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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君の名は, 2016)

신카이 마코토 세계의 집대성. 간절히 너에게 닿기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너의 이름은 (君の名は, 2016)'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간 그가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었던 세계관들을 집대성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인장과도 같은 영롱하고 신비스럽기까지 한 다양한 하늘 이미지들은 이번 영화에서도 여전하고, 닿을 듯 닿지 않는 두 남녀 주인공의 간절한 로맨스는 '초속 5cm'를 연상케 하고, 판타지적인 요소는 '별을 쫓는 아이'를 떠올리며, 극 중 타키가 아르바이트하는 레스토랑의 선배와 나누는 소소한 로맨스는 '언어의 정원'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듯 '너의 이름은'은 신카이 마코토가 가장 잘하는 요소들을 한꺼번에 하나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그만큼 감동이 배가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일단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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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 간절함, 간절하다 못해 필사적이기까지 한 마음과 치닫는 정서를 절제하지 않고 (설령 그것이 혹자들에겐 중2병 증상처럼 보여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밀어붙이는 용기와 기개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호소다 마모루의 '썸머워즈'의 내달리는 후반부를 좋아하기도 하는데 (에반게리온 : 파의 그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신카이 마코토에게 그것은 애틋함과 닿으려 해도 닿지 않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이러한 그의 정서를 가장 잘 담아냈던 작품은 '초속 5cm'나 '별의 목소리'라고 생각되는데, '너의 이름은'은 여기에 판타지적인 설정과 배경을 통해 그 간절함의 배가 되는 순간을 극적으로 만들어 냈다. 어쩌면 가장 가까운 존재 (심지어 주기적으로 같은 몸을 사용(?)했을 정도의)이지만 한 편으론 그렇기 때문에 결코 만날 수는 없는 존재들이 서로에게 닿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이 이야기는, 그래서 여전히 매력적이고 감동적이다. 몸이 뒤바뀌고 만날 수 없는 존재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만남을 노력하는 이야기는 이미 익숙한 플롯이지만 그럼에도 '너의 이름은'의 감동이 여전히 유효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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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신카이 마코토가 가장 잘하는 세밀하고 섬세한 감정의 묘사 때문이다. 혹자들은 이러한 감성들을 흔히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유치함 혹은 과함으로 평가절하 하기도 하지만, 앞서서도 말했듯이 내가 일본 애니메이션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여기에 신카이 마코토가 이번에 선택한 소재는 바로 이름이었다. 누군가를 규정하는 기능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결국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되는 이름. 그 이름을 묻고 싶은 혹은 묻고 싶었던 누군가에 대한 깊은 회한은 이 영화 전반에 짙게 깔려 있다. 


이름이라는 요소로 대변되는 다른 의미들은 무언가 꺼내지 조차 못했던 내 안의 감정들에 대한 아쉬움과 부족했던 용기에 관한 것들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너의 이름은'도 그렇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들 역시 극 중 인물들이 보여준 간절함의 정도가 더했던 이유는 아마도 '절대 그럴 수 없어'라는 정서가 아니라 '이번에는 절대 그럴 수 없어'라는 이전의 실패나 시도해보지 못한 이의 후회가 전제된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동기가 관객들의 마음속 깊은 곳을 자극하는 것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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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유는 주인공인 타키와 미츠하가 닿았던 그리고 닿지 못했던 이유에 관한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의 영화들에 비해 '너의 이름은'은 이 설정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들고 있는데 바로 재해와 사고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상처를 입은 일본인들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손쓸 수 없었던 거대한 재난과 자연재해로 인해 소중한 누군가를 한 순간에 잃어야만 했던 이들이 '만약.. 그랬다면?'하고 아프게 떠올려보는 판타지, 아니 현실이 될 수도 있었던 순간에 대한 간절함이 묻어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단순히 타키와 미츠하 둘 만의 이야기로 한정하지 않은 것은 이 영화가 더 넓은 범위의 정서를 담아낼 수 있게 만든다. 동일본 대지진을 직접적으로 겪었던 일본인들이 아니더라도 각자가 겪었던 어떤 상실 혹은 준비하지 못했던 이별에 대한 기억을 '너의 이름은'은 소환해 낸다. 아주 간절한 메시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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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삽입곡이 인트로와 엔딩 크래딧 외에도 여럿 등장하는데 확실히 이 부분이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지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몇 번 정도는 그냥 삽입곡이 없는 편이 더 낫겠다 싶은 순간이 있었거든요.


2. 실제로 저도 그런 적이 많아 공감을 많이 했는데, 한 바탕 꿈을 꾸고 나면 정말 바로 몇 초 전까지 꿈속에서 함께 많은 일들을 함께 했던 누군가 (그것도 꿈속에서는 아주 친한 관계로 묘사되던)의 얼굴이나 이름이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아요. 대부분이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바로 몇 초 전까지 꿈속에서 생생하던 얼굴과 이름인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혹시..... ^^;


3. '너의 이름은' 성지순례는 이미 너무 유명해져서 일본 내에서도 화제가 되었을 정돈데, 조금 열기가 식으면 나중에 한 번 찾아가 볼까 생각중에요 (어차피 지금은 갈 수도 없거니와 ㅠㅠ)


4. 마지막은 예전 2012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특별전으로 내한했을 때 함께 찍었던 사진 (감독님 더 유명해지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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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이 없는 거리 (僕だけがいない街)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테리 루프물



아르슬란 전기 1기 이후 새로운 애니메이션으로 무엇을 선택할까 찾아보던 중 우연히 보게 된 '나만이 없는 거리 (僕だけがいない街)'는 일단 성공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올레티비를 통해 매주 화요일마다 업데이트가 되는데, 2화 '손바닥(掌)'까지 감상한 결과 일반적인 타임슬립 물과는 조금 달리 29살의 성인 남자인 후지누마 사토루가 18년 전 초등학생 시절로 갑자기 돌아가게 되면서 어른의 세계와 아이의 세계가 겹쳐지는 묘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극 중에서 '리바이벌'이라고 표현되는 타임슬립은 어떠한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났을 때 이 사고의 징조나 원인이 되는 시점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무려 18년의 세월을 거슬러가게 되면서 과연 이 시기에 어떤 인물과 일들이 현재의 사건(스포일러가 될까봐)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를 풀어가게 될 듯 하다 (이제 2화라).


참고로 1화를 보고나서 앞으로 계속 봐야겠다 결정을 했는데, 2화를 보기 전에 잠시 다녀 온 일본에서 우연히 원작 만화책도 발견했다. 그래서 나중에 알아보니 국내에도 소미미디어를 통해 만화책도 5편까지 발매가 된 상태다.



일본 서점에서 발견한 코믹스


작화나 스타일 모두 취향이라 일단 끝까지 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코믹스의 경향대로 이 작품 역시 실사 영화로도 곧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실사 영화로도 개봉 예정!



아직 2화까지 밖에 나오지 않은 터라 완성도나 만족도를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크게 엇나가지만 않는다면) 애니메이션에 이어 실사영화도 그리고 코믹스도 다 찾아보게 될 듯. 앞으로 매주 화요일!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괴물의 아이 (バケモノの子, The Boy and The Beast, 2015)

'혼자'와 '함께'가 서로를 인정하는 과정에 대해



갈 곳을 잃고 시부야의 뒷골목을 배회하던 9살 소년 ‘렌’은 인간 세계로 나온 괴물 ‘쿠마테츠’와 마주치게 되고, 그를 쫓다 우연히 괴물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쿠마테츠’에게 ‘큐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 소년은 그의 스승을 자처한 ‘쿠마테츠’와 함께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지만 너무도 다른 그들은 사사건건 부딪힌다.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둘은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며 변해가고, 진정한 가족의 정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어느 새 훌쩍 커버린 ‘큐타’가 인간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출처 - 다음영화)


전작 '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2012)'를 통해 어머니의 모성에 대한 더 완벽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려냈던 호소다 마모루의 신작 '괴물의 아이 (バケモノの子 The Boy and The Beast, 2015)'는 넓은 의미에서 역시 전작인 '썸머워즈 (サマーウォーズ Summer Wars, 2009)'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늑대아이'의 주제를 또 한 번 확장시킨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다시 말해 판타지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또 한 번 사랑, 가족애에 대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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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괴물의 아이'의 플롯은 같지만 다른 두 인물이 서로에게 자극 받아 동시에 성장하는 익숙한 드라마의 성격을 갖고 있다. 갈 곳을 잃고 외톨이가 된 소년 렌과 역시 자신의 세계에서 인정 받지 못하고 한 편으론 스스로 외톨이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은 쿠마테츠는 우연히 만나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게 되면서 각자 조금씩 성장해 간다. 여기서의 성장이란 단순히 세상과의 소통하는 법이나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처 받은 자신을 인정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 둘의 공통점이라면 자신들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버려지거나 소외된 존재라는 점을 들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닫혀 버린 마음, 즉 혼자서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기 방어적인 가치관이 서로로 인해 조금씩 변해 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리고 여기에 호소다 마모루 만의 포인트는 역시 '가족'이다. '늑대아이'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어머니인 하나가 스스로 어머니로서 성장해 가는 이야기였던 것처럼, '괴물의 아이' 역시 렌과 쿠마테츠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가족의 탄생 혹은 가족애를 문제 해결의 중심으로 정한다. 전혀 다른 인물들이 서로에게 자극을 받아 동반 성장하는 이야기는 한 편으론 아주 익숙한 구조인데, 여기에 호소다 마모루가 선택한 가족이라는 테마는 그 역시 아주 새롭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는 걸, '늑대아이'에 이어 또 한 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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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마모루는 '괴물의 아이'에서 아주 직접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택하는데, 이를테면 인간의 어두운 면을 묘사하는 방식에 있어서 가슴에 구멍이 뚫리거나 그 구멍을 메우는 것의 치유 방식과 같은 것은, 아주 직접적인 방식이지만 어쩌면 애니메이션에서만 표현 가능한 형식으로 메시지 전달에 더 효과적이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나쁜 생각 혹은 큰 상처를 받았을 때의 자신이 그 자리에 그대로, 그 때의 감정으로 남게 되어 스스로를 앗아가게 된다는 설정은 메시지적으로는 물론 시각적으로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작품 내내 꺼내들었던 허먼 멜빌의 '모비딕 (백경)'의 비유 역시 아주 직접적인 비유였다고 생각되는데, '모비딕'의 이야기가 결국 상대와의 싸움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었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괴물의 아이' 역시 앞서 말한 악한 감정으로 남게 된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그려내고자 했다는 걸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여기서 '괴물의 아이'가 더 좋았던 건 결국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하는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결국은 모든 것을 홀로 해내려 하지 말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들의 손을 뿌리치지 말고, 특히 가족이라는 존재가 자신 과의 싸움에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 내 편인지,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인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터 문구인 '함께라면 모든지 할 수 있어!'라는 말은 정말 대책없이 긍정적이고 뻔한 말처럼 들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영화는 그럼에도 왜 함께라면 모든지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는, 아니 그렇다는 것을 누구보다 강력하게 믿고 있는 영화다. 그리고 그 영화의 믿음이 이야기의 힘으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이 '괴물의 아이'의 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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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교가 큰 의미는 없겠지만 어쩔 수 없이 해보자면 '괴물의 아이'는 글의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썸머워즈'와 '늑대아이'를 적절히 융합한 작품이다. 즉, 어느 작품이 더 좋냐고 물어본다면 앞선 두 작품을 먼저 이야기할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아쉬운 점들도 있었지만 (이 대부분의 아쉬움은 모두 엄청난 전작들 때문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함께와 가족에 대한 메시지는 이번에도 강렬했다. 자, 이제 다음 작품은 다시 '시달소' 같은 작품 한 번 만들어주세요.



1. 이 작품에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면들 중 하나는 바로 렌의 엄마가 등장하는 장면이었어요. 몇 장면 안되고 매우 짧지만, 없으면 안될 만큼 중요한 장면이었기에.


2. 또 하나 좋았던 캐릭터는 이오젠의 아들 캐릭터. 여기서도 호소다 마모루의 성격을 알 수 있어요. 뭐 하나 나쁘기만한 캐릭터가 없죠.


3. 이 영화는 국내 개봉이 언제 될지 몰라 일본서 개봉했을 때 일찍이 보러 갔었는데, 처음 보고 바로 든 생각이 '아, 신주쿠가 배경이네..., 여기 또 다 다녀와야 하나 ;;;;'하는 행복한 고민이랄까. 실제로 이미 몇 군데는 다녀왔던 곳들도 있어서 루트가 바로 머릿 속에 그려지던...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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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의 시대는 이대로 저무는가


일본 애니메이션, 아니 지브리의 팬으로서 어제 본 뉴스는 몹시 충격적이었다. 그 즉슨, 스튜디오 지브리가 더 이상 애니메이션 제작을 하지 않고 앞으로 기존 작품들의 저작권 관리만 하는 회사로 남게 된 다는 전망이었다. 이 소식을 듣는 순간, '아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과 '이게 무슨 청천벽력!'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는데, 전자는 요 근래 지브리의 성적이 연속적으로 좋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후자는 그래도 스튜디오 지브리라는 일본은 물론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하나의 스튜디오가 이렇게 제작을 접을 것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많은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스튜디오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존재는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내게도 지브리와 하야오는 인생의 여러 고비에서 위안과 행복, 메시지를 전달해 준 작품을 선사한 곳이었다. 그런 지브리이기에 이번 소식을 그냥 두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이번 소식이 전해진 결정적인 요인은 지브리의 최신 작 '추억의 마니 (思い出のマーニー, 2014)'의 흥행 부진이었다.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연출한 이 신작은 역시 최근 개봉했던 지브리의 '가구야 공주' 보다 도 흥행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위기는 점점 현실로 받아 들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카하다 이사오의 '가구야 공주'는 올해 본 영화 가운데서도 손꼽힐 정도로 참 좋은 영화였다).



가구야공주 이야기 _ 모든 것을 새삼 돌아보게 만드는 설화



사실 성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의 완성도와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언제부턴가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은 우리가 지브리의 열광하던 그 때의 작품들에 비해서 많이 부족한 느낌을 주었다. 그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아주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모노노케 히메' 이후 처음 은퇴 선언을 했던 때부터 시작해야 하겠지만 (이제와 돌이켜 보면 여기서 부터 무언가 하야오의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직접적으로 세간에서 지브리의 위기를 이야기했던 것, 미야자키 하야오의 후계자에 대한 의문과 걱정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은 아마도 그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가 연출했던 '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 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드전기'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본인의 후계자로서 자신의 아들을 (본인도 썩 탐 탁 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중에게 선보인 작품이었다. 개봉 당시 국내의 반응도 선명하게 기억하는데, 이제부터 지브리의 작품은 보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쨋든 강도는 저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중론은 미야자키 고로는 아버지의 뒤를 이을 인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참고로 미야자키 고로는 '게드전기' 이후 2011년 '코쿠리코 언덕에서'를 연출하기도 했는데, 다른 평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람이 분다'가 있기 전까지 거의 유일하게 좋지 않은 평을 했던 지브리 작품이기도 했다.


코쿠리코 언덕에서 _ 직설적이어서 부담스러운 메시지



  '게드전기'는 이제와 다시 보면 그 정도로 혹평을 받을 작품이었나 하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기도 하지만, 어쨋든 지브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충분한 소스를 가진 작품이었음에도 연출이나 전반적인 면에서 부족함을 많이 드러냈던 아쉬운 작품이었다. 이런 과정을 보면 결국 스튜디오 지브리 = 미야자키 하야오 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하야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보았을 때, 하야오가 적절한 시기에 자신의 후계자를 키워내지 못한 것이 지금의 위기와 현실을 맞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렇다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후계자에 대한 계획이 없었느냐?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생각한 자신의 후계자는 바로 '귀를 기울이면'을 연출한 콘도 요시후미 감독이었다.





아... 다시 생각해도 콘도 요시후미는 너무 안타까운 인재였다. '빨강머리 앤'의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 감독을 맡기도 했던 콘도 요시후미는 '귀를 기울이면'으로 데뷔 했지만 아쉽게도 이 작품은 데뷔작이자 유작이 되어버렸다. 실제 스튜디오 지브리에는 적은 수이긴 하지만 몇 명의 후계자로 거론될 만한 이들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앞서 있고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는 이는 콘도였다. 오래 전부터 지브리에서 차근 차근 과정을 밟아왔으며 성공적인 데뷔작을 내놓아 더는 문제가 없어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후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금 현역으로 돌아오게 되고 2001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발표하며 전 세계적으로 다시 한 번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귀를 기울이면 _ 리얼리티로 살아나는 아련함



그 사이에 안노 히데아키, 오시이 마모루 그리고 호소다 마모루 까지, 지브리와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감독들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런 저런 이유로 가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브리 출신인 콘도 요시후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지브리의 현재의 위기가 시작된 결정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복귀 한 이후에도 미야자키 하야오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 '벼랑 위의 포뇨 (2007)'를 선보이며 건재함을 증명하기도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 다음, 자신의 다음 지브리를 책임질 이에 대한 걱정은 어쩌면 더 커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처음 부터 은퇴 작이라고 명명한 '바람이 분다 (2013)'를 내놓은 뒤로는 더 이상 작품 활동은 하지 않고 있던 터였다.



바람이 분다 _ 이기적 순수함의 안타까움



문제작 '바람이 분다' 이후 앞서 이야기했던 '가구야공주 이야기'와 신작 '추억의 마니'를 내놓은 지브리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지 않는 다는 소문 아닌 소문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결국 미야자키 하야오의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스튜디오 지브리는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치던 자신들의 시대를 떠나 보내는 것일까. 아직 공식적인 것은 없지만, 이런 뉴스를 접하니 참 기분이 허하고 쓸쓸하여 남겨 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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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야공주 이야기 (かぐや姫の物語, 2013)

모든 것을 새삼 돌아보게 만드는 설화



지브리의 신작이자 다카하다 이사오의 신작이라는 이유 만으로 아무런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된 영화 '가구야공주 이야기 (かぐや姫の物語, 2013)'를 보았다. 사실 처음 이 작품의 포스터를 만났을 때는 손 안에 담긴 작은 공주의 모습에 '아, 저런 작은 크기의 공주가 겪는 이야기구나'라고 마냥 생각했었는데, 이야기의 전개는 전혀 달랐다. 전혀 다르긴 했지만 '가구야공주 이야기'의 내용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설화인 ‘다케토리 이야기 (竹取物語)'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다케토리 이야기라는 설화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몰랐지만, 어느 나라든 상관없이 대부분의 설화 들이 그러하듯이 다케토리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익숙한 구조라 전반적인 흐름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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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에서 가구야를 데리러 온 달의 사자가 “가구야공주님은 죄를 저질러서 이 땅에 내려와, 너희처럼 천한 자들 집에 잠시 계신 것이다. 그 죄를 갚는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이렇게 모시러 왔다”라는 부분에 대해 감독은 가구야가 달에서 저지른 죄는 어떤 죄며, 달과의 약속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이야기를 출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라는 내용을 보았는데, 이미 이 설화에 너무도 익숙한 일본인들에게는 다카하다 이사오의 이 또 다른 생각의 전환이 새롭게 받아들여졌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내 입장에서는 이 모든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설화의 내용이라는 것이 혹은 교훈이라는 것이 오늘 날에 와서 보면 너무 진부하고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가구야공주 이야기'는 그 새삼스러운 것들의 감정이 모두 솜털이 하나 하나 서 듯 살아나 가슴으로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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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배경을 떠나서 '가구야공주 이야기'는 많은 것을 되돌아 보게 만들었는데, 일단 가장 첫 번째로는 공주의 어린 시절을 보낸 대나무 숲과 그 곳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극장에도 부모들과 온 아이들이 많았었는데 그 아이들이 이 장면을 보고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했다. 나 같은 어른에겐 그저 잠시 돌아가고 싶은 어린 시절의 모습. 풀과 들에서 뛰 놀고, 특별한 무엇이 없어도 그저 자연을 배경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았던 그 때가 요즘 아이들에겐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했다. 영화 속에서도 공주의 어린 시절은 훗날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기 때문에 다카하다 이사오는 이 어린 시절을 더 담백하게 다루고 있어서 그런지, 이 어린 시절의 장면들은 너무 단순하고 순수해서 더 기억에 남는 그런 장면들이었다. 한 편으론 다시 그런 시절을 살 수 있을까, 아니면 다음 세대의 아이들은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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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이 작품의 메인 테마라 할 수 있는 부모의 관련된 정서다. '가구야공주 이야기'는 설화에 근거해 판타지적인 한 사람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지만, 사실 너무 명백한 부모님에 관한 텍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식을 금이야 옥이야 키워낸 부모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아주 조용하게, 대놓고 드러내는 것 자체가 죄송스러워 아주 조용하게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자, 어쩌면 이제는 스스로가 부모가 되어 알게 된 그 마음에 관한 이야기라 하겠다. 이 영화의 감정선은 바로 그런 시점에서 작용한다. 공주와 부모와의 거리도 시종일관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으며, 어쩌면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 수도 있는 부모의 행동들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지만 영화 스스로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처럼, 깨닫게 되는 순간 이 영화의 감정선은 조용히 터져 나온다. 내내 돌아가고 싶었으나 결국 돌아갈 수 있게 되었을 땐 남아있는 것이 훨씬 행복했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처럼, 그 회환과 후회의 감정, 미안함과 죄송스러운 마음이 아주 조용하게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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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처음 시작했을 때, 굳이 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더라도 영화 속 이별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막상 이별을 하게 될 땐 그리 슬플 수가 없었다. 뭐랄까 이 작품이 이 회환과 슬픔의 감정을 다루는 방식은 담백하면서도 몹시 간절하달까. 과장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을 최대한 그대로 담으려 영화가 무척이나 애쓰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그런 면에서 다카하다 이사오가 선택한 수묵화스럽고 스케치만 한 듯한 느낌의 담백한 작화는, 처음에는 빈 듯하게 느껴졌지만 점점 그 빈 공간에 감정이 스며들면서 차곡차곡 쌓여가는 느낌을 주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어쩌면 요즘 같이 디테일로 꽉꽉 채워진 애니메이션 들에 비해 여백이 있는 이 작화는, 영화가 말하려는 정서와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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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영화보며 잘 울컥하는 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애써 울음을 참고 있는데 옆에 부모와 함께 온 어린 아이가 우는 탓에 나도 어쩔 수 없이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 아이는 단순히 영화 속 이별이 슬퍼서 울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우는 아이와 이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이 영화 속 정서와 겹쳐져 더 눈물이 나버렸다. 아직 아이도 없고 결혼도 하기 전에도 이 정도인데, 만약 나중에 딸 아이를 낳게 되면 이런 영화는 도대체 어떻게 참으며 볼 수 있을까.


참 좋은 작품을 보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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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피스 (Short Peace, 2013)

전통과 미래가 만난 일본 애니메이션



'아키라'와 '스팀보이'를 연출한 오오토모 카츠히로를 중심으로, 모리모토 코지, 모리타 슈헤이 등이 참여한 옴니버스 단편 애니메이션 '쇼트피스 (Short Peace, 2013)'는 일본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었다. 오히려 4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각 감독 마다의 색깔과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의 추세와 분위기를 엿볼 수 있어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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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십구 


폭풍우가 치던 밤, 한 나그네가 비를 비해 밤을 보내기 위해 우연히 들어간 작고 오래된 사당에서 벌어지는 아주 짧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이 작품은 '쇼트피스' 전체의 짧은 오프닝 영상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시대극과 SF의 묘한 결합을 한 번 더 발전시키고 있는 작품이었다. 캐릭터는 물론 배경과 색까지 온통 일본 전통의 색과 분위기를 품고 있지만, 여기에 SF적인 상상력을 더해 마치 '애니 매트릭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작화의 경우 손으로 그린 느낌이라기 보다는 컴퓨터로 만들어진, 아니 게임 속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단편이라는 구성을 가장 잘 활용한 작품인 동시에, 화려한 색과 단순한 아이디어가 빛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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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요진


'쇼트피스'에 수록된 모든 작품들이 (마지막 작품인 '무기여 잘있거라'까지 포함하여) 상당히 일본적이고 전통의 느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 작품 '화요진'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여기에 충실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화면의 구성 자체가 마치 일본의 오래된 전통 그림을 보는 듯한 구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쇼트의 전환이나 카메라의 이동 역시 이 구도를 해치치 않는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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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보


세 번째 작품인 '감보'는 아주 전통적인 색체와 약간의 SF적인 요소가 결합된 묘한 작품이었다. 전통 설화에나 나올 법한 괴물의 존재와 백곰으로 표현되는 샤머니즘 적인 요소, 그리고 이것들이 SF적으로 결합된 설정까지. '쇼트피스'에 수록된 네 작품 가운데 가장 역동적이고 조금은 잔인한 표현을 담고 있다. '감보'도 그렇지만 첫 번째 '구십구'를 제외하면 여기에 수록된 단편들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시작과 끝이 확실히 진행된다기 보다는, 마치 장편의 한 부분을 잘라 꺼내어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니까 단편을 보고 나면 그 이전과 이후 (특히 이전)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이 작품 '감보'와 다음 작품 '무기여 잘있거라'의 경우 이 아이디어를 확장시켜 장편으로도 꼭 한 번 보고 싶은,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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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무기여 잘있거라


세 편의 시대극이 끝나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단편이 시작된다.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부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무기여 잘있거라'는 밀리터리 적인 요소로 일단 흥미를 끈다.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밀도가 높은 메카닉과 설정들이 흥미로운데, 폐허가 된 도시에서 전차형 무인 병기와 벌이는 전투 장면은 SF영화의 한 시퀀스를 보는 듯 하다. 무기여 잘있거라' 역시 시대와 배경은 전혀 다르지만 앞선 세 편과 전반적인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이다. 묵시록적인 분위기와 일본의 현실 혹은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배경은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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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風立ちぬ, 2013)

이기적 순수함의 안타까움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지브리 스튜디오의 오랜 팬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내가 한 손에 꼽을 만한 감독으로, 그의 작품들은 내 닉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런 그의 신작이자 마지막 작품(아마도) '바람이 분다 (風立ちぬ, 2013)'를 기다리는 마음은 내내 편치 않았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역사 의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떤 말들이 쏟아져 나오든, 내 입장은 직접 보기 전에는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 어느 때보다 가슴 졸이며 보게 된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은, 아쉽지만 보는 내내 불편한 작품이었다. 혐오스러운 장면이나 잔인한 장면이 나와도 '영화니까' 불편함은 없었던 나였는데, 이 작품은 '영화기 때문에' 불편한 경우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간 성향이나 가치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바람이 분다'를 보면서도 이 작품에 대한 논란에 대해 방어할 수 있는 논리를 본능적으로 찾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그 논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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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는 근본적으로 반전을 끊임없이 작품을 통해 말해왔으며,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는 등 그가 '바람이 분다'를 통해 군국주의를 옹호했다거나 일본의 침략 전쟁을 옳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들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들은 그의 작품들을 제대로 보지 않았거나 그냥 이슈를 위한 제 3자들의 어쩔 수 없는 시선일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했었다. 따지고 보면 미야자키의 이전 작품들에서도 본인이 좋아하는 것과 가치관에 대한 모순과 갈등은 계속 존재했었다. 그는 일관적으로 반전을 외치며 '살아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날 것과 탈 것,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서 비행기이자 전투기였다. 이전 작품에서도 이러한 성향은 계속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 작품과 가장 비교될 만한 작품은 그의 전작 '붉은 돼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붉은 돼지'는 하늘을 나는 것과 전투기에 대한 그의 애정이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 된 작품이자, 그 스스로도 모순이라고 생각하는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최대한 빗겨가려고 애 쓴 작품이기도 할 것이다.


'붉은 돼지'는 개인적으로도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서, 어른의 드라마, 낭만과 아름다움을 멋지게 표현해 낸 수작이었다. 그렇다면 '붉은 돼지'도 문제인가 라고 물을 수 있는데, 이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일단 아름다움에 집중한 것은 맞지만, 포르코는 전쟁 자체에 대해 회의를 갖고 이를 행동으로 표현한 인물이었고, '바람이 분다'의 지로는 회의 감은 갖고 있다고 봐야 겠지만 행동과는 거리가 있었던 이었기 때문이다. 이 별 것 아닌 차이점이 '바람이 분다'의 역사 의식을 말해주는데, 이것은 결국 미야자키 하야오가 갖고 있던 모순과 갈등이 적어도 일본인들을 제외한 (특히 아시아인들이) 이들이 기대하던 바로는 표현되지 않은 몹시 안타까운 경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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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미야자키 하야오가 제로센을 설계한 지로의 이야기를 통해, 일본의 침략 전쟁을 정당화 하고 군국주의를 옹호하려 했다면 차라리 나았을 런지도 모르겠다. 그냥 최근 아베 정권처럼 역사를 잊은 민족에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받아들이면 고민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경우는 '바람이 분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상당히 고민스럽다. 고민스럽다는 것이 이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고민스럽다는 것이 아니라, 영화 자체가 모순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이 동경해 오던 아름다운 비행기를 만든 설계자의 이야기를 언젠 가는 꼭 한 번 하고 싶었을 것이다. 앞서 여러 번의 은퇴 번복이 있기는 했지만, 평가를 떠나서 이 작품 만큼 그의 마지막 영화로 어울리는 주제도 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로의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보니 그가 설계한 제로센은 결국 전쟁에 동원되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고, 그 것은 일본이 피해자로서가 아닌 가해자로서 범한 전쟁이었다. 그것을 미야자키 하야오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을 것이다. 바로 모르지 않기 때문에 영화는 의도적으로 전쟁에 관한 장면들을 피하는 한 편, 지로라는 캐릭터도 상당히 건조하고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작품 속에서 갈등을 드러내고 있는 요소는 몇 가지가 있는데, 전쟁 장면을 전혀 등장 시키지 않고 있는 점과 지로의 꿈을 지속적으로 교차하고 있는 것, 그 꿈에 등장하는 이가 아름다운 비행기를 설계하려 했던 카프로니 백작이라는 것, 독일인이지만 히틀러 정권에게 쫓기고 있는 융커스의 이야기가 바로 그 것이다. 사실 난 이 영화가 논란의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하더라도 '일본'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하야오가 전쟁을 피한 것처럼, 최대한 피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예상했었다. 하지만 정반대로 그는 지로의 꿈 장면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 것처럼 '일본 소년'이라는 걸 특별히 강조하고 있고, 이후에도 관동대지진과 이후의 고통 받는 사람들의 삶을 장면과 대사로 표현하면서, '일본'이라는 실질적 존재를 유난히 도드라지게 언급하고 있다.


앞서 일본이라는 존재 역시 전쟁처럼 피해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은 그렇게 해서 모순이 되는 요소에 대해 최대한 언급하는 것을 자제했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즉, 하야오가 일본이라는 현실을 전면에 내세우게 되면 반드시 이 모순에 대해 답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이를 굳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고, 이를 제외한 방식으로 자신이 추구하려는 순수한 아름다움에 대해 풀어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건 예상이라기 보다 그랬으면 하는 바램에 가까웠던 것 같은데, 결국 그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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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야자키 하야오의 순수함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엄청난 계산과 의도를 가지고 이 영화를 일부러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날 것에 대한 동경은 그를 직접 만나보지 않아도 알 정도로 여러 작품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표현되어 왔으며, 그의 전작들은 노인이 되어도 잃지 않은 순수한 동심이 있어서 가능한 순간들이 여럿 있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람이 분다'는 그럼에도 순수함으로 평가할 수 없는 순진함이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었다. 순수한 것과 순진한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인데, 특히 이번 경우처럼 민감한 주제를 다룰 때 순진한 것은 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이 순수함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를 반드시 예상했어야 했다.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이 만든 이야기가 어떤 결과를, 특히 다수의 일본인들 외에 한국을 비롯한 전쟁 피해 국가의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으로 받아들여질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 고민의 결과는 작품에 분명 드러나 있다. 하지만 역지사지가 정말 그렇게 어려웠던 것일까? 간과라고 하기엔 그 무게가 심히 무겁고, 순수함의 발로라고 하기엔 너무 이기적인 처사였다.


하야오의 논리는 이랬던 것 같다. 지로는 제로센을 설계하기는 했지만 전쟁을 옹호하는 이는 아니며, 지로가 겪는 삶의 일화들을 통해 정의롭고 인정이 많은 면모를 부각하여 그가 결코 나쁜 의도를 가지고 만들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지로 스스로도 고뇌가 없지 않았다는 것 역시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은근 슬쩍 독일(나치)과 일본의 차별점 역시 이야기한다. 만약 지로가 자신이 순수한 의도를 갖고 만든 비행기가 침략 전쟁에 사용되었다는 것을 몰랐다면 이 얘기는 수긍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이게 아니면 처음에는 몰랐으나 후에 어떻게 쓰이게 되는 지 알게 된 후 행동으로 표현하는 이야기였다면 역시 수긍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것은 무관심이나 회피 정도가 아니라 공범에 가까운 행위이라는 점에서, 그냥 의도치 않던 결과로 그도 계속 고뇌하고 후회했다 라는 것 정도로는 면죄부를 얻기 힘들다. 더더군다나 지로는 자신이 만든 것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분명히 알고 있지 않았던가. 그의 동료에 말처럼 '우린 그냥 비행기만 만들면 돼'라는 건 결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논리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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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그것이 아름다웠던 그렇지 않던, 순수함의 발로이던 그렇지 않던, 지로가 만든 비행기는 본인도 알고 역사도 알 듯, 일본의 침략 전쟁에 도구로 사용된 것이 사실이라면 지로라는 인물을 다룰 땐 특별히 조심, 아니 지금 시점에 이런 이야기가 가능한 것인지 더 면밀히 조사와 책임을 따져봤어야 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이 지로의 이야기를 개인의 순수한 삶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점일까? 독일 국민들과 비교하면 분명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독일은 패전 이후 분명한 전범처리와 국제 사회에 대한 사과가 있었고, 최근에야 비로소 독일인 가운데서도 나치에 반대했던 이들의 이야기라던가, 전범국이 되어버린 이후 태어날 때 부터 원죄를 갖게 된 세대들의 고민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어떠한가. 전범에 대한 처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국제 사회에 명확한 사과보다는 자위대를 조금씩 다시 정당화 하려는 움직임이나, 대한민국의 침략에 대해 정당화 하려는 우익의 움직임이 정부차원에서 그 어느 때 보다 강하게 주장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미야자키 하야오의 순수함은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순진해도 이건 너무 순진한 거다. 본인 스스로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베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라면 '바람이 분다'의 이야기는 발표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라는게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것이 정말 순진한 생각이었던 것이다. 한쪽에서 아직도 가해자가 잘못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통에, 잘못한 건 맞는데 사실 그 안에도 이렇게 순수한 꿈을 쫓는 이의 이야기도 있었는데 오해 없이 봐주었으면 좋겠다 라는게 가능하다고 생각한 그 생각이.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이 작품이 어떤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더 배려있게 생각했어야 하는게 도리였다. 그가 진정 반전주의자라면 이건 옵션이 아니라 필수여야 했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순수한 마음을 객관적으로 봐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밀어 붙였던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쪽으로 평가한다고 해도 시기상조 였다는 것 밖에는 말할 수 없겠다. 그래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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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바람이 분다'에 짙게 깔린 역사 의식만 걷어낸다면, 난 이 작품을 그의 작품 중 한 손에 꼽았을 것이다. 영화적으로도 아쉬웠다는 많은 이들에 평가와는 다르게, 난 불편한 가운데도 지로의 이야기가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 마다, 이 작품에 깊게 빠져들기도 했다. 어쩌면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거장의 필모그래피를 마무리 하는 작품으로서 최고의 선택이 되었을 수도 있었기에 그 안타까움은 더했고,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이 작품은 내게는 오점으로 남게 되었다.


사실 마지막까지 그가 기자회견에서 '직접 보면 알 것이다'라는 말 때문에 일말의 믿음을 끝까지 갖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위와 같았다. 아.. 내가 지브리 작품, 그것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이런 부정적인 글을 쓰게 되다니... 글의 부제를 '안타까움' 정도로 순화한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호의라는게, 이 작품에 대한 내 감상을 단정적으로 말해준다.



1. 오늘따라 '붉은 돼지'가 보고 싶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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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 (言の葉の庭 The Garden of Words, 2013)

다시 도심으로, 멜로로 돌아온 신카이 마코토



단언컨대 신카이 마코토는 개인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와 호소다 마모루에 이어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작가이다. 심연을 파고드는 감수성과 아름다울수록 울컥하게 만드는 그의 작품과 스토리 텔링은 나를 여러 번 울린 동시에 항상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도록 했다. 그런 그의 신작 '언어의 정원 (言の葉の庭, 2013)'의 소식을 처음 듣고, 올해 초 일본에 갔을 때 아니메페어에서 소개 영상과 부스를 보면서 '아, 이번에야 말로 그가 가장 잘하는 작법과 작화로 돌아오려나 보군!'하는 기대감을 더 갖게 되기도 했었다. 그의 전작 '별을 쫓는 아이'는 그의 팬들 사이에서 너무 지브리 스튜디오를 연상시키는 작화와 판타지 세계의 스토리 텔링으로 인해 그 답지 않다는 평가도 많이 받았었는데, 개인적으로 '별을 쫓는 아이'는 '초속5cm'와 같은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작품이었으나 당시에도 제법 괜찮은 편이었고, 시간이 갈 수록 주제곡 'Hello Goodbye & Hello'와 함께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 되었다 (지금도 듣고 있음!).


그렇게 이번에도 큰 기대를 갖고 보게 된 신카이 마코토의 '언어의 정원'은 다시 도심으로, 현실로, 멜로로 돌아온 영화였다. 이 세 가지는 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는 만큼, 만족도도 그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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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비 오는 오전, 신주쿠 도심 속 공원에서 만나게 된 다카오와 유키노. 그 둘은 매번 비 오는 날이면 같은 장소에서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각자 학교와 현실이라는 곳에서 벗어나 있는 이 둘은, 점점 비 오는 날을 기다리고 고대 하게 된다.


46분이라는 러닝 타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언어의 정원'의 스토리는 상당히 단순한 편이다. '초속 5cm'와 같이 긴 텀을 둔 감정의 변화와 심리 묘사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 라는 아쉬움도 없지 않지만, 둘 사이의 감정과 이 감정이 싹트게 되는 날씨와 공간의 묘사에만 집중할 수 있어 더 심플 한 작품이 되기도 했다. 사실 '초속 5cm'나 '별의 목소리' 그리고 '별을 쫓는 아이'까지, 그 각각의 이야기가 더 울림이 컸던 건 주인공들의 사연의 절절 함을 느낄 수 있도록 충분히 할애한 스토리 텔링 때문이었다 ('별의 목소리'는 25분짜리 단편이었음에도 그 절절 함이 잘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의 정원'의 두 주인공이 클라이맥스에서 감정을 터뜨릴 땐 조금은 갑작스러움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한 편으론 감정을 폭발 시키는 장면 없이 그냥 한 여름의 비처럼, 끝나버린 장마처럼 일상으로 돌아가 버려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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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야기의 깊이에 있어서는 살짝 아쉬움이 있었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다시 도심으로, 현실로, 멜로로 돌아온 신카이 마코토는 참 매력적이었다. 신카이 마코토 작품의 작화 수준은 타의 추종을 불허 할 정도로 엄청난 디테일을 보여주는데, 그것이 특히 도심 속을 배경으로 했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일단 작화 얘기를 떠나서 그의 작품은 도심을 배경으로 할 때, 우리가 흔히 놓치는 일상 속 장면들을 완벽한 영화적 장면으로 만들어내는 마법을 선보인다. 매일 지나치는 지하철, 거리의 신호등, 교차로의 사람들, 심지어 방안과 집 앞의 평범한 풍경까지도, 신카이 마코토의 손을 거치면 무언가 감성을 잔뜩 머금은 곳으로 탈바꿈한다. 그의 작품을 보지 않은 이들이 이 문구를 보면, 엄청나게 현실을 과장하여 표현 하나보다 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오히려 현실을 깨알같이 있는 그대로 (거의 보고 그리다시피) 표현하는 것이 이런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신카이 마코토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이번 '언어의 정원'을 보면서 한 편으론 그의 이런 디테일 한 작화 수준이 거의 집착에 가까운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는데, 이번 작품 속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제품들의 로고가 표현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보통 애니메이션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반대로 얘기하면 그냥 지나쳐도 무방한) 사물과 배경의 디테일에 유난히 더 집중하고 있는 듯 했다. 심지어 거리에 세워진 광고 메뉴 판의 메뉴들까지도 표현되어 있었는데, 다시 한 번 그의 놀라운 작화와 디테일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신주쿠를 한 두 번 다녀온 이들이라면 쉽게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그 동네의 디테일을 마치 사진으로 보듯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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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별개로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비'의 대한 표현이 참 좋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다양한 강도의 비가 등장하는데, 이거야말로 애니메이션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비의 표현이 아니었나 싶다. 과장 되었다기 보다는 현실적이면서도 실제 현실에서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잘 살려낸 표현이어서 좋았다. 아마도 앞으로는 비가 내리면 적어도 한 번 쯤은 '언어의 정원'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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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시 신주쿠에 가고 싶네요. 저긴 이미 명소가 되었을텐데 이젠 좀 한적해졌을 테니 내년쯤 한 번 가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2. 엔딩곡이 생각보다는 임팩트가 덜했어요. 전작들에 삽입되었던 곡 들이 워낙 강렬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곡은 그리 뇌리에 남지는 않는 것 같아요.


3. 아래는 올해 3월 도쿄 애니메이션 페어에 갔을 때 봤던 '언어의 정원' 부스




4. 또 아래는 지난해 3월 감독님이 내한했을 때 함께 사인도 받고 찍었던 사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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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TV시리즈와 함께 개인적으로 가장 기다렸던 인생의 작품 '카우보이 비밥' TV시리즈의 블루레이가 드디어 국내에 출시됩니다. '카우보이 비밥'의 엔딩 곡이던 'Real Folk Blues'를 블로그 명으로 사용할 정도로, 이 작품은 저에게 있어 정말 대단한 영향은 물론, 수 많은 돈을 쓰게 했던 작품이기도 한데요, 또 한 번 크게 질러야 만 할 상황이 곧 벌어질 것 같네요. 일단 기본적인 스펙 소개를 하자면...



카우보이 비밥 TV시리즈 UCE (7Disc) [탄생 15주년 기념 스틸북 케이스 한정판] 블루레이
우리말 더빙 포함 스토리 보드+총 32P 해설집+부직포 포스터를 고급 수납박스에 담아서 선착순 증정


화 면 비: 4:3
오 디 오: 일본어 DTS-HD 5.1CH, 일본어 LPCM 2.0CH, 한국어 Dolby Digital 5.1CH
자 막: 한국어
상영시간: 약 652분
지역코드: A
디 스 크: 7disc


BD Disc.1
- 본편 (약 47분,에피소드 1,2)
- 코멘터리 (약 24분,에피소드 1)
- 부가영상
*논크레딧 엔딩
*PV & CM
*TANK! 풀사이즈판 뮤직 클립 (디렉터:HARU)-FROM Session #0
*TANK! 클럽 리믹스판 뮤직클립 -UK 버전- (디렉터: HEX & DJ FOOD)-FOROM Session #0
*픽쳐드라마 -아인의 여름 방학
BD Disc.2 - 본편 (약 98분,에피소드 3,4,5,6)
BD Disc.3 - 본편 (약 98분,에피소드 7,8,9,10)
BD Disc.4 - 본편 (약 98분,에피소드 11,12,13,14)
BD Disc.5 - 본편 (약 98분,에피소드 15,16,17,18)
- 코멘터리 (약 24분,에피소드 17)
BD Disc.6 - 본편 (약 98분,에피소드 19,20,21,22)
BD Disc.5 - 본편 (약 98분,에피소드 23,24,25,26)
- 코멘터리 (약 24분,에피소드 24)


6월 26일 출시예정

정가 : 198,000원


이미 DVD 시절 우수한 퀄리티의 박스세트로 출시되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BD로 화질/음질이 업그레이드 된 것을 제외하면 새로운 부분은 없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바로 그 화질/음질 업그레이드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구요. 참고로 4:3 화면비를 보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는데, 비밥은 당시 TV시리즈로 제작된 작품이라 블루레이로 옮겨와도 본 화면 비인 4:3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와이드 화면비로 비밥을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원본이 4:3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일부러 16:9를 만드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디스크 수량과 패키지를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가격이기도 하지만, 정말 선뜻 지르기 쉽지 않은 가격인 건 사실이네요. 더군다나 기존 발매된 '자이언트 로보' 패키지를 보았을 때 스틸북 형태로 발매되는 비밥의 퀄리티가 어느 정도 일지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되는 부분도 있구요. 정말 '카우보이 비밥'이 아니면 지갑을 열기 쉽지 않은 가격인 것 같습니다.


블루레이가 나오면 그에 맞춰 다시 시작 하려다가 못하고 있는 '카우보이 비밥 다시 보기' 연재를 이어가야겠네요. 어서 블루레이로 만나보길 고대 합니다!


마지막은 블루레이 출시 소식 기념, 스파이크 스피겔 피규어 짤방!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에반게리온 : Q (ヱヴァンゲリヲン新劇場版:Q Evangelion: 3.0 You Can (Not) Redo, 2012)

종극을 앞두고 다시 처음에 선 신지



지난 해 국내 개봉을 못 참고 먼저 일본에 가서 보고 온 '에반게리온 : Q'를 국내 개봉 전에 두 번 더 보게 되었다. '에반게리온 : 파 (破)'의 충격을 안고 살아오기를 약 3년. 과연 그 이후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파'는 그 이야기만 꺼내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엄청난 전율을 안겨준 작품이었는데, 드디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나기사 카오루의 이야기와 그 다음을 가늠하기 어려운 신지와 레이의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 될 지를 기다릴 수 없어 일본으로 먼저 갈 수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국내 개봉으로 100%의 내용을 확인하게 된 'Q'는 뭐랄까, 신극장판의 첫 작품인 '에반게리온 : 서 (序)'와 조금 닮아 있었다. 구성 상으로 말이다. '서'는 '파'를 위한 좋은 준비 과정이었고 신극장판의 시작으로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으며, 그 어떤 작품보다 싱크로율을 주의 깊게 다룰 수 밖에는 없는 성격의 작품이었다. 이번 'Q'를 보며 '서'를 떠올린 것은 그 때문이다. 'Q'는 신극장판의 마지막 작품인 ':ll '를 준비하는 과정의 작품이자 또 한 번 싱크로율, 즉 마음과 마음을 맞춰가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하긴 따지고 보면 에바는 항상 그랬다.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마음' 이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Khara. All rights reserved


'파'의 마지막 장면은 신지가 드디어 자신을 끝까지 밀어 붙여서 레이를 구해내는 데에 전력을 쏟아, 그 결과 서드 임팩트가 발생하는 것이었다. 'Q'는 그 이후 14년의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깨어난 신지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즉, 관객은 그 14년 동안의 이야기를 신지와 마찬가지로 주변 인물들에 의해 전해 들을 수 밖에는 없다. 여기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아이러니 (혹은 갈등 구조)가 시작되는데, 그 동안 항상 두렵고 용기가 없어서 한 발 물러서기만 했던 신지가 처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데로, 자신이 좋은 그대로 실행한 것이 레이를 끝까지 구해내려 한 것이었는데, 바로 이 행동이 많은 사람들이 막고자 했던 서드 임팩트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야기 내내 문제(?)로 지적되었던 (난 신지를 두고 찌질 하다고 하는 것에 단 한 번도 동의한 적이 없기에) 신지의 우유부단함과 용기 부족이 해결되는 순간, 가장 큰 인류의 재앙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대립하는 관계는 후에도 등장하는데, 이것은 이전 TV시리즈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갈등 구조로서 어쩌면 이미 스스로를 이겨내는 정말 힘겨운 과정을 겪었던 이카리 신지에게는 더 큰 시련이 아닐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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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에 등장하는 신지는 분명 각성한 신지다. 즉, '파' 이전에 신지와는 확연히 다른 신지라는 얘기다. 만약 이전의 신지였다면 'Q'에는 신지가 멘붕에 빠져 러닝 타임 내내 자신의 마음을 안으로 안으로 갉아 먹을 만한 사건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서드 임팩트와 동시에 스스로 각성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제 3의 소년 신지는, 이런 일들로 이전처럼 한 없는 림보에 빠지지 않는다. 잠시 충격을 받을 뿐이다.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비교적 빠르게 실행에 옮긴다. 이런 신지에게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큰 도움이자 위로가 되는 존재는 바로 카오루다.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이러한 역할(신지를 위한)로 규정하고 있는 카오루 답게, 이번 작품에서 카오루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만약 신지가 14년이 지난 뒤 네르프가 아닌 미사토와 아스카가 있는 뷜레에 남았더라면 이 보다 더 큰 정신적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지는 또 다른 레이라 불리 우는 이로 인해 네르프로 오게 되었고, 그를 기다리던 카오루와 만나게 된다.


신지와 카오루의 만남에서 '에반게리온'의 가장 큰 테마이자 사실상 단 하나의 테마인 마음과 마음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신극장판 '서'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카오루와 신지의 피아노 연습 장면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연습 이라기 보단 그냥 연주 정도겠지만) 흡사 신지와 아스카의 싱크로율 테스트 과정을 보는 듯 하다. 그리고 여기서 'Q'는 마치 기존 TV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스타일의 편집과 영상을 보여준다. 마치 실사와 이미지가 교차되는 듯한 분위기의 장면 말이다. 그리고 이 과정 중의 카오루와 신지의 대사는 그야말로 핵심을 꿰뚫고 있다. 이는 TV시리즈에서 내내 다루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연주를 한다는 것, 연주를 잘 한다는 것에 빗대어 카오루는 다시 한 번 각성한 신지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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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앞서 언급한 갈등 지점이 다시 등장한다. 모든 것이 잘 될 것만 같았던, 그러니까 나만 잘하면 나도 좋고 세상도 구하고 다 좋을 것만 같았던 행동이 문제가 되고 만다. 그 과정 속에서 아스카와 미사토로 대표 되는 뷜레와 원치 않는 싸움을 해야 하고, 신지와 마음을 나눈 유일한 친구인 카오루는 신지가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고 만다. 신지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보다 더 큰 충격과 고난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 동안 스스로도 답답했던 자아를 이겨내고 드디어 레이를 구해냈다고 생각했는데 레이는 있지만 구해낸 것 같지는 않고,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자신이 알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이 되어 여기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동료들을 냉정한 적으로 만나야 했으며, 그 사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인 카오루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마저도 자신이 보는 앞에서 죽음을 맞게 되었으니 이 보다 더 가혹한 운명이 어디 있으랴. 신지 입장에서만 보면 포스 임팩트의 발발보다도 카오루의 죽음이 더 큰 사건일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충격은 고스란히 이후의 얼빠진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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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그러했지만 'Q'에서 레이는 존재하지 않고 아스카 역시 비중이 줄게 되면서 온전히 신지 중심의 이야기가 되었다. 각각의 갈등과 스토리가 있었던 TV시리즈와는 확연히 다른 구조다. 이전에는 신지는 물론이고, 레이, 아스카, 카오루, 미사토, 겐도 심지어 카지까지 자신 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었는데, 신극장판에서는 특히 'Q'에서는 완전한 신지 중심의 이야기만 남게 되었다. 이것은 여러가지로 해석해 볼 수 있을 텐데, 이미 TV시리즈를 감상한 팬들에게는 더 이상 각자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캐릭터의 성립이 충분하기 때문이며, 기존 팬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과도 함께하고자 했던 신극장판의 목적 성에 부합하는 구조이자, 극장판이라는 포맷의 한계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모든 요소들을 재쳐 두더라도 결국 신극장판으로 에반게리온이라는 이야기를 마무리하려는 것이라면 신지의 이야기로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사골게리온이 다음 편 극장판을 마지막으로 끝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Q'에서의 신지는 또 한 번 가혹한 롤러코스터에 놓이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 장면은 완벽하게 루프설을 떠올리게 만든다) 다시 한 번 아스카의 손에 이끌려 길을 떠나게 되는 신지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모든 것을 잃은 상태에서도 다시 몸을 일으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신지의 운명이 말이다. 그저 행복하기만 하면 되었던 (하지만 그것이 너무 나도 힘겨웠던) 이전과 신극장판의 신지의 운명은 이렇게 다르다. 신극장판에서 신지의 운명은 좀 더 자신의 운명 그 이상의 것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즉, '에반게리온'의 중요한 테마인 '관계'를 맺는다는 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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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에 가서 신지의 운명을 어떻게 가져갈지 혹은 어떤 방식으로 행복이라는 가치를 선사할 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에 앞서 아무리 생각해도 신지의 운명은 너무 도 가혹하다. 결국 안노 히데아키가 신지라는 자아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 모든 소년, 소녀들이 어른이 되어 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면 정말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을 정도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신극장판에서도 어른이 될 수 없는 혹은 되지 않는 소년, 소녀들을 등장 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4년 동안 잠들어 있어 세월을 빗겨나간 신지, 에바의 저주에 걸려 역시 나이를 먹지 않은 아스카, 복제를 통해 영원한 소녀로만 존재하는 레이, 그리고 역시 소년으로만 존재하는 카오루와 소년, 소녀 이후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 토우지를 비롯한 같은 반 친구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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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인류보완계획'을 비롯해 수많은 이른바 떡밥을 풀어놓았던 '에반게리온'은 이번 'Q'에서도 어느 정도 그런 여지를 남겨 두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신극장판의 존재 자체가 떡밥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루프설 등) 신극장판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좀 더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떡밥에 대한 풀이를 전혀 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의미가 있도록 그 본질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이 신극장판이고, 이는 신작이 거듭될 수록 그렇다는 생각이다. 혹자들은 TV시리즈에서 잔뜩 풀어놓았던 떡밥들을 신극장판이 해소 시켜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의혹만 가중 시키거나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이 없어 아쉬워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신극장판에서 안노 히데아키는 여기에 별로 관심이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리고 그 점이 전혀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쉽기 보다는 마음에 드는 쪽에 가깝다.


'에반게리온' TV시리즈와 극장판, 신극장판을 여러 번 보았지만 볼 때마다 느끼는 건 결국 이 이야기는 미스테리나, 복잡한 설정과 떡밥들의 풀이 (물론 그것으로 유명해졌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가 중요한 작품이 아니라 AT필드로 표현되기도 하는 마음과 마음,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대한 깊은 성찰이 중요한 작품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흔히 들 말하는 신지의 '찌질함'은 어디서 오는가? 왜 수도 없이 본인에게 질문하고 답하기를 반복하고, 혹은 답을 찾지 못해 괴로워 하는가? 내가 타인과의 관계를 맺으면서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인가?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렇듯 '에반게리온'을 두고 누군가 정신 착란이라고 했던 것처럼 이러한 질문을 멈추지 않고 그 끝까지 가보려는 시도에서 시작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과정은 깊어질 수록 가혹하고 아프기 마련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과연 안노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지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든다. 이미 안노 히데아키 만의 것이라고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에반게리온'의 이야기를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에반게리온 : Q'는 '에반게리온 :ll '를 준비하는 하나의 과정 같은 영화였다. 어쩌면 '에반게리온 :ll '는 맨 처음으로 돌아갈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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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 Q'는 아무래도 신극장판 마지막 편이 나온 뒤에야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기다림이 있다는 것 자체를 그리워 할 수년 뒤를 미리 떠올려 보며 천천히 기다려 보련다.



1. 처음 'Q'를 보면 '파'가 보고 싶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서'가 더 보고 싶어지더군요. 아예 '서'부터 쭉 다시 봐야겠어요.


2. 전 카오루와 신지의 므흣한 관계가 남남이라는 성별로만 규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고는 생각하지만 (그냥 존재와 존재로서), 그렇다 하더라도 카오루의 표정과 말투, 몸짓 하나 하나는 움찔 움찔 하게 만들더군요. 인정!


3. 다시 말하지만 '에반게리온 : Q'는 극장 상영에 최적화 된 작품입니다. 시네마스코프의 영상은 집에서는 그 만족감을 재현하기 어려워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khara 있습니다.


 





드디어 <에반게리온 : Q> 국내 개봉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그에 앞서 프리미엄 전야제의 내용이 공개되었습니다. 메가박스 홈페이지를 통해 프리미엄 전야제의 장소를 신청 받는 이벤트를 진행했었는데, 메가박스 코엑스 점과 목동점, 영통점 세 곳으로 최종 선정되었으며, 개봉일 하루 전인 4월 24일(수) 오후 8시에 상영이 확정되었습니다.


특히 코엑스에서 열리는 전야제의 경우 M2관에서 열리게 되어 더 기대가 되네요. 이번 전야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코엑스/강남/신촌/이수/영통/대전/대구/울산/전주/해운대 점에서는 일반 영수증 티켓이 아닌 <에반게리온 : Q> 한정 티켓을 각 지점별로 1만장 한정으로 배포된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티켓을 수집하고 있는 터라 이 보다 더 반가운 일은 없을 거 같네요.

저는 어제 기자 시사회에 참석하여 다시 <에반게리온 : Q>를 먼저 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시사회에서 받은 에바 한정 티켓은 아래 사진을 참고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에바 한정티켓 배포극장과 에반게리온 정식개봉관은 다르다고 합니다. 위에 언급된 10곳의 극장은 티켓 배포극장으로서, 유료전야시사회 티켓발권을 시작으로 전국 10만장 한정수량으로 배포되는 지점입니다.


시사회 후기를 짧게 하자면, 역시나 전율은 그대로였고 마지막을 준비한다는 느낌을 조금 더 받을 수 있었어요. 구체적인 리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예전에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에바 Q는 아무런 정보 없이 가는 것이 가장 좋은 감상 방법입니다), 개봉 시점에 맞춰 자세한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M2관에서의 관람도 기대되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에반게리온 : Q 개봉에 앞서 만연한 불법 다운로드를 논하다
꼭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가 바로 '에반게리온 : Q'



불법 다운로드라는 말을 꺼내는 것도 이제는 우습다. 아니 다운로드 앞에 '불법'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도 혼자 깔끔 떠는 것 같아 불편할 정도다. 실제로 내 가까운 주변만 봐도 불법 다운로드는 거의 생활화, 문화가 된 지 오래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mp3나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 받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주변 사람들은 최소한 내 앞에서는 자유롭게 이야기하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그것조차 포기한 지 오래다. 누군가 토렌트라는 단어를 꺼낼 때, 어제 무슨 영화 받아서 봤다는 얘기를 할 때, 출근 길에 다운 받은 영화를 보다가 왔다는 얘기를 할 때 (물론 여기서 말하는 다운은 불법 다운이다), 전혀 흔들림이 없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더 이상 불법이냐 합법이냐의 수준이 아니라 '당연한' 수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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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포기한 나도 몇 년에 한 번 씩은 울컥해서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 글을 쓰기도 했었는데, 그 때마다 최소한으로 바랬던 것은 그냥 최소한 불법 다운로드를 자랑하지는 말자 라는 것, 이게 잘못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저지르자 하는 거였다. 곧 국내 정식 출시 예정인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 블루레이에 참여를 하게 되면서, 어쩌면 그 동안 잘 신경 쓰지 않았던 국내 불법 다운로드 문화의 실체를 좀 더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 문화에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늑대아이' 블루레이의 일본반 출시에 맞춰 트위터를 보니 정말 가관도 아니더라. 그냥 다운 받았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 정도가 아니라, 이렇게 불법 다운 받은 영상에 자막 작업을 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느니, 무슨 님의 자막을 기다리고 있다느니, 이들에게는 이미 아무런 심리적 부담이나 허들이 없어 보였다. 그나마 패키지 시장에서 온라인 다운로드 그리고 불법 다운로드의 변화를 겪은 세대인 나와는 달리, 처음부터 불법 다운로드로 문화를 즐기기 시작한 어린 세대들에게는 전혀 거리낌이 없는 문화 그 자체였다.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이건 다운로더 만을 탓하기는 어렵다. 이를 조장하다시피 한 사회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웹하드 시장이 대세이던 시절 더 적극적으로 불법 다운로드를 단속했더라면 지금 같이 심한 상태는 아마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웹하드 사업이 흥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는 자연스럽게 묵인되었고, iptv가 대세가 되고 나서야 (돈 되는 사업이 되고 나서야) 그나마 iptv에 반하는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 단속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때는 이미 불법 다운로드가 더 이상 불법이 아닌 지경이 되어버렸고, 허울 뿐인 단속과 캠페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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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면 하게 되는 넋두리가 길어졌는데, 어쨋든 이번 '에반게리온 : Q' 개봉을 앞두고 또 한 번 불법 다운로드와의 불편함 (전쟁이라고 하기엔 이미 한 쪽이 너무 강하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국내 극장 개봉 일인 4월 25일 하루 전인 24일에 일본에서 블루레이가 출시되기 때문이다. 즉, 운명적으로 '에반게리온 : Q'는 자기 자신과 경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만약 지금이 불법 다운로드의 초창기(?)였다면 아마도 '불법 다운로드는 불법이라 절대 안되욧!'이라는 말로 설득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분들이 더 잘 알다시피 이런 말이 통하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그러면 굳이 8천원이 넘는 돈을 들여 (이런 말을 써야 하는 자체가 마음 아프지만 ㅠ) '에반게리온 : Q'를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물을 수 있을텐데, 단연코 '그렇다'고 답할 수 있겠다. '에반게리온 : Q'는 스케일과 규모가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 하는 작품인 동시에, '에반게리온 : 파'와는 달리 시네마스코프로 제작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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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에반게리온 : 서'와 '파'는 모두 1.85:1의 화면비로 제작된 영화였다. 그렇기 때문에 안 방에서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충분한 재미를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었는데, 이번 '에반게리온 : Q'는 2.35:1의 시네마스코프로 제작된 작품이라 이 것만으로도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지난해 겨울 일본 극장에서 '에반게리온 : Q'를 보았을 때 시네마스코프 화면의 스케일을 확실히 체험할 수 있었는데, '서'나 '파'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스케일을 느낄 수 있었다. 시네마스코프의 영상은 TV나 모니터로 보았을 때 위 아래로 블랙바가 생기기 때문에 꽉 찬 느낌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극장에서 스크린을 통해 봐야 만 제대로 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에 대해서는 스포가 될 수 있어서 더 말하기 어렵지만 이번 'Q'는 이 시네마스코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장면들이 많기 때문에 극장에서의 관람이 더더욱 최선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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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에바 덕후들이 새로운 에바 시리즈를 방구석에서 불법 다운 받아 감흥 없이 볼 것 같다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덕후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에 시간이나 돈을 투자하는 것에 소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언맨 3'와 같은 날 개봉하는 것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고.


'에반게리온 : Q'를 불법 다운 받아서 집에서 보는 건 결국 자기 손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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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 Q
3월 30일 오후 3시 EVA BLUE DAY 개최!



국내 개봉 예정인 '에반게리온 : Q'와 관련하여 전해드릴 두 번째 소식은 'EVA BLUE DAY' 입니다.
기존에 일본에서도 비슷한 이벤트가 있었었는데, 개봉 이전에 팬들을 일정 장소에 모이게 해 그 곳에서만 공개하는 특별 영상을 보여주는 형태이며, 이번 EVA BLUE DAY에서는 여기에 포스터까지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존 예고편 등을 통해 국내에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특별영상 (10분 분량)이 이 자리에서 처음 공개될 예정이며, 아마도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실 국내 개봉일도 이 날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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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와 카오루가 등장하고 있는 포스터가 탐나시는 분들은 (과연 탐나지 않는 이가 있을까 ㅠㅠ), 집에 있는 파란색 아이템을 뭐라도 가지고 3월 30일 (토) 오후 3시에 코엑스 메가박스로 오시면 최초 공개 영상과 함께 포스터도 득템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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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포스터 득템하러 파란색 아이템 들고 코엑스 가야겠네요 ㅎ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khara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쉬타카 입니다.


이렇게 갑자기(?) 존댓말로 인사 드리는 이유는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분들께 한 가지 소식을 전하고자 입니다. 아마도 평소 제 블로그 글을 읽어주시던 독자 분들은 대부분 좋아하시는 작품일텐데요,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바로 '에반게리온 : Q' 국내 개봉과 관련한 소식입니다.


이미 기본적인 개봉 소식은 접하셨을텐데요, '에바 Q'와 관련하여 제가 부족하지만 명예홍보위원단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v



http://evangelion-q.co.kr/pop01.html


뭐 저야 에바 하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사람이니까 홍보위원단으로 선정되지 않아도 열심히 했겠지만 (훗..) 이렇게 공식적으로 홛동하게 되었으니 좀 더 기존의 리뷰 방식이 아닌 정보 형태의 소개나 미리 접할 수 있는 소식들도 제 블로그를 통해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이미 국내 개봉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지난 12월에 일본에 가서 '에반게리온 : Q'를 보고 왔었는데요, 그 동안 에바 Q에 대해 더 많은 분들과 얘기하고 싶어 근질근질 했었는데 이제 슬슬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저도 기대가 됩니다.




일본 현지에서 본 에반게리온 : Q (스포일러 없음)

http://www.realfolkblues.co.kr/1731



앞으로 제 블로그를 통해 곧 개봉할 '에반게리온 : Q' 관련한 소식은 물론, 기존 에바 시리즈에 대한 총체적인 이야기들까지 조금씩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더불어 국내 개봉에 맞춰 진행되는 공식 이벤트들과 시사회 초대 같은 이벤트들도 소개해 드리거나 직접 진행도 될 예정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저는 어제도 2박 3일 일정으로 도쿄에 다녀왔었는데, 에바 관련한 아이템들을 또 여럿 질렀습니다.... 이건 나중에 별도로 소개할께요 ㅎ


마지막으로 기존에 제가 썼던 에바 관련 글들 소개하면 마칩니다.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각 글의 제목을 클릭하면 본문으로 연결됩니다~)


에반게리온 해독 _ 에바 팬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만한 책

2010 일본여행 #3 _ 진짜 에반게리온을 만나다

에반게리온 : 파 - 블루레이 오픈 케이스

내 책상위의 AT필드 (에반게리온 초호기 피규어 오픈케이스)

에반게리온:파 (破) _ 전율의 미완성

에반게리온 서(序)와 파(破) 사이에 숨은 그림 찾기 (+프리미엄 시사회 스케치)

에반게리온 포토북3종 + 초호기 피규어 살짝 인증샷

에반게리온: 서(序) (Evangelion:1.0 - You Are (Not) Alone)

왜? - part 1 _ 신세기 에반게리온 (Neon Genesis Evangelion)

왜? - part 2 _ 신세기 에반게리온 - 단어연구 (EVA Lexicon)

왜? - part 3 _ 신세기 에반게리온 - 사도 (司徒)

왜? - part 4 _ 신세기 에반게리온 - 이카리 신지 (碇シンジ)

왜? - part 5 _ 신세기 에반게리온 - 아야나미 레이 (綾波レ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지난해 부터 오랫동안 흠뻑 빠져 있는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 '늑대아이'. 워낙에 빠져 있다 보니 우연한 기회에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된 OST에도 참여하여 해설지도 쓰게 되었고, 곧 발매 예정인 블루레이에도 이렇게 저렇게 참여를 하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원래도 가득하던 작품에 대한 애정이 더 곱절로 깊어질 수 밖에는 없었는데, 바로 그 애정이 이러한 지름의 산물을 당도케 했다.





요새 아마존 재팬은 정말 빠르더라. 주문한지 이틀 만에 도착. 여유 있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빠르게 도착해서 오히려 당황. 2000년대 초기 처럼 7~800원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1100원대의 요즘 환율만 되어도 행복한 수준. 위의 아이템은 아트북 형태의 책인데, 크기도 상당하고 내용도 많은 편이다. 사실 이 아트북을 사게 된 것은 내가 디자인 학도라서 구매한 것은 당연히 아니고, 팬심으로 사기는 했지만 혹시 실제 모티브로 삼은 장소들에 대한 자료들이 있을까 해서 선뜻 구매했는데, 이와 관련된 정보는 전혀 없었다;; (아래에 나올 예정인 아이템도 마찬가지).

아트북 답게 기본적인 내용은 색감이나 조도, 컬러 등 디자인 적인 측면에 대한 요소이지만, 꼭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 입장이 아니더라도 구매하기에는 충분하다. 팬심은 모든 것을 극복하니까.







보고만 있어도 훈훈해 지는 아트웍들. 일본어를 몰라도 상관 없다. 물론 읽을 수 있다면 더 많은 정보가.










미술이나 애니메이션이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 아트북은 200% 유익하고 만족스러운 아이템일 듯 하고, 그렇지 않고 단순히 나처럼 '늑대아이'가 좋아서 구매하는 이들에게도 소장용으로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추가적인 이미지가 더 있다기 보다 하기보다는 본편에 등장하는 장면들에 대한 디자인적 소개가 수록되어 있다.





이것도 일종의 화보집? 아트북? 인데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장면 장면을 해설하고 있다. 즉, 영화를 안보고 보게 되면 100% 스포일러.






사실 둘 중에 하나만 구입해도 무방할 것 같기는 한데, 팬이라면! -_-v





하나 역을 연기한 미야자키 아오이를 비롯해 연기자들의 인터뷰도 담겨 있고.






저 시골에서 지금도 살고 있는 듯한 포스를 풍기고 있는 호소다 마모루의 모습과 인터뷰도 수록되었음.





그리고 국내에 곧 출시예정이기는 하지만 소장용으로 질러버린 일본판 블루레이.





초회판에는 저렇게 작은 책자와 함께 필름컷이 추가로 수록되었다.







내게 들어 있는 필름컷은 넓은 마루를 배경으로 한 어린 유키가 나온 장면.








여기에 일본반 OST와 국내에 발매된 OST까지 더하니 뭔가 풍성한 느낌인데, 곧 국내에 출시될 블루레이까지 더해지면 더 완벽한 늑대아이 콜렉션이 될 듯!


참고로 국내 출시될 블루레이를 위해 낼 모레 도쿄에 갑니다 --V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부도리의 꿈 (グスコーブドリの伝記, 2012)

일본인들에게 전하는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



스기이 기사부로 감독의 '부도리의 꿈 (グスコーブドリの伝記, 2012)'에 끌리게 된 것은 미야자와 겐지라는 이름과 고양이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었다. 미야자와 겐지는 잘 알다시피 '은하철도 999'의 원작인 된 '은하철도의 밤'를 쓴 작가로 유명하고 개인적으로도 '은하철도 999'는 물론 '은하철도의 밤'도 인상적으로 읽었기에 이 작품 '부도리의 꿈'에도 자연스럽게 이끌리게 되었다. 온통 더빙 판 밖에 상영하는 곳이 없어서 어렵게 자막판 상영을 찾아 보게 되었는데, '부도리의 꿈'은 2012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클래식한 화법과 영상으로 채워진 독특한 분위기의 애니메이션이었다. 판타지를 담은 듯 하지만 결국에는 '은하철도의 밤'이 그러했듯이 근본적이고, 특히 대지진 이후 고통을 겪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전하는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 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부도리의 꿈'은 별로 친절한 작품은 아니다. 특히 후반부 클래이맥스 부분은 삭제 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생략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더빙판은 삭제된 분량이 있으나 자막판은 없다), 이를 비롯해 몇몇의 내러티브는 논리적으로는 헛점이 많고, 도대체 부도리는 동생인 네리를 찾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는 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에는 전체적으로 커다란 슬픔과 위로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본래 인간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고양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로 변경한 것이나, 더할 수 없이 처절한 상황에 놓인 부도리의 상황을 판타지와 판타지에 가까운 현실로 풀어나간 것은 영화가 바라보는 위로의 시선이 느껴지는 지점이라는 얘기다. 사실 영화 속 부도리와 가족들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따지고보면 도저히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어린 부도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가혹한 상황이다. 보통은 이런 이야기를 다룰 때 그럴 수록 부도리의 편에서서 부도리가 이 어려움을 해쳐나가기를 응원하고 돕지만, 이 영화가 선택한 방식은 어쩌면 어린 부도리가 이 상황을 잊을 수 있도록 망각이라는 장치를 제공하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다시 생각해보면 동생인 네리는 이름모를 이에게 납치된 것으로 나오지만, 어쩌면 납치된 것이 아니라 납치되었다고 생각되는 순간부터 부도리의 꿈이 발동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배고픔을 이야기하던 네리가 '이제 배고프지 않아'하는 순간부터 어쩌면 죽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것. 최악의 기근을 해쳐나가기 위해 집을 나가버린 부모님 때문에 어린 동생과 남겨진 부도리에게, 하나 밖에 없는 네리의 죽음은 결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후 부도리는 어쩌면 결코 찾을 수 없는 네리를 찾기 위해 환상을 꾸게 된 것은 아닐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렇게 동생을 아끼던 부도리의 행보라고 보기엔, 아무리 부도리 역시 아이라고 하더라도 이후 그가 겪는 일들 가운데 네리를 찾으려는 노력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었다. 어쩌면 이미 기근이 오고 부모에게 버려졌을 때 부터 부도리는 꿈을 꾸지 않으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에 놓여졌다는 걸, 영화는 부모의 마음으로 안쓰럽게 바라보는 듯 보였다. 그래서 이후 부도리는 여러 사람들과 장소에서 정말 열심히 일하고 관계를 맺어가지만, 그 과정들이 발전적이라거나 희망적이라기 보다는 어딘가 애잔해 보이는 일이 더 많았다.



ⓒ 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그리고 드디어 클래이맥스에 왔을 때 부도리는 조금은 갑작스런 선택을 내린다. 그리고 영화는 이 부도리의 선택을 위로하듯 노래를 한 곡 들려준다. 그리고 이 순간 영화는 부도리의 이야기를 지금까지 듣고 있던 관객들 (특히 일본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지금까지 부도리의 이야기와 이 곡을 듣는 순간, '아, 이 영화는 확실히 메시지가 강한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대지진을 겪은 이후 고통을 겪는 이들을 위해, 자신과 같은 일을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려는 부도리의 전기를 보여주며, 주변을 위로하고 함께 무엇이든 하면서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는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영화가 결코 세상을 구하려는 한 작은 소년의 영웅담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거창한 영웅담으로 보기엔 부도리가 누군가를 구하려고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부도리를 더 위로하게 되는, 그런 안쓰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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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인공 구스코 부도리의 목소리는 오구리 슌이 연기하고 있습니다.

2. 국내 홈페이지가 아주 잘되어 있네요. 볼거리가 많네요 budori.co.kr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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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 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 본 에반게리온 : Q

(스포일러 없음)



벌써 열흘 정도가 지났네요. 지난 12월 15일,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오사카를 다녀왔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국내 개봉 일정이 희미하기만 한 '에반게리온 : Q'를 보기 위함이었죠. '에반게리온'은 많은 이들에게 그러하겠지만 저에게도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고, 그 가공할 파급력은 신 극장판에 들어서면서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죠. 어쨋든 국내에는 기존 수입했던 제작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개봉이 원활하지 않게 되었고, 개인적으로도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개봉 여부와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태라, 더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서 과감하게 일본으로 오사카로 직접 날아가게 되었죠. 뭐 결론적으로는 절대 후회스럽지 않은 여행이었습니다. 에반게리온 : Q를 본 것만으로도 말이죠. 에바 팬이라면 아마 이해하실 거에요.




(저 멀리 보이는 대전차와 도호 시네마즈 우메다)


일본에 가기 전 국내에서 미리 3일 전에 도호 시네마즈 (TOHO CINEMAS)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를 할 수 있었는데, 미리 명당 자리를 선점해서 당일에도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개봉한 지가 좀 지난 뒤에 방문한 터라 조금은 한산한 모습이었는데, 좌석을 앞에 아무도 없는 (앞과 뒤가 나뉘어진 구조에서 뒤에 맨 앞 좌석) 곳으로 선택한 건 정말 신의 한 수 였어요. 제가 방문한 도호 시네마즈 우메다의 3관은 좌석 간의 경사가 거의 없어서 앞 사람에 따라 시청 환경이 좌우될 수 있는 구조였는데, 다행히 앞에 아무도 없는 좌석을 선택해서 시원하게 관람할 수 있었죠. 영화 예매 시스템은 국내랑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이라서 일본어를 잘 몰라도 대충 감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이었어요.






도호 시네마즈 우메다의 내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다양한 관련 상품들을 파는 곳이 있고, 무인 발권기를 지나 콜라, 팝콘 등을 구매할 수 있는 매점이 있습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극장 안에 당췌 앉아있을 곳이 없더군요. 딱 두 군데인가 있었는데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만 있었다면 치열하게 경쟁했을 거에요. 뭐 저도 우리나라 사람이라 틈을 노려 간달프 대형 POP앞 좌석에 앉을 수 있었지만, 정말 좌석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거의 없더군요. 계단 같은 곳에 여기저기 걸터 앉아 있기도 하고.






참고로 이번 일본 여행의 목적엔 '에바 Q' 관람과 더불어 관련 아이템도 조금 구매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그 중 첫 번째로 노렸던 것이 바로 팜플렛이었죠. 국내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이런 팜플렛 형태의 화보집을 종종 만나볼 수 있는데, 에바 Q의 경우도 '거신병 도쿄에 나타나다' 팜플렛과 (800엔) '에반게리온 : Q - 기록집' (1500엔)을 각각 판매하고 있어 둘 다 사고 싶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1500엔짜리 기록집만 구매를 했습니다.


참고로 위의 사진들은 우메다가 아니라 도호 시네마즈 난바의 모습인데, 숙소가 난바 쪽에 있어서 여기도 일부러 더 들렸거든요. 바로 저런 아이템들 때문이었는데, 확실히 우메다에서는 팔지 않는 아이템들이 제법 있더군요. 신지와 카오루가 등을 대고 있는 저 3D포스터는 마지막 날까지 살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역시나 샀었어야 했다는 결론이 ㅠㅠ






우메다에는 위의 사진과 같은 에바 Q 카드 뽑기(?)가 있었는데, 저 중간에 아담이 나와있는 카드가 나왔어요 --; 그래서 실망할 뻔 했으나 렌티큘러 방식의 카드 다른 면에는 다행히 카오루가 ^^;





그리하야 드디어 보게 된 '에반게리온 : Q'. 진짜 티켓 끊고 입장해서 앉아있는데 얼마나 두근거리던지. 참고로 이번 에바 Q는 상영 전에 짧은 단편인 '거신병 도쿄에 나타나다'가 먼저 상영되는데, 이 작품은 에반게리온 : Q와 상당히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작품으로 본격적인 상영에 앞서 환기되는 측면은 있더군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실사와 결합된 결과물이 역시나 이질감이 느껴지더군요. 일본의 전형적인 특촬물의 느낌이 나는데, 메시지는 느껴졌으나 퀄리티 측면에서 조금은 몰입이 깨지는 부분이 없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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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 Q'는 원래도 일본어를 잘 못해서 100%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스포없는 리뷰를 쓰려고 했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스포없이 쓰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을 것 같더군요. 왜냐하면 무엇을 얘기하던 스포가 되는 구조라 아예 언급을 하거나 전부 다 이야기하거나 해야하는 경우였거든요. 어쨋든 끝까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볼 정도로 몰입도와 스케일이 대단한 작품이었어요. 전편보다 우울함은 더해졌고, 많은 떡밥들이 제법 진전하며 개인적으로는 Q로 인해 루프설에 좀 더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카오루가 비중이 많아져서 좋았고 (하긴 그 동안은 비중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도 아니었죠), 기존 에바 TV시리즈의 팬들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장면들이 여럿 반복 혹은 진화하기도 합니다.




ⓒ Khara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내용을 떠나서도 '에반게리온 : Q'는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할 이유가 충분한 스케일의 작품이었어요. 2.35:1 화면비의 스크린을 가득 채운 시원한 스케일과 사운드는 내용만큼이나 만족스러운 체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럴리는 없을 것이라고 간절히 바래봅니다만, 만약 국내 극장 개봉의 기회를 놓친다면 이건 정말 2013년 가장 안타까운 일이 될 거에요. 다시 말하지만 '에반게리온 : Q'는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할 영화입니다.


정말 또 보고 싶네요.

(또 갔다 올까, 이러다 가산 탕진 ㅠㅠ)



1. 그리도 기다리던 에바는 보고 왔으나 주변에 모두 못본 분들 밖에는 없으니 얘기할 데가 없어서 답답하기는 하네요 ㅎㅎ 배부른 소리죠;;;


2. 우타다 히카루의 테마곡은 그 이후로 매일 한 번씩은 듣고 있어요.


3. 마리 목소리 연기를 맡은 사람이 사카모토 마아야 군요! 이제 알았네요;;


4. 다시 한 번 하루빨리 국내 정식 개봉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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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2012)

엄마는 그렇게 살아왔구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를 만든 호소다 마모루의 신작 '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2012)'를 보았다. '시달소'와 '썸머워즈' 모두를 인상 깊게 본 입장에서 그의 신작은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처음 포스터가 공개되고 예고편을 보게 되면서 그 기다림을 더 깊어지게 되었다. 제목과 설정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에는 늑대인간과 인간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즉, 판타지에 더 가까운 이야기가 아닐까 예상했었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그냥 재미있는 영화 한 편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다가 진심으로 크게 당했다. 결국 호소다 마모루는 자신이 직접 가사를 쓴 '어머니의 노래'를 바탕으로 이 세상 어머니들의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위대함을 '늑대인간'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빌려 말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 Studio Chizu. All rights reserved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올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눈물을 많이 흘렸던 작품은 '늑대아이'가 되었다. 올해가 다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런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몰입도가 대단했는데, 왜인지는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정말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초반 전개서부터 계속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어머니에 관한 영화라고 한다면 주인공 '하나 (花)'가 어머니가 되기 전 장면에서부터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이미 올라와버렸다는 것이다. 마치 픽사의 '업 (Up)'이 초반부에서 이미 관객을 펑펑 울렸던 것에 비할 정도였는데, 이 감정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다가 후반부에 가서 다시 끓어오른 것이 아니라, 이 때부터 끝날 때까지 러닝 타임 내내 감정선이 유지되어 글썽였다는 것이 '업'과는 다른 점이었다. 영화는 본격적으로 하나가 어머니의 삶을 살게 되는 시작 시점에서 별다른 대사 없이 잔잔한 배경음악과 함께 일련의 순간들을 그려내는데, 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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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와 아메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는 특별하지만 그 근원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결국 보편적인 이야기다. 보편적이지만 위대한 이야기. 정말 천방지축으로 말썽을 부리는 유키의 어린 모습, 숫기가 없어서 본인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 아메의 모습, 늑대인간인 아이들을 데리고 사람들을 피해 인적드문 시골에서 어렵지만 작은 행복을 만들어 가는 하나의 모습, 이후 유키와 아메가 각각 겪게 되는 다른 이야기는 늑대인간이라는 특수성과 잘 맞닿아 있지만 늑대인간 이야기를 빼더라도 성립할 수 있을 만큼, 모든 아이들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자 모든 어머니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 만의 길을 택하게 되는 유키와 아메의 모습은 모든 아이들이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이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하나의 마음, 더 중요한 어머니의 마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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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유키가 아팠을 때 소아과를 가야할지 가축병원에 가야할지 몰라 고민하는 모습에서 전혀 코믹함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여기서 중요한 건 두 병원 사이에 놓인 늑대인간으로서의 유키가 아니라, 아픈 아이를 두고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늑대와 인간 사이를 마음껏 오가는 어린 유키를 학교에 보내는 하나의 마음 역시, 처음 내 품에서 처음 벗어나 사회로 나아가는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메가 강물에 휩쓸려 죽을 뻔 했을 때 하나가 느낀 심정 역시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실 말로는 이런 얘기를 쉽게 할 수 있지만 정말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어떨까 하는 건 체감하기 어려운데, '늑대아이'는 처음부터 워낙 깊게 빠져있어서인지 이런 클리셰에 가까운 장면들에서도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거의 내내 울면서 보다시피 한 것은 역시 태풍이 몰아치던 날의 장면이었다. 하나는 여기서 아주 중요한 과정을 겪게 되는데 바로 아메에 관한 것이다. 이미 인간보다는 늑대의 세계에 더 빠져있던 아메는 태풍이 몰아친 그 날 말없이 숲 속으로 향하는데 이런 아메를 찾기 위해 하나는 정말로 큰 역경을 겪는다. 보통 같으면 왜 기다리는 유키를 데리러 가지 않고 아메를 (끝까지) 찾기 위해 죽음에 문턱까지 겪으면서 고생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지만, 이런 하나를 아메가 집으로 데리고 온 뒤의 장면에서 조금이나마 하나의 마음을, 호소다 마모루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 Studio Chizu. All rights reserved



하나는 엄마가 되면서부터 계속 어떻하면 이 아이들을 어른으로 키울 수 있을지, 어떻하면 늑대아이를 어른으로 키울 수 있을지 난감해 했었는데, 하나는 아메가 바로 그 어른이, 자신의 품을 떠나서도 홀로 설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마지막으로 본인 스스로가 그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 아메를 끝까지 찾아 헤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제는 가족을 떠나 산으로 훌쩍 떠나버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그 남자를 닮아있는 아메를 산으로 떠나보내는 장면은 정말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어떤 과정을 겪으며 지금까지 키워낸 아메인지를 알기에, 그런 아메를 떠나보내기엔 아직 하나에겐 너무 이르다는 것도 잘 알기에 이렇게 '건강하라'며 떠나보내는 하나의 외침은 정말로 감정이 터져나올 수 밖에는 없었다. 모든 어머니들은 이런 삶을 살아왔구나해서....



(스포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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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인간'이라는 특수성에 더 기반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랬었기에 이 본편적 진리의 이야기에 더 무방비 상태로 눈물을 빼았겨 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근본에는 그 동안 지겹게 들어왔던 어머니의 삶에 대해 비로소 '아!'하며 '아...엄마는 그렇게 살아왔구나...ㅠㅠ'하고 깨달을 수 있었기에 뭉클했었지만, 단지 그것 뿐만이 아니라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하나가 어머니가 되기 전 일상을 담은 장면에서부터 무언가 감정이 일어났던 것처럼, 영화 내내 호소다 마모루의 마법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장면 하나 하나에 눈물이 섞여 나왔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다른 가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런 어머니의 삶에 대해 와닿는 부분이 적은 상황이었음에도, 작은 일상에서부터 이 정도로 감정이입과 눈물을 흘리게 된 것은 아직도 머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보통 다른 사람들보다 감정이입을 잘하고 감정적으로 쉽게 빠져드는 편이긴 하지만, 그런 나임을 감안하더라도 '늑대아이'가 주는 감동은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나중에 시간이 더 지나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된다면 알게 될까? 내가 지금 느낀 이 감동이 정확히 무엇 때문이었는지. 혹은 나중에 나도 유키와 아메 같은 내 아이들을 키우게 되면 알게 될까? 이유도 잘 모른채 내게는 너무도 큰 슬픔과 감동을 전해 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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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 근래 이 정도로 헤어나오지 못하는 작품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하루가 지난 지금도 극장을 나올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감정선이 유지되고 있고, 유키와 아메를 두 손으로 안고 있는 하나가 그려진 포스터만 봐도 울컥할 정도네요 ㅠㅠ


2. 다른 분들에게는 아마도 아닐 듯 한데, 저에게는 '시달소'나 '썸머워즈'보다 더 좋았던 것은 물론,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무슨 영화가 더 나오더라도, 폴 토마스 앤더슨이 '매그놀리아'보다 더한 감동을 전해주거나, 피터 잭슨이 빌보 이야기로 포로도 얘기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해줄지라도, 제게 있어 올해의 영화는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가 될 것 같네요 (에바가 나온다면?)


3. 집에 오자 마자 이 주제곡만 무한 반복하고 있어요 ㅠㅠ 바로 HMV에 사운드트랙 주문까지 ㅠㅠ





4.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이 영화가 또 남다르게 다가왔던 것은 하나가 시골에서 살게 되는 것 때문이었어요. 귀농 아니면 귀촌을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저로서는, 시골에서 다시 시작하다시피 하는 하나 가족의 일상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더군요.


5. 빨리 블루레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아니, 그 전에 극장에서 더 봐야겠어요.


6. '하나' 목소리는 미야자키 아오이가 연기했는데, 제가 미야자키 아오이에 대한 언급을 한 줄도 안했을 정도로 영화에 푹 빠졌었네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Studio Chizu 에 있습니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ももへの手紙, 2011)

부치지 못한 편지



'인랑 (人狼, 1999)'을 연출했던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의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ももへの手紙, 2011)'을 뒤늦게 보았다 (원제를 해석하자면 '모모의 편지' 정도). 선입견이라는 것이 무서운게 예전에 다른 애니메이션에 관한 글을 쓰면서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지만, 이 영화를 개봉 당시 선택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우습게도 요괴가 정이 안가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 참 말도 안되는 이유인데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에 등장하는 세 명의 요괴들은 일본 토속적인 모습들을 하고 있어서인지 개인적으로는 그리 와닿지 않는 터라 볼까 말까 하던 중 결국 나중을 기약하게 되었던 것이다. 바로 그 나중이 된 지금에야 보게 된 작품은, 역시나 요괴들의 비주얼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찡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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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작품의 기본적인 이야기는 비슷한 설정의 작품들에서 이미 보아왔던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즉, 영화가 시작하고 아버지의 부제로 엄마와도 갈등을 겪는 어린 소녀가 외딴 곳에서 홀로 지내게 되는 가운데, 요괴들을 만나게 되어 벌이는 일들을 그리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에서 기대하고 예상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그대로 전개된 작품이었다. 캐릭터들 역시 새롭다기보단 이런 이야기에 최적화 되어 있다고 할 정도로 정형화 되어 있었고, 이야기 전개 과정 중 색다른 볼거리나 이슈도 사실상 없었다.


그런데 예상되었던 그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이건 눈물이 많아서라기 보다는, 신파에 가까운 전형적인 줄거리임에도 그 과정 속에서 관객들에게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었을 텐데, 마지막에는 심지어 '여기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흘러갔음에도 눈물과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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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선택한 딸과 세상을 먼저 떠난 아버지의 관계에서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 '콘택트'가 떠올랐다. '콘택트'는 여러모로 내 인생에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인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역시 '펜사콜라' 장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 펜사콜라 장면에서 있어서 '콘택트'라는 영화가 위대해졌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의 그 편지 장면은 그 정도로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된 장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영화 내내 소중히 다뤄온 딸과 아버지의 감정을 아주 담백하게 표현한 장면이라는 점에서, 인상 깊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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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자체가 새로울 것은 없고 주려는 감동의 포인트도 예상되었던 터라 글로써 풀어내기엔 그리 할 말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모의 이야기 자체의 힘은 결코 작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아, 그리고 글의 서두에 밝혔던 것처럼 처음에는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했을 정도의 문제였던 요괴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살짝 그리워졌을 정도이니 이 정도면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을 대신할 수 있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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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 (カラフル Colorful, 2010)

당신은 잘 살고 있나요?



확실히 선입견은 무섭다. 하라 케이이치의 전작 '갓파쿠와 여름방학을'은 포스터의 그림체에서 느껴지는 조금의 아동스러움 때문에 내 취향이 아닐 거라는 섣부른 판단으로 관람을 하지 않았으나 뒤늦게 들려온 평들이 '초감동'이었던 전례를 보았을 때, '컬러풀' 역시 그림체와 마찬가지로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대략적인 이야기 전개에 굳이 보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포기할 뻔 했던 작품이었으니 말이다 (참고로 이 두 작품의 감독이 동일인 임은 '컬러풀'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포스터에서 느껴진 이른바 '뻔한' 전개라는 것이 죽음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사후 세계)을 겪게 된 주인공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었는데, 넓게 보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였으나 역시나(?) 그 가운데 다시 한번 나로하여금 울컥하게 만드는 포인트가 확실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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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주인공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채 사후 세계를 맞이한다. 돌아올 수 없는 죽음의 세계로 가기 전 다시 한번 삶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주인공은, 프라프라의 말처럼 일종의 홈스테이 개념으로 다시 누군가의 삶을 잠시 살아가게 된다. 주인공이 기회를 얻게 된 몸의 주인공은 고바야시 마코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소년이다.


'컬러풀'은 마코토로 잠시 살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생존, '살아라'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사후세계에서 다시 한 번 환생의 기회를 얻은 주인공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년에 대한 이야기라니, '살아라'라는 주제가 너무 일반적이거나 혹은 신파로만 흐르겠구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살아라'라는 메시지를 담는 데에 있어 굉장히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마코토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이유를 묘사하는 것에서 일본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들고 있는데, 10대 소녀들의 원조교제, 교내 왕따, 부모의 바람(불륜)으로 인한 문제 등 마코토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심하게 이야기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밖에는 없을 정도로 삭막한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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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컬러풀'이 더 좋았던 건 문제점을 묘사하기 위해서만 현실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도 역시 현실의 것들을 가져왔다는 점이었다. 마코토라는 소년에게도 본인 스스로에게도 적응하지 못하던 주인공이 처음 같은 반 친구를 사귀면서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같은 반 친구는 아무도 말을 걸어오지 않던 마코토에게 처음 먼저 말을 걸어온 친구라는 점을 넘어서서, 그의 취미를 마코토가 따라가게 되면서 본격적인 영화의 메시지가 시작되는데, 바로 오래된 일본의 전철들의 역사와 발자취를 현실에서 따라가게 되는 것이 그것이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잠깐 멈칫 할 정도로 영화의 국면이 전혀 다른 양상을 띄게 되는데, 흡사 일본 전철의 역사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형식으로 묘사된다. 그렇게 한참을 이 오래된 것에 주목하던 영화는 나중에 가서야 왜 여기에 주목했는지 친구의 말을 통해 들려준다. '이렇게 오래된 것들도 내가 관심을 가져주면 생명을 얻게 되는 것 같다'라는 말로. 사실 조금은 이질감마저 줄 수 있는 다른 이야기였음에도 처음부터 그 감성적인 영상에 깊게 빠져들 수 있었는데, 마지막 이 말을 듣는 순간 이 영화의 '살아라'라는 메시지가 제대로 가슴 속에 깊이 박혀버리는 걸 경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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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의 영상은 앞서 이야기한 다큐멘터리 같이 거의 실사에 가까운 장면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장면 외에도, 상당 부분의 배경들이 실사에 가깝게 묘사되어 있는데, 이것은 기술적인 측면이 아니라 감독이 말하려는 현실적인 메시지를 더 강하게 해주는 장치라고 봐야 할 것이다. 사후세계를 경험하는 주인공이라는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영화는 '살아라'라는 메시지 역시 판타지로 만들지 않기 위해, 갖가지 현실의 환경과 이야기들을 매우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실제 있었던 역사를 그렇게 한참이나 설명했던 것이고, 치킨과 호빵 한 조각에 즐거워 할 수 있는 삶의 행복을 여과없이 중요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연스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영화 후반에 직접적으로 '당신은 잘 살고 있나요?'라고 영화가 관객에게 물었을 때 나는 이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할 정도로 깊게 돌이켜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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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잘 살고 있나요?

나는 이 소중한 삶을 오늘도 잘 살아가고 있나요?



1. 미야자키 아오이가 목소리 연기를 했다고 해서 누군가 했더니 극 중 마코토를 주시하던 그 소녀 '사노 쇼코' 역할이더군요. 이걸 알고 나니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


2. 미야자키 하야오가 (1번과 라임 맞추는거 아님 -_-;) 말하는 '살아라'의 메시지와는 또 다른 느낌의 '살아라'였어요. 뭉클하기로는 '컬러풀' 쪽이 더.


3. 블루레이로도 발매되면 좋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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