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새 해가 실감나지 않아 써보는 글


업무의 특성상 스케쥴을 짜야하는 일이 많아서 2014라는 숫자를 쓴 것이 이미 11월 부터 이기는 했지만, 그리고 언제부턴가 (아마도 고등학교 졸업 이후부터) 해가 바뀔 때마다 설레임보다는 전혀 실감하지 못하는 일이 더 많아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2014년의 시작은 참으로 실감이 나질 않는다. 보통 실감이 나질 않는다는 표현은 감격스러울 때 나오곤 하는데, 이번은 정말 문자 그대로 실감이 나질 않는 현실에 대한 표현이다. 그래서 뭘해볼까 하다가 2013년을 글로나마 간단하게 정리하고 2014년의 근 미래 정도만이라도 예상해보는 글을 써보기로 했다.


2013년은 아마도 내가 직장인으로 데뷔한 이래 가장 바쁜 한 해였을 것이다. 정신적으로도 그랬고, 물리적인 일의 양으로도 그랬다. 말이 나온 김에, TV에서 가수나 배우들이 데뷔 10주년 혹은 20주년을 기념하는 것을 보고는 나도 문득 직장인으로 데뷔한지 얼마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다가 10주년을 놓쳐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10주년을 놓쳤다기보다 데뷔라는 개념자체를 적용할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 더 맞겠으나, 어쨋든 그래서 머지 않아 맞게 될 15주년에는 잊지 않고 기념하길 (기념할 일인지는 모르겠다만은) 무작정 바라기로 했다.


일단 직장인으로서의 2013년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참 힘들었다. 새롭게 구성을 달리 한 회사는 중요한 역할로서 시작부터 다시 해야했기에 부담도 일도 많았으며, 여기에 집중한 탓에 내가 본래 더 소중하게 생각한 다른 개인적인 것들을 상상 이상으로 많이 잃어야 했다. 그리고 이 중 대부분은 아직도 다 되찾기 못하기도 했다. 2013년을 시작할 땐 참 본격적인 마음으로 여러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길 예정이었고, 몇몇은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도 했었다. 하지만 급변하는 회사의 사정 속에 많은 것들을 포기할 수 밖에는 없었다. 실제로 지난 해에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몇 가지 주제에 대해 책 한 권을 내보려고 계획도 세웠고, 몇 몇 출판사와 얘기도 시작하는 단계였으나 중간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어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되다니!) 포기해야만 했고, 블로그를 통해 야심차게 연재하려고 했던 몇가지 프로젝트 들도 전혀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사실 2013년 연초에 세웠던 야심찬 연간 계획은 '글 쓰는 이'로서의 진일보였다. 하지만 계획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직장인으로서의 진일보를 이룬 한 해가 되었다. 뭐 잃는 것도 얻는 것도 있었으니 다행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 쓰는 이로서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기회들도 있었다. 2012년에 이어 정말 좋아하는 영화들의 국내 블루레이 타이틀 다섯 작품에 내 글을 실을 수 있었다 (트리 오브 라이프, 러브레터, 늑대아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멜랑콜리아). 이건 나에게는 책을 낸 것 만큼이나 뿌듯하고 영광스러운 일 중 하나라서 이 것만으로도 참 의미있는 한 해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늑대아이' 같은 경우 수록된 글 외에도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더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블루레이 글 수록 외에 또 다른 의미있는 일이라면 역시 국내 발매 된 사운드트랙 앨범에 해설지를 쓸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2006년인가 7년 쯤에 bjork 앨범에 해설지를 거의 쓸 뻔 했다가 못 쓴 이후로 정말 오랜 만의 기회였는데, 고맙게도 워너뮤직을 통해 두 편의 OST앨범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나는 '늑대아이' 사운드트랙이었고, 다른 하나는 '비포 미드나잇' 이었다. 두 편 모두 그 해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았을 만큼 절대적 선호도를 갖고 있던 영화라 음반 해설지 참여가 영광일 수 밖에는 없었는데, 내게는 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영광되고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참고로 올 1월에 발매될 또 다른 사운드트랙 앨범의 해설지 원고도 지난 달 이미 넘긴 상태. 이 작품 역시 올 해의 영화 중 한 편으로 꼽았던 코엔 형제의 작품이라, 너무 참여 자체가 기쁘고 흥분되었던 사운드트랙이었다.


아, 그리고 하나 빼놓을 수 없었던 일은 박찬욱 감독님과 통화했던 일과 류승완 감독님과 가까워지게 된 그야말로 사건. 박감독님과 처음 통화할 때 두근 거려서 한 참이나 할말을 연습했던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잘하면 올해에도 뵐 일이 있을 것 같은데 그 때는 좀 덜 떨면서 준비한 얘기들을 해봐야겠다. 류승완 감독님과는 몇 해 전 인터뷰를 한 인연도 있었고, 올 해는 '베를린' 개봉 때와 이후 다른 일로 몇 번 뵙거나 연락드릴 일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단순히 일이나 인터뷰 만을 위한 만남이 아니라, 앞으로는 좀 더 친숙하게 가끔 연락드릴 수 있는 관계가 된 것이 무척이나 행복한 사건이었다. 좋은 거 별로 티안내려고 했지만 정말 좋았던, 근데 티를 잘 안내려고 해서 그런지 실감도 잘 안 났던, 그런 사건이었다.


다시 직장인의 이야기로 돌아와, 작년 한 해 우리 회사는 참 롤러코스터를,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롤러코스터라기 보다는 일정한 상승곡선만을 그린 한 해를 보냈다. 난 참 많은 직원들을 부사수 혹은 팀원으로 맞이 했었으며, 중반 부터는 회사의 반이라고 할 수 있는 한 팀을 본격적으로 맡아 운영하게 되었는데, 내 마음대로 완전히 주도권을 가지고 팀을 이끌 수 있었던 기회와 미션이 주어졌던 터라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그런 면에선 더 수월한 점도 많았다. 진짜 공개된 장소인 이 글에 다 쓸 수는 없지만,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만 했던 극도의 불안함 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 할 때에는 역대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던 수치의 초과 성과를 거두기까지 우여곡절도, 어려움도 참 많았다. 예전 회사 동료에게 이런 비슷한 얘기를 하며 했던 얘긴데, 이런 얘기는 마지막에 성공해야 결국 할 수 있는 얘기다. 즉, 어떤 회사나 어려움을 겪지 않는 회사는 없다. 하지만 그런 힘든 시절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회사는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한 회사들 뿐이다. 그래서 아직은 여러가지 면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며 안주하기엔 시기상조다.


이 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요 근래 몇 년간의 내 인생은 어쩌면 전혀 상반되는 것 두 가지를 동시에 모두 다 정력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한 편으론 이중인격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직장인으로서의 내 삶은 그 누구보다 냉정하고 계산적이어야 하지만, 회사를 나서는 순간 내 삶은 그 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마인드로 돌아와 순진하리만큼 이상적인 생각과 프로젝트들을 꿈꾼다. 이렇게 두 가지를 모두 다 100% 이상으로 병행하는 삶은 2014년에도 계속될 듯 한데, 언제까지 가능할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점점 더 회사를 다니면서 그 외에 글 쓰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 것이 힘이 든다. 잠을 덜자는 것 만으로는 버텨내기 힘든 순간들이 더 많아졌다. 더군다나 2014년에는 결혼도 해야하고 더 큰 대소사가 이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2014년은 정반대로 하나씩 내려놓는 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지금 내가 들고 있는 것들은, 그것들을 내려놓고 나면 무엇이 남나 싶을 정도의 것들이기는 하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내려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2014년의 이 블로그의 색깔이 아주 조금 달라질 지도 모르겠다. 이 글만 봐도 달라짐을 눈치챘을 수도 있는데, 개인적인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고 주로 영화 이야기만 했던 것과는 달리,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나 생각들을 글로 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한 편으론 이젠 블로거로서 영향력에 대해 정말 신경쓰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언가를 꼭 정리해서 써야하는 글 외에 그냥 해소차원에서의 글 쓰기가 더 필요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마 이 글처럼 두서없는 글이 더 잦아질 것 같다.


이렇게나 썼는데도 실감은 안나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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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2012년은 정말로 정신 없이 빠르게 지나간 한 해였다. 2012라는 숫자가 미처 익숙해지기도 전에 2013이라는 더 어색한 숫자를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회사 일과 개인사로 정신 없는 한 해 였는데 그 가운데서도 정말 블로그를 놓치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던 한 해이기도 했다. 블로그라는게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려서 쉽다는 것이 아니라, 이 나선에서 한 번 벗어나면 다시 돌아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끈을 놓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썼던 것 같다. 그 결과 2012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렇게 소소한 결산 글이라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좋지 아니한가?


1.

글 개수로만 보자면 지난 1년간 약 143개의 글을 블로그에 썼으며 그 대부분은 영화에 대한 글이었다. 올해는 이전 해들과 비하자면 영화를 그리 많이 보질 못했는데 약 88편 정도를 극장에서 본 것 같다 (100편 아래로 본 것은 요 몇 년간 처음이다).


2.

개봉작 리뷰보다도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글들은 블루레이 리뷰 글인데, 많이 쓴 것 같지만 막상 세어보니 그리 많이 쓰지는 못했더라. 14편 정도를 썼고 대부분은 DVD프라임에 공식리뷰로 올라간 원고들이었다. 블루레이 리뷰는 시간이 워낙에 많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 만큼 쓰고 나면 보람이 가장 큰 글이기도 한데, 좀 더 기획적이고 자유로운 글들을 더 못 쓴 것이 못내 아쉽다.


3.

2012년 내게 일어났던 일들 가운데 가장 행복했던 일이라면 역시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에 내 글이 수록된 사건을 들 수 있겠다. 몇년 전부터 그냥 막연히 꿈만 꾸더 일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과 '옥희의 영화' 블루레이 커피북에 내 글이 수록되게 되었고, 이후 이윤기 감독의 영화 '멋진 하루' 블루레이 한정판에도 수록되어 감독님께서 직접 잘 보았다는 말씀까지 전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기도 했었다. 두 작품 다 너무 좋아하는 작품들이라 영광인 동시에 부담도 되었었는데, 제작사와 감독님이 만족해주셔서 정말로 뿌듯했다. 올해는 이렇게 세 작품에 내 글을 실을 수 있었고 2013년에도 한 작품 벌써 예약되어 있는 상태라 어깨가 더 무거워지고 있다.





4.

'북촌방향'과 '옥희의 영화'에 수록될 때에는 별 다른 수식어 없이 그냥 '아쉬타카'라고만 올라갔었는데, '멋진 하루' 때에는 '영화 애호가'라는 타이틀로 올라가게 되었다. 사실 별건 아니지만 나 스스로를 뭘로 불러야 할까 고민되는 순간들이 많았었다. '파워블로거'라는 호칭은 끔찍하게 싫어하고, 부담스러울 뿐더러 영화 평론은 하질 않으니 '영화 평론가'도 아니고 그냥 '리뷰어'라고 하기엔 뭔가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었는데, '영화 애호가'라는 호칭은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내가 쓰는 글이라는 것이 어차피 좋아서 쓰는 글이고, 그 '좋아함'을 어떻게 전달할까 만을 고민하는 글인 경우가 많기에 더더욱 '애호가'라는 호칭은 딱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었다. 앞으로도 계속 '영화 애호가'로 남고 싶기도 하고.





5.

올해도 어쩌다보니 일본에 또 가게 되었는데 (매년 한 번씩 꼭 가는 듯), 도쿄를 정말 가고 싶었으나 방사능 때문에 오사카로 선회하여 결국 보고 싶었던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 Q'를 보고야 말았다. 이 때 워낙 짧은 일정이라 바로 다음 여행 계획을 3월로 잡아버렸는데, 이 때는 또 무슨 테마로 여행을 할지 벌써 부터 고심중이다.


6.

2012년은 개인적인 삶에서도 그랬지만 블로그에서도 장대한 계획이 특히 많았던 한 해였다. 2013년에도 적지 않은 계획이 있는데 이 계획들을 얼마나 실현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열악한 올해도 몇가지를 이뤄냈던 것처럼 새해에도 조금씩이나마 차근차근 이뤄나갈 예정이다. 2013이라는 숫자가 조금은 덜 어색해졌을 즈음엔 계획한 것들 역시 조금은 이뤄져있길 바래본다.


Adios~ 2012. 제발 가라!








#19 에반게리온 Q 보러 갑니다



에반게리온 Q 보러 이번 주말 일본에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에바 Q의 개봉 예정 정보를 조금 이나마 확인해본 결과 최소한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태인 것 같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서 이번 주말 훌쩍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떠나기로 결정 했네요. 실제로 지인들 통해서 판권 관련한 소식도 들어보고, 또 역시 지인을 통해 수입 가능하신 분께 '제발 수입해주세요! ㅠ'를 부탁해보기도 했었는데, 역시나 쉽게 결정될 것 같지는 않더군요. 그냥 예상하기로는 국내 개봉을 안 할 것 같지는 않지만 현재로서는 언제일지 기약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ㅠ 그래서 겸사겸사 영화 보러 일본 가기를 직접 실행하게 되었죠.




사실 어느 지역으로 갈 지에 대해서 정말로 많이 고민했는데, 결국 방사능의 위험이 제 최종 선택을 좌우했네요. 도쿄로 가면 영화 외에도 갈 곳도 많고 실제로 1년간 가고 싶었던 다른 테마 여행을 병행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최종적으로 방사능의 두려움에 결국은 오사카로 정했어요. TOHO 씨네마즈 우메다의 토요일 저녁 시간으로 오늘 오전에 예매까지 완료! 그래도 아직 까지는 실감이 안 나네요 ㅎ 이렇게 보면 많은 분들은 제가 일본어 잘하는 줄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정말 못합니다 ㅋ 그냥 감이 좋아서 눈치로 알아 먹는 수준이에요. 그래서 에바 Q를 봐도 100% 이해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보러 갑니다! 그래서 아마 보고와도 평소 같은 리뷰를 쓸 수는 없을 거에요 (내용을 100% 이해 못 했을테니;;;;).


하나 아쉬운 건 막 개봉했을 당시에 갔다면 좀 더 에바 Q 본토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조금은 한 풀 꺾긴 뒤의 감상이라 아쉽기는 하네요. 관련 아이템들도 이미 다 팔렸거나 철수한 뒤일 것도 같고. 그래도 짧은 시간에 영화보고 관련 아이템들도 조금이나마 득템을 노려보려고 준비 중이긴 합니다 ㅎ


1박 2일에 워낙 짧은 일정이라 정말로 영화보러 일본 가는 꼴이네요 ㅋ 그래도 에바니까 갑니다! 에바보고 저녁에 도톤보리에서 오꼬노미야키랑 맥주나 한 잔 하면 딱 좋을 듯~ (이 일이 이번 주말 실제로 일어납니다!)


그럼 다녀와서 현지의 분위기를 짧게 나마 다시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두근두근!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나는 감정 노동자다. 몇 해 전 이슈가 되었던 고객상담(CS) 중심의 감정 노동자와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나를 감정 노동자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음반/DVD 쇼핑몰을 운영하며 셀 수 없는 고객들을 상대했었고 지금은 광고주와 사용자로서의 블로거를 동시에 상대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예전 쇼핑몰을 운영할 때는 앞서 이야기한 CS 중심의 감정 노동자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제품이나 배송 등에 관련하여 불만이 있는 고객들과 전화, 이메일 등으로 대화를 했어야했고, 전문적인 CS 직원을 별도로 둘 정도의 규모도, 그리고 업무의 특성상 CS단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줘야 했었기 때문에 다른 업무들과 병행해야만 했었다. 정말 객관적으로 봐도 말도 안될 정도의 요구를 해오는 고객도 있었고, 잘못은 쇼핑몰 측이 있지만 그 과실을 묻는 정도가 과한 경우도 있었으며, 고객이 뭐라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명백한 잘못을 했던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한참을 고객에게 욕과 비아냥 섞인 불만을 들어가며 전화기를 오랫동안이나 붙들고 결국 내려놓을 때면, 매번 이 일을 왜 하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곤 했었다. 오죽하면 오랫동안 일해온 이 업계를 떠난 이유가 '소비자' 혹은 '고객'이 되고 싶어서였겠나.


오늘 내가 이 얘기를 꺼낸 것은 이전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 겪고 있는 새로운 감정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재는 서비스로서 블로거들을 사용자로 상대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렇다보니 쇼핑몰처럼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문제나 불만들로 인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할 때가 많다. 사실 이 문제는 꼭 쇼핑몰의 경우를 배제할 수는 없는데 어쨋든 고객과 나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와의 대한 이야기다. 상대적으로 IT나 웹서비스의 경우 이런 서비스의 비중보다는 기술이나 제품 자체의 비중이 더 클 수 밖에는 없기 때문에, 이런 공감대를 '우리'가 공유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사정이 있어서 (사정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사용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을 경우, 내 생각보다는 너무도 쉽게 '그냥 변경되었다고 공지합시다'가 되는 것 같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너무 쉽게 이야기가 나온다기 보다는 이 이야기를 실제로 전하는 사람들이 겪는 감정 노동에 비중을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는 얘기다.


서비스를 기계적으로 혹은 완전한 서로의 필요만을 충족시키는 칼 같은 관계로 운영해왔다면 감정 노동이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운영해온 서비스들을 결코 그런 식으로 운영해오지 않았었다. 여러번 이야기했던 일이지만 단순 노동에도 혼을 불어넣는다는 얘기는 결코 웃자고 한 얘기는 아니었다. 즉, 무언가 작은 약속이라도 지키지 못하게 되었을 때 평소 기계처럼 쿨하게 운영했다면 쉽게 할 수 있었겠지마나, 평소에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개인간의 일처럼 '진짜로' 미안하고 죄송한 감정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에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안게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스스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지는 일까지 생겨버리는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니 왜 일에 그렇게 감정을 실어서 하냐' '일은 일이지 스트레스 받지마'. 하지만 이런 마인드로 하는 일과 정말로 내 것처럼, 단순한 고객 응대 수준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서 하는 일과는 절대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것이 광고주가 되었든, 아니 광고주는 모르겠다, 광고주는 일로서 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사용자 혹은 고객을 대할 때 전자와 같은 마인드로 대하는 것은 서비스하는 사람에 기본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1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매번 같은 스트레스로 하루도 집에서 편히 쉬어본 적이 없고, 집에서도 거의 실시간으로 회사 메일과 사이트, 게시판 등을 오가며 어떤 글들이 올라오고, 어떤 불만들이 올라왔는지를 확인하고, 당장 깔끔하게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생겼을 때 갖게 되는 심리적 부담감은 결국 떨쳐내지 못했다. 집에가면 회사 메일도 사이트도 접속 안하기, 를 목표로 해본 적도 있었지만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었다. 만약 일로서만 이 일들을 쿨하게 대했다면 전혀 이럴 일이 없었을 것이다.


난 아직도 사용자 혹은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에는 감정을 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즉, 앞으로 감정 노동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점만 이야기했지만 감정 노동자만이 느끼는 희열은 그 어떤 것보다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전화로, 메일로 전했던 말들의 진심이 전해졌다는 것이 느껴질 때, 그리고 고객들도 우리를 그냥 회사가 아니라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느껴지는 희열은 회사의 대박과는 전혀 별개의 일일 것이다.


정리하자면 어떤 회사든 서비스를 해야만 하는 업종이라면 이런 마음 가짐으로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말도 안되는 불만을 들었을 때보다, '우리'라고 생각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해야돼?'라고 생각한다고 느껴졌을 때의 허무함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걸 이해하거나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태생적으로 일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내가 다른 업무의 속내를 100%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그럴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다는 걸, 그리고 보이는 것보다 상당한 정성으로 감정 노동을 하고 있다는 걸 '우리'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서로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의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2012년이 되었다. 2012년은 그 자체로 두근되는 동시에 기다리는 과정도 뭔가 조금 남달랐던 해인 것 같다. 매년 새해를 맞을 때면 무언가 지키지도 못할 약속이나 계획들 (영어 공부, 다이어트 등)을 세우게 되는데, 최근 몇 년간은 그나마도 세우지 않았을 정도로 어쩌면 하루하루를 사는 데에 집중했었던 같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2012년을 앞두고서는 아마도 역대 최고 수준(난이도나 갯수 측면에서 모두)의 계획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 방에 세우고야 말았다. 이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생각해봐도 '왜?'인지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한 상황인데, 굳이 이유를 찾자면 올해가 마야력이 정한 한 주기의 마지막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마야력의 한 주기가 끝나는 2012년이 곧 종말을 예언한다고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한 주기가 끝나고 새로운 주기가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 만약 종말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후회는 덜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2012년의 바램이랄까.


이 블로그는 개인적인 공간인 동시에 공개적인 공간이라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올해는 10년 넘게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과 6~7년 정도 역시 아무런 답을 찾지 못한 문제에 대해 과감히 직면해 보려고 한다.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잠자리에 들 때마다 이 과정을 생각하면 얼마나 고민되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른다. 나는 종종 이 두 가지 문제 가운데 한 가지만 있었더라도 내 청춘 그리고 인생을 훨씬 더 탄력을 받았을 거라고 나 혼자 이야기하곤 하는데, 이 두 가지 문제를 한 해에 다 풀려고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이건 정말 도전이자 모험이다. 그런데 왠지 올해가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반농담으로 또 종말론을 꺼내지만, 어쨋든 종말론이 이런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촉진제가 된다면야 나에게는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런 나의 2012년 계획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 노래를 몇 달 전 알게 되었으니 바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본격적인 마음'이다. 너무나 마음에 드는 제목과 더 마음에 드는 가사들. '나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는 가사는 이기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그 동안 애써 외면했던 내 문제들을 직면하는데에는 많은 도움이 된 가사였다. 2012년 한 해는 좀 나 밖에 모르는 사람이 될 지언정 나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고 한다. 나처럼 나에게 시간을 많이 쓰는 사람이 뭘 더?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겉으로 보이는 것들 말고 불편한 진실들에 대해 신경을 써보려고 한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시도일지도 모르고 시도한다고 해서 되리란 보장보단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뭐 어쨋든.


블로그에는 좀 더 짜임새 있고 재미있는 글들을 써볼 작정이다. 2011년에는 영화 글을 정말 열심히 주기적으로 쓰기는 했지만 그 대신 기획적이거나 완성도 높은 글들은 많이 쓰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매번 하려다가 실패하곤 하는 연재 물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지난해 썼었던 '조셉 고든 래빗 연대기'가 바로 그 시초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배우나 감독 혹은 뮤지션이나 캐릭터 등을 주인공으로 삶아 연대기 형식으로 조명해 보는 컨텐츠를 연재 형식으로 써볼까 한다. 사실 이 시리즈의 제목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불타는 연대기'인데, 이 제목은 이전에 DP에서 김정대 님이 '불타는 블레이드 러너 연대기' 등에서 사용하신 적이 있기 때문에 쓰기가 부담스러워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더 나은 제목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좋은데 적당한 제목이 없어서 고민중이다. 정없으면 그냥 매번 '누구누구의 연대기'가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심심하다. 어쨋든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끊임없는 독촉을 부탁드린다.


그리고 회사 일에 대해서도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 사실 중 하나지만 나는 그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회사생활을 무려 10년 넘게, 햇수로는 13년 가까이 해왔다. 오래 몸 담았던 업계를 떠나 새로운 업계에 발을 담근 지도 3년이 넘었는데, 지난해 초부터는 팀장을 맡아 정말로 정신없이 달려왔으며 내일 부터는 새로운 2명의 팀원이 더 합류하게 된다.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운영자로서 서비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팀장으로서 효율과 팀원들의 발전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고민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하는 일과 정성에 비해 더 나은 평가가 필요한 '운영'이라는 업무에 대한 평가와 인식 개선에 대해서도 사명감을 갖고 더 노력할 예정이다. '운영'이라는 업무의 메카니즘과 과정 그리고 서비스에 미치는 더 직접적인 영향까지 정리가 필요하다면 일목요연하게 가이드 형식으로 제작하고픈 소망도 있다. 분야는 중간에 한 번 바뀌었지만 전반적으로 운영이라는 업무를 10년 넘게 했으니 이제 이 정도는 정리해볼 수 있는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다 쓰지도 못했는데 한 번 다시 훑어보니, 정말로 '본격적인 마음'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 같아 보인다. 이런 계획들을 늘어놓은 것과는 달리 거의 처음으로 아무런 감정 변화 없이 2011년에서 2012년으로 넘어왔고 새해 첫 날인 오늘도 여느 날과 하나도 다를 바 없이 시작한 한 해지만, 이렇게 정리해 보는 것 만으로도 두근거리는 1년의 시간임은 분명한 듯 하다. 모든 계획이 그렇듯, 이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흥미롭지 않을까.






2012.01.01. pm. 11:37
글 / 아쉬타카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들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깊이있는 것을 꼽으라면 두말할 것 없이 삶에 용기와 의지를 불어넣어주는 혹은 위안과 위로를 안겨주는 가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삶은 고달프다. 누구에게나 말 못할 사정이 있고, 신은 견딜 만한 고통만을 안겨준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견뎌내기 힘든 고통이 많이 따르는 것이 지금까지의 삶이었다. 그래서 영화나 음악을 남들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을런지도 모르겠지만, 어쨋든 이런 것들은 삶의 많은 고통을 상쇄시켜주곤 했다. 고통을 상쇄하려고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랬다. 아니 다시 떠올려보니 아주 가끔은 위로 받기 위해 그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위로는 그 때 그 때 120% 내 것으로 만들어 내곤 하지만, 용기나 의지는 극장을 나오고 나서 얼마 동안은 마음 속을 가득 채울 정도로 충만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잊혀져 가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영화나 애니를 통해 가졌던 마음들중 5%만 잊지않고 실행에 옮겼더라도 내 삶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인생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최근 또 한 번 강한 의지를 넘어서 결의를 갖게 하는 작품을 뒤늦게 접하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 특별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던 부분은 인체연성을 통해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신체 일부 혹은 전부를 빼앗겨 버린 엘릭 형제가, 자신의 몸을 찾기 위해 여정을 나선다는 설정이었는데, 그곳이 천국이던 지옥이던 혹은 연옥이던 아니면 제3의 공간이든 또 다른 내가, 그러니까 온전한 내가 그곳에서 내 영혼을 기다리고 있다는 설정이 결코 남일 같지 만은 않았다.

이 작품, 이 설정을 보고나서 거의 처음 생각해 본 것이, 그렇다면 나 역시 나의 결핍이 치유되고 나아지는 개념이 아니라 어딘가에 온전한 내가 지금의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는데,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오랫동안 포기하다시피 했던 온전한 나를 다시금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정말로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나는 그런 것도 모른 채 벌써 포기해버린 것은 아닐까. 알폰스가 드디어 온전한 자신을 만나게 된 순간 반가움과 동시에 오히려 어색함이 들었던 것처럼, 나도 가끔 떠올려보려 해도 전혀 예전에 내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포기와 동시에 잊게 되었는지 아니면 시간이 오래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잊혀졌는지. 하지만 지금 가장 슬픈 것 중에 하나는 나 조차 내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그래서 제목처럼 '단호한 결의가 필요하다'. 즐겨보는 일본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은 말이 안될 정도의 극한에 상황에서도 더 말이 안될 정도의 결의로 항상 정면 돌파해 낸다. 나는 항상 결핍과 장애를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존재로 봐야하는 가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만, 적어도 이겨내겠다고 마음 먹은 이상 그들과 같은 결의가 필요하다. 아니 이런 결의가 없이는 결코 이겨내기 힘든 일들이다.

어느 시공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를 온전한 나를 위해서라도, 단호한 결의가 필요하다.


2011.03.29. pm. 02:00
글 / 아쉬타카



1월 한 달간 꼬박꼬박, 마치 수업을 듣는 것처럼 한 시간도 빼놓지 않고 함께 했었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 (Justice)' 강의가 모두 끝이 났다. 사실 처음에는 그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일방적이지 않은 (하지만 결국 노련한 마이클 샌델의 손바닥 안에 있는) 토론 방식 자체가 흥미로웠다. 평소에 쉽게 얘기를 나누기 어려운 철학적인 주제에 대해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충분히 들어보고, 한 편에 서서 다른 한 편의 논리를 무너 트리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상대가 설득 당하지는 않을 지언정 이해는 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고, 상대의 논리를 경청하며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강의에 대한 모든 것에 호의적인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선입관이었는데, 마이클 샌델에 관한 선입관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철학적인 주제를 다룬 강의에 대한 선입관이었다. 특히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것처럼 답이 너무 뻔하거나 그 반대로 너무 도출해 내기 어려운 주제일 경우엔 이런 선입관이 더 깊게 작용하게 되는데, 일반적인 경우 이런 주제의 결론은 아무리 잘 된 경우라도 고작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정의란 무엇입니다'라고 정의에 대한 정의를 내렸을 때 '그 정도는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잖아'라고 너무 쉽게 예상되기 때문에, 마지막에 가서도 무언가 큰 가르침을 얻기 보다는 그저 과정을 즐기는데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이번 마이클 샌델의 '정의' 역시 그 토론 과정과 방법론에 주목하며 참여하게 된 것이었다 (이 강의는 보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라는게 중요하다).

그렇게 주제에 대해서는 심드렁한 자세로 보게 된 마지막 강의. 지금까지 거의 자신의 주장은 펼치지 않았던 (펼치더라도 마이클 샌델로서 하기보다는 다른 철학자의 이름을 빌려 하던) 마이클 샌델은 드디어 '정의'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 그가 내린 결론은 결국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것이 아니라 '정의롭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역설이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다원화 사회로 각각 추구하는 선의 가치가 다른, 그래서 정의라는 것에 정의도 저마다 다를 수 밖에는 (틀린 것이 아닌) 사회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정의란 이런 것이라고 하나의 가치관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중립적인 태도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사실 여기서 나는 크게 한 방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사실 나는 나만의 가치관이 정립된 이후부터 줄 곧 누군가와 의견을 나눠야 할 일이 있을 때, 대부분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왔었다. 물론 이런 중립적 태도는 이도저도 아닌 것보다는 서로의 의견을 이해하는, 어느 한 쪽이 절대적으로 옳을 수 만은 없다는 (내가 나의 주장을 옳다고 믿는 것처럼 나와 다른 상대의 의견도 옳을 수 있다는 전재 하에)것에서 시작된 것으로서, 상대의 의견을 이해하면서 갖게 된 입장이었다. 하지만 언제가부터 이런 중립적인 태도는 마이클 샌델이 마지막 결론을 통해 지적한 것처럼 상대의 대한 이해에 근거하기 보다는 회의적인 입장으로 인한 결과일 때가 더욱 많아졌다. 간단하게는 서로 다른 의견으로 토론을 벌이다가 상대가 절대 내 의견을 이해하지 못한 다거나 합의점이 보이지 않을 경우 회의적인 태도로 '이 토론은 끝날 것 같지 않다'라는 마음에 중립적인 것으로 마무리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토론을 시작해 보기도 전에 '아, 이 상대와는 어차피 생산적인 토론이 불가능해' '서로 마음만 상할거야'라는 생각에 애초부터 회의적 중립 태도를 갖게 되곤 했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말하는 중립적 태도란 것은 허울 좋은 '중립'과 '이해' 일 뿐, 사실 회의적이고 외면하는 태도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회사에서 일 적인 주제로 혹은 그 밖의 여러 주제들로 의견을 나눌 때, 나는 언제부턴가 처음부터 중립을 택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나는 언제부턴가 중립에 서야만 한다는, 그래서 전체적인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있었고, 무의식적으로 내 의견보다는 소수에 서서 그들의 의견을 대변해야 겠다는 마음에 (여기에는 순수한 마음도 있었지만, 여기서 느껴지는 일종의 희열 탓도 있었다), 무엇이 옳은 가에 대한 문제는 종종 뒤쳐지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마이클 샌델은 마지막 강의를 통해 이런 결론을 내린다. '외면하지 말아라' '외면하지 않고 치열하게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정의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길이다' 라고. '외면하지 말라'는 그의 결론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중립이라는 허울 좋은 방법을 앞세워 많은 것들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그 본심이야 어찌되었든 중립적 입장을 고수하면 좀 더 편한 생활을 영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에 반해 끊임없이 정의에 가까워지기 위해 치열하게 의견을 나누는 것은, 훨씬 더 귀찮고 번거로우며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강의가 내 이성에 작지만 실천을 가능케 하는 가르침을 주었다. 

'외면하지 말라'
'그것이 정의에 더 가까워지는 길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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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몹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늦은 시각인 12시에 꼬박꼬박 TV앞으로 나를 불러일으킨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진정한 교육방송 EBS의 특별기획 프로 마이클 샌댈 교수의 하버드 특강 '정의'이다. 20년간 하버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강의이자 하고 얼마전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책으로도 발매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 '정의'는, 일단 그 '정의'를 논하기 이전에 토론 그 자체의 재미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강의이다. 

평소에도 토론을 즐기고 두려움이 없으며 무엇보다 가감없이 서로의 논리를 즐겨볼 수 있는 토론을 꿈꾸는 자로서, 마이클 샌댈의 '정의'는 꿈꾸던 토론에 비교적 가까이 있는 강의여서 흠뻑 빠질 수 밖에는 없었다. 우리는 흔히들 토론이 자신의 논리로 상대의 논리를 꺽는 것이 목적인 것이라고 오해를 하곤 하는데, 물론 꺽어야 하는 순간도 있고 이기는 것으로 토론의 의미가 성립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토론의 가장 큰 순기능이라면 자신이 갖고 있는 논리를 자랑하고 확인하는 것보다는 상대의 논리를 통해 내가 몰랐고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주장 혹은 의견에 대해 논리적인 설득과 이해가 가능한 그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샌델의 강의는 바로 이런 점에서 흥미롭다. 물론 아직 총 12강 (방송상으로) 가운데 이제 3강을 마쳤을 뿐이니 강의 전체에 대한 윤곽을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 그의 방식으로 봐서는 쉽게 하나하나 논리를 펼쳐 증명하며 결론을 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는 방식을 통해 어느 한 편에 아직 서지 않은 제3자 입장에서 보았을 때 자신의 생각을 아주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실 수많은 명강의가 있지만 그 대부분은 정답이 정해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마이클 샌델의 강의 역시 마지막에 가서는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결국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답을 내릴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식이라면 설령 그런 결말을 낸다 하더라도 크게 불만은 없을 듯 하다. 이미 그의 강의 과정 속에서 수 많은 논리들을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토론의 의미가 상대의 논리를 이해하는 것에 있다고 했을 때, 이 강의는 자신이 설사 확고한 한 편에 서 있다 하더라도 상대의 논리 정연한 주장에 적어도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수긍하도록 한다. 그러니까 세금을 걷는 것에 대해 기본권의 침해로 절도나 다름없다 라고 이야기하는 신자유주의자들에게 충분한 설득의 기회를 주고, 그 자신도 그들의 논리를 적극 이해하면서 그 반대에 서 있는 다수의 학생들에게도 '그래, 기본권이 침해되기는 하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어'라는 최소한의 논리적 수긍은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논리의 흐름, 예를 들어 이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그 근본이 되는 논리부터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방식 아래, 과연 자신이 주장이 어디까지 논리적이고 그 논리가 얼마나 탄탄한 구조를 갖고 있는지를 차근차근 시험해볼 수 있도록 만든다. 그 논리적 추론과 증명의 과정 속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논리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논리의 헛점을 발견, 논리의 증명에 대한 고민이나 발상의 전환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실 예로 나 역시 하버드 학생 다수와는 반대되는 편에 서게 된 적이 여러번 있었는데, 그렇다고해서 내 생각이 잘 못 되었다거나 무턱대고 내 논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다수를 설득해고픈 논리적 무장상태가 강해지기도 하는 한 편, 이미 저명한 과거의 학자들의 이론에도 나만의 논리를 펼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열리기도 했다. 

토론 프로그램이 재미있는 것은 단순히 누군가의 얘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인데, 내가 꼭 그곳에 있어서 손들고 질문을 하지 않더라도 (물론 어느 정도의 제약은 존재할 수 밖에는 없겠지만), 토론을 듣는 다기 보다는 분명 토론에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든다. 그러니까 TV속 마이클 샌델이 설명하는 이전 학자들의 이론들과 이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발표하는 하버드 학생들 가운데, 나 역시 계속 그들의 토론에 함께하며 하나하나에 대한 의견을 머릿 속으로 교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프로그램을 보고나면 (늦은 시간인 탓도 있지만) 배가 고파올 정도로 제법 에너지 소모가 된다. 단순히 제3자가 되어 청중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토론에 참여해서 나의 논리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강의는 너무 재미있다. 


# 참고로 본래 방송시간은 매주 월~수 밤 12시였으나, 시청자들의 요청이 쇄도하여 11시로 한 시간 앞당겨졌습니다.
   다음주 부터는 오후 11시에 방영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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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궁극적인 꿈, 본격적인 꿈은 아직도 갈팡질팡 정체상태다. '아직도'라고 한 이유는 이런 비슷한 패턴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오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꿈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영감 (Inspiration)'이다. 영화, TV, 음반, 공연 등 다양한 컨텐츠들로부터 얻는 영감은 나를 이쪽 끝까지 데려갔다가 다시금 저멀리로 날려버리기도 한다. 기타를 정말 미치도록 멋지게 치는 존 프루시안테를 보고 나면 그와 같은 기타리스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아, 기타리스트는 벌써 이 만큼 멀어졌구나...) 언제 기회가 있을 때 무대에서 저 정도로 기타와 물아일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정말 멋진 영화를 한 편 보고 나오면 꼭 감독이 되어 나만의 영화 한 편을 연출해보고 싶다거나 멋진 시나리오 한 편을 써보고 싶다고도 생각을 하고, 페이스북 처럼 쿨한 서비스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좀 더 아이디어 개발에 몰두해서 전세계인들이 사용할 만한 서비스를 만들어봐야 겠다고도 생각한다.

물론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 멋지게 공연하는 뮤지션을 보면, 아 나도 고등학교 때 용감하게 이 분야로 뛰어들었더라면 뭐가 되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샘솟는다. 이런 갈팡질팡은 꼭 뭐가 되고 싶다 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어떨 땐 도심 속 시크한 삶을 동경하다가도 곧 전원 생활의 고즈넉함, 그리고 단순한 환상이 아닌 현실임을 알고 있는 귀농의 꿈도 꾸곤 한다.

이 갈팡질팡에 가장 큰 문제는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한 다는 것, 아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어느 하나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성격 탓이다. 만약 음악을 들을 시간에 영화를 더 봤다면 아마 영화에는 더 깊은 조예를 갖게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음악은 적어도 지금 정도의 취향은 갖지 못했을 것이다. 또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져온 특기를 살려 바로 음악계로 뛰어들었더라면 죽이되던 밥이 되던 지금쯤 적어도 '무엇'은 되어 있을 것이지만, 지금 처럼 영화 글 쓰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고,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은 하지 못할 뿐더러 이 분야에 관심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수 많은 가정들은 사실 하나도 중요하지가 않다. 내가 지금 한 말은 '아, 나 축구하면 프리미어리그 선수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운동 안하고 영화 공부해서 지금은 감독으로 만족하고 있어' 이런 말이나 별반 차이 없는, 오히려 선택을 하지 못한 자에 비겁한 변명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병의 원인과 처방전까지 스스로 다 내렸음에도, 나의 꿈은 아직도 갈팡질팡 어느 한 길을 택하지 못했다. 하고 싶은게 많다는 것은 분명 하고 싶은게 없다는 것 보다는 행복한 고민일런지 모르지만, 매번 선택에 기로에 놓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지금의 나처럼 여러가지 분야에 관심과 습자지 같은 능력은 있지만, 결국 어떤 분야에서도 다른 사람은 둘째치고 본인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되는 것 같다.

결국 2010년도 이제 겨우 한 달 정도가 남았는데 아무것도 속된 말로 '지르지' 못했다. 이것저것 조금씩은 나아졌을 런지 몰라도 한가지에만 절박함을 담아 노력하는 이들과의 거리는 계속 멀어지고 있다. 과연 나는 언제쯤 나에게 더 맞는 단 한가지를 선택할 수 있을까? 아니, 선택은 꼭 해야만 하는걸까?


2010.12.02. am. 11:37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2박 3일 일정으로 뒤늦은 휴가를 도쿄로 내일 떠납니다.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일정에 똑같이 도쿄 여행을 하게 되었네요. 이번에는 여행 주제를 오타쿠 여행으로 잡았을 만큼 역시나 굉장히 타이트한 일정을 꽉꽉 채워넣었는데, 과연 다 소화해낼 수 있을지가 벌써부터 걱정이네요.

저 그림 속의 실제 에바 모형을 보러 가는 것이 주된 스케쥴인데, 후지큐에 갔다가 에노시마로 오려니 너무 동선이 안나와서 슬램덩크 속 에노시마는 아마 포기해야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 외에 '귀를 기울이면'의 실제 배경이 된 곳과 영화 '소라닌'의 배경이 된 곳도 찾아가보려고 합니다.
저 없는 동안 제 블로그 잘 지켜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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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상처 뿐인 회식을 통해 많은 것을 잃었다. 한 편으론 참 재밌다. 아니 우습다가 더 가까운 말이겠다. 고등학생도 아니고 아직도 술을 많이 마시고 이것저것 잃어버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못하는 내 자신이 말이다. 몇 달 전에도 한 번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이젠 정말 나를 100% 믿지 못하겠다. 뭐 여러가지 다른 요인들이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어쨋든 무슨 상황에서든 나는 믿을 수 있었던 내가 더이상 아닌 것 같다 (더군다나 나는 꼭 어떤 상황에서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하는 특수한 이유가 있지 않은가). 

하긴 돌이켜보면 요 며칠, 너무 정리된 것 없이 정신없이 그냥 달리기만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달리는 것은 제대로 했느냐면 꼭 그렇지 만도 않다. 어쨋든 잘 되었다.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런 상실감은 분명 다시 정리하는데에 큰 도움이 된다.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에 대해 살펴보면서 그것들에 대해서 한 번씩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혹은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고),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채우는 것을 따져보면서 무엇이 진짜 필요한 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아무런 계기나 사건 없이도 스스로 해낼 수 있다면 더욱 좋으련만, 인간이란 동물은 그게 잘 안된다 (그걸 가장 잘할 수 있는 동물임에도 말이다). 하지만 이런 계기를 발판 삼아 더 나아가지 않으면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처음에는 부정적인 의미였지만, 언제부턴가는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소 잃고도 그냥 허탈함과 게으름에 허성세월하다가 외양간을 고치기 전에 다시 또 다른 소를 잃게 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자, 이제 소를 잃었으니 외양간을 열심히 고치자.


p.s - 어쨋든 오랜 시간 정들고 의미있는 지갑이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더불어 고등학교때 사진으로 만들었던 주민등록증도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구나. 그 사진은 딱 민증에 있는 것 하나 뿐이어서 더욱 아쉬움.



2010.05.23. pm.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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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깅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서부터, 나는 광고나 배너를 다는 대신에 기존에 업으로 해왔던 원고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써보자 라는 생각을 했었다. 예전에는 우연한 기회에 디비디언이라는 월간 소잡지에 1년 정도 기고를 할 기회가 있어서 어줍잖은 '뮤직칼럼니스트'로 활동도 했었고, 케이블 방송의 DVD소개 프로그램에 방송원고를 써주기도 했었는데, 블로깅을 하고 나서는 현재 필자로 활동하고 있는 dvdprime 외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예전처럼 본격적으로 일거리를 찾아보자 라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여기저기 올려야 할 글, 간혹 내 100%의 의도대로 쓸 수 없는 글,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하는 글들이 점점 생겨나면서 글 쓰는 것 자체가 결국 일이 되어버리려 했고, 글쓰기의 즐거움을 점점 잃어가는 듯 했다. 이렇게 되다보니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 수 밖에는 없었다. 글로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스스로에게 자랑스럽고 뿌듯한 일이기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쓴 글들이 100% 자랑스럽지만은 않다는 생각에 스스로의 시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가능하면 하나씩 줄여나가려고 보이지 않게 노력을 했었다. 물론 여기에는 예전에는 어려서 몰랐지만 (돌이켜 예전 글을 보면 '이 정도 글을 잡지에 기고했다니!' 싶은 글들이 참 많다) 이제는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스스로에게도 원고를 받는 곳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글 밖에는 쓸 수 없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것도 작용했다.

그래서 나는 현재의 내 블로깅과 글쓰기 범주에 그럭저럭 만족하기로 했다, 아니 만족하는 편이다, 아니 그냥 극장에서 영화보고 집에서 블루레이 보고 가끔 dp에서 넘어오는 원고를 쓰는 것만으로도 제법 시간이 빠듯해 그 이상은 소화하기 어려운 것이 맞다. 사실 가끔은 회사를 다니지 않고 온전히 영화보고 음악듣고 글쓰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여유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것은 몇년 전 직접 실험해본 결과 막상 시간이 여유있게 주어져도 여유있게 쓰지 못했던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그냥 지금 주어진 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즐겁게 해내면 그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한다.


2010.03.09 pm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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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깅 초기, 나는 무슨 글을 하나 포스팅 하게 되면 (주로 영화 리뷰였겠지만), 관련 된 글들을 검색으로 일일이 찾아 아주 심한 견해의 괴리를 보이는 글을 제외하고는 댓글과 트랙백을 남기는 작업을 매번 함께 진행했었다. 물론 일일이 댓글을 달고 트랙백을 거는 작업의 의도가 처음에는 별로 순수하지 못했다. 특히나 트랙백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진정으로 그 글을 이해하고 동의해서 (혹은 흥미로워서) 트랙백을 남긴 다기 보다는 그저 유입량이 많은 블로그의 글에 내 글을 엮어서, 내 블로그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유입시켜 볼까 하는 꼼수가 반영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써놓고보면 아마도 블로그를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이런 단계를 겪고 있는 이들은, '뭐야 내가 하고 있는 이 노력들이 겨우 꼼수란 말이야'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것은 트랙백을 거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이자 가장 많이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요즘도 아닌 최근도 아닌 제법 오랜 기간 전부터, 개인적으로 이런 활동을 너무도 소홀히 해왔다는 자책 때문이었다. 일단은 이웃 블로거 분들과 관심있는 글들을 읽는 횟수가 급속하게 줄어들었고, 본다 하더라도 댓글이나 트랙백을 보내는 횟수가 정말 미약해졌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다른 분들이 쓴 좋은 글들을 빼놓지 않고 꼼꼼히 읽어보았었는데, 언제부턴가 내 글을 업로드 하는 기능 외에는 별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바쁘다는 핑계가 동원될 수 있겠고, 아이폰과 함께 하는 모바일 라이프가 시작되면서부터 더더욱 겨우 읽는 것에 만족하는 패턴이 익숙해지게 되었는데, 어찌되었든 냉정하게 보았을 때 '할 수 없는 일'이라기 보다는 '할 수 있는 일'에 가깝다.

습관이라는 것은 무서워서 금새 적응되어 버려 나중에는 고치려고 해도 '억지'라는 것을 동원하지 않으면 어렵게 되곤 한다. 요즘 나에겐 다른 이의 글을 겨우 읽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내 블로그에 남긴 댓글 들에 대해서도 일일이 답변을 못하는 경우마저 생겼다. 물론 어느 것에 집중하게 되면 다른 몇가지는 소홀해질 수 밖에는 없다지만, 이럼에도 불구하고 내 블로그에 꼬박꼬박 관련 글을 트랙백으로 보내주시고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울컥울컥 하는 것도 사실이다.

애초부터 쿨한 설정으로 대한 블로그라면 상관없겠지만, 어쨋든 다정다감을 목표로 악플에도 웃으며 반응하려고 했던 블로그여서인지, 요즘 같이 댓글과 트랙백 기능을 거의 사용 못하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 남겨본다.


2010.03.04 pm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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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외로 협소한 집 구조를 자주 바꿔왔던 편이다. 매번 더 좋은 집, 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를 다녔다면 크게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런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내 방 하나를 갖게 된 것이 홀로 독립하게 된 순간과 정확히 겹쳤기 때문에, 그러니까 독립해서 작은 원룸에 살게 되면서 부터였기 때문에 그 이후 자연스럽게 작은 방에 지치지 않게 나름 그 안에서 변화를 노력했던 것 같다. 현재 살고 있는 반지하 집을 요 바로 전 살았던 6층 옥탑방에 비하자면 정말 천국에 가까운데, 나는 이 점을 잊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중이다. 물론 옥탑을 포함하면 반지하에 산지가 벌써 거의 10년이 넘었는데, 그래서 나의 다음 홈 스윗 홈의 목표는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집, 창문 열고 밖을 바라볼 수 있는 집이다.

여튼 잡설이 길어졌는데 이 집에 이사오고 나서 한 번도 감행하지 못했던 리뉴얼을 지난 구정 연휴를 틈다 진행했다. 사실 원룸 구조라는게 뻔하고 은근히 내가 짐이 많아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구조였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나름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구조의 리뉴얼을 완성했다. 위의 사진에는 그 혁신의 주된 구조가 드러나지 않아서 아쉽기도(혹은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어쨋든 하루종일 힘들여 노력한 결과물을 보니 만족스러울 뿐이다. 한동안 늘어나지 않았던 DVD/Blu-ray/CD는 회사 생활이 조금씩 안정을 찾으며 조금씩 늘어났고, 결국 같은 렉을 또 하나 주문할 수 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한쪽으로 3개의 렉을 배치했으며 CD장은 침대의 다른 편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최근 주문한 '500일의 썸머' 포스터 판넬도 멋드러지게 걸어두니, 제법 만족스러운 홈 스윗 홈이다.

벌써부터 모자른 CD장의 포화상태는 곧 닥쳐올 위기이긴 하지만, 어쨋든 이로서 한숨은 돌렸다. 이번 리뉴얼하면서 새삼 느낀 점이라면, 항상 대대적인 청소를 할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항상 필요없는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만 남겨두는데도, 청소할 때마다 버려야 할 것들이 산더미 처럼 나온다. 이것을 단순히 취향이 바뀐것 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문제인데, 취향보다는 계속되는 선택의 결과로 버려지고 남고 하게 되는 것 같다.


2010. 02.26. pm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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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어느 지점에 이르면 하게 되는 고민이지만, 취미가 많다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많다는 것은 분명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취미가 너무 없는 것도 물론 문제이겠지만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그래서 몇 년전인가, 이대로는 안되겠다싶어 몇 가지 취미를 정리하는 기간을 둔 적이 있었다. 어찌보면 내게 있어 취미란 일반적인 '취미'의 범주를 일부 넘어선 것으로 느껴진다. 스스로 짐이 되는 경우도 있고, 반드시 버려야할 욕심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는 듯 하다. 요새 특히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일이 바빠지면서 점점 내가 원하는 만큼의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또 한가지 점은 요 근래, 그 어떤 해보다도 블루레이나 DVD, 음반들을 사두고는 뜯지도 못하고 한참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컨텐츠를 즐기는 것 보다 소장하는 것 (구매하는 것)에 더 포커스가 가 있다는 것이다.

소장하는 것은 물론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내게 있어 소장이란 컨텐츠를 즐기는 것이 우선될 때 더욱 의미를 갖는 행동이기 때문에 전자가 결핍된 경우는 분명 문제라고 여겨진다. 이런 일이 잦아지는 것도 있고, 이것 과는 별개로 보고 싶은 영화는 많은데 시간 부족으로 결국 극장 상영을 놓친다던가 보고 싶은 챔스리그를 잠과 바꾸는 일이 잦아지면서,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단지 잠을 줄이는 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했었다.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것은 분명 세상 그 어느 일보다 달콤한 순간 중 하나이지만, 이 달콤함을 조금만 참아내면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일터. 아직도 하고 싶은 일에 비해 시간이 부족할 땐 일순위로 잠을 줄이는 편이긴 하지만, 이 방법은 분명 한계가 있다(그리고 한 때 불면증을 겪었던 나로서는 요즘 졸음을 못이겨 밤에 집에서 블루레이 한 편 보기 쉽지 않은 현실을 한 편으론 이기려고도 또 한편으론 즐기는 면도 있다).

그래서 이번엔 휴식이라는 이름 하에 그냥 흘러가버리는 시간들을 모아보기로 했다. 사실 시간은 이럴 때 가장 빨리 흐른다. 맘놓고 휴식할 때보다, 열중해서 일을 할 때보다 어중간하게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쉴 때 시간은 가장 빨리 간다. 그리고 이 시간이 가장 아깝다. 그래서 앞으로는 비록 시간을 너무 치열하게 몰아써서 나중에 시간이 남을지라도, 일단은 더 치열하게 한정된 시간을 앞서서 몰아써보기로 했다.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며 터특한 삶의 지혜 중 하나라면, 이렇게 치열하게 시간을 쓸 때서야 비로소 나는 미약하나마 발전을 한다는 것이다.

치열함은 주기적으로 내 삶의 목표가 되곤 한다. 더 나은 사람이라면 주기적으로 갱신할 필요 없이 한 두 번의 시행착오 만으로 치열함을 몸에 익힐 수 있겠지만, 그러지 못한 나로서는 이렇게 주기적으로 갱신이라도 ㅎ해줘야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번엔 좋아하는 취미를 포기하는 대신 다시금 치열함을 택했다.


2010.02.16.pm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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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 밤 늦게 4일간의 일본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재미있는건, 고작 4일 뿐이었는데 너무 완벽하게 익숙해져서 오히려 집에 왔는데도 집에 온 익숙함이 느껴지지 않는달까;;
이상한 '향수병'을 벌써 부터 겪게 되었달까요;;

사진 정리하는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네요 ^^;
일정별/장소별로 간략하게 정리해서 사진과 함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여행의 중요 포인트 몇가지를 간략하게 정리해보자면

1. 역시 지브리! 꿈에 그리던 지브리 미술관에 가본 것 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100% 만족!
2. 너무 깔끔한 거리와 골목, 그리고 아기자기한 집들. 아무대나 렌즈를 들이대도 그것은 작품.
3. 회전 스시, 규동, 라멘, 도시락, 비르, 오니기리 등 그래도 이것저것 다 먹어본 식도락 여행!
4. 서울이 차가운 도시라고? 훗. 도쿄에 차가움에 비하면 이곳은 훈훈함이 넘치는 정겨운 거리.
5. 이번 여행의 목적이 쇼핑이었던가? 몇개월치 용돈을 한번에 소지해버린 허세 쇼핑 여행!
6. 신주쿠, 시부야, 아키하바라, 우에노, 시모기타자와, 기치조지, 하라주쿠, 메이지 신궁 등등 걷기도 정말 많이 걸었던 여행!
7. 올블로그 스팸글에 대명사 도쿄 걸에 정체를 알 수 있었던 의외(?)의 수확!
8. 아, 정녕 꿈은 아니겠지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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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벼르고 별렀던 일본 여행, 도쿄 여행을 드디어 내일 아침 일찍 떠납니다!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루 전날이 되니 이것저것 정신이 없네요 ^^;
일본에 가면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실제 장소들도 찾아가보고, 꿈에 그리던 지브리 스튜디오도 물론 가보고 일본에서만 판매하는 CD/DVD/Blu-ray/피규어 등도 잔뜩 구경/구매 하고, 유니크한 옷들이나 신발 등도!
여튼 정신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3박 4일이 될 것 같습니다~

도쿄에서도 인터넷이 가능하다면 최대한 조금씩이라도 그 날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지만, 가능하면 넷트를 누비기 보단 일본을 흠뻑 느껴보고 오렵니다. 4일여 동안 블로그가 조금 조용하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

그럼 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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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본론만 간단하게!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의 역순으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1. 온라인 광고 마케팅 전문잡지이자 블로그와 IT업계의 이슈를 주로 다루는 월간 'IM' 9월호에 제 블로그가 작게나마 소개되었습니다 ^^; 문화관련 블로그의 하나로 작게 소개된 것인데요, 예전에 잡지에 글을 써본적은 여럿 있지만 블로그로서 소개되기는 많지 않았던 일이라 뿌듯하네요 ^^



2. 두 번째는 이벤트 당첨 소식인데요, 얼마전 티스토리에서 '상상마당'과 관련한 포스트나 댓글을 모으는 이벤트를 진행했었는데, 제 글이 1등으로 선정되어 '오사카 왕복항공교환권 (1매)'를 받게 되었습니다!
http://notice.tistory.com/1403

사실 오랜만에 이벤트 응모라 써놓고 조금 기대하기는 했었는데 막상 떡하니 당첨되고 보니 잘 실감이 안되네요 ^^;
이번 휴가는 안그래도 도쿄로 갈 예정으로 차곡차곡 준비중이었는데 오사카도 가야겠군요!!


(오사카로! 고고고~)


3. 세 번째 자랑할 거리는, 이 셋 중에서 가장 개인적으로 자랑하고 싶고 뿌듯한 일인데요 바로 다음(Daum) 영화 메인페이지에 마니아섹션에 제 블로그가 고정으로 소개되게 되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쟁쟁한 분들 혹은 커뮤니티와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일시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고정으로 섹션을 담당하게 되어 적잖이 부담도 되네요 (쉽게 말해 뻘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쓰게 되더라도 심하게 고민될 것 같아요 ㅎㅎ). 앞으로 좀 더 영화/음악/BD/DVD 리뷰 관련해서 심도 깊은 글을 쓰도록 더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이상 블로그 자랑 3종세트
끝!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염장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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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 드디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 <아바타>의 예고편이 최초로 공개되었
죠 (http://specials.divertissements.fr.msn.com/cinema/avatar/default.aspx). 짧은 시간 동안 최고다, CG가 후지다 등등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왔는데, 일단 예고편은 예고편일 뿐. 저는 풀버전을 보기 전까지는 일단 그냥 '기대'상태입니다.

2. 아, 그리고 <아바타>는 '아바타데이'라고 해서 영화의 주요 장면 20분 정도를 특별히 보여주는 시사회를 오늘 진행하는데, 다행히 초대가 되어 오늘 저녁 용산 CGV에서 조금이나마 먼저 <아바타>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대되지 않을 수 없군요!

3. 요 며칠 블로깅을 못했던 건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관련해서 조금 심정을 글로 정리해 보긴 해야할텐데, 참...2009년 잊지 못할 것 같네요.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이젠 편히 쉬세요.

4. 아, 진사야님이 넘겨주신 릴레이 글은 서거 하루 전에 이미 써두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리는 바람에 일단 보류 중입니다. 조금 더 있다가 공개하도록 할께요.

5. 혹시나해서 홍보를. 위드블로그라고 저희 회사에서 운영하는 서비스가 있는데, 음반 캠페인의 경우 다른 분야에 비해 아직 전문적인 블로거 분들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서, 평소 음반과 리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높은 확률로 음반도 공짜로 들어보고 리뷰도 작성하실 수 있는 기회가 돌아갈 것 같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주저 말고 신청해주세요~ (http://withblog.net/)

6. 요 며칠 너무 세상일, 회사일로 정신없다보니 <왓치맨>과 <벼랑위의 포뇨>가 DVD로 출시된 것도 모르고 있었군요. 왓치맨은 스틸북으로해서 오늘 바로 질렀습니다. 내일이면 볼 수 있겠네요!

7. 10월에 일본으로 휴가가려고 잔뜩 벼르고 있는데, 아무래도 신종 플루가 신경이 안쓰일 수는 없네요. 지진까지 겹쳐서 좀 싸져라, 싸져라 하고 있습니다. -_-;;

8. 딱 하루 아무 일도 없는 날 연차휴가를 내고, 집에 쌓여있는 블루레이들을 몽땅 보고만 싶습니다. 그리고 다 글로 써버리고도 싶구요. (그랜 토리노와 칠드런 오브 맨은 캡쳐까지 어느 정도 해두었는데 과연 언제쯤 리뷰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윽)

9. 권지용의 이번 앨범은 멜론을 통해 첫날 들어보았습니다. 좋기는 한데,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사실 권지용이 권토벤으로 불릴 정도의 천재인가에 대해서는 사실 예전부터 의문이 있었고, 특히 '거짓말'의 전주부분을 열심히 따라부르다가 정작 내가 다른 곡에 가사를 붙여 부르고 있었다는 충격 체험을 한 이후에는 실망을 한 경우이기도 때문에, 이번 논란이 너무 부풀려진 경향이 있다고 생각되기도 하구요. 다른 한 편으론 참 요즘 가요계가 표절에 너무 관대해졌다고도 생각이 들구요. 예전 같으면 표절이라는 의혹만 있어도 가수 생명이 위협받을 정도였는데, 요즘은 가요계가 다 너무 어렵다보니 다들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는 추세죠. 그런데 뭐 당연한거지만 어려운 건 어려운거고 표절은 표절이겠죠;; 그런데 전 빅뱅 참 좋아했다구요 ㅎ MTV에서 했던 성장프로그램도 다 봤고, 재방송할 때마다 또보고. 여튼 그렇다는;;

10. 올해는 과연 그린 민트 페스티벌에 갈 수 있을까요? 일본 여행 스케쥴과 겹치지는 않는데 모르겠네요. 이적도 나오고 페퍼톤스도 여전히 나오고, 데니슨 위트머도 나온던데 말이죠! (http://mintpaper.com/v2/gmf2009_lineup_re.html)

11.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상영회의 11번째 상영작으로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의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가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오랜 만에 혹은 처음 보고 싶은 신 분들은 오는 28일(금)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하니 참고해주세요~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 씨네토크는 거들 뿐! (http://cineart.tistory.com/521)

12. 제 블로그 관련해서 몇 가지 소소한 자랑거리가 있는데 이건 확정되면 말씀 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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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할 거리가 계속 생긴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특히 나에게 극장에서 보는 영화 외에 집에서 혼자 즐기는 블루레이나 DVD 감상이 주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겠다.

또한 남들보다 먼저, 그리고 원고료를 받아가며 쓸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한 혜택이다. 평소 때 보다 더 많은 자료조사와 분석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일로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취미로서 접근하려는 것 또한 잊지 않으려고 한다.

만약 글 쓰는 일이 더 이상 재미도 없고 일로만 느껴진다면 그 때부터는 더 이상 글을 쓰지 말아야겠지.


* <이글 아이>는 극장에선 몰랐는데 감독과 스텝들이 숨겨진 노력이 상당한 영화더라. D.J. 카루소는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올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괴로운 영화이기도 했는데(너무 괴로워서 리뷰를 미처 마무리하지 못했을 정도) 과연 블루레이로 다시 감상하고 글 다운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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