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다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영화를 평균 이상으로 좋아하다보니 가끔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들을 보면 최대한 그 장소를 직접 찾아가서 다시 한 번 영화의 기운과 여운을 느껴보고자 하는 편이다. 바로 지난 주에 본 홍상수 감독의 신작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도 보는 즉시 그곳에 가고 픈 욕구가 발동하는 영화였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은 워낙 저예산이기도 하고 짧은 시간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아 실제 존재하는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것은 물론, 특별한 장소를 일부러 찾아 촬영하기 보다는 그냥 어떤 동네의 평범한 장소들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그의 영화를 보면 꼭 한 번 그 동네를 찾아보고픈 생각이 들곤 한다. 이번 작품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수원화성 근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영화를 본 바로 다음 날 가벼운 마음으로 수원을 찾았다.





영화의 첫 장면에 화성행궁 앞에서 극 중 함춘수 (정재영)가 담배를 피는 장면은 바로 저 큰 나무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참고로 이 영화를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늦여름 찾아간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 입김이 나는 계절에 찾아왔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나서 화성행궁에 입장하기 위해 입장권을 구매하는 장면. 참고로 내가 간 날은 행사 기간이라서 무료 입장이었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는 곳. 바로 복래당 (福內堂)이다. 이 곳에서 함춘수는 윤희정 (김민희)을 처음 만나게 되어 어색하고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정재영이 앉아있던 자리는 볕이 몹시 잘 들었다. 정말 솔솔 잠이 올 것 만 같은 햇살.





이 쪽은 극 중 김민희가 앉아서 요구르트를 먹던 자리. 특별할 것은 없지만 영화 속에서 워낙 그의 내레이션을 통해 이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소개를 듣다보니 달리 보이는 곳이기도 했다. 참고로 화성행궁은 정조가 머물던 임시처소였고 복내당은 정조가 행차시에 머물렀던 곳이였다고 한다.





이 곳은 바로 화성행궁 옆에 위치한 수원호스텔 건물인데, 영화 속에서는 거의 첫 장면 쯤에 정재영이 저 외쪽 창문을 열고 바로 사진을 찍은 이 아래 쪽의 고아성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이곳은 행궁 옆의 골목을 조금만 걷다보면 왼편에 나오는 가게인데, 바로 극 중 정재영과 김민희가 술을 마시며 오랜 대화를 나누던 바로 그 스시집이다. 이 곳은 보시다시피 가게 앞에 영화 포스터도 전시해 놓으며 촬영지라는 걸 알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리얼리티를 위해 직접 들어가서 스시에 소주 한 잔을 할까도 했지만 너무 낮시간이라 이번엔 패스.




그리고 여긴 극 중 김민희가 사는 집으로 등장하는 곳인데, 이 곳 역시 바로 행궁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참고로 영화를 보면 이 집 바로 뒤에서 절이 있어서 종 치는 소리가 들리곤 하는데, 실제로 뒤 편에 큰 불상이 위치해 있었고 종소리도 가깝게 들려왔다.


이 곳 말고도 가보려고 했는데 깜빡하고 못 갔던 곳이 '시인과 농부'라는 찻집인데, 극 중 인물들이 술을 마시는 장면의 배경이 된 카페다. 이 곳 역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여긴 영화 촬영과 상관없이도 독특한 분위기로 제법 소문이 난 찻집이다. 참고로 이 곳은 개인적으로도 아는 지인들이 다녀온 후기로 먼저 알게 된 곳으로, 영화 속에서 다시 보니 더 반가운 곳이기도 했다.


이렇게 짧게나마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의 배경이 된 수원 화성행궁 근처를 둘러보았다.

찬바람이 부는 한 겨울 즈음에 다시 한 번 찾아, 입김 호호 불며 또 한 번 영화를 느껴보고 싶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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