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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를 찾아서 (Finding Dory, 2016)

영화는 장애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가


디즈니와 픽사의 신작 '도리를 찾아서'는 '니모를 찾아서'에서 니모를 찾는데 함께 했던 도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종종 픽사의 작품은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인트로 부분에서부터 감정을 울컥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도리를 찾아서' 역시 그랬다. 전편 '니모를 찾아서'에서는 그저 우스꽝스럽고 모험의 재미를 주는 요소로 활용되었던 도리를 이야기에 중심에 가져오게 되면서 영화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도리가 단기기억 상실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도리를 찾아서'를 보지 않고 전편 '니모..'만 본 이들이라면 도리라는 캐릭터에 대해 장애라는 것까지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인식되어 있을 텐데, '도리를 찾아서'는 분명하게 도리가 갖고 있는 것이 병이고 그로 인해 겪어야만 하는 일들에 대해 명확하게 들려주고자 한다. 언제부턴가 디즈니, 픽사의 작품들은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을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그래서인지 '도리를 찾아서'의 인트로 장면은 어렸을 때부터 장애를 갖고 그 장애로 인해 앞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야 할 자식을 바라보는 도리의 부모 심정이 느껴져서 인지, 시작부터 감정이 동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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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가져오면서 전작의 모험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모험과 드라마가 되었다. 많은 영화 특히 애니메이션을 보면 사실상의 장애를 갖고 있는 (특히 정신적 장애) 캐릭터들을 희화하거나 재미 요소만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사실 이런 점은 평소 인식되지 못할 정도로 정상적인 주인공의 스릴 넘치는 모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데, '도리를 찾아서'를 보고 나니 그런 모험의 주변에서 희화화 되어 특히 애니메이션을 보게 될 아이들에게 어떠한 잘못된 선입견을 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전편인 '니모를 찾아서'만 해도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린 니모를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이 이야기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이 모험의 과정에 조력자로 등장하는 도리의 존재는 그저 우습기는 하지만 착한 캐릭터 정도로 묘사된 점이 없지 않다. 그런데 그 속편 격이라 할 수 있는 '도리를 찾아서'는 마치 속죄라도 하는 듯이 도리를 주인공으로, 또 도리의 장애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이야기에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이 우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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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갖고 있는 본인이거나 가족 가운데 장애를 갖고 있는 이가 아니면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을 영화는 하나씩 말해준다.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것이 전작에 묘사된 것처럼 한 순간의 모험으로만 보았을 땐 재미와 변수, 흥미 요소로 그칠 수 있지만, 한 인생을 두고 길게 보았을 땐, 특히 부모의 입장에서 보았을 땐 평생 조심스럽고 걱정되고 또 장애를 가진 본인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불편한 것 정도가 아니라 매순간 순간 삶을 포기할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걸 (물론 이 영화는 전체관람가이기 때문에 그 고통까지 직접적으로 묘사하진 않는다)영화 속 도리와 도리의 부모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도리를 찾아서'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장애에 대해 가볍지 않은 태도로 접근하고 바라본 점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의 인트로에서 어린 도리와 도리의 부모가 나누는 찡한 대화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바로 도리가 처한 현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도리라는 캐릭터가 주는 재미와 웃음은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장애 때문이 아니라 도리 자체가 갖고 있는 는 긍정적이고 유쾌한 성격 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이건 단순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많은 작품, 애니메이션들이 놓치고 있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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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좋았던 점은 끝까지 이 장애를 극복해야 만 할 요소로 보지 않고 인정하고 함께 해야 할 요소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즉, 영화 말미에 기적같이 도리가 모든 기억을 되찾는다거나 하는 가짜 해피엔딩 대신, 그런 도리를 편견 없이 함께 하는 동료, 친구들의 모습으로 마무리 한다는 점이다. 혹자는 영화가 선택한 도리 가족의 이야기를 두고 이거야 말로 너무 영화 같은 해피엔딩이 아니냐 라고 질문할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영화가 선택한 가족의 이야기야말로 더 현실적이고 또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응당 도달해야 할 정상적이고 영화적인 해피 엔딩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아쉬운 점도 있었다. 마치 '니모를 찾아서'의 도리가 그랬던 것처럼, '도리를 찾아서'의 등장하는 일부 장애를 갖고 있는 캐릭터는 여전히 웃음거리로 묘사되는 안타까운 점이 발견되었다. 캐릭터의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새(bird) 캐릭터와 물개 캐릭터는 분명 일종의 정신적으로 장애를 앓고 있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데, 여전히 활용 측면에 있어서 그 장애가 웃음거리가 되는 수준의 묘사를 넘어서지 못했다. 후반부 모험에 등장하는 고래상어 '데스티니'와 고래 '베일리'의 경우는 도리와 같은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앞선 두 캐릭터의 경우는 그저 우스꽝스러운 묘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습으로 묘사된다는 점은 이 영화의 옥의 티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 '니모를 찾아서'에 이런 캐릭터가 등장했다면 차라리 덜 아쉬웠을지 모르겠으나 장애에 대해 제대로 된 시선을 담고자 한 이 영화에서의 그런 묘사는, 정말 아쉽고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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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도리를 찾아서'는 아쉬운 옥의 티가 있지만 그래도 나에겐 전작 '니모를 찾아서'보다도 훨씬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특히 아이들이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보러간 부모님들이 더 감동 받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1. 영화 시작 전 만나볼 수 있었던 단편 영화 'Piper'도 참 깔끔하고 좋았어요. 스토리도 좋고, 특히 CG수준이 한 차원 높은 수준이어서 놀랍더군요. 


2. 시고니 위버는 정말 시고니 위버 목소리였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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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

부모의 마음으로 써내려간 미안함



'몬스터 주식회사'와 '업'을 연출하고 '월-E' 등 여러 픽사 작품에 각본 및 원작으로 참여했던 피트 닥터의 신작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을 보았다. 개인적인 이유로 관람이 조금 늦은 탓에 주변의 관람 평을 먼저 듣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중론은 '픽사가 돌아왔다'라는 정도였다.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오히려 디즈니의 작품은 더 나아지고, 픽사의 작품들은 좀 시들해진 경향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픽사 하면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 나온 것 같아, 보기 전 부터 기대가 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지면 오랜만에(?) 픽사 작품에 큰 기대를 걸어서 인지 아니면, 실제로 조금 심심해서인지 내게는 '업'이나 '월-E' 같은 작품 정도의 감흥은 없었다.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철저하게 부모의 마음에서 써내려간 이야기라는 것이다. 보는 내내 피트 닥터의 심정이 느껴질 정도로, '인사이드 아웃'은 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진심어린 (혹은 미안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바라보는 시선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따뜻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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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은 잘 알려졌다시피 주인공 소녀인 '라일리'를 구성하고 있는 감정들인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 캐릭터화 되어 라일리의 삶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 흥미롭게 이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단 이 대 설정 자체가 흥미로울 수 밖에는 없는데, 이 설정을 단순히 흥미요소로만 다루고 있다고 보기에는 상당히 디테일하고 구체적인 뇌과학적 요소를 담고 있어 교육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처음 다섯 가지 감정이 등장한다는 시놉시스를 알게 되었을 땐, 구조적인 측면에서 말그대로 감정들이 라일리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를 기반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했었는데, 실제 영화의 구조는 조금 달랐다. 감정들이 라일리를 완성하는 구성 요소로서 존재한다기 보다는, 정확히 이야기해서 라일리를 키워내는 일종의 부모 같은 존재로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이채로운 점이었다. 그러니까 만약 라일리 자체의 구성 요소로서 존재했다면, 라일리와 만차가지로 미숙하고, 성장하고 하는 것들을 겪어야 하는데, 영화 속 감정들은 특히 기쁨이를 중심으로 마치 이 감정들이 라일리를 키워내는 듯한 제3자의 입장 (부모의 입장)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글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전반적으로 부모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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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보고나서 장난 처럼, 아마 이 작품은 감독인 피트 닥터가 자녀의 반대를 무릎쓰고 이사를 한 것에 대해 뒤늦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거나 혹은 그렇게 이사한 이후 심하게 슬퍼하는 자녀를 보고 그 마음을 이해하고자 미안한 마음에 써내려간 이야기가 아닐까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로 피트 닥터의 딸이 11살인 시절 사춘기를 겪는 모습을 보고 생각해낸 이야기이자, 딸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뒤죽박죽 해져버린 감정을 생각하였고, 그로 인해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예상과 맞아 떨어지는 바이다. 즉, 여기서 핵심은 자신의 경험 (자신이 겪은 사춘기)을 토대로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딸이 겪은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이야기라는 점인데, 바로 이 점으로 인해 '인사이드 아웃'에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가장 중요한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딸을 딸의 입장이 되어 이해하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 그렇게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고 보니 이제야 조금이나마 이해되는 딸의 마음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짙게 깔려있는 작품이라는 얘기다. 그것만으로도 '인사이드 아웃'은 정말 따뜻하고, 참 아름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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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는 부모의 마음이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인사이드 아웃'은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마치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추억 강제 소환이랄까? 마리텔에 김영만 아저씨가 많은 어른이 된 코딱지들을 눈물 짓게 했던 것처럼, 라일리의 기억과 감정들에 관한 이야기는 어른이 된 관객들로 하여금, 내 기억 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잊혀져 버렸던 어린 시절 좋아했던 것들, 추억, 먹는 것, 장난감 등등에 대해 떠올리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극 중 빙봉 캐릭터가 주는 감흥은 특별할 수 밖에는 없는데, 어린 시절 자체를 상징하는 빙봉 캐릭터는 굳이 어른까지 가지 않더라도 중고등학생만 되더라도 초등학교 혹은 그 이전 어린 시절의 나를, 그 만큼 순수했던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특별한 캐릭터였다. 빙봉의 그 눈빛은 마치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이 지금의 나를 바라보며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더 울컥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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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은 어린 자녀들 보여주러 극장에 같이 갔던 부모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훔치며 옆 좌석에 앉아 있는 아이를 한 없이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아마도 이 작품을 완성하고 가장 기뻐했던 이는 감독인 피트 닥터가 아니었을까.



1. 본편 전에 상영된 단편 '라바'도 재미있었어요. 전 끝까지 실화가 아닐까 기대했었다는 ㅋ (다 끝나면 크래딧과 함께 실제 어떤 화산섬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했었던 ㅎ)


2. 아래 피규어 세트는 일본 갔을 때, 그러니까 영화를 보기도 전에 '분명 좋아하게 될꺼야'라는 생각으로 덜컥 샀던 아이템이었는데, 역시나 후회는 없네요. 첨 살 때는 몰랐던 캐릭터 하나하나가 이제 달리 보인다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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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왕 랄프 (Wreck-It Ralph, 2012)

픽사와 디즈니는 변하고 있다



'주먹왕 랄프'도 놓칠 뻔한 영화였다. 제목이나 분위기에서 아동용 영화인 줄 오해했었고, 디즈니 영화라는 점에서 특별한 흥미를 갖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요 근래 디즈니 영화가 그리 나쁜 편만은 아니었다. 2008년작 '볼트 (Bolt)'는 새롭지는 않았지만 기술적 진보와 더불어 변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엿볼 수 있었고, 2010년작 '라푼젤 (Tangle)'은 디즈니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장르로 완벽하게 성공한 경우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먹왕 랄프'가 처음부터 끌리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보고 나서는 과장을 조금 보태서 '이 영화를 안봤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싶을 정도로 만족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디즈니가 변하고 있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건 단순히 디즈니 만의 변화라고 볼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즈니가 인수한 '픽사'도 함께 이야기해야만 할 것 같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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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왕 랄프'는 몇 해 전 '슈렉'이 디즈니를 비판하던 때를 떠올리면 도저히 디즈니에서 만들어졌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단 주인공은 '펠릭스'가 아닌 악당 '랄프'이며, 그렇다보니 배경이 되는 공간도 랄프의 입장에 서 있다. 그러니까 착한 주인공이 악당 역할에 처한 억울한 상황을 극복하는 얘기도 아니고, 온갖 악당들로 부터 이겨내는 영웅 이야기도 아닐 뿐더러, 악당 그 자체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인정하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전개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악당으로 알고 있는 캐릭터들 혹은 보여지는 외모 측면에서 비호감적인 캐릭터들이 사실은 순수한 영혼과 사랑받고 싶어하는 외로움을 갖고 있다 라는 것까지만 얘기했어도 '이런 얘기를 디즈니가?'라며 놀랐을 텐데, '주먹왕 랄프'에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결론마저 전통적인 디즈니의 가치와는 전혀 상반된다고 할 수 있는, 마치 '슈렉'의 엔딩이나 픽사 작품에서나 가능할 법한 결론을 낸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또 한 번 픽사를 떠올리게 되었다. 물론 예전에도 디즈니와 픽사가 계속 관계를 맺고 있기는 했었지만 디즈니가 완전히 픽사를 인수한 지금. 과연 디즈니와 픽사는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 지를 또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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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인지 이 작품을 보고 와서 주말에 집에서 본 블루레이가 바로 픽사의 '메리다와 마법의 숲 (Brave)' 였는데, 개봉 당시 워낙에 실망했다는 평들 탓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기는 했으나 개인적으로 그 정도로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기존 픽사 팬들이 어떤 부분을 기대했었고, 어떤 부분이 기대에 못미처 실망스러웠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분명 기존 픽사 영화와는 조금 다른 영화였다. 얼핏 보면 또 다른 상황에 놓인 픽사 영화의 주인공 같기도 하지만, 메리다는 픽사가 그 동안 다루었던 주인공들의 특성 보다는 디즈니 주인공의 모습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는 캐릭터에 가깝다. 반대로 '주먹왕 랄프'의 주인공 랄프는 디즈니 영화의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픽사 영화의 주인공 성격을 더 띄고 있기도 하다.


이 현상은 어느 한 쪽이 단순히 어느 한 쪽을 닮으려고 한 시도라기 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서로 같은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이것이 다운그레이드일지 업그레이드 일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두 작품만 보자면 분명 '주먹왕 랄프' 입장에서는 업그레이드고 '메리다...' 측면에서는 다운그레이드의 성격이 짙지만, 두 작품 만으로 디즈니와 픽사의 앞으로를 예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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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전통적인 디즈니의 유산 가운데 뮤지컬 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어린이들에게 오히려 잘못된 선입견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디즈니의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기에 픽사와의 코옵을 통해 이런 보수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변화를 꾀하는 것에는 두손들어 환영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조금 고민이 된다. 기존 픽사 작품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이나 성격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했던 관객으로서, 그들이 디즈니와의 결합을 통해 디즈니적 색채를 얻게 되는 것은 별로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부분을 아주 우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을 보자면 조금은 걱정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앞서 이야기했 듯이 '메리다와...'가 아주 실망스러운 작품은 아니었지만, 픽사 작품이기에 아쉬운 점이 들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었다. 픽사 작품 특유의 색채를 상당 부분 잃어버린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금은 두 스튜디오가 한 지붕 아래에 본격적으로 놓이게 되며 겪는 과도기에 선보인 두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존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각각 보여준 것이 앞으로는 또 어떤 방향으로 각각 전개될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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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주먹왕 랄프'의 충격적인(?) 만족도에 놀라 디즈니와 픽사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되어버렸는데, '주먹왕 랄프'는 여전히 아동영화의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픽사 영화가 만족시켜주던 어른의 감성도 만족시켜줄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일단 고전 게임의 캐릭터들을 등장시킨 것 만으로도 매력적이었는데, '팩맨'이나 '스트리트 파이터' '슈퍼 마리오' 등을 어린 시절 오락실과 가정용 게임기를 통해 신나게 즐겼던 세대로서 이 작품은 묘한 향수마저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이야 오락실이 그렇게 생활과 가까운 곳에 있지 않지만, 만약 그 시절에 이런 영화를 보았다면 극장을 나오자마자 오락실로 달려가지 않았을까? 그리고는 게임기 안 캐릭터들에게 이전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공감대 혹은 안스러움마저 들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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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 원래 이런 스타일의 캐릭터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바넬로피'는 정말 귀여웠어요. 정말.

2. 이 글은 어쩌다보니 '주먹왕 랄프' 보다는 픽사와 디즈니에 대한 글이 되어버렸는데, 기회가 된다면 이 영화를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로 한 번 써보고 싶네요. 충분히 그럴 만한 여지가 있는 영화에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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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Mission: Impossible - Ghost Protocol, 2011)

여전한 톰 아저씨의 가능한 미션 



톰 크루즈가 이던 헌트로 활약한지가 1996년부터이니 벌서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TV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톰 크루즈라는 스타를 통해서 헐리웃의 대표 시리즈로 거듭나게 되었으며, 각 작품마다 편차가 있기는 했지만 톰 크루즈(이던 헌트)를 중심으로 매번 불가능하지만 결국 가능할 미션들을 소화해 왔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은 '아이언 자이언트'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등을 연출했던 브래드 버드가 감독을 맡아 더욱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는데, 과연 애니메이션 작품을 통해서는 충분한 매력과 감동을 선사했던 그가, 헐리웃의 최고 액션 시리즈 작품을 맡아 어떤 결과물을 탄생시킬 지가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MI4'는 톰 크루즈가 왜 톰 아저씨인 동시에 헐리웃 최고의 액션 배우이자 진정한 스타인지를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픽사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브래드 버드의 작법이 은근히 담겨있어 더 매력적이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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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주목할 부분은 다시 '팀'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물론 바로 전작인 3편에서도 이러한 모양새를 보이긴 했었지만, 이번 작품의 팀웍은 좀 더 1편의 그것에 가까워졌다. 그렇게 되면서 좀 더 첩보물의 재미(작전의 재미)가 배가 되는 동시에, 이야기의 풍성함마저 얻게 되었다. 이제는 노련하다 못해 레전드 급 요원인 이던 헌트의 완벽한 작전 수행을 보는 동시에 이제 막 현장 요원 자격증을 얻게 된 요원과 아직은 깨끗하게 마무리 짓지 못한 개인적 사연을 갖고 합류하게 된 요원들과의 앙상블은 각각 다른 재미를 주고 있어 만족스러웠다. 더불어 팀으로 귀환한 것에 더해 여기서만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유머들이 적절하게 배치된 것도 좋았다. 사이먼 페그가 연기한 '벤지' 역할은 딱 알맞은 정도의 비중이라 과한 감이 없었고, 폴라 패튼과 제레미 레너가 연기한 캐릭터들의 비중도 '팀'으로서 적절한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의견이라면 이던 헌트와 카터 요원(폴라 패튼)과의 로맨스가 없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이 로맨스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는 스토리 구조였지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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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톰 아저씨 어떻게 ㅠ 난 못 봐 ㅠㅠ)


'미션 임파서블'을 보러 온 관객들이 기대하는 가장 큰 요소라면 역시 불가능할 것만 같은 미션에 도전하는 전문 요원들의 액션과 서스펜스에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고스트 프로토콜'은 아이맥스 포맷을 적절히 잘 활용하고 있다. 특히 고층 빌딩 위에서 펼치는 묘기에 가까운 액션들을 비롯해, 로케이션이 변경될 때마다 장대하게 훑어내려가는 카메라 워킹은 아이맥스 화면에서 더욱 빛이 났다. 즉, 아이맥스라는 포맷의 장점을 작품이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작품을 보기 전 기사 등을 통해 접해들을 수 있었던 '톰아저씨의 기행'은 확실히 도움이 되는 듯 했다. 극장에서 느낀 바로는, 분명 아찔한 고공 액션을 펼칠 때 '우와~'하는 수준과는 다른 '어떻게......'하며 가슴 졸이는 반응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관객들은 이던 헌트를 보는 동시에 톰 크루즈를 보고 있었지만, 그것이 영화적으로 단점이 되기 보단 더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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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극장 밖의 날씨가 몹시 추웠던 탓에 극장 안 온도가 오히려 더 따듯했던 것도 있었겠지만,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며 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액션 시퀀스였다. 사실 전작들에 비하면 '고스트 프로토콜'의 미션들은 그 난이도와는 별개로 영화 속에서 미션을 대하는 방식에 있어서 상당히 쿨해졌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즉, 하나의 미션을 앞두고 카운트다운을 해가며 단계단계를 클리어해 가는 방식이 아니라, 단계를 최소화하고 미션 단위로 비교적 빨리 치고 빠지는 방식),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캐쥬얼하게 각 시퀀스들을 즐기고 다음을 맞이하고 하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는 점인데, 바로 시리즈의 유명한 테마 음악과 함께 봇물처럼 진행되는 주인공의 뒤집기 혹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미션이 가능으로 바뀌는 바로 그 순간의 희열을 느끼기에, 영화는 이러한 틈을 주지 않고 있어 아쉬웠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전작들의 경우 테마 음악이 본편 중에 등장하는 순간의 장면들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바로 그러한 지점이 인상적이지는 못했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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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브래드 버드가 연출을 맡았다고 했을 때는 기대보다는 우려되는 점들이 더 많았었다. 과연 그에게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옷이 잘 어울릴지 혹은 그가 멋스럽게 코디를 해낼지에 대한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리즈 본연의 액션과 서스펜스는 그대로였고 (오히려 1편의 장점을 계승하는!), 블록버스터로서의 볼거리도 그 연출도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여기에 브래드 버드의 픽사 식의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제레미 레너가 연기한 '브랜트' 캐릭터의 스토리, 그리고 무척이나 픽사스러웠던 엔딩까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이러한 엔딩을 만나자니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 감정적인 것에 특히 약한 나로서는 이러한 픽사식의 엔딩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시리즈를 이어오며 성숙해진 이던 헌트에게도 제법 잘 어울리는 엔딩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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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폴라 패튼은 그녀의 전작들을 못 봐서인지 잘 몰랐었는데 무려 75년 생이시더군요!! 전 이런 시리즈에 흔히 등장하는 어린 나이의 모델 뺨치는 신인이 아닌가 했었거든요.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누님 ㅠ 저 같아도 누님처럼 창밖으로 차버렸을 거에요 ㅋ


2. 마이클 지아치노의 음악도 인상적이었어요. 픽사의 느낌과 JJ의 느낌을 모두 갖고 있는 그의 음악이 이 작품에서도 골고루 영향을 주고 있더군요.


3. 과연 톰 아저씨는 언제까지 이던 헌트로 활약할 수 있을까요! 오래오래 그래주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아니면 제임스 본드처럼 제 2, 제 3의 이던 헌트로 거듭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지금같아서는 절대 톰 크루즈 없는 미션 임파서블을 상상할 수 없지만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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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2 (Cars 2, 2011)

감동은 덜하고 볼거리는 더하고



픽사의 작품 가운데 가장 아쉽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한 '카 (Cars, 2006)'의 속편인 '카 2 (Cars 2)'를 보았다. 개인적으로도 '니모를 찾아서'나 '업', '월-E' 등 픽사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카'에 대한 평가가 그리 나은 편은 아니었는데, '카 2'를 보고나서 불현듯 전편이 보고 싶어서 다시 보게 된 '카'는 분명 보여지는 것 보다는 좀 더 많은 의미를 담은 작품이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하고, '카 2'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면, 확실히 속편이 갖을 수 있는 장점이자 단점을 모두 갖고 있는 (캐릭터 소개의 시간이 필요없다는 것) 작품으로서 픽사가 타 스튜디오에 비해 가장 잘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감동적인 스토리 부분은 많이 약해졌지만, 볼거리와 재미 부분은 더 화려해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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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는 자기만 잘 난 줄 알았던 '라이트닝 맥퀸'이 우연한 사고로 만나게 된 레디에이터 스프링스 마을의 친구들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되는 (매번 빠르게만 달리는 것이 일이었던 레이싱 카가 느린 속도로 드라이브 하는 것을 배우게 되는 과정) 이야기를 그렸다면, '카 2'에서는 맥퀸의 중심이긴 하지만 그의 사고뭉치 절친인 '메이터'가 엮이게 되는 전혀 다른 첩보적인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우정의 소중함과 보여지는 것(외모)으로서가 아닌 내면의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재차 들려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확실히 감동을 전달하는 메시지 측면에 있어서는 '픽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심한 부분이 많았다. 기존 픽사의 작품들을 떠올려보자. 오프닝 시퀀스 만으로도 이미 티셔츠를 펑펑 적셨던 '업'은 물론이고, 사람보다 더 간절하고 애틋한 '월-E'의 마음과 시리즈를 계속해오며 더 이상 장난감 이상의 존재가 되어버린 '토이스토리'만 봐도 픽사의 이야기는 항상 애, 어른이고 할 것없이 펑펑 울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그런 측면에서보면 '카 2'는 이런 식의 감동을 시도했는데 실패했다기 보다는, 애초에 방향 자체가 기존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것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듯 하다. 이 부분에 힘을 뺀 것은 사실 상당한 모험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왜냐하면 픽사가 다른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들과 가장 차별되는 부분이 거듭 얘기하는 것처럼 바로 이 부분이기 때문에, 이 핵심이 약해진 작품이 과연 관객들에게 어떠한 평가를 받게 될지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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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카 2'가 이런 이야기에 집중하는 대신 더 많은 공을 드린 부분은 로케이션 (애니메이션에서 로케이션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런지는 모르겠지만)과 그에 따른 볼거리와 디테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맥퀸의 기본 이야기에 거의 대등한 비중으로 음모를 둘러싼 첩보의 이야기가 겹쳐져 있는데, 이를 통해 '카 2'는 마치 007영화를 연상시키는 일본, 프랑스, 런던의 다국적 배경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배경 묘사와 각 나라(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의 디테일이 정말 대단했다. 마치 레이싱 게임들의 디테일이 실사 화면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인 것처럼 (실제로 이 작품에 등장한 런던의 트랙은 게임에도 등장한 아주 익숙한 트랙이었다), 같은 컨셉으로 모두 새로 그렸다기 보다는 거의 실제 도시를 옮겨 놓은 듯한 정도의 퀄리티로 묘사한 도시의 디테일이 돋보였다. 특히 일본에서의 장면의 경우, 일본을 가본 사람들만이 좀 더 웃을 수 있는 미세한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마도 파리와 런던 역시 이런 부분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았을까 싶다 (파리와 런던을 가보지 못해 확인해볼 수 없었던;;;)


각 도시의 배경은 물론 문화까지 고려한 디테일한 에피소드들까지. 이런 부분들은 역시 픽사답다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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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로 표현된 볼거리 역시 만족스러웠다. 이미 전 편을 통해 레이싱 시퀀스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픽사는 이번 '카 2'를 통해 좀 더 화려한 레이싱 장면과 더불어 자동차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시퀀스를 추가했다. 자동차 외에 비행기, 배 등 다양한 탈 것들이 (물론 이 작품에서는 모두 의인화 되어 있으니 누가 타지는 않지만) 등장하는데, 이들이 벌이는 시퀀스들도 흥미로웠다. 볼거리 측면에서는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잊혀져 버린 66번 국도를 통해 많은 생각해볼 거리와 감동의 메시지를 던졌던 전편과 마찬가지로, 이 첩보 스릴러가 더해진 활극 속에서 맥퀸과 메이터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깊게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면 좀 더 인상적인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확실히 이런 이야기적인 측면보다는 볼거리가 더 기억에 남는, 거의 유일한 픽사의 작품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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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편 상영 전 단편으로는 '하와이 여행'을 만나볼 수 있는데, '토이스토리'의 주인공들을 만나볼 수 있어 일단 반가웠어요. 특히 3편 이후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라, 그 이후 토이스토리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엿볼 수 있어서 작품과는 상관없이 그냥 좀 짠하기까지 ㅠ

2. '카 2'를 보고와서 그 다음날 바로 '카'를 블루레이로 다시 보았는데, 상대적 효과였는지는 몰라도 확실히 '카'가 인상적인 작품이더군요. '카 2'에서도 이런 깊이 있는 이야기가 좀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3. 교황이나 영국 여왕과 왕자를 자동차로 의인화 한 것도 코웃음 치게 하더군요. 아, 그리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픽사의 이전 작품들을 '카'처럼 모두 자동차 화하여 조금씩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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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는 그 장면 #5
업 (UP)


어쩌다보니 2011년 들어서는 처음 맞게 된 '눈물나는 그 장면' 시리즈, 그 다섯 번째! 오늘의 작품은 픽사의 2009년작 '업 (Up)'이다. 픽사의 작품들은 실사 영화와 비교해봐도 눈물 겨운 장면들이 정말 많은데, 아니 꼭 하나씩은 있는데 '업'이 조금 특별한 점이라면 영화의 메인 스토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인트로라고 할 수 있는 초반에 관객을 눈물 펑펑 흘리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미처 감정잡고 울 준비조차 되기 전에 눈물을 정말 펑펑 흘리게 만들었던 작품으로서 '업'이 주었던 인상은 정말 대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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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초반 장면이 놀라웠던 또 다른 점은 어린아이 시절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년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의 인생을 고작 몇분 안에 스틸 컷처럼 묘사했을 뿐인데도, 마치 이 두 사람의 만남부터 이별까지를 2시간 정도 분량으로 그린 영화에서나 느꼈을 법한 감정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 시퀀스에는 단 한 마디의 대사도 존재하지 않는데도 시간의 변화와 칼 할아버지의 표정 변화만으로 그냥 슬픈 정도가 아니라 펑펑 울릴 정도의 감정을 전달하고 있는 사실은 새삼 생각해도 놀라울 뿐이다. 이 코너에 등장하는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긴 하지만, '업' 역시 스크린샷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 짓게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 픽사의 매직이 아무렇지도 않게 극대화되어서 표현된 가장 좋은 시퀀스 중 하나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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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이야기 (Pixar touch, 데이비드 A.프라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꿈과 현실 사이에 놓인 창조적 기업의 역사


평소에도 이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기업이나 조직 가운데 픽사(Pixar)를 가장 동경해 오고 있다. 그냥 좋아하는 걸로만 따지자면 당연히 지브리 스튜디오가 되었겠지만, 일하고 싶은 기업이라던가 동경해온 조직이라면 단연 픽사를 가장 먼저 꼽을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일하고 싶은 직장이나 동경하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회사는 구글(Google)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구글보다 픽사에게서 더 많은 장점과 비전을 발견해 왔었다 (픽사와 구글은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서울 어딘가에서 나 혼자 무의미한 고민 중 -_-;). 애니메이션을 몹시 사랑하는 이로서 픽사의 작품들은 가장 애니메이션다우면서도 동시에 이전에 애니메이션 작품이 넘지 못했던 경계와 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동시에,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자체를 극영화와 동일한 선상에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든 주옥같은 작품들이었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쨋든 개인적으로 이렇게 동경해마지 않는 픽사 스튜디오에 대한 책 한 권을 몇 달 전 접하게 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픽사 이야기 (Pixar touch)'이다. 픽사를 단순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서 뿐만 아니라 조직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이 컸다는 점에서, 그동안 픽사가 걸어온 길을 조금이나마 들어볼 수 있는 이 책은 몹시 흥미로울 수 밖에는 없었다.

이 책에서는 픽사라는 회사자체가 존재하기 이전에 핵심 인물들이 어떻게 모이게 되었는지서부터 '라따뚜이' '업'에 이르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픽사의 결코 쉽지 만은 않았던 여정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이 가운데는 픽사라는 이름을 얻게 된 계기나 초기 루카스 필름에 세들어 살던 시절, 그리고 스티브 잡스와의 수많은 이야기들, 그리고 거대 스튜디오인 디즈니와의 관계 속에서 '토이 스토리'라는 작품이 나오기까지, 그리고 디즈니에서 독립해 자신들만의 성공을 맛보기까지의 일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평소에도 픽사에 많은 관심이 있던 터라 대부분의 사실 관계는 대충은 파악하고 있긴 했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픽사가 겪었던 시련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큰 것들이었으며, 하마터면 지금쯤 우리가 픽사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없었을 위기들도 참 많았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세세하게 픽사가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선택을 매번 해왔는지는 역사에 가까운 일이라 따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들은 이 이야기가 단순히 픽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벤처 기업 혹은 창조적인 것을 비전으로 하는 기업들의 보편적인 이야기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꿈을 위해 모인 조직이 현실이라는 거대한 벽을 맞닥들였을 때 그때마다 어떠한 선택을 해왔고, 그 선택이 결국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으며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음 행동을 결정했는지를 보고 있으면, 이것이 단순히 픽사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동시에 픽사 역시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그로 인한 인간적인 문제, 부의 재분배, 조직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겪어왔다는 점을 알 수 있었으며, 그들이 걸어온 길을 풀어놓은 이 책의 내용은 수많은 벤처기업과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밖에는 없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도 회사생활을 오래하며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들을 비롯해 정말 많은 일들을 겪어 왔는데, 그 때마다 해왔던 나의 선택과 픽사의 선택을 비교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물론 양 선택을 비교해볼 수는 있었지만, 이 책이 들려주고자 하는 바가 무슨 벤처기업 성공의 정답해설지가 아닌 것처럼, 결국 무슨 선택을 해왔는가 보다는 벽을 만났을 때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떻게 꿈을 잃지 않아왔는지가 더욱 흥미롭고 핵심적인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픽사가 걸어온 길은 단순히 꿈을 쫓는 순진한 이상가들의 길도 아니었고, 반대로 돈과 성공을 쫓아 앞만 보고 달려온 길도 아니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의 결과가 말해주듯 이 모든 역경을 겪어내고 성공이라는 것을 얻었기에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일반적인 경제적 성공과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후일담도 분명 가능했을 것이다. 요새 동료들과 우스게 소리로 하는 얘기가, 우리 회사도 책 한권 쓰면 좋을 것 같다라는 얘기를 가끔 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성공해야 의미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도 비슷한 의미)라는 얘기를 하곤 한다. 어느 회사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굴곡을 겪게 마련이고, 그 시련을 어떻게 잘 견뎌내고 그 가운데서도 구성원과 비전을 지켜내는가에 따라 회사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 '픽사 이야기'를 통해 바로 이점을 가장 많이 배우게 되었다. 픽사라는, 내가 가장 동경하는 회사가 고난을 이겨내는 방법은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 방법이 설사 잘못된 것이었다고 해도 지금의 성공이 말해주듯 그들이 택해온 길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더 나아가 꿈과 현실 사이에 놓인 나와 내 회사의 미래와 꿈에 대해 작은 위로와 용기를 준 책이기도 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토이 스토리 3 (Toy Story 3 : Blu-ray Review)
픽사의 레퍼런스 블루레이 타이틀



올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가운데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역시 픽사의 신작이자, '토이 스토리 2' 이후 11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토이 스토리 3'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 보다 '월-E'나 '업' 등이 더 취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3편을 보고 나니 이제야 이 시리즈를 더더욱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1,2편에서 편집 작업을 맡았던 (참고로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편집'이란 극영화의 편집과는 다르게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 영역이다) 리 언크리치가 감독을 맡은 이번 작품은, 그 동안의 추억을 아우르는 동시에 '토이 스토리'라는 이야기가 궁극적으로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드디어 아름답게 마무리함으로서, 10년 넘게 시리즈를 함께 해온 팬들과, 역시 10년 넘게 함께 해온 그 자신들에게 뜨거운 안녕을 전하고 있다. 작품에 대해서는 이미 개봉 당시 리뷰를 통해 대부분 정리했음으로 오늘 이 글에서는 최근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에 포커스를 맞추고자 한다.

 

Blu-ray Menu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토이 스토리 3' 블루레이 타이틀은, 각각 부가영상을 담고 있는데 메뉴의 특성이라면 일반적인 부가영상과는 다르게 '추천영상'이라는 메뉴가 있어서, 메뉴를 재생시킬 때마다 다른 추천영상을 말그대로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타이틀을 구입하면 부가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이들에게는 큰 필요성을 못느끼는 메뉴일 수도 있지만, 많은 부가영상 가운데 어떤게 특히 재미있는지 선뜻 선택하지 못하거나 혹은 재미있는 영상만 골라길 원하는 이들에게는 적절한 추천 기능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 외에 조금 다른 기능이라면, 화면보호기와 홈시어터 최적화 툴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Blu-ray : Picture Quality

픽사의 블루레이 타이틀은 매번 스펙면에서, 특히 화질/음질 면에서 매번 레퍼런스를 제공하곤 했었는데 최신작인 '토이 스토리 3' BD 역시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극장에서 아이맥스 3D로 감상할 때 한 번, 블루레이로 구매해서 풀HD 대화면 디스플레이로 감상할 때 또 한 번, 그리고 리뷰를 위해 BD-ROM으로 캡쳐하면서 또 한 번 화질의 우수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름 돋을 정도의 완벽한 화질이라고 얘기하는 데에 한치의 주저함도 없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화질 리뷰란에 어떤 장면을 캡쳐해야 될지, 아니 수 많은 캡쳐장면들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해도 다 좋을 만큼 모두 미칠듯한 화질이라 고민이 되었을 정도로, 장면장면마다 정말 화질이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다. 물론 극영화와는 다르게 애초부터 모두 디지털로 제작된 CG애니메이션이라 본래의 그릇이 좋을 수 밖에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토이 스토리 3'의 화질은 분명히 다른 디지털 애니메이션에 비해서도 우수함이 느껴진다. 이것은 BD타이틀 자체의 화질 표현력의 우수력은 물론이고, 제작 당시 미세한 디테일까지 신경써서 작업한 픽사 애니메이터들과 스텝들의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쨍한 장면은 쨍한 장면대로, 어두운 장면은 어두운 장면대로 디테일이 살아있으며 (특히 빛의 양의 현저히 적은 어두운 장면에서의 영상을 보면, 극영화에서는 거의 도달하기 어려운 정도의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다), 세심한 조명의 결과물 역시 화질로서 100%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 제작진들이 장남감들의 표현만큼이나 더 신경썼던 것은 앤디를 비롯한 인간 캐릭터들에 대한 표현이었는데, 조명이 장난감과 인간에게 각각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전편들에 비해 훨씬 자연스러워진 인간 캐릭터들의 표현은 어떤지 등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감상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사실 '토이 스토리 3' 블루레이 화질에 대한 설명은 아무리 말로 해도 한 번 보는 것에 비할 수가 없다. 블루레이 화질 참 좋은데, 말로 설명할 수 는 없고...뭐 그런 식이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Blu-ray : Sound Quality


사운드 역시 레퍼런스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DTS-HD M.A 7.1채널과 5.1채널을 수록한 사운드는 의외(?)로 영화 곳곳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이 시리즈를 계속 즐겨온 이들이라면 토이 스토리의 액션 시퀀스에 의문을 갖지 않겠지만, 혹시나 아직도 그저 장난감들의 소소한 재미있는 이야기로 오해하고 있을 이들을 위해 말하자면, '토이 스토리 3'는 어지간한 액션 영화 못지 않은 액션 시퀀스로 인해 차세대 사운드를 마음껏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오프닝의 SF서부영화 시퀀스에서 영화는 (그리고 BD타이틀은) '우리 영화의 사운드 임팩트를 마음껏 들려주마!'라고 얘기하는냥 다양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토이 스토리 3'는 대사도 많고, 배경음악도 많고, 무엇보다 다양한 효과음이 많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사운드를 주의 깊게 들어볼 만한 타이틀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화질만큼이나 인상적인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화질을 리뷰하면서 썼던 표현을 빌려오자면, 배경음악은 배경음악대로 훌륭히 표현되고, 효과음은 또 효과음대로 임팩트있게 표현되고 있는데, 이를테면 스패니쉬 버전의 버즈가 등장할 때 흐르는 스페인 전통음악의 경우, 음악 타이틀 정도는 아니지만 음악만 듣기에도 제법 괜찮은 수준의 퀄리티를 들려주고 있으며, 효과음의 경우 초반 서부영화 시퀀스에서 들려주는 각종 폭발음, SF적인 효과음들은 우퍼스피커의 활발한 활용과 더불어 전달되고 있으며, 그 와중에도 우디와 버즈 등 캐릭터들의 대사는 선명하게 전달되고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과 더불어 단편인 '낮과 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단편은 극장 상영시에도 '토이 스토리 3'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낮과 밤이라는 아주 단순한 설정을 통해 아주 간단하지만 본편적인 진리를 전하는 픽사의 스토리텔링의 핵심이 잘 드러난 작품인 동시에, 특히 아이들이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볼만한 단편이 아니었나 싶다. 


그 다음으로 만나보게 되는 영상은 'Buzz Lightyear Mission Logs: The Science Of Adventure'인데,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실제 나사의 우주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영상이다. 그리고 'Toys'에서는 '토이 스토리'에 나오는 장난감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와 실제 장난감을 만들어서 애니메이션 제작에 활용한 사례들을 들려준다. 랏소 같은 경우도 실제 곰인형을 제작해, 움직일 때 동작이 어떻게 되는지, 걸을 때마다 다리는 어떻게 접히는 지 등을 미리 확인해 애니메이션에 적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부가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중 첫 번째 '다시 뭉친 친구들'은 제목처럼 11년 만의 속편에 다시 캐스팅 된 목소리 연기 배우들의 모습과 그들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토이 스토리 3'의 목소리 연기를 한 배우 가운데는 우디 역의 톰 행크스나 버즈 역의 팀 앨런 등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역할들도 있지만, 우피 골드버그나 007을 연기했던 티모시 달튼,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캔 역할의 마이클 키튼 등 목소리 연기에 수많은 좋은 배우들이 참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앤디 역할의 경우 1,2편에서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존 모리스를 그대로 캐스팅할 수 있었는데, 마치 극중 앤디와 마찬가지로 1,2편 당시에는 어린 소년이었지만 현재는 대학생이 된 존 모리스의 감회는, 이번 시리즈의 목소리 연기에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안녕 앤디'에서도 바로 앤디 역을 연기한 존 모리스에 이야기를 다시 한번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토이 스토리 3'가 기술적으로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인, 인간 캐릭터의 묘사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는데, 전편에 인간 캐릭터들이 오히려 장난감 같았던 (흡사 로봇 같았던;) 느낌을 상대적으로 주기도 했던 것에 비해, 이번 3편에서는 기술적 발전으로 인해 좀 더 인간 캐릭터를 장난감과는 비교되는 인간적인 묘사가 가능하게 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장난감 제작자들'에서는 토이 스토리 1편 당시 처음 픽사가 유명 장난감 회사에 장난감 제작을 의뢰했지만 거절 당한 뒤, 중소 업체에 의뢰를 맡겨 현재의 액션 피규어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현재 이 장난감 회사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는 후문을 들려준다. 또한 픽사 애니메이터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만든 캐릭터가 실제로 장난감으로 생산되는 걸 보게 되어 신기함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는 인터뷰와, 장난감의 제작과정도 엿볼 수 있다.


'장난감의 눈으로 보기 : 디즈니랜드 놀이기구'에서는 토이 스토리의 컨셉으로 지어진 디즈니랜드의 다양한 놀이기구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단순히 컨셉만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존 라세터 등 애니메이터들이 첫 단계부터 상당히 많은 부분에 관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토이스토리의 팬이라면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테마공원이 아닐 수 없겠다. '에필로그'는 영화의 엔딩크래딧과 함께 나오던 에필로그 영상을 따로 만나볼 수 있는 부가영상으로서, 작은 화면으로 보았던 에필로그 영상을 좀 더 큰 화면으로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처음 타이틀을 집어 들었을 땐 별도로 '음성해설'이라고 표기된 부가영상이 없어서 수록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았었는데, 이름은 다르지만 음성해설이 '씨네 익스플로어'라는 이름으로 수록되어 있다. 감독인 리 운크리치와 제작자인 달라 K.앤더슨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PIP형식으로 음성해설과 관련된 영상을 함께 즐길 수 있어 매우 유익한 정보를 가득 수록하고 있다. 장면, 캐릭터, 뒷이야기 등 토이스토리에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토이스토리의 팬이라면 필청해야할 음성해설이다. 감독과 제작자가 참여한 하나의 음성해설에서 그치지 않고 '장난감 박스를 넘어서'라는 제목으로 또 하나의 음성트랙이 수록되어 있는데, 토이스토리 3의 수석 애니메이터와 기술 감독, 프로덕션 디자이너, 스토리 수퍼바이저가 참여하여 감독과 제작자가 들려주는 음성해설과는 또 다른 기술적이고 디테일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토이 스토리 3'는 색다른 시퀀스의 오프닝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바로 이 '서부식 오프닝'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처음 기획한 서부식 오프닝은 좀 더 전통적인 세르지오 레오네 방식의 오프닝이었다는 뒷이야기와 액션이 가미된 구성을 위해 액션 전문가를 기용, 좀 더 다이나믹한 장면 연출을 완성해 냈다. 또한 픽사 스텝들이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흥미로운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엿볼 수 있으며, 결국 이러한 창의적인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플래시백이라는 멋진 구성까지 이끌어 냈음을 알 수 있었다.


'보니의 놀이시간 : 스토리텔링'과 '시작 : 이야기만들기'에서는 각각 스토리텔링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들과 디테일한 과정을 들려주는데, 현존하는 최고의 스토리텔링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픽사 애니메이터들의 회의 시간을 엿보는 것 만으로도 유익한 시간이라 할 수 있으며, 특히 시나리오 작가나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교과서는 없을 듯 하다. '시작 : 이야기만들기'에서는 '토이 스토리'와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의 예를 들어 좋은 이야기를 만들려면 이렇게 해야한다 라는 방법을 정확히 제시해주는 부가영상으로서, 앞선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할 부가영상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외에도 '영화 팬' 메뉴 안에는 '낮과 밤, 제작과정' '픽사로 가는 길' '픽사 이야기 : 고든은 어디에?', '픽사 이야기 : 시리얼 바' 등 매우 흥미로운 부가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모두 다 소개하는 것보다는 직접 확인하시라고 '영화 팬' 메뉴는 이 정도로 마무리할까 한다.


'개인 & 액티비티'에 수록된 '토이 스토리 - 백과사전' 에서는 토이 스토리의 다양한 정보들을 퀴즈형식으로 풀어볼 수 있는데, 퀴즈에 게임 요소까지 더해져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즐겨볼 수 있을 듯 하다. 


마지막으로 '홍보'란에는 예고편 등 다양한 부가영상들이 역시 수록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티저 예고편 및 정식 예고편 등이 수록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누가 픽사 타이틀 아니랄까봐 기본적인 예고편들 외에 버전별 예고편들 그리고 예고편은 아니지만 다양한 홍보, 티저 영상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스패니쉬 버즈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실제 라틴 댄서들을 픽사에 초청해 애니메이터들이 실제 춤을 보고 춰보기도 하며 동작을 연구하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총평] 픽사라는 스튜디오의 지금을 있게 한 작품인 '토이 스토리'의 대단원의 마지막인 '토이 스토리 3'는 시리즈의 마지막으로서는 물론, 3편 단편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서, 픽사의 작품답게 가장 애니메이션다우면서도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넘어선 대단한 작품이었다. 블루레이 타이틀 역시 레퍼런스 그 자체의 퀄리티로, 놀라운 화질과 음질 수록과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다양한 부가영상들로 인해 소장가치 만점짜리 타이틀이라 할 수 있겠다.


작품 - 10
화질 - 10
음질 - 10
스페셜피쳐 - 10
소장가치 - 10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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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3 (Toy Story 3, IMAX 3D)
나를 또 울렸어 ㅠ


'토이 스토리 2'가 나온지 무려 11년이라는 시간이, 아니 세월이 흘렀다. 이런 공백이 애초부터 기획되었던 것인지 (픽사라면 그럴 수 있다) 아니면 여러 다른 작품들을 먼저 내느라 단순히 스튜디오의 스케쥴 상, 11년이 지난 2010년에 와서야 시리즈의 3편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이 타이밍은 극중 내용과 마찬가지로 11년 사이에 훌쩍 커버린 관객들에게 (그러니까 어쩌면 초등학교 시절 우디와 버즈 같은 장난감을 갖고 놀던 시절에 토이 스토리를 처음 만났다면 이제는 20대의 청년이 되어버린 관객이나, 아니면 11년 전 토이 스토리를 통해 우디와 버즈와 함께 추억의 한 켠을 공유해버린 관객들에게), 아니 이런 관객들이야말로 진정 즐길 수 있게 된 더 완벽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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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토이 스토리 1,2편을 즐기지 않은 일반 관객들은 즐기기 어려운 작품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독립적인 요소가 강한 것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점으로 남았을 정도로, '토이 스토리 3'는 개별 작품으로서의 재미와 완성도도 픽사의 다른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사실 이 점이 '토이 스토리 3'의 대단한 점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데, 전편을 계속 함께 해온 팬들을 자극하는 감정선을 그대로 유지하고 결말에 가서 폭발시키면서도,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한, 그러니까 달랑 '토이 스토리 3'만 보아도 여느 작품과 비교해도 만족스러운 독립적인 작품의 완성도를 갖췄다는 점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라면 당연히 후자를 버리다시피 하더라도 전자에 몰두했겠지만, 픽사 같은 스튜디오는 어느 하나도 버리지 않고도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사실 전편을 함께 해온 관객들이라면 이미 홈비디오로 촬영된 앤디와 우디, 버즈의 예전 영상을 보는 첫 장면부터 눈물이 펑 터질지 모르겠다. 실제로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이 장면, 어찌보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었던 홈비디오라는 설정이었지만, 마치 ''의 첫 시퀀스처럼 이 시퀀스 만으로도 팬으로서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토이 스토리 3'는 처음부터 이 작품이 마지막이라는 점과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를 다 알려주고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대학에 가게 되어 더 이상 장남감을 갖고 놀지 않게 된 앤디. 그리고 이런 현실 속에 앤디 와의 이별을 준비해야만 하는 우디와 버즈 그리고 친구들. 아마도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언젠가는 닥쳐올 이 순간을 (겪고 싶지 않은 이 순간을) 우리는 마침내 스크린 속에서 담담히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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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토이 스토리 3'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이 시리즈의 예정되었던 결말을 만나게 되는 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계속 함께 해온 이들이 아니라도 즐길 수 있는 부분들이 조금 불필요하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캔과 바비의 시퀀스는 생각보다 훨씬 비중있게 그려지는데, 이들의 이야기가 분명 영화의 전체적인 리듬이나 재미를 위해서 추가된 뉘앙스가 큰 것을 감안한다면, 좀 더 이들 말고 우디나 버즈 혹은 다른 장난감 친구들의 이야기를 좀 더 다루어주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만약 이렇게 시종일관 웃겨주는 (개인적으로는 본래 주인공 장난감들 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만) 캔의 이야기가 없었다면 일반 관객들에게는 좀 더 심심하고 덜 재미있는 작품이 되었을지런지도 모르겠다.

전자의 의미, 그러니까 시리즈를 계속 함께 해온 이들의 측면에서 이 작품을 보면서 새삼 느낀건, '역시 토이 스토리는 '우디'의 영화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디와 버즈가 동등하게 비중을 나눠가졌다고 생각이 들긴 했었지만, 3편에 와서는 좀 더 우디에게 포커스를 맞추게 되었고, 이를 통해 '새삼스레' 토이 스토리는 장난감 모두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디'라는 캐릭터가 핵심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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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해버리면, 결국 '토이 스토리 = 우디 스토리'인것이냐? 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는데, '토이 스토리' 만큼 주인공 우디나 버즈를 비롯해 여러 명의 캐릭터의 이야기가 비중있고 조화롭게 그려진 작품도 드물다 할 수 있겠다. 각자가 장난감이라는 설정에 근거한 답게 특성을 그대로 살린 개그와 시퀀스가 존재하고, 나름의 스토리에 이제는 히스토리마저 생겼기 때문에, 캐릭터 각자의 운신의 폭과 활용의 깊이과 훨씬 깊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주인공 외에도 누구에게나 감정이입이 가능하며, 어쩌면 가장 비중있는 주인공이지만 한 발 물러서 있는 앤디에게마저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토이 스토리 3'는 기존 이야기 구조에 마치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 식의 탈출 시퀀스까지 접목된 이야기였는데, 이 탈출이 진행 됨에 있어서 각자 캐릭터의 장점이 보란듯이 표현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로소' 캐릭터의 경우도 그냥 단순히 지나치기에는 중요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었는데, 영화의 주제 (주인과 장난감이라는 특성과 버려지고 잊혀진다는 것에 대한 메시지)와도 어울려 또 한 번 생각해볼 만한 거리를 제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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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에 대한 짧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픽사의 이전 작품인 '업'에서도 그런 경향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토이 스토리 3'에서 역시 다른 애니메이션들과는 다른 픽사의 냉정한(?) 시선 혹은 역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토이 스토리 3'에서는 이른바 악당 역할로 로소가 등장하는데, '업'에서 '찰스 먼츠'가 그랬던 것처럼 '로소' 역시 처음부터 악당이었던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과 똑같은 사랑스런 장난감이었으나 주인에게 버림을 받아서 (혹은 그런 것으로 오해해서) 악한 마음을 갖게 된 캐릭터였는데, 픽사가 이런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은 확실히 다른 애니메이션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로소는 상처로 인해 잘못된 길을 선택하게 된 캐릭터인데, 보통 같았으면 결국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눈물로 뉘우치며 '그 후로 다같이 행복하게 잘 살았다~'가 되었겠지만, 픽사의 선택은 달랐다. 처음에는 로소가 우디 일행의 도움을 받고서는 잘못을 뉘우치는 듯한 분위기를 보여 '역시'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로소는 이런 우디 일행을 놀랍게도(?) 배반하고서는 다시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전 '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픽사가 찰스 먼츠를 끝까지 보듬지 않고 그냥 놔버렸다라고 이야기했었는데, 로소를 대하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언가 항상 착하고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것 같지만, 잘 따지고보면 그 어느 애니메이션보다 더 냉정한 (일반 실사영화였다면 냉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텐데, 이것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특성과 픽사라는 스튜디오에 대한 기대치 때문에 더 그런듯 하다)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 픽사의 최근 작품이 아닐까 싶다. 결국 상처가 있는 악당 캐릭터였지만 상처를 끝까지 보듬기보다는 한 번의 기회는 주되 이후에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상응하는 결과를 부여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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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3'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정말 이 이야기에 동참하면서 손에 땀을 쥐게 된다는 것이다. 수 많은 패러디와 유머가 섞인 가운데에도 이렇게 극적인 요소에 흠뻑 빠져들어 가슴을 졸이기는 쉽지 않은데 (더군다나 주인공들은 장난감이 아니던가!) 이들의 모험을 함께 하다보면 극적인 순간에 절로 두 눈을 질끈 감게 되고, 또 눈물 흘리게 될 정도로 엄청난 몰입도마저 선사한다. 아무리 픽사의 작품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지만, 볼 때마다 이 작품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생각해보곤 하는데, 아마도 '토이 스토리 3'를 보는 중간 아이들은 은연 중에 친구간의 우정, 그리고 직접적으로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장난감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자세에서 사뭇 달라진 느낌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간단하게는 내가 갖고 놀고 있는 이 장난감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로 시작해, 접하게 되는 모든 사물과 대상에게 애정어린 관심과 따듯한 시선을 갖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무엇이든 쉽게 버려지고 잊혀지는 요즘 같은 빠른 세상에서, 10년 넘게 함께한 장난감에 대한 이야기는 분명 아이들에게 언젠가는 기억의 파편으로라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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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글의 제목에 있는 것처럼,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시작해 중간중간 울컥이게 하더니 막판에 가서는 펑펑 울게 끔 만들었다. 마지막에 우디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아주 조금 관건이었는데, 역시나 우디는 (그리고 픽사는) 펑펑 울 수 밖에는 없는 선택을 하더라.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우디와 장난감들이 사람처럼 움직이고 표정 지을 때는 모르겠지만, 다시금 장난감으로 돌아가 움직이지 않고 멈춰버린 눈동자를 볼 때는, '그냐 장난감일 뿐인데 이런 눈물을 짓게 하다니'하는 생각 말이다. 

그리고 '또 울렸어' 라는 표현에서는 '또'가 중요하다. 또 울리다니. 사실 처음부터 예상도 가능하고 울 것 같은 준비를 잔뜩 했음에도 '또' 울려버린 것이야말로 '토이 스토리 3'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다. 


1. 이 작품을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존 라세터나 리 언크리치, 앤드류 스탠튼 등 '토이 스토리'를 처음 만들었던 이들이 아마도 애초부터 이런 마지막을 예상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끝까지 자신들이 처음 생각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그들 스스로에게도 무척 행복한 경험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2. 픽사와 지브리의 관계야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고,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존경심의 경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 이번 토토로의 출연 역시 알고 있었던 부분이었는데 의외로 비중이 상당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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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IMAX 3D로 보았는데 3D를 실감나게 느낄 만한 (그러니까 막 입체적으로 튀어나오는) 장면은 많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3D를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무난하면서도 효과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튀어나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입체적인 느낌, 즉 한 장면 안에서 누군가는 앞에 있고 누구는 뒤에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방식은 좋았던 것 같아요. 이를 좀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설정된 장면들이 꽤 있었죠.

4. 그런 측면에서 오프닝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단편 '낮과 밤'은, 역시나 누구나 단번에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텔링과 (이런 것이 진짜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이죠. 말없이 전하는 스토리텔링이라;;) 3D를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네요.

5. 이제 이 시리즈를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다니, 이 사실만으로도 눈물이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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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의 저서 '김태훈의 랜덤 워크'를 읽던 중 한 문장이 하나의 글감을 제공했다. 그는 1960년대를 두고 '지미 헨드릭스와 제니스 조플린이 신보를 발표하고, 고다르와 트뤼포의 신작을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시대'라
고 이야기했는데, 개인적으로도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한적이 많았던 터라 공감이 많이 되는 구절이었다. 나도 가끔,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 홍콩 느와르의 전성기를 이끌던 그 당시 개봉관에서 이 주윤발을 보았더라면 어땠을까, 비틀즈라는 밴드의 시작부터 마지막을 지켜볼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무하마드 알리의 경기를 TV라이브로 즐겼다면 어땠을까, '스타워즈 - 에피소드 5'의 그 유명한 대사를 개봉 당시 실제로 들었더라면 과연 그 충격이 어땠을까 등 비디오나 후일담으로 전해들은 전설의 이야기들을 리얼타임으로 즐길 수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생각해보곤 했었다.

매번 이런 생각은 이렇듯 부러움에서 그치곤 했는데 오늘은 무슨일인지, 그간 내가 살아온 시대를 돌아보게 했다. 그러고보니 내가 살아온 길지 않은 이 시대도 충분히 아름다운, 아니 후세에 누군가는 지금의 나처럼 반드시 부러워할 만한 시대를 살아왔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되돌아본다면,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3부작과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 3부작을 모두 극장에서 즐길 수 있었으며, 앞서 부러워했던 '스타워즈' 시리즈의 프리퀄 3부작 역시 전야제라는 행사를 통해 팬들이 모여 그 유명한 오프닝롤이 등장할 때 극장에서 환호를 보내며 즐길 수 있었다 (이 얼마나 축복인가!). 그 뿐인가 '메멘토'부터 시작해 '인썸니아' '프레스티지' 그리고 '다크나이트'로 이어지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시작과 성장을 아직도 지켜보는 중이며, 코엔 형제라는 세기의 천재 감독의 영화를 개봉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동시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소년에서 남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목격할 수 있었다. 또한 이소룡의 영화를 비록 극장에서 즐기지 못했지만, 우리에겐 성룡이라는 형님을 모실 수 있었으며, 박찬욱, 봉준호, 홍상수 같은 우리 감독들의 세계적인 작품도 안방에서 즐길 수 있었다. 아, 그리고 장국영이라는 별을 갖을 수 있었고 미야자키 하야오와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 픽사라는 영민한 스튜디오, 에반게리온이라는 걸작을 무려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 이걸 하나하나 말하자면 절대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현재에 많은 행복을 누리고 있다. 영화 팬들이라면 누구나 예전 영화들을 극장에서 볼 수 있었으면, 지금은 지긋한 나이의 배우들의 한창 때를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 마련인데, 아마 이 다음 세대는 분명 '스타워즈의 그 유명한 테마 음악을 극장에서 들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히스 레저의 연기를 매번 극장에서 즐길 수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요'라는 부러움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재는 분명 다음 세대가 충분히 부러워할만한 시대다.




음악은 또 어떤가. 개인적으로 존 레논과 동시대에 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매우 자주 하곤 하지만, 아마도 이 다음 세대는 마이클 잭슨의 문워커를 TV를 통해 볼 수 있었다면, 그의 신보를 몇년마다 들어볼 수 있었다면, 내한 공연을 볼 수 있었더라면 하는 부러움, 아니 마치 꿈과도 같은 상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내겐 그리고 우리에겐 마이클 잭슨이라는 세기의 아티스트가 있었다. 아마도 이건 우리 세대에 가장 큰 축복일런지 모른다. 또한 U2, 라디오헤드, 뮤즈, 레드 핫 칠리 페퍼스, R.A.T.M 등 수 많은 밴드들은 물론 bjork, beck, sigur ros, 프린스 등 개성있고 자신만의 세계가 확고한 뮤지션들의 신보를 흔치 않게 음반샾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멀리 해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다음 세대가 부러워할 만한 자산들이 많은 세대였다. 한 앨범이 100만장 넘게 팔리던 상황을 목격한 마지막 세대였으며,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을 사기 위해 동네 음반샾에 미리 가서 예약표를 발권받거나 발매일 음반샾 앞에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서본 마지막 세대였다. 또한 우리는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레전드 아티스트의 결성부터 해체까지를 모두 확인했으며,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발하지 않는 댄스 음악을 만들었던 듀스를 TV음악 프로에서 만나볼 수 있었음은 물론, 윤종신이라는 사람을 '예능 늦둥이'가 아니라 애절한 발라드를 부르던 '가수'로서 갖을 수 있었다.  




그냥 우연히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내가 누린 얼마 되지 않은 과거의 시대와 현재 누리고 있는 시대 역시 누군가는 반드시 부러워할 만한 시대라는 것. 내가 과거의 시간들을 부러워 하는 것처럼,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시절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이 시절을 더 치열하게 즐겨야 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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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Up, Digital 3D, 2009)
놓아주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배려깊은 이야기


아..픽사 (Pixar). 이젠 굳이 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대한 구구절절 설명을 더하지 않아도 <니모를 찾아서> <월-E> <라따뚜이> 등 작품 이름만 대면 깔끔하게 정리될 정도로, 픽사라는 이름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거둔 대중적, 예술적 가치는 실로 대단하다고 감히 이야기 할 수 있겠다. 그 렇기 때문에 최대한 서론을 줄이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픽사의 2009년 신작 <업>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한 기대감을 갖을 수 밖에는 없었던 작품이었다. 이미 <월-E>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서 아카데미 작품상을 넘볼 정도의 작품성을 보여주었던 그들의 신작이라 이보다 더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역시 이런 점은 불필요한 기우에 불과했다(그렇다고 <업>이 반드시 <월-E>를 비롯한 픽사의 전작들 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것은 아니다). <월-E>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집필하고 <몬스터 주식회사>를 연출하기도 했던 피트 닥터 감독은 마치 이누도 잇신 감독이 생활 속 평범한 것들로 부터 진리와 따듯함을 이끌어내는 것처럼, 여러 영화들을 통해 굉장히 익숙해진 클리셰들을 담고 있음에도 또 한 번의 감동과 또 한 번의 깨달음을 전달해주는 놀라운 결과물을 선보였다. 역시 누군가의 말처럼, '픽사는 항상 옳아요' 인 것일까? ^^


(이후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참고해주세요~)


ⓒ Pixar Animation Studios. All rights reserved


사실 영화 초반 5분여, 그러니까 주인공인 칼 프레드릭슨이 홀로되기 전까지의 이야기 전개는 조금은 의외였다. 의외라는 것은 전개가 갑작스러워서라기 보단, 과연 이런 어른 취향의 이야기를 아이들이 따라올 수 있을까 하는 점 때문이었는데, 실제로 극장 내에서 이 부분이 마무리 될 때까지는 극장내 아이들이 모두 숨죽이듯 조용했던 것 같다. 모험을 꿈꾸는 칼이라는 소년이 엘리라는 소녀를 만나 결혼하고 삶의 행복과 아픔을 모두 함께 겪고 결국 엘리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는 이 오프닝 시퀀스는 굉장히 짧고 빠른 전개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슬퍼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이상하게 처음 관람했을 때보다 내용을 이미 다 알고 본 두 번째 관람시에 더 눈물을 참기 어려웠는데, 단 5분 간의 오프닝 시퀀스 만으로 '칼'이라는 주인공에게 공감하도록 만드는 이 작품의 위력은 정말 당하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 오프닝 시퀀스가 끝나고 영화는 홀로 남은 칼을 조명한다. 모든 것을 함께 했던 그 집에 이제는 홀로 앉아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유리창을 닦는 칼의 모습은 그가 얼마나 엘리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는지 단숨에 알 수 있게 해준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칼에게 이 집의 의미는 단순히 엘리와 함께 한 인생이 담긴 것이 아니라 '엘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고집을 부려가며 이 집을 지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던 칼은 점점 이 집을 지키려는 자신의 행동에서 집착을 발견하는 동시에 현실적인 어려움 역시 인정하고서는, 예전부터 엘리와 함께 떠나기로 했지만 여러가지 이유들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남미의 '파라다이스 폭포'로 엘리(=집)와 함께 떠나기로 맘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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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보면 이 여정의 의미가 단순히 엘리가 평생 이루지 못한 꿈을 이제라도 이루어줘야겠다 라는 결심만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 이 여정에는 이것 이상의 결심이 포함되어 있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칼은 더 이상 엘리 없는 삶과 엘리의 분신과도 같은 이 집을 현실로부터 지킬 수 없음을 인정하고는, 엘리와 함께 꿈꾸던 파라다이스 폭포로의 여정을 자신의 삶의 '마지막'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칼은 파라다이스 폭포로 가서 엘리와 함께 하려고(삶의 마지막을 맞으려고) 이 여정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마지막 여정에 '러셀'이라는 소년이 불쑥 끼어들게 되면서 이야기의 양상은 180도 틀려지게, 아니 칼의 계획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게 된다.

칼이 러셀에게 그리 따듯하게 대하지 않는 것은 물론 러셀이 필요 이상으로 성가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ㅎ), 반드시 그것 때문만이라고 보긴 어려울 듯 하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칼은 이 여정을 '마지막'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의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를 애써 거부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이후 등장하는 강아지 '더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칼이 본래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파라다이스 폭포의 반대 쪽에 불시착하는 바람에, 칼은 어쩔 수 없이 러셀과 동행하게 되고 러셀로 인해 도요새 '케빈'과 말하는 강아지 '더그'와도 일행을 이루게 된다. 칼이라는 캐릭터를 떠올려보았을 때 이렇게 둘 이상의 누군가와 일행을 이루게 된다는 점 역시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을텐데, 평소 내성적이고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칼의 성격을 미뤄봤을 때(이런 말 없는 성격은 집안 내력임을 그의 결혼식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칼에게 엘리는 전부였고 그 외에 인간관계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걸 조심스레 예측할 수 있다. 서로에게 서로 밖에는 없었던 칼과 엘리의 관계는 엘리가 먼저 이별을 고하게 되면서 칼은 혼자 남는 방법을 배우지도 못한채 홀로 남게 되어버린 것이다. 칼이 지속적으로 무리를 짓게 되는 것을 거부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과 앞서 언급한 '마지막'의 의미가 더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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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러셀'이라는 캐릭터가 '칼'이라는 캐릭터의 들러리를 서기 위해 등장한 캐릭터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 중간중간 언급되지만 러셀에게는 불우한 가정 환경이라는 아픔이 있다. 러셀은 시간이 날 때마다 칼에게 자신이 아버지와 함께 했던 일들, 아버지가 해주었던 것들을 이야기하는데, 나중에 '그냥 그 때가 좋았던 것 같아요'라고 우울하게 추억하는 걸 보면 현재는 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마지막 우수대원으로 표창을 받는 자리에 보면 결국 새엄마 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러셀이 그렇게 우수 대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버튼을 모으는데에 목숨을 거는 것은 이런 불우한 가정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대견한 (하지만 한편으론 안타까운) 행동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칼 역시 처음에는 그냥 성가신 꼬마로만 알았지만 러셀의 이야기를 조금씩 듣게 되면서 가슴 한 켠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키워가게 된다.

처음에는 <월-E>가 그랬던 것처럼 칼과 엘리의 러브스토리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닐까도 했었는데, 보면 볼 수록 이 영화의 주된 주제는, 가슴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지만 결국은 놓아주어야 할 것들을 떠나보내는 것에 대해, 아주 배려깊게 다루고 있는 이야기임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이 '놓아준다'라는 개념은 분명 '버린다'라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버린다'는 것은 필요 없는 것이나 짐이 되는 것을 떨쳐내는 것이 되겠지만, '놓아준다'라는 것은 이성적으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것들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랄까, 좀 더 감정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업>은 바로 이런 '놓아준다'라는 개념에 대한 배려 깊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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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게 놓아주어야 할 대상은 당연히 엘리다. 영화 속에서 칼과 엘리의 관계는 매우 짧게 묘사되지만 칼이 먼저 간 엘리에게 못해준 것이 많다고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가장 가고 싶어했던 파라다이스 폭포로의 여행을 결국 가지 못했던 점은 칼에게 평생 후회로 남는 일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칼은 중간 중간 이 여정을 잠시 멈춰야만 할 일이 발생했을 때 쉽게 이를 택하지 못한다. 칼은 잠시 러셀과 일행들의 뜻을 따랐다가 집이 불타버리는 일에까지 이르자, 러셀과 더그에게 심한 말까지 하며 잠시나마 이들과 함께 했던 여정에 크게 후회하게 된다(나쁜 개야, 하는 부분은 감정적으로 가장 폭발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 엘리의 모험책을 우연히 읽게 된 칼은 그 동안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만 알았던 엘리의 모험 이야기가 자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로 채워져 있는 것을 알고는 크게 깨우치게 된다(아..이 장면은 정말 신파인데 정말 눈물이 많이 나더군요). 칼이 엘리를 놓아주려고 해도 놓아주지 못했던 것은 엘리가 자신의 모험책을 자신 때문에 채우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자책 때문이었는데, 오히려 엘리의 여정이 자신과 함께 했던 것이었음을 알고는, 드디어 엘리를 놓아줄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이다(이런 칼을 너무 잘 알고 모든 것을 준비해 둔 엘리의 애틋한 마음씨에 또 한 번 울컥 ㅠ).

이 순간부터 칼의 행동이나 말투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전까지 마지막 여정을 준비하고 있었던 칼이 이제는 새로운 삶의 방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앞으로 누구와도 인연을 맺거나 소유하지 않으려던 칼은 더그에게 '내가 니 주인이야, 너는 내 개잖아'하며 180도 바뀐 마음을 전하는 한편, 러셀을 구하기 위해서 어떤 위협에도 주저하지 않는 용기도 보여준다. 칼이 엘리를 완전히 놓아주는 순간은 역시 칼이 절대절명의 순간에서 엘리로 의미되는 집 대신에 러셀과 더그와 케빈을 선택하는 지점이다. 구름 아래로 멀어져가는 집을 바라보는 칼의 심정에서 안타까움만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칼이 엘리와 보낸 시간들로 인해 새로운 인연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다(전 아직 이렇게 놓아줄 용기가 없어서인지 구름 아래로 사라져가는 집을 보니 짠한 마음이 더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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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작품에서 또 하나 꼭 언급해야할 인물이 있는데 그는 바로 '찰스 먼츠'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 어린 칼이 동경하는 인물이자 미대륙을 개척한 개척자이며, 사람들의 편견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는 스스로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떠났던 인물이 바로 그다. 사실 찰스 먼츠를 일반적인 악당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 그가 이렇게 그 큰 새에 집착하게 된 것은 사람들의 편견 때문이었고, 이를 사람들의 방식대로 증명하기 위해 아직도 인간 사회에 돌아오지 못한 채 남미 대륙에 홀로 남게 된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찰스 먼츠는 칼의 또 다른 모습, 즉 놓아주어야 할 것들을 놓아주지 못한 경우의 칼의 모습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찰스 먼츠는 오로지 자신이 당한 부당함을 증명해야 된다는 그 강박관념 탓에 다른 모든 것을 잃게 되었고, 아이를 비롯한 칼 일행에게 공격을 가하는 등 '악당'같은 일도 서슴치 않는다. 물론 그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한편으론 칼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칼과는 달리 '러셀'과 같은 주변 환경은 갖지 못했던 불우한 캐릭터라는 점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초반 칼이 러셀을 줄로 묶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애한테 그럴 수야 없지'하는 부분은 바로 이 목적을 위한 수단이 넘어서는 안될 지점을 알려주는, 그래서 찰스 먼츠와는 대비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딱 하나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바로 '찰스 먼츠'의 퇴장 부분의 묘사를 들 수 있겠다. 찰스 먼츠는 분명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집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가 부족했던 이로 볼 수 있는데, 그냥 칼과의 대결 끝에 추락하고마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다른 곳도 아닌 픽사라면 어떻게든 찰스 먼츠를 더 따듯하게 보듬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결국 본편에서는 이것이 정말 찰스 먼츠의 마지막이라 아쉬웠다(물론 풍선을 달고 떨어졌으니 '번-E'의 경우처럼 나중에 추가 에피소드가 나올런지도 모르겠지만, 어쨋든 본편에서 해결해 주지 않았으니 이건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찰스 먼츠가 칼과의 만남을 통해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마무리가 있었다면 더 따듯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먼츠는 멀리하고 칼과 러셀만 행복하면 되는 것이 현실인가 하는 씁쓸함도....(그래서 이 작품은 더더욱 어른을 위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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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졌다시피 이 작품은 픽사 최초의 3D버전으로 상영되기도 했는데, 3D 자막버전은 상영되지 않아 3D버전을 만끽하려면 반드시 더빙 버전을 볼 수 밖에는 없어 많은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인데, 더빙의 만족도는 거의 100%에 가까웠다. 특히 이순재 씨의 더빙의 경우 가장 우려했던 것은 '칼'이 아니라 익숙한 '이순재'가 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는데, 딱 첫 대사에서만 이순재라는 사실을 인지했다고나 할까. 전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이순재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을 정도로 '칼'과의 싱크로율은 실로 대단했다. 확실히 수십년 간의 연기 내공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새삼스러운 생각도 하게 되었을 정도로 이순재씨의 더빙 연기는 완벽에 가까웠으며, 다른 캐릭터들 역시 김기현, 장광 씨를 비롯해 전문 성우분들이 맡아 평균 이상의 훌륭한 퀄리티를 선보였다.

3D의 경우 확실히 아이맥스가 아니다보니(역시 3D는 아이맥스와 결합해야 훨씬 더 시너지 효과를 낸다!) 화면에 꽉차는 느낌이 없어서 입체감이 좀 덜한 느낌이었고, 그래서인지 전체를 입체안경을 쓰고 관람한 것에 비해 3D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 꼭 전체였던 것만은 아니었다(참고로 이번 <업> 3D버전은 입체 안경을 쓰지 않고 보아도 화면이 두겹으로 보인다거나 하지 않더군요. 모든 장면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하더군요). 혹시나 해서 추가하자면 이런 느낌은 어디까지나 3D영화를 비교적 많이 본 입장에서(그 중 대부분이 아이맥스 3D였다는 점, 그리고 4D마저 체험한 점)의 느낌이라 아쉬운 부분이 발생했다는 것이지, 3D를 처음 접하거나 자주 접하지 않은 관객들은 다들 너무 신기해하고 즐겁게 관람하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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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 개봉일 관람했을 때는 초반 5분을 보며 그냥 울컥하기만 했었는데, 오히려 두 번째 관람에서 와락 쏟아지더군요. 내용을 다 알고 있는데도 말이죠. 오히려 더 ㅠㅠ

2. 자막 버전을 주중에 꼭 볼 예정이지만, 확실히 이순재씨의 더빙은 정말 만족스러운 편이며 몇몇 장면은 우리말 더빙이어서 더욱 느낌이 사는 것 같아요. 특히 '멈춰라, 이 개들아' 하는 것들은 자막보다는 어감에서 주는 재미가 더 있는 부분일듯. 개가 말한다는 설정을 더 실감나게 체감하기 위해서는 역시 우리말로 얘기해주는게 더욱 실감날 것 같아요.

3. 극 중 등장하는 파라다이스 폭포는 실제로 베네수엘라에 있는 '엔젤 폭포'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극 중 칼이 구매했던 비행기 티켓을 보면 '베네수엘라'라고 써있는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러셀과 칼이 찰스 먼츠에게 식사 대접을 받을 때 나온 요리를 보고는 혹시 '라따뚜이'에 나온 음식이 아닐까 했었는데, 정말 맞군요 ㅎㅎ

5. 픽사의 거의 모든 작품에 까메오로 등장하고 있는 '피자 플래닛 트럭'은 이번 작품에도 여전히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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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보고는 '스타워즈'를 바로 떠올리긴 했었는데, 개인적으론 루크 일행을 쫓아온 다스 베이더와 타이 파이터를 패러디 한 것으로 생각했는데(그 대형이 너무 흡사했음), 트리비아를 보니 스타워즈는 맞으나 X-Wing 파일럿들과 레드 스쿼드런을 패러디한 것이더군요. 본래는 레드 스쿼드런인데 개들은 색맹이라 그레이 스쿼드런으로 했다는 것이 재밌더군요 ㅎㅎ 참고로 마지막 에필로그에 칼과 러셀이 '스타워즈'를 보러가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7. 전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 많더라구요. 탐험대원 러셀은 보이스카웃인 어린 인디를 닮았고, 열기구가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개들에게서 도망치다가 절벽을 건너는 장면에서 개들이 절벽아래 강가에 떨어지는 장면은 마치 '인디아나 존스 - Temple Of Doom'의 마지막,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적들의 이미지가 떠올랐고, 사다리를 위아래로 오르며 발아래로 먼치를 차는 칼의 모습도 그렇고, 심지어 줄에 의지해 사라진 러셀 일행을 칼이 내려다보는 것이나 러셀이 모자가 벗겨진채 올라와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은 '최후의 성전'에서 인디가 아버지 존스와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과 너무 닮았더라구요.


8. 처음 관람했을 때는 찰스 먼츠 씨의 이야기 부분이 조금 아쉬워 별점을 4개 반 줄 작정이었는데, 두 번째 관람하고나서는 어쩔 수 없이 만점을 줄 수 밖에는 없는 나 자신을 발견 ^^;;

9. 개봉날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보았을 때는 없었는데, 어제 용산 CGV에서 관람할 때는 상영전에 토이스토리 3의 예고편이 나오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Pixar Animation Studio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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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E (Wall - E, 2008)
우주 최고의 러브 스토리


픽사의 작품은 언제부턴가 그 어느 영화사의 작품들보다 믿고 관람할 수 있는 완성도를 보여주었었다.
<니모를 찾아서>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에 관한 따뜻한 가족애에 감동할 수 있었고, <카>에서는 한 때 잘나갔던
주인공이 사고를 겪으며 자신이 몰랐던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과정을 통해 감동을 느낄 수 있었고,
<라따뚜이>는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다는 진리를 쥐가 요리를 한다는 설정을 통해 완벽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역시 감동할 수 있었다. 이번에 개봉한 <월-E>역시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인간이 만들어낸 환경파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로봇보다도 로봇 같은 인간들의 획일화된
모습과 인간보다 인간적인 로봇들의 모습에서, 획일화되고 규격화 되어가는 인간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동시에, 무엇보다 '우주 최고의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근데 이 러브 스토리 역시 신파에 가까운
멜로 영화의 클리셰를 모두 담고 있다.
앞서 언급한 픽사의 작품들의 이야기도 그렇고, 신작 <월-E>의 경우도 그렇고, 픽사의 작품들은 사실상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극 영화들과 비교해도 항상
그해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으로 픽사의 영화를 꼽게 되는 이유는, 뻔한 이야기와 주제를 가지고도,
디테일한 스토리텔링과 볼거리, 아이디어로 관객들을 완전히 빠져들게 만들고, 그 속에서
어느덧 자신들이 하려는 진리에 가까운 주제를 관객에게 자연스레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으며,
캐릭터가 인간에서 로봇으로 바뀐 것 뿐이지 뻔한 러브 스토리임에도, 결국 매 순간순간마다 울컥울컥하게
만드는 놀라운 영화적 기술을 선사하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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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쌍안경에 가까운 저 렌즈로 표현된 눈이, 인간의 눈의 묘사보다도 더 많은 감정과 애틋함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지 누가 알았겠는가!!)


계속되는 발전을 통한 환경파괴로 지구는 더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초대형 쓰레기장으로 변해버려, 인간들은
대형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나게 되고, 지구상에는 쓰레기 청소로봇 '월-E'만이 남아 약 800년 동안 홀로
지구별을 지키고 있다. 초반 장면에서 느낄 수 있듯이 청소로봇으로서 살아가는 '월-E'에게는 이미 800년이나
지속적으로 해온 업무 탓에 단조로움이 묻어있긴 하지만, 그 속에서도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쓰레기 속에서
찾아내 자신의 아지트로 가져와 마치 '인간처럼' 방을 꾸며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영화 속 '월-E'의 초반 이런
묘사를 통해 영화는 '어떻게 로봇이 감정을 갖는가?'라는 문제를 아주 단순하게 설명해 버린다.
오래된 뮤지컬 영화(헬로 돌리)테입을 보며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의 춤과 로맨스에 감동하고, 낡은 아이팟으로
(낡았다 하더라도 800년을 버텼으니 이 정도면 내구성은 최고인듯. 알다시피 픽사와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물이라 이런 설정들은 귀엽게 봐줄 수 있었다 ㅎ)오래된 팝송을 들으며
마치 '낭만'마저도 즐기는 듯한 '월-E'에게 어느 날 대형 우주선과 함께 하나의 새로운 로봇이 등장하면서
이 한가로운 청소로봇에 일상에는 커다란 변화가 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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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EVE)'라고 불리는 이 로봇은 일종의 탐사로봇으로 지구에 생명체 여부를 탐사하러 온 로봇이다.
오랜 시간 동안 지구에서 따분한 생활을 홀로(물론 귀뚜라미? 친구는 있지만)해온 월-E는 이브를 보는 순간,
그야말로 '첫눈에 반하게'되고 그때부터 이브에 대한 짝사랑이 시작된다.
이브를 쫓아다니면서 결국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킨 월-E는 자신의 아지트로 이브를 데려와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컬 영화도 보여주고, 직접 춤도 춰보이고, 자신이 모아둔 여러가지 것들을 구경시키는데, 나는 여기서부터
뭉클하기 시작했다. 800년 동안이나 홀로 있었으니 무언가 새로운 존재가 등장했을때 얼마나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을까. 이 과정에서 자신이 구해온 식물도 자랑하기에 이르는데, 바로 이 새로운 생명체를 조사하러
온 이브는 식물을 보는 순간 명령어에 따라 자신을 보낸 우주선에 신호를 보내는 것 외에 다른 기능은 모두
정지되는 상태가 된다. 월-E는 처음에는 놀라지만 나중에는 이미 사실상 작동을 하지 않고 있는 이브를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며 좋은 것도 보여주고, 태양이 강하게 내리쬐면 파라솔을 펴주고, 비가 세차게 내리면
우산도 받쳐주고 하며 계속 이브가 께어나기만을 기다린다. 이 시퀀스에서 월-E가 이브를 대하는 모습은
마치 <그녀에게>가 떠오를 정도로 애틋하고 감동적이었다(흐르던 음악도 기가 막힌 싱크로율을!).
결국 이브를 회수하러 온 우주선이 도착하고, 이 우주선을 월-E도 따라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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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장애에 가까운 청소 본능을 갖은 로봇 '모 (MO)' 캐릭터는 <월-E>를 보는 또 다른 재미거리다)

인간들이 버려진 지구를 떠나 생활하고 있는 우주선의 모습은 그야말로 '로봇'스럽다. 모두들 자동 의자+침대쯤
되는 기구를 타고 이 위에서 모든 생활을 하고 있는 터라, 모든 구성원들의 체형은 다들 몹시도 살찐 모습이며,
각자 모니터에 나타나는 동일한 영상을 보고 있으며, 우주선에서 제공하는 화면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미 루트도 다 정해져있어서 다니던 길로만 다니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건 얼마나
로봇스러워졌는지(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나면 이 '로봇스럽다'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는 말같다. 이리도 인간적인
월-E나 이브 같은 로봇들이 있으니 말이다 ^^), 보여지는 영상 외에 다른 곳은 아예 볼 생각도 하지않고(그저
고개만 돌리면 되는데도!), 새로운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조차 아무도 하지 않는다. 그저 정해진 대로 살아가는
것에 너무도 익숙해지고 나태해져 아예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이다.

월-E가 이 우주선에 나타나서 작은 사고를 통해 2명의 인간이 기기에서 떨어지게 되고, 이들은 처음으로
다른 세상을 보게 된다. 그런데 그 다른 세상이라는 것이 없던 새로운 세상이 아니라 계속 그대로 있었으나
한번도 고개를 돌려 보려고 조차 하지 않았던 바로 그 세상이다. 이 2 명의 사람들은 여기서 큰 충격을 받게 되고
점차 새로운 것에 눈을 뜨게 된다. 이 배의 선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기계화된 하루하루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이브가 가져온 생물체로 인해 지구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되고, 점차 알아가게 되면서 그 동안은 하지 않았던
새로운 생각들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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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가 월-E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면 우주선에서 이브가 깨어나게 되면서 부터는 본격적인 쌍방향(?)
러브 스토리가 시작된다. 지구에 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선장은 이브에게 영상장치를 연결해 이브가 지구에서
보고 온 것들을 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브는 자신이 우주선에 신호를 보내느라고 정지되었을 때의 영상들을
처음 보게 된다. 바로 월-E가 작동이 멈춘 자신을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구경을 시켜주고 돌봐주었던
것들과 손 한번 잡고 싶어서 마음 졸이던 그 애틋한 심정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이 때부터 월-E를 급하게 찾게
되지만 월-E는 사고를 겪으면서 거의 죽어가게(로봇에게 죽어간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게 된다)되면서 이브는 월-E를 구하기 위한 방법은 지구로(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우주선의 귀환 작전을 돕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획일화된 시스템 속에 길들여져 있던 인간들은 월-E와 이브의 활약에 조금씩 자신들이
해야할 바를 깨닫고 도움을 주기에 이른다. 결국 거대 시스템과 인간 스스로가 만든 이 현상유지와 안주함을
깨고 황폐화된 지구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번 눈물이 왈칵 쏟아지게 만드는 설정이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지구로 돌아와 월-E를 새로운 부품들로 교체하여 완벽하게 고쳐냈지만, 주요 부품을 바꿔버린
탓에 월-E는 쉽게 말해 '초기화'가 되어 이브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그저 청소 로봇으로서의
기능만을 수행하는 '로봇'으로 돌아가고야 만다. 사실 이것보다 신파적이고 뻔한 줄거리는 또 없겠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제야 드디어 서로 사랑할 수 있게 되었는데, 한 명이 기억상실이라니....)나는 여기서 거의
울먹 거릴 정도까지 되어버렸다. 이브를 알아보지 못하는 월-E의 표정(이미 월-E에게는 표정이란 것이
느껴진지 오래다)을 보면서 어찌나 슬프던지. 이브는 이런 월-E가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 월-E가 그렇게도
하고 싶어하던 손을 잡아주게 되고 서로 머리를 맛대는 순간 스파크가 일어 월-E는 기적적으로 기억을
되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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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의 로맨스는 가히 지상 최고, 아니 우주 최고의 러브 스토리이다!!)

디지털화가 지속될 수록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와 감성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 되는 듯 하다.
이제는 로봇이 인간을 계몽시키는 수준까지 와버린 것 같다 ㅎ
<다크 나이트>때문에 흥행면에서는 완전히 참패를 거두고 있는 <월-E>지만, 2008년 들어 지금까지 보았던
영화들 가운데 올해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다크나이트>와 심각하게 고민해볼 정도로 <월-E>는
또 한 번 픽사의 위대함을 보여준 픽사 최고의 작품이었다.
전 연령이 모두 즐겁게 즐길 수 있으며, 나 같이 다 큰 어른도 어느 정도의 감수성만 있다면(감수성이 폭주하는
나 같은 경우는 눈물 바다를 준비해야함 ㅠㅠ)그 어떤 극 영화보다도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월-E>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얼마나 행복해짐을 느꼈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얼마나 '이~~~~~브아~~~~'를 따라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고 ^^;




1. '이~~~브아~~~'라고 이브를 부르는 월-E의 음성은 흡사 E.T의 목소리를 연상케 했다.
2. '워~~리~~~~~;라고 월-E를 부르는 이브의 음성도 기억에 남고, '모!'라고 자신의 이름을 외치던 모 역시!
3. 개인적으로는 뮤지컬을 좋아해서 그런지 오래된 <핼로 돌리>를 보며 감상에 빠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4. 엔딩 크래딧 이후에 특별한 쿠키 영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쿵푸 팬더>의 경우처럼 엔딩 크래딧의
    장면들이 영화의 에필로그 겪인 영상이라 이것도 절대 놓치면 안되겠다.
5. 픽사의 작품 가운데 실사가 등장하는 처음 영화가 아닌가 싶다.
6. 디지털 자막 버전으로 보았는데, 디지털-자막으로 상영하는 상영관이 많지 않음으로 찾기 어렵다면
   그냥 디지털-더빙으로 봐도 아주 나쁘진 않을 듯 하다. 이 영화는 원채 대사가 별로 없음으로 ^^
7. 우주선에 방송으로 들려주는 목소리는 시고니 위버가 연기했다.
8. 지상 최고의 천재 집단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픽사를 꼽겠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픽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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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5일 전에 아마존에서 할인행사 할때 주문했던 라따뚜이와 픽사 단편컬렉션 BD.
확실히 일본반보다는 좀 더 케이스 디자인이 괜찮은듯.



아웃케이스를 빼고 나서.



아직 다 보진 못했지만,
픽사 단편컬렉션에 있는 '카 (Cars)'관련한 단편의 화질만 봐도
그야말로 '미칠듯한' 화질이더라 @@
정말 다시는 DVD를 볼 수 없을 정도의 놀라운 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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