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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데이즈 (Old Days, 2016)

올드보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메이킹 다큐멘터리 성격 영화에 대한 글 제목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나'는 너무 뻔하고 전형적이라 최대한 피해보려 했지만, '올드 데이즈 (Old Days, 2016)'는 박찬욱 감독의 2003년작 '올드보이'가 어떤 과정과 일들을 겪으며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그대로의 작품이라 피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올드보이' 블루레이에 부가영상으로 처음 기획된 이 다큐가 전주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정도로 한 편의 '영화'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이건 분명 과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해보고 싶었던 작업, 그러니까 좋아하는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긴 호흡과 디테일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다큐멘터리 성격의 영상이 우리 영화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는 늘 생각해 왔지만, 그것이 블루레이 부가영상이 애초 기획이었던 것에서 확장된 버전으로 발전된 것은 조금 무리가 되지 않을까, 과잉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보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걱정 외에 다른 의미로 보자면, 과연 메이킹 다큐를 만드는 데에 한 편의 영화와 동일한 수준의 규모나 의미 부여가 필요한 가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올드보이'라는 영화가 10주년을 맞아 재상영도 할 만큼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있어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고 또 해외에서 특히 인정받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냉정하게 보자면 당위성보다는 영화의 명성에 기댄 다큐 제작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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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드 데이즈'를 다 보고 나니 왜 그래야만 했는지, 왜 굳이 '올드보이'의 제작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블루레이에 수록될 부가 영상에 그치지 않고 영화화까지 발전시켜야 만 했는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즉, '올드 데이즈'는 단순히 '올드보이'라는 작품의 명성을 더하기 위해 기념 적으로 제작되고 기획된 작품이 아니라, 역으로 말해 '이런 제작과정을 통해 탄생된 영화는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하고 궁금증이 생길 정도로 제작과정 자체가 하나의 역사이자 놀라움 그리고 시대의 공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는 말이다.


2003년 '올드보이'에 참여했던 감독과 배우, 스텝들은 지금은 각 분야에서 모두 주역을 맡고 있는 마스터들이지만 당시엔 완전 신인들이 대부분이었고, 경력이 많은 스텝들은 그리 많지 않았었다. '올드 데이즈'는 바로 그들이 어떻게 현장에서 싸우고, 부딪히고, 이겨내며 '올드보이'라는 영화를 완성시켰는지에 관한 기록이다. 


간혹 오래전 작업한 (특히 현재는 걸작이 된) 영화를 배우와 스텝들이 추억하며 회고하는 메이킹의 경우, 당시 어리고 미숙했던 자신들을 되돌아보며 '그때는 참 뭘 몰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 다시 하라면 아마 다를 거예요'라는 식의 인터뷰를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드 데이즈'에 수록된 당시 스텝들의 인터뷰들에서 하나 같이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현장' '다시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영화'라는 것이었다. '올드보이'가 자신의 첫 번째 영화였던 스텝들도 있고, 나이도 비교적 어린 나이라 그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던 상황과 조건이었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이 익숙하고 숙련된 지금에 와 다시 하라고 해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다는 그들의 진심에서 다시 한번 왜 이 다큐멘터리가 필요했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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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는 내용적인 면이나 스타일, 구조 등 모든 면에서 에너지가 넘쳐나는 영화였다. 혹자는 과잉의 영화라고 할 만큼 모든 분야의 에너지가 한계 이상으로 분출되고 있는 벅찬 영화였다. '올드 데이즈'를 보고 느꼈던 건, 아마도 이 영화가 그렇게 엄청난 에너지 (지금에 와서 다시 구현하려고 해도 과연 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는, 아니 불가능하다고 느낄 정도의)를 영화라는 포맷 안에 다 담아낼 수 이유가, 감독 한 명 혹은 예술적 능력이 압도적으로 출중한 몇몇 아티스트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 영화여서가 아니라, 감독과 배우를 비롯한 모든 분야의 스텝들이 자신들의 한계치 이상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것에 기적처럼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정확히 뭐라 말하기는 어려워도 그 당시의 순간에 내가 한국 영화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 하고 있다는 공기가 느껴져,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을 해보자 라는 수준이 아니라 반드시 이 영화가 원하는 수준을 내가 해내야만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만들어낸 괴물. 그런 에너지들이 마치 어떤 상자 안에 봉인되듯이 '올드보이'라는 영화 안에 봉인되는 것에 성공한, 그런 괴물 같은 우연 혹은 사건이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이 작품을 보는 내내 들었다. 


솔직히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팬으로서 '올드보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가라는 질문엔 선뜻 답하기는 어렵지만, 흥미로운 건 지난 10주년 상영회 (리뷰 : 올드보이 10주년 - 다시 보니 완벽한 우진의 영화더라)에서 다시 보게 되었을 때 느꼈던 것처럼 '올드보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하게 되는 영화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올드 데이즈'와의 만남은 그런 느낌을 더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여러 번을 보고, 수 없이 영화 음악을 듣고, 여러 버전의 타이틀을 갖고 있는 작품임에도 '올드 데이즈'를 보는 내내 속으로 '아... 빨리 올드보이를 다시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 블루레이의 부가 영상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결국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 지고, 더 사랑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올드 데이즈'는 그렇게 익숙한 '올드보이'를 또 보고 싶게 만드는 또 한 번의 놀라운 영화였다. 

곧 블루레이로 다시 만나게 될 '올드보이'가 너무나도 기다려진다.



1. 플레인 아카이브는 (본인들은 쑥스럽겠지만)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네요. 박수쳐주고 싶습니다!

2.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있었던 상영회 후 GV 자리도 참 좋았습니다. 특히 '올드 데이즈'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웠던 조영욱 음악감독님의 얘기들이 흥미로웠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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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운다 _ 10주년 기념 특별상영회 

10년 전과는 달랐던 영화, 아니 관객



지난 5월 30일 토요일. 상암동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류승완 감독의 2005년 작 '주먹이 운다' 10주년 기념 특별상영회가 있었다. 평소 류승완 감독님과의 인연도 있고, 더군다나 감독님과 더불어 주연을 맡았던 두 배우인 최민식, 류승범 님이 참여하는 GV도 예정되었던터라 이 날의 상영과 GV는 몹시 기다려지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역시 가장 기대되었던 것은 실제로 최민식과 류승범이라는 배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흔치 않은 기회였지만, 그 못지 않게 궁금했던 것은 10년 전 20대 때 극장에서 보았던 '주먹이 운다'와 지금 30대가 되어 다시 보게 되는 '주먹이 운다'는 어떤 영화일까 하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궁금함과 설레임을 담고 비가 조금씩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던 토요일, 상암동으로 향했다.





당일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10년 만에 다시 보게 된 '주먹이 운다'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해야겠다. 감독님이 GV때 언급했던 내용과 마찬가지로, 당시 내게도 이 영화는 너무 신파스러워 아쉽다는 느낌으로 남은 영화였다 (그래서 아마 DVD도 구매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요 근래야 그런 일이 없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되돌아 보니 예전에 나는 단지 '신파'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영화가 별로다 아니다를 어느 정도 평가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이런 평가 기준을 버린 지는 오래되었다. 최근 신파스러웠던 영화 가운데서 아쉬움이 남는 영화의 경우 읽는 이들이 '신파라서 아쉽다'로 오해하지 않도록 반드시 추가 설명을 덧붙일 정도로, 단순히 신파라서 재미없거나 별로라는 평가는 이제 하지 않는다. 내가 바라보는 '신파'라는 것은 일종의 스타일로, 굳이 따지자면 흔히 지루하거나 재미없음, 관객을 향한 감정의 강요 등의 실수를 할 확률이 다른 스타일에 비해 높은 경우라 하겠는데,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신파여도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면서 강요 받는다는 느낌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는데, 10년 만에 '주먹이 운다'를 다시 보게 되며 가장 궁금했던 건 아직도 내게 이 영화가 그냥 신파여서 아쉽기만한 작품일까 하는 점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으나 내가 변한 탓인지 아쉬웠던 영화는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순간과 이야기들이 보여 또 다른 영화가 되어 있었다.


(다음 단락에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하지만 결말 자체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다시 보게 된 '주먹이 운다'에서 내가 발견한 가장 큰 두 가지 포인트 중 첫 째는, 결말에 관한 것이었다. 누군가 한 명의 주인공을 따라가게 되는 영화가 아니라 2명 이상의 이야기를, 그것도 똑같은 비중으로 관객에게 소개했을 때, 더군다나 그 결말에 가서 그 둘 가운데 누군가는 패배해야만 하는 룰의 경기가 등장한다면 결국 관객은 둘 가운데 누가 마지막에 승리하게 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먹이 운다'의 이야기는 10년 전에도 알고 있었듯이 승패 자체가 중요한 작품이 아니다. 이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두 인물의 삶이 중요할 뿐. 하지만 10년 전에는,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결말에 있어서 명백한 승패를 나누는 것 보다는 관객이 승패를 명확하게 알 수 없도록 놔두는 것이 두 인물 모두를 승자로 만드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시 보면서 바뀐 생각은, 오히려 이렇게 명확한 현실의 승패를 보여주는 것이 이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해주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강태식 (최민식)과 유상환 (류승범)의 결투 혹은 도전은 이미 심판 판정이 나오기 전에 6라운드가 마무리 되는 순간 끝이 난다. 두 사람 모두 신인왕이 되어야만 할 구체적인 이유들이 있지만, 영화는 두 주인공이 승패가 나오기 전에 이미 스스로 각자의 도전을 이뤄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10년 전에는 약간은 부수적일 수 있는 실제 승패 판정 장면이 없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인데, 그 간 나이를 먹은 탓인지, 현실은 영화 속 처럼 그들 스스로의 승리와는 상관 없이 승패를 끊임 없이 선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려서 인지, 영화의 결말이 달리 보였다. 영화가 끝나고 진행된 GV에서 이후 강태식의 삶이 어떻게 변했을까요 라는 관객의 질문에,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최민식 배우의 대답과 이를 동조하던 감독님의 눈빛은 이런 결말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




두 번째 포인트 역시 첫 번째 포인트와 연결되는 부분인데, 처음 이 영화를 볼 때는 보이지 않았던 영화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던 점이었다. 아주 단순하게 얘기해서 '주먹이 운다'의 강태식과 유상환의 이야기를 빌려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그저 이들이 마음껏 울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유들과 실패, 잘못, 실수 그리고 나 혼자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현실, 하지만 그럼에도 나 혹은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이들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이나 위로를 주기 보다는, 그저 그들이 다른 사람 눈치보지 않고 마음 껏 한 번 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긴 시간을 들여 끝까지 달려온 원동력이라는 걸 이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극 중 천호진씨가 연기한 배역의 대사처럼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그 사연들로 인해 쉽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 마음껏 울 기회조차 없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주먹이 운다'는 그들에게 어설픈 위로를 전하기 보다는 그저 그들이 한 번 펑펑 울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렇듯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는 10년 사이에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어 있었다. 물론 영화가 아닌 내가 변한 것일테지만.





영화가 끝나고 진행된 GV에서는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데,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것은 역시 '주먹이 운다'의 블루레이 정식 발매 소식이었다. 물론 오프 더 레코드로 조금 더 먼저 알고 있기는 했지만, (감독님의 코멘트를 빌려 보자면) 한국의 크라이테리언을 꿈꾸는 플레인아카이브를 통해 발매 될 예정이라 무엇보다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4K리마스터링은 물론, 10주년을 맞는 작품의 블루레이 타이틀답게 새로운 부가영상 등 제작에 벌써 부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날 있었던 GV 사진 몇 장을 더 추가하며 글을 마친다.

어서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길!


1.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준 한국영상자료원에 무한한 감사를!

2. 플레인에서 출시될 블루레이 정말 기대됩니다.

3. 초대해주신 DP 감사드려요!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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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젊은 남자 이정재 특별전

(2013.9.24 ~ 10.6)



항상 좋은 영화들을 소개해주는 (그것도 무료로!)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배우 이정재의 특별전을 진행하네요. 개인적으로 이정재에 대한 느낌이라면, 사실 처음엔 '젊은 남자'나 '불새' '태양은 없다'를 비롯해 드라마 '모래시계'까지, 그냥 참 잘 생기고 몸 좋은 남자 배우 정도였다면, 작품을 거듭할 수록 특히 개인적으로는 최근작 '도둑들' 이후 부터 확실히 그 나이에 맞으면서도 본인 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더 끌리게 된 케이스에요.


이번 특별 전의 그의 대표작들을 데뷔 작 '젊은 남자'에서 부터 최근 작 '신세계'에 이르기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는데, 그의 전작들을 스크린에서 보지 못했던 팬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네요. 자세한 상영 시간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특히 28일(토)에 상영되는 '신세계'에는 이정재가 직접 참여하는 GV가 있을 예정인데, 아마도 발권이 가능한 이틀 전인 26일에 대부분의 티켓이 다 매진되지 않을까 싶네요. 참석하시게 될 분들 미리 부럽습니다 ㅠ


이번 '이정재 특별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영상자료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koreafilm.or.kr/cinema/program_view.asp?g_seq=107&p_seq=706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이창동 감독의 시 _ 블루레이 출시기념 시연회 및 GV


지난 토요일(11일), 상암동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의 블루레이 출시를 기념한 상영회와 GV가 열렸다. '시'블루레이는 다른 타이틀과는 다르게 국내 출시예정이 없던 작품을 DP에서 소비자들이 미리 선구매형식을 취해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하게 된 특별한 경우인데, DP컬렉션 001 타이틀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었고, 002 타이틀이 바로 '시'다. 참고로 이 DP컬렉션의 배경과 국내 블루레이 시장에 관한 내용은 지난 글을 참고하면 되겠다~






(상영이 시작되기 전,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해주시고 계신 DVD프라임의 박대표님!)


사실 개인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좀 더 가까이 지켜보게 된 입장에서, '시' 블루레이를 위해 정말 많은 신경을 쓴 이들의 노력을 알기에 감회가 남다른 순간이었다. 특히 첫 번째 타이틀이었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정말 얘기치 않았던 오류로 인해 리콜을 결정했었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두 번째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은 이루말할 수 없는 것이었고, 어려운 국내 2차 영상물 시장을 고려했을 때 자칫 이 새로운 가능성 마저 완전히 힘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부담감을 안고 있는 프로젝트였다. 그렇게 탄생한 '시' 블루레이였기에 이번 시연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고 할 수 있겠다. 오랜만에 박대표님도 뵙고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미리 프리오더했던 '시'블루레이를 손에 쥐고 나니 무언가 뿌듯함이 느껴졌다. 아마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800명 넘는 이들이 심정이 모두 그러했을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시' 블루레이 상영 시작. 왜 이렇게 이런 행사는 깔끔하게 되는 법이 없는지, 영사실에서의 플레이어 조작 미스로 이창동 감독님의 소개 인트로가 나오지 않아 재차 상영을 하게 되었는데, 완전한 손님이라기 보다는 반 운영자의 심정으로 앉아 있던 나도 진땀 났을 정도였으니, 박대표님의 심장은 얼마나 빨리 뛰었을지...


참고로 개인적으로는 DP 리뷰를 위해 이미 블루레이 타이틀을 여러 차례 먼저 보았던 터였지만, 그래도 극장에서 보는 맛은 역시 또 달랐다. 그 만큼 '시'라는 영화의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던 것도 있겠고. 영화와 블루레이 타이틀에 대한 리뷰는 곧 DP 리뷰를 통해 업데이트 될 예정이다.





그렇게 상영이 끝나고 곧 이어진 이창동 감독님과의 GV. 영화평론가 이상용 님의 진행으로 시작된 GV는 이 특별한 자리에 대한 의의와 '시' 블루레이를 처음 보게 된 감독님의 솔직한 (아주 솔직한;;;) 느낌으로 시작되었다. 이미 블루레이에 수록된 음성해설까지 다 들었던 터라, 겹치는 부분들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고 가끔씩 서로 웃어가며 즐길 수 있는 지루하지 않은 GV였다. DP회원들 외에도 감독님의 팬들 및 영화를 배우는 학생들이 많이 자리를 함께하여 그 어느 때보다 질문자가 많은 GV이기도 했다. 오히려 이후 싸인회를 위해 빨리 마무리해야 했던 것이 아쉬울 정도로.






'시'에 대한 이야기 외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아주 살짝 들을 수 있었는데,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라고 하셨지만 쉽게 성사될지 여부를 알 수 없는 프로젝트임을 슬쩍 드러내셨는데, 꼭 성사되어서 내년 즈음에는 신작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GV가 끝나고 극장을 찾은 DP회원들 약 150명에게 일일이 싸인을 해주셨는데, 아마도 블루레이를 미리 구매했던 이들에게도, 감독님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싸인판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도 긴 줄을 서서 기다린 뒤 감독님께 나즈막하게 내 이름을 얘기한 후, 블루레이에 멋지게 싸인을 받았다.





일반판에 제공되는 슬리브 대신 DP한정판에만 제공되는 특별 슬리브에 일부러 싸인을 받았다. 감독님께 '나중에 DP에 블루레이 리뷰 올라오면 꼭 한 번 봐주세요'라고 말해보고도 싶었지만, 그 말은 고이 접어두고 그냥 싸인만...

DP컬렉션의 두 번째 타이틀 '시'가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불러와서 그 다음 타이틀이 제작되는 힘을 얻었으면, 아니 더 나아가서는 이런 특별한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좋은 영화가 걱정없이 제작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길 꿈꿔본다. 이게 꿈에 가깝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2차 공지가 다소 늦어졌습니다. 1차 공지 후 사전 예약 신청을 받은 바와 같이 이번 주말 3일 간(11월 21~23일) 한국영상자료원과의 공동 주최로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블루레이 기획 상영회 '3 Days of Blu-ray'를 개최합니다.

워 너 홈 비디오가 국내 DVD/BD 사업 철수 선언을 공식화 한 직후의 어수선한 시점이지만, 이럴 때 일수록 더욱 더 블루레이 프로모션 활동과 부가판권 시장 활성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뜻을 맞추어 한국영상자료원 측에서 멋진 장소를 제공해주셨고, DP와 함께 하는 마지막 블루레이 시연회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워너 홈 비디오를 비롯 UEK, 프리지엠, KD미디어, 소니코리아,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업체 및 기관 들이 이번 행사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여 러분들의 반응도 뜨거워서 <밴드 오브 브라더스> <매트릭스> 3부작, <맘마미아> 등의 프로그램은 조금 전 신청을 마감해야 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사전 신청을 해주셨습니다. 많은 업체들이 오랜 시간 준비한 만큼 '공짜'라고 혹은 갑작스런 한파에 마음 약해지셔서 당일 행사에 불참하지 마시고, 신청 하신 분들은 꼭 자리를 채워주셔서 (언제 또 다시 열릴지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이번 행사를 빛내주시기 바랍니다.

1. 일자 별 각 프로그램 안내

11월 21일 : 밴드 오브 브라더스 10부작 올나이트 전편 상영

- PM 6시 30분부터 좌석권 발부가 시작됩니다. 인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혼잡이 예상되므로 가급적 일찍 오셔서 좌석권을 받아가시길 권합니다.

- PM 7시부터 입장 시작되며 PM 7시 30분부터 저명한 군사전문가 '김세랑' 님의 작품 해설이 진행됩니다. 상영 시작은 PM 8시 부터입니다. 두 개의 에피소드를 볼 때마다 15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지며, 4화까지 상영한 후 '추억의 군용 건빵을 포함한 특공부식 세트'(^^)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밤을 새는 대장정이오니 전날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오시길 바랍니다. 행사장에서 자칫 다리 뻣고 코를 골며 취침을 하는 행위는 혹시 당신의 옆자리에 앉아있을지도 모르는 UDT 특공대원 참석자 분의 심기를 거슬릴 수 있습니다 -_-;

- 이 날 5시 정도 부터 극장 로비 공간에 소니코리아에서 꾸민 브라비아 블루레이 시스템 코너가 마련됩니다. 이 외에 각 출시사들의 출시 예정작 프리뷰 및 각종 브로셔도 준비되오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마음껏 구경하고 기웃거려 주십시오^^

- 영상자료원 내 지하 주차장은 참석자 분들에 한 해 3시간까지 무료 주차가 가능하 지만, 어차피 이 날 상영행사는 밤을 새서 진행되기도 하거니와 밤 10시 이후에는 폐쇄되기 때문에 가급적 대중 교통을 이용해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자료원 측 설명으로는 주변 도로가 워낙 한적해서 적당히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많고, 단속도 없다고 합니다만 여기에 대해서는 주차 위반 딱지를 뗄 우려에 대해서 저희가 책임질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군복 착용자들에 대해서 무언가 이벤트를 마련해보려고 했습니다만, 최근 갑작스런 한파로 인해 그냥 알아서(-_-) 따뜻하게 챙겨 입고 오시길 바랍니다. 혹시라도 작품 속의 2차대전 군복이나 군장, 군용 물품 등을 준비하실 수 있다면 경품 추첨에 있어 이점을 드릴 수 있습니다.

11월 22일 : 매트릭스 3부작 상영

- 공지된 바와 같이 PM 12시 40분에 1편이, PM 4시 30분에 2편이, PM 8시에 3편이 상영됩니다. 중간 중간 텀이 좀 긴 편인데 1편 상영 직후에는 영화 평론가 김봉석님과 영화 블로그 익스트림 무비의 편집장이신 김종철 님의 작품 해설 「영화 매트릭스가 남긴 것」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2편 상영 후에는 시간 상 저녁식사를 하실 시간이라 3부작 모두 달리시는 분들을 위해 1시간 정도의 텀을 두었습니다.

- 영상자료원 지하 주차장은 주말(토/일)에는 종일 무료 주차입니다.

- 별도의 간식이나 식사가 제공되지 않습니다.(ㅠ_ㅠ) 영상자료원이 위치한 DMC 단지 내(극장에서 5분거리)에 대형 푸드코트가 입점하여 있으니 자체적으로 식사를 해결하셔야 합니다.

11월 23일 : 내셔널 트레저2 / 핸콕 / 호튼 / 맘마미아 상영

- 가족 영화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가족들 손잡고 오셔서 최신 블루레이 영화를 감상하며 일요일 오후를 즐겨주세요^^

- 가까운 거리에 상암 월드컵 공원, 하늘 공원 등이 위치하여 있으므로 여유 되시는 분들은 가족 나들이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영상자료원 지하 주차장은 주말(토/일)에는 종일 무료 주차입니다.

2. 참고사항

- 상영 시간 중간에 입장하여 자리를 찾는 행위는 다른 관객들에게 실례가 될 수 있사오니, 가급적 상영 전 30분 전에는 오셔서 로비에 전시된 시스템도 구경하시고 여유있게 입장하시길 바랍니다.

- 좌석은 지정제이며 선착순 순서대로 당일 상영관 입구 쪽에 별도로 마련한 임시 데스크에서 사전 신청 명단을 확인하신 후 '좌석 번호가 인쇄된 입장 티켓'을 받아가실 수 있습니다. 당일 많은 관객 입장으로 혼잡이 예상되므로, 가급적 한 시간 정도의 여유를 두고 오시기를 권합니다. 상영 시작 1시간 전부터 선착순으로 티켓을 발부하며, 극장 중앙-상층-하층의 순서대로 배포됩니다. 입장시간이 길어지면 상영 지연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관객의 임의적인 좌석 선택은 불가능합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밴드오브브라더스> 전편 상영 티켓은 21일 오후 6시 30분부터 발부합니다.

- 22일 <매트릭스> 3부작 전체를 신청하신 분들이 많은데, 이 분들에 한 해 1, 2, 3편 티켓을 한꺼번에 발부해 드립니다.

- 후원 업체에서 제공하는 최신 블루레이 타이틀, <핸콕> 비니 모자 등의 경품을 군복 코스프레 테스트(BOB 상영 회차), 퀴즈게임, 추첨 같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증정할 예정입니다.

3. 한국영상자료원 안내(www.koreafilm.or.kr)

이번 행사 공동주최기간인 한국영상자료원에 위치한 시네마테크 KOFA는 최신 개봉관 수준의 디지털 상영관입니다. 이번 블루레이 상영 행사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예술영화 및 제3세계 영화 등을 무료 혹은 저렴한 입장료로 볼 수 있으며, 영화팬들을 매료시킬 만한 여러 가지 강좌와 기획전이 매달 열리고 있습니다. 당장 이번 주 금요일에도 <밴드 오브 브라더스> 상영 전(오후 2시)극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샤이닝>을 최고 화질의 블루레이로 상영하오니, 영화 팬들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 합니다. 참고로 지난 10월 부산 블루레이 영화제 당시에도 <샤이닝>을 상영했는데, 극장에서 <샤이닝> 보면 정말 예술입니다^^;

자 료원 1층에는 최근 진귀한 소장품과 함께 개관한 '한국영화박물관' 이 무료 공개되고 있으므로 행사 참여 후에 한 번씩 들러주시고요, 2층 영상자료실에서는 수많은 DVD 소장품과 VOD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립영화 아카이브를 통해 다양한 영화들을 무료로 즐기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자료원 소개는 본 항목 제목에 링크를 참조하시길 바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더욱 많은 영화팬들이 한국영상자료원을 찾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공지는 여기까지입니다. 궁금한 점 있으면 덧글로 질문해주시고 마지막으로 행사장 약도를 안내해드립니다.


출처 - DVD프라임 (www.dvdpri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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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프라임 주최로 이번 주 금요일(11월 21일)부터 토요일(11월 23일)까지 블루레이 무료 상영회가 열립니다.
지난 10월 부산에서 있었던 블루레이 영화제 처럼 모두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행사이며,
상암동에 위치한 시네마테크 KOFA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상암동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은 아직까지 많은 분들에게
덜 알려져서 그렇지, 실제로 가보면 극장 시설도 상당히 훌륭하고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자료들(시나리오나 DVD자료)을
무료로 열람이 가능한, 영화 마니아분들께는 매우 추천할 만한 장소라고 적극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지리적으로 약간 외진 곳(?)에 위치한 것이 살짝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하지만(뭐 외진 곳이라는 의미는 각 지역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상대적인 것이겠지만, 앞으로 직통 지하철 노선도 들어올 예정이라고 하니, 차차 좋아질 듯 합니다),
한 번 가본 뒤에는 또 가고 싶어지는 좋은 분위기의 장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얘기를 하다보니 블루레이 영화제 보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얘기가 더 길어졌는데, 이번 블루레이 영화제에서는
최근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밴드 오브 브라더스>블루레이와 <매트릭스 3부작>블루레이 전편이 상영될
예정인데, <밴드 오브 브라더스>같은 경우는 TV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전쟁 영화 못지 않은 고증과
스케일로 이미 많은 팬분들을 보유하고 있는 작품이고, 무엇보다 극장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는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 확률이 매우 높죠) 기회라는 점에서 BOB팬 분들께는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번에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질러서 집에서 3화 까지 관람하였는데, 정말 초죽음의 화질과 사운드더군요!!)

그리고 매트릭스 3부작 블루레이 상영! 블루레이로 출시되었으면 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기다렸던 타이틀 가운데,
다섯 손가락에 충분히 들만한 작품이 바로 <매트릭스>시리즈라고 할 수 있을텐데, 저도 주저하지 않고
행사 신청 시작하자마자 3부작 모두를 신청하였습니다. <매트릭스>를 오랜만에 극장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는
기회임은 물론, 블루레이의 놀라운 화질과 사운드로 즐길 생각을 하니, 벌써 부터 두근두근 하군요
(지나번 부산 블루레이 영화제에서도 그렇고, 지난번 바로 이곳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블레이드 러너>를 블루레이
상영했을 때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지만, 블루레이로 재생되는 영화의 퀄리티는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가족 영화 위주로 편성이 되어, <내셔널 트레져 2> <핸콕> <호튼> <맘마미아!>가 상영될 예정인데,
<맘마미아!>를 한 번 더 보고 싶긴 하지만, 이번 주에 워낙에 개봉관에서 볼 영화가 많은 터라 아쉽게 패스해야겠네요.

어쨋든 힘든 국내 2차판권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어쩌면 살아남기 위해), 제작사와 배급사, 커뮤니티가 함께
힘을 모아 진행하는 행사라, 영화 관람은 물론 일찍 가서 행사 자원봉사라도 할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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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너무 앞서간 기이한 그 이름
김기영



사실 김기영이란 감독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창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감독 등의 영화를 좋아하던 때에 어느 인터뷰에선 가 이들 감독이 존경하는 감독으로, 혹은 극찬했던 작품으로 그의 작품을 꼽으면서, 현재 한국 영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 감독들이 모두 다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 국내의 감독은 과연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 때문에 부끄럽지만 ‘김기영’이라는 거장의 이름을 그제 서야 찾아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원로 감독들이라고 하면 개인적으로도 신상옥 감독 외에는 그다지 잘 알고 있는 감독이 없었는데, 김기영 이라는 이름 앞에 항상 붙는 수식어인 ‘기이한’으로 미뤄봤을 때, 쉽게 말해 메이저 성향이라기 보다는 마니아들에게 인정받는 언더그라운드 감독이라 잘 몰랐었구나 하고 언뜻 생각했지만, 김기영은 놀랍게도 당대의 흥행 감독 중 한 명이었다. 물론 그의 작품 세계가 유난히 독특하고 기괴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그의 영화 <화녀>와 <충녀>는 1971년과 72년에 각각 그해 최고 흥행작이기도 했으며, 신상옥, 유현목 감독과는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었다(실제로 <고려장> 개봉 시에 노모를 지게에 지고 가는 장면이 신상옥 감독의 <열녀문>에도 등장해 고소장을 접수하는 사건이 있는 등, 별로 서로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드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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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들 말하는 옛날 영화, 흑백 영화라 하면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지루하고 고리타분 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생각하지만(이런 선입견을 갖게 된 데에는 실제 재미없는 한국 흑백 영화를 더 먼저 접한 이유도 있었다), 김기영 감독의 작품들은 6,70년대 군사 정권 하에 만들어 졌다 고는 믿어 지지 않는, 오히려 최근 만들어지는 작품들도 범접할 수 없는 특유의 스타일과 개성으로 가득 찬 ‘재미있는’ 영화였다. 물론 김기영 감독의 영화는 이른바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그는 당시 사회에서 모두가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썩고 곪아 있는 곳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이를 통렬 하게 비판하는 텍스트로서 오히려 ‘불편’하고 보기 힘든 작품을 만들어왔다. 여기에 기인에 가까운 그의 연출 방식에 대한 집착과 행동들은 김기영 식 영화를 더욱 ‘컬트’로 몰아가는데 일조를 한 경향이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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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실제로 영화를 정식으로 배운 영화 학도 출신이 아니라 의사 출신이었다. 당시 잘나가던 치과 의사였던 아내가 꿈을 펼쳐보라며 기회를 준 탓에 김기영 감독은 자신의 표현에 따르자면 ‘취미 활동’하 듯 영화를 만들게 된다.)



그는 의사 출신 답게 문제를 바라볼 때 단순히 겉에서 상처를 치료하는 정도에 머무르지 않고, 배를 째고 해부를 하는 수준까지 문제를 바라보면서, 당시 경직된 시대 상황에서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 같은, 반대로 그런 시대 상황이었기에 해야만 했을 이야기를 일관되게 해왔다. 그는 또한 자신의 작품 <하녀>를 <화녀> <충녀> <화녀 82> 등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는데, 이는 단순히 흥행작인 원작의 요소를 불러내 비교적 흥행이 보장된 안전한 작품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하녀>에서는 미처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그 시대의 시대 정신에 맞게 변주 하는 형식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또 다른 문제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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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김기영 감독은 다른 감독들과는 다르게 영화의 모든 전반적인 것을 직접 컨트롤해야 직성이 풀리는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연출은 물론 카메라 구도 같은 것도 카메라 감독에게 전적으로 맡긴 다기 보다는 자신이 일일이 체크하곤 했으며, 특히 재능을 보였던 미술 분야(특히 세트와 소도구) 같은 경우는 그의 손길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봐도 전혀 무방하겠다. 더 나아가 영화를 찍는 도중에는 스텝들은 물론 배우들도 자신이 지금 무슨 영화를 찍고, 무슨 연기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연기를 했을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 디테일까지 일일이 디렉팅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충녀>에 출연한 윤여정 씨의 경우, 침대 위에 쥐가 잔뜩 등장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실제로 어떤 얘기도 해주지 않아 아무것도 모른 채 촬영에 임했다가 촬영 시에 크게 놀라기도 했다고 한다).


올해는 이런 김기영 감독이 1998년 자택에서 화제로 우리 곁을 떠난 지 10주기가 되는 해로서 갖가지 행사와 재조명의 기회가 많았었다. 각종 영화 관련 지와 사이트에서는 김기영 감독을 비중 있게 다뤘으며 특히 지난 6월에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김기영 감독 전작전’이 열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이번 특별전 행사가 끝난 뒤 김기영 감독의 작품 네 편을 DVD로 소장할 수 있는 ‘김기영 컬렉션’이 발매된 점이 가장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겠다.


이번 DVD에는 <고려장 (1963)> <충녀 (1972)> <육체의 약속 (1975)> <이어도 (1977)> 이렇게 4편이 수록되었는데, 특별전에도 상영되었던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 <하녀>가 빠진 것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는데, <하녀>의 경우는 현재 추가적으로 복원이 진행 중임으로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쯤에는 단독으로 DVD가 출시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이번 ‘김기영 컬렉션’DVD에 수록된 네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갈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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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고려장’이라고 하면 신파 드라마가 아닐까 하고 섣불리 오해할 수 있지만, 김기영 감독이 만든 <고려장>은 이런 오해를 불식 시키고도 남을(아니 넘쳐 날) 정도로, 극한 상황에 닥친 인간의 모습과 기이하고 상식을 뒤집는 설정과 메시지, 그리고 권력자와 이에 굴하지 않는 인물의 이야기로서 정치적인 텍스트로까지 연결되는, 상당히 복잡한 이야기들을 ‘고려장’이라는 소재를 빌려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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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의 크레딧 장면. 화면 가득 한자가 뿌려지고 그 가운데 스태프들의 이름이 보여 지는 방식의 이 장면은 지금 봐도 상당히 인상적이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일단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공간적인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 영화에서 지리적 공간이 갖는 의미는 여러 가지 내용 적인 면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현대적인 좌담회에 이어 타이틀 롤과 함께 보여 지는 첩첩산중의 이미지는, 현대 사회와는 고립되어 있는 일종의 원시사회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으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당시로서는 더욱) 가부장 적인 유교 적 가족의 이미지라던가, 기본적인 도덕적 윤리가 통용되지 않는 극한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일종의 비현실적 공간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런 비현실적인 요소는 극심한 가뭄과 식량 부족으로 인한 지배 권력의 등장과 경제 논리로서 더욱 섬뜩하게 묘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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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먹기 위해 조부모를 구타하는 아이들이나, 배고픔을 호소하는 늙은 아버지에게 ‘먹는다고 더 산다는 보장도 없고, 더 살아봤자 아이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니’하며 오히려 산으로 내버릴 생각만 하는 10형제의 모습이나, 감자를 얻기 위해 딸을 산 채로 바치는 어미의 모습 어디에서도 윤리적인 가치관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것이 아무리 극적으로 묘사된 비현실적인 공간에서의 상황 이라고는 하지만, 1963년 당시로서 이 정도로 상식을 뒤집는 극렬 한 묘사는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특히 어른이 했다 하더라도 독하디 독한 대사들이 아이들의 입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것이나, 부모나 부인을 자기 손으로 죽이는 참극에 가까운 장면들은 ‘이것이 정말 1963년도 작품이 맞나?’ 할 정도로 충격적인 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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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이 보여준 원시사회의 모습을 보았을 때, 적어도 고려 시대 이전 사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저 뒤편에 자리 잡은 병풍의 그림은 누가 봐도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김기영 감독은 거리낌 없이 조선시대의 그림을 사용하면서(이 바로 앞 장면의 결혼식 혼례 장면에서도 조선시대의 결혼예식을 엿볼 수 있다), 영화 속 역사적 시간의 모호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얼핏 보면 <고려장>에 등장하는 원시 사회는 말 그대로 원초 적인 배고픔에 의해 행동이 결정되는, 본능이 지배하는 사회로 보이기도 하지만, 가뭄으로 피폐해진 마을에 유일한 식수 원을 10형제가 소유하게 되면서 이 영화는 절대 권력에 의한 지배 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미 육체적인 힘과 수적인 우세에서 비롯되는 힘이 윤리적 도리를 앞서는 것을 보여주었다면, 이후부터는 경제적인 우위가 바로 절대 권력이 되는 21세기인 현재에 더욱 어울릴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사실상 더 큰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무당과 고목으로 대변되는 무속 신앙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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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간난이가 구룡에게 ‘당신을 닮은 아이를 빚고 싶다’면서 정사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당시 검열을 피하기 위해 노골적인 정사 장면이 아니라 김기영 감독은 위와 같이 손을 어루만지는 장면으로 대체하고 있는데, 마치 아이를 빚기 위해 구룡의 신체를 익히려는 듯 구룡의 손을 어루만지는 장면은, 굉장히 은유 적이면서도 에로틱한 장면이었다.)


영화의 초반 구룡이 10형제를 잡아먹을 것이라는 무당의 예언 때문에 10형제는 구룡에게 평생 콤플렉스를 겪고 경계하게 되고, (비록 10형제에 의해 간난이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있긴 했지만) 끝까지 고려장을 거부했던 구룡마저 마을에 비가 내리기 위해서는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위협해, 결국 노모를 선인봉에 버리고 오게 만드는 것도 다름 아닌 무당이었다. 10형제가 갖게 된 권력은 경제적 상황으로 인한 인위적인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무당의 권력은 이 마을 대대로 애초부터 갖고 있던 것으로서, 모두가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따라왔던 것이라는 점에서, 영화 말미에 구룡이 고목과 무당을 쓰러트리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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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감독은 <고려장>의 제작노트에서 ‘4.19때 학생은 고목을 쓰러뜨리는 데 104의 목숨을 잃었다’라고 언급하였는데, 이런 말에 비춰 본다면 <고려장>의 텍스트는 상당히 정치적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해석될 수 있다기 보다는, 그냥 ‘정치적인 텍스트다’라고 보는 것이 더 옳겠다), 당시 시대적 상황 상 검열을 염두 해 두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을 미뤄봤을 때 원시적이고 비현실적인 배경의 묘사는 이를 위한 장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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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연이 역할을 맡은 아역 연기자 전영선 씨는 신상옥 감독의 1961년 작인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그 유명한 옥희 역을 맡기도 했었다. 아역 연기자들의 연기를 연출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고려장>에 등장하는 아역 연기자들은 전영선 씨를 비롯해 모두들 비교적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가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이 영화가 맞나 하고 놀라게 된 것은 비단 메시지 적인 것 만은 아니다. 이 영화는 세트 미술이나 장면의 묘사, 대사의 묘사 같은 것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옛날’영화라고는 믿기 힘든 연출이 등장한다. 일단 잘 알려졌다시피 김기영 감독은 미술 적인 면에 상당히 뛰어난 감독이라 할 수 있는데, <고려장>에서도 세트의 디자인이나 동선의 구성 등이 매우 뛰어남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거의 95% 이상이 세트에서 촬영되었는데, 구룡의 집이나 그 집 앞 마당, 그리고 10형제의 대장간, 고목이 위치한 마을 어귀, 그리고 선인봉으로 가는 산길 세트와 선인봉의 세트는 영화적으로도 그렇고, 미술 적인 면에서도 봐도 당시로서는 상당히 뛰어난 감각이 묻어 나는 디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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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봉의 저 그로테스크한 세트는 지금 봐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해골들이 너무 하얀 것이 플라스틱인 티가 너무 나기도 하지만, 당시로서 저 정도로 괴기스런 세트를 한국영화에서 보여주었다는 자체가 놀랍다)


세트의 구조물을 통해 조명을 컨트롤 하는 것은 당시의 열악한 제작 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해내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해골이 가득한 선인봉의 이미지는 괴기스런 음악과 더불어 그로테스크함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선인봉으로 올라가는 지그재그 형의 세트가 인상적이었는데, 효율적인 면에서도 캐릭터를 한 컷 만으로도 오래 담아내는 동시에, 구조물을 적절히 이용해 가며 전체적으로 장면에 리듬 감마저 부여하는 영리한 세트였다고 생각된다. 또한 고목이 있는 마을 세트 같은 경우는 사실상 별다른 구조물이 없는 연극 무대와 같은 단순한 세트이지만, 인물들의 배치와 카메라 앵글, 샷을 치밀하게 계산하고 만들어진 세트임을 뒤늦게 비로써 알아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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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트는 아주 영리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단일 구조물이지만 하나의 마스터 커트에서도, 돌아가도록 이동 경로가 설정되어 있는 것과 기둥들로 인해 다양한 움직임과 리듬감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세트이다. 김기영 감독은 영화 속에서도 이 세트를 비롯해 선인봉으로 올라가는 길로 만들어진 세트들을 쉽게 버리기 아까웠는지, 굳이 넣지 않아도 될 만한 장면들을 추가 시키면서 이 세트에 대한 노출 빈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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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김기영 컬렉션>에 포함된 작품 가운데 제작 연도는 가장 앞선 작품이지만 반대로 영상의 화질은 가장 좋은 편이다. <고려장>의 경우 이미 복원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제작 연도를 감안한다면 상당히 우수한 화질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라면 필름 일부가 유실되어 전체적으로 20분 정도 분량이 아무 장면 없이 사운드만 수록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는데, 그래도 이번 DVD의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함께 동봉 된 책자에 이 유실 부분에 대한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담겨있어 조금 이나마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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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해설에는 김기영 감독에 대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영화 평론가 이연호씨와 <혈의 누>의 감독인 김대승 감독이 참여하고 있다. 이 음성 해설은 매우 유익하다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김기영 감독과 여러 차례 인터뷰를 나누기도 했던 장본인인 이연호씨가 들려주는 영화의 뒷이야기와 영화에 관한 설명들은 <고려장>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하는 데에 더없이 훌륭한 지침서로서 부족함이 없으며, 김대승 감독은 영화감독의 입장에서 장면에 대해 연출 방식이나 조명, 미술 등에 관한 도움말을 들려주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음성 해설과는 살짝 다르게 여기에 참여한 두 화자가 평론가로서(혹은 여자로서), 감독으로서(혹은 남자로서) 각각 영화를 바라보고 있다 보니, 몇몇 장면이나 설정을 보는 방식이 다름에서 오는 두 사람 간의 의견 불일치는 오히려 신선한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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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몇 번 씩 반복하여 리메이크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른바 ‘녀’시리즈로 불리는 <하녀>의 리메이크 작 들이 그것이다. 이번 DVD컬렉션에 포함된 <충녀>역시 <하녀>를 리메이크 한 작품으로서 직접적으로는 역시 <하녀>의 리메이크 작인 <화녀>와 더욱 가까운 영화라 하겠다. 이는 <화녀>의 출연진인 남궁원, 윤여정, 전계현 씨가 그대로 <충녀>에도 등장하는 것에서도 유사 점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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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감독 영화에서 계단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공간으로 매번 등장한다. <충녀>에서도 첩의 딸인 이명자가 자신도 첩이 되고 마는 신분과 계급에 관한 의미와 마지막에 사건의 모든 것이 몰락하는 장소로도 등장하면서 김기영 감독의 계단에 관한 사랑(?)을 유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김기영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런 것 외에도 단순히 계단에서의 액션이 더욱 박력 있고 스릴러 적이라 좋아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충녀>에서 등장하는 명자는 <하녀>를 비롯한 다른 리메이크 작 과는 조금 다르게, 명자의 과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고, 이를 통해 좀 더 명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바라보고 있어 관객들로 하여금, 명자에게 좀 더 동정심을 유발하도록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 역시 1972년에 만들어진 영화라고는 보기 어려운 설정과 메시지, 장면들이 가득 담겨있다. 먼저 당시는 박정희 정권 하에 어느 시대보다 남성 성이 강조된 남성 우월 사회였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시대를 완전히 뒤엎는 여성 상위의(남자 주인공인 김사장님(남궁원 분)의 모습은 이에 반해 너무 무기력하고 도피 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상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 그 첫 번째이다. 명자가 처음 호스티스가 되어 일하게 된 곳에서 보스로 군림하는 권력자도 여성인 마담(박정자 분)이며, 그녀가 첩이 된 뒤에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도 여전히 그 김사장이 아닌 본부인(전계현 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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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에도 여전히 강한 여성의 포스를 보여주고 있는 박정자 씨의 연기도 인상적이고, 풋풋한 매력이 묻어 나는 사미자 씨의 젊은 시절 모습도 인상적이다. <충녀>가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당시 한국 영화들이 대부분 전문 성우들의 더빙으로 이루어졌던 것에 비해 <충녀>는 박정자 씨를 비롯해, 사미자, 윤여정 씨 등 대부분의 주연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를 배우가 직접 소화했다는 점도 이채롭다. 이미 여러 인터뷰를 통해 알려졌다시피 김기영 감독은 윤여정이라는 배우의 그 특이한 목소리를 너무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영화의 중반 이후부터 여성의 지배하는 권력 구조는 더 심화되어 등장하는데, 남편은 직업이 없고 무능하며, 사업 수단이 좋은 부인이 집안의 경제력을 지배하고, 이를 통해 가정 전체를 지배하며 심지어 나중에는 첩인 명자에게까지 월급까지 주면서 이를 모두 컨트롤 하는 모습은, 남편이 첩을 들인다고 하면 남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울며불며 애원하는 일반적인 영화 속 본 부인의 모습에 비춰 봤을 때 상당히 파격적이고 인상적인 설정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또한 단순히 여성 우월을 넘어서서 여성이 남성을 사육하는 식의 설정은 당시 군사 정권하에서 만들어 졌다고는 믿기 힘든 설정들이다(이 같은 무기력한 남성을 여성이 사육한다는 설정은 <육식동물>같은 영화에서 정점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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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칼은 이 영화에서 고비마다 중요한 도구로서 사용되고 있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초반, 중반, 후반에 면도칼을 각각 등장 시키며 하나의 매개체를 통한 내러티브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하녀>와 마찬가지로 피아노가 등장하며, 김기영 감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물 중에 하나 인 ‘쥐’도 이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도구로 사용된다.)


<충녀>를 보면서 가장 놀라게 되는 것 중 하나는 70년대 영화 라고는 보기 힘든 세련된 디자인이다. 김사장과 본부인이 사는 2층 집은 물론 상당히 부잣집이라고는 하지만(김영진 평론가는 음성 해설에서 ‘초상류층’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렇다고 해도 상당히 세련된 조명 기구들과 벽지, 구조물들은 지금 봐도 별로 촌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특히 명자가 사는 2층 집의 디자인은 그야말로 놀라운데, 마치 요즘의 원룸을 보는 듯 한 구조와 벽지, 부엌과 거실이 뚫린 벽으로 연결되는 공간 디자인은 최근 개봉하는 영화의 세트로 쓰여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세련된 미술 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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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대적인 세트 디자인은, 위에 걸려있는 컵과 조리 용구들과 마치 미술관처럼 벽을 향해 위에서 아래로 걸려있는 조명기, 그리고 윤여정의 알록달록한 의상과 맞물려 훌륭한 미장센을 만들어낸다.)


김기영 감독은 세트를 만들 때 공간의 깊이를 가장 중요하게 염두 해 두고 만든다고 하는데, 위의 장면처럼 인물을 원근 감 있게 배치하면서 그 깊이를 표현하면서도, 오히려 그 반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조명의 효과와 더불어 갖가지 소도구들을 굉장히 빡빡하고 많은 수를 배치하면서 넓은 공간임에도 무언가 답답하고 갇혀있는 듯 한 느낌도 연출해 내고 있다. 이 영화는 잘 보면 본 부인의 집보다는 명자의 아파트와 2층 집을 그릴 때 좀 더 많은 소도구를 배치하여 명자의 답답하고 억눌린 심리를 반영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녀>의 경우 같은 2층 집 안에서 1층과 2층 이라는 공간의 차이를 두고 계급과 두 여성 간의 대결 구도를 그려냈다면, <충녀>에서는 공간은 각자의 집으로 다르지만, 12시에는 남편을 본 부인에게 다시 돌려주고 혼자 남아야 한다는 시간의 제약으로 이 구조를 또 다르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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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본 부인의 2층 집과 명자의 집을 오가다 가도 가끔씩 현실의 서울 시내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앞서 언급한 답답한 구조의 명자의 집과 극 하게 대비되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이것과는 별개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여의도 광장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이채롭다.)


<충녀>는 초반에는 흔한 멜로 적인 요소가 등장하긴 하지만, 중반 부부터 치정 극으로 치닫기 시작하면서 점차 호러나 서스펜스에 가까운 연출을 보여준다. 특히 아이를 갖지 못하는 명자와 김사장 커플에게 이사와 함께 갑자기 아이가 생기면서 이런 극 변화는 더욱 더 가속도를 얻게 된다. 정말 영화 속에서 이 아이가 보여주는 행동의 묘사들은 상당히 충격적인데, 요즘 만들어지는 영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충격적인 묘사가 당시에는 어떻게 받아 들여졌을 지가 더 궁금하다. 젖먹이 아기가 쥐를 먹고 잎에 피를 잔뜩 묻히고 있는 장면은 정말 전 세계 영화사를 뒤져봐도 흔치 않은 극한 설정으로, 이후 쥐가 때로 등장하는 설정과 더불어 이 영화를 더욱 기이한 영화로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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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판 위에 색색 사탕을 뿌려 넣고 벌이는 정사 장면의 연출은, 정말 당시에 저런 장면을 어떻게 떠올렸을까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미 적으로 상당히 우수한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이후 바로 이어지는 사탕이 마구 흔들려 떨어지는 것으로 묘사하는 것 외에, 거의 직접적으로 정사 장면이 묘사되는 영상도 담겨있는데, 아마도 당시 극장 상영 시에는 검열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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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DVD컬렉션에 수록된 <충녀>에는 붙박이로 스페인어 자막이 포함되어 있는데, 아쉽게도 현재로서는 이 판 본만이 남아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화질 상태는 컬렉션에 수록된 네 작품 가운데 가장 좋지 않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단 잡티는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가끔 씩 색이 변질되는 현상도 종종 일어난다. 화질의 아쉬움은 DVD영상 자체의 퀄리티와는 무관하게 보관된 필름의 상태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이도 어쩔 수 없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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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기 보다는 김기영 감독의 열혈 팬으로서 음성 해설에 참여한 봉준호 감독조차도 웃음을 참지 못하며, 도대체 어떤 의미로 저런 연출을 하셨는지 의아스럽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던 바로 그 문제의 장면. 피로를 풀어주겠다며 안마를 해주다가 갑자기 두 번 손으로 소리를 내는 제스처는 정말 컬트 적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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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명자는 저렇게 찡그리듯 웃는 표정을 몇 차례 보여주는데, 이는 김기영 감독이 윤여정씨에게 직접적으로 지시한 하나의 연출이라고 한다. 얼마 전 회고전에 맞춰 EBS 시네마천국에서 있었던 윤여정 씨의 인터뷰에서도 전해들을 수 있었 듯이, 윤여정 씨는 영화 촬영 전에 김기영 감독의 집에서 합숙을 하다시피 했는데, 감독은 이 때 봐두었던 윤여정의 표정들을 캐치하여, 나중에 영화를 촬영할 때 그 때 지었던 표정, 뭐할 때 지었던 표정 하며, 직접적인 표정들을 요구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저 표정이 너무 의도적으로 드러나 약간 민망하기도 하지만, 분명 나름 매력이 느껴지는 표정과 연출이 아닐 수 없다.)


<충녀>에는 영화 평론가인 김영진 씨와 봉준호 감독이 음성 해설에 참여하고 있다. 영화의 내용 적인 면이나 뒷이야기들이 주가 되었던 <고려장>의 음성 해설과는 달리 <충녀>의 음성 해설은 장면에 대한 영화적 기법들과 연출의 의도, 미장센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나 봉준호 감독은 존경하는 감독으로서 김기영 감독이 만들어낸 인상적인 장면들과 구도, 설정 등에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기도 한다. 또한 김영진 평론가와 얘기를 나누던 중 히치콕에게 ‘새’가 있다면 김기영에게는 ‘쥐’가 있다는 말과 함께 만약 히치콕이 살아서 김기영 감독의 영화를 보았다면 분명히 충격을 받고 존경을 했을 것이라며(‘아마도’ 수준이 아니라 확신하고 있다), 브뉘엘과 히치콕, 김기영 감독이 서로를 알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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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영화 시대를 대표하는 이만희 감독의 <만추>를 리메이크 한 것으로 알려진 작품이 바로 이 작품 <육체의 약속>인데, 김기영 감독이 직접 밝힌 ‘원작의 30% 이상은 사용하지 않는 불문율’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영화는 알려진 <만추>의 내용과 분위기와는(<만추>는 개인적으로도 물론 볼 수 없었으며, 현재 필름이 남아있지 않아 유추해볼 뿐이다) 많이 다른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김기영 감독은 <육체의 약속>이라는 제목 답게 또 한 번 인물들을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고 남자와 여자의 관계, 여성이 남성에게 갖고 있는 피해 의식과 한 여성을 중심으로 매우 복잡한 심리와 인간성에 대해 직설적인 대사와 은유 적인 표현으로 만들어낸 김기영 감독의 또 하나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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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약속>에서도 어김없이 김기영 감독의 인장 과도 같은 ‘계단’ 장면이 등장한다. 하지만 <하녀>나 <충녀>등에 비하면 단순히 등장하는 정도로 머무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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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감독의 소도구에 대한 애정은 가히 집착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특히 소도구 들을 통한 복선과 의미 전달 방법이 강하고 반복 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시계를 비롯해 거울이나 사탕 등의 도구들을 이용해 은유 적으로 이 영화를 꿰뚫고 있는 주인공 여자의 심리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소도구에 관한 작은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김기영 감독은 영화에 쓰인 소품이나 소도구들을 본인의 집에 모두 가져다 쌓아 놨다고 하는데, 아들 분께서도 평소에 저 많은 걸 나중에 어떻게 처리하나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택 화제로 돌아가시게 되면서 소품도 모두 불에 타 없어졌는데, 마지막에 돌아가실 때도 결국 소도구들을 모두 가져가신 것 같다고 하는 말이 인상 깊게 들렸다.)


김기영 감독의 작품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대부분 정상적이지 않다고(혹은 극적으로 솔직하다고)볼 수 있는데, <육체의 약속>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모습은 여성들을 종족 번식을 위한 도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맨스나 사랑 따위는 아예 없으며, 오로지 종족 증식을 위해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으로 여기며 죄 의식은 전혀 없이 섹스를 위해 달려들고 행위가 끝나면 버리고 마는 식이다. 이런 점에서 특히 이 영화에서는 이런 설정들을 인간적으로 보기 보다는 동물의 행위에 가깝게 연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영화 속 정사 장면들이 인간들의 ‘섹스’로 느껴지기 보다는 동물들의 ‘교배’에 더욱 의미가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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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김기영 감독은 이렇게 격자 구조의 창틀이 라던가 창살이 있는 창문 구조를 의도적으로 삽입하여, 어딘 가에 갇혀 있고 격리되어 있는 듯한 느낌과, 여자 주인공의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지 못하고 남성의 도구로만 사용되는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 영화는 3개의 플래시백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띄고 있다. 이미 남편과 아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기차를 타고 여수로 내려가면서 지난날을 회상하는 구조인데, 이 세 가지의 플래시백은 아주 밀접한 연관을 띄고 있으며, 필연적으로 그 다음 에피소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이야기는 계속 반복되고 확장되는 와중에 여자 주인공의 심리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 그리고 그 사건들이 다음 에피소드에 어떻게 작용하게 되었는 지를 염두 해 두고 영화를 보면 이 영화의 내러티브에 좀 더 집중할 수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거울이나 사탕, 시계 등의 소도구가 중요한 의미의 전달 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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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이나 <충녀>등에서 김기영 감독만의 세트 연출을 만나볼 수 있었다면 <육체의 약속>에서는 로케이션에서의 미장센을 다루는 연출 방법을 만나볼 수 있다. <육체의 약속>은 실제로 세트에서 촬영한 장면이 거의 없는 편이고, 대부분이 달리는 기차 안에서 촬영 되었거나 야외에서 촬영된 장면들이 많은데,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도(더군다나 별로 움직임 없이 인물들이 고정되어 있음에도) 지루하지 않게 인물들을 잡아내는 구도는 아주 인상적이다. 특히 창에 서려있는 서리들이 녹아내리면서 마치 여자 주인공이 흘리는 눈물처럼 묘사되거나, 배우들의 연기 만으로 열차가 덜컹 하는 효과를 내는 기본적인 트릭 같은 것은, 어쩌면 상투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한정된 공간 내에서 충분히 변화의 요소로 훌륭히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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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과 사탕은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반복 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거울이 그 곳에 원래 있었는지, 아니면 주인공이 스스로 꺼내 들었는지, 사탕을 언제 먹었는지, 누가 먹여 주는지, 뱉었는지 등등 각 장면과 방식에 따라 아주 다양하게 해석되고 주인공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쓰이고 있다.


이 영화는 김기영 감독의 다른 영화들과는 대사가 그리 많지 않고(특히 여주인공을 맡은 김지미 씨의 대사는 거의 없다), 오히려 여자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등장하는 독특한 형식을 갖고 있다. 정성일 평론가는 그럼에도 김지미 씨가 이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가 그녀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연기 중 하나라고 평했는데, 대사 없이도 이렇듯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배경에는 물론 김기영 감독의 치밀한 연기 디렉팅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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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감독의 작품에는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은 장면이 없다. <육체의 약속>에서는 영화의 거의 말미에 가서 이른바 ‘최후의 만찬’식의 식사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에서 세 인물은 ‘먹는다’라기 보다는 ‘보충 한다’에 가까울 정도로 미친 듯이 먹어 댄다(정성일 씨는 ‘쳐 먹는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는 지속적으로 깔려 있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과 유사 점에 대한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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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컬렉션에 포함된 <육체의 약속>의 화질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필름이 유실 된 부분도 없으며, 크게 색의 변질이 일어나는 점도 없고, 잡티도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사실 이런 영화의 화질을 논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겠지만, 의미를 따져본다 하더라도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밝혀둔다. <육체의 약속> 역시 음성 해설을 수록하고 있는데, 네 작품 중 유일하게 두 명이 아닌 정성일 평론가의 단독 음성 해설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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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이름으로만 들었었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들에 절정에 달했을 때의 연기를 만나볼 수 있는 것은, 그 시대를 함께 하지 못했던 다음 세대의 관객으로서 무척 반가운 일일 것이다. 김지미 씨도 그렇고, 이정길 씨나, 다른 작품에 출연했었던 김진규, 남궁원 씨 같은 배우들이 왜 세대를 넘긴 지금까지도 이름으로 나마 전해지고 있는지, 그들의 당시 연기를 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혹자가 대한민국의 영화 평론가는 ‘정성일 씨와 정성일 외로 나뉜다’라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를 적극 공감할 정도로 엄청난 분석과 깊이가 담긴 음성 해설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가 없겠다. 본 <육체의 약속> DVD 리뷰를 쓰면서도 정성일 씨의 음성 해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장면과 설정 하나 하나의 의미를 분석적으로 파고드는 정성일 영화 평론가의 음성 해설은, 어쩌면 이 영화에 숨겨진 상징과 은유 들을 많은 부분 그냥 놓치고 말았을 부족함을 완벽하게 채워주는(그래서 영화 자체가 더욱 완벽하게 느껴지는) 훌륭한 음성 해설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말미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 전문가들이 참여한 음성 해설 트랙만으로도 이번 김기영 컬렉션 DVD는 높은 소장 가치를 보장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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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후반 한국 영화계는 외화 쿼터를 채우기 위해(한국 영화 몇 편을 만들면 외국영화 1편을 수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문예 영화라고 해서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곤 했는데, 1977년 작인 <이어도>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이청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이런 문예 영화는 말 그대로 쿼터를 채우기 위한 의무적인 영화였기 때문에 감독에게 있어서 흥행의 부담 없이 만들 수 있는 이점이 있기도 했는데, 김기영 감독은 여기 서도 자신 만의 색깔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그의 또 다른 걸작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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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영화들에서도 한정된 공간과 극한의 상황 속에 놓인 인간들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던 김기영 감독은 <이어도>에서는 ‘섬’이라는 특수한 공간적 제한을 통해 본격적으로 고립되고, 또한 <고려장>처럼 원시적이고 무속 신앙이 지배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역시 번식에 관한 집착과 비극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어도>는 <육체의 약속>처럼 플래시백이 사용된 영화이지만, <육체의 약속>이 정해진 플래시백에 따라 다음 내러티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던 것에 비해, <이어도>에서 사용된 플래시백은 그 수도 잦고 무엇보다 큰 하나의 플래시백 안에 여러 개의 플래시백이 반복해서 존재하는 혼란 스런 구조를 갖고 있다. 사건에 진행에 따라 플래시백이 등장 한다 기 보다는 인물이 등장한 뒤 그 인물이 한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쓰여지기 때문에 시점이나 시기 등이 뒤죽박죽 섞여있어 자칫 집중하지 않으면 전개를 놓치기 십상이다. 그런데 보통 영화 같으면(특히 스릴러나 서스펜스 영화 같은 경우), 이러한 플래시백들을 내러티브의 연결 상 상당히 비중 있게 관찰해야 하지만, 어쩌면 김기영 식 영화에서는 영화의 주요 인물이 되는 ‘천남석’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라는 것 보다는 감독이 줄기차게 이야기하고 있는 지배 구조나 종족 번식의 본능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영화를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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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당시 영화로는 드물게(드물게 라기 보다는 거의 유일하다고 보는 것이 더 맞겠다), 환경오염에 관한 설정이 비교적 자세히 되어 있다. 당시는 군사 정권 하에 오로지 개발에만 신경 쓰던 근대화 시기임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사실상 그 당시에는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던 문제라고 생각되는 공해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1977년 작에서 들고 나왔다는 사실은, 환경오염으로 고통 받는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으로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수질 오염으로 인해 죽어간 물고기 들이나 야심차게 준비했던 전복 양식 업이 오염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는 것, 폐타이어들이 쌓여 있는 공터의 모습 등 근대화의 발전 논리에 의해 나타난 환경오염이 만들어낸 공허함을 짧은 시간이지만 정확하게 묘사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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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에서는 유난히 푸른 빛의 라이팅이 된 장면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검은색과 파란색의 조화는 스산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내 인물들마저 그런 분위기가 풍기도록 하고 있으며, 반대로 무당의 옷이나 술집 여자의 옷처럼 빨간 색이 더 돋보이는 효과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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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프레임 안에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촬영 기법도 자주 쓰이고 있는데, 정일성 촬영 감독은 문이나 인물의 뒷모습, 구조물, 조명 등을 이용해 장면 내에서 일부분을 잘라버리면서 또 하나의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기법을 즐겨 쓰고 있다.)


이번 DVD에 수록된 평론가나 감독들의 음성 해설을 들어봐도 그렇고, 일반적으로 감독들이 김기영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다 보면, 내러티브의 자연스런 전환에도 어울리지 않는 쇼트들이 너무 많고, 너무 엉뚱한 설정들이 난데없이 등장하는 경우도 많으며, 도대체 저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과장, 과잉에 표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대놓고 막 가버리는 식이다. 편집 같은 부분에서도 그렇고, 너무 나도 눈빛만이 지나치게 강조된 연기 들도 그렇고 일반적이라면 잘못된 방식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김기영 감독은 오히려 이 같은 점을 과감하게 사용하면서 그것도 자신의 작품들에서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일관되게 표현해 왔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그 만의 스타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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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씨가 굿을 하는 이 장면은, 본인이 나중에 보아도 참 그 때 잘했다는 생각을 하셨을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였다. 박정자 씨는 김기영 감독의 작품의 여럿 출연하였지만 아마도 <이어도>에서의 무당 연기가 가장 인상 깊지 않았나 싶다.)


<이어도>를 보면서 또 놀랐던 점은 세트의 마술사라고 불리 우는 김기영 감독이 로케이션에서도 엄청난 장면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치 김기영 감독이 풀을 보고 이리 누우라면 풀들이 이리 눕고, 바람을 어느 쪽에서 어느 쪽으로 불어오라면 그리 불고, 파도를 어찌 치라면 어찌 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 현상들을 영화 속에 너무 나도 완벽하게 녹여내는 장면들을 볼 때, 영화의 내용 적인 기이함을 떠나서 미 적 아름다움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그런 장면들은 아마도 오랜 시간의 기다림에 끝에 만들어진 일종의 노력에 의한 장면이겠지만, 하나의 장면으로 접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놀라운 미 적 경험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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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옷과 우산을 쓴 술집 여인이 섬을 거니는 장면인데, 그야말로 어느 것이 하늘 빛이고 어느 것이 바다 빛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파란 색의 배경과 그 속에 자리 잡은 강렬한 빨간 색이 인상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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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민자가 강간당하는 장면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 중의 하나인데, 바닷물이 바람에 의해 빛을 발하며 이는 장면은 정말 보는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라웠다. 캡쳐 화면으로는 이 장면이 주는 놀라움에 반에 반도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김기영 감독의 영화는 90년대 후반 ‘컬트’라는 개념이 국내에서 급속도로 인기를 끌면서 나중에 컬트 감독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그의 모든 작품이 기이하고 충격적이긴 하지만 <이어도> 후반 부에 시체가 등장하는 시퀀스부터의 장면들은, 정말로 가장 기이하면서도 컬트 적인 요소가 넘쳐 나는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겠다. 무당이 굿을 해 영혼도 아닌 시체를 직접적으로 불러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시체의 씨를 받아 아이를 얻기 위해 시체의 성기에 관을 꽂아 산 사람과 시체가 섹스를 벌이는 이 장면에서는, 정말 ‘와’하는 짧은 탄성과 함께 입을 떡 벌리고 아무 말도 못한 채 바라볼 수밖에는 없을 정도로 상상을 뛰어넘는 충격을 받았다. 2008년에 본 관객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데 이것이 1977년 도에 만든 작품이라니 당시에 이를 심의한 검열관들의 표정은 어땠을지 궁금하다(물론 이 장면은 검열에서 삭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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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비롯해 <이어도>에서는 광각으로 담아낸 몇몇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이런 광각 렌즈를 통한 장면들은 극의 기이함을 더욱 증폭시켜 주고 있다.)


김기영 감독의 영화에서는 유독 여배우들이 큰 인상을 주고 있는데, <이어도>에 출연한 이화시 씨만큼 인상적인 마스크를 보여준 여배우는 아마 없었던 것 같다. 이화시 씨의 얼굴은 그 과장된 눈빛 연기와 함께 스산함과 기이함을 전달하는 탓에, <이어도>를 보고 나면 영화의 자세한 줄거리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얼굴 만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당시 70년대 한국 사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마스크로서 보편적인 여배우들의 인상과는 너무도 다른 얼굴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때문에 ‘퇴폐 적’이라는 공식 이유를 들어 활동하는 데에도 제지를 받았다고 한다(이 모든 작품들이 이런 시대에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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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의 모든 것은 다 잊어도 이화시 씨의 저 표정은 절대 못 잊을 것 같다. 잊고 싶어도 잊혀 지지 않을 거 같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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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도 역시 만족할 만한 화질이라 할 수 있겠는데, 물론 가끔 잡티가 있긴 하지만 제작 년도를 감안한다면 이 정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듯하다. 음성 해설에는 김영진 평론가와 <킬리만자로>를 연출한 오승욱 감독이 참여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이어도>라는 영화에 장면마다 집중하기 보다는 김기영 감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후반부의 충격적인 장면이 등장 할 때 이들이 반응을 보는 것도 또 다른 흥미 거리라 하겠다.


다른 세 작품은 모두 서플먼트로 다큐멘터리나 인터뷰 등 추가 영상이 있던 것에 비해 <이어도> 디스크에는 추가 영상 없이 사진 자료 모음만이 담겨있다(앞서 작품을 이야기할 때 언급을 안 한 것 같은데, 다른 세 작품의 디스크에도 모두 사진 자료 모음이 서플로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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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DVD 컬레션에는 <이어도>가 담긴 디스크를 제외하면 모두 각각 다큐멘터리 영상을 하나 씩 수록하고 있는데, 이 영상들은 김기영 감독의 세계를 좀 더 자세하고 이해하고,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생전의 각종 에피소드들을 전해들을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져 있다. 특히 김기영 감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DVD컬렉션에 수록된 네 작품 외에 다른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나 김기영 감독에 대한 연대기적인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유익한 영상이 될 듯하다. <고려장>이 수록된 디스크에 포함된 다큐멘터리 [감독들, 김기영을 말하다]는 최근 열렸던 ‘김기영 감독 전작전’에서도 상영이 되었던 것으로 김홍준 감독이 만든 48분 분량의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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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에서는 현재 한창 활동 중인 박찬욱, 봉준호, 류승완, 송일곤, 김지운, 박진표, 장준환, 변영주, 김대승 감독 등 여러 명의 감독들이 각자 김기영 감독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이나 그의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들, 그리고 만약 김기영 감독이 살아 계셨다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한 답변들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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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는 48분으로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이긴 하지만 여러 감독들이 들려주는 에피소드들을 듣다 보면 시간이 언제 지나갔었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만남을 가졌던 경험이 있던 송일곤 감독이 전해주는 이야기에서는 강한 카리스마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면모의 김기영 감독의 모습을 전해들을 수 있고, 근처에 살았던 관계로 김기영 감독이 돌아가신 자택의 화제 현장을 지나칠 수 있었던 김지운 감독이 추억하는 그의 마지막 모습도 전해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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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녀>가 수록된 두 번째 디스크에는 한국 영상자료원에서 제작한 36분 분량의 [김기영이 김기영을 말하다]가 수록되었다. 이 영상은 김기영 감독 자택에서 진행된 것으로 영상 내내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김기영 감독 본인이 직접 들려주는 자신이 영화를 하게 된 계기나, 자신의 영화 세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다시금 젊은 세대 들에게 컬트영화로서 인기를 얻게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그의 중 저음의 독특한 목소리와 더불어 이제는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는 그의 인터뷰 영상이라는 점에서 높은 소장 가치가 있는 영상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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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약속>이 수록된 세 번째 디스크에는 역시 한국 영상자료원에서 제작한 [김기영 감독 다큐멘터리]가 수록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의 예술인을 집중 조명하는 시리즈 중 하나로, 1997년 당시 제 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회고전을 갖기도 했던 시기에 제작된 영상이다. 이 영상에는 먼저 제 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김기영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 박정자 씨, 안성기 씨 등이 참석한 기자회견장 모습을 담고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40년 동안 영화를 만들어 온 원로 감독이 특별 전을 처음으로 여는데, 모르긴 몰라도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수많은 후배 감독들 가운데 어쩌면 임권택 감독 한 명만이 참석할 수 있냐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는 정일성 촬영 감독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하지만 오히려 이 유명한 업계의 스타들을 모두 자신의 영화에서 배출해 냈다는 자부심이 든다며 상관없다는 투로 이야기하는 김기영 감독의 대꾸도 인상적이었다. 이 영상에는 상당 부분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김기영이 김기영을 말하다> 다큐와 중복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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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이번 ‘김기영 컬렉션’ DVD는 무엇보다 시네마스코프로 제작된 영화들이 모두 애너모픽 와이드 화면으로 수록되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겠다. 기존에 고전 영화들이 DVD로 출시되는 경우 4:3 비율로 출시가 되거나 비 애너모픽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많아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네 작품 모두가 애너모픽 와이드 영상으로 수록된 점은 또 한 번 이 컬렉션의 소장가치를 높이고 있다.


네 편의 영화 모두 본편에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자막이 수록되었을 뿐만 아니라 음성해설에도 한국어, 영어 자막이 수록되어 있어 한국영화에 관심있어 하는 외국인들에게 선물하기도 좋으며, 앞서 <고려장>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언급되었던 것처럼 별도의 해설 책자가 포함되어 있어, 유실된 부분의 시나리오라던가 감독의 연보, 작품의 대한 줄거리와 비평 등을 만나볼 수 있다(이 책자는 또한 영문판으로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번 ‘김기영 컬렉션’ DVD를 리뷰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그의 신작을 이제는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앞선 세대의 감독으로서 동시대를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어찌 보면 불가항력 적인 것일지는 모르겠으나, 1998년 화재로 돌아가시기 직전 까지도 <하녀>의 또 다른 리메이크작인 <악녀>를 준비하면서, 반드시 올해 안에 멋지게 선보이겠다고 아이처럼 흥분하며 말씀하시던 영상 속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이 대감독의 작품을 동시대에서 만나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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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무엇보다 그의 작품을 지금에나 마 DVD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도 다행스럽게 느껴지며(소장가치를 평하는 점수가 10점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너무도 아쉽다), 앞으로 이 네 작품 외에 <하녀>의 디지털 복원작과 더불어 제 2의, 제 3의 김기영 컬렉션도 차근차근 출시되길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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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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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 DMC에 자리 잡은 뒤 몇번 다른 행사 때문에 들러 본 적은 있었지만,
이 날 처럼 본격적으로 영상자료원을 찾기 위해 들렀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2층에 위치한 영상자료원에가서 영화관련 책들도 보고, 시나리오도 보고, 무엇보다 원하는 영화를 DVD나
VOD로 감상도 할 수 있는 '영화 도서관, 혹은 영상관' 같은 기능을 하고 있어 앞으로도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집도 나름 가까운 편이고, 회원증도 신청해 두었으니, 앞으로 소장하고 있지 않은 DVD라던가 구할 수 없는 영화,
VOD, 혹은 DVD로 출시되지 않은 VHS자료들을 보고 싶을 때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 참고로 영상자료원 내부는 사진 촬영이 불가하여 부득이하게 외관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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