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나카시마 테츠야의 최고작은 이 작품!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하 '혐오스런 마츠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전작 '불량공주 모모코 (2004)'에 대해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묘하게 유사한 형식을 띠고 있는 제목답게 '불량공주 모모코'는 '혐오스런 마츠코'와 마찬가지로 감각적인 영상과 더불어 기발한 웃음과 유쾌한 감동을 한꺼번에 선사하며 두터운 마니아 층을 형성하였으며, 2004년 칸느에서의 호평과 키네마 준보 선정 2004 일본 영화 베스트 10에 뽑히는 등 평단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작품이었다. 특히 '불량공주 모모코'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살아 숨 쉬는 캐릭터와 CF감독 출신답게 기존 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이 넘쳐나는 일본 영화계에서도 단숨에 주목을 받았던 영화였다. 그와 동시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바로 CF출신 감독으로 첫 번째 장편 영화를 발표한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였다. 그가 다른 감독들보다 더욱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대부분의 CF출신 감독들의 태생적인 장점인 감각적인 영상 표현 외에도 영상에만 집중되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섬세한 심리 묘사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내는 실력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불량공주 모모코'촬영 말미부터 계획했다는 후속 작은 과연 어떤 영화일지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쩌면 영화 팬으로서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마치 '벤허'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연상케 하는 오프닝 타이틀. 이 오프닝을 통해 나카시마 테츠야는 '이 작품은 이런 과장과 색체가 넘쳐나는 작품이야' 라고 효과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 작품 '혐오스런 마츠코' 이후 선보인 2008년 작 '파코와 마법 동화책'과 올해 국내에도 개봉해 큰 화제를 모았던 영화 '고백' 역시 나카시마 테츠야 만의 색감과 영상미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파코와 마법 동화책'까지는 형형색색의 기존 나카시마 테츠야 세계를 담아낸 작품이라 할 수 있겠지만, '고백'은 과감히 색을 버리고 무게와 강렬한 콘트라스트에 더욱 집중한 작품이었다 (여기에는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의 차이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떤 감독에게나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 있기 마련인데, 나카시마 테츠야에게 가장 어울렸던 옷은 '고백'까지 포함하여도 이 작품 '혐오스런 마츠코'였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의 가장 큰 장기인 영상미학을 가장 과감하게 시도한 작품이자 자유롭게 풀어낸 작품인 동시에,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그가 얼마나 정통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며, 원작이 갖고 있던 무게 감을 자신만의 색깔로 더 효과적으로 영화화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본래 원작이 된 소설은 내용 그대로 특별히 이상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던 카와지리 마츠코라는 한 여자가 우연과 사건들로 인해 폭력, 불륜, 매춘, 살인 등 어쩌면 인간의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최악의 일들을 겪게 되며 그로 인해 한 여자의 인생이 어떻게 저물고 변해 가는 지를 그려낸, 아주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도 이와 거의 다르지 않다. 영화 속 마츠코 역시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덮으려다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그 것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며, 나중에는 본인에 대한 사랑마저 완전히 잃게 되어 삶의 의미를 더 이상 찾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느끼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그저 암울하다, 처절하다 라고 만 느낀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가장 중요한 점인데, 감독인 나카시마 테츠야는 영화화를 결정하며 '영화는 엔터테인먼트여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에 따라, 이 무겁고 암울한 이야기를 오히려 유쾌한 리듬으로 풀어나가기로 한다. 극 중 마츠코는 최악의 일들을 차례로 겪게 되지만, 그 때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스스로 찾아내 자신의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혹은 마음만이라도 긍정적 방향으로) 한 걸음씩 옮기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은 슬픔보다 긍정적인 면들을 부각시켜 시종일관 유쾌한 리듬과 분위기를 유지시키는 한 편, 반대로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라는 말처럼 원작이 담고 있던 무게 감과 슬픔을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엔터테인먼트로서의 '혐오스런 마츠코'를 위해 나카시마 테츠야가 선택한 방식은 바로 '뮤지컬'이었다. 암울한 이야기를 밝은 리듬으로 풀어내는데 뮤지컬만한 장치는 없었을 것이고, 감독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완전히 흡수하면서 마츠코만의 뮤지컬 영화를 만들어 냈다. 만약 뮤지컬이 아닌 일반 드라마 형식을 취했다면, 이 영화는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매우 무거운 분위기의 단순한 신파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노래가 갖는 의미는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극중 마츠코가 유일하게 행복한 꿈을 꾸는 시간은 노래가 흐르는 순간뿐이며, 노래의 가사는 극 중 어느 대사보다도 마츠코의 심정과 희망을 대변하고 있다. 즉 마츠코의 감정 변화가 대사 보다는 노래로서 더욱 직접적으로 표현되며, 빠르게 진행되는 마츠코의 일생을 각 사건마다 함축적으로 표현해내는 것 또한 노래와 춤 그리고 가사 말인 것이다.




'혐오스런 마츠코'를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많이 놀랐던 점은, 영화에 수록된 노래들의 장르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과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라 매우 '제대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팝, 동요, 힙합, 엔카, 재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장르마다 고유의 느낌을 제대로 수록한 곡들로서, 영화 삽입곡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곡 자체로 높은 완성도를 담고 있는 곡들이라는 점에서 사뭇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전 오리지널 뮤지컬의 기본을 충실히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는 'Happy Wednesday'를 비롯하여, 유명 뮤지션 보니 핑크 (Bonnie Pink)가 직접 쓰고 출연까지 한 빅밴드 풍의 'Love is Bubble'(이 곡은 서플에 추가된 보니 핑크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지만, 보니 핑크의 팬이라면 깜짝 놀랄 정도로, 기존의 보니 핑크의 스타일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곡으로 팬들에게 오히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곡이라 하겠다), 역시 AI가 출연하고 작업한 힙합 풍의 곡 'What is a Life',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곡인 'USO' 등 한 곡 한 곡이 그 장르를 대표하는 특성을 아주 잘 수록하고 있다.

 



특히 감옥에서 펼쳐지는 힙합 스타일의 곡 'What is a Life'는 인트로 부분에서 죄수 복을 입은 여 죄수들을 훑어 내려가는 카메라 워크부터, 고전 뮤지컬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도미노 식 안무와 멜로디가 강조된 반전되는 후렴구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또 힙합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 좋아하는 이라면 알 수 있었겠지만, 이 곡의 카메라 워크나 연출 방식은 힙합 뮤직비디오에서 봐왔던 그대로의 방식이라 놀랍기 까지 했다(마치 F1 레이서인 슈마허가 자선 축구 경기에서 전문 축구 선수들이나 선보일 법한 발리 슛을 선보였을 때의 느낌이랄까).





음악이 삽입된 부분의 놀랄 정도로 높은 완성도가 단순히 CF감독 출신인 감독이 연출한 것 때문만이라고는 볼 수 없을 텐데 그 제작 내면에는 철저한 분업화가 있었다. 위에 언급했던 주요 곡들은 모두 감독인 나카시마 테츠야가 연출을 맡기는 했지만, 기본이 되는 콘티는 모두 다른 감독들이 작업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각 노래마다 주인공만 마츠코로 같을 뿐 각각 전혀 다른 느낌을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자주 언급하지만 뮤지컬 팬으로서 놀라웠던 점은 감독이 뮤지컬을 처음 연출하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고전 뮤지컬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아가씨와 건달들' '사랑은 비를 타고'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 등의 고전 뮤지컬 영화들을 보면 인물들이 노래를 주고 받거나 노래가 처음 극으로 삽입되는 부분에서 일정한 형식의 패턴이 존재하는데, '혐오스런 마츠코'는 이런 부분들을 정확히 집어 내고 있다. 그리고 엔딩 장면에서는 마치 폴 토마스 앤더슨의 1999년 작 '매그놀리아'의 후반 부 수록된 에이미 만(Aimee Mann)의 'Wise Up' 시퀀스처럼, 영화 내내 삽입되어 주 모티브가 되었던 '구부렸다 몸을 펴서(まげてのばして)' 라는 동요에 맞춰, 마츠코의 인생을 함께 했던 인물들이 한 소절씩 나눠 부르며 영화를 보며 느꼈던 수 많은 감정들을 온전히 하나로 정리하는 멋진 마지막을 선사하고 있다.
 




음악과 더불어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기본적으로 지나치게 붉은 색감으로 시작된 영화는 시종일관 왜곡 된 색감과 뿌연 영상 등으로 진행되는데, 각 장면 마다 스타일에 맞게 영상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도 있지만 내용적인 극의 전환에 따라서도 영상의 분위기를 달리하여, 제 3자가 마츠코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꿈 꾸는 듯한 뿌연 영상은 끔찍한 인생을 살아온 마츠코 자신이 항상 꿈을 꾸었기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영화의 내용은 지워져도 이미지는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혐오스런 마츠코'는, '디즈니 영화의 히로인이 실수로 다른 문을 열어버린다면 마츠코처럼 살게 되지 않을까'라는 시점에서 영화를 시작했다는 말처럼, 디즈니 만화에서나 볼 법한 형형색색의 이미지들과, 또 '백설공주'가 숲 속을 산책할 때나 등장할 법한 꽃들과 나비 때처럼, 동화적인 상상력이 극대화된 영상을 담고 있다.

왜곡 된 색감은 감독의 전작 '불량공주 모모코'에서도 만날 수 있었던 기법이었는데,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영화를 좀 더 영화라는 포맷 안에 담아내는 데에 (이 작품에서는 이 한계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있어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데 공헌을 하고 있다(한 예로, 영화의 자료 사진들 가운데 색감이 적용되지 않은 일반 사진들을 보게 되면, 이 영화가 만약 이대로 일반적인 색감으로 제작이 되었다면 얼마나 심심한 영화가 되었을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츠코를 연기하기 위해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고 인터뷰에 밝힌 것처럼, 이 영화는 마츠코를 위한 영화이자, 나카타니 미키의 의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처음 나카타니 미키를 캐스팅 했을 때 그녀는 이미 원작을 잘 알고 있었고 마츠코에 대해서도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유쾌한 방식으로 새롭게 각색하려는 감독과 많은 언쟁이 있었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영화가 완성된 뒤에야 촬영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감독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작품을 찍으면서 나카타니 미키가 감독에게 '죽여버린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혹독한 대우를 당했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한데, 영화를 찍는 내내 고통스러웠고 자신 역시 감독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고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그러한 생각을 모두 접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카시마 테츠야와는 다시는 작품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인터뷰도 부가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사실 '마츠코'라는 캐릭터가 워낙 배우의 연기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녀가 보여준 연기와 노래와 춤은 나카타니 미키가 아니면 마츠코를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머금게 하는 완벽한 열연을 펼쳤다. 특히나 부가영상에 담긴 인터뷰 장면이나 다른 영화에서 그녀가 출연한 일반적인(?) 모습을 보고 나면, 그녀가 만들어낸 '마츠코'연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게 된다.
 

Blu-ray 메뉴







블루레이 메뉴 디자인은 상당히 깔끔하게 나온 편이다. 마츠코의 이미지를 디자인화 한 우측 이미지를 배경으로 좌측에는 깔끔한 한국어 메뉴가 제공되는데, DVD로 출시되었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타이틀과 비교하자면 훨씬 더 가독성이 높고 구성 면에서도 만족할 만한 디자인이라 하겠다.
 

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포맷의 풀HD 화질에 대해서는 이 작품 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일본 영화 특유의 화질이 가미된 것에 더해 감독이 의도한 과도한 색감들과 조명의 활용, 그리고 마츠코가 겪는 사건들의 시기와 성격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영상의 컨셉으로 인해 일반적인 타이틀의 화질과 1:1비교를 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하지만 감독의 이러한 의도가 조금 덜 적용된 장면에서는 블루레이만의 장점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즉, 다시 정리하자면 블루레이 화질 자체의 퀄리티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작품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필름 상영으로는 국내에서 거의 마지막이 될 극장 상영을 재차 관람할 기회가 있었는데, 확실히 안방에서 보는 블루레이의 화질이 체감하기에 훨씬 선명한 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칼 같은 선예도는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영상이지만, 그래도 기존에 출시되었던 DVD의 화질(DVD의 화질도 결코 나쁜 편이 아니었다)과 비교해보자면 그 우수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DVD 버전



▽ 블루레이 버전


▽ DVD 버전


▽ 블루레이 버전


▽ DVD 버전


▽ 블루레이 버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DVD와는 비교 불가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DVD에서는 좀 더 강했던 붉은 색감이 샤프니스가 살아나면서 좀 더 정리된 느낌을 준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극의 리듬감 있는 음악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워낙 음악의 비중이 큰 작품이라 사운드 적인 측면에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데, 음악은 음악대로 역동적으로 전달하면서도 5.1채널의 멀티채널의 활용도도 높아 전반적으로 만족스런 사운드를 들려준다. 



Blu-ray : Special Features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은 기본적으로 DVD와 동일하다. '스넥 마츠코의 단골 손님'이라는 제목의 음성해설도 그대로 수록되었고, '혐오스런 테츠야의 285일,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제작과정'과 배우들의 인터뷰 등도 DVD에 수록된 그대로 (SD포맷으로) 수록되었다. 



대부분의 DVD와 동일하기는 하지만, 기존 EPK 류의 서플먼트들을 블루레이에서는 교체하였으며 DVD출시 스펙에는 있었지만 누락되었던 예고편 3종과 극장 예고편 등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또한 자막 역시 기존 DVD의 버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기존 DVD의 본편과 부가영상을 모두 재 번역하여 자막을 새롭게 수록하였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블루레이만의 보강된 부분이다. 참고로 부가영상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예전 DP에서 리뷰했었던 DVD리뷰를 참고하면 되겠다.
 





[총평] 나카시마 테츠야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영상과 음악이 이야기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최고의 작품이었으며, 블루레이 역시 작품의 인상적인 영상과 음악을 차세대에 걸맞게 수록한 만족스러운 타이틀이었다. DVD가 출시되었을 때에도 이 작품을 소장한다는 그 사실에 무척 감격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데, 블루레이로도 소장하게 되다니 감개가 무량할 따름이다. 이 작품의 팬들이라면 두말 할 것 없이 소장해도 좋을 것이며, 만약 아직까지 이 작품을 접해보질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혐오와는 거리가 먼 이 아름답고 유쾌하고 슬픈 작품을 꼭 만나보길 바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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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왜 왔니 (2009)
혐오스런 강혜정의 일생


일단 강혜정의 한 때 팬이었던 나로서도 (과거형이 쓰였던 이유는 후반부에 다시 얘기하자), 이 영화 <우리 집에 왜 왔니>는 큰 관심이 없었던 영화였다. 그런데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이들의 평은 '올해의 발견' 혹은 '예상과는 달랐던 독특한 영화' 라는 등 나 역시 예상했던 반응들은 아니었다. 이런 비슷한 의외의 반응들은 지난해 말, 다른 한국영화 한 편을 통해서 똑같이 발생했던 일이었는데 그 영화는 다름아닌 <과속 스캔들>이었다. 일단 <과속 스캔들>이 그 본질을 가늠하기 어려운 제목으로 판단력을 흐리게 했던 경우라면, <우리 집에 왜 왔니>는 제목 자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과속 스캔들>과 비슷하지만 이 보다 더 나은 제목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직접적이고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한 제목으로서 <과속 스캔들>과는 일단 평가를 달리해야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개인적으로는 <과속 스캔들>보다 <우리 집에 왜 왔니>가 훨씬 더 좋았으며, 내 취향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했던 강혜정이 돌아왔다는 점에서 반가웠던 작품이었다.


(이후 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아래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영화는 초반 줄거리를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풀어놓고는, 조금 지나서 주요등장인물들을 등장시키고 나서는 극중 대사를 통해 '미저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대충의 분위기를 관객들에게 설명한다. 제목처럼 왜 이집에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수강(강혜정)은 병희(박희순)의 집에 어느날 갑자기 쳐들어와서는 병희를 묶고는 감금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저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길래 '아, 이 영화 미저리를 베이스로 하되 무언가 코믹하고 감성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영화는 아닐까?'했었지만, 베이스로 한 영화는 따로 있었다. 아마도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본 이들이라면 모두 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마츠코..>를 절로 떠올렸을 것이다. 만약 각본을 쓴 김지혜씨나 연출한 황수아 감독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물어보고 싶은데, 만약 이 이야기가 <마츠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쓰여진 시나리오와 영상이라고 한다면 그건 정말 믿기 어려울 것 같다. 그냥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하기엔 부족할 정도로 의상부터 설정, 대사들까지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어 몹시도 흥미로웠다(앞서 이야기해두지만 흔히 생각하는 '표절'이라는 느낌이 강하지는 않았다. 단지 많은 인용이 있었다는 느낌이었고, 감독이나 각본을 쓴 이가 <마츠코...>를 보고는 나도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라는 생각에서 기초한 영화는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느낌이었다).

일단 비슷한 설정들을 보자면 가장 먼저 영화의 화자가 제 3자인 병희를 통해 전달되기도 하고 수강 스스로의 시점에서(내레이션) 진행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노숙자 차림을 한 수강의 코디(?)는 딱 봐도 후기 마츠코의 모습을 절로 떠올리게 하며, 왕따로 오해로 각각 일생을 험하게 살았다는 점도 유사하다. 특히 그 중에서 서울로 올라온 수강이 돈을 벌기 위해 사창가를 비롯해 각종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장면을 빠른 편집으로 처리한 것은, 마츠코에서도 음악과 함께 만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영상 측면에서도 굉장히 감성적이고 색감이 진한 장면들을 여럿 보여주었는데, 물론 색감부분에서는 <마츠코..>의 경우가 훨씬 강렬하긴 했지만 분위기에서는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마츠코에게는 음악이 있었다는 점과 <우리 집에 왜 왔니>에는 납치 시퀀스가 가미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대사 측면에서 무려 '다녀왔습니다'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이는 일본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아주 중요한 대사로서(일본 영화나 애니를 자주 본 이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이 '다녀왔습니다 (다다이마, ただいま)'라는 의미는 여러가지 함축적인 의미와 감정을 담고 있는 실로 강력한 대사가 아닐 수 없다), 한국영화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대사인데 이 영화에서는 분명 일본영화에서의 그것과 똑같은 기능으로 의미심장하게 사용되고 있다(마츠코에서 역시 이 대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정말로 여러가지 측면에서 일본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떠올릴 수 밖에는 없는 영화였는데, 이것이 불쾌하게 느껴질지 아니면 똑같이 흥미롭게 느껴질지는 개인의 취향차일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표절적인 측면보다는 또 한번 감성의 유니크한 면을 간지럼피는(내 스타일) 영화를 만난 듯해 반가웠고 즐거웠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에서 수강이 미끄러지듯 욕조 안으로 빠져드는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는데, 아마 감독도 이 장면을 보고 나서는 너무 만족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욕조의 구조를 너무도 잘 이용한 베스트 장면 중 한 장면이듯)

평범하지 않고 독특한 캐릭터인 수강의 이야기만 있었다면 영화의 깊이가 조금 덜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병희의 이야기를 중반부에 배치해 두었다. 사고로 아내를 잃은 병희의 이야기를 수강의 이야기가 병희의 이야기와 점점 겹쳐질 때쯤 들려주게 되면서, 관객들은 점점 두 캐릭터에게 유사점을 발견하게 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특히 아내를 잃은 것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항상 뉴스에서나 나오는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일로 인한 것이었다는 점과(무장 탈영병과 후반부에 추가로 등장하는 아내와 탈영병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까지) 막을 수 있었다는 트라우마를 굉장히 설득력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들려주는 또 한 번의 '남의 이야기'에 좀 더 공감할 수 있기도 했다.

그리고 후반 부에(수강이 죽고 나서) '그랬었었구나'하며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전개도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 부분은 굉장히 전형적인 전개방법으로서 그 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캐릭터를 말미에 가서야 비로서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밀려오는 감동을 느끼게 되는 부분인데, 역시나 캐릭터나 이야기 자체가 평범하지 않다보니 뻔하지 않고 감성적인 영상들과 감각들로 잘 표현해 내고 있는 듯 하다. 수강의 마지막 날을 상상하는 방식도, 병희가 편지를 뒤늦게 보고 이를 찾아가 상상하는 장면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인 '우리 집에 왜 왔니'를 직접적으로 등장시키는 부분은 살짝 낯뜨겁기도 했지만, 결국 감독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영화 초반 자신의 집에 난데없이 들어온 수강에게 병희는 계속 물어본다. '왜'하고. 나중에 수강은 앞으로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는 병희에게 역시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둘은 서로에 트라우마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둘은 쉽게 이 '왜'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지만(아니 하려하지 않지만), 결국 수강도 남은 병희도 이 물음에 답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사실은 '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것. '왜'라는 것은 스스로가 만든 일종의 장벽이며 무언가에서 보호받기 위해, 자기 합리화를 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장치라는 것을. 결국 굉장히 특별한 삶을, 사건을 겪게 되는 두 주인공이지만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서로에게 찾게 된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역시 강혜정!)

영화가 후반부로 후반부로 갈 수록 머릿 속에 드는 한가지 생각이있었다. '아, 내가 좋아했던 그 강혜정이 돌아왔구나', '<나비> <올드보이> <연애의 목적>을 통해 한 때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였던 그녀가 다시 돌아왔구나'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어리석게도 그녀의 영화나 활동들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던 이유는 연기 자체가 아니라 바로 얼굴의 변화 때문이었는데, 이것은 실망이라기보다는 안타까움에 비롯된 것이긴 했었다. <우리 집에 왜 왔니>에서는 유난히 강혜정의 얼굴을 화면 가득 클로즈업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완벽하지는 않지만 예전 좋아했던 그 소녀의 표정을 다시금 읽을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적어도 나에게는 '돌아온' 강혜정을 알리는 완벽한 영화이며, 다시금 강혜정을 배우로서 좋아하게 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참고로 남들은 다 은실이 좋아할 때 나는 은실이의 못된 언니로 나오는 강혜정을 더 좋아했으며, 팬까페라는 것까지 가입해본 거의 유일한 여배우였다).

박희순은 <세븐 데이즈>이후 주목을 받으며 여러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의 영화를 스크린에서 처음 만나는 터였다. 정재영과 겹치는 듯한 느낌도 있지만, 무언가 현실적이고 삶에 관한 공감을 일으키는데에는 탁월한 연기를 펼치는 것 같다. 그리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배우의 조합은 매우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뭐 뻔한 얘기지만 다른 배우가 했을 경우가 상상히 안갈 정도로.

<우리 집에 왜 왔니>는 분명 <과속스캔들>과는 다르게 엄청난 흥행성적을 거두거나 하긴 어려울 것 같다(이것은 악담이 아니다). 대중적 코드보다는 감성적인 코드가 영화를 둘러싸고 있으며, 영화적인 측면에서도 영상과 음악 측면에서 상당히 장르영화적인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올해의 발견이었다. 영화는 어차피 취향차. 이 영화는 확실히 내 취향이다.


1. 오프닝의 흐르는 음악을 딱 듣는 순간 정재형이 떠올랐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재형이 영화음악을 맡고 있더군요.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곡은 정재형 곡에 엄정화와 루시드폴이 노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 까메오 출연도 말그대로 갑작스러운 터라 재밌더군요. 분량도 적절하고. 조은지씨는 조금 놀랬음 ㅎ

3. 승리 얘기가 전혀 없는데, 일단 승리가 연기를 잘했다 못했다라기 보다는 비중 자체가 아역 배우에게 오히려 더 쏠려있기 때문에, 배우 이승현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불어 얘기하자면 제작에 YG엔터테인먼트가 참여했더군요.

4. '혐오스런 수강의 일생'이라고 해야 맞겠지요.

5. (주)어거스트의 창립작품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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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주)어거스트에 있습니다.







올 한해는 특히나 지난해에 비하면 음악을 많이 듣지는 못한 한해였다.
어찌됬든 음반과 관련된 업에 종사하면서 남들보다 한 발 먼저 정보도 얻고
좋은 음반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기에 보통 자금을 생각지 않고 지르곤 하였으나
올 하반기 부터는, 그 업계를 영영 떠나게 되면서 음반을 찾아 듣는 것에도 조금 소홀해지지
않았나싶다. 그래서 인지 2006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의 앨범을 선정하다보니 확실히 폭넓게 많이
듣지 못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2007년을 마무리하면서 남들 과는 전혀 상관없게
완전히 내맘대로, 내가 좋았던 앨범들을 꼽아보았다.
예전처럼 10장을 선정해보았으나, 앨범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탓인지 라디오 헤드가 빠져있음을
나중에 알게 되어, 부득이 하게 11장이 선정되었으며, 1위부터 10까지 순위는 없고
아티스트의 알파벳 순으로 정리해보았다.

그리고 지난해와는 달리 몇몇 특수 분야를 따로 선정해보았다.
시간을 좀 더 투자한다면 장르별로 다양하게 해 볼 수도 있겠으나 역부족...--;

그럼 올 한해, 내 귀를 즐겁게 해주었던 음반(음악도 중요하지만, 음반도 중요하기에)을
소개해본다.
그래도 나름 어워드 답게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센스!




Alicia Keys - As I Am

구관이 명관.
어느새 구관이 되어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알리시아 키스는 요즘같이 R&B/Soul 음반들이
많이 쏟아져나오는 이때, 그래도 음반의 전체적인 퀄리티 면에서나, 음반을 거듭할 수록
점점 향상되는 능력을 볼 때, 이번 앨범도 개인적으로선 만족스러웠던 앨범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지난 앨범에 비해 기대에 못미치는 성공을 거두었을지는 모르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음악을 계속 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과,
좀 더 가스펠 적인 느낌이 강한 곡들과 기교를 많이 섞지 않은 기본에 충실한 곡들로
다시 한번 만족스러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구입한 버전은 일본반으로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되어 있으며
2번째 디스크에는 2곡의 보너스 곡과 'Superwoman'의 라이브 버전, 그리고 'No One'의 레게믹스와
뮤직비디오가 수록되어 있다.




Andrew Bird - Armchair Apocrypha

지난해 파스텔에서 엄청난 패키지로 출시되며 국내 포크팬들에게 필소장 패키지로 손꼽혔던
앤드류 버드의 새 앨범.
사실 그 패키지는 좀 요란스럽긴 했지만, 앤드류 버드의 음반을 미리 소장하지 않고 있던
이들에겐 더할나위 없는 선물이었으리라.
그래서 더더욱 기대를 갖게된 이번 앨범은, 개인적으로는 올해 초 Denison Witmer와 함께 나를 다시금
포크의 세계에 빠지게 했던 멋진 앨범이었다.
상당히 멜로디컬한 멜로디 라인과 나른한 그의 목소리, 그리고 어떨땐 마치 가야금 소리처럼 들리는
기타연주와 다양한 악기와 효과를 부담스럽지 않게 적절히 사용하면서 전체적으로
우울하지 않고 리듬감있는 포크음악을 수록하고 있다.
3번 트랙에 위치한 'Heretics'는 한국사람이라면 듣고서 어떤 한 곡의 멜로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텐데
그래서 자꾸 웃음이 나서 약간 집중이 되지 않는 어려움도 있었다 ^^;
(그 곡은 키다리 미스터김 인데, 완전히 같은 멜로디 라인을 듣고 있노라면, 과연 앤드류 버드가
모르고 그랬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ㅋ)

(음반은 친구에게 빌려줘 오랫동안 못 돌려받고 있는 관계로 CG로 처리 -_-;;)



Bjork - Volta

그리고 나의 사랑 뷔욕.
얼마나 기다렸던 신보였는가.
거기다 또한 얼마나 뷔욕다운 패키지였던가!
대중들은 이 앨범이 역시나 또 한번 난해하다고 했으나, 나 같은 뷔요커를 포함해 팬들은
그녀의 이번 앨범이 많이 대중적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지난 앨범들이 팬들도 쉽게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한 실험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뷔욕에게 기대했던 바로 그 내지르는 보컬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고
유쾌하면서도 재기발랄한 비트가 돋보이는 곡들이 많았으며, 그녀의 발라드(?)를 기다렸던 팬들도
만족할만한 넘버들도 수록이 되었다. 또한 얼마전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앨범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팀버랜드가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는 점도 놓쳐서는 안될 포인트.

완벽하진 않아도 처음 뷔욕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 느꼈던 요소들로의 일부 회귀라는 점에서
팬의 입장에서 매우 반가웠던 앨범!
내년에 내한공연이 드디어 확정되어, 이미 팬클럽만의 스탠딩 맨 앞자리를 일찌감치 예매해두어
두근두근 기대중!

음반은 일본반으로서 엄청나게 뷔욕스러운 패키지로 채워졌는데,
열기도 힘든 디지팩 케이스와 그 안에 갖가지 뷔욕스러운 것들이 담긴 패키지로
CD+DVD로 이루어져있다. DVD는 영상이 아닌 앨범의 수록곡들이 모두 5.1채널로 담겨있다.




Chrisette Michele - I Am

처음 이 음반을 들었을 때 느낄 수 있었다.
장기적으로 알리시아 키스를 대신할 수 있는 뮤지션이 등장했구나!
알리시아 키스나 존 레전드의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처럼, 소울풀한 보컬과 그루브에 완전히
빠져버렸던 앨범이었다. 빌리 할리데이와 메이시 그레이를 동시에 연상시키는 깊은 보컬과
소울과 힙합에 모두 어울리는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그루브한 리듬을 바탕으로 세련되면서도
상당히 멜로디컬한 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올해의 블랙앨범 가운데 단연 손꼽히는 작품중 하나.

음악과 외모를 동시에 중시하는 이들이라면 저 자켓 사진에 속지 말길....
속지에 사진을 확인해보면 바로 알 수 있겠지만, 아마도 저 자켓 사진은
크리셋 인생에 최고로 잘 나온 사진이 아닐까 싶다 -_-



Kanye West - Graduation

드디어 졸업을 하게 된 칸예 웨스트!
그가 요즘 힙합씬에서 가장 잘 빠진 곡을 만드는 프로듀서라는 사실은(윌 아이엠과 함께)두말 하면 잔소리인듯.
워낙에 기대가 커서인지 처음 'Stronger' 및 다른 곡들을 들었을 때 일본색이 많이 묻어나기도 하고,
무언가 확 와닿지는 않는 느낌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반복청취 결과 역시나 뛰어난 '앨범'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앨범들에 비해 강력한 멜로디 라인이 없는 것이 국내 팬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웠을 지도 모르지만, 전체적으로는 칸예의 실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입증해준 괜찮은 앨범이었다.

구매한 버전은 일본반으로, 다른 버전과 틀리게 모스 뎁이 참여한 'Good Night'와
존 메이어가 참여한 'Bittersweet Poetry'가 추가 수록되어 있다. 특히 존 메이어가 참여한 곡은
보너스 트랙으로 남기엔 아쉬울 정도로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는 곡이다.




루시드 폴 - 국경의 밤

루시드 폴의 음악은 예전부터 좋아했었지만, 이른바 '좋아했던'것이었을 뿐, '사모하는'것은 아니었는데
이번 앨범으로 인해 분명히 사모하게 되었다 ^^;
오랜만에 가사가 확확 와닿는 앨범이었으며, '국경의 밤'과 이적이 참여한 '가을 인사'는 물론이고
이미 여러 블로그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이었네'는 그야말로 이 앨범의 백미.
글쎄 마치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을 본 듯한 기분도 들고,
추운 겨울 외딴 작은 방에서 난로에 불을 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애잔하면서도 쓸쓸하고
따뜻한 곡들로 채워져있다.

혼자들으면 완전히 빠져버리게 되는 그런 곡들이 온통 담겨있음.



嫌われ松子の一生: Memories Of Matsuko - O.S.T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올해 음반을 별로 못들었다는 결과가 들어나는 선정 -_-;;
하지만 사운드 트랙임에도 영화와 별도로 따져보아도 상당히 수준 높은 곡들,
특히나 잡다한 영화의 장르 특성상 록, 힙합, 엔카, 재즈, 뮤지컬 등 다양한 곡들이 수록되었는데,
이들이 전부 수박 겉핥기 정도의 퀄리티가 아니라 각 장르의 특성을 그대로 잘 살린 수준급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 놀랍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마이클 부브레는 이 음반을 통해
그의 음반을 다시 들어보게 되는 계기를 갖게 했으며, 보니 핑크의 곡도 그녀의 기존 스타일과
전혀 다른 곡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국내에는 수입/라이센스 되지 않은 관계로 HMV에서 거금을 주고 구입 --V



원스 (Once) - O.S.T

뭐라 더 설명이 필요하랴!
나중에 올해의 영화를 선정할 때 다시금 언급이 되겠지만,
이 사운드트랙은 올해 가장 많이 들은 '다청취'부분의 유력한 후보자이며,
기타 하나와 보컬 만으로도(물론 피아노도 있었지만-_-) 얼마나 멋진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음반이었다.
플레임즈(The Frames)의 프론트맨인 글렌 한사드와 그와 함께 2006년 'The Swell Season'이라는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순간을 담은 곡들은, 영화가 만들어낸 놀라운 흥행성적 만큼이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여운을 남겼다. 아일랜드 포크 송을 전세계에 알린 작품.



Radiohead - In Rainbows

개인적으로는 암네시악도 좋았고, 키드에이도 괜찮은 시도라 여겼기에 큰 거부감이 없었으나
대부분의 라됴 헤드의 팬들이 오케이 컴퓨터를 최고로 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새 앨범은 오랫만에 팬들이 함께 적극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선보였다고 하겠다.

록밴드이지만 비트에 상당히 민감한 그들의 음악답게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상당히 리드미컬한 비트를 수록하고 있으며, 몽환적이면서도 나른한 보컬과 분위기도 잘 살아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앨범을 OK Computer와 비교하곤 하는데, 역시 그 이유는
이번 앨범이 드디어 이를 넘어설 수 있을만한 걸작이라는 것 때문일 것이다.
라됴 헤드를 쭈~욱 좋아했던 이들은 물론, 키드에이에서 좌절을 맛봤던 팬들도(특히)
매우 기뻐할만한 작품인듯!

CD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관계로 사진은 역시 CG로 처리 -_-;
홈페이지에서 파는 엄청난 버전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자금사정으로 사실상 포기했음 -_-;;



Tori Amos - American Doll Posse

이 자리에서 밝혀두자면, 보통 사람들은 뷔욕을 좋아하니깐 토리 에이모스도 좋아하는 구나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개인적으로 토리 에이모스를 더 먼저 알았기 때문 ;;
이번 앨범은 먼저 엄청난 가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물론 수입 한정판으로서 1CD+1DVD로 구성되었고
디지팩에 포스트 카드와 36페이지의 컬러 부클릿까지 수록된 소장가치 높은 버전이긴 했지만
거의 3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은 실로 부담스러웠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과감히 구매를 결정할 수 있었던 건 역시 당연히 오브코스 음악이 좋아서였다.
이번 토리 에이모스의 음반은 일종의 컨셉 앨범으로서 포스트 카드에 나온 5명의 여자 캐릭터를 만들어
토리 에이모스가 각각의 입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치적인 주제서 부터 개인성찰같은 극히 개인적인 소재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으며,
음악적으로도 뷔욕의 이번 새앨범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처음 좋아했을 때 갖고 있던 요소들을
가득 담고 있어 더욱 반가웠던 앨범이었다.




World's End Girlfriend - Hurtbreak Wonderland

사실 이들의 음악을 알게 된 것도 올해였다. 올해 초 파스텔 뮤직에서 모노(Mono)와의 내한공연
소식을 접하고서야 이들의 음악을 처음 알게 되었고, 이때 모노보다 이들에게 꽂히면서
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뭐랄까 굉장히 일렉트로닉하면서도 클레식컬한, 이 두 장르의
극적인 장점을 잘 가져와 하나로 소화하고 있는데, 이번 앨범이 특히나 더욱 강조된 일렉트로닉 효과와
오케스트라의 사용으로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연주음반이라 할 수 있는 이 음반을 들으며
영화 사운드 트랙이 아니라 일반 인스트루멘탈 곡을 들으며 눈물 찡하긴 실로 오랜만인듯 하다.
엠비언트나 극도의 우울함 혹은 그 끝에 오는 정화된 느낌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 강추하는 앨범.

이 앨범은 파스텔 뮤직에서 라이센스되어 쉽게 구할 수 있음




올해의 앨범 10선(11선 --;)에는 포함이 되지 못했지만 아쉽게 탈락한 후보들.
왼쪽부터
Ed Harcourt - From Every Sphere
Common - Finding Forever
이승열 - In Exchange
Shena Ringo x Saito Neko - 平成風俗 (평성풍속)
Alexi Murdoch - Time Without Consequence
Will. I. Am - Songs About Girls


Ed Harcourt는 잘 몰랐으나 이번에 알게 되어 급속히 빠졌었던 앨범이고
커먼의 경우는 10선에 올라갈 칸예의 앨범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나 아쉽게 탈락한
수준급의 앨범이었으며, 이승열은 이적과 더불어 올해 가요 음반 가운데 마음에 드는
앨범이었고, 시이나 링고와 사이토 네코와의 합작 앨범은 한정판으로 역시
음악과 더불어 부담스런 가격이 기억에 남으며, 알렉시 머독 앨범은 엄밀히 말하면
올해 발매된 앨범은 아니지만, 구매를 올해 했으므로 포함했다.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헤이와이어가 자살하는 순간 흐르던 곡이 수록된 앨범으로 이 장면에서
필받아 찾아가게 되어, 결국 이 음반을 해외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의 포크 앨범으로 만족스러웠음. 그리고 역시 10선에도 충분히 낄 수 있었던
윌 아이 엠의 솔로 프로젝트! 잭슨 형의 신보 잘 만들어 주시길!




올해의 패키지!
서태지 15주년 기념 한정판

태지 매니아로서 안 살 수 없었던 앨범.
리마스터링 된 음반과 미공개 영상이 수록된 DVD.
무엇보다 하여가 레게 믹스가 수록되어 너무 반가웠던 콜렉션!

내가 태지 매니아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준 고가의 컬렉션.




그냥 좋았던 앨범

Carl Orrje Piano Ensemble - Studio Ghibli Works vol.2

재즈 피아노 앙상블인 Carl Orrje Piano Ensemble이 우리가 잘 아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수록곡들을
재즈로 재 편곡하여 수록한 앨범.
vol.1도 좋았지만 vol.2에는 내가 좀 더 좋아하는 곡들이 수록되어 너무 좋았던 앨범.
재즈로 재 편곡된 터라 음악적으로도 만족스럽고, 무엇보다 좀 더 극적이고 샤방샤방하게 편곡된 터라
이어폰을 통해 내 귀로 넘어올때 눈물이 아니 흐를 수 없었던 앨범.
지브리를 좋아하고, 그 주옥같은 사운드 트랙에 관심있으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소장할만한 앨범.




올해의 실망 앨범.

임정희 - Thanks
이효리 - If In Love Like Them (Single)


임정희의 1집을 사고 매우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도 좀 가요스럽지 않고 스타일이 나는 보컬리스트라고 생각되었고
무엇보다도 수록된 곡들이 세련된 곡들이라 매우 기대를 했었는데
2집은 전형적인 가요 앨범이었고, 3집은 아웃케스트가 참여했다고해서 혹시나했으나
역시 가요앨범이었다. 가요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임정희에게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것은
가요가 아니었기에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앨범이었다.

이효리의 이 싱글 앨범은 정말 최악이었다.
전제사실을 깔고 가자면 난 이효리의 광팬이다. 앨범은 물론, 화보집까지 소장하고 있고
핑클의 블루레인 시절부터 팬인 자다. 하지만 이번 싱글 앨범은 정말 최악이었다.
그냥 톡톡톡만 정규 앨범에 수록하고 내지 말았어야 할 앨범이었다.
소몰이 창법을 어설프게 시도하다가 완전히 망한 '그녀를 사랑하지 마'의 충격은 역과.
올해 최악의 가사로 꼽히는(역대도 최악일듯 --;)잔소리의 가사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이효리 쯤의 톱스타라면 이 정도 가사는 스스로 걸러낼 수 있었어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화려하지만 부족했던 2007년 앨범 오브 더 이어를 마무리해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도쿄에서 백수 생활을 하던 쇼(에이타)는 고향의 아버지(카가와 테루유키)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행방불명되었던 고모 마츠코(나카타니 미키)가 사체로 발견되었으니 유품을 정리하라는 것.
다 허물어져가는 아파트에서 이웃들에게 '혐오스런 마츠코' 라고 불리며 살던 그녀의 물건을 정리하며 쇼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마츠코의 일생을 접하게 된다. 중학교 교사로 일하며 모든 이에게 사랑받던 마츠코에게
지난 25년간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제자가 일으킨 절도사건으로 해고당한 마츠코는 가출을 감행한다. 하지만 동거하던 작가 지망생은 자살해 버리고,
그의 친구와 불륜을 시작한 마츠코는 곧 버림받고 절망에 빠져 몸을 팔게 된다. 기둥서방에게마저 배신당한 마츠코는 그를 살해, 8년형을 언도 받는다.
출소 후, 미용사로 일하던 마츠코는 자신을 해고당하게 만들었던 절도사건의 범인인 제자 류 요이치와 재회하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벤허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오프닝 텍스트)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하 ‘혐오스런 마츠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전작 <불량공주 모모코>에 대해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묘하게 유사한 형식을 띠고 있는 제목답게 <불량공주 모모코>는 <혐오스런 마츠코>와 마찬가지로 감감적인 영상과 더불어 기발한 웃음과 유쾌한 감동을 한꺼번에 선사하며 두터운 마니아 층을 형성하였으며, 2004년 칸느에서의 호평과 키네마 준보 선정 2004 일본 영화 베스트 10에 뽑히는 등 평단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작품이었다. 특히 <불량공주 모모코>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살아 숨 쉬는 캐릭터와 CF감독 출신답게 기존 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이 판을 치는 일본 영화계에서도 단숨에 주목을 받았던 영화였다. 그와 동시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바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CF출신 감독으로 첫 번째 영화를 발표한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에게 쏠렸다. 그가 다른 감독들보다 더욱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대부분의 CF출신 감독들의 태생적인 장점인 감각적인 영상 표현 외에도 영상에만 집중되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섬세한 심리 묘사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내는 실력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불량공주 모모코>촬영 말미부터 계획했다는 후속 작은 과연 어떤 영화일지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쩌면 영화 팬으로서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 제목도 요상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앞서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것처럼 <불량공주 모모코>를 진작에 보았다면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에 다음 작품에 대해 당연히 저처럼 부푼 기대를 갖고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했던 나로서는 어느 날 인디영화관에 걸린 요상한 제목과 총천연색의 화려한 포스터로 치장한 영화에 단순히 흥미 이상의 것은 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집에 돌아와 찾아본 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컬 장르라는 것이 추가되었을 뿐,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몇 해를 손꼽아 기다리거나 하는 기대가 들지는 않았던 것도 사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스 리틀 선샤인>을 보고 난 뒤 느꼈던 것처럼, ‘올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놓쳤더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다소 오버스런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그야말로 ‘완소’ 영화가 되어 버린 것이 바로 이 작품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다. 뮤지컬이라는 좋아하는 요소와 코미디라는 사전 정보를 가지고, 쉽게 말해 그저 웃고 즐기러 극장을 찾았던 것이었는데, 극장을 나올 때는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재미와 감동과 여러 가지 들을 느끼고 경험하게 된, 영화로서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을 느꼈던 영화였다.



(영화 내내 꾸준히 등장하는 서스펜스 극장 시리즈 ㅋ)

본래 원작이 된 소설은 내용 그대로 특별히 이상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던 마츠코라는 한 여자가 우연과 사건들로 인해 폭력, 불륜, 매춘, 살인 등 어쩌면 인간의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들을 겪게 되며 그로 인해 한 여자의 인생이 어떻게 저물고 변해 가는 지를 그려낸, 즉 매우 무거운 내용이 전반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도 이와 거의 다르지 않다. 영화 속 마츠코 역시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덮으려다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그 것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며, 나중에는 본인에 대한 사랑마저 완전히 잃게 되어 삶의 의미를 더 이상 찾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느끼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그저 암울하다, 처절하다 라고만 느낀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영화 <마츠코의 일생>의 가장 중요한 점인데, 감독인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영화화를 결정한 순간, 이 무겁고도 무거운 암울한 이야기를 반대로 유쾌한 리듬으로 풀어나가기로 작정을 하게 된다. 극 중 마츠코는 최악의 일들을 차례로 겪게 되지만, 그 때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스스로 찾아내 자신의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한 걸음씩 옮기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은 슬픔보다 긍정적인 면들을 부각시켜 시종일관 유쾌한 리듬과 분위기를 유지시키는 한 편, 반대로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말처럼 슬픈 상황을 유쾌하게 그리면서, 나중에 가서는 유쾌하게 그리는 데에도 보는 이가 슬퍼지도록 만드는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무엇 보다 이 영화가 신선하고 유쾌하고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뮤지컬’ 이기 때문일 것이다. 암울한 이야기를 밝은 리듬으로 풀어내는데 뮤지컬만한 완벽한 장치는 없었을 것이고, 감독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완전히 흡수하면서 영화를 평작 이상에 것으로 완성해내는데 성공했다. 만약 뮤지컬이 아닌 일반 드라마 형식을 취했다면, 이 영화는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매우 무거운 분위기의 단순 신파가 되었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노래가 갖는 의미는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극중 마츠코에게 유일한 해피 타임과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은 노래가 흐르는 순간뿐이며, 노래의 가사는 극 중 어느 대사보다도 마츠코의 심정과 희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즉 마츠코의 감정 변화가 대사 보다는 노래로서 더욱 직접적으로 표현되며, 빠르게 설명되어지는 마츠코의 일생을 각 사건마다 함축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바로 노래와 그 가사 말인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많이 놀랐던 것은, 영화에 수록된 노래들의 장르가 매우 다양한 동시에 ‘제대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팝, 동요, 힙합, 엔카, 재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수박 겉핥기식이 아니라, 그 장르 정통의 느낌을 제대로 수록한 곡들로서, 영화 삽입곡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곡 자체로 높은 완성도를 수록한 곡들이라는 점에서 사뭇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전 오리지널 뮤지컬의 기본을 충실히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는 'Happy Wednesday'를 비롯하여, 유명 뮤지션 보니 핑크 (Bonnie Pink)가 직접 쓰고 출연까지 한 빅 밴드 풍의 'Love is Bubble'(이 곡은 서플에 추가된 보니 핑크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지만, 보니 핑크의 팬이라면 깜짝 놀랄 정도로, 기존의 보니 핑크의 스타일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곡으로 오히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곡일 것 같다), 역시 AI가 출연하고 작업한 힙합 풍의 곡 'What is a Life',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곡인 'USO' 등 한 곡 한 곡이 그 장르를 대표하는 특성을 아주 잘 수록하고 있다. 특히 감옥에서 펼쳐지는 힙합 스타일의 곡 'What is a Life'는 인트로 부분에서 죄수 복을 입은 여죄수들을 훑어내려가는 카메라 워크부터, 고전 뮤지컬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도미노식 안무와 멜로디가 강조된 반전되는 후렴구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또 힙합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좋아하는 이라면 알 수 있었겠지만, 이 곡의 카메라 워크나 연출 방식은 힙합 뮤직비디오에서 봐왔던 그대로의 방식이라 놀랍기 까지 했다(마치 레이서인 슈마허가 자선 축구 경기에서 전문 축구 선수들이나 선보일 법한 발리 슛을 선보였을 때의 느낌이랄까).



(마츠코의 행복한 한 때, Happy Wednesday~)

음악이 삽입된 부분의 놀랄 정도의 높은 완성도가 단순히 CF감독 출신인 감독이 연출한 것 때문만이라고는 설명이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역시나 그 내면에는 철저한 분업화가 있었다. 위에 언급했던 주요 곡들은 모두 감독인 나카시마 테츠야가 연출을 맡기는 했지만, 기본이 되는 콘티는 모두 다른 감독들이 작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노래가 전혀 다른 것처럼, 영상의 분위기도 주인공만 마츠코로 같을 뿐 완전히 각각 다른 느낌이 들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자주 언급하지만 뮤지컬 팬으로서 놀라웠던 점은 감독이 뮤지컬을 처음 연출하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고전 뮤지컬의 틀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아가씨와 건달들> <사랑은 비를 타고>,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등 클래식 뮤지컬 영화들을 보면 노래를 주고 받거나, 삽입되는 부분에서 일정한 형식의 패턴이 존재하는데, <혐오스런 마츠코>에서도 이런 부분들을 정확히 찝어 내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절로 웃음이 나올 수 밖에는 없었다(웃겨서가 아니라 너무 흥분이 되어서였다). 그리고 엔딩 장면에서는 <매그놀리아>의 후반 부 노래 장면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수록되었는데, <매그놀리아>에서 지루하고 우울한 각 인물들의 삶과 인과관계를 'Wise Up'이라는 에이미 만(Aimee Mann)의 노래를 통해 완벽하게 정리해 낸 것처럼, 영화 내내 삽입되어 주 모티브가 되었던 ‘구부렸다 몸을 펴서(まげてのばして)’이라는 동요에 맞춰, 마츠코의 인생을 함께 했던 인물들이 한 소절씩 나눠 부르는 장면은, 영화를 보며 느꼈던 오만가지 감정을 한꺼번에 정리해 내는 효과를 가져왔다.



음악과 더불어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시작부터 지나치게 붉은 색감으로 시작된 영화는 시종일관 외곡 된 색감과 뿌연 영상 등으로 진행되는데, 각 장면 마다 스타일에 맞게 영상을 사용한 것도 있지만, 내용적인 면에 따라서도 영상을 달리하여, 제 3자가 마츠코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꿈 꾸는 듯한 뿌연 영상은 끔찍한 인생을 살아온 마츠코 자신이 항상 꿈을 꾸고 있음으로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 주기도 한다. 영화의 내용은 지워져도 이미지는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혐오스런 마츠코>는, ‘디즈니 영화의 히로인이 실수로 다른 문을 열어버린다면 마츠코처럼 살게 되지 않을까’라는 시점에서 영화를 시작했다는 말처럼, 디즈니 만화에서나 볼 법한 형형색색의 이미지들과, 또 ‘백설공주’가 숲속을 산책할 때나 봤던 것 같은 꽃들과 나비 때도 그렇고, 동화적인 상상력이 극대화된 영상을 담고 있다. 외곡 된 색감은 감독의 전작 <불량공주 모모코>에서도 만날 수 있었던 기법이었는데,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영화를 좀 더 영화스럽고, 판타지적으로 그리려는 데에 있어 강렬한 색감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데 공헌을 했다고 하겠다(한 얘로, 영화의 자료 사진들 가운데 색감이 적용되지 않은 일반 사진들을 보게 되면, 이 영화가 만약 이대로 일반적인 색감으로 제작이 되었다면 얼마나 심심한 영화가 되었을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적인 영화를 만들려고 한 감독의 생각답게, 영화에서는 의도적으로 웃음을 유발하도록 설정한 장면들이 있는데, 일단 영화의 인트로 크래딧부터 이 같은 의도를 대놓고 강조하고 있다. 'Memories of Matsuko'라는 영화의 제목과 나카타니 미키의 이름 등 주연 배우들의 이름들을 마치 고전영화 ‘벤허’에서나 볼 법한 강조된 폰트로 나열한 이 시작 장면은, 이 영화는 고전 영화의 특성들을 재미와 더불어 새롭게 승화시켜보겠다는 거침없는 포부를 담고 있는 하나의 선전 포고로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의 초반 마츠코가 교사이던 시절, 강에서 배를 타고 학생들과 노래하는 장면은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가 아이들과 집 앞 강가에서 커튼으로 만든 옷을 입고 노래하는 장면을 떠올릴 수 밖에는 없었으며, 영화 속에 은근히 계속 등장하는 ‘서스펜스 극장’ 시리즈는 정말로 웃길 려고 작정하고 만든 설정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마츠코를 연기하기 위해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고 인터뷰에 밝힌 것처럼, 이 영화는 마츠코를 위한 영화이자, 나카타니 미키의 의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나카타니 미키에 대해서는 이전에 <전차남>이나 우리 영화 <역도산>에 출연했던 여배우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혐오스런 마츠코>를 보고난 뒤에는 앞으로 가장 주목하는 여배우가 되어 버렸다(마츠코를 보고 난 뒤, 우연히 TV에서 방영하는 <역도산>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마츠코 에서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 적응이 잘 되지 않을 정도였다). 처음 나카타니 미키를 캐스팅 했을 때 그녀는 이미 원작을 잘 알고 있고, 마츠코에 대해서도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유쾌한 방식으로 새롭게 각색하려는 감독과 많은 언쟁이 있었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영화가 완성된 뒤 촬영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던 감독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나 언론에서도 많이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감독에게 ‘죽여버린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혹독한 대우를 당한 나카타니 미키는, 영화를 찍는 내내 고통스러웠고 자신 역시 감독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고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그러한 생각을 모두 접었다고 한다. 사실 ‘마츠코’라는 캐릭터가 워낙에 배우의 연기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녀가 보여준 연기와 노래와 춤은 나카타니 미키가 아니면 마츠코를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머금게 하는 열연을 펼쳤다. 특히나 서플에 담긴 인터뷰 장면이나 다른 영화에서 그녀가 출연한 모습을 보면, 그녀가 만들어낸 ‘마츠코’연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게 된다.



<혐오스런 마츠코>에는 주연인 나카타니 미키 외에도 여러 유명배우들이 출연하는데, 마츠코를 제외하면 가장 비중 있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쇼’ 역할은 신세대 배우 에이타가 맡고 있다. 사실 에이타의 경우 개인적으로도 TV시리즈 <노다메 칸타빌레>와 영화 <좋아해>에서 인상적으로 봤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우스운 건 영화를 보는 내내 그냥 어디서 많이 본 배우인데 하는 생각밖에는 못했다는 것이다(그만큼 영화에 완전히 빠져버렸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듯). 에이타 외에도 <허니와 클로버>에 출연했었던 이세야 유스케가 ‘류’ 역할로 등장하고 있고, <워너보이즈> <일본침몰>에 출연했던 에모토 아키라, 그리고 유명 뮤지션 보니 핑크가 직접 출연하는 등 화려한 캐스팅이 눈에 띤다. 그리고 <메종 드 히미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시바사키 코우도 거의 우정출연에 가까운 분량에 출연하고 있는데, 나카타니 미키보다 시바사키 코우에 더욱 관심이 있던 나로서는, 영화 포스터를 처음 보았을 때 시바사키 코우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인 줄 알았을 정도로, 두 배우의 얼굴이 너무도 닮은 듯하다.


DVD매니아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극장을 나오는 순간(아니 보는 내내), DVD가 언제나 출시될까, 어떻게 출시될까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국내에는 지난 6월 말 일반판이 출시되었고, 이번에 필름컷과 고급 양장본으로 한정판이 추가로 출시되었다. 사실 <혐오스런 마츠코>의 경우 너무 좋아하는 영화가 되어 버려서, 일본에서 출시한 코드2의 애장판을 구매할까도 생각했었는데, 자막 없음과 가격의 압박에 비한다면 국내에 출시된 한정판도 이 아쉬움을 덮을 만한 소장가치 높은 패키지로 출시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장으로 제작된 겉 패키지도 물론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70페이지 가량에 달하는 올 컬러 화보집은 이번 한정판만의 최대 장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영화가 개봉 당시 그리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지 못한 경우, 매우 단순한 패키지의 DVD로 출시되었던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번 <혐오스런 마츠코>의 경우는 DVD로서도 만족할 만한 패키지로 출시가 되어 우선 반가운 마음이다.



16:9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전체적으로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일본 영화의 경우 대체적으로 화질 면에서는 아쉬운 타이틀이 많았었는데, 그에 비한다면 화려한 영상이 주가 되는 마츠코의 경우, 다채로운 색감과 다양한 컴퓨터 그래픽이 그대로 살아있는 만족할만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과도하게 붉거나 뿌연 화면은 의도된 것임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사운드의 경우 DTS와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수록하고 있는데, 음악과 노래들이 많이 수록된 작품임으로 사운드의 중요성은 다른 타이틀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래의 경우 음악 타이틀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높은 서라운드의 활용을 들려주고 있는데, 노래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볼륨을 살짝 줄여야 할 정도로 이 부분의 사운드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하지만 기본 대사의 경우 나레이션을 맡고 있는 ‘쇼’의 음성이 다른 음성들에 비해 음량이 큰 편이라 조금 조절이 필요할 듯 하다.



총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DVD는 첫 번째 디스크에는 음성해설과 멀티 챕터가 수록되어 있는데, 멀티 챕터의 경우 ‘마츠코의 역사’챕터와 ‘뮤직’챕터로 나뉘어 있어서, 각 분류에 따라 영화를 즐길 수 있고, 음성해설의 경우 주연배우인 나카타니 미키가 빠진 것이 무엇보다 아쉽지만, 나카시마 테크야 감독과 이시다 프로듀서의 주도 속에 펼쳐지는 이 음성해설 트랙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재미와 더불어 장면에 대한 설명도 엿들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서플먼트가 수록되어 있는데, 전체적으로 각종 인터뷰와 메이킹 영상, 비디오, 그림 콘티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일단 메이킹 영상의 경우 2가지로 나뉘어 있는데, 둘 다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이고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메이킹 영상이라기 보다는 조금은 메리트가 떨어지는 제작과정 영상으로 조금은 아쉬움을 남긴다. 일단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은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감독인 나카시마 테츠야와 주연 배우인 나카타니 미키, 에이타, 이세야 유스케, 보니핑크가 참여한 인터뷰는 각각 주어진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감독의 인터뷰에서는 원작을 어떻게 뮤지컬 영화로 각색하여 영화화 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와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나카타니 미키의 인터뷰에서는 이미 여러번 화제가 되었던 감독과의 언쟁의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나카타니 미키의 인터뷰를 듣게 되면 바로 알 수 있지만, 그녀는 감독을 언급할 때 마다 꼭 앞에 ‘천재’라는 수식어를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붙일 정도로, 촬영 기간 내에는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는 감독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인터뷰 영상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각 배우들마다 따로 챕터를 두어서 선택하여 감상할 수 있게 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챕터의 나눔 없이 통째로 수록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혐오스런 마츠코를 즐기는 방법’에서는 극중 사와무라 메구미의 성인 비디오 촬영 현장과 음란한 형사 트릴로지 등 그중 소품으로 잠시 등장하는 이 부분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가 담겨있고, 역시 극중 TV시리즈인 ‘서스펜스 극장’의 촬영 에피소드도 담겨있다(서플을 보고 놀란 것이 의외로 이 서스펜스 극장 촬영의 경우 실제 낭떨어지 같은 곳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리고 극중 화려한 문신이 새겨진 오쿠라 슈지의 몸에 과연 어떤 문구들이 새겨져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는데, 얼핏 보기엔 무섭기만한 이 문신들에 얼마나 황당하고 단순하며 재미있는 문구들이 써있는지는 꼭 서플을 확인해야만 할 것이다. 이 밖에 비디오/그림 콘티에서는 앞서 음악을 설명할 때 이야기 했던 것처럼, 각 노래들마다 다른 사람이 콘티를 짠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콘티가 얼마나 상세하게 미리 작업되었으며, 그에 따라 마치 뮤지컬을 연습하듯, 댄서들이 안무를 짜고 연습하는 과정도 담겨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근래의 보았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새롭고 가장 다양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으며,
가장 깊은 여운이 남았던 작품이었다. 사실 일본 영화의 경우 팬들이 아니라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약간의 선입관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한데, 그렇기 때문이 이러한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이, 이 영화를 본 사람으로서 아쉽기만 하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영화를 보는 내내 보는 사람을 웃겼다 울렸다 하고, 주인공에게 완전히 동화되도록 만든 연출력과 그 어느 뮤지컬 영화도 부럽지 않은 노래와 춤,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은 ‘혐오스런’ 제목과는 달리 너무나도 ‘사랑스런’ 영화로 내 기억 속에 영원히 자리 잡을 수 밖에는 없는 멋진 영화였다.

글 / ashitaka


Matsuko Medley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嫌われ松子の一生: Memories Of Matsuko, 2006)
 
영화들 가운데는 개봉이전은 물론, 그저 누가 캐스팅되었다 혹은 이 얘기가 드디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 부터 무한한 기대를 갖고 보게 되는 영화들도 있고, 정반대로
아무런 기대도 없이 보게 되었다가 '과연, 이 영화를 놓쳤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오버스런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은 영화들도 있다.
 
이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아무런 기대가 없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장르라고 하니까,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저질 코미디는 아니라고들
하니까, 워낙에 새로운 일본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터니까 어느 정도의 기대를 가지고
보게 된 것을 사실이지만, 간단히 말해 그저 웃고 즐기러 극장을 찾았던 것이었는데,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재미와 감동과 여러가지 들을 느끼고 경험하게 된
정말, '이 영화를 놓쳤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생각이 전혀 오버스럽지
않을 정도의 멋진 영화였다!



본래는 무거운 분위기의 소설이었던 원작에 비해 이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한 리듬과 분위기를
잃지 않고 있다. 물론 갈 수록 처절해지다못해 보기조차 힘든 마츠코의 일생의 불행은
그대로지만, 감독이 그리는 방식은 무거움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말처럼 슬픈 일을 슬프게 보이도록 강조해서
슬퍼지는 기법도 있지만, 슬픈 상황을 유쾌하게 그리면서 나중에 가서는 유쾌하게 그리는데로
보는 이가 슬퍼지도록 많드는 더 임팩트한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영화 속 마츠코의 일생은 그야말로 불행의 연속, 최악 그 자체다.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덮으려다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그 것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며, 나중에는 본인에 대한 사랑마저
완전히 잃게 되어 삶의 의미를 더 이상 찾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마츠코는 TV연속극 주인공에게, 무대위에서 노래하는 가수에게 등
다른 인물과 다른 인생에 감정 이입을 하는 것으로 대리 만족을 느끼게 되고,
남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이 되고마는(자신의 행복은 결여된채),
그러기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게 된다.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서 그 무거운 분위기를 100% 느낄 순 없지만,
이 이야기를 영화가 아니라 단순히 시나리오로서만 읽어보았어도
애인에게 매번 폭력을 당하고, 또 그 애인은 결국 보는 앞에서 자살을 선택하고,
나중엔 여기저기 이상한 곳에 엮이게 되어 인생의 최악의 경험들도 하게 되고,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고, 감옥에서 복역도 하고, 나중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되고 만다는 이야기는, 사실 유쾌할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야말로 초 암울의 무거운 이야기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유쾌한 분위기와 다채로운 영화로 탄생시킨 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아마도 영화의 곳곳에 깊숙히 스며들어 있는 음악(노래)들과 상영시간 내내 꿈꾸는 듯한 착각을
들게 했던 독특한 영상미라 하겠다.
 
장르 특성상 뮤지컬로 분류될 만큼 이 영화에서 노래가 갖는 의미는 절대적이다.
마츠코의 감정 변화가 대사 보다는 노래로서 더욱 직접적으로 표현되며,
빠르게 설명되어 지는 마츠코의 '일생'을 각 사건마다 함축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은
노래와 그 가사말듯이었다.
 
그리고 매우 놀랐던 것은 수록된 노래들의 장르가 비슷한 듯 하지만
팝, 동요, 엔카, 힙합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장르로 그려지고 있으며, 겉핥기 식이 아니라
제대로 그 장르의 맛을 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사뭇 놀랐다.
특히 감옥에서 펼쳐지는 힙합 곡 'What is a Life'는 인트로 부분에서 죄수 복을 입은
여죄수들을 훑어내려가는 카메라 웍부터 고전 뮤지컬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도미노식 안무와
힙합 뮤직 비디오에서 자주보아왔던 형식의 영상들이 정말 놀라웠다.
아무래도 이런 영상이 가능했던 것은 수년간 CF감독으로 활동했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경력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노래들과 노래가 흐르는 부분의 영상이 더 돋보였던 것은
감독이 이 장면들에서 전형적인 고전 뮤지컬 영화의 틀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아가씨와 건달들> <사랑은 비를 타고>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같은 클래식 뮤지컬 영화들을
보면 노래를 주고 받거나 노래가 삽입된 부분에서 일정한 형식의 패턴이 존재하는데,
이런 부분들을 정확히 찝어내고 있기 때문에, 절로 웃음이 (웃겨서라기보다는 흥분되어서)
나올 수 밖에는 없었다(그나마 최근 본 뮤지컬 영화 가운데 '프로듀서스'가 재미있었던 이유도
바로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영화의 주 모티브가 되었던 동요를 마츠코의 인생에
한 부분씩 함께 했던 인물들이 한 소절씩 나눠 부르는 장면에서는
<매그놀리아>에서 느꼈었던 전율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꿈꾸는 듯한 영상.
시작부터 지나치게 붉은 색감으로 시작된 영화는 시종일관 외곡된 색감과 뿌연 영상으로
진행되는데, 어쩌면 혐오스러울 정도로 처절한 마츠코의 인생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주기 위한 배려였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끔찍한 인생을 살아온 마츠코 자신이
항상 꿈을 꾸고 있음으로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종종 프랭크 밀러의 <씬시티>가 떠오르기도 했었는데,
나레이션도 그렇고, 만화같은 배경과 색감이 한 몫을 했다.
그리고 더 만화같은 하늘과 강 옆에 주욱 늘어선 그 길.
 
영화는 지워도 이미지는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디즈니영화의 히로인이 실수로 다른 문을 열어버린다면 마츠코처럼 살게 되지 않을까'라는
시점에서 영화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 말에서 알 수 있듯 디즈니 만화에서나
볼법한 형형색색의 이미지, 또 '백설공주'가 숲속을 산책할 때나 봤던 것 같은
나비때도 그렇고, 동화적인 상상력이 극대화된 영상은 정말 지워지지가 않을 듯.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재미를 주려고 작정한 설정들이 몇가지 있는데,
사실 타이틀 제목이 나올 때 부터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흡사 <벤허>를 연상시키는 강조된 폰트로 뿌려지는 영화의 타이틀과 주연 배우들을
한 화면에 주루룩 나열하는 고전 스타일의 크레딧부터, 이 영화는 고전 영화의 특성들을
재미와 더불어 새롭게 승화시키겠다는 거침없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츠코가 교사이던 시절 강에서 배를 타고 학생들과 노래하는 장면은
누가봐도 <사운드 오브 뮤직>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TV에서 등장하는 '화요 미스테리 극장' '수요 미스테리 극장' '심야 미스테리 극장'등
제목만 바꿔가며 똑같은 낭떨어지 추격 설정을 보여준 것도 작정한 장면이었다 ㅋ



주연을 맡은 나카타니 미키에 대해서는 누구도 왈가와부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마츠코'라는 캐릭터 자체가 배우의 연기력을 극대화시킬 여지가 많은
캐릭터이긴 했지만, 그녀가 보여준 연기는 러닝 타임 동안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전해줄 수 있는
수준급의 연기였다. <역도산>에서의 나카타니 미키가 전혀 생각나지 않았을만큼
완전 '마츠코'가 되어버린 그녀에게 더할나위 없는 찬사를!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일본의 유명 배우들이 여럿 등장하고 있다.
뭐 마츠코를 제외하고는 가장 비중있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쇼'역할에는 에이타가
출연하고 있는데, <좋아해>나 <노다메 칸타빌레>를 통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임에도
영화에 너무 심취해버린지라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그냥 '어디서 본 배우인데'하는 생각만 했었다니 --;
 
<허니와 클로버>에서 만났었던 이세야 유스케가 '류'역할로 등장하고 있고,
<워터보이즈> <일본침몰>에 등장했던 에모토 아키라 등 이외에도 몇몇 영화에서
얼핏얼핏 얼굴을 익혀왔던 배우들이 여럿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시바사키 코우도 거의 단역에 가까운 분량에 출연하고 있다.
(사실 이 영화의 포스터를 멀리서 첨 보았을 때는 주인공이 시바사키 코우인것으로 착각했었다.
그만큼 나카타니 미키와 시바사키 코우가 닮은 듯 하다 ㅎ)
 
 
앞서 얘기한것처럼 단순히 웃고 즐기려는 편한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다가
매우 웃고, 매우 울고,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얻고 말았다.
일본 영화에 계속 관심이 가는 이유는 이 같이 새로운 스타일과 이야기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를 더 많은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이 영화를 놓치지 않은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새겨본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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