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 (Fruitvale Station, 2013)



이 영화를 보기 전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 조차 몰랐으나, 이런 점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09년 1월 1일 새벽, 캘리포니아주의 프루트베일 역에서 벌어졌던 비극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그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오스카 그랜트의 하루를 아무말 없이 따라간다.



ⓒ Forest Whitaker's Significant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영화의 원제가 단순히 '프루트베일 역 (Fruitvale Station)' 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감독인 라이언 쿠글러는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오스카 그랜트라는 인물을 객관적으로 조명하는 데에 힘쓴다. 가정적이고자 하고 새출발 하려고 했던 그의 긍정적인 모습도, 교도소 생활을 했던 그의 부정적인 모습도 모두 최대한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당시 이 사건은 실제로 흑인사회에서 엄청난 반발과 시위로 이어졌을 만큼 감정적일 수 밖에는 없는 사건이었는데, 영화는 여기에 감정을 더 하는 대신 오히려 최대한 건조하고 객관적인 모습을 담는 것으로 오스카 그랜트가 겪었던 비극을 관객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해 낸다.


나는 이 영화가 영화를 마무리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오스카 그랜트라는 인물과 사건을 겪기 전까지 그의 하루를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사건이 이후 냉정함을 갖는 것은 오히려 어려울 수 있는데, 영화는 사건 직후 아직 관객들이 황당함과 분노, 떨림이 다 식기도 전에 실제 인물들의 뒷 얘기와 오스카의 어린 딸의 모습을 짧게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여기에는 어떠한 선동도 감정적 장치도 없지만, 그 어떤 선동보다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 Forest Whitaker's Significant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반대로 영화는 어떠한 해답을 주기 보다는 관객에게 그 몫을 돌리고 있다. 누군가가 또 오스카 그랜트와 같은 일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쩌면 이 영화는 그래서 더 씁쓸한지도 모르겠다. 오스카는 어떤 연유로 인해 비극을 겪게 된 것이 아니기에. 뿌리 깊은 인종차별이 아직도 존재하는 미국 사회의 실제를 아주 덤덤하게, 하지만 실제론 너무 쓰라린 하루였다.



1. 그런 의미에서 우리말 영화 제목인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는 괜찮은 제목이었던 것 같네요. 하지만 그의 비해 '충격적 실화' 등의 홍보 문구는 영화와는 다르게 자극적인;;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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