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ME . All rights reserved


앞으로도 없을 영원 불멸의 존재 데이빗 보위 (David Bowie)를 보내며


데이빗 보위가 현지 시간으로 1월 10일, 18개월 간의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최근 그의 28번째 정규 앨범인 'Blackstar'를 발매했다는 소식을 듣고 뮤직비디오도 보았었던터라 그의 죽음은 갑작스럽기만 했다. 아..영원히 살 것만 같던 그가 죽음을 맞이 하다니. 아마도 믿겨지지 않는 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터.


많은 뮤지션과 배우들이 자신 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갖고 팬들에게 깊게 각인되기는 하지만, 단언컨데 데이빗 보위는 그 가운데서도 유일무이한 대체할 이가 없는 유니크한 존재였다. 그는 무엇보다 록스타라는 이미지가 가장 어울렸던 뮤지션인 동시에 '데이빗 보위'라는 이름이 마치 한 사람의 이름이라고 느껴지기 보다는 어떤 '존재'의 이름 혹은 의미로 기억되는 이였다.





그리고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듣고나니 더 선명해진 것은, 그는 단 한 번도 인간으로서의 젊음을, 뮤지션으로서의 품위를, 신비함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는 69세의 나이에 암으로 죽음을 맞게 되었지만 그의 죽음은 마치 짐 모리슨이나 존 레논, 지미 헨드릭스처럼 젊은 시절 요절한 록스타를 떠올리게 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바로 몇 달 전에도 새 정규 앨범을 냈을 정도로 꾸준하게 활동을 해왔는데도 말이다. 단순히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 외모 때문이 아니라 데이빗 보위라는 존재에게는 보통 사람들의 시간이나 중력이 적용되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냥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데이빗 보위를 떠올릴 때 단 한 번도 '이제 늙었구나'라거나 '언젠간 세상을 떠나겠지..'라는 생각조차 해보질 않았던 것처럼, 그는 정말 특별한 존재였다.



ⓒ WarnerBros. All rights reserved


그래서인가. 한참 음악을 많이 듣기 시작하던 20대 초반에도 그는 특별한 존재였다. 분명 더 많은 곡들을 좋아한 건 마이클 잭슨이나 존 레논이었지만, 데이빗 보위는 그들 과도 다른 매력이 있었다. 우연히 듣게 된 'ziggy stardust' 앨범으로 시작 된 그에 대한 관심은 글램록 시대를 거쳐, 비교적 근래에 발매한 앨범들에 이르기까지 한 장 한 장 골라 들을 때 마다 전혀 다른 음악들로 더 빠져들게 했고, 어린 시절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 '라비린스'는 물론 역시 비교적 최근작이었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프레스티지'에서 연기했던 테슬라 역할까지. 그는 매번 다른 이미지와 느낌의 역할과 음악을 선보였지만, 놀랍게도 그 모든 앨범과 영화에는 공통적으로 신비스럽고 미스테리한 그 만의 매력이 가득 했었다. 단순히 그가 화성과 우주를 노래해서 만이 아니라, 그는 정말로 외계에서 온 존재 같았다. 그러한 컨셉을 연기한 아티스트가 아니라 정말 그런 존재인 것 같았다.


그는 내개 항상 호기심의 대상이자 막연히 닮고 싶었던 존재 그리고 언젠가 더 깊게 완전히 알아내고자 했던 존재였다. 그런 그가 이렇게 홀연히 자신의 별로 돌아가 버렸다.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음악과 연기를 남기고 돌아가버린. 우주적인 존재 데이빗 보위를 기리며.

Rest In Peace. David Bowie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저작권자 에 있습니다.






퍼렐 윌리엄스 내한공연에 다녀와서!

Pharrell Williams _ Audi Live 2015 Korea



퍼렐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만 해도 그가 이렇게 슈퍼스타가 될 줄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다. 솔로 활동과 N.E.R.D 활동, 그리고 유명 동료 뮤지션들 앨범의 프로듀서로 참여한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었지만, 사실 Happy가 전 세계적인 사랑을 얻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블랙뮤직을 듣는 매니아들 사이에서만 스타인 뮤지션이었다. 그래서 처음 그가 '해피피트'의 사운드 트랙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오~ 퍼렐이 이런 메이저 사운드트랙에도 참여하네?' 싶었었다 (비슷한 경험으로는 슈렉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Dashboard Confessional이 있다). 'Happy'가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하던 순간부터 어느새 음악과는 별개로 패션의 아이템으로도 부상하기 시작한 퍼렐. 정말 칸예보다 퍼렐의 내한공연을 먼저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ㅎ

내한 공연 리뷰랄 건 없고, 간단하게 후기를 남겨본다.


1. 심플한 구성과 쉴새없이 진행되는 라이브


퍼렐이 내한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무대는 어떻게 진행될까 하는 부분도 궁금한 부분이었는데, 다른 블랙뮤직 뮤지션들과 비슷하게 퍼렐과 백댄서, 코러스 싱어, 백밴드로 이뤄진 비교적 심플한 구성이었다. 코러스도 2명이 전부였고 (이 코러스는 가끔 댄서팀과 합체하기도), 댄서팀 (Baes)은 여성 5명으로 이뤄졌고, 밴드도 기타, 베이스, 드럼 정도로 이뤄진 듯 했다. 퍼렐의 솔로 곡들이 대부분 기승전결이 분명한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루틴하게 리듬이 반복되는 형태인데, 그래도 댄서들의 안무가 더해져서 조금은 보는 재미가 더했다. 본인이 직접 목상태가 좋지 않다고 얘기했을 만큼 100%라고 보기는 어려웠는데 (결과물이 그런 것 보다도 퍼렐의 표정이 뭔가 좀 피곤한 듯 했다), 간혹 문제가 되었던 해외 뮤지션들의 성의없는 라이브와 비교할 바는 아니었다. 그저 120%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은 좀 덜했다는 정도.


2. 관객들이 너무 'Happy'만 알고 있다


사실 올림픽체조 경기장을 거의 가득 채울 정도로 관객 수는 대단했는데, 솔직히 대다수의 관객들은 'Happy'를 비롯한 최근 몇 곡 (그가 피처링한 곡들 위주)으로 그를 인지하고 팬이 된 경우였다고 봐야겠다. 그게 잘못된 건 (당연히) 아닌데, 그가 비교적 덜 알려진 곡을 노래하거나, 특히 N.E.R.D 시절의 노래를 할 땐 전반적으로 호응도가 떨어지는 분위기였다. 퍼렐이 몇 번이나 객석으로 마이크를 돌려 'Say What?'을 외쳤지만 기대 만큼은 떼창은 나오질 못했던 것이 사실. 체조경기장의 사운드 시설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보니 녹음된 코러스와 관객들의 코러스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나, 이후 엄청난 떼창이 나왔던 (퍼렐이 가슴에 손을 얹고 감동하는 바로 그 장면) 'Get Lucky'와 비교해보자면 분명히 그 외에는 다 조금씩 아쉬운 떼창이었다.





3. 클라이맥스는 'Happy'가 아닌 'Get Lucky'


이미 Happy가 앵콜 곡이라는 걸 다 알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Get Lucky'였다. 사실 이 곡을 한동안 얼마나 많이 들었나. 많이 들은 걸로만 치자면 아마 해피에 30배는 더 들었을 터. 그 익숙한 전주가 나올 때 부터 그 때까지도 그럭저럭 버텨오던 지정석의 일부 관객조차 모두 일어나게 만드는 임팩트를 보여주었던 겟 럭키의 떼창은 그야말로 내한공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앞선 곡들에서 비교적 떼창이 잘 안나와서 '잘 모르나...' 싶었었던 퍼렐이기에 더 감동이 배가 되었을지도 ;;). 진짜 겟 럭키는 훨씬 더 오래 연장해도 좋았을 법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끝내서 아쉬울 정도였다.



Daft Punk - Get Lucky ft. Pharrell Williams (First Live Performance HD @ HTC live)



4. 'Freedom'. 퍼렐은 광복절을 알고 있었다.


물론 관계자가 알려주었겠지만, 퍼렐이 광복절을 언급하며 앵콜에 다시 한 번 'Freedom'을 열창한 장면은 소름 돋을 정도로 감동이었다 (참고로 프리덤은 이 공연의 첫 곡이기도 했다). 처음 뮤직비디오를 보았을 때도 이 곡이 얼마나 임팩트 있는 곡인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지만, 광복절을 앞두고 이 곡을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최근 본 영화 '셀마'도 떠오르고. 공연 끝나고 돌아오면서부터 지금까지, 입에 '뿌리덤!' 붙었다 ㅋ



Pharrell Williams - Freedom (HDH Entertainment)


5. 관객들과 함께 한 무대는 라이브의 묘미를 보여주기도...


몇몇 곡들에서 무작위로 남자관객 여럿, 여자관객 여럿, 그리고 아이들 여럿을 무대 위로 올려서 함께 춤추는 구성이 있었는데, 확실히 무작위라는게 느껴질 정도로, 생각보다 무대와 잘 녹아들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ㅋ 특히 'Happy'를 부를 땐 아이들 여럿이 무대 위에 올라왔는데 아마도 기획한 대로하면 아이들이 해피에 맞춰서 막춤도 추고 신나게 놀아야 하는데, 전부 얼어서 그냥 그자리에서 서있기만해서 (심지어 박수도 안치고) 오히려 뻘쭘한 분위기가. 퍼렐이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하이파이브를 하는데 그것도 겨우 하는 정도로 ㅋ


6. 패셔니스타 퍼렐이 이럴 수가...


라이브 만큼이나 기대되었던게 그가 무슨 옷을 입고 나올까 하는 거였는데, 심플한 티셔츠와 엉덩이에 크게 아디다스 로고가 새겨진 바지로 등장한 퍼렐은, 놀랍게도 그 의상으로 공연이 끝날 때까지 노래했다. 중간에 퍼렐이 빠지고 백댄서 팀이 등장해 댄스타임을 갖길래, 이번에 다른 옷을 입나 보다 했으나 아니었고, 한 번 더 그런 타이밍이 있었으나 아니었고, 마지막 앵콜 뒤 다시 나올 땐 드디어 갈아입겠거니 했으나 그대로였다. 저 'DRY ALLS' 티셔츠 꼭 찾아서 사고 싶을 정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응답하라 1994 드라마 콘서트

드라마의 여운을 마무리하는 콘서트



지난 번 관련 포스팅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오로지 응칠 때문에 처음부터 오히려 관심을 덜 갖게 되었던 응답하라 1994는 결국, 응칠 보다도 더 좋아하게 된 작품이 되어버렸다. 드라마가 끝나고 하루하루를 OST와 관련 소식 들을 접하는 것으로 연명하던 중, 드라마 콘서트 라는 형식의 공연이 준비 중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이후 이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2월 15일 토요일. 그 날은 왔고, 저녁 8시 경희대 평화의 전당은 흥분과 두근거림은 물론, 무언가 뭉클함 마저 가득 찬 그런 공간과 시간이었다.




토요일 하루 에만 총 2회 공연으로 진행된 이번 콘서트 가운데 8시 저녁 공연을 관람하였는데, 공연을 기다리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었다. 일단은 쓰레기, 나정이, 윤진이, 삼천포 등 주연 배우들이라기 보다 캐릭터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었고, 극 중 삽입되었던 90년대 히트곡들을 라이브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스타들을 오랜만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들이었다. 특히 그 가운데는 최근 가수 활동을 거의 하고 있지 않은 김민종과 아예 연예계 활동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손지창이 정말 오랜 만에 선보이는 '더 블루'의 무대가 가장 기다려 질 수 밖에는 없었다 (손지창이라니!). 그리고 내 90년대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그룹인 015B와 솔리드 김조한의 무대도 기대가 가득했었다. 그렇게 두근거리며 기다렸던 공연은, 의외로 첫 순서부터 나정이 역할을 맡은 고아라의 '시작' 무대를 통해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킬 새도 없이 시작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 드라마 콘서트에서 가장 돋보였던 이는 바로 고아라 였다. 박기영의 '시작' 라이브를 시작으로, 김혜림의 '날 위한 이별' 그리고 마지막 앵콜곡으로 정우와 함께 선보인 '사랑보다 깊은 상처'까지. 기성 가수 못지 않은 가창력으로 듣는 재미를 가득 보여주었다. 고아라의 첫 무대가 끝나자마자 바로 도희와 김성균이 함께 하는 '운명' 무대가 이어졌는데, 단순히 드라마 OST를 직접 듣는 쾌감 뿐만 아니라 극 중 캐릭터들이 직접 들려주는 무대라 더 뜻 깊은 시간일 수 밖에는 없었던 것 같다. 이후 이번 콘서트의 진행을 맡은 윤종신의 '환생' 무대 이후 4명의 배우들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는 토크 시간이 있었는데, 전반적인 분위기가 배우들 역시 쓰레기로서 나정이로서 함께하는 사실상의 마지막 무대여서 인지, 시종일관 행복하면서도 어딘가 슬퍼 보이는 분위기였다 (슬퍼 보이는 건 나중에 자세히..)





토크 중간에는 정우가 안치환의 '내가 만일'을 열창하는 무대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콘서트 장은 거의 정우 팬미팅 현장을 방불케 하는 함성과 외침들이 여기저기서 ㅎㅎ 응사 팬 분들만 모여있는 자리여서 인지 아직도 쓰레기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이후 진행된 무대들은 사실 응사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기 보다는 90년대와 90년대 우리 곁을 떠난 뮤지션들을 추억하는 자리였는데, 사실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터라 조금 어색하지 않을까 했지만, 오히려 김광석과 서지원의 곡을 만나볼 수 있어 더 애잔 했던 자리였다. 김광석의 '그날들'과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 모두 홍대광을 통해 들을 수 있었는데, 특히 '내 눈물 모아'의 무대는 90년대를 함께 했던 이들이라면 절대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을 수 없는 무대라 더 짠한 시간이었다.





이후 하이디의 '가질 수 없는 너' 무대가 끝난 뒤, 공일오비 등장! 하이디와 함께 '슬픈 인연'을 노래한 뒤 본격적으로 '아주 오래된 연인들'과 '신인류의 사랑' 무대가 이어졌다. 정말 당시 끼고 살다시피 했던 앨범의 곡들이라 신나게 따라 부를 수 있었는데, 이 공연장의 관객 대부분이 나와 같다는 점이 이 공연만의 특징이랄까 ㅎ 정말 90년대 당시 라디오 공개 방송에 온 듯한 느낌이 충만했다. 이후 윤종신과 함께 한 '친구와 연인'으로 무대는 달아오를 때 까지 달아올랐는데, 이를 잠시 진정 시키는 동시에 주목하게 만드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솔리드의 김조한이었다. 그리고 그의 첫 곡은 더 설명이 필요 없는 '이 밤의 끝을 잡고'





R&B 대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기교를 활용해 애드립의 꽈배기를 하늘 끝까지 펼쳤고, 이 후 솔리드 하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댄스곡 '천생연분'을 통해 극 중에도 등장하는 클럽 '스페이스'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해 냈다. 김조한의 무대가 끝나고 바로 이어서 DJ MIX무대가 계속되었는데, 보통 이렇게 가수들이 등장하지 않고 댄서와 음악만 함께 하는 무대는 좀 심심하기 마련이나, 스페이스와 90년대 히트곡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객석은 당최 쉴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R.ef의 '이별공식'과 박진영의 '날 떠나지마'에 이어 도희가 멤버로 있는 타이니지의 등장과 함께 흘러나온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와 '마지막 축제'. 어렸을 때 소풍이나 축제 등에서 춤추며 불렀던 기억이 선명한 곡이라 안무를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내 몸이 안무를 기억해~).




이후 이번 공연의 마지막이라는 멘트와 함께 피날레를 장식할 가수로 등장한 이는 바로 김민종. '하늘 아래서'와 '나를 찾아서'에 이어 드디어 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다렸던 더 블루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그대여~'라고 시작하는  '그대와 함께'의 첫 소설 만으로 이미 아드레날린이 치솟기 시작하더니, 두 번째 소절에서 손지창이 등장할 땐 평화의 전당이 떠나갈 듯한 환호가 쏟아졌다. 이번 공연에 참여하기로 확정된 이후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5kg나 다이어트를 했다는 손지창은, (조금 거짓말을 보태서) 당시와 큰 차이가 없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나도 어렸을 때 같은 반 친구와 손지창, 김민종 역을 나눠 맡으며 '그대와 함께'와 '너만을 느끼며'를 불렀던 기억이 새록 새록 나는 동시에, 진정 90년대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렇게 2시간이 넘는 공연은 막을 내렸고, 아직 응답하라 1994를 떠나보낼 수 없는 관객들은 앵콜을 외쳤으며 그 앵콜에 응답한 것은 쓰레기와 나정이 커플이었다.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불렀는데 노래 보다도 감동적이었던 건 마지막 장면이었다. 극 중 포옹 장면을 그대로 재연했는데, 이거야 말로 이번 콘서트 만이 보여줄 수 있었던 실제 + 캐릭터 + 감동 이 맞물린 정점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아래 제공 사진과는 달리 정우는 극 중 쓰레기가 입었던 최강의대 티셔츠를 입고 나와 그 감동이 더했다.






그렇게 배우들도 울고 관객들도 울었던 응답하라 1994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번 콘서트가 응답하라 1994의 공식적인 마지막 행사였기에 관객들은 물론, 참여한 배우들 역시 자신이 한동안 빠져있던 캐릭터들에서 쉽게 빠져나오기 힘든 모습이었다. 반대로 이제는 이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배우들도 눈시울이 붉어진 장면들이 많았다.


사실 이 글의 제목도 그렇고 깊었던 드라마의 여운을 잘 마무리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했으나, 결론적으로 더 깊은 여운이 남게 되어버린 어쩔 수 없는 공연이었다. 아.. 1990년대는 참 그렇다.

결국 여운을 주체 못하고 바로 처음 1화부터 다시 보기 시작!



1. 이런 좋은 자리 마련해주신 CJ E&M 관계자 분들 감사드려요~

2. 앞으로도 이렇게 드라마와 팬들이 직접 만나는 문화가 더 확산되었으면 좋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CJ E&M 에 있습니다.


 





응답하라 1994의 감동!

드라마 콘서트에서 그대로!



사실 몇 번이나 포스팅을 할까 하다가 말았었는데, 뒤늦게 고백하자면 나는 '응답하라 1994'는 물론 '1997'까지 본방 사수에 재방까지 챙겨본 골수 팬이다. 뭐 시대가 시대인 만큼, 90년대는 내게 있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들이었기에 이 드라마를 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처음엔 '응답하라 1997'이 그랬다. 하지만 '응사'는 좀 달랐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는 여러 번 이야기했었지만, 응사가 처음 끌리지 않은 이유는 오로지 응칠 때문이었다. 응칠의 감동이 너무 강렬했고 그 감동을 다른 이야기와 캐릭터로 지우고 싶지 않아서 인 동시에, 응사 1회를 보니 응칠과 시대와 인물만 다를 뿐 거의 동일한 구성이어서 더더욱 응칠의 감동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응사엔 응칠에는 없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있지 않았던가 ㅠㅠ 도저히 참다 참다 못참고 보게 된 응사는 역시 1990년대를 그대로 관통해 내 10대 시절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보게 된 '응답하라 1994'는 정말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명 장면 ㅠ 보통의 드라마에선 한 가지 정도만 갖고 있는 소름 포인트가 응사에는 겹겹이 쌓여 있었으니, 첫 번째는 러브스토리요, 두 번째는 90년대, 세 번째는 90년대를 수놓은 노래들이었다 (남편 맞추기는 거들 뿐). 특히 쓰레기와 나정 커플의 이야기는 미묘하고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계속돼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는데, 그 때마다 흘러나오던 곡 들은 그 소름을 100배로 더 돋게 만들었다;;;




많은 곡들이 소름 돋게 만들었지만 그 가운데도 한 곡을 꼽으라면 고민 없이 '너에게'. '너에게'라는 곡이 개인적으로도 참 많은 추억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곡이라, 리메이크 된 곡임에도 전주가 흘러나올 때 온 몸이 전율 할 수 밖에는 없었는데, 서태지와 아이들 버전과 성시경 버전이 크로스로 주거니 받거니 할 땐 정말 감동적이더라;;

아마도 나처럼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이들에게는 성시경이 부른 버전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오히려 원곡을 거의 건드리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 부른 편곡이, 그래서 더 좋았다. 아, 그리고 이번 설연휴에 특집으로 '응답하라 1994 음악토크쇼'를 방영하길래 빼놓지 않고 보았는데, 성시경이 라이브로 '너에게'를 부르는 순간엔 서태지와 아이들 버전과는 또 다른 감동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방송 얘기가 나온 김에, 정말 오랜 만에 본 미스터투도 반가웠고, 배우들의 뒷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응사 팬으로서 참 깨알 같은 방송이었다.


그렇게 응사가 끝나고 허전함을 OST로 달래던 중 반가운 소식을 알게 되었으니 바로 '응답하라 1994 드라마 콘서트'! 가끔 이런 행사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매번 고민만 하다가 놓쳐버리곤 했는데 응사는 절대 놓칠 수가 없더라. 쓰레기, 나정이 등을 실제로 보는 것도 물론 설레지만 당시 노래들과 응사에 수록된 버전의 곡들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매력에 이 콘서트를 꼭 가야지 마음 먹었다.




[응답하라 1994 드라마 콘서트] 미리보기 영상



콘서트 출연진을 보니 고아라, 정우, 도희, 김성균은 물론, 더 블루, 김조한, 015B 등이 출연할 예정인데, 정말 손지창, 김민종의 더 블루를 볼 수 있는건가? 더 블루의 함께 하는 모습을 본 건 정말 오래된 일인 것 같은데, 만약 진짜 더 블루가 '너만을 느끼며'를 라이브로 부르는 모습을 본다면 90년대로 바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배우들이 직접 부르는 삽입곡들도 무척 기대되고, (아마도) 솔리드 시절의 노래를 불러주지 않을까 싶은 김조한의 무대와 '아주 오래된 연인들'을 들려줄 것만 같은 공일오비의 무대도 기대된다!





이번 공연은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2월 15일(토) 딱 하루만, 오후 4시와 8시 2회 공연을 진행하는데, 다행히 평일 저녁이 아닌 토요일이라 부담 없이 가볼 예정!


사실 아직 응답하라 1994에서 다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인데, 이 콘서트로 그 여운을 잘 마무리 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콘서트 다녀온 이후 더 심하게 빠져버릴 듯 ㅠㅠ)




이제 몇 밤만 더 자면 콘서트에서 볼 수 있겠지??? 흠흠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CJ E&M 에 있습니다.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사운드트랙

코엔 형제의 첫 번째 음악영화에 해설지로 참여 완료!



최근 제가 가장 사랑하는 감독 중 한 명인 코엔 형제의 첫 번째 음악 영화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2013)'의 사운드트랙이 국내에도 정식으로 오늘 발매되었습니다. 워너뮤직을 통해 발매되었는데 좋은 기회에 이 음반에 제 글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사운드트랙 해설지 작성을 위해 지난 해 시사회를 통해 미리 관람하였는데, 코엔 형제를 사랑하는 팬 분들은 물론이고 음악 영화에 관심 있으신 분들도 그 묘한 매력과 분위기에 쉽게 젖어 들 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글은 대부분 OST 해설지를 통해 남긴 터라 다시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와 음반 모두 주저 없이 추천할 만 합니다. 사실 처음 코엔 형제가 음악 영화를 만든 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떤 '음악 영화'가 될까 궁금했었는데, 역시 코엔 형제 다운 음악 영화를 만들었더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보고 난 직후보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생각나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국내 정식 개봉은 1월 29일인데, 이 추운 겨울에 딱 어울리는 영화일 것 같네요.






인사이드 르윈 OST에는 기본적인 영문 버전의 속지와(왼편), 관련 글이 담긴 해설지(오른편)이 각각 수록되었습니다.





해설지에는 첫 번째로 뉴욕 타임즈 매거진 등의 기고가이자 하퍼스 매거진 등의 객원에디터인 작가 John Jeremiah Sulivan의 글이 먼저 수록되었습니다. 깔끔하게 번역되어 있어 음반에 관한 그의 글을 쉽게 접할 수 있어요.





두 번째로는 제가 쓴 글 '코엔 형제 최초의 하지만 완벽한 음악 영화 -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가 수록되었습니다. 평소 제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과 사운드트랙 해설지인 만큼 음악과 관련된 소개와 감상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도 음악도 정말 좋아서 어렵지 않게 술술 써내려 갔던 기억이.




좋아하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글을 담는 건 정말 흥분되고 기쁜 일인 것 같아요. 지난 해에도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와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비포 미드나잇' OST에 글을 실었었는데, 올해도 '인사이드 르윈'을 시작으로 더 많은 OST로 제 글을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다들 어여 주문하세요~



YES24 구매링크 - http://www.yes24.com/24/goods/11796028?scode=029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가을 밤, 심하게 젖 들게 만든

버스커버스커 콘서트를 다녀와서


지난 해 까지만 해도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공연은 해외, 국내를 가리지 않고 꼭꼭 챙겨보았었는데, 올해는 정말 여름에 락페도 하나도 못 갔을 만큼 정신 없이 (나는 어디에 정신이 팔려있나) 보냈다. 그러다가 우연히 버스커버스커 콘서트 예매가 방금 열렸다는 모 커뮤니티의 글을 보고서는, 별 다른 생각도 없이 그냥 예매하기를 몇 달 전. 지난 주말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버스커버스커의 콘서트에 다녀오게 되었다.


예매 과정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난 버스커버스커의 열정적인 팬은 아니다. 물론 그들의 음악이야 음반을 사서 들을 만큼 좋아하지만 일부러 예매 오픈 시간 맞춰서 좋은 자리를 예매할 만큼의 팬은 아니었는데, 맨날 내가 좋아하는 이상한(?)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에 따라 다니느라 (이를 테면 bjork 같은;;;) 남들 못하는 경험들을 여럿 해본 여자친구를 위해, 아는 노래가 무척 많을 이 공연을 아마도 예매했던 것 같다.


버스커버스커 콘서트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 점이었다. '아는 노래가 무척 많다는 것'. 이번 공연을 보고 새삼 느낀 거지만, 디지털 싱글이 대세가 된 요즘, 버스커버스커 만큼 일반 대중들이 앨범 형태로 듣는 뮤지션도 거의 없을 것이다. 음반을 싱글 보다는 아직도 앨범 형태로 고집해서 듣는 나로서는, 최근 아니 이제 최근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디싱 시장은 아쉬움이 많은데, 그런 측면에서 버스커버스커는 참 대단한 게 이런 시장을 상대로 소수가 아닌 다수의 대중들이 '앨범' 듣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뭐 결국 답은 좋은 음악이었지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디싱 위주의 곡들이 좋지 않은 음악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해결책이 좋은 음악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다른 콘서트와는 조금 다른 기분으로, 조금은 덜한 설레임으로 보게 된 버스커버스커의 공연은, TV를 통해 엿볼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참 소박 아니 순박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장범준 이라는 캐릭터는 참 국내 가요계에서 이 정도로 성공하기 힘든 캐릭터가 아닐 수 없겠는데, 어찌 되었든 그를 알아본 슈스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 만약 슈스케가 없었다면 버스커버스커라는 팀을 이렇게 많은 대중들이 알기는 시스템의 현실 상 어려웠을 테니.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버스커버스커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은 3시간 가까운 공연 시간 동안 쉴세 없이 달렸음에도, 거의 모든 곡을 거의 모든 관객들이 따라 부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정말 열혈 팬들 위주로 찾는 고가의 내한 공연을 가봐도 이렇게 거의 전 곡을 다 따라 부르는 일은 흔치 않은데, 버스커버스커의 공연은 관객 대부분이 이들의 열혈 팬이라기 보다는 일반 관객(다른 말로 하면 그들의 팬 대부분은 일반 관객이라는 얘기)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놀라운 광경이었다. 중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나이 지긋해 보이시는 아주머니도, 젊은 연인도 모두 각자가 좋아하는 곡 들을 여러 곡 신 나게 따라 부르는 광경이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처음 여러 명의 스트링 악단이 무대 뒤에 배치 된 것을 보았을 때 버스커버스커 특유의 소박함이나 아날로그함이 그 웅장함에 가려지는 것이 아닐까 우려했었는데, 오히려 체조 경기장이라는 공연장에 딱 맞는 스케일 있는 사운드를 들려주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극적인 요소가 더해지기는 했지만 본질을 해치지 않아 좋았고, 새삼 이번 새 앨범의 곡 들이 스트링 편곡과 제법 잘 어울린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을 예매할 때의 목표는 일부러 앞자리를 선택하지 않고 가장 멀리 있는 좌석을 예매해서 편안하게 노래나 감상해야지, 하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즐기기에 참 좋은 공연이었다. 가을 밤과 너무 잘 어울렸던 버스커버스커의 콘서트.



1. 거의 모든 곡이 다 좋았지만, 특별히 이번 새 앨범에서 좋아하는 곡인 '잘할 걸'은 역시나 좋았으며, 타이틀이라 오히려 너무 익숙해 이제는 조금 지나쳐버렸던 '처음엔 사랑이란게'가 참 좋은 곡이란 걸 새삼 깨닫기도 했던.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2013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 (Ansan Valley Rock Festival)

드디어 이번 주 금토일!



요 몇 년 사이에는 여름이면 자동적으로 구미에 맞는 록 페스티벌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데, 올해는 정말로 많은 수의 페스티벌이 열리는 관계로 미리미리 체크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기다렸던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놓치고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생기기 쉬울 정도다. 록 페스티벌의 선택하는 첫 번째 기준은 당연히 라인업이고 두 번째라면 페스티벌의 브랜드를 들 수 있을 텐데, 라인업이야 결국 누구를 보러 갈 것인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니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하고. 페스티벌 브랜드는 특히 최근 처럼 여름 록 페스티벌이 많아지면서 좀 더 따져보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일단 안산 록 밸리 페스티벌은 '안산'이라는 장소 때문에 얼핏, '처음 생긴 페스티벌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데, 사실은 지난 해 까지 지산에서 진행되었던 록 밸리 페스티벌을 잇는 페스티벌이다. 올해 지산에서도 록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에 아무래도 많은 이들이 지산 록 페스티벌과 안산 록 밸리 페스티벌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지난 해 까지 지산에서 펼쳐지는 록 밸리 페스티벌의 브랜드가 올해는 안산에서 열리는 것으로 보면 되겠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처음 송도에서 열렸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여튼 지산에서 몇 해를 보냈으나 올해부터는 다시 안산에서(안산시 대부도 바다향기 테마파크) 열리게 되었다.





일단 올해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의 라인업을 보자면 신구의 조화가 적절히 어우러진 라인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첫 날인 26일(금)의 헤드라이너는 cure인데 사실 cure를 특별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와는 별개로 이들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을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었다. 그 정도로 어쩌면 cure 팬들에게는 파격적이자 놀라운 라인업이 아닐 수 없겠다. 26일은 cure외에도 2010년 바로 밸리 록 페스티벌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Vampire Weekend를 다시 한 번 만나볼 수 있게 되었으며 (그들은 아직도 뜨겁다!), 최근 방송에서도 자주 만나볼 수 있는 인기 밴드 데이브레이크와 봄여름가을겨울까지 같은 날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이 밖에도 이지형과 로이킴, Cat Power와 The XX까지!! 금요일도 절대 놓칠 수 없는 뜨거운 밤이 될 듯 하다!


2010년 밸리 록 페스티벌을 찾았던 Vampire Weekend의 사진!

http://www.realfolkblues.co.kr/1340




뜨거운 걸로 따지자면 둘째 날인 27일(토)도 만만치 않다. 일단 대낮부터 3호선버터플라이와 함께 열정을 쏟아야 하며, 바로 이어 최근 재 결성 뒤 새 앨범 발매로 다시 돌아온 불독맨션의 공연은 (아마도) 다함께 노래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국내 록 페스티벌의 최고 밴드 중 하나인 NELL이 등장한다. NELL의 공연은 여러 페스티벌을 통해 본 적이 있는데, 모두가 함께 때창을 할 때의 그 감동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이번엔 아마도 새 앨범의 수록곡 위주로 들려줄 듯 한데, 예전 곡들을 얼마나 연주할 지도 궁금해진다. 그리고 한 때 가장 사랑했던 밴드였던 Stereophonics도 90분간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예전에 스테레오포닉스의 단독 공연을 고대 했던 것을 떠올려본다면, 그들이 헤드라이너로 서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다.


같은 날 그린 스테이지에서는 디어클라우드와 한희정, 피아, 박정현 등이 무대에 설 예정인데, 특히 박정현이 이날 그린 스테이지의 헤드라이너로 선정된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과연 록 밴드 위주의 페스티벌에서 박정현이 어떤 라이브로 관객들을 열광 시킬지 또 다른 기대가 되는 부분!





마지막 날인 28일(일) 역시 쉴 틈이 없는 라인업이다. 일단 이른 시간부터 로맨틱펀치를 즐겨야 하며, 역시 이른 시간인 4시 20분에는 페퍼톤스가 출격할 예정이다. 페퍼톤스의 라이브를 즐겨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들의 음악 만큼 현장에서 신나는 음악도 없다. 그리고 그 다음이 바로 가장 핫 한 밴드 중 하나인 FUN이다. FUN을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국내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었는데, 아마도 이번 안산에서 국내 팬들의 반응에 반해 곧 단독 공연을 오겠다고 하지 않을까 싶다 ㅎ 그리고 무려 FUN보다 다음 타임에 국카스텐이 등장하고, 이 날 헤드라이너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나인 인치 네일스가 선다. 아마도 NIN을 보기 위해서 이 날 티켓을 구매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린 스테이지를 살펴보니 여기도 고민되는 라이업들이 상당하다. 일단 슈스케 출신의 유승우 군의 귀여운 단독 무대도 보고 싶고, 두번째달 역시 라이브로 꼭 한 번 보고 싶던 팀이라 기대가 된다. 그 다음은 록 팬들이라면 누구나 이름은 들어보았을 기타리스트 스티브 바이의 공연인데,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닌가 싶지만 무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기타 솔로를 들려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사실 아직 나조차도 단 하루만 갈 수 있다면 금토일 가운데 어느 날을 선택해야 할까 고민을 끝내지 못한 상황인데, 그냥 3일을 다 갈 수 있는 이들이 몹시 부러울 뿐이다. 아, 라인업과 별개로 안산에서 처음 펼쳐지는 밸리 록 페스티벌은 또 어떨지 많은 기대가 된다.

그럼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이번 주 금토일 주저말고 안산으로!!


2013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 http://valleyrockfestival.com

2010 밸리 록 페스티벌 후기 - http://www.realfolkblues.co.kr/1336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늑대아이 OST가 국내 정식 발매됩니다!



오랜만에 존댓말로 쓰는 글이네요 ^^;

아무래도 제 블로그에 방문해주시는 분들은 저랑 취향이 비슷하신 분들이 많다보니, 그 분들께도 소식을 전달해 드릴 겸해서 오랜만에 정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해 최고의 작품 중 하나였던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의 사운드트랙이 워너뮤직코리아를 통해 국내에도 라이센스로 발매되게 되었습니다 (3월 5일 발매예정). 이전 포스팅을 통해 직접 산 일본반을 소개해 드리기도 했었는데요, 다행히 국내에도 정식 발매되어 더 많은 분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감동적인 OST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워너뮤직코리아에 지인 분이 계셔서 우연한 기회에 '늑대아이' OST 발매에 조금 관여를 하게 되었는데요, 처음 발매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무조건!'이라며 흥분하며 내야 한다며, 조르다시피 했던 것이 어느 정도 작용 ㅋ, 결국 라이센스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네요 ㅎ


이번 라이센스 반의 발매가 더 의미 깊은 것은 일본반과 동일한 패키지로 제작되었다는 점인데요, 많은 음반들이 국내에 발매될 때는 아주 기본적인 스펙으로 발매되어 팬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측면이 적지 않았었는데, 이번 '늑대아이' OST의 경우는 워너뮤직코리아에서 적극적으로 이 부분을 검토하여 결국 일본반과 동일하게 패키지와 속지 구성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기존 일본반 소개 글을 보신 분들을 아시겠지만 이 앨범의 패키지는 분명 소장가치 있고 의미있는 앨범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반가움이 큰 것 같습니다.


더불어 속지에 수록된 내용들 모두 한국어로 100% 번역되었으며, 부족하지만 제가 쓴 음반에 대한 소개글도 속지로 수록되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늑대아이' OST를 통해 감동을 다시 한 번 느껴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더 길게 얘기는 못하지만 BD 유저분들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아래 YES24 링크를 통해 프리오더 하실 수 있습니다~ (다른 쇼핑몰에서도 판매중입니다)

http://www.yes24.com/24/goods/8483545?scode=029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는 순간, 아니 그 전에 영화의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흐르던 주제곡 '어머니의 노래 (

おかあさんの唄)'의 테마에서 벗어나오지 못하던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hmv를 뒤졌고 결국 '늑대아이'의 사운드트랙 앨범과 Ann Sally가 부른 '어머니의 노래'가 담긴 싱글 앨범을 구매하고야 말았다. 환율 계산기를 두드려보지도 않은 채 빛의 속도로 이뤄진 구매였으며, 배송 역시 EMS를 타고 빛의 속도로 도착. 도착하자마자 아이튠즈에 저장하고 들어보기 시작하는데....아....... 또 눈물이 ㅠㅠ







정말 장면 하나 하나가 감동이다.






영화 속에서 인상 깊었던 스틸 컷들이 아주 소박하게 담겨있다. 영화의 소박함이 잘 묻어난 엹은 베이지색 속지는 너무나 잘 어울렸다.






디스크 프린티은 테이프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마치 극중 하나가 어린 유키와 아메에게 들려주고자 직접 녹음한 것 혹은 어린 유키와 아메의 육성이 담겨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사실 사운드트랙 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이미 '늑대아이'에 푹빠져 사리 판별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나는, '어머니의 노래'가 담긴 싱글 앨범까지 함께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앨범과 동일한 컨셉이지만 또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싱글 앨범의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호소다 마모루가 직접 작사한 '어머니의 노래' 가사는 마치 하나가 유키와 아메에게 직접 쓴 편지와도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사운드트랙도, 앨범 디자인도 이리 따듯하다니.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말그대로 입니다.
사실 올해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은 라디오헤드가 오느냐 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열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법 있었는데, 이런 걱정은 저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내 버릴 정도로 충격적인 헤드라이너 발표 소식이로군요!!

록 팬들이 최소 10년 전부터 계속 노래를 노래를 했던 라디오헤드(Radiohead)가 지산에 오다니! 정말로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가 아닐 수 없네요!

평소 블로그에 뭔가 긴 글이 아니면 뉴스 같은 건 올리지도 않는데, 이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소식이네요. 라됴헤드라니! 거기에다가 스톤 로지스까지! 겨우 헤드라이너 두 팀 발표했을 뿐인데도 올해 지산은 안갈 수 없게 되어버렸네요. 올해도 무조건 갑니다! 암요. 톰 요크의 졸린 목소리를 라이브로 들어야지!








데미안 라이스 내한공연 (Damien Rice)

기타 하나로도 가득했던 전율 그리고 재미



펜타포트에서 거의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최종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만남의 기회가 미뤄졌었던 데미안 라이스 (Damien Rice)의 내한 공연이 바로 엇그제 있었다. 개인적으로 데미안 라이스는 포크 뮤직에 서서히 빠져들 때쯤 2002년 자연스럽게 알게 된 뮤지션이었는데, 남들처럼 영화 '클로저 (Closer. 2004)'로 인해 알게 된 경우는 아니었지만 인상 깊게 본 영화로서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 까지는 말 못 하겠다. 어쨋든 U2나 Radiohead 같은 밴드들의 내한 공연은 매번 꿈꾸면서도, 정작 그 만큼이나 좋아하는 데미안 라이스 같은 포크 뮤지션의 내한공연은 별로 꿈꿔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다른 말로 하자면 스케일과 임팩트를 자랑하는 대형 록밴드나 뮤지션들의 경우야 '라이브'에서만 전달 받을 수 있는 감흥이라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조금만 좋아하더라도 '꼭 한 번 실제로 보고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음반만으로 전달하는 감성의 순도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는 포크 뮤지션의 경우는 아마도 조금 덜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역시나'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물론 이 예상이 빗나갈 줄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이긴 했지만, 이건 그냥 빗나간 정도가 아니었다. 데미안 라이스는 '라이브'에서만 전달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식들을 모두 걷어낸 채 홀로 무대에 섬으로서, 라이브가 전달하는 새로운 종류의 감동을 만들어 냈다.





퇴근하고 겨우 시간을 맞춰 도착한 저 끝 올림픽 공원 내 올림픽 홀. 대부분의 내한공연이 그러하듯 정시에 시작하지 않아도 당황하지 않고 오프닝 게스트가 누가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오프닝 게스트가 나올 법한 시간 (8시 10분쯤?)에 누군가가 어두운 무대 위로 홀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는 준비된 기타를 매고 첫 곡을 부르기 시작했으니, 바로 데미안 라이스였다. 뭐랄까. 아직 예열도 다 안끝난 상황에서 등장한 탓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이런 분위기는 그가 노래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바로 진정되었다. 멘트 없이 바로 Delicate를 연달아 불렀는데, 이 때 부터 급격하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도 몇 곡을 거의 멘트없이 바로 이어서 홀로 불렀는데, 이 때 까지만 해도 '아, 계속 이렇게 멘트 없이 노래만 듣는 공연도 괜찮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말문을 열기 시작한 데미안 라이스. 그 본격적인 시작은 'Volcano'였다. 자신과 함께 노래부르고 싶은 사람은 무대 위로 올라오라는 말에 처음에는 다들 동요하지 않자, 나는 50명이 넘는 사람과도 무대 위에서 함께 노래해 봤다고 관객들을 부추겼고, 결국 이를 넘은 관객들이 무대 위로 올라 그를 동그랗게 둘러싸고 'Volcano'를 나눠 부르기 시작했다. 사실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은 올림픽 홀 같은 큰 공연장 보다도 이렇게 사람들에 둘러쌓여 부르는 그림이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었기에, 이 장면은 아주 아름다운 장면이었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예전 지산에 벨 앤 세바스찬이 왔을 때 관객들을 무대 위로 올려 함께 춤추던 그 날의 행복한 기억이 떠올랐을 정도로, 소박하지만 너무나 행복한 장면이었다.





이후 피아노 연주로 들려준 'Rootless Tree', 그리고 이 곡이 어떤 이야기를 통해 탄생되었고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한참이나 들려준 후에야 시작된 'Amie'까지. 이 때부터 앞서서 예상했던 '그냥 멘트없이 노래만 들어도 좋겠다'라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는데, 영어로 진행되었음에도 상당히 자세하고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결국 데미안 라이스는 단순히 에피소드를 설명해주기 보다는 '사랑 (Love)'이라는 가치에 대해 남녀가 겪게 되는 일들, 가슴을 떨리게도 혹은 가슴을 찢어 놓을 때도, 화를 내게도, 행복하게도 하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오묘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재미있는 건 당연히 영어로 진행되었고 그냥 멘트 수준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수준이었는데도 짧은 영어 실력으로 거의 다 알아들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많은 얘기를 했는데 95% 이상 이해해버린 자신에게 놀라는 계기이기도 했다 ㅋ 어쨋든 그래서인지 그냥 음반으로 듣던 Amie와는 전혀 다른 Amie를 이 날 듣게 되었던 것 같다. 그것이 좋았는지 아니었는지는 각자 달랐을지언정 말이다 ㅎ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이 경이로웠던 것은, 그 구성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포크 뮤지션들의 공연을 가본 적이 있긴 하지만, 정말로 이렇게 완전히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채워가는 공연은 데미안 라이스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드럼을 비롯한 세션 한 명 없었으며, 그렇다고 미리 사운드를 깔고 가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정말로 데미안 라이스의 목소리와 기타 연주, 데미안 라이스와 피아노 연주, 이렇게만 구성된 공연이었다. 공연에 오지 못한 분들은 '거의 두 시간에 가까운 공연이 저렇게 진행되었다면 몹시 심심했겠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텐데, 믿을 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말로 무대에 비해 큰 홀이었던 올림픽 홀이 데미안 라이스 한 사람의 목소리와 기타만으로도 가득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오히려 락 적인 요소가 강한 곡에서는 가끔씩 조명이 조금 화려하게 구성되었었는데, 이마저도 불필요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의 목소리와 기타만으로도 충분한 공연이었다. 특히 다른 뮤지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곡들 간의 느낌이 그렇게 다르지 않은 그의 음악으로 미뤄봤을 때, 두 시간을 혼자 가득채운 라이브는 경이롭다고 밖에는 할 수 없겠다.





공연을 가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쓸쓸함에 흠뻑 취해 눈물을 흘리고 오겠다'라고 했었는데, 진짜로 오롯이 전하는 그의 울림에 눈물이 글썽였다. 이런 경험은 흔하지 않은 것이었는데, 올림픽 홀 정도의 규모 공연장에서 관객 거의 전부가 완전히 숨을 죽인 채 슬픔의 감동을 받고 있는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뮤지션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공연과는 다르게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오는 임팩트는 조금 덜했다. 이건 곡들을 잘 몰라서도 아니고, 감동을 덜 받아서도 물론 아니었다. 다른 공연들에서 받았던 감동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지. '와~'하는 감동이 아니라 이미 곡을 들으며 마음으로 울게 만든 그의 곡에게 보내는 또 다른 찬사였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본 공연 마지막 곡으로는 'Cannonball'을 들을 수 있었는데, 마이크도 쓰지 않고 기타도 엠프에 연결하지 않은, 이른바 '쌩톤'으로 전해졌다. 그 큰 올림픽 홀이 무대 위 데미안 라이스의 작은 목소리에 집중한 탓일까. 전혀 작지 않은 울림이 전해졌고, 행여나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아주 작게 속삭이듯 따라부르는 목소리가 더해져 나오는 소리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포크의 본질을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고, 아직 'The Blower's Daughter'가 나오지 않았기에 관객 모두는 이 곡을 기다리며 조용히 앵콜을 외쳤다.





아무것도 없는 쌩톤으로 마무리를 지었다면, 앵콜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암흑 속에서 'Cold Water'로 시작되었다. 여기서 무릎을 쳤다. '이런 구성이라니!' 완벽하게 데미안 라이스의 목소리와 연주에 집중할 수 밖에는 없는 구성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앵콜은 커버곡 'Halleluja'로 이어졌고, 그의 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이라 할 수 있는 'The Blower's Daughter'를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곡들을 더 좋아하기에 이미 더 큰 감동을 흠뻑 받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이 곡이 주는 임팩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당연히 이 곡으로 마무리될 줄 알았던 공연은 이 때부터 예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렀다. 갑자기 기타를 내려놓은 데미안은 무대 위 미리 마련되어 있던 테이블에 앉았고, 한 여성이 무대 위로 나와 마주 앉았다. 그리고는 이야기와 함께 둘이서 와인을 한 잔씩 나누기 시작했는데, 이건 하나의 꽁트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서정적으로 마무리 되지 않을까 했던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에서 꽁트 마무리라니! 눈물이 다 마르지도 않았는데 웃음마저 터져나오는 상황. 그리고 이 꽁트는 'Cheers Darling'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정말로 와인 반병을 무대 위에서 마신 데미안은 비틀 거리는 연기까지 하며 이 곡을 완벽한 '라이브'로 승화시켰고, 끝까지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뒤 웃으며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무대를 떠났다.

아...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에서 이런 마지막을 볼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였지만, 공연 내내 흘렀던 감동을 깨거나 방해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기에 또 다른 재미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은 아주 큰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 기대보다도 더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이루말할 수 없는 감동과 재미까지 선사한 그의 음악과 무대를 만난 것은, 내 생에 가장 큰 보람된 일 중 하나로 기억될 듯 하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깊은 여운과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1. 공연이 모두 끝나고 대부분의 관객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밖으로 나온 데미안 라이스는 공연장 복도에서 팬들에 둘러쌓여 함께 노래하고 놀았다는 후문이 ㅠㅠ 매번 겪는 일이지만, 내한 공연의 경우 끝까지 자리를 지키다보면 뮤지션과 함께 하는 행운을 종종 얻을 수 있지요.

2. 그리고 그 다음 날 홍대에 와서 몇몇 뮤지션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함께 노래하고, 술값까지 카드로 계산했다는 후문도 ㅠㅠ 나도 그 시간에 홍대에 있었는데 ㅠ 어찌어찌해서 물어물어 가볼 수도 있었던 터라 더욱 큰 아쉬움이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기회가 있을 때마다 써야지 써야지 했던 글 중에 하나가 바로 김건모 2집에 대한 이야기였다. 뭐 대단한 얘기는 아니고 그냥 내가 왜 이 앨범을 김건모의 주옥같은 앨범 가운데서도 가장 좋아하는지에 대한 고백 정도일텐데, 최근 방송에서 우연히 2집 수록곡 '얼굴'을 듣는 순간, 더 늦으면 또 못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드디어' 써보게 되었다는 프롤로그.

1. 혼자만의 사랑
2. 핑 계
3. 서랍속의 추억
4. 나 그대에게 준 것은
5. 버려진 시간
6. 어떤 기다림
7. 언제나 기다리고 있어
8. 사랑이란
9. 얼굴
10. 우리 스무살 때
11. 첫인상


너무 잘 알다시피 김건모 2집에는 '핑계'라는 히트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핑계'는 본래 타이틀 곡이 아니었고 타이틀 곡은 1번 트랙인 김창환 작사, 천성일 작곡, 김형석 편곡의 '혼자만의 사랑'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김건모가 2집을 내고 '혼자만의 사랑'을 타이틀로 냈으나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반대로 '핑계'가 엄청난 국민적 인기를 끌게 된 것이, 이후 김건모의 앨범 방향마저 결정짓게 된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된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김건모가 2집을 통해 하고자 했던 것은 대중적 레게라기 보다는 좀 더 소울풀한, 흑인음악 감성에 기댄 보컬 위주의 R&B 발라드였다. 당시 라인 기획에서 발매된 이 음반에 참여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이 앨범의 퀄리티를 엿볼 수 있는데, 당시 최고의 프로듀서였던 김창환과 노이즈의 천성일 그리고 김형석과 박광현의 이름까지 확인할 수 있다. 1990년 대 대부분의 히트 곡에 관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창환의 '센스'는 '핑계'라는 곡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었으며, 노이즈의 음악은 물론 라인 기획의 다른 아티스트들에게도 좋은 곡을 선사했던 인기 작곡가 천성일의 감각은 당시 최고조였으며, 김건모와 함께 대부분의 곡을 편곡한 김형석 역시 든든한 지원자였다.

참여한 아티스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다른 길로 빠졌는데, '혼자만의 사랑'은 당시 김건모 스타일의
R&B 발라드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곡이었다. 그런데 내가 김건모 2집을 최고로 뽑는 이유는 단순히 핑계보다 혼자만의 사랑을 더 좋아해서가 아니라, 이 앨범에 수록된 다른 발라드 곡들 때문이다. 2집 역시 발라드와 댄스가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는데 (이 당시는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앨범'을 염두하고 음악을 쓰고 만들던 시대였기 때문에, 모든 음악이 '앨범' 구성에 최적화 되도록 선별되었다. 지금의 디싱 시장 위주의 음반 시장에서는 많이 사라져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댄스 곡들도 참 좋고 김건모의 보컬은 정말 매력적이지만, 발라드 곡들의 감성이야말로 김건모 2집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감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 그대에게 준 것은' '언제나 기다리고 있어' '얼굴' '우리 스무살때', 이 곡들은 화려함보다는 '소울(Soul)'에 포커스를 맞춘 간결한 곡들이었다. 특히 박광현 작곡, 도윤경 작사, 김건모 편곡의 '얼굴'은 개인적으로 김건모의 곡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곡인데, 이 곡 가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마치 '술취한 깊은 밤에 흔들리는 연필로' 써내려 간 듯한 고독함과 아날로그함이 묻어있는 명곡이다. 난 아직도 김건모라는 가수가 가장 빛을 발할 때는 '잘못된 만남'처럼 (당시)속사포 같은 랩을 쏟아내는 댄스 곡도 아니고, '핑계'처럼 자유롭게 노는 모습도 아닌, 피아노 하나에 김건모 특유의 음색 만을 더한 미니멀한 구성의 곡이라고 생각한다. '얼굴'같은 곡에서는 김건모라는 우리나라 최고의 보컬리스트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새삼스럽지만 이 특별한 음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사실 그래서 이후에도 김건모의 앨범이 이런 감성을 지닌 음악으로 더 나아가기를 개인적으로 바랬으나, 대중들은 물론 김건모 본인도 슬픔보다는 재미있고 자유로운 것을 더 선호하였기 때문에, 이런 감성의 곡을 종종 만나볼 수는 있었으나 이것이 메인이 되는 앨범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냥 김건모라는 아티스트의 팬으로서 한 번쯤은 완전 소울풀한 것만으로 꽉꽉 채워진 앨범을 내길 바래본다. 단순한 비트와 피아노 한 대의 반주 만으로 이뤄진 평범한 곡이, 김건모라는 보컬을 얹는 순간 'Soul'로 변하게 되는 그런 앨범 말이다.

1. 이 앨범 수록곡들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추억들도 있다. 초등학교 수학여행이었는지 중학교였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 때 장기자랑 시간에는 절반 이상의 팀이 '어떤 기다림'에 맞춰 군무를 췄던 기억이 난다. 한 반이 끝나고 다음 반이 소개될 때 여자 아이들이 우루루 나와서 '어떤 기다림'의 춤을 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 아, 그리고 저 위의 장기자랑 때 나도 '혼자만의 사랑'을 열창했던 기억이 있다. 이 때를 왜 못있냐면 내가 초등학교 부터 고등학교 축제 때까지 모든 공식적 장기자랑 시간을 통틀어 딱 한 번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가 아닌 다른 노래를 부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당시 못 불렀던 것 같지는 않은데, 나 빼고는 전부 댄스팀이어서 생각보다는 무대가 묻혔던 것 같다. 아마 김건모의 2집 앨범처럼 후대에 다시 재평가 되겠지....(응??)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Red Hot Chili Peppers - I'm With You (2011)
존 프루시안테 없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새앨범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 (Red Hot Chili Peppers)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다. 수 많은 밴드가 내 훼이보릿 리스트를 거쳐갔지만 그 가운데 RHCP와 몇몇 밴드 만이 10년 넘게 잊혀질 줄 모르고 가장 뜨거운 곳에서 항상 나를 기다리는데, RHCP는 그 가운데서도 단연 손꼽히는 밴드다. 그 가운데서도 밴드의 기타를 맡고 있는 존 프루시안테 (John Frusciante)는 레닷을 떠나서도 완전 사랑할 정도로 (그의 솔로 앨범들을 국내, 아마존, 일본 등을 통해 어렵사리 수집하는 과정 속에 사랑은 더욱 싹 텃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Stadium Arcadium' 앨범 이후 오래 기다렸던 새 앨범이 드디어 나온다는 소식에도 뛸 듯 기뻐하기 보다는 충격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바로 프루시안테 때문이었다. 아니 얼마나 기다렸던 레닷의 신보였는데 프루시안테가 없다니! 존 프루시안테 없는 레닷이라니! 솔직히 선뜻 인정이 되지 않는 소식이었다.




그런 충격을 잠시 잊게 되었을 때 쯤 내 손에는 어느새 'I'm with you'가 들려있었다. 일단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커다란 진화의 움직임은 없으나 여전히 나아가고 있는 음악이며 프루시안테의 공백이 생각보다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 음악이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각보다는' 이다). 릭 루빈이 프로듀싱한 앨범은 전체적으로 레닷 만의 사운드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색깔이 여전하며, 리듬과 속도, 멜로디컬함과 어쿠스틱부터 펑키함까지. 그들의 이전 앨범들이 담고 있던 그들의 다양한 색깔을 이번 앨범에서 역시 한 발 나아간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들의 오랜 팬으로서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전체적으로 모두 한 발 더 나아간 성숙한 느낌은 있지만, 강력한 한 방이나 발랄함은 조금 약해진 듯 하다. 30년 가까이 활동한 밴드만이 갖을 수 있는 사운드의 퀄리티는 대단하지만 그들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BSSM'나 'Califonication' 때 처럼 빛을 발하는 순간은 조금씩 빛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완전히 레닷 만의 재기 발랄함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아니다. 비중에 있어서 그 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던 상당 부분을 성숙함과 노련함이 차지하고 있다고나 할까. 이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이런 경향은 'By the way' 앨범부터 조금씩 시작되기도 했고.




플리의 베이스라인은 더욱 멜로디컬해졌고, 채드의 드럼은 여전히 얇게 채로 썬 듯 치밀한 섬세함을 담고 있으며, 앤서니의 보컬에서는 아직 그의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아직도 더 빠른 곡의 소화도 가능해보인다.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조시 클링호퍼 (Josh Klinghoffer)의 기타는 확실히 레닷의 세션 기타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서인지 우려보다는 훨씬 잘 밴드에 녹아들고 있다. 특별히 존 프루시안테의 사운드를 기억하는 이가 아니라면 기타리스트가 바뀐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좋던 나쁘던 조시 클링호퍼는 자연스럽게 칠리 페퍼스의 일원이 되었다 (얼핏보면 생긴 것도 프루시안테와 비슷하기도 하고;;). 하지만 나처럼 존 프루시안테를 레닷보다도 더 좋아하는 이에게는 확연한 그의 빈자리가 느껴지기도 한다. 일단 기타 외적인 면에서 보자면 앤서니를 물심양면(?)으로 돕던 프루시안테만의 매력적인 가성 코러스의 빈자리가 전체적인 사운드측면에서 간절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음악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들을 보자면 프루시안테의 코러스가 하나 같이 매력을 발하는 곡들이었다는 것을 그가 없는 이번 앨범을 들으며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앨범에서도 코러스는 간간히 들을 수 있지만 프루시안테의 그것과는 비교가 불가하다.





앨범 속지를 쓴 배순탁 씨는 프루시안테를 밴드 기타에 도사급인 기타리스트라고 했는데, 물론 그가 도사급인 것 맞지만 그렇다고 그가 완전히 밴드에 기타 사운드를 녹이는 것에만 목적을 둔 기타리스트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건 말이 좀 어패가 있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프루시안테의 독창적인 기타가 밴드에 최적화 된 결과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반드시 전제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밴드가 다름 아닌 레드 핫 칠리 페퍼스라는 점이다. 플리와 채드 그리고 존 프루시안테라는 조합은 연주와 앙상블 측면에서 정말 도가 튼 뮤지션들의 조합이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면서도 밴드 사운드에 최적화 하는, 즉 전체적으로 밴드 사운드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능력이 출중한 이들이라는 점이다. 프루시안테의 기타는 플리의 화려하지만 독선적이지 않은 베이스와 채드의 완벽에 가까운 드럼 라인 위에서 (채드의 드럼을 차근차근 들어보다 보면 소름이 돋는다. 순전히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수록 말이다) 밴드 기타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활용해 왔다. 클링호퍼에게도 이런 자질이 보이지만 아직 그가 프루시안테를 대신할 순 없을 듯 하다. 여기서 존이었으면 이렇게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는다.



Red Hot Chili Peppers - The Adventures of Rain Dance Maggie

존 프루시안테의 열혈 팬 입장에서 그가 떠난 레닷의 새 앨범이라 아쉬운 부분이 남을 수 밖에는 없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더 좋을 수 있었는데'하는 식의 평가이다. 여전히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밴드이며, 이번 앨범 역시 그런 사랑을 확인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음악이었다. 프루시안테와 레닷이 서로 원수지고 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그들의 재결합에 대해서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제 막 밴드에 합류한 조시 클링호퍼에게는 미안하지만, 존 프루시안테가 다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에서 기타 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음악은 확실히 날씨나 분위기와 매우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날씨나 분위기에 따라 감정의 폭이 커진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렇게 움튼 감정을 더 요동치게 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각각의 날씨마다 음악 듣기 좋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혹은 다른 의미로의 최악)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역시 비가 내리는 날씨다. 비는 여러가지를 제공하는데, 일단 시각적으로 바라봤을 때 비나 내리는 광경은 눈이 내리는 것과는 또 다른 장관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이 광경을 두고 '장관'이란 표현까지 들먹이나 싶지만, 분명 창밖으로 바라보는 비 오는 광경은 흔하다는 이유만 제외한다면 장관이라 할 수 있겠다.

비가 또 좋은 건 역시 빗소리다. 우산과 부딪혀 나는 소리도 복잡한 출근길만 아니라면 귀기울여 볼 만 하고, 카페나 편안한 방 안에서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것은, 지구별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호사스러운 일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비는 대부분 우울하고 슬픈 감정을 대동하는데, 살짝 다운되는 감이 있지만 이럴 때 기분 전환을 위해 유쾌한 음악을 선곡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의 곡들을 자주 듣곤 한다. 그러다보니 비만 오면 듣게 되는 곡들이 어느 새 여러 곡 쌓이게 되었는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아니 무슨 비가 내렸는지 처음으로 그 곡들을 조금이나마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덩달아 우울해질 수 있어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나처럼 우울함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이들이라면 비오는 날 함께 들어도 좋을 것 같다.

(순서는 아무런 의미없음)

1. Travis - Writing To Reach You



대부분 비와 Travis를 연결시킬 땐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를 떠올리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 곡 '
Writing To Reach You'가 더욱 간절하다. Travis의 곡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비오면 반드시 듣는 대표곡 중 하나.


2. Nell - Good night



넬 (Nell)의 곡은 비오는 날 아무 곡이나 들어도 좋을 정도로 비와 궁합이 잘 맞는다. 김종완의 담백하며 애절한 보컬과 내성적인듯 하지만 극적인 곡의 전개는 비의 우울함과 닮아있다. 정말 비오는 날 아무 앨범이나 꺼내 들어도 넬의 경우는 실패하는 법이없다.


3. Damien Rice - Delicate



넬과 더불어 어느 앨범, 어느 곡을 꺼내 들어도 실패하지 않는 뮤지션이 또 하나 있다면 바로 데미안 라이스 일 것이다.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전반부와 서서히 고조시키는 중반부, 그리고 마침내 울부짖듯 폭발하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데미안 라이스의 감정은 비와 함께 더욱 치닫는다. 수 많은 곡들 가운데 오늘은 'Delicate'를 골랐다.


4. Radiohead - True Love Waits



라디오헤드 역시 비 하면 빠질 수 없는 밴드다. 톰 요크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만 이뤄진 'True Love Waits'은 듣는 것도 좋지만 비오는 날 꼭 한 번 불러보고 싶게 끔 만드는 곡이기도 하다.


5. Portishead - Glory Box



이쯤에서 왜 포티셰드가 안나오나 했던 이들도 아마 있었을 것이다. 한 때 포티셰드에 흠뻑빠져 있었던 때는 정말 '위험했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빠져나오기 힘든 수렁 같은 것이었다. 그 만큼 이들의 음악은 중독성이 강해 문득문득 떠올라 마음 속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니기도 한다.


6. Aimee Mann - Wise Up



에이미 만의 'Wise Up'을 꼽은 이유는 역시 영화 '매그놀리아'의 영향이 컸다. 물론 영화 속에서 내리던 비가 그냥 비는 아니었지만, 어쨋든 이 곡 역시 비오는 날엔 더욱 간절해 진다. 영화를 봤다면 이 곡을 들으며 한 없는 심연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7. Nujabes - luv



누자베스의 곡은 앞서 선곡했던 곡들과는 조금 분위기는 다르지만 역시 비오는 날이면 꼭 듣게 되는 곡이다. 누자베스의 음악이 슬픔과 따듯함을 모두 포용하고 있는 비트라는 점에서 비오는 날 듣기에 더욱 좋은 곡이라 할 수 있을텐데, 마치 비 속을 유영하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살며시 눈을 감으면 더욱 빠질 수 있으니 눈은 감지 않는 것이 안전하겠다 (특히 길을 걸으며 들을 땐 더욱!)


8. Hee Young (희영) - So Sudden



희영은 올해 파스텔뮤직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뮤지션인데, 그 잔상이 아직까지 깊게 남아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앨범이었다. 특히 이 곡 'So Sudden'의 중독성은 매우 강해서 한동안 이 곡만 듣고 다니기도 했었을 정도. 비오는 날, 그 촉촉함이 아마 더해질 것이다.


9. Michael Jackson - Smile



비오는 날이라고 MJ의 곡을 일부러 듣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도 물론 좋았지만, 그가 떠난 뒤 더 애틋해진 이 곡 'Smile'. 후반부 아이의 코러스가 인상적인 곡.


10. Cowboy Bebop - Rain



와타나베 신이치로의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수록곡 'Rain'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비의 곡'이다. 정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이 곡이 떠 오를 정도로 싱크로율이 높은 곡인데, 이 곡을 들으면 왠지 우산없이 비를 그대로 온몸으로 맞아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11. Wolf's Rain - Gravity



애니메이션 OST를 꺼낸 김에 한 곡 더. '울프스 레인'은 작품 보다도 어쩌면 음악이 더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다. 그래서 당시 비싼 가격에 일본에서 발매된 사운드트랙 2장을 뒤도 안보고 구매하기도 했었고. 특히 이 곡 'Gravity'의 깊은 슬픔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인데, 비 오는 날 듣게 되면 그 슬픔이 몇 배로 증폭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Björk의 새 싱글 Crystalline


지난 번 새 싱글 Crystalline의 티저 비디오를 접한 뒤 또 잠시 잊고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공개된 새 싱글 Crystalline 과 자켓을 만나보게 되었다. 일단 자켓 이미지에 대해 말하자면, 최근 발매된 앨범들에서 일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구도와 이미지에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굴은 가렸어도 그녀의 팬이라면 누가봐도 아 뷔욕이구나 할 정도의 이미지라 할 수 있겠다.

음악 역시 전혀 새로운 것보다는 그녀의 계속되는 '시도의 연장선'에 있다. 다른 뮤지션에 비해 실험성이 매우 강한 그녀의 음악을 두고 새로움 자체를 논한다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이기도 한데, 분명 연장선에 있지만 실험적 측면을 여전히 엿볼 수 있다. 물론 익숙한 면들도 있다. 예전 'Vespertine' 시절에 들을 수 있었던 노이즈 가득한 효과음과 금속성 짙은 사운드는
 Crystalline을 좀 더 bjork스럽게 한다. 확실히 이 싱글만으로 새 앨범 'Biophilia' 에 대한 방향을 가늠하기는 좀 어렵다. Crystalline는 오히려 지난 앨범들과 더 맞닿아 있기 때문인데, 이 곡 외에 다른 곡들이 오히려 'Biophilia' 에 대한 정의를 내려주지 않을까 싶다. 얼핏 짧은 영어실력으로 확인해 보니 이 앨범은 iPad로 만들고 활용한 앨범인듯 싶은데, 그렇게 안(못)사던 iPad를 bjork 때문에 사야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새 앨범 'Biophilia'는 올해 9월 26일 발매 예정이며 수록곡은 아래와 같다.

 
1. "Virus"    
2. "Cosmogony"    
3. "Dark Matter"    
4. "Thunderbolt"    
5. "Moon"    
6. "Crystalline"    
7. "Hollow"    
8. "Sacrifice"    
9. "Mutual Core"    
10. "Solstice"  

 

Björk | Crystalline from Icetrip Estevez on Vimeo.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Dok2 - Hustle Real Hard

힙합씬의 10년 내공이 어디가랴



도끼(Dok2)의 드디어 발매된 데뷔앨범 소식을 듣고 나서야 벌써 이 아이가, 아니 그가 힙합씬에 등장한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구나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좀 뻔한 수식어를 들자면 도끼는 '힙합신동'이었다. 12살 어린 나이에 아이답지 않은 플로우와 캐릭터는, 적어도 겉 멋만 들어서 잠시 힙합바지 좀 끌다가 사라질 아이는 아니겠구나 하는 기대를 갖게 했었는데, 솔로 데뷔앨범은 이제야 선보이게 되었지만, 그의 10년은 결코 그냥 보낸 것은 아니었다. 사실 10년이라는 시간이 '엇? 벌써?'라고 느꼈던 이유도 그 동안 도끼의 활약이 왕성하지는 않았더라도 꾸준히 다른 앨범의 참여를 통해 있어왔기 때문이었는데, 그 간의 활동을 일일이 거론하지 않고 이번 앨범 'Hustle Real Hard'를 들어보면 '힙합씬 10년 내공이 어디가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여러 MC와 프로듀서들과 작업을 해오던 도끼는 올해 초 소울컴퍼니를 나온 더 콰이엇 (The Quiett)과 일리네어레코즈 (Illionaire Records)를 설립, 'Hustle Real Hard'를 발표했다. 드디어 나온 첫 데뷔 앨범답게 'Hustle Real Hard'에는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이야기를 넘치는 자부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뭐 힙합에서 이 정도의 프라이드는 거슬린다기보다는 당연한 것에 가까울 정도인데, 내가 도끼라고해도 10년 만에 내는 데뷔앨범이라면 이런 비슷한 내용들의 가사들로 채우지 않았을까 싶다. 내용이야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터라 새롭지는 않았지만, 비트와 사운드의 경우는 '역시'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번 앨범은 도끼가 전곡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곡의 비트와 가사까지 맡고 있는데, 사실 힙합 팬들 사이에서는 어린 아이가 랩을 잘한다로 인상적이었다기 보단, 어린 아이가 만든 비트치고는 수준급이다 라는 이유로 인상 깊었던 그였기에 어쩌면 이번 앨범의 사운드 퀄리티와 비트의 만족스러움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더 어둡고 무거운 사운드가 주를 이룬 음악이 아닐까 했지만, 그 가운데에 달콤하고 가벼운 비트의 곡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재범 (JayPark)이 피처링한 'My Love'도 좋았고, '음악을 멈추지마' 같은 곡은 훅도 제법 인상적이었다. 하나 좀 아쉬운 부분이라면 Soulja Boy가 피처링한 'Hustle Real Hard'였는데 (동명 타이틀 곡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솔자보이의 피처링의 퀄리티도 그렇고 전반적인 도끼와의 시너지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는 전체적으로 Jay-Z의 음악에서 느꼈던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곡들이 많았는데, 비트나 플로우도 조금 그렇지만 브라스를 적절하게 사용한 음악 때문인 것 같다. 브라스의 적절한 사용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백킹을 담당하는 비트의 세기가 임팩트있게 담겨있어서 전반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즐길 수 있었던 앨범이기도 했다. 역시 이런 분위기를 담은 곡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라면 더 콰이엇과 Beezino가 피처링한 'Mr.Independent 2'를 들 수 있겠다. 훅도 좋고 세 명의 MC의 색이 각각 잘 표현된 곡이었다. GD를 비롯해 현 아이돌 힙합그룹들에 대한 디스가 포함되어 있어 아마도 이 것이 더 화제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이 곡이 표현하려는 것은 디스라기 보다는 독립적인 그들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점을 더 봐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새삼 생각해보게 된 것은 역시 MC나 프로듀서는 피처링만으로는 자신의 역량을 100% 표현하기 어렵고, 자신의 앨범이 되어서야 마음껏 재능을 펼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그것이 오히려 단점을 더 부각하는 것이 될지언정, 드디어 제대로 된 도끼(Dok2 Gonzo)의 음악을 만났다는 점에서 
'Hustle Real Hard'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존 레전드 내한공연 (John Legend)

전설 형과 함께하는 Slow Dance!



존 레전드는 그의 첫 앨범 'Let's Get Lifted'를 들었을 때부터 그의 이름처럼 '이 남자는 전설이 될꺼야'라고 촉이 바로 섰을 만큼, 듣는 순간 알아차릴 수 있는 깊이와 내공의 앨범이었다. 그 때부터 한결 같이 좋아했던 존 레전드의 내한 공연. 몇 년 전에 이어 두 번째 내한공연인데, 첫 번째 내한 공연은 아쉽게 못갔었던 것을 떠올리며 이번 공연은 절대 놓치지 않을리라는 대쪽과도 같은 결의하에 할부신공을 발휘, 존 레전드를 내 눈과 귀로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 존 레전드의 곡들은 공연을 위해 미리 예습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하나 같이 많이 들었던 곡들 그리고 버릴 곡이 없는 앨범이었던 터라 별다른 준비없이도 공연을 100% 즐길 수 있었다. 최근 저질로 바닥을 치고 있는 체력 탓에 스탠딩으로 예매하지는 못하고 2층 좌석으로 예매하였지만,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악스홀이라 2층에서 관람하기에도 크게 부족함은 없었다 (물론 이건 스탠딩으로 관람하지 않은 이의 이기적인 변명이다. 당연히 스탠딩에서 보았다면 적어도 3배는 좋았을듯 ㅠ). 두근두근 기다리는 시간이 별로 길지도 않았는데 그는 마치 첫 앨범 'Let's Get Lifted'의 자켓 사진처럼 실루엣으로 스윽 등장했다. 이미 실루엣 만으로도 아우라를 만들어낸 존 레전드는 팬들이 미처 다 현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히트곡 퍼레이드를 시작. 이 때부터 멘트도 없이 쉴세 없이 그의 공연은 이어졌다. 


초반이 특히 그랬고 후반 부에도 중저음이 사용되는 부분에서는 심하게 울리거나 밸러스가 맞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보여주었는데, 사운드의 문제 탓에 존 레전드의 보컬이 조금 씩 묻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래서인지 오히려 피아노 한 대만을 두고 노래하는 곡들에서 그의 진가가 더 발휘된 느낌이었다. 하긴 존 레전드는 본래 피아노 한 대만 있으면 상대가 누구든 사로잡는 것이 가능한 훈훈한 오빠(?)가 아니었는가. 이번 공연은 남자인 내가 봐도 참으로 '훈훈한' 공연이었다. 시종일관 아빠 미소가 아닌 오빠 미소로 관객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곡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편하게 소화하는 그의 표정에서, 관객들은 '이곳이 지상낙원인가 ㅠ'라고 절로 느낄 정도였다. 'PDA'나 'Let's Get Lifed', 'Green Light' 같은 빠른 곡들에서는 정말 라이브 영상으로만 보던 그 공연에 내가 와있구나! 라는 걸 100%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흥겨운 분위기였다. 그리고 잠깐이지만 선보였던 'Number One'도 좋았고. 'Green Light'의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것 같다. 레전드 형의 꿀렁이는 미묘한 댄스도 좋았고 ㅎ





정말 쉬는 시간 없이 피아노와 무대를 오가며 (무대 아래까지!) 공연을 이어가던 존 레전드는 'Green Light'로 정점을 찍고 팬들의 앵콜을 받고 다시 나타났는데, 그저 민소매 런닝 셔츠로 갈아입었을 뿐이었지만 공연장은 열광에 도가니. 나도 모르게 열광할 수 밖에는 없는 분위기와 열기였다. 그리고 그가 조용히 시작한 곡은 다름 아닌 'Ordinary People'. 개인적으로 너무 유명한 곡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버릇이 있지만, 이 곡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사실. 노래방 18번 중에 한 곡이기도 한 'Ordinary People'을 라이브로 듣게 될 줄이야 ㅠ 존 레전드의 피아노 연주와 풍성한 소울(Soul)을 느낄 수 있는 이 곡에서, 존 레전드는 그가 왜 이름 뿐만이 아니라 전설로 불리는 지 여지없이 보여줬다. 팬들과 함께 부르는 후반부는 그 자체로 감동.


이번 공연은 특이하게(?) 사진 촬영을 전혀 막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찍어볼까 하다가 그 것보다는 살아있는 라이브를 가슴 속에 더 담자! 라는 생각에 공연만 신나게 즐겼다. 하지만 그렇게 참던 나도 맨 마지막 'Ordinary People' 나올 땐 조금이라도 남기고 싶어서 이렇게.



John Legend - Ordinary People from ashitaka on Vimeo.


모든 내한공연이 다 그러하지만, 존 레전드의 공연도 꿈만 같이 흘러갔다. 바쁜 아시아투어 일정 속에서 소홀히 하는 공연은 물론 아니었으며, 특별히 보여주기 식의 공연도 아닌 존 레전드 그대로를 만날 수 있는 멋진 라이브였다. 아...언제 또 전설 형을 만나볼 수 있으려나?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Hee Young - So Sudden (EP)
 
깊은 멜랑꼴리의 늪


파스텔에서 발매하는 여성 뮤지션 앨범에는 어느 정도의 기대치와 만족감이 항상 함께 하는데, 희영 (Hee Young)'의 EP 'So Sudden'은  지난번 박준혁의 앨범이 예상 외였던 것 경우와는 또 다른, 기대보다 더 깊은 음악을 담고 있었다. 사실 희영이라는 뮤지션을 알게 된 것은 이번 EP를 통해서가 처음이었는데, '브루클린에서한국으로 날아든'이라는 수식어가 예상케 하듯 기존의 국내 뮤지션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공기와 성격의 음악을 만날 수 있었다. 앨범 리뷰의 부제를 '깊은 멜랑꼴리의 늪'이라고 했을 만큼, 내게 있어 'So Sudden'은 한참 동안이나 헤어나올 수 없는 늪과 같은 깊이 있는 음악이었다. 그 늪은 우울함, 멜랑꼴리, 서정성, 아련함의 정서를 모두 갖고 있는 것이었는데, 짧은 EP임에도 거의 정규 앨범에 맘먹는 깊이라고나 할까. 사운드는 세련됬고 정서는 가슴을 파고든다.





이번 EP는 총 다섯 곡과 한국어로 다시 부른 두 곡 이렇게 총 7곡이 수록되었다. 도약하는 기운의 첫 곡 'Are You Still Waiting'은 박자 맞춰 깔리는 박수 소리와 중간중간 등장하는 휘파람 소리처럼, 부담 없이 바람흐르듯 솔솔 즐길 수 있는 곡이다. 심플하지만 사운드의 세련됨을 느낄 수 있는 구성이 인상적인 곡이기도 하다. 이번 EP의 동명 타이틀 곡이기도 한 'So Sudden'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들으면 들을 수록 한 없이 빠져드는 매력적인 곡이다. 숨소리가 더해진 희영의 보컬의 매력이 한껏 도드라진 동시에 피아노와 기타 그리고 스트링까지 곁들여진 이 곡은 마치 데미안 라이스의 곡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정서를 얻을 수 있는 감정의 굴곡과 극적 요소를 모두 갖고 있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클래식한 코러스라인은 이 곡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이며, 후반부로 갈 수록 극적으로 흐르며 그 간절함이 닿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구성은, 담담하고 매마른 듯한 희영의 보이스와 대조를 이루며 더 큰 감정의 흔들림을 이끌어 낸다.





'Solid On The Ground' 역시 담백하고 경쾌한 리듬과 동시에 코러스 라인이 매력적인 곡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희영의 목소리가 조금 더 강점을 드러내는 곡은 'So Sudden'과 같은 곡이라고 생각하지만, Are You Still Waiting'이나 'Solid On The Ground' 같은 빠르고 경쾌한 템포의 곡에서는 또 색다른 정서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런 곡들 역시 희영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On The Wall'은 짧지만 멜랑꼴리한 희영의 목소리와 빠른 템포가 만난 중간 지점의 곡 쯤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우리말로 부른 'So Sudden'을 듣고 있노라면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실 영어와 우리말로 각각 불려진 곡들을 듣게 되면 어느 한 가지 버전은 조금은 덜 좋은 느낌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So Sudden'은 각각의 싱크로율이 너무 좋아서랄까. 두 언어로 불려진 이 곡이 정말 완벽한 하나라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조금의 이질감이나 흔들림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겹쳐진 경우였다. 그래서 보통의 다른 곡 같았으면 둘 중 하나만 자주 듣게 되었을 테지만, 'So Sudden'은 두 버전을 모두 똑같이 좋아하게 된 흔치 않은 곡이 되었다. 

한 동안 수 많은 다른 앨범들을 재치고 내 귀를 장악하다시피 했던 희영의 'So Sudden'. 이런 멜랑꼴리의 늪이라면 언제든지 흠뻑 빠져도 좋다.


 
Hee Young (희영) - So Sudden (Korean Ver.) Music Video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박준혁 - Human Life
아름다운 노이즈



박준혁의 두 번째 앨범 'Human Life'를 막상 듣기 전까지는 일종의 편견이 있었다. 다름 아니라 이 앨범이 파스텔에서 나왔다는 사실 때문이었는데, 최근에는 조금 덜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 머릿 속에 파스텔이라 함은, 항상 샤방샤방하고 뽀샤뽀샤한 아름다운 멜로디와 감성을 들려주는 레이블이었기에 박준혁의 앨범도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음악이 아닐까 했던 것이다 (말랑말랑한 것이 결코 별로라는 것이 아님;; 예전부터 파스텔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 말랑함이었으니!).

그런데 CD를 넣고 첫 곡이 흘러나왔을 때 속으로 '어랏'하고 조금은 놀랐다. 예상했던 말랑함과는 달리 살짝 거칠게까지 느껴지는 노이즈 가득한 음악이 들렸기 때문이다. 조금은 의외다 싶은 마음으로 천천히 듣기 시작한 'Human Life'는 별다른 막힘없이 술술 넘어갔다. 박준혁의 음악을 들으면서 연상된 다른 뮤지션이라면 이승열을 들 수 있을텐데, 노이즈를 다루는 방식이나 그 나른하면서도 힘 있는 보컬에서 좋아하는 이승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최근 국내 앨범의 경우 수록곡 전체를 몇 번씩 들어본 경우가 몇몇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었는데, 그 반대로 박준혁의 'Human Life'는 어떤 곡을 콕 찝어서 들었던 적은 거의 없고 듣게 되면 항상 1번부터 10번까지 거르지 않고 주욱 들었던 것 같다. 뭐 요새같이 후크송과 후렴구가 전부인 가요계에서 이런 스타일은 깊은 인상을 주기 어려울지는 모르겠지만, 곡보다는 앨범으로 음악을 듣는 내 입장에서는 제법 괜찮은 앨범이었다.

엠비언트 스타일의 공간감있는 사운드서부터 슬로우 템포와 빠른 템포를 넘나드는 곡들에서 모두 박준혁만의 보컬 맛이 잘 살아있는 느낌이다. 빠른 템포의 곡들은 마치 예전 015b가 간혹 들려주던 스타일을 떠올리게 하는 하는데, 전체적으로 보컬과 코러스 그리고 이펙터의 절묘한 사용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도나웨일의 유진영이 피처링한 '웃음'은 마치 감성적인 일본영화의 엔딩 크래딧에 흐를 법한 감성을 담고 있는데, 아주 극적으로 흐르지 않아도 충분히 감성을 표현해내고 있다. '향' 같은 곡도 흥미로운 곡인데 피아노와 스트링을 배경으로 상당히 극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다. 이 곡을 비롯해 이번 앨범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흥미로운 점은 보컬이 아주 인상적인 앨범인 동시에 보컬을 제외하더라도 괜찮은 인스트루멘탈 앨범이 될 것만 같은 음악이라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앨범 'Human Life'가 아주 마음에 들어서 그의 첫 번째 앨범인 'Private Echo'까지 찾아듣고 있다. 이제 막 2집이 나왔을 뿐이지만 벌써 3집이 기다려지는 뮤지션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소리헤다 _ SORIHEDA
질 높은 자양분을 먹고 자란 싹
 


소리헤다의 셀프 타이틀 앨범을 듣고 처음 떠오른 뮤지션은 역시 Nujabes 였다. 뭐 최근 몇년 간 국내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얘기하면서 누자베스에 대한 얘기는 지겨울 정도로 했으니 여기서 또 본격적으로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냥 떠올랐던 한가지 생각으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누자베스를 처음 알게 되었던 2004년 즈음, 그 당시만 해도 국내에 적어도 내가 알고 있던 팀들 가운데 이와 비슷한 음악을 하고 있는 팀들은 없었다. 당시 내가 알고 있던 힙합 혹은 블랙뮤직이라고 하면 선 굵은 음악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누자베스를 필두로 Sound Providers, Madlib 그리고 매드립의 또 다른 프로젝트인 Yesterday New Quintet 등 (매드립의 프로젝트를 모두 따라다니다가 지쳤던 그 때가 갑자기 주마등처럼...)을 듣기 시작하면서 흔히 말하는 재즈 힙합 혹은 인스트루멘탈에 흠뻑 빠지게 되었었다. 처음 이와 같은 음악을 듣게 되었을 때의 느낌은 참 대단했었다. 그래서 그 어떤 장르를 파고 들었을 때 못지 않게 관련 뮤지션들을 무섭게 파내려 갔었는데, 그래도 항상 다시 찾게 되는 것은 누자베스였던 기억이 난다.

어쨋든 오늘 하려는 말은 그 때 나처럼 누자베스를 듣고, 매드립을 듣고 인스트루멘탈을 듣고 자란 이들이 뮤지션이 되어 내어 놓은 음악들이 최근 몇 년간 괜찮은 앨범들로 힙합 씬에 모습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더 이전에도 비슷한 풍의 국내 힙합들은 종종 있어왔지만 사실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흉내내기에 더 가까운 앨범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선보인 힙합 씬의 앨범들은 단순한 흉내내기가 아니라 자신의 색깔을 수줍게 드러내는 동시에 제법 괜찮은 음악들을 들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소리헤다를 처음 들었을 때 딱 떠올랐던 문장이 바로 저것이었다. '질 좋은 자양분을 먹고 자란 싹'. 썩 좋은 토양까지는 아니었지만 질 좋은 자양분을 먹고 남몰래 쑥쑥 자라왔던 싹들이 이제 막 결실을 보기 시작하는 것 같다는 느낌.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