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는 명실공히 현 오버그라운드 힙합 씬의 대표 뮤지션 중 한 명이다. 그 자신이 랩퍼로서는 물론 프로듀서로서도 뛰어난 역량을 선보이며 1집 [College Dropout]과 2집 [Late Registration]이 모두 음악적 완성도와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단숨에 스타에 자리에 올라섰다. 단순히 본인의 앨범으로만 따지면 1, 2집의 성공이 갑작스러운 것으로 여겨질 지도 모르나, 사실 이미 예전부터 제이-지(Jay-Z)를 비롯해 루다크리스, 알리시아 키스 등 수많은 힙합 뮤지션들의 앨범에 참여하여 뮤지션들과 팬들 사이에서는 실력자로 정평이 나 있던 그였다. 그래미상을 무려 5개나 수상한 1집에 이은 2집 [Late Registration]은 1집의 성공에 버금가는 완성도와 인기를 얻으며, 카니예 웨스트라는 이름을 대중들에게는 물론, 뮤직 비즈니스 계에 강하게 인식시켰다. 이런 큰 인기를 반영하듯 2005년 9월 21일 에비 로드에서 가졌던 [Late Orchestration] 라이브 실황 DVD도, 국내에 비교적 빠른 시일에 수입이 되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카니예 웨스트의 2집 앨범은 비슷한 시기에 발표했던 타 힙합 뮤지션들의 앨범들보다 확실히 스트링적인 면이 더욱 부각된 곡들로 짜여 져 있었다. 힙합 음악을 다양한 장르와의 조우로 인해 새로운 변주곡으로 만들어내는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카니예 웨스트는, 2집 앨범에서 스트링과의 조화를 이끄는데 많은 애를 썼다. 이번 공연은 카니예와 17인조 여성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공연이라고 해야 할 만큼, 더더욱 스트링에 중점을 둔 공연이라 할 수 있다. 마치 R.E.M.이나 애니 레녹스가 예전에 했던 분장을 연상시키는 오케스트라 멤버들의 강렬한 분장도 인상적이다. 오케스트라의 스트링을 바탕으로 특유의 재치와 그루브가 느껴지는 비트가 깔리고, 그 위에 춤추듯 뿜어내는 카니예의 랩핑이 더해진다. 최근 들어서는 랩퍼로서의 카니예보다 프로듀서로서의 카니예로 더욱 인정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도 확실한 자기만의 라임을 갖은 랩퍼로서 수준급의 랩핑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상당히 액티브한 동작들로 뿜어내는 랩핑은 오디오적인 면뿐만 아니라, 비주얼적인 면에서도 관중을 압도한다.



총 12곡이 수록된 공연은 라이브 공연치곤 많지 않은 곡이 담겼지만, 그 대신 12곡 중 한 곡도 대충 넘길 곡이 없을 만큼 한 곡 한 곡 멋진 편곡과 무대가 돋보인다. 시에라 레온의 곡을 멋지게 커버한 2집 첫 번째 싱글곡 ‘Diamonds’를 시작으로, ‘Touch The Sky’, ‘Crack Music’, ‘All Falls Down’ 등 기존 버전보다 좀 더 스트링이 강조된 그의 히트곡이 모두 수록되었다. 마룬 5(Maroon 5)의 애덤 레빈(Adam Levine)이 멋진 보컬을 선사했던 ‘Heard Em Say’는 존 레전드의 피아노 연주로 들려주며, 도입부분 독특한 샘플링이 인상적인 ‘Late’와 컨시퀀스(Consequence)가 피처링한 ‘Gone’, 또한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 곡은 강력한 메시지와 예전 그래미 무대에서 대형 날개를 달고 등장했던 모습이 연상되는 ‘Jesus Walk’로, 짧지만 인상 깊었던 에비 로드에서의 공연은 마무리된다.



[Late Orchestration] DVD는 16:9 와이드스크린의 화질과 DTS, 돌비디지털 5.1 & 2.0채널의 사운드를 수록하였다. 화질은 일단 풀 스크린이 아닌 와이드로 수록된 점이 반갑다. 화질 자체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범한 수준이며, 간혹 격렬한 움직임 뒤에 잔상이 빨리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시청하는 데에는 전혀 불편함은 없었다. DTS가 수록된 사운드는 매우 만족스러운데, 아담한 공연장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좀 더 실감나는 공간감을 느낄 수 있었고, 비트와 스트링과 랩핑이 선명하게 구별되는 깔끔한 사운드를 수록하였다. DTS와 돌비디지털 5.1채널간의 선호도는 역시 기호차이라고 보면 될 정도로, 우퍼스피커 강약의 약간의 차이만 있었을 뿐, DTS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사운드 스펙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총 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라이브 타이틀임을 감안하였을 때, 이 정도 분량의 서플먼트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먼저 2집 앨범 주요 수록 곡들의 뮤직비디오를 수록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다른 메이킹 필름 성격의 영상보다도 뮤직비디오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카니예 웨스트는 2장의 앨범을 발표한 뮤지션치고는 발표한 뮤직비디오가 모두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점이 타 뮤지션들과 비견되는 또 하나의 장점이다. 고풍스런 흑백 영화를 보는 듯한 ‘Diamonds’는 물론이요, 제이미 폭스의 참여와 영상 각도의 묘미를 선보였던 ‘Gold Digger’, 아하(A-ha)의 ‘Take On Me’를 연상시키는 스케치 풍의 애니메이션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Heard Em Say’, 카니예와 염문설을 뿌리기도 했던 파멜라 앤더슨이 직접 출연하고 코믹한 분장과 설정이 돋보이는 ‘Touch the Sky’ 등 각각 개별적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갖는 뮤직비디오들이다. 특히 'Heard Em Say'는 애니메이션 버전 외에 미셸 공드리가 감독한 버전이 추가 수록되었는데, 짧지만 이 뮤직비디오 속에서도 미셸 공드리만의 재치 넘치고 독특한 카메라 워크와 구성을 엿볼 수 있다(개인적으로 2집 앨범에 스트링 세션을 담당했던 Jon Brion과 뮤직비디오를 만든 미셸 공드리가 카니예의 곁에 있다는 점은 그에게 매우 큰 플러스 요인이 되는 듯하다).



이 밖에 공연을 준비하는 리허설과 메이킹 영상 등은 따로 수록되어 있지 않고, ‘Follow the Bear’라는 섹션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데, 이는 매트릭스 DVD의 ‘White Rabbits’처럼 콘서트 본편 중간에 관련된 영상이 있으면 곰돌이 마크가 생겨, 클릭을 하면 관련 메이킹 필름을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리허설 영상들을 통해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준비, 연습하는 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 12분 분량의 인터뷰 영상이 수록되었다. 메이킹과 인터뷰에는 영어를 비롯한 몇 가지 언어의 자막이 제공된다. 카니예의 라이브 영상을 매번 작고 질 낮은 화질의 스트리밍으로만 즐겼던 팬들에겐 필 구매 타이틀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글 / ashitaka

200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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