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II)
마지막이 실감나지 않는 마법의 피날레


2001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2001)'을 극장에서 본 이후로 정확히 10년이 흐른 뒤, 우리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를 극장에서 만나보게 되었다. 총 8편의 시리즈를 통해 나의 20대를 고스란히 함께 했던 이 시리즈에 대해 전부 이야기하자면 이 글 하나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그 정도로 '해리포터'시리즈는 크리스 콜럼버스가 맡았던 '마법사의 돌'과 '비밀의 방'까지는 특별히 깊은 인상을 주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알폰소 쿠아론이 연출한 세 번째 작품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부터 어두운 면이 스믈스믈 기어나오는 기척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아이에서 소년, 소녀가 되어 가는 것처럼, 해리와 볼드모트의 대결구도가 점점 깊어지고 그의 주변을 둘러싼 이들의 희생과 어두움이 더 깊어지면서, 이 시리즈는 갈수록 마음에 드는 시리즈가 되었었다. 1,2편의 깜찍하고 마법같은 아이들이 여정에 환호했던 팬들은 갈수록 나이먹는 해리의 얼굴처럼 점점 어두워져가는 시리즈를 탐탁치 않았을런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이 몹쓸 놈의 태생적 어두움에 대한 호감 때문인지) 갈수록 마음에 드는 시리즈였다. 그런 '해리포터' 시리즈가 끝이라니 일단 실감나지 않았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많은 유혹에도 단 한 번도 원작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로만 이 시리즈를 접했기에 영화에 대한 감상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중간중간 무언가 더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은 (실제로 원작에는 아마도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법한) 느낌을 받은 적도 많았지만, 원작 소설을 읽지 않은 입장에서도 영화는 전반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은 구성과 전개였다. 특히 2부작으로 만들어진 마지막 '죽음의 성물'은, 파트 1은 파트 2를 준비하는 기능만을 수행하는 작품으로 로드 무비에 가까웠다면, 파트 2에서는 드디어 대단원의 마무리와 함께 그 동안 조금씩 풀어왔던 미스테리를 드디어 모두 풀어놓는다. 

해리와 볼드모트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마지막 대결을 펼치고, 이 대결을 위해 헤르미온느와 론을 비롯한 해리의 모든 친구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자리에서 라는 점이 중요하다) 최선을 다해 해리를 지원하며, 덤블도어와 스네이프의 이야기를 통해 마지막으로 풀리지 않았던 미스테리까지 해결된다. 파트 1이 이 대결을 위한 해리, 헤르미온느, 론 이 세 친구 중심의 로드무비였다면, 파트 2는 명확히 해리와 볼드모트의 대결이 중심을 이룬다. 즉, 볼드모트의 비중이 더 커졌으며 이 가운데 스네이프의 이야기가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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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시리즈에서는 아무래도 주인공보다 그 주변의 어두운 인물들에게 더 정이 가게 되는데,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는 바로 말포이와 스네이프가 그랬다. 사실 말포이는 볼드모트에게 명령을 받았을 때부터 무언가 더 보여줄 것만 같은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적어도 영화에서는 그런 가능성이 끝내 피어나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죽음의 성물 : 파트 2'에서도 말포이는 무언가 할듯 할듯 하는데, 결국 그냥 돌아서고 마는 것이 아쉬웠다. 내가 예전에 파트 1이었던가 아니면 '혼혈왕자'였던가 쓴 리뷰 글에 '나중에 말포이가 무언가 큰 역할을 할 것 같다'라는 말에 원작을 읽으셨던 어떤 분이 '촉이 좋으시다며' 그런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암시를 주었었는데, 원작에서는 말포이와 관련된 더 많은 결말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어쨋든 영화에서는 그렇지 못해 애정을 가졌던 이로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스네이프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사실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선악을 알기 어려운 캐릭터가 바로 알란 릭맨이 연기한 스네이프였는데, 역시나 마지막에 가서 그의 대한 미스테리가 풀리자 눈물도 펑펑 터져나왔다. 이 풀려버린 수수께끼 때문에 '해리포터' 시리즈 전체의 주인공이 사실은 스네이프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격한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는데, 실제로 영화를 보고 돌아온 집에서 다시 보게 된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마침 나오던 장면이 스네이프가 해리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더 엄하게 혼내는 장면을 보니, 영화가 전혀 달리 보이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어차피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시 한번 1편부터 볼 예정이었는데, 스네이프 덕에 전혀 다른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스포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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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에 (아마도 원작 포함) 좀 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볼드모트에 대한 마무리였다. 볼드모트가 처음부터 '볼드모트'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 이전 '톰 리들'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었다면 시리즈의 마지막 톰 리들로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면 (마치 다스베이더에게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것처럼)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말이다. 물론 이렇게 했다면 좀 더 선 굵은 이야기의 힘이 약해질 수도 있거나 스네이프의 이야기가 약해질 수도 있었겠지만, 볼드모트에게 뭔가 조금씩 여운을 남겼던 것도 이런 생각을 하게 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와 더불어 그렇게 고대해온 해리와 볼드모트의 마지막 대결치고는 조금 급하게 마무리 된 감도 없지 않았다. 실제로 다른 시리즈들의 마지막 편에서 마지막 대결을 떠올려보자면 워낙에 풀어야할 숙제들이 많아서였는지 '죽음의 성물 2'에서는 이 대결구도의 비중은 크지만 대결 자체의 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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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지만 작품 전체에 드리워진 패배감과 비장함, 그리고 이를 더 증폭시키는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영화 음악도 좋았다. 항상 웃고 떠들던 이 친구들의 얼굴에서 웃음 대신 공포와 비장함이 깃들고, 또 그 즐겁던 공간이 어둠과 혼란에 휩싸여 버린 묘사는,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 아니었나 싶다. 


아이맥스 3D는 적절한 수준이었다. 3D 입체효과를 내기 위해 일부러 만든 장면들도 없었고, 그렇지만 입체효과를 적절히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으며, 무엇보다 입체안경을 쓰고 러닝타임 내내 보았음에도 피로하거나 불편함을 거의 느낄 수 없었던 균형있는 3D 작품이었다. 아이맥스 3D에 걸맞는 스케일이 담긴 작품이니 비싼 티켓 값은 충분히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가능하다면 아이맥스 3D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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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극장을 나오며,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순간에 조차 해리포터 시리즈가 완전히 끝났다는 사실이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또 내년 여름 혹은 겨울이면 그 마법의 모험담을 또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해리포터'시리즈는 맨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작품자체가 인상적인 것도 있지만, 오랜 시간 함께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특별한 시리즈가 되어버린 케이스다. 20대를 함께 보낸 나도 이 정도인데, 영화 속 해리와 헤르미온느, 론처럼 10대를 이들과 고스란히 함께 보낸 이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아마도 지금은 잘 모를 듯 싶다. 나중에 이 영화를 다시 꺼내어 보게 될 때, 그 때 비로서 알게 되겠지.

안녕, 해리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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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1, 2010)
덤블도어가 남긴 것들


해리포터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드디어 대단원의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3편 이전의 해리포터 시리즈는 그저 마법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소소한 어드벤처를 그린 듯해 큰 감흥이 없었는데, 점점 청소년의 성장 스토리와 볼드모트와 관련된 어두운 본연의 이야기가 시리즈에 녹아들게 되면서, 점점 마음에 드는 시리즈가 바로 '해리포터'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 전작이었던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서부터 대단원을 서서히 준비했던 해리포터 시리즈는, 마지막 이야기인 '죽음의 성물'에 관한 이야기를 2편의 영화로 나누어 선보이게 되었다.

2편으로 나뉜 작품이라 그런지 '죽음의 성물 1부'는 마치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를 보는 듯한, 그러니까 후편을 염두에 둔 구성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이라면 이 작품은 이제 더 이상 캐릭터 설명이나 지난 이야기를 플래시백으로 불러오는 친절에 러닝타임을 할애하지 않고 있다. 즉,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죽음의 성물 1부가 해리포터 이야기를 처음 만나는 이라면, 전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존 이야기와 캐릭터간의 관계를 관객이 다 알고 있음을 전제하고 과감한 생략과 더불어 차분하게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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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성물 1부'는 지난 편에 이어 볼드모트를 물리칠 단서가 담겨있는 호크룩스를 찾아 파괴하기 위한 여정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 여정은 덤블도어가 해리와 친구들에게 남긴 단서를 풀어내는 어드벤처로 이어지며, 결국 영화의 부제이기도 한 '죽음의 성물'에 관한 이야기로 연결된다. 다시 말해 죽음의 성물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의 말미에나 그 의미를 알려준다. 그 전까지 이 작품의 주된 스토리는 덤블도어가 남긴 유산에 관한 수수께끼 풀기에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3편 이후부터 계속 담아내고 있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야릇한 감정과 더불어 해리, 헤르미온느, 론 이 세사람의 묘한 삼각관계를 도구로 이들의 우정과 사춘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이 부분은 볼드모트에 대항하는 해리의 이야기에서 살짝 빗겨난 정서로 볼 수도 있을텐데, 해리포터 시리즈는 볼드모트와 해리에 관한 이야기 만큼이나, 소년, 소녀들의 성장 스토리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음으로, 이 묘사에 대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오히려 이번 편에서는 이 세 친구를 제외하면 또래의 친구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삼각관계에 집중할 수 밖에는 없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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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 퍼즐을 풀어나가는 과정 속에서 영화가 또 하나 큰 비중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집요정 '도비'의 관한 이야기인데 러닝타임 상으로는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정서상으로는 도비의 관한 이야기가 아주 비중있게 그려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도비에 관한 이야기는 해리와 헤르미온느, 론으로 대변되는 우정에 관한 정서처럼, 주종관계를 넘어서는 평등한 관계의 우정이라는 점에서 (잘 아다시피 해리는 시리즈 내내 고아라는 트라우마가 있고, 헤르미온느는 머글 태생이라는 트라우마가 있다) 도비가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정서는 2부에서 시리즈가 마무리되기 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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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죽음의 성물 1부'는 무엇보다도 '여정'이라는 특성이 잘 나타난 작품이다. 마치 모르도르로 향하는 프로도와 샘처럼 (절대반지를 하고 있으면 성격이 난폭해지는 것처럼, 여기서도 호크룩스를 목에 걸고 있으면 성격들이 날카로워지는 것도 유사한 점이다) 해리와 헤르미온느, 론은 우정을 시험하는 일들도 겪게 되고 그 가운데 동료를 잃기도 하고, 덤블도어가 남긴 유산의 단서를 통해 결국 죽음의 성물이라는 해답에 가까워져 간다. 바로 이런 여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영화는 유난히 넓은 대자연을 배경으로 인물들을 배치하는 장면들을 여럿 배치하고 있다. 

또한 해리포터와는 정반대의 입장에 있는 볼드모트의 여정 역시 소극적이지만 계속 언급하고 있다. 결국 죽음의 성물 2부에서는 하나이면서 둘인 해리와 볼드모트의 여정이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며 사건을 마무리하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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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해리와 친구들 보다는 말포이와 혼혈왕자에게 자꾸 마음을 주게 되더군요. 이들에게 공감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는 아직 '여지'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포커스가 이들에게 돌아갈 때는 나도 모르게 속으로 '용기를 내!'하고 외치게 되더군요.

2. 개인적으로 해리포터 시리즈가 갈 수록 어두워짐에 따라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불사조 기사단의 활약상이 영화 속에서는 별로 묘사되지 않는 것이 못내 아쉽더군요. 상당히 매력적인 집단인데 말이죠 ㅎ

3. 예전 시리즈와는 달리 이번 작품은 IMAX DMR-2D로만 상영했습니다. 즉, 부분 3D 장면도 없습니다.

4. 마지막 엔딩 크래딧에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라는 영문 타이틀은 2부의 영문 타이틀을 예상하게 하더군요. 

5. 아, 참고로 저는 원작을 전혀 읽지 않았는데, 영화가 모두 마무리 되면 한 번쯤 읽어볼까 싶네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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