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보고 싶은 괴물 같은 영화 '올드보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리고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블루레이가 드디어 출시되었다. '올드보이'라는 영화가 한국 영화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미만큼이나 이번 블루레이 출시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가장 큰 이슈라면 역시 출시 연기와 관련된 부분인데, 물론 처음 출시를 알렸던 시점에 비해 수년이 흐른 뒤에야 실제 출시가 된 점은 이유를 막론하고 아쉬운 부분이지만, 10주년을 맞아 전면적인 디지털 리마스터링 및 국내 영화계에서는 전무후무한 (후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단순한 메이킹 다큐멘터리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올드 데이즈'라는 제작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까지, '올드보이'라는 영화에 걸맞은 이번 블루레이의 장점들이 미처 제대로 소개되지 못하는 점 역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블루레이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간단하게라도 영화 '올드보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미 많이 조명되었던 것처럼, 2003년 한국영화는 그야말로 르네상스 시기였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비롯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 그리고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등 (이 밖에도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까지) 작품성과 상업성을 겸비한 각각의 다른 색깔과 뚜렷한 개성을 가진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였다. 

 

2003년을 비롯해 이 즈음 발표되었던 한국 영화들의 10주년 재상영 및 평가 등이 요 몇 년 사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올드보이'가 갖는 지점은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가장 큰 표면적인 차이점이라면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이라는 수상 경력 및 해외 영화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한국 영화를 알린 작품이라는 점일 텐데, 이후 '올드 데이즈'에 담긴 내용을 소개할 때 더 자세히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그런 대외적 평가 및 수상 경력이 갖는 명예와 성공 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스텝, 배우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이런 영화를 또다시 만들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하게 되는 영화라는 점이 바로 '올드보이'가 특별한 작품이라는 이유라고 말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좋은 영화들은 세월을 두고 다시 보기를 반복할 때마다 다른 감동과 인상을 남기곤 하는데, 개봉 10주년이 지나 다시 보게 된 '올드보이' 역시 그랬다. 이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땐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최민식이 연기한 오대수 역할이 주는 강렬함과 영화의 독특한 미장센에 매혹되었었는데, 10년이 지나 다시 보니 오대수의 이야기와 충격적인 반전은 여전히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이우진의 이야기가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즉, 15년 동안 갇혀 지냈던 사람의 이야기보다, 누군 가를 15년이나 감금해야 했던 사람의 사연이 더 강렬했다는 얘긴데, 이유도 모른 채 감금되었다가 풀려난 이의 분노보다는, 어쩌면 15년이 넘는 세월을 복수로 보내버린 한 남자의 슬픔이 더 쓰라리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전에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던 대사들이 와 닿았는데, '아무리 짐승 만도 못한 놈도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니냐'는 식의 대사와, '그냥 잊어버린 거예요'라는 대사는 이번 재 관람에서 비로소 발견한 중요한 포인트였다. 우진이 복수를 결심하게 되는 주된 사건은 누군 가의 인생을 통째로 앗아갔음에도, 다른 누군 가는 정말로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잊어버린 일이기도 했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우리도 살면서 스스로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지나 치는 일들 가운데에는 누군 가 (그 누군 가가 설령 짐승 만도 못한 이 일지라도)의 인생을 빼앗아 갈 정도로 커다란 일을 저지르는 것은 아닌 지를 떠올려 보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진의 마지막이 더 슬프고 더 쓸쓸하고 더 무기력했다. 오대수의 입장에서 보면 '올드보이'는 강렬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로 진행되는 이야기이지만, 이우진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미 시작할 때부터 끝이 보이는, 죽음의 그림자와 무기력함이 내내 동행하는 그런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오대수는 15년 간 갇혀 있다 풀려 났지만, 우진은 이미 학생일 때부터 자신의 삶으로부터 갇혀 버린 것이 아닌가. 



이우진의 심리에 더 공감하게 되는 변화만큼이나 다시 보게 된 '올드보이'는 날 것 같이 폭주하는 에너지와 과감한 영화적 시도(아니, 도전이라고 하는게 맞겠다)들을 또 한 번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감독, 배우, 스텝 모두 젊고 혈기 왕성하던 그때가 아니었다면 감히 도전하지 못했을. 다시 말해 만약 동일 인물들이 기술적으로 더 성장한 지금에 와서 다시 만들고자 하면 오히려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지금은 이성적으로 시도할 수 없을 다양한 순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들은 간혹 거칠고 정제되지 않고 혹은 과한 측면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그런 한계들을 모두 예상할 수도 피해갈 수도 없었던 당시의 에너지 (혹은 결의)가 만든 괴물 같은. 하지만 다시 보고 싶은 괴물 같은 영화가 바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아닐까.


# 올드 데이즈 - 올드보이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가장 완벽한 대답

 

메이킹 다큐멘터리 성격 영화에 대한 글 제목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나'는 너무 뻔하고 전형적이라 최대한 피해보려 했지만, '올드 데이즈 (Old Days, 2016)'는 '올드보이'가 어떤 과정과 일들을 겪으며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가장 완벽한 대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올드보이' 블루레이에 부가영상으로 처음 기획된 이 다큐가 전주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정도로 한 편의 '영화'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이건 분명 과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해보고 싶었던 작업, 그러니까 좋아하는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긴 호흡과 디테일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다큐멘터리 성격의 영상이 우리 영화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는 늘 생각해 왔지만, 그것이 블루레이 부가영상이 애초 기획이었던 것에서 확장된 버전으로 발전된 것은 조금 무리가 되지 않을까, 과잉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보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걱정 외에 다른 의미로 보자면, 과연 메이킹 다큐를 만드는 데에 한 편의 영화와 동일한 수준의 규모나 의미 부여가 필요한 가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올드보이'라는 영화가 10주년을 맞아 재상영도 할 만큼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있어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고 또 해외에서 특히 인정받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냉정하게 보자면 당위성보다는 영화의 명성에 기댄 다큐 제작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올드 데이즈'를 다 보고 나니 왜 그래야만 했는지, 왜 굳이 '올드보이'의 제작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블루레이에 수록 될 부가 영상에 그치지 않고 영화화까지 발전시켜야 만 했는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즉, '올드 데이즈'는 단순히 '올드보이'라는 작품의 명성을 더하기 위해 기념 적으로 제작되고 기획된 작품이 아니라, 역으로 말해 '이런 제작과정을 통해 탄생된 영화는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하고 궁금증이 생길 정도로 제작과정 자체가 하나의 역사이자 놀라움 그리고 시대의 공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는 말이다.



2003년 '올드보이'에 참여했던 감독과 배우, 스텝들은 지금은 각 분야에서 모두 주역을 맡고 있는 마스터들이지만 당시엔 완전 신인들이 대부분이었고, 경력이 많은 스텝들은 그리 많지 않았었다. '올드 데이즈'는 바로 그들이 어떻게 현장에서 싸우고, 부딪히고, 이겨내며 '올드보이'라는 영화를 완성시켰는지에 관한 기록이다. 


간혹 오래전 작업한 (특히 현재는 걸작이 된) 영화를 배우와 스텝들이 추억하며 회고하는 메이킹의 경우, 당시 어리고 미숙했던 자신들을 되돌아보며 '그때는 참 뭘 몰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 다시 하라면 아마 다를 거예요'라는 식의 인터뷰를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드 데이즈'에 수록된 당시 스텝들의 인터뷰들에서 하나 같이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현장' '다시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영화'라는 것이었다. '올드보이'가 자신의 첫 번째 영화였던 스텝들도 있고, 나이도 비교적 어린 나이라 그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던 상황과 조건이었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이 익숙하고 숙련된 지금에 와 다시 하라고 해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다는 그들의 진심에서 다시 한번 왜 이 다큐멘터리가 필요했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올드보이'는 내용적인 면이나 스타일, 구조 등 모든 면에서 에너지가 넘쳐나는 영화였다. 혹자는 과잉의 영화라고 할 만큼 모든 분야의 에너지가 한계 이상으로 분출되고 있는 벅찬 영화였다. '올드 데이즈'를 보고 느꼈던 건, 아마도 이 영화가 그렇게 엄청난 에너지 (지금에 와서 다시 구현하려고 해도 과연 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는, 아니 불가능하다고 느낄 정도의)를 영화라는 포맷 안에 다 담아낼 수 이유가, 감독 한 명 혹은 예술적 능력이 압도적으로 출중한 몇몇 아티스트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 영화여서가 아니라, 감독과 배우를 비롯한 모든 분야의 스텝들이 자신들의 한계치 이상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것에 기적처럼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정확히 뭐라 말하기는 어려워도 그 당시의 순간에 내가 한국 영화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 하고 있다는 공기가 느껴져,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을 해보자 라는 수준이 아니라 반드시 이 영화가 원하는 수준을 내가 해내야만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만들어낸 괴물. 그런 에너지들이 마치 어떤 상자 안에 봉인되듯이 '올드보이'라는 영화 안에 봉인되는 것에 성공한, 그런 괴물 같은 우연 혹은 사건이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이 작품을 보는 내내 들었다.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 블루레이의 부가 영상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결국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 지고, 더 사랑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올드 데이즈'는 그렇게 익숙한 '올드보이'를 또 보고 싶게 만드는 또 한 번의 놀라운 영화였다. 



# Video & Audio


이번 '올드보이' 리마스터링 블루레이의 본편 화질에 대해서는 먼저 (당연한 얘기지만) 사실 확인을 분명히 하고 동시에 호불호에 대해서는 넓은 범위로 수용하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감독의 의도나 영화 특유의 영상 처리 기법 등을 감안하여도 다른 일반적인 블루레이 영상들과 비교하기에는 확실히 필름 그레인이 (특히 일부 장면들의 경우) 심한 편이기 때문에 쨍하고 시원한 화질을 더 선호하는 대부분의 시청자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화질이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 반면 이런 거친 입자의 화질은 감독이 의도하고 또 최고의 리마스터링 기술을 통해 그 의도를 최선으로 구현해 낸 현존하는 최고의 화질이라는 사실이다 (DVD 출시 당시에도 이러한 의도를 담아낸 화질 - 정확히 말하자면 촬영과 영상 -에 대한 감독과 촬영 감독의 추가 설명이 있기도 했다).



이번 블루레이의 화질과 디지털 리마스터링 과정에 대해서는 부가영상으로 수록된 정정훈 촬영감독과 박진호 디지털 리마스터링 슈퍼바이저의 인터뷰를 통해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몇 가지 포인트를 정리해보자면 일단 '올드보이'는 '블리치 바이패스 (bleach bypass)'라는 현상 기법을 활용한 작품이라는 점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블리치 바이패스'란 필름 현상 시 은입자를 씻어내는 표백 과정을 건너 뜀으로서(bypass) 콘트라스트는 더 강해지고 그림자는 더 어둡고 채도는 감소시켜 영상의 몰입도를 더 강조하게 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콘트라스트를 더 강조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레인 역시 강조가 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쨍한' 화질보다는 필름 그레인이 도드라지는 화질을 갖게 된다. 이번 블루레이 리마스터링은 이러한 느낌을 더 제대로 살리기 위해 오리지널 네가를 스캔받아 DI를 하는 방식이 아닌 MP (Master Positive)를 스캔하여 '올드보이' 특유의 룩을 살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즉, 그레인을 지우고 쨍한 화질을 만들기 위한 리마스터링이 아니라 오히려 감독이 원했던 그레인과 거친 입자, 색감을 더 제대로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리마스터링이라는 얘기다.



또한 '올드보이'는 촬영 당시 제한된 조명과 고감도 필름을 과감하게 사용한 작품이라는 점도 화질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올드보이'는 박찬욱 감독이 원했던 특유의 분위기와 색감을 구현하기 위해 그린 톤의 실험적 조명 등이 적극 활용되고 또 고감도 필름이 일부 실내 장면 촬영에 사용되었는데, 그렇다 보니 거친 입자의 화질을 갖게 된 경우다. 다시 말하자면 감독이 원했던 특유의 분위기와 색감을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친 입자와 그레인이 도드라지는 화질을 수용 해야만 했던 것이 아니라, 그 거친 입자와 그레인이 바로 박찬욱 감독이 의도라는 점이다. 



쨍한 화질을 자랑하는 최신 블루레이 영상들과 객관적 비교를 한다면 분명히 그레인이 심하고 암부 표현력이 떨어지는 '올드보이'의 화질이 더 낫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감독을 비롯해 영화를 만든 이들이 원했던 바를 충족시켜주고 있는가 하는 절대적 기준으로 비교한다면 '올드보이' 블루레이의 화질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최상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존하는 최선인 동시에 절대적 측면에서 최상급의 화질(감독이 직접 승인한 점이 그것)이라 결론 지을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올드보이' 본편 화질에 대한 감독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덧붙이자면, 영화 후반부 우진의 펜트하우스 장면 가운데 우진의 얼굴 옆으로 과감하게 오대수의 얼굴로 클로즈업이 진행되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 감독 및 스텝들은 조명 등 여러 여건들 때문에 화질이 무너지는 것을 우려했지만 (일부는 못 견뎌했지만), 박찬욱 감독은 오히려 바로 그게 본인이 원하는 것이었다며 최종적으로 OK사인을 주기도 했었다.



DTS-HD MA 5.1과 2.0 채널의 사운드는 준수한 편이다. 대사 전달력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균형이 잡힌 사운드를 들려주며, 특히 액션 씬이나 다른 씬에서의 멀티채널 활용도 보다 스코어가 흐르는 장면의 음장감이 체감하기에 더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 Special Features


3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이번 '올드보이' 블루레이는 각 디스크마다 부가영상을 나눠서 빼곡히 수록하고 있는데, 첫 번째 디스크에는 리마스터링 된 영화 본편과 함께 총 6개의 음성해설 트랙과 약 48분여의 인터뷰 영상이 수록되었다. 음성해설의 경우 기존 DVD에 수록되었던 5개의 트랙 외에 박찬욱 감독의 특별 추천한 문학평론가 신형철 씨의 음성해설이 독점으로 새롭게 추가되었다. 음성해설은 그 엄청난 분량도 분량이지만 각 트랙마다 참여자들의 분야에 따른 다른 시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만약 DVD에 수록되었던 음성해설을 아직 들어보지 못한 이들이라면 한 번쯤 감상해 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박찬욱 감독과 정정훈 촬영 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은 왜 이 영화가 이런 거친 질감과 특유의 색감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들려준다.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인터뷰 영상의 첫 번째는 박찬욱 감독이 전하는 일종의 인트로 영상인데, 예전 '반지의 제왕' 확장판을 보았던 이들이라면 영화 시작 전 피터 잭슨이 등장해 간단하게 확장판과 추가된 장면들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을 떠올리면 될 듯하다. 


 

두 번째는 디지털 리마스터링에 대한 부분인데, 이번 블루레이의 화질과 관련하여 왜 이번 버전이 감독이 승인한 버전인지 또 어떤 기술적 과정을 통해 이번 리마스터링이 진행되었는지에 대해 정정훈 촬영감독과 박진호 디지털 리마스터링 슈퍼바이저의 인터뷰를 통해 상세히 들려준다. 이번 블루레이에 화질에 대해서는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심하게 나뉠 수 있을 텐데 호불호를 떠나 정상 비정상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촬영감독과 리마스터링 슈퍼바이저의 설명이 담긴 이 인터뷰는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할 영상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박진호 슈퍼바이저의 인터뷰는 이번 블루레이 화질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이나 이해의 측면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인터뷰로 어떤 과정이나 의도, 방식으로 이번 화질 리마스터링 작업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상세한 기술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올드보이'가 선택한 특수 현상 방식인 '블리치 바이패스 (bleach bypass)' 방식에 대한 상세한 소개 및 이 방식을 선택함에 따라 얻게 되는 것과 잃게 되는 것들 그리고 이번 리마스터링 작업의 목표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평론가들이 말하는 '올드보이'에서는 오동진, 이동진, 달시 파켓, 크리스 후지와라 이렇게 네 사람의 인터뷰를 통해 각기 이 작품이 갖는 의미와 미친 영향에 대해 들려준다. 감독들이 말하는 '올드보이'에서는 당시 주연 배우 캐스팅 오디션에 함께 심사를 보기도 했던 김지운 감독과 박찬욱 감독의 연출부 출신으로 당시 '주먹이 운다'를 촬영하고 있었던 류승완 감독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다. 해당 인터뷰 영상은 모두 이번 블루레이를 위해 새롭게 촬영된 것으로 HD의 선명한 화질로 만나볼 수 있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앞서 별도로 소개했던 '올드 데이즈' 본편이 수록되었고, 이 외에 기존 DVD에 수록되었던 SD 화질의 부가영상들이 수록되었다. 기존에 수록되었던 영상들이라 여기서 더 자세한 리뷰는 하지 않겠지만 혹 기존 UE를 꼼꼼히 감상하지 못한 이들이나 소장하지 못한 이들이라면 SD 화질 영상이라 하더라도 꼭 한 번 감상하기를 권한다. 특히 ‘Autobiography of Oldboy’라는 제목의 3시간 29분 분량의 메이킹 다큐멘터리는 러닝타임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뒷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박찬욱 감독의 단편 영화 ‘심판 (28분, SD)’도 빼놓을 수 없겠다.



세 번째 디스크에는 '올드 데이즈' 본편을 위해 촬영되었으나 최종적으로 본편에는 수록되지 않은 추가 인터뷰 영상들이 수록되었다. '못다 한 이야기'라는 제목이 어색할 정도로 총 183분 분량으로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인데, '올드 데이즈'에 수록된 영상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HD 화질로 만나볼 수 있다. 이 인터뷰들은 각 인물별로 감상이 편하게 챕터가 나뉘어 있으며, '올드 데이즈'에는 미처 다 수록되지 못한 후반 작업과 관련 된 이야기들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롭다. '올드 데이즈'가 하나의 영화로서 편집된 버전이라면 ‘못다 한 이야기'에 수록된 인터뷰들은 좀 더 인터뷰 중심으로 골라서 선택적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유익하다. 참고로 ‘올드 데이즈' 및 관련 인터뷰 영상들은 캐논 C300 메인 카메라와 캐논 C100, 파나소닉 GH3, 캐논 5DMK3 등의 서브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었다.


새롭게 촬영된 인터뷰 영상 외에 한세준 스틸 작가가 당시 현장에서 찍었던 미공개 사진 1만 4천여 컷을 모두 스캔하여 엄선한 스틸 사진들을 인터뷰 중간에 영화 속 장면들과 함께 삽입시키면서 좀 더 인터뷰 내용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도록 다채롭게 전달하고 있다 (즉, 인터뷰 내용과 관련이 있는 스틸컷이나 영화 장면들이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다).



각 인물별 약 10분 안팎으로 인터뷰 내용이 추가 수록되어 있다.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추가 수록분에 포함된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워낙 할 이야기가 많은 영화인 만큼 이 못다 한 이야기들에 수록된 인터뷰 내용들도 상당히 흥미롭고, 특히 각 스텝들의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이야기들이 관심을 끈다. 인터뷰들이 각 스텝들의 전문 공간 (혹은 관련된 공간)에서 진행되었다는 점도 은근한 디테일. 새삼스럽지만 블루레이 부가영상을 위해 총 40명이나 되는 영화의 스텝과 배우들을 일일이 한 명씩 찾아가 몇 시간씩 인터뷰한 정성과 노력은 글의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과연 앞으로 또 가능할까 싶다.




# 총평 

 

이번 플레인에서 출시한 '올드보이' 블루레이는 여러 가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큰 의미는 역시 한국 영화 블루레이, 아니 블루레이 부가영상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시도가 또 언제 가능할까 싶은 도전이었던 '올드 데이즈'의 존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출시 지연 및 화질에 관한 점이 더 이슈가 되어서 그렇지 '올드 데이즈' 만으로도 이번 블루레이 제작과 출시는 대단하고 놀라운 사건이었다. 


또한 10주년을 맞아 박찬욱 감독이 승인한 유일한 버전이자 리마스터링 화질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것이 현존하는 최고의 버전이라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올드보이' 블루레이는 작품에 대한 호불호나 완성도 여부를 떠나, 한 편의 영화가 어떤 이야기들과 정서 그리고 추억들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담고자 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한 기회였다. 왜 우리는 영화를 사랑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답변 모두가 담겨 있는 선물 상자 같은 (DVD때 같은 상자 패키지는 아니지만 ^^;) 타이틀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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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블루레이 : 역대급 부가영상을 만들어냈다!

(Veteran : Blu-ray special features Review)


블루레이로 영화를 다시 혹은 처음 즐기게 될 때 가장 큰 매력은 최고 수준의 화질과 음질로 접하게 되는 영화 본편의 재미도 있겠지만, 그야말로 블루레이를 통해서만 만나볼 수 있는 제작 과정 등의 뒷이야기를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영어로는 Special Features라고 주로 부르고 우리 말로는 부가영상으로 이르는 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영상들들은, 제작 과정에 대한 내용들을 전반적으로 다룬 메이킹 다큐멘터리나 감독, 배우, 스텝 들의 주요 인터뷰 영상, 그리고 각종 예고편 및 시사회 등의 모습을 담은 영상 그리고 감독을 중심으로 영화에 참여한 이들이나 평론가 등이 참여한 음성해설 (코멘터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블루레이를 보고 난 뒤 개인적으로나 또는 매체 등에 기고를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해오면서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 특히 국내 영화의 블루레이 타이틀에 대해서 말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극장이 아닌 블루레이를 통해 영화를 다시 보게 될 때 가장 궁금하고 기다려지는 매력 포인트가 바로 부가영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한국 영화의 부가영상 구성이나 완성도는 매번 아쉬움이 남는 수준이었다. 굳이 변호를 하자면 결국 국내 시장 상황의 현실을 또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실제로 감독 본인이 DVD나 블루레이 제작에 대한 열의를 갖고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많은 자료들을 최대한 남기고자 노력한 경우도 없지 않았으, 이후 영화의 흥행 성적에 따라, 혹은 흥행을 했더라도 물리 매체를 중심으로한 국내 2차 시장의 규모가 워낙 협소하다 보니 제작비를 감안하여 최소한의 부가영상이 수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양적으로 부가영상이 많은 경우는 적지 않았으나 질적으로 보았을 때는 확실히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몇 개의 주제로 나누어 부가영상이 수록된 경우에도 인터뷰 등이 중복되어 수록되는 경우가 많았고,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임에도 특별히 촬영 소스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은 탓에 SD급의 떨어지는 화질로 수록된 경우도 없지 않았다. 또한 전반적으로 DVD나 블루레이를 애초부터 감안하지 않은, 그러니까 부가영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다른 성격의 영상들이 끼워 넣기 식으로 수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구성 측면에서는 특히 아쉬운 면이 컸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영화가 성장하는 가운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는 스타 감독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자신의 작품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환경이 조금씩 마련되면서, 어쩌면 가장 근본적인 곳에서부터 긍정적인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서 그 영화를 (아마도) 가장 사랑하는 이라고 할 수 있는 감독 본인이, 자신의 영화가 그냥 그저 그렇게 평범한 (솔직히 말해 허접한) 물리 매체로 제작되는 것에 더 큰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 긍정적인 의미로 바꿔 말하자면, 감독이 자신의 작품이 더 나은 2차 물리 매체 (블루레이)로 제작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제작사에 어필하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 결과물을 첫 번째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류승완 감독의 최근작 '베테랑'이 아닐까 한다. 적어도 내가 확인한 바로는 그렇다. 








예전에 '베를린'의 DVD가 발매되었을 즈음 류승완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을 때 '베를린' DVD 그리고 그 당시 곧 발매 예정이었던 블루레이에 대해 적지 않은 아쉬움을 이야기하던 기억이 난다. 감독 역시 이 시장의 규모나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자신의 영화가 더 풍성하고 높은 완성도의 블루레이로 발매되기를 원하는 갈증을 해소하기엔 아무래도 부족함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점 역시 오해가 있을까 부연을 하자면, 해당 타이틀의 완성도가 특별히 떨어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류승완 감독이 평소 DVD나 블루레이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그 어떤 팬들 보다도 더 나은 블루레이가 나오길 바랐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이후 '베테랑'의 블루레이 제작에는 더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이 있었고 결국 기획과 제작을 맡은 CJ E&M의 주도 하에 제작 진행 및 오소링을 맡은 플레인 아카이브 그리고 구성/편집을 맡은 RABBIT ON THE MOON 까지 세 회사의 협엽을 통해 그간 한국 영화 블루레이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부가영상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베테랑'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에 대해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전반적으로 한국영화 블루레이, DVD의 경우 부가영상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는 경우가 (아직도) 대부분이기 때문에, 추후 발매되는 매체의 부가영상 역시 인터뷰가 여러 번 중복되거나, 다른 목적을 위해 촬영된 인터뷰나 촬영 장면을 범용 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베테랑’ 블루레이는 무엇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부가영상(메이킹)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인터뷰들과 많은 촬영 분량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추후 천만 관객을 넘는 흥행이 있고 나니 진행한 부가적인 인터뷰 등이 아니라 이미 영화 제작 당시 많은 인터뷰나 자료들을 현장 촬영해 두었다는 얘기다 (물론 이후 진행된 인터뷰 들도 있고).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전체적으로 부가영상이 메뉴에 맞춰 수록하는 것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기획/편집된 영상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감독이나 배우의 인터뷰 중간중간에 그 인터뷰와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영화 속 장면이 삽입된 것은 물론, 영화 속 장면을 인용해 인터뷰 중간에 유머를 넣은 것도 한국영화 부가영상에서는 거의 첨 보는 경우라 신선하게 느껴졌다 (솔직히 영화를 볼 때 보다 더 놀랐다!). 어쩌면 벌써 한 참 전에 이런 부가영상을 가진 한국 영화 블루레이가 있었어야 했는데, 이제야 제대로 된 타이틀을 만나게 된 기분이다.




'탐문수사 (기획 배경/자료조사)'에서는 류승완 감독의 상세한 인터뷰를 영화 속 장면들과 함께 흥미롭게 전한다. ‘베테랑’이라는 제목을 선택한 이유와 이 제목이 영화에 미친 영향들 그리고 이런 구도의 이야기를 기획하게 된 배경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단순히 ‘베테랑’에 국한된 이야기뿐만 아니라 감독의 전작인 ‘부당거래’와 ‘베를린’의 영향 혹은 유사한 점과 차이점 들도 들을 수 있어 유익하다. 그리고 이 영화를 위해 만난 실제 형사들, 경찰, 사회부 기자, 기업 관련인 등과의 취재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 들을 수 있다. 더 실감 나고 디테일한 묘사와 이야기 전개를 위해 얼마나 많은 현실 속 인물들을 만나 취재를 진행했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작전설계 (캐스팅/로케이션)'를 통해서는 주요 캐릭터들에 대해 왜 그 배우를 캐스팅하게 되었는지 뒷 이야기를 들려준다. 감독의 인터뷰는 물론 배우들의 인터뷰 역시 부가영상을 위해 별도로 제작된 인터뷰 영상이라 무엇보다 메리트가 있다. 또한 이런 배우 인터뷰 부가영상의 경우 유명한 1~2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광수대 팀원 전원의 캐릭터 소개와 적지 않은 분량의 배우 인터뷰가 수록된 점도 확실히 인상적이다.


로케이션에 대한 부분도 조화성 미술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하게 들려준다. 극 중 경찰서의 촬영지는 어떤 곳인지 또 조태오의 공간은 어떤 곳에서 촬영되었는지에 대해 소개하는데, 단순히 로케이션 및 세트에 관한 미술적 설명뿐만 아니라, 그 로케이션 장소가 영화적으로 갖는 의미까지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더한다. 






'사전훈련 (액션 메이킹)'에는 류승완 영화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액션 메이킹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처음부터 감독이 좋아하는 성룡 영화의 액션을 구현하고자 했던 이 영화의 액션 디자인에 대해, 감독과 무술감독인 정두홍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다. 




'현장출동 (촬영/미술)'에서는 조화성 미술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제법 상세하게 들려준다. 세트 디자인과 각 공간에 놓인 소품들에 대한 의미들에 대해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배치하게 되었는지 들려주는데, 영화를 볼 때 미처 다 포착하지 못했던 미술적 요소들에 대한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편집이라는 역할은 하나의 영화를 완성하는 데에 연출만큼이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 할 수 있는데, 그간 한국영화에서는 편집자에 대한 조명이 많지 않았던 것에 반해 이번 ‘베테랑’ 블루레이에서는 별도의 '사건수습 (편집/CG/음악)' 섹션을 통해 영화의 편집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들려준다. 


이 영화의 편집을 맡은 김상범 편집감독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는데, 감독의 인터뷰와 코멘터리만큼이나 흥미롭고 유익한 섹션이었다. 참고로 김상범 편집감독은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왕의 남자’ ‘아저씨’ ‘부당거래’ 등 약 80여 편의 한국영화의 편집을 맡은 마스터 편집 감독이다.





마지막으로 '사후보고 (개봉/반응/속편계획)' 에서는 해외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이야기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 국내 관객과는 조금 차이를 보이는 해외 관객들의 반응 뒷이야기도 흥미롭다. 속편에 관한 이야기도 전해 들을 수 있는데, 언젠가 만나보게 될 ‘베테랑 2’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영상이었다.





* 삭제 장면에는 이동휘 배우의 씬들이 제법 있었다.




'베테랑'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은 전체적으로 각 섹션별 분량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각 20~30분 수준), 확실히 양적인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구성과 편집이 특히 마음에 쏙 드는 완성도였다. 류승완 감독의 인터뷰는 각 섹션들을 통해 거의 대부분 등장함에도 중복된 내용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정보량이 상당했으며, 무엇보다 영화를 더 재미있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부가영상'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해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고 유익한 인터뷰 들이었다.




* SITGES 영화제에서 류승완 감독에게 보내 온 친필(?) 선물 ㅎㅎ




마지막으로, 영화 장인 리들리 스콧의 DVD나 블루레이를 주의 깊게 살펴본 이들이라면 아마 잘 알겠지만, 그가 연출한 영화의 블루레이에서는 종종 그의 버금가는 잘 짜인, 완성도 높은 메이킹 다큐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 메이킹 다큐멘터리들을 만든 이는 감독이자 프로듀서인 찰스 데 라우지리카 (charles de lauzirika)라는 감독이다. 한 번 그의 메이킹 다큐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 이후에는 리들리 스콧의 영화만큼이나 그가 만든 영화의 메이킹 다큐를 기다리게 될 정도로 그가 만든 부가영상의 완성도는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되었다 (찰스 데 라우지리카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 번 별도로 자세히 소개해 볼 예정이다). 



* 찰스 데 라우지리카가 작업한 메이킹 다큐가 수록된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부가영상에 대한 소개 글

프로메테우스 _ 그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 '베테랑'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을 제목 그대로 스페셜한 메이킹으로 만들어 낸 제작진들!


국내에서도 최근 '올드보이'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으로 메이킹 다큐멘터리인 '올드 데이즈'가 별도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물론 '올드 데이즈'는 그야말로 앞으로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 규모의 시도이기는 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영화의 매력을 한층 더 배가 시키는 역할을 하는 메이킹 다큐멘터리를 한국 영화 블루레이에서도 자주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전체적으로 기획된 구성의 부가영상을 지속해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의 제목처럼 '베테랑'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은 해외 영화 블루레이의 부가영상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역대급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까지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의 한국영화 블루레이의 아쉬움과 현실로 미뤄봤을 때 '베테랑'은 그런 첫 번째 시도로서 몹시 반가운 블루레이임이 틀림 없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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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데이즈 (Old Days, 2016)

올드보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메이킹 다큐멘터리 성격 영화에 대한 글 제목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나'는 너무 뻔하고 전형적이라 최대한 피해보려 했지만, '올드 데이즈 (Old Days, 2016)'는 박찬욱 감독의 2003년작 '올드보이'가 어떤 과정과 일들을 겪으며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그대로의 작품이라 피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올드보이' 블루레이에 부가영상으로 처음 기획된 이 다큐가 전주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정도로 한 편의 '영화'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이건 분명 과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해보고 싶었던 작업, 그러니까 좋아하는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긴 호흡과 디테일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다큐멘터리 성격의 영상이 우리 영화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는 늘 생각해 왔지만, 그것이 블루레이 부가영상이 애초 기획이었던 것에서 확장된 버전으로 발전된 것은 조금 무리가 되지 않을까, 과잉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보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걱정 외에 다른 의미로 보자면, 과연 메이킹 다큐를 만드는 데에 한 편의 영화와 동일한 수준의 규모나 의미 부여가 필요한 가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올드보이'라는 영화가 10주년을 맞아 재상영도 할 만큼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있어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고 또 해외에서 특히 인정받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냉정하게 보자면 당위성보다는 영화의 명성에 기댄 다큐 제작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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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드 데이즈'를 다 보고 나니 왜 그래야만 했는지, 왜 굳이 '올드보이'의 제작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블루레이에 수록될 부가 영상에 그치지 않고 영화화까지 발전시켜야 만 했는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즉, '올드 데이즈'는 단순히 '올드보이'라는 작품의 명성을 더하기 위해 기념 적으로 제작되고 기획된 작품이 아니라, 역으로 말해 '이런 제작과정을 통해 탄생된 영화는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하고 궁금증이 생길 정도로 제작과정 자체가 하나의 역사이자 놀라움 그리고 시대의 공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는 말이다.


2003년 '올드보이'에 참여했던 감독과 배우, 스텝들은 지금은 각 분야에서 모두 주역을 맡고 있는 마스터들이지만 당시엔 완전 신인들이 대부분이었고, 경력이 많은 스텝들은 그리 많지 않았었다. '올드 데이즈'는 바로 그들이 어떻게 현장에서 싸우고, 부딪히고, 이겨내며 '올드보이'라는 영화를 완성시켰는지에 관한 기록이다. 


간혹 오래전 작업한 (특히 현재는 걸작이 된) 영화를 배우와 스텝들이 추억하며 회고하는 메이킹의 경우, 당시 어리고 미숙했던 자신들을 되돌아보며 '그때는 참 뭘 몰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 다시 하라면 아마 다를 거예요'라는 식의 인터뷰를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드 데이즈'에 수록된 당시 스텝들의 인터뷰들에서 하나 같이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현장' '다시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영화'라는 것이었다. '올드보이'가 자신의 첫 번째 영화였던 스텝들도 있고, 나이도 비교적 어린 나이라 그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던 상황과 조건이었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이 익숙하고 숙련된 지금에 와 다시 하라고 해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다는 그들의 진심에서 다시 한번 왜 이 다큐멘터리가 필요했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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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는 내용적인 면이나 스타일, 구조 등 모든 면에서 에너지가 넘쳐나는 영화였다. 혹자는 과잉의 영화라고 할 만큼 모든 분야의 에너지가 한계 이상으로 분출되고 있는 벅찬 영화였다. '올드 데이즈'를 보고 느꼈던 건, 아마도 이 영화가 그렇게 엄청난 에너지 (지금에 와서 다시 구현하려고 해도 과연 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는, 아니 불가능하다고 느낄 정도의)를 영화라는 포맷 안에 다 담아낼 수 이유가, 감독 한 명 혹은 예술적 능력이 압도적으로 출중한 몇몇 아티스트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 영화여서가 아니라, 감독과 배우를 비롯한 모든 분야의 스텝들이 자신들의 한계치 이상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것에 기적처럼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정확히 뭐라 말하기는 어려워도 그 당시의 순간에 내가 한국 영화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 하고 있다는 공기가 느껴져,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을 해보자 라는 수준이 아니라 반드시 이 영화가 원하는 수준을 내가 해내야만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만들어낸 괴물. 그런 에너지들이 마치 어떤 상자 안에 봉인되듯이 '올드보이'라는 영화 안에 봉인되는 것에 성공한, 그런 괴물 같은 우연 혹은 사건이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이 작품을 보는 내내 들었다. 


솔직히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팬으로서 '올드보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가라는 질문엔 선뜻 답하기는 어렵지만, 흥미로운 건 지난 10주년 상영회 (리뷰 : 올드보이 10주년 - 다시 보니 완벽한 우진의 영화더라)에서 다시 보게 되었을 때 느꼈던 것처럼 '올드보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하게 되는 영화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올드 데이즈'와의 만남은 그런 느낌을 더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여러 번을 보고, 수 없이 영화 음악을 듣고, 여러 버전의 타이틀을 갖고 있는 작품임에도 '올드 데이즈'를 보는 내내 속으로 '아... 빨리 올드보이를 다시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 블루레이의 부가 영상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결국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 지고, 더 사랑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올드 데이즈'는 그렇게 익숙한 '올드보이'를 또 보고 싶게 만드는 또 한 번의 놀라운 영화였다. 

곧 블루레이로 다시 만나게 될 '올드보이'가 너무나도 기다려진다.



1. 플레인 아카이브는 (본인들은 쑥스럽겠지만)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네요. 박수쳐주고 싶습니다!

2.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있었던 상영회 후 GV 자리도 참 좋았습니다. 특히 '올드 데이즈'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웠던 조영욱 음악감독님의 얘기들이 흥미로웠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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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 블루레이 리뷰 (Tinker Ticker : Blu-ray Review)



김정훈 감독의 데뷔작 '들개 (Tinker Ticker, 2013)'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 그러니까 보통 현실을 담아낸다고 했을 때 흔히 선택하게 되는 보편적이고 겉 핥기의 모습이 아닌,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되었을 때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깊이 있는 진짜 현실적인 이야기를, 어쩌면 비현실적일 수 있는 사제 폭탄이라는 소제를 활용해 그려낸 수작이다 (다른 얘기로, 요즈음의 한국 사회 모습을 보면 사제 폭탄이 더이상 비현실적인 소제라고 말하기 조차 구차스럽다). 여기에 지금은 제법 알려진 스타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첫 장편 출연작이거나 아직 독립 영화계에서만 이름을 알려왔던 변요한과 박정민 두 배우의 연기를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마 이 작품은 이 두 배우 덕에 더 많은 시간이 지난 뒤 더 많은 조명을 받게 될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들개'는 어떤 이유에서든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의 일원으로 완전히 흡수 되지 못한 20대 혹은 30대 젊은이들의 현실을 잘 표현해 낸 작품이다. 흔히들 2,30대 청년들의 사회 문제를 이야기할 때면 청년 실업 문제를 중심으로 경제적인 불투명한 미래 등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현재 청년들이 처한 상황은 이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복합적인 측면이 있다. 김정훈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 즉 자신이 겪었던 감정들을 그려낸 이 영화 속 박정구(변요한)의 이야기는 물론 평범한 사회의 일원으로 섞이지 못한 일종의 외부인으로서 겪는 직업과 관련된 직접적인 갈등이 존재하지만, 그 외에도 정확히 이거다 라고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불만 혹은 답답함이 더 큰 갈등이자 문제로서 등장한다. 정구는 대학교에서 조교로 일하면서 더 나은 직장을 찾기 위해 계속 면접을 보지만, 정구가 사제 폭탄을 만들어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등의 일은 단순히 그가 매번 면접에 떨어져서도, 조교실에서 교수와 선배들에게 무시를 당해서 만도 아니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 정구의 이야기를 단순히 취준생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은 이 영화가 담아내고자 했던 현실과 감정/갈등을 다 읽지 못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들개'에는 주인공 정구 외에 박정민이 연기한 이효민 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효민은 정구와 마찬가지로 사회의 불만을 가진, 다른 성격의 같은 인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효민이 정구에게만 존재하는 유령 같은 (혹은 악마같은)존재로 느껴졌다. 정구는 사제 폭탄을 만들기는 하지만 혼자서는 그 폭탄을 사용하지도 못하는 탓에 불특정 다수에게 폭탄을 보내 그 폭탄이 사용되기 만을 바라는데, 그의 눈에 들어온 아주 적합한 이가 바로 사회의 불만이 많아 보이고, 더 나아가 그 불만을 표출하는데에 거리낌이 없는 효민이었던 것이다. 영화는 이 두 인물을 나란히 두고 각자 존재하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효민을 정구의 욕구가 표출된 분신으로 볼 때 더 큰 매력을 갖게 된다. 정구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폭탄을 사용한 정구의 행동에 표현하지는 않지만 쾌감을 느끼게 되고, 효민이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인지하면서도 그를 큰 거리낌 없이 받아 들인다. 하지만 반대로 어느 정도 안정과 안식을 찾게 된 이후 위험한 존재인 효민을 멀리하고자 하지만, 효민은 결코 쉽게 정구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들개'에서 가장 소름끼치도록 들켜버린 듯한 느낌을 주는 순간은 죽일 정도로 미워했던 담당 교수가 결국엔 정구를 (그래도)신경 써주고 취업을 도와주게 되면서, 정구가 한 순간에 자신도 동경 혹은 멸시했던 그 사회의 일원으로 흡수되는 장면이었다. 그 전에 이 과정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보통과는 다르게 담당 교수가 본래는 착한 사람이었고 정구가 오해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나쁜 놈인 것은 그대로인데 정구가 원했던 몇 가지를 해결해 주는 것에서만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담당교수를 향한 정구의 불만과 증오가 단순한 오해만은 아니었음에도 정구가 그렇게 원하던 취직을 해결해 주었다는 점은, 그 취직이라는 것이 오히려 정구가 멸시하던 사회로의 편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알 수 있고, 정구 역시 정의와 불의의 가운데 에 있는 영화적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그래서 현실적인 주인공임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시점부터 관객은 온전히 정구의 편에 설 수 없게 된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정구의 편에 서고 싶지 않게 된다. 그건 돌려 말하면 관객 자신도 정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런 점을 송곳 처럼 파고드는 것이 김정훈 감독의 '들개'가 가진 가장 큰 시사점이다.






영화가 선택한 마지막은 그래서 더 씁쓸하다. 정구는 과연 살아남았나. 정구는 과연 그가 바라던 사회에 일원이 된 것인가. 처음부터 그 사회를 경멸한 것은 내가 속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스포일러 끝)


[들개 : 블루레이] 인상적인 데뷔작에 내려진 놀라운 축복




* 플레인 아카이브의 팬이기는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같은 타이틀을 중복으로 A/B타입 모두 구매하지 않는데, '들개'는 둘 다 구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A타입은 영화와 딱 떨어지는 완벽한 이미지였고, B타입은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또 다른 매력이자 취향이어서 구입하지 않을 수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만약 플레인에서 '들개' 블루레이가 발매되지 않았더라면 이 영화는 훨씬 덜 알려졌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말하자면 국내 블루레이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아...이 푸념은 하면서도 늘 지겹고도 슬프다) '들개'같은 독립 영화가 발매 될 확률은 지극히 희미 하다는 점에서 새삼스럽지만 출시 자체가 놀라운 사건이다. 앞서 '훨씬 덜 알려졌을지도 모른다'라고 한 이유는 플레인 아카이브의 유명세로 인해 이 영화를 흥행 시켰다는 얘기가 아니라, '미생'과 '육룡이 나르샤' 등으로 많은 인기를 얻게 된 변요한과 '파수꾼'을 비롯해 최근 '동주'로 더 큰 인기를 얻게 된 박정민 배우의 팬들이 놓칠 수도 있었던 두 배우의 뜨거운 연기가 담긴 수작 한 편이 적당한 타이밍에 블루레이로 발매된 덕에 서로를 놓치지 않고 알아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렇게 얘기하면 누군가는 최근 뜨거워진 두 배우의 인기에 편승한 재빠른 출시가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블루레이 제작을 결정했을 시점에서는 결코 두 배우의 인지도가 지금과 같지 않았었다. 좋은 작품을 작품의 크기나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선택한 것인데 이후 두 주연 배우가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오히려 플레인 아카이브의 팬으로서 역으로 고마울 정도다. 






아주 가끔이지만 간혹 영화에 비해 과한 패키지로 출시 된다거나 혹은 굳이 블루레이로 발매될 정도의 영화가 아닌데 (이건 국내의 특수한 시장상황 때문이지 결코 보편적인 이유는 아니다) 급작스럽게 블루레이로 발매되어 조금은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다. 물론 출시 되지 않은 것 보다야 훨씬 더 나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직도 많은 좋은 영화들이 제대로 된 타이틀로 발매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상황에서 상대적인 아쉬움이라고 해야겠다. 하지만 적어도 '들개'는 그 놀라운 축복을 받을 자격은 충분히 있었던 좋은 데뷔작 임엔 틀림 없다. 저예산의 규모가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영리한 구성과 이야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무게감 그리고 배우들이 만들어 내는 에너지는, 대규모 상업영화들과 견주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긴장감과 완성도를 보여준다. 


다시 블루레이 패키지 이야기로 돌아와 플레인 아카이브 넘버링 #021 타이틀로 출시된 블루레이는 역시 플레인 답게 디자인과 패키지의 구성에서 또 한 번 만족감을 주는데,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무릎을 탁!하고 칠 만한 기막힌 아웃케이스(A타입)가 가장 눈에 띈다. 영화 속 수제 폭탄 박스 이미지를 최대한 실제처럼 구현한 이 아웃케이스 이미지는 진짜 '딱'이다. 여기에 청테이프의 질감을 살린 플레인 아카이브 한정판 스티커는, 새삼스럽지만 하나의 블루레이 패키지를 기획하고 디자인할 때 주먹구구식이 아닌 하나의 큰 기획 아래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걸 깨닫게 한다. 




* 디테일!



* 디테일이다!!



* 블루레이 만을 위해 독점으로 수록 된 오리지널 스코어 앨범 (CD)


부가영상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블루레이 독점으로 수록된 오리지널 스코어 앨범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최초는 아니지만 해외 타이틀에 로컬 음성해설을 별도로 제작해 수록하기도 했던 플레인은 (최초는 블루레이는 아니지만 아마도 예전 스펙트럼 DVD 시절에 쇼브라더스 타이틀에 수록되었던 로컬 음성해설이 아닐까 싶다), 이번엔 별도로 발매되지 않은 영화의 스코어를 블루레이 만을 위해 독점으로 수록하는 또 한 번의 과한(?) 정성을 보여주었다. 사실 취향에 따라 스코어 음반은 누군가에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취향을 떠나서라도 어찌되었든 '들개'라는 영화와 블루레이 타이틀의 소장 가치를 높이기 위해, 영화와 관련 된 자료 혹은 정보를 최대한 끌어 담으려한 시도는 그 자체 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한 점이다. 스코어의 독점 수록은 새로운 시도였는데 추후에도 국내 영화 출시시에는 유사한 시도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영화 만큼이나 만족스러웠던 것이 블루레이 부가영상이었다. 혹자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것 같은데?'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잘 살펴보면 부가영상으로 수록 된 인터뷰나 관객과의 대화 및 삭제 장면, NG 장면 등이 사전에 영화 홍보를 위해 일률적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블루레이 수록을 위해 진행되거나 염두에 둔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영화 타이틀의 경우 아직까지도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화질이나 음질 보다도 양적으로 부족하거나 질적으로 평범한 부가영상들인데, 애초 기획 단계에서부터 DVD나 블루레이가 고려되지 않거나 고려되었다 하더라도 그다지 중요한 비중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뻔한 인터뷰나 그 인터뷰 내용이 중복된 제작영상이 수록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들개'는 당연히 사전에 블루레이 제작을 염두에 둘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제작이 결정 된 이후 갖게 된 상영회 등에서 블루레이 수록 만을 위해 별도로 인터뷰나 관련 코멘트 등을 추가한 점이, 질적으로 확실히 느껴지는 점이라 만족스러웠다.





김정훈 감독과 변요한, 박정민 두 배우가 참여한 음성해설 트랙도 영화를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꼭 한 번 들어 볼 만한 트랙이다. 김정훈 감독에게 이 작품이 갖는 의미와 두 배우가 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다 보니 흥미롭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아마도)상상마당에서 상영회 후 진행 된 듯한 두 배우의 인터뷰 영상도 진지함이 묻어나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 듣게 되고,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진행 된 관객과의 대화 영상 역시 불필요한 내용 없이 영화의 메시지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 등을 전해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 외에 삭제 장면, NG장면, 또 다른 엔딩, 오디션 영상 등이 수록되었는데 이들 영상이 좋았던 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냥 늘어 놓기 식의 정보성 영상이 아니라, 감독의 코멘트가 텍스트로 제공되어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등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이해가 돋보이는 구성이었다. 확실히 그냥 별다른 설명없이 수록되었을 때보다 해당 영상들을 더 주목해서 끝까지 감상하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는데, 이 작품과 배우들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묻어나서 더 의미있는 부가영상이었다.





사실 나는 변요한, 박정민 두 배우의 팬이자 플레인의 팬이라서 엎친데 덮친 격이라 '들개' 블루레이를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경우여서인지는 몰라도, 영화도 타이틀도 만족스럽게 빠진 것이 이렇게 글을 부러 쓰게 되었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아마 '들개' 블루레이는 (지금도 그렇지만) 나중에는 더 소장 가치가 높아지는 타이틀이 될 것이다. 변요한의 데뷔작, 박정민의 초기작이 더 의미있어 질 때, '들개' 블루레이의 가치는 지금보다도 더 크게 빛날 것이다. (두 개 사길 잘했어.)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플레인 아카이브 에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미처 소개 못한 스크린샷 몇 장 추가~








에버레스트 : 블루레이 리뷰 (Everest : Blu-ray Review)

사실적 재난 영화


재난 영화 그리고 산악 재난 영화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하나는 '클리프 행어 (Cliffhangger, 1993)'나 '버티칼 리미트 (Vertical Limit, 2000)' 같이 액션과 어드벤쳐가 결합 된 장르 영화가 있고, 다른 하나는 산악 영화는 아니지만 '더 임파서블 (The Impossible, 2012)'같이 재난을 액션과 흥미 위주로 다루기 보다는 흡사 다큐멘터리 적인 측면으로 접근하여 공포와 인간애를 중심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아이슬란드 출신의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감독의 산악 영화 '에베레스트 (Everest, 2015)'를 이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하자면 후자에 더 가까운 작품일 것이다. 즉, 이 영화는 에베레스트라는 누구나 흥미를 갖고 산악 영화로서 가장 매력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하는 과정에 모험과 목적이 있기 보다는 오히려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산을 왜 오르냐고 묻는다면 그곳에 산이 있으니까'라는 질문과 대답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만약 '에베레스트'라는 영화를 제목과 조쉬 브롤린, 제이크 질렌할, 제이슨 클락, 키이라 나이틀리 등 익숙한 배우들이 무언가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밋밋한 영화가 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산악 재난 영화에서 (특히 이런 유명 배우들이 여럿 등장하는 경우라면 더욱) 클라이맥스로 구성되는 정상 정복의 순간 혹은 그 직전의 과정이 이 영화 '에베레스트'에서는 서두로 등장한다. 이 영화는 정상 정복 이후 몇 년 후로 점프하는 영화가 아니라 어쩌면 상대적으로 쉽다고 까지 느껴질 정도로 묘사되는 정상 정복 이후 산을 내려오는 과정 중에 벌어지는 일들을 재미 보다는 다큐멘터리처럼 묘사한다.






앞서 언급했던 '더 임파서블'에서도 느꼈던 점인데 '에베레스트' 역시 이 산과 등산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 것보다도, 1996년 5월에 에베레스트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어드벤쳐 컨설턴트 등반팀의 사고를 조심스레 다루는 것에 목적이 더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를 위해 실존 인물들에 대한 조사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들에 귀 기울여 배우들의 연기로 돋보이기 보다는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더 목적을 두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여러 유명한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배우들이 돋보이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Blu-ray : Video

 

최대한 실제의 에베레스트가 주는 위압감과 공포 그리고 1996년 사고 당시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영화의 촬영/접근 방식답게 블루레이의 화질과 사운드는 레퍼런스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밝은 날씨의 환경에서 진행되는 등반 훈련 장면과 캠프의 모습에서는 다양한 컬러의 등산복들의 색감이 잘 표현되고 있고, 복잡한 캠프의 모습들도 아주 선명하게 표현된다. 또한 조금은 그늘지고 어두운 조명이 뒤섞여 있는 텐트 내의 장면에서도 빛이 들고 들지 않는 곳 모두의 표현력이 우수하여 화질의 우수함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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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에베레스트를 먼 거리에서 비추는 구도에서는 오히려 클로즈업 된 장면에서보다 더 디테일 한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이 작품은 캠프 장면 같은 경우는 실제 에베레스트에서 촬영하기도 했지만 일부 위험한 장면의 경우 세트 촬영이 병행되었는데, 이런 탓에 아주 약간은 세트 촬영 분의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후반부 에베레스트에서 폭풍을 만나게 되는 시퀀스의 경우 어두운 조명 가운데 눈보라가 휘몰아 치며 인물들도 폭풍과 눈에 휩싸이게 되는데, 어두운 조명과 환경 탓에 평범한 수준으로 화질이 표현될 수 있는 장면에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있어 집중력을 높인다. 영화의 내용 자체는 산악 재난을 오락적으로 묘사하고 있지 않지만 화질이나 사운드 측면에서는 이런 장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들을 거의 모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만족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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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Audio

 

돌비 애트모스와 True-HD 7.1 채널의 사운드는 관람 환경의 체감 온도마저 변화시킬 정도로 실감나는 사운드를 전달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후반부 에베레스트에서 폭풍이 휘몰아 칠 때 그 강력한 바람이 스피커를 통해 휘감기는 느낌은, 단순히 귀로 끝나지 않고 팔과 다리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입체감 넘치는 바람을 표현해 낸다. 단순히 우퍼 스피커를 중심으로 규모 있게 울리는 것이 아니라 바람의 이동과 세기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사운드 디자인은 에베레스트 블루레이 사운드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압도적인 눈 폭풍의 사운드 구성 외에도 맑은 날씨에서 불어오는 미풍이나 이 미풍이 발생시키는 작은 눈가루가 이동하는 소리, 그리고 눈이 등산복과 장비들에 부딪혀 나는 작은 소리들의 디테일도 훌륭하다. 그리고 후반부 헬기 등장 씬의 경우도 일반적인 헬기 씬에서 들을 수 없었던 다양한 사운드 (직접적으로는 공기의 움직임)를 만나볼 수 있는데, 여기서도 그 공간감의 표현이 매우 만족스러운 편이다. 사운드 측면에서는 특별히 흠잡을 점이 없는 타이틀이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블루레이 부가영상 첫 번째로는 감독인 발타자르 코루마쿠르가 참여한 음성해설을 들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질 않아 사실상 즐길 수가 없다. 제작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에베레스트를 만나는 과정이었던 영화인 만큼 감독이 직접 들려주는 제작과 촬영 뒷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것은 몹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Race to the summit : The making of Everest'는 약 10분 분량의 메이킹 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실제로 네팔 히말라야 인근의 고지대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보니, 스텝들은 물론 배우들까지 연기가 아닌 실제 에베레스트를 경험할 수 있었던 현장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열악한 고지대 현장에 촬영을 위한 여러 장비를 설치하고 옮기는 일 자체도 엄청난 도전이었으며, 배우들에게는 영화를 촬영한다는 느낌 보다는 진짜 탐험대의 일원이 되어 고난을 극복해 내는 과정을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고 그 결과가 고스란히 연기 아닌 연기에 녹아 들었음을 알 수 있다.






'Learning to Clim'에서는 약 5분이 채 안되는 분량으로 오락적인 측면에서의 등반이 아닌 실제 등반가들의 입장에서 다룬 영화답게, 산을 오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지를 이 영화를 통해 배우게 된 배우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들려준다.




'A Mountain of Work'에서는 실제로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현실적인 장면들을 얻어내기는 했지만 로케이션 촬영이 불가능했던 에베레스트 정상 및 위험한 장면들의 세트 촬영 과정을 소개하며, 'Aspiring to Authenticity : The Real Story'에서는 최대한 있는 그대로 그리고자 했던 영화였던 만큼 실존 인물들의 가족과 주변인들 그리고 실제 그 사건 당사자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실제 이야기를 들려준다.





[총평] '에베레스트'는 액션과 어드벤쳐가 중심이 된 산악 재난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조금은 심심하고 밋밋한 영화일 수 있겠지만, 반면 이런 장르적 클리셰 중심이 아닌 실제 사건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고자 한 방식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이와는 또 다른 영화의 매력에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특히 레퍼런스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화질과 사운드를 담고 있는 블루레이는 아이맥스 상영을 관람하지 못했던 관객들이나 관람한 이들에게 모두, 이 재난을 아주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으로 적극 추천할 만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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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블루레이 리뷰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어느덧 첫 작품을 시작한지 2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본래 TV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미션 임파서블'은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화가 되면서 좀 더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로 무장한 블록버스터 액션 스파이물로 자리 잡았는데, 이번 '로그네이션'은 브래드 버드가 연출했던 전작 '고스트 프로토콜'에 비해 좀 더 오리지널로 돌아간 듯한 각본과 구성, 팀웍 그리고 마인드를 가진 작품이었다. 

 

매번 감독을 달리 하며 변화를 추구해 온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새로운 감독은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았던 '잭 리처'를 연출했었고, '작전명 발키리'와 '잭 더 자이언트 킬러' 등 주로 브라이언 싱어 감독 작품의 각본을 함께 작업했었던 크리스토퍼 맥쿼리였다. 맥쿼리가 '미션 임파서블'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흡사 샘 맨데스의 ‘스카이폴'이 007이라는 브랜드 전체를 다루고자 했던 것처럼, 스파이 액션 영화로서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시리즈의 가치관과 연속성을 전달하고자 함이었다.

 





일단 액션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자면, 이번에도 톰 크루즈는 실제하는 액션을 통해 관객이 에단 헌트와 함께 그 위험함과 고통을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미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비행기 액션씬은 물론이고, 카체이스 장면에서부터 시작되는 오토바이 추격전을 보면 연출 측면에서도 화려한 카메라워크를 통한 것이 아닌, 관객이 눈으로 보고 그 속도감과 리듬감을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니까 단순히 액션 장면에서 톰 크루즈가 얼굴까지 인식 가능한 구도로 촬영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스턴트맨이 아니라 톰 크루즈가 직접 연기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그 단계를 넘어서 그 액션 가운데 에단 헌트가 그 순간 어떤 심정으로 임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고자 한다는 점이다. 즉, 액션 연출에 있어서도 인물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의 매력 중 하나다.






이번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미션 임파서블'을 보면서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무엇보다 스파이 영화의 오리지널리티를 구현하고자 애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같은 점은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화면의 느낌과 촬영 기법을 통해서 먼저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은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도 최신작이자 블록버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시원시원하고 선명한 느낌의 화질과 영상이 아닌 필름의 질감이 느껴지는 영상과(실제로 필름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포커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히 화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영상이 주는 느낌에 있어서 마치 시리즈의 1편을 연상시키는 질감과, 전반적으로 시원한 느낌보다는 응축되고 밀도 높은 표현 방식의 영상은, 이야기 중심적인 영화에 더 적합한 방식이자 ‘로그네이션'의 분위기에 더 걸 맞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모든 장면에서 이런 느낌이 나는 것은 아니고, 장면 마다 차이가 있으며 특히 액션 시퀀스에서는 그에 맞는 방식이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로그네이션'은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자리매김을 굳건히 하는 동시에 스파이 영화로서의 오리지널리티를 더 강조하려는, 그래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20년 가깝게 연속되고 있는 브랜드라는 점을 은연 중에 강조하고자 함이 느껴졌는데, 물론 이야기의 뼈대가 되는 IMF라는 조직에 관한 내용이 주된 이야기로 등장하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드디어 '팀'으로서의 활약상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미션 임파서블'은 시리즈마다 다른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사실상의 연속성은 크게 없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 JJ 에이브람스가 연출을 맡았던 '미션 임파서블 3'에서부터 출연한 벤지 (사이먼 페그)와 4편인 '고스트 프로토콜' 부터 출연한 브랜트 (제레미 레너)가 시리즈를 통틀어 에단 헌트와 함께 유일하게 모두 등장하고 있는 루터 (빙 라메즈)와 함께 드디어 제대로 된 팀을, 그러니까 매 시리즈마다 조직되는 팀이 아니라 연속성이 있는 팀이 비로소 구성된 듯한 느낌이었다.






전작 '고스트 프로토콜'과 인물들의 구성만 보면 직접적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이번 '로그네이션'에서 특히 눈 여겨 볼 점은 전작에서 함께 하기는 했지만 극 중 루터의 대사처럼 아직 100%를 믿기는 어려웠던 브랜트를 진정한 팀으로 신뢰하게 되는 미션이자, 벤지 역시 단순한 기술 지원 멤버로서가 참여하는 미션이 아니라는 점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특히 벤지의 경우 비중 면에서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벤지와 루터의 대사처럼 이들이 단순히 에단 헌트와 같은 팀이 아닌 친구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들의 관계가 가볍지 않음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번 작품의 히로인이라 할 수 있는 일사를 연기한 레베카 퍼거슨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듯 하다. 그동안 여성 캐릭터가 아군이던 적군이던 간에 '여성' 캐릭터로서만 기능을 하는 것에 그쳤던 것에 반해, 이번 그녀가 연기한 일사는 거의 헌트와 투톱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자신 만의 이야기와 독립적으로 활동 가능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였다. 

 

특히 여기에는 레베카 퍼거슨이라는 배우의 힘이 강하게 작용했는데, 마치 80년대 영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마스크와 묘한 미소를 갖고 있는 그녀의 매력은, '로그네이션'이 보여주고자 했던 스파이 영화로서의 오리지널리티를 구현해 내는 데에 가장 큰 매개체 중 하나였다. 어렵지 않을까 싶지만, 속편에서도 일사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톰 크루즈를 톰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처럼 50이 넘은 그가 에단 헌트로 언제까지 더 활동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몇 해 전부터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데, 이번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을 보니 오히려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것이 아닌가 싶어 반갑게 느껴졌다. 앞으로도 한동안 새로운 시리즈가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기대감과 잠재력을 모두 발견했으니 말이다.





Blu-ray : Video

 

2.39:1 화면 비의 영상은 필름 촬영과 디지털 촬영이 혼합되어 있는 관계로 각 촬영 분마다 조금의 화질 편차가 느껴지는 편이다. 디지털로 촬영된 최상급 화질의 블루레이 영상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같은 작품 내에서도 조금의 편차를 느낄 수 있다는 얘긴데, 앞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이번 작품은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나 작품 전체가 담고 있는 성격상 필름 촬영이 더 적합한 측면이 있었고, 어쩔 수 없이 상대적인 편차가 눈으로 느껴질 뿐이지 기술적인 화질 측면으로만 보았을 때는 충분히 우수한 블루레이 화질이라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화려한 로케이션과 다양한 장소와 시간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이 많은 영화인 만큼 각각 장면의 배경이 되는 시간과 온도에 따라 색감의 표현이 특히 중요한데, 어두운 오페라 하우스 장면과 밤 골목 장면에서의 표현력도 나쁘지 않은 편이고, 뜨거운 모로코를 배경으로 한 낮 장면에서의 색감도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표현력을 보여준다.

 


Blu-ray : Audio

 

비 애트모스를 수록한 사운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레퍼런스로 손색이 없는 퀄리티를 들려준다. 일단 ‘로그네이션'은 관객이 체감하는 것 이상으로 감독이 영화 음악에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인데, 아름다운 투란도트 오페라 시퀀스는 물론이고 영화 음악이 사용된 모든 시퀀스에서 그 효용을 최대한으로 (조금 더)느껴볼 수 있다. 특히 영화 음악이 다른 효과음들과 혼용 되어 사용될 때 각각의 사운드가 이질감 없이 잘 녹아 들면서도 선명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는 것은 블루레이 사운드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블루레이 사운드를 화끈하게 체험할 수 있는 장면이라면 후반부 자동차와 오토바이 추격씬을 손꼽을 수 있겠는데, 빠른 속도로 오토바이가 자동차 옆을 질주할 때마다 발생하는 사운드는 공간감은 물론이고 빠른 속도로 인해 발생하는 바람 소리마저 멀티 채널을 통해 아주 실감나게 전달된다. 그리고 바로 이 시퀀스가 앞서 언급한 음악과 효과음, 소음 등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시퀀스인데, 각각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면 볼 수록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아, 그리고 초반 투란도트 시퀀스 역시 사운드 적으로 주목할 만한 장면으로 빼놓을 수 없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내 출시 된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블루레이는 총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되었는데,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과 부가영상이 수록되었고, 두 번째 디스크에는 부가영상만 추가로 수록되었다. 2번째 디스크에 별도로 부가영상이 수록된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 만족할 만한 양은 아니지만, 타이틀의 기본 구성상 2disc 에디션이라기 보다는 1disc + 보너스 디스크 형식이라고 보는 편이 더 맞겠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가 영상은 역시 음성 해설 트랙인데,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과 톰 크루즈가 참여하고 있다. 톰 크루즈는 단순히 주연이 아니라 제작은 물론 영화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주연 배우 이상의 다양한 관점에서 다채로운 정보를 들려준다. 감독 맥쿼리 역시 감독이자 각본, 제작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이 두 사람이 참여한 음성 해설은 영화에 대한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어 매우 유익한 트랙이다. 또한 이 영화에는 상당히 많은 오마주가 사용되었는데 그 오마주에 대한 내용들도 만나볼 수 있고, 영화 음악에 대한 코멘트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첫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부가 영상 중 ‘Lighting The Fuse’는 감독인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이 시리즈를 맡게 되면서 어떤 아이디어와 연출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맥쿼리와 톰 크루즈는 처음부터 이번 작품을 전체 프랜차이즈를 아우르는 흐름으로 구성하고자 했고, 더 직접적으로는 일종의 새로운 삼부작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부터 이런 구성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Cruise Control’에서는 이 시리즈의 제작자로서 톰 크루즈가 어떤 역할과 영향을 끼치고 있는 지를 소개한다. 감독인 맥쿼리와 이전 3편의 감독이었던 J.J.에이브람스 등 배우, 스텝들의 인터뷰를 통해 톰 크루즈는 이 시리즈에 있어서 배우이면서 제작도 맡은 수준이 아니라, 제작자로서 주연도 맡고 있다고 동료들이 말할 정도로 제작자로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Heroes…’에서는 전작부터 더 도드라지고 의도적으로 연출 되고 있는 에단 헌트와 동료들, 즉 팀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 캐릭터들이 팀을 이루는 과정 속에서 겪는 요소들을 다시 비중 있게 다루는 동시에, 벤지와 브랜트, 루터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일사까지 각 캐릭터들이 갖는 매력과 함께 했을 때의 시너지를 더 이끌어 내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 시리즈 만의 시그니쳐 시퀀스라고 할 수 있는 스턴트가 중심이 된 액션 시퀀스가 이번에도 역시 눈길을 끌었는데, 대형 수송기에 매달리는 첫 번째 액션 시퀀스 촬영에 대한 뒷이야기를 ‘Cruising Altitude’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짧지 않은 촬영 뒷이야기 가운데 가장 놀라운 것은 이 위험한 촬영을 한 두 번도 아닌 무려 8회나 진행했다는 것이다.





‘Mission: Immersible’에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스턴트 액션 시퀀스였던 수중 촬영에 대한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서도 딱 하나 놀라운 점만 이야기하자면 이 수중 촬영을 위해 실제로 숨을 참는 특수 훈련을 받은 톰 크루즈는 무려 6분이 넘게 숨을 참는 것까지 가능했다는 점이다.





‘Sand Theft Auto’에서는 영화 속 추격 전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고, ‘The Missions Continue’를 통해서는 벌써 5번째 작품을 맞게 된 이 시리즈가 왜 특별한 지에 대해 배우와 스텝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 된 ‘…and Rogues’에서는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악당들에 대해 소개한다. 알렉 볼드윈이 연기한 CIA 국장 캐릭터와 션 해리스가 연기한 솔로몬 레인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다.





‘Top Crews’에서는 이번 영화는 물론 시리즈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스텝들에 대한 소개와 인터뷰가 수록되었고, ‘Travel Agents’에서는 매 작품마다 전 세계의 다양한 도시를 로케이션으로 촬영하는 작품인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주요 촬영지가 되었던 오스트리아 빈이나 모로코 같은 이국적 도시들의 촬영에 대해 소개한다.





'Operation Turandot’에서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퀀스라고 할 수 있는 오페라 투란도트 시퀀스에 대한 소개와 촬영 뒷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고, 'Practically Impossible’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스턴트 촬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Stunt’에서는 영화 속 스턴트에 대한 부가 영상이 총 다섯 가지 시퀀스 별로 수록되었는데, 오페라 시퀀스에 대한 내용과 (A Fight at the Opera) 런던의 작은 골목길들을 달리며 벌어지는 액션에 대한 내용 (Run-don)’외에 초반 수송기 장면 (Cruising Altitude)과 수중 액션 장면 (Mission: Immersible)그리고 추격전 에 관한 3가지 부가영상 (Sand Theft Auto)은 첫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내용과 동일하다.





마지막으로 ‘Cut’에서는 영화의 편집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었으며, 'Variations on a Theme’에서는 그 유명한 랄로 쉬프린의 미션 임파서블 테마 음악을 비롯해 영화 음악에 대한 내용이 수록되었다.





[총평] 크리스토퍼 맥쿼리와 톰 크루즈가 함께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은 오리지널 스파이 영화로서의 매력을 한층 끌어 올리는 것에 집중하여, 에던 헌트를 비롯한 팀과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아직도 유효한 미션 임파서블의 새 작품이었다. 그로 인해 살짝 액션 블록버스터로서 큰 한 방이 부족한 감도 없지 않지만, 전작인 ‘고스트 프로토콜'부터 시작 된 새로운 IMF의 성숙과 깊어진 팀웍을 발견할 수 있어 앞으로도 기대하게 만드는 또 한 번의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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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시간 : 블루레이 리뷰 (Two Days, One Night : blu-ray review)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에 관한 딜레마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그리고 명확하다. 직장으로의 복직을 앞둔 산드라 (마리옹 꼬띠아르)는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게 되는데, 회사에서 자신의 복귀와 보너스를 두고 투표가 진행되었고 동료들이 보너스를 선택했다는 것. 하지만 산드라는 반장의 강요에 의해 투표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제보를 받고는 사장에게 재투표에 대한 허락을 받는다. 그리고 이틀 동안 16명의 동료들을 일일히 찾아가 보너스 대신 자신에게 투표해 줄 것을 부탁한다. 줄거리는 명확하지만 이 이틀 간의 시간 속에 담겨 진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산드라는 물론 이 동료들이 처한 딜레마는 인간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산드라가 동료들을 찾아가 설득도 부탁도 아닌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은 최근 본 영화 속 장면들 가운데 가장 현실적이고 또한 집중하게 되는 장면이었으며, 그 상황 속 인물들의 대화 내용 역시 수긍할 수 밖에는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여기서의 수긍이란 영화의 방향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산드라의 입장은 물론, 그녀가 만나는 회사의 직원들의 입장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는 없는, 틀린 것이 아닌 다른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다르덴 형제는 우울증을 겪고 있지만 이제는 건강하게 일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역시나 당장 생계에 문제가 생기게 되는 산드라의 입장과 1천 유로라는 현실적인 보너스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직원들의 입장을 모두 정당하게 대변한다. 이런 이야기를 다룰 때 영화가 흔히 '영화적'이게 되는 지점은, 주인공에게만 타당성을 부여해서 반대에 서는 이들의 주장은 모두 설득력을 잃도록 묘사하거나 일종의 악당으로 묘사하게 되는 부분인데, '내일을 위한 시간'에는 이런 양분론이 없다. 보너스를 포기하면서까지 그녀의 복귀를 찬성하는 이들 가운데도 그 정도의 차이가 존재하고, 반대로 보너스를 받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정도의 차이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16명의 상황은 모두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어느 한 사람의 입장도 이기적이라고 쉽게 지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산드라와 직원들의 대화 가운데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나에게 투표해줄 수 있어요?'라고 묻는 산드라에게 직원들이 하나 같이 처음 묻는 질문이 바로 '누가 찬성하기로 했어요?' '몇 명이나 찬성표를 던진 데요?'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각자의 입장이라는 점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데, 직원들 대부분이 양심과의 갈등을 겪는 가운데 다른 직원들, 즉 사회라는 구조의 보이지 않는 구속 혹은 힘(꼭 나쁜 의미만은 아닌)을 크게 염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 문제가 명확한 정답이 없어 보인다는 바탕 아래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크게 모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결정을 재고하려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한 편으론 이 같은 상황 속에 놓인 인물들을 보며 '어쩌면 저렇게들 다 이기적이지'라고 쉽게 되 물을 수 있겠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 속에는 그러한 시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으로 남편의 모습에서 힘들어 하는 아내에게 직원들을 만나 설득하기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영화가 이 딜레마를 풀어가는 방식은 극도로 현실적이고 객관적이다.






이 영화는 산드라가 동료들을 하나 하나 만나고 표를 얻거나 못 얻게 되는 과정을 진행하며 관객에게 각자의 가치관을 비춰보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아마 다른 영화 같았으면 철저하게 영화가 만들어 낸 정서적 아우라를 든든히 얻으며 관객과 함께 이야기를 펼쳐나갔을 주인공 산드라는, 앞서 언급했듯이 철저히 객관적인 영화적 조건들 속에서 외롭게, 혹은 그래서 더 처연하게 이 짧고 고된 여정을 이어간다 (산드라가 왜 우울증을 겪게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 않은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가 제시한 방식에 따라 이 영화를 읽어보자면, '착한 것은 좋지만, 착하지 않은 것이 곧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것에 기인해 상황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산드라의 복직을 찬성하지 않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의 복직 대신에 보너스를 택한 것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극중 산드라의 대사를 통해 이 부분은 여러 번 설명되는데, 이 상황은 산드라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어쩌면 회사가 선택한 것도 아닌, 그냥 상황이 벌어진 것에 가깝다. 다르덴 형제는 이 상황을 아주 특별한 사건이 아닌 자본주의 사회에서 쉽게 벌어질 수 있는 회사와 노동자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결국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는 영화다. 

 

당신은 저 상황에 놓인다면 과연 보너스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 산드라가 아니더라도 곧 누가 실직할 수도 있는 일이고, 그 대상이 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저 같이 일하는 직원 이상의 관계도 아닌 한 사람을 위해 내 가정의 경제적 보탬과 직장의 안정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하는 말이다. '내일을 위한 시간'이 비슷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보다 조금 더 위대한 점이라면, 이 문제를 단순히 '용기'의 문제로 치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용기에 관한 것으로 풀어냈다면 영화는 오히려 맥이 빠질 정도로 허무하고 단적인 영화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결말을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던 이 이야기를 영화가 어떻게 마무리 할까 몹시 궁금했었는데, 마지막 산드라가 남편에게 전화 통화로 이야기하는 말을 듣고 나니 다르덴 형제의 생각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다르덴 형제는 이 정답이 없는 딜레마에 자신들만의 답을 내어 놓았다. 그리고 그 답은 관객에게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할까? 나는 어떠한 삶을 살아야할까?



Blu-ray : Plain Archive Collection

 

매번 소장하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플레인 타이틀답게 이번 '내일을 위한 시간' 블루레이 역시 안 밖으로 꽉 찬 구성과 알찬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아트웍과 컬러를 달리 한 A타입과 B타입으로 나눠 출시한 블루레이는 언제나 그렇듯이 아웃케이스의 질감과 영화의 내용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소장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 잡는다.





▲ 위 쪽이 A타입, 아래가 B타입

 

 

플레인 블루레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성물인 소책자의 경우 이번에도 고심한 흔적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기존 소책자들과는 조금 달리 날개 커버 부착 형 중철 제본 소책자로 아웃케이스 내부에 수록했을 때의 사이즈를 고려하면서도 책자의 넘김의 편의와 보관을 신경 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소책자에서 또 마음에 들었던 점은 바로 종이의 질감인데, 인쇄 되었다는 느낌이 강한 빳빳한 느낌의 종이가 아닌 '소책자'라는 구성물의 오리지널리티가 바로 느껴질 정도의 질감이 마치 작은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전달했다. 

 

내용적으로는 현 LA영화비평가협회 부회장이자 영화/음악 평론가인 팀 그리어슨의 글과 김세윤 영화칼럼니스트의 마리옹 꼬띠아르의 관한 글, 그리고 씨네21에 수록되었던 영화평론가 김영진의 통찰력 깊은 글도 만나볼 수 있어 유익하다. 여기에 다르덴 형제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글과 매거진M과 맥스무비를 통해 진행되었던 감독과의 인터뷰 대화 내용도 수록되었다.





다른 구성물로는 고화질 아트 카드 및 미니사이즈 트레이딩 카드가 수록되었는데 이를 수록하고 있는 고급 봉투가 이번에도 눈길을 끈다. 플레인이 이번 블루레이의 컨셉 컬러로 선택한 핑크 컬러가 돋보이는 이 봉투에는 지난 번 타이틀과 마찬가지로 비즈 왁스 봉인 되어 있는데, 지극히 소장하는 입장에서 꼭 그대로 살리고 싶었던 이 봉인 문장을 더 쉽게(?) 살릴 수 있도록, 기존 과는 다르게 구부려도 잘 깨지지 않고 고무처럼 구부러지는 형태의 유연형 비즈 왁스를 사용했다고 하니, 전혀 예상 못했던 업그레이드다.






Blu-ray : Video & Audio

 

1.85:1 의 화면비와 1080P의 풀HD를 수록한 블루레이의 화질은 다르덴 형제가 담아낸 놀라운 자연광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런 드라마 장르의 블루레이 화질을 이야기할 때 자주 하는 이야기처럼 화질의 좋고 나쁨이 최고 우선 순위의 요소라고 하기는 어려운데, '내일을 위한 시간' 블루레이의 화질은 큰 흠집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좋고,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와는 또 다르게 분명 우수한 화질이 감상에 도움이 된다.








앞서 언급한 자연광의 표현력은 이 같은 블루레이 화질의 우수함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인데, 밝기에 따라 미묘한 차이로 발견할 수 있는 그늘진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묘사는 단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화질이며, 산드라가 내내 입고 있는 분홍색 민소매 셔츠의 색감이나 한 여름 낮 시간의 좋은 날씨의 느낌도 블루레이로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선명함은 이 같은 드라마 장르에서도 분명 화질의 우수함이 도움이 된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준다.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도 크게 흠잡을 부분은 없다. 다만 사운드 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지 않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화려함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대사 전달은 선명하고 (잘 알다시피 이 영화의 9할은 대화 시퀀스다) 다른 사운드들도 감상에 크게 부족함이 없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이전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 블루레이 타이틀을 리뷰 하면서 로컬 음성해설 트랙 수록에 대한 칭찬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 '내일을 위한 시간'에도 플레인 버전에만 특별히 로컬 음성해설이 수록되었다. 이번 음성해설에는 김혜리 씨네21편집위원과 최근 '베테랑'으로 13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 감독인 류승완 감독이 참여하고 있다. 기존 씨네21 지면이나 이동진 평론가와 함께 한 팟캐스트 등을 접했던 이들이라면 김혜리 기자의 팬들도 많을 텐데, 김혜리 기자만의 섬세한 분석과 더불어 이 작품에 국한되지 않고 다르덴 형제의 작품 세계 전반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과 평가들을 들려주고 있어 러닝 타임 내내 빈틈 없이 즐길 수 있는 편이다.




PA013 '내일을 위한 시간' 로컬 코멘터리 프리뷰 from PLAIN ARCHIVE on Vimeo.



아마 처음 류승완 감독이 '내일을 위한 시간'의 음성해설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을 텐데, 그가 액션 영화 감독으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은 평소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화들을 즐기는 것은 물론, 다르덴 형제의 영화 역시 팬을 넘어서 존경하는 감독이었기에 이번 음성해설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의 감독으로서의 시선은 김혜리 기자와는 또 다른 시각으로 영화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관객이나 평론가 입장에서는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시선으로 바라 본 다르덴 형제의 영화에 대한 소개는 흥미롭고 신선했다. 영화 전체의 러닝타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이 두 사람이 참여한 음성해설을 통해 영화를 관람하는 것도 꼭 추천하고 싶다.





부가영상으로는 전체적으로 인터뷰 영상과 예고편이 수록되었는데 첫 번째로 만나 볼 '다르덴 형제와의 대화'에서는 약 14분 분량으로 감독의 입을 통해 이 작품에 대한 집약적인 내용을 전해들을 수 있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언제나 영화를 보고 나면 무언가를 말하고 싶게 만드는 동시에, 감독은 과연 어떤 의도와 메시지를 담으려 했을까가 듣고 싶어지는데 이 부가영상은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는 편이다. 이 영화의 이야기를 처음 생각하게 된 것은 10년 전의 일이었으며, 그 당시에는 마리옹 꼬띠아르를 고려하지 않았으나 나중에 다시 제작하게 되었을 때 자크 오디아르의 <러스트 앤 본> 출연 당시 본 적이 있는 그녀를 고려하게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다르덴 형제는 <러스트 앤 본>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마리옹 꼬띠아르와의 작업 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 모두와 동일한 조건으로 촬영에 임해야 한다는 조건에서는 그들의 영화만큼이나 제작 방식에 있어서도 노동자 중심의 성향을 읽을 수 있었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리허설 방식에 대해서도 살짝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이 감독과의 대화 영상이 그리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특별히 좋았던 건 다르덴 형제의 영화인 만큼 질문의 수준도 뻔한 신변잡기나 에피소드 중심이 아닌 영화적으로 의미 있는 질문들이었다는 점이다. 플랑 세캉스 기법을 선택하게 된 이유나 연출 방식에 대한 철학을 끌어낼 수 있는 질문들은 여러 모로 유익했다.





감독과의 대화와 동일한 형식으로 진행되는 '마리옹 꼬띠아르와의 대화' 부가영상은 그녀 스스로도 기대하지 않았던 다르덴 형제 영화의 출연 소식에 대한 소감으로부터 시작된다. 평소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특별히 동경하고 있던 그녀는 자신의 캐스팅이 그들의 필모그래피에 특별한 이벤트가 되기 보다는, 이미 익숙한 다르덴 형제의 영화 이길 바랬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그녀가 동경하던 그들의 영화임을 알고는 무척이나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외에 산드라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준비했던 점들이나 다르덴 형제 영화 특유의 리허설 작업에 대한 경험 등에 대해 들을 수 있었는데, 인터뷰 내내 진심으로 다르덴 형제와 함께 작업한 것에 대해 아직도 무척이나 행복해 하고 있는 그녀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참고로 이 부가영상에는 2014년 7월 파리에서 진행된 별도의 인터뷰 내용도 함께 수록되었다.





'파브리지오 롱지온과의 대화'에서는 남편 역할을 연기한 파브리지오 롱지온과의 대화 영상도 만나볼 수 있는데, 다르덴 형제의 영화에 여러 번 출연한 배우답게 감독과의 만남과 그들의 작업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가 연기했던 다르덴 형제의 다른 영화 속 캐릭터들과 이번 영화의 캐릭터와의 비교에 관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예고편'에서는 이 작품 ‘내일을 위한 시간’과 마리옹 꼬띠아르의 주연작이자 플레인의 전작인 ‘러스트 앤 본’ 그리고 최근작으로 역시 마리옹 꼬띠아르의 출연작인 ‘이민자’의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참고로 ‘이민자’ 역시 플레인 아카이브를 통해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총평] 마리옹 꼬띠아르가 주연을 맡은 다르덴 형제의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은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이라면 누구라도 고민하게 되는 딜레마에 대한 극도의 현실적인 질문이자, 그 과정과 결말을 통해 관객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질문하는 의미 깊은 작품이었다. 플레인을 통해 출시 된 블루레이는 이 버전을 통해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음성해설 트랙과, 블루레이는 안 봐도 책장에 하나 꽂아 두고만 싶은 매력적인 디자인과 구성물로, 이번에도 또 소장하고픈 최상급의 제품이라 부르기에 손색 없는 타이틀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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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Avengers : Age of Ultron _ Bluray review)

블루레이 리뷰


마블의 히어로들을 하나의 영화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일종의 올스타전 격인 '어벤져스' 는 처음 '트랜스포머'가 그랬던 것처럼 원초적인 쾌감을 선사하는 훌륭한 오락 영화였다. 조스 웨던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각 캐릭더들의 장점들을 하나의 영화에 잘 녹여 냈고, 단순히 볼거리 만을 늘어 놓은 것이 아닌 (그래도 괜찮은데) 각자의 영화에서 진행되었던 이야기들의 흐름을 이어가는 줄거리까지 완성시키면서, 기존 코믹스의 팬들과 일반 대중들 모두에게 환영 받는 작품을 만들어 냈었다. 

 

하지만 이 작품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그것 만으로는 양쪽 모두를 만족 시킬 수 없는 태생적 조건을 갖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과연 확장되어 가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하나로 중간 정리해 줘야 할 의무가 있는 이 작품이 어떤 완성도와 방향성을 갖고 있을 지는, 영화 자체의 재미만큼이나 궁금한 포인트였다.






영화 화 된 '어벤져스'는 특히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저' 를 기점으로 확연히 진화했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단순히 코믹스를 영화 화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립적인 영화로서도 충분한 완성도와 이야기를 갖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대부분의 캐릭터들의 각자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어벤져스는, 각자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어벤져스의 이야기를 떡밥으로, 혹은 주요 테마로 등장 시키면서 팬들로 하여금 다음, 더 나아가 그 다음까지 기대하도록 만드는데 성공했는데, 이러한 성공이 계속 될 수록 오히려 부푼 기대감에 더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조스 웨던의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비교적 재미와 이 작품이 반드시 수행해야만 하는 기능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조금 아쉬운 점은 바로 편집과 특유의 유머에 있었다. ‘어벤져스’라는 또 하나의 프랜차이즈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수 많은 캐릭터들이 단순히 등장하는 정도가 아니라, 누구는 새롭게 등장해 소개부터 해야 하고, 누구는 이미 본인의 독립된 영화에서 진전된 이야기나 갈등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이어가거나 혹은 풀어내야 하며, 누구는 출연 시키되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그리는 가에 따라 작품 자체의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편집 포인트는 어쩔 수 없이 그리 매끄러운 편은 아니었다. 단서를 던지거나 전개를 위해 반드시 삽입은 해야 하는데 풀어내는 연출에 있어서는 기복이 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부 장면에서는 애매하게 다음으로 점프하는 장면들도 있었고, 단순히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 외에 전개의 기능은 하지 못하는 장면들도 여럿 있었다.





또 하나, '어벤져스'의 히어로들이 다른 히어로 영화들과 다른 점이라면 상당히 유쾌하다는 점인데, 이번 작품은 앞선 이유와 마찬가지로 유머 역시 여러 캐릭터들의 이해 관계에 맞게 해결하고 전개해야 했기 때문에,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으나 실제로 공감할 만큼 유머러스 하지는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아쉬움을 꼽자면, 바로 캐릭터들 각자가 겪게 되는 갈등에 관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번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깊게 고민하고, 더 나아가 '시빌 워'의 초석이 되는 고민과 갈등이 바로 여기서 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아이언맨 2, 3'편을 거치면서 점점 부각되고 있는 토니 스타크의 고민과 갈등은 이번 작품에서 주요 포인트가 되며, 캡틴과 헐크, 블랙 위도우, 토르 모두 마찬가지의 갈등을 겪게 된다. 

 

이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시간 상의 한계라고 생각되는데, 굉장히 중요한 고민 포인트 임에도 더 깊이 있게 비중을 둘 수는 없었던 시간적 한계가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 짧은 한 편의 영화 속에서도 각각의 고민을 효과적으로 묘사해서 만족스러웠다는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호불호 포인트).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같은 작품은 사실 엄청난 기대 속에 관람하기 때문이지, 객관적으로 보자면 사실 액션 블록버스터로서 큰 손색 없이 재미있는 편이다.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의 영화들은 그 광대한 세계관을 더 많이 알면 알 수록 보이는 것도, 흥미로운 것도 많은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장면 하나 하나 대사 하나 하나도 놓칠 수 없게 다양한 떡밥들을 주기적으로 노출하고 있는 구성은, 그 자체로 팬들을 위한 장치이자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리고 다시 얘기하지만 '어벤져스'는 어쩔 수 없이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반응하는 흥분 포인트가 존재하는 영화다. 영화 말미에 울트론과 결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모든 히어로들이 한 곳에 모여 (마치 게임처럼) 자신의 필살 공격을 퍼붓는 장면에서는 우리가 히어로 영화를 볼 때 기대하게 되는 바로 그 원초적인 쾌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특별히 궁금했던 국내 촬영 분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 생각보다 훨씬 분량이 많아서 사뭇 놀랐다. 그저 수 많은 로케이션 중 한 곳으로 한 두 장면 스쳐가는 것이 아닐까 했으나, 주요 로케이션 장소로 다양한 액션 시퀀스가 벌어졌는데 우리나라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옥의 티라던가 (블랙 위도우의 공간 점프), 아무래도 눈과 귀에 들어올 수 밖에는 없는 한글 간판과 우리 말 대사들로 인해 소소한 영화 외 적 재미도 없지 않았다. 기존에 한국을 다뤘던 영화들과 간단히 비교해 보자면, 서울이라는 장소를 아주 미화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오해하지도 않은, 딱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 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반대로 무언가 서울이라는 도시가 특별한 포인트가 없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비춰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에 등장한 캐릭터 만을 두고 보았을 때 울트론이라는 캐릭터는 이것 보다는 훨씬 더 강력한 파워와 더 깊이 있고 무게감 있는 주제를 담고 있는 캐릭터라 할 수 있을텐데, 조금은 쉽게 (혹은 갑작스럽게) 무너져버린 경향이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처음 어벤져스 멤버들과 만났을 때 대화 시퀀스의 무게감을 영화가 끝날 때까지 팽팽하게 가져갔더라면, '윈터솔져'가 그랬던 것처럼 더 깊이 있는 작품이 되었을 수 있었을 텐데, 한 편으론 그러기엔 이 작품이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다시 말해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완성해야 하는 기능적인 의무가 있는 동시에 액션 블록버스터로서 독립적으로도 충분한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또 다른 의무가 있는 영화라는, 일종의 확장성과 한계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수 많은 캐릭터들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앞으로도 마블의 영화들이, 특히 어벤져스 시리즈가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균형이 아닐까 싶다.






Blu-ray : Video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블루레이의 화질은 역시 기대했던 것답게 충분한 볼거리와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는 만족스러운 화질이다. 많은 CG와 다수의 렌더링 작업을 거친 영상은 블루레이 영상에서도 특별한 이질감을 주지 않고 비교적 자연스러운 영상을 보여주며, 로케이션 촬영 분에서는 특히 디테일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이 작품은 작품의 성격 답게 어두운 장면이 상당히 많은 편인데, 블랙의 표현력도 준수한 편이라 어두운 장면에서의 감상도 불편이 없는 편이다. 헐크와 헐크버스터의 대결 장면의 경우 전혀 다른 질감과 성질의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는데, 격한 결투로 인해 더럽혀진 헐크의 피부 표현력은 더 디테일 해 졌으며 헐크버스터의 금속성 표면의 경우도 그 질감의 디테일이 확인 가능한 수준의 화질을 제공하고 있다.







Blu-ray : Audio

 

DTS-HD MA 7.1 채널의 사운드는 전반적으로는 준수한 편이나 기본적인 볼륨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모든 히어로가 총출동하는 첫 시퀀스에서는 사운드 측면에서 기대할 만한 다양한 조건들을 갖춘 장면이라 하겠는데, 기본적으로 세팅 된 볼륨의 레벨이 낮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날카롭거나 화려하기 보다는 상당히 절제된 느낌의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액션 블록버스터의 화끈한 사운드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조금은 감흥이 덜한 사운드가 될지도 모르겠다.







우퍼 역시 상당히 절제 된 울림을 들려주며, 채널 분리도 역시 귀가 바로 바로 반응할 만한 화려함까지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대사의 전달력은 상당히 선명하며, 밸런스 측면에서는 좀 더 나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사운드라고 할 수 있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루레이의 부가 영상으로는 조스 웨던 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과 몇 가지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이 수록되었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인기에 비했을 때 그리 풍부한 부가 영상은 아니라 할 수 있는데, 조스 웨던 감독의 음성 해설이 이러한 아쉬움을 조금 이나마 달래준다.






제작과정 부가영상 중 첫 번째 챕터인 ‘어벤져스 : 에이즈 오브 울트론 메이킹 영상’은 약 20분 분량으로 전편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완성된 팀웍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배우들의 반가운 촬영 소감으로 시작된다. 울트론 역할을 맡은 제임스 스페이더의 연기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단순히 목소리 연기 정도가 아니라 모션 캡쳐 방식으로 촬영되어 특수 수트를 입고 모든 장면을 직접 연기하는 모습은 스크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인 것은 물론, 제임스 스페이더라는 배우와는 쉽게 매치 시키기 어려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남아공에서 촬영된 헐크와 헐크버스터의 촬영 뒷이야기와 실제 이 시퀀스가 완성되기까지 사용된 다양한 효과들에 대한 소개도 수록되었다. 그리고 국내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할 수 밖에는 없을 한국 촬영에 대한 내용도 제법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 메이킹 영상 형태로 보니 서울에서 촬영한 것이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The Infinite Six’에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하나로 연결하는 중요한 테마라고 할 수 있는 인피니티 스톤에 대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타노스 그리고 인피니티 스톤 중 영화에 등장한 4개의 스톤에 대한 각각의 짧은 소개와 함께 어떤 마블 영화 속에서 등장 했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이해하는 데에 유익한 영상이라 할 수 있겠다.






‘Global Adventure’에서는 우리나라 서울을 비롯해 이탈리아와 영국, 남아공 등의 다양한 로케이션 촬영지에 대한 내용이 짧게 수록되었다.






‘삭제 및 확장 장면’에서는 총 4개의 시퀀스가 수록되었는데 조스 웨던 감독의 음성 해설이 옵션으로 추가되어 장면에 대한 설명과 수록되지 못한 이유 등에 대해 들을 수 있다. 4가지의 삭제 장면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건 토르가 노른을 만기 위해 동굴에 가는 시퀀스인데 전체적으로 어벤져스에 수록되기에는 내용이 어렵고 토르에 수록될 법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삭제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NG모음’과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평]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또 한 번 정리하고, 앞으로 있을 ‘시빌워’를 예상할 수 있는 전개와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 들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블루레이의 경우 좀 더 다양한 부가 영상 수록이 조금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어 또 한 번 ‘어벤져스’의 흥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선택에 주저할 필욘 없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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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다시 등장한 매드 맥스, 

여성은 스스로를 어떻게 구원하는가

 

솔직히 내게 있어 '매드 맥스 (Mad Max, 1979)'는 이미지로만 각인 된 영화였다. 분명 어렸을 때 비디오로 보긴 했었으나 구체적인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고 그저 허름한 가죽 옷과 바이크를 탄 멜 깁슨의 꼬질꼬질한 모습과 사막 아닌 모래 가득의 더럽고 (먼지 때문에) 갑갑한 이미지만이 깊게 남아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그런 '매드 맥스' 시리즈가 다시 영화화 된다고 했을 땐 샤를리즈 테론, 톰 하디가 출연한다는 이유가 더 매력적인 포인트였는데, 누가 연출을 맡았나 확인해 보니 그 옛날 원작을 연출했던 조지 밀러가 다시 연출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 보니 조지 밀러가 약 35년 만에 다시 '매드 맥스'를 꺼내든 이유가 궁금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조지 밀러가 2015년에 다시 꺼내든 '매드 맥스'는 놀랍게도 30년 전의 오리지널리티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재에 이질감 없이 녹아 들기에 충분했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다루고 있는 '매드 맥스'는 비슷한 세계관의 영화들이 그러하듯, 자원 (여기선 물)을 독점하고 있는 권력 층과 이로 인해 피지배 층이 되어 버린 부류들, 그리고 그 중간에서 권력을 추종하는 부류 (여기선 워보이)가 등장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는 듯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 2015년판 '매드 맥스'가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의 모습이 충분히 논리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즉, 단순히 비주얼 혹은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가 아닌 배경에 깔린 세계관과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합리적이라는 점은, 이 작품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장점은 이후 이 영화가 보여주는 모든 액션과 스펙터클에 근원이 되는 포인트로 '매드 맥스'가 단순히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해 준다.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모두 만족시켜 주는 흔치 않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가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 영화가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흔히 여성 영화, 여성 중심의 영화 라는 표현을 할 때 오히려 평등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므로 (같은 구성으로 남성이 주인공이라 하여 남성 영화라고 부르지 않는 다음에야..) 여성이라는 존재를 주제나 제목에 드러내는 것에 조심스러운 편인데, 남성 영화를 남성 영화라 부르지 않는 현실을 균형을 감안한다면, 이번에는 여성 이라는 존재를 겉으로 드러내도 무방할 것이다. 

 

서론이 다소 길어졌는데,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는 요 몇 년간 본 영화 가운데 여성의 대한 태도가 가장 바람직한 동시에, 진정한 성 평등 영화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즉, 여성 영화를 만들기 위해 단순히 여성을 중심에 두는 구성과 비중의 차이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행동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여성을 중심에 두고, 반대로 남성 역시 일반 영화의 여성처럼 남성 주인공의 보조로서 등장하는 것이 아닌, 나름의 독립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균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정말 멋진 (멋지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이유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 캐릭터가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라는 점이다. 

 

더 깊게 보자면 그냥 주인인척 하는 캐릭터들이 아니라 뼈 속까지 독립적인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행동 하나 대사 하나만 봐도 이 여성들이 그 간의 억압된 상황을 극복하고자 생겨난 독립심이 아닌, 태생적으로 평등한 세계관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스로의 삶을 본인이 결정하는 것만큼 당연한 것이 없을 터이나 특히 영화 속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었는데, '매드 맥스'의 여성 들은 완벽하게 본인들의 삶에 주도권을 쥐고 있다. 더 나아가 모성애라는 감정에 흔들려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지도 않는다. 이것은 물론 선택의 영역이겠으나 많은 '남성'영화들이 이 모성애를 여성에게 강요하다시피 하는 방식으로 주도권을 쥐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매드 맥스'의 묘사는 신선하고 통쾌하기까지 했다. (스플렌디드가 쫓아오는 임모탄을 상대로 임신한 자신의 배를 드러내며 방패이자 무기로 삼는 장면은, 삶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영화 속 여성들이 이상향으로 꿈꿨던 녹색 땅의 현실과 그 다음 선택에 관한 것이었다. 만약 녹색 땅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매드 맥스'는 여성 중심의 또 다른 평범한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녹색 땅이라는 것은 남성 중심의 시타델의 고통에서 벗어난, 일종의 도피처 격 파라다이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곳에 닿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았던 녹색 땅은 이미 폐허가 된지 오래이고, 새로운 또 다른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닌 시타델로 돌아가 그곳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하는 영화의 결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무게 있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바로 맥스 (톰 하디)의 역할이 중요해 진다. 녹색 땅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된 퓨리오사 (샤를리즈 테론)가 또 다른 녹색 땅을 찾아 떠나겠다는 결정을 했을 때 맥스는 다시 돌아와 퓨리오사에게 시타델로 돌아갈 것을 권한다. 여기에 깨달음을 얻은 퓨리오사는 맥스와 함께, 그리고 여성들로만 이뤄진 새로운 공동체와 함께 시타델로 향하게 된다.






영화의 제목은 '매드 맥스'인데 사실상 주인공은 퓨리오사가 아니냐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는데, 물론 퓨리오사에게 비중이 더 있는 것은 맞지만 맥스의 역할, 특히 그가 일반 영화들의 남성과는 완전히 다른 남성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맥스 역할이 결코 부족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신선했던 것은 후반 시타델로 다시 돌아오는 시퀀스에서의 액션 구성이었다. 아무리 여성이 중심이 된 텍스트라고 해도 액션 영화임을 감안했을 때 클라이맥스에서는 남성인 (그것도 톰 하디라면 더욱) 캐릭터가 전면에 나서서 액션 영웅이 되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이 작품에서는 이런 부분 역시 철저하게 분업화 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클라이맥스에서도 액션의 하이라이트는 여전히 퓨리오사가 쥐고 있으며, 맥스는 자신이 남성으로서 더 적합한 액션을 행할 뿐이다. 비슷한 예로 클라이맥스의 액션 시퀀스 외에 이 거대한 자동차를 몰고 가는 과정 속에서 퓨리오사와 맥스, 그리고 다른 여성 캐릭터들과 워보이 (니콜라스 홀트)의 역할을 보면, 누군가가 남성이라서 혹은 여성이라서 주도권을 갖고 명령하는 구성이라기 보다는, 각자가 성별과 상관없이 더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분업화를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세 발 밖에 없는 실탄 중 두 발을 날려버린 맥스가 마지막 한 발을 주저 없이 퓨리오사에게 넘기는 것은, 그저 그가 쿨해서가 아니라 확률적으로 퓨리오사가 더 높기 때문이고, 운전과 수리를 나누는 방식도 무언가가 더 쉽거나 덜 위험해서가 아니라, 각자가 그 역할에 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의 끝판왕은 시타델을 차지하게 된 마지막, 유유히 떠나는 맥스의 모습에서 정점을 이룬다. 맥스는 새로운 시타델을 만드는 데에 있어 퓨리오사가 더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은 물론, 본인은 거기에 맞지 않는 역할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떠나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을 남성이 지휘하고 주도하고 차지하는 일반적인 영화와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가 가장 다른 점이다. 반대의 경우도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여성이 더 능력이 있는 경우인 것이다.






결국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글의 서두에는 '여성은' 이라고 썼지만 더 나아가 인간은 스스로를 어떻게 구원하는가 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주체가 여성일 때 얼마나 더 큰 영화적 힘과 담론이 형성 가능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러 모로 흥미롭고 유익한 영화다. 

 

안 볼 이유가 전혀 없다.



Blu-ray : Video Quality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블루레이의 화질은 레퍼런스라고 부르기에 주저 함이 없을 정도로 만족스럽고, 아직 2015년이 몇 달 더 남기는 했지만 (아마도) 올해의 블루레이의 후보로 손꼽힐 만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는 타이틀이라 하겠다. 

 

이 작품의 영상 퀄리티가 남다른 것은 기본적으로 촬영 방법에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아마 저 자동차 액션 장면들에 많은 CG가 동원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거의 대부분이 실제 촬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나은 화질을 일단 기대해볼 수 있겠다. 이 지저분하고 먼지 가득한 세계와 계속 달리기만 하는 자동차 액션 영화는 레퍼런스급 화질을 통해 더 질감 넘치고 온도마저 느껴지는 체험이 가능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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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화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질감에 대해 자주 논하는 편인데 바로 그 질감에 있어서 '매드 맥스'는 최고 수준으로 차려진 밥상이라 할 수 있겠다. 모래와 먼지, 그을음 등이 피부와 옷가지에 그대로 묻어난 인물들의 외형과 연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갖가지 상처와 녹이 쓴 외형의 자동차에서 바로 그 흔적들이 눈으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 하게 묘사된다. 색감의 경우 이질적이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적인 느낌을 주고자 하고 있는데, 쨍 한 대낮에 흐릿한 사막을 배경으로 주로 장면들이 진행되지만 날카로움마저 느껴지는 화질에 감탄하게 된다. 또한 어두운 밤 장면의 경우 영화는 의도적으로 푸른 색감과 여기에 인위적 빛이 더해졌을 때 노랗고 붉은 색의 대비를 보여주는데, 이런 장면에서의 화질 수준도 눈 여겨 볼 만하다.







Blu-ray : Audio Quality

 

돌비 TrueHD 7.1 채널 사운드를 수록하고 돌비 애트모스 포맷을 수록한 사운드 역시 올해의 블루레이라 할 만하다. 특히 사운드 퀄리티를 이야기할 때 자주하는 얘기지만 보는 이가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 가득하다는 점에서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다른 타이틀의 사운드를 압도한다. 일단 자동차 액션이 주를 이루는 영화라는 점 만으로도 기대하게 되는 사운드들이 있는데, '매드 맥스'는 여기에 그 자동차 들이 특별히 전투를 위해 개조된 (그것도 다 다른 형태로) 차량이라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고 다양한 사운드적 쾌감을 선사한다.






시타델에서 펼쳐지는 초반 시퀀스의 경우, 금속성의 날카로운 사운드와 동시에 군중들의 복잡한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는데, 우퍼가 과할 수 있는 임모탄이 군중들에게 확성기를 통해 설교를 하는 장면에서도 저음부가 과하지 않고 적당히 공간감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사운드 적으로 또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은 바로 빨간 옷의 기타 맨이 등장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단순한 효과음을 넘어서서 영화 음악과 하나가 되어 전개되는 기타 맨의 등장 장면들은, 이른바 치고 빠지는 일렉 기타의 사운드와 카메라가 기타 맨을 훑고 지나갈 때의 속도감이 일품이다. 후반부 기타 맨과의 액션 시퀀스에서 역시 이 같은 사운드적 장점은 다양한 사운드가 휘몰아 치는 가운데서도 특별히 돋보인다. 정말 다양한 사운드적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부족함이 없다 하겠다. 단 하나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오로지 아래 집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 뿐 일 듯 하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첫 번째로 살펴 볼 부가영상인 'Filming Fury Road'는 약 30분 분량의 제작 다큐로 전반적인 촬영 뒷얘기가 수록되었다. 이 작품은 대사가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그 어떤 많은 대사의 영화보다 서사가 분명하고 전개가 설득력 있는 작품인데, 스토리보드를 기획하던 처음 시점부터 대사 위주가 아니라 액션을 통해 대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고려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 만큼 디테일 한 스토리보드 작업이 선행되었음도 확인할 수 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진행된 로케이션 촬영 모습도 엿볼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CG는 스턴트 케이블을 지우고 배경을 강화하는 수준으로 밖에 사용되지 않은 작품이기에 실제 하는 로케이션의 매력과 스턴트가 주가 된 촬영 속에 정말 많은 테스트와 고생을 반복한 스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실사촬영의 95%는 움직이면서 촬영했다는 인터뷰처럼 조지 밀러는 아날로그 촬영방식, 더 나아가 아날로그 영화제작 방식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의 퀄리티를 끌어내고자 했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 얼마나 로케이션 장소와 그 곳의 컨디션이 중요했고, 후반 작업을 염두에 두는 방식이 아니라 최대한 현장에서 최종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될 장면을 구현하고자 한 방식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를 부가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Fury on Four Wheels'는 20분이 조금 넘는 영상으로 ‘매드 맥스’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마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이라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특이한 디자인의 자동차는 한 번 본 기억이 있을 정도로 ‘매드 맥스’에 등장하는 차들의 디자인은 인상적이고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 역시 영화의 제작 철학에 맞게 모두 실제 운행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진짜 자동차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 부가 영상은 마치 케이블 TV 프로그램인 ‘더 벙커’의 매드 맥스 버전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 '대단한' 개조의 수준에 대해서는 특별히 따로 얘기할 필욘 없을 듯 하다.






'Max and Furiosa'에서는 조지 밀러가 탄생시킨 맥스와 퓨리오사의 캐릭터 이미지와 이를 표현한 톰 하디와 샤를리즈 테론의 인터뷰를 통해 두 캐릭터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다. 멜 깁슨이 아니면 맥스가 아니라는 걸 인정한 채 시작한 톰 하디는, 그래서인지 몰라도 아주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자신 만의 캐릭터를 담고 있는 맥스를 만들어 냈다. 사실상 이번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퓨리오사의 캐릭터에 대한 내용도 인상적이었는데, 별개로 이 영상에서 가장 놀라운 건 퓨리오사를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이 멀쩡하게 차려 입고 나와 금발을 자랑하며 인터뷰에 응하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다시 한 번 퓨리오사로 분한 그녀의 모습과 연기가 놀라울 따름이다.






'The Tools of the Wasteland'에서는 영화 속 다양한 소품과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부가영상을 통해 공통적으로 알 수 있는 조지 밀러의 연출 방향성 중 하나는 바로 디자인인데, 인간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멋진 걸 만들어 낸다는 그의 방향성은 매드 맥스에 등장하는 사소한 소품들에까지 눈 여겨 봐야 할 이유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자동차만큼이나 독특한 디자인을 갖고 있는 아이템으로는 운전대를 들 수 있겠는데, 그저 독특하게 다양하게만 만들고자 한 것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기능적으로 가능한 것을 만들고자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운전대 외에 의상 및 다른 소품들도 같은 맥락으로 디자인되고 제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The Five Wives : So Shiny, So Chrome'에서는 임모탄의 다섯 아내에 대한 내용이 수록되었다.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인터뷰와 이들 다섯 캐릭터가 의미하는 내용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Crash & Smash'에서는 사전 제작 테스트 영상과 영화 속에 등장한 실제 촬영 분의 원본 영상이 수록되었는데, 어떠한 CG도 가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드 맥스’가 어느 수준까지 실제 하는 촬영으로 이뤄졌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영상이라 하겠다. 보면 알겠지만 CG가 가미되지 않아 완성도 측면에서 퀄리티가 떨어질 뿐이지 내용상으로는 영화 속 내용과 동일한 액션과 장면이 담겨 있어, 다시 한 번 영화의 제작 수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Deleted Scenes'에는 총 3개의 삭제 장면이 수록되었는데, 자신의 아이를 워보이로 바치려다 안되자 자신이 직접 젖을 생산하는 것으로라도 지원하겠다는 여성이 등장하는 장면과 워보이들 앞에서 임모탄이 퓨리오사를 추격하고자 다시 한 번 명령하는 장면, 그리고 시타델을 되찾으려는 맥스와 퓨리오사 일행이 다시 한 번 숨을 고르는 장면이 짧게 수록되었다.





총 평

 

조지 밀러가 다시 만든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대사가 아닌 액션으로 서사를 만들어 낸 놀라운 액션 영화이자,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은 물론 세련되게 진일보한 또 다른 의미의 '멋진' 영화이기도 했다. 작품성 적인 측면과 오락 적인 측면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올해 몇 안 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널리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이 작품은, 정말 다행스럽게도 만족스러운 것을 넘어서 레퍼런스급의 화질과 사운드를 수록한 블루레이로 발매되어 또 한 번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되었다. 빨간 내복의 기타 맨이 등장하는 장면만 즐겨도 본전은 뽑았다는 느낌이 드는 타이틀일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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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시우쇠 2015.10.20 20:35

    남자지만 모유 착취 씬만 보면 불쾌하더군요.. 여성입장에서 그 장면 보며 많이 불편할 듯한..

  2. BlogIcon 아우구스투스. 2016.03.08 05:13

    리얼리티 관점에서 보면 능동적인 캐릭터 퓨리오사는 판타지 인물이죠. 의에 모유 착취씬이 불쾌하다는건 도대체 무슨 헛소리인지?;; 오버떨지 마시길!



[블루레이] 이다 (Ida, blu-ray by Plain)

내면의 소용돌이주목하라



시놉시스


고아로 수녀원에서 자란 소녀 ‘안나’는 수녀가 되기 직전, 유일한 혈육인 이모 ‘완다’의 존재를 알고 그녀를 찾아 간다. 하지만 이모는 ‘안나’가 유대인이며 본명은 ‘이다’라는 뜻밖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녀는 혼란에 빠진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알고 싶어진 ‘이다’ 그리고 이모 ‘완다’는 자신들의 가족사에 얽힌 숨겨진 비밀을 밝히기 위해 동행을 시작하는데







파웰 파울리코우스키 감독의 '이다 (Ida, 2013)'는 그의 조국인 폴란드가 갖고 있는 아픈 홀로코스트의 역사와 수녀 서원을 앞두고 있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낸, 고요하고 강렬한 작품이다. 최근 천만 관객을 넘어 화제가 되고 있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을 보면서도 새삼 느꼈던 바이지만, 영화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할 때 과정적으로나 (특히) 결론적으로 효과적인 방법은 그 메시지를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로서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다른 이야기에 녹여 내거나 다른 큰 이야기의 그림자로서 등장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다'의 시놉시스는 아주 적절하고 효과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다'라는 제목도 그렇고 수녀복을 입고 있는 이다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의 이미지는 얼핏 이 작품을 수녀 서원을 앞둔 이다 라는 한 소녀의 불안함과 고민을 다룬 이야기로 오해하기 쉬운데, 이 작품은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다 못지 않게 완다 라는 그녀의 이모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드러나는 이미지로서는 어떨지 몰라도 영화는 분명 두 명의 여성에 관한 동등한 비중의 영화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영화 속에서 이다와 완다가 각각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다는 시놉시스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수녀가 되기 직전 영화 속 여정을 통해 자신이 유대인이며 '이다'가 본명이고, 자신의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완다는 어느 날 찾아온 이다로 인해 (아마도) 오랜 시간동안 자신을 괴롭혀 왔을 과거에 대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이 둘의 여정은 정반대의 지점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다는 일종의 무지의 시점에서 출발해 하나씩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을 통해 그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겪어 가는 여정이라면, 완다의 경우는 과거를 되짚음으로서 다시 한 번 과거에 대해 스스로 평가 혹은 속죄 할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하는 여정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여정은 혈연 관계라는 것보다 역사의 아픔에 더 깊게 관여되어 있다. 사실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나 다른 매체를 통해 종종 접하긴 했지만 그 가운데 폴란드의 이야기는 물론 자세한 역사적 진실까지 알고 있기는 쉽지 않은데, 나는 우연히 이 영화를 블루레이로 보게 된 바로 몇 시간 전에 TV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폴란드 인으로서 홀로코스트를 겪었던 이야기에 대한 작품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이해가 쉬운 편이었는데,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의 기본적인 내용 만이라도 인지하고 있는 것이 작품 감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다'는 정치적, 역사적 근거에 초점을 두고 이를 파해치려는 다큐멘터리 적 성격을 지닌 작품이 아니다. 이는 파웰 파울리코우스키 감독의 정체성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는 폴란드인이기는 하지만 어린 시절 폴란드를 떠나 여러 나라를 떠돌다가 영국에 정착한 경우라 스스로도 폴란드인으로서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려는 시도를 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굉장히 조심스럽게 마치 영화 속 이다의 모습처럼 자신의 뿌리에 대해 아주 조심스러운 태도로 담담히 그려내고자 한 쪽에 가까웠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감독의 이러한 정체성이 영화에 아주 강한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생각을 재차 하게 되었는데, 만약 그가 폴란드인으로서 뿌리 깊은 정체성의 인식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오히려 완다라는 캐릭터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였거나, 이다라는 캐릭터를 훨씬 더 활동적으로 묘사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 때문이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홀로코스트라는, 결코 그 앞에서 담담해지기 힘든 아픈 과거를 다루면서도 그 갈등과 분노와 아픔을 모든 인물들이 내면의 소용돌이로 표현해 내고 있다는 점인데, 만약 화자의 입장에 있는 감독이 더 당사자 혹은 피해자의 입장이었다면 쉽지 않았을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아름다운 영상미와 정성이 느껴지는 블루레이


흑백 영화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스탠다드 비율로 촬영 된 영화라는 점은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이다'의 독특한 화면 비율은 단순한 영상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스탠다드 비율의 영상에서 가장 주의 깊게 볼 점이라면 영화가 인물을 화면의 어느 위치에 두느냐 일텐데, '이다'의 스탠다드 영상은 대부분 인물을 중심의 주변에 머물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가운데에 두기 보다는 가장 자리나 한 쪽으로 치우친 곳에 두면서 (특히 이다의 경우), 이다가 이 여정의 중심에 서 있기 보다는 계속 조심스럽고 주변에 머물고 있음을 암시하고자 하는 듯 했다. 이러한 카메라 워크는 앞서 언급한 감독이 이 영화를 대하는 시선에 관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겠다.





아마도 많은 블루레이 유저들은 흑백 영상에 더군다나 스탠다드 비율이라고 했을 때 블루레이로서 화질이나 보는 재미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을 수 있는데, 그 생각은 아마 첫 장면을 보는 순간 부터 깨지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도 어떤 흑백 버전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마도 '미스트' 혹은 '마더' 였을 듯) 블루레이의 장점이 꼭 필요한 영화가 바로 흑백 영화라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는데, '이다'를 보면서 여러 순간 감탄을 했을 정도로 블루레이로 표현되는 흑백의 영상미는 고혹적이었다. 올해도 정말 영상미가 돋보이는 여러 영화들을 봤지만 영상미 측면만 보자면 흑백과 스탠다드 영상으로 그려낸 '이다'가 올해 최고의 작품이었다. 카메라가 어떤 움직임도 갖고 있지 않는대도 그 어떤 영화보다 절제 된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흑백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질감과 대비는 어떤 수사적 표현을 더하기 이전에 그냥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확실히 블루레이로 볼 때 더 효과적이었다.





플레인의 블루레이 퀄리티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번 '이다' 역시 더 말할 필요가 없음에도 또 말하고 싶어지는 정도의 퀄리티라고 하면 딱 설명이 될 듯 하다. 최근 플레인에서는 소비자의 더 효과적인 선택을 위해 A,B 타입으로 커버를 다르게 출시하곤 하는데, 만약 내가 이 작품을 극장 개봉시 보았더라면 아마 A타입의 커버가 아니라 B타입을 선택하거나 둘 다 구입했었을 것이다. 단순 디자인 측면만 보자면 이다의 이미지가 깔끔하게 담긴 A타입이 더 취향이기는 한데, 후면의 디자인을 보았을 때 완다가 등장하는 B타입 후면의 이미지는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였기에, 이 후면의 이미지만으로도 B타입을 선택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내가 구입한 건 디자인 A타입)


처음 미니 사이즈 영화카드가 담긴 봉투에 인장 처리를 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이 작업이 티저에 그치지 않을까 했었는데 (왜냐하면 수백장을 직접 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이 작업이 얼마나 필요 이상의 디테일이 필요한 일인지 잘 알기 때문), 그치기는 커녕 계속 발전하고 있는 듯 했다. 컬러 역시 작품 이미지와 통일성을 주기 위해 핑크색을 선택한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보통은 이 인장 부분을 그대로 뜯지만 이번엔 도저히 아까워서 그럴 수 없었기에 봉투 옆부분을 개봉하는 방식으로 이 인장을 100% 보존하는 쪽으로 소장을 결정했다. 소책자에는 평소 씨네 21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인상 깊게 읽고 있는 서울아트시네마 수석 프로그래머김성욱 님의 글이 수록되어 있어 무엇보다 유익했다.





이번 블루레이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이 바로 가변 자막인데, 영화 자체가 스탠다드 화면비로 제작 된 영상이라 가변 자막의 이슈는 어쩌면 필연적이었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점을 실제로 타이틀에 적용하여 제공한 것은 플레인의 정성이라고 분명 말할 수 있겠다. 스탠다드 화면비의 영상에 이 작품처럼 인물을 영상의 중앙이 아니라 대부분 가장 자리, 특히 아래 좌우 측면에 배치하는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자막이 인물의 얼굴에 직접적으로 매번 겹쳐지게 되기 때문에 자막으로 영화를 감상해야 하는 경우 100%의 영화를 즐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흥미로운건 보통의 영미 감독들은 자막으로 영화를 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나, 폴란드 출신인 파웰 파울리코우스키의 경우 나중이기는 했지만 제작 과정 중에 '나중에 자막이 문제가 되겠구나'라는 점을 인지했다는 점이다). 대사 만큼이나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배우의 얼굴이 대부분 가려지고, 또한 자막과 겹침으로서 표정을 함께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다'에 가변 자막은 필수적인 요소였다고도 말할 수 있을 텐데, 이번 플레인의 '이다' 블루레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점 중 하나는 가변 자막만 수록한 것이 아니라 고정 자막도 함께 수록해 선태권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가변 자막이 물론 편의를 위한 기능이기는 하지만 소수일지라도 일부 관객의 경우엔 그래도 고정 자막을 선호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에 두 버전 모두를 수록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나 역시 가변 자막을 선호하면서도 이를 선택했을 경우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요소 때문에 조금 걱정되는 측면이 있는데, 가변 자막을 선택하게 될 경우 일부 장면에서 자막이 일종의 디자인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감독이 의도하지 않은 일종의 연출이 발생하게 되, 해당 장면에서 원치 않은 이미지나 인상을 받게 될 수도 있기에 가변 자막은 대부분 장점이 부각되지만, 극히 소수나마 단점도 존재하는 편이다.




(가변 자막은 아주 드물게 위의 장면처럼 자막의 위치가 곧 또 다른 이미지가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위 장면을 보면 알겠지만 저 위치 말고는 자막을 넣을 곳이 없다는게 함정)


이동진 평론가의 로컬 음성해설과 부가영상들


국내 블루레이 시장 상황을 어느 정도라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현재 국내에서 로컬 타이틀 만을 위해 부가영상을 특별히 제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로컬 부가영상을 별도로 제작을 꿈꾸기 이전에 해외 판에 수록된 부가영상을 온전히 수록하는 것도 제작비 등의 문제로 인해 여의치 않은 경우도 많은 편이다. 해외 영화의 경우 국내에서 별도의 부가영상을 만드는 것은 아무래도 여건상 불가능한 경우인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평론가나 감독 등이 참여하는 음성해설을 별도로 제작한다는 것은 정말 다시 생각해도 대단한 오버 투자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플레인은 이러한 노력을 서서히 계속해 가고 있다. 곧 발매될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의 경우 류승완 감독과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이 참여한 음성해설을 별도로 제작하였고, 워낙 공을 오래 들이는 탓에 계획보다는 출시가 늦어지고 있지만 (아마도) 최고의 판본이 될 '올드보이' 블루레이의 경우 부가영상만을 위해 거의 다큐멘터리 영화 급의 영상을 따로 제작했을 정도다. 조금이나마 사정을 아는 입장에서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러한 로컬 부가영상, 음성해설 등의 제작이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는 작업이라는 점이다. 솔직히 말하면 한 편으론 쓸데없는 고퀄리티로 부르고 싶을 정도로 체감하는 것 이상의 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




(내가 '이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이번 '이다' 블루레이 역시 이동진 평론가가 참여한 음성해설이 이 블루레이 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수록되었는데, 위에 언급한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라고 보면 되겠다. 작품이 작품이니만큼 영화적으로 소개하거나 부가 설명이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이동진 평론가의 음성해설은 꼭 한 번 들어볼 만한 트랙이다. '이다'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은 전체적으로 그리 풍성한 양은 아니지만, 이를 보완하는 로컬 음성해설의 특별 수록으로 전반적인 타이틀의 소장 가치가 더해진 느낌이다.





부가영상으로 수록된 '감독과의 대화'에서는 2013년 10월 BFI 런던영화제에서 진행된 감독과의 대화 수록되었는데, 진행자와 관객들의 여러 질문들에 대한 감독의 답변들을 통해 영화 제작과정과 뒷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다. 극 중 완다의 모델이 된 실제 인물을 만나게 된 것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 중 하나였다는 뒷이야기와 젊은 수녀와 한물간 마르크스 주의자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작품이라는 점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감독은 처음부터 흑백화면과 스탠다드의 화면비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일부러 움직임을 최소화 한 영화를 만들고자 함이었다. 움직임이 거의 없는 카메라 워크도 마찬가지다. 더 재미있는 건 이 인상적인 촬영을 맡은 촬영감독이 원래 캐스팅 된 이가 아니라 본래 촬영감독이 촬영 첫날 아파서 부득이하게 교체해야 하는 바람에 다른 대책이 없어서 급하게 어린 카메라 오퍼레이터였던 루카즈(지금의 촬영감독)에게 맡기게 되었다는 에피소드는 또 한 번 우연의 놀라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밖에 '메이킹 영상'에서는 약 11분 분량의 영상으로 감독과 제작자의 인터뷰가 주로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남자 배우인 다비드 오그로드닉의 이야기도 수록되었는데 극중 색소폰 연주자로 등장하는 그가 실제로도 연주가 가능했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조금 아쉬웠던 건 두 여자 주인공의 인터뷰가 수록되지 않았다는 점인데 이는 마치 두 캐릭터(배우)를 영화 속에만 남겨두고자 하는 감독의 바람이 적용된 듯 한 느낌이라 묘하게 수긍할 수 밖에는 없는 분위기였다.





'이다'를 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시기가 시기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아, 우리도 이런 식으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담아내는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다'하는 점이었다. 아직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에 대해 현재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세대와 그 다음 세대에까지 관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직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예술적으로 역사를 처음 받아들이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다'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영화였다. 완성도 높은 블루레이로 꼭 한 번씩 감상하시길.


이다 블루레이 구입처

http://plainarchive.co.kr/product/detail.html?product_no=56&cate_no=1&display_group=2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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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 블루레이 리뷰

(Fifty shades of grey : Blu-ray Review)

 


E. L. 제임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샘 테일러 존슨 감독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개봉 당시에도 좋은 쪽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일명 '엄마들의 포르노'라고 불리 울 정도로 큰 화제가 되었던 소설이 원작이었기에 영화화 역시 큰 주목을 받을 수 밖에는 없었던 일종의 사건이었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원작 소설 3부작 가운데 1부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BDSM(구속과 훈육, 지배와 굴복,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소재로 백만장자와 평범한 여대생의 에로틱한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작 소설을 읽지 않은 입장이라 구체적인 비교를 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원작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 데에는, 그레이 라는 캐릭터의 살아 숨쉬는 매력과 아나스타샤와의 미묘한 갈등 관계를 BDSM이라는 흔하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아주 생동감과 긴장감 넘치게 그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예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는 아쉬운 결과물이었다. 

 

단 백만장자이면서 어두운 내면을 갖고 있는 그레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아마도) 소설의 그레이는 단순히 SM을 즐기는 변태가 아니라 왜 그렇게 되었는지가 어느 정도 - 공감은 안될지언정 - 이해 되고, 그로 인해 겪게 되는 그레이의 갈등 역시 디테일 하게 묘사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영화 속 그레이는 솔직히 그저 변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묘사될 뿐이다. 이런 내면이나 배경적 매력을 제쳐 두더라도 무언가 에로틱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려면 남성적인 매력, 즉 비주얼 적인 매력이 넘쳐나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도 다른 남자 배우들에 비해 특별히 더 낫다고 보기 어렵다 보니, 전체적으로 설득력을 잃게 되는 큰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레이와 아나스타샤의 관계 묘사 역시 관객을 애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긴장감 없이 시간 때우기로만 느껴질 정도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도 아쉽다. 제대로 표현되었더라면 남녀 관계에 있어 관객까지 애타게 만드는 밀당이 오고 가는 가운데, 다른 밀당 연애에는 없는 독특한 성관계 취향이 더해져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 되었을 텐데, 아쉽게도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에 모두 실패했다 여겨진다.






Blu-ray : Video & Audio

 

화 자체는 아쉬움이 있지만 블루레이 화질, 음질 스펙 만 놓고 보자면 만족할 만한 우수한 퀄리티로 출시가 되었다. 특히 에로틱한 장면이 주 된 내용을 이루고 있는 작품인 만큼 화질과 음질의 중요성이, 아니 중요성이라기보다 그 퀄리티에 따라 장면 자체의 감흥이 달라질 수도 있을 정도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내용의 아쉬운 점을 보완(?)해주는 스펙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화질의 경우 무엇보다 디테일 측면에서 만족감을 주는데, 그레이와 아나스타샤의 솜털까지 어렵지 않게 확인 가능할 정도로 날카로움이 살아 있는 동시에 어두운 장면에서도 괜찮은 표현력을 충분히 보여준다.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드라마라는 장르적 요소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좋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특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매우 적절하고 탁월한 영화 음악이 수록되어 있는데, 영화 음악이 흘러 나올 땐 확실히 압도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섹스 장면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접촉 음과 호흡 등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한 에로틱한 감성을 사운드가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 느낌이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블루레이는 극장 판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약 3분간의 장면이 추가 된 'Unseen Edition'으로 출시되었다. 추가 된 장면 말고도 특별히 '무삭제판'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는 않지만 음모 노출이 허용되었을 정도로 특별히 삭제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첫 번째 부가 영상인 'The world of Fifty Shades of Grey'는 대표적인 메이킹 영상으로서 다양한 분야의 영화 뒷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크리스찬 그레이 프로필 에서는 그레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전반적 소개가 담겨 있으며, 이를 연기한 배우 제이미 도넌에 관한 프로필도 별도의 메뉴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그레이의 아파트 디자인과 설계에 관한 영상도 수록되었는데, 그레이를 설명하는 중요한 공간인 그의 아파트와 내부 구조, 미술품, 컬러 등의 기획, 제작 과정을 통해 원작을 읽은 수 많은 팬들 때문에 가져야만 했던 부담감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추가로 최고급 브랜드 및 악세서리나 컬러 등을 활용하는 것에 주목했던 그레이의 의상 컨셉과 헬기, 자동차, 비행기 등 최고 부자인 동시에 세련된 느낌을 주기 위해 선택된 그레이의 장난감들을 소개하는 메뉴도 수록되었다.






일한 구성으로 아나스타샤라는 캐릭터에 대한 소개와 이를 연기한 배우 다코타 존슨, 그리고 아나의 세계관과 의상에 대한 소개도 만나볼 수 있다. 두 주요 캐릭터 외에 극 중에 등장하는 여러 친구, 가족 등의 캐릭터 또한 이를 연기한 배우 중심으로 총 7명에 대한 소개를 만나볼 수 있다.





'Behind the Shades'에서는 원작자 E.L제임스를 비롯해 주요 배우, 스텝들의 인터뷰를 통해 원작 소설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영화화 되기까지 고려한 점들을 들려준다. 워낙 화제가 된 베스트셀러 원작이었기에 최대한 촬영 시 비밀로 하기 위해 진짜 영화 제목을 쓰지 않고 가제를 쓰거나, 세트가 노출되지 않도록 보안을 철저히 한 점 등 뒷이야기가 수록되었다.





'E.L.James & Fifty Shades'에서는 원작자인 E.L 제임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데, 처음 팬픽을 써보는 것으로 시작한 것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발판이 되었다는 점과 처음 인터넷에 연재하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이후 정식 출판을 하고 나서 엄청난 인기 덕에 출판사의 은색 잉크가 동날 정도로 판매되었다는 인터뷰는, 다시 한 번 원작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Fifty Shades: The Pleasure of Pain'에서는 극 중 중요한 소재인 BDSM 세계를 곡해하지 않고 그리기 위해 BDSM 기술고문을 영입하여 본질부터 보여지는 것까지 최대한 제대로 그려내고자 노력한 부분을 엿볼 수 있으며, '360’ Set Tour'에서는 그레이의 아파트 내부 모든 곳을 디테일 한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다.

 

지막으로 음악이 인상적인 작품답게 'Skylark Grey - I know you'와 'The Weekend - Earned It' 뮤직비디오가 수록되었으며, 'The Weekend'의 'Earned It'의 경우 뮤직비디오 촬영 뒷 이야기를 담은 영상까지 수록되었다.




총 평

 

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많은 소설 원작 작품이 그렇듯이 영화화 과정에서 많은 아쉬운 점이 발견된 작품이었다. 이번 영화는 원작 소설의 첫 번째 이야기를 영화화 것으로 두 번째 이야기인 ‘50가지 그림자 심연(Fifty Shades Darker)’ 역시 1편의 남녀 주인공 교체 없이 (감독은 교체 예정) 영화화 될 예정이라고 하니, 과연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전 편의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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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임파서블 : 블루레이 리뷰 (The Impossible : blu-ray review)

남겨진 이름들을 위한 진짜 재난영화

 


2004 년. 크리스마스가 하루 지난 12월 26일. 사상자만 무려 30만명 이상을 기록했던 동남아 쓰나미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충격과 고통으로 남아있는 안타까운 재난이었다. 바로 이 실화를 바탕으로 나오미 왓츠와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 '더 임파서블 (The Impossible, 2012)'이다. 일반적으로 재난 영화라고 하면 엄청난 볼거리와 스케일이 동반 된 '재난 블록버스터'를 떠올리기 쉬운데, 스페인 출신 감독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더 임파서블'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만큼 극적인 요소와 볼거리 위주의 블록버스터가 아닌 거대한 재난의 한 가운데 놓여있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담아낸 진짜 재난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더 임파서블'은 선입견과 싸워 이겨내야만 얻어낼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재난영화 = 재난 블록버스터를 연상하기 쉽고, 실제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거대한 재난 그 가운데 한 가족이 있었다'라는 홍보 문구로 인해 이미 익숙한 흔한 영화를 떠올리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홍보 문구는 잘못되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같은 문구를 사용했던 다른 작품들로 인한 선입견이 문제다). '더 임파서블'은 그 동안 오락적인 요소로만 활용되던 재난, 자연 재해 등의 소재가 본래 담고 있는 아픔과 고통 그리고 현실을 담아내는 데에 무엇보다 집중하고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그것은 아마 실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접근 방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그 엄청난 재난을 겪었던 이들을 앞에 두고 어찌 볼거리 중심의 오락 영화를 만들 수 있었겠는가.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껴진 감정은 감동 이전에 고통이었다. 공포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닌데 몇 번이나 그 참혹함에 눈을 감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 정도로 영화는 이 재난이 실제 하는 것이었고, 그 재난을 겪은 이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도록 고통의 묘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바꿔 이야기하면 보통의 오락 영화가 재난을 다룰 때, 그 엄청난 파도나 쓰나미가 몰려오는 순간의 스케일과 공포를 주목하는 방식이라면, '더 임파서블'은 그 쓰나미가 실제 인물들에게 고통을 주는 과정에 더 큰 비중을 할애한다. 쓰나미에 휩쓸리기 전 거대한 파도를 바라보는 시각적 공포가 아니라, 그 파도에 휩쓸려 이리 저리 부유물들과 함께 떠다니는 가운데 각종 부유물과 구조물들에 부딪혀 찔리고 둔탁하게 부딪히고 상처 입는 묘사는 경험하지 않았지만 경험적 공포를 제공한다. 아마도 감독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는 관객들이 이 재난의 공포를 '와...'하며 느끼기 보다는 '으...'하고 떨며 몸으로 체감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을런지 모른다. 적어도 이 1차 목표는 성공적이다. '더 임파서블'은 근래 본 재난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재난의 공포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연출이었다. 3D나 4D의 기술적 지원 없이도 말이다.






가족이 중심이 된 이야기라는 점은 가장 강력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영화 속 부부와 세 명의 어린 아들들이 재난을 겪게 되면서 서로를 그리워하고 또 찾고, 성장하는 과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 속 가족의 이야기에 감동 받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가족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담고 있다. 이것이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엄청난 재난을 함께 겪고 나면 (함께 겪도록 한다는 것이 포인트다)누구나 극 중 가족이 아니라 내 가족의 소중함을 적어도 한 번쯤은 간절하게 떠올리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용이한 조건을 갖고 있는 재난 영화들이 도달하지 못했던 경지라는 점에서, '더 임파서블'이 더 의미 있는 재난 영화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더 임파서블'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실제 당시 쓰나미를 겪었던 이들인 알바레즈 벨론 가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런 재난에 관한 실화가 있는 그대로 영화화 되기 어려운 것은 당사자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를 비롯해 당시의 기억이 재현되고 반복되는 것에 더 큰 고통을 느끼기 때문인데, '더 임파서블'은 감독이 알바레즈 벨론 가족을 끊임없이 설득한 끝에야 가능했다고 한다. 아마도 벨론 가족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화 하는 것에 동의했던 이유는 첫 째는 이 재난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더 많은 이들에게 더 큰 힘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었을 것이고, 둘 째는 자신들이 재난을 겪으며 느꼈던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신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바로 그 신뢰는 영화 내내 짙게 깔려 있는 미안함. 재난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가족을 잃게 된 수 많은 이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니 었을까.






재난을 배경으로 한 가족 혹은 인물이 중심이 될 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경우에도 그 주인공의 이야기에만 집중되는 것이 보통인데, 그 이유는 주인공이 겪은 고통 만으로도 충분히 누군가를 신경 쓰거나 홀로 생존하기에도 벅찬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임파서블'은 재난을 겪게 되는 순간부터, 자기 가족을 다 찾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자기 몸 조차 성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주변에 함께 재난을 겪게 된 이들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시선이 짙게 깔려있다. 어쩌면, 아니 반드시 짐이 될 수 밖에는 없는 어린 아이를 그럼에도 꼭 함께 돌보는 것이나, 아직 자기 가족도 다 찾지 못한 정신 없는 상황 속에서도 또 누군 가의 가족을 찾는 것에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이 재난도 결코 빼앗아 갈 수 없었던,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가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더 임파서블'은 끔찍한 재난을 겪은 한 가족의 이야기인 동시에 그 가족들과는 다르게 구하지 못한 수 많은 이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더 깊은 감동과 가족, 재난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영화.


 

오픈 케이스






Blu-ray : Menu








Blu-ray : Video & Audio

 

2.35:1 화면 비 MPEG4 AVC 코덱의 블루레이 화질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구현으로 우수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뒤의 장면에서는 어지럽게 늘어져 있는 부유물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노출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복잡한 부유물들의 디테일도 나쁘지 않고 색 온도 역시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담아내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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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크게 단점이 발견되지 않은 우수한 퀄리티로 수록되었다. 앞서 영화 소개 시 이야기했던 것처럼 작품의 특성상 재난 영화이지만 재난 블록버스터는 아니기에 후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케일의 사운드는 접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퀄리티 측면으로 보면 아쉬울 것 없는 음질이다. 과장되기 보다는 좀 더 사실적인 사운드를 구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 중 가장 눈 여겨 볼 만한 것은 음성해설 트랙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감독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를 비롯해 작가와 제작자의 참여는 물론 나오미 왓츠가 연기한 실화의 주인공인 마리아 벨론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음성 해설하면 감독이나 배우들이 참여한 버전을 기대하곤 하는데, 작품의 특성상 실제 주인공이 참여하고 있는 음성해설은 꼭 한 번 들어볼 만한 트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외에 부가 영상은 전체적으로 영상의 길이가 길지 않고 내용도 단촐 한 편인데, 북미 버전 역시 동일한 부가 영상을 수록하고 있기도 하다. 메이킹 영상은 약 6분 분량으로 짧게 나마 촬영장에서의 모습과 감독, 배우들의 인터뷰, 실제 주인공인 마리아 벨론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으며, 특히 비교적 저 예산 스페인 영화인 이 작품이 거대한 쓰나미를 실제처럼 구현하기 위해 어떠한 뒷 이야기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캐스팅에서는 나오미 왓츠와 이완 맥그리거 그리고 아역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데, 새삼스럽지만 나오미 왓츠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 재차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이었으며, 더 현실감을 주기 위해 실제 당시 쓰나미를 겪었던 이들을 최대한 단역 및 엑스트라로 출연시키고자 했던 점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삭제 장면과 극장용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 평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더 임파서블'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난 영화 가운데서도 손꼽힐 만한 진정성과 감동을 담은 흔치 않은 작품이었다. 재난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공포와 교훈,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서 온몸으로 재난을 겪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현실감 있게 전달하는 가운데 실제 주인공이 재난을 겪고 난 뒤 다른 이들에게 (아마도) 전하고 싶었을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작품이기도 했다. 

 

자녀가 있는 이들이라면 아마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바로 자신의 자녀들과 동반자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작품으로, 부족함 없이 추천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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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마키나 _ 블루레이 리뷰 (Ex Machina, Blu-ray review)
인공 지능에 관한 깊은 반복의 결과물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와 마크 로마넥 감독의 ’네버 렛미고' 등의 각본을 담당했던 알렉스 갈렌드 감독의 ’엑스마키나 (Ex Machina, 2015)’는 한 편으론 이젠 지루하리 만큼 다양한 영화와 매체를 통해 만나볼 수 있었던 인공 지능 (A.I)에 관한 이야기로서 그 다지 새로울 것 없는 작품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론 그럼에도 (그러니까 그런 비슷한 설정에 완전히 익숙한 관객들을 상대로도) 볼 만한 SF영화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알렉스 갈렌드라는 이름을 주목했던 이들이라면 ’엑스마키나'에 대한 기대가 조금 더 컸을 텐데, 그가 각본에 참여했던 작품들을 살펴보자면 대니 보일과 함께 한 ’28일 후' ‘선샤인'을 비롯해 2010년 ’네버 렛미고'와 2012년 ’저지 드레드'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공통되는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크 로마넥 감독의 ’네버 렛미고'를 인상 깊게 보았던 이들이라면 그 질문과 유사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엑스마키나'를 절대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이와 같이 알렉스 갈렌드의 ’엑스 마키나'는 인공 지능을 주제로 한 수 많은 SF 영화들이 다루고 있는 화두를 다루고 있음에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 시키는 매력적인 SF 영화라 하겠다.






앞서 언급 하였듯이 ’엑스마키나'의 주 된 내용은 인간과 로봇, 그리고 인공 지능으로 인해 던져 진 인간과 로봇의 경계에 관한 것이다. 많은 인공 지능을 다룬 영화들이 인공 지능으로 탄생한 로봇 스스로가 본인을 인간과 다른 존재로서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는 것까지 겪는 갈등 혹은 혼란을 주로 등장 시키는데, ‘엑스마키나'의 인공 지능인 ’에이바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이미 겉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스로가 인간과 다른 로봇임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런 영화의 선택은 관객에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또 다른 혼란을 주는데, 바로 확실한 인공 지능인 에이바를 제외한 극 중 인간 캐릭터들이 과연 정말 인간인가? 라는 점이다. 리들리 스콧의 걸작 ’블레이드 러너'가 비슷한 설정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엑스마키나'는 그 자체에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이 같은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흥미를 더한다.






‘엑스마키나'의 매력은 각본을 썼던 전작 ’네버 렛미고'와 마찬가지로 화려한 볼거리나 충격적인 반전, 극적인 전개 보다는, 오히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고 그래서 더 섬세한 감각을 곤두서게 하는 분위기와 그 안에 존재하는 캐릭터들의 표정과 눈빛들이다. 

 

이 작품에서 역시 최소한의 공간을 배경으로 최소한의 캐릭터 만을 등장 시키는 미니멀 한 구조를 보여주는데, 특히 주요 배경이 되는 공간의 구성 역시 미래적이면서도 심플함이 강조되어 있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해 낸다. 특히 알렉스 갈렌드는 인공 지능이라는 최첨단의 미래 기술과 대자연이라는 배경을 자주 교차 시키면서, 고요한 가운데 결코 무시 못할 리듬 감을 만들어 낸다. 결론적으로 ’엑스마키나'는 인공 지능이라는 주제에 대한 반복 적인 고찰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을, 자극적인 방식보다는 본질을 최대한 이해 시키고자 오히려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버리는 것에 집중한, 익숙하지만 매력적인 SF영화였다.






Blu-ray : Menu








Blu-ray : Video & Audio

 

블루레이 화질의 경우 영상미 자체에 덕을 많이 본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엑스마키나' 같은 작품은 마치 톰 크루즈 주연의 ’오블리비언'의 경우 처럼, 최상급의 화질이 받쳐 주면 더 배가 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싸늘할 만큼의 차가움과 금속 특유의 질감을 효과적으로 느끼기엔 화질이 아쉬운 편이다.







실내 장면에서는 칼 같이 날카로운 선예도를 보여주고, 실외 풍경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나무 하나 하나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화질을 수록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영화 대부분의 장면에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면서 전체적인 영상의 명료함이 부족해졌다. 선예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다.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수준이지만 작품의 특성상 그 느낌을 배로 살려줄 수 있는 칼같은 화질이었다면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을 듯 하다.





하지만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최고 수준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일단 생각보다 체감할 수 있는 장면 (액션 중심의)이 많지 않음에도, 에이바를 비롯해 네이든의 비밀 연구소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미래적 사운드는 더할나위 없이 효과적으로 전달 되고 있으며, 긴장감을 서서히 고조 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영화 음악 역시 사운드 측면에서 아주 효율적으로 강약이 조절되고 있어 긴장감을 배가 시킨다.






디테일 한 사운드적 쾌감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영화 중반 잠깐의 댄스 타임(?)에서 등장하는 사운드는, 마치 극 중 네이든의 연구소 내의 시스템 수준을 엿볼 수 있을 정도로, 잠시 나마 최고 수준의 사운드를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을 선사한다. 전반적으로 사운드의 구성 및 퀄리티 측면에서는 만족스러운 타이틀이라 하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엑스마키나' 블루레이의 부가 영상은 단촐한 편이다. 총 5개의 메뉴로 제공되며 각각 5분이 채 안되는 영상으로, 좀 더 다양한 뒷 이야기가 궁금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일 듯 하다. ‘The Story’에서는 감독과 배우들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 줄거리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가 담겨 있으며, ‘The Cast’에서는 작품에 출연한 돔놀 글리슨과 오스카 아이삭 그리고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등장하여 각 캐릭터들에 대한 짧은 소개를 들려준다.






‘The Design’에서는 저예산 영화임에도 최고급 수준의 디자인을 구현해야 했던 내용 때문에 더 고심해야 했던 로케이션지 선택과 내부 연구소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으며, ‘Creating AVA’를 통해서는 에이바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짧지만 다양한 컨셉 영상과 과정 소개가 담겨있다. 마지막으로 ’The Turing Test’에서는 영화의 주된 소재이기도 한 튜링 테스트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었다.





[총평] 알렉스 갈렌드 감독의 ’엑스마키나'는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소개 되었던 인공 지능과 관련된 화두를 또 한 번 담아낸 작품이다. 기존 같은 주제를 다룬 영화들과 아주 다른 이야기 혹은 전혀 다른 반전을 제공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오히려 그 무조건 적인 새로움 보다는 근본에 충실하여 인공 지능을 통해 발생하게 되는 가치관의 혼란과 긴장을 집중력 있게 표현하는 데에 성공한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관련 주제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작지만 매력 있는 ’엑스마키나'를 추천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나카시마 테츠야의 '갈증' 블루레이 리뷰

호불호는 두렵지 않다. 이번에도 끝까지 간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전작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번 작품 '갈증' 역시 기대하는 바가 분명했을 텐데, 그 가운데 분명한 한 가지는, 호불호가 갈릴 지언정 항상 이야기를 어느 선에서 적당히 마무리 짓지 않는 다는 점이다. 호불호가 갈린 다는 말처럼 그의 영화는 그 확실한 영상과 음악의 스타일 만큼이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방식과 전개의 속도에 있어서 극명한 호불호를 보여주는데, '갈증' 역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집대성 해놓은 것 같은 느낌(그것이 좋은 의미든 그렇지 않든 간에)이 들 정도로 폭발하는 에너지를 끝까지 밀어 붙이는 가운데, 마무리 역시 보통의 영화보다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을 택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제목은 '갈증'이다). 보는 내내 괴로움이 드는 가운데서도 이 영화는 끊임없이 보는 이를 유혹하려든다. 마치 그 안에 악마성을 반드시 끄집어 내겠다는 것처럼.





영화는 시간과 인물을 뒤 섞어가며 다층 구조로 각각의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점점 더 카나코(코마츠 나나)의 이야기로 집중한다. 일부러 못 알아차리게 하려거나 집중을 기울여 이전 시퀀스를 기억해야만 성립할 정도로 어려운 전개는 아니지만, 스타일리쉬한 음악과 영상의 빠른 전개가 더해져 전체적으로는 몹시 빠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영화가 관객과 진행하는 게임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일단은 선입견에 관한 것이다. 처음에는 극 중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관객 역시 일반적으로 편향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이후 영화가 점점 그 진짜 이야기를 드러낼 때에도 몇몇 관객들 가운데는 '아직도' 그 믿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영화도 알고 있다는 것이 후반부 이 작품의 포인트 중 하나 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 가운데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악마 혹은 악마 성에 대한 인물들 간의 복잡 미묘한 게임들이 포진 되어 있다.






물론 '갈증'에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게임은 엄청나게 소모적이며 괴로울 정도로 자극적이고, 서두에 밝혔다시피 결코 대충 끝나는 법이 없다. 이렇게 심화되는 이야기는 한 편으론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감독은 그 안에서도 치열하게 내면의 공감대와 인간적인 면을 불러 일으키려고 애쓴다. 겉으로만 보면 이 이야기는 가족, 학교, 사회, 야쿠자 등 다양한 관계와 환경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폭력과 위기(혹은 외로움)에 대해 늘어 놓고 그것을 증폭 시키는 데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이 느껴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늘어놓음의 이유는 다른 곳, 즉 내면의 죄 의식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를 표현해 내고 있는 캐릭터가 바로 야쿠쇼 코지가 연기한 카나코의 아버지 역할인데, 이 말도 안되는 캐릭터가 끝까지 이 소용돌이의 가운데에서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내면의 죄 의식과 이를 표현해 내는 방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점이 없었다면 '갈증'은 그저 현란하고 괴롭기 만한 폭력적인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나, 영화의 내면에 담겨 있는 죄 의식 때문에 '갈증'은 한 번 더 생각해 볼만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갈증'이라는 작품을 만들면서 여러 멋진 캐스팅 가운데 가장 성공한 캐스팅을 하나만 꼽자면 역시 주인공 카나코 역할을 맡은 코마츠 나나의 캐스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녀의 연기력을 논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이 소녀의 마스크는 그 자체로 영화의 이미지가 되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야쿠쇼 코지를 비롯해 츠마부키 사토시, 오다기리 조 등 연기파 배우들과 이미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전작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나카타니 미키와 쿠니무라 준, 쿠로사와 아스카 등 주 조연 배우들의 연기를 즐기는 것도 이 작품에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Blu-ray : Package

 


최근 발매하는 패키지마다 준수한 퀄리티와 다양한 구성물로 콜렉터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더 블루'답게, 이번 ’갈증' 블루레이 패키지도 한정판에 걸 맞는 구성과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더 블루를 통해 발매되고 있는 작품들이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작품들 보다는 작품성을 더 인정 받거나, 마니아들 사이에서 더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러한 소외 될 수 있는 작품들을 정식 발매된 우수한 구성의 블루레이로 소장 할 수 있다는 점은, 국내 시장에서 아직 까지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풀슬립 아웃케이스에도 많은 신경을 쓴 것을 엿볼 수 있는데, 무광 코팅 된 케이스에 제목은 돌출 된 형태로 제작되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며, 전면과 후면의 제목 로고와 스파인 후면의 로고 역시 유광 은박으로 제작되어 은은한 고급스러움을 선사한다.





구성물로는 접지 형태의 포스터가 수록되었는데, 특이한 점은 다른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르게 이 접지 포스터를 수록하기 위한 별도의 홀더가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이 홀더는 소책자도 함께 보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커다란 기능이나 장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세심하게 신경 쓴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북클릿의 경우 총 36page로 이뤄져 있는데,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 글 외에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 내용과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과 원작자인 후카마치 아키오의 대화 형식의 인터뷰 내용도 수록되어 있어 읽을 거리를 충분히 제공한다. 최근 들어 블루레이 패키지에서 소책자를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되는데, 간혹 의미 없는 내용들을 수록한 경우도 있지만 ’갈증'의 경우는 특히 인터뷰 형식 위주로 담겨 있어 부담 없이 유익한 내용을 접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스카나보 킵케이스의 경우 2중 자켓 형태로 제공이 되는데, 단순히 전면과 후면의 이미지가 달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자켓이 아니라, 로고와 텍스트가 인쇄 된 반투명 자켓 1종이 제공되어 기존 자켓 위에 배치했을 때 작품 이미지와 더 어울리는 커버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투명한 케이스에 수록 된 포토 카드 5종과 더 블루 콜렉션 한정 카드도 수록되어 한정판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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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블루레이의 화질은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전작들 가운데 '고백' 보다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느낌에 가까운 편이다. 참고로 '고백' 블루레이 영상은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게 느껴질 정도로 노이즈나 거친 질감을 0%에 가깝게 구현하여 차가운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했다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본 영상의 의도 자체가 한 없이 거친 질감을 보여준 경우인데, '갈증'은 제작 연도에 따른 블루레이 화질 수록 퀄리티는 높아졌지만 영상 자체의 의도는 '마츠코'와 유사한 방식을 취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은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 작품 답게 역시 강렬한 영상을 수록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어둡고 톤 다운 된 영상을 보여주는 가운데 카나코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인위적인 효과를 더해 몽환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기도 한다. 전작 '고백'의 이미지 쇼크가 워낙 강해서 인지 몰라도, 이번 '갈증'에서는 생각보다는 선혈의 표현에 있어서 의도 된 강렬함 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어필하고 있다. 블루레이의 화질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전반적으로는 거친 입자로 이뤄진 질감이 느껴지는 영상을 수록하고 있으며, 장면에 따라 조금 화질 편차가 느껴지는 편이다.






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 역시 특별한 장 단점이 도드라지기 보다는 무난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임팩트 측면에 있어서는 그리 강렬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러운 측면이나 멀티 채널의 활용도 측면에 있어서는, 역시 블루레이 감상 시에만 느낄 수 있는 생활 잡음 등의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1 장의 디스크로 출시 된 '갈증' 블루레이는 본 편 외에 총 4개의 부가 영상이 수록되었다. 첫 번째 부가 영상은 '사랑하니까 죽여버리겠다'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일본 영화 타이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형식의 메이킹 다큐로, 제 3자의 내레이션이 전체 다큐를 기본적으로 소개하는 과정 속에 인터뷰와 촬영장 뒷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방식의 영상이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야쿠쇼 쇼지가 연기한 ‘후지시마’ 캐릭터에 대한 소개가 수록되었는데, 촬영 현장에서 캐릭터의 표정과 감정 하나 하나까지 디렉션을 주는 테츠야 감독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야쿠쇼 쇼지 정도의 대 배우가 자신의 연기에 대해 끈임 없이 감독에게 의사를  묻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감독이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배우들에게 주문한 것이 연기할 때 억제하지 말라는 것 이었다고 하는데, 에너지와 감정을 끝까지 소진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인간적인 면모와 그럴 때 만이 가능한 순간을 이끌어 내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다. 원작자 후카마치 아키오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는데, 원작자인 그조차 섬뜩하다고 느낄 정도로 자신의 작품 이상의  완성도와 만족을 느꼈다는 내용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다.





두 번째 부가 영상은 '나는 나를 찾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인데, 모델 출신인 여주인공 코마츠 나나의 오디션 영상으로 시작, 이 작품에 캐스팅 되게 된 과정에 대한 솔직 담백한 인터뷰와 독백으로 이뤄져 있어, 흔한 메이킹 영상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페이크 다큐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흥미로운 영상이었다. 뭐랄까, 한정된 공간이나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 영상이 아니라 마치 코마츠 나나의 영상 화보 같은 형식이어서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영상이었다 (갈증을 선택한 이들 가운데 상당 수는 그녀 때문이기도 할테니). ‘나는 나를 찾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처럼 이 작품을 촬영하게 되면서, 코마츠 나나가 어떻게 자신을 발견하고 찾아가게 되었는 지가 은연 중에 느껴지는 색다른 메이킹 영상이었다.





세 번째 부가 영상으로는 '원작자 인터뷰'가 수록되었다. 원작자인 후카마치 아키오의 약 8분 분량의 인터뷰를 통해, 이 원작을 어떤 사건을 계기로 쓰게 되었는 지와 처음 나카시마 감독이 영화 화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분, 그리고 원작자로서 영화를 보게 된 소감, 원작과 다른 영화의 내용에 대한 의견 등을 들려준다.





마지막으로는 국내 용 예고편이 수록되었는데, 본래는 1분 28초 분량의 예고편이 수록되었어야 하는데 제작사의 실수로 인해 약 47초 정도에서 예고편이 종료되는 형태로 수록되었다. 결론적으로는 오류라고 말할 수 밖에는 없는 부분으로, 패키지 및 소장 가치에 있어서 많은 공을 들인 타이틀이기에 이 옥의 티가 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총 평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갈증'은 또 한 번 그의 작품 세계를 엿보는 동시에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와 일본이라는 사회 (혹은 세계)에 대해 곱씹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과 연출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도 그가 선사하는 강렬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면 '갈증'은 흥미로운 선택이 될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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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blu-ray)

우주를 설계하고 낭만을 이야기하다

 


리스토퍼 놀란의 2014년 작 '인터스텔라'는 그의 작품 답게 원초 적으로 두뇌를 움직이게 만드는 복잡한 설계가 밑 바탕에 깔려있고 그 위에는 가슴을 움직이게 만드는 낭만과 감동이 자리 잡고 있는, 딱 크리스토퍼 놀란 다운 작품이었다. '인터스텔라'는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 (Gravity, 2013)' 이후 사실상 처음 선보이는 본격 우주 체험 영화라는 부담감이 작용했을 수 밖에는 없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고 배우는 것에 그치던 우주라는 공간과 세계를 체험하는 것으로 끌어 들이는 데에 성공한 '그래비티' 이후엔 그 어떤 영화도 (최소한 단 기간 내에는) 우주를 다시 배경으로 하는 것에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본인이 '그래비티'를 보지 않은 유일한 사람일 거다 라고 밝히기도 했던 놀란은, '그래비티'와는 또 다른 의미로 체험하는 우주를 그리는 동시에 또 한 번 설계자 다운 면모를 발휘해 다층 적인 것을 넘어서 다 차원 적인 구조를 구현해 냈고, 여기에 낭만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의 드라마까지 담아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인터스텔라' 역시 아쉬운 점이 없지 않은 작품이지만 뭐랄까, 놀란의 영화관에 대해 좀 더 명확해 지는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구체적인 작품이기도 했다.

 

단 '인터스텔라'가 인상적인 본격적인 이유를 이야기 하기에 앞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가 항상 대단하다고 느끼는 지점은,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 무언가 저마다 이야기하고 싶도록 만들거나 다른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이에 근본적인 원인은 그가 만든 거의 모든 영화에 기본이 되는 치밀한 설계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가 주로 만드는 설계도는 항상 무언가 학구 적인 의욕을 한껏 이끌어내 왔었다. 

 

억을 잃은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플래시백 형태로 구성한 '메멘토'도 그랬고, 꿈 속의 꿈이라는 다층 구조를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표현해 낸 '인셉션'은 관객들로 하여금 '내가 100% 완벽하게 분석해 내겠어!'라는 의지를 불태우게 했었던 것처럼, 이번 '인터스텔라' 역시 우주라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공간을 배경으로, 역시 익숙하게 들어 왔지만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려운 블랙홀, 웜홀, 4차원, 5차원이라는 개념과 현상들을 시각적으로 수긍하고, 논리적으로 이해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렇듯 학구 적으로 파고든 설계 탓에 자주 그가 만든 세계는 논리적 오류나 설정의 오류라는 많은 의견들과 부딪히게 되기도 하는데, 실제로 그가 그의 동생과 함께 쓴 시나리오가 과학적, 논리적 오류가 있는 가의 여부와는 별개로, 그가 왜 이런 방식을 매번 택하고 있는 지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 봐야겠다는 걸 '인터스텔라'를 통해 또 한 번 강하게 느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왜 이렇게 영화를 복잡하고 설명하듯 만드는 것일까.





단하게 정리하면 두 가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하나는 그 세밀한 설계 자체가 갖는 중요성, 그러니까 '인터스텔라'로 비유하자면 5차원이라는 개념을 관객이 더 쉽게 이해하도록 영화 화 하기 위해 이를 논리적으로 뒷받침 할 만한 만반의 준비와 설계를 건축 하듯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더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구조와 설계 자체를 중심에 둔 다는 얘기다. 하지만 놀란의 영화는 이 과학적 혹은 호기심의 근거한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서 탄생 되었다고 단정 짓기엔 좀 더 생각해 볼 만한 점들이 있다. 사실 이렇게 달리 생각하게 된 것은 '인셉션'을 보고 나서 부터 인데, '인셉션' 이 개봉하고 나서 흡사 논문에 가까운 영화 글들이 수를 놓았을 정도로 구조가 전면에 드러난 작품이었지만 개인적으론 오히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코브'라는 캐릭터의 트라우마에 관한 아주 강력한 드라마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란 영화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아내를 잃은 남편이거나 가족을 잃은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의 분석은 이미 여럿 있어 왔는데, 여기에 더 힘을 보태서 이런 설정들이 어쩌면 그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설계한 구조적 배경보다도 더 우선적으로 그가 들려주고자 한 메시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인터스텔라'를 보며 또 한 번 강하게 들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결국, 기억을 이야기할 때도, 꿈 속의 꿈을 이야기할 때도, 코스튬을 입은 외로운 영웅을 이야기할 때도, 그리고 우주 속 웜홀 뒷 편의 5차원을 이야기할 때도 결국 한 인간의 드라마를, 더 나아가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실 그런 측면이 놀란의 모든 영화에 드러나고 있다고 봤을 때,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다크나이트' 의 경우 이 가운데 가장 감정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편이고, 이 작품 '인터스텔라'는 가장 직접적으로 감정이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인셉션'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 구조의 황홀함에 압도되어 만족감을 얻기에 벅찼었지만 두 번째 관람을 하고 나니 너무나도 명백한 코브의 슬픈 드라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인셉션'은 놀란 영화의 큰 두 가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설계와 감정, 혹은 설계와 낭만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인터스텔라'는 이 두 가지 관점에서 보자면 분명 후자에 더 큰 비중, 아니 더 노골적인 표현이 담긴 작품이었다.




(다음 단락에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골적이라는 표현을 반복 적으로 사용한 데에는 역시 '사랑'이라는 개념을 이 영화가 표현하고 있는 방식 때문이 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른 작품은 물론이고 감정적이라고 느꼈던 '인셉션'에서도 그 표현 방식은 직접적이지는 않은 편이었는데 '인터스텔라'에서의 후반부를 장악하고 있는 정서는, 오히려 한편으론 이런 우주 영웅 가족 영화에 대명사로 불리 우는 '아마겟돈'보다도 더 강력한 세기로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정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앞서 영화의 중반 부까지 우주와 웜홀에 대한 방정식을 풀 듯 논리의 파도를 따라오던 관객 입장에서는, '결국 이 모든 것의 해답은 사랑, 사랑이야!'라는 영화의 후반부가 맥이 빠질 수 밖에는 없는 노릇인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개인적으론 '인터스텔라'의 방식이 조금 직접적이었을 뿐 놀란의 영화는 항상 이런 드라마를 바탕에, 아니 중심에 놓았었기에 크게 이질적인 부분은 아니었다.

 

지만 그래도 '사랑, 사랑이었어!'라는 식의 전개는 이 5차원이라는 개념을 재료로 하기엔 너무 1차원적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들게 마련인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 크리스토퍼 놀란은 마치 찰리 카우프만이 '시네도키, 뉴욕 (Synecdoche, New York, 2008)'을 통해 본인의 메세지를 정말 끝까지 밀어 붙였던 것처럼, 본인이 항상 두 손에 쥐고 있던 설계와 감정의 개념을 한 발 더 나아가 하나의 개념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 이 작품에서 후반부 사랑의 개념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단순히 인간의 사랑이야말로 차원을 넘어서는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힘이 존재한다 라는 식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가설을 꺼내 놓는데, 바로 사랑이라는 개념이 아직 인간이 알아 낸 과학적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인간이 발명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혹시 설명할 수 없는 과학적 개념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즉, 사랑이라는 것이 감정의 산물이 아니라 일종의 과학적 산물 혹은 미래에는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설명이 가능한 무언가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러한 접근은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접근이었는데, 처음엔 이 같은 영화의 태도가 '와, 정말 대단한데!'라는 정도로만 느껴졌다면,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 작품의 기반이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콘택트 (Contact, 1997)'가 던진 화두인 '과학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히 경험한 것'에 대한 부분을 다시 한 번 메시지로 채용했다고 볼 수 있었다. 즉,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영화가 취하고 있는 태도는 이전 다른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인터스텔라'가 왜 흥미로운 작품인지를 또 한 번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콘택트'와 근본적으로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 '콘택트'는 이 광할한 우주에 인간만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공간 낭비인가 라는 말처럼 외계 생명체에 가능성에 대한 중요성이 짙게 깔려있는 작품이지만, '인터스텔라'는 그 중심이 외계 생명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인간 혹은 인간의 진화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스포일러 끝!)

 

쨋든 '인터스텔라'는 놀란의 다른 작품들처럼 하나 하나 따져보면 '왜 그러한가?'에 대해 소품이나 배경, 인물, 대사 등 모두 이유를 찾고 설명하는 것이 가능한 영화 일테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런 것들을 다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더 강력하게 드러난 낭만적인 가족 드라마이기도 했다. 또한 모두가 어린 시절 막연하게 우주 여행을 꿈꿔왔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아무도 우주를 꿈꾸지 않는 이 시대에 대한 그의 안타까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뒤돌아 보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들은 다들 바보처럼 순수하고 낭만적인 인물들이 중심이 된 드라마였던 것 같다. 마치 더 이상 막는 것이 불가능한 디지털의 시대에 끝까지 필름 촬영을 우선하고 3D를 배제해 온 그처럼 말이다.


 

Blu-ray : Menu

 

[디스크 1]






[디스크 2]





Blu-ray : Video







'인터스텔라' 블루레이 화질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일단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아이맥스 촬영 분과 35mm 필름 촬영 분에 대해 나누어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어쩔 수 없이 두 가지 다른 포맷으로 촬영된 영상은 서로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는 없을 듯 한데, 이 점은 블루레이 화질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먼저 아이맥스로 촬영된 영상의 화질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보는 순간 눈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하고 선명한 화질은 수록하고 있다. 특히 아이맥스 촬영이 특별히 시퀀스 별로 의도 되었다기 보다는 중간 중간 짧게 수록된 장면들도 있기 때문에, 비교적 여러 장면들을 최고의 화질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면 장점.






지만 이렇듯 아이맥스로 촬영한 영상의 화질이 태생적으로 압도적 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35mm 필름으로 촬영된 장면들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필름으로 촬영된 장면들의 화질도 사실 문제가 있거나 하는 정도의 화질은 아닌데, 워낙 아이맥스로 촬영된 장면이 화질이나 화면 비에서 오는 시원함이 압도적이다 보니 조금의 답답함은 어쩔 수 없이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어디 까지나 상대적인 비교와 교차에서 오는 느낌으로, 평균적으론 만족할 만한 퀄리티의 화질임은 분명하다.


 

Blu-ray : Audio

 

개 인적으로 아이맥스 촬영 분이 수록되었음에도 화질보다 좀 더 만족스러웠던 것은 사운드 퀄리티였다. 이는 기술적인 퀄리티 외에도 영화의 사운드 메이킹 덕택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우주라는 공간과 우주선 (이 영화에서 우주선이라는 공간은 사운드 측면에서 매우 중요도가 높다)이라는 공간적 배경에서 들려줄 수 있는 일종의 '가상'의 사운드를 최대한 현실감 있게 구성한 사운드는 블루레이를 통해 더 디테일하게 묘사된다.





히 우주선이 빠른 속도로 착륙하거나 이동하는 과정 중에서 발생하는 사운드에 있어서는, 그 내부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 넘치는 진동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러한 진동을 만들어 낸 것이 단순하게 우퍼 스피커를 중심으로 한 사운드의 볼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밸런스와 사운드 메이킹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가장 인상적인 사운드 포인트였다. ‘인터스텔라'가 깊은 몰입 감을 전달 하는 데에는 확실히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사운드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약 50분 분량의 영상인 ‘The Science of Interstellar’는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자문을 맡은 과학자 킵 손을 중심으로 ‘인터스텔라’가 들려준 이야기의 과학적 근거 혹은 근원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아마도 이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았더라면 그저 ‘영화니까’하고 넘겨 버렸을 여러가지 설정과 현상에 대해, 이론적으로 어떻게 가능하고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가능 혹은 진행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어찌보면 어려울 수 있는 과학과 중력, 우주와 시공간의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받아 들일 수 있는 이유는, 첫 째 ‘인터스텔라’가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며, 둘 째 이 다큐멘터리가 이론과 영화의 접점을 정확하게 알고 친절하게, 하지만 뜬구름 잡지 않는 형태로 소개해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내가 과학 선생님이라면 수업 시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만큼 지식의 접근성이 높고 유익한 다큐멘터리라 꼭 감상해보길 권한다.








‘Plotting An Interstellar Journey’에서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뷰를 통해 왜 ‘인터스텔라’를 만들어야 했는 지에 대한 제작 초기의 의도와 과정을 들려준다. 또한 작품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또 다른 다큐멘터리에 관한 이야기와 아이맥스 촬영에 관한 비교적 상세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Life On Cooper's Farm’에서는 영화 속 쿠퍼의 집이자 농장의 배경이 된 로케이션에 관한 이야기와 이 농장이 갖는 영화의 내적 의미에 대해, 역시 놀란 감독이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다른 영상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인터스텔라’ 부가 영상에서는 특히 더 크리스토퍼 놀란의 친절한 작품 설명을 전반적으로 만나볼 수 있어 여러모로 부가 영상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한 편이다. 

 

‘The Dust’에서는 영화 속 먼지 폭풍이 어떻게 (아날로그적으로) 탄생 되었는지 만나볼 수 있으며, ‘Tars and Case’에서는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인간적인 기계 ‘타스’와 ‘케이스’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여기서도 크리스토퍼 놀란의 아날로그적이고 현실성을 강조하는 철학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The Cosmic Sounds Of Interstellar’에서는 한스 짐머와 크리스토퍼 놀란이 어떻게 ‘인터스텔라’의 영화 음악을 (사실상) 함께 만들었는지에 대한 과정이 담겨있는데, 이미 ‘배트맨’ 시리즈를 통해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에 했던 작업 방식과 아이디어들은 최대한 피하려는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새로운 소리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 역시 결코 부족하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었다 (실제로 약간의 진부함이 느껴졌던 근래의 한스 짐머의 음악과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인터스텔라’의 스코어는 환상적이었다).

 

‘The Space Suits’는 지나치게 미래 지향 적이라기 보다는 전통적인 나사의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우주복의 탄생 과정을 엿볼 수 있으며, ‘The Endurance’를 통해서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네이슨 크로울리를 통해 인듀어런스호 세트 디자인과 그런 구조를 갖게 된 논리적 근거에 대해 상세하게 전해 들을 수 있다.

 

‘Shooting In Iceland’에서는 영화 속 밀러 행성과 만 행성의 로케이션 촬영지였던 아이슬란드의 촬영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다른 행성으로 소개 되는 곳이지만 컴퓨터 그래픽 보다는 실제 촬영으로 현실 감을 주기 위해 아이슬란드를 로케이션 촬영지로 선택하였고, 스텝들의 말을 빌리자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라는 말처럼 아이슬란드는 놀란의 의도를 정확히 구현 가능한 장소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The Ranger And The Lander'와 ‘Miniatures In Space'에서는 레인저 우주선의 구석구석 설명을 통해 우리가 영화를 보며 미처 다 확인하지 못했던 선 내의 디테일과 각각의 기능, 구조를 확인할 수 있으며, 미니어처 촬영을 통해 시각 효과가 어떤 방식을 통해 활용되었는지도 짧게 나마 소개하고 있다.

 

‘The Simulation Of Zero-G’에서는 영화 속 무중력 장면 촬영을 위해 사전 진행되었던 리허설에 관한 영상이 수록되었으며, ‘Celestial Landmarks’에서는 웜홀과 블랙홀 등을 영화 속에서 어떻게 구현이 가능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한 번 더 만나볼 수 있다. 참고로 앞선 ‘The Science of Interstellar’ 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지만, ‘인터스텔라’의 부가 영상을 모두 감상하고 나면 개봉 당시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과학적(이론적) 오류 혹은 타당성 논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될 듯 하다.

 

‘Across All Dimensions And Time’에서는 영화의 말미에 등장하는 테서랙트 구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수록되었으며, ‘Final Thoughts’에서는 놀란 감독을 비롯해 각본을 함께 쓴 조나단 놀란은 물론, 주요 스텝들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인터스텔라’가 어떤 의미를 갖는 영화인지 짧지만 명확한 메시지를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Trailers’에서는 총 4개의 버전의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인터스텔라'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기에 충분한 작품이자, 그가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전달 방식이 좀 더 균형을 이룬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로 블루레이 담긴 부가 영상들을 꼼꼼히 감상하고 나면, 적어도 크리스토퍼 놀란과 과학자 킵 손을 중심으로 한 영화의 스텝들이 과학과 현실의 접점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인적으론 크리스토퍼 놀란의 심오한 과학적 호기심에 못지 않은 꿈과 낭만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재차 발견할 수 있었고, 또한 그 사이에서 계속 균형과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가능했을 결과물을 만나게 되어, 감독으로서 놀란을 더 좋아하게 된 작품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마스터

폴 토마스 앤더슨의, 감히 최고의 걸작


폴 토마스 앤더슨의 모든 작품을 빼놓지 않고 보았고 또 좋아하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그의 최근작 '마스터 (The Master)'는 참 설명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보통 어렵다고 느껴지는 작품들은 처음에는 뭐라 말하기 어렵다는 벅찬 감정으로 극장을 나오게 되지만 몇 차례 더 반복 감상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 감독이 말하려는 바나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 명확해 지는 것이 (설령 그것이 감독의 의도와 다르다 하더라도)대부분인데, '마스터'는 이 와는 정반대의 경우라고 해야겠다. 극장에서 처음 보았을 땐 마치 그의 전작 '데어 윌 비 블러드 (There Will Be Blood, 2007)' 와 마찬가지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이 미처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에너지를 통해 발산해 내는 그런 작품인 줄로만 알았는데, 물론 그 에너지의 버거움에 대한 생각은 그대로지만 이 영화를 말하고자 할 때 알면 알 수록 더 불분명해 진다는 것은 최근 또 다시 보게 되면서 깨닫게 된 점이었다. 도대체 폴 토마스 앤더슨은 무슨 영화를 만든 것인가!




혹자는 '마스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이언톨로지를 주제로 한 영화라고도 하고, 또 다른 이는 PTA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역사에 대한 성찰이 담긴 작품이라고도 하며, 또 누군가는 트라우마에 관한 (특히 참전 후 트라우마) 이야기라고도 한다. 더 이야기하자면 지독한 러브 스토리로 볼 수도 있으며, 포괄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프레디 퀠 (호아킨 피닉스)과 랭케스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라는 전혀 다른 두 캐릭터를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심연을 파고 든 분석적인 작품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스터'에 대해서는 수 많은 평론과 분석이 존재하는데, 일단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PTA의 그 어떤 작품보다 다각적인 분석과 평가가 가능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물론 '마스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팬 입장에서는 이 텍스트 안에서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더 분석하고픈 욕구가 발생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분석을 하면 할 수록 이 모든 것이 마치 영화의 기이한 분위기 마냥 한 없는 멜랑콜리로 느껴지게, 무력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다시 보게 된 '마스터'를 통해 느꼈던 건,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최근 이 영화를 간절하게 다시 보고 싶었던 이유는 쌩뚱 맞게도 '위로'받고 싶어서 였다. 이미 영화의 내용을 모두 알고 있고, 위로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이 영화를 어떤 연유였는지 위로 받고 싶어서 보고 싶었다는 얘기다. '마스터'는 일종의 실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혹은 실패를 인정할 수 밖에는 없는 상대를 (실패했다고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 만나게 되는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을 텐데, 그런 점 때문인지 이 영화엔 묘하게 관객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 이러한 영화의 정서는 어느 정도 전작 '매그놀리아 (Magnolia, 1999)'와도 닮아있다.





사실 '마스터'는 여러 분석과 평가 이전에 거대한 힘 앞에 압도 당할 수 밖에는 없었던 작품이었다. 메소드 연기의 절정을 보여주는 호아킨 피닉스가 뿜어내는 에너지와 마스터라는 칭호에 부족함이 없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에너지가 맞 부딪히는 장면들은 숨 쉬는 것 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압도적이었으며, 이 두 배우 못지 않게 (캐릭터 상으로는 가장 무서울 정도의 분위기를 보여주었던) 힘 있는 연기를 펼친 에이미 아담스까지 더해지면서 폴 토마스 앤더슨은 또 한 번 마치 '데어 윌 비 블러드'가 그러하였듯이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 붙이는 데에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마스터'는 일종의 체력이 필요한 영화라고 해야겠다. 이 압도적인 에너지를 견뎌 낸다면 그 안에 또 다른 감정과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비로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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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플레인 아카이브에서 출시 된 타이틀을 소개할 때면 오히려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 있는데, 너무 칭찬 일색으로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번에도 칭찬을 좀 해야겠다. 현재 국내 블루레이 시장 상황이 결코 좋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스터'의 블루레이 발매는 더 놀라운 사건이라 하겠다. '인터스텔라' 같은 대흥행작도 아닌 '마스터'를 무려 세 가지에 달하는 패키지로 선택 구매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A or B의 상술이라기 보다는 각각의 타입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이는 출시 기획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 중 하나다.




일단 이번 플레인 아카이브 콜렉션으로 출시 된 '마스터' 블루레이는 일반판은 물론 스틸북 형태로 각각 렌티큘러 슬립, 풀 슬립, 쿼터 슬립 형태로 출시가 되어 소비자가 각각 원하는 형태와 가격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팬들은 결국 중복 구매를 하기도 하는 ㅎ). 최근 스틸북 열풍에 이어 그 못지 않게 자주 선택되는 패키지 유형 중 하나가 렌티큘러 방식인데, 이번 '마스터' 렌티큘러 패키지는 그냥 의미 없이 렌티큘러를 활용한 것이 아닌 렌티큘러에 적합한 이미지를 선택하여 (너무 당연하지만) 렌티큘러를 선택하는 본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스틸북 역시 덴마크에서 제작한 우수한 퀄리티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아웃케이스의 퀄리티 역시 플레인 콜렉션 답게 소장가치와 퀄리티에 많은 공을 들인 것을 손으로 만져보면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역시 플레인 타이틀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소책자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 특히 이번 '마스터' 소책자는 기존 씨네21의 마스터 특집 기사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좋은 글들을 소장할 수 있게 되어 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을 추모하는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그의 필모그래피를 되돌아 볼 수 있으며, 씨네21에 수록되었던 글 뿐만 아니라 LA영화비평가협회 부회장이자 영화평론가인 팀 그리어슨의 글 까지 만나볼 수 있어 소책자의 수준을 한 걸음 더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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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1 MPEG4 / AVC / 1080p / 23.976 fps의 화질은 기대 이상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는 65mm로 촬영된 영상인데, 그냥 65mm로 촬영을 해 본 정도가 아니라 이 포맷을 정확히 이해하고 65mm만의 장점과 당시의 감성을 그대로 재현해 낸 (어쩌면) 마지막 작품이라 할 수 있기에 '마스터'의 영상은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 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폴 토마스 앤더슨이 65mm로 촬영한 의도와 그 고집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지만 이 영상이 블루레이로 넘어오면서 어떤 퀄리티를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기대 반 걱정 반이기도 했었는데, 블루레이의 화질은 몇 몇 장면 놀라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수준을 보여준다. 특히 65mm를 활용하면서 와이드한 풍경을 주로 담은 것이 아니라 아주 타이트 한 클로즈 업을 통해 인물의 감정과 배우의 연기를 극대화 시키는 것에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숨막히는 클로즈 업 장면에서 화질의 우수함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 질감. 필름 특유의 질감을 블루레이의 화질로 느낄 수 있다는 건 '마스터' 블루레이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원스러움과 깊이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영상과 화질로 극장에서 볼 땐 미처 느낄 수 없었던 디테일을 여럿 발견할 수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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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ster Audio 5.1채널의 사운드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역시 조니 그린우드의 영화 음악이라 하겠다. 라디오헤드 출신으로 영화 음악가로도 이미 유명한 조니 그린우드는 폴 토마스 앤더슨과 이 작품 '마스터'는 물론 전작 '데어 윌 비 블러드'와 최근 작인 '인히어런트 바이스 (Inherent Vice, 2014)'의 음악을 맡기도 했는데, '마스터'의 영화 음악은 그 특유의 신비롭고 기이하면서도 멜랑콜리한 느낌으로 쉽게 잊혀지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실제로 이 영화가 기이하다고 느끼는 데에는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는데, 마치 연기가 주변을 휘감 듯, 영화는 물론 영화를 보고 있는 이들의 공간까지 퍼져나와 주변의 공기를 서서히 삼켜 버리는 듯한 영화 음악은 DTS-HD MA 멀티 사운드로서 더 실감나게 발휘된다. 선율 하나 하나에 자연스레 귀 기울이게 되는 경험은 '마스터' 블루레이 감상에서 그리 드문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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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영상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참여한 음성 해설이다. 사실 영화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감독이나 배우, 스텝들이 아닌 평론가를 비롯한 제 3자의 음성 해설은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는 없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평소 이동진 평론가가 얼마나 폴 토마스 앤더슨을 특히 이 작품 '마스터'를 애정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인지 그의 음성 해설 참여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일종의 사건이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이동진 평론가의 입장에서도 제 3자의 입장에서 음성 해설을 (그것도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은 큰 부담이었을 수 밖에는 없을 텐데, 그럼에도 참여한 것은 이 작품에 대한 또 다른 '애정'의 증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이나 배우, 스텝들이 참여한 음성 해설들이 주로 촬영장의 뒷 이야기나 (작가가 참여했을 경우) 캐릭터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이동진 평론가는 각 장면에 대한 영화 평론가로서의 해석은 물론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 세계와 각 배우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적절하게 들려주고 있어서 심심하다는 느낌 없이 끝까지 즐길 수 있는 경우.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 작품 답게 이동진 평론가 입장에서도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입장에서 음성 해설을 진행하고 있어 일방적이기 보다는, 풍부해 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영화를 흥미롭게 본 이들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음성해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다음 만나볼 수 있는 부가영상은 존 휴스턴 감독의 1946년 작 '빛이 있으라'라는 작품인데, 이 작품은 '마스터'에 모티브가 된 2차 대전 참전 후유증을 다룬 작품으로서 몇 몇 장면에서는 '마스터'의 잔상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영상이라 하겠다. 영화의 직접적인 촬영 뒷 이야기나 과정의 에피소드를 담은 일반적인 제작 영상이 수록되지 않은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이렇듯 작품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또 다른 작품을 한 타이틀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한 장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외에 짧은 촬영 현장 스케치 영상과 티저, 예고편 모음 그리고 확장 & 추가 장면이 수록되었는데, 이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확장 & 추가 장면의 구성이다. 일반적으로는 확장 장면들을 챕터를 나누어 장면 별로 수록하거나 혹은 별도의 감독의 코멘트나 소개 영상을 담아 장면을 풀어 주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보통인데, '마스터'의 확장 & 추가 장면은 마치 또 다른 '마스터'의 짧은 편집본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묘한 느낌을 주는 구성이 돋보이는 부가영상이었다. 아마도 이 메뉴 명을 미처 보지 못하고 이 영상을 보게 된다면, 다른 짧은 버전의 '마스터'인가 착각할 정도로 기이하게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확장 & 추가 장면은 또 다른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총평]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는 그의 여러 강렬한 작품들 가운데서도 손 꼽힐 만한, 아주 이상하면서도 대단한 걸작이었다. 작품에 대한 매력을 더 배가 시키는 플레인의 블루레이 콜렉션은 이번에도 소비자를 실망시키지 않으며, 그저 겉보기에 화려한 포장이 아닌 영화 본연이 돋보이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브랜드라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아, 그리고 타이틀 내에 수록된 소책자에서도 따로 소개되고 있기도 하지만,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 역시 새삼 그리워지는 작품이었다. 지난 2월 2일이 벌써 그가 떠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었기에 더더욱.


스펙

 

- 자막 - 한국어, 영어

- 화면 비율 - 1.85:1 MPEG4 / AVC / 1080p / 23.976 fps

- 오디오 - 영어 DTS-HD Master Audio 5.1

 

* 스페셜 피처 

- 이동진 평론가의 전편 음성해설 트랙

- 영화의 모티브가 된 2차 대전 참전 후유증에 존 휴스턴 감독의 1946년작 ‘빛이 있으라’(58분)

- 촬영 현장 스케치(8분)

- 확장 & 추가 장면(20분)

- 티저, 예고편 모음(16분)

* 전체 한글자막 수록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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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르윈 : 블루레이 리뷰

작품에 걸맞는 컬렉션으로 탄생한 한정판​

거장이라 불리는 감독들 가운데 최근 몇 년 간 가장 꾸준한 완성도와 평단의 열렬한 지지, 더 나아가 조금씩 더 나아지는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 감독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코엔 형제를 가장 첫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2007 년 작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시작으로, '번 애프터 리딩 (2008)', '시리어스 맨 (2009)', '더 브레이브 (2010)' 그리고 이 작품 '인사이드 르윈'에 이르기까지, 코엔 형제의 작품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미국 사회를 다루는 동시에 영화라는 매체가 던질 수 있는 메시지의 한계를 조금씩 더 넓혀왔다 (혹자는 '번 애프터 리딩'이 이 리스트에서 빠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확히 이야기하자면 코엔 형제는 위에 언급한 작품들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이른바 '거장'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 밥 딜런 이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음악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땐, 그들의 팬이자 포크 음악의 애호가로서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는 이미 여러분들이 확인했다시피 또 한 번 마법 같은 연출력으로, 최고의 음악 영화인 동시에 코엔 형제가 꾸준히 말하고자 하는 삶의 고통을 담아낸 수작으로서 기억될 작품을 만들어 냈다. 바로 '인사이드 르윈'이다.




'인사이드 르윈'은 데이브 반 롱크 (Dave Van Ronk)라는 실제 포크 뮤지션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있는데, 데이브 반 롱크는 당대의 포크 뮤지션인 밥 딜런, 존 바에즈 등에게 영향을 끼친 뮤지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그의 전기 영화로 보기는 어렵다. 코엔 형제는 데이브 반 롱크라는 포크 뮤지션의 이야기를 빌어, 자신들이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시대의 공기와 우연의 연속을 통한 삶의 아이러니를 차분하게 그려낸다 (참고로 영화의 제목 'Inside Llewyn Davis'는 데이브 반 롱크의 1963년 앨범 'Inside Dave Van Ronk'에서 가져왔다). 




실 처음 코엔 형제가 음악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일반적인 음악 영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예상을 할 수 있었고, '인사이드 르윈'은 조금 다른 의미지만 실제로 그랬다. 포크 뮤지션인 르윈 데이비스 (오스카 아이삭)를 중심으로 영화는 전개되지만, 그의 음악적 커리어에 대한 성공과 실패에 주목하기 보다는 코엔 형제의 다른 영화들처럼, 주인공이 짧은 여정 속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개의 우연들과 그 우연들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만들어 내는 전혀 다른 사건들에 대해 무덤덤 하게 그려낸다.

'시리어스 맨'이 나른함과 시니컬 함의 정서였다면 '인사이드 르윈'은 한 편의 수채화를 보는 듯 혹은 꿈을 꾸는 듯 불투명하고 안개 속에 있는 듯 멜랑콜리한 정서를 통해 놀랍게도 영화가 끝나는 순간, 도대체 무슨 체험을 한 것인가 스스로를 몇 번이고 돌아보게 만든다.





인사이드 르윈 - THE BLU COLLECTION LIMITED EDITION




'인사이드 르윈'을 인상 깊게 본 순간 동시에 들었던 한 가지 걱정은, '과연 인사이드 르윈의 블루레이는 출시 될 것인가? 만약 출시된다면 패키지는 너무 소홀하게 나오지 않을까?'하는 우려였다. '인사이드 르윈'은 정말 그 해 최고의 영화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상업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땐 외면 당할 소지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블루를 통해 출시된 블루레이는 한정판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소장 가치 높은 만족스러운 패키지로 출시되었다. 진심으로 다행이다.




단 이번 한정판 블루레이 패키지의 구성물을 나열해 보자면 40p 분량의 소책자와 오리지널 포스터 카드, 포토 카드 3종과 기타 피크 그리고 더 블루 콜렉션 한정 카드가 수록되었다. 넘버링 스티커 등 한정 판을 더욱 한정 판 답게 만드는 구성물을 통해 '컬렉션'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쓴 모습이다.






저 소책자의 경우 '고양이를 쫓는 이상한 모험'이라는 제목의 영화 리뷰 글과 '포크가 허락한 모든 것'이라는 제목으로 OST를 소개하는 글이 수록되었고, 여기에 감독과 배우들을 각각 소개하는 '피로한 인물의 창조자들' '오스카 아이삭,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수록되어 충분한 읽을 거리 또한 제공한다. 소책자에 수록된 모든 글은 영문으로도 제공된다.



풀 슬립 아웃케이스는 크래프트 재질로 제작되었으며 최근 풀 슬립 아웃케이스의 경향이 그러하듯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내부까지 일부 디자인이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케이스는 스카나보 투명 케이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영화의 주요 장면을 담은 포토 카드 3종과 오리지널 포스터 이미지가 담긴 카드 1장도 수록되어 소장 가치를 더한다.

그 리고 포크 음악을 담은 영화 답게 기타 피크도 제공하고 있는데, 아까워서 실제 이 피크로 연주를 할 수 있겠느냐 만은 집에 어쿠스틱 기타가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 쯤 이 피크를 사용해서 극 중 오스카 아이삭처럼 'Hang Me, Oh Hang Me~'를 읊조려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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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포맷의 블루레이 화질은 최신작답게 만족스러운 편이다. 아마 극장에서 이 작품을 접하지 못했던 이들이라면 작품의 영상 톤에 대해서 살짝 의문을 갖을 지도 모르겠는데, 전반적으로 무채색의 느낌이 나도록 색감의 레벨을 상당히 낮춘 형태의 영상은 감독의 의도가 담긴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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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영상에 잠시 등장하는 실제 촬영 장면과 비교해보면 영화 속 영상이 얼마나 의도적으로 컬러가 조정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가스등 카페 장면과 실외 장면에서 더 그러하다), 오히려 이렇게 전체적으로 톤 다운 된 영상을 수록하고 있기에 화질의 중요성이 더 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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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음악의 비중이 큰 작품 답게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코엔 형제는 '인사이드 르윈'을 만들면서 음악을 단순히 담는 것이 아니라 라이브로 담아내길 원했는데, 그렇게 담아낸 연주와 노래 장면들은 블루레이의 사운드를 통해 더 집중력 있게 안방 극장으로 전달된다. 특히 이 작품의 연주 장면은 연주와 노래 외에 군더더기가 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를 배제한 채 오로지 그 곡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사운드의 중요성이 다른 영화들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는데,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확실히 이 포인트를 더 배가 시키는 역할을 해낸다.




화 음악 외에 이 작품에서 소소하지만 사운드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은 고양이가 등장하는 장면인데, 아마 집사 분들이라면 다 잘 아시겠지만 고양이 특유의 그르렁 대는 사운드를 느낄 때면 묘한 쾌감이 있는데, 특히 블루레이처럼 선명한 사운드로 접하게 될 땐 그 감동(?)이 더 배가 되는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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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가 영상은 Inside “inside Llewyn Davis” 라는 제목의 약 40여 분 분량의 메이킹 영상 만을 수록하고 있는데, 이 영상의 내용 자체는 만족스러운 편이지만, 이 영상 외에는 전혀 다른 부가 영상이 수록되지 않은 점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킹 영상에서는 감독인 에단 코엔과 조엘 코엔의 인터뷰는 물론이고, 오스카 아이삭과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 존 굿맨 등 주요 출연진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코엔 형제의 인터뷰를 통해서는 전체적으로 '인사이드 르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를 비롯해, 연기와 노래 특히 연주까지 가능한 르윈 데이비스 역할을 캐스팅하기 까지의 어려움을 전해 들을 수 있다. 코엔 형제는 이번 영화에서 노래와 연주가 마치 뮤지컬처럼 직접 라이브로 진행되길 원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오스카 아이삭 만한 적역도 없지 않았나 싶다.





양한 제작 뒷 이야기를 담은 메이킹 영상에서도 특히 흥미를 끌었던 장면은, 주인공 오스카 아이삭을 비롯해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음악 감독인 티 본 버넷 그리고 '멈포드 앤 선즈 (mumford and sons)'의 리드 보컬 마커스 멈포드와 그의 아내 캐리 멀리건까지 음악 작업을 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었다. 어쩌면 이 과정의 장면들도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유명한 뮤지션과 배우들이 스튜디오에서 서로 눈빛을 맞춰가며 노래와 연주를 함께 하는 장면은, 그것만으로도 감동적인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총평] 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은 그들의 놀라운 필모그래피 가운데서도 단연 손꼽힐 만한 마법 같은 작품이었다. 포크 뮤직이라는 세계 관에 자신들이 평소 말하고자 했던 삶의 아이러니에 관한 세계관을 아주 얇은 두께의 레이어로 겹쳐낸 이 작품은, 완벽한 코엔 형제의 영화인 동시에 완벽한 음악 영화이기도 하다.


런 작품을 구성물이 풍성한 패키지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아직도) 반가움이 더 먼저 드는 사건이며, 앞으로도 코엔 형제의 영화를 비롯해 작품성으로 인정 받는 좋은 영화들이 그에 걸맞는 퀄리티의 타이틀과 패키지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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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헤이즐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해


조지 클루니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디센던트'를 통해 얼굴을 알렸던 여배우 쉐일린 우들리와 '다이버전트'에 출연했었던 안셀 엘고트가 주연을 맡은 (아시다시피 '다이버전트'의 여자 주인공은 다름아닌 쉐일린 우들리다) 조쉬 분 감독의 영화 '안녕, 헤이즐 (The Fault in Our Stars, 2014)'이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다. 산소통을 끌고 호흡기를 연결하고 있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만 봐도 이 영화의 줄거리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데, 누구나 예상하는 바로 그것처럼 ' 안녕, 헤이즐'은 암으로 인해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주인공 헤이즐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영화는 시한부의 삶을 사는 주인공을 다룬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도 줄거리 측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시한부의 삶을 최대한 덤덤하게 받아들이려는 모습은 조셉 고든 래빗이 주연을 맡았던 '50/50'과 조금 닮아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 만의 빛나는 점이라면 이 죽음을 앞둔 주인공이 10대 소녀라는 것이고, 영화의 시작 부분 헤이즐의 내레이션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 스스로 비슷한 주제를 다룬 영화들처럼 뻔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현실은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한부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은 대부분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오로지 감정에 기대어 신파로 풀어낸 경우고 다른 하나는 오히려 영화 내내 덤덤하게 참아내던 (그래서 한 편으론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주인공이 마지막에 가서 한 번 참지 못하고 감정을 터뜨리고 마는 경우 정도일 것이다. '안녕, 헤이즐'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영화와는 달리 현실을 보여줄께 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두 가지에 모두 속하거나 모두 속하지 않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어떤 측면에서는 덤덤한 주인공들의 모습으로 일관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감정을 건드릴 수 밖에 없는 부분을 일부러 피해가지는 않으며 그 감정선을 표현할 때에도 관객과 공감대를 충분히 함께해 눈물짓게 만드는 그런 '현실적인' 작품이다. 그리고 헤이즐과 그녀의 가족, 그녀의 친구인 어거스트와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전하면서도 10대 소년 소녀만이 갖을 수 있는 현실적인 면을 간과하지 않는다.




사실 이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 정서는 죽음 못지 않게 사랑, 특히 10대의 알콩달콩한 사랑이다. 마치 요새 말로 '사랑꾼'이라 할 수 있는 어거스트의 대사와 눈빛 하나하나는 처음에 보면 느끼하고 닭살 돋아 적응이 안되기도 하지만, 영화는 이런 어거스트의 모습을 (굳이 그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관객들이 마치 극 중 헤이즐처럼 사랑하도록 만들고 있다. 즉, 어거스트는 흡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았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문어체 대사처럼 두 손이 오그라드는 감정 표현의 대사들을 쏟아내지만, 밉지 않고 귀여운 매력이 느껴지는 동시에 무엇보다 사랑스럽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흠뻑 빠져들어 귀엽고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헤이즐과 어거스트의 로맨스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며, 반대로 그렇기에 두 주인공이 처한 현실의 무게는 더 큰 슬픔으로 전해진다.




원작 소설을 썼던 존 그린은 자신이 병원에서 만났던 실제 소녀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썼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이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의도적인 신파나 의도적인 거리 두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힘겨운 삶의 무게를 어린 나이로 견뎌야 했던 소녀를 안타깝게 바라볼 수 밖에는 없었던 한 어른의 시선이 영화 곳곳에 묻어나 있다. 그 가운데 몇몇 대사는 이런 상황에 놓였거나 혹은 주변 인물이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 놓였던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날카로운 질문과 대사들도 발견할 수 있었으며, 더 나아가 주변에서 직접 함께 했기에 가능했을 폐부를 찌르는 아픈 대사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안녕, 헤이즐'이 비슷한 주제를 다룬 영화들에 비해 더 만족스러웠던 건 바로 이 '현실감'에 대한 디테일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가장 허황되게 느껴질 수도 있는 10대의 사랑을 그리면서도 전반적인 균형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역시 그 때문일 것이다.





헤이즐을 연기한 쉐일린 우들리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어거스트를 연기한 안셀 엘고트의 미워할 수 없는 사랑꾼 캐릭터 역시 참 보기 좋았다 (이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여기에 로라 던과 웰렘 데포 같은 중견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Ed Sheeran, Birdy, Jake Bugg 등의 곡을 만나볼 수 있는 감성적인 사운드 트랙이 더해져 마치 아름답고도 쓸쓸한 가을이라는 계절과도 같은 느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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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헤이즐' 블루레이의 화질은 최근 보았던 드라마 장르 타이틀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화질을 선보이고 있다. 몇몇 장면에서는 마치 초고화질의 TV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이질감을 최소화 한 고화질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드라마 장르의 화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기보다 첫 번째 고려 사항은 아니다라고 종종 이야기해 왔었는데 '안녕, 헤이즐'의 경우는 확실히 시원시원한 화질로 즐기는 매력이 더 큰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극 중간에 등장하는 암스테르담 노케이션 장면의 경우가 좋지 않은 화질이었다면 그 분위기가 제대로 살지 않았을 장면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작품에서 화질의 우수성이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큰 편이다.






예전 '디센던트' 블루레이를 리뷰하면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쉐일린 우들리의 주근깨 있는 얼굴은 어떤 의미에서 블루레이에 최적화(?) 된 마스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번 타이틀이 특히 그녀의 이런 피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배경과 인물이 동등한 비율로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이른바 '날라가는' 부분 없이 디테일한 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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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도 크게 흠잡을 곳 없다. 드라마 장르의 특성상 사운드 적인 측면을 테스트할 만한 장면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몇몇 사운드 활용도가 높은 장면을 확인해 본다면 타이틀의 사운드 퀄리티가 부족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영화 못지 않게 매력적이었던 사운드 트랙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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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헤이즐' 블루레이는 극장판과 확장판이 동시에 수록되었는데, 확장판은 러닝 타임이 133분, 극장판은 126분을 수록하고 있다. 감독인 조쉬 분과 원작 소설을 쓴 존 그린이 참여한 음성해설 역시 확장판과 극장판 모두 수록되었다.



음성해설의 경우 조쉬 분과 존 그린이 이 사랑스러운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 들어봐도 촬영 현장의 분위기가 얼마나 좋았을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제작과정을 담은 부가영상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안녕, 헤이즐'의 촬영 현장 분위기는 영화 만큼이나 따듯하고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그런 현장임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사실 이 작품 같은 경우 음성해설이 주는 정보가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한데, 정보량 자체는 SF영화나 스릴러 장르에 비해 적을 수 밖에는 없지만 원작자와 감독이 이질감 없이 영화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는 이 작품을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한 번은 들어볼 만한 음성해설이라 하겠다.




'삭제장면'에는 총 6가지 장면이 수록되었는데 삭제 장면 모두에 음성해설이 포함되어 있어 아쉽지만 끝내 본편에서 제외시켜야만 했던 감독의 뒷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다.  ‘안녕, 헤이즐’이 간직한 이야기는 본격적인 제작 과정을 담은 메이킹 다큐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여주인공을 연기한 쉐일린 우들리가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야기였다.


어떤 계기나 인연으로 인해 캐스팅 된 것이 아니라 원작 소설을 정말 인상 깊게 읽었던 우들리가 영화사에 먼저 연락을 해서 자신이 꼭 헤이즐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하는 것은 물론, 헤이즐 역할이 아니라 엑스트라라도 좋으니 꼭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이 작품에 대단한 열의를 보였다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그 열정만으로 캐스팅 된 것은 아니겠지만 나중에는 원작자인 존 그린도 우들리에게 헤이즐을 연기해 줘서 고맙다고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했을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프로모션 영상'에서는 아주 짧은 영상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 볼만한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작가의 색다른 경험'에서는 존 그린이 화자로 등장하여 촬영장의 뒷 모습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가볍게 전달한다. 이 부가영상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원작자인 존 그린이 영화화 된 자신의 작품에 얼마나 만족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작은 무한대'에서는 영화 속 헤이즐과 어거스터스 커플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특별한 영화 음악'에서는 사운드 트랙에 참여한 밴드들의 짧은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갤러리'와 '영화 예고편'도 수록되었다.




[총평] '안녕, 헤이즐'은 누구나 포스터만 봐도 예상할 수 있는, 아니 예상했다고 생각하는 영화이지만 막상 보고나면 그 예상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느껴짐에도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젊은 두 배우인 쉐일린 우들리와 안셀 에고트의 사랑스러운 앙상블도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했으며,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도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어서 애틋한 여운도 남는 괜찮은 작품, 그리고 블루레이였다. 이 마지막 가을의 자락에 조용히 추천하고픈 영화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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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오픈케이스] 악마를 보았다 스틸북 : PET 아웃케이스 넘버링 한정판

(Blu-ray open case _ I Saw the Devil _ Plain Archive)



어쩌다보니 블루레이 오픈케이스 포스팅은 플레인 타이틀만 하게 되는데, 그 만큼 플레인에서 나오는 타이틀들이 꾸준히 일부러 소개하고픈 마음이 들 정도의 퀄리티와 구성으로 출시된다는 반증이 되겠다. 최근에는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몇몇 블루레이 제작사에서 플레인의 한정판 구성을 템플릿처럼 가져다가 발매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 한 편으론 유저 입장에서 더 나은 퀄리티의 타이틀을 여럿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기도 하겠으나, 나 역시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수도 없이 후발 주자들에 견제 및 서비스 복제(?)를 당해 본 터라 남일 같게 만은 느껴지지 않아 묘한 감정이기도 하다. 여튼 이번에 나온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는 총 3가지 버전으로 출시되었는데, 나는 그 가운데서 PET 아웃케이스 넘버링 한정판을 구매했다.







이번 한정판이 마음에 드는 첫 번째 이유는 영화의 살벌한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붉은 빛의 PET 아웃케이스 때문이다. 거칠게 써내려간 영화의 영어 제목과 잘 매치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본 스틸북 케이스의 이미지와도 은근한 조화를 이뤄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고어함이 아웃케이스에서도 잘 묻어나는 느낌이다.






투명 PET 케이스 내에는 40PAGE 분량의 소책자와 스틸북 케이스가 수록되었다.






스틸북에 선택된 양면의 이미지 역시 본 영화의 이미지를 좀 더 스타일리쉬하게 변형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데, 좀 더 유니크한 맛이 있어서 마음에 든다.





역시 스틸북은 이 옆면을 보는 맛!






이번 한정판에는 총 4종의 미니사이즈 영화 카드와 2종의 양면 아트 카드가 수록되었는데, 해외 개봉시 포스터 이미지를 담은 아트 카드가 눈길을 끈다.  나중에 역시 플레인에서 출시된 '마스터' 블루레이를 소개할 때 또 언급하겠지만, 이 미니사이즈 영화 카드는 아마도 플레인 한정판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언가 컬렉팅 한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라 소소한 재미가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리고 플레인 타이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책자. 이번 책자 역시 알찬 내용의 글들이 수록되었다.








최근 플레인에서 출시된 타이틀들은 해외 블루레이 유저들 사이에서도 많은 관심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이번에도 지난 번 '멜랑콜리아' 타이틀과 마찬가지로 내부 책자의 소개글을 영문으로도 소개하고 있다. 또 놀라운 점은 오히려 해외 유명 기고가의 글을 번역하여 수록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아, 점점 글로벌해지는 소책자 내용이 아닐 수 없겠다.





현재는 아쉽지만 '악마를 보았다' 플레인 한정판 3종은 모두 품절이 된 상태이다. 다른 타이틀도 그렇듯 플레인에서 발매하는 타이틀들을 손에 넣으려면 미리미리 프리오더 전쟁에서 승리하여야만 할 것이다.



플레인 아카이브 홈페이지 (쇼핑몰) - http://plainarchive.co.kr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블루레이] 엣지 오브 투모로우 (Blu-ray : Edge of Tomorrow)

슈팅 게임의 프로세스를 그대로 영화화한 흥미로운 작품



톰 크루즈와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또 다른 SF 액션영화' 정도로 생각했던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아주 구체적으로 게임을 영화화 한,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FPS게임을 진행하는 프로세스를 그대로 영화화 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흔히 게임을 영화화 했다고 하면 게임의 배경이 되는 내용이나 그 스토리를 그대로 영화화 한 경우를 떠올릴 수 있겠는데,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경우는 이와는 달리 1인칭 슈팅 게임인 FPS 게임을 유저가 실제로 플레이하는 과정 그 자체를 영화로서 풀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간 여행의 개념이 아닌 리스폰, 혹은 리플레이의 개념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아이디어였다.


물론 이 작품은 따로 있고 그 것은 게임이 아닌 일본의 라이트 노벨인 'All you need is kill'인데, 원작에서는 루프나 외계인의 침공 등의 설정만 가져왔을 뿐 다른 스토리 적인 측면이나 기타 설정들은 다른 측면이 많은 편이다 (※ 참고로 이 작품은 헐리웃에서 일본 라이트 노벨을 영화화한 최초의 작품이다).




▲ (좌) 영문 소설 표지 / (우) 만화 중 한 장면


주인공인 빌 케이지 (톰 크루즈)는 외계인과의 전투 중 우연히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갖게 되어, 죽으면 특정 시점으로 돌아가 매일 같은 하루를 살게 된다. 이런 비슷한 설정의 영화로는 빌 머레이 주연의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1993)'을 떠올릴 수 있겠는데, 이 작품은 정확히 타임 루프라는 설정을 가져온 작품인 반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타임 루프라기 보다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더 흥미로운 점이다.


즉,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중요한 것은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주인공이 어떻게 다르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됨으로 인해 오늘은 가지 못했던 그 다음을 조금씩 계속 전진해 간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것은 정확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과 겹쳐진다.





사실 게임을, 특히 FPS 싱글 모드를 한 번이라도 플레이 해 본 이들이라면 영화 속 케이지의 이야기가 너무 쉽게 받아들여 졌을 것이다. 유저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게임이 익숙해 졌다고 생각될 때, 노멀 난이도가 아닌 극한의 난이도로 싱글 모드를 다시 플레이 해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정말 수십번을 반복하고 여러 날을 같은 에피소드를 반복해서 플레이하게 되는 일이 많다.


사실 게임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보여지는 현실보다 더 어려운 경우인데, 근래의 FPS 게임들은 영화의 경우와는 달리 반복할 때마다 정확히 100% 그대로의 상황이 구현되지는 않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플레이를 해야 만이 여러가지 경우에 미리 대처할 수 있는 편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공감하게 되었던 순간은 케이지가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이었는데, 게임으로 따지자면 이른바 패드를 던져버리고 싶은 순간이 떠올라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수십 번을 반복한 탓에 더 이상은 시도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되던 순간, 우연한 실수 혹은 시도가 드디어 다음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는 순간의 쾌감도 영화의 전개에서 그대로 만나볼 수 있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이 반복되는 게임 설정에 집중하고 있다보니 몇 가지 제한된 부분들도 있었는데, 지구를 지배하려는 외계인들의 설정이나 이에 대응하는 최첨단 수트를 기반으로 한 병기들의 활용 등도 딱 필요한 만큼만 노출될 뿐 추가 설명이나 활약상은 제한적인 편이라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아마도 이 내용이 실제 게임이었다면 좀 더 자세한 배경이나 활용이 가능했지 않았을까 싶다.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영화들 대부분이 갖는 특성 중에 하나는, 드라마 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나 스토리 자체에 집중하고 있지 않은 작품들이라 할지라도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는 것 만으로 일종의 설득력이 있는 드라마가 생성된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특히 그가 주연한 영화들에서 도드라지고 있는 점인데, 일종의 영화 외 적인 효과라고도 볼 수 있고 반대로 배우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궁극의 효과라고도 볼 수 있겠다.





관객들은 다른 사람이 아닌 톰 크루즈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보면서 연기력 + 연기력 외적인 이미지로 인해 (여기서 연기력 외적이라는 건 친절한 톰아저씨의 이미지가 아닌, 그가 위험한 스턴트를 대부분 직접 수행한다는 정보처럼, 그가 모든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믿음에 관한 것이다), 스토리 적으로는 빈약한 드라마가 훨씬 더 강력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겉으로 보여지는 이야기 외에 영화 속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얼굴을 보면, 그 이면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자동적으로 생겨난다는 점이다. 이것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도 그대로 발휘된다.





결과적으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영화 속 주인공인 케이지 입장에서는 리스폰 될 때마다 세이브 된 상태에서 다시 시작되는 형태이긴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 시작과 동시에 플레이를 시작해 최종 보스 전까지 한 숨에 달려야 하는, 즉 켠 김에 왕까지 깨버리는 그런 영화였다. 그래서일까. 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혼자서 고약한 생각을 했다. 맨 마지막 장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는 하루에 케이지가 '아 몰라, 이제 안해안해'하고 손사래를 치면서 허무하게 끝나는 그런 엔딩. 아니면 '아놔, 저장 안했네'하며 황당하게 끝나는 그런 엔딩. 그랬다면 정말 극장에서 환불 소동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고약한 상상이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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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의 화질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장면들이 많은 영상을 블루레이 만의 장점으로 인해 만족스럽게 감상할 수 있는 우수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으며, 블랙 레벨의 깊이에서도 탁월함을 보여주고 있어 전반적으로 최신작 다운 훌륭한 화질을 선보이고 있다고 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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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화면에 등장하는 배우 외에 거의 모든 것들을 CG로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을 쉽게 하게 되는 작품인데, 실제로는 외계인이나 액션 시퀀스에서 활용된 CG 외에는 최대한 실제하는 세트와 로케이션 촬영을 선호한 작품으로 좀 더 블루레이의 고화질에서도 덜한 이질감은 물론, CG와 실사가 겹쳐지는 장면에서의 이질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부드러운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위와 같이 최대한 실제 촬영을 하려고 한 감독의 방향성은 영상에 있어 좀 더 질감이 느껴지는 깊이를 표현하는 데에 근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병장기와 엑소슈트의 질감 그리고 여기에 진흙과 모래가 뒤 섞여 있는 손에 만져질 듯한 이 질감은 확실히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디테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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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MA 7.1의 사운드는 주저 없이 레퍼런스라 부를 만 하다. 특히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연상 시키는 해변 전투 시퀀스에서는 그야말로 '휘몰아 치는' 사운드의 향연을 만나볼 수 있는데, 변화 무쌍한 촉수의 움직임과 전장의 아수라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소음과 잡음, 비명 등의 복잡한 사운드들은 극장 못지 않은 공감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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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부가영상인 'Operation 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