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문 (Two Doors, 2011)
두 눈 똑바로 뜨고 직접 확인하라
김일란, 홍지유 감독의 작품 '두 개의 문'을 드디어 보았다. 이 영화는 잘 알다시피 2009년 1월 20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다니..) 용산 남일당 건물에서 벌어진 25시간의 그을린 기록에 관한 영화다. 일단 이 영화의 핵심은 바로 이 '그을린' 기록에 있다. 누구나 알다시피, 아니 사실 요새 들어 이런 사안을 접할 때 가장 많이 놀라는 점은 개인적으로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일들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점이었다는 걸 감안할 때 다수가 알고 있는가 모르는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용산 참사를 언론, 법정, 정부가 다루는 방식은 분명 잘못된 점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렇기 때문에 '두 개의 문'은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디서 부터 잘못되었으며, 왜 그런 잘못을 저질렀는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기존의 고발성 다큐들과는 조금 다른 방법을 취한다. 흔히 강력한 주장과 설득을 하기 위해서는 더 날이 선 객관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바로 '두 개의 문'이 그러하다. '두 개의 문'을 보기 전엔 엄청난 사회 고발성 내용들이 날이 선 잣대로 가슴을 때리려나 보다 했었지만, 막상 보게 된 영화는 더 날카로운 객관성으로 인해 결국 남일당 망루 위에서 적대해야 했던 시위대와 경찰특공대 간의 상대적 이야기가 아닌 더 큰 담론을 이끌어 내는데에 이르렀다.
ⓒ 연분홍치마. 시네마달. All rights reserved
'두 개의 문'을 보고 가장 놀랐던 건 그 흔한 피해자, 유가족 들의 인터뷰 장면 하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장치가 반드시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사안을 영화 만으로 직접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움과 감독이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실제로 일을 겪은 이들 (피해자)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에서 기본적으로 활용하다시피한 장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두 개의 문'에는 이러한 장면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유일하게 존재하는 유사한 장면이라는 것이 법정을 나오며 오열하는 유가족의 모습 한 장면 뿐이다. 그렇다면 '두 개의 문'의 메시지의 전달 효과는 어떠한가?
피해자, 유가족 등의 인터뷰를 담는 것은 '사안을 영화 만으로 직접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움'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었는데, '두 개의 문'은 바로 이 어려움을 정면으로 돌파하다시피 한 영화라 해야겠다. 즉, '두 개의 문'의 방식은 용산 참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겪은 이들의 이야기와 이를 오랜 시간에 걸쳐 조사한 감독이 '이러한 일이 있었으니 여러분도 관심을 가져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그날 생지옥과도 같았던 25시간을 최대한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고 그 이후에 벌어진 정의롭지 못한 일들에 대해서도 '정의롭지 못하다'라고 100%의 평가를 내리기 보다는 '사실(Fact)'자체를 전달하는데에 더 주목하고 있다. 물론 관객은 어쩔 수 없이 이미 이 사안에 대해 어느 정도 문제성을 인지하고 접근을 시도하기는 하지만, 영화가 내내 취하고 있는 이 직접 보고 판단하라는 메시지에 점점 동화되어 결국엔 '전해 들은 것'이 아닌 '내가 겪은 일'에 가까워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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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문'은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처럼 사건을 가까이서 보고 들은 이의 경험을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다른 다큐 작품들에 비해 훨씬 더 '영화적'인 완성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본 영화 가운데 '프로메테우스'의 근원적 공포에 비길 정도의 현실적 공포를 보여준 영화가 바로 '두 개의 문'이었다. '두 개의 문'은 상당히 스타일리쉬한 화면 구성과 편집 그리고 화면 속 공포를 더 배가 시켜주는 영화 음악까지, 관객이 최대한 직접 체험에 들 수 있도록 영화적 완성도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의 벽을 넘어야하는 일반 관객들마저 어렵지 않게 극 영화를 보듯 빠져들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영화른 보는 내내 극장 안의 몰입도는 대단했다. 그냥 다들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것과 숨죽이듯 집중할 때의 분위기는 분명히 다른데, '두 개의 문'이 상영되던 극장의 분위기는 분명 후자였다. 가끔씩 이러한 사회의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보게 될 때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일단 '두 개의 문'은 더 많은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는 완벽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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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난 지 하루가 지났는데 아직도 마음 한 켠이 불에 그을린 듯 뜨겁다. 아마도 좀 더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였다면,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사실들과의 동일점과 차이점을 확인하거나 한 번 더 mb정권을 욕하는 것으로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달랐다. 비교 대상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악당을 모두 홀로 물리치는 무술 고수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 나도 모르게 내가 고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거나, SF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미래와 우주를 손에 잡히듯 경험할 수 있었던 것처럼, '두 개의 문'을 보고 난 뒤에는 그 생지옥 같았던 25시간의 고통과 화염이 심장까지 느껴져 미안함과 분노가 절로 생겨났다.
누가 이들을 생지옥으로 내몰았는지. 우리 기억 속에서는 점점 잊혀져 가겠지만 아마도 평생을 잊지 못한 채 트라우마를 겪을 피해자의 가족들과 작전에 투입되었던 경찰특공대들은 누가 위로할 것인지.
이제는 영화를 본 관객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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