발견되지 않는다. 커플이 되지 못하면 동물이 되지만 다들 절대 동물이 되지 않을꺼야 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이 기간 내에 성공하지 못하면 어떤 동물이 될지를 더 고민한다. 꼭 커플이 되고자 하는 이들조차 감정적 요인은 찾아볼 수가 없다. 마치 일종의 테스트에서 낙오되지 않겠다는 정도의 의욕 만이 느껴질 뿐이다. 극 중 벤 위쇼가 연기한 캐릭터가 그런 점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겠는데, 그의 목적은 진정한 짝을 찾겠다는 것 보다는 유예기간 동안 짝을 찾고 다시 4주간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만 탈출할 수 있는 거대한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더 철저하고 정반대로 감정적으로 절제되어 있다.


콜린 파렐이 연기한 데이비드 역시 이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짝을 찾는 것에 성공하지만 결국 호텔을 탈출해 다른 세계에 속하게 되는데, 이 세계는 호텔과는 정반대의 세상이다. 레아 세이두가 연기한 캐릭터가 대장으로 존재하는 이 시스템 밖의 또 다른 시스템 사회는 오히려 커플을 증오하는 세상이다. 철저하게 혼자만이 의미 있다고 여기며 커플이 되고자 이른바 수작을 부리면 스스로가 판 무덤에 묻어 버리곤 한다. 데이비드는 여기서 만난 여자 (레이첼 와이즈)에게 사랑을 느끼고 이 곳 마저 떠나려고 한다. 보통 억압된 시스템에 관한 영화에서 그 시스템의 불합리함을 느낀 주인공 (혹은 안드로이드)이 각성하여 그 시스템을 탈출하는 이야기를 담는 경우는 많은데, '더 랍스터'는 이들과는 전혀 다르다. 바로 주인공의 각성이 없다. 데이비드는 이 시스템들에서 모두 탈출하고자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불합리함을 느꼈다거나 업악되어 있던 감정이 살아났다거나 하는 각성의 과정이 없다. 다시 말해 각성한 듯한 행동을 하지만 이미 시스템에 억압 되어 익숙해진 이들에겐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듯 하다. 비슷한 설정의 영화들에 등장했던 어떤 로봇이나 안드로이드 보다도 이 영화의 인물들은 감정이 절제되어 있다.


(다른 단락에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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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엔딩 장면은 더 의미 심장하다. 결국 모두에게서 탈출하고자 한 데이비드는 이 과정 속에서 탈출 계획을 알게 된 대장이 장님을 만들어 버린 그녀 (레이첼 와이즈)와 함께 도시로 탈출하는 것에 성공하지만, 결국 그가 결심한 것은 자신 역시 장님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영화는 데이비드가 결국 자신의 눈을 찔렀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장면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거의 영화 내내 처음으로 데이비드가 감정을 조금이나마 드러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는 그것이 두려움이든 다른 혼란이든 간에 자신을 눈을 찌르려는 것을 망설인다. 결론적으로 그가 어떤 행동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이것은 감독이 이 감정이라곤 모두 거세 된 이야기 속에 조금이나마 남겨두고자 한 희망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희망적이지는 않다. 영화의 엔딩은 오히려 데이비드가 스스로 장님이 되었을 확률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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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끝)



'더 랍스터'는 개개인의 감정마저 강요 받고, 더 나아가 그 강요조차 당연하다고 여기고 어떻게든 그 시스템에 충실하고자 하는 현대 사회의 모순을 아주 차갑게, 감정 한 톨 없이 그려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배경이 되는 호텔이나 도시, 그 길에 있는 갈대숲이나 외톨이들이 모여있는 숲속의 풍경은 아름다운 이미지들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저러나 나는 만약 커플이 되지 못했다면 무슨 동물을 택했을까. 랍스터는 아닐 것 같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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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리콜 (Total Recall, 2012)

미래로 간 조폭 마누라



정확히 이야기하지만 렌 와이즈먼의 '토탈리콜 (Total Recall, 2012)'을 볼 때 폴 버호벤의 원작에 대한 비교는 아예 하지 않으려고 작정을 했었다. 즉, 기대하는 바 자체가 전혀 달랐다. 필립 K.딕이 만들어 낸 미래 사회와 조작된 기억 등을 토대로한 철학적인 메시지들과 세계관을 렌 와이즈먼의 작품에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개봉 전 기대평을 썼을 때도, 폴 버호벤의 원작을 따라가거나 이를 철학적으로 재해석하려고 하기 보다는, 차라리 액션과 볼거리에 치우친 작품으로서 집중한다면 원작과는 아예 다른 의미의 볼만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다. 결과적으로 렌 와이즈먼의 '토탈리콜'은 이런 기대치를 충분히 만족시켰다. 거기에 그냥 가족으로서의 깜짝 출연 정도로만 (잘못) 알고 있었던 케이트 베킨세일이, 거의 주인공에 가까운 역할로 등장하여 펼친 그 무서운(?) 활약에 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글을 쓰려 다시 생각해봐도 기억에 남는 건, 케이트 베킨세일 뿐이다! 오죽하면 글의 제목을 '미래로 간 조폭 마누라'라고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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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 부터 폴 버호벤의 원작을 잊어야지 했었지만 사실 잊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는데, 거의 생각할 필요 없이 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전반적으로는 유사하지만 차별화된 스토리 전개가 큰 몫을 했는데,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케이트 베킨세일이 연기한 '로리' 캐릭터, 즉 주인공 더글라스 퀘이드 (콜린 파렐)의 가짜 부인 역할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활용이었다. 전작에서는 샤론 스톤이 연기했던 이 캐릭터를 렌 와이즈먼의 작품에서는 그의 와이프이기도 한 케이트 베킨세일이 연기하고 있는데, 그 때문인지(!) 이 역할의 비중이 거의 콜린 파렐에 맘먹을 정도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영화가 오락영화로서 마음에 들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점이었다. 사실 따지고보면 이 영화' 토탈리콜'의 액션 시퀀스는 어디선가 다 본 듯한 느낌이 드는 장면들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연상시키는 자기부상 자동차 액션 시퀀스도 그렇고 전반적인 콜로니의 미장센은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시키며, 그 외의 액션 시퀀스들도 참신하다기 보다는 이미 검증 받은 익숙한 구성들을 불러온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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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인데,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케이트 베킨세일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영화가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로리' 캐릭터를 원작처럼 두지 않고 전면적으로 내세워 거의 더글라스 (콜린 파렐) vs 로리 (케이트 베킨세일)의 구도로 진행한 것이 훨씬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렌 와이즈먼의 '토탈리콜'에게 바랬던 점들 중에는 '리콜'이라는 설정 자체의 진위여부나 그가 퀘이드 인지 아니면 하우저인지에서 오는 정체성의 혼란을 통한 세계관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공포 영화에 가깝게 죽지도 않고 끝까지 주인공을 쫓는 베킨세일의 모습과 설정이 더 흥미롭게 느껴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언더월드' 시리즈의 베킨세일 보다도 이 영화 속 베킨세일의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공포 영화 속 죽지도 않고 끝까지 따라붙는 괴물에 가까운 그녀의 강력함과 더불어, 중간 중간 움찔하게 만드는 뱀파이어 당시 습성들은 (잠깐씩 베킨세일이 마치 언더월드인냥 포즈와 표정을 짓는 경우가 있다. 표정은 사실 이 영화 속에서도 거의 시종일관 뱀파이어스럽다;;;), 영화 속 추격전을 더 찰지게 했다. 진짜 조폭 마누라를 TV 방영시 얼핏 본 것이 전부이기는 하지만, 기억을 잃고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고통보다도 '와, 저런 마누라가 있다면 정말 무섭겠다 (그게 베킨세일 같은 외모일지라도!)'라는 생각에서 오는 고통의 크기가 더 크게 느껴질 정도였다. 주인공을 죽이는 것에 실패하고 저 멀리서 우뚝 서서 노려보는 장면이나, 정말로 죽었지 싶었는데 다시 나타나 (여기선 정말 에일리언도 생각나고!) 한 번 더 주인공을 해하려드는 모습이 어찌나 매력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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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렌 와이즈먼의 '토탈리콜'은 딱 기대했던 정도를 충족시켜준 액션 영화라는 점에서 폴 버호벤의 원작과는 상관없이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아예 관계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인지 오랜만에 원작을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



1. 극중 등장하는 드로이드의 모양새를 보니 절로 '매스이펙트'가 떠오르더군요.

2. 한글로 선명한 '리콜'. 이거말고도 다른 한글들이 더 나와요. 이십구 였나 ㅎㅎ



3. 원작에 대한 오마주는 여럿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건 역시 검색대 통과 장면이었어요. 원작과 같이 얼굴이 열릴 듯한 아줌마를 앞세웠으나 그 아줌마는 훼이크고 ㅋ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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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 와이즈먼의 토탈리콜은 어떤 영화일까?


워낙에 기대되는 작품들이 즐비한 가운데 나름 소소하게(?) 기대되는 작품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폴 버호벤 감독의 1990년 작 '토탈리콜 (Total Recall)'을 리메이크한 렌 와이즈먼의 '토탈리콜'이다 (폴 버호벤의 작품은 잘 알려졌다시피 필립 K.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폴 버호벤의 원작은 어린 시절 보았을 때의 그 충격 (특히 그 뚱뚱한 여자의 얼굴을 벗고 아놀드의 얼굴이 나올 때의!!)은 아직까지도 생생한데, 이후 다시 보게 된 '토탈리콜'은 폴 버호벤의 작품 답게 상당히 심오한 철학적 고뇌를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다시 리메이크 된 다고 했을 때 당연히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개인적으로 렌 와이즈먼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제법 괜찮은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폴 버호벤의 원작이 담고 있는 메시지나 인상이 워낙에 깊기 때문에 차라리 이와 비슷한 노선을 걷는 것 보다는, 액션과 볼거리에 더 집중한 영화가 좋지 않을까 하는 예상에서다 (이랬는데 아니면 어쩌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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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 와이즈먼은 '언더월드' 시리즈와 '다이하드 4.0'으로 유명한 감독인데, '언더월드'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장점 (물론 단점이 없지 않았기에 장점만)을 '토탈리콜'의 세계관에 잘 녹여내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을 놔주지 않고 함께 달려갈 수만 있다면, 폴 버호벤의 원작을 좋아했던 팬들도 다른 성격과 재미의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액션과 볼거리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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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번 '토탈리콜'이 기대되는 다른 이유는 출연하는 배우들 때문인데, 오랜만에 극장에서 보게 되는 콜린 파렐은 물론이고 에단 호크까지 나온다고 하니 그의 팬으로서 볼 이유가 하나 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에단 호크의 최근 필모그래피를 보면 실망스러운 작품들도 없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어느 정도의 비중과 연기를 보여줄지 사뭇 기대된다. 그리고 렌 와이즈먼 감독의 작품답게 여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있는 케이트 베킨세일과 한국계 배우 존 조의 활약도 기대된다!





국내에는 8월 개봉예정인데, 시원한 블록버스터 한 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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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 2009)

난 그래도 테리 길리엄을 응원한다


테리 길리엄 감독의 신작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은 아무래도 히스 레저의 유작이라는 이유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된 작품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로 최고의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진정한 그의 유작은 이 작품이라는 점에서, 스크린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에서 다른 여러 이유들을 재쳐두더라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 작품 임은 부인할 수 없겠다. 히스 레저의 유작이기는 하지만 끝까지 본인의 촬영 분을 모두 마치지 못하고 요절하였기 때문에, 그의 동료인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이 히스 레저가 맡았던 캐릭터를 나누어 연기했다는 것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이제 막 배우로서 빛을 보려던 히스 레저의 죽음을 누구 보다 아쉬워 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어쨋든 이 작품은 테리 길리엄 감독의 신작이라서 더욱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브라질 (Brazil, 1985)>과 <바론의 대모험 (The Adventures Of Baron Munchausen, 1989)> <12 몽키스 (Twelve Monkeys, 1995)> 등으로 자신 만의 독특한 작품세계와 미장센을 선사했던 테리 길리엄의 신작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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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길리엄의 작품은 확실히 일반 대중적인 코드로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한 경우가 잦은 편이다. <브라질>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수 많은 영화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고 있긴 하지만 반대로 수많은 영화팬들 사이에서 잘 이해 안되는 작품으로 꼽히기도 하는 것처럼,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주기 보다는 자신의 세계 안에서 자신이 잘 하는 이야기만을 그 만의 화법으로 표현해내곤 했다. 그런데 그의 작품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장센(Mise-en-Scène)으로 흔히 얘기할 수 있는 독특한 영상과 미술적인 측면이다. <브라질>을 본 이들은 적어도 나중에 이 영화를 돌이켜 봤을 때, 도대체 무슨 얘기를 했었지? 하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지언정, 그 독특한 영상과 미술은 어렴풋이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영화나 뮤직비디오 등에서 비슷한 류의 영상을 보게 되었을 때, 저거 어딘선가 본 듯 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이 좀 더 확실하게 '테리 길리엄 영화였지!'라고 떠오르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 그가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지 모르지만, 어쨋든 개인적으로 테리 길리엄의 작품을 기다리고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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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신작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이런 그의 특징이 좀 더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반대로 그의 독특함과 대중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경우라면 <12 몽키스> 정도가 될 것 같다). 다시 말해 내러티브나 이야기가 주는 재미나 감동은 부족한 편이지만, 다른 감독의 작품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황홀한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쉬운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런 그의 특성을 분명 인지하고 감수하고 보기 시작한 영화임에도 이야기의 허술함(아니 허무함이라고 해야겠다)과 지루함은 눈에 띄게 발견되었다. 이 작품은 얼핏 들여다봐도 테리 길리엄스러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악마와 거래를 하고, 상상 속의 세계가 등장하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이 세상 이야기가 아닌 듯 싶다. 그런데 한 꺼풀 더 벗겨보고 나니, 이 이야기만큼 신파와 통속적인 이야기가 없다. 결국 바탕에 깔린 이야기는 악마와 거래를 한 한 남자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 약속의 하나인 딸을 두고 벌어지는 일에 가깝다.

여기서 조금 아쉬운 부분은 영화의 제목인 '상상극장'처럼 상상극장 속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을 더 주된 메인 스토리로 이끌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었다. 다른 감독이었다면 모르겠지만 테리 길리엄이 남들 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이 상상극장 속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상상극장 밖 현실의 이야기는 사실 테리 길리엄이 짊어지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상상극장 속 초현실적인 꿈의 이야기는 만화같은 영상과 황홀한 이미지로 이야기 자체를 사로잡고 만다. 이 상상 극장을 소재가 아니라 더 큰 주제로 삼았더라면 오히려 더 테리 길리엄 작품 답지 않았을까(물론 그로 인해 대중과 더 멀어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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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길리엄의 작품을 보면서 예전부터 종종 들었던 생각이었지만, 이번 작품을 보면서 더욱 확실해 진 한 가지 사실은, 그가 참 순수한 존재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유치함과 순수함은 구분하기 어려운 것 같지만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차이점인데, 이번 작품을 보면서 테리 길리엄은 참 순수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마치 자신의 아기자기한 세상에 빠져있는 미셸 공드리가 떠올랐달까(물론 반대로 테리 길리엄을 보며 공드리가 떠올라야 정상이겠지만 ;;).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의 이야기는 유치하기 보다는 순수한 것에 가깝다. 사실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영화가 중요한 순간에 반전이라고 내놓은 이야기에 '피식'하고 유치함을 참을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유치함이 느껴지는 한 편으론 '이 사람 정말 참 순수하구나'하는 애틋한 정마저 느껴졌다.

마치 감독 자신이 상상극장 속에 있는 것처럼, 관객들에게 너무도 순수하게 '여기서 감동적이지 않아요?' '놀랐죠?'라고 얘기하는 듯 했다. 만약 다른 잘 모르는 감독이 이런 똑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나 역시 '피식'하며 '설마 이게 다는 아니겠지?'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테리 길리엄의 이 허술한 이야기에는 뭔지 모를 순수함이 느껴졌다. 물론 이런 부족한 이야기에서 순수함이 느껴진 것은 이야기 외적인 영상과 미술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에서는 제대로 부숴주고 극장 예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펙터클을 안겨주는 것으로 만족스럽고, 제임스 카메론에게는 현대의 최고수준의 영화기술을 통해 역시 영화라는 매체만이 갖는 매력을 안겨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면, 테리 길리엄의 영화에서는 상상극장 속 꿈꾸는 듯한 세계와 미장센이 펼쳐지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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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팬이라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테리 길리엄은 단순히 연출 뿐만 아니라 미술에도 직접 감독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음악에도 재능이 있어 직접 자신이 음악 작업까지 참여하는 감독이다(사실 나도 음악까지 이렇게 많은 곡을 참여하고 있는 줄은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봤다). 그의 영상이 만족스러운 이유는 CG가 화려해서도 아니고, 압도하는 스케일 때문도 아니다. 그저 독특함과 신비로움 때문이랄까. 다른 판타지 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그 만의 감성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감성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여러 조형물들과 영상, 캐릭터들은 어딘가 모를 매력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사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을 특히 좋아하는 것도 그만의 크리쳐들 때문이고, 앞서 언급한 미셸 공드리의 경우도 상상과 현실을 아날로그한 감성으로 표현해 내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아이디어 때문인데, 테리 길리엄 역시 이런 측면이 강한 편이다.

이런 점만으로 그의 작품을 바라볼 수 있다면 이번 작품도 제법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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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히스 레저가 워낙에 화제가 되긴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처럼 '파르나서스' 박사 역할을 맡은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아니었나 싶다. 분량을 봐도 그렇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된 스토리의 주인공이라는 점도 그렇고 따져보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가 아니었나 싶다. 워낙에 <사운드 오브 뮤직>의 인상이 강한 터라 아직까지도 본 트랩 대령으로 더 익숙한 배우인데, 오랫만에 주인공에 가까운 비중으로 출연한 작품을 극장에서 보게 되어 일단 반가운 마음이 더 컸다. 몇몇 장면에서는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가 연상되기도 했지만(그러고보면 이안 맥켈런이 만든 '간달프'라는 이미지가 얼마나 강한 것인지 새삼 실감한다), 복잡/순수한 캐릭터를 연기내공으로 무리없이 소화하고 있다.

히스 레저는 본인을 <다크 나이트>와 <브로크백 마운틴> 이전에 캐스팅 해 주었던 테리 길리엄의 신작에 스타가 된 이후에도 일종의 보은 차원에서 출연을 결심한 듯 한데, 결국 끝까지 마치지는 못했지만 그로 인해 테리 길리엄의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일부 관객들 마저 히스 레저 때문에 보게 된 경우가 제법 있었으니, 결과적으로는 큰 도움을 준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인지 이 작품은 굉장히 노골적으로 히스 레저의 유작임을 작품에 심어놓고 있는데, 엔딩 크래딧에 간단한 한 줄 추모를 하는 것을 넘어서서, '히스 레저 유작'이라고 강하게 힘 주어 말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이것도 테리 길리엄이 너무 순수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ㅎ). 여튼 히스 레저는 그리 강력한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볼 수 없겠지만(만약 다른 새 배우가 맡은 역할을 본래대로 모두 그가 연기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다크 나이트>이후 전혀 다른 캐릭터에 다시 빠져든 모습을 볼 수 있어 다시 한번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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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의 역할을 대신하여 출연한 삼총사인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은 짧은 분량 탓인지 자신들 만의 매력을 연기로서 펼쳐보이기 보다는 그저 '등장'과 '분위기'로서 전하는데에 만족해야 했다(확실히 이런 면에 있어서 조니 뎁의 강한 마스크와 분위기는 타 배우를 압도한다). 이들 외에 새롭게 눈길을 주게 된 배우라면 발렌티나 역할을 맡은 릴리 콜을 들 수 있겠는데, 그 묘한 눈빛과 표정(그리고 볼살)은 테리 길리엄의 세계에 정말 잘 어울리는 마스크였으며 앞으로도 다른 작품에서 어떤 연기로 만나게 될지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였다.

그리고 배우로서도 커리어를 갖고 있는 뮤지션 톰 웨이츠는 미스터 닉 역할을 맡고 있는데, 한 편으론 참 톰 웨이츠 스러운 캐릭터와 연기가 아니었나 싶다. 마치 노래 한 자락 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거기까지 발전되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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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분명 지루하고 이야기는 허술하고, 어쩌면 판타지와 영상마저 커다란 임팩트를 주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난 그래도 테리 길리엄을 응원한다.


1. 아디오스, 히스 레저.
2. 히스 레저만 믿고 극장을 찾으셨다면 후회하실 확률이 높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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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3명의 인물

그 첫 번째 / 필립 K.딕 (Philip K. Dick)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이었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와 [토탈리콜]의 원작 단편인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로 영화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현대 공상과학 소설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몇 가지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첫번째는 경계에 관한 것이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그는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를 그려내며, 인간적인 것과 비인간적인 것의 경계에 모호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고뇌하고 죽음과 현실에 슬퍼하는 안드로이드 와, 자신들이 만든 인간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에게 너무쉽게 총탄과 파괴를 일삼는 인간들을 교차시키며 진정한 인간다움의 기준을 우리에게 반문하기도 하였다. [토탈리콜]에서는 현실과 환상, 시간과 선악의 모호함까지 얘기하고 있으며,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미래를 보는 예지자들과 그들의 예언을 따라 일어나지도 않은(일어날 것이라는)살인에 연루된 사람을 체포하는 모습에서 원인과 결과 사이에 모호함을 우려하고 있다.



두번째는, 어둡고 암울한 미래의 모습인데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도 역시 이러한 모습이 잘 나타나고 있다. 물론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은 탓에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던 이전 영화들보다는 덜 어두운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스필버그의 영화치고는 제일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 중 하나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러한 어두운 미래사회의 모습은 그의 삶과도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가 태어나면서 세상을 떠난 쌍둥이 누이들과 5살때의 부모의 이혼, 정신분열 환자로까지 불렸던 그의 신경과민 증세 등은 그의 정서를 어둡게 했고 이러한 것은 고스란히 그의 소설속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영화화된 그의 원작소설들에서 보여준 그 만의 철학적 깊이와 고뇌만으로도 그를 감히 정신병자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두 번째 / 톰 크루즈

톰 크루즈는 왠지, SF 영화는 적어도 한 두편 정도는 출연했던 걸로 생각되지만 의외로 그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처음으로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하였다. 그 자신은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상당히 어색하고 힘들었다고 했지만, 스텝들의 말처럼 톰 크루즈는 존 앤더튼 역을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그는 또한 헐리웃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비싼 몸이시지만, 마치 미국의 성룡을 꿈꾸는 듯 스턴드 연기에도 가능한한 직접적으로 몸을 던지는 편이다. 이미 [미션 임파서블 2]의 인트로장면에서 정말 살떨리게 살벌했던 암벽등반 장면을 직접 연기하였고, 이번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도 와이어 액션장면들과 스턴드 장면들도 대부분은 그가 직접 소화하고 있다. 코의 높이가 1cm만 낮았어도 일찍이 오스카를 수상했을 거라는 얘기도 있듯이, 톰 크루즈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도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능하게 하는 좋은 감정연기를 보여주었다.



마지막 / 스티븐 스필버그

필립 K.딕의 뛰어난 원작소설과 SF장르에는 처음 출연하는 톰 크루즈 모두를 잘 어울러 영화를 완성시킨 것은 바로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였다. 그는 데이빗 핀처오시이 마모루 등의 감독이 맡았을 법한 필립 K.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이전에는 자주 시도하지 않았던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의 스릴러물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역시 스필버그 답게 그 사이에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의 감정을 부각시키며 감동에 요소를 포함시켰다. 스필버그의 이러한 시도는 기존의 자신의 방식을 좋아하는 팬들과 좀 더 어둡고 스릴러적인 방식을 좋아하는 관객들을 함께 껴안으려는 노력으로 보여진다.



DVD 시스템에 잘 어울리는 타이틀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영화 출시전의 기대와 마찬가지로, DVD로서의 출시도 많은 매니아들에 상당한 기대를 모아왔었다. 몇 번의 출시일 연기끝에 발매된 [마이너리티 리포트 SE]타이틀에 대해 화질과 사운드, 서플먼트 부문으로 나누어 알아보도록 하자.



화질 - 16:9 Widescreen Version

오래전의 필름 느와르를 표방하며, 어두운 색채와 거친 색감등을 의도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화질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만한 여지가 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현실감 넘치는 영상으로 촬영상을 받았던 촬영감독 야누스 카민스키는 영화의 느와르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독특한 촬영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이러한 카민스키의 촬영기법은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와 맞물려, 시종일관 차가운 느낌의 파란색과 빛의 강도 조절로 몽환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현실적인 미래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촬영과 영상 스타일은 의도된 것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조금의 거부감도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사운드 - DTS/DD 5.1

화질에서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조금의 편차가 있을 수도 있지만(그렇다고 해서 화질이 좋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사운드에 관한한은 논란에 여지가 없을 것 같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에서 들려오는 사운드도 듣기 좋지만, DTS를 지원하는 플레이어라면 주저할 것 없이 DTS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DTS 시스템의 찬사는 이를 재공하는 타이틀의 발매시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여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더군다는 이 영화는 미래사회를 다룬 SF물이 아니던가. 아무래도 드라마 보다 SF나 액션물에서 사운드가 더 빛을 발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각 영화마다 실감나는 사운드를 체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톰 크루즈가 '후버팩'이라 불리우는 장비를 갖춘 동료들에게 쫓기는 추격씬에서 그 진가가 들어난다. '후버팩'에서 내뿜는 불꽃과 굉음은 우퍼로 전달되어 실감나는 효과음을 들려주고, 바닥을 기어다니듯 질주하는 장면과 집들을 여기저기 통과하는 장면에서도 역시 DTS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자동차 공장의 기계들의 효과음이라던가 자기부상 자동차의 이동음들은 존 윌리암스의 스코어와 잘 어울리며 레퍼런스급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Special Features

[반지의 제왕: 디렉터스 컷]의 여파 때문인지, 이제는 어지간한 퀄리티의 서플먼트가 아니면 성이 안차게 되어버렸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서플먼트는 본편과는 별도의 디스크에 담겨져 있고 퀄리티도 보통은 넘는다고 할 수 있으나, 워낙에 기대가 컸던 타이틀이라서인지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 중에서 발매전 재공되었던 정보들과는 달리 감독인 스필버그의 음성해설 트랙이 수록되지 않은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하지만 이외에 수록된 서플먼트들은 상당히 유익하고 흥미로운 것들이다.



'Minority Report - From Story to Screen Faturettes'에서는 스필버그의 설명으로 영화 사전 제작과정에 대해 들을 수 있고, 'Deconstructing Minority Report Featurettes'에서는 각종 시퀀스를 통해 제작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재공하고 있다. 'The Stunt of Minority Report Featurettes'에서는 스턴트 장면이 쓰였던 씬들을 위주로 톰 크루즈와 스텝들의 인터뷰를 수록, 스턴트 장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준다. 스턴트를 담당하고 있는 스텝에 말을 따른다면 톰 크루즈는 거의 스턴트맨에 가깝다. 또한 특수효과를 담당한 ILM에 영화제작 과정을 담고 있는데, 영화속 홀로그램이나 호버팩 등의 탄생과정을 옅볼 수 있다. 'Final Report'에서는 공동작업으로 화제를 모았던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가 등장하여 서로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는다. 마지막으로 'Archives'에서는 제작 컨셉과 스토리보드, 배우와 제작진들의 프로필, 제작노트 등을 볼 수 있고, 극장용 예고편도 수록하고 있다.



21세기형 SF느와르



영화의 스탭과 배우들이 언급하였던 이 영화는 액션영화라기 보다는 스릴러 장르의 느와르라 해야 옳을 것이다. 범인을 추리해가는 앤터튼의 모습은 [미션임파서블 1]의 이던 헌트와 닮았고, 차가운 미래사회의 이미지는 [블레이드 러너]와 크게 동떨어진 모습은 아니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하고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프리 크라임(Pre-Crime)의 시스템인데 영화속에서도 반문하듯, 이 시스템은 한 번 생각해 볼 만하다. 예언자에 의해 살인이 예언되어 살인 현장을 급습하여 이를 막게 되면 결국은 살인은 일어나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한다면 예언자의 예언은 결과적으로 틀린 것이 된다. 이러한 원인과 결과에 대한 모호함과 혼돈은 이 영화를 그저 단순한 SF영화에 틀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만약 이 영화를 스필버그가 아닌 다른 감독이 감독했다면 얘기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앤더튼은 마치 [세븐]에 브래드 피트와도 같이, 자신이 잘못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를 죽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필버그의 영화속에서 앤더튼은 방아쇠를 당기는 대신, 미란다의 법칙을 얘기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영화가 끝나버릴 수도 있었지만, 이후에 반전을 위해 영화는 계속 진행된다.(혹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음에 더이상은 언급하지 않겠다)

만약 영화 속에서와 같이, 멀지 않은 가까운 미래에는 정말 미래를 예언하는 시스템이 도입될 지도 모를일이다. 하지만 영화속에서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와도 같이, 만약 미래마저 정해져 있다면 얼마나 참혹한 일이겠는가. 분명한 것은 꼭 스필버그 식의 희망을 믿지 않는 자들이라 하더라도, [빽 투 더 퓨처]에서와 같이 미래의 사진은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어 질 것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을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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