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Kingsman : The Secret Service, 2014)

매튜 본의 온고지신 스파이 영화



매튜 본이 콜린 퍼스와 액션 영화를 찍었다고해서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왜냐하면 처음엔 그냥 액션 영화인줄로만 알았기 때문인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정통 스파이물의 구조 안에 있는 영화이자 구체적으로는 007 시리즈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오마주 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스파이 영화치고 007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가 없는 작품이 드물고, 이 작품의 전체 방식 역시 스파이물과 매튜 본이 잘 하는 액션을 더 가미한 작품 정도로 볼 수 있겠지만, '킹스맨'을 단순히 이 정도로 표현하기엔 턱 없이 부족할 듯 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난 매튜 본의 전작 '킥 애스'도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도 참 좋아하지만, 이들 작품 가운데 이제부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아마도 '킹스맨'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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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본의 '킹스맨'은 좀 묘한 구석이 있다. 전형적인 스파이 영화의 구조 안에 있지만 그 안에서 최신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오래 된 007 시리지의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만 비틀기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니까 007 시리즈의 오랜 팬들에게는 향수를, 스파이 하면 제이슨 본을 더 먼저 떠올리는 요즘 관객들에게는 그에 걸맞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라는 얘기다 (극 중 JB라는 이니셜을 두고 제임스 본드와 제이슨 본, 잭 바우어까지 언급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을 모두 인정하는 이 영화의 방식은,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캐릭터의 구성으로 부터 살펴볼 수 있다. 콜린 퍼스가 연기한 해리는 전통적인 007 영화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고풍스럽고 세련되었으며 수트가 누구보다 잘 어울려 근사하고 무엇보다 매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캐릭터다. 이에 반해 태런 에거튼이 연기한 에거시는 힙합 스타일을 즐겨 입고 출신은 보잘 것 없으며, 삶은 퍽퍽하고 비행 청소년에 가깝지만 야마카시를 연상시킬 만한 신체적인 우수함을 타고 난 캐릭터다. 이 둘 사이의 공통점 아니 전형적인 면에서 벗어나는 장점들이 있다면, 해리는 흡사 제이슨 본과 같은 완벽한 격투 능력을 지녔으며, 에거시는 결과적으로 해리를 통해 매너를 습득하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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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매튜 본이 스파이 영화라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점은 한 쪽에 치우쳐 있지 않다. 007 시리즈에 대한 존경과 명예는 인정하지만 다른 시대에 맞춰 바뀌어야만 할 것들에 대한 한계도 분명 인지하고 있으며 (이는 극 중 마이클 케인이 연기한 캐릭터의 한계로 빗대어 볼 수 있겠다), 반대로 최근의 단순한 스파이 영화들에는 없는 품격과 매너에 대해서도 한계를 인정하는 동시에 아크로바틱한 액션의 가미에 대해서는 적극 반영을 주장하고 있다. 사자성어로 이야기하자면 온고지신 (溫故之新)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히 논리적으로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두 세계 모두를 간절히 원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튜 본의 이 방식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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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에는 이 외에도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만한 요소들이나 대중들에 대한 풍자 등으로 볼 수 있는 설정 등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 모두는 무겁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르고 지나가도 상관없고 안다한 들 웃으며 넘길 수 있는 리듬감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심각한 채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지 만은 않은, 말은 쉽지만 실제 구현하기는 어려운 중도를 잘 표현해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사실 '킹스맨'이 매력적인 영화라는 인상을 주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콜린 퍼스라는 배우를 활용한 방법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기존에도 멋지게 수트를 차려입은 역할은 여러 번 했었지만, 이처럼 영화를 보고 나서 콜린 퍼스라는 배우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은 작품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것은 연기력의 측면이 아니라 분명 그 '이미지'에 관한 것일 터. 수트를 평소 즐겨 입지 않은 남자라 하더라도 이 영화를 보면 당장 양복점으로 달려가 맞춤 양복 한 벌 맞추고 싶은 욕망이 들 정도로, 완벽한 핏의 수트 차림으로 (여기엔 안경과 우산을 비롯한 소품들도 포함된다) 벌이는 액션과 액션이 아닌 장면들이 주는 품격은, 왜 이 영화의 주인공이 콜린 퍼스여야 했는 지를 설득 없이 이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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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은 무엇보다 최근 본 영화들 가운데서 가장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했다. 장면과 이미지가 주는 원초적인 쾌감과 일부 장면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의외의 쾌감과 속시원함이 금새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1. 콜린 퍼스와 마크 스트롱은 또 다른 스파이 영화였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서도 아주 각별한(?) 사이였는데, 이렇게 또 다른 스파이 영화에 출연한 것만으로도 흥미롭더군요 ㅎ


2. 여기 또 다른 흥미로운 커플이 있습니다. 루크 스카이워커와 마스터 윈두 ㅋ


3. 시리즈 물이 가능한 구조에요. 후속편이 꼭 나왔으면 좋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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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ilor Soldier Spy, 2011)

쓸쓸한 공기를 머금은 스파이라는 존재에 대해



르카레의 원작 소설 팬들에게는 이 작품이 영화화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되는 바였겠지만, 역시나(?) 원작을 읽지 않은 나로서는 '렛 미 인'을 연출한 토마스 알프레드슨의 신작이라는 사실과 게리 올드만, 톰 하디, 존 허트, 콜린 퍼스, 토비 존스, 마크 스트롱, 시아란 힌즈 그리고 최근 셜록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까지 이름을 올리고 있는 출연진에 도대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스파이 영화라고 했을 때 혹자는 '누가 스파이인가?'를 찾아내는 반전 영화를 기대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이하 TTSS)'는 결코 '범인이 누구인가'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냉전 시기 유령처럼 활동하던 스파이라는 존재를 작전의 역동성이나 활동성으로서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은퇴한 스파이가 조직 내의 이중 스파이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스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운 시대의 산물인지를 그 시대와 함께 아주 덤덤하게 그려낸작품이었다. 많은 스파이 영화와는 달리 그들을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애잔한 시대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야 말로 TTSS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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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혹은 쫓겨난) 스파이 조지 스마일리 (게리 올드만)는 조직 내에 스파이를 찾아내라는 명령을 받고는 조용하고 빠르게 이중 스파이를 찾아나선다. 영화는 스마일리가 이중 첩자를 찾아내는 과정을 그리기는 하지만, 그것 보다는 오히려 그 과정 속에서 조지 스마일리로 대변되는 스파이라는 존재에 대한 묘사에 더욱 많은 신경을 쓴다. 그의 회상을 통해 그 동안 이 인물들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가를 묘사하는데, 이것 역시 양면의 활용도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영화가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역시 '스파이'와 '세계' 그 자체다. 사실 나도 영화 감상 초반만 해도 일반적인 스파이 영화를 볼 때처럼 온몸에 감각을 최고로 곤두세운 상황에서 모든 단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는데, 점점 영화가 전개될 수록 단서보다는 '공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영화는 클래식한 당시를 디테일하고 고풍스럽게 묘사하면서도 톤을 다운시켜 전반적으로 마치 추운 겨울 입 밖으로 내뱉는 차가운 입김처럼 싸늘한 공기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서늘함은 곧 외로움과 쓸쓸함으로 연결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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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영화 정말 쓸쓸하다. 영화 속 스파이들은 같은 편에 서있던 그렇지 않던 철저히 혼자라는 느낌을 관객은 받게 된다. 그리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자신들이 스파이로서 이러한 외로운 존재라는 점을 그들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듯 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이 어떠한 이유로든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사력을 다해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기 보다는, 마치 이 외로움을 누군가 끝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들이 내 뿜는 공기는 주변의 것보다도 차가워 보였고, 홀로 남겨진 그들의 눈빛은 누구보다 애처로워보였다. 시종일관 이러한 분위기를 머금기만 해오던 영화는 종종 이를 분출하기도 한다. 주변을 정리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어쩔 수 없이 연인과의 관계를 마무리하고 연인이 떠난 뒤 홀로 오열하는 모습이나,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를 죽음으로 종결시켜주길 바라는 이나 그런 연인의 바램을 들어줄 수 밖에는 없는 이의 '눈빛'은 다른 스파이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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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과 마찬가지로 스마일리가 이중 스파이를 찾는 과정은 마치 자신이 걸어온 스파이로서의 삶을 반추하며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되짚어가는 과정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역시 스마일리가 카를라(칼라)와 만났던 순간을 회상하는 장면이었다. 이 영화를 본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가장 명장면으로 꼽는 이 장면은 회상 장면임에도 플래시백 없이 그저 현시점에서의 대화만으로 묘사되는데, 그럼에도 이 장면은 가장 소름돋는 '회상' 장면이자 간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이 대화, 아니 회상 시퀀스에도 역시 TTSS만의 쓸쓸한 정서가 담겨있는데, 단순히 경지에 오른 강호의 고수가 또 다른 고수에게 보내는 존경의 마음이 아닌, 냉전이라는 시대가 만들어낸 스파이라는 세계에서 서로를 인정함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아주 함축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그로 인해 영화가 시종일관 말하려고 하는 '스파이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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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된 것에는 역시 스마일리를 연기한 게리 올드만의 영향이 컸다. 게리 올드만이라는 배우에게 연기력을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그는 조지 스마일리를 통해 또 한 번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리뷰 중간중간 포함된 스틸컷에서도 느껴지는 것처럼 게리 올드만이 창조한 '조지 스마일리'는 절제로 가득 덮혀 있음에도 감정의 변화가 느껴지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이 글에서 여러번 이야기했던 것처럼 냉전의 시대보다도 더 차갑고 쓸쓸한 스파이라는 존재를 묘사하는데에 있어 스마일리의 그 표정없는 얼굴은 정말 효과적인 거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이미지도 잘 어울렸다. '셜록'과는 묘하게 차별되면서도 이미지로서 전달하는 바가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캐릭터였다. 콜린 퍼스는 주연으로 홀로 나설 때보다 이렇게 여러 캐릭터에 섞여 있을 때 더 큰 매력을 발산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고, 마크 스트롱의 그 눈빛은 아마도 이 영화에서 가장 못 잊을 이미지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비중은 별로 많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와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로이' 역의 시아란 힌즈의 이미지도 인상적이었으며, 톰 하디와 존 허트, 스티븐 그레헴 등 좋은 배우들의 멋진 이미지가 영화와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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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일반적인 영화가 스파이를 그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선택함으로서, 오히려 가장 스파이 영화다운 작품이 되었다. 이던 헌트가 활약하는 스파이 영화도 좋지만, 조지 스마일리가 활약하는 스파이 영화도 못지 않게 인상적이었다.



1. 



엔딩에 흐르던 훌리오 이글레아시스의 'La mer'는 정말 정말 탁월한 선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지금까지 도대체 몇번을 반복해서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2. 보통 원작이 있는 영화는 영화를 보고나면 크게 다시 찾아보고픈 생각이 들지 않곤 하는데, 이 작품은 원작을 찾아보고 싶어졌어요. 기회가 된다면 BBC에서 제작한 알렉 기네스 주연의 TV시리즈도요.


3. 색감과 질감에 반한 탓인지 블루레이 출시를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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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스피치 (The King's Speech, 2010)
절제하는 치유의 영화


이번 아카데미의 주요 부분을 석권하며 큰 화제를 모았던 톰 후퍼 감독의 '킹스 스피치 (The King's Speech)'를 이제야 만나보게 되었다. 콜린 퍼스와 제프리 러쉬 그리고 헬레나 본햄 카터가 출연하는 말더듬이 왕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몇가지 예상되는 수순들이 있었다. 실제로 '킹스 스피치'는 대부분의 수순을 그대로 밟아가지만 감정적으로 과잉되거나 신파로 충분히 그려질 수 있는 부분들을 과감히 절제하고 오히려 심심할 정도로 꾹꾹 눌러담는 영국 영화의 위엄을 갖고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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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스피치'의 미덕이라면 감정적으로도 그렇고 이야기 구성면에서도 곁가지들을 과감히 다 쳐내고 조지 6세(콜린 퍼스)의 치유의 영화에만 집중한 것을 들 수 있겠다. 사실 이 이야기는 역사적인 배경 측면에서도 왕위에 대한 이야기와 2차 세계대전 등 디테일하게 풀어갈 수 있는 이야기들이 참 많은데, 이런 부분들을 그냥 배경처럼 은은히 배치하고 핵심적인 이야기는 매우 소소한 것을 내세움으로 인해 오히려 배경의 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묘사했을 때와 맘먹는 효과를 일으켰다. 즉, 위의 이야기들을 배경 정도로 사용하긴 했지만 이것들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이 영화에서 매우 큰 차별점이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실화라는 점에서 그리고 말더듬이를 비롯해 결핍을 겪어온 주인공의 배경이 왕자(왕)라는 점에서 핵심의 깊이를 더해준다. 다시말해 뉴스 아나운서를 꿈꾸는 주인공이라던지, 연설이 생활인 정치인이었어도 이 이야기는 충분히 동일한 이야기였을테지만, 실제 왕이었던 조지 6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 주인공이 겪는 시련과 갈등에 깊이가 더해졌고 그를 치유하기 위해 등장한 라이오넬 (제프리 러쉬)의 캐릭터 역시 상대적인 깊이를 더 풍부하게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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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영화는 치유에 관한 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텐데,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치유되는 주인공과 그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의 면면에 모두 충실한 작품이었다. 말더듬이 왕으로 수많은 연설들 앞에서 매번 긴장하고 힘들어 해야만 했던 조지 6세의 심정은 콜린 퍼스의 완벽한 연기로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고 있는데, 물론 말더듬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연기한 장점도 분명 있었지만 이 영화에서 콜린 퍼스가 진정으로 빛나는 장면들은 말을 할 때가 (더듬거나 그렇지 않거나를 떠나서)아니라 눈빛과 표정으로 말할 때 였다. 

사실 이 영화가 개인적으로 좀 더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바로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를 묘사하는 섬세함 때문이었다. 일단 제프리 러쉬가 연기한 라이오넬의 경우는 조지 6세에 버금가는 자신 만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캐릭터였다고 볼 수 있을텐데 (초반 연극 오디션을 보는 장면을 보고서는 그의 이야기가 제법 이어질 줄로만 알았었다), 하나의 이야기에 집중한 것은 좋았지만 라이오넬의 이야기는 조금은 더 비중을 두었더라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즉, 대부분의 치유의 영화가 그렇듯이 일방적인 치유가 아니라 상처받은 사람이 치유되는 동시에 그 상대마저 그 과정 속에서 자연 치유가 되는 구조말이다. 이랬더라면 좀 더 감정적으로 일어나지 않았을까 싶은데, 톰 후퍼는 어찌나 절제하는지 이 마저도 허락하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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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자를 묘사하는 섬세함에 있어서 돋보였던 캐릭터는 헬레나 본햄 카터가 연기한 왕비 캐릭터였다. 라이오넬의 이야기가 절제되어 조금은 아쉬운 경우였다면, 왕비야 말로 절제를 통해 완벽하게 묘사된 캐릭터였다고 할 수 있겠다. 누군가를 오랫동안 안쓰러워 하며 고치려고 자신의 일처럼 매달렸던 사람의 심정을 매우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보통 더 감정적인 영화였다면 마지막에 가서 펑펑 눈물을 흘렸을테지만 오히려 꾹꾹 가슴으로 삼키는 그녀의 캐릭터 묘사에 오히려 더 감정적인 동요가 일었다. 헬레나 본햄 카터가 영화 내내 보여준 따듯한 시선은 이 영화의 가장 보석같은 부분 중 하나일 것이다.

 

영화의 내용과 별개로 '킹스 스피치'는 요 근래 오랜만에 보는 1.85:1 화면비의 영화였는데, 그래서인지 상하의 높이를 적극 활용한 장면들과 공간의 여백을 활용한 장면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가 위엄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물론 왕과 그 주변을 다룬 탓도 있겠지만 이를 묘사할 때 상하의 높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앵글과 화면비가 준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시네마스코프가 좌우 넓이를 통해 스케일을 표현하는 것과는 달리 1.85:1 화면비에서는 상하의 높이를 통해 위압감을 전달하고 있는데, '킹스 스피치'는 이런 위압감과 스케일을 전달하는 것 외에 여백을 강조한 앵글을 통해 (초반 조지 6세와 라이오넬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 대화 시퀀스와 캐릭터 묘사에 있어 독특한 리듬감을 주고 있다. 또한 디자인 적인 측면에서도 미술적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라이오넬의 방과 왕실의 대부분의 공간들처럼 천정이 높은 공간을 잘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한껏 표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공간이 주는 미적 효과를 십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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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스피치'는 흥미로운 소재(실화)를 가지고 보편적인 흐름에 충실한 평범한 이야기였지만, 자칫 감정적으로만 흐를 수 있었던 부분들을 과감할 정도로 배제하고 또 절제함으로서 깔끔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오히려 감정적으로도 동요될 만큼 위엄있는 작품이었다.


1. 티모시 스펄은 제가 본 것 중에서는 가장 높은 직책으로 나온 영화가 아니었나 싶네요. 매번 쥐(?)나 하인 등으로 단골 출연했던 그였는데, 무려 윈스턴 처칠이라니!!

2. 짧은 분량이었지만 우리의 덤블도어 마이클 겜본의 포스는 역시 무시할 수 없더군요. 그리고 이렇게 같은 영화에 출연시켜 놓고 보니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없었지만), 마이클 겜본과 제프리 러쉬가 몹시 닮아보이더군요. 그래서 처음에는 제프리 러쉬의 1인 2역인가 싶었었다는.

3. 수 많은 조연들 가운데 가장 놀랐던 캐릭터는 역시 가이 피어스였습니다. '더 로드'에서도 이런 식으로 깜짝 등장했었던 것 같은데, 이번 작품에서는 멀쩡하게(?) 출연하기는 했지만 왕년에 그를 기억하는 저로서는 확실히 많이 늙어버린 그의 모습이 아직도 잘 적응이 되질 않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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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 미아! (Mamma Mia!, 2008)
아바(ABBA)라서 더욱 행복한 뮤지컬


뮤지컬 장르라 하면 그 어느 장르를 제쳐두고라도 무조건 보는 저로서도 이상하게 처음부터 끌리지는 않았던
영화가 바로 <맘마 미아!>였습니다. 뭐랄까 이건 정확한 이유를 대기는 어려운 좀 이상한 선입견이 있어서였는데,
추석 연휴를 맞아 부모님과 오붓하게 볼 영화가 없을까 찾아보던 중, 딱 알맞은 시간대에 위치하고 있는
<맘마 미아!>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래, 아바의 음악이 잔뜩 들었다니까 음악만 듣다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겠지'하는 생각에 극장을 찾게 되었죠. 그런데 이런 설렁설렁한 관람 전 분위기는 영화가 시작되고
소피 역을 맡은 아만다 사이프리스가 'I Have a Dream'을 부르는 첫 장면부터 바로 고조되고 맙니다.
'I have a dream~ a song to sing~'하고 아만다 사이프리스가 청량한 목소리로 별빛 쏟아지는 푸른 바닷가를
배경으로 노래를 부르는 이 첫 장면부터, '아, 이 영화를 내가 왜 기대하지 않았던가. 다른 이도 아니고, 뮤지컬
영화에 광팬인 내가!'하는 뒤늦은 자책을 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극장에서 관람하게 되었으니 너무 늦은
후회는 아니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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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절대 스틸 사진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장면입니다)

뭐 일단 간단하게 그룹 아바(ABBA)에 관해 이야기해보자면, 스웨덴 출신의 4인조 혼성그룹으로서
Bjorn Ulvaeus, Agnertha Faltskog, Benny Anderson, Annifrid Lyngstad로 이루어져 있으며 잘 알려졌다시피
브요른과 아네타, 베니와 애니프리드는 각각 결혼한 커플이기도 했죠. '했죠'라고 한 이유는 역시 잘 알려진
것처럼 이후 두 부부 모두 이혼을 하게 되었고, 결국 팀 해체로까지 이어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바(ABBA)라는 팀 이름은 각 멤버들의 영문 이니셜 앞 자리를 따서 만들어졌으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웨덴 그룹이긴 하지만 호주에서 워낙에 인기가 있던 탓에 몇몇 팬들은 호주 그룹으로 알고 있기도 한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사실 제 나이를 따져봤을 때 70년대에 주로 활동했던 아바 음악의 세대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아바의 음악은 세대를 뛰어넘는 힘을 갖고 있었고, 특히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었기 때문에,
70년대를 살지 않았더라 하더라도 그들의 음악은 자주 접할 기회가 있었으며, 가깝게는 직접적인 그들이
앨범과 DVD를 통해, 간접적으로는 CF나 다른 뮤지션들의 커버를 통해 매우 익숙한 그룹이 바로 아바였죠.
아마도 국내에 아바의 음반을 직접 소장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 하더라도, 그들의 대표곡 몇 곡씩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그룹이 바로 아바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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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다 사이프리스의 발견(혹은 재발견)은 영화 <맘마 미아!>의 가장 큰 수확이라 해야함이 마땅하다)

일단 이런 아바의 음악이 전체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 <맘마 미아!>는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작품입니다. 영국 출신으로 뮤지컬 <맘마 미아!>를 최고의 히트 뮤지컬로 만든 장본인인 필리다 로이드는
그 동안 무대에서만 보여주었던 <맘마 미아!>를 영화화 하기에 이르렀는데, 뮤지컬의 주요 스텝들을 그대로
데려와 만든 영화 <맘마 미아!>는 이런 그들의 장기와 손길이 짙게 묻어나는 뮤지컬 영화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됩니다. 무대에 익숙한 감독과 스텝들 답게 영화 <맘마 미아!>에는 다른 뮤지컬 영화들 보다 훨씬 더
공간을 활용하거나 대규모의 군중 씬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것은 장점과 단점으로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데,
무대에서나 느낄 수 있는 화끈한 감동을 스크린에 담아낸다는 점에서는 아주 만족할 만한 장점으로 들 수
있겠지만, 군중이 동원된 장면에서는 다른 뮤지컬 영화들에 비해 군중들이 노래에 참여하게 되는 동기가 살짝
부족한 점도 느껴지긴 했습니다(대부분은 아니고 초반 'Dancing Queen'을 때창하는 장면에서는 약간
생뚱맞은 군중동원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물론 이는 아주 사소한 개인적 단점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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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뮤지컬 영화의 아주 전형적인 모습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초반 아만다 사이프리스가
또래의 여자 친구 둘과 함께 'Honey, Honey'를 부르는 시퀀스는, 뮤지컬 영화의 전형적인 구성 그 자체입니다.
대사를 주고 받는 노래하다가 완전히 노래로 빠져들었다가 장소를 이동해가며 노래는 이어지고, 이 과정
속에서 영화 초반의 스토리에 관한 소스와 캐릭터에 성격에 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는 구성을
갖고 있죠. 뮤지컬 영화에서는 구구 절절 스토리를 다 설명하거나(반대로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편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죠)할 시간적 여유도 없거니와 대부분 노래로 설명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구성은
아무리 전형적이라 해도 뮤지컬 영화로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예전
뮤지컬 들을 좋아해서 그런지, 최근 뮤지컬 영화들에서 이런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설정들이 등장하고 할때면
오히려 아주 반갑더라구요 ^^; 영화 <맘마 미아!>만의 특징을 꼽자면 다른 뮤지컬 영화들보다는 조금 더
무대 뮤지컬에 느낌이 강한 작품이라고 할까요. 그 이유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감독과 스텝들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전 좀 더 '뮤지컬 영화'스러운 영화들을 더 선호하기는 하지만, <맘마 미아!>의 스타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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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콜린 퍼스는 스물 넘은 딸을 갖은 아버지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피어스 브로스넌도 아직 20대
여성을 딸로 두기보다는 꼬시려고 할 것 같구요 ㅎ)


뮤지컬 영화를 보다보면 단순히 그 노래가 좋아서인 경우도 있지만, 어느 순간 '찌릿'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게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는 노래의 감정선과 영화의 감정선이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것을 바탕으로 그 극점
역시 완벽하게 맞아 떨어질 때 느끼게 되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배우들의 연기를 꼽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이 영화에는 이름 만으로도 쟁쟁한 배우들이 제법 등장합니다.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아만다 사이프리스, 스텔란 스카스가드, 줄리 워터스 등. 일단 소피 역을 맡은 아만다 사이프리스를
얘기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이 영화는 확실히 요즘 세대들 보다는 7080세대들에게 더욱 공감을
얻을 만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 주인공은 분명 딸인 '소피'가 아니라 엄마인 '도나'역일 테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더 많은 세대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가 있다면 바로 아만다의 연기와
노래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녀가 직접 부른 영화 속 아바의 노래들은 세대를 뛰어넘어 완전히 신선한
뮤지컬 넘버로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표현되고 있으며, 대사와 노래를 오가는 과정에 있어서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뮤지컬 연기를 선보입니다. 아직 85년 생으로 앞날인 창창한 여배우라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되네요.

이 영화에는 남자 배우 세 명이 누가 될지 모를 '아버지'가 되기 위해 경쟁합니다. 일단 메릴 스트립에 비해
남자배우들이 생각보다 별로 동년배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약간 몰입이 덜 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메릴 스트립은 49년생, 브로스넌은 53년생, 스카스가드는 51년생, 콜린 퍼스는 무려(?) 60년생이죠)
브로스넌은 실제로는 메릴 스트립과 나이차이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워낙에 젊은 여자를 유혹하는 본드 역할을
오래한 탓인지 왠지 메릴 스트립을  더 누나 벌로 느껴지게 했고, 콜린 퍼스는 아직 아만다 또래의 아이가 있는
아버지 정도의 연령대로는 느껴지지 않더군요. 그래도 세 배우의 연기는 부족하지 않고 넘치지도 않고
딱 적당했던 것 같습니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노래가 아무래도 다른 배우들에 비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기도 한데, 그래도 이 정도면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극에 빠지게 되면 모든게 다 이해되죠 ㅎ

많은 분들이 못 알아본 듯한 분위기였는데, 극중 도나의 친구 두 명중 한 명인 로지 역할을 맡은 줄리 워터스는
바로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에게 발레를 가르치던 그 선생님 역할로 열연한 배우입니다. <맘마 미아!>에서는
코믹한 조역을 맡아 감초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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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띠는 배우는 단연 메릴 스트립입니다. 다양한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모두
평균 이상으로 소화해내는 훌륭한 배우 메릴 스트립은 아바의 노래가 가득 담긴 뮤지컬 영화에서도 진면목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아만다 사이프리스처럼 정말 노래를 잘하는 것으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녀는 노래 실력
자체보다는 연기에 연장선에서 노래를 소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감정 연기에
아주 노련하기 때문에 그녀가 노래하는 장면에서 노래 실력의 유무 따위는 이미 판단하기 어렵게 되죠.
'Dancing Queen' 장면에서, 어쩌면 메릴 스트립 답지 않은 활발함과 발랄함도 좋지만, 'The Winner Takes It
All'같은 장면은 그녀의 노래 실력보다는 연기력이 빚어낸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장면은 정말
그리스의 멋진 섬의 풍광과 함께 메릴 스트립의 연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장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그리고 있습니다. 아버지 없이 딸을
키워온 어머니가 갖는 딸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딸을 정말 끔찍이도 아끼는 어머니의 마음이 정말 잘 표현되고
있죠(그래서 인지 제 옆 자리에 앉은 한 여성관객은 이 같은 장면이 나올 때 눈물을 훌쩍이기도 하시더군요).
메릴 스트립의 한창 젊었을 시절의 영화를 그리 많이 보질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더 멋진
여성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배우라는 점에서 아만다 사이프리스와는 다른 이유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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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면서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만약 내가 어린 시절 아바를 듣고 자란 세대였다면 아마도
이 영화가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점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요즘 세대들 보다는 7080세대들에게 더욱
어필할 것이라고 했던 것은 단순히 아바의 음악이 수록되었다는 것을 넘어서서, 7080세대들에게는 요즘
세대들에게는 없는 아바와 함께한 추억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한창 젊은이들이
아닌 이른바 '왕년에 잘나갔던' 중년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점도 있구요.
저는 아바 세대가 아님에도 만약 그랬으면 어땠을까 하고 영화를 보니 조금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영화에 가사 하나하나가 그리도 와닿을 수가 없더군요. 메릴 스트립을 비롯한 세 명의 여자 배우가
함께 부르는 'Dancing Queen'을 비롯한 모든 곡들은 정말 그 장면 만으로도 황홀한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아마도 1,20대 여자 배우들이 나와서 아바의 노래들을 불렀다면 이런 감동은 오지 않았을 것 같네요.
아바의 노래를 더 살아 숨쉬게 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들 세대가 다시 들려주는 모습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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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내에는 중년의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분위기가 매우 좋았습니다. 극장 분위기가 참 따뜻한게 느껴졌죠.
앞서 말한 그 '추억'이 있는 관객들은 이 영화를 단순히 뮤지컬 영화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며 지긋이 미소 짓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네요. 엔딩 크래딧과 함께 극중 배우들의
멋진 공연이 이어지는데, 여기서 메릴 스트립이 '한곡 더 할까요?'하자, 객석에 앉은 몇몇 관객분이 'yes!'하고
답하는 훈훈한 광경도 벌어졌습니다. 몇몇 분은 박수치며 노래를 따라하기도 하셨구요. 완전히 추억을 공유한
관객이 이렇게 영화와 하나가 된 광경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훈훈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른바 '아바'세대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던 것이겠지요. 아마도 나중에
마이클 잭슨의 노래가 주요 소재가 나온 영화가 등장한다면 저도 이런 추억을 공유하는 완전한 영화와의
물아일체의 경지를 경험할 수 있겠죠 ^^



1. 댄싱 퀸 시퀀스에서 피아노 치던 남자는 다름 아닌 아바의 멤버인 베니 엔더슨이며, 엔딩에서 월계관을
   쓰고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모습으로 꽃가루를 뿌리던 이는, 역시 아바의 멤버인 비요른 울바에우스
   입니다. 아바의 앨범 커버를 워낙에 많이 보았다보니 슬쩍 지나가는 장면이었음에도 이들이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영화의 자막이 매우 휼륭했습니다. 일단 영화 속 노래의 장면은 물론이고, 엔딩 크래딧의 공연 장면,
   그리고 공연 장면이 끝나고 그냥 크레딧만 나올 때 흐르는 곡에 까지 완전한 자막이 제공되었습니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와 비교하자면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겠네요.

3. 개인적으로 'Dancing Queen'은 처음 들을 때부터 아련하고 애매한 감정이 들었었습니다.
   무언가 신나고 흥겨운 분위기인데요, 묘한 아련함이 느껴지는 곡이랄까요. 영화 속 '댄싱 퀸'도 역시
   마찬가지 더군요~

4. 씨네큐브 1관에서 관람하였는데, 사운드가 중간중간 들락날락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5. 물론 스토리상 약간 치밀하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뮤지컬 세상에서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더라구요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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