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2012년 상반기 영화 베스트 10



매해 템플릿처럼 이 맘 때면 반복하는 말이지만 2012년이라는 숫자가 아직 다 익숙해지기도 전에 7월이 훌쩍 다가와버렸다. 올해 상반기에도 참 좋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들을 극장을 통해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는 처음부터 아주 큰 기대를 했었던 영화도 있었고, 전혀 예상치 못했으나 큰 감동을 준 작품도 있었으며, 볼 계획이 없던 영화였으나 보고나서는 안봤으면 어쩔 뻔 했을까를 되내였던 작품들도 있었다. 이 많은 작품들 가운데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10작품을 꼽아보았다. 10작품 가운데 순위는 없으며, 순서는 개봉일 순이다.



1.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ilor Soldier Spy, 2011)

쓸쓸한 공기를 머금은 스파이라는 존재에 대해

 

 

올 상반기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근사하고 우아한 작품을 고르라면 단연 TTSS였다.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배우들의 향연들 만으로도 황홀한데, 스파이라는 존재를 그리는 이 방식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지. 이제 내게 스파이하면 이던 헌트 만큼이나 조지 스마일리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아, 엔딩에 흐르던 훌리오 이글레아시스의 'La mer'는 올해의 엔딩곡 후보.

 

 

 

 

2.

 

 

워 호스 (War Horse, 2011)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고전의 감동

 

 

스필버그의 오랜 팬으로서 물론 재미나 감동에 대해서 의심을 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워 호스'의 감동은 그 크기가 달랐다. 복잡한 얘기도 없고, 신파적이고 우직한 이야기 뿐이지만 그 이야기가 나를 이토록 많이도 울렸다. 올해 상반기 극장에서 흘린 눈물 가운데 양으로만 따지면 '워 호스'가 아마도 가장 많을 것이다 (극장에서 잘 우는 내 특성상 올 연말에는 꼭 눈물양으로만 순위를 한번 따져봐야 겠다;;). 스필버그가 왜 거장인지 설명하는 것에는 이제 지쳤다.

 

 

 

 

3.

 

 

디센던트 (The Descendants, 2011)

아버지라는 존재의 이유

 

 

스필버그가 왜 거장인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것처럼, 조지 클루니가 왜 멋진 배우인가에 대해서도 이제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알렉산더 페인과 만난 조지 클루니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매력적인 연기를 펼쳤다. '디센던트'는 시간을 두고 가끔씩 꺼내보고 싶은 영화다. 30대 초반에 본 '디센던트'와 40대가 되어서 보게 될 그리고 50대가 되어서 보게 될 '디센던트'는 또 다른 영화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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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크로니클 (Chronicle, 2012)

소년이여, 진짜 영웅이 되어라

 

 

27살 신예 감독 조슈아 트랭크의 '크로니클'은 지난해 '드라이브' 처럼 올해의 복병이었다. 그냥 재치있고 신선한 시도 정도로 머물러도 괜찮았을 텐데,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담론의 세기는 그것에 그치지 않았다. 주인공 앤드류 (데인 드한)는 올해 상반기 극장에서 만난 캐릭터들 가운데 가장 나를 뜨겁게 만든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아직도 후반부 앤드류의 절규가 귓가에 생생할 정도로 에너지가 대단했던 영화.

 

 

 

 

5.

 

 

건축학개론 (2012)

나의 첫사랑과 90년대에게 바침

 

 

'건축학개론'은 하마터면 극장에서 놓칠 뻔한 영화였다. 개봉 첫 주에 봤으니 시기적으로 놓칠 뻔했단 얘기가 아니라 볼 생각이 그리 많지 않았던 영화였단 얘기다. 하지만 막상 보고 난 뒤 '건축학개론'은 올해 상반기 본 영화 가운데 가장 개인적인 영화가 되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극중 주인공들과 같은 세대는 아니지만,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있었고, 정말 놀랍도록 닮아있는 나의 첫 사랑과 90년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안에서 수지가 연기한 '서연'을 보게 되어 벅찼던 영화가 아니라, 승민(이재훈)과도 같았던 나를 발견할 수 있어 더 움찔하게 되었던 영화.

 

 

 

 

 

6.

 

 

어벤져스 (The Avengers, IMAX 3D, 2012)
올스타전이 주는 쾌감

 

 

'어벤져스'는 일단 기다려온 시간 만으로도 10작품 안에 들 만한 이유가 있는 작품이었을 것이다. 각각의 캐릭터를 하나씩 즐겨왔던 지난 몇 년. 드디어 시작된 올스타전은 올스타전에 걸맞는 매력들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 비슷한 프로젝트가 많이 무산되었던 것에 미뤄봤을 때, 이 정도의 프로젝트가 실제로 실현된 것만으로도 하나의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7.

 

 

멜랑콜리아 (Melancholia, 2011)

우울함은 영혼을 잠식한다

 

 

국내 극장에서 볼 수나 있을까 살짝 걱정도 했었던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는 과연 압도하는 작품이었다. 얼마나 압도 당했는지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 동안 좌석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을 정도였다 (오랜만에 겪는;;). 혹자는 라스 폰 트리에를 일컬어 너무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고도 하지만, 자신이 집중하는 것에 대해 이런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예술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 보기는 정말 힘든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또 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했다.

 

 

 

 

8.

 

 

다른나라에서 (In Another Country, 2012)

가지 않았던 길 앞에 서다

 

 

'다른나라에서'는 홍상수의 전작들과 미묘하게 닮아있으면서도 '다른' 작품이었다. 유쾌함과 아이러니, 가능성과 희망을 모두 우연인듯 조율해낸 홍상수의 장기는 이자벨 위뻬르라는 배우를 통해 또 한 번 표현되었다.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 멋진 작품을 이렇게나 꾸준히 만들어주는 홍상수 감독에게 감사할 뿐이다. 아, '판타스틱'한 유준상의 영어 대사 역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9.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근원에 대한 선문답

 

 

논란 아닌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지만 나는 리들리 스콧의 방식을 굳게 지지한다. '프로메테우스'의 진정한 메시지는 '답'이 아닌 '질문'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작품이 관객에게 질문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가장 효과적이었다 (실제로도 그랬고). 블루레이를 어서 보고 싶은 이유도 다시 한번 이 작품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서이지 답을 듣고자 함은 아니다.

 

 

 

 

10.

 

 

두 개의 문 (Two Doors, 2011)

두 눈 똑바로 뜨고 직접 확인하라

 

 

아마도 '두 개의 문'을 보지 않은 이들은 올해 상반기 베스트 10에서 이 제목을 보고서는, 작품이 갖은 사회적 메시지 때문에 상징적으로 넣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다. 용산참사를 기록한 '두 개의 문'은 당당히 영화적 완성도 만으로도 올해 상반기 10작품에 꼽히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오히려 더 많은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다큐멘터리라면 '두 개의 문'처럼 영화적 완성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 경우이기도 했다. 아직도 못 본 이들이 있다면 지금 바로 상영관을 찾아 관람하길!

 

 

 

 

 그 외에 10작품에는 꼽지 못했지만 이 안에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로 좋았던 영화들로는, 데이빗 핀처의 '밀레니엄', 카메론 크로우의 '우린 동물원을 샀다', 미셸 아자나비슈스의 '아티스트', 마틴 스콜세지의 '휴고', 데릭 시안프랑스의 '블루 발렌타인' 등이 있었다.


올 하반기에도 이번 달 개봉할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비롯해, 더 많은 좋은 영화들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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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던트 (The Descendants, 2011) - 블루레이 리뷰

모두가 사랑하는 조지 클루니를 만나다



알렉산더 페인의 2004년 작 '사이드웨이'는 영화 속에 등장한 와인처럼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맛이 깊어지는 작품이라는 것을 근래 새삼 느끼고 있다. '사이드웨이'를 처음 보았을 때는 평소 심심한 영화를 누구보다 재미있게 보는 편이긴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그다지 돋보이는 작품은 아니었는데, 확실히 이 작품의 진가는 시간이 흐르고 내가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해갈 때 마다 또 달라지는 영화 중 한 편이 아닌가 싶다. 그런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작품을 고르는 선구안이 뛰어난 조지 클루니와 함께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결과는 '사이드웨이' 만큼이나 아니 그 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영화였다.






맷 킹 (조지 클루니)은 하와이에 사는 변호사이자 이 지역에 오랜 유지 가문의 상속자로서 두 딸과 아내를 두고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가문의 상속자로서는 오랜 세월 신탁해온 토지를 신탁 기간이 끝나기 전에 판매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결정을 앞두고 있고, 보트 사고로 식물인간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아내를 간호해야 하는 동시에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기위해 두 딸을 보살피는 일도 하게 된다.






'하기 힘든 말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의 입장'


개인적으로 '디센던트'에서 가장 주목했던 점은 바로 정말 하기 힘든 말이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역할을 맡은 이의 모습이었다. 극 중 맷 킹은 한 두 가지가 아닌 여러가지 사안들에 대해서 자신이 이 무거운 짐을 지어야만 할 상황에 놓여있다. 이건 피할 수도 없고, 남들이 도와주기도 힘든 일들이다. 사안들이 무겁지 않으면 '나도 좀 쉴래' '이건 그냥 니가 처리해'라고 하고 싶지만 하나 하나가 그럴 수가 없는 일들 뿐이다. 즉, 자신도 벼랑 끝에 서 있으면서 벼랑 끝에서 있는 여러 사람들을 구해야만 하는 힘든 상황이다. 영화는 이런 상황에 놓인 맷 킹의 일상에 조용히 집중한다. 대부분 이런 상황을 그릴 때 힘든 말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에게 포커스가 있었다면, '디센던트'는 이런 상황의 중첩을 통해 하기 힘든 말을 반드시 전해야만 하는 이의 입장을 조용히 따라간다. 적극적으로 맷 킹의 입장에서 힘든 상황을 변호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맷 킹의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갈등 표현에 있어서도 자극적인 것 보다는 유한 방법으로 그리고 있으며,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이 복합적인 비극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이 독하거나 극적이지 않다. 바로 이 자연스러운 시선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기 힘든 말을 해야만 하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조지 클루니에게서 전작 '인 디 에어'를 떠올려볼 수 있었다)




('디센던트'는 하와이라는 특수한 배경을 아주 영리하게 활용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하와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이 동반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담아내려는 듯 영화 초반 맷 킹의 내레이션으로도 나오는 것처럼 외부인들은 그저 행복한 곳으로만 알고 있는 휴양지인 '하와이'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유머와 리듬을 섞어가며 맷 킹과 그의 가족이 처한 상황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낸다. 하와이라는 배경, 시종일관 흐르는 따듯한 하와이안 뮤직 그리고 적절히 등장하는 유머 코드는 이 비극적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반대의 경우를 떠올려보자면, 만약 이 영화가 처한 상황을 비극적인 것에 더 집중하여 극적으로 몰아갔다면 그 슬픔은 전해졌을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담고자 했던 슬픔보다 더 큰 개념인 '가족(더 나아가 뿌리)'과 '삶'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기회를 잃었을 것이다. 내버려둘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한 인물들을 내버려 두듯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이 한 장면에 영화 속 맷 킹의 모든 고뇌와 갈등 그리고 인생이 다 담겨있다)


'디센던트'는 앞서 언급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 맷 킹을 바라보는 동시에 '가족'이라는 관계와 울타리에 대해서도 깊이 이야기하고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갈등은 '가족'이라는 것이 아니면 논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는 얘기다. 알렉산더 페인에게서 관록이 느껴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디센던트'가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이유는 아버지라는 존재와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 그냥 턱하니 던져 놓고선 '가족이면 다된다'라고 무책임하게 얼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러한가?'를 이야기와 순간의 연출로서 100%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어떤 지점에서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꺼내어 들 때, 뻔하다고 느끼거나 갑작스러움이 느껴지지 않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또 한번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페인은 이 지점을 보통의 액션 영화마냥 클라이맥스에 한 방에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요소요소에 순간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배치를 해두었다. 참으로 절묘하지 않을 수 없다.






뭐랄까, '디센던트'는 글로 풀어내면 낼 수록 의미가 덜해지는 것이 느껴지는, 즉 그냥 '받아들이면'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내가 지금은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나중에는 알려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도 싶다. 마치 '빌리 엘리어트'를 처음 볼 때는 빌리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으나 언제부턴가 아버지의 입장이 더 와닿는 것처럼, 이 작품도 언제가 나도 아버지가 되고 난 뒤에 다시 보게 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되어 있지 않을까.



Blu-ray : Quality


사실 '디센던트'를 극장에서 보았을 때 가능하면 블루레이로 꼭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바로 하기는 했었지만, 그것이 BD만의 화질/음질 때문은 아니었었다. 작품의 특성상 이러한 스펙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인데, 결과적으로는 화질/음질 측면에서도 크게 흠잡을 부분은 없는 최신작 다운 스펙으로 출시되었다.








영상은 노이즈가 전혀 없는 칼 같은 화질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 질감 측면에서는 작품과 이 편이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다. 전반적으로 하와이의 살랑살랑한 바람까지 담아낸 영상이 너무 칼 같은 화질로 구현되었다면 그것도 부조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여기서 칼 같지 못하다는 것은 최상급 선예도 등 화질과의 비교이니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절대 아니다. 전체적으로 풍광을 넓게 그리고 따듯하게 잡아내는 앵글이 많은데 블루레이의 화질은 이를 왜곡없이 전달하고 있으며, 어두운 장면에서도 조지 클루니의 주름과 수염 자국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디테일을 보여준다. 배경이 하와이인지라 등장인물들의 피부를 좀 더 주목해서 보게 되는데, 모피어스의 그것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볕에 조금씩 그을린 얼굴과 피부 등을 블루레이로서 좀 더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도 편안한 하와이안 뮤직의 따스함을 부담스럽지 않게 들려준다. 영화 자체가 사운드적인 쾌감을 즐기기에 적합한 작품은 아니지만,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하와이안송에 몸을 맡기면 아마도 절로 피로가 녹아들지 않을까 싶다. 대사 전달에도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고,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등도 기억에 남는 사운드였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디센던트'와 같은 드라마 장르 타이틀의 경우 해외에서도 그렇고 특히 국내에 출시시 부가영상 부분이 매우 부족하게 출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디센던트'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은 이것저것 다양한 각도의 영상들이 담겨 있어서 만족스럽다. 첫 번째는 감독인 알렉산더 페인의 해설과 함께하는 삭제 장면이 2장면 수록되었는데, 역시나 감독 입장에서 너무 삽입하고 싶은 장면이었으나 어쩔 수 없이 편집해야만 했던 안타까움을 엿볼 수 있었다. 극중 부녀 사이로 등장하는 맷 킹과 알렉산드라의 관계를 좀 더 설명해주는 좋은 장면이 있었는데, 이렇게 부가영상으로나마 만나볼수 있게 되어 다행스러웠다.







'모두가 사랑하는 조지 클루니 (Everybody Loves George)'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부가영상은 왜 조지 클루니라는 헐리웃 톱 배우가 관객은 재쳐두고라도 동료들에게 사랑 받을 수 밖에는 없는 배우이자 사람인지를 들려준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성이라는 타이틀로 더 유명했던 시절에 조지 클루니를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하게 될 줄은 예상 못했었는데, 그가 차근차근 쌓아온 필모그래피와 그와 함께 작업했던 동료들의 하나 같은 칭찬을 듣고 있노라면 그가 단순히 작품을 잘 선택해서가 아니라, 그가 그 좋았던 작품에서 모두 다 큰 역할을 했었다는 것을 새삼 알 수 있다. 이 부가영상에서는 모두가 사랑하는 조지 클루니를 말로 칭송하기 보다는, 왜 그가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사람인지를 그냥 보여준다. 시종일관 장난치고, 주변 사람들을 웃기고, 편하게 해주고 벽을 허물게 만드는 그의 면모는 처음 헐리웃 대스타라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이들 마저 진한 동료로 만들어 버릴 정도였다.




(열심히 포스터 브룩스를 흉내내는 조지 클루니)



(절대 악의적인 짤방 캡쳐가 아닙니다. 그냥 조지 클루니가 지은 표정이에요. 그는 이런 사람.)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의 작업 (Working with Alexander)'에서는 앞선 조지 클루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알렉산더 페인과의 작업이 동료들에게 갖는 의미랄까. 그의 됨됨이와 그가 말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굉장히 디테일한 디렉션을 하면서도 배우들에게 분명한 공간과 편안함을 함께 주는 알렉산더 페인만의 장점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마치 국내 '만추'의 김태용 감독의 경우처럼 첫 작업을 알렉산더 페인과 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른다 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너무 편한 촬영 현장이라) 가족같다기 보다는 모두 오랫동안 알아온 친구들끼리 함께 하와이로 여행을 온 것 만 같은 분위기였다. 뭐랄까. 이 촬영 현장 자체가 또 하나의 '디센던트'랄까.






'하와이의 후예들 (The Real Descendants)'과 '하와이 스타일 (Hawaiian Style)' 등의 부가영상에서는 영화의 배경이 된 하와이의 역사적인 이야기(뿌리)들과 하와이 스타일을 영화에 완전히 녹여내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던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얼마나 하와이라는 소재를 100% 활용하고, 아니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그저 휴양지로서의 상징적인 하와이의 모습을 활용하려 한 것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부가영상을 통해 알게 된 내용들로 미뤄봐서는 '디센던트'는 하와이라는 곳을 조금 전 얘기했던 것처럼 단순히 휴양지 정도로만 알고 있는 이들에게 본질을 이해시켜줄 수 있는 진정한 '하와이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이 캡쳐는 그냥 귀여워서 한 장)



(절대 악의적인 캡쳐나 작의적인 장면이 아닙니다. 조지, 그는 원래 그런 사람. 이렇듯 진지한 사람)


그 밖에 '출연진'에서는 이 작품에 캐스팅 된 배우들의 캐스팅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맷 킹을 연기한 조지 클루니는 제외하더라도 다른 배우들은 일반인들 부터 유명배우까지 가리기 않고 고려를 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딸 스코티 역할을 연기한 아마라 밀러의 캐스팅 과정은 그냥 감독이 알고 있던 친구 부부의 소개를 건너 건너 받아서 연기하고 싶어하는 아이가 하나 있다더라 로 이어진 경우이기도 했다. 그 외에 어린이 영화 '스쿠비 두'로 더 유명한 매튜 릴라드의 경우 이런 이미지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캐스팅 될 것 같다는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고 하는데, 작품에서 그가 연기한 브라이언 스피어라는 캐릭터는 전혀 어색함이 없는 옷이었다.





그 밖에 '뮤직비디오'는 단순한 뮤직비디오로 생각했었는데, 영화에 삽입된 살랑살랑한 하와이안 송들을 배경으로 하와이의 자연과 도심 등 휴양지다운 풍광들이 펼쳐진다. (좋은 의미의) 하와이 홍보 영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보는 내내 하와이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의 무장을 해제시키는 편안한 영상이 수록되었다.





'월드 퍼레이드 - 하와이 (무성 영화) (The World Parade - Hawaii (Silent Film))'도 부가영상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것 만봐도 이 영화가 얼마나 하와이라는 곳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은 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와이의 역사에 대해 무성영화라는 또 다른 포맷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음.





'조지 클루니와 알렉산더 페인의 대화 (A Conversation with George Clooney and Alexander Payne)'에서는 둘이 등장해 편안하게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이 수록되었다. 영화가 이어준 둘 사이의 편안한 관계를 엿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작품에 대한 못다한 이야기들도 만나볼 수 있다.





[총평] 알렉산더 페인의 '디센던트'는 정말 삶의 위로가 피로할 때 몹시 '땡기는' 영화다. 영화는 좀 더 직접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있지만 그 뒤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정서와 분위기가 주는 평온함과 지혜의 영향력이 더 크게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했다. 가끔씩 삶이 지칠 때 마다 생각날 것 만 같은 (이미 생각났지만) 정말 '좋은' 영화라 주변의 좋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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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던트 (The Descendants, 2011)

아버지라는 존재의 이유



알렉산더 페인의 2004년 작 '사이드웨이'는 영화 속에 등장한 와인처럼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맛이 깊어지는 작품이라는 것을 근래 새삼 느끼고 있다. '사이드웨이'를 처음 보았을 때는 평소 심심한 영화를 누구보다 재미있게 보는 편이긴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그다지 돋보이는 작품은 아니었는데, 확실히 이 작품의 진가는 시간이 흐르고 내가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해갈 때 마다 또 달라지는 영화 중 한 편이 아닌가 싶다. 그런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작품을 고르는 선구안이 뛰어난 조지 클루니와 함께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결과는 '사이드웨이' 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좋은 작품이었다.



ⓒ Fox Searchligh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맷 킹 (조지 클루니)은 하와이에 사는 변호사이자 이 지역에 오랜 유지 가문의 상속자로서 두 딸과 아내를 두고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가문의 상속자로서는 오랜 세월 신탁해온 토지를 신탁 기간이 끝나기 전에 판매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결정을 앞두고 있고, 보트 사고로 식물인간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아내를 간호해야 하는 동시에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기위해 두 딸을 보살피는 일도 하게 된다.


'하기 힘든 말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의 입장'


개인적으로 '디센던트'에서 가장 주목했던 점은 바로 정말 하기 힘든 말이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역할을 맡은 이의 모습이었다. 극 중 맷 킹은 한 두 가지가 아닌 여러가지 사안들에 대해서 자신이 이 무거운 짐을 지어야만 할 상황에 놓여있다. 이건 피할 수도 없고, 남들이 도와주기도 힘든 일들이다. 사안들이 무겁지 않으면 '나도 좀 쉴래' '이건 그냥 니가 처리해'라고 하고 싶지만 하나 하나가 그럴 수가 없는 일들 뿐이다. 즉, 자신도 벼랑 끝에 서 있으면서 벼랑 끝에서 있는 여러 사람들을 구해야만 하는 힘든 상황이다. 영화는 이런 상황에 놓인 맷 킹의 일상에 조용히 집중한다. 대부분 이런 상황을 그릴 때 힘든 말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에게 포커스가 있었다면, '디센던트'는 이런 상황의 중첩을 통해 하기 힘든 말을 반드시 전해야만 하는 이의 입장을 조용히 따라간다. 적극적으로 맷 킹의 입장에서 힘든 상황을 변호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맷 킹의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갈등 표현에 있어서도 자극적인 것 보다는 유한 방법으로 그리고 있으며,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이 복합적인 비극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이 독하거나 극적이지 않다. 바로 이 자연스러운 시선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기 힘든 말을 해야만 하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조지 클루니에게서 전작 '인 디 에어'를 떠올려볼 수 있었다)



ⓒ Fox Searchligh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담아내려는 듯 영화 초반 맷 킹의 내레이션으로도 나오는 것처럼 외부인들은 그저 행복한 곳으로만 알고 있는 휴양지인 '하와이'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유머와 리듬을 섞어가며 맷 킹과 그의 가족이 처한 상황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낸다. 하와이라는 배경, 시종일관 흐르는 따듯한 하와이안 뮤직 그리고 적절히 등장하는 유머 코드는 이 비극적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반대의 경우를 떠올려보자면, 만약 이 영화가 처한 상황을 비극적인 것에 더 집중하여 극적으로 몰아갔다면 그 슬픔은 전해졌을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담고자 했던 슬픔보다 더 큰 개념인 '가족'과 '삶'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기회를 잃었을 것이다. 내버려둘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한 인물들을 내버려 두듯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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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던트'는 앞서 언급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 맷 킹을 바라보는 동시에 '가족'이라는 관계와 울타리에 대해서도 깊이 이야기하고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갈등은 '가족'이라는 것이 아니면 논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는 얘기다. 알렉산더 페인에게서 관록이 느껴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디센던트'가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이유는 아버지라는 존재와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 그냥 턱하니 던져 놓고선 '가족이면 다된다'라고 얼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러한가?'를 이야기와 순간의 연출로서 100%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어떤 지점에서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꺼내어 들 때, 뻔하다고 느끼거나 갑작스러움이 느껴지지 않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또 한번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페인은 이 지점을 보통의 액션 영화마냥 클라이맥스에 한 방에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요소요소에 순간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배치를 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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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디센던트'는 글로 풀어내면 낼 수록 의미가 덜해지는 것이 느껴지는, 즉 그냥 '받아들이면'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내가 지금은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나중에는 알려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도 싶다. 마치 '빌리 엘리어트'를 처음 볼 때는 빌리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으나 언제부턴가 아버지의 마음이 더 와닿는 것처럼, 이 작품도 언제가 나도 아버지가 되고 난 뒤에 다시 보게 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되어 있지 않을까.


1. 'Descendants'는 해석하자면 자손, 후예 등일 것 같은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직접적인 자손의 의미와 가족이라는 유대관계 속에서의 연결을 뜻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2. 조지 크루니는 참 대단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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