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본 여행은 지난 여행과는 다르게 쇼핑 목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예산도 매우 타이트하게 다녀온 여행이긴 했지만, 그래도 '신발' ('이런 신발' 말고)같이 반드시 사려고 맘먹은 경우도 있었다. 매우 적절하게 작년 일본여행에서 산 아디다스 운동화가 거의 폐기수준이 되는 바람에, 새로운 신발을 살 타이밍이 왔고 이왕이면 일본가서 국내에는 잘 없는 모델을 사리라 마음 먹었다.
그래서 신주쿠 매장에서 산 아디다스 2010 가을 신상품 운동화! 지난번에도 그랬고 옷도 그렇지만, 첫 눈에 확 느낌이 오는 아이템들이 있는데, 이번 신발 역시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눈 앞에 있는 걸 보고 '이거다!' 싶었다. 그래서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지를 수 있었음.
예전에 아디다스에서 스타워즈 컬렉션이 나왔을 때 스카이워커 운동화를 너무 사고 싶었었는데, 못샀던 걸 이 운동화를 만회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보면 발목 부분의 디자인이 스카이워커와 흡사한 경향도 있고, 컬러도 크게 유행타지 않으면서도 유니크한 조합이라 어떤 의상에도 잘 어울릴 듯. 사실 몇 년 전만해도 어렸을 때부터 쭈욱 나이키만 고집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아디다스 운동화를 즐겨 신게 되어버렸다 (이건 되어버렸다 가 어울리는 표현)
그리고 운동화 만큼이나 이번 여행의 가장 첫 번째 목표 아이템. 바로 네르프 (NERV) 컵!! 이것 역시 지난 여행에서 매번 살까말까 고민했던 아이템이었는데, 돌아오고 나서는 걍 지를 껄 하며 후회했던터라 이번에는 아예 처음부터 꼭 사야지 하고 떠났다.
이건 에반게리온 샵에서 구매한 통(?)인데, 그 안에 빵이 들어있긴 하지만 거의 99% 통 때문에 샀다고 해도 될 듯. 특별히 카오루 통(?)으로 구매.
안에는 이처럼 빵이 통째로 들어있는데, 의외로 이거 혼자 다 먹으려니 배부르더라.
에반게리온 샵에서 구매한 또 하나의 아이템 마우스 패드. 현재 사무실에서 적극 활용중.
에바팬이라면 꼭 마셔야 하는 UCC커피와 회사 식구들에게 선물하려고 사온 에바 케익과 과자들. 사실 포장이 제일 그럴싸한 녀석.
이건 이름은 기억이 안나는데, 호기심에 먹어본 것 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나가사키 짬뽕만 두 그릇 시키기 뭐해 시켜본 것 치고는 말이지.
어쩌다보니 일본 올떄마다 꼭 한 번씩은 먹게 되는 나가사키 짬뽕. 개인적으로는 기본 라멘이 더 좋지만, 이 맛에도 점점 익숙해지는 듯.
그리고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늦은 시간에 커피 한잔 할 수 있었던 도토루 커피. 일본에서는 워낙에 대중적인 커피이기는 하지만, 나름 오리지널을 마셔본 것에 의의를.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신주쿠의 거리. 맥주 한 잔 할 곳을 물색하는 거리의 사람들. 그리고 저멀리 보이는 마루이 시티.
그렇게 괜찮은 술집을 물색하다가 한 곳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지하에 위치한 남자분들만으로 운영되는 작은 공간이었는데, 외국인이 이용하기에는 좀 불편한 감이 있지만 역시나 오리지널리티를 느끼기에는 괜찮은 분위기였다. 참고로 그냥 생맥주를 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그냥 생맥주가 산토리 생맥주라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 예상보다 더 나와 깜놀하기도. 어쨋든 산토리 생맥주를 몇잔이나 부담없이 마셨다는 것에 의의를.
옆에 일본 남자는 아이폰 4를 그날 샀는지 옆에 여자분에게 술마시는 내내 자랑을.
메뉴판인데, 확실히 일본인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곳이라 일본어를 좀 할 줄 아는 외국인이 보기에도 100% 메뉴를 이해하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어렵사리 주문한 안주들이 모두 마음에 들어 다행.
사케를 주문하면 테이블 위에 주욱 늘어선 병들 가운데 골라서 직접 따라주는 방식.
대부분의 일본 술집들처럼 적은 양으로 몇가지 안주를 맛볼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큰 편의점에 들러 샀던 기린 캔 맥주와 후지큐 하이랜드 에바샵에서 샀던 UCC 캔 커피. 참고로 UCC 캔은 씻어서 집으로 가져왔다 -_-;
귀국하는 날. 나리타 공항의 풍경과 타고 온 아시아나 항공기의 모습. 참고로 이날은 비행기가 연착되어 나리타 공항에서 30분 넘게 대기했던 것 같다. 이런 것도 나름의 추억.
이번 일본여행에서 에반게리온 월드만큼이나 중요한 목적지였다면, '슬램덩크'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에노시마와 그 유명한 '에노덴'을 타보는 것이었는데, 둘 째날은 비가 온 것도 있고 워낙에 후지큐 하이랜드에서 에노시마까지는 답이 안나오는 거리와 교통이라 둘 째날 눈물을 머금고 에노시마를 포기. 거의 못가는 것으로 확정되다시피 했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마지막날, 본래는 '귀를 기울이면'의 배경이 된 곳을 가기로 했었지만, 날씨도 괜찮고 여기까지와서 '에노덴'을 타보지 못한 다면 그 후회가 더 클 것 같아 급작스럽게 계획을 변경, '귀을 기울이면' 투어는 나중으로 미루고 (이로 인해 다음 일본 여행의 핑계가 또 하나 생겼다) '슬램덩크'의 배경인 '에노시마' 행 전철에 몸을 실었다.
에노시마까지 가는 길이 그리 간단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신주쿠에서 출발하였는데 몇 번 갈아타기를 반복, 드디어 '에노시마' 만큼이나 보고 싶었던 일본의 전통 전차 '에노덴'을 타게 되었다.
역이 그리 많지 않은 에노덴은 이 간단한 노선을 보고 내리는 곳을 고르면 된다. 우리는 에노시마를 지나 가마쿠라고교에서 내리기로 결정.
이 아기자기한 오래된 전차인 '에노덴'은 사진으로 보았던 것보다 막상 타보니 더 아기자기하고, 동네를 구석구석 손에 잡힐 듯 (이것은 '마치'가 아니라 실제로 손을 뻗으면 잡힐 정도의 거리로 운행한다) 운행하고 있었다. 창 밖 풍경이 특별히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근접한 거리로 천천히 운행하는 것 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것이 바로 에노덴!!)
여기가 바로 가마쿠라고교 역. 이곳에 내린 순간 이미 만화 슬램덩크의 한 장면이 바로 떠올랐다. 해변을 끼고 달리는 에노덴이나 이 오래된 역사나 모두 정겹고, 반가운 곳이었다.
사진으로 보니 다시금 새록새록 떠오르는 시원한 바다와 정겨운 건널목. 이 곳이 바로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오프닝에 등장했던, 백호와 소연이가 건널목을 두고 인사하던 바로 그곳이다.
(바로 이 곳!!)
그래서 나름 이 장면을 연출하고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 그런데 찍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좀 더 앞에서 좀 더 정확한 포즈로 찍었어야 했다는걸 깨닫고는 뒤늦은 후회를 ㅠ
그래도 나름 에노덴이 올 때를 기다려 열심히 찍었다는 ㅋㅋ 좀 더 정확하게 싱크로율을 맞추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
대략의 연출 사진 촬영을 마치고 실제 북산고교의 모티브가 된 가마쿠라고교에 올라가 보는 길. 이런 곳에서 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기분은 어떨까, 급 부러워지는 순간.
실제로 이 날은 농구부로 보이는 남학생들이 무리지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만화와는 다르게 채치수나 강백호, 서태웅 같은 아이들은 없더라 -_-;; (아, 물론 이 이름들은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이름이지만;; 북산 이라는 학교이름도 그렇고)
참고로 가마쿠라고교 역 앞 해변에는 서핑을 즐기려는 서퍼들로 가득찼었는데 (정말로 멀리서 보면 왠 고기떼가 무리지어 있는 걸로 착각할 만큼 서퍼들이 많았다), 서핑보드를 옮기기 위해 자전거나 오토바이 옆을 개조한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었다.
다시 에노덴을 타고 에노시마에 내려 신주쿠로 돌아오기 위해 작은 동네를 가로 질러 오타큐선 에노시마 역으로.
가던 길의 가게에서 뜬금없이 팔지를 하나 구매. 사실 신주쿠 등에서 하나 사려고 했었는데, 에노시마에서 사게 될 줄은 나도 몰랐음.
용궁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에노시마 역. 이 곳은 관광지라 그런지 관광지다운 표지판들도 많고 여행객들도 많더라.
제대로 식사를 못했던 탓에 무엇을 먹을까 했으나 차 시간에 찾을 만한 곳은 바로 이 마그도나르도 밖에는 없어서, 일본 맥도날드 체험하는 기분으로 간단하게 햄버거 세트로 아침겸 점심을~
좋아하는 모스 버거보다야 못하지만, 좀 짭짤한 것이 나쁘지 않았음. 참고로 짭짤함의 근원은 바로 저 치즈!!
그렇게 다시 열차를 타고 (아, 마지막 사진의 저 좋아보이는 열차는 아니에요 ㅋ) 나리타 공항으로 가기 위해 우에노 역으로 발길을... 이렇게 마무리 되어 가는 짧은 일본 여행.
이번 일본여행의 핵심 코스는 바로 실물 크기의 초호기를 비롯해 에바와 관련된 다양한 것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에반게리온 월드'를 개장한, 후지큐 하이랜드를 방문하는 일이었다. 후지큐 하이랜드는 에반게리온 월드가 아니더라도 일본내에서 상당한 지명도가 있는 놀이공원으로서, 사실 나같이 짧은 일정과 가난한 여행객이 방문하기에는 결코 녹녹한 일정은 아니었으나, 이것이 이번 여행에 화룡점정이었으니 어쩌랴. 실제로 후지큐 하이랜드까지 가는 길은 그리 순탄치 만은 않았다. 이날 도쿄에는 비가 내렸는데, 아침부터 부랴부랴 편의점에 들러 우산을 하나 구매하고 신주쿠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후지큐 하이랜드까지 가는 고속버스 티켓을 구매, 버스에 몸을 실었으나 비가 오는 관계로 버스는 시외로 벗어날 때까지 정체를 반복했고, 예상보다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후지큐 하이랜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건 후지큐 하이랜드에서 다시 신주쿠로 돌아올 때 탔던 토마스 버스. 참고로 후지큐 하이랜드에는 에반게리온 월드 외에도 토마스 기차에 관련된 관과 건담 등의 테마 관들이 별도로 있었는데, 워낙에 빠듯한 일정이라 에반게리온 월드만 둘러보고 온 것이 조금은 아쉽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후지큐 하이랜드! 참고로 비가 와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쾌적한 환경에서 구경할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더 좋았다.
정문을 지나 매표소까지 가기 전에는 관련 상품들을 파는 상점을 지나야 하는데, 이미 여기서 부터 에바에 분위기로 한껏 달아올랐다. 에바 초코렛, 에바 과자, 에바 쿠키, 에바 사탕 등등등
우리는 미리 인터넷에서 프리티켓을 구매한 터라, 매표소에서 바우치만 보여주고 프리티켓으로 교환. 참고로 프리티켓 구매자에게는 위의 사진처럼 직접 증명사진을 촬영한 티켓을 제공하여 이 티켓만 보여주면 모든 놀이기구 및 테마관을 제한없이 즐길 수 있다. 하나 FAIL은 사진 찍는 기계가 좀 높이가 낮았는데, 알아서 찍어주겠지 하고 찍었다가 얼굴은 안나오고 목부터 찍혀서 FAIL.
아찔한 코스와 높이의 롤러 코스터들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비가 오는 관계로 이 날은 운행하지 않아, 탑승 및 구경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름 안개속에 가려진 롤러 코스터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두둥. 드디어 에반게리온 월드에 도착! 입구 앞에서 간단한 기념촬영을 마치고 떨리는 마음을 토닥이며 바로 입장!
입구에서 나를 맞는 초호기와 레이 그리고 아스카! 이 사람 크기의 모형들은 바로 하루전 루미네 에스트에서도 본 터라 그리 떨지 않고 사진 몇 장 촬영한 뒤 제레가 있는 그 곳으로 이동!
극중 이카리 겐도가 제레에게 명령을 받던 바로 그곳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었다. 실제로 Sound Only라도 제공되었더라면 더욱 실감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어쨋든 약 몇 분간 이 곳에서 제레에게 나름 지령을 받은 뒤 다음 코스로 이동~
미사토와 리츠코를 비롯한 네르프의 직원들과 함께 회의 장면을 촬영할 수 있는 조형물. 저 사이에 들어가서 회의하는 장면을 몇 장면 찍어봤는데, 생각보다 리얼리티가 살지않아 FAIL.
아스카와 에반게리온 2호기의 위풍당당한 등장모습!
한 켠에는 에반게리온 최고 인기 캐릭터인 카오루의 대형 모형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약 160 이상이었음), 여기서 카오루와도 사이좋게 사진 한장 찰칵했음.
벽면을 가득채운 에반게리온 : 파의 주인공들. 각 캐릭터 별로 정리되어 있어 각각 살펴볼 수 있었다. 사진에는 없지만 이카리 겐도나 마리 등도 있었다.
극중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상황판 같은 곳에는 에바의 애니메이션 설정 파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설정 파일도 파일이지만 그것보다는 아주 좋은 컨셉 조형물을 만났다는 생각에 바로, 컨셉 사진을!
몇 번의 시도 끝에 (워낙에 실내는 어둡고 테이블은 빛이 나는 터라 쉽지 않은 촬영;;) 비교적 만족할 만한 위의 사진을 얻는 데 성공! 옆에 계신 일본 아저씨 덕분에 오히려 분위기가 더욱 사는 효과까지!
실제 엔트리플러그의 조형물이 있어서 여기에서 사진을 찍을까 했는데, 저기에 앉아서 사진 찍으려면 천엔이었던가를 별도로 내고 찍어야해서 걍 포기. 몇몇 용자가 있었지만 그 돈으로 다른 걸 사기로 하고 걍 포기.
리리스 조형물 역시 직접 본인의 얼굴을 넣고 사진을 찍도록 준비되어 있었는데, 본토의 오타쿠들이 지켜보고 있는 터라 이건 차마 용기내어 찍기가 쉽지 않았다 (참고로 확실히 본토의 오타쿠들은 연기력이 다르더라. 실제 리리스보다도 더 실감나는 연기를 펼친 여성 오타쿠도 있었다!). 그 아래는 AT필드 모형으로 이 역시 직접 손을 넣어 동작을 취하고 촬영을 해볼 수 있도록 제공되고 있다.
그렇게 구경을 다 하고 나면 바로 출구로 나가게 되어 있는데, 출구는 반드시 상점을 통해야만 나갈 수 있었다 (이런 기분좋은 상술 같으니라고!)
에반게리온 팬이라면 지갑을 두둑히 준비해야만 할 상점 코너. 그동안 인터넷으로만 보아 왔던 제품들을 비롯해, 갖가지 아이디어 음식 상품들도 판매중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여행에서 꼭 사리라 마음먹었던 'NERV'컵을 비롯해 마우스 패드와 사무실 식구들에게 줄 에바 과자 몇개 등을 구매했다. 티셔츠는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다가 결국 포기.
엇, 그런데 이러고 에반게리온 월드를 나오니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아! 맞다!! 초호기 실물 모형을 보러 온건데, 이거 못봤잖아!!!' 아니 이럴 수가. 프리티켓을 구매하지 않았더라면 큰일날 뻔한 일이었다. 그리하여 다시 입구로 들어가 부랴부랴 지도 확인 뒤 실제 초호기 모형이 있는 곳에 도착!
(이거야말로) 두둥!!!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에바 초호기!! 네르프 본부에 격납되어 있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데, 확실히 이미 공개되어 큰 화제를 일으켰던 실물크기 건담에 비하면 디테일이나 그 크기에서는 좀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실제 크기의 초호기를 이렇게 부분이나마 눈 앞에서 볼 수 있는건 팬으로서 대단한 경험이었다.
아래에는 극중과 마찬가지로 LCL 용액으로 채워져 있었다. 정면에서 볼 수 있는 것 외에 계단을 통해 옆으로 올라가서 볼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더 마련되어 있었다.
혹시나 사람이 엄청 많아서 사람들만 잔뜩 찍어오는건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비가 와서 사람이 많지 않아 이렇게 온전한(?) 초호기 사진을 여럿 찍을 수 있었다. 참고로 10분인가 15분 정도마다 스페셜 타임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바로 이 초호기가 조금이나마 구동(?!)하는 시간이었다. 구동이래봤자 연기 뿜고 눈에 불들어 오는 것이 다 이지만, 이런 공간에서 빵빵한 음악과 함께 펼쳐지니 제법 분위기가 그럴싸 했다. 이 장면을 직접 동영상으로 촬영!
초호기의 괴성을 현장에서 들으면 기분이 묘해지면서, 살짝 긴장감도 느껴질 정도였다. 초호기 팔이라도 슬쩍 올라왔다면 더 스펙터클한 장면이 되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본래 첫 날 계획은 '킬 빌' 1편의 마지막 결투 장면의 모티브가 된 장소인 '곤파치'에 가는 것이었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일정을 수정, 신주쿠를 그냥 배회하는 것으로 하려다가 문득 '그래, 일본 극장에 가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딱 일본은 아니지만 영화팬으로서 외국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어떨까 라는 막연한 호기심이 있었는데, '곤파치'를 가는 것보다는 이 편이 나에게도 훨씬 더 의미있고 소중한 경험이 될 것만 같은 생각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신주쿠 근처에 극장을 찾아보던 중 저 멀리 'WALD 9 CINEMA'라는 높은 빌딩을 보고서는 그리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사실 일본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에는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과 더불어 '극장을 경험하다'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였는데, 후자에 집중한다면 이미 본 영화라던가 아니면 자막이 필요없는 한국영화를 봐도 괜찮지만, 이왕 평소에 하기 힘든 경험을 하는 김에, 보고 싶었던 일본 영화를 선택해 영화를 보는 것과 극장을 경험하는 것 외에 자막없이 일본영화를 첨부터 끝까지 즐겨보는 것까지 경험해보게 되었다. 'WALD 9' 극장은 멀티플렉스였는데 현재 상영중인 작품들 가운데에는 이미 익숙한 작품들도 여럿 보였다. 참고로 일본은 해외영화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전체적으로 개봉이 매우 늦는 것으로 유명한데, 현재 상영중인 영화들 중에서도 국내에는 이미 DVD, BD로 출시가 되었거나 개봉한지 오래된 작품들 (싱글맨, 나잇 앤 데이 등)이 한창 상영중이었다.
그 가운데는 우리 영화 '해운대 (일본 개봉명은 '쓰나미')'도 보였고, 현재 부산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선보인 '13인의 자객'과 츠마부키 사토시 주연의 '악인'도 상영중이었다/ 이 가운데 어떤 영화를 볼까 하다가 앞서 이야기했던 이유들을 고려하여 평소 보고 싶었던 '13인의 악인'을 보기로 했다. '악인'도 보고 싶긴 했지만 조금 더 보고 싶었던 '13인의 자객'에 도전해 보기로 한 것인데, 이것은 분명 도전의 의미도 있었다. 자막없는 일본 영화를, 더군다나 사극에다가 14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의 영화를 보기로 선택한 것 말이다. 후에 다시 정리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이 경험은 신선함과 동시에 제법 '할만한' 경험이었다.
티켓부스는 금요일 저녁임에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 곳 역시 팝콘이나 음료 등을 파는 곳과 함께 영화관련 기념품을 파는 곳, 그리고 여러가지 홍보자료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 준비되어 있었다.
티켓부스에 가서 티켓팅을 할까 하다가 상영시간이 촉박한 것도 있고 해서 옆에 있는 자동발권기를 사용해보기로 결정. 원하는 영화와 시간, 인원수를 결정하고 직접 결제까지 (현금도 가능) 가능한 터라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었다.
둘이 보니 금액이 무려 3,600엔!!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한 사람당 영화 한 편에 거의 2만원 정도 하는 것인데, 일본의 물가를 생각해 봤을 때 크게 비싼 편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어쨋든 우리 같은 한국 관광객에게 4만원을 투자하는 것은 조금은 부담스럽긴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결과적으로는 그 값어치를 충분히 하는 경험이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극장 안 풍경. 일본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결과 (물론 딱 한 군데서 본 것이 전부라 일반화를 하기엔 성급한 감이 있지만;;) 느꼈던 점들을 얘기해보자면, 일단 영화가 시작하기 전 상업광고가 한 편도 없다. 영화 시작 시간마저 어겨가며 시작 전 2~30분에 가깝게 광고를 지겹도록 틀어주는 국내 멀티플렉스와는 달리, 일본의 WALD 9 극장은 시작 전 위의 사진처럼 정지된 화면에 저 정도로 몇가지 텍스트 광고를 하는 것이 전부였고, 영화 시작 전에는 모두 영화 예고편을 보여주었다. 언제부턴가 국내 극장가에는 영화 예고편을 만나보기가 너무 어려워졌는데, 이곳에서는 기대되는 신작들의 예고편을 짧은 버전으로 (10~15초) 여러 편을 보여주었다.
그 예고편들 가운데 한국사람으로서 인상적인 것이었다면 'K-POP 콘서트' 관련 예고편이었는데, 국내에서 열렸던 드림 콘서트를 편집해 극장해서 상영하는 것이었는데, 국내의 인기 아이돌 들의 공연을 일본 극장에서 예고편으로 만나니, 이것도 참 감회가 새롭더라. 참고로 극장내의 분위기나 일본 음반샾의 분위기로 봐서 현재 일본에서 잘나가는 우리 아이돌 그룹이라면 역시 '카라'를 들 수 있겠으며, 소녀시대나 2NE1 등이 점점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으로 보였다. 물론 아직까지 동방신기의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았으며, 씨엔블루 도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정도.
그렇게 보게 된 영화는 미이케 다케시 감독의 신작 '13인의 자객 (十三人の刺客)'이었다. 이번 부산에서 상영한 작품이기도 한데, 이 영화를 일본에서 보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ㅎ 이 작품은 포스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야쿠쇼 쇼지를 비롯해 이세야 유스케, 야마다 타카유키, 타카오카 소스케, 이하라 츠요시, 마츠카타 히로키 등 사극답게 여러 익숙한 배우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구도 에이이치의 동명의 작품 (1963년 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인데, 이런 류의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비롯해, 그 뒤에 존재하는 이야기 측면에도 상당히 신경 쓴 작품이었다.
일단 영화 자체에 대한 평보다는 일본어로 처음부터 끝까지 자막없이 본 소감을 위주로 이야기해보자면, 사실 처음 보기로 했을 때에는 '과연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나조차도 기특하게) 140분이라는 시간 동안 자막 한 줄 없이도 비교적 몰입하여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다. 이렇게 써놓으면 마치 내가 일본어에 능통해서 무리없이 관람했다로 오해할 수 있는데, 거의 90% 넘게 못알아 들었음에도 몰입하였기 때문에, 스스로도 기특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ㅎ
물론 자막없이 보았기 때문에 영화를 100% 이해할 수는 없었다. 이 작품은 특히 13인이 어떤 이유로 자객단을 형성하게 되고, 이들이 마지막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벌이는 전략들이 매우 중요한 작품이기에, 이 부분을 100% 이해할 수 없었던 나로서는 영화를 반쪽만 즐긴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대충 감으로 이해하고 보았음에도 영화가 갖고 있는 정서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던 감상이었다. 특히 후반부의 클라이맥스 액션씬은 한동안 대사가 필요없는 시퀀스라 더욱 그런 점도 있었지만,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영화가 표현하려는 그 '절절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후에 국내에 정식으로 개봉한다면, 과연 내가 예상했던 것들이 어디까지 맞았는지를 비롯해 이들이 정말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를 맞춰보는 의미로 꼭 재감상을 할 예정이다. 이런 감상평은 첨 해보는데, 추천할 만한 방식은 절대 아니지만, 자막없이 보아도 영화팬이라면 몰입할 수 있을 작품이 아닐까 싶다.
다시 돌아와 이제 일본 극장에서 영화 본 소감을 정리해보자면, 영화가 상영될 때에 시끄럽게 하거나 번잡스러운 관객이 한 명도 없었다. 물론 단 한번 가지고 100% 인냥 결론내리기는 어렵겠지만 어쨋든 전체적으로 떠들 수 있는 분위기는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멀티플렉스 였음에도 영화가 끝나고나서 엔딩 크래딧이 완전히 다 끝날 때까지 상영관에 불을 켜지 않았다는 점인데, 이와 더불어 관객들도 엔딩 크래딧이 다 끝나고 불이 켜질 때까지는 단 한명도 퇴장하지 않았다. 국내 멀티플렉스에서는 영화가 끝날 것 같으면 벌써 부시럭 거리기 시작해서, 끝나는 동시에 대부분이 바쁘게 퇴장하고, 엔딩 크래딧이라도 여유있게 앉아서 즐길라치면 청소 직원들이 눈치를 주는 환경과 비교한다면, '감동'스럽기까지한 환경이었다. 더군다나 이곳이 멀티플렉스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어쨋든 일본 극장에서 일본 영화를 자막없이 본 경험은, 이번 일본여행에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가장 뜻깊은 경험이 되었다. '13인의 자객'도 어서 국내에 정식개봉해서 다시 한번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뒤늦은 휴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리타 공항행 비행기에 몸을 담았다. 지난 도쿄 여행이 처음이라는 것에 기인해 여기저기 가능한 많은 곳을 둘러보고 사고 싶은 것들을 사오는 와중에, 평생에 가장 가고 싶었던 장소 중 하나인 지브리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번 도쿄 여행은 일명 '오타쿠' 여행으로서 애니메이션과 영화 속에 등장한 실제 장소를 방문하는 것과 후지큐 하이랜드에 위치한 에반게리온 월드를 방문하는 것이 가장 주된 목적이었다.
그런데 아직 에바에 대한 준비가 다 되기도 전에, 신주쿠 역에 떡하니 전시된 초호기를 만날 수 있었다. '루미네 에스트'에서 에반게리온과 관련한 프로모션에 일환으로 초호기 모델을 전시하는 것은 물론, 매장에서도 이와 관련한 홍보물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그렇게 초호기를 먼저 본 것만으로도 만족하려 할 때쯤, 에스컬레이터 옆에서 아스카와 레이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었다. 초호기 모형 앞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라면, 그 복잡한 지하철 역사 안에서 대형 모형을 촬영하려고 여러 사람이 몰려 있어도 누구하나 불평하기는 커녕, 오히려 다들 사진 촬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비켜주는 모습이었다. (역시 이곳은 오타쿠의 천국!!!)
그렇게 신주쿠 거리를 들러 숙소인 선라이트 신주쿠 호텔에 도착. 역에서 10~15분 정도 걷는 거리이긴 하지만, 이 정도 거리라면 크게 부담되는 거리는 아닌 듯. 로비에는 200엔이면 커피 한잔과 더불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깔끔한 공간이 제공되는 것이 특징.
일본 비지니스 호텔들이 다 그렇듯이, 굉장히 작은 방과 아주 단촐한 침대, 책상, TV의 구성. 지난번 묵었던, 역시 신주쿠의 '아스카' 호텔보다도 조금은 방이 작은 편이었다. 하지만 방마다 랜선이 들어와 있어 노트북이 있다면 랜선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참고로 노트북이 없으면 호텔에서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렌트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역시 일본에 왔으면 규동을 먹어줘야, '아, 내가 도쿄에 정말 와있구나' 라고 실감하게 됨.
든든히 규동으로 배를 채우고 나서 다시 신주쿠 거리로 나섬.
이 극장에서는 미야자키 아오이 주연의 영화와 더불어 우리영화 '미인도'를 상영중이었다. 미야자키 아오이의 포스터 앞에서 1분간 멍하게 서있다가 다시 길을 나섬.
와타나베 켄과 다스 베이더가 함께 등장한 docomo 광고.
어느덧 저녁. 사실 원래 첫 날의 주요 스케쥴은 영화 '킬빌'의 모티브가 되었던 '곤파치'에서 술을 한 잔 하는 것이었는데, 워낙에 피곤했던 이유와 더불어 그냥 조금은 여유롭게 신주쿠를 거닐고 싶다는 생각에 과감히 계획을 포기.
도큐핸즈. 생각보다는 좀 심심한 모습이었음.
그렇게 신주쿠를 여기저기 거닐다가 시원한 맥주 한잔 하러 괜찮아 보이는 이자까야로.
지난 번에 이런 방식의 술집을 처음 왔을 때는 조금 신기하고 당황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두 번째라고 제법 적응 ㅋ 원하는 메뉴와 안주를 척척 주문! 참고로 센스만 조금 있으신 분들이라면 일본어를 몰라도 어렵지 않게 주문이 가능할 듯.
캬~~ 저게 딱 처음 맥주를 받아들고서 한 모금 마신 장면. 워낙에 목이 말랐던 터라 절반을 한 모금에! 이 날의 맥주는 사진보다도 훨씬 더 시원했다~
안주가 대부분 동일가였기에 주저없이 여러개를 주문. 사진만 봐도 그 맛이 다시 기억난다.
그렇게 맥주를 마시고 들어와서도 또 호텔 앞 편의점에서 아사히 맥주를 한 캔 더 사가지고 들어왔음. 사실 일본여행은 편의점에서 매우 다양한 캔 맥주를 골라 마실 수 있는 재미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선라이트 호텔 앞의 로손은 그리 큰 편이 아니라서, 평균보다는 좀 적은 수의 맥주 밖에는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둘 쨋날에는 일부러 조금 먼 큰 편의점에 미리 들러서 맥주를 사가지고 들어왔다는.
이렇게 예상외로 피곤하지만 매우 여유로운 첫 날의 스케쥴을 마무리. 둘 째날에는 이번 여행에 가장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후지큐 하이랜드의 '에반게리온 월드'를 방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