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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Sully, 2016)

모두가 살아남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설리 (Sully, 2016)'는 잘 알려졌다시피 2009년 허드슨 강에서 일어났던 항공기가 추락사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얼마 되지 않은 이야기라 당시 뉴스를 통해 접했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데 이 사건이 놀라웠던 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항공기 추락 사고였음에도 승무원과 탑승객을 포함한 155명 전원이 무사히 구조되었다는 점이었다. 이 영화의 제목인 '설리'는 당시 항공기의 기장이었던 체슬리 설리 설렌버거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고독한 영웅의 서사를 꾸준히 그려온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목한 건 항공기의 추락이라는 재난 영화적 성격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건의 중심에 있던 설렌버거라는 한 사람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영화 '설리'는 일단 일반적인 재난 영화들과 방향성을 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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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시점은 사고 이후에 있다. 사고 이후 설렌버거 기장 (톰 행크스)과 부기장 제프 스카일스 (아론 에크하트)는 조사위원회에게 조사를 받으며 압박을 받게 되는데, 주된 요인은 허드슨강에 착륙해야만 했는가 즉, 이륙한 공항을 비롯해 주변의 다른 가까운 공항으로 착륙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나 라는 의문에 대한 것이었다. 여기서 영화는 상당히 건조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취한다. 기적을 이뤄낸 영웅이라는 미디어의 찬사를 건조하게 늘어놓는 동시에 과한 관심과 집중을 불편해하는 설렌버거와 가족들의 모습을 겹쳐 놓고, 또한 조사를 받는 가운데 혹시 자신이 실수를 했을지도 모른다고 고민하는 설렌버거의 모습과 더불어 이를 추궁하는 조사위원회 인물들을 그릴 때도 쉽게 나쁜 의도를 가진 악한 자로 단순화시키지 않는다. 이렇게 객관적이고 건조한 시선을 보여주게 되면서 영화는 자연스럽게 이 추락사고라는 직접적인 사건에서 멀어져 설렌버거라는 한 사람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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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감독의 의도가 어떠하였든 간에 결국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관객 각각이 어떤 경험들을 했는 가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가 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설리' 역시 감독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의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최근의 기억, 아니 트라우마를 떠올릴 수 밖에는 없었다. 바로 세월호 참사다.


'설리'는 여러 면에서 세월호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허드슨 강에서 벌어진 항공시 추락사고와 세월호 참사는 정반대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장 대표적이 지점은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관제소는 데이터에 따라 다른 공항들로 회황하는 것을 제안했지만 기장은 직관적으로 이를 거부하고 허드슨 강에 착륙하는 모험을 택했고 결론은 전원 구조였다. 즉,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부분이라면 특히 더 시스템의 선택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감독의 메시지가 담겨 있지만, 세월호 사건은 이와는 전혀 다르게 시스템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정상적인 시스템을 인간들이 스스로 무시하고 은폐하는 과정 속에서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던 생명들을 앗아간 경우였다 (혹여 이것을 똑같이 시스템을 무시하고 인간의 직관대로 행동했지만 결과가 다른 경우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더 이상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리고 9.11을 겪은 뉴욕의 재난, 구조 시스템은 셀렌버거의 선택과 더불어 완벽하게 기능하여 20여분 만에 전원을 구조해 낸 반면, 세월호의 경우 인명의 구조에 앞서 다른 사사로운 것들을 눈치 보고 챙기느라 오히려 시스템 밖에서 도움을 주고자 한 이들의 손길마저 차단하며 믿기지 않게도 전 국민이 그저 지켜볼 수 밖에는 없었던, 사실상 그들은 아무도 구조하지 않은 끔찍한 참사였다. (그럴 린 없지만) 마치 한국 관객 보라는 듯이 빨리 몸을 피하라는 승무원에 말에도 끝까지 남은 탑승객은 없나 위험을 무릅쓰고 확인한 뒤 맨 마지막으로 항공기에서 탈출하는 셀렌버거의 모습에서, 떠올리려고 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제일 먼저 탈출했던 세월호 선장의 모습이 기분 나쁘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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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설리'는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미국이라는 국가가 재난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그리고 이스트우드는 이 기적 같은 사건과 셀렌버거라는 인물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했는가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였을 텐데,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점들이 잘 들어오지 않았던 것처럼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는 세월호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였다.


155명 전원을 구조했다는 대사가 나올 때. 승무원들이 구조 과정 속에서 침착하게 자기 역할을 해내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안전하게 승객들을 피신시킬 때. 추락하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구조 관련 인력들이 재빠르게 현장에 도착해 추락한 항공기를 둘러싼 장면을 보았을 때. 그 외에 많은 장면들을 보면서 왜 세월호 때는 그러지 못했나. 작은 한 두 가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했더라도 수많은 생명들이 그 바다에서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계속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오늘은 아무도 죽지 않아요'라는 말. 그리고 '모두가 살아남았다'라는 헤드라인들.

세월호도 그래야 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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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 블루레이 리뷰


간단한 줄거리..

거스 로벨(클린트 이스트우드)’은 야구방망이가 갈라진 것만 봐도 좋은 투수를 알아보는 수십 년 동안 야구계에서 최고의 스카우트였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력은 점점 떨어지고 구단은 그의 판단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위기에 놓인 그는 자신의 인생이 연장 없는 9회말 2아웃일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스카우팅 여행을 떠난다. 파트너는 다름 아닌 어느 순간부터 사이가 나빠져 남보다도 못하게 서먹해진 딸 ‘미키(에이미 아담스)’. 껄끄럽고 불편한 동행에 나선 두 사람은 오랜 시간 가슴에 묻어두었던 둘의 과거에 대한 진실을 발견하면서 앞으로 남겨진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역전 찬스를 만나게 되는데…


배우로 다시 만난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8년 '그랜토리노' 이후 배우로서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며 은퇴를 선언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다시 배우로서 복귀해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 바로 이 작품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Trouble with the Curve, 2012)'이다. '그랜토리노'를 보면 알 수 있지만 확실히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배우로서의 자신을 되돌아 보며 마지막으로 '그랜토리노'를 택한 것은 완벽한 선택에 가까워 보였었다 (그 이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배우로 복귀하였지만 그래도 '그랜토리노'에 대한 이런 평가에는 변함이 없다)






이 작품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의 내용은 둘째치고 제작과 관련된 이야기를 살펴보면, 그의 배우 복귀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작품으로 처음 연출을 맡은 로버트 로렌츠가 누구인가를 따져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로버트 로렌츠는 이미 오래 전부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에 제작과 조감독 등으로 인연을 맺어 온 '멜파소 프로덕션 (Malpaso Productions)'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가 처음으로 연출을 맡는 작품을 클린트 이스트우드로서는 돕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지난 작품들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그의 스텝들은 길게는 수 십 년 짧게도 수년 간을 함께 해온 가족 같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런 스텝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로렌츠가 첫 연출을 하게 되었는데 어찌 이스트우드가 출연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로버트 로렌츠에게는 조금 미안한, 하지만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운 평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최근작 '그랜토리노'나 '밀리언달러 베이비' 등을 떠올리게 될 만큼 이스트우드의 연출 작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것이 왜 자연스러운 평가인가 하면 오랜 시간 이스트우드의 조감독으로 활동해 온 것은 물론, 그의 스텝들이 거의 대부분 그대로 참여하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스토리 측면에서도 또 다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로 자연스럽게 읽혀진다. 마치 그가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이 평범한 이야기가 조금은 남다르게 느껴지는 건 바로 그 가운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본인 스스로를 본격적으로 노인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영화 속 캐릭터를 실존하는 본인 자신과 동일시 시켜왔는데, 이 작품에서 연기하고 있는 '거스'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어울리지 못하고, 아니 어울리려고 하지 않고 본인이 옳다고 믿는 것을 고집스럽게 지키면서도 다른 한 편으론 어쩔 수 없음을 뒤늦게 인정하고 마는 최근 작에 등장한 캐릭터들의 모습은, 극중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겹쳐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가 스스로를 규정하는 방식은 그의 오랜 팬들에게 쓸쓸함과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데, 그러면서도 여전히 힘을 잃지 않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배우의 힘을 새삼 체험하게 만든다.

비교적 평범한 이 이야기를 자연스럽고 끝까지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드는 데에는 노련한 배우들의 힘도 컸다. 존 굿맨, 에이미 아담스, 로버트 패트릭, 매튜 릴라드 같은 배우들은 물론, 최근 정말 오랜 만에 새 앨범을 내고 다시 가수로 돌아온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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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화질은 블루레이 평균 수준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특별히 좋은 화질이라고 보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단점이 도드라지는 화질도 아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멜파소 프로덕션의 작품들은 좀 더 필름 라이크한 영상을 추구하는 편인데, 그 특유의 색감과 분위기가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어두운 장면의 표현도 크게 나쁘지 않고, 전반적으로 편안하게 감상하기에 무리가 없는 화질이다.


▼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 역시 잔잔한 드라마를 오버하지 않고 편안하게 들려준다.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대사 위주의 드라마라 사운드 적인 매력은 좀 덜한 작품이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야구 경기 장면에서는 좀 더 디테일 한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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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영상으로는 'Rising Through the Ranks'와 'For the Love of the Game' 이렇게 두 개의 영상을 수록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감독인 로버트 로렌츠를 중심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의 인연과 그의 첫 연출작으로서의 경험에 대해 들려준다.


두 번째 부가영상에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에이미 아담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맡은 캐릭터와 상대 배우에 대해 짧게 들려준다. 각각 5분, 6분 남짓한 부가영상으로 분량 상으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총평]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오랜 파트너였던 로버트 로렌츠의 첫 연출 작이자, '그랜토리노' 이후 이스트우드의 연기를 오랜 만에 만나볼 수 있었던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는 비록 비범하지는 않지만 보는 내내 즐겁고 유쾌하면서 때론 찡했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4년만에 다시 스크린에 복귀하여 주연을 맡았기에 또 다른 의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부디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작품 활동을 계속해 주시길 팬으로서 간절히 바래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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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거 빙벽 (The Eiger Sanction, 1975)

이스트우드의 산악 첩보 영화



현존하는 배우 출신 감독 가운데에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최고이며, 그냥 감독으로만 보아도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특별전을 (거기다가 스필버그와의 조인트 기획전이라니!)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갖는 다길래, 별로 주저하지 않고 부산행을 택했다. 이번 특별전은 이스트우드와 스필버그의 초기작 들을 선보이는 자리였는데, 이스트우드의 작품 가운데는 이 작품 '아이거 빙벽 (The Eiger Sanction, 1975)'을 보게 되었다. 예전 DVD로 얼핏 본 것 말고 제대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대형 스크린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된 기회를 얻은 것 만으로도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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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웨인, 존 포드의 서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바로 그 곳. 역시 서부 영화가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이스트우드는 이 곳을 굉장히 비중있게 담아낸다)



'아이거 빙벽',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아이거 제재'라고 번역해야 할 텐데,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현재는 교수로 지내고 있는 전직 요원 조나단 햄록 (클린트 이스트우드)이 마지막 임무 (임무가 바로 아이거에서 상대를 제재 = 암살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즉, 냉전 시대의 첩보물을 기본으로 산악 액션 영화가 가미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전체적으로 보자면 지금의 이스트우드 작품의 완성도에는 많이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몇 가지 흥미로운 점들은 엿볼 수 있었다. 일단 오프닝 시퀀스는 지금봐도 멋스럽고 두근거릴 정도로 참 매력적이었다. 최근 본 영화 가운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오프닝이었는데, 그 음악과 더불어 (이 영화도 그렇고 당시의 영화들은 참 영화 음악이 좋다) 별다른 설명이나 부가적인 장치 없이도 영화의 분위기를 절제하며 표현해내는 머진 오프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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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용이 그리 새로울 것은 없는데 그 가운데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극중 햄록이 요원으로 복귀하기 위해 다시 '수련'을 하는 시퀀스였다. 요새 요원 영화들 보면, 전직 요원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단숨에 전성기 때로 복귀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걸 많이 봐서 인지, 이런 제법 오랜 분량을 투자하는 준비의 시간이 신선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는데, 정말로 그냥 준비를 좀 해야겠어, 정도가 아니라 제법 오랜 러닝타임을 할애하여 이 준비와 수련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이 영화의 배경에는 냉전과 첩보가 깔려 있지만 (극중 햄록은 여러차례 친구냐 적이냐 를 구분하는 이야기를 꺼낸다) 따지고보면 중반부를 넘기까지는 이 수련의 과정 속에 소소한 작은 실마리들이 진행되고 후반부에는 아이거 빙벽을 등반하며 산악 액션 영화로서의 면모를 보이게 된다. 지금이야 '클리프 행어'나 '얼라이브' '버티칼 리미트' 등 눈 내리는 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산악 액션 영화들로 대표되기는 하지만, 바로 이런 영화들에서 보여준 장면이나 설정 등의 상당 부분은 바로 이 영화 '아이거 빙벽'에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왜 있지 않나, 산악 액션 영화에서 꼭 나오는 장면들. 뻔히 알면서도 놀라게 되는 아찔한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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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이거 빙벽'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배우가 바로 보네타 맥기 (Vonetta McGee) 였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순간, '엇, 저렇게 세련되고 현대적인 배우가 당시에 있었다니!'라고 생각될 정도로 묘한 매력을 (그 미소를) 갖고 있는 배우로 한 눈에 들어왔다. 태라지 P.헨슨 (Taraji P. Henson)을 닮은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보다도 훨씬 매력적인 이목구비와 미소는 그녀의 다른 영화들에 관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녀의 다른 작품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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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스트우드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스턴트 장면들을 대역없이 소화했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는 마치 성룡 영화에서나 볼 법한 카메라 앵글이 자주 등장합니다. 즉, 이게 배우가 직접 연기한 것이라는 걸 관객에게 어필하는 카메라 워크 말이죠.


2. 확실히 예전 작품이라 이스트우드의 편협된 가치관 (유색인종, 여성에 대한 시각)이 더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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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여름 휴가 다운 휴가도 못다녀왔고, 몸은 몸대로 지치던 찰나에 부산에 있는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초기 걸작선을 상영하는 기획전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보통 같으면 그냥 '부산 분들은 좋겠다~'하고 말았을 텐데, 이번엔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무리를 해서라도 가야겠다는 작전이 발동! 순식간에 부산 가는 차 편 예약과 동시에 영화까지 예매를 하게 되었다.


기획전은 내일인 8월 23일부터 9월 6일까지 진행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주말을 이용해서 다녀올 수 밖에는 없었는데, 이번 주말 시간표 가운데서 내가 선택한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1975년 작 '아이거 빙벽 (The Eiger Sanction, 1975)'과 스필버그의 초기작 '슈가랜드 특급 (The Sugarland Express, 1974)'을 선택하였다. 사실 처음 스필버그의 초기작을 상영한다고 했을 때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는 '듀얼 (Duel, 1971)'이었는데 이번 주에는 상영이 없는 점이 너무 안타까울 뿐이었다.






아이거 빙벽 (The Eiger Sanction, 1975)


시니컬한 매력의 미술사 교수 햄록의 취미는 고미술품 수집. 그런데 교수 월급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이 고상한 취미 때문에 그는 첩보기관의 암살전문요원으로 활약하며 엄청난 수입을 올린다. 한편, 이제 햄록은 손을 씻으려 하지만, 조직은 그를 쉽게 놔주지 않고, 마지막 임무로 아이거 빙벽 등반대에서 스파이를 찾아 제거하라는 지령을 내린다. 트레바니안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웅장한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산악영화에다 첩보 액션 스릴러를 결합시킨 흥미로운 작품이다. 주연까지 맡은 이스트우드는 대역을 쓰지 않고 거의 직접 액션연기를 했다고 한다.





슈가랜드 특급 (The Sugarland Express, 1974)


텍사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클로비스는 출소를 앞두고 있다. 어느 날, 아내 루가 면회를 오는데, 그녀는 두 사람의 아들이 강제 입양될 처지에 놓였다며 흥분한다. 이대로 아들을 빼앗길 수 없는 루는 클로비스에게 탈옥하여 자신과 함께 아들을 납치하러 가자고 설득한다. 1969년 텍사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 코믹 요소와 넘치는 긴박감이 잘 어우러진 연출로 비평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스필버그가 만든 최초의 극장용 영화이며,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는 드물게 사회 비판 의식이 깔려있는 작품이다.





'듀얼'을 못보게 되어 아쉽기는 하지만 골디 혼의 풋풋한 모습도 기대되고, '아이거 빙벽'은 예전에 DVD로만 봤던 작품이라 스크린을 통한 첫경험이 무척이나 설렌다. 'E.T'와 '미지와의 조우'도 시간이 맞아서 볼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예전에 극장에서 본 적이 있는 터라 이번에는 아쉽지만 패스하기로;;


이스트우드와 스필버그 기획전을 핑계 삼아 오랜만에 부산 방문한 김에 영화의 전당도 여유있게 둘러보고, 오랜 만에 바다 구경도 할 예정~



* 부산 영화의 전당 - 이스트우드 & 스필버그 초기 걸작선 자세히 보기

http://www.dureraum.org/bcc/mcontents/progView.do?rbsIdx=35&progCode=20120813001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제이 에드가 (J.Edgar, 2011)
역사를 관통한 한 남자의 소박한 이야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제이 에드가 (J. Edgar, 2011)'는 미국 FBI를 창설한 인물로 알려진 실존인물 J. 에드가 후버(John Edgar Hoover)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거장이 연출하고 디카프리오와 나오미 왓츠, '소셜 네트워크'에서 쌍둥이 형제를 연기한 아미 해머 등이 출연한 작품이지만, 아쉽게도 국내에는 극장 개봉조차 못하고 바로 블루레이로 출시되는 불운을 겪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게 블루레이로 보게 된 'J.에드가'는 제이 에드가라는 실존 인물과 그가 관통하고 있던 미국 정치의 역사를 그리지만, 영화가 역사적으로 제이 에드가를 평가하기 보다는 관객에게 평가의 기회를 돌리고 있는 작품이었다.







얼핏 관객에게 평가의 기회를 돌렸다는 얘기는 일반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이 작품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좀 더 흥미로울 수 있는 부분인데, 보수 성향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역시 보수 성향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 제이 에드가를 묘사하게 된 경우였기 때문이다. 사실 보는 내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어떤 식으로 제이 에드가를 묘사하는지에 대해 촉각이 곤두설 수 밖에는 없었는데, 그는 관객에게 그 평가를 돌린 것처럼 제이 에드가를 어느 한 쪽에서 편향되어 묘사하지 않고 아슬아슬한 중립의 줄타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즉, 지금의 CSI로 흔히 불리우는 과학수사를 최초로 도입한 인물로서 그의 공적을 묘사하기는 하지만, 이 기술적인 사실을 단순히 공로로만 그리기 보다는 수 많은 시민들을 모두 데이터화하여 중앙에서 관리하는 것에 대한 위험이나 공포에 대한 뉘앙스도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담아내고 있다. 또한 현재에도 제이 에드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서 역사가들 조차 그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못할 정도로 홀로 권력과 정보를 쥐고 있었던 그를, 한편으로는 사람들과 쉽게 가까워지지 못하고 자신의 진심을 꺼내는 데에 서투르며 어머니의 품 속에서만 평온을 얻던 아주 여린 한 남자로 묘사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권력을 쥐고 행했던 일들에 대한 이유로서 강요하고 있지는 않다. 좀 더 극적으로 묘사하려 했었다면 겉으로는 칼 같고 냉철한 FBI국장으로서의 면모 뒤에는 너무도 여린 한 남자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을 테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런 극적인 방식보다는 거의 잘 드러나지 않을 정도의 미묘한 정도를 택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나이가 들어갈 수록 거의 드러나지 않는 이러한 감정 표현에 더욱 집중하는 듯 하다.






이제 더 이상 디카프리오에게 연기 잘한다는 얘기는 무의미 하지만, 노년의 모습까지 연기하는 레오를 보니 다시 한 번 잭 니콜슨이 연상되기도 했다. 젊은 시절을 연기할 때도 기본적으로 살을 찌우고, 기존에 보여주었던 스마트한 캐릭터들과는 완전한 차별을 두는 것은 물론, 노년의 에드가를 연기할 때는 완전한 노역 분장과 불룩 나온 배가 별로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움을 보여주었다. 아미 해머가 연기를 잘 하기는 했지만 노역을 연기할 때는 분장과 배우 사이에 조금의 이질감이 느껴졌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디카프리오의 노역 연기가 얼마나 자연스러웠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일에 미친 실존 인물을 연기하다보니 마틴 스콜세지와 함께 했던 '에비에이터 (The Aviator, 2004)'를 연상시키기도 했는데 (재판 장면과 청문회 장면이 겹쳐지기도 하고), 분명한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을 정도로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좋았다. 여러 거장들과 함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그의 모습에, 그 다음, 또 다음 작품을 계속 기대할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참고로 디카프리오는 올해 바즈 루어만과 재회한 '위대한 개츠비'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 '장고 언체인디드 (Django Unchained, 2012)'를 통해 다시 한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타란티노와 디카프리오라니! 벌써 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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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에드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여러 작품을 함께 해오고 있는 촬영 감독 톰 스턴과 미술감독 제임스 J. 무라카미의 합작품인데, 그렇기 때문에 최근 이스트우드의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색감과 톤을 영상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톤에 채도는 떨어져 있으며 장면 자체도 어두운 장면들이 많아 화려하거나 칼 같은 화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화질을 보여준다. 물론 시종일관 일정하게 다운된 톤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는 디테일들도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최근 작품들에서 보여준 영상이 명암을 깊게 가져가지만 암부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작품들은 아니기 때문에 기술적인 화질 측면에서 체감하기에는 심심한 영상일 수 있겠다.







사운드 역시 소소한 액션 장면들이 아주 잠깐 등장할 때는 나도 모르게 리모컨으로 손이 가 볼륨을 줄이게 될 정도로 임팩트가 있지만, 조용한 드라마의 특성상 블루레이 타이틀 만의 사운드를 쉽게 체감하기는 어렵다. 화질이 그렇듯이 사운드도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런 평가는 상대적인 체감에 대한 부분인데, 개별 퀄리티만 놓고 따져본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맡은 영화 음악은 물론 대사와 기타 사운드 전달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특히 아미 해머의 매력적인 중저음 보이스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제이 에드가' 블루레이 타이틀의 아쉬운 점은 너무 단촐한 부가영상이다. 'J. EDGAR:THE MOST POWERFUL MAN IN THE WORLD'라는 제목의 약 18분 분량의 다큐만을 수록하고 있는데 (북미버전도 마찬가지다), 실존 인물과 역사를 다룬 작품이라 이야기할 거리가 무궁무진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과, 더 많은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궁금증이 컸던 터라 단촐한 부가영상의 구성은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부가영상은 실존 인물인 제이 에드가 후퍼를 둘러싼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베일에 둘러 쌓여 있던 (지금도;) 인물이었기에 구체적인 평가를 하기 보다는 추측이나 주변의 내용들을 정리해 주는 성격을 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디카프리오가 함께한 촬영장의 뒷 이야기들도 이 못지 않게 궁금했었는데, 이런 부분들을 만나볼 수 없음이 두 사람 모두의 열혈 팬으로서 아쉬운 점이었다.





[총평]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합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제이 에드가'는 그 기대치에 비하면 어쩌면 임팩트가 부족한 작품이었을지 모른다 (여기에는 개봉조차 하지 못한 탓도 크다). 하지만 두 사람의 필모그래피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충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에비에이터'에 이어 실존 인물의 (사실상) 원톱 영화를 다시 한 번 짊어지게 된 디카프리오의 성장한 모습과 최근 들어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만큼이나 극장을 나와 문득 문득 곱씹고 싶어지는 영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만나볼 수 있는 그리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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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 다큐멘터리 _ The Eastwood Factor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2010년작 '히어애프터 (Hearafter)'는 '그랜 토리노 (Gran Torino, 2008)'와는 또 다른 의미로 그의 현재를 발견하고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스스로 정리하는 정말 위대한 작품이 '그랜 토리노'였다면 '히어애프터'는, 80이 넘은 이스트우드가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식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작품이었다. 여기서 '히어애프터'에 대해 다시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오늘은 '히어애프터' 블루레이에 부가영상으로 수록된 다큐멘터리 'The Eastwood Factor'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사실 극장에서도 좋은 인상을 받았던 작품이라 블루레이도 일찌감치 구매하려고 했었지만, 1시간 20분이 넘는 분량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수록된다는 사실에 더 따져볼 것도 없이 바로 구매하였고, 이 부가영상만으로도 충분히 값은 하는 타이틀이 되었다.





'The Eastwood Factor'는 이스트우드와 워너 스튜디오와의 인연, 그리고 그가 보고자랐던 워너의 예전 작품들, 배우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가 소개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를 보면, 그가 여러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들과의 연관성을 떠올려볼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신인시절 작품인 TV시리즈 '매버릭 (Maverick, 1959)'과 '로하이드 (Rawhide, 1959~1965)'의 출연 장면도 만나볼 수 있는데, 물론 신인 특유의 어색함이 없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그가 이후에 보여준 느낌들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짧지만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이 다큐가 좋은 또 다른 이유는 그의 필모그래피의 순서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개된다는 점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대표작 '더티 해리 (Dirty Harry, 1971)' 시리즈를 비롯해, 그의 또 다른 흥행 시리즈였던 세르지오 레오네와의 작품들, 그리고 그의 또 다른 대표 캐릭터를 엿볼 수 있었던 서부 영화의 출연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더티 해리'와 '무법자 조시 웨일즈 (The Outlaw Josey Wales, 1976)'의 이야기를 특히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스튜디오 한 켠에 그의 모든 출연작에서 그가 입었던 의상들을 모두 보관하고 있는 곳을 잠시 보여주는데, 워낙에 인상 깊은 캐릭터여서인지 의상만 보아도 어떤 작품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브론코 빌리 (Bronco Billy, 1980)'는 이전 그가 보여주었던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른 성향의 캐릭터였다. 조금 다르게 얘기하자면 캐릭터 자체는 별로 변하지 않았는데, 이를 둘러싼 상황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달까. 오랑우탄과 함께 출연한 '더티 파이터 2 (Every Which Way But Loose, 1978)' 는 주위에서 모두가 말렸던 작품이었지만 오히려 그의 최대 흥행작 중 하나가 된 이색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페일 라이더 (Pale Rider, 1985)'에서 그는 세르지오 레오네와의 3부작 이후 만나볼 수 있었던 '부활'의 테마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또한 '가족'이라는 테마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포레스트 휘태커가 찰리 파커를 연기한 '버드 (Bird, 1988)'는 평소 재즈에 조예가 깊었던 그의 깊이는 물론, 애정이 수준급의 연출력으로 잘 빚어진 작품이었다. 참고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여러 작품에서 직접 영화 음악을 작곡하거나 연주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걸작 '용서받지 못한 자 (Unforgiven, 1992)'. 이 작품은 크린트 이스트우드 스스로가 자신이 만든 영웅담과 장르적 특성을 더 깊은 깊이로 뒤집는 대단한 작품이었는데, 모건 프리먼, 진 핵크만 등의 명연기가 이를 더했다. 폭력의 회환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이 보다 더 좋은 스토리텔링과 이 보다 더 적합한 배우 (캐릭터)가 있을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이후 이런 경향은 '그랜 토리노'에서 완전한 종결을 이룬다.




사실 아주 어린 시절 보았던 '퍼펙트 월드 (A Perfect World, 1993)'는, 단순한 기억에 감동은 있지만 너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작품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번 다큐를 보니 꼭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기도 했다. 아마도 개인적으로 그의 영화를 리얼타임으로 본 첫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처럼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 배우도 드문데, 그 중 가장 의외(?) 였던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 작품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1995)' 일 것이다. 연출과 주연을 함께 맡은 이 작품에서 그는 메릴 스트립과 함께 애틋한 로맨스와 여운을 깊이 남겼다. 이 작품 역시 개인적으로는 '퍼펙트 월드'와 같은 이유로 다시 보고 싶은 작품.





숀 펜, 케빈 베이컨, 팀 로빈스 등이 출연한 걸작 '미스틱 리버 (Mystic River, 2003)'는 피할 수 없었던 운명 속에 처한 세 주인공들의 관한 이야기였고, 힐러리 스웽크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안긴 '밀리언 달러 베이비 (Million Dollar Baby, 2004)'는 복싱 영화가 아니라 부녀간의 정을 그리려고 했던 여운 깊은 휴먼 드라마였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역시 얼핏 보기엔 굉장히 일반적이고 흔한 성공과 실패, 뒷이야기가 아닌가 싶지만, 이것보다는 부녀간의 이야기로 그리려던 그의 의도에 충실해보자면 오히려 극 속에서 복싱이 사라진 뒤에 진정한 영화의 깊이가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Letters From Iwo Jima, 2006)'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또 다른 도전작이었다. 그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그와 반대편에선 자들의 시선으로 그려보려 했고, 자국어인 영어가 아닌 일본어로 일본 배우들과 작업을 한 작품이었다. 국내에서는 아쉽게도 개봉하지 못해 DVD로만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랜 토리노'. 이 작품은 배우로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커리어를 완벽하게 마무리 하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다. 그 어떤 배우가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이렇게 완벽하게 스스로 정리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품 자체가 좋았던 것도 있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였기에 더 압도적인 인상을 받을 수 밖에는 없었던 작품이었다.




다큐멘터리는 최근 작 '인빅터스 (Invictus, 2009)'를 끝으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 대신, 노년을 맞은 한 사람으로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소개한다. 속세를 벗어난 안식처에서 자신 만의 소소한 일들과 생활을 즐기면서도, 아직도 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모습은, 감독이자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저런 삶을 살고 싶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현명한 노인의 삶이었다. 그의 팬들은 흔히 그의 이름을 우리 식으로 풀이해 '동림 선생님'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그를 선생님 혹은 옹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결코 재미만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깊은 존경의 의미를 담은 표현법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에 대한 글이라던가, 그의 대한 글의 말미에는 꼭 '동림 선생님, 만수무강 하셔서 좋은 영화 계속 많이 만들어주세요~' 라는 응원과 부탁의 메시지를 적곤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동림 선생님, 만수무강 하셔서 좋은 영화 계속 많이 만들어주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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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 애프터 (Hereafter, 2010)
죽음이 세상을 사는 방식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히어 애프터 (Hearafter)'는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단, 좀 더 죽음과 사후세계에 관한 이야기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간 수 많은 드라마와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던 이스트우드였지만 죽음에 관한 직접적인 이야기는 거의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히어 애프터'는 한 편으론 상당히 밋밋하다. 클래이막스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이 감정적으로 울컥하는 것에 가깝지,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기승전결에 따른 절정으로 보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영화가 마지막으로 향할 수록, 그리고 극장을 나오면서부터 그 깊이가 더 느껴지는 깊이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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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거대한 쓰나미에 휩싸인 여주인공 '마리 (세실 드 프랑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또한 입양되지 않고 약물중독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하는 한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도 꺼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후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이제는 더상 이 일을 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려하는 '조지 (맷 데이먼)'의 이야기도 시작한다. 각자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이들이 하나의 사건 혹은 결국 연관되고 있다는 (연관된다는) 이야기는 흡사 '바벨'과 '아모레스 페로스'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작품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히어 애프터'는 인간들 간의 관계가 아닌 인간과 죽음, 더나아가 죽음이라는 것이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아주 천천히 들려준다. 

남겨진 자의 이야기, 그러니까 죽은 자를 그리워해 그들과 단 한번이라도 만나고 싶고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산 자의 이야기는 이미 여러 번 영화화 되어 그리 새로운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사실 '히어 애프터'도 겉모양은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쌍둥이 형을 잃고 내내 그리워하며 형과 단 한 번이라도 얘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는 뻔히 알면서도 눈물이 날 수 밖에는 없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분명 이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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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영화가 다소 밋밋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히어 애프터'는 죽음이 세상을 사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세 가지의 경우를 모두 등장시켰다. 사후세계를 볼 수 있는 남자의 이야기와 사후세계를 직접 경험하고 난 뒤 인생이 바뀐 한 여자, 그리고 가장 가까웠던 형제를 잃은 한 소년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의 이야기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영화처럼 하나로 완벽하게 만나지도 않고, 각자 절정에 이르지도 않는다. 무언가 더 드라마틱한 전개와 결말은 없지만, '히어 애프터'는 이 세 명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통해 결국 또 한 번 새삼스레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한 편, '어떨까?'라는 단순한 호기심 대신 무언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은 감흥을 살며시 안겨준다.  

솔직히 '히어 애프터'를 글로 표현하기는 참 모호한 부분들이 너무 많다. 아니, 글로 표현할 만한 요소들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무언가가 분명 가슴에 남도록 한 작품이라는 것은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죽음에 대한 인정일지, 삶에 대한 위로일지 아니면 그 모두를 아우르는 위로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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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연출 외에 음악도 맡고 있는데 (이 작품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확실히 이스트우드의 음악적 성향을 파악할 수 있어요), 이 음악이 영화가 주는 담담함과 위로를 더 배가 시켜주는 것 같네요.

2.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도 출연하는데, '스파이더맨 3'에 비하면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었지만, 그 어느 영화보다 아름다운 모습이더군요;;

3. 데릭 제코비는 본인 역할로 이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데, 극중 맷 데이먼이 자기 전에 항상 듣는 오디오 북의 목소리 주인공이 바로 그였죠. 본인 역할로 출연했다는 것처럼, 데릭 제코비는 실제로 영국이 나은 명배우이자 감독 그리고 오디오 나레이션 북으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죠. 최근 '킹스 스피치'에서 주교 역할로도 출연했었구요.

4. 참고로 영화 초반에 나오는 대형 쓰나미 장면 때문에 일본에서는 개봉이 취소되었죠. 저도 그 장면을 보는데 결코 영화로만 느껴지지 않아 더 안타까웠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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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는 그 장면 #3 _ 그랜 토리노
(Gran Torino)

'눈물나는 그 장면' 그 세 번째 작품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 '그랜 토리노' 입니다. 대부분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오면 그 날이나 며칠 안에 리뷰를 쓰게 마련인데, 몇몇 작품은 워낙에 작품에 압도되고 도저히 부족한 글로서 표현하기 부담스러워 끝내 글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죠. 저에게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바벨'이 그랬고, 바로 이 작품 '그랜 토리노'가 그랬죠. 너무 인상적인 작품이었는데 뭐라고 글로 정리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부담스럽고, 힘들고 그러더군요. '그랜 토리노'는 중간 중간 슬프고 눈물 나기 보다는 단 한 번에 몰아서 눈물이 터져나오는 영화였죠. 그래서 가장 눈물나는 그 장면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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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엔딩 크래딧이 나오던 순간이었어요. 진짜 이 마지막 장면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직접 부른 노래 '그랜 토리노'가 흐르던 순간, 얼마나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는지 모를 정도로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의 눈물을 계속 흘렸었죠 ㅠㅠ 이 작품은 단순히 '그랜 토리노'만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감독이자 배우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커리어가 모두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 더욱 슬펐던 작품이었는데, 별다른 감정적 자극없이 이렇게 풍경을 비추는 엔딩 만으로도 이렇게 눈물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더랬죠. 지금도 이 장면만 보면 마치 영화 한 편을 다 본 것처럼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에요 ㅠ 한 명의 배우가 자신의 커리어를 이렇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눈물 나게 멋진 일인지가 영화의 이야기가 겹쳐져 더욱 눈물이 났던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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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빅터스 (Invictus, 2009)
영감(靈感)은 어떻게 전달되는가


지난 해 최고의 작품 중 하나는 누가 뭐래도 <그랜토리노>였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좋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배우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눈물 흘리지 않았을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그랜토리노>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배우와 감독을 빼놓고는 상상할 수 없는 걸작이었다. 그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인빅터스>는 그래서 볼 것도 없이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다. 남아공의 유명한 지도자인 넬슨 만델라를 주인공으로 실제 있었던 실화를 배경으로 한 원작을 영화화한 <인빅터스>는, 럭비 (스포츠)라는 소재가 더해져 또 한번 뻔한 감동 공식이 아닌 이스트우드 만의 깊은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럭비라는 소재 때문에 이 영화를 스포츠 영화로 오해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인빅터스>는 근본적으로 영감 (靈感)의 전달 과정을 사실적이고도 깊게 묘사한 그의 또 하나의 수작으로 기억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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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감옥 생활을 마치고 국민들(흑인)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으로 당선된 넬슨 만델라 (모건 프리먼)는, 흑백으로 나뉘어져 있는 남아공을 하나로 뭉치기 위해 럭비 월드컵이라는 스포츠 경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백인우월주의를 상징하는 럭비팀 ‘스프링복스(Springboks)'를 지지하며 그 주장인 프랑소와 (맷 데이먼)를 만나 스프링복스에게 이것저것을 주문하고 바라게 된다.

<인빅터스>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근본적으로 영감(靈感)의 전달과정을 담고 있다. 물론 그 영감으로 인해 행하게 되는 행동과 가치들도 매우 중요하지만, 스포츠 경기와 관중들을 비중있게 묘사한 것도 그렇고 그 전달 과정의 묘미를 세세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누군가의 신념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반대하는 이들에게까지도)에게 영감으로 받아들여지는지를 깊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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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왜 스포츠일까?'라는 점을 의아해하기도 했었는데, 앞서 얘기한 영감의 전달과정을 표현하는데 이 스포츠라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 수 있었다. 넬슨 만델라는 대통령으로 당선 된 뒤 흑인과 백인들로 나뉘어진 국가를 하나로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작은 일에도 직접 나서며 행동으로 실천하게 된다. 그러다가 럭비와 곧 있을 럭비 월드컵을 알고나서는 이 럭비라는 스포츠가 자신의 이 신념을 영감으로 승화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인 도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주장인 프랑소와와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주장에게서 이 영감을 받아들인 팀원들은 점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신념에 동화되어 가며, 더 나아가 경기장에 모인 수많은 관중들 그리고 TV로 이 경기를 지켜보는 수천만의 국민들에게까지 자연스럽게 만델라의 메시지가 전달되게 되는 것이다.

얼핏보면 '꼭 우승해야 된다'라는 만델라의 주장이 억지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영감의 전달 도구로서 생각해보았을 때, 왜 만델라가 그리도 우승을 원했었는지 절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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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영화 <인빅터스>는 여러모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를 떠올리게 했다. 일단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우리도 저런 대통령을 가졌었지'라는 탄식과 그리움이었다. 자신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라면 그 경중을 따지지 않고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영화 속 만델라의 모습은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게 했고, 오랜 투옥 생활을 마치고 당선 된 이후 경기장에 나타나 국민들에게 환한 미소를 짓는 모습은 김대중 대통령을 떠올리게 했다. 예전에는 이런 지도자가 나온 영화를 보면 '아, 우리는 언제쯤 저런 지도자를 갖을 수 있을까?'라고 기대만 했었는데, 언제부턴가는 '아, 가졌었지...'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들곤 한다.

그리고 럭비 월드컵의 선전을 통해 전국민들이 가득한 열기로 하나가 되는 모습은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2002년 월드컵은 영화 속 럭비 월드컵과는 달리 흑백의 화합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는 없었지만, 영화처럼 어려움에 겪고 있던 국민들에게 희열(영감)을 맛보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단순하게는 스포츠라는 것이, 더 나아가서는 영감과 메시지가 확산되어 나가는 과정을 경험했던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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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빅터스>는 여러 모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전작 <그랜 토리노>를 떠올리게도 한다. 전작 <체인즐링>과 비교해봐도 <인빅터스>가 훨씬 <그랜 토리노>에 가까운 것은, 전체적인 영화의 구성과 연출자로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빅터스>의 이야기 전개는 그리 느린 편이 아니지만, 영화의 리듬은 상당히 느린 편이고 관조적인 편이다. 그리고 여기에 <그랜 토리노>를 연상시키는 톰 스턴의 카메라 앵글과 카일 이스트우드의 음악, 제임스 J. 무라카미의 미술은(이들은 모두 이스트우드와 여러 작품을 함께 해오고 있는 팀이다), 스스로 <그랜 토리노>의 영감을 이어 받은 듯 하다. 특히 카일 이스트우드의 음악과 곡 구성은 몹시도 <그랜 토리노>스럽다. 굳이 '노인의 지혜'를 다시 들먹이지 않아도 카일의 음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말하려는 것을 음악으로 들려준다.

<인빅터스>는 <그랜 토리노>같은 엄청난 감정의 동요는 없지만, 이스트우드의 노련한 영화 기술과 의외의 볼거리인 럭비 월드컵 경기 장면만으로도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1. 엔딩 크레딧에 실제 주인공들의 모습이 스틸 컷으로 제공되는 것은 좋았습니다. 실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던 만델라의 모습과 프랑소와를 비롯한 실제 선수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2. 언젠가 넬슨 만델라를 영화화 한다면 그 1순위는 당연히 모건 프리먼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역시나 싱크로율은 대단하더군요. 특히 만델라 특유의 그 의상을 입고 나온 장면에서는 잠시 착각을 할 정도였어요.

3.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또 다른 아들인 '스콧 이스트우드'가 스프링복스의 선수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4. 디지털 상영으로 보았는데 화질이 상당히 좋더군요. 보면서 내내 블루레이 출시가 된다면 화질을 기대해 볼만 하겠다 싶었습니다.

5. 참고로 ‘인빅터스(invictus)’는 ‘정복되지 않는 자들(Unconquered)’이란 뜻의 라틴어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rner Bros. Pictures 에 있습니다.







그랜토리노 (Gran Torino, 2008)


아무말도 못하겠네요.
제 영화 리뷰글을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횡설수설을 섞어가며 비교적 길게 생각을 늘어놓는 편인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를 보고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네요.
무슨 말을 한다는 거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그냥 그럴 수가 없네요.

영화 외적인 이야기만 덧붙이자면,
마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랜 토리노>를 만들기위해 그 오랜세월 영화에 출연해왔던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이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더 눈물나고 인상적이었던 엔딩이었구요.

영화가 끝나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구요.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가 클린트 이스트우드란 배우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이 영화는 온전히 이스트우드 그 자체에요. 그래서 정말 감동적이구요.

그냥 영화를 떠올리는거 자체로도 감상에 젖어들게 되는거 같네요.




1. 나중에 블루레이나 DVD가 출시되었을 때라면 또 모를까. 적어도 지금은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말하는 것의 무의미함을, 영화를 리뷰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를 직접 만드는 일은 물론, 극장에서 보는 것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새삼느낄 수 있었어요.

2. 엔딩에 흐르는 곡을 다시 듣는데, 아...이 노래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나네요. 견디기 힘들 정도에요. 내가 이렇게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좋아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내 안에 숨겨진 존경심을 들켜버린 것 같아요.




3. 제 메신저 대화명은 지금 이래요. '2009년 최고의 영화 '그랜토리노''

4. 주중에 다시 봐야겠어요. 견딜 수 있다면요.

5. 한 명의 영화배우가 이렇게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커리어와 영화들을 한편으로 정리하면서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니 불가능할 것 같았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해내었네요.

6.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팬이라면 무조건 보세요. 무조건. 반드시.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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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질링 (Changeling, 2008)
원치 않는 변화를 겪어야만 하는 현실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2008년작 <체인질링>은 개봉전 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처음 만나는 자유>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래 안젤리나 졸리가 다시 한번 아카데미를 두드려볼 수 있을 정도의 연기를 펼쳤다는 평들도
기대를 갖게 하는 요소였지만, 무엇보다 <미스틱 리버> <밀리언 달러 베이비> 등으로 노년에 더욱 완성도 높은 드라마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우리말로 '동림'선생 ㅎ)의 최신작이기 때문이었다. 배우와 감독을 겸하고 있는 이들
가운데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두 분야 모두에서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지속적으로) 드물다고 할 수 있을텐데,
언제부턴가 동림선생의(감독으로서) 작품이라면 두말하지 않고 극장으로 달려갔었던 것 같다. 이 작품 <체인질링>역시
마찬가지 경우였다.


(아래부터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이 영화의 제목인 '체인질링 (Changeling)'의 뜻을 찾아보면 대략 이렇다.
'남몰래 바꿔치기한 어린애 《요정이 앗아간 예쁜 아이 대신에 두고 가는 못 생긴 아이》'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 단어의 뜻도 제대로 몰랐었기에 생각해볼 수가 없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제목의 뜻을
새겨보니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직접적인 뜻 외에도 은유적인 여러 다른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좋은 제목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영화는 1928년 미국 L.A에서 있었던 실화를 그리고 있다(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화다 '라는 것이
인상적이다). '실화 (A True Story)'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극중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전부 실명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나중에 여러 자료들을 확인해본 결과 실제 사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를 영화도 담고 있다. 비슷한 시기를 그린
다른 영화들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처럼 이 당시 미국은 금주법으로 인해 밀주를 일삼는 대형 범죄조직이 등장했으며,
경찰 역시 타락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던 시기였다. <체인질링>은 이 시기에 아들을 잃어버렸던(혹은 다른 아이와
바꿔치기 당했던)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한 크리스틴 콜린스는 전화 교환원 일을 하며 홀로 아들 월터를 키우고 있는 어머니이다(영화 속에서는
묘사되고 있지 않지만, 실제 월터의 아버지는 당시 절도 혐의로 징역을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인 월터가
없어지고 우여곡절 끝에 경찰에서는 실종신고를 받아들이게 되는데, 얼마만에 경찰에서 월터를 찾았다고 해서 기차역으로
달려가보지만, 자신이 월터라고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는 아이는 분명 월터가 아니었다. 하지만 경찰의 존스 반장은 '시험 삼아
아이를 한번 데려가 키워보라며' 일단 사건을 종결시키려고만 한다. 크리스틴은 혼란스러움에 어쩔 수 없이 이 '가짜 월터'를
집으로 데려오지만 정신을 차린 뒤 이 아이가 월터가 아니라는 확신에, 경찰에게 다시금 이를 호소하지만 경찰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아 점점 골치거리가 되어가는 크리스틴을 정신병원에 감금하게 이른다.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권력과 힘으로 대표되는 외부 작용으로 인해, 이와는 아무런 상관도 이렇게 될
필요도 없었던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고, 변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무거운 현실이다. 그저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만을 바랬던
크리스틴은 어느덧 원하지도 않았던 부패한 경찰 권력과의 정의로운 싸움에 주인공(이자 희생양)으로 자리잡게 된다.
하지만 크리스틴이 처음 부터 '남이 걸어온 싸움을 내가 마무리하겠다'고 나선 것은 물론 아니었다. 초반 기차역에서
가짜 월터를 확인하고서도 경찰 반장의 말도 안되는 말에 일단 수긍하고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었고, 더이상
못참겠다고 경찰서를 찾아가 반장에게 따져도 보았지만, 정의를 외치기 보다는 아들을 되찾는 것이 최대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경찰에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사과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강제로 정신병원에 감금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은 미치지 않았다고 따져보려고도 하지만, 결국 앞선 것과 같은 이유로
이들이 하라는대로 잘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아들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그때 부터 이 원치 않는 정의의 사도 역할을 수행하기로 마음 먹는다.

극중 존 말코비치가 연기한 구스타브 브리그랩 목사는 크리스틴의 억울한 상황을 돕기 위해 진심으로 돕는데, 물론 여기에는
진심도 다수가 포함되어 있겠지만 그가 개인적으로 계속 해왔던 부패 경찰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는,
이 케이스를 놓치고 싶지 않았음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종의 쇼크나 사건(혹은 스타)이 필요했던 구스타브 목사에게
크리스틴의 억울한 케이스는 좋은 원동력이 될 기회였으며, 결국 그녀가 직접 경찰과의 싸움에 나서게 되면서 대규모 군중들이
참여하는 시위로 까지 발전하게 된다(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마치 구스타브 목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크리스틴을 이용했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목사가 원하는 것이 개인적인 것도 아닐 뿐더러, 반드시 나쁜 의미로 하는 말은 아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자신의 아들을 되찾는 일에만 관심이 있던 그녀에게는, 정신병동에서 만난 억울한 사연의 여성들을 자유롭게
하는 데에도 나서게 되고, 반대로 같은 유괴/살인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에게 구심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극중 크리스틴이 여러번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녀는 단순히 자신의 아들인 월터를 찾고 싶었을 뿐이지,
부패한 경찰을 몰락시키는 정의의 사도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인지 영화 속 안젤리나 졸리의 모습에서는
단 한번도 강인함이라던가 생기있음을 찾아보기가 어렵다(한 때 터프한 여전사의 상징이었던 '라라 크로프트' 안젤리나 졸리가
이렇게 러닝 타임 내내 아파보이고 힘없어 보이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도 인상적이다).
이 영화에는 크리스틴 만큼 중요한 캐릭터가 또 하나 등장하는데, 바로 20건에 달하는 아동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사형선고를 받게 되는 고든 스튜어트 노스콧이다. 영화가 실화인 것처럼 이 사건과 그 역시 실존인물이자 실제 사건인데,
일단 <체인즐링>에서는 노스콧에 대해 더 나아갈 것 처럼 하다가 어느 선에서 그친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아예 단순한
사이코 패스 정도로만 묘사했으면 모르겠지만(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지만), 재판장에서 자신은 무죄이며, 크리스틴에게
너만이 착한 여자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나, 이후 사형을 앞두고 크리스틴과 만나 복잡한 심리상태를 살짝 엿보이는 장면을
보면, 한편으론 크리스틴과 맞닿아있는 캐릭터로서 그리려는 시도가 얼핏 보였기 때문에 더 아쉬움이 들었던 것 같다.

실제 고든 스튜어트 노스콧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영화에서 묘사된 것보다는 좀 더 복잡한 가정사와 사건 정황이 있었다고
하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연쇄 살인범에게 일말에 자비도 배풀지 않고 있다(실제로 노스콧의 어머니는 이 살인사건에
함께 가담한 공범이기도 했으며, 어머니가 아니라 사실은 할머니였는데, 그러니까 고든 스튜어트 노스콧은 아버지와 딸 사이에
태어난 아이였던 것이다).

뭐랄까 권력의 힘에 의해 평범한 아이 엄마에서 부패와 맞서싸우는 존재로 변화하게 되는 크리스틴과 맞물려, 불우한
가정환경과 역시 잘못된 권력의 부패로 인해(고든이 잡혀갈 때보면 '예전에 몇년 동안 휴가를 보냈던 곳'이라고 감옥을
칭하기도 하는 걸로 봐서 이미 전과가 있었고, 그럼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여행하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는 얘기로 봐서
역시 경찰에 대한 무능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데, 마지막 이 둘의 정면 대면 장면이 폭발적인 에너지를 끌어냈던 것처럼
크리스틴과 노스콧의 캐릭터를 정반대에 서있지만 동일한 피해자라는 개념으로 그려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연쇄살인범에게 연민의 감정을 선물하지는 않았다(이것이 반드시
나쁘거나 좋거나 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앞선 이유들도 그렇고 사형장에 끔찍하게 끌려가는 모습이나 마치 <어둠 속의 댄서>
의 셀마 처럼 사형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세어가며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노래하다 사형당하는 장면을 넣은 것에서는,
분명히 이 노스콧의 캐릭터를 단순하게만 느껴지도록 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조금 애매하다고
느껴졌던 것 같다).  




영화 초반 부에 관객을 분노케 하는 것은 바로 부패한 경찰 권력이 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하는 것에 있다 하겠다.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아이의 엄마에게 가짜 아이를 안겨주고는 시험삼아 키워보라고 말을 하고는,
언론을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에만 급급하는 모습이나, 점점 말을 듣지 않고 감히 권력에 대항하려 들자 정신병자로 몰아
감금하기까지 이른다. 권력이란 항상 그렇지만 자신들이 그리는 큰 크림에서 한 사람의 인격은 별로 신경쓰려 하지 않는다.
차라리 애초에 깨끗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이렇게 커질 일도 아니었지만, 커다란 힘을 가졌음에도 조금의 흠집조차
내길 원하지 않는 것이다. <체인즐링>에서는 짧지만 이 권력 구조에 대해서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존스 반장이 혼자 나쁜 놈
처럼 그려지기도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권력의 하수인으로서 스스로가 권력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자라 믿었던
불쌍한 이일 뿐이다. 결과적으로는 그 위의 청장 또한 옷을 벗게 되었지만, 애초에는 일이 커지자 그냥 이선에서 마무리하기
위해 존스를 희생양(희생양까지는 아니겠다. 잘못을 안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으로 만들고 끝내버리려고 했던 권력의 모습도
잘 드러난다.

그리고 권력에 어떻게 언론과 진실을 외곡하고 조작하는지에 대한 것도 엿볼 수 있다. 가짜 아들을 안겨주며 지금은 혼란스러워
착각을 하는 것이라며 말도 안되게 아이를 넘겨주고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름다운 장면만을 제공하고,
문제점을 알아내고 조사를 하려는 부하 경찰에게 신문도 안보냐며 자신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2차 권력을 그대로 이용하려는
부패의 전형적인 모습도 보여주었다(신문도 안보냐고 물은 다음에, '아마 다른 신문을 보나보지'하고 얘기하는 장면에서는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너무도 우리 현재의 현실과 닮아있는 이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정신병원이 정신병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정신병을 만들어내는 곳이며, 전기고문 등 비인간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장면에서는 밀로스 포먼 감독의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가 연상되기도 했다.




<체인질링>을 보는 내내 2009년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으로서 국내의 현실이 겹쳐지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이 똑같은
이야기를 국내 감독이 만들어 한국에서 개봉하려 했다면 아마 국가에서 큰 제제라도 받았을 정도로, 영화 속 이야기는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다른 것이라면 영화 속 이야기는 실화이긴 하지만 1930년대 라는 과거의
것이고, 우리의 이야기는 2009년의 현실이라는 점이다. 영화 속 부패 경찰은 자신들의 권력에 도전하려는 자들은
그대로 두지 않는다. 자신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이들에게는 정신병자라는 죄목을 부가하여 사회에서 고립시키고 만다.
인터넷에 정부 정책의 잘못됨을 이야기하면 허위사실 유포죄로 구속하는 것과 별반 다를바가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언론 마저 통제하여 진실을 점점 알기 어려워지는 모습도 닮아있고, 문제가 있을 때 하위 담당자를 경질하는 것으로
불을 끄고 보려는 모습도 너무나 닮아있다.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영화 속에서는 이런 부패한 경찰을 처벌할 수 있는
공정한 사법부가 있었지만, 국내에 현실을 떠올리며 이 마지막 재판 장면을 보니, 그야말로 딴 세상 얘기로만 보여서
더욱 씁쓸했다.




안젤리나 졸리는 <원티드>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확실히 너무 예전에 비해 살이 많이 빠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크리스틴을 연기하려면 예전 라라 크로포트 같은 건강한 몸매는 불편했겠지만, 깊은 아이 라인을 지우더라도 퀭해 보이는
눈가와 그녀 답지 않게 너무 마른 팔과 다리는 캐릭터가 측은하다 보니 더욱 더 측은하게 느껴졌다.
확실히 크리스틴이라는 캐릭터는 기존 안젤리나 졸리의 캐릭터를 떠올려봤을 때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녀의 연기 변신을 높이 사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선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도 <체인즐링>이 안젤리나 졸리의 필모그래피에서 베스트는 아니라고 생각된다(아직까지 그녀의 베스트는
<처음 만나는 자유>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안젤리나 졸리는 디테일하게 묘사된 당시의 미장센 만큼이나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관객들이 크리스틴이라는 캐릭터에 적극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 외에 인상적인 배우를 꼽으라면 존스 반장 역을 연기한 제프리 도노반을 꼽을 수 있겠다. 그의 마스크에서는
캐릭터가 캐릭터이니 만큼 <L.A 컨피덴셜>의 가이 피어스가 연상되기도 했는데, 정말 옆에 있다면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캐릭터를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존 말코비치는 분량이 적은 관계로 깊은 인상까지는 주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물론 음악까지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정말 대단한 할아버지라 아니할 수 없겠다. 그가 만들어낸
영화음악은 생각보다는 극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데,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일부 장면에서 음악이 감정을 주도 할 때도 있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 만큼이나 재즈에도 조예가 깊다는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사실인데, 영화를 보고나오면서 바로
스코어를 흥얼거렸을 정도로 멜로디 메이커로서의 재능도 상당히 뛰어나다고 생각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 장인이라는 사실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텐데, 그가 장면장면에서 보여주는 에너지는
정말 움찔움찔 할 정도로 놀라운 장면이 많았었다. 안젤리나 졸리라는 배우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크리스틴'의
모습을 발견해낸 점이나 관객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컨트롤 해내는 그의 능력은, 사실 이제 더이상 언급하는 것조차
실례가 아닐까 싶다. 아직도 개인적으로 결정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다면 감독으로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더 좋은가,
아니면 배우로서의 그가 더 좋은가 하는 점일텐데, <체인즐링>을 보고나니 감독인 그에 조금 더 기울기도 하지만,
곧 개봉할 <그랜 토리노>를 보고나면 또 바뀔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에 대해 평론가들의 평가가 조금 나뉘는 것을 보고 든 아쉬운 생각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본인이 스스로 자신의
평가 평균을 너무 높여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뭐랄까 항상 90점 이상을 기본적으로 받아오는 우등생이다보니
100점을 받지 않고서는 다들 반응이 미지근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체인질링>은 안젤리나 졸리를 배우로서 다시 보게된 작품이었으며, 영화 장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솜씨를 다시 한번
접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영화 속 과거의 미국 현실이 현재의 우리 현실과 너무나 닮아있어 씁쓸했던
영화이기도 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유니버설 픽쳐스에 있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 vol.4] 용서받지 못한 자 (Unforgiven, 1992)

줄거리

극악무도한 리틀 빌 보안관에 항거하는 한 창녀 집단이 1천달러 현상금을 내건다. 젊은 총잡이 스코필드 키드가 현상금을 차지하러 나서면 인근의 전설적 무법자 출신 농부 윌리엄(이스트우드)과 동행하자며 유혹한다. '손을 씻었다'고 마다하던 윌리엄은 마지막으로 작업에 나선다. 윌리엄은 건실한 친구 네드 로건(모건 프리먼)까지
동원하게 되는데...

리틀 빌은 자신을 잡으러 온 총잡이도 간단하게 처리하는 솜씨와 함을 과시하는데 그를 잡겠다고 나선 윌리엄은 옛날의 총솜씨도 녹슬었고, 체력은 달리기만 하는데...



사실 이번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를 연작하면서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는 더티 해리 시리즈와
바로 이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였다. <더티 해리>시리즈의 경우 1편이 국내에 DVD로 출시가 되지 않은터라
결국 올해 출시될 블루레이 박스로나 만나볼 수 있을 듯 한데, 이 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는 물론 개봉당시에는
만나보지 못하였고, 비디오로 어설프게 관람했던 기억만 있던터라 이번에 거의 새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이 작품 역시 멜파소 컴퍼니가 제작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서
이스트우드에게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겨주고, 진 핵크만에게 남우조연상을, 그리고 편집상까지
수상하는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서부 영화 역사에 있어서 갖는 의미는 역시나 매우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역시'라는 말을 쓴 이유는
이번 연작을 하면서 리뷰한 작품들이 모두 정형화된 장르의 특성을 따르는 영화라기 보다는, 의외성을
갖고 있는 장르 영화들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서부 영화라는 장르를 갖고 있지만, 일반적인 서부 영화들처럼
영웅도 등장하지 않고, 로맨스도 없다.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일종의
후회와 성찰에 관한 영화이며, 폭력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속 주인공인 '윌(클린트 이스트우드)'은 한 때 여자와 아이까지 죽여버리는 악마같은 총잡이로
이름을 떨쳤지만, 아내를 만나고 나서는 자신의 옛일을 후회하며 그저 농부로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손 씻은 고수가 나중에 어떤 계기로 인해 다시 돌아온다는 설정은 이 영화에서도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해야할 것이다.
일단 다시 총을 잡게 된 이유가 단지 두 아이들과의 생활을 위한 돈을 벌기 위한 것으로 지극히 현실적이며,
그 와중에서도 계속 심적 갈등을 하고 있고, 자신의 예전 행적들로 인해 악몽을 꾸는 등 끊임없이 후회하고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악령에 계속 고통받고 있는 힘없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여기에 함께 동참하게 되는
두 캐릭터의 성격도 매우 흥미로운데, 악마같던 시절을 함께 했던 '네드(모건 프리먼)'는 처음에는 아직
실력이 죽지 않았다며 오히려 말조차 제대로 타지 못하는 윌을 걱정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가서는
방아쇠를 결국 당기지 못하고 결국 자신이 예전과는 다르게 완전히 농부로 돌아간 것을 깨닫고는 일에서
빠지겠다고 윌에게 말하게 된다.

또한 처음 현상금 소식을 알려온 스코필드 키드는 아직 어린 나이로 5명을 죽여봤다고 허풍을 떨지만,
실제로 처음 사람을 죽이고 나서는, 그 폭력성과 공포에 잠식되어 영혼에 깊은 상처를 입고야 만다.
이렇게 기존 서부극에서 등장하는 쿨한 영웅들과는 전혀 다르게 겉으로는 아닌척 하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나약하고 힘없는 영혼의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인간의 폭력성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인물들을 통해
현실적인 깊은 성찰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여기서 또 하나 눈여겨볼 캐릭터는 진 핵크만이 연기한 '리틀 빌'역할이다. 보안관으로서 약간 거친 면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그가 악역으로 그려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영화 속에서 리틀 빌이 한 일들은,
보안관으로서 해야할 지극히 당연한 일들이었으며, 따져보자면 현상금 때문에 자신들을 잡으려는 보안관들을
살해한 주인공 '윌'의 행동이 설명되지 않는 것이였다. 여기에 또 다른 이 영화의 특징이 있다. 바로 극하게
대립과 선을 보였던 기존 선악의 구조에서 벗어나, 확실한 선도, 확실한 악도 없는 모호한 인물 구조를 통해,
어떠한 폭력도 결국엔 정당화 되지 못한 다는 깊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의미깊은
것은 영화 속 '윌'처럼 서부 영화의 아이콘이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실제로 그런 과거를 갖고 있는 캐릭터로서
노년에 와서는 자신이 저지른 만행들을 깊이 후회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이다.

사실 어느 영화에서나 악당이 주인공의 편을 죽일 때는 상당히 깊게 묘사되지만, 주인공이 악당들을 죽일 때에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도 없이 그저 '빵'하는 총소리와 함께 죽는 것만으로 묘사되는데, 이 영화에서는
선과 악의 모호한 설정도 그렇지만, 자신이 예전에 죽였던 이들이 악몽으로 떠올라 고통받는 윌이나,
사람을 처음 죽여보고는 '앞으로 숨도 쉴 수 없는 거겠죠?' '실감이 나지 않아요'라는 스코필드 키드의 말에,
'그 사람의 모든 것과 미래를 빼았은 것이지'라며 대답하는 윌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과 악을 떠나
하나 뿐인 생명을 앗아가는 폭력성이 미치는 영향(사라져간 영혼 만큼이나 가해자의 영혼도 앗아가는)을
깊게 다루고 있다.



결과적으로 '용서받지 못한 자 (Unforgiven)'라는 제목은 매우 직접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주인공 윌이 네드의 복수를 하기 위해, 예전 악마같은 실력으로 보안관무리를 모두 소탕하지만,
이 결말이 다행이거나 통쾌하다고 여겨지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후회한 날들을 보냈던 윌이
다시금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것이 안타깝고, 결국 용서받지 못한 채로 마무리되는 결말에 슬픔마저 느껴진다.
영화 속의 음악은 이런 윌을 위로하듯 따듯하게 감싸고 있지만, 결국 제목처럼 그는 용서받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예전 소개했던 작품들은 초기작들임에도 연출력이 대단하다고 느꼈었는데, 이미 감독으로서도 연륜이 쌓인
이 작품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배우로서는 물론 감독으로서 1인 2역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서부극의 이미지를 토대로 또 다른 서부극을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진 핵크만과 모건 프리먼, 그리고 리차드 헤리스의 연기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중년을 넘어선 감독과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그야말로 이 영화 속 인물들처럼 전성기를 지난
캐릭터들을 연기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지만, 그들의 연기 자체는 아직도 전성기라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타이타닉>에서 로즈의 엄마 역할로 나왔던 프란시스 피셔의 얼굴도 반가웠다.


훌륭한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와 더불어 폭력성과 기존 서부영화가 갖고 있었던 모순들을,
감독 본인이 느끼는 대로 풀어낸 작품으로 세월이 흘러도 그 의미가 전혀 퇴색되지 않은 걸작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2008/03/06 - [Moive] -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 vol.1]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2008/03/07 - [Moive] -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 vol.2] 알카트라즈 탈출
2008/03/10 - [Moive] -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 vol.3] 무법자 조시 웨일즈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 vol.3] 무법자 조시 웨일즈 (The Outlaw Josey Wales, 1976)

줄거리

남북 전쟁이 북군의 승리로 끝이 날 무렵 미주리 주의 산골에서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조시 웨일즈에게 재앙이 닥친다. 북군의 끄나풀이 되어 강도질을 일삼는 테릴의 무리들이 조시의 집을 덮쳐 아들을 죽이고 아내를 겁탈한 후 역시 살해한다.

복수심에 불타는 조시는 싸늘한 킬러가 되어 남부군 잔당에 합류하는데 당시 리더였던 플레처가 배반을 하여 동료들을 모두 잃고 조시는 부상당한 제이미만 데리고 인디언 보호거주지로 향한다. 테릴은 조시 웨일즈의 목에 거액의 현상금을 붙여 만나는 사람만다 조시 웨일즈를 죽이려 든다. 이 와중에 제이미는 부상을 견디지 못하고 죽고 조시 혼자 인디언 구역에 은신한다.

조시는 그 곳에서 떠돌이 인디언 노인 와티를 만나 남부군 저항군이 아직 멕시코에 있다는 말을 듣고 그와 함께 멕시코로 향한다. 조시는 가는 도중 산타 리오라는 마을에서 인디언 코만치족과 무기 거래를 하는 도적 집단인 코만체로 무리들에게 강도를 당한 사라와 그녀의 딸 로라를 구해 사라의 죽은 아들의 집으로 온다. 한편 코만치족은 자신들이 거래하던 코만체로가 조시에게 죽음을 당하자 복수를 하려하는데 조시는 단신의 몸으로 그 부족을 찾아가 생과 사를 건 협상에 성공한다. 조시는 사라의 딸 로라와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의 복수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고 테릴을 찾아 떠나려 하는데 조시의 뒤를 쫓던 테릴이 먼저 그 집으로 쳐들어오고 전투가 벌어지는데...



1976년작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역시 감독과 주연을 모두 맡은 작품이다.
물론 자신이 직접 설립한 멜파소 프로덕션에서 제작을 맡기도 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제목 처럼 '무법자 조시 웨일즈(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극을 이끌어가는 서부영화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를 시작하며 <어둠 속의 벨이 울릴 때>를 얘기할 때에도, 그간 마카로니 웨스턴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첫 번째 감독 작품으로는 상당히 의외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이 작품 <무법자 조시 웨일즈>역시 제목만 보면, 그간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보여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온 또 하나의 서부 영화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영화를 찬찬히 보다보면
이 영화에는 역시 기존의 서부영화들과는 또 다른 점들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일단 이 영화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미지는 그가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보여주었던 환상적인
사격 솜씨를 갖고 있는 건맨의 이미지가 맞다. 하지만 기존 서부영화의 주인공들이 아웃사이더로 시작하여
끝날 때도 훌쩍 홀로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했던 것과는 달리, 영화 속 조시 웨일즈는 시작은 비슷하였으나
전개 방법도 그렇고 마무리도 완전히 다른 방향을 선택한다. 가족을 잃고 본의가 아니라 타의로 무법자가
되어 버린 조시는 자신을 쫓는 배신자 플래쳐와 테릴의 무리에게서 도망쳐가는 과정에서, 역시 본의 아니게
점점 무리를 이루게 된다. '개나 소나 다 따라오는 군'하는 영화 속 조시의 대사처럼, 인디언 할아버지와,
인디언 처녀, 그리고 한 모녀까지...그야말로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되어버린 조시에게 다시 일종의 가족이
형성되게 되는 것이다(그리고 정말 개와 소도 따라온다;;;).

이 설정은 매우 흥미롭다. 다른 영화도 아니고 서부 영화에서, 특히나 그 상징과도 같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에서 서부극의 주인공이 홀로 행동하는 '무법자'가 아니라, 동료를 얻게 되고 동료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들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은, 서부영화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치 <킹덤 오브 헤븐>에서 발리안과 살라딘의 평화협정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조시와 코만치족의
두목 곰 10마리와의 대화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보통 무법자가 등장하는 서부영화였다면 아마도
조시가 또 기가 막힌 총 솜씨를 발휘하며 코만치족을 모두 소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겠지만,
조시는 혈혈단신으로 코만치족 무리를 만나 일종의 평화협정을 제안하고 이를 성공시킨다.
이 밖에도 영화의 말미 부분에 결국 자신을 찾아낸 테릴과 일당들에게 홀로 남겨졌을 때에도, 자신만의
힘이 아닌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무찌른다는 설정은(특히나 그 동료들이 모두 힘없는 노인과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기존 서부영화의 틀에서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한 남자가 가정을 잃고 다시 새로운 가정을
얻게 되는 과정을 다룬 '가족의 탄생'에 가깝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다 끝났다고 생각되었을 때 우연히 만나게 된 플래처와의 대화에서도, 둘이 서로 총을 뽑지 않고
사죄와 용서만으로 마무리하는 장면은, 악당을 단번에 번개같은 솜씨로 처치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훌훌 떠나는 서부극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보는 중 의외로 유머가 섞인 장면들을 찾아볼 수가 있었는데,
일단 주인공 조시는 침을 뱉는 버릇이 있는데, 이 설정은 '조시 웨일즈'라는 캐릭터에 개성을
불어넣기도 하지만, 유머러스한 장치로도 활용되고 있다.
육포를 즐겨먹어서인지 검붉고도 덩어리지게 뱉는 그의 침은, 총 솜씨 만큼이나 그 정확도가 대단한데,
마음에 안드는 이들에게도 거침없이 뱉고, 심지어 자신을 귀찮게 따라오는 개에게도 정확히 양 미간사이에
뱉어내며 코믹함과 스타일을 동시에 들게 한다.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집을 막 청소한다고 빗자루를
들고 분주하게 나서는 할머니앞에서, 평소 같이 침을 뱉으려던 조시가 차마 미안해서 바닥에 침을 뱉지 못하고
그대로 삼켜버리는 장면은(특유의 그 찡그린 표정으로 말이다), 이 영화가 유머러스함도 함께 지니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단순히 마카로니 웨스턴에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미지만을 다시 소모하는 영화일 것이라고
지례 짐작했던 것과는 달리, 기존 서부영화의 틀에서 살짝 벗어나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또 하나의 걸작 서부영화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2008/03/06 - [Moive] -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 vol.1]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2008/03/07 - [Moive] -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 vol.2] 알카트라즈 탈출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 vol.2] 알카트라즈 탈출 (Escape From Alcatraz, 1979)

줄거리

때는 1960년. 샌프란시스코만 앞의 작은 섬에 자리하고 있는 알카트라즈 교도소는 중범죄를 저지른 죄수만을 수감하는 곳으로 철통같은 방어망을 자랑하고 있다. 이곳에 수감되게 된 죄수 프랭크 모리스(클린트 이스트우드 분)는 첫날부터 탈출할 생각에 골몰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탈출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교도소장의 말처럼 쉽게 허점을 발견하기가 힘들다.그러나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모리스는 교도소 건물이 많이 낡았고 바다의 염분과 습기 때문에 시멘트와 철근이 많이 삭아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다른 죄수들과 함께 탈옥 계획을 세운 모리스는 환기통을 뚫은 다음 천정을 통해 탈출을 감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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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해리>로 유명한 돈 시겔 감독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또 하나의 화제작 <알카트라즈 탈출>.
이 영화는 영화 끝부분에 등장하는 자막으로도 알 수 있듯이, 실제 알카트라즈 감옥을 탈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제목 그 자체가 스포일러인것 처럼 '탈출' 하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이다.



일단 탈출 영화하면 <쇼생크 탈출>이 익숙하고, 더 가까운 얘를 들자면 TV시리즈 <프리즌 브레이크>가
구미에 맞고, '알카트라스'라 하면 <더 록>이 더 먼저 떠오르는 세대이지만, 이 영화를 접하고 보니,
그 기원에는 아마도 이 영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와서 보게 된
이 영화는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순 없었다. 왜냐하면 이미 위에 언급한 영화들에서 다 봐온 수법으로 탈출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대로 뒤집어 생각하면, 그 모든 방법이 이 영화에서 먼저 선보인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본 영화들 중에선 연대기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영화가
이 영화. 혹시 더 이전에 제작된 영화 가운데 참고할 만한 영화가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특히 <프리즌 브레이크>의 팬으로서, 이 영화를 보고 <프리즌 브레이크>가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감방 벽을 긁어내어 뒷쪽으로 난 벽 속을 올라 탈출하는 것이나, 동료들을 한 둘 모아 각각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얻고 도망가는 수법 등등 만약 이 영화를 먼저보고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았다면,
'아, 이거 영화에서 본 거잖아'라고 바로 생각했을 정도로 동일한 수법들이 많이 등장하였다.
뭐 아무래도 탈옥 관련한 영화를 만들자면 적어도 이 영화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듯 하다.
주인공인 프랭크가 스코필드처럼 매우 머리가 좋은 인물로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것도 그렇고, 쥐를 갖고 있는
동료가 존재하는 것, 그리고 일이 거의 된 듯 할때 결정적으로 얘기치 못했던 상황이 등장하는 것 등,
우리가 근래에 보아왔던 탈옥관련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았던 기본 설정들이 사실상 모두 등장하고 있다.

물론 1979년 작이다보니 21세기에 나온 작품들과 비교해보자면 세련미가 떨어지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특히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알카트라즈의 명성에 비해, 탈출 과정에서 일어났던 일들이나 장비를
구하는 일들이 너무도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부분은, 매우 치밀한 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는 요즘 이들에게는
어쩌면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영화가 다른 탈옥 영화와 근본적으로 가장
다르다고 느꼈던 것은 바로 주인공의 입소배경인데, 대부분 억울한 누명을 쓰거나 옳은 일을 하다가 잡혀온
주인공들이 탈출하는 것에 비해, 이 영화의 주인공인 프랭크는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그저 다른 교도소에서도 탈출을 감행했었다는 전력 뿐, 그가 무슨 일을 당해서 감옥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판단 잣대는 전혀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더욱 더 '탈옥'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는 구성을 띠고 있다.

이 영화는 일종의 반전이 주는 재미가 주가 되는 스릴러물처럼,
탈출의 과정에서 갖게 되는 갖은 수법에 대한 발견이 주된 즐거움 중에 하나가 되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 말은 <프리즌 브레이크>나 <쇼생크 탈출>등을 보지 않았다면, 프랭크가 벽을 갈아내고, 스푼과 동전으로
용접을 하고, 비옷으로 보트를 만들고, 잡지로 석고를 떠 인형을 만들었을 때, 참으로 기발하다고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당시에 이 영화를 접했다면 굉장한 센세이션까지는 아니더라도, 탈옥 영화 하면 이 영화가
제일 먼저 떠오를 정도로 인상 깊은 감흥을 주었겠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준 기본 수법들을 토대로
최첨단 수법들까지 더해진 최근 탈옥물들을 먼저 접한 많은 이들에게는, 그 만큼의 큰 인상을 받기엔
어려운 작품이 되어버린 듯 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탈옥물의 대부분의 소스를 가장 먼저 제공한 작품으로서
큰 의미를 갖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 이번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또 한 번 드는 생각이지만,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는 언제 보았느냐 만큼이나 무엇을 먼저 보았으냐가 전체적인 관람 자세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 / 이 리뷰를 하면서 가장 걱정된 점은 이 영화보다 더 먼저 이런 형식으로 그려진 영화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본문에도 있지만 만약 다른 영화를 아시는 분들은 알려주세요~


2008/03/06 - [Moive] -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 vol.1]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 vol.1]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Play Misty For Me, 1971)

줄거리

젊은 여인이 심야 라디오 DJ를 남몰래 사모하여 "Misty"라는 곡을 매일 신청한다. 데이브는 캘리포니아에서 심야 째즈 디스크 자키로 활동하고 있다. 젊은 여인인 에벨린은 데이브를 사랑하게 되고, 그에게 게속해서 음악을 신청하는 것이다. 급기야는 편집증적으로 그에게 구애를 한다. 디제이인 데이브는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에벨린 때문에 괴로워한다. 광적인 그녀의 행동에 놀라면서, 그녀의 그물망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에벨린은 자신의 사랑이 받아 들여지질 않자 죽음에 이를만큼 그를 괴롭힌다. 데이브는 그녀의 살의에 위협을 느끼고, 도망치려 한다.



이 영화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는 제목 자체로 더욱 익숙한 영화 중에 하나였다.
1971년 작으로, 배우로 감독으로 너무도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가
처음으로 감독과 주연을 맡은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직접 멜파소 프로덕션(A Malpaso Company Production)을 설립하기도 하였는데,
이 프로덕션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 속에 무표정한 무법자 이미지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생각한다면, 그의 첫 번째 감독 작품으로는 조금은 의외로 다가왔던 영화였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이미지대로 그가 주연으로 무언가 해결해 나가는 주체가 된 마초 영화를 쉽게 예상했었는데,
전혀 다른 공포 싸이코 스릴러 영화가 그의 첫 번째 감독 작품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로 소개되었지만, 원제는 'Play Misty For Me'로, 영화 속 라디오 DJ로
등장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여성 팬인 에블린이 'Misty'란 곡을 신청할 때 하는 대사를 그대로 쓰고 있다.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미스티를 틀어주세요' '미스티 신청합니다' 정도가 될 텐데,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라는
제목이 어쩌면 더 어울리지 않았나 싶다. 사실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역시 본 터라, 이 영화는 제목만
보고는 그저 공포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공포 영화라기 보다는, 광적인 여성 스토커를
등장시키면서 복잡한 스토커의 심리 상태와 더불어 의외로 고어스런 장면 연출과 음악과 분위기 전환으로
템포를 조절하는 연출이 돋보이는, 첫 번째 감독작으로는 손색이 없는 스릴러 영화라 해야할 것이다.

극 초반부에는 '아, 이 여자 성깔있구나'정도로 에블린 캐릭터에 맛을 보여주었다면,
그녀가 본색을 드러내는 중반부부터는 점점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이끌다가, 그녀가 결국 구속되고
남녀주인공이 따뜻한 음악을 배경으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나, 몬트레이 재즈 페스티벌 장면이 나오면서
잠시 얘기가 다 끝난듯 숨을 돌린 뒤, 마지막에 가서는 완전히 공포물에 가까운 분위기로 그녀와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 극중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속절없이 당하기만 하는데, 그간 출연했던 영화들에서는
총잡이로 이름을 날렸던 그가, 정작 자신이 연출한 첫 번째 영화에서는 거의 대항하지 못하고 여자에게
당하기만 하는 캐릭터로 등장한 것도 이채로운 점이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음악, 특히 재즈에 대한 조예와 애정은 이후 그가 보여준 마틴 스콜세지의
프로젝트인 <더 블루스>시리즈와 <델로니어스 몽크> <버드>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자신의 첫 번째 감독 작품인 이 영화에서도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일단 주인공의 직업이 라디오 DJ라는 것 부터 시작해서, 'Misty'라는 유명한 스탠다드 팝넘버를 소재로
사용한 점, 그리고 영화 만큼이나 유명한 로버타 플랙(Roberta Flack)이 부른 사운드트랙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은 물론,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몬트레이 재즈 페스티벌을
촬영한 장면이 제법 긴 시간 비중있게 수록된 것만 봐도, 그의 음악에 관한 애정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나이로 봐서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보다는 <미저리> 세대라고 봐야 할 텐데,
이 영화 속 에블린 역할을 맡은 제시카 워터(Jessica Walter)의 싸이코 스토커 연기는 이후 싸이코페스가
등장하는 영화들의 캐릭터 연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였다. 그야 말로 순간 '정색'하며
욕설을 퍼붓거나 칼질(?)을 해대는 그녀의 연기는, 이 영화를 공포 영화로 불리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지금이야 워낙에 유명하고 좋은 작품을 많이 연출한 감독으로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이지만,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의 후기 좋은 작품들을 먼저 관람한 이후에 보게 된 첫 번째 작품이지만,
만약 이 영화를 1971년에 만날 수 있었다하더라도, 그저 배우로서의 유명세로 어설프게 시도한 작품으로 생각되기
보다는,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보는 심정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 영화 팬이긴 하지만, 따져보면 클래식이라 불리는 예전 영화들이나, 유명한 배우들의 대표작 혹은
      매우 유명한 예전 영화들을 놓치고 있는 경우가 아주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그래서 신작들을 챙겨보는 틈틈에 오래된 명작들을 찾아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첫 번째 시간으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명작들을 하나씩 찾아보기로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배우로서가
      아닌 감독으로서가 더 익숙할 정도로, 그의 예전 영화들, 즉 노인이 아닌 젊은이로 등장하는 영화들을
      거의 보질 못했는데 이 기회에 차근차근 찾아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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