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팬더 속 운명론에 대해


'쿵푸팬더'는 히어로 물이다. 그것도 고전적인 운명론에 근거한 히어로 물이다. 비범하기는 커녕 평범하지조차 못한 주인공 '포'가 전설 속의 '용의 전사'가 될 운명이었다는 것으로 시작한 이 시리즈는, 속편에 와서도 또 한 번 이 운명론을 영화의 맨 앞에 내세우고 있다. 평범한 주인공이 본래 부터 영웅이 될 수 밖에는 운명이었다는 이야기는, 얼핏 보면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따져보면 결국 노력 여부와는 상관없이 '될 놈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정작 좀 힘 빠지고 부정적인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넌 그럴 운명이야' '너의 인생은 이미 영웅의 길로 정해져있다'라는 말은 그럴싸하고 멋져보이지만, 영웅으로 선택 받은 본인의 의지는 재쳐두고라도, 그 주변에서 영웅이 되기 위해 평생을 노력한 이들의 입장에서 보기엔 정말 힘빠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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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대사부 우그웨이 옹 때문!)


'쿵푸팬더'의 운명론은 대사부인 우그웨이가 전설 속의 용의 전사로 그 동안 수련해오던 무적의 5인방이 아닌 이들을 동경해오던 실수 투성이의 팬더 '포'를 지목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자꾸 평범하지도 않다라는 점을 강조하다보니 '포'의 여러가지를 비하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철저히 노력의 정도로 보았을 때 평범에도 못 미친다는 표현이다). 그 이후부터는 일반적인 방식대로 용의 전사로 선택 된 포를 무적의 5인방과 스승인 시푸가 별로 못마땅하게 여겨 포를 구박하고 그 과정 속에서 포는 엄청난 친화력을 발휘해 이들 모두를 감동시켜, 결국 모두가 동의할 수 없었던 이 운명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식으로 전개된다. 물론 여기에는 간과한 가장 큰 오류가 있다. 특히 포가 이들에게 (특히 용의전사가 될 확률이 가장 높았던 타이그리스에게) 인정 받는 과정이 딱 드림웍스와 전체관람가 영화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게 꼭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이번 글처럼 운명론만 가지고 작품을 해석했을 때에는 분명 가장 큰 헛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이 이야기를 좀 더 현실에 대입해보자면 평생을 용의 전사가 되기 위해 수련을 쌓아왔는데, (정말로)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뚱뚱한 팬더가 그 자리에 적임자로 선택 받았고 그 선택이 더 이상 변할 수 없는 것이라는 현실을 맞닥들였을 때, 과연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얘기다. 한 몇 년 무슨 대회의 우승을 목표로 연습한 것도 아니고 평생을 그것에만 몰두에 수련을 쌓아왔는데 말이다. 이런 현실을 보았을 때 타이그리스를 비롯한 이들의 반응보다는 오히려 타이렁의 반응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아, '타이렁'의 이야기가 이제야 나왔는데, '쿵푸팬더'가 인상적이고 더 큰 인상을 남겼던 이유는 어쩔 수 없이 악당의 롤을 부여 받았다고 생각되는 타이렁 이라는 캐릭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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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바라만 봐도 눈물이 나는 '쿵푸팬더' 최고 동정심드는 캐릭터 '타이렁' ㅠ)


개봉 당시에도 썼었지만, 표면적으로는 포가 루저를 대변하는 캐릭터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타이렁이 더 루저에 각가운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전편에서 등장하는대로 타이렁은 어린 시절부터 마스터 시푸에 의해 차근차근 용의 전사가 되기 위한 수련을 받았으며,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수재 중에 수재였다. 딱 하나 문제라면 엘리트 코스를 단기 속성으로 수료했을 정도로 엄청난 재능과 노력이 탈이었을 터. 타이렁의 이야기를 잘 살펴보면 결코 욕심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기 보다는, 너무 열심히 하고 잘한 죄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용의 전사가 되기 위한 평가를 받게 되었는데, '실력'이 아닌 '운명'에 의해 그냥 '너는 아니다'라는 답을 얻게 되었을 때 타이렁의 심정이 어떠하였겠는가. '쿵푸팬더' 전편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공감이 가는 캐릭터는 당연히 타이렁이었다. 누구나 타이렁과 같은 현실에 놓이면 더하면 더했지 그처럼 실망하고 행동하지 않았을까? 


그렇기 때문에 타이렁이 이후에 벌이는 이른바 '삐뚫어진' 행동들은 타이렁을 욕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타이렁은 아마 우그웨이는 물론 자신을 자식 같이 대했던 시푸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었을 것이다.


'정말 나 한테 왜 그랬어요'


정말 운명에 의해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이었다면, 타이렁이나 타이그리스 같은 피해자는 애초부터 만들지 말았어야지. 이 우그웨이 영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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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운명론은 속편인 '쿵푸팬더 2'에서도 등장한다. '용의 전사'가 될 운명을 타고 난 포의 이야기 대신, 쿵푸를 지키고 셴으로부터 마을과 성을 지키도록 운명지어진 '팬더' 포의 대한 이야기 말이다. 공작인 '셴'선생은 타이렁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그도 넓은 의미에서 보았을 때 운명과 맞서 싸우는, 정해진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싸우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셴'을 알아왔던 예언자는 정해진 예언을 들어 '셴'을 압박하는데, 이유는 정말 '예언' 혹은 '점' 때문이 전부다. 자신의 앞길을 하얗고 검은 무언가가 반드시 막아서게 되리라는 예언을 극복하기 위해, 그 싹부터 모두 잘라내려고 애쓴 셴의 이야기 역시 따지고보면 슬픈 이야기다. 물론 타이렁과 같은 울컥하는 공감대는 부족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쿵푸팬더 2'에서도 역시 이 운명론은 절대 비껴가지 않고, 이들을 둘러싼 현실을 관통한다. 모든 것은 정해져 있으며, 결국 정해진 순간에 맞춰 영웅이 어떻게 각성하는 가하는 방법론만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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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는 '쿵푸팬더'의 운명론에 동의하는 편은 아니지만, 내가 이 시리즈에서 발견한 것은 이런 운명론을 맨 앞에 내세우고 있으면서도 그 이면에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들에 대한 연민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용의 전사'에게 지워진 짐이 '매트릭스'의 네오와 같은 수준의 짐도 아니고, 오히려 누구나 닮고 싶어하고 되고 싶어하는 동경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그 지점이 노력이 아닌 100% 운명 (운)에 의해 정해져있다는 것은 여전히 선호하는 줄거리는 아니지만, 영화가 앞서 언급한 타이렁이나 타이그리스, 셴을 그리는 방식을 보면 이들을 완전한 악당으로 그리기 보다는 연민의 감정을 가득 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편에서 타이렁을 묘사하는 건 표피적으로는 분명 선할 여지가 없는 악당으로 설정했어야 더욱 깔끔했을 테지만 (더군다나 이런 오락영화에서는), 영화는 타이렁이 용의 전사가 되지 못했을 때의 실망감을 짧지만 묘사하고 있고, 그 과정 속에서 스승이었던 시푸가 타이렁에게 갖는 미안함과 죄스러움 그리고 안스러움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예전에 1편에 대한 글을 쓰면서 마치 '스타워즈'가 연상되는 오비원과 아나킨과 같은 관계를 시푸와 타이렁에게서 느낄 수 있었는데, '스타워즈'에서 다스 베이더가 다시 아나킨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것처럼, 타이렁에게도 마지막에 기회를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그랬다면 '쿵푸팬더'는 좀 더 완벽한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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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팬더 2'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 '셴'을 그리는 방법도 전편에서 타이렁을 그리는 방법과 방법론에서는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그 세기나 비중에 있어서는 분명 타이렁보다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일단 셴에게는 타이렁과 같은 공감대를 이끌 만한 요소가 없었고, 포와 경쟁하는 관계라기 보다는 셴과 운명과의 싸움에 포가 어쩔 수 없는 장애물이 된 경우이기 때문에 좀 더 전체적인 스토리와는 다른 두개의 스토리가 존재한 경우로 볼 수 있겠다. 셴이 성을 차지하고 무기를 개발해 쿵푸를 모두 없애버리려고 한 의도의 근원을 쫓아가보면, 다른 악당들과는 다르게 어떤 야욕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자신을 내쫓았던 (이 과정에서도 부모가 셴을 미워래 내쫓은 것이 아니라 운명론에 근거하여 어쩔 수 없이 쫓아냈다는 점도 흥미롭다) 부모에 대한 반항심과(하지만 결국은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과) 본인이 그 이유라고 생각했던 것이 예언과 쿵푸 등에 관련된 것이었기에 발동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셴이라는 캐릭터 역시 포와 선과 악으로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라기 보다는, 포의 운명론에 희생될 수 밖에는 없는 또 다른 안타까운 캐릭터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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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쿵푸팬더' 시리즈에 담겨있는 운명론은 결과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 안에는 이를 선택하며 희생될 수 밖에는 없는 캐릭터들에 대한 연민이 조금씩 담겨있어 미묘한 여운을 남긴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이 운명론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말하기는 아직 어려운 것이, 속편 및 만약 이 시리즈가 마무리 된다면 그 마지막 작품에서 포가 맞이했던 운명론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포의 운명이라는 것이 자신을 위해 주변이 모두 희생해야만 하는 운명일지, 아니면 마지막에 가서는 포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을 거슬러 다른 길을 택할지, 아니면 또 다른 운명과 맞서 싸우게 될지 그 결과를 꼭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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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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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팬더 2 (Kung Fu Panda 2)

포의 근원을 찾는 두 번째 이야기



헐리웃에서 만든 작품답지 않게 동양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패러디 수준이 아닌 오마주로 이끌어 낸 것은 물론 전연령이 즐길 수 있는 재미까지 담고 있던 작품이 바로 '쿵푸팬더'였다. 전편에 대한 만족감이야 개봉 당시 리뷰와 블루레이 리뷰 등을 통해 이미 얘기했으니, 이 글에서는 바로 최근 개봉한 속편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려고 한다. 영화 '쿵푸팬더 2' 역시 이런 생략이 가능한 작품이었는데, 이미 캐릭터와 세계관에 대한 설정을 전편에서 끝마쳤기 때문에 속편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에 휩쓸린 포의 이야기를 좀 더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속편들이 전편만 못한 이유는, 전편에서 비중있게 그리는 캐릭터 설정과 히어로물의 경우 (쿵푸팬더는 어쨋든 운명론에 근거한 히어로물의 범주로 볼 수 있겠다) 평범한 주인공이 히어로가 되는 과정에서 얻는 재미와 감동을 속편에서는 다시 만나볼 수 없는 태생적 이유 때문일텐데, '쿵푸팬더 2'는 이러한 단점을 1편에서 암시했던 포의 출생의 비밀, 팬더인 포의 근원을 찾는 이야기로 보완하려 하고 있다. 사실 이 출생의 비밀이라는 것이 '비밀'이라고 하기 부끄러울만큼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영화는 그 자체보다는 그 배경을 둘러싼 이야기와 사건들을 통해 포가 한 걸음 또 성장하는 계기를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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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이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통해 교훈을 주려 했다면, 속편은 아버지와 아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통해 또 다른 교훈을 주려고 하고 있다. 전편에는 '타이렁'이 있었다면 속편에는 공작새인 '셴'이 등장하는데, 이 '셴'이라는 캐릭터 역시 '타이렁'과 마찬가지로 본디부터 악당이었다기 보다는 부모에게 상처를 받고 내몰려 반대에 서게 된 캐릭터라 할 수 있을텐데, 그러한 점이 이 '쿵푸팬더' 시리즈가 갖는 특별한 (어쩌면 가장 특별한) 점이 아닌가 싶다.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차원이 아니라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운명론과 결부하여 깊은 의미가 있지 않나 싶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글이 아닌 별도의 글을 통해 다시 한번 다뤄볼 예정이다.


그 결과가 허무하던 그렇지 않던 간에, '쿵푸팬더 2'는 포의 근원을 찾아가는 또 다른 여정이다. 전편이 '용의 전사'로서 각성하게 되는 과정이었다면, 속편은 이미 용의 전사로 활약하게 된 포가 자신의 부모와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인 동시에 '마음의 평화'를 통해 쿵푸의 고수로서 한 발 더 나아가게 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이 두 가지의 이야기 모두 포의 근원과 관련된 것으로서 결국 하나의 여정으로 볼 수 있을텐데, 영화가 선택한 이 여정의 방법론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만약 단순히 포의 출생의 비밀에 관한 것으로 국한시켰더라면 굉장히 심심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며, 이 영화가 상당히 힘을 주어 얘기하고자 했던 '쿵푸'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하기 어려웠을 테지만, 두 가지 이야기의 적절한 접점을 찾은 것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쿵푸팬더 2'의 이야기가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이 시리즈가 애초에 몇부작으로 기획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시리즈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2편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지루하지 않게 오락적 요소와 맞물려 풀어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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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기술적인 면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전편에서도 느꼈던 점이지만 '쿵푸팬더'는 그 어떤 애니메이션보다 조명(Lighting)에 굉장한 퀄리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애니메이션에서 조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실사영화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을텐데, 그 가운데서도 '쿵푸팬더'는 매우 세심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조명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자연광을 논하는 것이 우습지만, '쿵푸팬더 2'에서는 이 작품 속 자연광의 사용이 실사 영화의 그것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대단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조명에 있어서 기술적인 우월함을 자랑하기라도 하는 듯, 다양한 밝기의 배경을 등장시키고 있으며, 실내와 실외, 자연광과 인공 조명, 불빛과 반사광 등 다양한 조명의 활용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작품의 장점은 추후 블루레이를 통해 좀 더 확연히 표현되지 않을까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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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맥스 3D의 볼거리도 충분한 편이다. 최근 들어 3D포맷으로 개봉하는 작품들이 많아지면서 반대로 3D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하락하고 있기도 한데, 이는 4D 상영이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작품과 3D가 별로 연관이 없지만, 억지로 포맷에 끼워맞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쿵푸팬더 2' 아이맥스 3D는 포맷과 작품이 잘 맞아떨어진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이미 입체 영화의 신기함에는 제법 익숙해진터라 더 이상 입체만을 강조하는 3D영화는 의미가 없지만, 아직까지 입체 효과에 신기함을 갖고 있는 관객들이라 하더라도 '쿵푸팬더 2'는 나쁘지 않은 3D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굳이 입체임을 억지로 뽐내지 않으려는 작품들의 단점이라하면 3D영화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 입장에서는 조금 심심한 작품이 될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포의 회상장면의 경우 일부러 2D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좀 더 대비되는 느낌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이 회상 장면의 경우 일반적인 본편이 실사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이라고 보았을 때 별도의 애니메이션 시퀀스를 두어, 관객들로 하여금 더 이상 본편을 애니메이션에 국한되어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대비는 '쿵푸팬더 2'의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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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 영화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멀리하는 터라, 이 영화의 감독이 한국계 여성인 여인영 감독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역시나 싶었다. 왜냐하면 작품을 보는 내내 오히려 전편보다 더 중국에 대한 이해가 높은 장면과 설정들이 나오는 걸 보고는 '어떤 서양 감독인지 중국 문화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었을 만큼, 어설픈 설정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계 감독이 아닐까? 라는 예상마저 했을 정도였는데, 중국이 만든 화약이라는 점을 스토리에 깊게 녹여낸 점이나 예전 '황비홍'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사자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시퀀스, 그리고 중국의 곳곳을 표현해 낸 디테일은 단순히 설화나 전설에 기대어 만든 것이 아니라 철저한 현장 조사를 통해 만들어 진 것임을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아,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 대해서도 이런 세계적 블록버스터를 통해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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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앞서 여러가지 이유들을 다 재쳐두더라도 '쿵푸팬더 2'는 가족오락 영화로서 러닝타임을 신나게 즐기기에 개인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다. 각각이 기대하는 바에 따라 만족도는 다를 수 밖에 없는 일이겠지만, 포에게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이다. 울고, 웃고 즐겼으니 이 정도면 대만족!



1. '쿵푸팬더 2'는 엔딩 크래딧을 끝까지 모두 디자인하였는데, 그 때문인지 다른 영화들보다 끝까지 크래딧을 즐기는 관객들이 더 많더군요. 굳이 쿠키 장면이 없더라도 관객을 끝까지 붙들어 놓을 수 있는 장치가 아니었나 싶네요.


2. 평소에도 엔딩 크래딧에 관심이 많아 주의깊게 보는 편이지만, 이번 크래딧에서는 놀라운 이름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더군요. 일단은 몽키의 목소리 역할을 맡은 성룡을 다른 캐스팅과는 다르게 'and'로 표기한 것이 이채로웠고, 캐스팅 가운데서는 장 끌로드 반담과 빅터 가버의 이름까지 만나볼 수 있어 놀라웠습니다. 그래도 가장 놀라웠던 이름이라면 길예르모 델 토로가 아니었나 싶네요. 참고로 델 토로는 'executive producer'와 'creative consultant'를 맡고 있는데,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야 말로 그의 주종목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가족영화라 그의 컨설팅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살아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네요 ㅎ


3. 본문에 있는 것처럼 '쿵푸팬더' 시리즈가 담고 있는 운명론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별도로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이것이 이 시리즈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흥미로운 부분이거든요!


4. 3편도 기대가 되네요. 대충 예상도 되구요. 과연 용의 전사 포의 운명은 어찌될지!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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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a_shitaka@nate.com)


오마주란 이런 것이다를 몸소 보여준 헐리웃 애니메이션

헐리웃이 동양 문화, 특히 쿵푸에 관심을 가져온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 1,2>를 제외한다면 이러한 높은 관심을 그에 걸 맞는 결과물로 완성시킨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중화 권과 같은 아시아 문화권에 속한 국내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그저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여지는 것에만 집중한 것이 역력히 보이는 이른바 ‘양키 센스’의 헐리웃 작품들에서는, 기대한 만큼 장점보단 단점이 더 부각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류의 영화들로는 성룡과 이연걸이라는 꿈의 조합으로 큰 기대를 모았으나 실망이 컸던 <포비든 킹덤>을 들 수 있겠고, 아직 개봉 전이지만 예고편이나 스틸 컷만으로도 전설의 괴작 반열에 근접하고 있는 <드래곤볼 에볼루션>을 (미리)예로 들 수 있겠다. 앞선 두 영화들은 어찌 보면 매우 혜택을 받은 영화들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전자는 중화 권 최고의 스타들이 직접 출연하고 있으며, 후자는 일본 최고의 망가인 <드래곤볼>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로 미뤄봤을 때 <쿵푸팬더>는 출발점 자체가 두 작품보다 훨씬 뒤쳐질 수 밖에는 없었던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배우가 출연하기는커녕 극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이고, 원작이 있기는커녕 순수 창작물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영화는 전체관람가의 가족 영화다) 그런데 이미 극장에서 확인했다시피 <쿵푸팬더>는 <킬 빌>에 버금가는 쿵푸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담고 있다. 단순히 담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표현해 내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놀랍다. 감독이 중국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쿵푸와 쿵푸 영화에 대한 디테일한 점들을 놓치지 않고 그려내고 있으며, 전통 쿵푸 영화들의 클리셰들을 잘 버무려 전 세계, 전 연령의 관객들이 즐거워 할 만한 멋진 애니메이션 한 편을 만들어낸 것이다.


사실 <쿵푸팬더>의 기본 줄거리는 어린 시절 <취권>을 비롯해 골든 하베스트사의 쿵푸 영화들을 보고 자란 이들이라면 너무도 익숙할 이야기와 인물 구조를 갖고 있다. <쿵푸팬더>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라면 이 같이 뻔한 이야기를 단순히 이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 새 옷을 입혀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익숙한 관객들 역시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동시에 신선한 재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혈관에 육수가 흐르는 루저 캐릭터인 ‘포’가 전설의 용문서를 전수 받는 ‘용의 전사’가 되는 과정은 클리셰가 집대성 된 스토리라고 볼 수 있지만, 이 과정 속에는 수 많은 오마주들과 설득력 가득한 장면들이 포진되어 있으며, 쿵푸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는 물론 <매트릭스>나 <스타워즈> 같은 헐리웃 영화들의 주요 모티브를 자신 만의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낸 점도 <쿵푸팬더>가 단순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 분류되어서는 안될 중요한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 자체에 대한 칭찬을 하느라 다 거론하지도 못했지만, CG 측면에서도 최고 수준의 애니메이터들과 영화 기술자들이 합작해 낸 놀라운 결과물이었고, 이러한 장점은 <쿵푸팬더> 블루레이를 통해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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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쿵푸팬더>가 영화적으로 다른 작품들에 비해 큰 혜택을 애초부터 부여 받은 작품은 아니었다 라고 얘기했었는데, 반대로 블루레이라는 차세대 영상 포맷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다른 실사 영화들보다 태생적으로 장점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아무리 화질 좋은 실사 영화들도 처음부터 100% 디지털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제작된 애니메이션의 화질에는 못미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면에서 어쩌면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화질 평가는 별개로 해야하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르겠으나, <쿵푸팬더> 블루레이의 화질은 이러한 점들을 다 감안하더라도 큰 이견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화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기대가 큰 영화들은 기대보다 더 좋아야만이 ‘좋았다’라는 평가를 그나마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국내 출시 이전에 이미 해외 리뷰 사이트들에서 별 5개 만점을 연달아 주기도 했던 <쿵푸팬더> BD 의 화질 평가는 필자로 하여금, ‘그래 얼마나 좋길래, 한번 두고보자’하는 식의 눈길을 은연 중에 갖게 했는데, 그래도 최고 평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을 정도로 레퍼런스급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아래 4장의 그림은 클릭하면 1920*1080 원본 사이즈의 그림으로 확대됩니다)






2.35:1의 화면비와 1080p의 화질로 수록된 영상은 레퍼런스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나중에 서플먼트에 관해 이야기할 때 더 자세히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만, 이 작품은 캐릭터를 구현해 내는 것과 장면 연출에 관한 기술적 측면에서 상당히 진일보된 CG 기술과 애니메이터들의 피나는 노력이 만들어낸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겠다. 한 때 애니메이션에서 그 기술력의 수준을 논할 때 ‘물’의 표현력을 가지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이후에는 <몬스터 주식회사>를 통해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것 처럼 ‘털’의 표현력이 이를 판단하는 주된 기준이 되었고, 나중에는 물에 젖은 털의 표현마저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아래 2장의 그림은 클릭하면 1920*1080 원본 사이즈의 그림으로 확대됩니다)



<쿵푸팬 더>의 그래픽은 그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온몸이 털로 뒤덮힌 캐릭터는 기본이고, 이 캐릭터가 옷을 입고 있다는 설정을 예로 들 수 있을 듯 하다. 일반적으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순식간에 장면을 감상하는 관객들은 피부에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조금만 애니메이터들의 작업 현장을 들여다보니 ‘포’처럼 털로 뒤덮힌 신체에 옷을 입고 있는 캐릭터를 구현해 내는 일이 얼마나 까다로운 작업인지를 알 수 있었는데, 잘 알다시피 <쿵푸팬더>의 캐릭터들은 여기에 ‘쿵푸’까지 하고 있으니 실로 최고 난이도의 작업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이런 디테일은 극장에서는 디지털이나 아이맥스 상영이라 해도 100% 확인이나 체험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블루레이의 훌륭한 화질을 통해 극장에서는 놓쳤던 미세한 디테일을 맛볼 수 있었다.



혹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지 못했거나 혹은 봤더라 하더라도 일부 장면에서 붉은색 혹은 녹색이 너무 진하게 - 마치 화질 문제로 인해 보정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 표현된 것은 아닌가 하고 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일단 블루레이에서도 이런 현상은 여전하다. 사실 극장에서 볼 때는 화질보다는 작품 자체에 집중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으나 리뷰를 위해 블루레이를 감상하면서는 본인조차도 이런 생각을 하며 갸우뚱 하기도 했었는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는 어디까지는 의도된 색감이며, 보이지 않은 감독의 의도를 반영하는 연출이라 할 수 있겠다.

감독인 마크 오스본과 존 스티븐슨이 참여한 음성해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쿵푸팬더>에는 거의 단 한번도 현실과 같은 ‘파란’하늘이 등장하지 않는데, 마치 화면 전체에 번지듯 사용된 색감은 각각 그 장면을 주도 하고 있는 정서나 캐릭터에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서, 블루레이의 선명한 화질을 통해 더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CG로 작업된 애니메이션의 경우 실사 영화에 비해 입체감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쿵푸팬더>의 경우는 영상 자체가 질감과 공간감이 잘 살아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깊은 블랙을 표현해낸 블루레이의 우수한 화질 덕분이라고도 할수 있을 것이다. 특히 본편 거의 마지막 부분에 포가 힘들어하는 시푸를 두 손에 안다시피 하는 장면에서, 포가 시푸를 들어 올릴 때 그 입체감과 공간감에 화면에서 한 발작 물러나 움찔하기도 했었는데, 몇몇 장면은 마치 3D 입체 영상을 보는 듯한 입체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쿵푸팬더>는 실사 영화 못지 않게 - 어쩌면 더 치밀하게 - 조명 연출에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캐릭터에 어떻게 빛이 드리워 지는지, 수 많은 청중들에게 어떻게 그림자가 지는지를 깊이 고민한 영상은, 깊은 블랙의 화질로 드디어 확인할 수 있었다. ‘드디어’라고 한 이유는 극장에서는 사실상 다 확인할 수 없었던 디테일 이었기 때문인데, 블루레이의 고화질 영상은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물론, 수 많은 캐릭터들이 동시에 등장하여 복잡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초반 제이든 궁전 장면에서 최고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Blu-ray Sound



<쿵푸팬더>는 모든 애니메이션 작품이 그러하듯이 실존하지 않는 사운드가 주를 이룬 영화이다. 특히 동물들이 주인공에다가 쿵푸라는 소재를 다루게 되면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이한 효과음들과 소리들이 담기게 되었는데, 배경음악 보다는 효과음이 더욱 중시되는 사운드라는 점에서 블루레이로서의 장점은 더욱 커진다.

<쿵푸팬더> 블루레이는 영어 돌비트루HD를 비롯하여 한국어 5.1 돌비디지털 채널을 수록하고 있다. 돌비트루HD로 제공되는 영어 더빙트랙을 우선 살펴보면 차세대 음향답게 기존 돌비트랙과는 차별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특히 타이렁이 감옥에서 탈출하는 시퀀스에서는 멀티 채널의 활용도와 음장감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타이렁에게 화살이 쏟아지는 장면과 타이렁이 이를 이용해 벽을 기어 오르는 장면에서는, 큰 규모의 소리들 가운데서 상대적으로 작은 타이렁의 발자국 소리 또한 잘 표현해 내고 있다.



또한 ‘무적의 5인방’이 처음 소개되는 장면에서 역시 공간감 활용도를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시퀀스다. 각 동물의 특성을 고스란히 살린 캐릭터답게 각 캐릭터가 내는 사운드도 각각인데, 쉽게 말해 그냥 ‘휙휙’이라고 표현하기에는 굉장히 디테일한 사운드로 이루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마지막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포와 타이렁의 듀얼 장면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사운드를 맛볼 수 있다. 특히 부숴지고 떨어지고 하는 과정 중에 생기는 먼지를 동반한 사운드는 우퍼 스피커를 통해 실감나게 전달되며, 각종 타격음들도 배경음악에 묻히지 않고 선명하게 재생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한스 짐머와 존 파웰이 참여한 사운드트랙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했는데, 작품에 걸맞게 동양적이면서도 애니메이션 특유의 재미를 표현해낸 음악 역시, 효과음들과는 별개로 후방을 든든히 지원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타이틀로서(특히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가장 먼저 꼽게 되는 조건은 화질도 음질도 아닌 우리말 더빙의 수록 여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쿵푸팬더>는 우리말 더빙 트랙이 돌비디지털 5.1채널로 수록되어 있다. 사실 포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잭 블랙을 비롯해 오리지널 더빙 연기자들이 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앞선 이유 때문에 더빙 수록이 간절한 국내 유저들을 위해 수록된 우리말 더빙의 퀄리티도 괜찮은 편이라 하겠다.


음질 자체를 봤을 때 돌비트루HD의 영어 더빙 보다는 그 임팩트가 부족할 수 밖에는 없지만, 김기현 씨를 비롯한 국내 성우진들이 연기한 우리말 더빙도 그 만의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한국어 자막보다 더 알기 쉽고 친숙하게 풀어놓은 우리말 더빙의 대사들은, 더빙의 타겟이 되는 대상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기획된 것임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재미있는 건 우리말 더빙으로 감상을 하면 엔딩 크래딧과 함께 국내 개봉 시처럼 비(Rain)가 부른 아시아버전 ‘Kung Fu Fighting’이 흐르고, 영어 더빙 버전으로 감상하면 엔딩에 CEE-Lo가 부른 곡이 나온다는 점이다. 국내 개봉 시에는 오리지널 버전이라 할 수 있는 CEE-Lo의 곡을 들을 수가 없었음으로 오히려 오리지널이 반가운 경우라 하겠다.

Blu-ray Special Features



‘쿵푸팬더 속으로’라고 이름지어진 메인 서플먼트 가운데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역시 ‘제작자의 음성해설’을 들 수 있을텐데, 감독인 마크 오스본과 존 스티븐슨이 참여한 음성해설을 통해, 영화를 보면서 미처 알 수 없었던 뒷 이야기들이나 의도적으로 삽입한 장면이나 설정 들, 그리고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어떤 영화들을 참고했는지에 대한 정보등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앞서 초반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제대로 된 오마주를 담아낸 영화임은 알고 있었지만, <소림 36방>을 비롯해 마니아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고전 홍콩 쿵푸 영화들까지 참고한 감독의 정성과 노력을 엿볼 수도 있다. 그리고 각 장면을 연출한 애니메이터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들을 수 있었고, 영화의 내용에 관한 깊은 이야기와 정서에 관한 생각도 들려주고 있다. 새삼 느낀 거지만, 감독이 들려주는 음성해설을 듣고 있노라니 이들이 정말 ‘제대로’ 동양문화와 쿵푸를 꿰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성해설 트랙외에 ‘트리비아 트랙’을 자막 선택화면에서 지정할 수 있는데, 영화에 뒷 얘기라고 할 수 있는 트리비아 트랙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좋으나 - 예를 들어 무적의 5인방과 타이렁이 다리에서 대결을 펼치는 장면에서는 ‘인디아나 존스 미궁의 사원’을 참고했다는 식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자막으로 선택된다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별도의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짧고 간단한 정보만을 지원하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은 영어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 자막이 더 필요한 서플먼트이기도 한데 더군다나 트리비아 트랙을 선택하면 영어 더빙 감상시 본편에 대한 자막 또한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서플먼트 가운데는 ‘애니메이터 코너’라는 메뉴가 있는데, 이 역시 PIP형식을 통해 영상을 제공하고 있지만 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캐스팅 만나보기’에서는 ‘포’를 연기한 잭 블랙을 비롯해, ‘시푸’역의 더스틴 호프만, ‘몽키’역의 성룡, ‘바이퍼’ 역의 루시 리우, ‘타이그리스’역의 안젤리나 졸리, ‘타이렁’역의 이안 맥쉐인 그리고 ‘맨티스’역의 세스 로건과 ‘크레인’역의 데이비드 크로스, ‘우그웨이’역의 렌달 덕 김의 인터뷰와 연기 장면을 만나볼 수 있다.

보통 애니메이션 더빙의 경우 완성된 영상에 더빙만 입히는 것이 대부분인데, <쿵푸팬더>의 경우는 영상을 다 완성하기 전에 진행되어 더빙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모습과 동작들을 따로 촬영해 목소리 연기를 담당하는 배우들의 습관이나 표정들이 실제 애니메이션 캐릭터에게 적용이 되도록 제작된 경우다.

그래서 ‘포’에게서는 단순히 목소리 뿐 만 아니라 표정이나 동작에서 잭 블랙 만의 익살스러움을 느낄 수 있으며, ‘시푸’에게서는 더스틴 호프만의 노련함이, ‘맨티스’에게서는 세스 로건의 조크가 담겨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맨티스’ 같은 경우 극장에서 관람할 때는 비중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 별로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세스 로건의 연기로 인해 ‘맨티스’라는 캐릭터 자체가 대사나 방향이 많이 틀려졌다고 한다.



‘한계를 넘어서기’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털이난 캐릭터가 옷을 입고 거기에다 쿵푸까지 한다는 설정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애니메이터들의 기술적 이야기들을 전해들을 수 있고, ‘국제보호기구 : 야생팬더를 구해주세요’에서는 잭 블랙의 진행으로 점점 지구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팬더에 대해 인간들로 하여금 경종을 울리는 공익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내용만으로 보면 매우 공익적이라 지루할 수 있는 영상인데, 잭 블랙의 재미있는 진행과 더불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영상 덕분에 끝까지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포의 파워플레이’에서는 영화와 관련된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해볼 수 있는데, ‘용의 전사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는 유저가 직접 ‘포’의 입장이 되어 영화 속에 등장했던 무적의 5인방의 수련 방법을 하나씩 게임 형식으로 진행해 볼 수 있다. 이 게임이 은근히 쉽지 않은데 이유는 조작 방법이 영어로만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두 뒤섞기’는 이름 그대로 영화 속 시푸가 포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리저리 그릇 속에 만두를 넣고 섞은 다음 직접 맞추는 게임인데, 큼지막한 한글로 메뉴가 구성되어 있어 시원시원함 마저 느낄 수 있었다.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만두 뒤섞기’의 경우 게임 자체가 워낙 쉽기 때문에 굳이 한글화 하지 않아도 되었을 듯 하고, ‘용의 전사 트레이닝 아카데미’는 조금 설명이 필요한 경우라 할 수 있을 텐데, 정작 후자에는 한글메뉴가 지원되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


‘캐릭터 그리기’는 영화 제작에 참여한 애니메이터가 직접 등장하여 영화 속 캐릭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기 쉽게 처음부터 그려주는데, 마치 예전 EBS를 통해 방영되었던 ‘밥 로스의 조이 오브 페인팅’(일명 그림 아저씨)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직접 6가지 주요 캐릭터 가운데 선택할 수도 있다.

'쿵푸의 소리와 움직임’에서는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이 영화의 사운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담고 있다. <쿵푸팬더>의 사운드는 <반지의 제왕> <킹콩> <트랜스포머>등에서 사운드 효과를 담당한 에단 반 더린이 참여하고 있는데, 앞선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소리를 새롭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고생도 했지만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는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다.



‘KUNGFU FIGHTING’ 뮤직비디오는 CEE-Lo가 부른 오리지널 버전이 수록되었는데, 영화 속 기존 장면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뮤직비디오만을 위해 제작된 장면들도 있고, 잭 블랙과 CEE-Lo가 등장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을 듯 하다. ‘팬더 춤 배우기’‘쿵푸 할 줄 아나요?’는 마치 교육용 DVD를 보는 듯한 영상이 수록되었는데, 흑인 여성 댄서가 아이들과 함께 등장해 팬더 춤 동작을 친절히 설명해 주기도 하고, 여섯 동물을 기본으로 한 캐릭터 별 쿵푸 스타일과 무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팬더의 나라’라는 메뉴에 담긴 서플먼트들은 영화 자체 보다는 배경이 되는 중국 문화와 역사 혹은 무술에 관한 정보들이 담겨있는데, 아시아권 유저들을 대상으로 했다기 보다는 북미권 서양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성격의 영상들이라 할 수 있겠다.

‘핑의 국수집’에서는 실제 중국 식당에서 국수면발을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면서 이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밀가루 반죽이 주방장이 동작을 거듭할수록 얇은 면발로 변하는 것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젓가락 사용하는 법’ ‘12지신 속으로’ ‘쿵푸팬더의 동물들’ ‘당신이 싸우는 스타일은’ 등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친절하게 관련 문화 정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비디오 쥬크박스’에서는 <슈렉 1,2,3> <헷지> <마다가스카> <샤크>등 드림웍스 전작들의 뮤직비디오를 선택하여 감상할 수 있다. 참고로 이 역시 일부 작품의 경우 더빙을 우리말로 설정했을 경우 우리말로 진행되는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다.

[총평] 블루레이라는 차세대 영상 포맷이 가정용 기본 영상소스로 자리잡으려면, 무엇보다 온 가족이 즐길 만한 진정한 ‘가족용’ 타이틀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쿵푸팬더>BD는 어른들에게는 재미와 추억을 선사하고, 아이들에게는 우리말 더빙을 통해 한결 더 가깝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의 블루레이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

내용면에서도 그렇고 레퍼런스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훌륭한 화질과 음질은, 무언가 하나가 만족스러우면 다른 하나가 아쉬운 적이 많았던 블루레이 시장에서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인 것은 물론 일터. 곧 대홍수처럼 쏟아져 나올 올 상반기 블루레이 시장 가운데서도 <다크나이트>BD 이후 가장 많은 인기를 끌 블루레이 타이틀이 될 것을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2009.01.26 | 아쉬타카 (a_shitak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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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 팬더 (Kung Fu Panda, 2008)
이런것이 진정한 오마주!

사실 <쿵푸 팬더>는 진작부터 봐야지 했던 영화는 아니었다. 포스터의 때깔만 봤을 때는
<마다가스카>정도의 영화로 생각되어 그랬던 것이었는데, 개봉이 되고 나서 흘러나오는 영화 평들은
모두 다 호평들 일색이었다. 더군다나 이것이 이름만 '쿵푸'영화가 아닌, 진정한 '쿵푸'영화라는
평들은 얼마전 실망했던 <포비든 킹덤>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늦었지만 이제야 보게 되었다.



(여기서부터 끝날때까지 스포일러 입니다)

<쿵푸 팬더>를 보면서 여러가지 다른 영화들이 떠올랐는데, 그 중 가장 많이 떠올랐던 것은 <매트릭스>였다.
이 영화는 드림웍스의 전작인 <슈렉>과 비슷한 루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그리고 있지만, 여기에 쿵푸라는
중국적인 요소를 배경으로 하면서 <매트릭스>와 상당히 밀접한 분위기로 이 루저가 그려지게 된 것이다.
주인공 '포'는 혈관에 육수가 흐르는 국수집 아들이지만, 쿵푸와 무적의 5인방, 그리고 그들에 대한 전설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팬이기도 하다. 외모로보나 실력으로 보나 포가 용문서의 전수자라고는 보기가 힘들지만,
대사부는 포를 지목하고, 여기서 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포 스스로도 자신이 용의 전사(?)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무적의 5인방은 물론, 그들의 스승인 시푸 역시 포를
운명의 정해준 전사라고는 믿지 않는다. 이 설정은 <매트릭스>의 the One의 개념과 거의 흡사하다.
네오도 처음에는 스스로도 믿지 못하고, 주변에서도 아무도 믿지 못하지만, 차차 주변에서도 믿게 되고,
최종적으로 스스로도 믿게 되면서 진정한 the One이 되는 이야기 구조는 <쿵푸 팬더>에서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 영화에서 '포'의 존재보다 개인적으로 더 인상깊게 보았던 것은 바로 '스승과 제자'의 개념이었다.
이는 쿵푸 영화에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으로, 어리석은 제자를 현명한 스승이 가르쳐 깨우침을 주는 과정을
주로 그리는데, 이런 과정을 미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세심하고
정확하게 묘사해 내고 있다(앞서도 언급했지만, 성룡과 이연걸을 데리고도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던
<포비든 킹덤>과 비교해본다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통 쿵푸 영화들에서 보면 처음에는 완전 몸치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다가, 차차 조금씩 눈을 떠가면서
나중에는 어느덧 고수가 되는 과정을 대사 없이 훈련장면과 배경음악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이후에 꼭 함께 하는 식사 시퀀스가 나오는 것도(예전 성룡 주연의 영화들을
보면, 훈련 장면 이후에는 식사장면이 나오는 영화가 아주 많다)그대로다.
또한 젓가락을 이용한 쿵푸 장면 역시 여러 홍콩 영화들을 떠올리게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성룡의 작품들도
많이 떠올랐었지만 특히 <호소자>에서 삼형제가 젓가락으로 파리를 잡는 내기를 하는 장면이 더 떠올랐다 ㅋ

결과적으로 이 스승과 제자의 개념, 즉 '마스터'의 개념의 도입으로 이 작품은 좀 더 쿵푸 영화에
가까워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매트릭스>만큼 떠올랐던 영화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스타워즈 에피소드 3>였다.
바로 악당인 타이렁에 관한 시퀀스에서 등장하는 시푸와 타이렁의 뒷 이야기는 흡사 오비완과 아나킨의
관계가 떠올랐다. 엄청난 재능과 실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오만함을 갖게 되는 것은 아나킨의 모습과도
흡사했고, 자신의 아들과도 같은 아나킨과 대적할 수 밖에는 없었던 오비완의 슬픔은, 시푸에게서 엿볼 수 있었다.

모습적으로는 시푸가 요다에 가까워보이지만, 설정 상은 대사부 우그웨이가 요다에 더 가깝다고 해야할 것 같다
(사실상 <스타워즈>를 염두에 둔 작품도 아닐테니 큰 의미는 없겠다만;;;). 장면적으로 타이렁이 오래전
용의 문서를 빼았기 위해 공격을 해왔을 때에 우그웨이가 갑자기 뛰어올라 타이렁을 제압하는 것을 보면,
흡사 <스타워즈 에피소드 2>에서 약간은 촐싹거리게 까지 보였던 요다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었다.



그래서 어쩌면 악당 역할인 타이렁의 캐릭터가 좀 더 인상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표면적으로는 '포'가 루저를 대변하는 캐릭터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악당이 된 타이렁이 더 루저가 아니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열심히 수련한 덕에 용의 문서를 전수받을 만한 고수가 되었지만,
실력이 아닌 운명에 의해 거절 당했던 타이렁이 삐뚫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전수자로 유력한 타이그리스 역시 이런 점에서 안쓰러운 캐릭터가 아닐 수 없겠다.



영화를 보면서 또 하나 놀랐던 것은 전제 관람가의 애니메이션 작품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훌륭한
액션 구성 때문이었다. 놀라운 수준의 CG로 표현된 화면을 배경으로(시작 장면에 국수집과 2층 포의 방의
그래픽은 거의 실사를 방불케 했다), 각종 무기와 권법에 따라 달라지는 액션 시퀀스는 단순히 볼거리에만
치중했다기 보다는 오마주와 더불어 치밀한 계산에 의해 연출된 액션 장면들이었다.
주성치가 이미 이소룡 영화와 더불어 선배들의 쿵푸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훌륭하게 보여주었듯이,
<쿵푸 팬더>는 주성치 영화의 재미와 오마주를 애니메이션으로 또 한번 업그레이드한 느낌이었다.



<쿵푸 팬더>를 이야기하면서 더빙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텐데, 확실히 잭 블랙이 연기한 포의 목소리
연기는 환상적이었다. 사실 목소리 연기보다도 더 놀라웠던 것은 포의 표정연기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표정 연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변화무쌍하고 환상적인 표정연기였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단순히 목소리 연기만을 염두해두고 잭 블랙을 캐스팅 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캐릭터를 만들고
이미지화 할때 잭 블랙의 연기와 이미지를 염두해 둔 것이라고 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단지 잭 블랙
뿐 아니라, 더스틴 호프만이나 안젤리나 졸리 같은 경우도 이와 비슷한 경우라 해야겠다.

사실 이들 외에도 크레인 역의 데이비드 크로스나 바이퍼 역할의 루시 리우, 몽키의 성룡, 맨티스의 세스 로건 등
화려한 배우들이 성우로 연기하고 있지만, 특히나 성룡이 경우 대사가 별로 없어서 성룡만의 느낌을 전달
받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교도 소장 같은 경우는 분량은 적었지만 그 특유의 목소리 때문에
마이클 클락 던컨 인줄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


최근 심심치 않게 헐리웃에서 홍콩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제대로된 영화가 하나 나온 듯 하다. 사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줄거리와 대사들이 힘을 얻게 된 것은
바로 쿵푸 영화의 팬들이라면 쉽게 지나치지 못할 여지를 남겨둔 연출력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1. <매트릭스>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장면적으로도 마지막에 포가 타이렁에게 맞아 둥그렇게 패인 땅 위에
   누워있고 그 옆에 타이렁이 서서 내려다보는 장면은, <레볼루션>의 마지막 장면에서 스미스가 역시
   둥그렇게 파인 구덩이 안에서 누워있는 네오를 바라보는 장면이 떠올랐다.

2. 다들 아시는 것처럼 엔딩 크래딧이 끝나고 추가 장면이 나온다(그런데 극장에서는 아무도 몰랐는지
   나 혼자봤다 --V)

3. 사실 추가장면 보다도 엔딩 크래딧과 함께 나오는 에필로그 장면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냥 나가는것 같아 내가 다 아쉽더라. 생각나는 몇가지만 언급해보자면,
   포는 무적의 5인방 피규어 외에 자신의 피규어도 추가하게 되었고, 타이렁 사건 이후 웃음을 잃었던
   시푸는 웃음을 되찾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것 외에도 영화 속 장면들이 아니라 말그대로 에필로그 장면이어서
   이것도 절대 놓치면 안될듯.

4. 아이맥스로 토요일날 또 보러 간다 --V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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