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한국 영화 감독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故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인 '하녀 (1960)'가 드디어 블루레이로 발매된다. 그것도 크라이테리언 시리즈로! 이미 국내에 출시된 DVD를 통해 오랜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복원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바로 그 때 이 작품의 복원 작업을 진행했던 세계영화제단 (World Cinema Foundation, 이하 WCF)의 수장인 마틴 스콜세지로 인해, DVD가 아닌 블루레이로도 '하녀'를 만나볼 수 있게 된 것.



참고 지난 글 - 하녀 DVD리뷰 _ 기이한 그 남자의 대표작 '하녀'

http://www.realfolkblues.co.kr/1049




이번 '하녀' 블루레이는 '마틴 스콜세지의 월드 시네마 프로젝트 (Martin Scorsese’s World Cinema Project)'라는 콜렉션 형태로 발매 될 예정인데, '하녀' 외에도 다섯 작품이 더 수록되어 총 6개의 작품이 함께 수록되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보는 바와 같이 단독 발매가 아니라 콜렉션 형태로 발매된다는 점인데, 마틴 스콜세지의 안목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하녀'에는 특별히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가 스페셜 피쳐로 추가될 예정이며, 부클릿에는 김경현 교수의 에세이도 수록될 예정이라고 한다. 블루레이 콜렉션에 수록된 작품들의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타이틀은 12월 발매 예정인데, 김기영 감독의 팬으로서 이건 구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 외에도 크라이테리언의 9월부터 12월 사이의 라인업은 정말 영화 팬들이라면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는 엄청난 작품들이 준비하고 있는데, 잉마르 베리만의 '가을 소나타 (Autumn Sonata, 1978)'가 9월 17일 발매예정이며,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함께한 3작품 콜렉션도 9월 24일 발매예정이다. 10월에는 존 카사베츠 감독의 콜렉션도 발매 예정이며, 찰리 채플린의 '시티 라이트 (City Lights, 1931)'이 11월 12일,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 (Tokyo Story, 1953)'도 11월 19일 발매 예정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크라이테리언으로 만나는 밀양 블루레이

(The Criterion Collection - Secret Sunshine Blu-ray)



일단 '밀양' 블루레이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간단하게라도 크라이테리언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The Criterion Collection)은 LD 시절 부터 매니아들 사이에서 인정받던 브랜드로서, DVD 시절 부터 흔하게 쓰였던 일종의 특별판 (Special Edition)을 처음 만든 회사였다. 크라이테리언이 2차 영상물 시장에서 최초로 한 것들을 꼽아보자면, 4:3 비율의 TV와 스캔이 전부이던 때에 처음으로 레터 박스를 통해 와이드 화면비를 풀스크린의 TV에서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하였으며, 부가영상 (Supplement)의 개념을 최초로 수록한 것도 크라이테리언이었다. DVD나 블루레이를 즐기는 또 다른 핵심 재미인 감독과 배우, 스텝들의 코멘터리, 제작과정 메이킹 영상, 각종 예고편 등의 부가영상들이 바로 크라이테리언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


이런 구성적이고 기술적인 측면이 어느 정도 보편화 된 후부터 크라이테리언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이른바 예술영화라고 불리는 작품들을 완벽한 원본 재현으로 복원하여 내놓으면서 부터다. 단순히 스펙적인 측면에서 최고의 화질과 사운드를 수록한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원본에 가장 가깝도록 복원하는 것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매니아들 사이에서 더욱 인정을 받게 되었으며, 이 부분에 있어서는 브랜드 자체가 스스로 굉장한 자존심으로 임하고 있다는 점도 여러 일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은 단순한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 컬렉션으로서, 작품으로서도 크라이테리언으로 출시된다는 자체 만으로 '인정' 받았다는 의미를 갖게 되기도 했다.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은 영어 자막만 수록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렇기 때문에 스펙적인 측면과 소장 가치 높은 컬렉션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장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내 팬들로서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인데, 바로 이 크라이테리언에서 이창동 감독의 우리 영화 '밀양'이 출시된 것이다. 이창동 감독이야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감독으로서 그 동안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크라이테리언 출시에 대한 기대와 예상이 오갔었는데, 드디어 크라이테리언 로고를 달고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을 손에 받아보고 나니,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크라이테리언 컬렉션답게 작품의 이미지를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표현하는 커버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밀양 : 블루레이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타이틀은 파란 밀양의 하늘을 담은 프린트의 BD디스크와 간단한 소개와 스틸컷 등이 담겨있는 부클릿으로 구성되어 있다.







블루레이 디스크를 넣으면 아래와 같은 메뉴 화면이 등장한다.









영화 초반 주인공 모자가 밀양으로 이사오게 되는 그 차안에서 바라본 밀양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심플한 메뉴 디자인은,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의 멋스러움을 더한다. 메뉴 구성도 간단해서 챕터 선택 메뉴와 영어 자막 ON/OFF 메뉴, 이창동 감독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는 영상과 미국 개봉 예고편이 담긴 서플먼트가 전부다.


(블루레이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답게 블루레이의 화질은 역시 만족스럽다. 이창동 감독의 많은 작품들이 그렇지만 이 작품 '밀양' 역시 자연광이 상당히 많이 사용된 조명이 매우 중요한 작품인데, 영화의 이런한 조명을 블루레이는 세심한 터치로 놓치지 않고 있다. 빛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감도, 그리고 빛이 만드는 공간감을 그대로 살려낸다. '밀양'이라는 작품이 드라마라는 장르라서 액션 영화에 비해 화질이 그다지 중요할까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이 블루레이를 보다보면 그 중요성을 아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창동 감독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는 부가영상 'LEE CHANG-DONG ON THE SET OF "SECRET SUNSHINE'이 수록되어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그 동안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 아니면 자막 등의 압박으로 쉽게 선택하기 어려웠던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로, 우리 영화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는 자체로 반가운 일이며 그 작품이 깊은 인상을 주었던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앞으로도 세계에서 인정받는 우리 감독들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꾸준히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he Criterion Collection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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