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미코, 더 트레져 헌터 (Kumiko, the Treasure Hunter, 2014)

이 쓸쓸하고 행복한 모험



인구 3,500만명이 살아가는 대도시 도쿄.. 29살의 쿠미코는 누구보다 절박한 외로움을 느낀다. 장래가 없는 회사 생활과 모욕을 주는 상사, 자신보다 더 뛰어나고 매력적인 후배들, 그리고 결혼을 재촉하며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엄마 때문에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쿠미코는 동굴 속에서 영화 비디오 테이프 하나를 발견한다. <파고>라는 미국 영화에서 어떤 남자가 눈밭에 돈가방을 묻는 것을 보고 그녀는 그 보물이 실재한다고 확신하기에 이른다. 결국 회사 법인 카드를 훔친 쿠미코는 직접 만든 보물 지도를 들고 얼음 덮인 미네소타를 가로질러 자신의 돈을 찾기 위한 장대하고 예측 불가능한 여정을 시작한다. (출처 : 다음영화)


2001년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고니시 다카코는 여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쿠미코, 더 트레져 헌터'는 잔혹한 현실과 이를 돌파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환상이라는 영화적 기법으로 응원하며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는 크게 완전한 스토리텔러의 역할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서술하는 방식이 있고, 다르게는 영화가 관객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을 돕거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영화가 있는데, 이 작품은 후자에 경우다. 이런 방식은 이야기에 오히려 더 쉽게 빠져들게 되는 효과가 있는데, 이 영화 역시 쿠미코가 처한 현실과 그녀가 이를 벗어나기 위해 선택하는 모험을 지켜보면서, 이 짧은 러닝 타임 동안 쿠미코라는 여성을 조금은 가여운 심정으로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행복을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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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독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반해 쿠미코가 처한 현실은 한 편으론 가벼운 편일지도 모르겠다. 생사가 걸려 있는 현실에 턱 막힌 인물들에 비하자면 가벼운 문제 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는 반대로 하자면 돈을 벌고 회사를 다니고 특별할 것 없이 살아가는 현대의 보통 사람들의 현실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 영화 속 쿠미코처럼 그저 하루하루 반복되는 삶과 조여오는 타인들과의 관계와 부담이 곧 벗어나고픈 현실이라는 이야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쿠미코의 모험담은 황당할 정도로 말이 되지 않고, 다른 한 편으로는 그저 '세상에 이런 일이'같은 TV프로그램에나 스쳐 등장할 법한 이야기지만, 코엔 형제의 영화 '파고 (Fargo)' 속 이야기를 믿고 인생의 모든 것을 거는 여정을 떠나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무언가 말로 다 하기 어려운 쓸쓸함과 동질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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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쿠미코의 여정을 내내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던 영화의 시선과 그 결말의 선택은 쓸쓸함과 동시에 조금은 행복함을 느끼게 했다. 그렇게 행복해진 쿠미코의 뒷 모습에서 느껴진 묘한 안도감과 평화로움은, 작지만 오래 여운으로 남게 될 듯 하다.



1.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여 실제 이야기를 좀 찾아봤더니, 고니시 다카코라는 여성이 2001년 11월 경 미네소타 주에서 여행을 하다가 저체온증으로 사망을 한 사건이 있었네요. 영화 속 내용 처럼 '파고'의 돈가방을 찾아 왔다는 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 조사결과는 '파고'와는 무관한 사건이었다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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