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작품 중 하나인 봉준호 감독의 헐리웃 데뷔작 '설국열차 (Snowpiercer)'의 새로운 캐릭터별 스틸컷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번 캐릭터 스틸은 예전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았던 여권에 포함된 컷들인데, 이렇게 웹상으로도 함께 공개가 되었네요.


저도 신청했었는데 아직 도착을 안 해서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중 ㅠㅠ

저도 얼른 여권이랑 티켓 수령하고 공식카페에도 가입하고 싶어요!

주변을 확인해본 결과 받으신 분들과 못 받으신 분들이 적절히(?) 섞여 있는 걸 보니, 양이 많아 순차적으로 발송이되고  있는 듯 합니다.


아... 스틸컷 들을 보니 영화가 어떨지 더욱 더 기대되네요!












이런 캐스팅을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니, 더 나아가 봉준호 감독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니.. 다시 생각해봐도 믿기 어려운 일인 것 같 아요. 영화를 보고 난 뒤에야 실감할 수 있을 듯.



얼른 도착해라! 설국열차 탑승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스토커 (Stoker, 2012)

불안함으로 가득 찬 공간의 영화



박찬욱 감독의 헐리웃 데뷔작 '스토커 (Stoker, 2012)'를 보았다. 미아 바시코브스카와 니콜 키드먼, 매튜 구드 같은 좋은 배우들 혹은 재료를 가지고 박찬욱 감독이 어떤 요리를 해낼지,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평소 자신이 잘 하는 요리를 해낼지가 가장 기대되는 점이었는데, 헐리웃에서의 첫 작품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우울함과 우아함, 그리고 기괴함까지 엿보이는 미장센과 이미지, 분위기는 누가봐도 박찬욱 영화라는 점을 알 수 밖에 없게끔 하고 있어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다. 영화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연출해 내는 이안 감독 같은 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색깔과 스타일을 견고히 하고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감독들이 더 많은데, 박찬욱의 '스토커'는 그런 점에서 자신의 색깔이 분명해 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 Fox Searchligh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스토커'는 내러티브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이미지가, 분위기가 앞서는 영화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극중 인디아의 심리 변화나 갈등을 많은 관객이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매튜 구드가 연기한 찰리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디아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사건에 대해 이런 반응과 갈등을 겪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까지 볼 수 있을 텐데, 이 심리를 박찬욱은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았다.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인디아의 입장에 조금 만 더 빠져들고자 하면 더 복잡하고 슬픈 이야기가 성립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인디아의 심리에 100%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인디아의 집 내부 공간이 주는 분위기, 인물들 간의 대화나 시선이 교차될 때 흐르는 긴장감은 그 자체로도 '불안함'을 만들어 내는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영화 내내 흐르던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불안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커'에서 어떤 사건이 직접적으로 일어나거나 밝혀질 때 보다는 오히려 그 이전에 무언가 불안한 그 상태를 묘사하는 것들이 더 매력적이고 집중되었던 것 같다.



ⓒ Fox Searchligh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웬트워스 밀러의 각본이 히치콕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담고 있었다는 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 영화는 상당히 고전적인 우아함과 동시에 영화적인 구도와 장치들로 채워져 있다. 흥미로웠던 점은 각 캐릭터들을 어떤 공간에 넣어두고 그 공간과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이미지로 녹여버리는 부분이었는데, 류성희 미술감독도 함께 참여했나 하고 생각될 정도로 기존 박찬욱 영화에서 보여주던 분위기를 거의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한 폭의 이미지가 되어버린 배우들의 연기와 외모는 탁월한 캐스팅과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찰리 역을 연기한 매튜 구드의 매력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왓치맨'에서 오지맨디아스 역할을 맡아 강한 인상을 주었던 그는, 불안함과 그 분위기 자체가 핵심인 이 영화에서 바로 그 표정과 실루엣 만으로 우아함과 동시에 공포스러움을 탁월하게 표현해 낸다. 개인적으로 '스토커'하면 앞으로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은 바로 매튜 구드의 그 미소가 아닐까 싶다.



ⓒ Fox Searchligh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또한 '스토커'는 여백을 다루는 솜씨가 능란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공간과 인물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바로 그 공간과 인물, 인물과 인물 사이에 발생한 여백을 두고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해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리듬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해 내는 데에 또 다른 공로자는 바로 영화 음악을 맡은 클린트 만셀이라 할 수 있겠다. 처음 박찬욱 감독이 헐리웃에 진출했다고 했을 때 가장 반가웠던 스텝 중 하나가 바로 음악을 맡은 클린트 만셀이었는데, 역시 그 기대에 맞게 불안하고 우울하면서도 우아하고 슬픈 음악으로 영화 전체를 표현해 내고 있었다. 또 하나 '스토커'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편집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비교적 많은 장면에서 교차 편집을 통해 인디아의 심리를 복합적으로 표현해 내려 했으며, 직접적인 표현 없이도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해 냈다.


ⓒ Fox Searchligh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이야기 자체가 주는 강렬함까지 더해졌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박찬욱 감독이 가장 잘하는 것을 자신의 방법으로 거침 없이 표현해 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벌써부터 그의 헐리웃 두 번째 작품은 어떤 작품일지, 또 누구와 함께 하게 될 지 기대된다.
아마도 많은 헐리웃 영화 관계자들이 이 영화를 통해 박찬욱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꼈으리라 의심치 않는다.



1. 각본가가 배우로 너무 알려져 있다보니 각본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 이상으로 화제가 논의가 되는 경향이 있는데, 전 이에 대해 특별한 의견은 없어요. 박찬욱 감독이 선택했고, 표현했고, 그 결과물을 본 거니까요.


2.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를 보았을 때도 그랬는데, '스토커' 역시 보는 순간 박찬욱 영화라는게 너무 확실해서 반갑더라구요. 과연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역시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


3. 아, 미처 정정훈 촬영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는데, 이 영화는 박찬욱의 헐리웃 데뷔인 동시에 정정훈의 데뷔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인상적인 촬영이었던 것 같아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Fox Searchlight Pictures 있습니다.


 




라스트 스탠드 (The Last Stand, 2013)

김지운의 괜찮은 헐리웃 데뷔작



최근 국내 유명 감독들의 헐리웃 데뷔 소식들이 활발한데,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 가운데 이 작품을 가장 먼저 보게 되었다. 사실 다른 두 감독에 비해 김지운 감독을 덜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주연으로 한 액션 영화라기에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사뭇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아놀드만 알고 간 영화였는데, 영화를 보다보니 이거 배우들의 면면이 한 마디로 대단하더라. 라이온스게이트 제작에, 포레스트 휘태커, 로드리고 산토로, 제이미 알렉산더, 피터 스토메이어, 에두아르도 노리에가 (오픈 유어 아이즈), 루이즈 구즈만까지, 이 정도면 일단 준비 측면에 있어서는 부족할 것 없는 상차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냥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 작품 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제법 규모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괜찮은 헐리웃 데뷔작이었다.



ⓒ Di Bonaventur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일단 '라스트 스탠드'를 보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헐리웃에 진출한 한국 감독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점이었는데, 배경도 인물들도 헐리웃을 통해 표현되었지만 딱 보는 순간 김지운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장면이나 설정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첫 시퀀스 역시 그러했고, 특히 인물들을 스크린에 배치할 때 센터에 두고 펼쳐지도록 두는 카메라 앵글은 김지운 감독의 전작들에서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던 구도라 익숙함이 느껴졌다 (참고로 대부분의 스텝들이 외국 스텝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촬영 감독만은 김지운 감독과 '달콤한 인생' '인류멸망보고서'를 함께한 김지용 감독이 맡고 있다).


'라스트 스탠드'에서 한국 영화의 느낌이 난다는 것은 대부분은 반갑고 기분 좋은 (기존 헐리웃 영화와는 조금은 다른 색깔이 느껴져서) 일이었지만, 간혹 그 점이 단점으로 느껴지는 점도 있었다. 조니 녹스빌이 연기한 '루이스 딩컴' 캐릭터의 활용이 그러한데, 전형적인 개그 캐릭터로서 전체적으로 극의 분위기를 심각하지 않도록 하는 양념 같은 캐릭터로 어색함과 적절함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몇몇 장면은 장면 전체를 어색하게 만들어 버리는 한국 오락영화에서 흔히 소비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그 외의 대부분의 장면에서는 본래 의도했던대로 전반적으로 시원시원한 액션영화인 이 영화를 너무 무겁지 않도록 하는 재미를 주고 있었다.



ⓒ Di Bonaventur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라스트 스탠드'의 줄거리는 간단한 편이다. 그리고 이야기 자체도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 너무 일이 벌어지지 않아서 한가롭다 못해 지루한 시골 마을이 있고, 다른 한 편에서는 FBI와 거대 범죄조직의 탈주범이 연관된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아 두 가지가 하나의 이야기로 만나게 되면서 숨겨왔던 주인공의 본색이 드러나게 되는. 사실 이렇게 단순한 줄거리라고 보았을 때 초반에는 이 각각의 이야기에 조금은 과한 비중을 두는 것은 아닐까 싶어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두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졌을 때 이런 각각의 비중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부담이 되기도 해서 인데, 바로 슈퍼카 ZR1을 다루고 있는 부분이 그러했다. ZR1의 놀라운 능력에 대한 부분이 제법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는 것은 잘못하면 이 능력 자체가 주인공이 되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었는데, 사실 그렇게 된 측면도 없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그 균형을 비교적 잘 이루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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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스탠드'를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김지운 감독의 전작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자동차 추격과 액션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거의 주인공이라고 할 만큼 비중있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김지운 감독이 그 동안 한국영화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것을 헐리웃이라는 배경을 통해 이제야 시도해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만큼 이 자동차 액션은 매력적이었다. 후반부 옥수수 밭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액션 장면은 단순히 속도와 추격의 재미 뿐만 아니라, 마치 무협 영화에서나 볼 법한 긴장감과 구도 (자동차를 의인화에 가깝게 활용하는)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이 시퀀스 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극장에서 볼 만한 이유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될 정도였고, 해외 팬들에게도 영화의 호불호를 떠나서 이 시퀀스 만큼은 깊은 인상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이 시퀀스 외에도 ZR1을 이용한 액션 장면들이 몇몇 있었는데, 이 역시도 무협 영화를 떠올릴 수 있을 만한 합과 구도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자동차를 가지고 이러한 액션을 만들어 낸 것이 여러 모로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 Di Bonaventur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라스트 스탠드'가 좋았던 점은 별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 때문이기도 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영화라는 점에서 볼 때 더더욱 관객들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작품인 듯 했다. 마치 '익스펜더블'의 아놀드 솔로 버전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예상했던 순간에 '짜잔'하고 아놀드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시시하다라기 보다는 시원한 느낌이 강했다. 이 영화에는 그런 순간 의외성을 기대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 기대하던 바가 어떻게 표현되는 냐가 중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지점을 비껴가지 않고 그대로 돌파한 점이 좋았다. 그래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장면과 설정들도 좀 있지만 '라스트 스탠드'에서 그런 현실성을 잡기 보다는 이런 시원함을 선택한 것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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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손꼽히는 감독이지만 헐리웃에는 이제 데뷔작을 내놓다시피 한 신인으로서,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는 괜찮은 배우들과 함께한 제법 괜찮은 작품이었다. 다시 말해, 김지운 감독이 앞으로 헐리웃에서 차기작을 선보이고 그 작품이 좋은 평가를 얻을 경우 전작인 '라스트 스탠드'를 일컬어 '그래, 헐리웃 데뷔작인 '라스트 스탠드'도 나쁘지 않았었지'하는 연장선에 놓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 다시 말하지만 배우들이 생각보다 좋아서 놀랬어요. 개인적으로는 포레스트 휘태커 보다도 피터 스톨메이어의 출연이 더 반갑더군요. 그의 활용이 생각보다는 한정적이어서 아쉽긴 했지만요.


2. 북미에서 기대보다는 못한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헐리웃 첫 작품으로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Di Bonaventura Pictures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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