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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소 고지 (Hacksaw Ridge, 2016)

신념을 갖는다는 것, 그 고통의 의미


멜 깁슨이 '아포칼립토 (Apocalypto, 2006)' 이후 10년 만에 연출을 맡은 영화 '핵소 고지 (Hacksaw Ridge, 2016)'는 2차 세계대전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임에도 참전하여 많은 생명들을 구해냈던 실존 인물 데스몬드 도스의 실화를 담고 있다. 종교적인 신념으로 인해 총을 드는 것(살인을 하는 것)을 거부했던 데스몬드가 지옥같이 참혹한 전장 속에서 수많은 생명들을 구해낸 이야기는 멜 깁슨이 평소 증오하던 히어로물의 대한 반증이자 대답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핵소 고지'가 전쟁 영웅에 대한 이야기인가 하면 물론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영웅적일 수 밖에는 없는 인물의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최대한 영웅적 면모를 걷어 내고자 하는 동시에 그의 내면의 신념에 관한 갈등을 전쟁의 포화 속 보다도 더 큰 전장으로 그려낸다. 바로 그것이 멜 깁슨이 말하고 싶었던 진짜 히어로물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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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트라우마이자 종교적 이유로 인해 총기를 드는 것을 거부한 데스몬드는, 그럼에도 자신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이 모두 나라를 위해 참전하고 목숨을 바치는 현실에 홀로 참전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으로, 참전을 결심하게 된다. 물론 총기를 들고 일본 군을 향해 공격하는 것 대신 동료들을 구하는 의무병으로서 말이다. 하지만 훈련소에서부터 그의 이러한 신념은 지휘관과 동료들의 벽에 부딪히고 만다.


사실 군에서 데스몬드에게 강조하는 논리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또 합리적이다. 일본군이 너에게 총을 겨눌 때, 더 나아가 자신의 가족을 해치려 할 때에도 총기를 들지 않겠다는 신념 때문에 공격을 하지 않고 죽음을 맞을 것이냐 라는 질문에, 데스몬드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데스몬드의 신념은 합리적 계산이나 논리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 말 그대로 양심에 따른 믿는 바이기 때문이다. 그저 살인을 할 수는 없다는, 설령 그것이 모두가 죽고 죽이는 것이 암묵적으로 동의되는 지옥의 전쟁터라 하더라도 그럴 수는 없다는 그의 신념은, 결국 우여곡절 끝에 실제 전투가 벌어지는 전쟁터로까지 이어진다. 


데스몬드가 핵소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전투에 참여하게 되는 이후부터는 좀 더 전형적이고 그야말로 영웅적인 전쟁 영화의 전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가 참전을 허락받기까지의 과정이 있었기에 이 참혹한 전장 속에서의 그의 영웅적 면모가 더 특별하게 다가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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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라는 지휘 체계의 예외가 되는 순간부터 데스몬드는 모든 이와 자신의 신념을 두고 싸워야 했는데, 영화는 이 과정을 어쩌면 후반 부의 전쟁 보다도 더 큰 전쟁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데스몬드의 반대편에서 그를 내몰고자 했던 이들을 그저 신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억압하는 나쁜 이들 정도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에는 데스몬드를 그저 정신 나간 놈 정도로 여겼던 지휘관과 동료들은 그의 영웅적 활약이 있기 전에도, 그의 신념을 이해는 하지 못해도 인정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진심으로 그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선에서 모두가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그의 제대를 권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데스몬드도 정확한 답을 하지 못했던 것처럼 관객 역시 쉽게 답할 수 없는, 더 나아가 데스몬드의 신념을 과연 현실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가 하는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너의 신념 때문에 네 동료와 가족의 목숨을 지킬 수 없다고 해도 끝까지 신념을 지키겠는가 혹은 고집하겠는가 하는 질문 말이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실화로 존재해 세상에 알려지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거의 다 그러한 신념을 끝까지 지켜내 일종의 증명을 해낸 인물들일 것이다. 그들 역시 대부분은 스스로 자신의 신념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무엇인가로 증명해 내기 전에는 (대부분은 죽음으로 증명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다)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고통받고 본인 스스로도 내적으로 엄청난 갈등으로 더 큰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핵소 고지'의 주인공인 데스몬드의 이야기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가 전장에서 보여준 기적 같은 활약상이 없었더라면 과연 그의 동료들은 물론 후세에 이들이 그가 가졌던 신념에 대해 지금처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하는 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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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으로 말해 모든 억압하는 것들을 이겨내 기적 같은 일을 해내는 것으로 스스로 증명해야만 자신의 신념을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참담한 현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마치 예수가 제자들에게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자는 행복하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예수조차 증명이 필요했던 신념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갖기 어려운 것인지 또 지켜내기 어려운 것인지를, 반대로 신념을 끝까지 지켜내 세상에 증명해 낸 데스몬드의 이야기를 보며 곱씹어 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멜 깁슨의 '핵소 고지'는 전쟁 영화로서의 미덕도 충분히 갖고 있는 영화다. 핵소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벌어지는 전장의 묘사는 그 어떤 전쟁 영화에도 뒤처지지 않는 공포감과 현실감 그리고 참혹함을 전달한다. 고지 위에서 쉴세 없이 빗발치는 적군의 총알들이 주인공과 동료 사이를 관통하고 또 빗겨 나가는 장면들의 몰입감은 적당한 핸드 헬드와 압도적인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완성된다. 새삼스럽지만 '핵소 고지'는 극장에서 꼭 봐야만 하는 영화다. 그것도 사운드 환경이 우수한 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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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제 핵소 고지의 높이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보다는 3분의 1 정도의 높이더군요. 영화적 효과를 위해 일부러 3배 정도 높이를 높였다고. 그리고 실제 데스몬드 도스의 이야기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더군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오히려 영화 속 데스몬드가 극적 현실감을 위해 더 덜어낸 느낌.


2. 메가박스 M2관을 일부러 찾아가서 본 보람이 있었어요. 전장의 표현에 있어서 사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이 영화는 꼭 사운드가 좋은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작품입니다.


3.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 곳곳에서 젊은 멜 깁슨이 보이더군요. 특히 그가 바보처럼 환하게 웃을 땐 멜 깁슨의 그 환한 미소가 겹쳐지더군요. 사실 이 캐릭터에 앤드류 가필드가 과연 어울릴까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좋은 연기였어요.


4. 아, 그리고 간혹 2차 세계대전을 그린 미국 영화들이 범하는 실수에는 일본군을 그저 짐승이나 악마로 그려내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신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영화로서, 일본군 역시 그들이 믿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참전한 이들이라는 점을 말미에 보여줌으로써, 그러한 우려를 잘 피해 가고 있어요. 너무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것보다도 오히려 이 정도로 신념의 개념으로 각각 묘사해 내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이었다고 생각되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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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아틀라스 (Cloud Atlas, 2012)

영속성으로서 가능한 영원에 대하여



미리 밝혀두자면 나는 워쇼스키 남매의 팬이다. 최악의 평가를 받았던 '스피드 레이서'에 대해서도 아직까지도 재평가 받아야 한다고 (스필버그의 '우주 전쟁' 까지는 아니더라도) 주장하는 바이고. 그럼에도 워쇼스키와 톰 티크베어가 함께 쓰고 연출한 '클라우드 아틀라스 (Cloud Atlas, 2012)'는 기대와 동시에 걱정도 되는 작품이었다. 원작을 읽지는 않았지만 대략의 시놉시스와 스틸컷들로 보았을 때 워쇼스키가 자신들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위해 너무 많은 볼거리를 가져다 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었기 때문이었다 (172분이라는 러닝 타임도 그 우려에 한 몫을 했다). 그렇게 보게 된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우려하던 바와 같이 조금은 흔들리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여섯 가지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는 가운데 그들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듣고 나니, 조금은 직접적이지만 순수한 그 의도에 감화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 있는 유치함으로 도배된 '스피드 레이서'에서 왈칵 했던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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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 이미 '무릎팍 도사' 등을 통해 알려졌던 것처럼 이 영화는 '윤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는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윤회'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만약 이 영화가 윤회에 대한 영화였다면 별똥별 표식이 있는 이가 각 시대별로 누구인지 더 명확하게 소개했었을 것이며, 굳이 이 정도의 분장쇼를 동원하며 다른 배우로 윤회를 표현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인간 혹은 영혼의 불멸이나 환생, 윤회 등이 아니라 각기 다른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 온 어떤 메시지 혹은 가치관의 힘이라고 느꼈다. 즉, 시대를 거듭하며 새로운 존재로 윤회하는 영혼의 이야기라기 보다 각 시대, 특히 그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려던 어떤 존재 혹은 계층의 움직임이 그 시대 내에서는 비록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그 실패가 영원한 것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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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렇다면 이건 대단한 희망의 메시지이자 위로의 메시지가 되는데, 물리적으로 한 시대를 살 수 밖에는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계를 뛰어 넘는 영화적 시간 배경은, 하나의 이야기만 보자면 실패담이거나 별 다를 것 없는 성공담일 수 있는 이야기들 간의 영속성을 만들어 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차라리 윤회 보다는 '나비 효과'에 더 가까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영화 속 나비 효과가 윤회라는 형식을 빌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텐데, 그럼에도 이 영화를 '나비 효과'의 영화로 부를 수 없는 이유는 인물들이 놓지 않았던 그 '의지'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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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효과는 그 원인이 되는 행위나 그 행위의 주체가 그 원인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 전혀 알 수 없고 그 결과에 대해 의도하는 바도 없지만,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주인공들은 모두 그 시대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개혁하고 벗어나려는 강한 의지가 있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의지는 본인이 살고 있는 현재의 개혁 뿐만 아니라 더 나은 다음 세상을 위한 의지가 담겨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는 나비 효과의 영화라기 보단 영원 (永遠)에 대한 영화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영화 속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영원에 미쳤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들에게 그들의 의지와 삶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는 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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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예상 외의 고어한 장면들도 있고, 배경 역시 시대에 따라 클래식부터 SF까지 변화를 계속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영화는 아주 직접적으로 자신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사로 전달한다. 거대한 바다 앞에 작은 물방울일 뿐이다 라는 얘기에 그 물방울들이 모여서 바다가 된다는 대답을 들었을 때, 결국 워쇼스키가 하고 싶었던 말을 이거였구나 싶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복잡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듯 하지만, 사실 굉장히 단순한 메시지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히려 그 메시지가 너무 순수하고 여린 탓에 마치 '스피드 레이서'가 그랬던 것처럼 유치하거나 시시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해 보이는 여러 겹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실로 순수했다. '순수'와 '순진'은 전혀 다른 것이지만 많은 순수한 것은 순진한 것으로 오인되곤 하는데, 엄밀히 말해서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오인될 여지가 제법 있는 작품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는 없겠다.


하지만 난 그래도 워쇼스키와 톰 티크베어가 말하고자 한 영속성으로 가능한 영원에 힘을 보태고 싶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는 중이거나, 혹은 실패가 자명하지만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 자신이 다할 때까지 투쟁하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결코 헛된 투쟁이 아니고,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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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 Neo Seoul에는 별다른 불만이 없어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서울은 지금의 서울과 같은 의미로 등장한다고 보긴 어려우니까요. 즉, 논란이 될 만큼의 포인트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2. 벤 위쇼가 등장하는 부분은 왠지 톰 티크베어가 연출하고 썼을 것만 같은 느낌이더군요. 굳이 '향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말이에요. 어쨋든 벤 위쇼는 정말 멋지게 나옵니다.


3. 배두나는 '공기 인형'과의 연속성이 느껴졌는데, 재미있는 건 잠깐이지만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외국배우가 한국말 할 때처럼 어색하게 들렸다는 점이었어요 ㅋ


4. 배우들의 분장쇼는 재미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렇게까지 '쇼'적인 측면을 굳이 강조할 필요가 있었나 싶긴 하지만요. 배두나가 분한 1명, 할리 베리가 분한 1명 정도 빼고는 거의 다 알아봤는데, 휴고 위빙이 간호사라는 걸 못알아본 관객이 많다는 것에 전 더 놀랐어요 ㅋㅋ 휴고 위빙은 워낙에 강렬한 얼굴이라 얼굴을 다 지우지 않는 한 너무 쉽게 알아보겠더라구요 ㅎ 아, 주신도 몇 캐릭터는 못 알아봤어요. 하긴 주신이 나오는 줄도 사전에 몰랐던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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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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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인 [매트릭스]는 복잡하리만큼 다양한 고대 신화들과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완벽하게 융합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커다란 문화적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매트릭스 리로디드]에 대해서는
전편 보다 이른바 ‘약하다’는 평들도 있었지만,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필자를 포함해 대다수라고 여겨진다).
[리로디드]는 [레볼루션]을 돕기 위한 전편이며, 전체적 이야기의 단서와 실마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전편에서 텍스트를 이용한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면.
[리로디드]에서는 액션을 통해 내공을 전달하고 있다.
[리로디드]에서는 액션이 곧 철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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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o the Matrix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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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리로디드](이하 리로디드)는 전편과는 다르게(어찌 보면 워너답지 않게),
두 장의 디스크에 본 편과 서플먼트를 각각 수록하고 있다. 이미 여러 번 언급이 되는 말이지만
DVD세계에서 [매트릭스]가 갖는 의미는, 그 어느 타이틀도 감히 가까이 갈 수 없는
막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리로디드]에 갖는 기대와 궁금증은 그 어느 타이틀보다도 큰 것이었다.
[매트릭스]의 경우 이후 출시되는 타이틀들의 지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훌륭한 퀄리티를 지닌
최초(?)의 타이틀이었지만, 초창기에 출시된 타이틀이라 다양한 서플먼트에
한글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남았었다. 하지만 [리로디드]는 모든 서플먼트의
한글 자막은 물론 서플먼트만을 위해 한 장을 더 할애하여 2장의 디스크로 출시가 되었다.
서플먼트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간단하게 화질과 사운드에 대해 알아보자.



일단 화질은 물론 최근 출시된 타이틀과 영화 자체의 퀄리티를 감안하였을 때 나무랄 대없는
영상을 제공한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워낙에 어두운 장면들이 주를 이루는 지라 다른 좋은 화질의
타이틀들에 비해 우수함을 피부로 느낄만한 장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시온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마치 [스타워즈 에피소드 2]에서 보았던 것처럼
온통 백색의 배경으로 이루어진 씬을 통해 티끌하나 없는 화질을 느껴볼 수 있다.
사운드는 워너의 정책(?)에 따라 DTS가 역시나 수록되지는 않았지만 돌비디지털 5.1채널은
액션 장면에서, 특히 결투장면에서 ‘탁, 퍽’하는 합을 이루는 사운드를 실감나게 전하고 있다.
DTS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조금 약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으나,
그것은 양적인 면일 뿐 질적인 면에서는 훌륭한 퀄리티의 사운드를 제공하고 있다.
2번째 디스크의 수록된 서플먼트를 섹션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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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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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과정과 배우, 스텝들의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는 프리로드에서는 주연을 맡은
키에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로렌스 피쉬번 등과 제작자인 조엘 실버, 그리고 모니카 벨루치,
제이미 핀켓 스미스, 휴고 위빙 등 배우들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리로디드]의 탄생에 감춰져있던
많은 에피소드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이 ‘감독을 믿었기 때문에 시나리오도 읽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매트릭스 시리즈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었다’등 자화자찬 식에 말들이 주를 이루지만,
매트릭스 정도면 이 정도의 자화자찬은 크게 오버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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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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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세계에서는 전작 매트릭스와 리로디드, 그리고 애니 매트릭스와 게임 엔터 더 매트릭스를
연관지어, 매트릭스에 대해 총체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에서도 제작자와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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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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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고속도로를 빌려 촬영이 어려워 실제로 고속도로를 건설해 촬영했다는 사실과
이 장면만으로도 전편의 총제작비에 달하는 자본을 쏟아 부었을 정도로 엄청난 스케일을 보여 주었던
고속도로 추격 장면이, 어떻게 촬영되고 만들어 졌는지 상세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영상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또 한 번 이 같은 장면이 만들어지기 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아이디어가 동원되지는 새삼 깨달을 수 있게 만든다. 이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를 보면서
‘이 장면은 어떻게 촬영했을까?’하는 궁금증을 아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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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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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는 매트릭스의 컨셉을 이용해 촬영한 음료 광고에 대한 에피소드와 국내 기업 삼성이 맡아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핸드폰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외에 ‘엔터 더 매트릭스 : 게임’에서는 이미 게임으로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엔터 더 매트릭스’의 제작과정과 장면들을 소개하고 있고, ‘애니 매트릭스 예고편’에서는
제목과 같이 예고편을 수록하고 있다. 이 예고편은 기존에 애니 매트릭스를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흥미는 없는 서플이나 아직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반대로 흥미로운 서플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재미있는 영상이 수록되어 있는데, MTV뮤비 어워드를 위해 제작된 리로디드의
패러디 영상이 그것이다. 엔씽크의 멤버인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영화배우 숀 윌리엄 스콧이 주연한
이 패러디 영상은, 매트릭스를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을 만한(물론 아는 사람이,
특히 미국 문화를 잘 아는 사람이 더 웃을 수 있을 것 같다)내용을 담고 있다.

곧 닥칠(11월 5일 개봉 예정) [매트릭스 레볼루션]을 만나기전에 적절한 타이밍에 타이틀이
출시되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리로디드]와 [레볼루션]은 한 작품이라도 봐도 무방할 만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으로, 시기적으로 필수의 아이템이 될 것 같다.
 이러한 분위기는 [레볼루션]이 개봉된 이후에도 계속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극장에서와 같이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레볼루션]의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으니
 절대 놓치지 않길 바란다.



2003.10.10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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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는 액션 블럭버스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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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2 리로디드](이하 리로디드)를 설명하고 있는 문구 중에 하나이다.
이 같은 형용사를 감히 붙일 수 있는 영화는 아마도 [매트릭스]뿐일 것이다.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던 [매트릭스]가 개봉한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우리는 그 사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2],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해리포터]등
많은 대작들을 겪었지만, 매트릭스의 팬들로서는 그 어느 것도 성에 차지는 않았다.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 [리로디드]에 대해 이미 많은 매체에서 언급되었던 장면들을
위주로 다시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새로운 부분을 언급하는 것은 스포일러에
위험이 너무도 많았음을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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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믿기 시작한 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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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과 내용적으로 그 시작이 가장 다른 점을 들자면, 바로 네오의 자기 인식이다.
[매트릭스]에서는 그저 현실에 만족 못하고 두 가지 삶을 사는 해커 네오였던 앤더슨은,
 모피어스(Morpheus)에 이야기와 여러 가지 일들, 영화의 마지막 죽음과 부활을 겪으며
그(The One)로서의 자신을 믿기 시작 한다(끈질기게 앤더슨이라고
자신을 부르는 스미스 요원에게  ‘My Name is Neo'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순간부터
자신을 믿으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로서의 네오가 자신을 믿기 시작했다는 것은 영화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일단 1편에서는 처음 요원과 대결할 때, 화려한 총알 피하기 묘기를 선보이기 전
트리니티에게 도움을 청했었지만, [리로디드]에서는 이렇듯 주저하고 자신없어 하는
네오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다.

그는 오히려 동료들의 안전을 걱정하여 자신이 처리할 테니 빨리 피하라는 식으로 변해버렸다.
그는 또한 1편에서 총알 피하기와 총알 멈추기 등의 능력을 선보였지만,
이는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했다.
1편 마지막 장면에서 잠시 나왔던 하늘을 나는 모습은, [리로디드]에서는
멋진 준비 포즈와 함께 여러 번 볼 수 있으며, 동료들을 구하고 적을 상대하는
아주 중요한 능력이 되어버렸다. 또한 그저 손동작만으로 총알을 멈추어 버렸던
그로서의 능력 또한 엄청난 업그레이드로, 셋이서 권총으로 공격받는 것이 아닌
여럿이서 기관총으로 공격받는 것에도 개의치 않는 존재가 되었다.
이렇듯 당당해진 네오의 모습은 1편에서는 불가능하던 여러 가지 장면을 가능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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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주목할 만한 액션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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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의 스미스 요원과 네오와의 전투 장면과 고속도로에서 트리니티와 모피어스가
트윈스와 요원들과 펼치는 추격 장면이 그것이다. 이미 많이 언급이 된 장면으로,
[두개의 탑]의 헬름 협곡의 전투 씬과 같이 대대적으로 알려졌던 장면이다.
먼저 무려 100명의 스미스 요원과 네오와의 전투 씬은, 그야말로 끔찍할 정도로
계속 튀어나오는 스미스 요원이 압권이다.
그야말로 이연걸이나 보여줄 수 있는 무술 실력을 보여주는 네오는,
CG의 도움을 받으면서 완벽한 액션 씬을 연출하였다. 이 장면에서 네오가 보여주는 봉술(?)은
무술감독 원화평의 손길이 묻어나 마치 황비홍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전투가 끝날 때까지 입을 떡 벌리고 다물 수 없게 만들 정도로
숨 가쁘고 다이나믹하게 전개된다.

다음은 고속도로를 배경으로 한 추격 장면이다. [리로디드]를 소개한 모 프로에서
2편에서는 액션이 곧 철학이며, 철학이 곧 액션이라고 했다.
그만큼 철학적인 깊이와 더불어 액션에 강도를 극대화 시켰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고속도로 크기에 도로 세트를 만들어 촬영하였다는 이 장면은,
그야말로 추격의 묘미와, 액션의 아름다움을 모두 포용하고 있다.
[리로디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키메이커를 구출하기 위해 벌이는 이 추격적은,
자동차에서 자동차로, 또 오토바이로 그 탈 것을 변화시키면서 속도를 극으로 내몰게 된다.
검으로 차를 베어버리는 모피어스의 모습은, 트윈스와의 대결에서는 대등함을 보이지만,
역시 요원과의 대결구도에서는
부족함을 나타낸다(아시다시피 요원과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은 ‘그’인 네오 뿐 이다).




이 두 장면을 설명하는 것만 해도 더 많은 얘기들을 하고 싶지만, 최대한 아무 얘기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 이 장면들 외에도 예언자 오라클을 지키는 고스트와 네오가 벌이는
결투장면은, 1편의 네오와 모피어스의 결투장면이 그러하였듯,
완벽하게 홍콩 무술영화의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이 고스트 역할은 이연걸이 내정되어 있었으나, 이연걸 측의 높은 개런티 요구로
무산되고 말았었다. [리로디드]에서 고스트가 출연하는 씬은 단 한 번 뿐 이지만,
그래도 이연걸이 출연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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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과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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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편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파란약과 빨간약을 선택하라고 했을 때부터,
모든 선택은 결정되어 진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1편에서 네오는 오라클을 만나 자신에 대해,
예언에 대해 물었었다. 자신이 인류를 구원할 ‘그’인가 하는 것과, 화분을 떨어트린 것에 대해
오라클에 화분을 조심하라는 말 때문에 떨어트린 것인지, 아니면 화분을 떨어트릴 것을 알고
조심하라고 했던 것인지에 대한 것과 같은 예언에 대한 것.


하지만 [리로디드]의 네오는 이미 스스로를 믿고 있었고, 더 이상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은 없었다.
오히려 오라클의 존재에 대해 묻고 ‘왜?’하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리로디드]에서 네오는 1편에서와 마찬가지로 또 선택에 기로에 선다.
하지만 이 선택은 어찌 보면 여지가 없는 이미 결정되어 진 것에 대한 따라하기 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네오 자신의 의지에 의한 선택인지, 아니면 이미 여러 번 그러하였듯
네오 자신도 모든 오차와 불규칙성마저도 계산에 넣은 프로그램에 따라 결정되어 지는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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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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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오만한(?)카피는 바로 평론가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폄하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속은 텅 빈, 액션으로만 치장한 블록버스터라고 하기도 하였으며, 결국 기대를 저버린
속편 정도로 폄하하며, 1편에 비해 너무나도 컷 던 기대 탓이라고 그 이유를 돌렸다.
하지만 이렇게 앞 다투어 한심하다는 평을 내놓는 이들을, 일반인인 필자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들이 얼마나 엄청난 장면들을 기대했었는지는 모르지만,
위에도 언급했던 두 장면에 대해 평범하다든지 아쉽다 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는 듯 하다.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충분히 상상을 추월한 장면들이 많았고,
1편 보다 약해졌다는 철학적인 깊이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히 충격적이고 생각해볼만한 대사들이 즐비하였으며, 지루하기는커녕 몇 번을 더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야기가 지루해지고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1편인 매트릭스를 몇번 이고 다시 감상하여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한 뒤 2편을 다시 보기 바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리로디드]는 워쇼스키 형제가 만들어낸 매트릭스 시리즈의
한 편일뿐, 그들의 이야기는 3편인 [레볼루션]이 개봉된 후에야 정식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갑자기(그야말로 갑자기), ‘결말은 다음에‘라는 말은 당혹과
아쉬운 마음이 달아오르게 했지만, 그래도 다행인건, 반지의 제왕의 경우처럼 1년씩
기다려야 하는 일이 없는 것을 위안삼아야 하겠다.
11월에 개봉될 [레볼루션]으로 매트릭스 속에서 현실을 모르고 기계에게
지배당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은 깨어날 것인지, 시온은 무사할 것인지,
모든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네오는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인지,
[리로디드]의 수많은 의혹들은
모두 풀릴 것인지...앞으로도 하루하루 기다릴 일이 쉽지 많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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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the Matr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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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매트릭스’란 무엇인가? 우리가 [매트릭스]를 접하는 과정 중에서 가장 우선이
되어야할 요소이다. 영화의 제목이자 가장 기본이 되는 배경이기도 한 ‘매트릭스’에는,
최고의 흥행과 인기를 끄는 대부분의 블록버스터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그야말로
심오한 무언가가 감추어져 있다.
사실 매트릭스를 흔히 말하는 가상현실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죄책감이 들 정도로,
치밀하고 복잡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재앙으로 이야기되어도 좋을 [매트릭스]는
미래에 대부분의 재앙이 그러하듯 결국 인간들의 끝을 모르는 자만과 허영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A.I(인공지능)를 탄생시키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말 그대로 A.I가
스스로를 자각하고 정체성을 갖게 되면서, 스스로를 복제하여 세력 확장을 이루면서 인류를
협할 만큼의 힘을 갖기에 이른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기계들에 의해 생존마저
위협 당하게 된 인류는, A.I가 전력 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태양을 인간 스스로 파괴시킴으로서
A.I의 작동을 멈추려 한다.

하지만 뛰어난 A.I들은 대체 동력원을 금방 찾아내게 되고, 그것은 바로 자신들을
오랜 시간동안 노예로 삼아왔던 인간들이었다. 인간들은 A.I에게 키워지고 길러지면서
그들이 원하는 동력원으로서의 역할로 완전히 지배당하고 만다.
A.I에게 가장 두려운 요소는 인간들이 현실을 자각하게 되는 일이었는데,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매트릭스’이다. 첫 번째 매트릭스는
전혀 결점이 없는 완벽한 탓에 인간들은 의심을 갖게 되고, 결국이 어 실패로 끝나게 된다.
이에 A.I들은 현실과 똑같이 어느 정도 결점들을 배치하여 불완전한,
그야말로 현실적인 매트릭스를 탄생시키게 되고, 인간들은 전혀 의문을 갖지 않고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매트릭스 속에서 영원히 잠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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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형제보다 위대한 워쇼스키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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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광대하고도 심오한 세계를 창조한 이들은, 당시 저예산 영화 [바운드]로
소수에게만 알려졌었던 래리 워쇼스키(Larry Wachowski)와 앤디 워쇼스키)Andy Wachowski),
 바로 워쇼스키 형제이다. 이들은 [공각기동대], [아키라]등 아니매와
SF소설의 대가 필립 K.딕, 오우삼 스타일의 홍콩영화 등에 그야말로 마니아이다.
이런 것 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각종 철학서적에도 능통한 것은 어찌 보면 조금은 의외일 수도 있겠다.
워쇼스키 형제가 가진 능력을 반영하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자면,
래리는 자신의 평소에 열렬하게 팬이었던 저명한 사상가이자
프린스톤 대학의 교수인 커널 웨스트를 쵤영장에 모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웨스트 교수의 말에 따르자면, 래리는 ‘헤르만 헤세에 대해 독일을 석학들보다도
더 많이 알고 있었다’고 얘기했을 정도이니, 이들을 그저 반짝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감독들로 분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도움을 주러 왔던 웨스트 교수는 촬영장을 떠날 때,
래리에게 더 많은 것을 배워갔을 정도라니....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워쇼스키 형제가 팬들에게는 라이트 형제와 버금가는
(그 이상의..)평가를 받는 이유는, 이렇듯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수박 겉핥기식에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총체적이고 전반적인, 마니아를 뛰어넘은
수준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같은 그들의 능력은 자신들이 얘기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관심사, 대중의 관심사까지 모두다 [매트릭스]안에 융합하여 그야말로 ‘바이블(Bible)'을
탄생시키게 하였다. 심오한 철학적인 요소로서 작품성을 극대화 시켰고,
’불릿-타임‘으로 불리는 신기술과 초감각의 스타일적 요소로서 대중성마저
극대화 할 수 있었던 것이 이들의 가장 큰 재능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과연 누가 이 같은 다양하고 복잡하면서도 심오한 이야기와 정서를 한 영화 속에
담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것은 감히 말 하건데,
[스타워즈]의 범우주적 세계를 창조했던 조지 루카스나, 상상력 하나 만은 최고로 뽑는데
누구도 주저하지 않을 스티븐 스필버그, 스타일리스트 데이빗 핀처,
장으로 추앙받는 알프레드 히치콕, 스텐리 큐브릭,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시민 케인]의 오손 웰스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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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철학과 극한의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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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매트릭스]의 이 같은 엄청난 성공은 전혀 예견된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워쇼스키 형제는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신예 감독에
불과했고, 그 당시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은 모두 다 새롭게 시작되는 거대 시리즈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1]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해 전 세계의 관심사는 결국
[스타워즈]가 아닌 [매트릭스]에게로 돌아갔고, 역시 스타워즈가 그러하듯 관심을 넘어선
마니아 층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이같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된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는 철학과 액션의 조화라고
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영화는 이 두 요소 가운데 한 가지에만 치중되기가 일쑤인데,
매트릭스는 놀랍게도 이 두 가지를 모두 극한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끌어올림으로서
그야말로 경이로운 영화를 탄생시켰다.

먼저 액션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자. 사실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으로만 따지자면,
조지 루카스가 자랑하는 I.L.M에 맞서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I.L.M이 만들어내는 영상은
그야말로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엄청난 것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완전히 눌러버린 [매트릭스]만의 비장의 무기는 바로 ‘불릿-타임’이었다.
각자의 위치에 촘촘히 자리한 여러 대의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불릿-타임’은,
1초에 12,000프레임이나 들어가는 엄청나게
정밀한 슬로우 모션 영상을 실현시키며, 그야말로 영상 기술의 혁명을 가져왔다.
극중 네오가 요원의 총알을 넘어지듯 피하는 장면은 이 ‘불릿-타임’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장면이라 하겠고, 수많은 CF나 영화 등에서 패러디 되면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불릿-타임’외에 [매트릭스]를 보며 또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바로 주인공들이 펼치는
현란한 쿵푸 액션 장면이다. 그 동안 헐리웃은 동양 무술에 대한 동경으로 그들의 영화에서
많은 시도를 했었지만, 관객들이 보기에는(특히 홍콩영화를 비교적 많이 접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게만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헐리웃은 성룡이나 이연걸 등을 출연시켜 그대로 가져오려 하지만 이마저도
크게 성공한 것 같지는 않았다(와이어 연기를 펼치는 성룡이나 이연걸의 연기는 우리가
보았을 때는 참으로 어색한 것이었다).

오우삼 감독의 영화라던가 홍콩 무술에 특히 관심이 많았던 워쇼스키 형제는,
자신들의 영화에 쿵푸 적인 요소를 삽입하기로 하고, 그야말로 제대로 된 쿵푸의
스승을 초빙하게 된다. 그는 바로 홍콩 최고의 무술 감독인 원화평이다.
이미 [와호장룡]으로 헐리웃에서도 인지도가 있던 그는, 이제는 단순히 무술감독을 넘어서서
영화 전반에 그의 이름이 언급될 정도로 칭송받는 인물이 되었다.
제작자인 조엘 실버가 이야기하듯 ‘워쇼스키 형제의 심오한 철학을 액션으로 녹여낸 인물’
이기도 하다. 그의 내공 깊은 액션은 단순 때려 부수는 액션이 아닌 철학적 의미를
담은 동작을 원하는 워쇼스키 형제와 잘 어울리며, 말 그대로 액션 그 이상의
액션 장면을 만들어냈다.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로렌스 피쉬번 등 주연 배우는
원화평의 혹독한 무술지도를 받아내야 했으며, 그 결과 그들은 웬만한 홍콩 배우들은
능가하고도 남을 액션 장면을 스크린 속에서 펼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화려한 액션에 내포된 영화의 철학적인 주제.
[매트릭스]는 여러 면에서 성서와 비교가 되곤 한다. 워쇼스키 형제의 천재성은
이 같은 곳에서도 자주 발견되는데, 성서의 구절이라던가, 배경 등을 오묘하게
영화 중간 중간에 포함시키며 철학적인 내용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이렇게 숨겨놓은 장치들을 제외하더라도, [매트릭스]속 인류를 구원해야 하는
그(The One)인 네오는 예수와 닮아있으며 (죽음과 부활에 이르는 과정 또한 그러하다),
네오를 깨달음으로 이끄는 모피어스는 역시
예수에게 세례를 배 풀었던 세례자 요한의 모습과 닮아있으며,
트리니티의 이름은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를 뜻하기도 한다.
또한 동료들을 배신하고 다시 매트릭스로 돌아가게 되는 사이퍼는,
예수를 배신하는 유다와도 흡사하다. 성서와도 흡사한 내용들이 많지만,
사실 [매트릭스]는 그리스신화에 더 바탕을 두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특히 2편인 [리로디드]에 가면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 주체성에 대한 고찰, 현실과 비현실, 기계 문명과의 공존관계, 믿음...
[매트릭스] 속에는 근접하기 힘든 주제들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생각해볼 거리에
대해서는, 워쇼스키 형제의 의도가 그러하듯 각자가 느끼는 데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편이 옳을 것이다.

2003.10.10

글 / ashitaka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조심해주세요^^)

기억하라, 기억하라
11월 5일을....
화약 음모 사건. 그 사건은 결코 잊혀 져선 안 된다.

(Remember, Remember
The Fifth of November..... The Gunpowder Treason and Plot
I Know of no Reason Why the Gunpowder Treason
Should Ever Be Forgot)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극중 ‘이비’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되는 ‘브이 포 벤데타’는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던 작품이다. 그 화제의 주된 목적은 바로 ‘매트릭스’제작진이 만든 영화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런 홍보 문구가 번잡스럽게 치장하고 있는 영화들을 속속들이 살펴보면, 사실상 회자되는 영화에서 그다지 큰 역할을 담당한 경우가 아니거나, 매우 극소수의 스텝이라 ‘...팀’이라고 불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오히려 이런 홍보 문구들이 영화의 본질은 재껴두고 잘못된 기대심만 부추겨 영화자체의 평가를 시작부터 몰살시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명실상부한 ‘매트릭스 팀’이 만든 영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감독을 비롯해 매트릭스의 우수한 주요 스텝들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걸작이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조 감독이었던 제임스 맥티이그가 메가폰을 잡았으며, 워쇼스키 형제는 제작은 물론 원고의 초안을 쓰기도 했고, 매트릭스 세계의 전체적인 디자인을 담당했던 프로덕션 디자이너 오웬 페터슨이 ‘브이 포 벤데타’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고 있다. 그 밖에도 나중에 서플에 관해 이야기 할 때 다시 언급하겠지만 매트릭스 시리즈를 제작한 조엘 실버가 제작을 맡고 있다 (심지어 서플먼트를 잘 살펴보다보면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키아누 리브스의 대역을 맡았던 배우가 스턴트맨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 또한 엿볼 수 있다).



분명 진정한 ‘매트릭스 팀’이 만든 영화임은 틀림없지만, 이번 경우에도 이 홍보문구는 조금의 잘못된 기대를 불러일으킨 경우가 될 듯하다. 물론 매트릭스 시리즈가 단순한 SF액션물이 아닌 ‘생각하는 SF’라는 평처럼 철학적인 내용과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의 배경지식을 동원하는 작품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매트릭스 팀이 만든 영화라고 하면 대부분의 관객들은 SF액션을 기대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브이 포 벤데타’에도 액션이라 불릴 만한 장면들이 분명 존재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 ‘액션’은 양념일 뿐, 영화의 장르는 정치 스릴러에 가깝다. 영화의 바탕이 되는 사건은 바로 1605년 11월 5일, 무정부주의자 가이 포크스가 영국의 제임스 1세 정부의 독재체재에 반하여 의회를 폭파시키려다 실패, 처형된 일명 ‘화약 음모 사건’이다. 3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획일화 되고 자유가 탄압받는 사회에 ‘브이’라는 남자가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나타나 다시 한 번 세상에 이 사건을 되새기고, 의사당을 폭파시키겠다고 알리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코믹스였던 원작이나 영화인 ‘브이 포 벤데타’에서 이야기하는 정치적인 성향이 이전 영화들에게서 전혀 없던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이전에도 정부의 음모론이나 억압되고 패쇠된 사회에서 이에 항거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많이 있어왔다. 하지만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많은 돈이 들어간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특히 9/11 이후 테러에 관해 몹시도 조심하고 있는 미국사회에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우선 놀랍다. 2005년과 2006년에 들어오면서 점차 조금씩 테러와 관련한 영화들이 조심스레 차츰 늘어가고 있지만, 이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내용은 어찌 보면 너무도 직설적이다. 몇 가지 걱정스러울 정도로 정치적인 설정들을 말해보자면, 그 첫 번째로는 먼저 미국이 몰락한 세계정세에 있다. 영화는 미국이 일으킨 3차 세계대전 이후 몰락한 미국이 아닌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미국 내에서 만들어진 텍스트가 이런 설정을 지니고 있다는 자체가 놀랍다(물론 여기서 ‘놀랍다’라는 것은 메이저 제작사에서 제작한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전제하에서 더욱 그렇다. 서플을 보다보면 제작자인 조엘 실버가 이런 영화를 가능케 해준 워너브라더스의 용기에 감사한다는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다).



그 다음은 이 영화에 가장 근간을 이루고 있는 독재체제와 은폐되고 음모로 가득 찬 정부의 모습에 있다. 9/11의 충격이 가실 즈음 여러 저널리스트나 의식 있는 작가들은 이 사건에 얽힌 음모론에 관해서 조사하고 정리하여 사람들에게 알리기에 이르렀는데, 그 중 아마도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들 수 있겠다.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이 음모론에 근거하여 부시 행정부를 조롱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면 최근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 ‘루스 체인지 (Loose Change)’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접근방법으로 소름 돋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간단히 종합해보자면 9/11 참사는 결국 사고가 아닌 미 정부의 치밀한 계획 아래 치러진 계획범죄라는 것이다. ‘브이 포 벤데타’는 이런 음모론이 나돌던 시기에 비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을 담고 개봉하기에 이르렀다. 극중에서 독극물로 인해 수만 명이 죽게 된 사건이 결국 정부의 음모였고 이를 은폐해 왔다는 것이 밝혀지는데, 이러한 설정 자체가 9/11 이후 계속되는 음모론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장면 영국 의회 건물이 폭발하는 장면은, 9/11 이후 테러와 관련된, 특히 건물 폭파 등에 관련된 장면에 대해 굉장히 조심했던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정말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감한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단순한 정치 원리와 자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설정들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작업이 된 것 같다.



‘브이 포 벤데타’는 분명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탄압받고 획일화된 사회를 그려서 인지, 건물을 비롯한 배경의 디자인은 어두우면서도 고풍스런 16~17세기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미장센은 영화를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임에도 ‘가까운 미래’라는 것을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브이 포 벤데타’가 고급스러우면서 멋스러운 영화로 기억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V 역할을 맡은 휴고 위빙의 멋진 목소리라고 생각된다. 이미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도 ‘엘론드’ 역할을 맡아 멋진 내레이션을 선보인바 있는 그는, 영화 내내 마스크를 쓰는 탓에 목소리가 매우 중요한 V 역할을 맡아 또 한 번 인상적인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평소에 대화 투에서도 멋진 목소리는 빛이 나지만, 연설이나 설교하는 장면들에서는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흡입력 강한 어조와 목소리로 관객들을 손쉽게 사로잡고 만다. 사실 러닝 타임 내내 웃는 얼굴의 마스크로만 비춰졌던 V의 표정이 지루하지 않고 계속 다르게 느껴졌던 데에는 휴고 위빙의 멋진 목소리 연기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삭발 연기로 화제를 모았던 나탈리 포트만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삭발에 관한 이야기만 화제가 된 것이 억울할 정도로 그녀의 영화 속 연기는 매우 뛰어났다. ‘매트릭스’의 네오가 그랬던 것처럼 처음엔 평범한 방송국 직원이었던 ‘이비’가 압제에 저항하는 자유의지를 갖는 캐릭터로 변해가는 과정을 잘 그려내며,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멋진 작품을 남겼다. 핀치 경감 역할을 맡은 스티븐 레아도 빼놓을 수 없는데, 바바리를 입은 모습과 헤어스타일, 표정 등은 정말로 핀치 경감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완벽한 모습과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느와르 영화와 형사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사실 이 영화를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V나 이비가 중심이 아니라 V가 일으킨 하나의 사건을 통해 수사를 거듭하여 결국 정부의 거대한 음모를 파해 치게 되는 핀치 경감 주연의 스릴러물로 볼 수도 있는데, 여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이 바로 완벽한 캐릭터를 만들어낸 스티븐 레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셔틀러 의장 역의 존 허트, 디트리히 역의 스티븐 프라이, 루이스 프로더로 역의 로저 알람, 딜리아 역의 시네드 쿠삭 등 여러 중견 연기자들이 멋진 연기를 펼쳤다.



‘브이 포 벤데타’ DVD는 한정판과 일반판으로 나뉘어 출시되었는데, 특히 한정판은 이전 폭스의 ‘킹덤 오브 헤븐 DE'에서 사용되었던 슬림 틴케이스가 사용되어 소장가치를 더하였다. 2.35:1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최신작답게 우수한 화질을 선보이고 있다. 조명이 어두운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암부 표현력이 최고라고 말하긴 어려운 수준이지만, 평균 이상이며 감상에 지장을 주거나 사물을 분간하기 어렵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다. 어두운 장면이 많은 등장하는 것과 동시에 영화에 사용된 색들 또한 회색이나 검은색, 짙은 갈색 등 화려하고 다양한 색들 보다는 적은 수의 어두운 색들이 주로 등장하는데, 이에 대비되는 짙은 붉은 색 등의 표현은 평균 이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하는 사운드는 최신작에 걸 맞는 우수한 수준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초반과 후반의 폭발 장면에서 더 웅장한 폭발음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나 워너에서 DTS를 수록할 일은 아마도 없을 듯하니, 현재의 돌비디지털에 만족해야 할 듯(절대 돌비5.1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님). V가 격투 중 단도를 휘두르고 던질 때에는 선명한 채널 분리도를 느낄 수 있으며, 쉐도우 갤러리에 흐르는 줄리 런던의 'Cry Me a River'도 공간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혹자는 센터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V의 대사전달이 조금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V의 대사 자체가 마스크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현실적으로 반영한 사운드이니 문제가 되지 않을 듯하다.



2번째 디스크에는 서플먼트가 따로 수록되었는데, 최근 출시되는 타이틀의 경향으로 보았을 때 ‘브이 포 벤데타’ 정도의 타이틀에 감독이나 배우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지 않은 것이 먼저 아쉽다. 'Designing the Near Future'에서는 감독 제임스 맥티그와 제작자 조엘 실버, 나탈리 포트만, 휴고 위빙 등이 출연하여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등장한 89개의 세트와 베를린을 비롯한 로케이션 장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Remember Remember : Guy Fawkes and the Gunpowder Plot'에서는 디트리히 역의 스티븐 프라이와 프로더로 역의 로저 알림의 소개로 가이 포크스에 관한 이야기를 짧지만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에 관련한 저서를 쓴 작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가이 포크스의 의회 폭파 시도 사건이 갖는 역사적 의의와 16,17세기의 사회적 배경에 관해 들려준다. 영국 내에서는 가이 포크스와 이 사건이 제법 인지도가 있지만, 사실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은 국내에서는 매우 유익한 영상인 듯하다. 'V for Vendetta and the New Wave in Comics'에서는 원작인 DC코믹스의 그래픽 소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원작 자체가 당시 코믹스에서는 없던 것들을 시도한 창시적인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이 밖에 사운드 트랙 광고 화면과 만화를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 영화에 삽입되었던 Cat Power의 뮤직비디오, 극장 예고편 등이 담겨있다.

2006.07.20
글 / ashitaka



아래는 보너스 캡쳐

 

매트릭스의 제작자 조엘 실버와 감독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하고
매트릭스 시리즈 조감독 출신의 제임스 맥테이그와
스미스 요원 휴고 위빙, 나탈리 포트먼 주연의 영화.
 
사실 국내에서는 매트릭스의 이름값에 어떻게든 묻혀서
흥행을 해보려 홍보전략을 짠 듯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홍보전략은 역시나 그렇듯이 관객 속이기에 가깝다.
 
영화에 대해 잘 몰랐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트릭스 류의 SF액션 영화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듯 했기 때문이다
(내 주위에 관객들도 영화가 끝난뒤 매우 실망한 기색이었다 --;)
 
 여튼 그런 기대없이 정상적인 기대만을 가지고 보게 된 나에겐
기대만큼의 감흥을 얻은 작품이었다.
 
SF라고는 하지만, SF라기보다는 정치와 사상에 관련된 스릴러이며
이념과 권력에 관한 다른 방식의 고발 영화이기도 하다.
 
멀지 않은 미래에 미국 주도의 3차 대전이 벌어진다는 설정이나
영화의 마지막 영국의 의사당 건물이 폭발하는 장면등은 9/11이후
테러, 특히 건물폭발에 대해 민감한 헐리웃에서 만들어졌다고 하기에는
너무 노골적이고 용감하기까지한 내용이 아닌가 생각된다.
 
엄청난 음모가 결국은 정부 주도의 사악한 만행이었으며,
도청이나 미디어를 통해 국민들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가운데
진실을 외곡시키는 사회의 모습은 흡사  5.18 광주 혹은
아일랜드의 블러디 선데이가 떠오르기도 한다.
 
대부분의 헐리웃 영화가 정부와 테러 간의 구도에서
무차별적 테러에 대항하는 정부에 편에서 이야기를 풀어갔었다면
이 영화, V for Vendetta는 국민에게 진실을 감추고 통제하려드는
정부에게 진실을 알리려드는 테러에 편에 서 있다는 점이 다른 점일듯.
 
정부 관료들이 밀실에 모여 거대한 스크린의 의장을 필두로 회의를 갖는 장면은
흡사 에반게리온을 떠올리게 했다.
 
이미 에이전트 스미스와 엘론드 역할을 통해
멋진 보이스를 선사했던 휴고 위빙은, 이 영화에서 V 역할을 맡아 본격적으로
멋진 목소리를 들려준다. 나탈리 포트먼은 그저 삭발을 했다는 사실만이 화제가
되었던 것이 아쉬울 만큼 스타워즈 에피소드 3에서와는 또 다른 인물을 자연스레 소화한다.
 
V for Vendetta는 내 생각엔 매트릭스의 후광을 받지 않았더라면
더 좋은 영화로 처음부터 각광을 받았을 영화라고 생각된다.
괜히 매트릭스라는 이름이 거론되는 바람에 (물론 감독과 제작자, 배우까지 연관되어 있으니
어느 정도 거론은 어쩔 수 없다곤해도), 기대완 달라 실망하거나
화려한 SF액션물로 오해되는 경향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매우 정치적이며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한 노골적인 독설이 담긴 영화로
또 다른 버전의 '볼링 포 콜럼바인'이라고까지 하면 무리일까 ㅋ

 
글 / ashitaka


p.s 1. 확실히 IMAX의 위용은 일반 극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스케일과 화질, 음질을 선사했다.

         시야 가득 남는 부분없이 꽉차는 화질과 높은 암부 표현력은 역시 IMAX가 최고.


     2. 영화속 혁명의 날인 11월 5일은 '매트릭스 레볼루션'의 개봉일이기도 하다니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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