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더스 게임 (Ender's Game, 2013)

온전한 다음 세대를 꿈꾸다



극장에서 볼까 말까 를 고민하다가 결국 IPTV나 블루레이 등으로 본 뒤 극장에서 볼걸 하고 후회하게 되는 작품들이 있는데, 이 경우에 해당하는 올 해 첫 작품은 '엔더스 게임' 이었다. 개봉 후 예상과 달리 심심하다는 평과 정반대로 예상 외로 재미있다는 평이 확연히 갈렸던 작품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내게 잘 맞는, 제법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많은 이들이 우주를 배경으로 외계 종족과 대규모의 전쟁을 하는 SF 액션 블록버스터를 예상했다가 실망한 케이스 일텐데, '엔더스 게임'은 전쟁 보다는 전략에 더 포커스를, 더 나아가 그 전략을 두고 벌이는 어른과 아이, 기성 세대로 대표 되는 현실적인 세대와 다음 세대로 대표 되는 아직 때 묻지 않은 세대 간의 대립과 갈등을 통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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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구성 측면에서 '엔더스 게임'은 롤플레잉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양상을 두루 두루 갖추고 있다. 극 중 그라프 (해리슨 포드)의 시점에서 보았을 때 외계 종족인 포믹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사령관을 키워내고 엔더가 이를 수행하는 과정은 육성 시뮬레이션과 롤플레잉 요소가 다분하고, 주인공인 엔더 (아사 버터필드)가 팀원들과 함께 모의 전투를 벌이는 과정들은 마치 스타크래프트를 연상시키듯 전략 시뮬레이션의 성격이 짙게 묻어 난다. 즉, SF 액션을 기대했다면 '엔더스 게임'의 전개 방식은 당황스러울 수 있는 정도인데, 반대로 이러한 게임 적 요소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그 과정에서 오는 미묘한 긴장감과 선택에 따른 결과의 희비에 재미 포인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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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먼저 본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가 이 같은 방식을 취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용 적으로 보았을 때는 딱 거기 까지 가 아닐까 싶었었는데, 막상 영화는 메시지 측면에서도 건전하지만 생각해 볼만한 의미 있는 주제를 담고 있어 더 좋았다. 일단 영화의 주인공이 아이들이라는 점은 '에반게리온'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처럼 여러가지를 표현할 수 있는 텍스트라 하겠는데, '엔더스 게임'은 단순히 어른과 기성세대의 짐을 아이가 지어야 한다는 불합리와 세대의 부담에 그치지 않고, 그 가운데서 다음 세대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꿈꾸고 있다. 즉,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있던 소년이 굴곡을 겪어가며 진정한 어른이 되는 성장기, 그래서 다 함께 박수 받고 전쟁에서도 승리하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그런 것처럼 전개되었지만 한 순간에 그렇게 생각했던 관객마저 놓치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 지를 말하려 하는 마지막 시퀀스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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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느 새 어른이 되어가는지 이런 갈등을 볼 때마다 한 편으론 승리 혹은 대의를 위해 희생이나 폭력을 합리화 하는 주장에 현실적으로는 수긍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엔더스 게임'의 메시지는 그럼에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들이, 아니면 그런 부당한 방법들이 불가피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어쩌면 더 옳은 방법이 있지는 않았을 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아이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건, 이미 어른이 된 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다음 세대 들은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회환의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결론적으로 '엔더스 게임'은 이기느냐 지느 냐가 중요한 세상 속에서 이기던 지던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는 백 번 옳은 메시지를 흥미로운 세계관으로 풀어낸 괜찮은 작품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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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 에이리언 (Cowboys & Aliens, 2011)

재미있을 뻔 했지만 너무 나간 욕심



'아이언맨'을 연출한 존 파브로, '인디아나 존스' 해리슨 포드 그리고 007 다니엘 크레이그까지. '카우보이 & 에이리언'은 제목을 듣기 전에도 충분히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인 '카우보이 & 에이리언'.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와는 또 다른 흥미로움과 기대감을 갖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시작 전에 가졌던 신선한 기대감에는 못 미치는, 조금은 욕심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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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가장 큰 패착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은 중심이 되는 이야기 외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정작 존 파브로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는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이야기의 비중이 정리되지 않고 산재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라는 제목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카우보이, 즉 서부영화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테 이 정서와 에이리언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의 접점을 잘 살려냈다기 보다는 흥미 그 이상의 것은 없는 평이한 수준인 점이 아쉬웠다. 단순히 이질감이 느껴져 잘 어울리지 않는 두가지를 섞으려 했다는 느낌보다는, 섞는 것 까지는 나쁘지 않았는데 조화를 이루는 것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 각자의 세계에서 서로만 잘해보려고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가지의 비중이 꼭 비슷할 필요는 없지만, 이 작품이 선택한 것처럼 카우보이의 이야기에 대부분의 비중을 할애한 것은 결과적으로 에이리언의 이야기가 등장했을 때 '뭐지?'하게 되는 쌩뚱맞은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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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크레이크가 연기한 주인공 제이크는 에이리언과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과거가 많은 인물이라 이 과거를 소개해야만 했던 것도 한 몫 했고,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달러하이드 역시 과거 전쟁에서 부하를 잃었던 것과 골치덩어리 아들(폴 다노)과 연관된 이야기가 있고, 수수께끼의 여인 엘라의 경우 이 둘 과는 상관없이 해결해야 할 자신만의 미션이 또 있으며, 제이크, 달러하이드와 함께 하게 되는 일행 가운데 아내를 빼앗긴 도크의 이야기 그리고 보안관인 외할아버지를 찾으려는 소년 에밋의 이야기, 그리고 후에 등장하는 인디언들의 이야기 등 이 영화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각각 다 비중있게 담겨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운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위와 같은 각각의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존 파브로는 여기에 욕심을 더 부려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풀어놓고 더 나아가 해결하는 것 까지 이 액션 영화에 담아냈다는 점이 결국은 단순하고 하나의 이야기일 수록 더 좋을 수 있었던 소재를 갖고 있던 이 영화에서의 가장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차라리 영화의 제목처럼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만 더 집중하여,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서부시대의 배경과 캐릭터들이 에이리언이라는 SF적인 세계관과 맞닥들였을 때의 조우를 존 파브로가 '아이언 맨'을 통해 잘 보여주었던 액션 위주로 풀어내었더라면 훨씬 더 박진감 넘치고 극장에 앉아있는 2시간 동안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여름 블록버스터가 되었을텐데, 너무 많은 캐릭터와 너무 많은 이야기는 흥미로운 소재를 소재에 그치게 만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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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중 에이리언의 모습은 게임 'Gear of War'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비슷해 보이더군요, 보이는 것에 비해 활약상은 좀 적어서 아쉽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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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2008)
자급자족 오마주 영화

<인디아나 존스>는 개인적으로도 아주 추억이 많은 시리즈이다. 아마도 시리즈로서는 가장 많이 본
영화일 것이고, <스타워즈>의 메인 타이틀과 더불어 가장 인상적인 사운드 트랙으로 기억되기도 하는 영화이다.
그런 <인디아나 존스>가 무려 19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미 그 기대감은 최고조에
이르렀으며, 숀 코네리가 결국 빠진 것이 아쉽지만 건재한 해리슨 포드는 물론 메리언 역의 카렌 알렌이 다시
출연한다는 소식은 인디아나 존스의 팬으로서 너무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보통 때 같으면 개봉일에 맞춰서 가장 처음으로 보았을 테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주말인 오늘에야
보게 되었는데, 그 동안 수 많은 인디아나 존스 4 관련 글을 읽지 못해 근질근질 했었다.
새롭게 돌아온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기존 팬들에게 바치는 클래식 삼부작에 대한
전체적인 오마주이며, 새로운 세대에게 '인디아나 존스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유쾌한 어드벤쳐 영화였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첫 번째 느낌은, 시리즈의 4편 격인 이 작품이, '4편'의 느낌이라기 보다는, 앞선 3편의 영화를
정리하고 추억하는 하나의 선물세트 같은 자급자족 오마주 영화같다는 생각이었다. 사실상 로즈웰 사건을
바탕으로 크리스탈 해골과 외계인, UFO라는 이야기로 결론지어진 것을 제외한다면, 처음 부터 끝까지 모든
구성과 장면, 시퀀스는 모두 1편과 3편까지에서 보여주었던 장면들을 인용하거나 혹은 그대로 다시 보여주는
것이었다. 장소를 비행기로 이동할 때 지도에서 빨간 줄로 경로가 표시되며 배경이 레이어로 겹쳐보이는
씬이나, 비행기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잠을 청하는 존스 박사나, 나찌라는 상대나, 미스테리를 해결해 과는
과정에서 본인의 의지와 더불어 악당에게 이용당하는 모습이나, 트럭이나 중형 장갑차 등이 등장하는
자동차 추격씬이나, 거의 완벽하게 같은 학교에서의 강의 장면과 이후 이어지는 집에서의 시퀀스나,
등장하는 배경이나 인물들의 모습 등 사실상 모든 설정이 새로운 것이 없고, 전작의 장점과 장면들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다. 사실 다른 영화 같았다면 이런 설정에 굉장히 실망하고 아쉬웠을 텐데,
어린 시절 추억을 함께 한 <인디아나 존스>여서 이런 마음이 덜했던 것 같다.
뭐랄까,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회를 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돌아온 해리슨 포드의 모습은 확실히 나이가 느껴지는 모습이었지만, 본인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나이든 것을 그대로 보여주길 원한 것처럼, 샤이야 라포프 정도의 나이에 아이가 있을 법한 극중 존스 박사의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상당부분의 아날로그 액션씬을 직접 소화했을 만큼,
나이에 걸맞지 않은(?) 주먹질과 액션씬도 선보였다. 초반 책상 위의 사진으로 추억되는 것으로 등장하기도
하는 숀 코네리, 그러니까 헨리 존스가 함께 했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아무래도 들 수밖에는
없었다. 그가 없기 때문과 샤이야 라포프의 등장으로 인해 그의 역할은 대부분 인디아나 존스가 지고 있는데,
그와 샤이아 라포프가 대화하는 장면에서, 3편의 재미를 엿볼 수 있어 좋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3명이 함께하는 시퀀스가 있었다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악당인 이리나 스팔코 역으로 등장한 케이트 블랑쳇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그의 러시아식 영어 발음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는데, 아무래도 러시아식으로 영어를 발음하다 보니 왠지 갈라드리엘의 포스가 살짝
느껴지기도 했다. 역시나 전작에서 등장한 악당들의 모습이 그러하였듯, 이리나 스팔코의 캐릭터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모습 외에는 크게 다른 것을 보여줄만한 기회가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샤이야 라포프는 이 영화로 인해 나름대로 완전 어린 이미지는 좀 벗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마치 <그리스>의 한 장면처럼 유니폼이라도 입은 듯 다르게 옷을 입은 두 집단 사이에서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아주 재미있었다. 사실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아, 샤이야 라포프가 인디의 액션씬을 많이 분담해
가겠구나'하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액션씬은 거의 인디가 그대로 다 하더라.

오랜만에 모습을 보게 된 카렌 알렌의 연기는 그 자체로도 반가웠으며, 그녀가 씨익 미소 지을 때는,
왠지 나도 미소짓게 되더라. 제법 기대했었던 짐 브로드벤트는 사실상 까메오 분량에 가까워 아쉬웠으며,
존 허트의 신들린(?)연기는 영화를 통틀어 가장 심오한 연기였던 듯 싶다 ^^;



사실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기대하거나 상상했던 것은 아니었다. 캐릭터와 설정은 그대로 이어가지만,
무언가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는 '인디아나 존스'를 기대했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렇기 보다는,
자급자족 식으로 자신의 시리즈를 그대로 복습하고 추억하는데에 대부분의 러닝 타임을 할애하고 있었다.
사실 이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19년 만에 돌아왔으니 다 같이 추억해보자는 것도 좋았지만, 그 정도가
쬐끔 과한 것도 사실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역시 나의 최고의 시리즈 중 하나는 <인디아나 존스>가 될 수 밖에는 없을 듯 하다.


1. 초반 짐 브로드벤트가 인디를 불러내는 장면에서 문 바로 옆에 '마커스'의 사진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이렇게만 스쳐가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책상 위의 사진과 동상으로 다시 출연!

2. 사실 영화 속에서 가장 속으로 재미있었던 장면은, 나중에 인디아나 존스가
    'I Have a Bad Feeling About This'라는 대사를 했을 때였다. 너무나도 잘 알다시피 <스타워즈>시리즈에
    반드시 등장하기로 유명한 이 대사를, 다른 영화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한 솔로에게서 듣게 되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더라 ^^

3. 초반 '인디아나 존스'라는 제목이 너무 폼 잡지 않고 쉽게 나온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좀 들었다.
    좀 더 폼나게 음악과 함께 등장했어도 좋았을 텐데 말이다.

4. 존 윌리엄스의 그 유명한 테마 음악이 흘러나올 땐,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더라~

5. 메박 M관에서 디지털로 보았는데, 포커스가 약간 어긋난 듯 싶었다. 시종일관 선명한 화질보다는
   약간 뿌연 느낌이었는데, 다른 극장에서 다시봐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 듯 하다.

6. 감옥의 수 많은 언어로 쓴 낙서 가운데, '반환'이라는 한글이 유난히도 돋보이더라 ^^


- 인디아나 존스 트릴로지 박스세트 리뷰 보기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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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타이틀의 퀄리티를 따져볼 필요도 없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DVD로 출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린시절 손에 땀을 쥐며 인디와 모험을 함께 했던 많은 이들에게는 정말 감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최첨단 복원기술과 완벽한 리마스터링을 통해, 팬들에게 개봉직 후 느꼈던 놀라움을 또 한번 선사해버렸다.



[인디아나 존스 트릴로지 시리즈](이하 ‘인디’)는 많은 DVD마니아들에게 [스타워즈 트릴로지 박스세트], [백투더 퓨처 트릴로지 박스세트]와 더불어, 가장 많은 출시 요청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일단 영화적 요소를 살펴보자면 [인디]는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어드벤처 영화의 바이블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재미와 흥미진진함, 짜임새 있는 스토리, 볼거리, 완성도 등을 고루 갖춘 유일무이(唯一無二)의 작품이다. 사실 이후에 나온 작품들 가운데 [미이라]의 경우, [인디]의 명성에 견줄만한 작품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주관적으로든 객관적으로든 [인디]만한 어드벤처 물, 시리즈 물은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렇듯 대단한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이 분야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조지 루카스스티븐 스필버그이다.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통해 세계적인 부와 명예, 마니아들을 양산해 냈고, 스필버그는 [E.T]등으로 시작해 최근 [A.I] [마이너리티 리포트]등을 통해 뛰어난 상상력의 SF 영화 감독으로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인디]를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로만 알고 있는데, 스필버그가 감독임에는 분명하나 조지 루카스의 비중이 그 못지 않았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출시된 [인디[타이틀을 살펴보면, 두 명의 감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조지 루카스에게도 많은 비중을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조지 루카스는 사실 [스타워즈]의 이야기를 쓰기 전에 [인디]의 대한 구상을 먼저 했었고, [스타워즈]가 개봉한 뒤 영화화할 감독을 찾던 중 스필버그에게 감독직을 제안하게 됐던 것이다. TV시리즈와 B급 액션영화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인디]는 이 같은 소박한(?)제작 초기의 의도와는 다르게, 한 장르를 대표하는 최고의 시리즈가 되었다.



하지만 [인디]의 탄생과 반응이 처음부터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조지 루카스가 생각해 낸 이야기는 당시로서는 많은 제작비가 예상되는 관계로 선뜻 나서는 영화사와 제작자가 없었고, 개봉 뒤에는 인도를 비롯한 다른 인종들을 미개인으로 묘사하는 등 인종차별의 논란과 여성을 비하하고, 각 지역의 유적들을 훔치는 인디의 행동을 정당화 했다는 비판, 그리고 과도한 폭력과 잔인한 장면들로 인해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 등 많은 비판 또한 들어야했다(실례로 잔인한 장면과 폭력적인 장면들로 인해 당시에는 없었던 P-13등급이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했다).



다시 타이틀로 돌아가서 개봉 직후 안겨줬던 놀라움을 다시 선사해버렸다는 표현에는, 타이틀의 놀라운 화질과 사운드에 있다. 사실 1981, 1984, 1989년에 개봉한 영화가 아무리 최첨단의 리마스터링 복원 기술을 사용한다 할지라도 최근 개봉한 영화만 할까 하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분야의 최고를 자랑하는 루카스 필름의 THX리마스터링 사운드와 라우리 디지털의 영상 복원 기술은 그야말로 ‘놀라움’의 영상과 화질을 만들어 냈다. 리테일러 컨벤션에서 잠시 느낄 수 있었던 THX 사운드는 최근 영화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아니 왠만한 타이틀의 사운드를 넘어서는 스펙터클하고도 실감나는 사운드를 구현해냈다. 사실 많은 인디 팬들이 걱정했던 것은 사운드 보다는 영상이었는데, 이 마저도 아주 깔끔하게 잠재워버렸다. 라우리 디지털사의 완벽한 영상 복원기술로 재탄생한 영상은, 사운드와 마찬가지로 최근 개봉한 영화들과 견주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길게는 20년도 더 전에, 짧게는 10년 전에 개봉한 영화라고는 정말 믿겨지지 않는 완벽에 화질을 재공하고 있다. 특히 시리즈의 2편 격인 [인디아나 존스 : 미궁의 사원]의 경우, 어두운 배경과 조명의 장면이 주를 이룸에도, 완벽에 영상을 보여주는 점은 정말 복원 기술에 놀라움을 또 한번 느끼게 한다.



또한 타이틀의 메뉴 디자인은 인디다운 역동감이 넘치면서도 화려한 메뉴로, 일반의 밋밋하고 정지되어 있는 메뉴 디자인과는 크게 대조를 이룬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보았던 메뉴 디자인 중에 단연 최고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타이틀은 [프랭클린 플래너 포함 한정반]과 [라의 목걸이 포함 한정판]으로 나뉘어 출시되었는데, 두 가지 모두 메리트가 있을 것 같다. 일단 플랭클린 플래너 한정반은 인터넷상에 공개된 사진보다는 실제로 받아보았을 때 더 고급스러움이 느껴졌으며, 많은 이들이 구입을 꺼리는 이유 중에 하나가 플래너를 개별적으로 사용할 때 속지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플래너를 사용할 사람이 아니더라도 인디를 더욱 소장가치 높은 세트로 소장한다는 점과 디지팩으로 이루어진 박스세트를 더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점과 라의 목걸이 한정판과 가격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플래너 한정판을 더 추천하고 싶다(참고로 플래너 내에는 속지를 할인 구매할 수 있는 할인권도 포함되어 있다). 라의 목걸이 한정판에 주어지는 목걸이는 1편 레이더스에서 등장하는 목걸이를 본 딴 목걸이로서 실제로 목걸이의 용도로 쓰기에는 조금 부담감이 있으나 장식용이나 소장용으로는 이것도 좋은 아이템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인디아나 존스 박스세트를 시리즈 별로 하나씩 차례차례 살펴보도록 하자.





대학에서 고고학을 가르치는 인디아나 존스 박사는 정부로부터 성서에 나오는 성궤를 찾으라는 명령을 받는다. 인디는 단서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성궤의 행방을 추적해 나간다. 그런데 나치군들도 역시 전쟁에 가지고 나가기만 하면 모든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무서운 힘을 지닌 성궤를 찾아 나서는데..



시리즈의 가장 첫 편인 레이더스는 1981년 개봉한 작품으로, 인디아나 존스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었다. 일단 시리즈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인지라 영상의 회손 정도와 팬들의 우려가 가장 컸던 작품이었는데, 이미 여러 번 언급했던 복원 기술로 인해 완벽하게 재탄생하였다. [레이더스]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꼽으라면 아마도 영화의 초반 인디가 거대한 돌을 피해 탈출하는 시퀀스와 마지막 성궤를 개봉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초반 고대 유물을 가지고 거대한 돌을 뒤로 한 채 탈출하는 장면은, 스필버그와 루카스가 의도했던 B급 액션 영화와 TV시리즈 물을 연상시키는 장면으로서,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에 대해 특별히 다른 설명 없이도 파악이 가능토록 배치한 오프닝으로 기억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당시에는 생소했던 블루 스크린 기법을 이요한 ILM의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신비스럽고도 괴기스런 장면을 연출하였다.





인디아나 존스 박사는 만주족 시조의 유골이 있는 보물을 둘러싸고 라오 일당과 협상하기 위해 상해에 와있다. 그러나 그는 이 협상 도중 죽음의 위기에 몰리게 되고 우연히 쇼걸인 윌리와 꼬마 택시운전수 소년의 도움으로 탈출하게 된다. 그러나 탈출 도중 비행기가 추락하여 티벳의 샤만 마을에 가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예기치 못한 모험 속에 뛰어들게 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이들을 본 마을 사람들은 존스 박사 일행을 구세주로 여겨 자신들이 빼앗겨 현재 판코드 궁 어딘가에 있는 신비의 돌을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존스는 신비의 돌을 찾고 밀교 일당에게 잡혀간 마을 어린이들을 구하기 위해 전설의 미궁을 찾아간다. 일행은 그 미궁에 도착하여 그 비밀집단이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비밀종교 집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인디아나 존스 : 미궁의 사원]은 전편인 [레이더스]의 성공에 힙 입어, 1편에서는 러닝 타임과 제작비 등 여러 가지 여건으로 인해 다 보여주지 못했던 스필버그와 루카스의 아기자기한 아이디어들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한 루카스가 만들었던 [스타워즈 : 제국의 역습]과 같이 시리즈의 2번째 작품으로서, 시리즈 가운데 가장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어두운 분위기와 폭력적 장면들로 인해 이미 얘기했던 것처럼 P-13이라는 새로운 등급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미궁의 사원]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한다면, 갱 안에서 석탄 운반차를 타고 벌어지는 추격 장면과 마지막 다리에서의 장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키는 추격 장면은 사실 1편인 [레이더스]때 수록하려던 장면이었는데, 넘치는 아이디어로 인해 2편인 [미궁의 사원]에 포함되게 되었다.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 장면은 곳곳에 유머러스한 장치를 삽입함으로써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추격 장면을 만들어냈다. 추격 장면에 이어지는 다리 장면은 영화사에 또 하나에 명장면으로 기억되는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절벽과 절벽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놓여있는 다리 위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과 다리가 끊어지는 장면, 그리고 다리에 매달려 절벽을 오르는 장면은 언제 봐도 흥분되고 몰입하게 되는 장면들이다.



어릴 때부터 모험심이 많았던 인디는 보이스카웃 시절인 1912년, 도굴꾼이 보물(십자가) 훔치는 것을 보고 그것을 막으려 한다. 그렇지만 그의 아버지 핸리 박사의 무관심으로 실패한다. 인디는 이 일로 훗날 그가 늘 쓰고 다니는 트레이드마크인 중절모와 채찍을 얻는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처럼 고고학자가 된 인디는 어린 시절 놓쳤던 보물인 십자가를 되찾는다. 그리고 자신이 재직 중인 대학으로 돌아와 오래 전에 도착한 소포를 발견한다. 소포에는 아버지의 일기장이 있었는데, 월터라는 여자가 앙카라 북쪽에서 발견된 반쪽짜리 석판을 보여주며 헨리 박사의 일기장을 참고로 나머지 반쪽 석판을 찾으면 예수가 최후의 만찬 때 사용한 술잔인 성배(Holy Grail)를 찾을 수 있다고 얘기해 준다. 인디의 아버지 헨리는 성배의 위치에 대한 단서를 찾던 중에 행방불명이 되었었는데 인디는 아버지가 나치에게 납치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베니스로 달려가 그를 구해낸다. 그리고 오랜 만에 다시 만난 이들 부자는 성배를 찾기 위해 좌충우돌하면서 중동의 오지로 간다.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은 가장 최근의 작품답게 영상과 사운드, 그리고 완성도 면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루카스와 스필버그가 인디를 만들 때 염두 해 두었던 것 중 하나는 여러 번 언급했던 B급 액션 영화들이고 또 하나는 007영화였는데,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작품이 가장 기획 의도에 가까운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일단 인디 시리즈를 시작하며 계속 생각했었던 성배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과 무엇보다도 가장 성공하고 인기 있는 제임스 본드였던 숀 코너리가 출연한다는 점이 그 이유일 것이다. 숀 코너리가 인디의 아버지로 출연하면서, 인디에 개인적이고 가정사적인 배경이 설명되었고, 기존에 사랑과 모험 외에 부자간의 정을 다룬 요소까지 포함되게 되었다.



[최후의 성전]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인디와 아버지가 나치로부터 도망치는 추격전 장면과 마지막 성배를 얻기 위해 세 가지의 시험을 통과하는 장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스피디하고 박진감 있는 추격전에 스필버그의 유머러스함이 더해져 한층 재미를 더한다. 갈매기를 이용해 무기하나 없이 전투기를 상대하는 인디 아버지의 지혜도 배울 수 있고. 마지막 장면인 세 가지 시험 시퀀스는, 가장 긴장되면서도 한 편으론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단순 오락 영화에 그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이번 타이틀 출시에 본 편의 영상과 사운드의 퀄리티 만큼이나 기대를 모았던 것이 바로 DVD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서플먼트였다. 완벽한 복원으로 기대에 부흥한 스펙 만큼이나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들로 가득한 보너스 디스크는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인디 팬들에게 충분한 즐거움과 만족을 전해주고 있다. 일단 시리즈 별로 메이킹 다큐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영상들은 아마도 가장 유익한 서플먼트라고 할 수 있겠다. 루카스와 스필버그의 인터뷰를 통해 인디가 탄생하기까지의 뒷이야기들과 캐스팅, 캐릭터의 설정, 배경, 장면 연출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인디아나 존스 역할의 해리슨 포드를 비롯해, 카렌 알렌, 숀 코너리, 케이트 캡쇼, 아역이었던 케 까지...(특히 아역을 맡았던 케의 성장한 모습은 정말 징그럽다...)자신들이 맡았던 캐릭터와 촬영장의 에피소드, 그리고 상대 배우와 스텝들의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영화 자체가 워낙에 할 얘깃거리가 많은 영화 인지는 몰라도 일련의 제작 다큐들 보다는 훨씬 유익하고 흥미로운 시간들로 꾸며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한 이러한 제작 다큐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감독인 스필버그 외에 조지 루카스에게도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즐겼던 장면을 만들기 위해 뒤에서 모르게 힘썼던 스텝들의 얘기들도 전해들을 수 있어 좋은 정보가 될 것 같다. 또한 어린 인디아나 존스로 출연했었던 리버 피닉스의 인터뷰 영상도 수록되어 있어 그의 팬들에게는 또 다른 소중한 자료가 될 것 같다.



세 가지의 메이킹 다큐 외에 스턴트와 사운드, 음악, 시각 효과 등으로 나뉘어 영상을 수록하고 있는데, 이들 영상을 통해 저 장면이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이 되었고, 스필버그 영화에는 절대 빠지지 않는 존 윌리엄스의 기념비 적인 ‘빰빠밤빠~빰빠바’하는 스코어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ILM의 기술적인 부분까지도 상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짙은 갈색의 가죽 자켓과 단추가 몇 개쯤 풀어진 셔츠, 손에 움켜쥔 채찍과 눌러쓴 중절모. 인디아나 존스는 만화 캐릭터가 아님에도 확실한 그림이 그려지는 영화사에 몇 안 되는 캐릭터이다.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아이디어와 유머러스함, 액션, 로맨스, 스릴러적 요소가 모두 포함된 하나의 완벽한 어드벤처 영화이다. 이후로도 이를 뛰어넘는 어드벤처 영화가 나오지 않은 점을 감안 할 때, 아니 혹 그런 영화가 추후에 만들어지더라도, 이번 [인디아나 존스 트릴로지 박스세트]의 출시는 명백히 기념비적이고 또한 감격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첨부터 ‘왜 기념비적인가?’하는 물음 자체가 바보 같은 질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냥 플레이어에 디스크를 넣고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영화를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마도 ‘빰빠밤빠~ 빰빠바~’하는 스코어가 흐르는 순간 온몸은 전율로 몸서리치게 될 것이다.





2003.10.28
글 / 아시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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